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5-02-05 17:49:52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
나를 아끼듯 타인을 생각하고, 나를 위로하듯 남을 돌보는-
*이 글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024
감독, 팀 밀란츠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
하루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마을 전경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고요하면서도 쉽사리 떨쳐낼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수녀원을 중심으로 한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아일랜드 정부와 가톨릭교회가 보호, 참회, 갱생을 빌미로 젊은 여성들을 감금하고 노동착취를 일삼았던 역사(막달레나 세탁소)와 이를 고스란히 담아낸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이미 접한 관객이라면, 첫 장면에 얼마나 중요한 정보가 담겼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마을이 구석구석 소개될 때, 고집스럽게 화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정신적 영향력을 관객에게까지 과시하는 수녀원을 과연 누가 못 본척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껴지는 어두침침한 마을을, 관객들이 단순히 '풍경'으로 인식하길 바란다. 시끄럽게 울리는 사무실 전화벨을 대수롭지 않게 흘리고 석탄 배달을 가는 빌처럼 말이다. 그의 트럭을 따라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시민의 일상을, 암울한 사회 배경보다 먼저 마음에 담길 원한다. 잔혹한 역사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상황보다 비극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더 주요하게 여겨서고, 본래 역사는 희극이든 비극이든 상관없이 인물로 설명되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영화가 원작의 내용을 조금의 덧붙임 없이 충실하게 스크린에 담아낸 이유와도 연결된다. 영화의 주제 의식과 소설의 지향점은 같다. 오직 인물만이 이 비극적 역사를 풀어낼 수 있고, 그중에서도 오직 빌 펄롱만이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밝힐 수 있다는 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을 통해 쓰인 작품이다. 우린 빌에게 집중하면 할수록 그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가 사는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비로소 영화가 말하는 진정한 가치, 따뜻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빌이 트럭에 석탄을 담는다. 석탄 배달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다섯 명의 딸이 있다. 삶은 안정적이고 규칙적이다. 새벽에 출근해 석탄을 배달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화장실에서 온몸에 묻은 석탄 가루를 씻어낸다. 식탁에 옹기종기 모인 귀여운 딸들의 수다를 반찬 삼아 저녁을 먹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길 하다 잠에 든다. 자주 잠을 설치지만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석탄을 배달한다. 소소한 만큼 무료하기도 하지만 가족의 평안이란 확실한 대가가 충족되는 하루, 모두에게 이상적인 삶은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계속될 참이었다. 그가 부모에 의해 수녀원에 강제로 입소하는 소녀를 보지 않았다면 말이다.
석탄 창고 안에서 소녀의 울부짖음에도 숨죽였던 그때, 빌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불안이 실은 시한폭탄이었고, 소녀가 수녀원에 갇힌 순간 폭탄 작동 버튼도 함께 눌렸음을 말이다. 사실 빌은 남들처럼 소소하고 평범하게 사는 게 불편했다. 정확히는 모두가 가끔은 불행하지만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할 때, 본인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에게 평안의 다른 말은 불안이었고 이는 따뜻함과 혼란함이 공존했던, 그리하여 너무나도 혹독했던 유년기에서부터 축적된 결과였다.
소녀를 처음 본 이후 영화는 석탄 배달 같은 반복적인 장면은 빠르게 넘기고, 빌이 혼자인 순간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 어딘가 외롭고 공허해 보이는 그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클로즈업 샷으로 그가 느끼는 고통을 더 집중적으로 느끼도록 유도하고, 대체 어떤 사건이 빌의 내면에 불안을 심었으며, 목에 걸린 음울은 왜 계속 토해내지도, 삼키지도 못하는지 궁금하게 한다. 그의 불안을 역추적하는 일에 모든 힘을 소진하는 것인데, 이는 빌이 아내는 물론 동료, 이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빌의 어머니는 갱생의 대상, 미혼모였다. 부잣집 가정부인 그녀 또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꼼짝없이 수녀원에 갇힐 처지였다. 그러나 집주인 윌슨 부인의 도움으로 빌을 낳고 길렀다. 아버지는 없었지만, 부인의 아들이 삼촌으로 곁에 있었고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들의 보살핌은 계속됐다. 수녀원 창고 안에서 볼록한 배를 감싸고 두려움에 떠는 소녀를 보며, 빌이 어머니를 떠올린 건 당연했다.
