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7-01 13:51:48
7월 1주 차 최신 씨네뉴스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 ‘오디세이’ 합류🎬
7월 1주 차 최신 영화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 ‘오디세이’ 합류🎬
샤를리즈 테론이 한 행사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에 ‘키르게’ 역으로 합류한 것에 대해
“무척 부담되고 긴장된다”고 털어놨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엄청난 캐스팅까지..!
캐스팅 찾아보면서도 믿을수가 없었네요 🔥
맷 데이먼 - 오디세우스
톰 홀랜드 - 텔레마코스
젠데이야 - 아테나
로버트 패틴슨 - 헤르메스
샤를리즈 테론 - 키르게
루피타 뇽오 - 클리타임네스트라
베니사프디 - 아가멤논
지금까지 캐스팅은 이렇게 공개되었구요
이 밖에도 배우 존 번탈, 미아 고스도 합류했다고 합니다.
🗞️
❶ 애플스튜디오, F1: 더 무비 흥행 성공으로 후속작 논의 중
❷ 배트맨: 파트2 각본 완성, 2027년 10월 1일 개봉 예정
❸ 폴 워커, 분노의 질주 마지막 시리즈 장식…2027년 4월 개봉
❹ 샤를리즈 테론, 놀란의 ‘오디세이’ 합류, "무척 부담되고 긴장된다"
❺ CGV, 서비스 리뉴얼로 7월 14일 전국 상영관 임시 휴업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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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이어트 플레이스 2 / A Quiet Place: Part II, 2020
18년에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두 번이나 했으며, 북미 수익만 $188,024,361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미 절대적인 숫자만 봐도 높은데, 이를 포함한 총 수익 $340,952,971입니다.
제작비 1700만 달러 대비 약 20배로 2배가 총 제작비, 3배부터 흑자인 것을 생각하면 제작사로서는 무조건 만들어야만 하는데요.
그렇게, 등 떠밀려 나온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반응은 억지로 끌려 나온 느낌이 전혀 아닙니다.
다시 북미에서 2주 1위를 했으며, "코로나19"이후 첫 북미 1억 달러 타이틀까지 거며 쥐는 등 관객들에게 3이라는 숫자를 외치게 만들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속편의 평가들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면, 이번 속편은 '이전보다 나아졌다'라는 평가들이 들려오며 전작만큼이나 높은 평가까지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전작을 극장에서 놓쳐버려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존재했기에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과연, 영화는 들려온 평가들처럼 만족스러웠는지?'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작에서 괴물들에게 피난처와 남편 혹은 아빠를 잃게 된 "에블린"과 가족들은 지금껏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떠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들 "마커스"가 덫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괴물들의 시선을 이끌고 마는데요.
이에 또 한 명의 생존자 "에밋"이 그들을 구해주지만, 또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얼른, 다음 영화!
1. 여전히, 신선한 설정!
앞서 말했듯이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제목에는 숫자 '2'가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전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가 없다는 것으로 후속작에게는 불리하게 적용될 요소가 많습니다.
첫 번째, 이 영화의 설정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소리"에 한없이 민감해 이전 장에서 신발을 신지 않은 채 까치발로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이들의 행동과 길도 모래가 깔려있는 곳으로 걸어나가고, 목재 바닥으로 되어있는 집에는 색칠되어 있는 곳만 발을 디디는 모습, 그리고 수화로 대화하는 등의 디테일이 설정을 신선하게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후속작에서는 이 신선함을 권태감으로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것이 과제로 다가왔을 겁니다.
캐릭터의 눈으로 보세요.
앞서 수화로 말하는 모습은 "소리에 민감한 괴물"의 설정도 있지만, 딸 "리건"의 극 중 설정이 "농인"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리가 안 들리는데, 이번 속편에서는 "리건"의 시점을 종종 빌려 극의 상황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처음으로 그들이 왔던 날이나 이후 열차에서 괴물을 맞이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분명히, 눈으로는 상황이 보이는데 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으니 영화는 전작의 콘셉트를 여전히 신선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관객들에게 증명해냅니다.
2. 배우의 매력은 이미, 다 알죠.
다음으로 두 번째, 커져가는 숫자들입니다.
흔히, 할리우드에서는 숫자가 커질수록 이야기와 캐릭터는 많아지고 스케일도 점점 넓어지는데요.
이런 이유에는 앞서 언급한 권태스러운 신선함을 유지할 또 하나의 방법으로 부득이하게 쓰는 방법이지만, 기존 시리즈를 이끌어갔던 캐릭터들을 빼내기에는 웬만한 활약을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속편은 괴물만큼이나 무서운 생존자들 무리도 있겠지만, "에밋"을 맡은 "킬리언 머피"의 출연이 눈에 띕니다.
