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2021-02-18 00:00:0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우리가 꿈꿔온 완벽한 엔딩을 만나다!
출처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지난 제25 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며 호평을 받은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달라진 엔딩과 새로운 캐릭터 해석까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감독 타무라 코타로가 “ 조제와 츠네오의 그 이후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 영화에 도전했다 ” 고 밝히는 등 원작 도서, 실사 영화와는 다른 전개와 결말을 담아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먼저 접한 관객의 “ 연애에만 치중하지 않고 성장에 초점을 둔 이야기라 실사 영화보다 좋았어요 ” 라는 후기가 보여주듯이 새로운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은 기존 관객들에게 익숙한 조제와 츠네오의 로맨스 뿐 아니라 그들의 꿈과 도전을 그려내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또한, 두 사람의 갈등 이후의 성장에 주목해 씁쓸한 이별대신 희망적인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더욱더 벅찬 감동을 안겨 준다.
이야기가 풍성해진 만큼 츠네오와 조제 역시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그려져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릴 전망이다. 지구 반대편 새로운 세상으로 유학을 꿈꾸며 아르바이트에 매진하는 츠네오와 답답한 방에 갇혀 그림으로 상상 속의 세상을 펼쳐나가는 조제는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꿈을 찾아 단단하게 성장하는 새로운 츠네오와 조제의 모습은 방황하는 현실 세계의 20대의 모습을 투영함과 동시에 이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오는 3월 개봉을 확정 지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캐릭터 해석부터 엔딩 그리고 감성적인 그림과 색채까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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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이 꼿꼿한 사람
SYNOPSIS.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
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POINT.
✔️ 초고령화 사회, 인간성을 잃어가는 듯 느껴지는 뉴스가 쏟아지는 지금, 볼 가치가 있는 영화
✔️ 주인공 ‘미치’ 역의 배우 ‘바이쇼 치에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소피 성우이기도 합니다. 극중에도 언급될 만큼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 ‘미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 난 이게 미치 씨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눈여겨본 단편 감독의, 첫 장편 작품. 봉준호처럼 현실 인식이 서늘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처럼 풀어가지만, 그보다 단단하고 무게중심이 낮은 느낌입니다. 차기작이 벌써 기대됩니다.
✔️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은 작품
✔️ 2월 7일 개봉
오래 전 누군가에게 들은 적 있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 그러니까 처음 5-10분은 그 영화를 이끌어가는 내용이자, 나중에 돌아보면 그 부분만 봐도 영화를 다 본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적극 동의하는 동시에 소름이 끼칠 것이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가 되는 ‘플랜75’ 정책은 결국 오프닝 시퀀스에 나온 사건을 아주 천천히, 공적인 탈을 쓰고, 풀어서 진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권리인가? 이 질문은 결국 존엄사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논쟁이 언제나 편치 않았는데, 누군가에게는 ‘존엄’을 지킬 선택이겠지만, 적어도 이 사회에서는 ‘죽음을 선택할’ 자리까지 떠밀린 사람들에게 마지막 버튼을 눌러 주는 것이거나, 의료라는 흰 베일을 뒤집어쓴 살인이 훨씬 많으리라는 기분 나쁜 예상 때문이었다.
유독 인물들의 뒷모습을 많이 담아낸 이 영화 속에서, 나는 마치 서래를 본 해준처럼 생각했다. 미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난 그게 미치 씨에 대해서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꼿꼿한 등처럼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다. 꼼꼼하게 일하고, 퇴근해서 장 본 식재료를 정리하고, 베란다에 걸어 두었던 옷을 다시 들여놓는 사람. 퀴즈 쇼에 도전하고 상품을 노리는 사람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도 그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정갈한 식사를 한다. 호기로운 도전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마음 같은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정하고 알뜰한 일상.
그러나 국가는 이러한 미치의 일상을 보지 않는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예산 들어갈 곳’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존엄사 신청을 받는 국가에게, 미치는 그저 75세를 넘은 노인일 뿐이다. 국가가 국민을 죽이는 방법으로 명맥을 유지하다니. 누군가의 미래를 짓밟아서 도달하는 곳을 우리가 감히 미래라 불러도 될까.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미래는 무엇인가. 영화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좋은 영화가 으레 그렇듯, 무거운 질문에 답안이 될 수 있을 여러 가지를 그저 보여준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부유하지는 않아도 자기 일과 머리 누울 집이 있던 미치에게서, 국가는 그의 세상을 하나씩 잘라내고 몰아낸다. 죽음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는 자리까지 사람을 몰아세우는 느낌마저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노인의 가난을 단지 그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책 <가난의 문법>이 생각났다. 나아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며, 노인 자살률이 OECD 압도적 1위라는 한국의 통계치 또한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과연 그러한 죽음은 ‘자’살인가? 미치를 끊임없이 몰아간 끝에, 라바콘 불빛이 경고등처럼 온통 붉게 번쩍거리는 어느 밤. 온통 빛이 번쩍번쩍하지만 온기는 없는 밤이 마치 이 사회 같았다.