빌은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중첩되는 소용돌이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계속 과거의 나와 어머니를 떠올리고, 이름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걸로도 모자라 현실로 불러와 성인이 된 본인과 마주하게 한다. 소녀는 어머니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윌슨 부인과 삼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빌은 그들의 따뜻한 사랑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 없었다. 그때 부인이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빌은 없었을 테니까. 더구나 작고 허름해도 온기 가득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은 아내의 말처럼 운이 좋아 얻은 결과물이 아니었다. 윌슨 부인이 어린 빌에게 준 사랑은 많은 돈과 우연이 결합해 발생한 운 좋은 얘깃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이 윌슨 부인에게 진정한 사랑을 배웠음을, 어린 빌과 부인의 추억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꺼내 증명한다. 그녀의 사랑은 그를 진정 따뜻한 어른으로 만들었다. 나를 아끼듯 타인을 생각하고, 나를 위로하듯 남을 돌보고, 나를 사랑하듯 그를 돕는 삶. 아내와 다른 이들이 바라는 수녀원의 차가운 입김이 닿지 않는 삶과는 확실히 정반대였다.

소녀를 돕지 않는 본인을 향한 혐오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사이, 빌은 결국 가장으로 살아온 시간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침묵이 곧 순리임을 돈과 권력으로 강요하는 수녀원장의 입김에 고갤 숙인다. 지금껏 지켜온 모두의 삶을 위태롭게 하지 말라는 단골 가게 사장의 말에도 이를 악물며 참는다. 소녀가 생각나 부끄러움이 밀려오자,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고 자괴감이 휘몰아치자, 이를 잘라내기 위해 이발소에 들어간다. 늘 그래왔듯 하루 더 버티면 되는 일이었다. 그가 사는 이곳은 누군가를 가여워하거나 안쓰러워하거나, 돕는 게 불가능하고, 이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 세상이니까. 수녀원에 끌려간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무관심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에 힘들어할 시간도 없다고 여기는 사는 사람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이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빌을 무조건 추앙하지도 않는다. 그저 끝까지 빌을 보여줄 뿐이다.
오래된 침묵만 감도는 이발소 안, 빌은 거울에 비친 어린 자신과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삼촌을 발견하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그 뒷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반복과 집중을 단번에 없애고 이야기 끝자락을 수놓는 빌을 조용히 따라간다. 빌이 외면했던 사람은 소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윌슨 부인, 삼촌이었으며 자기 자신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결정과는 별개로 자신이 받은 사랑이 무참히 소멸하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도저히 살 수 없었다. 빌에겐 그 희망이 전부였고, 여전히 삶의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으니까. 그의 처절하면서도 간절한 선택은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홀로 된다고 말하는 결연한 용기와는 다르다. 빌은 자기를 버릴 수 없었기에 용기를 냈다. 다만 그의 용기에 조건 없는 사랑이 깃들어 있었고, 그가 베풀고자 하는 사랑 안엔 가족이 있었으며, 더 나아가 모두가 존재했을 뿐이다. 그 결과 수녀원 창고에서 소녀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향하는 빌의 모습은 알코올 중독자인 친구 아들에게 잔돈을 줬던 그날처럼, 평범한 하루로부터 퇴근하는 소소한 일상으로 비치는 동시에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울컥하게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전한다, 삭막한 곳에도 희망은 피어나고, 희망이 핀 곳엔 사실 희망이 이미 뿌리내려져 있었단 사실을.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 빌이 소녀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다. 빌이 괴로움에 몸부림치지 않았다면, ‘막달레나 세탁소’는 여전히 수녀원장이 준 크리스마스카드 안에 감춰져 있었겠지. 그의 손에 접착제처럼 붙어있던 석탄 가루가 말끔히 씻겨 사라지는 일도 끝내 없었을 테고, 가족이 있는 시끌벅적한 부엌으로 들어가는 빌과 소녀의 모습 같은, 이처럼 사소한 것도 영영 못 봤을 거고.
