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1-11-07 22:13:34
다시 시작해
<비긴 어게인>
좋은 음악, 좋은 영화를 찾아 떠도는 인디언(independent+ person)을 위한 영화.
"영화를 다시 보는 행위란"
나에게 영화를 다시 보는 시간은 자신의 성숙해짐에 감동하는 시간이다. 이 영화를 예시로 들었을 때 첫 번째 봤을 때보다 두 번째에 봤을 때가, 그리고 세 번째에 봤을 때에 이 영화에 대해 더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포인트들이 보이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되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겪으면서 드디어 감독이 의도한대로 바라보는 느낌이라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아,, 나 멋있게 잘 컸네,,, 이런 생각도 하고"라는 생각을 주니까)
그런 의미에 있어서 다시 찾게 만드는 영화들은 베리 머치 땡큐다. (비긴 어게인은 나 자신을 3번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나를 3번 사랑하게 만든 이 영화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음악
음악에 대해선 취향이 확고하며 질 인디 음악만 듣는 내가 유일하게 인정한 영화 ost다.(개인적으로 라라랜드 ost 별로 안 좋아함)
심지어 아무리 좋아하는 인디 음악이라도 여러번 들으면 질리는데, 이 영화의 ost는 도통 그럴 생각을 안 한다.
#거리 녹음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전부 일상적인 소음이 들어간다.(캔 따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 소리 등)
이 영화 특성상 거리에서 녹음을 해서 음반을 만드는 컨셉이기 때문에 ost에도 그러한 소음이 들어간다. 이 또한 나에게 베리 머치 땡큐였다.
녹음실에서 작업한 음악들은 음질은 좋아도, 알게 모르게 가수와의 벽이 확고하게 느껴졌다. 그에 반면 소음이 들어가는 음악들은 제 3자의 입장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나를 끌고 와 나를 바라보며 공연을 해준다.
주변에서 듣는 일상적 소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 노래에 공감할 수 있으며, 그 공간을 상상하게 만들어 더욱 더 생생하고 가사가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여기에 +a로 비긴 어게인은 녹음 장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비슷한 장소에 가서 이 영화의 ost를 틀면 <비긴 어게인>의 명대사
"내가 음악을 이래서 좋아해, 모든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니까"
와 비슷한 감정을 겪을 수 있게 해준다. 주인공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영화 한 번 봤다고 사는 것이 각박한 것만이 아니고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고 희망을 갖게 만들어주니까. 주변이 비현실적으로 서정적이라 삶에 애정을 겪게 만드니까. 내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영화 주인공과 관객이 겪는 감정의 벽을 허무는 방법을 제시해준 영화는 <비긴 어게인>이 최초였다.
첨원하지면, 가로등 빛이 유난히 빛나는 밤에, 연인과 산책할 때( 비 온 다음 날 혹은 건물의 빛이 산란이 되는 한강과 호수 공원이면 더 좋다.) 이 영화 ost를 트는 걸 추천한다.
그러면 너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이 물에 일렁이는 가로등 빛처럼 일렁이는 경험을 겪을 수 있을 테다.
더 이야기해봤자 구차해지는 것이기에
음악이 필요한 밤, 속는 셈치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는 분석해야 하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이다. 오늘 밤은 느낄 수 있는 영화 <비긴 어게인 어떤가요?>
파노라마 에디터_장현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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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편난 기억 너머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것들
애프터 양 (AFTER YANG, 2021)
"파편난 기억 너머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것들"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드라마, SF
러닝타임 : 96분
감독 : 코고나다
출연 :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 민
개인적인 평점 : 4.5/5
쿠키 영상 : 없음
애프터 양 줄거리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자 제이크 가족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 무엇을 남기고 싶었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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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됐던 애플 TV <파친코(1,2,3,7편)>의 연출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된 코고나다 감독의 신작 <애프터 양>이 전주 국제영화제를 거쳐 국내에 정식 개봉한다. 제23회 전주 국제영화제의 개봉작으로 선정된 <애프터 양>은 매 상영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애프터 양>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단편 소설 [양과의 안녕]을 각색한 작품으로, 테크노 사피엔스라 불리는 안드로이드가 각 가정에 보급된,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주인공 제이크 가족은 입양한 딸 미카의 고향인 중국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안드로이드 양을 구매한다. 양은 미카에게 선생님이 되어주기도 하고, 하나뿐인 형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미카 또한 양을 오빠라 부르며 그에게 의지하고 함께 마음을 나눈다.
어느 날, 수명이 다된 것인지 양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자 제이크는 공식 서비스 센터와 사설 센터를 오가며 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딜 가든 양은 다시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답만 돌아올 뿐이다. 제이크는 양을 차 뒷좌석에 앉힌 채 이곳저곳을 헤매다 마지막 보루로 테크노 사피엔스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박물관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양의 중심부에 저장되어 있던 그의 기억 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 양의 짧은 추억들을 함께 되짚으며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감정인 사랑과 행복했던 기억, 소중한 것의 상실과 회복, 나의 뿌리(정체성)와 인생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 하나의 아쉬웠던 점? 취향의 차이
개인적으로 <애프터 양>은 상당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사심이 가득해서 더 좋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미리 말하자면 이번 리뷰에선 영화의 장단점을 비슷한 비율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나에겐 이 영화가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마친 후, 남아있는 감정에 푹 젖어있다가 다음 상영을 바로 예매했을 만큼 이 영화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아마 이 글의 90%는 영화의 장점과 내가 느꼈던 영화의 메시지들로 채워질 예정이라 아주 작은 아쉬웠던 점 하나를 먼저 던지고 가려고 한다.
