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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명(呼名)의 영화
영화 <윤희에게>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최초 작품의 제목이 <만월>로 알려졌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임대형 감독은 제목이 바뀐 이유에 대해, 영화 속 편지를 읽는 대목에서 “윤희에게”라는 내레이션 부분이 영화와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 것 같다는 설명으로 이유를 대신했다.
나 역시, 영화를 보고 나면 작품의 제목이 ‘만월’보다는 ‘윤희에게’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윤희에게>는 명백히 세상의 많은 사람을지칭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출처: 네이버영화
주인공 윤희(김희애)는 남편과 이혼을 한 아내이자, 하나밖에 없는 딸 새봄(김소혜)의 엄마이다. 영화 초반에서 보여주듯이 하루를 근심하게 보내고(그녀는 한 공장의 급식소에서 일한다), 집 앞 공터에서 몰래 담배 한 대를 피운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 누구 하나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없을 만큼, 사는데 아무 낙이 없어 보이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그녀이다.
본 줄거리가 시작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일본 오타루로부터 윤희에게 도착한 편지로 시작한다. 정작 윤희 자신이 아닌 딸 새봄이 먼저 편지를 받아보며 ‘윤희에게’라는 새봄의 내레이션의 시작으로 편지는 읽힌다. 그리고 우리는 윤희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유추하게 된다. 새봄이 엄마의 외로움의 원인 혹은 과거를 알고 싶듯이 우리도 새봄의 시선을 따라 윤희라는 인물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어른스러운 요구라고 해야 할까. (새봄은 제법 어른스럽고 똑똑한 인물이다) 마침내 새봄의 여행제안에 윤희가 응답함으로써 둘은 편지의 발신처인, 그리고 쥰이 살고 있는 오타루로 여행을 가게 된다.
출처: 네이버영화
그리고 두 번째 “윤희에게”는 편지의 발신처인 오타루에 살고 있는 윤희의 첫사랑 쥰(나카무라 유코)의 내레이션으로 읽히게 된다. 쥰은 과거의 윤희가 가장 충만했던 시절에 함께 했던 친구이자사랑했던 사람이다. 누구보다 윤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과한 짐작이 아닐테다.
윤희는 (어쩌면 과거의 자신과 비슷했을 법한) 밝고 당찬 딸 새봄과 오타루를 여행함으로써, 그리고 마침내 쥰과 재회함으로써 잊고 있던 (충만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을 테고, 온전히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을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일은 정말 용기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윤희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로 쥰의 편지에 답장하게 된다. (편지는 부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윤희에게는 자신을 투명하게 바라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모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이며, 더 많을 것을 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네이버영화
되돌아보면 임대형 감독은 자주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왔다. 시인 등단을 꿈꾸는 문학청년만일(배유람)이 등장하는 단편 <만일의 세계>에도, 쓸쓸한 중년 남성 모금산(기주봉)이 주인공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도 그들의 이름(또는 성)이 제목에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윤희에게> 또한 제목에서부터 윤희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이 인물에 집중하기를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호명(呼名)의 영화로 부르고 싶다.
늘 사회적으로 조금은 결함이 있는 쓸쓸한 이들을 그려왔던 임대형 감독에게는 그들을 호명하고 주인공의 자리로 가져오는 것이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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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사랑 이후 식어버리는 사랑과 이끌림에 대해서 보여주는 영화!
프랑스 파리, 13구의 높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 대만계 프랑스인 에밀리는 파리대학교 정치학부를 나왔지만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카미유라는 흑인 남자가 룸메이트를 찾고 있다면서 다가온다. 첫 만남부터 강렬히 끌렸는지 격렬하게 섹스를 한다. 카미유의 정체는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둘은 같이 사랑을 나누며 지내지만 카미유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으며 에밀리의 집으로 들어와 잠자리를 나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로 둘의 사이는 멀어지고 헤어진다. 한편 노라라는 여자는 파리대학교 2학년 법학과 학생이다. 그녀는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금색 가발을 쓰고 클럽 파티에 참가하지만 야한 방송을 하는 BJ와 닮았다는 이유로 어느새 소문이 빠르게 퍼져 놀림감이 되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다. 이 사건이 지나 시간이 흐른 후에 에밀리는 부동산 중개 일을 찾으러 간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채용하려는 사람은 놀랍게도 에밀리의 전 애인이었던 카미유였다. 둘은 같은 일을 하며 사랑에 빠지지만 마음의 상처가 큰 에밀리는 성관계를 피하려고 하는데...
