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7-28 07:45:15
사랑의 딜레마, 혹은 계급 간 사랑의 불/가능성
영화 〈사랑의 탐구〉
〈사랑의 탐구〉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이 불화해 고민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사랑의 딜레마 혹은 ‘계급 간 사랑은 가능한가’라는 짓궂은 질문을 다루는 영화다. 철학 강사 소피아는 ‘사랑’을 강의한다. 플라톤, 쇼펜하우어, 스피노자, 장켈레비치, 벨 훅스 등의 사랑 이론 등등. 그녀는 10년간 만나온 지식인 파트너 자비에와 안정적인 관계를 누리는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둘 사이에 섹스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피아는 자비에와 함께 구매한 별장에서 인테리어 업자 실뱅을 만난다. 별장을 둘러본 실뱅이 참 손댈 곳이 많다고 말하자 소피아는 눈물을 흘린다. 이는 소피아가 현학적 담론에는 익숙하지만 삶의 구체적 문제에 대응할 능력은 갖추지 못한,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지식인의 전형임을 암시한다. 당연하게도, 소피아는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갖춘 실뱅에게 빠져들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사랑의 황홀을 경험한다.
핵심은 섹스를 통한 감각의 확장이다. 노동 계급의 강인한 육체를 가진 실뱅은 지식인 자비에가 결코 선사하지 못한 방식으로 소피아에게 육체적 쾌감을 전해준다. 자비에의 권유로 담배를 멀리하던 소피아는 실뱅의 권유에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왔다는 듯 행동하는데, 그녀가 실뱅의 욕망에 맞춰 기꺼이 육체의 모험을 감행할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결국 소피아는 자비에를 버리고 실뱅에게 간다.
그러나 사랑은 육체의 감각을 ‘초월’해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소피아는 주로 하층 계급인 실뱅 가족들과의 첫 저녁 식사에서 불편함, 이질감을 느낀다. ‘세련된’ 문화 자본을 갖춘 소피아의 친구들을 만난 실뱅도 마찬가지다. 소피는 ‘극우 인종차별주의자’이자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실뱅에게 놀라기를 반복하고, 실뱅은 소피아가 자신을 무시하는 언어를 사용한다며 분개한다. 그사이, 소피아는 다시금 자비에와 만나기도 하지만 그와의 섹스는 형편없을 만큼 지루하다. 정신과 육체, 지식인과 노동 계급. 두 범주의 중첩 속에서 소피아의 혼란은 깊어만 간다.
흥미로운 건 각각 지식인과 노동 계급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개인’으로서는 사랑하지만 ‘계급’, ‘계층’으로서는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실뱅은 소피아에게 청혼하고, 비혼주의자인 소피아는 이를 수락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알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차이가 사랑만으로 돌파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는 것을. 결국 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손가락의 반지를 빼고, 실뱅은 그런 소피아를 두고 홀로 떠난다. 사랑은 개인의 감정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권력관계의 산물이기도 하다.
대개 사랑 영화는 넘을 수 없는 간극(신분, 계급, 가문, 민족, 가치관 등)을 해소함으로써 사랑의 위대함을 설파하는데, 이 영화는 정 반대, 즉 사랑도 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정신과 육체, 계급 간 이분법에 관한 통념을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계급, 계층 간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지금 멜로 영화의 전통을 벗어난 소피아와 실뱅의 혼란은 꽤 그럴듯하다. 진지한 멜로 영화인데도 종종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카메라 연출도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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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추천
지난 11월 12일, 모두가 기다리던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상륙을 하였습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그간 OTT 플랫폼에서 접하지 못하였던 작품들이 잔-뜩 모여있는데요.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같이 보러 가실까요?
D+ 로키(LOKI)
에피소드 총 6부작
영화 <어벤져스> 에서 수송중인 '로키'가 포털을 열고 사라지고, 이후 로키의 행방에 대해서 다룬 작품으로 평행 우주를 다룬 범죄 스릴러입니다. 마블 페이즈 4 드라마 중 유일하게 시즌 2가 확정된 드라마라고 합니다.
D+ 팔콘과 윈터 솔져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에피소드 총 6부작
팔콘과 윈터 솔져는 '타노스'의 핑거 스냅 이후 6개월 뒤의 시간을 다룬 작품으로 은퇴를 선언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은 샘은 책임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박물관에 방패를 기증하게 되는데, 미국 정부가 마음대로 '존 워커' 에게 방패를 주며 일어나는 스파이 버디 액션 물입니다.
D+ 완다 비전 (Wanda Vision)
에피소드 총 9부작
슈퍼히어로 완다와 비전이 마침내 결혼해 웨스트뷰라는 마을에 정착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만 언제부턴가 현재의 삶이 현실이 아니라고 의심하며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D+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시즌 1,2 총 16부작
스타워즈 실사판 스핀오프 드라마 <만달로리안>은 은하 내전이 끝난 후 제국군이 몰락하고 있는 시점을 배경으로 삼아 현상금 사냥꾼 '딘 자렌'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영화 - 액션,모험,판타지 ㅣ132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웁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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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주 차, OTT 종료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OTT를 구독해도 항상 어떤 영화를 볼 지 고르는 데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시는 분들 있으신가요?
그럴 때 저는 종료예정작 중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번 주에 꼭 봐야만 하는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6월 4주 차 종료예정작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내 이름은 아닌아
06.22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내 이름으로 놀리는 친구 때문에 싸움이 벌어졌다.
