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5-02-05 17:49:52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
나를 아끼듯 타인을 생각하고, 나를 위로하듯 남을 돌보는-
*이 글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024
감독, 팀 밀란츠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
하루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마을 전경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고요하면서도 쉽사리 떨쳐낼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수녀원을 중심으로 한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아일랜드 정부와 가톨릭교회가 보호, 참회, 갱생을 빌미로 젊은 여성들을 감금하고 노동착취를 일삼았던 역사(막달레나 세탁소)와 이를 고스란히 담아낸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이미 접한 관객이라면, 첫 장면에 얼마나 중요한 정보가 담겼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마을이 구석구석 소개될 때, 고집스럽게 화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정신적 영향력을 관객에게까지 과시하는 수녀원을 과연 누가 못 본척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껴지는 어두침침한 마을을, 관객들이 단순히 '풍경'으로 인식하길 바란다. 시끄럽게 울리는 사무실 전화벨을 대수롭지 않게 흘리고 석탄 배달을 가는 빌처럼 말이다. 그의 트럭을 따라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시민의 일상을, 암울한 사회 배경보다 먼저 마음에 담길 원한다. 잔혹한 역사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상황보다 비극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더 주요하게 여겨서고, 본래 역사는 희극이든 비극이든 상관없이 인물로 설명되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영화가 원작의 내용을 조금의 덧붙임 없이 충실하게 스크린에 담아낸 이유와도 연결된다. 영화의 주제 의식과 소설의 지향점은 같다. 오직 인물만이 이 비극적 역사를 풀어낼 수 있고, 그중에서도 오직 빌 펄롱만이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밝힐 수 있다는 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을 통해 쓰인 작품이다. 우린 빌에게 집중하면 할수록 그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가 사는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비로소 영화가 말하는 진정한 가치, 따뜻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빌이 트럭에 석탄을 담는다. 석탄 배달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다섯 명의 딸이 있다. 삶은 안정적이고 규칙적이다. 새벽에 출근해 석탄을 배달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화장실에서 온몸에 묻은 석탄 가루를 씻어낸다. 식탁에 옹기종기 모인 귀여운 딸들의 수다를 반찬 삼아 저녁을 먹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길 하다 잠에 든다. 자주 잠을 설치지만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석탄을 배달한다. 소소한 만큼 무료하기도 하지만 가족의 평안이란 확실한 대가가 충족되는 하루, 모두에게 이상적인 삶은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계속될 참이었다. 그가 부모에 의해 수녀원에 강제로 입소하는 소녀를 보지 않았다면 말이다.
석탄 창고 안에서 소녀의 울부짖음에도 숨죽였던 그때, 빌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불안이 실은 시한폭탄이었고, 소녀가 수녀원에 갇힌 순간 폭탄 작동 버튼도 함께 눌렸음을 말이다. 사실 빌은 남들처럼 소소하고 평범하게 사는 게 불편했다. 정확히는 모두가 가끔은 불행하지만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할 때, 본인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에게 평안의 다른 말은 불안이었고 이는 따뜻함과 혼란함이 공존했던, 그리하여 너무나도 혹독했던 유년기에서부터 축적된 결과였다.
소녀를 처음 본 이후 영화는 석탄 배달 같은 반복적인 장면은 빠르게 넘기고, 빌이 혼자인 순간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 어딘가 외롭고 공허해 보이는 그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클로즈업 샷으로 그가 느끼는 고통을 더 집중적으로 느끼도록 유도하고, 대체 어떤 사건이 빌의 내면에 불안을 심었으며, 목에 걸린 음울은 왜 계속 토해내지도, 삼키지도 못하는지 궁금하게 한다. 그의 불안을 역추적하는 일에 모든 힘을 소진하는 것인데, 이는 빌이 아내는 물론 동료, 이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빌의 어머니는 갱생의 대상, 미혼모였다. 부잣집 가정부인 그녀 또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꼼짝없이 수녀원에 갇힐 처지였다. 그러나 집주인 윌슨 부인의 도움으로 빌을 낳고 길렀다. 아버지는 없었지만, 부인의 아들이 삼촌으로 곁에 있었고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들의 보살핌은 계속됐다. 수녀원 창고 안에서 볼록한 배를 감싸고 두려움에 떠는 소녀를 보며, 빌이 어머니를 떠올린 건 당연했다.
빌은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중첩되는 소용돌이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계속 과거의 나와 어머니를 떠올리고, 이름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걸로도 모자라 현실로 불러와 성인이 된 본인과 마주하게 한다. 소녀는 어머니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윌슨 부인과 삼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빌은 그들의 따뜻한 사랑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 없었다. 그때 부인이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빌은 없었을 테니까. 더구나 작고 허름해도 온기 가득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은 아내의 말처럼 운이 좋아 얻은 결과물이 아니었다. 윌슨 부인이 어린 빌에게 준 사랑은 많은 돈과 우연이 결합해 발생한 운 좋은 얘깃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이 윌슨 부인에게 진정한 사랑을 배웠음을, 어린 빌과 부인의 추억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꺼내 증명한다. 그녀의 사랑은 그를 진정 따뜻한 어른으로 만들었다. 나를 아끼듯 타인을 생각하고, 나를 위로하듯 남을 돌보고, 나를 사랑하듯 그를 돕는 삶. 아내와 다른 이들이 바라는 수녀원의 차가운 입김이 닿지 않는 삶과는 확실히 정반대였다.

소녀를 돕지 않는 본인을 향한 혐오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사이, 빌은 결국 가장으로 살아온 시간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침묵이 곧 순리임을 돈과 권력으로 강요하는 수녀원장의 입김에 고갤 숙인다. 지금껏 지켜온 모두의 삶을 위태롭게 하지 말라는 단골 가게 사장의 말에도 이를 악물며 참는다. 소녀가 생각나 부끄러움이 밀려오자,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고 자괴감이 휘몰아치자, 이를 잘라내기 위해 이발소에 들어간다. 늘 그래왔듯 하루 더 버티면 되는 일이었다. 그가 사는 이곳은 누군가를 가여워하거나 안쓰러워하거나, 돕는 게 불가능하고, 이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 세상이니까. 수녀원에 끌려간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무관심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에 힘들어할 시간도 없다고 여기는 사는 사람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이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빌을 무조건 추앙하지도 않는다. 그저 끝까지 빌을 보여줄 뿐이다.
