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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억누르는 문제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겠다는 결심
6★/10★
파리에서 통역사로 일하며 생활을 꾸려가는 산드라. 그녀에게는 여덟 살 난 딸이 있고,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있다. 오랜 친구인 클레망과 새로운 사랑을 싹틔우는 중이기도 하다. 행복과 슬픔이 수시로 교차하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요양원에 들어가야만 할 상황이 된다. 철학 교수로 제자들에게 존경받아온, 집안을 온통 책으로 채운 아버지의 현재는 산드라를 슬프게 한다. 그녀가 아버지의 서재에서 어떤 책을 버리고 어떤 책을 남길지를 고민하는 장면은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부모의 삶을 자식이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수많은 책으로 빼곡히 채워진 아버지의 서재는 그가 평생을 걸쳐 모아온, 즉 아버지 선택의 누적이다. 즉 아버지의 장서는 아버지의 삶 궤적의 일부다. 때문에 어떤 책을 버리고 간직할지의 문제는 아버지 삶 중 무엇을 취하고 기억할지의 문제다. 기억을 잃고 기본적인 활동에마저 돌봄이 필요해진 아버지 앞에서, 산드라는 그녀가 받은 돌봄을 되갚는 동시에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 삶을 갈무리하는 책임을 부여받는다. 많은 사람이 정답을 알지 못하고 현실에서 끙끙거릴 수밖에 없는 문제에 놓인 것이다. 요양원 비용과 건강 상태에 따른 요양원 변경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그만큼 어렵다. 돈이 넉넉하다면 고급 사설 요양원을 택하면 되고, 공공 요양원 인프라가 넉넉하고 탄탄하다면 별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산드라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산드라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그러나 산드라의 일상에는 기쁨도 있다. 딸에 대한 사랑이 첫째다. 연애, 성애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산 지 오래지만 산드라는 딸과 주고받는 사랑에서 전자의 결핍을 메운다. 클레망은 그런 그녀에게 오랜만에 설렘을 선물한 남자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클레망은 유부남이다. 산드라와 사랑을 나눈 후 늘 그의 법적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둘은 클레망의 일정이 허락할 때만 만날 수 있고 부인과 이혼하겠다는 클레망의 약속은 자꾸만 유예된다. 그는 어느 날 갑작스레 가족을 버릴 수 없다며 이별을 선언하고는 이내 역시 너 없인 못 살겠다고 돌아오는 영 미덥지 않은 남자다.
문제는 산드라의 마음이 클레망의 변덕에 쉬이 휘둘리는 취약한 상태라는 점이다. 산드라는 자주 눈물 짓는다. 아버지 때문이기도 하고 클레망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 마음의 면역력은 극도로 떨어진 상태다. 감당하기 벅찬 문제는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 순차적으로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로 인해 씨름해야 하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수시로, 제멋대로,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수시로 솟구치는 산드라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일상의 자극에 민감하며, 최선이 아닌 대상에게도 끌릴 때가 있다. 당장 내게 위안을 주는 존재는 그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산드라의 문제를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아버지는 안락사를 논의해야 할 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클레망은 여전히 가족과 산드라를 동시에 갖겠다는 듯 군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어느 멋진 아침’의 풍경이 나쁘지만은 않다. 심지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산드라를 수시로 눈물 흘리게 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인데도 그렇다. 도대체 왜일까? 많은 평범한 사람이 산드라와 같은 삶을 산다. 대체로 괴로워하고 드문드문 행복해하는 그런 일상 말이다. 감독은 그런 삶이 반드시 고통으로만 가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도 종종 기억할 만한 멋진 아침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 순간을 만끽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또 하루를 살아가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수 있을 테니까. 나를 짓누르는 문제가 내 삶을 온전히 잠식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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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
1919년 10월 27일, 지금은 사라진 종로의 '단성사'에서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개봉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의 개봉일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제정하였는데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최초의 영화이자 흥행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는 상영 당시 연일 매진을 이어가며 흥행에 성공하였고, 이를 기점으로 한국 영화계는 서서히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기념일을 맞아! 씨네픽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서 눈에 띄는 '기념비적인 영화'들을 pick해 보았는데요! 지금부터 씨네픽과 '최초'와 관련된 영화들을 같이 한번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
<달세계 여행>, 세계 최초의 SF 영화
SF, 모험, 판타지 | 프랑스 | 14분
감독 : 조르주 멜리에스 | 출연 : 빅토르 안드레, 블로에 베논, 조르주 멜리에스 | 원작 : 쥘 베른
? 세계 최초의 SF 영화 : 1902년 9월 1일 프랑스 개봉
남북전쟁이 끝난 후 남아도는 대포를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큰 대포를 만들어 안에다가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집어 넣고 달로 쏘아 올리기로 결정한다. 사람들에게 환송을 받으며 천문학자를 태운 로켓이 대포로 발사되고 곧 로켓은 달에 착륙한다. 천문학자는 달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자고, 일어나고 나서 동굴로 가자 거대한 버섯을 발견한다. 한 천문학자가 우산을 펼치자 곧바로 버섯으로 변해 버린다. 이때 외계인이 나타나지만 천문학자는 이를 쉽게 죽인다. 곧 더 많은 외계인이 나타나서 천문학자들은 둘러싸이게 되고, 외계인은 그들을 잡아 우두머리에게 데리고 간다. 천문학자들이 우두머리를 죽이고 도망친다. 다섯 명이 비행선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한 명은 절벽에 걸친 비행선에 달린 로프에 매달려 비행선을 우주로 떨어뜨린다. 우주선은 지구로 떨어져 바다에 빠진다. 천문학자들은 구조되어 큰 환대를 받는다.