하필 교장 선생님이 나타나 우릴 데려갔고, 신비한 봉투를 나눠주며 절대 열어보지 말고
일주일 후에 그대로 가져오라는 벌을 주는데...
cine pick!
동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동화책 속 나올법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나의 어머니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엄마와의 이별을 앞두고 가족도, 일도, 사랑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영화감독 마르게리타와
그녀의 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를 우아한 유머와 담담한 슬픔으로 담아낸 드라마
cine pick!
제 68회 칸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수상 후 15분 간의 기립 박수를 받은 작품.
난니 모레티 감독의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출발한 영화 <나의 어미니>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더 테이블
06.2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을 통해 동시대의
사랑과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는 작품
cine pick!
매력적인 연기를 펼치는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배우와
감성 비주얼리스트 김종관 감독이 만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석 매진이 됐으며,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5초만에 매진이 되었다.
몬스터 헌터
06.23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사라진 부대원을 찾기 위해 파견된 지상 최고의 군인 아르테미스 대위가 목숨을 위협하는
강력한 거대 몬스터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투를 그린 생존 액션
cine pick!
영화는 전 세계 6,000만 장 이상 판매된 게임 [몬스터 헌] 시리즈를 영화한 작품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폴 앤더슨 감독 X 배우 밀라 요보비치 X MCU 참여 시각 효과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이다.
인비저블 사인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빠가 삶의 의욕을 잃는 이름 모를 병에 걸리자 딸 모나도 그를 따라 삶의 의욕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수학만큼은 흥미를 버리지 못한 모나는 초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된다.
cine pick!
LA 타임즈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보이지 않는 사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따듯한 영화이며, 긍정적인 기운을 샘솟게 만든다.
다윈으로 가는 마지막 택시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친밀한 인간관계를 피하며 살아온 호주 시골 마을의 택시운전사 렉스는
어느 날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존엄사 허용법이 통과된 다윈까지
3,000km의 여정을 떠난다.
cine pick!
여운이 오래 남으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나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왜 호평을 받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화장실의 피에타
06.25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화가에 대한 꿈을 포기한 히로시는 고층 건물의 창문을 닦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삶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생의 마지막 여름에 고등학생 마이를 만난다.
cine pick!
제 39회 일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함께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연출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마지막 엔딩곡까지 울림을 남기는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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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드니 빌뇌브답게 써 내려가는 묵시록의 서막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191년, 황제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가주 '레토(오스카 아이작)'에게 '듄', 곧 사막과 모래언덕으로 가득한 아라키스 행성을 점령하고 아라키스에서만 나오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를 채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레토는 황제의 명령이 아라키스의 이전 주인이었던 하코넨 가문의 가주 '블라디미르(스텔란 스카스가드)'와 '글로수(데이브 바티스타)'의 음모일 수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측근인 '던컨(제이슨 모모아)'와 '거니(조쉬 브롤린)'의 도움을 받아 아라키스로 갈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한편 아트레이드 가문의 후계자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폴(티모시 샬라메)'은 어머니이자 마녀의 일원인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에게 여러 교육을 받는 가운데 매일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멘' 여인 '챠니(젠데잉)'를 꿈에서 만난다. 꿈에서 죽음과 파괴를 예지한 후 어머니에게 들은 자신의 운명을 두려워하던 폴은 아트레이드 가문의 일원으로 아버지와 함께 아라키스로 향하고, 사막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운명을 대면한다.
<시카리오>,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으로 이름을 알린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 <듄>은 기대만큼이나 많은 우려를 산 작품이었다. 특히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은 기대 요소이자 위험요소였다.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SF와 판타지 작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원작을 영상화하는 만큼, 과연 유사한 작품들과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뻔할 수도 있었던 폴의 영웅담은 빌뇌브 감독의 연출과 편집, 웅장한 영상과 몽환적인 음악을 만나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1부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분명 <듄>을 보다 보면 많은 작품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우선 주인공 폴을 보자. 제국의 대가문 중 하나인 아트레이드 가문의 후계자이며, 서로를 배척하던 두 종족을 연결시켜 줄 운명적으로 정해진 메시아인 폴은 가문의 복수를 위해 거대한 전쟁에 뛰어든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수많은 유명 작품 속 주인공이 보인다. 종교적으로 예정된 구세주이자 서로 다른 종족 간의 가교이고 가문의 복수를 다짐한 후계자라는 점은 <왕좌의 게임> 속 존 스노우나 <해리 포터>의 해리를 연상시킨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내적 갈등은 <반지의 제왕> 영화 속 아라곤의 것이다. 우주의 패권을 잡은 제국과 황제의 대항마로 성장하는 소년은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을 한 적이 있고, 다른 행성에서 온 종족이 원주민들의 예언 속 영웅이 된다는 설정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와 유사하다.
