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5-05-28 08:12:49
액션 영화의 공식을 담았다. 감상 끝
브릭레이어
그리스에서 한 기자가 살해되었다.
언론은 이 일을 CIA가 벌인 일로 몰아가고 있었고, 현장 증거도 꽤나 그럴싸해 CIA가 범인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위기를 느낀 CIA는 그들이 버린 카드인 전직 요원 스티브 베일을 다시 기용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CIA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이 일을 받는다.
함께 임무를 수행할 케이트도 함께 동행하지만 이 남자, 뭔가 감추는 것 같고, 수상하다.
그를 향한 케이트의 의심은 커져 가는데.....
1. 이 리뷰는 액션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고백하자면 나는 액션영화를 보고 액션이 좋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액션 영화를 보려 가서 액션 장면은 전부 눈 감거나 다른 곳을 보면서 허공을 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무리 픽션일지언정 유혈사태를 보고 정신이 온전할 자신이 없다.
그런 사람이 액션 영화에 대한 리뷰를 한다니,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번 리뷰에는 액션에 대한 어떠한 상세한 리뷰도 없다.
정말 죄송하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다분히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뿐일 것이다.
2. 전형적인 미국 친화적인 영웅의 등장
순전히 나의 의견이긴 하지만 다분히 미국적인 히어로물의 몇 가지 공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1. 과묵하고 마이웨이 성향이긴 하지만 임무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굉장한 남성성을 소유한 요원 (아무래도 첩보요원이니 남성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자)
2. 생각보다 낭만을 꽤나 중요하게 여겨서 자신만의 문화적인 취미가 하나씩은 있다.
3. 꽤나 로맨티시스트인 경우가 많다. (언제나 굳이? 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주절주절)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헐리웃 영화의 히어로들은 대충 이 요소들 하나는 해당되지 않을까.
'브릭레이어' 속 스티브 베일도 전형적인 이런 요소들을 모두 갖춘 캐릭터이다. 내가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자신감 하며, 또 그 말을 제대로 이행하는 상남자적 바이브 하며, 그 와중에 음악을 사랑하는 낭만도 놓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메인 빌런인 라덱과의 유대가 있었던 것이 중간중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가 라덱의 죽음 혹은 실종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대충 봐도 그건 알 수 있게 된다.
다분히 공식에 충실해서 캐릭터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액션물은 히어로가 얼마나 멋있는지, 그에 따라 소위 뻑이 가게 되는지에 승패가 갈린다고 생각하는데, 베일은 충분히 멋있지만 그 정도 멋있는 영웅들은 충분히 많이 생각이 나는 것을 보아 다른 영웅들과의 차별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는 아직 나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데드풀의 경우 앞의 모든 요소들을 충족하지만 단 한 가지를 위배했는데, 과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을 그렇게 잘 놀릴 수가 없었다.
토니 스타크 또한 그도 그렇게 과묵하진 않았었다. TMI가 많았던 히어로라고나 할까.
이 공식들에 하나는 위배되어야 사람들이 캐릭터적으로 신선하다고 느낄 텐데, 이 베일 양반은 클리셰 영웅이셨던 것 같다.
분명히 멋있고, 액션도 시원한 편인 것 같은데 그 다음의 장면들이 예상 가능하다.
분명히 멋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계속 생각난다. 예를 들면 토니 스타크... 예를 들면 슈퍼맨 기타등등...
3. 여성 캐릭터들의 클리셰
이 영화들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도 굉장히 예상 가능한 캐릭터들이다.
CIA 중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중에 그리스 지부장은 믿는 것을 보며 '아, 이 분은 전여친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처음에 케이트와는 혐관인 것을 보면서 '아, 케이트와는 로맨스가 생기겠구나'라는 느낌이 오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나의 예상은 대체로 맞아 떨어졌다. 여성 캐릭터들을 주인공의 조력자이기도 하지만 로맨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로 그려내어 아쉽다.
액션 영화와 로맨스 영화는 만드는 데 있어 참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액션 장르 또한 워낙 명작도 많고 하다보니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눈도 많이 높아져 웬만큼의 멋있음과 액션 그리고 캐릭터성만으로는 대중들을 사로잡긴 힘들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만드는 사람들의 고충도 깊어지겠지.
쓰다가 딴 길로 새긴 하는데, 그런 점에서 참 액션의 퀄이 다소 촌스러울 수는 있으나
서사나 캐릭터성으로 봤을 때에는 00년대의 감성을 현 시대 액션 영화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도 그렇고, 원티드도 그렇고.....
그 시절의 액션 영화들이 훨씬 센세이션했었던 것만 같다. 그래서 여러 국가에서 양산되는 새로운 액션 영화를 볼 바에는 이런 과거의 액션들을 내용을 다 알면서도 계속 N차 관람하는 것이 더 재밌는 것 같다.
4. 반가운 배우와의 만남
뭔가 전부 다 디스만 한 것 같은데
오래간만에 반가운 배우를 만나서 그저 반가웠다.
물론 새로운 배우를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지만
이미 알고 있지만 소식을 잘 모르던 배우가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론 에크하트 배우는 나에게 있어 '다크나이트'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배우이고
어렸을 때 몇 가지 영화를 통해 활발히 활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배우인데
간만에 보게 되는 것도 반갑지만 무려 적지 않은 나이일 텐데 중후한 액션 스타의 모습으로 보니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추억의 배우가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내심 기뻤던 것 같다.
