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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2025-07-31 18:08:50

책임의 무게와 사랑의 가능성 사이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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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을 갖는다는 건, 어쩌면 꿈같은 일일 것이다. 과학자로서 과학 임무를 하다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네 명이 있었다. 리드, 수, 조니, 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은 힘을 갖게 되었고, 그 힘은 축복이 아닌 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의 표정은 밝아보이면서도 피곤해보인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과거의 이야기를 새롭게 리부트하는 영화다. 우리가 알던 영웅 서사의 문법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그들이 힘을 얻는 과정은 생략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영웅 탄생과정 보다는 그들이 가진 인간미를 보여준다. 그들이 짊어진 상처, 책임, 관계의 균열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도입부는 차분하지만 불안하다. 과학과 야망으로 뭉친 이들이 사고를 겪고, 세상을 위해 그들의 능력을 쓰기로 결정하고 나서 그들은 지구의 영웅으로 거듭난다. 마치 그들은 평화의 메신저처럼 국제 기구에서 연설을 하고, 또 위기에 빠진 곳에 가서 사람들을 돕는다. 그런 피곤한 상황 속에서 각 인물들의 감정이 하나씩 보여지기 시작한다.

 

 

 

[첫 번째 감정] 리드의 책임감

 

 

브런치 글 이미지 8

 

 

리드(페드로 파스칼)는 언제나 자신이 만든 결과에 책임지려 했지만, 그 책임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무거웠다. 아내 수(바네사 커비)의 임신으로 작은 가족이 하나 더 늘어난 상황에서, 실버 서퍼의 등장은 리드에게 과학적 호기심이 아닌 정서적 불안을 안긴다.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외로워진다. 그는 팀원 중 가장 뛰어난 과학적 지식과 계산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은 오히려 그를 더 큰 쫓김과 무기력함 속으로 밀어넣는다. 무엇을 하든 모두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리드를 조용히 잠식해간다.

 

특히 갤럭투스(랄프 아인슨)가 아이를 요구하며 지구 전체의 생존을 위협했을 때, 그가 감당한 감정은 단순한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희생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리드라는 인물을 한없이 작고 무력하게 만든다. 그는 최고의 과학자이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아버지이고 남편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 이성적인 판단을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영화는 리드의 딜레마를 명확하게 그리지는 않지만, 그의 침묵과 망설임 속에 그 무게가 스며 있다.

 

리드는 끝내 포털을 개발해 모두를 다른 차원으로 이주시키려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고 모두를 구하려 애쓰지만, 누군가는 희생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앞에서 쉽게 마음을 내주지 못한다. 리드가 리더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전략이나 명령 때문이 아니다. 그는 끝까지 누군가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 고통을 온전히 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리드는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는 인물로 남는다.

 

 

 

[두 번째 감정] 수의 리더십

 

 

브런치 글 이미지 9

 

 

수는 겉보기엔 가장 약한 인물처럼 보인다. 그녀의 능력은 몸을 투명하게 만들거나 보호막을 생성하는 것이고, 그건 다른 멤버들의 불꽃이나 괴력처럼 공격적인 능력은 아니다. 적어도 이번 영화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팀 내에서 가장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은 바로 수다. 그녀가 영화 중반부에 모두를 설득하며 연설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고, 실제로 그 순간만큼은 이 인물이야말로 지구 전체를 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수는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팀을 이끌고 우주로 향한다. 그리고 갤럭투스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맞서 싸울 때, 가장 앞에 서 있는 것도 수다. 그녀의 전략은 직접적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공격이 아니라, 자신을 던지면서까지 모두를 지키는 방어였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리드의 계획에 대해 잠시 고민하고 반기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결정을 내리고, 두려움을 넘어서서 가장 용감한 선택을 한다. 수는 머뭇거리지 않고 갤럭투스와 맞선다. 그 순간 그녀는 단순히 팀의 일원이 아니라, 세상을 이끄는 존재가 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수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중반부, 다른 인간들을 향해 연설하는 그녀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힘으로 이끄는 리더가 아니라, 믿음과 감정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리더다. 전체 영화를 보고 나면 분명해진다. 실질적으로 이 세계를,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건 리드도, 조니도, 벤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힘과 조용한 단단함으로 모두를 이끄는 사람, 바로 수 스톰이다.

