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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9-12 10:09:16

조장하실 분?

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이 글은 영화 [살인자 리포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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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세상에는 두 부류의 배우가 있다고 했다.

 

모든 역할에 자신의 색을 입히는 배우와, 오롯이 그 배역이 되어버려 예전의 모습을 지워버릴 수 있는 배우. 물론 어느 배우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배우가 한 역할에 갇히는 바람에 자신의 커리어를 비슷한 역으로 채우게 되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면. 후자가 더 낫지 않나.라는 같잖은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조여정, 정성일 배우의 캐스팅에 아주 조금의 미심쩍음이 남아 있었을 관객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배우의 재탄생을 보면서 그들의 내공에. 그리고 여태 서슬 퍼렇게 갈아왔을 복수(?)의 칼날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관객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은 선주(조여정)와 영훈(정성일)으로 오롯이 존재하며, 그 어떤 잡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그것이 언제가 되었건 간에, 자신을 속박한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날아오르는 배우들을 보는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영화의 모든 찬사의 순간들을 배우들에게 준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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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애석하게도 이 영화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자기 스스로가 살인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인터뷰한다는 설정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기대하는 긴장감이나 치밀함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무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영화 [자백]의 원작과도 비슷한 설정과, 언뜻 조디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양들의 침묵] 같은 냉철함을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영화는 등장하는 몇몇 사건들을 교차해서 보여주기보다 직선으로 그저 읊어준다. 그래서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는 과정들이 시간에 쫓기는 것처럼 다급하게 느껴진다. 또한 초반부에 깔아놓은 복선 외에는 간접적인 언급에 그치는 복선들의 조합 때문에, 후반부에 몰아닥치는 선주와 영훈의 급격한 주객전도에서 영화의 장르마저 바뀐 것 같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비밀을 조금씩 들여다보며 느끼는 원초적 호기심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영화는 까발리는 것에 치중해 버린 탓에. 살인자도, 리포트도 남지 않은 채 영화는 엉뚱한 곳으로 달려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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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분명 배우로서 하나의 굴레가 될 법한 것을 모조리 던져내고 훌훌 날아다니던 배우들이었건만. 갑자기 만난 이 예측할 수 없는 조류 때문에 그들의 날갯짓이 안타까워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온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영화가 보여주는 사실보다는 그들의 노력에 대한 박수만을 치게 된다. 그들의 대단함에 한 번, 그리고 한계에 부딪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날아오르는 그들을 향한 알 수 없는 마음에 한 번.

 

 

 

그제야 두 배우를 감싸고 있던 부담감이 보인다고나 할까. 이 수많은 문제들을 함께 풀어갔어야 했는데. 마치 조장하실 분?이라는 말에 두 사람에게 쏠린 시선 탓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긍하게 된 조별 과제처럼. 배우들의 혹사(?)에 그저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낄 뿐이다.

 

 

 

 

 

 

 

 

 

[이 글의 TMI] 

 

물론 다른 배우들도 정말 훌륭했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배우 정성일에 대한 두려움까지 밀려왔다. 배우에게서 색깔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닌. 어느 역할이나 정말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버려서, 모든 역할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배우의 탄생이라고 할까. 제발 소처럼 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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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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