<애프터 양>은 느린 속도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겐 추천하지 않는 영화다. 오프닝 신을 제외하면 스피드가 느껴지는 신이 거의 없고, 양의 기억이 짧게 파편 난 채로 재생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 전체가 마치 아름다운 비디오 일기처럼 흘러가는 느낌이 있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외적으로 감정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이나믹한 감정선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또 SF영화라 하여 상상력으로 가득한 세상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도 비추! 조용한 영화기 때문에 피곤한 상태로 관람하는 것 또한 비추다.
객관적으로 본 아쉬운 점은 이 정도가 있겠고..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단점도 아니고 그냥 취향 차이 정도가 아닐까? 오히려 난 이 천천히 흘러가는 화면들이 좋았다. 빠르지 않은 속도 덕분에 푸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연하게 느껴지는 바람 같은, 그 순간에 담긴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
오늘부터 나의 최애 주머니에 담긴 저스틴 H. 민 배우
이 영화에 처음 띠용-했던 건 코고나다 감독의 이름 때문이었고, 죽어도 꼭 봐야겠다!! 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저스틴 H. 민’이라는 배우 때문이었다. 올해 초, 나는 뒤늦게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통해 이 배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고, <애프터 양>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해사한 미소와 조곤조곤한 말투, 밝은 성격과 내 취향을 저격하는 매력적인 외모. 거기에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보여준 발랄함과 따스함이 뚝뚝 떨어지는 연기까지… 저스틴 H. 민은 내 눈에 쏙 들어오는 매력적인 배우였다. 그리고 나는 <애프터 양>을 보자마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저스틴 H. 민을 최애 주머니에 담아버렸다.
저스틴 H. 민 배우는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양’이 되어 스크린에 나타났다. 그는 언젠가는 로봇처럼 딱딱하고 어색하게, 언젠가는 따스한 오빠처럼, 언젠가는 든든한 부모님처럼, 또 다정한 연인처럼 느껴지는 여러 결의 눈빛을 흘리며 나의 마음을 완벽히 홀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저스틴 H. 민 배우는 단편 영화들을 제외하면 아직은 필모그래피가 많지 않은 배우인지라, 다양한 연기를 보지 못했었는데 <애프터 양>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나는 섬세하고 정갈한 그의 호흡에 속절없이 빨려 들었고 '이 배우는 지금도 엄청난 스타지만… 앞으로 더 잘될 배우가 확실하다!’고 외치며 그에게 뼈를 묻기로 다짐했다.
세련된 연출
<애프터 양>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다. 정확히 몇 년인진 알 수 없어도 왠지 멀지 않을 것 같은 미래로 보인다. 코고나다 감독은 익숙한 현재의 모습에 미래의 모습을 자연스레 녹여낸다. SF영화라 하면 정말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배경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정말 곧 다가올 것 같은 미래의 모습을 담았다. 안경과 닮은 판독기, 낯설지 않은 차의 구조, 지금도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카메라와 집, 가구들. 그래서인지 정말 이런 가족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몰입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인물들의 의복이나 음식, 차를 우려먹는 문화를 통해 영화 곳곳에 동양적인 요소들을 가미함과 동시에 깔끔한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건축물과 가구들을 배치함으로써 흠잡을 곳 없는 깔끔하고 안정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 영화의 세련됨은 오프닝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먼저 얘기하면 장면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으니 자세히 언급하진 않겠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H. 민 배우의 만남.
그들이 던지는 "~다운 건 무엇일까?" 하는 질문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H. 민 배우. 각자 떨어뜨려 놓아도 충분히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자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난 작품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영화에서 양과 가까운 사이였던 에이다는 양이 교육용 안드로이드로서 미카를 가르치기 위해 중국의 문화와 아시아인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한다. 양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시아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프로그램에 정보가 입력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 문화를 해박하게 알고 있지만 사실 중국에서 살아본 ㄴ적이 없는, 그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는 양은 미카를 가르치면서도 아시아인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제이크와 차를 마실 때도 그렇다. 차의 기원과 종류는 다 알고 있지만, 양은 차 한잔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그것이 어떤 맛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하나 더 예를 들자면 제이크의 찻집이 있다. 제이크는 잎이 그대로 살아있는 차를 판매한다. 영화의 첫 장면, 제이크의 찻집에 들어온 손님은 가루로 된 차가 없냐고 묻더니 "차 가루가 없는 찻집도 있냐"고 말하며 찻집을 나간다. 차 가루가 없는 찻집은 찻집답지 못한 걸까? 찻집 다움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제이크는 손님의 말을 마음에 담아뒀는지 차 가루를 내 양과 함께 차 한잔을 마셔보지만 가루로 된 차가 주는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시아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차를 즐긴다는 건 무엇일까?", "안드로이드다운 것은, 인간다운 것은 무엇일까?", "가족이란 건 무엇일까?" <애프터 양>은 무언가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애프터 양>을 만나기 전, 저스틴 H. 민 배우의 <애프터 양>이란 영화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터뷰를 읽고 가서인진 몰라도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H. 민 배우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끊임없이 던져야 했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온전히 느껴지는 듯했다.
차에 대한 기억이 없고 지식만 있어도 나는 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인가?, 중국에 대한 기억이 없고 역사에 대한 지식만 있어도 나는 아시아인이 되는 것인가?
저스틴 H. 민 배우는 자신 또한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분명 나는 한글을 배웠고, 한인 교회에 갔고, 한국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것이 나를 한국인답게 만들 수 있는 걸까?"하는 고민 말이다. 코고나다 감독 또한 이 영화를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영화라고 언급했다.