Relative contents
-
- [DMZ DOCS]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리뷰
감독] 금선희
시놉시스 ] 이 프로젝트에서 “구(舊)-귀국자”란 1954년부터 1984년도에 걸쳐 진행된 귀국사업 (혹은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이주했으나 최근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조선인들을 의미한다. 구(舊)-귀국자들은 현대 일본 재일조선인 공동체 내에 설 자리가 없다. 또한 그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수용소에 끌려갈까 두려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상에 그들의 얼굴을 담을 수 없었기에 나는 무수한 자료들에서 찾은 푸티지를 사용해 세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한 비디오 작업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자이니치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 2018년 한 연극을 통해서였다. 연극 <혼마라비해?>라는 작품에서 재일동포, 자이니치들이 받는 차별과 정체성을 다루고 있었는데, 그렇게 잠시 잊고 있었던 자이니치의 존재를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시놉시스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고, 연극이 아닌 실제 그들의 삶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백석 메가박스로 향했다.
어디에도 없는 국가를 국적으로 가진 이들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는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70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재일조선인들이 일본에 넘어가게 된 계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1954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귀국사업과 이후 북한을 탈출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자이니치,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자막과 영상자료들을 위주로 보여주고 딱히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반부에 들어서 북한에 있다가 탈출하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한 남성의 나레이션이 펼쳐진다. 그의 담담한 독백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그들이 조국이라고 느끼는 나라는 어디일까? 였다.
그들은 재일조선인, 즉 조선이 국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진 후 조선은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국가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은 제일조선인으로 일본 내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일본인이 아니지만 일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고, 자신의 아버지 고향은 경상북도이지만 귀국사업을 통해 갈 수 있는 모국은 단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북한이다. 일본과 남한, 그리고 북한이라는 세 나라의 정체성 속에서 과연 제인조선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어디라고 생각할지, 여기서 오는 혼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증과 함께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는 없는 국가를 국적으로 삼고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침묵 속에 감춰진 구술의 힘
장장 30년간 진행된 대규모 북송사업. 수많은 재인조선인들이 북한으로 이주했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취재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기에 북에서의 그들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거대한 침묵 속에 자리잡았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역사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듯 했다. 북한을 탈출하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조선인들 역시 자신과 북에 남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침묵을 지키며 살아간다.
현대사에서 식민과 냉전, 분단의 아픔을 몸소 겪으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주체들이 얼마나 있을까? 위안부, 만주사변, 관동대학살, 4.3사건 등 식민과 냉전, 분단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그 피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더불어 당시 사건들이나 만행들을 객관적으로 기록해놓은 경우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훼손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의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힘든 편이다. 여기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인 바로 ‘구술’이다. 당시 사건을 실제로 경험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오랜 침묵을 깰 수 있다.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는 이러한 구술이라는 요소를 영화 후반에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삼 남매의 막내였던 주인공은 재일조선인으로서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탈출한 인물이다. 식민지 시대의 설움과 함께 일본에서의 차별, 그리고 북한 사회 정치 체제를 몸소 겪은 사람으로서 덤덤하게 자신의 인생을 독백으로 풀어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국가의 국적자로서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이주했고, 대기근으로 인해 북한을 탈출한 그는 일본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누나는 정신병원에서 죽고, 일본으로 함께 돌아온 형은 범죄를 저질러 일본에서 추방된다. 일본인 어머니를 두었기에 추방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재일조선인이었던 그들은 일본에서 일본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일본어지만 일본에서 한 존재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말로써 표현한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던, 역사가 침묵으로 일관했던 존재들이 스스로 말함으로써 모두에게 잊혀졌던 ‘자이니치’의 삶을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지만 역사 소용돌이를 그대로 경험한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 풀어낸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그 속에서 구술의 힘이 기존의 역사가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9-24 13:30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211