굴러온 돌이 뺄 수도 있지!
이번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아니더라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괴물보다 무서운 인간"은 많이 보았을법한 클리셰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확장시키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게는 '이를 어떻게, 혁파할지?'에 대한 고민이 존재했을 겁니다.
이에 "킬리언 머피"라는 배우의 힘이 느껴지는데, 이번 속편에서 딸 "리건"과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책을 맡았거든요.
문제는 그가 이전 장에서 나온 캐릭터가 아니기에 별도의 설명부터 해야 하는 피곤함이 앞서는 캐릭터인데, 그래서 영화는 과거 회상[플래시백]을 사용합니다.
3. '누가 쓰느냐?'에 다르구나...
대개, "플래시백"은 설명도 이뤄지나 감정을 앞세우는데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해당 기법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보일 텐데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에서 관객들에게 깨진 "괴물"의 위상까지 살려내는 간결함을 보여줍니다.
이미, 전작을 챙겨본 관객들이라면 괴물의 약점을 알기에 이미지는 깨지다 못해서 와장창 되었으니 이미지 회복이 시급했을 겁니다.
그렇게 시작된 과거의 이야기는 "에밋"과의 관계부터 "괴물"에게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까지 설명에 무서운 감정을 일깨우니 영화는 마지막 과제로 부여된 "괴물"의 위상까지 훌륭하게 살려냅니다.
근데, 공포 영화로만 보긴 아쉬운데...
하지만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진정한 매력은 "공포"보다 "성장"에 있습니다.
역시, 전작을 챙겨본 관객들은 알겠지만 딸 "리건"의 행동은 "발암캐"라는 칭호를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기에 전작에서는 "가족의 사랑"이라는 교훈으로 귀결해 이에 대한 호불호도 분명하게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이번 2편에서도 이어지면서, 잊고 있던 "리건"에 대한 혐오도 고개를 드는데요.
물론, 의도에 있어 선하지만 결과가 답답하니 관객들로서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어린아이에게는 험악한 말까지 올라오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 때문인지 이후 "리건"의 모습은 전작보다 자연스러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4. 엄마는 대견스럽구나.
호러 영화의 흥행을 다시 쓴 <그것>시리즈는 "페니 와이즈"라는 무서운 캐릭터도 있지만, 이를 "성장"이라는 테마에 잘 녹여내 호평까지 이끌어낸 영화인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리건"을 비롯하여 "마커스"의 모습에 든든해지는 엔딩을 안겨줍니다.
전작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 영화에서도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호해 줘야 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극 중 괴물을 잡을 방법을 알게 된 "리건"이 라디오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하지만, "마커스"를 비롯해 어른들은 이를 말립니다.
마치, 품 속에 안긴 아기처럼 이들은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입장임을 말하는 것이죠.
언제, 또 이렇게나 컸니?
그렇기에 후반부 다친 어른들을 대신해 자신들의 방법들로 지켜주는 모습은 부모도 아닌데도 말랑말랑한 감정을 일깨우더군요.
무엇보다 카메라가 이를 잘 살리는 것이 성인 배우들의 시점을 아역 배우들의 뒤를 바라보게 만들어 "성장"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 깊이 때려 박아 넣습니다.
전작에서 "샷건"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연출했던 장면처럼 3편에서는 이들의 활약이 기대되는데요.
'과연, 누가 더 불쌍하게 될지?'라는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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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생각은 적게, 행동은 바로
생각은 적게, 행동은 바로. 권철 감독의 버텨내고 존재하기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한국경쟁 부문에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초정하였다. 작품 속 일곱 뮤지션은 광주극장에서 각자의 ‘버텨내고 존재함’을 말한다. 8월 13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권철 감독님을 만나 특별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소개해주세요.
이 작품은 뮤지션 최고은님이 2019년부터 진행한 커밍홈 프로젝트의 기록입니다. 고은님은 광주극장에 친한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광주를 소개하고자 진행하였고 그 연출을 제가 맡았습니다. 광주극장에 가서 준비를 하다보니 극장의 느낌이 좋아서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기획에서 시작한 영화가 아닌, 쌓인 기록을 편집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극장과 뮤지션. 어떻게 보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같아요.
이 영화는 극이 아닌 기록과 나열의 영화입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하는 영화제이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실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을 거의 해보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출품하고 싶어서 마감 기한에 맞추어 급하게 제출했습니다.