그 외의 여러 설정도 마찬가지다. 사막으로 가득한 외계 행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이나 사막에서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존재에서는 <스타워즈> 속 타투인이나 자쿠 행성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아라키스 행성에 외계 종족들이 침입해 현지 자원을 약탈해 가는 것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구하려는 경쟁에서 비롯된 유럽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지만, <아바타>를 필두로 유사한 메시지를 내놓는 작품은 사실 적지 않았다. 모든 수분을 식수로 재활용하는 것이나 한 행성은 사막으로, 수많은 동식물은 모래벌레라는 하나의 생물로 단순화시킨 설정은 지구라는 닫힌 생태계에 대한 비유 같아 보이지만, 이조차도 <매드맥스>와 같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주제의식이나 메시지가 갖는 힘은 그 자체로 여전히 유의미하나, 이들이 <듄>만의 매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듄>은 자칫 기시감으로 가득한 수많은 판타지 SF 영화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빌뇌브 감독의 <듄>은 위험으로 감득한 함정을 마치 모래벌레 피하듯 영리하게 피해 간다. 우선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빌뇌브는 원작으로 되돌아가 폴을 다른 작품 속 영웅들과 차별화하는 길을 찾아낸다. 영웅이 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영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와 경고를 암시하는 것이 바로 그 길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여러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작품 내에서 영웅이 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라곤, 해리 포터, 루크 스카이워커, 제이크 설리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설령 영웅이 되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고 깊은 고뇌에 빠지더라도 끝내 영웅의 능력과 덕목, 재능을 발휘해 세상을 구해낸다.
하지만 원작 속 폴의 영웅 서사 이면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며, 빌뇌브 감독은 영리하게 꿈을 활용하여 그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영화는 꿈이란 인간의 마음속 심연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챠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며, 이 내레이션의 내용처럼 폴의 꿈은 영웅의 부정적인 속성을 심연 위로 끌어올린다. 실제로 스파이스를 흡입한 후 폴의 환상은 가문의 복수를 이룬 그가 구세주로서 하나의 상징이 되고, 그로부터 비롯된 광기가 온 우주를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하고 피바다로 물들이는 불길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래서 폴은 자신이 프레멘들의 구세주가 될 운명임을 아는데도 그들의 신앙심이나 계시가 한낱 조작과 선동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여기거나, 피를 흘려야 하는 결투에서 승리하여 그들의 메시아로 인정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의 예지가 늘 현실이 되기에 더욱 그렇다.
즉, 선택받은 특출한 한 개인, 곧 초인이 세상을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 노래하던 다른 영웅담과는 달리, <듄>의 영웅담은 초인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힘에 대한 경계와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전반적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 장조 화음으로 진행되는 다른 영화들에 반해 <듄>은 불안함을 품은 단조 화음으로 진행되면서 모래사막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쳐나가고, 원작의 고유한 주제를 되살림으로써 오래된 고전의 약점을 지운 것이다. 이는 웅장하고 강렬하나 알게 모르게 귀를 괴롭히고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한스 짐머의 선율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 영화가 폴의 환상을 반복되는 암시나 복선으로 남길 뿐,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 것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강렬한 인상과 남다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보니 원작을 접하지 않은 경우에는 폴의 서사와 일반적인 영웅담의 차이가 명확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한편 빌뇌브 감독 본연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편집이나 연출적 특징은 많은 작품이 공유하는 설정과 세계관 외에도 뚜렷한 개성을 지닌 독자적인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낸다. 우선 빌뇌브 감독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금기시되는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적극적으로 영화에 끌어오면서 영화적 긴장감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듄>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래의 사건을 삽입하는 플래시 포워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운명과 공동체의 비극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한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미래를 알기에 초인이 되어가기를 경계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한 개인의 심리가 효과적으로 부각될 수 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는 알아도 정작 그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또한 전투 장면에서는 영화적 긴장감을 정적이면서 느린 호흡으로 풀어내는 빌뇌브 감독의 역설적인 장기가 두드러진다. 습격으로 인한 혼란과 급박한 상황을 하늘에서 대지를 내려다보는 관찰자와 같은 구도로 차분하게 담아내다 보니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처절함, 생존자의 좌절과 절망은 오히려 극대화된다. 마찬가지로 아라키스 행성을 보여줄 때에도 행성의 전경을 상공에서 보여주는 구도를 자주 취하며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막의 아름다움과 척박함, 모래 벌레의 위용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황홀한 비주얼은 폴의 서사에서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설명이나 분량을 직관적으로 채워주고도 남는 듯 보인다.
더 나아가 압도적인 스펙터클은 폴의 꿈, 프레멘들의 일상 속에서 기도, 예언과 계시를 읽어내는 마녀들의 존재 등을 만나 마치 한 편의 묵시록처럼 웅장하고 숭고한 인상을 준다. 작중 종교가 신앙의 대상이자 동시에 중요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 결과, 예수나 무함마드를 비롯해 이미 죽은 예언자들의 이름을 내걸고 전쟁을 치렀던 기독교,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 간의 역사적 충돌을 연상시키는 종교적 알레고리가 영화 전반을 감싼다. 그래서인지 <듄>이 성인을 위한 스타워즈가 될 것이라던 빌뇌브 감독의 표현에는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만 시리즈의 1편이기에 피할 수 없는 단점이 눈에 띄기는 한다. 아무래도 시리즈의 시작인 관계로 가문을 비롯해 스파이스나 모래벌레, 그리고 각종 행성과 무기 및 도구들에 설명이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영호의 도입부는 지루한 감이 있다. 그 후로도 느린 호흡을 통해 착실히 기반을 다져나가는 장면이 많은 관계로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의 트렌드와는 잘 결부되지 않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래서 초반부 이후에도 영화 템포가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감독의 전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처럼 불호로 느껴질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뇌브 감독의 스타일대로 뚝심 있게 뽑혀 나온 2시간 40분은 그 어떤 판타지나 SF 작품과도 다른 독보적인 분위기와 개성으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유의미해 보인다. 또한 원작을 읽었든 아니든, 감독의 스타일에 익숙하든 아니든 영화가 끝난 후에는 2부가 언제 개봉하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드는 데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듄>은 많은 우려는 기우라는 듯이 한 편의 독립적인 작품으로나 시리즈의 초석으로나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이제는 대중성까지 잡은 듯한 드니 빌뇌브 표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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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이란?