2022-09-27 16:30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522
-
- '블레이드 러너'라는 세계관
7★/10★, 8★/10★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의 경계를 질문하는 SF 영화의 계보에서 늘 손꼽히는 영화다. 시간이 지나 영화 수가 쌓이며 고민의 결과 방향성은 더 섬세해지고 예리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고민을 상업 영화의 문법과 버무려 보편적 휴머니즘의 차원으로 밀고 나간 〈블레이드 러너〉의 성취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후속작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본 이후로는 이들 영화가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을 다룬 SF 장르 영화에서 아무도 넘보지 못할 왕좌에 올랐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블레이드 러너〉의 시간 배경은 인간이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한 2019년이다.* 첨단 기업 타이렐은 인간의 모습을 본뜬 로봇 리플리컨트를 개발하고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갖춘 이들을 우주 식민지 건설에 활용한다. 그러나 창조물은 때때로 창조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법이다. 리플리컨트는 독자적인 감정을 갖게 되어 인간의 욕심에 자신의 노동이 동원되는 데 반감을 품고 지구로 넘어온다. 기술의 한계로 4년으로 제한된 수명을 늘릴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을 ‘배반’한 리플리컨트를 사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에게 지구로 침입한 리플리컨트를 잡아들이란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데커드는 리플리컨트를 추적하며 그들이 단순한 기계 그 이상의 존재임을 점차 깨닫는다. 그러던 중 타이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리플리컨트 레이첼과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데커드는 지구에 몰래 들어온 4명(혹은 4개)의 리플리컨트를 모두 사살하는 과정에서 리플리컨트에 대한 편견을 거스르는 경험을 하고 그들의 존재를 다르게 이해할 방법을 학습한다. 데커드가 레이첼과 어딘가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종種의 경계를 뛰어 넘었음을 보여준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데커드와 레이철의 도피에 상상력을 덧붙이며 시작한다. 주인공 K는 리플리컨트 신 모델로, 주체적 감정을 가지고 인간에게 반항했던 구 모델을 사냥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요컨대, K는 로봇을 사냥하는 로봇이다. 평소처럼 자기 임무를 수행하던 K는 어느 날 충격적인 현장을 마주한다.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리플리컨트 유해를 발견한 것이다. 리플리컨트가 감정에 더해 생식 능력까지 있다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진다. 이에 당국은 재빨리 K에게 이 사건을 추적하라 명령한다. 극심한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지구인들을 위로하는 건 자신이 ‘껍데기(skinner, 인간이 리플리컨트를 부르는 멸칭)’보다 낫다는 하찮은 자의식뿐이기 때문이다. 리플리컨트 문제가 종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넘어 우주 식민지 시대의 체제 존폐 문제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드니 빌뇌브는 그가 여러 영화에서 선보인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스산한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영화에는 황량한 배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드니 빌뇌브는 여기에 〈블레이드 러너〉가 처음 나온 이후 한껏 확장된 여러 철학적 물음도 영화에 적극적으로(물론 조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끌어온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레이첼과 데커드의 아이가 아닐까 고민하며 당혹감과 기대감이 복합된 채 한껏 부풀어 오르던 K가 자신의 보조적 지위를 인지한 이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데커드에서 K로 이어지는 장엄한 부자父子 서사가 어그러진 후, ‘인간에 순응하며 그들을 보조하라’는 자신의 존재 목적을 따라가는 K의 수동성은 역설적으로 그의 행위에 존엄성을 부여한다. 즉, K는 수동적 존재론을 성실히 수행하여 이를 숭고함으로 뒤집어낸다. 영화의 마지막, 그 모든 복잡한 상황과 다층적 질문 속에서도 우리가 안도하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을린 사랑〉에서 시작되어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컨택트〉를 거쳐 이후 〈듄〉으로 이어지는 드니 빌뇌브의 장대한 필모그래피(내가 본 영화에 한정해서 말하자면)에 어울리는, 동시에 원작의 감동과 여운을 완벽에 가까이 계승하는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는 〈블레이드 러너 2049〉 덕에 다시 한번 자신의 영화적 수명을 갱신해내기도 한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여정에 동참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2022년의 현실에서는 몇몇 글로벌 재벌이 인간의 우주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상상력은 그저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
- 3월 3주 차 씨네랩 개봉작 추천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의 셋째 주가 다가왔습니다!
저번 주에 비해 이번 주에 개봉하는 작품이 많은데요.
여러 기대작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어김없이 여러분께 개봉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3월 둘째 주에는 어떠한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메리 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미국 | 112분
감독: 캣 코이로
출연: 제니퍼 로페즈, 오웬 윌슨, 말루마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슈퍼스타 ‘캣 발데즈’는 화려한 공개 결혼식 콘서트 당일 자신의 피앙세 ‘바스티안’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딸에게 이끌려 온 콘서트장에서 남이 주고 간 ‘Marry Me’ 플래카드를 우연히 들고 있던 수학 교사 ‘찰리’.
