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1-06-28 08:26:40
<샤크: 더 비기닝>성찰 없는 폭력의 전시가 낳은 결과
티빙 오리지널 무비 <샤크: 더 비기닝>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3 수험생 '차우솔(김민석)'. 여느 때와 같이 공부에 몰두하던 중, 그는 자신에게 학교 폭력을 가했던 가해자 '배석찬(정원창)'이 같은 반으로 전학 왔음을 알고 공포에 휩싸인다. 예전처럼 자신을 괴롭히려는 석찬에게 저항하던 중 그는 뜻밖의 사고를 내고 소년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소 안에서도 언젠가 닥쳐올 석찬의 복수를 항상 두려워하던 우솔. 그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들을 똑같이 죽인 종합격투기 챔피언 '정도현(위하준)'을 우연히 교도소에서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아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아도 될 힘을 기르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약 16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지 웹툰 <샤크>를 영상화한 티빙 오리지널 무비 <샤크: 더 비기닝>은 한 마디로 우직하다. 영화는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준다'는 명료하고 전형적인 줄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건의 시간 순서를 뒤바꾸면서 플롯을 꼰다던가 반전을 주는 식의 변칙은 없다. 오직 피해자인 우솔이 가해자 석찬에게 주먹을 되돌려주는 순간의 통쾌함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우솔의 감정선과 액션씬, 그리고 그가 힘을 기르고 단련하는 장면 외에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은 아예 등장시키지 않는다.
다만 <샤크>의 우직함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기대만큼의 쾌감을 선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솔과 석찬의 마지막 승부에는 긴장감이 없고, 우솔의 최종적인 승리도 시원하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액션이 흥미를 자아내지 못한다. 작중 액션씬은 3단계로 구성된다. 싸움이 시작된 직후 예상보다 강한 우솔을 보면서 상대가 당황하는 게 1단계다. 다음 단계에서 상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강력하게 반격하며 우솔을 궁지로 몬다. 그러나 끈기와 오기로 버텨내는 우솔은 마지막 순간 승리를 쟁취한다. 이러한 흐름을 액션씬이 수 차례에 걸쳐 반복하다 보니 긴장감이나 절박함은 느껴지려야 느껴질 수가 없다.
이에 더해 주인공을 묘사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결과 영화의 층위가 얕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작중 우솔 외에 다른 인물들은 사연이 없다. 학교 친구들도, 교도소 안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게임 속 NPC 마냥 우솔의 말과 행동에 반응할 뿐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한 석찬도 마찬가지다. 그가 우솔을 괴롭히기 시작한 최소한의 계기나 배경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그는 우솔이 강해지기 위해서 존재해야만 하는, 전개상 악역이 필요하기에 나쁜 짓을 해야만 하는 생동감이 없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그나마 우솔의 멘토인 도현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닌 인물로 묘사되지만, 작중 전혀 해결되지 않는 그의 비극적인 사연은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속편을 준비하는 디딤돌로 사용되는 데 그친다. 이처럼 우솔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 보니 그의 변화와 성장은 일방향적이라서 감흥이 반감되고, 그가 가해자를 극적으로 제압하는 결말도 '상어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갖는 비장함에 비해 심심하다.
문제가 그뿐이라면 <샤크>는 그저 지루한 영화 혹은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는 영화에 그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처럼 의도한 재미를 끌어낼 수 없는 플롯의 구조를 손보는 대신 손쉽게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무비판적으로 폭력을 전시한 결과 <샤크>는 불쾌하고 이율배반적인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작중 묘사되는 학교 폭력의 양상은 매우 구체적이다. 당장 시작부터 석찬은 교실에서 우솔을 거침없이 구타한다. 자신을 말리려는 다른 친구의 목을 조르며 제압한 후 다시 우솔을 때리고 발길질한다. 이에 우솔도 흉기를 사용해 석찬에게 저항한다. 이 모든 장면은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긴다.
물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 또 폭력의 수위가 높은 것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장면들만 하더라도 우솔이 얼마나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야 했는지, 그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얼마나 강력한지, 교도소에서 강한 힘을 얻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그의 절박함이 얼마나 큰지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키는 유용한 영화적 장치다. 또 석찬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잔인하고 뒤틀려 있는 인물인지도 명료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인물의 처지와 감정선을 환기시킨다는 목적을 오프닝에서 달성했는데도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이 계속 보인다는 점이다. 우솔이 도현을 설득시키기 위해 쓰러질 때까지 운동장을 뛰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장면은 그가 자신을 억누르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면하고 스스로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결정적 순간이다. 이때 영화는 석찬이 그를 감금하고, 소변을 못 보게 하고, 또 소변을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학교 폭력의 순간을 교차로 삽입하는데, 사실 해당 묘사가 없어도 이 장면의 의미나 중요성이 전달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감정과 정서의 과잉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이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실재하는 현실의 트라우마가 불필요하게 자세히 재현되는 순간이자, 타인의 고통이 엔터테인먼트적인 목적으로 남용되고 착취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폭력의 전시는 메시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궁극적으로 모든 폭력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비록 진지한 분위기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지만, 교도소 내에서 싸움이나 집단 린치를 줄이려는 일말의 시도가 잠시 등장하는 이유다. 또한 수단으로써의 폭력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도현은 우솔을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고, 그의 절박함을 이해한 후에야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우솔 역시 충분히 강해진 이후로도 먼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초적인 영상을 남발하는 연출과 편집으로 인해 영화의 메시지는 단지 메시지로 머무는 듯 보인다. 사회비판적 소재를 다루는 이상 영화는 단지 세상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와 원인,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비상, 쿠팡 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 및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시장 진출 예정 등으로 인해 OTT 시장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티빙 역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예능,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오리지널 작품을 연일 선보이고 있으며, <샤크: 더 비기닝>은 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샤크: 더 비기닝>이 티빙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재현의 윤리조차 지키지 못한 채 성찰 없는 폭력의 전시로 가득한 이 작품은 상업성, 작품성, 시의성, 다양성 등 그 어떤 기준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D(Dreadful, 끔찍한)
절박하고 통과해야 할 주먹에 공허함과 불쾌함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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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못건드리는 양아치가 탄 버스에 하필 동석이형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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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농구의 질감을 가지고 돌아온 슬램덩크
?Rabbitgumi 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습니다.
송태섭의 서사를 중심으로 북산과 산왕의 전국대회 경기를 보여주고 있죠.
산왕과의 경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되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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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톰 홀랜드)'과 '설리(마크 윌버그)'가 함께 트레저헌터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와 보물을 찾아나서는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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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발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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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미국/200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
멜 깁슨이 배우라기보다 감독으로 내 머릿속에 각인된 영화.
The Passion of the Christ는 극장개봉 전에 이미 유명해진 영화다. 반유대주의 영화라고 하여, 헐리웃을 점령한 유대인들로부터 미국의 엘리트 계층, 자본가 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에 이르기까지, 은근한 혹은 노골적인 반감이 표출되었다. 영화가 상영되고 난 후 그 유명세는 더 한층 상승되었다. gory 하다, 따라서 horror 장르로 분류해야 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심지어 수위가 높은 잔인한 고문장면 때문에 약한 심장을 가졌던 관객은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더욱이 이제 멜 깁슨은 유대인들의 왕국인 헐리웃의 영화에 캐스팅되기는 글렀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오갔다. 아마 그 예측은 옳을 것이다.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와 동고동락했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가롯 사람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반과 당시 유대 종교 엘리트 계층인 바리새인들의 음모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한 후 예언대로 사흘만에 부활하기까지, 즉 구약의 예언이 완벽하게 성취되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다룬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기독교 구약과 신약성경의 텍스트에 매우 충실하다.
하나님이 창조한 첫 번째 인간 아담으로 인해 인류에게 죄가 들어왔다. 하나님은 죄와 상관할 수가 없다. 그의 거룩함으로 말미암아 죄지은 자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죄 없고 흠 없는 외아들을 인간으로 세상에 보내 인간들이 당해야할 하나님의 심판을 대신 당하도록 '상관'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인류가 당할 모든 저주를 혼자 감당한 뒤 인간으로 죽었다. 그리고 역시 예언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 그리하여 인류구원을 위한 고난의 사역을 완전히 성취했다.
멜 깁슨이 가톨릭(구교) 신자여서 그랬겠지만 영화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의 어머니인 마리아에 대한 경외심이 배어있다.