저스틴 H. 민은 양을 닮았고, 양은 저스틴 H. 민과 닮았다. 나는 과연 누구이고,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나다운 것인가. 저스틴 H. 민 배우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나’의 뿌리를 찾아가는 양의 여정이 곧 자신의 여정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양의 이름 + 뿌리와 정체성에 대하여
Yang이라는 이름은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H. 민이 항상 고민했던 '이민자(한국계 미국인)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매개체다. 우리는 Yang을 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영화 속 제이크의 가족은 Yang을 양이 아닌 '얭’에 가까운 발음으로 부른다.
저스틴 H. 민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코고나다 감독과 양의 이름에 대해 함께 고민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사람은 양의 발음을 실제 버전(양)으로 할지 미국화 된 발음(얭)으로 할지 신중히 고려해 '얭’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양인 부모들이 "Yang을 원래 발음에 가깝게 발음하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코고나다 감독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아시아와 서양이라는 두 개의 문화의 중간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양의 잘못 발음되는 이름을 통해 은유적으로 나타냈다고 한다. 아마 서양, 아시아의 문화 사이에서 정확히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모습을, 서양 부모들에 의해 '양’이 아닌 대충 '얭’으로 발음되는 그의 이름으로 비유했다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다양성에 대하여
위에서 언급한 "~다운 것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주인공인 제이크의 가족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엔 다양한 모습을 한 가족들이 나온다. 제이크의 가족은 백인 남성, 흑인 여성, 아시아인인 딸, 안드로이드로 구성되어있고 그의 옆집엔 복제 인간 아내와 아이를 둔 이웃이 살고 있다. 오프닝 신에 나오는 가족 댄스 대회의 참여 가족들 또한 피부색, 성별, 인간/복제 인간/안드로이드의 구분 없이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같은 인종인 부부가 이루는 것인가?, 또는 사회 통념상 정해진 보통의 연인들이 이루는 것인가? 아니면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이룰 수 있는 것인가? 그 무엇도 정답이 될 수 없다. "~ 다운 것"은 타인이 함부로 정할 수 없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이고, 그 답을 찾고, 정의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인것이다.
댄스 대회를 하면서 제이크의 가족들은 "우리가 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이들은 하나의 온전한 가족이 되어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한 팀이 되어 살아간다. 백인 아빠와 흑인 엄마, 입양된 아시아인 딸, 딸의 오빠 역할을 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혹시 이들을 감히 '가족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내가 아주 조금만 혼내주려고 하니 어디 한번 그렇게 말해보길 바란다…)
새로운 안드로이드
나는 지금껏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사뭇 건조할 것이라 생각했고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닫는 순간, 높은 확률로 슬퍼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은 달랐다. 그는 제이크의 가족에게 심어진 곁가지가 아닌 든든한 뿌리였고, 인간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슬퍼하지도 않았으며, 건조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진짜 인간들보다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아온 존재였다.
영화의 초반, 인간들의 눈으로 본 양은 딱딱한 로봇 같은 모습이다. 그는 미카와 대화를 나눌 때도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어딘가 어색한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양의 기억 속 양의 모습과 양이 느낀 감정들은 어떤 등장인물보다도 더 '인간다웠다'. 옆에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는 따뜻한 마음, 사랑한 사람을 잊지 않고 그의 주변을 맴도는 지고지순함, 거울을 보며 빙긋 웃어보는 모습까지. 수많은 기억을 저장하며 순수하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양의 모습은 아름다운 인간 그 자체였다.
여담으로 저스틴 H. 민 배우는 GV를 통해 양의 기억을 언급하며 양은 일상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다며, 관객분들도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생각해보니 내 일상을 단조로운 것이 아닌 매일 다른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본 날이, 일상에서 내 인생의 의미를 찾아본 날이 언제였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엔 왜 양이 주인공인지, 왜 그가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양의 기억을 여는 순간 확실히 알게 됐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애프터 양>인지. 그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옅은 흔들림과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기억들은 나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선물했다. 이런 사랑스럽고 복잡한 안드로이드 같으니…
양의 소중한 기억 속을 함께 유영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96분. 이 시간의 일부는 나의 '아름다웠던 순간' 중 하나로 고이 저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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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나를 모른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데 속은 완벽하게 곪아 있다. 27살, 젊고 탄탄한 몸과 피부, 좋은 학벌. 남부럽지 않은 월가에서 일하고 집도 삐까뻔쩍하다.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지 매일 아침에 피부에 팩을 하고 열심히 운동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을 모른다. 인간이지만 혐오와 분노 빼고는 별다른 감정이 없다. 서로의 명함, 입은 옷, 들리는 식당이 자신의 모든 것인양 뽐내고 비교한다. 내 명함보다 잘 빠진 명함을 보거나 내가 예약 못하는 인기많은 식당을 누가 예약했다고 하면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점점 멈출 수가 없어서 티가 날 정도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나는 썩어빠졌다고. 나는 사람을 죽였다고. 게다가 즐긴다고.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는다. 아무도 그를 보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은 듯한 눈동자로 그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은 아무 의미 없다고.
이 영화를 단순한 싸이코패스영화라고 볼 순 없을 것이다. 괴로워하는 그를 보면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주변 사람과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케이스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오늘의 주인공은 패트릭 베이트먼. 사이코패스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주인공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느낌이다. 어느 정도냐면 어지간한 살인이나 괴팍한 장면들에 무덤덤하고, 살인 전에 신이 난 그의 미소와 율동이 귀엽게 느껴지고 있다. 아마 그와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혹시 그에 비해 나는 용기가 없거나, 죄책감이 심한 것 정도는 아닐까.