‘캣 발데즈’는 그런 ‘찰리’를 향해 ‘Yes’를 외치고,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화려한 무대 위 삶이 익숙한 슈퍼스타와 평범한 무대 밖의 삶밖에 모르는 슈퍼노멀 수학 교사,
두 사람의 특별한 선결혼 후연애 로맨스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극장에서 즐기는 콘서트, 명품 OST의 향연
<아이언맨 2> <정글북> <위대한 쇼맨> 등 여러 작품에서 음악 감독을 맡은 존 데브니가 영화 <메리 미>에서도 음악을 맡게 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수로서 엄청난 커리어를 자랑하는 제니퍼 로페즈와 말루마가 직접 OST에 참여하기까지 했습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이 거쳐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캣 발데즈'와 '바스티안'의 콘서트도 펼쳐졌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보지 못한 해외 가수 콘서트의 아쉬움을 이 영화로 달래 보는 건 어떨까요?
문폴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30분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존 브래들리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누리픽쳐스
▶줄거리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이 붕괴된다.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와 이상기후까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모든 재난으로 전 세계는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 달과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일. NASA 연구원 ‘파울러’(할리 베리),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
그리고 우주 덕후 ‘KC’(존 브래들리)는 달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마지막 우주선에 오른다.
인류 멸망 D-30일, 추락하는 달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
▶관전 포인트
<투모로우> <2012>에 이은 새로운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문폴>
<투모로우> <2012>의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새로운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문폴>을 제작하였습니다. '달이 떨어진다'라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에 제작 단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재에 관객뿐만 아니라 NASA도 흥미를 느껴 <문폴> 제작 초기 단계부터 합류를 했다고 합니다. 실제 나사의 로고,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한 우주선 장비를 사용하는 등 NASA의 도움으로 실제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스펜서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16분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영화특별시 SMC
▶줄거리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관전 포인트
최고의 제작진, 최고의 배우, 최고의 영화
<얼라이드> 스티븐 나이트 - 각본, <작은 아씨들> <더 배트맨> <미녀와 야수> 재클리 듀런 - 의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쁘띠 마망> 클레어 마통 - 촬영, <파워 오브 도그> 조니 그린우드 - 음악, <인셉션>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가이 헨드릭스 디아스 - 미술. 다 나열하기도 힘든 경력을 가진 최고의 제작인이 모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펜서>는 126번 노미네이트되었고, 그중에서 38번 수상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연기를 꾸준히 해온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인생 작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펜서> 속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판타지 | 일본 | 107분
감독: 나가이 타츠유키
출연: 요시자와 료, 요시오카 리호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NEW
▶줄거리
산으로 둘러 싸인 시골 마을, 그곳엔 꿈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자매 ‘아오이’, ‘아카네’ 그리고 ‘신노’가 있었다. ‘신노’는 함께 도쿄 상경을 약속했던 ‘아카네’를 찾아갔지만, ‘아카네’는 혼자 남을 동생 ‘아오이’로 인해 꿈을 접는다.
13년 후, 고등학생이 된 ‘아오이’는 언니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가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사람이 되어 동시에 나타나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섬세한 연출 + 아이묭의 OST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감독인 타츠유키의 신작이자, <너의 이름은>, <미래의 미라이>의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카와무라 겐키가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게다가 요즘 한국에서 팬층이 두꺼운 아이묭이 주제곡을 부르면서 더욱더 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유어 러브 송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대만 | 119분
감독: 앤드류 첸
출연: 가가연, 부맹백, 이슨 시에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디자인소프트
▶줄거리
대만 화련의 작은 고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 ‘싱즈위안‘은 노래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리동숴’를 만난다.
학생들이 자기만의 재능을 찾기를 바란 ‘싱즈위안‘은 피아노 레슨을 하는 ‘위징’과 함께 ‘리동숴‘를 대만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시키기로 한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세 사람은 서로의 상처와 비밀을 털어놓으며 저마다의 사랑과 설렘을 키워 나가는데…
▶관전 포인트
23주간 장기 상영을 이어간 대만 최고 화제작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드라마 <상견니>의 여주인공 가가연이 <유어 러브 송>의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대만 극장가에서는 23주 장기 상영을 했을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잇는 새로운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고양이들의 아파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88분
감독: 정재은
개봉: 2022월 3월 17일
배급사: (주)엣나인필름, (주)메타플레이
▶줄거리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정재은 감독의 4번째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
정재은 감독은 배두나 주연의 <고양이를 부탁해>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이후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 홀>, <아파트 생태계>까지 다양한 주제로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파트 생태계>에 이어지는 작품이 바로 <고양이들의 아파트>입니다. 도시 속 고양이를 통해 생태, 동물권, 환경 등의 주제를 폭넓게 보여줍니다.