온기 없이 휘황찬란한 세상에서, 미치는 계속해서 꼿꼿하게 걷고, 정갈하게 먹고, 조용히 배려하며, 더없이 예의 바른 언어를 구사한다. 그 중에서도 “신세(お世話)”라는 단어는 세 번 이상 쓴다. 이 단어는 사전에 “도와줌, 보살핌; 폐, 신세, 귀찮은 일”로 등장하데, 도움을 받으면서 폐를 끼치게 되어 송구한 마음을 담을 때 쓴다. 꽃다발을 받으며 명예 퇴직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의 의미로, 플랜75 상담원과의 첫 통화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통화에서 “마지막까지 신세 지게 되네요”로 차차 등장한다.
기초 일본어 회화에서 배우는 문장인데, 퇴직하면서 마지막으로 사물함을 깨끗이 닦고 감사 인사를 남기는 미치의 성격상 자연스러운 문장인데, 유독 귀에 툭 걸렸다. 생각해 보면 이 영화 속에서 스스로를 낮추는 단어들은 죄다 귀에 툭툭 걸렸다. 스스로에 대한 낮춤말이 존댓말 못지않게 발달한 일본어에서는 과히 이상할 게 없는 표현들인데, 왜 그 겸양의 표현들이 마음에 걸렸을까. 공적인 탈을 쓰고 무례한 죽음이 판을 치는 세상에 끝내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건 아닌지.
#우리는 얼마나 다를까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장애인에게도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문장만큼이나, 노인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 또한 당연한 소리다. 너무 당연해서 흰소리처럼 느껴져야 하는, 힘주어 말할 필요 없는 문장이어야 한다. 당연히 노인은 ‘우리’와 ‘그들’로 나뉘는 개념이 아니어야 하며, 사람이니까 당연히 다르지 않다. 그 모습이 무너진 세상을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인간의 면면을 비춘다.
미치와 직장 친구들의 대화, 그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보면 젊은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이 영화 속 젊은이들과 노인들은 여러 차례 같은 자리에 선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 기차 차단봉 앞에 잠시 서는 것은 미치도 히로무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플랜75로 사망한 노인들의 짐을 정리하고 물건을 털어 보는 마리아와 동료의 모습에서는, 누구라도 아우슈비츠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서로, 그리고 현실의 어떤 면과 끊임없이 공명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다르냐고.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담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황혼의 반란>에서 주인공 프레드가 남겼던 말, “너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게다”는 문장이 그렇게 이 영화에서도 우리에게 파고든다. 플랜75는 노인들에게는 죽음을 선사하지만, 히로무와 요코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는 더 큰 내상을 입히고 있음이 영화에 절절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 속 ‘플랜75’가 지향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성과로 들이미는 것은 “경제적 파급 효과”다. 그건 정말 좋은 것일까? 어쩌면 그건 군더더기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부가 가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밭에서 “농작물 가격을 잘 쳐주지 않다” 수확할수록 손해가 나서 농작물을 갈아엎는데, 마트에서는 너무 비싸서 못 사먹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면, 이 ‘부가’된 것은 가치일까 군더더기일까. 그 군더더기를 만들기 위해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버린다면, 그걸 어떻게 부가 가치라고 부를 수 있을까.