그러나 구교와 신교를 초월한 복음의 정수를 전달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는 고대 유대인들과 로마 군인들이 사용하던 그 언어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기독교가 여러가지 종파로 나뉘기 전, 인간의 이데올로기가 섞이기 전의 예수 수난사건과 그의 부활이라는 복음의 핵심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멜 깁슨은 영화를 전 세계에 배급하면서 더빙이 가능한 원고가 아닌 자막용 원고만을 만들었다. 영화를 더빙하지 못하도록 M/E (Music and Effect) 트랙도 아예 만들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의 의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이 영화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정관사 the와 함께 대문자로 시작하는 Passion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난을 당하고 죽음'을 뜻함을 알았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신(하나님)과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온 신(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인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하나님은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여 그들에게 스스로를 계시함으로써 그가 창조한 인간들과 교통하며 신의 뜻에 따라 통치되는 아름다운 국가를 세워 그 주변의 이방사람들에게 본을 보이고 모두 그 아름다운 국가를 따라 살기를, 즉 모든 인류가 신의 자녀가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신의 계획안에서, 그것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약속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신실한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한 약속을 했다. 내가 메시아를 보내리라. 그가 너희들을 구원하리라... 그리고 내 뜻으로 통치되는 나라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구약성경의 핵심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약속을 지켰다.
예수 그리스도는 신의 약속대로 이 땅에 왔다. 그는 이스라엘 땅에 태어난 성육신(인간의 몸으로 온 신)이다. 예수는 구약성경 곳곳에 예언으로 주어진 말씀대로 메시아로서 감당해야할 모든 것을 빠짐없이, 그리고 정확하게 성취한다. 그는 말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는 고난을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당했다. 예언을 이루어 하나님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그것은 인류 역사에 다시없을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며 순종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구약성경의 한 구절,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가 나음을 얻었도다." (이사야서 53장 5절)는 메시아에 대한 대표적인 예언이자 이 영화의 주제이다.
이제 인류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모두 구원을 얻게 되었다,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한다면. 그가 인류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하였다는 것을, 그리하여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목을 이루었다는 것을 믿기만 한다면.
영화에 그려진 인간들의 모습은 어떤가.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을 잘 아는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는 그를 통해 하나님의 예언이 성취되는 것을 고통으로 지켜본다. 그 곁에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요한과 예수의 가르침을 좇았던 막달라 마리아가 늘 함께 있다. 그들은 아무 힘없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지켜보는 무력한 자들이었다.
예수와 함께 먹고 자며 전도하였던 제자 중 하나였던 유다는 물질이 탐이나 돈에 스승을 판다. 반역자다. 그리고 수제자였던 베드로는 흥분한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까봐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한다. 그는 비겁했다.
당시 구약을 믿고 암송하며 가르쳤던 유대교 종교 엘리트이며 지도자인 바리새인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천한 목수의 아들 예수가 가르치는 말씀의 권위와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는 그의 기적의 능력을 질투했으며, 바리새인들의 위선을 공공연히 비판하는 예수를 두려워했다. 아니, 예수 때문에 그들의 인기와 권위가 실추될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거짓증거를 날조하여 신성모독으로 예수를 죽였다. 야비한 살인자였다.
그리고 예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로마의 군인 빌라도. 그는 예수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유대인들 사이에 민란이 나면 로마황제의 눈 밖에 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고 말 것을 두려워한 비겁한 출세주의자였다.
그리고 그 무력함, 비겁함, 야비함, 두려움 등의 어두움은 모든 인간에게서, 나에게서 늘 찾아지는 것들이다. 예수의 십자가 보혈로 깨끗하게 되지 않는 한.
인간은 세상에서의 안락한 삶, 즉 세상을 사랑하고, 속이는 자 사탄은 세상의 재미로 인간을 미혹하며 죄를 짓게 함으로써 신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러나 신은 위대한 사랑이다. 인간은 늘 하나님을 배반하나 하나님은 약속을 신실하게 지켜 인간에게 예수를 보냈다. 그리고 온갖 사탄의 책략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죽음, 즉 사탄을 이김으로써 다시 한 번 하나님과 화목할 수 있는 기회를 인간에게 주었다.
인간은 단지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메시아이며 예수의 보혈로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죄의 종, 즉 사탄의 종으로부터 하나님의 자녀로 그 신분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며 이 영화의 요지이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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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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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웅>, 12월 21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는 12월 21일 개봉을 확정하였다.
<아바타: 물의 길>, 한국 최초 개봉 기념 내한
ⓒ 네이버 영화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한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내한한다고 한다.
2003년 화제작, 극장 재개봉
ⓒ 네이버 영화
CGV에서 2003년에 개봉한 화제작 8편을 모아 '한국영화 리덕스' 상영회를 12월 2일부터
5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올드보이>,
<장화,홍련>, <지구를 지켜라!> 등을 상영한다.
황정민·염정아 주연 <크로스>, 크랭크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크로스>가 약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1월 13일(일) 크랭크업했다.
<헤어질 결심>, 청룡영화상 6개 부문 수상
ⓒ 네이버 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은 지난 25일에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6관왕을 차지하였다.
해외
<유포리아>, 독일판 제작 진행 중
ⓒIMDB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독일에서 리메이크가 될 예정이다. 아직
캐스팅과 관련된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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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무너진 균형에 매몰된 감동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조용히 살아간다. 그는 괜한 관심과 주목을 피하기 위해 무뚝뚝하고 차갑게 학생들을 대하며 기피 대상이 된다. 어느 날, 그는 잘못된 친구 관계 때문에 기숙사에서 쫓겨나 떠돌던 '한지우(김동휘)'를 만나고, 어려운 가정환경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포자가 되어 좌절 중이던 지우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던 중 학성은 우연히 지우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만다. 수학을 가르쳐 달라는 지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그는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자신의 삶에서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박종훈 감독의 첫 상업영화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정직하다. 영화의 첫인상인 제목으로부터 보여주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크게 '수학자'와 '이상한 나라'로 이루어진다. 이때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미끼일 뿐, 영화가 진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그 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 이용하는 개개인들의 사연일 것임을 말해준다. 또 '이상한 나라'는 수학자들이 발 디디고 있는 공간이 품은 이야기에 따라 해당 사연들의 내용과 감흥이 달라질 것이라고 암시한다. 다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정직함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친다. 수학자의 스토리는 감동적이고 그의 공간도 시각적으로 잘 구현되었지만, 이들의 만남은 하나의 짜임새 있는 플롯을 이루지는 못한다.
우선 '수학자'의 이야기를 보면, 이 영화에서 수학은 철저히 수단적인 도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수학의 이름을 빌려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성은 지우에게 특정 문제의 구체적인 풀이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수학에 접근하는 자세를 일러준다. 예를 들어 풀이를 단축시킬 공식을 알려 달라는 지우에게 학성은 칠판을 가득 채울 만큼 복잡한 계산을 모두 직접 하라고 말한다. 수학의 기술과 문제의 결과만을 쫓는 지우에게 수학의 진정한 묘미는 과정에 있음을 알려준다. 학성이 지우에게 내준 첫 문제가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라는 문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러 존재할 수 없는 삼각형을 보기로 주면서 기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공식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보다 수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때 작중 수학을 대하는 태도는 곧 인생을 대하는 태도로 연장되기에 흥미롭다. 영화는 “수학이 단순하단 말을 못 믿네? 곧 믿게 될 거다.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된다면”이라는 대사를 통해 인생에는 하나만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또 수학계의 난제인 '리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내해 온 학성의 사연을 빌려 왜 수학의 공식을 증명하고자 하는지, 곧 무엇을 위해서 살고자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정답에 맞춘 증명이라는 결과 그 자체보다 정답보다 중요한 올바른 풀이 과정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Q. E. D. (증명 완료)'라는 자막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을 강요당한다고 볼 수도 있는 시대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또한 수학으로써 인생을 말하는 메시지의 울림은 수학이 아름답다는 학성의 찬양 덕분에 더욱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삶의 미학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찬양의 수단이 수학과 뗄 수 없는 음악이기에 더욱 직관적이고 동시에 인상적이다. 음악은 소리를 소재로 삼을 뿐 그 구성요소인 박자나 선율, 화성 등은 모두 수학적 원리를 따르고 있다. 서로 다른 음을 내는 현 사이의 길이가 간단한 정수의 비로 표현될수록 어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피타고라스의 발견처럼, 아름다운 음악에는 올바른 수학적 비율이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학성과 함께 등장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삼인방이 함께 파이(π)의 값을 악보로 옮겨 연주하는 '파이송'은 예술과도 같은 수학의 아름다움과 수학에 대한 영화의 인문학적인 접근법을 부각한다.
이처럼 수학에서 인생의 올바른 가치와 길을 찾는 '수학자'의 관점은 '이상한 나라'의 의미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특히 같은 학교 안에서 극도로 대비되는 공간을 통해 '이상한' 대목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당장 지우가 다니는 자사고의 교실과 기숙사, 복도 공간은 무채색의 화이트 톤으로 명암 대비를 낮춰 평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는 ‘학성’과 ‘지우’의 집을 관통하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이 공간들은 모두 메말라 있고 비어 있는 황량한 느낌을 선사한다. 고액의 수학 과외가 이루어지는 학원 역시 같은 인상을 남긴다.