영화를 관통하는 한마디는 초반과 후반에 나온다. 중요한 건 마지막 한마디다. 마스크팩을 벗으며 그는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진짜 자신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의 말미에서는 Inside doesn't matter. 안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모두들 실제로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름도, 대화도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가지는 건 역시나 그의 겉모습이다. 탄탄한 몸매, 잘 태닝한 피부, 명품 스타일의 옷과 소품들. 아무도 그에게 잘 지내는지, 건강한지, 보고 싶었다든지 묻지 않는다. 시체가 든 가방을 보며 '워후, 멋진 걸'.하는 말에 '응 장 폴 고티에꺼야.' 라는 심드렁한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없다. 하긴 뭐 태반이 약에 쩔어 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다. 정도의 차이일뿐 우리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아메리칸 사이코에 워너비 도르시아(Dorsia)가 있다면, 현실에선 요즘 뜨는 인스타 맛집이 있을까. 우리도 봐왔지 않는가. 음식을 제대로 먹고 즐기기보다 사진찍고 그곳에 갔다왔다고 자랑하는 것이 지나쳐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누가 입은 옷, 쓴 화장품들을 찾으며 더 예쁘고 멋있어지는데 고민을 하며 시간을 잔뜩 보내기도 한다. 자기 삶이 어떻게 보이는지 푹 빠져 건사하기 바쁘다보니 다른 사람의 말은 영화처럼 한 귀로 흘려듣게 되기도 한다. 듣고 있으면서 듣고 있지 않을 때도 많다.
패트릭의 내면은 황폐하게 버려져 있다. 그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월급루팡처럼 십자말풀이에는 뼈와 살, 가슴, 피 같은 그의 머릿속 초유의 관심사를 적고 음악을 듣고 있다. 그러나 대체 그런 건 누가 신경쓰겠는가. 그의 부사장 지위가 중요할 뿐이다. 그나마 조금 가까운 약혼녀는 묻는다. 왜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그 일 하는거야? 그의 답은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다. 맞지 않아도 맞춰서 살아보려고 한다는 거다. 그의 모든 것은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된 것이다. 하버드 경영학과도, 어쩌면 클럽에서 하는 코카인, 머리스타일도 그냥 남들이 다 하는거라 그들과 맞추려고 시작한 것 아닐까. 그에게 자유나 개성이란 건 없다. 우리는 주인공인 패트릭을 보지만 사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그는 어느 월가의 젊은 금수저 한량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손쓸 수 없이 망가지고 있고,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얘기했다. 우습게도 그가 가장 행복해보이는 순간은 이 모든 일련의 살인(혹은 그의 망상)을 고백했을 때이다. 왜 그렇게 기뻤을까. 늘 패트릭을 얼간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엄청난 일을 저질렀고, 드디어 한 순간이나마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가 필요했던 것은 인정과 관심이다. 자신이 아파하면 남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고, 비정상적인 일을 저질러서 다른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싶었던 것이다.
살인은 그가 생각하는 개성이자 새로운 힘의 표출방법이다. 패트릭은 똑똑하게 이 세계를 알고 있다. 화가 나면 뒷골목의 약자들을 찾아간다. 남들 앞에선 오, 우리는 노숙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입바른 소리를 내뱉는 그는 가짜다. 더럽고 냄새나고 무능력한 노숙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죽인다. 특이하게 자신의 동료를 한 명 죽인다. 그의 행동 중 안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큼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는 그럴 만 했다. 그의 자존심을 온갖 방법으로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도 꾸준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보다 멋진 명함을 갖고 있고 식당 예약은 더 잘 하고, 게다가 그의 진짜 이름을 들먹이며 멍청하고 한심한 녀석이라고 욕한다. 더 이상 그를 더 모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는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과격하다. 뒷골목의 여자들을 학대한다. 자신이 이렇게 능력있고 탄탄한 체력을 갖고 있다는 자기애에 도취되어 거울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카메라까지 동원하는 남자라니. 특히 금발의 여자에게 엄청난 스크래치라도 입은 것인지 취향이 확고하다. 그가 만나는 여자는 모두 금발이다. 약혼녀, 내연녀 관계의 코트니, 비서 진, 에스코트 걸들까지.
이상한 점은 남자들처럼 그냥 죽이지 않고 여성의 경우 성적으로 유린하고 죽인다는 점이다. 힘과 권력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모든 여성은 그에겐 힘이나 지위든 어느 면에서나 밀리기 마련이다. 이건 그만의 생각은 아니다. 그의 동료들과의 대화에선 세상에 성격좋은 여자는 없다는 결론이 난다. 자신들의 온갖 성적 취향을 맞춰주고 멍청하지 않은 그런 여자는 이데아라나. 게다가 똑똑하고 성격좋은 여자는 없단다. 오 있댔지, 못생긴 여자. 그나마 약혼녀와 내연녀는 죽이려는 충동도 없고, 건드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이건 그가 새삼스레 일말의 보루가 있는게 아니다. 그쪽은 건들면 골치 아픈 걸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과도 연루되어 있고, 숨기기도 쉽지 않다. 그들의 친구가 그의 친구들이니까. 비서나 에스코트걸들이야 돈이나 많이 찔러주거나 소리 소문 없이 없애버리기 어렵지 않으니까.
그의 살인에는 이상하게도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살인이라는 체력적 소모가 심한 노동에 필요한 노동요라도 되듯, 마치 이 상황이 별 것 아니라는 듯 미끼처럼 혹은 음악 마니아처럼 그는 온갖 명곡들을 자체 bgm으로 틀어놓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들으면 정말 그 곡을, 그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는 좋은 머리로 그럴싸한 평론을 외워서 읊조리고 있다. 외우느라 힘들었겠네, 정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이는 생기있는 눈빛이나 감탄사보다는 기술적이고 덤덤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로 살인을 하기 위한 신나는 몸동작과는 대조적이다. 사실상 그의 개성을 표출한다는 살인마저도 다른 이의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신경쓰는 식당의 요리라도 되는 양 살인 앞에서 고상한 말들을 늘어놓는 꼬락서니라니.