팔을 베고 식탁에 엎드린 미치가 이내 응시하는 어둠. 낮잠에서 깨어난 마리아가 같은 자세로 팔을 베고 응시하는 어둠. 그 시선 끝에, 절대 자구책이 될 수 없는 군더더기가 구더기처럼 우글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등에 이야기를 매달고
친구에게 몇 번씩 걸어도 도저히 가 닿지 않던 미치의 전화는, 역설적으로 플랜75 상담원과 연결되면서 그제야 전화기의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비록 마음 주고받는 일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상담에 타이머로 시간 제한을 걸고 있고, 우리가 아는 가치들에 붙었던 이름(예컨대 “용기”)을 뒤죽박죽 섞어 쓰며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연결이지만… 그 연결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귀여운 하이파이브가 있고, 멜론 소다 아니 크림 소다의 추억이 있고, 지나간 시간이 한 결씩 곱게 펼쳐지고 겹쳐진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 역할로 단단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모든 등장인물을 품었던 바에쇼 치에코의 목소리로, 꼿꼿한 등으로 해주는 이야기들은 어쩐지 자꾸만 더 듣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히로무 삼촌의, 어쩐지 지친 듯한 등과 방에 놓인 물건들의 이야기도… 어쩐지 더 듣고 싶어서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영화가 마지막에 가까워 갈수록, 어쩐지 나는 “생은 존엄이구나”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영화 속 ‘플랜75’ 광고에서는 “태어나는 건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는 순간은 선택할 수 있다”고 호기로운 광고를 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깨달음을 준다. 태어남을 선택할 수 없었듯, 죽음도 선택할 수 없는 자리에 남겨두어야 맞겠구나.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을 만큼 두려운 것이지만, 그것이 생의 본질이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당신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발견할지도 궁금하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말마따나, 계속해서 흑백의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세상이지만, 인간은 아주 복잡하고... 중요한 이야기들은 회색 지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플랜75' 식이 아닌 답을 찾아내려면, 이 영화가 던진 무거운 질문에 우리 각자의 답을 하나하나 꽃다발처럼 풍성하게 엮어내는 편이 좋을 테니까. 내가 이 영화에서 엿본 것은, 정말 너무 무거워서 좀처럼 쓰고 싶지 않은 단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생의 존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삶이 바닥을 쳐도 생은 존엄하다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삶의 어느 순간, 결기 어린 눈빛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때가 있을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는 식의 부드럽고 달콤한 말로 로맨스 영화처럼 혹은 청춘 영화처럼 갈무리할 수 없는 엔딩이라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꼿꼿한 등으로 서서, 나의 노래를 한 소절 부르고 또 발걸음을 옮기면 그저 그뿐이다. 이 생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꼿꼿한 등에 이야기와 노래를 매달고 걷는 것뿐이다. 여전히, 저는 그게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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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파리를 느끼다
사랑으로 파리를 느끼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로운 도시, 파리 13구. 낭만을 잃었다 생각한 그곳에서 불현듯 사랑을 만났다.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 사랑을 두려운 노라, 사랑이 값비싼 앰버 스위트, 사랑을 몰랐던 카미유. 흔들리고 불안했던 그 사랑이, 우리는 전부라 생각했다. 여전히 사랑을 믿는 도시 <파리, 13구>’
영화 <파리, 13구>는 파리 13구역에 살고 있는 4명의 인물을 통해 불안정한 삶과 사랑을 보여준다. 룸메이트를 구하는 도중 카미유를 만나게 된 에밀리, 파티에서 성인 방송을 운영하던 앰버로 오해를 받다가 실제로 앰버와 가까운 사이가 된 노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기 다른 사랑을 하는 네 사람의 모습은 파리의 13구역 안에서 어딘가 서로 닮아 있는 듯하다.
파리 13구는 파리의 20개 행정구역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 타운이 있는 곳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곳은 우리가 알던 파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고층 빌딩과 아시안 식당들이 많고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영화는 기존의 매체에서 등장하던 파리의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하고 색 또한 삭제하여 관객들이 인물들의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절제된 도시의 느낌과 배경을 통해 우리는 영화에서 파리 청춘들의 사랑, 자유, 방황, 불안정한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음악이다. 이 영화는 비교적 음악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그 존재감은 엄청나다. 특히 내용이 전환될 때마다 등장하는 빠른 속도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는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풍긴다. 겉보기에는 마냥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불안한 청춘들의 이면을 음악으로 대변한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랑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잘 모르겠다.
돌고 돌아온 이들의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알 수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삶은 불안하고 아름다우며 찬란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삶의 주인으로서 열심히 방황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영원히 헤맬 것이다. 영화 <파리,13구>와 함께.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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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언제나 피어있을 그를 떠나보내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11월 9일에 개봉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블랙팬서 실사영화 2번째 영화가 드디어 공개 되었다. 우리의 영원한 블랙팬서, 채드윅 보스만은 여기에 없지만 우리의 기억과 이 마음 속에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영화의 모든 분위기와 기존의 이야기를 계승해 갈 와칸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가 우리의 곁을 떠난 것만으로도 슬퍼서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슬픔에 잠긴 이 세상에서 마블은 새로운 블랙 팬서를 만들어내지 않고 그를 추모하는 방식으로 블랙 팬서 2를 구성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완전했던 그가 떠나며 와칸다에도 슬픔이 찾아온다. 그의 빈자리는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지만 와칸다라는 완전체가 하나가 되어 이겨내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 보여줬던 마블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마블에게 헌신했던 히어로를 이러한 방식으로 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0여 년 동안 마블 영화를 빛냈던 기존의 마블 히어로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나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R.I.P 블랙 팬서.