광주극장에는 다양한 공간이 있는데, 뮤지션마다 공연하는 장소를 다르게 한 이유가 있나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기획자이신 고은님이 ‘광주극장에 안 와본 사람들도 마치 와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뮤지션 여덟 팀을 보여주는 단순한 기록의 나열같지만, 나름의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았어요. 영화관에 들어와서 표를 사고, 대기를 하고 극장에 들어선다.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순서대로 입장문, 매표소, 대기실 등의 흐름으로 연출했습니다.
그럼 뮤지션의 장소나 순서는 어떤 기준으로 정하셨는지 궁금해요
뮤지션의 장소나 순서는 음악의 분위기나 주제에 따라 배열했습니다. 시작 주제가 사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김일두, 김사월을 앞에 배치하고, 그 다음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곽푸른하늘, 고상지님의 음악, 마지막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 정우님와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노래로 마무리했습니다.
영화의 독특한 인서트들이 기억에 남아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이 영화는 뮤지션들의 라이브와 그 사이에 인터뷰를 넣은 단순한 구성인데요. 한 편으로 이으려다보니 인서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일두님이 화분으로 바뀌는 것은 촬영 중 갑자기 김일두님이 싱그러운 화분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즉흥적으로 찍은 장면이에요. 궁금해하셨던 곽푸른하늘님의 ‘포도봉봉’은 제가 캐릭터를 생각해서 준비한 소품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버텨내고 존재하기’인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버텨내고 존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하하. 사실 저는 김일두님의 말씀처럼 생각을 적게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편이어서 버텨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만약 제 스타일로 영화의 제목을 정해본다면 ‘광주 극장의 지박령들’이라고 짓고 싶네요.(웃음)
감독님의 앞으로 꿈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저는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영상을 시작했고, 지금도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기획과 연출이 들어간 음악 영화를 만들고 싶네요.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해서 다음에는 좀 더 키치하고 막 나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벌써 몇 가지 아이디어도 생각해 놓았습니다. (웃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들여 만들어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한 광주극장에서 뮤지션의 다양한 음악을 재미있게 풀어내어 보여주며, 영화와 음악을 나란히 선보이는 이 작품은 어쩌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가장 닮아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권철 감독의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만들어 낼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luna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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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 | 바둑판 위를 수놓은 사제 대결의 낭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바둑 기사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전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은 '조훈현'(이병헌). 그는 한 대회에서 우연히 바둑 신동 '이창호'(유아인)를 발견하고, 직접 대국을 하며 천재성을 확인한 후 이창호를 내제자로 들인다.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제자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조훈현. 특히 그는 이창호에게 바둑의 정석, 강인한 체력, 그리고 정신력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프로 바둑 기사가 이창호. 사뭇 다른 바둑관으로 인해 스승과 갈등을 빚었던 그는 한 대회 결승에서 처음 열린 첫 사제 대결에서 충격적인 승리를 거둔다. 첫 대결 이후로도 스승과 제자는 결승에서 연달아 맞대결을 펼치지만, 스승은 매번 패배의 쓴 맛을 본다. 이에 조훈현은 이창호를 제자가 아닌 동료이자 호적수로 대하며 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스크린 위에서 되살아난 바둑의 미학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므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다." 8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대국을 펼친 후 이세돌 9단이 남긴 말이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에게 패했지만, 인간이 바둑을 통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예술성은 결코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그의 말을 뛰어넘었다. 프로 기사들의 실력과 성적은 누가 가장 AI와 비슷하게 바둑을 두느냐에 따라 갈렸다. 대회에서 AI를 커닝하다가 적발당하는 사례가 나올 만큼, AI는 바둑의 정답이자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이세돌 9단 스스로도 "인공지능이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것 같아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이제는 바둑판 위에서 의미를 잃은 듯한 바둑의 예술성. 이 바둑의 아름다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되살아났다. 스크린 위에서, 영화 <승부>를 통해서.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 이슈로 인해 공개일자와 플랫폼을 수차례 바꾼 끝에 빛을 본 <승부>는 40여 년 전 조훈현과 이창호, 스승과 제자가 처음 만난 순간으로 되돌아가 바래져 가던 바둑의 아름다움을 꽃피우는 데 성공한다.
성의와 무심의 무협
<승부>의 전반부는 정석적이다. 제자가 청출어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바둑을 무예로 바꾸면 마치 무협물 속 사제 관계를 보는 듯하다. 이창호는 어릴 적 기대에 비해 성장이 늦은 것 같아 고뇌한다. 조훈현의 전투적인 대국 방식이 자신과 안 맞다 보니 스승과도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스승을 이길 궁리를 하라는 '남기철'(조우진)의 충고를 들은 후 그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스승과의 첫 맞대결에서 바로 승리를 거머쥔다.