오래된 침묵만 감도는 이발소 안, 빌은 거울에 비친 어린 자신과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삼촌을 발견하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그 뒷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반복과 집중을 단번에 없애고 이야기 끝자락을 수놓는 빌을 조용히 따라간다. 빌이 외면했던 사람은 소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윌슨 부인, 삼촌이었으며 자기 자신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결정과는 별개로 자신이 받은 사랑이 무참히 소멸하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도저히 살 수 없었다. 빌에겐 그 희망이 전부였고, 여전히 삶의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으니까. 그의 처절하면서도 간절한 선택은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홀로 된다고 말하는 결연한 용기와는 다르다. 빌은 자기를 버릴 수 없었기에 용기를 냈다. 다만 그의 용기에 조건 없는 사랑이 깃들어 있었고, 그가 베풀고자 하는 사랑 안엔 가족이 있었으며, 더 나아가 모두가 존재했을 뿐이다. 그 결과 수녀원 창고에서 소녀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향하는 빌의 모습은 알코올 중독자인 친구 아들에게 잔돈을 줬던 그날처럼, 평범한 하루로부터 퇴근하는 소소한 일상으로 비치는 동시에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울컥하게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전한다, 삭막한 곳에도 희망은 피어나고, 희망이 핀 곳엔 사실 희망이 이미 뿌리내려져 있었단 사실을.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 빌이 소녀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다. 빌이 괴로움에 몸부림치지 않았다면, ‘막달레나 세탁소’는 여전히 수녀원장이 준 크리스마스카드 안에 감춰져 있었겠지. 그의 손에 접착제처럼 붙어있던 석탄 가루가 말끔히 씻겨 사라지는 일도 끝내 없었을 테고, 가족이 있는 시끌벅적한 부엌으로 들어가는 빌과 소녀의 모습 같은, 이처럼 사소한 것도 영영 못 봤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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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없는 시~원한 사이다 전개 영화 5편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가슴을 뻥 뚫게 만들어주는 액션으로
<범죄도시 3>가 무서운 속도로 벌써 600만을 넘었는데요,
그러하여 오늘 씨네랩은 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이는 고구마 없는 사이다 전개 영화 5편을 준비했습니다.
취향저격, 고구마가 뭐죠? 빠른 전개 + 몰입도 높은 사이다 영화 5편,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미스슬로운
Miss Sloane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개요: 드라마, 스릴러 | 미국
감독: 존 매든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마크 스트롱, 구구 바샤-로, 알리슨 필, 마이클 스털버그
개봉: 2017.03.29.
배급: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시놉시스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총기 규제 법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두가 포기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슬로운’은 뛰어난 전략으로 한 번도 굴복한 적 없는 거대 권력에 맞서지만, 동시에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는데…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숨통을 조여도 나한테 징징대진 마'
CINEPICK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로 분한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극을 달하는 작품.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예측 불허의 결말,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러닝타임 132분 내내 독보적인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캐시트럭
Wrath of Man
ⓒ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개요: 액션 | 영국, 미국
감독: 가이 리치
출연: 제이슨 스타뎀, 스콧 이스트 우드, 조쉬 하트넷
개봉: 2021.06.09.
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캐시트럭을 노리는 무장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H(제이슨 스타뎀). 분노에 휩싸인 그는 아들을 죽인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한다. 첫 임무부터 백발백중 사격 실력을 자랑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급부상한 H. 캐시트럭을 노리는 자들을 하나 둘 처리하며, 아들을 죽인 범인들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자비는 없다, 분노에 가득 찬 응징만이 남았다.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Lungs, Liver, Spleen, Heart.'
CINEPICK
<알라딘>의 가이 리치 감독과 고난이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해내는 찐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타뎀의 만남!
강렬한 분노에 걸맞은 묵직하고 리얼한 액션을 선사하며 처절한 응징과 복수극을 담은 작품으로 속도감 있는 연출과 액션, 생생한 사운드에 대한 호평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걸캅스
Miss & Mrs. Cops
ⓒ CJ ENM
개요: 코미디, 액션 | 대한민국
감독: 정다원
출연: 라미란, 이성경, 윤상현, 수영, 염혜란, 위하준, 주우재, 강홍석, 김도완
개봉: 2019.05.09.
배급: CJ ENM
시놉시스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과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 집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 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 두 사람은 민원실에 신고접수를 하기 위해 왔다가 차도에 뛰어든 한 여성을 목격하고 그녀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강력반, 사이버 범죄 수사대, 여성청소년계까지 경찰 내 모든 부서들에서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이 밀려나자 ‘미영’과 ‘지혜’는 비공식 수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수사가 진전될수록 형사의 본능이 꿈틀대는 ‘미영’과 정의감에 활활 불타는 ‘지혜’는 드디어 용의자들과 마주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합동 수사가 펼쳐진다!
ⓒ CJ ENM
'일망! 타진!'
CINEPICK
나쁜 놈 때려잡는 걸크러시 콤비 라미란 & 이성경을 필두로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활약을 담은 영화.
디지털 성범죄자를 추격하는 내용의 코믹 액션 영화로 라미란, 이성경의 질주하는 사이다 면모와 통쾌한 케미가 빛을 발휘한 작품입니다.
범죄도시 3
THE ROUNDUP : NO WAY OUT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요: 범죄, 액션 | 대한민국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개봉: 2023.05.31.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 서울 광수대로 발탁!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사건 조사 중, ‘마석도’는 신종 마약 사건이 연루되었음을 알게 되고 수사를 확대한다. 한편, 마약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은 계속해서 판을 키워가고 약을 유통하던 일본 조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한국에 들어오며 사건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나쁜 놈들 잡는 데 이유 없고 제한 없다. 커진 판도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경찰이 뭐야. 민중의 몽둥이 아니야'
CINEPICK
개봉 일주일만에 벌써 6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 압도적인 흥행률을 자랑하고 있는 <범죄도시 3>
타격감, 리듬감, 그리고 보는 재미와 시원함으로 매 순간 사이다처럼 터지는 작품으로 마석도(마동석)에 대적하는 악역을 투톱으로 내세워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악의 스케일이 커진 만큼 이들을 응징할 때 쾌감 또한 극대 달하는 작품으로 현재 절찬 상영 중입니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개요: 드라마, 액션 | 미국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왈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3.03.21.