그가 실제로 사람들을 죽였는가, 죽이지 않았는가는 영화를 볼 수록 아리송하다. 그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고 그가 죽였다고 한 사람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판기에는 고양이를 넣어주세요 같은 말도 안 되는 광경도 펼쳐진다. 그가 시체를 숨기는 은신처로 썼던 폴 알렌의 집은 다시 찾아가보니 구조도 다를 뿐더러 시체도 없다. 영화 <블랙 스완>에 나오듯 그의 내면이 불어일으킨 환상일 수도 있다. 착하고 억눌린 백조에서 경쟁자를 찔러 죽이고 흑조로 재탄생하던 니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녀가 찌른 것은 자신이었고 누가 찔렸든간에 그녀는 자신은 완벽했다며 기뻐했다. 패트릭은 그의 넘치는 자신의 몸 사랑을 생각하면 자해를 했을 가능성도 적다. 또한 자신이 죽인(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게 그의 환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는 않다. 영화의 입장대로 겉으로 드러나는 게 중요한 거니까. 오히려 무서웠던 건 마지막 독백 때문이었다. 불러도 답이 오지 않는 이 상황에 모든 걸 초월했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 뭔가 저질러도 단단히 저지를 그 눈빛.
시도 때도 없이 그는 자신의 비밀을 폭로하고 있고, 폭로하고 싶어하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고작 그의 비서 진이 그가 끄적인 낙서로 알았을 뿐이다. 그는 길티 플레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기관리의 1인자처럼 착실해보였던 그가 사실 엄청 비틀렸고 못된 짓을 했다는 걸,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맞춰살지 않고 내 멋대로 산다는 걸, 들킬까봐 두려우면서도 어서 알아주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이 그에게 불안한 매력을 선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똑똑한 그가 알고 있듯, 그가 아무리 무슨 짓을 해도, 설사 그것이 들킨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어차피 세상에서 죽어있는 존재이다. 그것이 영원히 그가 벗어나지 못하는 덫이다. 그렇게 살아있다고 소리쳐봐도 모든 것은 다른 삶의 소음에 묻힌다.
상상해보자. '패트릭 베이트먼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도 다같이 멈칫했다가 심드렁하고 예측가능하게 말을 돌리지 않을까. '아, 그 얼간이 녀석이요. 멍청한 짓은 다하고 다녔는데.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혔다가 인생 종친 하버드 녀석이죠', 하거나 '흠, 저녁은 어디서 먹지. 딱히 땡기는 곳은 없는데, 도르시아?'라고 하거나, '자자, 새로 산 명함이야. 어때? '아니, 내 꺼 좀 봐.' 하며 어깨에 힘주고 자랑하고 있겠지. 역설적으로 그가 홀대했던 내연녀 코트니나 비서 진 정도만 말문을 잃은 채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그녀들이 그를 걱정해주면 믿지 않았다.
그렇다. 영화 < 아메리칸 사이코 >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선혈이 낭자한 살인이 아니다. 수많은 말이 오가도 진실과 내면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익숙한 외로움. 남다를 것 없는 일상의 변하지 않을 단절감. 딱히 아메리칸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보편적인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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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해줘요. 괜찮은 사람이라고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내가 복권이 당첨이 된다면’
지금 집보다 넓은 곳으로 이사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또 사고 싶었던 것도 사야지. 돈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생활할 거야.라는 것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텍사스의 한 마을에서 복권에 당첨된 레슬리는 그 기쁜 순간이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19만 달러 복권 당첨금 피켓을 두 손 높이 들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기뻐하는 그녀는 아들의 생일 날짜로 복권이 당첨된 행운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어제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기분.
집도 한 채 사고, 아들에게 선물도 사주고, 친구들에게 술도 한잔 쏘고!
이제 인생이 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레슬리.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가능성을 선물 받은 그날 이후, 레슬리에게는 어떤 일이 생긴 걸까?
그로부터 6년 뒤, 레슬리는 모텔 방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웃 방에 사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들 외면하고, 레슬리는 작은 슈트케이스 하나만 달랑 가지고 그곳을 떠난다. 도움을 요청할 것도, 갈 곳도 없는 그녀는 몇 년 만에 만나지도 모를 아들 제임스를 찾아간다. 어색함이 감도는 사이지만, 초췌하기 짝이 없는 엄마를 데리고 집으로 가고, 옷도 사주며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다. 술은 마시지 말라는 조건을 걸지만, 호기롭게 대답한 것과는 다르게 아들이 일을 하러 가자, 바로 술을 사러 가는 레슬리. 게다가 함께 사는 친구의 돈 마저 훔친 것을 알게 되자, 제임스는 내내 억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나오고,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엄마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엄마인 레슬리 보다, 엄마의 친구인 낸시와 더치에게 더 의지 해야 했던 제임스. 걔네들이 나빴다고 이야기하는 레슬리와, 그 사람들은 엄마를 도운 거라고 이야기하는 제임스의 태도에서, 레슬리는 복권에 당첨된 뒤, 고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게 한다.
고향에 돌아간 뒤에도 레슬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잘 곳은 생겼지만, 마음 둘 곳은 없다.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레슬리의 귀향 자체가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오르내리고, 가까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전염병에라도 걸릴 것처럼 피하는 것도 모자라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진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생을 시작하는 쪽이 더 쉬울지 모른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경멸과 비난을 쏟아 내는 것을 맞서며 일어서는 것은 더 큰 마음의 생채기를 내는 일이 되니까. 보란 듯이 기세등등해 보이려고 더 악을 써보지만,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처럼 무너지고, 메말라 부서져 버렸다. 술에 취해 아들을 버려두고 도망간 엄마는 인간으로서 용서받기엔 너무도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 틀림없다.