국왕이자 블랙 팬서인 티찰라의 죽음으로 와칸다는 슬픔에 잠기지만 그것도 잠시 와칸다를 노리는 수많은 세력들로 인해 슬픔도 감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비브라늄과 그 외의 존재에 대한 언급은 위협으로 다가와 와칸다는 영원히 하나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는 특히 와칸다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하여 그들이 살아온 이곳이 얼마나 그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인지 느끼게 만든다. 또 소중한 와칸다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사명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에 비치며 그의 빈자리가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는 이곳에 없지만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는 언제나 피어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블랙팬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와칸다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 네이머의 존재를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또 다른 죽음으로 성장을 꾀하는 그런 아쉬움에도 영원한, 그리고 영원할 와칸다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웅장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없는 와칸다, 블랙 팬서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가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와칸다의 전부를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단순하게, 인상 깊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 아이언 하트를 제외하면 만족스러웠다.
마블 영화를 비롯한 히어로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히어로의 숙명이며 인간의 굴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참 마음이 아프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히어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한 번쯤 상상해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좋은 능력을 가졌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주위로 인해 악당이 되어버린 이들을 보면 히어로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반증한다. 쿠키영상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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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김보라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출연할 예정이며,
오늘이 바로 생일인 배우인데요. 바로 배우 '김보라'입니다!!
그럼, 바로 김보라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배우 '김보라' 프로필
ⓒ sidusHQ
이름 | 김보라
출생 | 1995년 9월 28일
소속사 | 엠씨엠씨
데뷔 | KBS2 드라마 <웨딩>
배우 '김보라' 데뷔 과정
ⓒ sidusHQ
배우 김보라는 10살이던 2005년에 KBS2 드라마 <웨딩>으로 데뷔를 했다. 이후 지금까지 17년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배우 '김보라' 활동
ⓒ sidusHQ
아역 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하며 주조연으로 연기를 펼쳤고, 학업과 병행하다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2014년도 수시 전형에 응시를 하였고, 수석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아역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로 학생 역을 맡았고, 2016년 작품 <삼례>에서 처음으로 성인 연기를 하였다.
배우 '김보라' 대표작
천국의 아이들 - 성아
ⓒ 네이버 영화
김보라 배우는 친구들에게 담배를 공급하며 말투가 거친
문제아 학생 역할인 '성아' 역을 맡았다.
삼례 - 희인
ⓒ 네이버 영화
삼례를 떠나고 싶어하는 신비롭고 당돌한 매력을 가진 '희인'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티빙, 왓챠
소년, 소녀를 만나다 - 큰 하진
ⓒ 네이버 영화
김보라 배우는 통일 준비를 위해 북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홈스테이가 시행되어,
남한 소년 우영의 집으로 홈스테이를 가게 된 '큰 하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스카이 캐슬 - 김혜나
ⓒ JTBC
김보라 배우는 예서와 전교 1,2등을 다투는 라이벌이자, 뛰어난 두뇌와 성취욕을 지니며 영악하고
영특한 신아고 학생 '김혜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그녀의 사생활 - 신디
ⓒ Tving
김보라 배우는 남자 아이돌그룹 화이트 오션의 멤버 차시안의 홈마로,
남들이 찍지 못하는 사진을 올리며 시나길의 라이벌 홈마로 떠오른 '신디'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굿바이 썸머 - 수민
ⓒ 네이버 영화
김보라 배우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는 사람이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수험생인 '수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U+ 모바일tv
SF8-우주인 조안 - 조안
ⓒ MBC
김보라 배우는 평균 수명 30세인 N과 고가의 항체 주사를 맞은 C로 나뉜 세상에서
학교 안의 유일한 N이며,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대학생 '조안'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도둑잠 - 홍주
ⓒ KBS
김보라 배우는 집도 없고 돈도 없어 1년 전 헤어진 전남친의 원룸에서 도둑잠을 자기로 한
헤어샵 어시스턴트 4년차 '홍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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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의 여행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주말에도 일을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주말가족여행’이라는 것은 존재자체를 몰랐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는 우리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독박육아를 피하고 싶었던 건지 여름이면 이모와 이종사촌들과 함께 충주에 있는 이모할머니댁으로 몇 주간의 긴 여행을 떠났다. 고향를 떠나 멀리 충주로 시집간 이모할머니댁은 마을에 집이 몇 채 없는 시골이었다. 이모할머니집에서 보이는 집은 세 네채 정도 였고, 수퍼마켓도 없어서 걸어서 10분 넘게 가야하는 마을 입구의 작은 집에 과자 몇가지와 음료수 같은 걸 팔고 있는게 다 였다. 마을이 워낙 작은 데다가, 아이가 있는 집이 없어서 여름 방학에 우리들이 와서 시끌시끌 떠드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기다렸다고 한다.
