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less2021-11-18 11:36:46
중국의 포용일까, 포섭일까?
할리우드 장기 상영
중국 영화 당국이 11월 17일 수요일, 할리우드 개봉작인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지역 극장에서 한 달 추가 상영하기로 결정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2달 내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에 걸려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10월 22일 개봉작인 <듄>은 12월 22일까지, 10월 29일 개봉작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12월 29일까지 상영될 예정인데요. 세계적으로 극장이 살아나는 연말 상영이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영화들은 기본 한 달 동안 상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흥행이 보장된 영화의 경우 두 달까지 연장될 수 있는데요. 그 이상의 장기 상영은 '선전 영화'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약 3달 동안 상영되었던 할리우드 대작들 덕분에 중국 시장도 한 숨 돌릴 수 있었 던 건 사실인데요. 이 시기에 할리우드 영화들이 중국 시장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된 것이 이번 연장 상영에 기여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 첫 연장 상영작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2021년 5월 이후 그 어떤 영화도 중국 시장에서 1달 이상 상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심지어 지난 5월 21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중국 시장에서 2억 400만 달러를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을 위해 한 달 만에 극장에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8월 말 개봉한 <프리 가이> 역시 9,4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충분한 흥행 성적을 달성하였음에도, 10월 1일 국경절로 인하여 극장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최대 시장이 된 중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장 상영을 따낸 것이 제작사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연장 상영 기간동안 기타 중국 영화들에 밀려 충분한 스크린 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큰 매출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듄>은 중국에서 세계 매출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인 3,900만 달러 (약 2억 49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경우, 전 세계 매출 7억 달러 중 6,290만 달러를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였는데요. 이는 중국 시장에서 각각 흥행 수입 영화 7위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인 만큼, 할리우드 대작들이 중국 작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팜을 가져갈 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입니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을 찾아주고 있는 요즘
극장 영화들과 함께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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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화양연화>, 시작점이 모호한 사랑에 대하여
굉장히 오래된 영화이지만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에 리마스터링 개봉이라는 소식을 듣고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 <화양연화>.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그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작품이 아니어서 놀랐고,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두 번 놀랐던 작품이었다.
영화 화양연화 시놉시스
화양연화花樣年華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영화는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의 서사를 보여준다. 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본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조했습니다.
언제 시작했는지 모를 사랑에 대한 이야기
화양연화에 대한 내용을 아예 몰랐을 때 나는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을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유명한 대사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것은 없다”를 듣기만 하고 지나간 첫사랑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담은 내용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제목과 영화 사진 하나, 대사 하나 3가지 조합만으로 영화를 속단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화 전반적으로 불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초반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상대의 배우자들이 불륜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름 담담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더불어 그들 역시 불륜과 비슷한 상황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고 느껴졌다.
내적으로는 참담하고 비참한 감정을 느꼈을 주인공들이 자신들 역시 똑같은 불륜을 저지르면서, 그리고 그 과정을 굉장히 가랑비 내리듯 감정을 발전시키다보니 언제 이 감정이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느샌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는 그 모호한 사랑의 시작에 대해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비밀의 배우자들
영화 <화양연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연출은 상대 배우자들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첸부인과 차우는 각각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배우자들은 목소리와 뒷모습만 등장할 뿐 단 한 번도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연출은 이렇게 둘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첸부인과 차우의 시점에서 불륜을 일으킨 배우자들을 관찰자적인 마인드로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됐고, 어쩌다가 시작을 하게 됐는지 굉장히 궁금하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영화가 전개될수록 첸부인과 차우 역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면서 저 둘 역시 첸부인과 차우처럼 우연한 계기로 만나 자신들도 모르게 감정이 커졌겠구나 싶었다. 일부러 첸부인과 차우의 모습만 보여준 연출은 아마 불륜의 시작점을 궁금하게 만들며서 그 시작은 알 수 없고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bgm으로 영화를 제작하다
영화에서 음향의 효과는 굉장히 크다. 관객의 감정을 미리 끌어올리는 역할로 음향은 많이 사용되면서 영화에서는 다양한 bmg을 활용한다.