사랑에 금세 빠지는 '금사빠'들이
보면 좋을 야한 영화!
만남에 강렬한 사랑을 나누지만 금방 식어버리기도 하는 게 사랑이란 말인가?
불꽃처럼 강렬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첫 만남부터 강렬한 사랑을 나눈 에밀리와 카미유는 어느샌가 식어버린 사랑을 하게 된다. 사실 카미유가 바람둥이였으며 그런 모습에 분노한 에밀리였기에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강한 이끌림도 없어진다. 이 둘은 헤어지면서 전보다 못한 사이가 돼버려 각자의 길을 간다. 사실은 에밀리도 다른 남자들을 찾으며 원나잇을 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괜히 있지 않듯이 클럽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와 섹스를 하고 마약을 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카미유는 자신의 직장 여자 동료와 섹스를 하고 있었으며 신음 소리가 너무나 커서인지 귀를 막는다. 룸메이트였던 카미유가 떠나자 에밀리는 중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하며 원나잇을 목적으로 하는 남자들과 만난다. 시간이 지나고 카미유 또한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마음속에 상처를 담아둔 노라를 만나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은 헤어진다. 이들이 나눈 불꽃처럼 강렬한 사랑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보여주며 쾌락을 위해 하게 된 섹스는 오래가는 사랑이 아닌 잠시뿐인 사랑이란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강렬한 사랑을 나누다가
서서히 식어가는 사랑을 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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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향한 외사랑
재능은 일상적으로는 천부적이고 타고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의미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노력 또한 재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사전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더불어 훈련된 능력'을 아울러 재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 타고난 재주만으로는 재능을 묘사하기에 부족하다. 어떤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지도 추가로 설명해야 한다. 타고난 재주가 전부가 아니니 재능에는 정도가 없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속도의 문제가 된다.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타고난 재주와 성실한 노력은 목표를 등반하는 두 가지 도구다. 그렇지만 대부분 노력은 줄이고 타고난 재주로 등반하고 싶어 하기에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재주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노력은 의식적인 행동의 결과니까.
재주이건 노력이건 중요한 건 믿음이다. 믿음이 추진력이 된다. 목표로 질주해 나가는 힘은 믿음이다. 특별히 수치화할 수는 없어도 자신을 믿는 힘이 필요하다. 운동처럼 눈에 보이게끔 드러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한 경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힘을 쏟아야 하는 재주와 노력의 총량을 가늠해 보면서 시간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를 대략적으로 고민하며 선택을 내리게 된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그 일을 버리는 일이다. 미지의 시도를 감내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거미집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 중에서 만드는 영화의 이름 또한 '거미집'이다. 엄청난 데뷔작을 촬영하고 나서 그저 그런 영화만 만들어오던 감독 김열은 촬영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꿈에서 현재 촬영하는 작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크게 바꿀 필요도 없다. 결말만 조금 바꾸면 3류 영화가 명작이 될 수 있다. 감독은 바뀐 결말로 자신이 다시금 올라설 수 있음을 믿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영화의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비워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다. 가뜩이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검열이다. 영화의 내용을 검열받던 시절이다 보니 바꾼 결말 또한 허가를 받아야 촬영할 수 있다.
감독은 여주인공 캐릭터를 바꿔서 순종적인 인물에서 주체적인 인물상으로 새롭게 그려내려고 한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신여성으로. 당대에 보기 어려운 그러한 새로운 인물로 묘사하려고 한다. 물론, 캐릭터를 바꾸는데 결말만 살짝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니다. 당연히 인물의 성격이 설득력을 갖춰야 하니 극의 전개 과정을 꽤 많이 바꿔야 했다. 정작 배우들은 바뀐 내용이나 바뀌기 전이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도 말이다.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한 번의 거대한 선택을 꿈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평론가나 함께 일하는 배우들 모두 그랬다. 캐릭터를 바꾼다고 해서 근간인 치정극에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는가.
영화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 안에서는 감독이 OK 사인을 내리기 전에는 무엇도 넘어갈 수 없다. 영화 밖에서는 감독이 사인을 기다려야 한다. 검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허가받지 않은 것들 뿐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처지가 역전되는 상황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나오는 게 흥미로웠다. 문공부 직원, 영화 제작사 대표, 주연 배우가 번갈아가면서 권한을 쥐고 흔든다. 흔들리는 건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배우들의 불신을 잠재우면서 제작사, 문공부의 검열과 제재를 피할 방도를 구해야 했다. 이 두 가지 시선을 정리해야 했다. 한쪽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끔, 다른 한쪽은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보게끔 말이다.