반면에 지우와 학성이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장소인 과학관 B103 아지트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명암 대비를 높여 보다 입체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었고, 밝고 따스한 호박색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어두우면서도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동시에 신비롭기까지 하다. “으스스하지만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채워서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라는 느낌을 주는 미지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박동훈 감독의 말대로 과학실을 가득 채운 잡동사니 덕분에 역으로 어떤 작은 변화도 이상하지 않을 아지트로 재탄생한다.이처럼 두 공간의 상반된 분위기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상한 나라'의 함의가 바뀌게 되는 힘이 되어준다. 초반부만 해도 지우의 수학 성적이 매우 낮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이유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가기를 권유하는 학교의 태도는 냉혹하지만 현실적인 것처럼 묘사된다. 딱히 지우에게 인간적인 정을 주지 않는 주변 학생들의 모습도 이를 부추긴다.
그러나 과학관 B103이라는 공간이 등장한 이후로는 비록 냉정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였던 학교의 분위기는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상식적인 인상으로 급격히 전환된다. 문제의 조건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으니 복수정답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지우에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이 진짜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하는 교사의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비판적 태도는 답안지 유출 사건을 비롯해 왜곡된 교육 시스템의 진상이 이미 잘 알려진 만큼 효과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수학을 매개로 삶의 감동과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잘 이끌어 가던 영화는 '이상한 나라'에 남북관계를 끌어오려는 과욕을 부리고 만다. 작중 학성과 지우의 관계는 마치 유사 부자 관계나 다름없다. 탈북한 후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아들을 잃은 학성이 아들의 모습을 지우와 겹쳐 보기 때문이다. 필생의 과업인 리만 가설을 증명하려던 노력 때문에 비극을 겪은 만큼 학성에게 유독 수학 때문에 괴로워하는 지우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선을 쌓아가면서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영화가 적절히 균형을 잡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우선 짐작 가능한 학성의 개인사를 굳이 숨기고 있다가 그의 사연을 나열하는 선택은 영화와 관객 간에 감정교류를 저해하고 학성의 감정선마저 작위적으로 느껴질 소지를 주고 만다. 또 탈북자인 학성과 국정원의 관계를 풀어나갈 때는 그 위기를 억지로 조성한다는 인상을 남기는데, 이는 딸기 우유로 대표되는 뻔한 클리셰와 결부되어 영화의 깊이감과 몰입감을 모두 방해하고 만다. 그 결과 '이상한 나라'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현실의 무게감과 인물의 사연이 만들어 낸 일차원적이고 편의적인 감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적으로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모든 문제가 요약되어 있다. 배우의 중량감이나 분량, 스토리의 깊이만 봐도 주인공은 이학성이 되어야 하지만, 미흡한 작법으로 인해 정작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이학성이 아니라 한지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정직한 제목에 어울릴만한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한 나머지 표류선 마냥 '이상한 나라'와 '수학자' 사이에서 무너지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변수 없는 단정한 수식처럼 작위적인 교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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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를 서너 번 봤지만, 이번에 보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 영화를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의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 기존의 영화 해석에서는 주인공 윌리엄 머니의 심리적 변화와 기존의 서부영화가 보여주었던 전형적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서부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과거 미국 서부영화에서 뛰어난 총잡이로 활약해 왔고, 영화, TV 시리즈에서도 머플러를 휘날리며, 시가를 물고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총잡이의 아이콘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에도 출연해 미국 서부영화를 희화화하는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존 웨인 이후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 깊게 각인된 인물이다.
이 영화는 과거 화려했던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총을 놓고 시골에서 농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물 간 과거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는 어린 아들과 딸을 키우며 외진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 윌리엄 머니 역을 맡은 것은 필연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다른 배우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과거에 유명하고 잘 나가던 총잡이였기 때문이며, 그 인물이 시간이 흘러 퇴물이 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기 때문이다.
퇴물이 된 윌리엄 머니는 몰락한 서부영화를 상징하며, 이제는 흘러간 한 시대의 영화(榮華)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영화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평범한 농부로 살아가던 윌리엄 머니에게 스코필드 키드가 찾아와 함께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거절한다. 그가 다시 말을 타게 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다. 키우던 돼지가 콜레라에 걸려 죽게 되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돈이 필요하게 된 것과, 스코필드 키드가 말한 내용에서, 카우보이에게 어떤 여성이 칼로 난자당했다는 말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 나레이션은 처음과 끝에만 나온다. 나레이션은 윌리엄 머니가 어떤 인물인가를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여기서 관객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윌리엄 머니가 총을 버리고 시골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며, 아내는 두 아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악당은 개과천선해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를 개과천선하도록 만든 사람이 그 악당의 아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언듯 봐도 윌리엄 머니의 두 아이 - 딸과 아들 -는 어리다. 나이로만 보면 윌리엄 머니에게는 손자처럼 보인다. 그의 아내는 겨우 스물 아홉살에 세상을 떠났다. 윌리엄 머니와 아무리 적어도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윌리엄 머니를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시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윌리엄 머니는 죽은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으며,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11년 동안 총을 잡지 않았다. 그러니 아들의 나이는 많아야 열한 살일 것이고, 딸은 여덟, 아홉 살 정도로 보인다. 윌리엄 머니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 때문에 가능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만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의 과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의 인성이 하루아침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잔인하고 흉포한 인간이지만, 그것이 타고난 인성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그의 삶 전체가 어떤지 관객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성들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모습은 나타나지 않지만 윌리엄 머니의 아내가 중요하게 드러나며, 윌리엄 머니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기는 빅 위스키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내건 현상금이다. 1870년대 와이오밍주는 준주였으며 미합중국에 포함되기 직전이었다. 이때도 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 와이오밍주는 인구가 50만 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주정부다. 중서부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가져야만 했다.
남성들은 총을 갖고 싸우거나, 처음부터 총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도떼와 살인자들이 날뛰면 현상금 사냥꾼들이 그 뒤를 쫓았던 시대였다. 보안관은 그 지역의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이 영화에서 '리틀 빌'이 그런 인물이다. 리틀 빌도 과거에는 무법자, 범죄자로 살았지만, 운이 좋아서 작은 마을의 보안관이 되었고, 그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남성들의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보통은 평범하게 살았지만, 살기 어려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원인은 가부장사회의 구조적 압력 때문이다. 즉, 사회가 여성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빅 위스키에 사는 여성들도 자신들이 원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포주에게 묶여 있는 몸이며, 카우보이에게 얼굴을 난자당한 여성은 심각한 피해자였음에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포주가 카우보이에게 말을 일곱마리 받는 것으로 보안관 리틀 빌이 판결한다. 여성은 피해당사자였음에도 마치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포주는 여성들을 '재산'이라고 말한다. 즉,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보안관 리틀 빌 역시 여성들을 무시하고, 여성을 가해한 카우보이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한다. 이것은 명백히 남성우월주의자의 모습이며, 여성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방으로 당하기만 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단결해 가해자인 카우보이를 응징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여성들은 힘들게 모은 돈을 현상금으로 내놓고, 두 명의 카우보이를 죽이는 사람에게 돈을 주겠노라고 소문을 낸다.
여성들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천한 일-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을 하지만, 스스로 자존과 명예를 지키려는 그들의 최소한의 행동이었다. 자신들(여성들)을 함부로 대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본때를 보임으로써 다른 남자들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애송이 스코필드 키드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청년은 왕년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라면 카우보이 두 명을 쉽게 처치하고 무려 1천 달러라는 거액을 둘이 나눠 가질 수 있을 거라 계산했다.
하지만, 스코필드 키드가 윌리엄 머니를 발견했을 때, 윌리엄 머니의 몰골은 형편 없었다. 다 늙어가는 시골 촌뜨기 농부였고, 자기 몸도 온전히 가누지 못하는 퇴물 늙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키드는 함께 할 생각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따라오라고 말하고 먼저 길을 떠난다. 윌리엄 머니는 옛 동료 네드 로건과 함께 키드를 따라간다. 윌리엄 머니의 과거를 가장 잘 아는 네드 로건은 원주민 여성과 둘이 조용하게 살고 있었다. 그 역시 윌리엄 머니와 함께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지만, 지금은 평범한 늙은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현상금을 노린 세 명은 어렵게 빅 위스키에 도착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차가운 빗속을 오는 동안 심한 몸살을 앓게 되고, 여기에 리틀 빅에게 걸려 호되게 엊어 맞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키드와 로건은 2층에 있는 여성들을 찾아 올라갔다가 리틀 빅에게 걸리지 않고 도망하고, 셋은 마을 외곽 허물어진 집에서 겨우 모일 수 있었다.
이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을 돕는 사람도 역시 여성들이다. 특히 윌리엄 머니는 리틀 빅에게 죽을 만큼 구타당하고, 몸살까지 앓아서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여성들이 돌아가면서 간호하고, 구완해 정신을 차린다. 즉, 이 영화에서 서사가 이어질 수 있는 바탕에는 여성들의 헌신이 깊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헌신은 사건에 묻혀 관객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카우보이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윌리엄 머니가 쏴죽이고, 다른 한 명은 스코필드 키드가 쏴죽인다. 총잡이라고 큰소리 치던 스코필드 키드는 화장실에 쭈그려 앉은 카우보이를 쏴죽이고, 처음 사람을 죽였다고 머니에게 고백한다. 결국 로건도 살상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키드도 현상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남은 건 윌리엄 머니.