하지만 영화 <화양연화>에서는 그 다양한 bgm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메지의 테마’와 ‘Quizas, Quizas, Quizas’ 두 곡을 가지고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노래 자체가 임펙트가 강한 편이어서 이 두 곡만 활용하면 오히려 루즈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이 두 가지 bgm만으로도 영화 자체를 꽉 채워줬다. 절망적일 때, 선을 넘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무료할 때, 행복할 때, 기대감이 가득 차있을 때 등 굉장히 다채로운 감정과 모두 어울리는 bgm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감정신들과 잘 어울렸고, 특히, bgm이 흘러나올 때의 미장센은 정말 아름다웠다. 더불어 청각적인 부분에서의 단순함을 첸부인 역을 맡은 장만옥의 화려한 치파오를 통해서 어느정도 채워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 <화양연화>, 카메라 미장센부터 연출, 그리고 음향, 배우들의 연기까지 조합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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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본 극장 영화 중에 제일 무서웠던
누구야. 영화 추천 좀 해줘! '영화 마니아'로 살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내 인간관계가 엉망이어서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예외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 공통점은 바로 '추천하면 안 본다'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나서 한 3,4년 즈음에 추천해달라는 말을 한창 많이 들었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나에게 그런 질문을 건넸다. 난 또 신나서 대답한다. 넷플릭스야? 왓챠야? 내 또래의 20대들은 거의 대부분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바로 넷플릭스에 어떤 로맨스 영화가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예전엔 <빅 피쉬>를 추천했었다. 아 <이터널 선샤인>도 있다. 예전에 <500일의 썸머>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 영화들 많이 답했던 것 같다. 스릴러 물을 좋아한다. 오. 너 스릴러 좋아하는구나! 나도 사람 죽는 거 좋아해. 바로 <언컷 젬스>를 답한다. 그리고 며칠 있으면 '그 사람이 이걸 봤을까' 싶다.
거의 대부분 안 본다. 딱 한 명 있다. 예전에 근로장학생 할 때 성격 좋았던 주임님이 계셨는데 그분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영화를 본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제는 뭐 나에 대해서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꺼냈으니 나쁘다고 말할 건 아닌 것 같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래서 요즘은 그런 질문이 들어오면 그냥 무난한 거 답한다. 아마 <벌새>나 <끝까지 간다>를 많이 답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이제까지 본 영화 취향에 맞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 사람들도 나름 할 일이 있을 테니, 난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게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항상 주변인들에게 꾸준히 언급하는 작품이 있다. 이걸 실제로 볼 때 극장에서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질 못하겠다. 또 이런 장르영화에서 느꼈던 결과는 전혀 다른 두려움을 느꼈으니 시야가 넓어지기까지 한 셈이다.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는 것도 맞는데 그 이면의 '난 태어나서 이 정도까지 무서워봤다'를 주로 이야기하게 됐었으니. 감독이 의도한 바가 나에게 통한 것 같다. 이런 나는 <유전>을 아마 50대가 될 때까지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여러분도 봤으면 한다. 이왕에 극장에서 보면 좋겠지만 재개봉 계획이 없는 것 같으니 일단 급한 불 끄러 왓챠와 넷플릭스로 가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주인공은 중년의 여성 애니다. 애니는 일주일 전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찢어질 것 같이 아픈 마음을 안고 추도식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분이셨어요. 비밀이 많았죠. 그리고 영화는 추도사 이후의 애니 가족 구성원을 비춘다. 가장 먼저 비추는 사람은 작은 딸 찰리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행동을 하는 찰리. 새의 머리를 갑자기 자르거나, 입으로 똑 똑 소리를 내는 둥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인다. 이런 기행은 어머니 애니에게 들키게 된다. 딸이 느닷없이 맨발로 싸돌아다니는 걸 본 어머니 애니는 아들 울프에게 찰리와 함께 놀러 가라고 재촉한다. 억지로 따라가는 찰리. 울프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에서 오빠는 여학생들에게 정신이 팔리게 된다. 자연스레 동생 찰리는 시선에서 멀어지게 되고, 사건이 터진다. 바로 찰리가 땅콩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다. 땅콩이 향만 첨가만 되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찰리는 오빠 울프에게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큰일 났다 싶어 차로 빠르게 병원에 달려가려는 울프. 엑셀을 꽉 눌러 과속하고, 찰리는 알레르기에 의한 답답함을 견디기 위해 창에 머리를 내민다. 그리고, 이 집안에서 일어나면 안 될 끔찍한 사고가 더 일어난다.