시놉시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단원고 250명의 학생들을 포함해서 305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 이후로 기적적으로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 부모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 김태현 무대 감독은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을 창설하고 연극을 통해 관객들이 세월호 침몰 사건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그중에 자체 지원한 희생자 부모들인 수인 엄마,애진 엄마,예진 엄마,영만 엄마,동수 엄마,순범 엄마,윤민 엄마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장기자랑이라는 연극을 통해 승화시키는데...
자식들을 사고로 잃은 슬픔을 유가족들은 차마 말하지 못할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간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이 유쾌한 연극을 통해 트라우마를 이겨내보려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준다. 자식을 잃고도 자신의 일에 전진하며 살아가는 부모도 있고 잊지 못해 유품을 정리하지 못한 가족도 나온다.
장기자랑이라는 연극은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를 타기 전에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신 그 역할을 유가족 부모들이 하고 있는데 그중에 중도 포기하는 유가족 부모들도 있었다. 사실은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그 사건을 다시금 떠올리기 싫어할 테고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원하지 않는 엄마들도 있었기에 그 빈자리를 전문 배우들을 섭외시켜 메꾸었다고 한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은 각 지방으로 돌아가면서 연극을 시작했으며 자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도착하지 못한 제주도까지 가서 간담회도 했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울컥한 마음으로 2021년 단원고에서 연극을 한다. 그전에 단원고에서 추모 팀으로 연극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교장과 교감 선생님의 반대로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유가족 엄마들이 연극을 끝내면서 우는 모습을 보니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난 사고 앞에서 인명 피해가 났을 때 희생자들의 가족이 안게 되는 고통과 상실감은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장기자랑을 통해 알게 된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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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4월 셋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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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강력한 도전자가 없었던 4월 셋째 주는 4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4월 둘째 주와 순위가 동일하였습니다. 상승 곡선을 보였던 주말 관객 수 역시 4월 셋째 주에 77만 8천 명을 기록하며 약 26%가량 하락하였습니다. <옥수역귀신>의 경우,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하며 높은 성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옥수역귀신>이 박스오피스에 진입하며, <킬링 로맨스>가 한 단계 하락하였고, 이에 따라 둘째 주에 5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까 TOP 5에 들지 못하였습니다.
1. <존 윅 4>(-)
<존 윅 4>가 개봉 1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는 전작 <존 윅 3: 파라벨룸>이 세운 100만 돌파 기록을 44일이나 앞서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더불어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교섭>,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 뒤이어 2023년 개봉작 중 3번째로 1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입니다. 뛰어난 액션으로 관객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존 윅 4>는 현재 100만을 뛰어넘고 200만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2. <스즈메의 문단속> (-)
<스즈메의 문단속>은 5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며 인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23일 기준 469만 명을 돌파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5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영화가 큰 인기를 끌자 원작 소설까지 출간 3개월 만에 20만 부의 판매를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3. <리바운드>(-)
<리바운드> 역시 둘째 주와 동일하게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리바운드>의 손익분기점이 160만 명이라고 밝혔으며, 현재 손익분기점 돌파까지 약 112만 관객이 남았습니다. 다만, 4월 넷째 주에 기대작이 많이 개봉하는 관계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4. <옥수역귀신> (NEW)
4월 3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옥수역귀신>이 차지하였습니다. 개봉 첫 주말, 같은 시기 개봉작 1위, 좌석 판매율 1위에 등극하였습니다. 웹툰 원작에서 더욱 확장된 스토리와 공포로 무장하며 Z세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5. <킬링 로맨스>(⬇︎1)
지난주에 4위를 차지했던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가 셋째 주에는 한 단계 하락하여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킬링 로맨스>는 현재 다양한 컨셉의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라 밝혔는데, 이러한 특별 이벤트가 관객 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3주 연속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를 차지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누적 매출액 4억을 돌파하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사전 예매량이 11만을 돌파하면서 영화의 월드 박스오피스 성적에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블 데드 라이즈>와 <엑소시즘 : 더 커버넌트>가 개봉하면서 둘째 주에 각각 2, 3위를 차지한 <더 포프스 엑소시스트>와 <존 윅 4>의 순위가 내려갔습니다. 또한, 지난번에 6위를 차지했던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다시 한번 TOP 5에 진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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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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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영민한 본능
<천국의 깃발 아래(Under the Banner of Heaven)>(2022, FX)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2022, 올리비아 뉴먼)
<프레시(Fresh)>(2022, 미미 케이브)
* 위 작품들의 핵심 전개 포함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펜데믹 속에서 스타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연기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십 대 때 <Cold Feet>에 캐스팅 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HBO와 Fox, 연극 무대를 오가며 커리어를 쌓았다. 세상이 그를 주목하게 된 계기는, hulu 시리즈 <노멀 피플>. 상대역 폴 메스칼이 이후 <로스트 도터>나 <애프터썬> 등에 출연하며 인디/아트 필름 씬의 사랑을 받은 반면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메이저 방송사에 조금 더 머무르게 되었는데, 선택한 서사와 캐릭터에 어쩐지 겹치는 데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 특정한 작품들과, 에드가 존스의 영리한 연기가 빛을 더한 인물들을 다룬다.