배급: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아내를 구해야 하는 분노의 로맨티스트 ‘장고’ 그를 돕는 정의의 바운티 헌터 ‘닥터 킹’ 그들의 표적이 된 욕망의 마스터 ‘캔디’ 복수의 사슬이 풀리면, 세 남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와일드 액션 로맨스, <장고:분노의 추적자>!
'장고, D.J.A.N.G.O. D는 묵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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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도를 난도질하는 통쾌하고 시원한 복수를 담은 작품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만의 스타일리시함으로 미국과 유럽 박스오피스 1위를 이룬 바 있으며 해외 및 국내 관객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총 5편의 영화 어떠셨나요?
시원함 2배, 스트레스 2배 풀리는 유쾌, 상쾌한 사이다 영화로 스트레스 시원하게 날리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GONI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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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하고 바르게 산화하는 혁명가의 찬란한 해방이라는 착각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만취한 한 여성이 클럽 의자에 쓰러질 듯 앉아 있다. 제대로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상황에 한 남성이 그에게 다가간다. 택시를 부를 휴대전화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여성에게 착한 사람이라 자부한 그는 집에 가는 길에 그를 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여성은 차에 탔고, 남성은 자연스레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저항할 힘도 없어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여성을 침대에 눕혀 놓고 일을 벌이려는 순간, 조금 전까지 정신을 잃었던 여성은 그를 똑똑히 밑에서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그렇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었잖아?”
카산드라 토마스(캐리 멀리건)는 대학 시절 절친 니나 피셔의 성폭행 사실을 확인하고 진상 파악과 가해자 처벌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사건은 흐지부지 묻히고 만다. 그의 이름처럼 ‘카산드라’는 현명한 여성의 예언을 믿어주지 않아 이후 닥친 불행을 막을 수 없는 카산드라 증후군에 빠진다. 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명백한 진실을 간직한 채 니나와 캐시는 자퇴를 했고, 니나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의대에 입학할 만큼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던 두 사람의 삶은 폐허가 되었고, 캐시는 니나의 안타까운 삶을 대신 갚아 줄 비밀스러운 일을 꾸민다. 그는 동네 카페에서 일하며 밤이면 취한 척 연극을 하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성들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시도할 때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들을 놀라게 한다. 이는 니나의 강간 피해를 곁에서 지켜본 친구로서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분노가 폭발한 계기는 가해자인 알렉산더 먼로(크리스 로웰)의 결혼 소식을 듣고 나서다. 피해자는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가해자는 유능한 사회의 일원으로 정상적인 삶을 꾸리기까지 한다는 전언에 캐시는 7년 전 자신들의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찾아가 복수를 결심한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은 7년 전 절친의 성폭행 사건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주인공 캐시의 복수극이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90년대 팝송의 재해석과 힙한 연출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영화에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고, 이는 영화가 위태롭게 유지한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캐시의 복수의 방법론에 드는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반추하다 결말에 이르렀을 때 관객은 여러 생각을 하게 되며, 굳이 내보이지 않아야 할 영화의 교묘한 속임수를 발견한다.
정기적으로 무방비 상태로 클럽에서 늦은 밤 만취 상태를 연기하는 캐시는 언제나 다음 날 아침 가족과의 식사에 참여한다. 불특정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연기에 필연적인 위험을 느낄 법도 한 캐시는 그에 개의치 않고 늘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 물론 영화 중반을 지나면 절친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분노를 동력 삼아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채우고 싶은 그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캐시의 협박에 나가떨어지는 남성들에 비해 캐시의 ‘복수’는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유부남이나 명망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영화 속 ‘사냥감’은 하나같이 유약하고 머뭇거리며 한심하며, 지질하고도 ‘무해하다’. 접근한 남자들은 언제나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포장하고, 속인 것을 알아차린 후에는 그에게 분노의 욕설 정도를 날리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된다.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그저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남성의 아둔함을 강조하지만, 노트 한 권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많은 남자를 겁박한 그가 물리적 협박과 위해나 남성 커뮤니티의 가십거리 혹은 ‘복수’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게 오직 그 이유일 수는 없어 보인다. 아무리 캐시의 서늘한 아우라에 기가 눌린 남성들만 만났다 하더라도 수많은 남성과의 위험한 만남을 이어간다는 설정은 그에게 보호막이 드리워져 있지 않은 이상 우연을 넘어선 작위적 연출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영화 전체에서 피해자의 복수를 이끄는 사회적 여성성의 전형이라면 관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 입만 산 남성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복수 활극으로 영화가 전개되는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캐시의 복수는 당한 대로 갚아주는, 폭력의 피로 흥건한 과거 마초적인 복수극의 패턴과 다르다. 직접적 혹은 간접적 가해자에게 죄책감과 두려움을 심어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방식은 전형성을 탈피한다.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장면을 삽입하여 불쾌감을 주는 비슷한 영화들에 비해 이 여성 복수극은 자극적인 앙갚음의 과정이 아닌 대사를 통해 끔찍한 상상을 불러일으켜 가해자를 고통받게 한다. 가해자의 변명은 한결같다. 촉망받는 한 청년의 삶을 지켜줘야 했고, 기억나지 않는다는 뻔한 거짓말에 입증할 증거는 부족했고, 술을 먹고 같이 놀러 간 피해자의 탓이 컸다는 말의 향연은 이들의 한심한 작태를 정면으로 비춘다. 대상화된 굴레를 퍼뜨려 입을 막고 주홍글씨를 남겼던 가해자에게 행하는 복수가 아쉬울 수 있겠으나 여성의 시각에서 이룩한 이 성과는 피해자의 고통을 전시하는 쪽보다는 훨씬 이성적이며 윤리적인 방법으로도 보인다.