아쉽게도 씨네랩의 개봉작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영화와 함께 즐거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또 새로운 개봉작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당신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들릴 음악의 세계로.
TAR는 주인공의 성인 타르(TAR)이자 쥐(RAT)와 예술(ART)의 애너그램이며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어떤 부분에서 이 알파벳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점을 주목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큐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구성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실제인 것처럼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그 강렬한 의미를 더한다. 주변 인물의 감정이 입체적이지 않아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리디아 타르'의 심리상태를 영화의 화면에 드러내 밀도 깊은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가득 채우는 연기가 강렬하다. 열정을 넘어선 광기를 그린 영화 '타르'는 2월 22일 개봉했다.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 리디아 타르.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터라 강박증과 신경 쇠약을 달고 산다. 그만큼 주변에 끼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어 평생 꿈꿔왔던 과업을 행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그녀를 파괴할 만큼 큰 파도를 밀고 들어와 내부와 외부를 장악한다. 마에스트로라는 껍데기 속에 가득 메워진 알맹이의 정체를 밝힐 음악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손짓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공한 타르(TAR)는 편견에서 살아남아 그 자체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ART)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인식보다는 의무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그녀를 뒤덮는다. (R 전부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바뀌는 세상 속에 안주하며 자아도취적인 폭력성을 주변에 내뿜는다. 욕망으로 점철된 가치관과 신념은 주변을 상처 입힌다. 예술로 포장했던 모순이 자신에게 불어닥치는 순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의 비극처럼 급격한 상황 변화로 인해 왜곡되는 현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정말 제목처럼 타오르기도 하며 예술적이기도 하며 쥐새끼 같기도 한 인간 군상이 모두 드러난다.
자기도취적인 동시에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폭력성은 시간이 지나며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타르의 현실과 그녀가 비판했던 캔슬컬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었다. 얄팍한 정의감을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 놓인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삶과 예술은 나누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부합하는 지점에 도달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관객에게 달렸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음악으로 마주할 때, 느끼는 위대함은 어쩌면 불편한 것 투성이의 것들이다.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는 저마다의 해석이 담겨있다고 해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묘하면서도 모순적인 이 딜레마는 영영 이해하지 못할 말들처럼 보이지만 그 한정적인 한계는 인생의 단면에 불가하다. 어떠한 선입견에 갇혀 그 안의 것을 보지 못하면 그 본질 또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모순과 딜레마를 넘어서 그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길로가 밝을지, 어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들은 '사랑'을 종점으로 4분을 연주한다. 감정에 대한 해석 순환 속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 지점에 도달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계속해서 스며드는 따뜻함은 지휘와 맞물린다. 무엇은 지휘하는가에서 시작하는 음악의 해석은 열정적인 모습을 영혼에 담아낸다. 그렇게 편견을 소거한 음악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음악의 광기는 자신에 의해 파괴되지만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음악 자체의 위대함으로 표현한다. 감정, 음악, 그 이상의 것들은 타오르는 열정만큼이나 타르에게 전부다. 설령 단조로운 음표라 할지라도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연주하듯 펼쳐지는 영화는 이름처럼 악보 속에 남아 타올라 꺼진다. 설령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음악만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그녀의 곁을 지킨다. 새로운 시작이라 일컫는 우주선도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의 벽을 허문 최초의 여성 지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소식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단단한 사람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으로 봤지만 그 상상을 무참히 깨버리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몰락을 담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얻은 만큼 불합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휘가라는 일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성취이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처럼 은연중에 기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다뤄왔던 '연대', '희망'과 같은 일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망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때, 권력형 성범죄는 성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 포스터 자체도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현을 통해 편견을 소거하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
- 4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둘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해리 포터> 드라마화 논의 중
ⓒ 네이버 영화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해리 포터>가 영화에 이어 드라마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드라마는 동명 원작 소설 시리즈와 동일하게 총 7시즌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과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고하며 많은 팬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 작가 조앤 롤링은 이에 대해 "해리 포터는 영국의 재산이고, 그 뿌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반박하였다고 합니다.