바로 이 지점부터 <승부>는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협물에서는 흔히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으면 스승이 정신적 지주로 물러선다. <쿵푸팬더>만 보더라도 포가 용의 전사가 되자 시푸는 그의 정신적 스승으로 남는다. <승부>는 다르다. 제자의 승리가 스승과 제자에게 남긴 여파를 각자의 시점에서 쫓는다. 청출어람의 전율과 쾌감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새롭게 정립되는 사제 관계의 역학을 추적하는 셈이다.
이창호는 괴로워한다. 스승을 잡아먹은 제자라는 비아냥과 부정적인 시선에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아버지 같은 스승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하지만 그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우직하게 역경을 타개한다. 바둑은 전투고, 대국을 하는 순간만큼은 상대가 누구든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대로.'성의(誠意)’. "진심을 다한다"라는 의미의 두 글자 속에 제자의 아픔과 성장이 축약된다.
제자에게 패배한 조훈현의 마음은 제자 못지않게, 그보다 더 복잡하다. 스승으로서의 자부심과 열등감이 뒤엉킨다. 계속되는 패배의 고통은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고, 제자에게 계속 질 수 없다는 오기도 피어난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에게 승리하지 못한다.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청출어람한 제자를 보면서 맛본 모든 번뇌와 잡념을 떨쳐 낸 후에야 그는 비로소 제자를, 16번째 대결만에 꺾는다.
다름의 미학
이처럼 스승과 제자가 '무심'과 '성의'의 경지에 다다르며 승자와 패자로, 더 나아가 호적수이자 동료로 변해가는 과정은 바둑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 예술성은 두 측면이 있다. 우선 <승부>는 두 기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의 대국을 완성하는 다름의 미학을 보여준다. "바둑이 두 명이 함께 수를 고민하고 두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 배웠는데"라는 이세돌 9단의 말마따나.
스승은 갓 프로가 된 제자가 못마땅하다. 전투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조훈현의 관점에서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확실한 수를 찾아내는 이창호의 방식은 정석적이지 않고, 오만해 보인다. 하지만 간신히 1집 반 승을 거둔 제자의 기보를 유심히 연구한 뒤 그는 자기 과오를 인정한다. 제자의 바둑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면서. 자기가 꾸겨버린 기보를 다림질로 다시 펴서 선물하는 장면의 함의가 곧 다름의 미학인 셈이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스승은 관객에게도 뜻깊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외면할수록 사회는 다름을 존중하거나, 공통의 토대 위에서 차이점을 토론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흑백의 차이를 인정하고, 오히려 그 차이를 조화시켜 나가는 사제지간의 박진감 넘치는 대국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교훈으로서 다가온다.
경쟁의 미덕
다름의 미학 다음으로 <승부>는 경쟁의 미덕을 선보인다. 다른 스타일과 신념을 인정하더라도, 자기 방식이 더 뛰어나고 아름답다는 확신과 경쟁심 없이는 질 높은 대국,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첫 패배를 당한 뒤 자기 경쟁력을 스스로 의심하고,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기권할 정도로 방황한다. 그동안 사제지간의 경기 내용은 대중들에게도 관심받지 못한다. 어차피 이창호가 압승을 거둘 테니까.
반면에 조훈현이 이창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자 그들의 대국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팽팽하게 펼쳐진다. 각종 예선전 등 여러 경기에 출전하면서 특유의 스타일을 재정립한 조훈현은 과거보다 더 과감하게 공격을 펼친다. 차분하기로 유명한 이창호도 당황한 기색을 못 숨길 정도로. 다름을 인정하되,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처절한 경쟁 덕분에 그들의 대국은 긴 시간 끝에 하나의 작품으로 빚어진다.
경쟁의 미덕은 한국판 <퀸스 갬빗>을 보는 것처럼 전율과 쾌감이 느껴지는 대국 장면 덕분에 더 직관적이다.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바둑을 몰라도 대국의 흐름과 승부처를 바로바로 알아챌 수 있게 한다. 승부처에서 이창호가 바둑판 위로 수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장면, 조훈현이나 이창호가 승부수를 둘 때 바둑판에서 그들을 올려다보는 구도로 찍은 쇼트가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승부>는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에게도 주목한다. 대국을 포기하려는 찰나에 시계를 보더니 어릴 적 아버지의 시계방으로 돌아가서 평정심을 되찾는 이창호의 모습도, 제자의 기세에 밀린 조훈현이 재떨이를 못 찾거나 담뱃재가 섞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그 덕분에 관객은 스승과 제자의 숨결과 땀, 열기까지 느껴지는 그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 빠져들 수 있다.