꼬불꼬불 굽이진 산을 넘어가며 멀미를 하던 기억,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한 뒤에,먹었던 수박의 맛.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했던 좁은 논두렁 길, 메뚜기를 잡겠다고 뛰어다니던 일,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던 은하수. 매해 여름방학을 기다렸던 건 충주이모할머니댁 때문 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웃집 토토토>를 볼 때 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동네를 생각한다. ‘사츠키’와 ‘메이’가 시골 마을로 이사 오는 첫 장면부터 이모할머니댁으로 가던 그 느낌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1955년 일본의 시골 마을 11살 사츠키와 4살의 메이 자매는 도쿄의 대학연구원인 아빠와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입원중인데, 퇴원하면 좋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다.
집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낡았는데, 자매는 도깨비집같다며 깔깔 웃으며 뛰어다닐정도록 밝다. 오래된 집, 옛날 화장실, 엄청난 벌레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숲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자매. 어느 날 메이는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정령을 만나게 되는데, 메이는 그 정령에게 토토로란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메이는 토토로를 만난 것을 자랑하지만, 사츠키는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우산없이 나간 아빠를 마중갔다가 자매는 토토로를 만난다.
병원에 계신 엄마의 증세가 좋아져 주말에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자매는 기대했지만, 엄마의 상태가 악화되어 못오게 되어 아빠는 급하게 병원으로 가고, 이웃집 할머니가 돌보아 주지만 자매는 우울함에 말다툼을 하게 되고, 메이는 엄마를 혼자 찾아 가려고 집을 나선다. 사츠키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메이를 찾아 나서지만, 흔적을 발현할 수 없었고, 절망한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부르고, 사츠키가 타자 바람처럼 달려 메이를 찾아준다. 메이와 사츠키는 화해하고,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 창문으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본 뒤, 창문에 옥수수를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웃집 토토로>의 이야기는 뭐랄까 담백하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라는 말도 거창하다고 느껴진다. 그저 어디까지가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고, 어디까지가 어른이 보는 세상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적은 드물고, 자연으로 가득 찬 시골, 정령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이모할머니댁에 갔던 열살 무렵 그 시절의 나 또한 수많은 요괴와 도깨비와 요정과 정령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의 엄마가 된 나는 이제 <이웃집 토토로>의 아빠를 본다. 토토로를 만난 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뾰루퉁한 메이에게 “거짓말이라고 생각 안 한단다. 숲의 주인을 만났나 보다. 운이 좋은 거야. 근데 늘 만날 수는 없는 거란다.” 라고 말하는 어른. 나이가 들어 이제는 더 이상 숲의 정령을 못 만나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른의 눈으로 가르치기 보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태도를 본다. 이번 여름 방학엔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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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픽션보다 약간의 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는 법
댓글부대 (Troll Factory, 2024)
100% 픽션보다 약간의 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는 법
개봉일 : 2024.03.27.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블랙코미디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안국진
출연 :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짚고 갈 것은 <댓글부대>는 실화가 아니다. 영화의 도입부에 이건 실화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 익명화했다는 상진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는 영화가 상진의 글과 생각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오는 나레이션일 뿐이다. 영화의 크레딧을 보면 이는 허구라는 안내문이 추가로 나온다.
1980년대 중반, 개인 이용자 간 통신이 가능해진 일명 ‘PC 통신의 시기’가 시작된 이후 약 40년. 통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하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사이 같은 취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은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나와 뜻이 비슷한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거나 함께 소통하고,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는 등의 순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갖고 있는 단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익명화(본인 인증 후 가입을 한다 해도 실제 내 이름으로 활동하진 않으니까),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이야기의 확산(루머), 쉽게 형성되는 군중심리 등이 있다.
온라인상에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범람하고 있는 시대. 항상 앞서 말한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 <댓글부대>는 이 자주 들어봤을, 살짝 삐끗하면 뻔해질 위험이 큰 주제를 지루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동명의 소설 [댓글 부대]를 원작으로 한 영화 <댓글부대>는 한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가끔은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는 ‘여론 조작 댓글 알바’의 세계를 깊이 파내려 가는 이야기다. 그냥 ‘이 회사 제품 좋아요~', ‘제가 써보니 좋아요~’ 하는 식의 속이 빤히 보이는 댓글 알 바가 아니라 군중 심리를 이용해 여론을 움직이는 댓글부대 청년 3명과 사회부 기자 임상진의 이야기다.