누군가 내가 가진 능력을 낱낱이 해부해서 까발릴 것 같다는 상상. 쉼 없이 달리다가 이따금 일을 한다는 사실이 낯선 감각으로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무의식으로 내려앉은 과정이 이따금 생소하게 다가오는 순간들. 의식적으로 숨 쉬는 것처럼 말이다. 감독이 처한 위치 또한 이런 형국이지 않았을까? 자신감으로만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만들어져야 하니까. 갈등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분주하다. 어그러지려면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중단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떠올려서 결과물을 향해 다가간다.
믿음을 힘으로 쓰면 일종의 광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동일하다.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는 쌉싸름한 유머 코드는 일의 형태를 다시금 고민해 보게 만든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짜 일과 진짜 일을 구분해보기도 하고, 일의 경지를 추동하는 수고로움을 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치정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무엇일까? 남녀 간의 사랑에서 성별 구분을 지우고, 존재와 무존재의 구분을 지우는 식으로 나아가면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남을까? 자신까지 삼켜 먹어버릴지도 모른다. 일을 향한 열의 또한 사랑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일을 처절하기 그지없는 외사랑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게끔 만든다.
사진 출처 : TMDB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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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93회 아카데미 예상 수상작은? 해외 매체 전문 기자의 예측!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 다양한 여성과 유색인종이 후보로 등록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든 오스카에서 다시 한번 놀라운 일이 벌어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 예상 수상자 집계에서 <노매드랜드>가 총 4개의 트로피를 수상할 것을 예상했으며, 그 뒤를 따라오는 故 채드윅 보스만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총 3개의 트로피를 수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 아래, 할리우드 리포트 Variery의 기자 Clayton Davis는 그의 제 93회 오스카 수상작을 하단과 같이 예상했으며, 이 외에도 자세한 수상 예측 작품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처: Variety
작품상
Will win(수상할 것): <노매드랜드>
Could win(수상할 수도 있음):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Should win(수상해야만 함): <노매드랜드>
Should have been here(후보로 지정됐어야 함): <온워드>
감독상
Will win: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Could win: 토마스 빈터베르그, <어나더 라운드>
Should win: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Should have been here: 샤카 킹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남우주연상
Will win: 채드윅 보스만,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Could win: 안소니 홉킨스, <더 파더>
Should win: 채드윅 보스만,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Should have been here: 델로이 린도 <Da 5 블러드>
여우주연상
Will win: 프란시스 맥도만드, <노매드랜드>
Could win: 비올라 데이비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Should win: 바네사 커비, <그녀의 조각들>
Should have been here: 한예리 <미나리>
남우조연상
Will win: 다니엘 칼루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Could win: 사챠 바론 코헨,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Should win: 폴 라시, <사운드 오브 메탈>
Should have been here: 엘리 고레 <원 나이트 앤 마이애미>
여우조연상
Will win: 윤여정, <미나리>
Could win: 올리비아 콜맨, <더 파더>
Should win: 윤여정, <미나리>
Should have been here: 제이미 로슨 <페어웰 아모르>
각본상
Will win: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펜넬
Could win: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샤카 킹 외 1명
Should win: <미나리>, 정이삭
Should have been here: <위 아 40>, 라다 블랭크
각색상
Will win: <더 파더>, 플로리안 젤러 외 1명
Could win: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Should win: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Should have been here: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찰리 카우프만
장편애니메이션상
Will win: <소울>, 피터 닥터