이게 영화의 30분 정도 되는 부분의 지점이다. 애니 가족은 이 사고를 기점으로 점점 혼령에 홀린 듯 행동한다. 울프, 애니, 스티브 그리고 다시 찰리까지. 집안의 우환이 구성원들이 선택하는 것 외에서 점점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위해 어머니 애니는 이 운명에 가까운 악재들을 극복하기 위해 크고 작은 노력들을 지속한다. 영화는 이 애니의 선택지에 대한 작품이다. 애니가 가족들을 구원해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를 보여주며 다른 공포영화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 과정에서 오컬트와 호러라는 키워드가 들어간다. 더 구체적으로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해보자면, 이 영화는 다른 공포영화와는 살짝 다른 두려움을 안겨준다. 소재가 '오컬트'인 부분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오컬트 영화. 대표적으로 <사바하>와 <검은 사제들>이 생각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의식이라는 소재가 들어간다. 또 악마와 유령이라는 소재도 들어간다. 우리 일상 속에 악마와 유령이 있을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으니 '없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근데 우리는 이들의 속성을 알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이 유령과 악마의 속성은 '우리 선택지 외의 것을 각자의 인생에 가져다준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이 악마의 속성을 반영했다. 정해져 있는 미래에서 오는 두려움이 뭐냐. 생각하는 게 그대로 결론이 난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결과가 똑같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무력감이 든다는 점에서 사람이 겁이 많아진다. 영화는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성으로 사람을 점점 이 공포감을 안겨준다. '혹시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의 겁이 점점 현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악마 때문은 아닐까? 싶게 만든다. 마치 모든 게 전지전능한 존재의 조종 아래에 있는 인형들처럼.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무섭다. 엄청 무섭다. <악마를 보았다>나 <해피 데스 데이>같이 강한 이미지를 쓴 공포는 아닐 수도 있다. 근데 2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서히 조여 오는 공포가 영화의 특장점으로 발현되는 영화다. 아니 사실 많은 조건들 다 떠나서 공포영화의 최고 덕목이 뭐냐? 무서우면 최고 아닌가? 이 영화는 무서운 영화다.
두 번째. 미술이다. 세트장 구현을 잘해놓은 것 같다. 세트장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것 같은데 장소마다 인물이 커져 보이는 설계를 통해 오컬트라는 장르적 특징을 강화시켰다. 또 비주얼적으로 무섭다. 후반부 울프가 교실에서 하는 장면, 초반부 찰리가 머리를 자르는 부분, 또 찰리에게 일어난 사고 사후의 묘사 등 압도되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의식이나 주술의 비주얼도 잘 살려서 몰입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난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영화 자체가 3대 가문에서 이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엥?' 싶을 수도 있을 듯.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토니 콜렛 이 해에 좀 서운했을 것 같다. 당시 아카데미 기록을 찾아보니 후보에도 못 들었다는데 나 같으면 좀 섭섭했다. 이 배우의 퍼포먼스로도 극을 이끌어가는 부분이 있으니 좋은 캐스팅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또 중반부 가족끼리 싸우는 신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첫 번째. 무조건 밤에 봐라. 두 번째. 무조건 불 끄고 이불 덮고 봐라. 끝. 최대한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을 각자가 만들면 몰입에 도움이 될 듯!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공포 영화의 팬이라면 당연히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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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의 예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Cinelab Curation]❣️
여러분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영상 촬영 기법 중 하나인데요.
한 프레임마다 촬영하여 이어 붙여 영상을 만든다는 특성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린다고 해요.
오랜 시간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며 특유의 감성을 지닌 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기법인데요!
얀 슈반크마예르 감독처럼 실사에 스톱모션 기법을 더하여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대부분의 분들이 익숙해하실 클레이 또는 퍼펫으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작품들을 가져와 봤어요!