씨네 pick : 세계 최초라는 면만 본다면 1895년 상영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 더 어울리겠지만, 2분 남짓한 이미지의 연속이 전부였던 당시, 14분이라는 파격적인 상영시간을 내세운 <달세계 여행>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마술사라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특이 이력 덕분에, 영화에는 합성과 같은 특수 효과가 처음 시도되었고, 이는 이후 SF 장르의 관습을 확립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본인의 작품 <휴고>에서 다룰 만큼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이다.
<재즈 싱어>, 세계 최초 유성 영화
멜로/로맨스, 드라마 | 미국 | 88분
감독 : 앨런 크로슬랜드 | 출연 : 알 졸슨, 메이 맥어보이, 워너 올랜드
? 세계 최초의 유성 영화 : 1927년 10월 6일 미국 개봉
한 친구가 라비노비츠에게 재키가 카페에서 노래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해주자 노한 아버지는 아들을 벌하고, 이에 재키는 상심한 어머니 새러(유지니 베서러)를 뒤로 하고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잭 로빈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재키는 재즈 가수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화해하기 위해 돌아온다. 아버지는 여전히 엄격하지만 병약해져 있었고 재키는 얼굴을 검게 칠하고 활동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유대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씨네 pick : "Wait a minute, wait a minute, you ain't heard nothin' yet". 이 영화는 완전한 유성 영화도 아닐 뿐더러, 많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인데 이유인 즉슨, 이 영화의 성공을 통해 유성 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토키(talkie) 영화 시대로 접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 영화는 실패할 것이다 라는 당대의 편견을 깬 영화라는 사실은, 역시 길이 남을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바타>, 역대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
SF, 모험, 액션, 전쟁 | 미국 | 162분
감독 : 제임스 카메론 | 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미셸 로드리게즈
? 역대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 : 2009년 12월 17일 국내 개봉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는 원주민 ‘나비족’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가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족’의 중심부에 투입되는데…
피할 수 없는 전쟁! 이 모든 운명을 손에 쥔 제이크!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역대급 세계가 열린다!
아바타: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결합해 만들어졌으며
링크룸을 통해 인간의 의식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
씨네 pick : <아바타>가 세계 최초 3D 영화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전세계에 3D를 선보인, 실질적인 3D 영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다시 3D 영화의 상영이 이전만큼 이루어지고 있진 않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껏 보지 못한, 앞으로도 보기 힘들 정도의 CG가 구현된 영화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를 통해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 역시 인정받았다. 제작 기간만 4년에 달하는 영화는 2,9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는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어주었다가 중국 재개봉과 함께 1위를 재탈환한 영화는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켜내며 지금까지 3조 원이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기생충>,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1위
드라마 | 한국 | 131분
감독 : 봉준호 |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1위 : 2019년 5월 30일 국내 개봉
“폐 끼치고 싶진 않았어요”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씨네 pick : 두말하면 입 아픈,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기생충>이 갖고 있는 '최초'이자 '최고'인 타이틀은 수도 없이 많다.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1위는 물론이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흥행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영어 작품이기도 하다. 권위적인 세계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동시에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기생충>이 갖는 의의는 상당하다.