임상진은 모두가 피하는 대기업 ‘만전’의 비리 폭로 기사를 쓰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오보 판명이 나며 정직을 당한다. 말이 정직이지 사실상 그 업계에서 매장된 거나 마찬가지고 비리를 제보한 피해자인 중소기업 사장은 죽은 상황. 사장의 장례식장을 찾아간 상진은 직원의 ‘경쟁사의 기술은 우리와 다른 것이며 사장님은 피해의식이 심했다’는 말을 듣고 오보 판정에 이어 두 번째 충격을 받는다.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진 상진은 쇼파에 누워 자신에게 온 욕 메시지들을 천천히 넘겨본다. 그러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한 언론학 교수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와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상진의 앞에 나타난 건 나이 지긋한 언론학 교수가 아닌 자신이 온라인 여론 조작을 하는 댓글부대라 주장하는 한 청년이었다. 과연, 이 청년의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현실과 픽션의 적절한 조합, 흥미로운 주제와 높은 몰입도
김성철, 김동휘, 홍경. 젊은 세 배우의 훌륭한 합
극 중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100%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실 같다.”
100%의 진실, 100%의 거짓보다 약간의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믿을만하고 재밌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야기도 100%의 픽션, 100%의 현실보다 약간의 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법이다. <댓글부대>가 딱 그런 영화다. 너무 비현실적이지도 너무 현실적이지도 않은. 픽션에 약간의 현실을 섞어놓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댓글부대>는 2017년에 있었던 촛불 시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도둑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마녀사냥과 신상 털이, 댓글 부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 글, 밈, 갑자기 터진 의문스러운 마약 스캔들, SNS 등을 하나의 장치로 사용하며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인다.
그리고 그 현실감 위에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배우의 연기력이 얹히니 영화 자체의 몰입도가 훨씬 올라간다. 손석구 배우의 우직한 연기력이야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이번 영화에서 강조해서 언급하고 싶은 건 김성철, 김동휘, 홍경 배우다. 어울릴 거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미지의 배우들인데, 셋 사이의 합이 정말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각자 연기력도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고 느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홍경 배우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정을 막 내뿜는 게 아닌 딱 적절한 수준까지만 끌어왔다 다시 꾹 눌러 담는 표현 방식이 정말 좋았다. <악귀>를 통해 홍경 배우의 연기를 처음 봤을 때, “이 사람.. 곧 내 마음에 들어오겠다..”싶었는데 <댓글부대>를 통해 확실해졌다.
소설 원작과의 차이점
불쾌감은 줄이고 약간의 대중성을 더하다.
소설 [댓글 부대]는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모티프로 시작되고, 영화 <댓글 부대>는 한 기업의 여론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소설에 비해 한결 부드럽게 정리되었고 여론 조작의 결과에 죄책감을 느끼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소설에 나왔던 불쾌감을 주거나 논란이 될만한 부분들은 대부분 쳐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소설엔 숨길 수 없는 불쾌감이 둥둥 떠다니는데 영화에는 불쾌감이 아닌 의심과 경계심을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엔딩에 대한 호불호
직선이 아닌 돌고 돌아가는 이야기. 흥미롭지만 지루한 느낌도
<댓글 부대>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영화다.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며 사건을 직선적으로 풀어가기보단 사건의 조각들을 천천히 모으며 돌고 돌아가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특징은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약간의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 속 사건들과 비슷한 현실 속 사건들을 떠올리며 영화를 봤기에 개인적으론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빠르고 정확한 전개를 선호한다면 이 영화의 진행 속도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리고 <댓글 부대>의 큰 불호 포인트 중 하나, 엔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 물론 나도 엔딩이 아쉽게 다가오긴 했다. 이런저런 조각들을 모아놓고 한순간에 파앗- 흩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영화의 주제를 생각했을 때, 더 좋고 깔끔한 엔딩 아이디어로는 어떤 게 있겠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이 영화의 엔딩은 꽤 괜찮은 편인 것 같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모이기 쉬운 만큼 흔들리기도 흩어지기도 쉬운 군중