바둑의 낭만
이렇게 조화를 이룬 다름의 미학과 경쟁의 미덕은 더 깊은 층위의 주제로 이어진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경쟁하는 스승과 제자는 그 끝에서 결국 각자의 방식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는 어떤 스타일이나 방식이 옳은 지를 따지는 대신, 얼마나 자신의 방식과 답을 뚝심 있게 믿고 밀어붙일 수 있느냐에 따라서 복수의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이 메시지는 나날이 더 확실한 정답을 요구하는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은 AI와 가장 비슷하게 두는 방식이 정답처럼 여겨진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축구, 농구, 야구 같은 스포츠에서도 승리를 위한 지름길이자 정답이 통계적으로 굳건해지는 추세다. 스포츠를 벗어나도 다르지 않다. 당장 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성공은 그 의미도, 쟁취할 수 있는 길도 표준화되어 있다.
이런 시대에 각자의 길을 뚝심 있게 걸으며 서로가 생각하는 정답을 인정하면서 치열하고 겨루는 <승부>의 이야기는 그간 간과했던 삶의 미덕과 낭만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눈 내리는 한옥에서 펼쳐지는 사제의 대국을 담아낸 마지막 장면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른 열정적인 낭만이 느껴진다. 이는 30여 년 전에 이미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잘 알려진 실화가 2025년에도 충분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361개의 교차점 위에서 흑백으로 피어나는 사제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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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만들 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여 급감한 관객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지적했듯 헐리우드 영화의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여 92% 가량으로 거의 회복한 모양새다. 전 세계적으로 ott가 발달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관객들은 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하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영화들은 보란듯이 스크린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는 전에없는 위기를 경험 중이며, 특히 올 한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봉착한 상황이다. 관객은 여전히 티켓가 인하를 외치고 있고, 극장과 제작사는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도 극장도 모두 정답을 알고 있다. 관객은 좋은 영화에 대해 얼마든지 현재의 티켓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영화 <차박 - 살인과 낭만의 밤>은 안타까울 만큼 기존의 서사와 캐릭터를 답습하며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문제들을 반복한다. 이런 영화들에 대해서는 기존에 수많은 리뷰를 통해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해 왔기에 이번만큼은 완곡한 표현 없이, 순서를 매겨 문제점을 지적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1. 인물 간의 관계와 캐릭터성의 진부함
주연배우가 데니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를 리드해 나가는 것은 김민채 배우가 연기한 미유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본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안타까울 만큼 진부한 캐릭터를 답습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인 것은 미유다. 김민채 배우의 빛나는 연기력이 아쉬울 만큼 미유는 기존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던 '감정적인 여성' 혹은 피해자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을 찾아온 사촌동생에게 단호하게 대처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남편에게 애교가 많으며 나약한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비록 후반부에서는 능동적으로 살인마에게 대항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유는 감정적이다.
감정적인 여성 캐릭터가 문제인 이유는 남성은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구시대적인 성별 구분법적 캐릭터 설정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거 반복되던 서사에서 여성은 감정적인 모습을 약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성적으로 어필하는 데 활용해왔다. 남성 구원자에게 나약한 여성은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기 위한 손쉬운 대상이다. <차박>에서 이 점이 더더욱 큰 문제였던 이유는 심지어 미유가 사촌동생과 근친관계였음을 노골적으로 암시하기 때문이다. 미유가 가진 비밀은 미유 자신의 야망이나 삶에서의 목표가 아닌 연애 관계에 머무른다. 이는 미유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원(데니안 분)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고작 아내인 미유를 보호하는 것뿐이라는 점은 서사뿐만 아니라 캐릭터 설정에서도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수원은 이 부분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2. 신선한 소재가 전혀 활용되지 않음
언론 시사회에서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차박은 여지껏 영화에 활용된 선례가 극히 드문 신선한 소재다. 익숙한 공간인 집을 공포의 공간으로 바꾸어 일상의 공포를 활용하던 방식은 한때 신선했지만 점점 흔해져 이제는 전단지의 카피로도 활용되지 못한다. 차박은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영화에서는 미유와 수원이 단 둘이 보낼 수 있는 어둠의 배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차박이라는 소재를 영화 초반 잠시 미쟝센으로만 활용하고 결국 공포의 배경으로 야산과 살인마가 활보하는 건물 내부를 택한다. 제목에도 활용된 차박은 영화를 보고 나면 대체 왜 차박이라는 소재가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잠시 등장했다가 장렬하게 전사한다. 서사의 시발점이 되는 소재만큼은 신선하지만 이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이 없는 점은 최근 한국영화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3.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인물의 서사가 지나치게 생략됨
<차박>에는 주연으로 활약하는 미유와 수원 외에도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들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인물을 설명하는 데 있어 때로는 미지의 과거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인물의 행동 경위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생략되는 경우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기실 전사를 알 수 없어 매력적인 캐릭터는 조커와 안톤 쉬거를
제외하곤 극히 드물다. 이 두 캐릭터조차도 이들 외의 인물은 전사가 알려져 있거나 짐작할 수 있어 한층 빛을 발했던 경우다. 영태(홍경인 분)의 경우 영화 초반부 등장해 관객에게 의문을 남기고, 영화 후반부에 재등장해 나름의 활약을 보여주지만 관객에게 영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일 뿐이다. 영태의 전사가 어렴풋이 짐작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사 내의 행동을 전부 설명해주진 못한다.