디즈니 <모아나> 실사화로 제작
ⓒ 네이버 영화디즈니에서 영상을 통해 2016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모아나> 실사 영화 제작 확정 소식을 알렸습니다. 영상 속에는 애니메이션 <모아나> 속 '마우이' 역을 맡았던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였고, "자신의 문화와 민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디즈니와 파트너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잭 블랙, <스쿨 오브 락> 리유니언 예고
ⓒ 네이버 영화배우 잭 블랙은 인터뷰에서 <스쿨 오브 락> 20주년을 기념하여 리유니언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잭 블랙은 "내가 <스쿨 오브 락>을 촬영했을 당시 아이들은 10대였고, 지금은 모두 30대가 되었다. <스쿨 오브 락>의 모든 멤버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며 만남에 대한 기대를 보였습니다. 또한, 잭 블랙은 이번 만남에서는 SNS를 100% 활용하여 사진과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리끌레르 영화제, 배우 특별전 라인업
ⓒ 샘컴퍼니, 매니지먼트mmm, 씨제스 스튜디오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는 배우 배두나, 박정민, 전여빈, 유태오가 직접 선택한 작품을 상영하고, GV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배우 배두나는 <고양이를 부탁해> <공기인형> <코리아>를 상영하고, 그중 <공기인형>으로 GV를 진행합니다. 배우 박정민은 <반장선거> <앰부배깅> <세상의 끝> <유령(신촌좀비만화)>를 모아 단편전을 열 예정입니다. 배우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를 상영 후 GV에 참석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며, 배우 유태오는 감독 데뷔작인 <로그 인 벨지움>를 상영하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를 가질 예정입니다.
배우 특별전 외에도 다양한 GV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상영 일정과 G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화제 소식은 마리끌레르 웹사이트와 SNS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 7월 26일 개봉
ⓒ 네이버 영화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가 7월 26일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 범죄 활극입니다.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베테랑> <베를린> <모가디슈>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다큐 <풀카운트>, 4월 26일 공개
ⓒ 디즈니+
<풀카운트>는 대한민국 최초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참여하여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 시즌 비하인드를 담은 스포츠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최초로 프로야구 전체 구단이 참여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풀카운트>는 단순히 경기 현장 기록이 아닌, 치열한 시즌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구단 선수와 감독뿐만 아니라 구단주, 전략분석관, 응원단장, 열혈 팬 등 다양한 시선과 라커룸, 더그아웃 등 경기장 밖의 이야기는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카운트>는 4월 26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CGV,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기념 특별전 개최
ⓒ 네이버 영화
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4월에 창립해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CGV에서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을 기념해 SF 영화 4편을 선정해 재상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선정된 4편의 영화는 바로 <레디 플레이어 원>, <인셉션>, <블레이드 러너: 더 파이널 컷>,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입니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 더 파이널 컷>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추구했던 의도를 담은 최종 편집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일주일에 반절이 지나갔네요. 곧 주말이 다가오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시간을 보내봅시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
- 한국 독립영화의 2020년대 청년상
언뜻 보면 자유로운 꿈을 지닌 청년이 대가족의 전통적 가치관과 갈등을 빚는 가족 코미디로 보이는 <장손>은 예측 가능한 마냥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들이 기대했을 온가족이 밥상 앞에 모여 싸우는 장면을 싱겁게 끝내버리고, 영화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말녀의 죽음을 보여주면서 그 자신의 지향점을 단호하게 선언한다. 말하자면 <장손>과 더 가까운 영화는 가족 코미디 영화로서의 <이장>이 아니라 청년 영화로서의 <흐르다>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의 한국 독립영화들은 청년을 어떻게 다루는가. <장손>과 <흐르다>가 그리는 2020년대의 청년들은 마냥 자유로운 반항아가 아니다. 그들은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곳을 버리지 않는다(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모두 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 갈등 빚을지언정 척지지는 않으며, 오히려 자신들에게 주어진 몫만큼의 기성세대에 대한 부양은 어떻게든 해낸다. <흐르다>의 주인공 진영은 대구에서 아버지의 공장 일을 도우며 살지만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 싶어한다. 공장의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진영은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부양하며 어떻게든 공장을 살리려고 애쓴다. 그는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아버지와 자주 갈등을 빚으며 결국 캐나다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가끔씩 아버지의 사진을 들여다보기도 하는 인물이다. <장손>의 성진은 고향 대구를 떠나 서울에서 배우로 활동한다. 보증금 문제를 부모님에게 돈을 빌려 해결하며 아직은 변변찮은 커리어를 지녔지만 나름 tv 드라마에 나온 적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성진은 나름 승필을 비롯한 어른들을 챙기기도 하고 말녀가 죽었을 때는 서툴지만 장례 절차를 어떻게든 마무리짓는 책임감 있는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인물이다.