<프레시>의 노아로 그를 처음 만났다. 특유의 솔직한 유쾌함, 단호함과 확실함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적인 이미지와 능숙하고 몰입력이 뛰어난 퍼포먼스로 그를 기억했다. 다음번 스크린에서 만났을 때 에드가 존스는 몇십 년 전 분장을 하고 있었다. 한 작품에서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 다른 작품에서는 용의자였으나, 오히려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폐쇄적인 집단에서 대놓고 혹은 암묵적으로 낙인찍힌 여성들이었다.
60년대 작은 시골 마을, 숲 속 습지대 근처의 집에서 홀로 자란 카야는 마을 사람들에게 평생 따돌림을 당했고,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가재가 노래하는 곳>) 80년대 유타 주, 이름있는 모르몬교도 가문의 막내아들과 결혼한 브렌다는 남편의 형제들에게 살해당한다.(<천국의 깃발 아래>) 현대 미국 어딘가, 우연히 만난 멋진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 노아는 ‘인육 사업’을 하는 그의 집 지하실에 갇혀 ‘고기’로 팔릴 위기에 처한다.(<프레시>) 단편적으로 에드가 존스의 인물들을 설명했다. 카야와 브렌다는 아름다운/불경한 이방인 취급을 받았고, 카야와 노아는 데이트 상대였던 남성에게 배신당하고 위협당했다. 셋 모두 여성혐오적 폭력을 겪었다. 이 공통점의 원인은 외부에 있다.
그러나 세 사람이 상황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 역시 닮아 있었다. 이들은 저항했다. 고통에 둔감한 것은 아니었다. 상처입고 괴로워하며 딛고 일어났다. 노아와 브렌다는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과 공감하고 연대했다. 카야와 노아는 끝내 제 손으로 프레데터를 처단했다. 브렌다는 결국 살해당하지만, 그의 행동은 타 여성들을 지켰고, 남편을 깨닫게 했고, 가해자들을 단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의 내면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모양은 유사했고, 그 색은 각자 다르고 고유했다.
<천국의 깃발 아래> 첫 화, 시청자가 처음 목격하는 브렌다는 이미 죽어 있다. 피해자인 줄로만 알았던 그의 서사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깊어진다. 주로 남편 엘렌의 회상을 통해 그려지나, 작품은 그를 외부의 해석이 들어간 대상보다는 의지와 감정을 지닌 한 사람으로 생생하게 다루기를 택한다. 주체적으로 모르몬교 원리주의자들에게 맞섰던 사람. 용기와 야망이 있고, 똑똑하고, 다정하고, 사교적이고, 센스있고, 판단과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종교를 초월하는 올곧은 잣대를 지닌 여성. 에드가 존스는 엘렌이 알아채지 못했을 우울함이나 흔들림까지 기억의 단면에 녹여내는 데에 성공한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어떤 식으로든 브렌다와 데이지에게 반하고 말 것이다. 피범벅이 된 제이컵의 손을 조용히 닦아 주는 따스함과 사려깊음, 자신을 성적으로 착취하려는 교수를 도리어 이용하는 기지, ‘래퍼티가 와이프들’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불평등한 관계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설득력과 용기… 배우의 집중력과 재치로 인해 더욱 돋보이는 장면들이다. 이미 한참 전부터 내 마음에 들어와 있었던 그에게 마침내/완전히 반했던 것은, 마지막 화, 브렌다가 생을 마감한 날의 순간들이 화면에 재생되었을 때였다.
남편의 형제들에게 살해 협박을 받는 상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브렌다의 뒷모습에는 불안한 망설임이 있다. 다이애나의 편지를 발견하자 온 몸이 가벼워진 듯 즐거워하고, 답장을 쓰며 생각에 잠긴다. 그 일련의 미묘한 심리 변화는 에드가 존스의 몸과 얼굴이 지닌 다채로운 결로 표현된다. 그리고 댄 래퍼티가 문을 두드린다. 건장한 두 남자에게 짓눌려 정신없이 울부짖지만, 틈이 보이자 기어가 아이가 있는 방문 앞을 막아서는 브렌다의 중심은 무너지지 않는다. 울며 설득하고 애원하다 어느 순간(아마도 저들이 자신을 죽이고 말 것임을 깨닫고), 가쁘게 몰아쉬던 숨을 서서히 다스린다. 저들의 멸망을 예언한다. 눈물과 피로 덮인 눈에 어린 빛은 성스럽고, 음성은 떨리지만 서늘하고 차분하며, 애절하고 풍부하다. 신적인 존재가 있다면 분명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2022)
<천국의 깃발 아래>는 있었던 일을 따라가며 ‘피해자 브렌다 래퍼티’가 ‘누구’였고 무엇을 해냈는지 보여 주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또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의 구성을 띠는 작품이다. 이번에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첫 포지션은 ‘용의자 캐서린 클라크’다. 영화는 에드가 존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보안관을 피해 나무 뒤에 숨은 모습으로 처음 시각적 등장을 한 그는 이후 한동안 입을 열지 않는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힘껏 달아나고, 모터보트를 몰고, 물 속에서 헤엄치는 동작들에 묻어나는 것은 급박함보단 간절함. 그 정서는 이후 유치장이나 법정에서 고요하게 허공을 응시하거나 눈을 내리까는 제스처들과 연결되는데, 거기 말 못할 사연이 어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를 “습지 소녀”로 응시하던 영화는, 오래 지나지 않아 그의 ‘목소리’를 돌려준다. 캐서린 클라크가 입을 열고 스스로를 ‘카야’로 칭하며, 이야기는 그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관객은 카야의 감정과 심리를 따라가며, 그가 무서워하면 공포를 느끼고, 상처 받으면 아파하고, 마음을 열면 함께 열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면 감지하게 된다.