그가 다시 총을 잡게 되는 동기는 오랜 친구 로건의 죽음 때문이다. 이 정보를 알려준 사람도 역시 여성이다. 마을 보안관 리틀 빅과 그 일당에게 사로잡힌 로건은 모진 고문을 당하다 죽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머니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다.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술을 끊었지만, 로건이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술을 마신다.
이후 벌어지는 쌀롱에서의 결투는 과거 서부영화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멋진 결투가 아니라, 그저 개싸움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살인 장면이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도이며, 서부영화는 더 이상 멋지고 화려한 총싸움도 아니고, 과거의 서부영화가 보여준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장면들이다.
윌리엄 머니는 뛰어난 총잡이가 분명하지만, 그는 총을 잘 쏜다기보다, 죽음 앞에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리틀 빅 일당은 총을 쏘기는 해도 이미 당황하고 있으며, 윌리엄 머니의 명성에 기가 죽었고, 총에 맞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다보니 명중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윌리엄 머니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한 태도로 정확하게 상대를 향해 총을 쐈고, 다섯 명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었다.
싸롱 밖에도 리틀 빅 일당이 있었지만, 윌리엄 머니는 당당하게 외친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면, 그 사람의 가족, 친구도 모두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엄포였다. 이건 실제 벌어지지 않겠지만, 충분히 공포를 느낄 만큼 윌리엄 머니의 과거 악행은 유명했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결국 윌리엄 머니가 꼭 하고픈 말은 이 마지막 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실화는 아니지만, 윌리엄 머니가 빅 위스키의 악당들을 모두 처치한 이후 와이오밍주는 미국연방에 포함되고, 여성들의 참정권은 미국연방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악당이 보안관을 하는 불법도 사라지게 된다. 즉, 미국의 흑역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윌리엄 머니는 두 아이와 함께 살던 곳을 떠나고, 소문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로 갔다고 한다. 와이오밍에 남았던 사람들은 금 때문에 온 경우가 많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금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와이오밍을 찾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서쪽 끝 캘리포니아까지 갔다. 윌리엄 머니 역시 더 이상 와이오밍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고, 신변의 위험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도시에 정착해 평범한 노동자가 되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총을 잡은 건, 그가 갚아야 할 빚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에서 진 빚은 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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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잘 알아요 <별의 아이>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오프라인상영작)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의 아이 Under the Stars(2020)
일본, 드라마, 110분
감독: 오모리 다츠시
네, 잘 알아요 <별의 아이>
일본 한 가정집에서 아기가 자지러지게 운다. 미숙아로 태어나 약한 면역력 탓에 잦은 구토, 발진, 두드러기를 계속 달고 살았던 치히로. 부모는 딸을 위해 시도해보지 않은 의학적 치료방법이 없었고, 더 이상 해 줄게 없는 현실에 우는 자식을 바라보며 매일 밤 숨죽여 울어야 했다. 어린 언니까지 치히로의 뺨에 핀 붉은 연꽃이 사라지기만을 기도했지만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에 갇혀버린 그들을 구원한 건, 의료기술이 아닌 '금성의 은총'이었다. 우주의 기운을 담은 물 한 병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아기를 뒤덮은 붉은 연꽃을 사라지게 했고, 부모에게 다시금 희망과 행복을 선물했다. 이후, 치히로는 '금성의 은총' 외에 수많은 제품을 파는 '우주 에너지' 매거진에 "우주의 은총이 구한 생명"으로 당당히 소개된다.
언니가 빠진 가족사진, 별의 아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치히로를 낫게 해 준 금성의 은총은 사이비 종교가 가진 정교한 톱니바퀴 중 하나다. '우주 에너지'에 실린 수만 가지의 제품이 각각의 톱니바퀴로 우주의 무한한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대놓고 맞물려 움직인다. 본래 믿음의 시초를 복기하는 건, 믿기로 한 '개인'에게 한정된, 하지만 무한하게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적어도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는 현재 자신들이 원하는 삶고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린 금성의 은총으로 시작된 그들의 '우주 에너지'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쉬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치히로가 그 강한 믿음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중학생 소녀가 된 치히로는 여전히 금성의 은총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어릴 적엔 미남을 보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얼굴까지 흉측하게 보인단 이유로 금성의 안경과 안약을 갖고 다니기도 했다. 부모는 작은 딸에게 생긴 문제의 답을 늘 '우주 에너지'에 찾았고, 문제의 작고 큰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치히로는 이런 부모님의 요구를 지금까지 군말 없이 따랐으나, 그녀의 언니는 거부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집을 떠나 홀로 생활한 언니, 치히로는 언니의 부재를 인정하면서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입 밖으로 "언니는 가출한 거야."라고 내뱉는 순간 현실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은 늘 "언니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뿐이야."라 얘기한다.
사건의 긴장감을 높이는 존재는 치히로의 언니 말고도 또 있다. 미나미 선생님, 어릴 적 에드워드 팔롱에 빠졌던 치히로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한 장본인. 치히로는 미나미에게 빠져 수업 내내 그의 얼굴을 그리며 영락없는 10대 소녀처럼, 다들 한 번쯤은 빠지는 지독한 짝사랑을 경험한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미나미는 그동안 암암리에 숨겨왔던 사이비 종교에 대한 치히로의 의문을 폭발시키는 촉매로 등장한다. 가출한 언니의 기억과 미나미를 향한 짝사랑이 맞물리는 일은 치히로에게 언젠가는 일어나야 할, 예정된 길이었다. 운동장에서 초록색 운동복 차림에 흰 수건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금성의 은총을 뿌리며 나쁜 기운을 없애는 부모를 향해 "뭐하는 짓이야? 완전히 돌았네."라 일갈하는 미나미. 자신의 부모를 향해 조롱과 멸시를 주저하지 않는 짝사랑남을 지켜보던 치히로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무작정 어두운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너 때문이야. 맨날 아팠잖아."
언니는 초등학생의 치히로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와 별의 기운을 막는 커피를 마시며 '사랑'에 대해 털어놓는다. 별 볼 일 없는 남자를 선택한 건 그의 한숨 때문이라면서, 그의 한숨을 통해 나른한 안정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가족의 울타리에서 충분히 느꼈어야 했던 걸, 언니는 커피만 마시는, 통칭 '쓰레기'에서 찾은 것이다. 치히로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란 쪽지를 남긴 언니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리며 계속 달린다. 그리고 묻는다, 하늘로 붕 떠올라 소리 내 불러도 더는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는 존재에게.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언니! 이 모든 게 아팠던 나 때문이야? 언니!!"
평상시처럼 의식을 치르고 온 부모는 밥을 안 먹는다는 딸의 말에 만병통치, 흰 수건과 금성의 은총을 준비한다. 단 한 번도 저항한 적 없던 치히로는 그날 처음으로 격렬하게 거부한다. 머리에 얹어진 흰 수건을 악착같이 끌어내리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당황한 엄마와 아빠의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으나, 치히로는 그날을 기점으로 자신이 반드시 선택해야 함을 깨닫는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나는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
사실 치히로에게 우주 에너지의 균열은 어렸을 때부터 보였다. 그 작은 틈에 손가락을 넣고 크게 만들기 시작한 것도 치히로였다. 금성의 안경을 쓴 채, 그녀는 아픈 게 아니라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다는 뼈 때리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아니 그전에 금성의 은총을 공원 수돗물로 바꿔치기 한 삼촌과 언니의 만행을 알았을 때부터 이미 금이 간 믿음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는 친구의 우스갯소리도, 다른 사람들이 금성의 힘을 믿는 부모와 자신을 어떤 눈길로 보고 있는지도 전부 다 알지만,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떠한 때를 기다려서? 아니, 자식을 위해 사이비 종교를 믿는 부모를 외면할 수도, 가만히 이렇게 숨죽여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 자리한 두 갈래 길에서 치히로는 계속 도망치는 중이었다.