응징은 세련되고 복수는 쿨한 캐시의 방법론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내내 그의 안위를 걱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는 무해한 남성들을 응징하며 때로는 아파하고 혼란을 느끼는 현실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친구의 죽음 이후 자신을 가둔 죄책감과 슬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성장일기로 끝나는가 싶던 영화는 후반부에서 그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린다. 그리고 앞서 영화적 설정으로 넘어갈 수 있던 모든 것들은 한 방에 무너진다. 강간의 장본인인 알 먼로의 총각파티에 스트리퍼로 찾아간 캐시는 그에게 마지막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캐시는 니나를 죽였던 바로 그에게 똑같이 죽임을 당한다. 그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상을 포기하며 캐시가 얻으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캐시의 죽음으로 이 복수의 끝은 혼돈으로 가득 찼다. 클럽에서의 남자 사냥에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행했던 가해자를 향한 복수의 과정에서도 불안하지만 꽤 깔끔하게 해결하던 주인공은 이 계산된 복수의 방법론을 불쾌하고 황망하게 마무리한다. 3분이 넘는 롱테이크 신으로 강간 가해자로부터 죽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관객에게 들이미는 이 잔인한 마무리는 그간 영화가 지켜 온 톤과 매너를 붕괴하고 과거 남성들이 자행한 폭력을 대물림한다.
캐시는 자기 죽음을 예상한 듯 속죄한 변호사에게 모든 증거를 남겼고, 알 먼로의 결혼식 날 마지막 복수가 이뤄진다. 그 과정을 목격한 방관자인 라이언에게 예약 문자로 ‘쿨하게’ 알리는 엔딩은 기괴하고 잔혹하다. 완벽히 통쾌한 복수는 없다는 사실은 10여 년 전 이금자의 처절한 속죄를 지켜보며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프라미싱 영 우먼〉이 죽음으로 모든 복수가 완성되는 결말을 의도했다면, 이제 관객은 캐시가 영화 전반에서 자초한 과거의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았는가가 아닌, ‘왜’ 살아남았는가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감독은 영화의 절정, 그러니까 깔끔하고 힙한 복수의 자기만족적인 완성을 위해 아껴놓고 캐시를 살려놓은 것이다. 영화는 피해자의 입장과 여성의 죽음이 갖는 의미는 차치한 채, 피해자의 복수를 위해 제 몸을 바치는 소꿉친구라는 진부한 설정을 두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며 파스텔 톤 색상과 펑키한 분위기의 영화적 오락성을 강조하는 패착을 저지른다. 우정을 위해 열렬히 복수하고 산화하는 삶을 애초에 블랙코미디로 상상했다면 피상적인 인식의 발로이자 얕은 위로에 불과하다. 이는 여성 혐오를 대처하는 캐시의 대사만큼이나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이다.
캐시라는 캐릭터는 하나의 인물로 기능한다기보다는 감독이 원했던 극의 주제의식을 의인화한 전형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여성의 비극과 복수를 연출하는 에머랄드 펜넬 감독의 스타일은 그가 참여했던 전작 드라마처럼 펑키하고 화려하다. 그 안에서 캐시의 장렬한 희생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니나에서 캐시로, 다시 점장 게일에게 전달되는 목걸이는 죽음으로 대물림하는 고통의 악순환이다. 고통받는 이들은 잊지 않기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캐시의 이름은 다르게 들린다. 여성의 이야기가 부정되고 사회로부터 침묵당하는 모습이 트로이 전쟁을 예측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못한 카산드라의 비극과 겹쳐 보였던 잠깐의 순간은 사라진다. 대신 윤리적이고 세련된 여성영화라는 외면에 이용당한 희생양인 캐시라는 인물이 '기꺼이' 적진으로 뛰어드는 트로이 목마로 전용되는 장면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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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1편 - 아시아
안녕하세요.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입니다. 여러분, 잠시 눈을 감고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해볼까요?
다들 어디를 떠올리셨나요? 사실 저는 이 지구상에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너무너무 많답니다. 영화는 물론이고 아니라 여행도 굉장히 좋아하는 몸이니까요. 히히
따라서 오늘부터 약 3주 동안은 세계여행을 할 때 제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인상 깊은 영화 속 배경이 된 지역들을 대륙별로 묶어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럼 제일 먼저 아시아로 출발~
*포스팅 순서는 개봉순입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NAVER, GOOGLE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극히 제 주관으로 선정한 지역들입니다.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1편-아시아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① 요르단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로 불리는 '인디아나 존스'시리즈. 이 시리즈의 3편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속 마지막 장면은 보물이 숨겨져 있던 고대 도시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의 배경이 된 고대 도시는 '신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요르단의 '페트라'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이 고대도시는 요르단을 여행할 때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페트라처럼 시간이 멈춘 고대 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 누구라도 고고학자 인디아나와 모험을 떠나고 싶어질걸요?
요르단 페트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② 중국 리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중국 내 소수민족이 무려 25개나 모여있을 만큼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어 동서남북 어느 곳으로 가든 볼거리가 널린 중국 최고의 관광지 '운남성'. 특히 이 운남성 북동쪽에 위치한 '리장'시는 과거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됨이 공존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은 리장 특유의 골목길, 시가지와 고성의 예스러운 모습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특히 영화 속 밤풍경은 화려한 리장의 야경과 놀랍도록 너무나 닮았죠. 어린 시절 처음 볼 때는 무서워서 울었다가, 다 커서 다시 보니 감동해서 울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 몽환적인 리장에 있으면 영화 속 순수한 '치히로'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리장
<툼 레이더>(2001)
③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툼 레이더>(2001)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는 <툼 레이더>(2001).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배경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입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불교사원이지만 400년 동안 정글 속에 방치될 정도로 세상에서 잊힌 존재이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캄보디아에서는 국기와 지폐에 사용될 정도로 캄보디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본 영화 중 정말 이 <툼 레이더>보다 더 신비하게 느껴지는 영화는 없었는데, 아마 그건 안젤리나 졸리 언니의 매력은 물론 앙코르와트의 불가사의함이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모노노케 히메>(2003)
④ 일본 야쿠시마
<모노노케 히메>(2003)
대한민국에선 <원령공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모노노케 히메>(2003). 일본 최고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는 일본의 4대 섬 중 하나인 '큐슈'의 '야쿠시마'섬 속 울창한 원시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연평균 강수량이 10,000mm에 육박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려, 섬의 숲 전체가 이끼로 덮여 있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으로 정말 유명하죠. 참고로 섬의 넓이는 제주도의 ¼수준인 500km²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섬의 최고 고도는 무려 1935m로 한라산(1950m) 급이라 전체적인 지형은 매우 험난합니다. 이렇게 험준한 원시림에 서있으면 정말 어디선가 원령공주가 튀어나올 것만 같네요.