인터넷 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예전에 비해 더욱 쉽고, 빠르고, 넓게 인터넷 통신과 그를 통한 소통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 통신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 극중 인터넷 유료화 시위엔 큰 인원이 모이지 못했고 인터넷 통신이 활발해진 시대엔16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런 소통은 사회적 부당함을 무찌를 수 있게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순간에 해체되거나 누군가를 해하기도 한다. 연예인 마녀사냥이나 일반인 신상 털이 사건, 스캔들이나 찌라시 글에 함께 달려들어 욕하다가도 "아니면 말고" 하며 뒤돌아서 흩어지는 익명의 아이디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여론 형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위험한 것인지 확 와닿을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익명성까지 주어지니 이 안에 있을 동안 '나'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자극적인 것에 바로 반응하고 달려드는 사람들. 극 중 댓글부대인 팀알렙은 이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찻탓캇과 임상진이 1인 시위 사건을 이야기하는 장면, 찻탓캇은 1인 시위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철폐를 주장하는 이용철의 시위를 막기 위해 그의 딸을 온라인 마녀사냥의 사냥감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는 한 그의 딸은 억울하게 욕을 먹는다 해도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진행하지 못할 테니 아버지가 시위를 그만둘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다. 임상진은 '너희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랑 명예훼손이 다른 건 아냐'라고 묻는다. 찻탓캇은 당연히 알고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뒤이어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적시인지 그냥 명예훼손인지 그런 거엔 관심이 없다.'라고 말한다. 찻탓캇의 이 말은 보통 이러한 자극적 여론 몰이에 달려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중요한 게 무엇인지 딱히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용해 진실과 거짓을 섞어 여론을 조작한다.
가짜 이름의 믿을 수 없는 제보 / 사라진 루머의 유포자
"(제 이름은) 잊어버리기 쉬워요. 너무 평범해서."
찻탓캇은 상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으로 신뢰의 한방을 날리듯 자신의 이름이 '이영준'이라고 말한다. 신분증같이 증명할 만한 것을 내밀진 않지만 지금껏 현실 같은 이야기를 들어온 상진은 영준의 말을 믿고 그의 이름과 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둔다. 하지만 영준은 기사가 나온 뒤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웹 소설 카피 논란까지 생긴다. 이후, 이야기는 어떤 걸 믿어야 할지,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말려들어간다.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글과 카더라들을 보면 대부분 최초 유포자를 찾기 어렵다. 누군가 피해를 보고 사회적인 파장이 일어나도 처음으로 그 글을 쓴 사람, 유포해선 안될 것을 유포한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흔한 이름과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댓글부대에 제보만 남기고 사라진 찻탓캇은 하나의 카더라를 퍼트리고 사라진, 찾을 수 없는 최초 유포자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상진은 찻탓캇이 지어낸 그의 제보를 착실히 옮겼고, 그가 미리 써둔 대본(웹 소설)이 세상에 공개되자 순식간에 정의를 구현한 대기업 저격수가 아닌 망상증을 가진 기레기가 된다. 사람들은 상진이 쓴 글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집중하지 않는다. 보이는 건 상진이 사라진 찻탓캇의 글을 카피했다는 것뿐이니까. 잊어버리기 쉬운 평범한 이름의 이영준(찻탓캇), 그는 잊어버리기 쉬운 자신의 이름 대신 더욱 강렬하게 각인될 카피라는 주제를 던져놓고 상진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한 번에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진실
여러 개의 문, 복도가 있는 복잡한 댓글 부대 팀알렙의 집
찻탓캇이 처음 댓글부대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 찻탓캇은 혼자 웹 소설을 쓰고 있고 다른 방에 있는 찡뻤킹과 팹택이 “빨리 와봐!” 하고 소리치며 다급하게 찻탓캇을 부른다. 찻탓캇은 책상에서 일어나 방을 통과하고 또 문을 열고, 긴 복도 같은 부엌을 지나 또 문을 연다. 댓글 부대의 집은 크기에 비해 꽤 복잡한 형태로 되어있고 찻탓캇을 부른 실체인 찡뻤킹과 팹택은 한 번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댓글 부대>의 이야기 진행도 이런 형식이다. 사건에 숨겨진 실체와 진실은 한 번에 드러나지 않고 이야기는 돌고, 돌고, 또 돈다. 보는 이를 계속 헷갈리게 만들던 이야기는 결국 시원하게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진실,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영화의 엔딩, 결말 의미 해석, 관람차
조작 프로세스 글에 달린 조지 오엘의 댓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댓글 부대>는 진실과 거짓을 명확히 구별해 주지 않는다. 엔딩도 그렇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데?"라는 의문이 들것이다. 이는 영화가 남긴 찝찝함을 가진 채 군중 심리, 진실과 거짓, 커뮤니티의 맹점, 각자의 해석 등을 계속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려는 제작자의 의도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이다처럼 범죄자, 대기업 때려잡기! 사회 정의 구현! 을 실현했다면 그건 또.. 멋이 없었을거다. 하지만 전혀 감이 오지 않고 답답함만 쌓여있는 상태라면, 다른 이들의 해석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상진이 주인공, 만전이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찻탓캇은 실제 만전의 댓글부대 중 한 명이고, 거짓으로 댓글 부대 제보 시나리오를 짠 다음에 그걸 웹 소설 사이트에 미리 올려둔 후, 상진을 자극해 다시 한번 기사를 쓰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카피 논란에 휩싸이게 만들어 사회적인 타격을 줬다고 생각한다. 상진은 처음 찻탓캇을 만났을 때, 찻탓캇의 얘기를 믿지 않기에 녹음기를 바로 켜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찻탓캇은 그런 상진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본인이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고, 누군가는 죄책감을 느꼈고,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 느꼈다.. 하며 어리고 약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이름을 알려주는 것 모두 상진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행위였고 상진은 결국 찻탓캇의 말을 믿었다 뒤통수를 맞는다.