희망이라고는 한 가닥도 없는 삶. 살아가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이고,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차 막막한 현실. 자신을 잘 아는 지인들이 있는 고향이건만,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재워 줄 곳도 없어, 빈 건물에서 노숙을 하는 레슬리에게, 외지에서 온 모텔 관리인 스위니가 다가와 숙식제공 일자리를 제안한다.
“당신한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당신을 나쁘게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하는 스위니의 편견 없는 태도는 서서히 레슬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바짝 말라 바스러진 인생에 물을 주고, 촉촉이 적셔 다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는 것은, 결국 단 한 명이 내민 손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엉망진창 나락으로 빠진 삶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는 레슬리에게, 만약 친구 중 한 명이라도 “잘 돌아왔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라고 마음을 다해 안아주었다면 , 레슬리는 어땠을까? 지난 6년의 삶에서 레슬리를 가장 경멸한 것은, 타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레슬리 자신이었을 것이다.
술집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자신에게 필요했던 그 말을 해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결국 누군가를 다시 세우는 것은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 다는 것을. 다정한 눈빛과 편견 없는 태도는 인생을 구원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아들은 버린 엄마라 할지라도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내 옆에 누군가가 흔들리고 있다면, 따스하게 말해주자.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 말이 한 줄기 빛이 되어, 누군가의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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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위도우>,나쁜 아빠 죽이고 이상한 아빠 이해하기
오랫동안 기다린 마블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 <블랙 위도우>!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나타샤의 영웅성이 발휘될 수 있었던 지점!
'소울스톤'을 구하여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던 나타샤 힘의 원천을 발견한 것이다!
나타샤가 가진 진짜 힘의 원천!
왜 소울 스톤을 구한 것은 '나타샤'이어야 했는지!
블랙 위도우, 나타샤
<블랙 위도우>에는, 나타샤의 두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 두 아버지 중 친아버지는 없다. 나타샤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모른다.
친아버지의 이름은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소울 스톤을 구하러 갔을 때, 레드스컬에게 처음 듣는다.)
나타샤가 성장하는 과정 중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두 인물, 나름의 아버지상으로 다가간 두 인물!
위 : 드레이코프 장군/ 아래 : 알렉세이 (레드가디언)
#드레이코프 장군은, 오갈데 없는 어린 소녀들을 데려다가 혹독한 훈련을 시켜 최강의 암살자 스파이 부대, '위도우'들을 육성하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약하고 결함있는 소녀들을 가차없이 죽인다. 그는 화학물질로 위도우들의 뇌를 세뇌시켜, 자기 마음대로 위도우들의 행동을 조정한다.
#알렉세이(한때, 레드 가디언)는, 드레이코프 장군의 최측근으로 미국에서 나타샤를 비롯해 다른 세명의 스파이들과 '가짜 가족' 행세를 하며 3년간 살았다. 미국에서 가짜 가족들과 함께 탈출한 뒤에 좌천되어 감옥에 갇힌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가 이 두 아버지와의 관계를 매듭짓고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영웅의 속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암살자 스파이 조직의 일원으로 길러진 나타샤는,
어린 시절 3년간 미국 오하이오에서 다른 스파이 요원들과 함께 '가족' 행세를 하며 산다.
위 : 어린 나타샤(언니 역) / 아래 : 어린 옐레나(동생 역)
위 : 알렉세이(아버지 역) / 아래 : 멜레나(어머니 역)
3년간 미국 오하이오에서 '가족' 행세를 하며 살았던, 나타샤, 옐레나, 알렉세이, 멜레나.
그러나 갑작스레 가족 행세를 멈추고 억지로 흩어지게 되면서,
각자의 혹독한 삶을 스스로 생존하게 되면서,
가족 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나타샤와 옐레나
다시 만나게 된 나타샤와 옐레나는, 처음에는 엄청 치고받고 싸우고 난리가 나지만,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위도우들 뇌에 화학물질을 주입시켜 그들의 정신과 몸을 지배하는 '드레이코프' 장군을 함께 무찌르기로 한 것이다.
포악하고 잔인한 아버지상, 드레이코프
드레이코프는 모든 위도우들을 탄생시킨 인물, 모든 위도우들의 아버지이다.
위도우들의 뇌를 세뇌시켜 그들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위도우들은 '자유 의지'가 없다.
싸우다 다치면, 드레이코프는 스스로 자살하게 만든다.
죽고 싶지 않아도, 위도우들은, 소녀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죽어야만 한다.
이 얼마나 포악하고 잔인한 아버지상인가.
자녀를 자기 소유물로 여기며, 자기뜻대로만 움직이게 만드는 아버지.
자기 뜻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차없이 벌을 내리는, 잔인하고 무서운 아버지.
#정말로 소름돋았던 장면.
블랙 위도우가 드레이코프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이 있었다.
내 냄새만 맡아도 너희는 두려움에 떨어 나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드레이코프는 냄새로 위도우들을 조정한다.
드레이코프의 냄새를 맡으면 몸이 굳어져서, 드레이코프를 공격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냄새만 맡아도, 몸이 굳어지게 된다니..
소름돋으면서도, 너무나 정확한 현실 묘사가 아닌가.
정말 그렇다. 내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에 갇혀 있으면,
그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몸이 굳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지만, 그 잘못된 것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 두려움은 스스로 깨야한다.
나타샤는, 스스로 그 두려움을 깨부수고,
드레이코프를 공격한다.