<장손>의 또다른 미덕은 현대적인 청년 캐릭터를 그리는 그 성숙한 태도로 사건을 대하는 절묘한 균형감각에 있다. 이 영화에서 돈과 눈물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돈의 세속성과 눈물의 탈속성은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영화에는 장례식장에서의 대성통곡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한다. 첫 번째는 성진이 말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장례식장에 처음 들어설 때이고, 두 번째는 옥자와 동우가 딸을 데리고 들어올 때이다. 여기서 특이한 장면은 두 번째이다. 옥자네 가족이 장례식장에 들어오자 수희와 자매들은 대성통곡한다. 그러다가 혜숙이 ‘그렇게 우는 게 아니여’라며 통곡의 대열에 합류하고 고쳐 울기 시작한다. 이때 ‘그렇게 우는 게 아니여’라는 대사는 이 눈물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해당 대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는 성진이 장례식장에 입장할 때의 첫 번째 통곡을 진짜라고 믿었다. 그 대사가 등장했다고 해서 말녀의 죽음에 대한 가족들의 눈물이 모두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눈물에는 진심의 슬픔과 일말의 세속성이 공존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는 듯 통곡 장면 바로 뒤에는 가족들이 부의금을 세는 장면이 이어진다. 장례식이 끝난 후 태근 부부와 혜숙이 사라진 돈을 두고 갈등을 빚을 때에도 영화는 이를 풍자적인 시선으로 담지 않고 각자의 사정을 충분히 담아내어 그린다. 그러니까 이 갈등은 돈으로부터 말미암은 온전히 세속적인 갈등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의 감정들, 일말의 탈속성이 담긴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장손>은 돈과 눈물, 세속성과 탈속성, 코미디인 것과 코미디가 아닌 것 사이를 정확히 포착해내는 영화의 균형감과 자유로움과 책임감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청년 캐릭터의 균형감을 연결짓는다. 성진은 태근 부부와 혜숙의 갈등을 탐색하고 진실에 다가서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 기저에는 (명확하게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졸업식과 관련된 고모부의 사고에 대한 성진의 부채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브릿지 헤어를 한 채 크롭티를 입고 장례식장에 왔으나, 이해할 수 없는 통곡의 광경을 목격하고 피식 미소지을 뿐 그 자리를 망치지 않는 옥자의 딸은 또 하나의 성숙한 청년 캐릭터이다. 자유분방하되 그 자유로움이 무책임함이 되게 하지 않으려 하는 인간, 지금 시대와 이전 세대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끊임없이 균형 잡는 인간이 바로 2020년대의 한국 독립영화들이 그리는 청년상이다.
-
- 무한반복 도르마무를 하고 있는 남자의 사연은?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8월 19일 개봉예정 영화 팜스프링스 시사회 관람 리뷰입니다. 100만번째 하루를 반복하고있는 남자의 사연은? 믿고 보는 타임루프물!! 솔직한 감상평과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시사회 초대는 영화 전문 플랫폼 [씨네랩]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
-
- 영화 <그대 너머에> 30초 예고편
지워져 가는 기억을 붙잡으려는 인숙.
다른 이들의 기억 속을 헤매는 지연.
과거의 기억속으로 던져진 경호.
서로의 기억 너머, 존재의 의미를 찾는 히치하이커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시작된다!
-
- 영화 <고질라 X 콩 : 뉴 엠파이어> 2차 예고편
사상 최강의 팀업이 시작된다! 거대한 적에 함께 맞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