찻탓캇이 말하는 팀알렙의 모습이 나올 때, 그들의 집 창가엔 커다란 관람차와 유원지가 보인다. 보통 이런 시끄러운 유원지 바로 앞에 가정집이 입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반짝이는 관람차는 왠지 꿈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는 찻탓캇이 말하는 팀알렙의 이야기가 모두 꿈같은 허상, 거짓이라고 느껴졌다. 찡뻤킹이 납치를 당하고 관람차의 불이 꺼진 모습이 나온 후 찻탓캇의 이야기는 끝나는데, 그 이후 상진의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시작된다. 관람차의 불이 꺼졌다는 건 그의 거짓 이야기가 끝났고, 이제 현실의 사건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 느낌이다.
극 중에서 댓글부대 프로세스 글에 '조지 오엘’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이거 올리고 살아계신가요?’라고 적은 댓글이 나온다. 이는 소설가 조지 오웰과 소설 [1984]를 떠오르게 만든다. [1984]는 1949년에 쓰인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현대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소설로 정보 기술의 발달로 개개인의 사생활과 신상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독재 국가에서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윈스턴 스미스가 겪는 사건이 담겨있다. 모두가 국가의 감시를 받고 복종하는 사회에서 윈스턴 스미스는 감시를 피해 국가가 숨겨놓은 물건을 사고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키워간다.
<댓글 부대>의 이야기와 결은 다르지만 현대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소설이기도 하고, 어떠한 통제(여론 조작/독재 국가) 안에서도 진실을 찾으려 하는 윈스턴 스미스의 모습이 영화 속 상진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니 한 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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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 ; 바다를 부른 여인 - 욕망과 갈등에 휩쓸리는 네 남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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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은 연극의 영화화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전에도 많은 공연들의 영상화하는 작업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공연 풀샷 혹은 일부의 클로즈업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작품은 연극의 영화화라는 이름에 걸맞는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각 장을 원테이크로 찍으면서 연극적 요소를 살린 촬영을 했고 헨드헬드 기법으로 인물들을 따라가며 촬영을 하여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연극 무대와 같은 무대미술을 활용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
는 영화의 톤에 맞게 진행되었습니다. 말그대로 ‘연극’의 ‘영화화’라는 작품의 목적에 충실했습니다. 이렇게 영화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은 연극계는 물론 영화계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
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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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2 vs 듄 흥행예측!! 과연 어떤 영화가 흥행할까? 토론 배틀(feat.댓글 이벤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10월 초대형 기대작 베놈2와 듄이 개봉을 앞두고있습니다. 씨네랩과 씨네마사지가 만나 어느 영화가 흥행할것인지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벤트 알림 10월 20일까지 어느 영화가 흥행할지 댓글로 달아주시면(각 영화 개봉 후 1주차 국내 관객수) 정답을 맞추신 분들중 추첨하여 '프리미엄 영화관람권 2매'를 보내드립니다!! 많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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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물의 저주> 메인 예고편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살아가는 에드나가 사라지자, 딸 케이와 손녀 샘은 그녀를 찾아 시골의 낡은 집으로 찾아간다.
낡은 집에는 그녀의 치매 증상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아있다.
모두가 에드나를 찾기 위해 열심히 수색하던 중, 실종된 줄 알았던 그녀가 홀연히 집에 나타나지만 어디에 갔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전혀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하다.
케이와 샘은 이전의 모습과 완전히 변해 버린 듯한 에드나의 충동적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되자 집 안의 불길한 존재가 에드나를 조종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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