<별의 아이>는 고요하면서도 날카롭다. '사이비 종교'를 숨기거나, 볼드모트의 이름처럼 공포스럽게 포장하지 않는다. 부모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 이유를 '딸을 향한 사랑이었다' 밝히는 동시에, 금성의 은총을 지금까지도 맹신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임을 친철히 설명한다. 표면적으로 익숙하게 소비해왔던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밝히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다룬 건 치히로의 마음이었다. 지금 사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소녀의 마음은 어떤가. 스토리가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다가오는 건, 그녀가 금성의 은총 덕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사실을 알고서도 제삼자에게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의 어리석음을 확실히 결론 내지도 않으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천천히 풀어내는 점이, <별의 아이>가 사이비 종교가 아닌 인생의 중대한 선택을 앞둔 소녀의 성장을 주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린 담담해 보여, 애처롭게 느껴지는 치히로 때문에 치히로 부모를 보며 강렬한 혐오와 멸시보단, 답답함을 느끼는 동시에 모든 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치히로는 미나미에게 놀이터에 있던 이상한 사람이 자신의 부모님이라 고백한다. 하지만 미나미는 이미 잔뜩 화가 나 있다. 학교 내에 치히로와 자신이 사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결국 그는 학생들 앞에서 치히로를 대놓고 저격한다. 그림에 몰두해 수업을 듣지 않고, 이상한 물을 마시는 치히로를 꾸짖는다. 그의 폭발로 인해 치히로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까이는 하고 싶은 않은 동급생이 되어버린다. 미나미의 불같은 화에 심장이 멎을 듯 얼어버린 치히로.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는 두 친구에게 억울한 듯, 정말 부모님은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항상 품었던 물음에 친구는 멋쩍게 웃으며 "나도 감기 한 번도 걸린 적 없는데..."라며 대화를 끝맺는다.
이렇게 <별의 아이>는 계속 치히로가 바라보는 사이비 종교의 허점을, 그 틈을 그녀의 주변인들의 입술을 통해 폭로한다. 앞서 말했듯, 아주 고요하면서도 날카롭게 관객의 비난할 기회를 순식간에 앗아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사이비 교주가 돌연 치히로의 눈을 통해 등장하는 순간, <별의 아이는> 달라졌을 거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엄마와 아빠 몰래 외조부의 장례식장에 홀로 나타난 치히로. 커피를 마시는 치히로에 놀란 삼촌은 조카만이라도 사이비 종교에서 구출하고자 마음먹는다. 치히로에게 고등학교를 삼촌네 집에서 다녀도 좋다는 말과 함께, 너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소녀의 선택은 단호하다.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과 함께 살겠다는 것.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음에도 두 눈을 힘 있게 뜬 채, 치히로는 부모님을 선택한다.
"네 알아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긴 고민 끝에 치히로가 받아들인 건, 자신을 위해 금성에 헌신하는 부모님이었다. 금성의 기운도, 은총도, 에너지도 아닌 이 모든 걸 신의 뜻으로 여기는 아빠와 엄마. 친구들과는 다른, 너무나 이질적인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으나 아이는 자신을 향한 가족의 사랑을 외면할 수 없었다. 동시에 더는 아팠던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었다. 이미 시간은 흘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부모님을 만들었으니까. 현실을 부정하는 일은 바보 같은 짓이다. 언니가 언젠가는 찾아올 거란 확신은 어리석고, 부모님에게서 도망치려는 건 무책임한 일임을 이젠 인정한다.
마지막, 치히로는 부모님을 따라 사이비 종교 예배에 참석한다. 사이비 종교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니 믿길 정도로 엄청난 수의 신도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치히로. 신도들 사이에서 서로를 애타게 찾던 치히로와 그녀의 부모는 늦은 밤, 숲 속으로 들어간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함께 보기 위해.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 아래, 하나로 똘똘 뭉친 치히로의 가족. 아기를 낳았다고 연락을 해온 언니의 소식을 전하면서 "참 잘 된 일이지?"라 말하는 엄마의 얼굴엔 행복만 보인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소름이 돋지 않는 건 왜였을까. 그들은 다 같이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기 위해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을 거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야만 볼 수 있는 별똥별이 치히로와 부모에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촌 오빠에게 "내 걱정은 하지 마."라고 웃으며 말하던, 삼촌 가족을 만난 뒤 홀로 해변에 서서 바다를 응시하던 치히로가 떠오른다. 가만히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자신의 길을 생각했겠지. 받아들이는 순간, 다른 길이 보인다는 걸 알았을 거다. 물론 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 그러나 치히로는 달라졌다. 영화가 내놓은 건 객관식 보기가 딱 하나인 문제였고, 우린 답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럼, <별의 아이>의 마지막 장면이 아름답게 보일 거다.
그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혼란스럽겠지, 치히로는 모든 걸 알면서도 '선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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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 과거 여자친구 '민서'(이엘리야)를 만난 그는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수혁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조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수혁이 자기와 함께 일할 거라 믿었던 보스 ‘응국’(박성웅)은 그의 선택에 실망하고, 오른팔 ‘성준’(김준한)에게 수혁을 감시하라고 지시한다.
수혁이 언제든 자기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하는 성준은 아예 수혁을 제거하기로 하고, 세탁기라 부르는 2인조 킬러 커플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일을 맡긴다. 하지만 그들은 수혁 대신 민서를 죽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수혁이 복수를 다짐하면서 상황은 성준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기 시작한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의 부작용
정우성의 장편 연출 데뷔작 <보호자>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Special Presentations) 부문, 제55회 시체스 영화제 경쟁 부문 오르비타(Orbita) 섹션,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화제를 낳았다. 사실 <보호자>는 정우성 감독의 의도치 않은 데뷔 무대다. 원래 연출자가 제작 도중 하차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
그래서일까? 정우성 감독의 절친인 이정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 <헌트>에 비하면 <보호자>의 완성도는 여러모로 아쉽다. 특히 비슷한 장르 영화로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티가 난다. 스토리가 평이하다 보니 액션을 연출하거나 캐릭터를 구축할 때 시도한 변화가 유독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런데 기존 작품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은 양날의 검이다. 영화 클리셰는 관객에게 인기가 있어서 거듭 사용된 기법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익숙하다는 이유로 클리셰를 파괴하면 관객이 오히려 영화를 어색하게 느끼며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처럼. 안타깝게도 <보호자>는 이러한 실패의 역사에 한 줄을 더 보탠다.
스스로 잠재력을 막다
<보호자>의 기본 얼개는 익숙하다. 주인공과 여자친구, 딸의 관계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간편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민서를 만난다. 그는 그제야 민서가 임신했고, 10년 동안 혼자서 딸을 키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심지어 암에 걸린 채로. 수혁은 이제라도 여자친구와 딸 곁에 남기로 결심하고, 민서의 부탁대로 평범하게 살려한다.
하지만 그의 결심 앞에는 과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가 몸담았던 조직이 그를 자유롭게 두지 않는다. 수혁, 응국, 성준의 삼각관계도 새롭지는 않다. 조직을 떠나고 싶어 하는 과거의 2인자 수혁. 그런 동생을 이해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1인자 응국. 예나 지금이나 수혁만 챙기는 큰형이 미운 현재 2인자 성준. 한국 누아르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수없이 봐온 삼자대면이 펼쳐진다.
클리셰 홍수 속에서 제목과 소재는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다. 영화는 '평범함'과 '보호자'라는 두 키워드를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간다. 평범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수혁은 과거 동료를 만나 회포를 푼다. 응국은 그런 수혁을 비웃는다. 대조적인 두 장면에는 평범한 삶에 대한 자조와 회의가 담겨 있는 듯 보인다.
'보호자'라는 키워드도 거듭 언급된다. 민서가 사망했을 때 간호사는 수혁을 보호자라고 반복해서 호칭한다. 또 수혁은 딸이 인질로 잡혔을 때도, 결말에 도달해서도 자기를 아빠가 아닌 보호자로 소개한다. 민서와 약속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끝내 보호자로 남는 듯하다.
문제는 수혁의 서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야기와 설정이 새롭지 않다고 판단해서인지 영화는 많은 내용을 생략했다. 그 결과 관객은 스스로 이야기를 추측해야 한다. 자연히 영화는 진부해지고 재미도 떨어진다.
액션에 승부를 걸다
이에 제작진은 확실한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시나리오는 장르적 관성에 맡기고, 대신 디테일한 부분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한국적이지 않고 이질적인 장치가 여럿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사제 네일건, <스피어더맨> 시리즈 속 그린 고블린이 사용할 법한 폭탄 등.
캐릭터 별로 액션을 구분해 직관적인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 지점도 인상적이다. 일례로 수혁에게 자동차는 분신과도 같다. 10년 전에 사용하던 승용차와의 재회가 그의 첫 등장일 정도. 자연히 그의 액션은 자동차 비중이 크다. 몸으로 부딪힐만한 장면에서도 최대한 차를 활용한다. 호텔 건물 정문과 로비를 차로 뚫고 들어가서 성준의 부하들과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성준은 작중 유일하게 총을 사용하며, 그의 부하들도 주로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성준이라는 인물이 불안과 열등감, 질투심에 찌들어 있는 만큼 그 감정을 더 날카롭게 강조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우진과 진아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결의 액션을 보여주면서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 커플은 폭력을 게임처럼 생각한다. 즉각적인 재미와 쾌감을 추구하는 그들의 액션은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영화에 숨통을 틔어준다.