하나 고백하자면, 영화의 중반부 테이트와의 로맨스 서사가 이어지는 동안, 카야가 남성 중심 판타지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는 아닌지 의심했다. 외딴 곳에 혼자 사는 ‘순수하고 순진한‘, 모든 것이 ’내‘가 처음인, 평소엔 티셔츠에 오버롤을 입다 ’나‘를 맞이할 때는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나 원피스를 입는, 전형적 뷰티 스탠다드를 착실히 갖고 있으면서 ‘야생적인’ 매력을 추가로 지닌, “다른 여자들과 달리 깃털을 보면 무슨 새인지 아는”(카야) 괴짜, 체이스의 대사를 빌리면 “somethin’ else”, “my marsh girl, nobody know, nobody sees, but me”. 의심은 곧 해소되었다. 카야는 입체성을 갖고 성장하는 인물, 앞선 묘사는 체이스가 왜곡한 “습지 소녀”일 따름이었다. 의심이 감동을 뒤덮지 않게 한 것은 에드가 존스의 진정성 있는 연기였다.
테이트가 떠난 후 카야는 체이스와 연애를 시작한다. 유해한 남성성의 표본인 그가 행하는 당연하고 일상적인 기만에서는 악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두 남자와 카야의 관계를 묘사할 때 대놓고 대조적인 연출이 사용됨에도, 카야의 감정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었다. 그 차이를 설명하려면 구구절절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테이트를 향한 카야의 감정적 제스처에는 주저가 섞였을지언정 늘 일종의 확신이 있었다. 경계심은 점차 사라지고, 편안한 애정과 설렘이 들어섰다. 에드가 존스의 연기가 더 돋보였던 부분은 테이트보다는 체이스를 향한 표현의 흐름에 있었다. 경계와 의문, 단순한 흥미에 점차 관심이 더해지는데, 거기엔 한동안 불안이 함께한다. 체이스의 무례에 대한 거부감과 그 역시 떠나리란 불신 사이에는,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불확신 또한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신뢰가 쌓이며 점차 익숙한 애정과 즐거움이 싹트지만, 거기엔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 몇 년 만에 돌아온 테이트를 바라보는 눈빛에 그- 언어로 모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체이스에게 오래된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야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 그 정서는 테이트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의 아픔과는 종류가 다르다. 테이트에게 느낀 배신감과 서운함이 그의 특정한 행동과 떠난 가족들에 대한 기억이 엮이며 발생된 것이라면, 체이스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인간 자체의 됨됨이에 대한 깨달음으로부터 오는- 상대의 진심, 함께한 기억 전부를 뒤집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그들’이 “I can explain!”이라고 한다면 이후의 말을 들어 볼 의향이 생기는가/아닌가의 차이라고 할 수도. 에드가 존스의 심리 묘사가 카야가 체이스에게 ‘여지’를 줄 일은 없으리란 것을 납득하게 했다.
체이스는 곧 단순한 ‘나쁜놈’이 아닌 범죄자로 밝혀지고, 카야는 ‘포식자’를 처리한다. 영화는 그 비밀을 엔딩에 이르러서야 암시하지만, 사실 에드가 존스의 연기에 있는 디테일을 통해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출판사 미팅에서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에 관한 대화를 하던 중 카야는, “자연에 선과 악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살아남기 위한 제스처이기도 하죠.”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초점을 잃고 떨리며 내리깔리는 눈동자는, 그 대사를 학문적 서술보다는 사회적 선언이자 개인적 고백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결론적으로 작품은 가부장적/폐쇄적 사회 내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레이시즘, 슬럿 쉐임, 그리고 무엇보다 ‘아웃사이더’들을 세상이 손가락질하고 삭제하는 방식을 카야의 삶 안에 녹였다. 그 중심에는 카야와 테이트의 판타지적 로맨스보다는, 습지(“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대한 카야의 사랑이 있었다. 그는 분노와 아픔을 타인에게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대신 습지와 자연에게는 마음껏 뿜어냈다. 마구 달리거나, 모래밭에 쓰러지거나, 가슴에 있는 응어리를 전부 담아 갈라지도록 소리를 지르거나, 저 먼 곳을 아련하게 응시하는 등의 움직임이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들려주기도 했다.