일본 야쿠시마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⑤ 일본 도쿄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4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광역권을 보유한 일본의 수도 '도쿄'. 당연히 소설-만화-영화 등 대중매체에서는 일본 최고 도시권답게 장르를 불문하고 굉장히 자주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죠. 판타지-로맨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에서도 '나가이 역', '나카노구 철학당', '도쿄 국립 박물관'등 도쿄에 실제로 있는 여러 지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재로 삼았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속 학창시절 분위기, 풋풋한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여름... 이 모든 것을 여름철에 도쿄에 간다면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물론 요즘처럼 쪄죽는 날은 제외하고요.)
일본 도쿄
<아바타>(2009)
⑥ 중국 장가계
<아바타>(2009)
전 세계 영화 수익 역대 1위(27억 $)와 최초의 3D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역대 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그은 <아바타>(2009). 이 영화에 나오는 외계행성 '판도라'는 중국 '후난성' 북서부의 '장가계'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선 '나비족'들의 보금자리로 나오며, 실제로 수만 개의 기암괴석 지형은 모든 곳을 다 둘러보는 데만 3-4일이 걸릴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죠. 또 연중 200일 이상이 구름에 둘러싸여 있을 만큼 영화 못지않게 신비로운 곳이기도 합니다. 정말 한 번만 가도 중국 내에서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를 가보지 않았다면 백 세가 되어도 늙었다고 할 수 없다"라는 말이 허풍으로 나온 게 아님을 잘 알 수 있을 거 같네요.
중국 장가계
<닥터 스트레인지>(2016)
⑦ 네팔 카트만두
<닥터 스트레인지>(2016)
마블 히어로 중 우주 최강의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 그가 마법을 수련한 '카마르 타지'는 비록 만화 원작에선 히말라야 고산 속에 있는 곳이지만 영화에서는 바로 네팔의 '카트만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약 1000년 전부터 카트만두 전체는 수많은 불교-힌두교 사원이 아름답게 들어섰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죠. 게다가 이러한 사원들은 현지 시장과 어우러져 보는 눈이 매우 즐거운 곳입니다. 또, 요즘은 히말라야를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사시사철 북적이고 있는 곳이랍니다. 네팔에 여행을 간다면 히말라야만 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마법을 한번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네팔 카트만두
<12 솔져스>(2018)
⑧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12 솔져스>(2018)
네팔의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고산지대는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중국의 티베트 고원,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을 지나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 산맥'까지 이어집니다. 힌두쿠시는 해발고도가 평균 3km에 달하는 이 광활한 황무지산맥으로 911테러 이후 <아이언맨>(2008), <스페셜 포스>(2012) 등 수많은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배경이 되었죠. 올해 개봉한 <12 솔져스> 또한 이에 속하는 화려한 전쟁영화입니다. 이 땅을 밟고 있는 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영화 속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 같네요. 아 물론 이곳 여행은 나중에 좀 안전해지면 가고 싶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은 2편 '유럽'으로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 유럽
https://blog.naver.com/hollyforest/221330517044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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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적 썸머시점에서 바라본 <500일의 썸머>
(위 글은 결말을 포함한 영화 전반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대기업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단,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그 문구가 뇌리에 박힌 탓인지 이후 몇 번에 연애에서 종종 그 말이 떠올랐다. 처음엔 나를 보며, 다음엔 상대방을 보며. 영화 <500일의 썸머>는 한때 톰이었고, 썸머였던 우리들의 연애를 그린 로맨스 아닌 로맨스영화이다.
기념일에 흔히 쓰이는 카드를 만드는 회사에서 재직 중인 톰과 썸머. 톰은 그곳에서 카드에 들어갈 문구를 만들고, 썸머는 사장의 비서직으로 일하던 중 톰은 남몰래 썸머를 마음에 품는다. 그렇게 홀로 호감을 가졌던 톰은 우연찮은 기회에 썸머와 가까워지게 되고, 회식에서 그녀와 묘한 기류를 풍긴 그는 이후 썸머의 키스로 그녀와 한층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썸머와 남몰래 비밀연애를 하는가 싶었던 톰. 그러나 썸머는 그에게 '나는 진지한 관계는 싫어'라며 선을 그어버리고, 데이트에 찐한 스킨십에 썸이라고 하기엔 다소 농도 짙은 두 사람의 관계가 톰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운명을 믿는 톰과 사랑을 믿지 않는 썸머의 불확실한 연애는 썸머의 이별선언으로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회사 동료의 결혼식장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과연 도통 답을 내려주지 않는 썸머는 톰에게 있어 나쁜 여자이기만 한 걸까.