오늘 큐레이션을 통해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안 보신 작품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스톱모션 자체가 무척 힘든 제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품 비하인드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방식이 될 것 같죠?🤭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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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의 어둠에도 사랑으로 빛나는 북극성은 반드시 있다
"밀폐된 공간의 사람들,
예측 불허의 상황에 끊어지는 소통,
죽어가는 바깥의 비극."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을 돌이켜보면 금세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유행병으로 폐허가 된 세상의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일 년 동안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체감했을 것이다. 전 세계는 록다운과 거리 두기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떨어져야 하는 순간을 경험했고, 매일 현황판 속 증가하는 숫자들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죽음과 아픔을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앉은 채 SF에 눈을 돌린다. 과학의 발전으로도 막지 못한 세상의 멸망이 눈앞에 찾아온 순간에 우리보다 앞서 겪은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불확실한 근미래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밀폐된 공간의 사람들,
예측 불허의 상황에 끊어지는 소통,
죽어가는 바깥의 비극."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필멸의 시간이 다가온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죽어가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도할 빛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처: 다음 영화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영화다. 2049년, 지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다. 쫓기듯 지상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속 북극해에 있는 바르보 천문대의 늙은 과학자 어거스틴은 혼자 그곳에 남기로 한다. 암 말기 환자인 그는 아직 대기가 오염되지 않은 극 지대에서 생을 마치려고 한다. 수혈 없이는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그는 마지막 삶을 거센 눈보라의 텅 빈 천문대에서 정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어거스틴은 건물 안에서 대피하지 못한 한 소녀를 만난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아이의 이름은 아이리스. 과학자는 구조를 요청하지만 이미 통신은 끊어졌고, 어쩔 수 없이 아이리스를 데리고 있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목성의 위성 K-23의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 호의 다섯 명의 대원을 보여준다. 인간이 거주할 행성을 찾아 이년 간 임무를 수행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든 채 고향인 지구로 돌아가고 있다. 통신 담당 설리는 이주 전부터 지구와의 연락이 끊긴 상황을 의아해한다. 처음에는 우주선 내부의 문제로 여겼지만, 곧 원인은 지구에 있음을 인지한다. 설상가상으로 에테르 호는 경로를 이탈해 미탐사 구역을 거쳐 지구로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늙은 과학자는 모든 우주 탐사가 정지된 상황에 에테르 호만은 지구를 향해 돌아오고 있음을 알게 되고, 현재 상황을 알리기 위해 교신을 시도한다. 하지만 수신이 약해 통신은 번번이 좌절된다. 그는 멀리 떨어진 하젠 호수의 성능 좋은 안테나를 이용해 교신하기로 하고, 아이리스와 함께 가혹한 눈보라와 미지의 북극을 헤치고 하젠 호수로 떠난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어거스틴을 맡은 조지 클루니는 원작인 릴리 브룩스돌턴의 SF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서로 떨어진 두 적막의 공간에서 알 수 없는 재난 상황 속에 단절된 관계를 잇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세상에서도 우리가 끝내 붙잡을 북극성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작품은 코로나 시대의 고립과 불안에서 가족과 인간을 향한 마음속 깊은 간절함과 선의가 만드는 변화를 담았다.
결말을 이끄는 어거스틴의 모습은 지구와 닮아있다. 그의 외모와 더불어 신체적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마치 죽어가는 지구의 형상처럼 보인다. 그의 삶에 주어진 마지막 임무인 교신은 지구가 인간에게 전하는 조언이자, 그 안에 살아가는 인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놓지 않을 의지를 관객에게 촉구한다.
설리 역할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는 우리에게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그는 실제 촬영 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감독과 작가는 원작에는 없던 설리가 임신 중이라는 설정을 시나리오에 추가했다. 이는 후반부 가족이라는 소재로 연결되는 등장인물과 더불어 설리에게 또 다른 층을 부여하여 해석의 가능성을 넓힌다. 우연과 운명으로 얽힌 영화는 개인에서 인간 전체로 확장된다. 희망은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연대의 노력은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응원하고 있다.