그리고 결국 나타샤와 옐레나 자매는 (알렉세이와 멜레나의 도움을 받아) 나쁜 아빠 죽이기에 성공한다!
오랫동안 그들에게서 '자유 의지'를 빼앗았던, 그들을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처럼 여겼던 나쁜 아버지를 없앤 것이다!
나쁜 부모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그 자녀는 평생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
살아있어도 진짜 살아있지 않은 상태!드레이코프가 살아있는한, 위도우들은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능력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휘해야만 하는,
조금의 실수도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자유의지가 없는,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살아있어도 진짜 살아있는 것이 아닌 상태.
나타샤와 옐레나가 '나쁜 아빠'를 물리치기 위한 과정에서 반드시 재정립해야 했던 관계가 있었다!
바로 가짜 아빠, 가짜 엄마라고 우겼던, 알렉세이와 멜레나!
특히 알렉세이는 그들에게 우스꽝스럽고 이상한 모습일 뿐이었다.
당신들은 나의 진짜 부모인적 없었다!
당신들은 가짜다!다시 만난 네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된다.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게 된 네 사람은 그간의 감정이 폭발하여 싸우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그 싸움 끝에 깨닫게 된 것은,
아, 이게 찐이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이 '가짜 가족' 행세를 하며 살았던 시기가,
이들 모두에게는,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유일한 추억거리. 유일한 진짜의 기억.
드레이코프에게 조정당하는 삶이 아닌,
유일하게 자신들의 의지로, 소망으로, 기쁨으로 가득했던 시간!
서로가 가짜였다고 우겨보지만, 이들에게 진짜로 남아있는 것은 역시 서로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블랙 위도우, 나타샤의 영웅적 자질이 완성된다!
내가 가짜라고 여기던 것이 진짜였구나! 내가 가진 것이 진짜구나!
나에게도 진짜 가족이 있구나!부정적으로 여기던 것의 또 다른 측면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가짜라고만 여기던 것의 새로운 속성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나타샤가 가진 진짜 힘, "사랑"이 완성된다.
왜 '소울스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것은 '나타샤'이어야만 했나!
'
소울 스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 나타샤 (어벤져스 : 엔드게임 중)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진짜 '가족'을 사랑할 줄 아는 나타샤야 말로, 나의 영혼과 소울 스톤을 맞바꿀 정도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함께 소울스톤을 구하러 갔던 호크아이는, 오직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에 집중한 인물이다.
소울스톤을 구하러 간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
자기 가족들이 사라졌을때, 아내와 아이들이 사라졌을 때,
그 비통함을 참지 못해 막무가내 살상을 벌인다.
그가 최우선으로 신경 쓰는 것은 그의 아내와 아이들, 혈연관계로 구성된 가족들이었다.
그러나 한번도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나타샤는,
혈연을 넘어서는 가족 관계를 맺는 것의 의미를 몸소 깨닫는 인물이다.
얼핏 가짜처럼 보이는 것의 또 다른 측면, 새로운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인물이다.
그래서, 나타샤는 '소울 스톤'을 구하기 위해, '진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다.
진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혈연 관계를 넘어선 가족들을 진짜 사랑할 줄 아는 힘이,
인류를 구원하는 가장 결정적이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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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함께> 시리즈 속 지친 삶을 위로하는 명대사 공개!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과,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이 1월 재개봉되며 영화 속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로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함께> 시리즈는 저승에서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신과함께-죄와 벌>과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가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신과함께-인과 연> 2편으로 각각 1,440만 명, 1,22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시리즈 모두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는 3편과 4편 제작 소식을 알리기도 해 사람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신기록과 완성도 높은 CG를 자랑하는 영화 <신과함께>의 후속편을 기대하며 재개봉한 영화 <신과함께> 주인공들의 다양한 메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 하지 말자" - 수홍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수홍’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력으로 뜨거운 호평을 받은 김동욱 배우는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라는 명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극 중 자신의 형 ‘자홍’을 먼저 떠나 보낸 후 원망과 그리움이 사무친 마음을 표현한 이 대사는, 많은 관객들의 기억 속 삶에 위로가 되는 명대사로 남아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도, 지금 김자홍 씨처럼 저승 와서 말할 때 보면 다 예쁜 추억이 되어있어요" – 덕춘
러블리한 매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덕춘’역을 완벽히 소화한 김향기 배우의 아름다운 명대사도 돋보인다. ‘덕춘’의 대사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도 지금 김자홍 씨처럼 저승 와서 말할 때 보면 다 예쁜 추억이 되어있어요”는 관객들을 긍정적인 사고로 가득 채워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요즘, 힘을 북돋아주는 덕춘의 명대사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나쁜 인간은 없다는거, 나쁜 상황이 있는거지" – 성주신
저승차사 출신의 집을 지키는 ‘성주신’역할을 맡은 마동석 배우도 주옥 같은 명대사로 수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강한 인상의 ‘성주신’이 나지막이 전하는 속 깊은 대사 “나쁜 인간은 없다는거, 나쁜 상황이 있는거지”는 삭막한 세상 속 타인의 상황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영화 <신과함께> 3편 촬영은 올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월 7일과 21일 재개봉하여 지금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신과함께>시리즈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위로 받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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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외계+인 1부>가 공개되고, 1년 반 만에 2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았던 터라 반환점을 돌고 마무리를 향해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2부는 1부에서 뿌려 놓은 떡밥을 회수하는데 성공한다. 액션, 코믹 등 보는 재미도 괜찮다. 하지만 딱 그만큼 만이다. 멋지게 결승점으로 들어오기에는 태생적으로 힘이 부족하고, 뿌려 놓은 떡밥을 거둬드리는데 급급하다. 마치 2부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치보다 높게 잡고 가다 마지막에 가서야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회수에 무게 중심을 두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2022년 외계인 죄수들에게 쫓기던 중 가드(김우빈), 썬더(김우빈)와 함께 고려 시대로 도망친 이안(김태리)은 홀로 성장하며 신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신검을 찾아야 미래로 복귀하고,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외계인 자장(김의성)은 이안을 계속 추격하고, 무륵(류준열)은 이안을 도와 적들을 막는다.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무륵 안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며 그를 계속 쫓고,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는 눈을 뜨기 위해 신검을 찾아 나선다. 한편, 2022년 서울에서는 외계인의 정체를 알게 된 민개인(이하늬)은 자신만의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채비를 한다.