데이지 에드가 존스에겐 적당히 거리를 두다 그렇게 한순간 스스로를 내던져 버릴 수 있는 감각이, 용기와 무방비함이 있다. 첫인상은 가녀리고, 그 안에 독특한 장난기가 있다. 상처와 우울이 자리할 공간 역시 있다. 더 들어가면 단단한 핵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울 강한 면모가 있다. 습지에서 수영하고 낚시를 하는 등 스턴트를 직접 소화했다는 사실은 어쩐지 당연하게 다가온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2022)
낭만적이고 올드한 멋이 있는 작품,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같은 해에 공개된 <프레시>는 장르, 시대적 배경, 연출 스타일… 무엇하나 같지 않은 영화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주인공의 삶을 중심으로 굴러간다면, <프레시>의 중심에는 상황과 사건이 있다. 그러나 카야와 노아가 겪은 폭력의 핵은 비슷한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수한 주인공을 내세운 시대극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드러나는 폭력의 양상은 ‘평범’하고, <프레시>의 특수한 설정은 현실의 ‘평범’한 비정상성을 적나라하게 비유한다. ‘프레데터 남성을 피해 여성이 처단하고 그 과정에 남성 ’구원자‘가 끼어들기를 허용하지 않는’ 전개도 닮았다. 카야에게는 어떤 아련함, 사연 가득한 여백이 있어야만 했다. 영화는 그의 삶 전체를 다룬다. 카야가 사건을 프로세스하고, 타인과 교감하고, 행동을 취하는 방식은 과거의 경험과 엮여 설명된다. 반면 <프레시>는 개개인의 서사보다는 현 시점에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에 둔다. 물론 노아에게도 과거사가 있고 영화에 잠깐 언급되기도 하지만-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이스케이핑 스릴러, 슬래셔까지 발을 걸치며 장르를 노련하게 바꾸는 영화. 이런 작품에서 배우는 매 장면 ‘기능을 수행’하면 되는가?(당연히 아니지만,) <프레시>의 감독과 배우들은 오히려 인물들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매력을 살려 몰입을 이끌어냈다. 주연 배우들의 재치있고 깔끔한 연기는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최상의 조합을 이루었다.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다층적인 심리를 두르고 훌륭하게 균형을 잡았고, 세바스찬 스탠은 가면을 바꿔 쓰며 기꺼이 '야수beast’와 ‘광대’가 되었다. 그들이 변화하는 다이나믹에 따라 맞춘 호흡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완전한 이해로부터 온다. 이들은 모든 장르를 능숙하게 소화하며 ‘기가 막힌’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관객이 메시지에 주목할 수 있도록 톤을 적절히 조절했다.
그 매력은 오프닝, ‘최악의 데이트’ 씬부터 드러난다. 인종차별에 성차별을 일삼고 스카프를 음식에 빠트리기까지 하는 남자. 노아는 예의는 차리는 와중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가 ‘어떤 놈인지’ 파악한다. 대놓고 불쾌감을 표하지는 않으나, 기울어진 고개, 일그러진 눈썹과 입술, 애매한 효과음으로 적당히 거부감을 드러낸다. 배우의 자잘한 재치다. 아마 이 장면부터 시청자는 노아에게 공감과 호감을 모두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플롯도 플롯이지만, 노아와 스티브의 캐릭터를 여러모로 잘 구성했다는 감탄이 나왔는데, 배우들 본연의 매력을 바탕으로 한 듯 보이기도 했다. 노아는 꾸밈없고 솔직하다. 제 대사처럼 “f*** it”의 태도가 있다. “미국 악센트 데뷔”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자연스럽고 쿨한 말투. 스티브가 “동물을 먹지 않는다”고 하자 보이는 울상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문제 없이’ 로맨틱한 만남을 가질 시기, 두 사람은 불편함 없이 매우 잘 어울린다. 이것이 바로 ‘케미스트리’. 세바스찬 스탠은 일부러 제 주위 허들을 낮추며 묘하게 상대의 경계를 늦추고,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노아답게 ‘당신의 마음에 들기 위한’ 제스처보다 ‘당신이 마음에 든다’는 표현을 건네며 순간을 온전하게 즐긴다. 그러나 스티브가 목적을 위한 다음 수를 두며, 노아의 얼굴 한구석엔 긴장이 들어선다. 노아는 내내 불안해했다.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중에 이미 ‘이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에드가 존스는 이 ‘보편적 불안’의 정체를 이해하고 드라마 안에 녹였다.
서사를 완벽하게 가르는 오프닝 크레딧이 흐르고, 노아가 깨어난다. 어리둥절하지만 일상적인 상태로 있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패닉해 울먹이기까지. 에드가 존스는 노아의 심리 변화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관객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는 단지 겁에 질려 있기만 한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며 자책하고 있다, 제 잘못이 아님에도. 두려움에 잠긴 목소리, 짐짓 가다듬고 또렷하게 내보내지만 고르지 못한 발성, 점점 일그러지는 눈가, 구석에 박힌 채 움츠러들어 굳은 등과 어깨, 가빠오는 숨… 이러한 디테일은 계산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와 작업한 감독들이 말하듯 ‘본능’이다. 관객의 집중력을 붙들고, 노아에게 이입하게 만드는 연기다.
노아에겐 단계-페이즈가 있다. 조금 뜬금없지만 매혹적이고 달콤한 연애를 하는 전반부, 완전히 좌절해 ‘피해자’로 스스로를 소비하게 하는 후반부-의 초반, 괴로움을 딛고 어둡고 냉정하게 계획을 세우는 중반, 그리고 다른 여성들과 힘을 합쳐 스티브를 처단하는 결말.(이렇게 이름 붙여도 된다면, 원치 않았던 ‘히어로’로의 불필요한 ‘성장’이라고 할까.) 그 사이 노아의 눈가에 드리워진 그늘에 일종의 자괴감은 있을지 몰라도,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지거나 감정을 교류한 페니를 두고 홀로 나간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가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노아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꾸밈없고, 유머러스하고, 독립적이고, 솔직하고, 영민하다. 일상 속에서 드러난 인간성은 위기에 처했을 때 형태를 달리해 나타난다. 따라서 그가 금방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탈출을 시도하는 전개는 설득력이 있다. 실패하고, 노아는 모르핀과 무기력한 증오에 취해 멍하고 살짝 무덤덤하기까지 한 상태가 된다. 홀로 있을 때나 스티브를 마주할 때보다는 같은 처지에 있는 옆방 페니와 대화할 때 날것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테이트나 습지에게 마음을 터놓는 카야가 떠오르기도 한다.