영화의 날이자
10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맞아
오늘 극장에서 영화 한편 어떠신가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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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전후 상황을 보여준 <복수는 나의 것>
1979년 개봉한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復讐するは我にあり)>은 일본 사회의 파시즘적 징후에 대한 영화로, 고도성장기의 피폐한 일본인 등 시대적인 동기가 영화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어떠했는지 살펴보고 그 시대 상황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작품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또한 그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비교적 빠른 성장을 했으나, 산업의 불균형과 세계대공황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세계대공황의 여파는 일본을 군사력을 강화하고 위기를 타개하고자 군국주의로 몰아갔다. 그 결과 노동자·농민의 빈곤화가 심화되고 기존 정당의 부패, 사회주의 운동의 확대, 중국혁명의 진전 등으로 국내의 불안은 한층 가중되었다. 이에 군부를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 세력이 성장, 국가개조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자는 운동이 일어나며, 파시즘은 본격화되었다. 이 일본 파시즘의 특징은 천황제 파시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천황신앙·천황에 대한 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국민의 의식·생활을 획일화하고, 일본민족의 우월성·대동아공영권 건설을 강조, 전쟁을 미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황제는 지배체제의 중심이었으며, 의회는 존속되었다. 이러한 파시즘 속에서 군사력에 의한 대외적 발전을 중시하여, 전쟁과 그 준비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국민생활에서 최상위에 두고 정치·문화·교육 등 모든 생활 영역을 이에 전면적으로 종속시키려는 사상과 행동양식이 만연하면서 신앙탄압 또한 고도의 성장을 위한 파시즘 징후의 하나였다.
영화는 1963년 10월부터 도쿄올림픽이 열리던 해 1964년 1월에 걸쳐, 2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며 대학 교수와 변호사 등을 사칭하여 3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총 80만원을 갈취한 니시구치 아키라 사건을 모티브로 1976년 사키 류조(佐木隆三)가 사건을 취재해 쓴 논픽션 장편 소설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추가 취재하여 1979년 영화화하여 소설과 동명으로 개봉한 작품이다. 영화는 이와오의 살인의 순간들을 무감하고 냉정하게 보여주며, 일반 스릴러에서의 긴장감보다는 다큐멘터리적으로 장면들을 흔들림 없이 나열한다. 실존 인물인 니시구치 아키라는 기독교 카톨릭 신자로 ‘나는 천일옥(千一屋)이다. 천에 하나 밖에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라고 호언하는 사기꾼이자 연쇄살인범으로 총 12 만명에 달하는 경찰의 수사망을 뚫고 78 일 동안 도망쳤지만, 1964 년에 구마모토에서 체포되어 43 세의 나이로 처형된다. 영화에서 죄책감이나 망설임도 없이, 오히려 너무나 당당하게 사람을 죽이는 극 중 이와오를 보면서 무엇이 이토록 그를 잔혹한 살인마로 만들었을까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데 영화는 이와오의 이러한 살인행각의 원인과 무엇을 원망하는지조차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으며 이해시켜주지 않는다.
단 한번 등장하는 이와오의 어린 시절 과거 장면으로 그의 납득할 수 없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한 증오와 무관심한 가정의 환경 그리고 추악했던 성장배경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일본이 아직 서구의 종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때, 목사이자 어부인 아버지는 천황에 대한 복종을 위해 생업과도 연결된 어선을 빼앗긴다. 종교에 대한 순종이 아닌 군인의 폭력 앞에 무력하게 어선을 빼앗기는 아버지를 보며 이와오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이 분노는 곧 변질되어 그의 반항심을 키우고 그를 괴물로 만든다. 이는 나아가 이와오를 통해 종교에 대한 탄압, 군국주의,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를 영화로써 형상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마무라 감독은 이와오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의 괴물로 두고, 이 괴물을 만든 것은 정확한 어떤 원인보다는 이 사회자체라고 말하는 듯하다.
고도의 성장을 위한 천황의 획일화를 위해 억압하고 독재적이고 국수적인(보수적인) 사회가 개인의 감정이나 욕망에는 개의치 않고, 그 중 하나인 개인의 종교까지 말살하였고 이들을 보고 자라면서 결국 다음 세대에서 사회로부터의 개인의 억압에 대한 억눌림이 반사회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표출됨을 영화에서 이와오의 과도한 남성성이 살인(폭력)과 섹스로 분출되는 것을 통하여 보여준다. 영화에서 악인은 에노키즈 이와오로 보이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병들어있다. 아내 가즈코 또한 남편의 부재로 욕망이 시아버지 시즈오와의 관계로 드러난다. 아내 시즈코도 사회의 피해자인 것이다. 정신적으로 억눌리고 억압된 욕망이 욕정과 충동 등으로 폭발적으로 분출되자 이런 상황이 되고 피해자들도 속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은 이와오라는 이해 불가능한 인물을 중심으로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폭력에 연루된 인간 욕망의 뒤틀린 생태계를 보여주려고 하면서 시즈오와 가즈코나 하루의 어머니 또한 사회의 피해자인 동시에 이와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흉악한 본성을 지닌 인간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 전후의 일본 영화계에서 활약하며 오오시마(大島渚), 나카히라(中平康) 등과 함께 일본의 누벨바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아버지 세대를 부정하며 전후 일본 사회의 그림자를 다양한 각도에서 파고드는 영화들을 만들었다. 이 중에도, 이마무라 쇼헤이는 일본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보다는 그 시스템으로부터 밀려난 밑바닥 삶의 질긴 본능에 주목했다.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폐해들을 문제 삼은 감독의 다른 작품《가라유키 상》(1975년), 《간장 선생》(1998년) 등에서도 감독의 일본 군국주의 비판을 볼 수 있다.