어느 댓글에서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톰이 불쌍하다가도 영화를 두번째 볼 때에는 썸머가 이해된다고.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나도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던지라 도통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었다. 200일에서 50일로, 300일에서 10일로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영화의 서사도 그러하였고, 톰에게 좀처럼 마음을 내주지 않는 썸머가 못내 야속하였다. 한마디로 이 영화를 호구 같은 한 남자가 어장관리녀에게 치이고 치이는, 여자가 쓰레기와도 다름없는 그저 그런 멜로 영화로 치부해부린 것이다. 영화의 첫인상이 그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기자가 뽑은 로맨스 영화 1위라는 것도 당최 이해되지 않았으며 종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현실 연애라는 것도 좀처럼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른을 바라볼 즈음에 다시 본 톰과 썸머는, 꽤나 현실적이었다. 어릴 땐 보이지 않았던 톰의 우유부단함과 썸머의 이중적인 속마음. 그리고 그녀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까지. 어쩌면 어려서라기보다도 몇 번의 연애가 종지부를 맺으며 깨닫게 되는 일종의 연륜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나는 톰의 사랑보다 썸머의 자기방어에 공감이 가는 사람이 되고만 것이다.
이 영화를 전지적 썸머의 시점으로 본다면 이러하다.
회식에서 만취한 톰의 친구는, 톰이 썸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썸머는 이를 다시 톰에게 물었지만, 톰의 대답은 어정쩡할 뿐이었고 그런 톰에게 '친구로서?'라고 되묻자 톰은 그렇다고 답해버렸다. 이후 썸머는 복사실에서 톰에게 먼저 키스를 했고, 그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연애는 그녀가 시작한 연애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둘이 레코드 가게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톰은 시종 링고스타를 좋아하는 썸머의 음악 취향을 장난삼아 웃어넘기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서 '나도 잘 몰랐어'라며 말하는 썸머에게 '내가 들려줬잖아'라며 답한다. 둘이 함께 영화 '졸업'을 보았을 때, 썸머는 극장에서 나와 그 영화를 보고 여운이 가시지 않아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톰은 '괜찮아. 그냥 영화일 뿐이잖아.'라며 그녀를 달랜다. 썸머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톰은 시종 장난처럼 놀려댔고, 그녀가 영화를 보고 나와 울음이 멈추지 않았을 때 그는 맛있는 것을 먹자며 데려갈 것이 아닌 왜 그 영화가 그녀를 울게 만들었는지 물었어야 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가 밥맛이 없던 것은 배고프지 않아서가 아닌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 남자와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아서인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그렇게 펑펑 운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은 결혼식장에서 여자 주인공을 데리고 도망쳐 나온 남자와 그런 그를 무작정 따라나온 여자. 그리고 두 사람이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듯 웃음기가 사라진 채 멍하니 정면만을 응시하던 순간이었다. 마치 세상에 둘만 남겨진 것 같던 찬란한 시기가 끝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진 나머지 권태로워지는 연애의 말로처럼.
함께 싱크대며 가구들을 살펴보며 신혼부부처럼 장난을 치던 두 사람. 다소 들떠 보이는 톰에게 썸머는 나는 진지한 관계는 원치 않아라며 그에게 먼저 선을 그었지만, 그는 '알았다'라며 그녀를 이해하듯 넘어간다. 돌아서면 남인 연인 관계에서 우리는 헤어질 일 없다는 듯이 천진난만하게 구는 톰에게 그녀는 역설적으로 나는 진지해지고 싶지 않아라며 상대방에게 확신을 얻기 바랐지만, 톰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리 만무했다.
썸머와 술집에서 데이트를 하던 와중, 별안간 웬 남자가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고 옆에 있는 톰은 남자친구냐는 그 남자의 말에 그저 친구라며 그 상황을 나서지 못하고 방관할 뿐이었다. 그러다 별안간 톰이 그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그 이유는 남자가 썸머에게 치근덕거려서가 아닌 톰 자신을 '찌질이'로 표현한 것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그는 썸머에게 너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말하지만, 썸머는 날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라며 답한다.) 결국 크게 다투고 만 두 사람. 이후 썸머는 먼저 그의 집으로 찾아가 화해를 청하고 그 상황에서 톰은 '나는 너와 어떤 관계든 상관없어.'라며 마치 썸머를 배려하는 듯 말했지만, 이 시점에서만이라도 톰은 한발 더 나아가 그녀에게 직진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애인이랑 다름없어'라며 화를 내고 돌아간 남자의 집에 비를 뚫고 찾아간 여자가 들을 대답으로는 퍽 맘에 드는 대답은 아닌 것이다.
썸머는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는 썸머와 다시 재회할 요량으로 회사까지 그만둬버린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지만 그녀는 '이제 정말 친구가 될 수 있겠지.'라며 답한다. 이후 직장동료 결혼식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다시 재회한 두 사람. 썸머는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고, 건축가가 꿈이었던 톰이 읽고 있던 '행복한 건축'을 핑계 삼아 말을 붙인다. 이후 결혼식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 썸머는 톰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톰은 운명처럼 썸머와 재회할 마음에 들떠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가 들고 간 선물은 그녀가 좋아한 뮤지션의 앨범도 아닌, 보고서 펑펑 울어버린 영화의 DVD 내지는 O.S.T 앨범도 아닌 자신이 읽고 있던(자신이 좋아한) '행복한 건축'이었다.
그날 썸머의 결혼반지를 발견한 톰은 시간이 흘러 회사를 그만둔 후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언덕에서 머리를 식히던 중, 자신을 기다리던 썸머와 재회한다. 톰은 썸머에게 '그날 결혼식장에서 왜 나랑 춤췄어?'라고 묻지만 썸머는 '그냥 그러고 싶었어.'라며 답한다. 그런 그녀에게 톰은 '그냥 춤이 추고 싶었구나.'라며 대답해버리지만, 썸머가 단순히 '춤'이 추고 싶어 이미 남이 돼버린 그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결혼식장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건 썸머가 톰에게 그리고 톰에게 미련이 남은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는 아니었을까.