무엇보다도, 서사에 드러난 미유와 수원의 전사 또한 이들의 행동을 그다지 잘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결국 캐릭터의 문제가 서사의 개연성 부족으로 이어진다.
<차박>에서 지적할 수 있는 부분들은 이외에도 많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근친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소아성애가 암시되는 것, 모든 행동의 이유가 단순히 사랑으로 설명된다는 점 등이 부수적인 문제점이다.
한국 관객들이 단순히 스크린에서 스펙터클만을 기대해서 한국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한국 관객은 이제 보다 발전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를 원할 뿐이다.
*본 리뷰는 씨네랩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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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SF영화
많은 기억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장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기억들은 저장해 두고 시간이 될 때마다 그 기억을 꺼내 떠올린다. 마치 영상이 재생되듯이 그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에는 그때 느꼈던 감정, 촉감에 집중한다. 어떤 기억은 아주 행복하고 어떤 기억은 아주 고통스럽다. 이렇게 기억들은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저장된다. 의식적으로 이 기억을 저장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저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순간들은 어느 순간 지나고 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한다. 모든 경험 중 아주 특별한 기억들만 남아 오랜 시간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기억들은 모여서 기억 속 과거가 된다. 종종 과거를 떠올리고 그 순간을 다시 돌아본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누구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과거의 특정한 기억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기도 한다. 때론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지만 현재의 삶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나 과거의 행복한 순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순간부터 현재는 불행해지고 살아가야 할 동력이 줄어든다.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현재보다는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며 현재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현재는 불행해지고, 과거에의 집착은 더욱 심해진다.
과거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 <레미니센스>
영화 <레미니센스>는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 레미니센스는 과거의 특정 기억을 떠올려 그때의 감정이나 촉감을 좀 더 디테일하게 느끼게 해주는 기계다. 일종의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도와주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거로의 여행을 돕는 인물은 닉(휴 잭맨)이다. 닉은 이 기계에 들어간 의뢰자들을 음성으로 안내하여 안전하게 과거를 느낄 수 있게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닉은 동료인 와츠(탠디 뉴튼)와 함께 그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그가 가게를 운영하며 만나는 고객들은 대부분 과거의 행복한 기억에 반복해서 머무르려 한다. 꽤 다양한 사람들이 그 과거에 접속하는 모습은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
초반에 보이는 닉은 꽤 이성적이지만 공감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고객들이 과거에 너무 빠지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주거나 우려점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객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금전적인 할인도 해준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고객으로 등장하는 메이(레베카 퍼거슨)를 만난 이후 그는 새롭게 만난 메이와 많은 공감과 감정을 공유한다. 과거 행복한 기억이 별로 없는 듯 보였던 닉은 메이를 만난 이후 그만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간다. 그가 그렇게 현재의 좋은 기억들을 과거로 쌓아둘 수 있었던 것은 과거보다는 현재에 좀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현재 눈앞에 있는 메이라는 여인에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그는 과거에 함몰된 영화 초반의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메이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중반 이후 닉도 점점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 메이와의 순간들을 다시 느끼기 위해 기계에 스스로 접속하고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자신의 연인이 떠나간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그래서 아주 이성적으로 보였던 닉은 점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현재보다는 과거에 머무르며 그 행복한 순간들을 다시 경험한다. 다만 사라진 연인이 왜 말도 없이 떠났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찾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긴 하다.