실패로 귀결된 승부수
하지만 액션에 힘을 주는 승부수도 성공적이지는 않다. 우선 부실한 각본이 발목을 잡는다. 흔히 좋은 액션에는 내러티브가 담긴다고 한다. 최근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7>이 좋은 예시다. 남녀 주인공 사이에 신뢰가 싹트는 과정을 액션에 녹인 결과 후반부 기차 시퀀스에는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담겼다. <보호자>는 반대다. 급한 전개 때문에 인물 사이에 감정이 쌓일 겨를이 없다. 그 결과 액션에는 액션 그 자체의 쾌감만 남는다.
액션 자체의 맛도 좋지는 않다. 아이디어는 반짝여도, 연출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 일레로 카 체이싱 장면에서 카메라는 추격자와 쫓기는 사람을 차례로 보여준다. 이어서 쫓기는 사람이 뭔가 일을 꾸미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영화는 템포를 한 번 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대신, 추격자와 쫓기는 사람의 얼굴을 굳이 다시 보여준다. 결국 액션은 리듬이 늘어지고, 올드하다는 인상을 준다.
마지막으로 달라야 한다는 강박도 쾌감을 저해한다. 초반부 수혁이 카지노를 급습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수혁은 모든 조명의 전원을 끊은 후 카지노에 들어선다. 이때 수혁은 어두컴컴한 카지노 내부에서 홀로 칼에 손전등을 달고 다른 조직원을 공격한다.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 액션을 보는 듯한 효과를 주려는 듯이.
문제는 따로 있다. 손전등 때문에 액션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화면은 어둡고, 손전등은 유일한 광원이다. 그 손전등은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비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자연히 화면은 환하게 빛나다가 어두워질 뿐이다. 심지어 카메라도 덩달아 흔들린다. 그 결과 이 액션 시퀀스는 현란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있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잠깐이나마 빛나는 가능성
새로워야 한다는 욕심은 캐릭터를 묘사할 때도 드러난다. 사실 일부 캐릭터는 꽤 인상적이다. 선악 구분이 없는 우진과 진아 커플은 과장에 과장을 보태 한국형 조커와 할리퀸을 보는 듯하다. 의외의 대목에서 냉소적인 코미디를 선보이기도 하고, 서로를 끔찍이 챙기고 아끼면서 전형성도 약간 파괴한다. 특히 우진이 매번 다른 버전의 과거사를 털어놓는 장면은 <다크 나이트> 속 조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커플도 영화 전체를 구하지는 못한다. 존재감은 강렬하지만, 그들이 정작 다른 캐릭터와 얽힐 때는 위화감이 느껴진다. 특히 수혁과의 관계가 부자연스럽다. 우진과 진아는 너무 가볍다. 돈만 받으면 되는 그들은 그저 게임을 즐기는 듯 보인다. 반대로 수혁은 너무 무겁다. 그는 아내를 죽인 원수, 딸을 납치한 파렴치범에게 복수하려 든다. 영화는 그 사이에서 좀처럼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
결국 세 인물은 화학적으로 결합되지 않는다. 얽혀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길지만, 한 화면에서 서로 다른 영화를 찍는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갈등 구조와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꼰 것도 한몫한다. 수혁과 성준이 갈등을 빚는 몇몇 장면에서는 우진과 수혁이 순간적으로 같은 편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보호자>의 과욕과 강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결국 <보호자>는 "명배우는 명감독이 못된다"는 명제를 증명한 또 하나의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의외의 대목에서는 나름대로 개성을 보여줬지만, 끝내 전체 완성도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래도 기대만큼 돋보인 김남길의 연기력, 예상외였던 박유나의 존재감, 그리고 정우성이라는 신인 감독의 가능성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든 차이를 만들고 싶었던 강박이 끝끝내 아쉽기는 하지만.
Dreadful 끔찍한
수습은 했지만, 완성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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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못건드리는 양아치가 탄 버스에 하필 동석이형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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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농구의 질감을 가지고 돌아온 슬램덩크
?Rabbitgumi 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습니다.
송태섭의 서사를 중심으로 북산과 산왕의 전국대회 경기를 보여주고 있죠.
산왕과의 경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되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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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차티드> 1차 예고편
네이선(톰 홀랜드)'과 '설리(마크 윌버그)'가 함께 트레저헌터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와 보물을 찾아나서는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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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송> 메인 예고편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발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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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미국/200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
멜 깁슨이 배우라기보다 감독으로 내 머릿속에 각인된 영화.
The Passion of the Christ는 극장개봉 전에 이미 유명해진 영화다. 반유대주의 영화라고 하여, 헐리웃을 점령한 유대인들로부터 미국의 엘리트 계층, 자본가 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에 이르기까지, 은근한 혹은 노골적인 반감이 표출되었다. 영화가 상영되고 난 후 그 유명세는 더 한층 상승되었다. gory 하다, 따라서 horror 장르로 분류해야 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심지어 수위가 높은 잔인한 고문장면 때문에 약한 심장을 가졌던 관객은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더욱이 이제 멜 깁슨은 유대인들의 왕국인 헐리웃의 영화에 캐스팅되기는 글렀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오갔다. 아마 그 예측은 옳을 것이다.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와 동고동락했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가롯 사람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반과 당시 유대 종교 엘리트 계층인 바리새인들의 음모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한 후 예언대로 사흘만에 부활하기까지, 즉 구약의 예언이 완벽하게 성취되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다룬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기독교 구약과 신약성경의 텍스트에 매우 충실하다.
하나님이 창조한 첫 번째 인간 아담으로 인해 인류에게 죄가 들어왔다. 하나님은 죄와 상관할 수가 없다. 그의 거룩함으로 말미암아 죄지은 자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죄 없고 흠 없는 외아들을 인간으로 세상에 보내 인간들이 당해야할 하나님의 심판을 대신 당하도록 '상관'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인류가 당할 모든 저주를 혼자 감당한 뒤 인간으로 죽었다. 그리고 역시 예언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 그리하여 인류구원을 위한 고난의 사역을 완전히 성취했다.
멜 깁슨이 가톨릭(구교) 신자여서 그랬겠지만 영화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의 어머니인 마리아에 대한 경외심이 배어있다.
그러나 구교와 신교를 초월한 복음의 정수를 전달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는 고대 유대인들과 로마 군인들이 사용하던 그 언어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기독교가 여러가지 종파로 나뉘기 전, 인간의 이데올로기가 섞이기 전의 예수 수난사건과 그의 부활이라는 복음의 핵심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멜 깁슨은 영화를 전 세계에 배급하면서 더빙이 가능한 원고가 아닌 자막용 원고만을 만들었다. 영화를 더빙하지 못하도록 M/E (Music and Effect) 트랙도 아예 만들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의 의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이 영화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정관사 the와 함께 대문자로 시작하는 Passion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난을 당하고 죽음'을 뜻함을 알았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신(하나님)과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온 신(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인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하나님은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여 그들에게 스스로를 계시함으로써 그가 창조한 인간들과 교통하며 신의 뜻에 따라 통치되는 아름다운 국가를 세워 그 주변의 이방사람들에게 본을 보이고 모두 그 아름다운 국가를 따라 살기를, 즉 모든 인류가 신의 자녀가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신의 계획안에서, 그것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약속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신실한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한 약속을 했다. 내가 메시아를 보내리라. 그가 너희들을 구원하리라... 그리고 내 뜻으로 통치되는 나라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구약성경의 핵심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약속을 지켰다.
예수 그리스도는 신의 약속대로 이 땅에 왔다. 그는 이스라엘 땅에 태어난 성육신(인간의 몸으로 온 신)이다. 예수는 구약성경 곳곳에 예언으로 주어진 말씀대로 메시아로서 감당해야할 모든 것을 빠짐없이, 그리고 정확하게 성취한다. 그는 말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는 고난을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당했다. 예언을 이루어 하나님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그것은 인류 역사에 다시없을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며 순종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구약성경의 한 구절,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가 나음을 얻었도다." (이사야서 53장 5절)는 메시아에 대한 대표적인 예언이자 이 영화의 주제이다.
이제 인류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모두 구원을 얻게 되었다,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한다면. 그가 인류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하였다는 것을, 그리하여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목을 이루었다는 것을 믿기만 한다면.
영화에 그려진 인간들의 모습은 어떤가.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을 잘 아는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는 그를 통해 하나님의 예언이 성취되는 것을 고통으로 지켜본다. 그 곁에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요한과 예수의 가르침을 좇았던 막달라 마리아가 늘 함께 있다. 그들은 아무 힘없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지켜보는 무력한 자들이었다.
예수와 함께 먹고 자며 전도하였던 제자 중 하나였던 유다는 물질이 탐이나 돈에 스승을 판다. 반역자다. 그리고 수제자였던 베드로는 흥분한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까봐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한다. 그는 비겁했다.
당시 구약을 믿고 암송하며 가르쳤던 유대교 종교 엘리트이며 지도자인 바리새인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천한 목수의 아들 예수가 가르치는 말씀의 권위와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는 그의 기적의 능력을 질투했으며, 바리새인들의 위선을 공공연히 비판하는 예수를 두려워했다. 아니, 예수 때문에 그들의 인기와 권위가 실추될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거짓증거를 날조하여 신성모독으로 예수를 죽였다. 야비한 살인자였다.