 

 

[세 번째 감정] 실퍼 서퍼의 죄책감

 

 브런치 글 이미지 10

 

실퍼 서퍼는 갤럭투스를 위해 희생될 행성을 찾아다닌다. 그녀가 처음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압도적인 위압감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단단한 표정, 건조한 목소리, 감정이 결여된 듯한 말투.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예감과 함께 그녀는 나타난다. 판타스틱 4조차 제대로 대응할 틈 없이 지구는 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그녀는 마치 그것이 예정된 수순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한다. 우리는 그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섬뜩하고 더 낯설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고, 판타스틱 4가 직접 갤럭투스를 찾아나서는 장면부터, 실퍼 서퍼는 어딘가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여전히 차갑지만, 눈빛이 흔들리고, 그 시선 안엔 어딘가 불편함이 깃들어 있다. 알고 보니 그녀 역시 한때는 자신만의 행성을 지키기 위한 존재였다. 자신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갤럭투스의 종이 되는 길을 택했고, 그렇게 타인의 죽음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자처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 안에 응고되어 있던 감정이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향한 혐오이자, 반복된 선택에 대한 피로, 그리고 더 이상 누군가를 죽게 놔둘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그녀의 망설임은 처음엔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작은 지연이 지구를 구할 결정적인 시간을 만들어준다. 마지막 갤럭투스가 지구를 향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실퍼 서퍼는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면 그 부재야말로 그녀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듯, 아무 말 없이 사라지고, 더 이상 죽음을 유도하는 자리에 서지 않겠다는 침묵의 반항. 그녀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방향을 바꾼다.

 

 

리부트의 저주를 끊고 새출발하는 시리즈

 

브런치 글 이미지 11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기존 히어로물의 문법에서 한 발짝 물러난다. 초능력과 세계 구원의 드라마보다도,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캐릭터의 심리선을 잘 보여주고 있고, 일반 사람들과의 충돌과 그 복원의 과정이 천천히 그려진다. 오랜 시간 리부트를 반복하며 피로감을 느꼈던 관객이라도, 이번만큼은 좀 더 안정적인 톤을 느낄 수 있다. 시리즈의 가능성과 정체성을 되살리려는 진심이 화면 곳곳에 스며 있다. 특히나 60-70년대의 레트로 배경에 진보된 기술력을 덧붙이면서 우리가 사는 지구와는 다른 형태의 지구를 꽤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 수 스톰이다. 바네사 커비는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수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그녀가 보여주는 감정의 결은 단순한 분노나 눈물에 머물지 않는다. 때론 침묵으로, 때론 표정 하나로, 극단적인 초능력 이면의 보통 사람의 고통을 전달해낸다. 이번 영화에서 수는 단순한 여성 히어로를 넘어, 서사의 핵심이자 정서의 중심으로 기능한다.

 

연출 역시 안정적이다. 신예 맷 샤크 감독은 액션의 리듬보다 감정의 완급을 중시했고, 인물 간 거리감을 카메라 움직임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고, 쿨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심처럼 느껴지는 연출이다. 마블 영화들 중 평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영화는 현재까지 전 세계 2억 1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캐릭터 중심의 서사와 정서적 깊이에 대해서는 평이 나쁘지 않다 이번 〈판타스틱 4〉는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얼마나 쉽게 멀리하고, 또 얼마나 어렵게 다시 돌아오는지를 묻는다. 그 가족을 구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하고, 주변을 설득해야하는지를 네 명의 영웅과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네 명의 선택은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https://brunch.co.kr/magazine/lifeinemotion

작성자 . RABBITGUMI

출처 . https://brunch.co.kr/@moviehouse/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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