이성적인 닉이 과거에 집착하게 되기까지
옆에서 그를 돕는 와츠 역시 과거에 접속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아예 자신의 과거를 차단하고 있는 인물이다.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와츠는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단절시킴으로써 현재를 억지로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가 살아가는 현재는 꽤 공허해 보이고, 그가 들이키는 술은 그 공허함을 달래는 도구로 보인다. 그는 과거의 미스터리를 푸는 닉을 돕지만 그가 다시 현재를 살아가길 설득한다. 하지만 과거를 단절한 본인의 현재가 공허함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설득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 영화가 풀어가는 메이의 미스터리는 꽤 흥미롭다. 닉과 같은 시선으로 메이를 바라봤던 관객들은 그가 왜 사라졌는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를 동일한 감정으로 따라가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발생하는 미스터리는 영화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영화는 메이에 대한 약간의 반전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어서 다소 맥이 풀리게 한다. 또한 영화의 말미에 닉이 선택하는 어떤 모습은 그가 현재를 살아가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는 것인데, 이런 닉의 선택 또한 초반에 그가 보여준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이어서 영화가 가진 전체적인 주제와도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전반적으로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걸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지막 닉의 모습은 과거에만 함몰된 것처럼 보여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 온전히 현재를 살아갈 기회를 얻은 인물은 와츠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패한 경찰이나 재벌, 심지어 주인공 닉까지 모두 현재를 살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거나 스스로 포기한다. 하지만 와츠는 단절했던 과거를 다시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고, 그가 스스로 만든 현재에도 동료인 닉을 끝까지 보살핀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은 닉 보다는 와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설정에 몇 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영화의 배경은 미래의 플로리다다. 도시의 일부가 바닷속에 잠기면서 도심지의 건물들의 저층은 대부분 물속에 잠겨있고, 일부 잠기지 않은 길은 차가 다니지만 대부분은 작은 보트로 이동을 한다. 또한 해가 진 이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낮과 밤이 바뀐 도시처럼 보인다. 도시 건물의 저층 대부분이 물에 잠겨있는 모습은 이전에 보아왔던 완전히 물에 잠긴 도시의 모습과는 차별화되고 그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시선을 끈다. 과거를 시각적으로 영상화하여 제삼자가 볼 수 있다는 점도 새로운 설정이다. 과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기억을 화면으로 터치하여 보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레미니센스>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진다. 과거의 모습이 3차원으로 구현되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억을 하고 있는 본인이다. 즉,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레미니센스라는 기계 안에 연결되어 있어야만 영상으로 구현과 저장이 가능하다.
신선한 세계관 속에 영화의 주제의식과 모순되는 캐릭터의 선택
영화 <레미니센스>는 꽤 신선한 설정과 세계 관위에 구축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미 많이 보아온 SF의 세계관을 살짝 비틀어 조금 색다른 배경을 보여주고 있고,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과거 구현 기술도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그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담고 있다. 그러니까 SF 영화답게 미스터리와 액션, 시각적 화면 그리고 철학적인 주제가 복합적으로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담고 있는 마이애미의 모습은 꽤 아름답고 닉과 메이, 와츠 같은 주요 등장인물들도 꽤 매력적이다. 또한 영화의 주제를 담아낼 수 있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 적절하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보인다.
이렇게 잘 구현된 세계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시종일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다른 방향으로 캐릭터가 소비되면서 그 주제의식이 희미해지고 말았다. 이 영화의 세계관을 구상한 리사 조이 감독은 유명한 SF 드라마 <웨스트 월드>의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구성한 경험이 있다. 그는 <웨스트 월드>의 감독, 각본까지 담당하면서 꽤 훌륭한 주제의식과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다. 이번 첫 장편 연출작인 <레미니센스>에서도 그가 가진 뛰어난 구상 능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영화 주제를 이야기하는 측면에서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리사 조이 감독은 앞으로 다양한 스튜디오들과 함께 더 많은 SF영화나 드라마를 연출할 예정이어서 그가 만들어갈 세계관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 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닉은 메이에게 행복한 이야기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더 슬프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 이야기에 메이는 그럼 중간까지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어쩌면 닉은 메이의 부탁과 마찬가지로 그 중간까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끊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과거에 집착하면 현재가 어떤 식으로 망가지는지를 계속 이야기했다. 그 주제 의식 아래서는 닉의 마지막 모습은 배드 엔딩일 것이다. 하지만 닉과 메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그들에게는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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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나게 맛있는 엄마의 집밥처럼!