이처럼 전지적 썸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되려 썸머를 욕하던 관객들은 절로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굳이 이처럼 세세하게 이럴 땐 이러했고 저럴 땐 저러했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톰이 건축가의 꿈을 잊지 않도록 응원해준 썸머와 그런 썸머를 마냥 괴짜로만 바라보는 톰의 시선은 이 연애가 왜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썸머의 파티에 초대되어 그녀의 친구들과 합석한 자리에서 친구는 톰에게 꿈을 물었고, 자신의 하는 일은 비록 카드에 문구를 쓰는 일이지만 사실 건축가가 꿈이라는 말 대신 마치 자신의 현재 직업에 대해 굉장히 만족해하는 듯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런 그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던 썸머. 그녀에게 있어 '건축가를 꿈꾸는 톰'은 톰의 어린 시절 로망이 아닌, 그녀가 그에게 쏟은 마음 중 일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썸머대신 톰을 나무라며 욕을 해야 옳은 것일까. 마지막 썸머의 말처럼 그저 톰과 썸머는 서로가 서로의 짝이 아니었을 뿐이다. 사랑에 있어 확신이 없는 썸머와 순수하게 운명을 믿는 톰. 사랑에 있어 상처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공허함과 허전함을, 사랑은 그저 아름답다고 믿는 톰이 알리는 만무했고 그런 톰에게 있어 쉽게 확신을 내주지 않는 썸머 역시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톰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믿었지만 그 사랑을 쟁취하는 것에 있어서는 운명보다는 행동이 먼저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썸머는 사랑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랑해주기를 바라며 애매하게 톰을 밀쳐냈다. 어쩌면 연애도 싫다던 썸머가 자신이 무슨 책을 읽는지 물어봐 주는 낯선 남자와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톰과의 연애를 통해 그녀가 느낀 어떤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사실 '난 사랑은 믿지 않아'라며 톰을 밀쳐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며 사랑이 있다고 믿고 만 것은 아닐까. 썸머는 톰을 사랑하지 않아서라기보다, 톰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그와 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썸머는 일찌감치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톰이 사랑한 것은 자신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 내지는 그저 '여자친구' 혹은 '연애 상대'일뿐이라는 것을. 그가 술집에서 낯선 남자와 주먹다짐을 하던 날, 그와 영화를 보던 날, 그가 그녀가 초대한 파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그녀에게 선물로 준 그 순간, 그녀는 서서히 마음을 닫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마치 썸머가 괴짜였기 때문에 둘의 연애가 끝이 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듯 그녀가 서운해했을 모든 장면들을 영화의 엔딩으로 공을 들인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 나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톰은 더 이상 운명을 믿지 않기로 했다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이 오듯 톰이 용기 내어 데이트 신청을 건넨 여자의 이름이 'fall(가을)'인 것은 단순한 각본가의 재간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 <500일의 썸머>는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에게 톰이었다가, 썸머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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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의 여행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주말에도 일을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주말가족여행’이라는 것은 존재자체를 몰랐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는 우리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독박육아를 피하고 싶었던 건지 여름이면 이모와 이종사촌들과 함께 충주에 있는 이모할머니댁으로 몇 주간의 긴 여행을 떠났다. 고향를 떠나 멀리 충주로 시집간 이모할머니댁은 마을에 집이 몇 채 없는 시골이었다. 이모할머니집에서 보이는 집은 세 네채 정도 였고, 수퍼마켓도 없어서 걸어서 10분 넘게 가야하는 마을 입구의 작은 집에 과자 몇가지와 음료수 같은 걸 팔고 있는게 다 였다. 마을이 워낙 작은 데다가, 아이가 있는 집이 없어서 여름 방학에 우리들이 와서 시끌시끌 떠드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기다렸다고 한다.
꼬불꼬불 굽이진 산을 넘어가며 멀미를 하던 기억,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한 뒤에,먹었던 수박의 맛.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했던 좁은 논두렁 길, 메뚜기를 잡겠다고 뛰어다니던 일,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던 은하수. 매해 여름방학을 기다렸던 건 충주이모할머니댁 때문 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웃집 토토토>를 볼 때 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동네를 생각한다. ‘사츠키’와 ‘메이’가 시골 마을로 이사 오는 첫 장면부터 이모할머니댁으로 가던 그 느낌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1955년 일본의 시골 마을 11살 사츠키와 4살의 메이 자매는 도쿄의 대학연구원인 아빠와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입원중인데, 퇴원하면 좋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다.
집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낡았는데, 자매는 도깨비집같다며 깔깔 웃으며 뛰어다닐정도록 밝다. 오래된 집, 옛날 화장실, 엄청난 벌레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숲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자매. 어느 날 메이는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정령을 만나게 되는데, 메이는 그 정령에게 토토로란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메이는 토토로를 만난 것을 자랑하지만, 사츠키는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우산없이 나간 아빠를 마중갔다가 자매는 토토로를 만난다.
병원에 계신 엄마의 증세가 좋아져 주말에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자매는 기대했지만, 엄마의 상태가 악화되어 못오게 되어 아빠는 급하게 병원으로 가고, 이웃집 할머니가 돌보아 주지만 자매는 우울함에 말다툼을 하게 되고, 메이는 엄마를 혼자 찾아 가려고 집을 나선다. 사츠키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메이를 찾아 나서지만, 흔적을 발현할 수 없었고, 절망한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부르고, 사츠키가 타자 바람처럼 달려 메이를 찾아준다. 메이와 사츠키는 화해하고,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 창문으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본 뒤, 창문에 옥수수를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웃집 토토로>의 이야기는 뭐랄까 담백하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라는 말도 거창하다고 느껴진다. 그저 어디까지가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고, 어디까지가 어른이 보는 세상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적은 드물고, 자연으로 가득 찬 시골, 정령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이모할머니댁에 갔던 열살 무렵 그 시절의 나 또한 수많은 요괴와 도깨비와 요정과 정령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의 엄마가 된 나는 이제 <이웃집 토토로>의 아빠를 본다. 토토로를 만난 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뾰루퉁한 메이에게 “거짓말이라고 생각 안 한단다. 숲의 주인을 만났나 보다. 운이 좋은 거야. 근데 늘 만날 수는 없는 거란다.” 라고 말하는 어른. 나이가 들어 이제는 더 이상 숲의 정령을 못 만나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른의 눈으로 가르치기 보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태도를 본다. 이번 여름 방학엔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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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한 고요함, 그 아름다움
*본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너무 오래 붙어있으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느낀다. 더러는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잊고 무뎌진다고도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익숙함은 그것과 다르다. 사랑을 표현하는 모든 몸짓과 눈빛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이다. 레오와 레미는 그런 친구다. 함께 들판을 뛰어놀고 살결을 맞대고 잠드는 것이 당연한. 그리고 누구도 두 사람의 사이를 규정짓거나 한계를 만들어두지 않았다.