Could win: <울프워커스>, 톰 무어 외 1명
Should win: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댄 스캔론
Should have been here: <7번가 이야기>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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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은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음을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그럼 어제는? 영화를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과거도 그냥 과거일까? 그렇다기엔 현재와 미래보다는 영향력이 큰 것 같다. 지금도 다음도 필연적으로 과거가 되니까 말이다.도쿄에서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일상은 굉장히 규칙적이고 단조롭다. 이웃의 빗자루질 소리는 그의 알람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전날 밤에 읽었던 책 페이지를 확인하고, 양치하고,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현관 앞 선반에 습관처럼 올려둔 짐들을 챙겨 출근을 한다. 문을 열자마자 매일 조금씩 다른 아침 하늘이 보인다. 그걸 보며 히라야마는 개운한 숨을 내뱉는다. 익숙하게 자판기에서 뽑은 캔커피를 마시고 올드팝을 들으며 출근한다. 정해진 화장실을 순회하며 깨끗하게 청소하고, 공원으로 가 사온 점심을 먹는다. 주머니에서 작은 필름 카메라를 꺼내 렌즈를 위로 향하게 꺾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찍는다. 뷰파인더는 볼 필요 없다. 그의 시야를 꽉 채우는 나무는 흑백의 과거로 남는다.퇴근하면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대중목욕탕에 가 깨끗하게 씻는다. 적적하지 않게 지하철 식당가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주말에는 밀린 빨래를 하고 사진을 인화한 뒤 새 필름을 구매한다. 다 감긴 카스트테이프는 익숙하게 연필을 꽂아 다시 원래 대로 돌려놓고, 자주 가는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 후 단골 술집을 찾는다. 은근히 자신을 더 신경 쓰는 여사장에 옅은 고양감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몸에 익은 나른한 시간들이 흐른다.히라야마의 일상을 보면 그가 꽤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장실 청소는 단순 노동처럼 보이지만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안에 손님이 이용 중이신지 확인도 해야 하고, 놓치지 쉬운 곳이 많아 거울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또한, 화장실은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곳이니 청소를 한다고 이용객들에게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다. 늘 기다리는 건 히라야마다. 홀대하는 시선마저도 익숙한 모습을 보며, 우리는 그가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자연스럽게 가늠할 수 있다. 일찍 퇴근해서 여유롭게 밥을 먹거나 목욕탕에 가는 것도 제시간에 일을 끝내야 가능하니 말이다. 히라야마의 일상에는 정제된 규칙과 순서가 있다. 그것들을 지켜야 사랑하는 책과 올드팝을 계속 곁에 둘 수 있다.그러나 히라야마의 일상은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다. 같이 일하는 후배 다카시(에모토 토키오)는 말도 많고 제멋대로에 일도 대충 한다. 곁에서 징징거리는 탓에 남은 돈을 다 빌려줬더니 저녁을 사 먹을 돈이 부족해진 히라야마는 꽤 값이 나간다는 올드팝 카세트테이프를 들며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집에서 대충 컵라면을 끓여 먹는 것으로 자신과 합의를 본다. 이 소동에 의외의 즐거움도 있었다. 시니컬해 보이는 후배의 여자친구 아야(야마다 아오이)는 히라야마의 올드팝 카세트테이프를 꽤 좋아한다. 물론 말도 없이 가져가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아야의 부탁으로 둘은 차 안에서 함께 노래를 듣는다. 울적해 보이던 아야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히라야마의 볼에 짧게 키스하고 사라진다.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찾아오기도 한다. 훌쩍 커버린 조카 니코(나카노 아리사)의 방문으로 히라야마의 고정된 일상은 미세한 변화를 맞이한다. 타카시와 함께 할 때와 달리 조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자신에겐 너무 익숙해진 풍경을 제삼자인 니코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어쩐지 10대인 니코는 히라야마의 조용한 일상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이나 카세트테이프에 관심을 갖는 조카에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에 작은 진동이 생긴다.‘테라핀’에 나오는 빅터라는 남자애 꼭 나 같아. 얘 기분 완전 알겠어.책이 마음에 든다며 조잘거리는 니코에 이미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히라야마의 표정은 약간 복잡해진다. 이후 니코의 어머니이자 그의 동생인 케이코(이누야마 이누코)와 몇 년 만에 재회한다. 딱 봐도 부유해 보이는 케이코의 모습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니코의 반응으로 우리는 히라야마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짐작한다.빅터처럼 될지도 몰라.안 돼. 그런 말 하지 마.