결국 모호한 살인의 원인과 내러티브는,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일치하였다. 감독은 인간의 욕망 분출을 통해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당시 시대상에 의한 혼란스러움과 제국주의 사상이 팽배하여 군국주의가 이끄는 폐해, 혼돈과 인간성의 말살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현실과 영화의 시각화된 구성으로도 이해 불가한 것을 억지로 설명하려 들지 않고 담담하게 감독이 얻어낸 것은 전후 일본 사회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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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이온더월>_ 쇼날리보스
2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부스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 굿즈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 목걸이를 매고 돌아다니는 영화인들. 모든 순간들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그렇게 곳곳에 시선을 두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담았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영화를 사랑하겠지만.
영화제에 와서 밤새 영화얘기를 하다가,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아침 9시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겐 어떤 공통된 마음이 있지 않을까. 내게도 그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자부하며 아침 9시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몇 번의 고비를 경험했다. 이게 바로 영화제 아니겠냐며, 이게 바로 씨네필 아니겠냐며 같은 영화관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끼다가 좋은 영화였어… 하고 둘째 날 첫 스케줄을 견딘(?) 기억이 생생하다. 짧은 일정 탓에 보고 싶은 영화를 모두 다 보진 못했지만 계획했던 일정대로 티켓팅에 성공했다. 매 순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영화제를 즐겼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여서 더 즐거웠던 ,
2024 부산국제영화제. 몇몇 단상을 남긴다.
1. 플라이온더월 (감독_쇼날리보스)
치카 카파디아는 말기 암 4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고 죽기로 결심한다. 스위스 취리히의 조력사 지원단체 ‘디그니타스’에 지원서를 넣고 종교적 의례처럼 일기를 써나가며 스위스로 이주를 한다. 그리고 가까운 친구인 쇼날리 보스 감독에게 자신의 죽음을 촬영해 주기를 청한다. 영화는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치카와 쇼날리가 함께한 마지막 2주는 생의 환희로 가득한 순간들로 채워진다. [강소원, 제29회 BIFF]
스위스 블루하우스에서의 조력 자살에 관한 이야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일 년 전, 어떤 영화 하나를 보고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생겼다. 죽음을 앞둔사람은 남은 생애 동안 어떤 마음을 안고 살아갈까. 그 마음이 궁금해 선택한 다큐.
다큐멘터리 속 조력자살을 선택한 감독님의 친구 ‘치카’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매 순간 생의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죽음 앞에서 의연한 태도로 자신의 선택을 마주하는 그를 보며, 나도 죽음을 앞둔 순간에. 혹은 내게 죽음이 점점 다가왔을 때 그와 같은 모습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후회가 전혀 남지 않는 생은 없을 테니까, 후회가 덜 남는 생이어야 그와 같은 마음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그런 생을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는 죽음을 앞둔 치카가 쓴 일기를 요일이 바뀔 때마다 앞부분에 보여준다. ‘다시는’ 태양을 보지 못하고 ‘다시는’ 사랑할 수 없다고 쓴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한 번 뿐이기에 더욱 값지지만 한 번만 주어지는 생이기에 죽음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것이라고, 그래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울음을 참으려 하지만 끝내 울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삶에는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다 배우고 나면 자연스레 떠나게 되는 것이기에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감독님. 헤어짐은 언제나 버겁겠지만 이 다큐를 통해 죽음에 관한 새로운 시선과 앞으로의 슬픔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 <지옥 2>, <나 홀로 여행하기>,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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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개봉 당일 예매율 1위를 기록했지만 주말 관객수 34만여명을 동원하며 2위로 내려 앉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국내 영화들이 <인사이드 아웃 2>를 제치지 못하고 있는데요.
