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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글다2025-08-21 03:17:48

'아름다움'을 향한 동화 속 바디호러

영화 <어글리 시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작품상, 관객상)의 화제작 <어글리 시스터>는 신데렐라 동화 속 못된 의붓자매를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조명하며 현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을 고발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어글리 시스터>의 후기들이 대부분 ‘신데렐라의 잔혹동화 버전’과 ‘영화 <서브스턴스>의 동화 버전’이라는 수식어로 가득 찬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실제로 최근 큰 흥행을 거둔 여성의 몸에 대한 바디호러 영화인 <서브스턴스>와 원작동화의 후광을 받았다는 것은 부정하긴 힘들지만, 무언가의 다른 버전으로만 소개되기에는 아쉬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동화를 으깨어 바른 영화

 

 

 

동화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OST와 동화를 으깨어 바른 것만 같은 몽환적이고 빈티지한 영상미의 조합은 <어글리 시스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클래식과 올드풍을 넘나들며 관객을 영화와 해리시키고, 때로는 몰입하게 하는 OST는 불쾌한 정서를 증폭시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영화를 관객의 귓속에 머무르게 한다. 또한 <어글리 시스터>는 클로즈업과 줌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이기도 하다. 바디호러와 고어 장르인 만큼 영화에는 수위 높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줌인은 얼굴로 향한다. 잔인한 장면을 포착하는 대신 표정과 감정을 향해 수동 줌인 되는 카메라는 잔인함의 쾌락이 아닌 영화 속에서 보아야 할 의미를 주목하게 한다.

 

 

 

그 외에도 코 수술 같은 현대의 미용 시술을 중세 배경에 맞춰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장치들과 원작 동화의 요소들을 재치 있게 끌어온 장면들까지, 영화 곳곳에는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감각적이고 재치 있는 연출과 뚜렷한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의 결말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기에

 

 

 

‘남성에게 소비되는 여성’에 대해 고발하는 <서브스턴스>와 달리, <어글리 시스터>는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맞춰 자신을 파괴하는 여성들의 사회에 더 집중한다. 영화 속에도 저질스러운 남성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 ‘엘비라’(레아 미렌)를 심리적으로 억압하는 주체는 대부분 여성이다. 예뻐져야 한다며 시술을 감행하게 만드는 엄마, 엘비라를 무시하며 맨 뒷줄로 보내는 예절 선생까지 영화 속 ‘아름다움’의 기준은 여성들에 의해 끊임없이 강조된다.

 

 

 

또 <서브스턴스>의 비현실적인 결말과 달리, <어글리 시스터>는 비교적 현실적인 모습을 담는 것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고어의 강도는 <서브스턴스>에 비해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장면보다 코 수술의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순간이나, 발가락을 자른 뒤 맥박에 따라 피가 꿀럭이는 것처럼 현실적인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았다. (물론 촌충을 토해내는 장면은 충분히 충격적이다.)

 

 

 

<어글리 시스터>가 현실적인 영화이기에, 죽음과 같은 꽉 막힌 결말이 아닌 여지를 남기는 결말인 점이 좋다.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비록 고통이 따르지만 엘비라는 옳지 못한 선택에 대한 대가를 돌려받고, 이제는 국경을 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어글리 시스터>는 단순한 고발이 아닌, 고통받는 모든 여성에게 건네는 현실적인 위로이자 지침서이다.

작성자 . 맹글다

출처 . https://brunch.co.kr/@nomin-zoo/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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