니코가 말한 <11>이라는 단편집 속 <테라핀>에서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는 소년 빅터가 어머니가 사 온 식용 자라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결국 자라를 먹기 위해 끓이고, 그 모습을 본 빅터는 어머니를 살해한다. 케이코를 꼭 끌어안은 히라야마는 차가 떠나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인 신이다.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여 평소처럼 책도 읽지 못하고 잔뜩 충혈된 눈으로, 그는 규칙적이고 정제된 일상을 통해 멀어지고자 했던 과거와 고독을 생각한다.히라야마는 굉장히 신사적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어딘가 벽이 느껴진다. 근무태만에 자신에게 매달려 돈타령을 하는 다카시를 향해 쓴소리를 할 법도 하지만 말없이 지갑을 연다. 그러나 그 모습이 젊은이를 이해해 주는 참된 어른의 넓은 아량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히라야마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쩐지 방어적이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찾긴 하지만 그들과 간단한 대화만 나누고 가게 문이 닫혀 있어도 굳이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다. 자기만의 단골집을 만드는 이유는 소박한 취향을 가진 탓도 있지만 동시에 삶의 변화를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것들을 일상에 촘촘히 박음질 함으로써 그는 과거와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한다.그러나 히라야마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꿈’이다. 필름 카메라를 여러 장 겹친 듯 보이는 그의 꿈은 가까운 과거를 비추기도 하고, 아주 먼 기억을 꺼내 그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지금과 다음을 만든 과거.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처럼 과거가 되어버리는 지금. 히라야마는 언제나 ‘다음’과 ‘지금’을 말하지만 꿈을 꾸지 않으면 내일은 오지 않는다. 과거는 내일로 가기 위해 필연적인 것이다.아무리 담백하다 한들, 삶이라는 것은 그리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영원한 건 없다. 결국 다카시는 전화만 한 통 남기고 일을 그만둬 일을 독박으로 혼자 다 해야 했고, 평소보다 늦게 문을 연 술집에서는 여사장이 어떤 남자와 포옹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좌절한 그는 술과 담배를 사 강가로 간다. 히라야마에게 다가온 남자는 자신이 7년 전 여사장과 이혼하였으며, 암에 걸렸다고 설명한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데.그림자는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남자가 지나가듯 툭 던진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히라야마는 처음으로 타인에게 무언가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환한 빛 아래에 선다.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꿈과 사진을 닮은 그림자. 히라야마는 남자와 천진난만하게 그림자밟기 놀이를 한다. 그림자를 피하겠다고 자신의 삶에 들어오는 환한 빛을 더는 피하지 않는다. 그렇게 같지만 전혀 다른 아침을 맞이하며 비로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온전히 만끽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이 고요한 삶조차 살아냄이라고. 그러나 나의 선택이니 만큼, 이번에는 후회는 없을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 이 기분은,‘Feeling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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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의 확신이 무너지는 공포에 저무는 한 인간의 우주
더 파더 The Father | 2020 | 플로리앙 젤레 | 97분
※영화 〈더 파더〉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킹 리어〉에서는 권력욕과 암투의 중심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파국을 이끄는 브리튼의 왕이자 세 딸의 아버지가 되고, 〈두 교황〉에서는 신의 대리인이자 한 시대와 평화의 ‘아버지’라는 자리에서 내려와 신앙과 종교의 역할을 고민하는 한 인간이 되어 자신이 짊어진 무게를 깨닫기도 한다. 심지어 슈퍼히어로 영화 〈토르〉 시리즈에서는 세상을 다스리는 천상계의 기원이자 아스가르드 왕국의 평화를 위해 자식이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분투한 아버지로 등장했던 ‘안소니 홉킨스’에게 〈더 파더〉처럼 평범한 일상을 담은 현대극의 우리네 아버지를 연기하는 것이란, 연기의 스펙트럼을 재기조차 민망한 그에게 어쩌면 지루하고도 심심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혹적이며 탄탄한 각본을 여전히 경이로운 연기로 끌어가는 여든셋의 노배우가 보여주는 진가란 그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 영화 속 ‘안소니’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 드러나도록 절묘하게 완급조절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파더〉는 안소니에게 욕망과 노기로 가득 찬 인간의 서늘한 독설과, 평생 쌓아 온 어떤 것이 이제는 무너지고 있음을 알아차린 연약한 존재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조각나 뒤섞인 기억의 미로에 갇힌 판타지 영화 주인공의 감정을 한꺼번에 요구했다. 이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기에 관객은 그저 그의 눈과 머리를 따라가며 오롯이 체험하기만 하면 된다.