그런 각별한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사회로 나서면서부터이다.
아이들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과 특정한 성 정체성에 대한 강요를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공간은 보통 학교이다. 부모 혹은 발달된 미디어의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만 불특정 다수의 또래의 집단 속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서 비롯된 성 정체성의 혼돈에 비하면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클로즈]는 이런 고요한 혼돈 속에서 단단해지는, 성숙해지는 한 소년의 모습을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만들어낸 영화였다.
레미는 거친 말투로 친구들과 농담을 던지며 축구를 하기보단 옹기종기 모여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며 미소를 짓는 편이다. 구르고 부딪히고 넘어지는 아이스하키 대신 적막 속에서 소리의 울림을 느끼는 클라리넷 연주를 즐기는 편이다. 그렇기에 유독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한다.
레오는 그런 레미와 묶여서 같은 부류로 취급받는 것에 굉장히 발끈한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었던 레미와의 관계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레오는 그제야 레미가 여타 다른 남자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마저도 그들의 세계 속에 포함된 적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레오는 또래 소년들이 하는 것들을 즐기고 싶어 하면서도 레미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에 착잡한 감정을 느낀다.
두 친구가 완전히 등지게 되는 사건은 레오가 레미를 늘 기다리던 길목에서 기다리지 않으면서부터이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레미가 레오의 아이스하키 연습장에 찾아오면서부터이다. 레미는 자신과는 달라지려고 애쓰는 레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묻는다.
"나도 아이스하키 배울까?"
레오는 침묵한다. 그건 레미가 자신과 다른 남자아이들의 교집합에 발을 들이미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는 질문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또래 아이들이 하는 행위를 따라 한다고 해서 결코 자기 자신이 그들과 같지는 않음을 알아버린 것이다. 레오는 여전히 레미와 닮아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보다 고요함 속에 있는 것이 더 잘 어울렸던 것이다.
레오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고, 그래서 레미를 완전히 떠나기로 한다.
비극적이게도 레오가 레미를 떠나려고 결심한 순간, 레미는 세상과 등지기로 결심한다. 영원히.
레미를 잃은 상실감 속에서 레오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죄책감 탓에 남들에게 괴로운 제 모습을 티 내지 못한다. 특히 레미의 엄마에게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싶은 동시에 망설인다. 레오 역시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했던 레미의 엄마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레오에게 계속해서 묻는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 애를 밀어냈어요."
레오의 고백에 레미 엄마는 괴로워한다. 레오를 차에서 쫓아내고 울지만, 이내 도망가 버린 레오를 쫓아가 안아준다. 그 포옹은 자신의 또 다른 아들이었던 레미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의 시선에 부딪히며 멍들고, 자신의 감정에 흔들리다가 깨어져 버린.
레오의 가족은 꽃 농장을 운영한다. 영화 전반적으로 레오가 부모님을 돕는 모습이 나온다.
성적 고정관념을 가진 어떤 이들은 종종 여성성을 꽃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레미'라는 사람을 대변하기 위해 꽃을 보여준다. 레미는 고요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울림을 가지고 있는, 묵묵히 자라나는 꽃을 닮았다. 허나 너무 일찍 꺾여버린 것이다. 자의에 의해서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레오는 레미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아이스하키에 몰두한다. 조용한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침묵 속에 있으면 자꾸만 레미가 떠오르고, 보고 싶었다. 꽃밭을 내달리던 한때의 아름다움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 고요함이 너무나 달콤해서 레오는 괴로웠다.
자신이 사랑했던 그 모든 세상을 놓아버렸던 선택을 후회했다.
텅 비어버린 레미의 집을, 그 어느 때인가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던 그 집을 바라보며 레오는 허전함을 느낀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 아래, 다시 만발한 꽃 사이에 서서 그들의 강인함을 느낀다. 그 순간을 통해 레오는 비로소 꽃이 된다. 한때는 자신이 부정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레오는 폭풍우를 이겨내고 새싹을 틔운다. 언젠가는 레오 역시 아름답게 만발할 것이나, 그대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지고 힘겨운 싸움을 하더라도 끝끝내 저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강인한 꽃이 되기를.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하여 작성된 리뷰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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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 오브 더 데드」 넷플릭스 제작비 1,000억원의 좀비영화ㅣ새벽의 저주 결말포함 영화리뷰ㅣ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컷ㅣ넷플릭스 오리지널ㅣ건데ㅣ
? "아미 오브 더 데드(2021, 넷플릭스Netflix)" 예고편 분석
"새벽의 저주(2004)" 영화리뷰 결말포함-영화 정보
장르: 액션, 공포, 범죄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잭 스나이더, 조비 해롤드, 셰이 해튼
제작: 웨슬리 콜러, 데보라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외
촬영: 잭 스나이더
음악: 정키 XL
촬영 기간: 2019년 7월 15일 ~ 2019년 10월 20일
제작사: 미국 국기 스톤 쿼리
배급사: 넷플릭스
공개일: 넷플릭스 2021년 5월 21일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2시간 11분
제작비: 9,000만 달러
독점 스트리밍: 넷플릭스 N아이콘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의 첫 장편 영화 촬영 감독 데뷔작
- 새벽의 저주 정보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제임스 건, 조지 로메로
출연: 사라 폴리, 빙 레임스, 케빈 지거스 등
장르: 공포, 스릴러, 액션- 조지 A. 로메로의 1978년작 동명 좀비 영화 리메이크작
- 시체들의 새벽
#아미오브더데드 #새벽의저주 #넷플릭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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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인 예고편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이 선택한 첫번째 뮤지컬 영화! 새롭게 태어난 브로드웨이 명작 뮤지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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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달팽이의 회고록> 메인 예고편
아카데미 X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 BIAF 대상 수상! "메리와 맥스"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화려한 귀환! "달팽이의 회고록" 2025년 4월 30일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