1부가 방대한 세계관을 소개하고, 인물들의 전사를 소개하는 등 빌드업에 치중했다면, 2부는 이를 발판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스피디한 전개와 화끈한 웃음, 그리고 이안과 무륵의 관계에 집중한다. 여기에 약간의 반전이 추가되면서 1부와 다른 2부만의 면모를 보여준다. 1부를 안본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초반 이안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사를 확인할 수 있으니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2부는 1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50여 가지의 편집본을 완성한 최동훈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이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스토리와 액션 등 장르 영화의 재미를 부각시켜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1부의 단점이 2부에서 충분히 메워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최동훈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중심 주제가 이 시리즈에서는 너무 가볍게 다뤄지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인물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하나의 물건을 가지려는 케이퍼 장르의 특장점이 도드라져 있다는 것,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말맛이 넘치는 대사,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이를 알아가는 진득한 과정에 있다.
감독이 창조한 캐릭터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가명 혹은 1인 2역 이거나, (본의 아니게) 남을 속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범죄의 재구성>의 최창혁(박신양), <도둑들>의 마카오박(김윤석), <암살>의 안옥윤(전지현), 후자는 <타짜>의 고니(조승우),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왜 가명을 쓰고 남을 속이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저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찾아가기 위함에 있다. 특히 안옥윤은 후반부 쌍둥이 자매로 연기하며 자신은 친일파 집안의 딸임에도 이를 부정하고 독립군으로 사는 것을 결정한다. 고니는 구라가 판치는 도박 세계에서 발은 담근 후, 마지막 아귀(김윤석)와의 승부에서는 구라가 아닌 진실로 승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이 시리즈에서도 이안과 무륵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인간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가는 설정에 기반, 자신의 몸에 설계자 혹은 누군가가 들어간 것으로 여기는 무륵은 계속 자신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갖는다. 얼뜨기 도사인지 설계자인지, 그렇다면 부채에서 검을 집어 든 도술은 누구의 힘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궁금증 말이다.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후반부 그는 이 모든 실타래가 풀린 후 멋지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한다. 이안도 무륵과 같은 내면의 여정을 겪은 후 똑같은 결과물을 얻는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얕고 빠르다. 무륵과 이안의 내면과 그 고민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코믹함이 가미되고, 액션이 난무한다. 그리고 말 한마디와 장면 한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든다. 관객 또한 두 인물의 고민에 동참하고 그의 심리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그런 틈이 없다. 물론, 장르 영화에서 이런 부분은 부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면 마다 캐릭터와 상황이 붕 뜬 느낌을 주는 시리즈 특성상 조금이라도 지면에 발을 딛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꼭 필요했다. 그래야 캐릭터에 마음이 가 닿으니까 말이다.
극 중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의 활용도 아쉽다. 영화는 이 말을 빌려, 서로 다른 시간과 세계에서 온 이들이 관계를 맺고 힘을 합쳐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들의 관계, 더불어 결국 자신의 세계로 남고 떠나야 하는 이안과 무륵, 이안과 유사 가족(가드, 썬더)의 관계를 설명한다. 함축적으로 그 의미와 메시지 전달에 용이하지만, 주마간산의 느낌은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와 가장 닮은 <전우치>가 다른 전작들보다 완성도가 낮게 평가되는 건 이번 시리즈가 간과한 이 부분이 결여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우치>에서 마음이 가는 건 주인공 전우치(강동원)도,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인경(임수정)도 아닌 치매 걸린 노파의 예언(운명)에 굴복하는 화담(김윤석)이다. 도사인 줄 알았지만, 요괴였고, 운명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운명에 따라가게 되는 이 인물은 전우치와 인경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전우치와 인경과 달리, 화담이란 캐릭터가 가진 무게감과 생각할 거리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외계+인 2부>는 재미있게 즐기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외계인이 나오고, 신선, 도사가 나와 한바탕 신나게 노는 영화가 이 세상 어디 있으랴.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뿐이다. 아쉽다. 360억 원의 제작비를 떠나서,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해 나갔던 감독의 영화라서 더 그렇다. 인생은 ‘회자정리 거자필반’ 아니던가. <외계+인> 시리즈는 이제 떠나보내고, 감독의 장점이 담긴 작품으로 돌아오길. 갈고 닦은 그만의 신검으로 관객의 가슴에 '콱' 찍어주길 바란다.
사진 제공: CJ ENM
평점: 2.5 / 5.0
한줄평: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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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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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이 영상을 보셔야 예고편 이해가 100% 됩니다ㅣEBSㅣDUNEㅣ티모시 샬라메ㅣ듄 예고편ㅣ워너브라더스ㅣ드니 빌뇌브
? '듄(DUNE)' 영화 예고편 분석 및 원작소설 / 스토리 요약정리
-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듄 #듄영화예고편 #듄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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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스펙트> 메인 예고편
내면의 폭풍을 이겨낸 강한 여자
세상을 바꾸고 영혼을 위로한 환상의 디바
아레사 프랭클린.
그녀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