출처 | 다음 영화
기억의 미로를 헤매는 공포
화면이 밝아오면 앤(올리비아 콜먼)은 누군가의 재촉이라도 받은 듯 런던 거리를 바쁘게 걷는다. 그가 다다른 곳은 조용한 주택가의 고급 아파트. 앤을 맞이한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갑자기 찾아온 딸에 어리둥절하다. 앤은 아버지께서 자기를 부르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곧 안소니는 자신을 돌보러 온 간병인이 시계를 훔쳤으니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앤은 놀라지도 않은 채 대수롭지 않은 듯 화장실 아래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안소니는 당황하며 앤에게 따지지만 곧 정확히 그가 말한 곳에서 시계를 찾는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앤은 새로 만난 프랑스인 연인과 파리로 떠날 거라 자주 찾아뵙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잠시 후 다음 시퀀스에서 안소니는 부엌을 정리하고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 그는 낯선 남자(마크 거티스)와 마주친다. 허락 없는 침입에 항의하는 그에게 남자는 자신을 앤의 남편으로 소개하며 우리 아파트에 얹혀살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안소니라고 말한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앤은 애인과 함께 파리로 떠난다고 했는데. 안소니의 상태를 눈치챈 남자는 앤에게 빨리 집에 오라고 연락한다. 현관을 열고 들어온 앤을 보며 그도 관객도 눈을 의심한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던 앤이 아닌 다른 여자(올리비아 윌리엄스)가 안소니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백발의 노인은 당황을 감추지 못한다. 지금껏 안소니의 눈으로 이야기를 따라온 관객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안소니’의 눈에 이 세상은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다. 시공간이 제멋대로 얽혀버린 그의 세계는 지금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 말고는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 혼돈의 공포를 함께 경험하는 관객은 흔한 점프 스퀘어나 악령 없이도 실제와 가장 맞닿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오 년 전에 이혼했다는 남편이 태연히 소파에 앉아 있지만, 잠깐 뒤돌아 본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내가 잠옷을 언제 갈아입었는지, 지금이 아침인지, 낮인지, 며칠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사소하지만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영화적 기법과 편집은 혼란스러운 극의 서사를 추동한다. 공간의 왜곡과 변주는 원작인 연극을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였기에 가능했던 탁월한 지점이다. 집안 가구들은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있다. 가구의 위치나 색깔 같은 미세한 변화는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가 느끼는 인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오버랩하며 영화 후반 모든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자아낸다. 결국 모든 상황은 내면의 붕괴로 말미암은 환상이다. 영화는 의식의 스위치가 명멸하듯 음악과 이미지를 영화 밖에서 안으로 집어넣고, 다시 안에서 밖으로 내보이는 것을 반복한다. 영화의 배경음악에서 전축으로, 평범한 아파트에서 낯선 병원 복도로 넘어가는 쇼트들은 현실과 꿈, 기억과 실제를 넘나든다. 안소니는 끊임없이 문을 열고 닫는다. 오직 그의 행위로 영화는 역동적으로 운동한다. 그것이 안소니라는 유약한 인간이 가진 마지막 힘이다. 하지만 관객인 우리는 그의 세계 바깥의 현실과 주변 인물들의 참담함을 영화 내내 짐작할 수 있다. 지워지는 기억 앞에 멍하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안소니의 걸음에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안소니라는 운동, 앤이라는 동력
하지만 뒤죽박죽인 그의 세계 못지않게 안소니도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다. 알츠하이머는 우리가 익히 알던 누군가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앤은 그에게 새로운 간병인 로라(이모겐 푸츠)를 소개한다. 불안한 마음도 잠시,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안소니는 술을 권하며 탭 댄스까지 보여주며 화목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행복은 빠르게 그들을 떠난다. 안소니의 급격한 감정 변화는 딸과 로라에게 큰 생채기를 남긴다. 폭언을 서슴지 않고 생판 남 앞에서 딸을 욕보이는 장면의 에너지는 눈을 뗄 수 없다. 안소니 홉킨스는 유머러스한 농담과 익살스러운 몸짓 다음에 곧장 서늘한 분노로 폭발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상이었다가 누구보다 연약한 아기가 된다. 원작인 연극의 느낌을 느껴보려는 듯 컷도 거의 나누지 않은 그의 연기는 관객을 엄청난 흡입력으로 끌어당긴다. 돌이킬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진실에 이해하려 애쓰는 안소니의 모습은 시종일관 놀랍다.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죽은 딸은 그의 무의식에 남은 죄책감과 고통의 근원이다. 비극적인 사고로 인한 딸의 부재는 외면하고 싶지만 잊어버릴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잡으려 해도 늘 도망가는 시계와 같다면 딸을 잃은 슬픔은 오히려 잊고 싶어도 늘 남아있다. 과거를 회상하며 비극적인 감정의 파고를 홀로 묘사하는 장면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에게는 유난히 독백 장면이 많지만 마지막 침대에 걸터앉아 저무는 생을 비유하는 마지막 장면은 필연적 결말임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창밖의 푸르른 잎사귀는 여전히 그대로다. 변하는 자신에 대한 체념과도 같은 고백은 덩그러니 놓인 그루터기처럼 공허하다.