스티브가 자신을 “다른 여자와 다르”게 대했다는 것을 알고, 노아는 참을성 있게 탈출과 복수를 노린다. 섣불리 관심을 꾸며내기보단 떠보며, 저쪽에서 다가오게 한다. 스티브가 그랬듯 상대의 페이스에 맞춰 주며 서서히 자신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하는 작업. 스티브가 원피스를 ‘선물’하며 마음에 드냐고 묻자, 삐딱하게 누워 뱉는 “It’s pink.”에 있는 틈과 톤, 스티브가 나가자 옅은 미소를 거두는 흐름. 심리를 적당히 숨기는 시니컬한 태도가 왠지 노아의 다음 시도는 성공하리란 예감을 하게 한다. 노아는 계획을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시청자는 에드가 존스의 표정과 자세가 내보내는 아우라를 통해 ‘노아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처음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스티브의 ‘스토리’를 듣는 노아의 얼굴엔 혐오와 공포가 들어서나, 이 단어들이 주는 느낌처럼 전면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스티브는 모르고 관객은 알 수 있는 균형. ‘미트볼’을 입에 넣었을 때 노아의 혀가 감지하는 것은 씹는 음식의 맛이 아니다. 방금 전 스티브가 설명한- 여성을 극단적으로 상품화해 소유하길 원하는 “1퍼센트 중의 1퍼센트” 남성들에게 ‘씹히고 삼켜지는 맛’이다. 작품은 편집으로 이를 은유하는데, 에드가 존스의 낯빛에도 그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육의 값에 대한 노아의 반응 “That’s crazy.”를 스티브는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 뜻으로 넘겼으나, 관객은 노아의 억양과 고갯짓, 눈빛에서 ‘그런 짓을 벌이는 인간들이 있다니 미쳤다’라는 의미를 읽어 낼 수 있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한 노아는 시니컬한 농담을 하며 웃는다. 마주 웃는 스티브의 얼굴엔 ‘순수한’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노아의 웃음에는 자조, 경멸, 증오, 공포가 전부 섞여 있다. 스티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긴장해 있는 눈빛과 나란히 보면, 무너지거나 폭발하지 않기 위해 부러 유머를 택한 것 같기도 하다. 노아는 화제를 돌리지 않고 ‘고기’를 소재로 하는 농담을 지속하는데, 처한 상황,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역겨운 행동을 외면하는 대신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프레시>에는 노아와 스티브가 춤을 추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초반, 그들이 (적어도 노아의 입장에서는)평범한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 그리고 노아가 스티브의 ‘포로’인 채로 ‘디너 데이트’를 할 때다. 전자의 끝에 스티브는 노아에게 (꿍꿍이가 있는) 여행을 제안했고, 후자의 끝에 노아는 스티브를 (해하기 위해) 침대로 이끈다. 이 의도적인 연출은 에드가 존스가 입은 정서로 완성된다. 온몸에 가득했던 순수하고 생생한 즐거움은 이제 없다. 그 동그랗고 생기 없는 눈에는 어떤 의지, 목적, 광기, 장난기마저 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여성과 함께 탈출한 노아는, 만신창이가 된 스티브에게 총을 겨누고, 그가 자신에게 했던 대사, “Come on, give me a smile.”을 돌려준다. 그… 누아르스럽기도 한 씬에는 노아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겪은 과정이 죄다 엉켜 있었다. 배우가 지닌 가능성 역시.
<프레시>(2022)
세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데이지 에드가 존스에게서, 노련한 커뮤니케이터, 영리하고 지혜로운 전사, 현명하고 열정적인 학자, 솔직하고 친근한 연인, 진실되고 정 많은 친구를 발견했다. 캐릭터의 포지션에 한계가 있었던 <천국의 깃발 아래>를 제하면- <프레시>에서도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도 에드가 존스는, 작가/감독이 원하는 방향대로 인물을 소화함을 넘어- 온전히 제 언어로 체화하는 스토리텔러였다. 유사성이 있는 역할들을 맡았으나, 그 연기에는 무한한 깊이와 폭이 있었다, 스스로를 아주 놓아버릴 수 있는. 그건 앞서 언급했듯 하나의/복합적인 감정에 몸을 내던져 터트린다는 뜻이 될 수도, 타인에게 자신을 완전히 맡긴다는 뜻이 될 수도, 혹은 자신을 아주 내려놓아 차분해진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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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함께2 인과 연, 존버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 영상엔 스포일러가 아주아주 가득합니다!
** 영화에 대한 '무분별한' 비하나 비난의 의도는 없습니다.
신과 함께2 : 인과 연이 개봉했습니다.
1편에선 신파 함께로 실컷 놀림 받았는데,
2편은 뜬금없는 쥬라기월드와 존버로 기억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그래도 이 영화는 성공할 겁니다.
그리고 3편이 나올...#신과함께인과연 #패러디 #신과함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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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슬픔의 삼각형> 메인 예고편
호화 크루즈에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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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자크: 시즌4> 파트 1 예고편
누구도 상처 없이 빠져나갈 수 없다. 시즌 4 파트 1, 곧 공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