소설을 각색하며 빠진 인물의 배경은 영화 중간 인물의 어떠한 선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에 비해 평이한 이야기 전개나 예측 가능한 결말 역시 영화의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플래시백 연결이 더 매끄럽게 이어갔어야 했던 점이나 중간에 삽입된 웃음 코드 장면은 사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훌륭한 음악으로 장면 간 연결을 이어가는 부분은 인상적이나 서사의 부족함을 음악으로 채운다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의 연말,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집콕’과 더불어 이 영화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인류애를 충전하기를 바란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파랑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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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을 사냥하고 싶었던 <늑대사냥>
과거에 교통사고가 나는 모습을 앞에서 본 적이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택시가 사람 한 명을 쳤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잠깐 넘어지는 선에서 끝난 교통사고. 큰일이 아니었어서 다행이었지만 이 기억은 나에게 굉장히 크게 남아있다. 안 그래도 겁이 많은 나는 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잔인한 거 잘 못 본다. 잔인한 걸 잘 못 보지만 스릴러 장르는 취향에 맞는 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아무튼 그런 타입이라고 설명하기로 한다. 타란티노와 크로넌버그가 그렇게까지 끌리지 않았던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내 취향저격 300%인 <큐어>와 <추격자>도 수위 묘사가 있는데 아무튼 이런 장르는 박진감이 있으니 좋아한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그러면 이 영화도 완전 취향저격이어야 할 텐데? <아수라>도 나쁘지 않았던 나는 이 영화가 내 시간을 사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필리핀으로 배를 타고 이동해서 한 영화를 만났다. <늑대사냥>이다.
아수라장 5분 전
어느 날의 대한민국.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배 안이다. 강력범죄자들을 데리고 이동하고 있는 프런티어 타이탄. 온갖 나쁜 놈들은 죄다 모아놨기 때문에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살인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범죄는 다 저질렀던 범죄자들이지만 이송 과정은 나름 인격적인 대우를 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한 잡무에 시달리는 형사들. 투정을 내뱉는 부하들을 다독이며 석우는 항해를 시작하고자 한다. 카메라는 지상으로 옮겨간다. 아마 해안 쪽을 담당하는 경찰의 한 부서로 보인다. 모니터로 해안 상황을 감시하고 있던 사람들. 갑자기 어떤 남자가 들이닥친다. 대웅과 일당들은 경찰 인원들을 내쫓고 경비단에 자리를 잡는다. 대웅의 일당들 역시 같은 경찰인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는 다시 배 안으로 옮겨간다. 여전히 어수선한 배. 범죄자들을 수송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얼른 작전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은 어린 형사 다연도 마찬가지다. 다연은 형사가 직업이라지만 이 남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의사 경호는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싫다. 그런데 경호에게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 같다. 수상한 기색은 경호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상한 눈빛을 교환하는 남자들이 있다. 폭풍전야 속에 있는 배. 배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이상한 눈빛을 교환한 남자들이 배의 사람들을 죽이고 죄수들의 탈옥을 도운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배. 죄수들은 한국으로 향하는 항로를 뒤엎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과연 그들의 계획이 성사될 수 있을까?
하드보일드
우리나라가 확실히 잔인한 장르가 발달한 나라는 아니다. 일단 나부터 그렇게까지 잔인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많은 분들의 취향과도 이어진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우리나라 시네필들한테나 익숙하지 일반 대중들은 사실 잘 모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외화 수입이 발달했긴 했지만 한국에서 로컬화를 시켜서 표현하긴 좀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기화라는 게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가 도달한 성취, 또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는 폭력에 대한 수위다. 영화는 하루 온종일 내내 피 튀기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이런 건 기본이다. 심지어 팔다리 뜯는 게 꽤나 자주 나온다. 팔과 다리가 몸을 관통하기도 하고 목을 조르다 못해 손가락으로 찌르기까지 한다. 이런 취향이 있으신 분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느낄 만큼 수위가 굉장히 세다. 이렇게 수위를 세게 설정하면 장르적으로 아드레날린이 급상승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건 후반부 장르 비틀기와도 관련이 있다. 이 장르와 높은 수위는 확실히 시너지가 있다.