그리고 예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로마의 군인 빌라도. 그는 예수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유대인들 사이에 민란이 나면 로마황제의 눈 밖에 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고 말 것을 두려워한 비겁한 출세주의자였다.
그리고 그 무력함, 비겁함, 야비함, 두려움 등의 어두움은 모든 인간에게서, 나에게서 늘 찾아지는 것들이다. 예수의 십자가 보혈로 깨끗하게 되지 않는 한.
인간은 세상에서의 안락한 삶, 즉 세상을 사랑하고, 속이는 자 사탄은 세상의 재미로 인간을 미혹하며 죄를 짓게 함으로써 신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러나 신은 위대한 사랑이다. 인간은 늘 하나님을 배반하나 하나님은 약속을 신실하게 지켜 인간에게 예수를 보냈다. 그리고 온갖 사탄의 책략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죽음, 즉 사탄을 이김으로써 다시 한 번 하나님과 화목할 수 있는 기회를 인간에게 주었다.
인간은 단지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메시아이며 예수의 보혈로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죄의 종, 즉 사탄의 종으로부터 하나님의 자녀로 그 신분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며 이 영화의 요지이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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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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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웅>, 12월 21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는 12월 21일 개봉을 확정하였다.
<아바타: 물의 길>, 한국 최초 개봉 기념 내한
ⓒ 네이버 영화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한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내한한다고 한다.
2003년 화제작, 극장 재개봉
ⓒ 네이버 영화
CGV에서 2003년에 개봉한 화제작 8편을 모아 '한국영화 리덕스' 상영회를 12월 2일부터
5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올드보이>,
<장화,홍련>, <지구를 지켜라!> 등을 상영한다.
황정민·염정아 주연 <크로스>, 크랭크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크로스>가 약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1월 13일(일) 크랭크업했다.
<헤어질 결심>, 청룡영화상 6개 부문 수상
ⓒ 네이버 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은 지난 25일에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6관왕을 차지하였다.
해외
<유포리아>, 독일판 제작 진행 중
ⓒIMDB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독일에서 리메이크가 될 예정이다. 아직
캐스팅과 관련된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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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무너진 균형에 매몰된 감동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조용히 살아간다. 그는 괜한 관심과 주목을 피하기 위해 무뚝뚝하고 차갑게 학생들을 대하며 기피 대상이 된다. 어느 날, 그는 잘못된 친구 관계 때문에 기숙사에서 쫓겨나 떠돌던 '한지우(김동휘)'를 만나고, 어려운 가정환경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포자가 되어 좌절 중이던 지우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던 중 학성은 우연히 지우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만다. 수학을 가르쳐 달라는 지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그는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자신의 삶에서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박종훈 감독의 첫 상업영화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정직하다. 영화의 첫인상인 제목으로부터 보여주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크게 '수학자'와 '이상한 나라'로 이루어진다. 이때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미끼일 뿐, 영화가 진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그 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 이용하는 개개인들의 사연일 것임을 말해준다. 또 '이상한 나라'는 수학자들이 발 디디고 있는 공간이 품은 이야기에 따라 해당 사연들의 내용과 감흥이 달라질 것이라고 암시한다. 다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정직함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친다. 수학자의 스토리는 감동적이고 그의 공간도 시각적으로 잘 구현되었지만, 이들의 만남은 하나의 짜임새 있는 플롯을 이루지는 못한다.
우선 '수학자'의 이야기를 보면, 이 영화에서 수학은 철저히 수단적인 도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수학의 이름을 빌려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성은 지우에게 특정 문제의 구체적인 풀이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수학에 접근하는 자세를 일러준다. 예를 들어 풀이를 단축시킬 공식을 알려 달라는 지우에게 학성은 칠판을 가득 채울 만큼 복잡한 계산을 모두 직접 하라고 말한다. 수학의 기술과 문제의 결과만을 쫓는 지우에게 수학의 진정한 묘미는 과정에 있음을 알려준다. 학성이 지우에게 내준 첫 문제가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라는 문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러 존재할 수 없는 삼각형을 보기로 주면서 기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공식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보다 수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때 작중 수학을 대하는 태도는 곧 인생을 대하는 태도로 연장되기에 흥미롭다. 영화는 “수학이 단순하단 말을 못 믿네? 곧 믿게 될 거다.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된다면”이라는 대사를 통해 인생에는 하나만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또 수학계의 난제인 '리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내해 온 학성의 사연을 빌려 왜 수학의 공식을 증명하고자 하는지, 곧 무엇을 위해서 살고자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정답에 맞춘 증명이라는 결과 그 자체보다 정답보다 중요한 올바른 풀이 과정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Q. E. D. (증명 완료)'라는 자막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을 강요당한다고 볼 수도 있는 시대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또한 수학으로써 인생을 말하는 메시지의 울림은 수학이 아름답다는 학성의 찬양 덕분에 더욱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삶의 미학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찬양의 수단이 수학과 뗄 수 없는 음악이기에 더욱 직관적이고 동시에 인상적이다. 음악은 소리를 소재로 삼을 뿐 그 구성요소인 박자나 선율, 화성 등은 모두 수학적 원리를 따르고 있다. 서로 다른 음을 내는 현 사이의 길이가 간단한 정수의 비로 표현될수록 어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피타고라스의 발견처럼, 아름다운 음악에는 올바른 수학적 비율이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학성과 함께 등장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삼인방이 함께 파이(π)의 값을 악보로 옮겨 연주하는 '파이송'은 예술과도 같은 수학의 아름다움과 수학에 대한 영화의 인문학적인 접근법을 부각한다.
이처럼 수학에서 인생의 올바른 가치와 길을 찾는 '수학자'의 관점은 '이상한 나라'의 의미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특히 같은 학교 안에서 극도로 대비되는 공간을 통해 '이상한' 대목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당장 지우가 다니는 자사고의 교실과 기숙사, 복도 공간은 무채색의 화이트 톤으로 명암 대비를 낮춰 평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는 ‘학성’과 ‘지우’의 집을 관통하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이 공간들은 모두 메말라 있고 비어 있는 황량한 느낌을 선사한다. 고액의 수학 과외가 이루어지는 학원 역시 같은 인상을 남긴다.
반면에 지우와 학성이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장소인 과학관 B103 아지트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명암 대비를 높여 보다 입체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었고, 밝고 따스한 호박색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어두우면서도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동시에 신비롭기까지 하다. “으스스하지만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채워서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라는 느낌을 주는 미지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박동훈 감독의 말대로 과학실을 가득 채운 잡동사니 덕분에 역으로 어떤 작은 변화도 이상하지 않을 아지트로 재탄생한다.이처럼 두 공간의 상반된 분위기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상한 나라'의 함의가 바뀌게 되는 힘이 되어준다. 초반부만 해도 지우의 수학 성적이 매우 낮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이유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가기를 권유하는 학교의 태도는 냉혹하지만 현실적인 것처럼 묘사된다. 딱히 지우에게 인간적인 정을 주지 않는 주변 학생들의 모습도 이를 부추긴다.
그러나 과학관 B103이라는 공간이 등장한 이후로는 비록 냉정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였던 학교의 분위기는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상식적인 인상으로 급격히 전환된다. 문제의 조건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으니 복수정답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지우에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이 진짜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하는 교사의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비판적 태도는 답안지 유출 사건을 비롯해 왜곡된 교육 시스템의 진상이 이미 잘 알려진 만큼 효과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수학을 매개로 삶의 감동과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잘 이끌어 가던 영화는 '이상한 나라'에 남북관계를 끌어오려는 과욕을 부리고 만다. 작중 학성과 지우의 관계는 마치 유사 부자 관계나 다름없다. 탈북한 후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아들을 잃은 학성이 아들의 모습을 지우와 겹쳐 보기 때문이다. 필생의 과업인 리만 가설을 증명하려던 노력 때문에 비극을 겪은 만큼 학성에게 유독 수학 때문에 괴로워하는 지우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선을 쌓아가면서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영화가 적절히 균형을 잡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우선 짐작 가능한 학성의 개인사를 굳이 숨기고 있다가 그의 사연을 나열하는 선택은 영화와 관객 간에 감정교류를 저해하고 학성의 감정선마저 작위적으로 느껴질 소지를 주고 만다. 또 탈북자인 학성과 국정원의 관계를 풀어나갈 때는 그 위기를 억지로 조성한다는 인상을 남기는데, 이는 딸기 우유로 대표되는 뻔한 클리셰와 결부되어 영화의 깊이감과 몰입감을 모두 방해하고 만다. 그 결과 '이상한 나라'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현실의 무게감과 인물의 사연이 만들어 낸 일차원적이고 편의적인 감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적으로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모든 문제가 요약되어 있다. 배우의 중량감이나 분량, 스토리의 깊이만 봐도 주인공은 이학성이 되어야 하지만, 미흡한 작법으로 인해 정작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이학성이 아니라 한지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정직한 제목에 어울릴만한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한 나머지 표류선 마냥 '이상한 나라'와 '수학자' 사이에서 무너지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변수 없는 단정한 수식처럼 작위적인 교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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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를 서너 번 봤지만, 이번에 보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 영화를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의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 기존의 영화 해석에서는 주인공 윌리엄 머니의 심리적 변화와 기존의 서부영화가 보여주었던 전형적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서부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과거 미국 서부영화에서 뛰어난 총잡이로 활약해 왔고, 영화, TV 시리즈에서도 머플러를 휘날리며, 시가를 물고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총잡이의 아이콘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에도 출연해 미국 서부영화를 희화화하는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존 웨인 이후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 깊게 각인된 인물이다.