영화의 제목이 ‘안소니’가 아니라 ‘아버지’인 이유는, 무너지는 안소니의 고립된 세계와 시선 곁에 ‘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안소니의 행위로 움직이지만, 모든 혼돈은 그를 돌보며 고민하고 결국 작별해야 하는 앤의 타임라인을 따라간다. 결말까지 안소니를 움직이는 동력인 앤은 아버지의 세계와 외부의 현실 모두를 관찰하며 서사의 중심을 잡아준다. 우리는 안소니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실은 앤의 감정에 더 이입한다. 인물과 관객, 두 주체를 끌고 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올리비아 콜먼은 완벽하게 해낸다. 이별을 준비하며 날마다 달라지는 아버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딸을 연기한 그는 어떤 감정이든 금세 관객이 이해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미묘한 떨림과 눈빛은 여러 대사 없이도 충분히 대답해주고 있다. 모두의 삶을 위해 가장 최선이라고 판단한 마지막 선택의 장면에 보이는 처연함과 머뭇거림, 슬픔과 확신이 뒤섞인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저무는 우주의 마지막 모습
동양에서는 우주의 만물을 음양오행으로 구분해 인간의 섭리와 이치를 설명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합일’이라는 사상의 가르침에 따라 자연의 음양오행을 인체의 오장육부에 대입하며 거대한 세계의 ‘소우주’에 인간의 진리를 담아낸다. 지구 반대편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비트루비우스 인체도’에서 인간의 몸을 작은 세계로 칭하던 고대인을 따라 도시와 세계를 구성하는 비율로 삼았다. 최근까지도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구조가 우주의 은하계 구조와 놀랄 만큼 패턴이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과거와 현재, 뉴런과 은하를 거슬러 인간과 우주는 많은 것을 공유한다. 기억과 정신 능력의 본질인 뇌의 중요성만큼이나 소우주의 칭호는 그리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우주 宇宙라는 단어에는 ‘집’이 두 번 들어간다. 집을 반복해 얻은 놀라운 공간의 확장처럼 영화는 두 개의 집을 중첩시켜 거대한 우주의 안녕을 고한다.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극의 주인공인 안소니의 집에서는 사라지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정신적 공간이자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물리적 공간이 교차하고 어긋나며 공포와 혼란을 가져다준다. 언제나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보호했던 집과 기억이 동시에 사라지며 시간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집과 함께 인간의 우주를 구성해 온 기억의 집은 희미해진다. 한 인간이 그간 구축해 온 모든 것이 사라지는 막막함이란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다. 어두운 심연으로 멀어질 안소니를 두고 떠나야만 하는 앤과, 그의 마음을 투영한 관객은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가 반드시 거쳐야 할 불가역적 소멸의 정서와 조응한다. 〈더 파더〉는 담담하고 조용히 삶의 작별을 말한다. 커다랗게 보였던 인간사는 광활한 공간의 한 점이라는 뒤늦은 자각과 함께, 그렇게 우주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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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재난 발생! 달이 지구로 떨어진다☄ 2022년 지금껏 본 적 없는 역대급 #재난블록버스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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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지로'와 '네즈코', '젠이츠', '이노스케'는 귀살대원들의 실종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타구모 산으로 향한다. 심상치 않은 기운의 나타구모 산에 도착한 '탄지로' 일행은 그곳에서 거미줄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귀살대원들과 싸우다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사실 그곳은 산 전체가 혈귀 거미 가족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게다가, '네즈코'를 노리는 '십이귀월'의 등장으로 '탄지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 .가짜 인연으로 엮어진 혈귀 가족 vs. 진짜 '인연'으로 엮인 '탄지로'와 '네즈코' 남매! 과연, 탄지로는 십이귀월에게서 네즈코를 지킬 수 있을까?
우리의 인연은 누구도 갈라놓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