또 예고편에서도 잠깐 모습을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담당 배우가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한데, 바로 이 영화는 장르가 중반부를 넘어서 한번 뒤바뀐다(또 이 장르 변화가 영화 엔딩이랑 크게 관련이 없기도 하다). 그러니까 영화 구성이 1부/2부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전반부/후반부에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기는 한다. 1부는 스릴러물이다. 범죄자들이 합심해서 경찰들을 죽이고 탈옥을 도모하는 게 영화의 중심 내용이다. 2부는 호러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등장해 배 승객들이 생존게임을 펼친다는 것이 주요 서사다. 1부 범죄/스릴러물에서 빌런 종두가 강력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좋은 연기를 펼쳐 보이며 시각적으로 압도한다. 또 뭔가 찝찝한 화면 색감이나 배 안을 구현한 미술까지 나름 장르적인 특색을 잘 갖췄다고 볼 수 있다. 2부 호러물에서는 '초대받지 않은 그것'의 연출이 좋았다. 동선이나 액션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했다. 중후반부 영화를 이끄는 주요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당 배우가 연기력으로는 검증받은 사람이기도 하고 이 인물을 중심으로 한 승객들의 리액션이 잘 구성되어 있어서 2부 자체로도 몰입하기 좋다. 또 극후반부 액션도 잘 뽑았다. 후반부 액션 연출은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의아한 선택
1, 2부 각각의 완성도 자체는 좋았다. 두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부분이 러닝타임 곳곳에 보인다. 이거까진 좋았다. 그런데, 사실 이 장르 변동이 영화에 플러스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써보자면 전후반부의 구분선 때문에 러닝타임을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단 전반부. 경찰을 살해하고 탈옥을 도모하는 죄수들의 이야기다. 후반부. 예상하지 못한 변수 때문에 배 안이 혼란 속에 빠진다. 이 두 가지를 기준선으로 잘라 중심인물로 다르게 설정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반부는 서인국 캐릭터가, 후반부는 성동일 캐릭터가 이끈다. 제목이 두 번 들어가는 건 이 구분선을 더 선명하게 해 준다. 가장 처음에 '늑대사냥'이 제시되는 부분이나 후반부에 제목이 왜 '늑대'가 들어갔는지를 보면 이는 극이 두 번으로 나뉘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1,2부가 딱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가령 <헤어질 결심>을 보자. 이 영화 역시 1,2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래의 남편 기도서의 살인사건이 1부, 사기꾼 임호신의 피살사건이 2부다. 두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서래와 해준의 사랑이야기가 영화의 주요 서사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사건 사이에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1부의 로맨스를 2부에 감정적으로 터트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박찬욱, 정서경 두 사람이 극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정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또 홍콩 영화 중 명작으로 꼽히는 <중경삼림>은 그냥 옴니버스 영화다. 애매모호하게 떡밥을 해소한 게 아니라 양조위, 왕페이 캐릭터의 사랑이야기와 금성무 캐릭터의 사랑이야기가 공간만 같지 아예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이런 설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애초부터 감독이 그걸 노리고 영화를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이 1,2부 구성이 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일단 영화 자체가 1-2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1부에서 뿌린 일부 떡밥이 2부에서 회수되기 때문이다. 인물도 비슷하고 주요한 사건까지 공유한다. 그럼 <헤어질 결심>처럼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장점으로 발휘되면 좋았겠지만 이 형식이 영화의 오히려 단점이 되어버렸다. 2부가 있기 때문에 1부가 의미 없이 느껴진다. 2부에서 불청객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마무리될 건데 1부에서 범죄자들이 경찰은 왜 죽이고 탈옥 계획은 왜 잡아? 어차피 그렇게 될 건데? 이는 반대로도 작용한다. 1부의 범죄자들의 탈출기를 주요 서사로 잡아도 이 영화는 큰 문제가 없다. 그냥 시놉시스만 생각해도 편하다. '범죄자들이 힘을 합쳐 잔혹하게 경찰을 죽이고 탈출하는 범죄/스릴러물'이라 생각하면 살짝 뻔하기는 해도 이야기에 손상이 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한 이야기가 전반부랑 큰 관련이 없으니 앞의 서사가 '왜 넣었지?'라는 의문점만 든다.
