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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5-05-30 00:18:31

주성치 스타일을 이식받은 한국형 하찮은 히어로즈

<하이파이브> 리뷰



 

 

 

오랜만에 웃었다. 일반시사회라고 할지라도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같이 영화 산업이 힘들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더 놀랍다. 본의 아니게 4년 동안 창고에 갇혀 있던 <하이파이브>가 의외로 재미졌다. 물론, 각 잡고 보면 헛점이 보이고,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장르 영화로서 관객을 만족시키는 매력은 있다. 

 

이식 하면 원래 다 이런 건 아니다. 심장 이식을 받은 태권 소녀 여학생 완서(이재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넘쳐난다. 발차기 한 번에 샌드백이 터지고, 오르막길도 단숨에 달린다. 날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이 된 피터 파커처럼 신기한 신체 경험(?)을 즐기던 완서는 어느날,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을 만난다. 자신도 장기 이식 후 신기한 힘을 가졌다면서 자신들처럼 장기를 이식받은 기동(유아인), 선녀(라미란), 약선(김희원)을 찾아나선다. 

 

 

 

 

 

 

특수 혈청을 맞아 힘을 가진 것도, 과학 천재라서 슈퍼 수트를 만든 것, 방사능에 노출되어 괴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냥 장기 이식을 받았을 뿐이다. 심장, 간, 폐, 신장, 각막을 이식받은 5인은 각각 괴력과 스피드, 치유력, 강풍, 초능력 분배, 전자파 제어의 힘을 갖는다. 평범하지 못해 루저의 삶을 살았던 이들에게 초능력은 어쩌면 그들의 비루한 일상의 전환점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괴력과 스피드를 가진 완서는 모든 걸 감시하는 아버지 울타리에 갇혀있고, 강풍 능력을 가진 지성은 세상을 비관하며 시간 날 때마다 비트코인 등락폭만 보고 있다. 기동은 손가락 하나로 도박장에서 돈을 긁어 모으지만, 백수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선녀는 과거의 삶에 묶인 채 열심히 야쿠르트를 판다. 약선 또한 피 땀 흘려 번 돈을 사이비 종교에 헌납한다. 

 

영화의 코믹 유발 시작점은 5명의 초능력자들이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고, 능력을 쓴다고 해도 너무 사소한 일에 사용하는 그 모습이다. 초능력이 있어도 하찮은 일에만 쓰고, 변함없이 한심하고 찌질하게 사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프다. 특히 강풍 능력이 있는 지성과 전자파 제어 힘을 가진 기동(유아인)은 견원지간을 방불케하는 자존심을 싸움을 벌이는데, 이는 극중 주요한 웃음 동력으로 작용한다. 중반부 둘의 오묘한 장면도 한 몫한다. 

 

 

 

 

 

 

코믹함은 좋다. 주성치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B급 코미디와 강형철 감독 특유의 말맛으로 이뤄진 코미디가 균형을 이뤄가며 계속 진행되는데, 종종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관객의 웃음을 공략하는 적중률은 꽤 높다.  

 

중요한 건 이 웃음들이 단순히 휘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써니><스윙키즈>의 주인공들의 성향을 이식한 것처럼, 이번 주인공들 또한 관계가 서툴다. 각자의 이유로 친구가 없는데,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이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점점 막역한 친구가 되어간다. 이 과정 속에서 멤버들의 아픈 과거가 나오는데, 웃음 뒤 자리한 페이소스가 잘 배합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오합지졸 모인 이들이 팀워크는 후반부 췌장 이식자인 사이비 교주(신구, 박진영)와의 대결 시 필살의 힘으로 작용하며 멋진 결말로 가는 길을 틔워준다. 

 

 

 

 

 

 

 

단, 액션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강형철 감독은 주성치 영화 스타일을 이식해 B급 액션을 구현했는데, <소림축구> <쿵푸허슬>를 좋아한다면 괜찮지만, 반대라면 액션 디자인에 대한 물음표를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초반 완서의 달리기 장면이나 야쿠르트 카트 체이스 장면, 그리고 하이파이브 멤버들과 사이비교주의 대결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희열을, 누군가에게는 완성도에 따른 의문을 가질 터. 초반 액션은 좀 튀어 보이지만, 주성치 느낌의 액션을 구현하기 위한 목적성을 이해한 이후에는 걸림돌이 사라지겠지만, 그 반대라면 끝날 때까지 눈에 가시처럼 보이긴 한다. 개인적으로는 주성치 영화는 물론,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액션을 봤을 때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취향 타는 액션의 빈 곳은 역시나 배우들이 메운다. 감독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은 각 캐릭터와 너무 잘 붙는다. 이재인은 첫 주연이 맡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 액션 만큼 대사를 통한 코미디 연기가 참 좋았는데, 안재홍과 아버지로 등장하는 오정세와의 대화 장면은 끝내 웃음꽃을 피워낸다. 유아인, 라미란, 김희원 등 다수의 배우들도 각자가 맡은 캐릭터를 잘 연기하는데, 유아인은 <승부>에 이어 이번에도 호연을 펼친다. 그래서 안타까움이 두 배로 든다.  

 

 

 

 

 

 

<하이파이브>의 독특한 코믹 액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다면, 일단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즐기자. 기자간담회에서 강형철 감독은 “정체성이 오락영화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고 초능력을 넘어서는 더 위대한 힘은 주변의 친구, 가족”이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감독의 말처럼 친구, 가족과 함께 한국형 하찮은 히어로즈의 성장을 웃으며 지켜보기 바란다. 

 


덧붙이는 말: 강형철 감독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악이다. Rick Astley의 'Never Gonna Give You Up'을 비롯해 추억의 팝이 등장하는데, 적지적소에 삽입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더한다. 극장 밖을 나가면 ost를 쭉 들어보기 바란다.  

 

 

 

사진출처: NEW

 


평점: 3.0 / 5.0
한줄평: 마음을 비우고 코믹에 몸을 맡기면 ‘하이파이브!’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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