7월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합니다!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주연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호불호가 크게 갈리면서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누적 관객 수 76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픽사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탈주>는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하며 3위로 내려왔습니다. <탈주>의 누적 관객 수는 200만 명으로, 이번 주까지는 개봉작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주 <슈퍼배드 4>와 <데드풀과 울버린>의 개봉으로 20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북미박스오피스에서는 <슈퍼배드 4>가 1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공포 영화 <롱 레그스>가 2위, <인사이드 아웃 2>가 3위에 머물렀습니다.
그럼 다음주 3주차 박스오피스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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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디 포스터, 칸 영화제 개막식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
해외 전문 매체 variety(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조디 포스터가 오는 7월 6일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여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개막식의 특별 게스트로 초청되어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다.
명예 황금종려상은 쟌느 모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제인 폰다, 장 폴 벨몬도,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장 피에르 레우, 아그네스 바르다, 알랭 들롱에게 주어졌으며, 칸 영화제 측은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배우이자 감독, 프로듀서인 조디 포스터를 “예술적 경력과 더불어 겸손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지닌 여성, 그녀는 독특한 개성을 보여줬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Da 5 블러드>를 연출한 스파이크 리가 심사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며, 레오스 카락스가 연출하고 애덤 드라이버와 마리옹 코티야르가 출연한 <아네트>가 개막식 첫날밤에 처음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조디 포스터는 “칸 국제영화제는 내가 빚진 축제이다. 칸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라고전한바 있다.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에 출연한 조디 포스터는 1976년 13세의 나이로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바 있으며, 당시 <택시 드라이버>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그동안 출연하고 연출한 작품 중 무려 7편이 칸 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로 상영된 바 있으며, “칸이 나를 생각해준 것에 대해 기쁘며, 새로운 세대의 영화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식을 공유하고, 모험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다”라고 밝혔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조디 포스터는 끊임없이 자신을 재발견합니다.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질문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려고 합니다. 또한 새로운 도덕성을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믿음에서 물러나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그녀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소중한 아이디어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는 혼란스러운 현재 시기를 소중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따뜻함과 감탄으로 그녀를 기릴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말한 대로, 올해 칸 영화제는 오는 7월 6일부터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칸에서 열릴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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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 리뷰 영상 (*스포없음)
'1917'도 재미있지만, 이 영화도 진짜 재미있습니다
제가 안 이러는 거 잘 아시잖아요?-시놉시스
[사기, 배신, 살인...
모든 것은 돈 가방과 함께 시작되었다.]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힘들게 이어가는 가장 중만.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申 것을 탐하게 되는 연희.
인생 벼랑 끝에 몰린 그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고,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큰돈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음 안돼”]
고리대금업자 박사장,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불법체류자 진태,
가족의 생계가 먼저인 영선, 기억을 잃어버린 순자까지…
절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 물고 물리며 돈 가방을 쫓는 사람들.
최선이라 믿은 최악의 선택 앞에 놓인 그들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한탕을 계획한다.처절하고 영리하게, 절박하고 날카롭게!
지독한 돈 냄새를 맡은 짐승들이 움직인다!-스태프
장르: 스릴러, 범죄
감독: 김용훈
각본: 김용훈
원작: 소네 케이스케의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 장원석
촬영: 김태성
미술: 한아름
음악: 강네네
편집: 한미연
출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외
제작사: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급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촬영 기간: 2018년 8월 30일 ~ 2018년 11월 30일
개봉일: 2020년 2월 19일
상영 시간: 108분#지푸라기라도잡고싶은짐승들리뷰 #지푸라기리뷰 #지푸라기짐승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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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종,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공포영화
랑종이 개봉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원안을 쓰고 제작에 참여한 영화라서 기대가 많았던 영화였는데요.
전작인 곡성과 주제가 통하는 측면도 있어 뭔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어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무당을 전면에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러닝타임이 꽤 긴데 초중반에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후반부 공포 이미지가 직접적으로 연달아 등장하면서 공포가 반감되는 단점이 보입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믿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부분도 많이 옅어져 버렸어요.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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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라스트 머시너리>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30일, 넷플릭스 공개]
오래전 프랑스를 떠나야 했던 첩보 요원. 그가 아들을 위해 자신을 등진 고국에 돌아온다. 테러 조직의 음모로 위험에 내몰린 아들. 아빠의 이름으로, 반드시 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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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레터>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하면 믿어줄래요?
닿을 수 없는 편지로
그 시절, 전하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과 마주한 이들의
결코- 잊지 못할 한 통의 러브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