이 영화는 과거 화려했던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총을 놓고 시골에서 농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물 간 과거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는 어린 아들과 딸을 키우며 외진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 윌리엄 머니 역을 맡은 것은 필연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다른 배우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과거에 유명하고 잘 나가던 총잡이였기 때문이며, 그 인물이 시간이 흘러 퇴물이 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기 때문이다.
퇴물이 된 윌리엄 머니는 몰락한 서부영화를 상징하며, 이제는 흘러간 한 시대의 영화(榮華)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영화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평범한 농부로 살아가던 윌리엄 머니에게 스코필드 키드가 찾아와 함께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거절한다. 그가 다시 말을 타게 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다. 키우던 돼지가 콜레라에 걸려 죽게 되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돈이 필요하게 된 것과, 스코필드 키드가 말한 내용에서, 카우보이에게 어떤 여성이 칼로 난자당했다는 말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 나레이션은 처음과 끝에만 나온다. 나레이션은 윌리엄 머니가 어떤 인물인가를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여기서 관객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윌리엄 머니가 총을 버리고 시골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며, 아내는 두 아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악당은 개과천선해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를 개과천선하도록 만든 사람이 그 악당의 아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언듯 봐도 윌리엄 머니의 두 아이 - 딸과 아들 -는 어리다. 나이로만 보면 윌리엄 머니에게는 손자처럼 보인다. 그의 아내는 겨우 스물 아홉살에 세상을 떠났다. 윌리엄 머니와 아무리 적어도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윌리엄 머니를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시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윌리엄 머니는 죽은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으며,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11년 동안 총을 잡지 않았다. 그러니 아들의 나이는 많아야 열한 살일 것이고, 딸은 여덟, 아홉 살 정도로 보인다. 윌리엄 머니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 때문에 가능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만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의 과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의 인성이 하루아침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잔인하고 흉포한 인간이지만, 그것이 타고난 인성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그의 삶 전체가 어떤지 관객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성들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모습은 나타나지 않지만 윌리엄 머니의 아내가 중요하게 드러나며, 윌리엄 머니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기는 빅 위스키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내건 현상금이다. 1870년대 와이오밍주는 준주였으며 미합중국에 포함되기 직전이었다. 이때도 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 와이오밍주는 인구가 50만 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주정부다. 중서부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가져야만 했다.
남성들은 총을 갖고 싸우거나, 처음부터 총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도떼와 살인자들이 날뛰면 현상금 사냥꾼들이 그 뒤를 쫓았던 시대였다. 보안관은 그 지역의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이 영화에서 '리틀 빌'이 그런 인물이다. 리틀 빌도 과거에는 무법자, 범죄자로 살았지만, 운이 좋아서 작은 마을의 보안관이 되었고, 그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남성들의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보통은 평범하게 살았지만, 살기 어려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원인은 가부장사회의 구조적 압력 때문이다. 즉, 사회가 여성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빅 위스키에 사는 여성들도 자신들이 원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포주에게 묶여 있는 몸이며, 카우보이에게 얼굴을 난자당한 여성은 심각한 피해자였음에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포주가 카우보이에게 말을 일곱마리 받는 것으로 보안관 리틀 빌이 판결한다. 여성은 피해당사자였음에도 마치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포주는 여성들을 '재산'이라고 말한다. 즉,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보안관 리틀 빌 역시 여성들을 무시하고, 여성을 가해한 카우보이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한다. 이것은 명백히 남성우월주의자의 모습이며, 여성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방으로 당하기만 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단결해 가해자인 카우보이를 응징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여성들은 힘들게 모은 돈을 현상금으로 내놓고, 두 명의 카우보이를 죽이는 사람에게 돈을 주겠노라고 소문을 낸다.
여성들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천한 일-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을 하지만, 스스로 자존과 명예를 지키려는 그들의 최소한의 행동이었다. 자신들(여성들)을 함부로 대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본때를 보임으로써 다른 남자들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애송이 스코필드 키드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청년은 왕년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라면 카우보이 두 명을 쉽게 처치하고 무려 1천 달러라는 거액을 둘이 나눠 가질 수 있을 거라 계산했다.
하지만, 스코필드 키드가 윌리엄 머니를 발견했을 때, 윌리엄 머니의 몰골은 형편 없었다. 다 늙어가는 시골 촌뜨기 농부였고, 자기 몸도 온전히 가누지 못하는 퇴물 늙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키드는 함께 할 생각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따라오라고 말하고 먼저 길을 떠난다. 윌리엄 머니는 옛 동료 네드 로건과 함께 키드를 따라간다. 윌리엄 머니의 과거를 가장 잘 아는 네드 로건은 원주민 여성과 둘이 조용하게 살고 있었다. 그 역시 윌리엄 머니와 함께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지만, 지금은 평범한 늙은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현상금을 노린 세 명은 어렵게 빅 위스키에 도착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차가운 빗속을 오는 동안 심한 몸살을 앓게 되고, 여기에 리틀 빅에게 걸려 호되게 엊어 맞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키드와 로건은 2층에 있는 여성들을 찾아 올라갔다가 리틀 빅에게 걸리지 않고 도망하고, 셋은 마을 외곽 허물어진 집에서 겨우 모일 수 있었다.
이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을 돕는 사람도 역시 여성들이다. 특히 윌리엄 머니는 리틀 빅에게 죽을 만큼 구타당하고, 몸살까지 앓아서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여성들이 돌아가면서 간호하고, 구완해 정신을 차린다. 즉, 이 영화에서 서사가 이어질 수 있는 바탕에는 여성들의 헌신이 깊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헌신은 사건에 묻혀 관객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카우보이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윌리엄 머니가 쏴죽이고, 다른 한 명은 스코필드 키드가 쏴죽인다. 총잡이라고 큰소리 치던 스코필드 키드는 화장실에 쭈그려 앉은 카우보이를 쏴죽이고, 처음 사람을 죽였다고 머니에게 고백한다. 결국 로건도 살상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키드도 현상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남은 건 윌리엄 머니.
그가 다시 총을 잡게 되는 동기는 오랜 친구 로건의 죽음 때문이다. 이 정보를 알려준 사람도 역시 여성이다. 마을 보안관 리틀 빅과 그 일당에게 사로잡힌 로건은 모진 고문을 당하다 죽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머니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다.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술을 끊었지만, 로건이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술을 마신다.
이후 벌어지는 쌀롱에서의 결투는 과거 서부영화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멋진 결투가 아니라, 그저 개싸움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살인 장면이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도이며, 서부영화는 더 이상 멋지고 화려한 총싸움도 아니고, 과거의 서부영화가 보여준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장면들이다.
윌리엄 머니는 뛰어난 총잡이가 분명하지만, 그는 총을 잘 쏜다기보다, 죽음 앞에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리틀 빅 일당은 총을 쏘기는 해도 이미 당황하고 있으며, 윌리엄 머니의 명성에 기가 죽었고, 총에 맞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다보니 명중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윌리엄 머니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한 태도로 정확하게 상대를 향해 총을 쐈고, 다섯 명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었다.
싸롱 밖에도 리틀 빅 일당이 있었지만, 윌리엄 머니는 당당하게 외친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면, 그 사람의 가족, 친구도 모두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엄포였다. 이건 실제 벌어지지 않겠지만, 충분히 공포를 느낄 만큼 윌리엄 머니의 과거 악행은 유명했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결국 윌리엄 머니가 꼭 하고픈 말은 이 마지막 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실화는 아니지만, 윌리엄 머니가 빅 위스키의 악당들을 모두 처치한 이후 와이오밍주는 미국연방에 포함되고, 여성들의 참정권은 미국연방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악당이 보안관을 하는 불법도 사라지게 된다. 즉, 미국의 흑역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윌리엄 머니는 두 아이와 함께 살던 곳을 떠나고, 소문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로 갔다고 한다. 와이오밍에 남았던 사람들은 금 때문에 온 경우가 많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금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와이오밍을 찾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서쪽 끝 캘리포니아까지 갔다. 윌리엄 머니 역시 더 이상 와이오밍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고, 신변의 위험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도시에 정착해 평범한 노동자가 되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총을 잡은 건, 그가 갚아야 할 빚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에서 진 빚은 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