이는 이 영화의 폭력 수위와도 비슷한 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원동력은 폭력적인 에너지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굉장히 강한 수위로 영화는 내내 기를 빨아놓는다. 그런데 전반부에서 맡았던 피비린내가 비슷한 템포로 후반부까지 이어지니 아무래도 극을 보는 게 지루할 수밖에 없다. 또 그렇게 온 에너지를 분출하며 러닝타임을 봤는데 후반부에 들어서고 이야기가 평면적으로 전개되면 다 예상이 가기 시작한다. '영화 계속 이런 톤이었으니까 앞으로 저렇게 되겠네' 그렇게 예상한 것이 정확히 이루어지고, 이내 곧 맞는다. 사람이 죽는 걸 고민을 많이 했을 영화다. 애초에 감독은 이런 지점을 장점으로 염두하고 만들었을 테니까. 그런데 이 부분만 생각하고 형식과 이야기 구성이 산만하니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세상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웠다.
꼼꼼하지 않은 디테일
이렇게 영화 내내 겉돌다 보니 자잘 자잘한 아쉬움도 크게 다가온다. 첫 번째는 퀴어 캐릭터 활용법이다. 이 영화에는 퀴어 캐릭터가 나온다. 이 퀴어 캐릭터의 첫 번째 등장은 전화를 받으며 뭔가를 지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이거 사실 이럴 이유가 없다. 굳이 그 상황에서 그 성적인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그냥 의자에 앉아서 지시하는 장면만 나와도 극 전개에는 아무 무리가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 영화에서 퀴어라는 소재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이 사람만 퀴어로 설정된 것 빼곤 아무런 특징을 잡을 수 없다. 왜 이렇게 설정했을까? 간단하다. 자극적이니까. 이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넣고 싶으면 그 인물의 그 행동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영화 전반적으로 과한 폭력 수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생각은 더 탄력을 받는다. 이 연출 방식은 사실 굉장히 불쾌했다. 서사에서 1도 중요하지 않고 자극적으로만 쓰기 위해서 넣었다. 이게 소수자의 입장인 퀴어를 활용해서 그런 연출 방식을 쓴 건데 그냥 동성애 혐오같이 느껴졌다. 쓸데없이 자극적인 느낌?
또 영화 전반적으로 사운드 편집은 굉장히 아쉽다. 아마 이 부분은 영화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아도 충분할 것이다. 간단하다. 내내 귀가 아프다. 그 전부터 귀가 아프지만 특히 '그것'이 등장하고 나서가 더 아팠다. 물론 영화 안에서 '그것'의 존재감이 강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게 이 귀 따가움의 변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의 존재감으로 고통받아야 할 건 극 중 인물들이지 관객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서도 꼼꼼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나도 기대가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아는 부분이 있다. 솔직히 여기서 좀 기대했다. 극 전개의 핵심이 있을까 봐. 근데 그런 것 없다. 승객들의 대응은 굉장히 단순하다. 이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다 예상 가능하고 서스펜스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리고 극후반부 하이라이트가 되는 액션신이 있고 나서 진주 인공과 관련된 어떤 설정이 있다. 이거, 좀 많이 이상하다. 극에서 내내 제시됐던 큰 설정이랑 안 맞는다. 이게 전형적인 이야기와는 벗어나긴 했는데 그걸 위해서 기본적인 토대까지 흔들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영화 전체가 극 전체적으로 장르의 특성을 따르기보다는 '클리셰를 부순 신선함'을 추구한 티가 난다. 그런데 그것도 기본적인 완성도가 보장이 되어야 유효타로 작동하는 지점이다.
그래도 장점은 있어
뭐 그렇게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영화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있다. 성동일, 서인국, 정소민, '그것'을 맡은 배우, 그리고 극후 반부의 액션신이다. 일단 성동일 배우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많이들 아는 배우다. 또 <아빠 어디 가>나 <슛돌이> 시리즈에서 입담이 좋은 배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글쓴이는 성동일 배우의 진지한 연기를 한번 보고 싶었다. 초중반부까지는 베테랑의 클래스를 보여주지만 중반부에선 뭔가 매가리가 없었다. 그리고 후반부는 이 배우의 모든 경험치가 다 드러난다. 후반부 극을 마무리 짓는 카리스마로는 손색이 없었다. 또 서인국 배우는 처음 보는 악역 연기였는데 꽤 잘했다. 이 사람이 욕을 하는 게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이 부분도 무리가 없었다. 또 배우가 비주얼을 어떻게 구현하나? 도 영화에서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좀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문신을 그냥 좌시하지 않고 톤, 표정, 제스처로 시너지를 내는 좋은 연기가 돋보였다. 이 인물의 행보는 극에서 중요하다. 이 들쭉날쭉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 좋은 연기였다. 또 정소민 배우는 존재감이 돋보였다. 비율이 은근히 좋으시던데 이런 배우였나? 싶었다.
