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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2025-07-28 18:53:48

신은 모두 완전무결한 존재인가

사바하(2019)> 후기

사바하 (2019)

감독: 장재현

출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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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는 불교 언어로 모든 것이 원하는 바대로 이뤄지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사바하는 장재현 감독이 <검은 사제들> 이후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검은사제들이 엑소시즘에 관한 영화였다면 이번 사바하는 오컬트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영화다.

여기서 오컬트란,

라틴어의 occultus에서 유래한 단어로, 현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여러 신화, 전설, 민담 및 문헌으로 전승되는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에 원리가 있다고 여기며 그것을 이용하려는 믿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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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영화라면 몰라도, 한국 영화계에서 흔히 보이는 장르는 아니다. 게다가 결코 다루기 쉬운 주제가 아니다. 그러나 사바하는 종교, 신화, 신 등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를 꽤나 잘 섞어놓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신화에서 포인트를 얻어 창조해낸 종교, 그리고 종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신적 존재. 모든 것이 꽤나 매끄럽고 설득력 있게 흘러간다. 초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영화의 대사에는 상징적인 대사들이 많은데, 그 중 등불과 뱀이 가장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뱀은 “그것”을 나타낸다. “그것”이 다루는 동물이 뱀이라는 것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행동 역시 그러하다. 영화 후반부로 치닫다보면 “그것”의 몸을 감싸고 있던 흉측한 털이 벗겨져 나간다. 이는 마치 뱀이 탈피를 하는 모습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뱀이라 하면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본래 불교에서 뱀은 긍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지난 과오를 벗고 새로 도약한다는 의미와, 지혜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그것”은 타락해버린 신을 벌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로, 세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태어났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등불은 미륵을 나타낸다. 영화 내에서 미륵은 인간이 닿을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한 자로, 불사의 존재로 그려진다. 본래 미륵은 세상을 구할 구세주 같은 존재이지만 사바하에서 그려진 미륵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범위를 초월하여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자신의 영원을 유지하기 위해 가차없이 어린 소녀들을 죽여버리는 타락한 신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다. 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인간을 죽여버리는 모습을 통해서는 마치 그가 인간인 것처럼 보였다. 중간중간 미륵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진정한 미륵이 아니라, 그저 타락한 신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처럼 영화 스토리의 짜임새는 합격점이었다. 미스터리라는 주제에 맞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분명히 남는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캐릭터의 입체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정진영 님이 맡은 황반장 역할은 거의 없어도 될 정도로 역할이 미미했다. 이정재 님이 맡은 박목사가 경찰의 역할까지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단체의 신당을 파헤지는 역할도, 사천왕과 영월의 관계성을 발견하는 것도, 네충텐파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다 박목사가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황반장이라는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또한, 미륵을 멸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그것” 역시 영화 내에서 임팩트는 확실히 컸으나, 자신을 죽이러 온 정나한에게 핵심적인 말을 하고 그대로 미륵에게 간 정나한에 의해 미륵이 죽자 바로 따라 죽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중간중간 들어가던 개그 요소도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맥락 없이 나오는 개그 요소는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깨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아쉬운 부분이 영화에서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아 다행이다.

영화는 이정재와 박정민이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박정민 님이 연기하신 정나한이 가진 서사가 마음에 계속 남는다. 고아원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아버지라는 자가 알고보니 허구였다는 것. 아버지를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죽여놓고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이야기의 키는 결국 정나한이 쥐고 있었다. 미륵을 제 손으로 죽였으니.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아버지와 종교에 맹목적이던 그도 죽을 때는 그저 춥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던 평범한 인간.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그의 서사가 마음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주체적인 자신의 삶을 살길 바랄 뿐이다.

 

사바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도 영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나타내고자 하는 바에 대한 방향성이 확실한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작성자 . 이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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