눈물나게 맛있다! 특별한 재료도 들어가지 않는데도 엄마의 밥은 그 눈물이 아깝지 않도록 맛있다. 그 맛이 그리워 손수 해먹어봐도 이내 실망하게 되는 건, 엄마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 빠졌기 때문. <3일의 휴가>는 눈물나게 맛있는 엄마의 집밥과도 같은 영화다. 엄마, 집밥, 추억, 그리고 눈물과 감동은 다소 올드해보이지만, 원래 아는 맛이 무서운 법. 이 작품은 변하지 않는 그 진리를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시간은 저승에서도 빨리가는가보다. 죽은 지 벌써 3년째를 맞이하는 복자(김해숙)은 지상에서 보낼 수 있는 3일간의 휴가를 받는다. 가이드(강기영)의 안내에 따라 우크라(UCLA) 대학 교수인 딸 진주(신민아)를 만나러 간 그녀는 기쁨 대신 당황한다. 미국에 있어야 할 딸이 자신이 살던 시골집에서 백반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 복자는 어떻게든 딸을 미국으로 보내려 하지만, 말도, 접촉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켜만 봐야 하고, 이런 복장 터지는 어미의 마음을 모르는 진주는 단짝 미진(황보라)과 엄마의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추억에 잠긴다.
음악영화를 보면 음악이 나를 그리운 과거로 데려간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우리를 어떤 기억으로 데려간다.
<3일의 휴가>를 집필한 유영아 작가(드라마 <서른, 아홉>, 영화 <도그데이즈> 등)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음식을 매개체로 우리들의 엄마를 소환하고, 잊고 지냈던 그 사랑을 기억하게 한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엄마의 음식, 그 안에 담긴 맛과 사랑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그 맛이 구수하다. <방가? 방가!> <나의 특별한 형제> 등 소외된 이들의 따뜻한 감성을 영화에 녹여냈던 육상효 감독은 죽음 엄마가 3일 동안 이승에서 딸을 만난다는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구수한 영화의 오감을 살린다.
애증의 관계라 불리는 극 중 모녀 이야기는 영화의 동력이자, 궁금증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복자가 죽은 뒤, 진주는 미국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시골집에서 사는데, 그 이유는 대외적으로 공황장애지만 결국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다. (복자 또한 진주에게 부채감이 있다.) 이들의 관계가 왜 소원해졌는지 플래시백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딸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복자의 모습. 그런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을 향한 사랑을 받지 못해 서운하고 원망스러워 쌀쌀맞게 반응한 진주는 우리의 삶을 투영한 듯한 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의 아픔은 요리가 치유한다. 진주는 어렴풋이 생각나는 엄마의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복자는 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이 때 요리에 담긴 각자의 추억이 소환되는데,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당시 서로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마치 마음 속 메워지지 않았던 구멍이 음식이 불러온 기억으로 메워진 느낌이랄까.
후반부로 갈수록 부모의 희생을 담보로한 모성애가 올드함을 전하긴 한다. 이로 인해 초반 복자는 물론, 가이드와 미진의 위트와 유머가 쌓아올린 분위기가 반감된다. 그럼에도 영화의 모성애가 주는 감동은 크다. 특별히진 않지만 맛있는 집밥처럼, 매번 봐왔지만 끝내 눈물을 훔치는 모성애의 쓰임새는 적절한 모양새다. 여타 모성애를 강조한 영화 보단 과잉되지 않은 감동을 전한다.
극중 가이드는 휴가를 떠나는 복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휴가 동안 좋은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라고. 모성애 부분 등 태생적으로 가진 호불호 지점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사처럼 영화를 보면 엄마와의 좋은 기억이 샘솟는다. 영화 속 차려진 스팸 김치찌개, 만두, 잡채, 잔치국수 등은 아닐지언정 엄마와 함께 했던 한 끼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진 제공: 쇼박스
평점: 3.0 / 5.0
한줄평: 올드한 모성애, 그럼에도 보게 되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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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쿠아맨 특집! 앰버 허드의 섹시한 필모그래피 (Amber Heard sexy film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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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자크: 시즌4> 파트 1 예고편
누구도 상처 없이 빠져나갈 수 없다. 시즌 4 파트 1, 곧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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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닮은 역사 예고편
산 자여 기억하라!
5월의 ‘광주’를, 5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1980년 5월 18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7천여 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지구 반대편,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두 도시의 같은 이름처럼 놀랄 만큼 닮은 학살의 고통. 아직도 아픈 역사 속 시대를 겪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남편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광주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라지고 있는 항쟁의 흔적을 복원하라고 투쟁한다. 강제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77년부터 시작된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머니들의 5월 광장 침묵 행진은 지금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된다.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은 이제 시대를 넘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전달돼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지고,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로 향해, 분명 더 좋은 빛과 더 좋은 공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