또 극후반부의 액션신은 정말 대단하다. 두 배우의 합이 엄청났다. 그렇게 잔인하지도 않은데 이 두 사람의 전투신이 러닝타임 내내 전개되는 고어함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두 배우가 액션을 하는 건 그렇게 자주 봤던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 하나만큼은 탄탄하게 구성해서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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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으로 호이!
- 아기공룡 둘리는 1억 년 전 거대한 빙산 조각에 갇혀 엄마와 헤어지게 되고 그 안에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한강으로 빙산 조각이 흘러 들어오게 되고 조금씩 얼음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둘리는 우연히 쌍문동에 사는 소시민 고길동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호기심 많고 말썽꾸러기인 둘리로 인해 고길동의 집은 그날부터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 거기에 ‘공포의 공갈 젖꼭지’ 희동이, 외계인 도우너, 귀부인 타조 또치, 가수지망생 마이콜이 가세하고 이들은 타임 코스모스를 타고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미래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타임 코스모스의 작동실수로 이들은 우주의 미로 속, 얼음별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둘리는 꿈에 그리던 엄마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얼음별은 우주의 악당 바요킹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고 둘리 일행은 바요킹의 추격에 쫓기기 시작한다.<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줄거리
어떤 사람에게는 슬램덩크가 어릴 적 추억이 되기도 하고 아이언맨이 어릴 적 추억이 된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초록초록한 호이를 외치는 아기공룡 둘리가 어릴 적 추억의 애니메이션이다.
어렸을 적 봤던 추억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둘리의 호이!를 따라 하고 이번에 얘기할 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에 나온 가시고기의 말투를 따라 한다. 이렇게 기억에 박힌 추억의 요소들은 평생의 삶에 나타난다. 이번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은 요소로만 존재하던 내 추억을 영상으로 다시금 펼쳐냈다.
둘리를 얘기하면 항상 나오는 재미있는 말이 있는데, 바로 '고길동을 싫어하면 아이고 고길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어른이 된 거'라는 것이다. 시사회를 가며 이 말을 확인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아직도 약간은 고길동이 미웠다.
어릴 적의 감상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럼에도 기억나는 감상과 지금의 감상의 차이가 있다면 더는 둘리 이야기가 혹할 만큼 재미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기공룡 둘리>의 전개는 아이들을 주시청자로 잡은 만큼 단순하고, 캐릭터들은 완벽하지 않다. 이런 특징은 나에게 단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방금 얘기했듯이 주시청자는 과거의 나 같은 아이들이다.
아동은 완벽하지 않아요. 그런데 검열에선 완벽한 인물을 원하는 거예요. 근데 동물을 의인화하면 검열이 완화돼요.
세상에 어른조차 완벽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아이들이 까불지 않았으면 좋겠고 사고를 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의젓하길 원한다. 이런 어른들의 욕망은 과거 둘리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현재까지도 이어져오며 이것은 미디어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 둘리는 정말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그린 어린이를 위한 영화이다. 어릴 적 내가 즐겁게 봤고 추억으로 남길 정도로 인상 깊었던 것처럼 다시 둘리가 영화관에 걸린 지금 아이들에게 둘리가 또다시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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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바디 리뷰 - 영화 노바디의 4가지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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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시작에 앞서...
01:21 1. 액션
03:10 2. 사운드 트랙
04:48 3. B급 유머코드
06:03 4. 떡밥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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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착하게 살고 싶었다. 참으려고 했다.
이제 나 건드리면 X된다!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한 가정의 가장 ‘허치’
매일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일과 가정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한테는 무시당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더 큰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모두 무능력하다고 ‘허치’를 비난하고,
결국 그동안 참고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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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 매니아라면 올해 놓치면 안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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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놓치지 않을거에요! [7번방의 선물]을 잇는 웃음과 감동! [이공삼칠] 메인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