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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a2025-07-25 16:47:51

감각을 깨워라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 후기

 

 

카세트와 함께 시작된 스텝 그리고 기타 연주. 밴드 토킹 헤즈의 명곡 Psycho Killer 가 시작된다. 오로지 기타와 데이비드 번의 목소리로만 첫 무대가 장식된다. 화려한 폭죽 현란한 백사운드 없이도 꽉 찬 리듬은 관중을 압도한다. 무대 위 그를 스크린 너머로, 한 겹의 프레임 너머로 보는 관객 역시 숨 죽이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 공사를 덜 마친듯 꾸며진 스테이지 위에서 데이비드 번은 그렇게 기타를 매고 표류한다. 이 영화가 다름 아닌 단순 실황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엔 그가 확실히 카메러 뒤 관객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에서 느낄 수 있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시공간이 어그러지고 관객은 어느새 무수한 박수를 보내는, 하지만 어쩐지 꿈곽 같은 시선으로 그의 무대를 바라보게 된다. 바로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 의 도입이다. 데이비드 번의 시선 그리고 너무나 날 것이기에 더욱 의도적으로 느껴지는 빈 무대. 이 요소들은 심지어 데이빗 린치의 영화와도 같은 컬트적인 바이브를 풍기기도 한다. 즉 관객은 타이틀을 포함해 <사이코 킬러> 곡이 끝난 채 10분이 안되는 시간에서 한 가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 는 단순 토킹 헤즈의 공연 실황이 아닌 하나의 연출된 작품이며 일순 꿈 속에서 펼쳐지는 듯한 나만의 콘서트를 표류한다는 감각을 말이다. 

 

 

Thank You for Sending Me an Angel 이 시작되면서야 드러머의 자리가 생긴다. 다음 곡을 준비 할 동안 자리를 준비하는 스탭들이 전부 노출되는 것으로 보아 첫 곡은 의도적으로 무대가 비어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덜 만들어진 세트장 같은 무대에서 기타와 카세트 하나에 의지해 노래를 부르는 데이비드 번. 그리고 곡이 하나씩 시작될 때 마다 무대로 모이는 토킹 헤즈의 멤버들. 이는 마치 영화 속 크루 생성의 구성과도 비슷하다. 이에 호응하듯 카메라 역시 당연히 추가된 멤버들을 집중적으로 비춰준다. 하지만 이때 아주 재미난 사실은 무대 너머로 스탭들이 계속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계속 자리를 만들어주고 라인을 정리하는 그들은 무대의 일부이다. 음악의 일부인 것이다. 실시간으로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완성된 무대를 관객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고 있는 그 과정, 시간 속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실상 매우 기묘한 경험이다. 요즘처럼 이미 완성된 무대를 보며 실시간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제공하는 요즘의 콘서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토킹 헤즈가 노래를 하는 동안 스탭들은 여전히 무대를 만든다. 구성한다. 오로지 카세트와 데이비드 번만 존재했던 세트를 채워나간다. Slippery People 정도 왔을 땐 더 이상 틈을 보기가 어렵다. 어느새 무대는 꽉 차 모두가 리듬 속에서 여전히 연주를 이어나가는 데이비드 번과 화합한다. 

 

 

사실 콘서트 영상에 거창한 수식어를 덧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명확하게 무대가 조립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이 무대의 끝이 과연 어떨까 기대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으레 영화를 관람하며 느껴지는 감각이다. 결말에 궁금증을 갖고 그 끝까지 함께하는 것. 단순 컨텐츠에서 컨텐츠로 이어지는 무대에선 찾아보기 힘든 감각이다. 끝나가는 콘서트는 나를 아쉽게 하니 말이다. 하지만 조립의 과정은 결과물을 기대하게 한다. 이 콘서트의 막은 어떤 것을 창조하리라 믿는 것이다. 

 

<스탑 메이킹 센스> 속 무대에서는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지점이 있는데, 바로 무대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연출된 행동보다는 리듬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뛰고 몸을 움직이며 연주를 하고 그 과정에서 카메라는 굳이 호응하는 관객을 비추지 않는다. 영화도 굳이 해당 영화를 관람하는 관람객의 얼굴을 비추지 않기 때문이다. Burning Down the House 정도가 되어서야 무대의 세트는 암전되어 오로지 무대 위 멤버들에 집중 할 수 있게 한다. 관객이 앞으로 할 것은 그렇게 조립된 무대 위의 리듬을 즐기기만 하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은 락의 계절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온도에 도무지 페스티벌을 즐길 여력이 안된다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현장으로 돌아가보는 것이 어떨까.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는 단순 콘서트의 영역을 뛰어넘어 영화적 체험과 컬트적 경험을 충족시켜주는 작품이다. 밴드 토킹 헤즈를 모른다 한들 그저 마치 꿈 속에서 목격하는 이름 모를 밴드의 음악을 즐긴다는 생각을 해도 좋지 않을까.

작성자 . m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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