그가 나의 가족도 아니고 그렇게 덕질하던 배우도 아니면서 유난인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의 활동을 응원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잘 못 만들었다고 할 만한 영화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 영화가 될만큼
잘 만든 액션 서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액션 자체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없어 액션 서사라고 표현해본다.) 나는 액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싶은 분들이 있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참여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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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산장 내 노이즈 캔슬링 특화가족 '조용한 가족'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9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조용한 가족"에서 소중한 추억을 떠올려보자조용하고 소박하게 운영할 산장을 오픈한 가족
하지만 자꾸 시끄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외부로 새나갈 잡음 차단을 위해 노력하는데...산장내 비친된 유머와 상상력을 키워줄 그 시절 잡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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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의 리메이크 / 말할 수 없는 비밀 / 판타지 로맨스 멜로 / 도경수, 원진아 주연 / 행복한 잔상의 수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말할 수 없는 비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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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비극과 배신이 삶을 덮친다.
기이하고 불길한 뭔가를 발견한다.
한순간에 가족과 동족을 잃은 여인.
오직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그녀가 짙은 어둠을 마주한다.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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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30초 예고편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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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함을 가진 루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짭벤져스
삶에는 우울한 순간들이 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그런 우울한 순간들을 만난다면, 삶의 방향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그저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 속에 답답함과 슬픔이 공존하게 된다. 그런 우울한 순간들이 쌓이면 마음의 응어리가 커지고, 그건 감정의 공허함으로 표출된다. 자신이 하던 일에 몰입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게 다 무슨 소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영화 <썬더볼츠*>는 마블 영화의 분위기와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중심인물은 1대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스칼렛 요한슨)의 동생인 옐레나(플로렌스 퓨)다. 옐레나는 나타샤의 죽음 이후 암살자 일을 계속하며, 누군가를 살상하거나 다치게 하는 임무를 반복한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자신을 죽이려는 또 다른 암살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옐레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그의 심리상태가 중심에 놓여 있으며, 특히 이번 영화의 빌런인 센트리/밥(루이스 풀먼)과의 연결을 통해 그 감정은 더 깊어진다.
[첫번째 감정] 옐레나의 공허함
옐레나는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언니를 잃었다. 타노스의 블립으로 몇 년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온 그는, 블립 기간 중 나타샤가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존재와 이별할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상실한 것이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밝았던 부분이 언니와의 관계였을지 모른다. 그 외에는 옐레나에겐 밝음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린 시절, 같이 훈련받던 동료를 밖으로 유인해 죽게 만드는 일을 시작으로 그는 철저히 암살자로 교육받아 성인이 되었고, 그저 어둠 속에 숨어 살인을 수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정부는 옐레나를 언제나 암살자로만 대했고, 정의로운 일을 하는 히어로들과의 거리는 멀었다. 그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전문가였지만, 그 가치는 세상에 드러날 수 없었다. 그 반복되는 인정받지 못함과 무력감이 결국 옐레나의 공허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아빠인 알렉세이(데이비드 하버)는 늘 엉뚱한 자기 자랑만 늘어놓았고, 나타샤의 죽음 이후엔 옐레나를 피하기까지 했다. 그는 의지할 가족조차 없었다.
그런 옐레나가 이번 영화에서 만난 건, 자신처럼 무너져본 사람들이었다.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에이바(해나 존 케이먼), 버키(세바스찬 스탠), 그리고 밥은 모두 과거 루저였거나 현재 세상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다. 옐레나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공허함을 공유하고, 공감받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어둠을 직시하고, 비로소 그 안에서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는다. 어둠 속에 내리던 그림자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감정] 밥의 공허함
밥은 영화 초반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무도 그에 대해 아는 이 없이 등장한다. 사실 그는 과거 마약 중독자였고, 실험 지원자로 정부의 비밀 초능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오랜 잠에 빠졌던 인물이다.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퓌스)가 주도한 그 실험은 어벤져스의 부재를 메우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인간을 고려하지 않은 잔혹한 실험이었고, 결국 센트리라는 위험한 존재를 만들어냈다.
밥이 센트리로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가진 어둠이 드러난다. 그는 본래 순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물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된 공허함은 엄청난 초능력과 맞닿으면서 파괴적인 성향으로 변질된다. 센트리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을 어둠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만든다. 결국 센트리는 밥이 만든 또 하나의 자아이자, 과거의 상처가 만든 괴물이다.
그 괴물과 싸우기 위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건, 자신도 어둠을 품고 있는 옐레나와 썬더볼츠 멤버들이다. 그들은 누구도 완전한 영웅이 아니지만, 밥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그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과거가 어땠든,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안의 어둠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밥은 그렇게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세 번째 감정] 루저들의 따뜻함
썬더볼츠의 멤버들은 사회로부터 버려진 존재들이다. 옐레나는 암살자였고, 존 워커는 캡틴 아메리카였지만 민간인을 살해해 사회에서 퇴출되었다. 알렉셰이는 레드 가디언으로 과거 러시아에서 슈퍼솔저로 활약했다. 과거 에이바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고스트 슈트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지키는 과정에서 빌런이 되었다. 버키는 오랜 세월 세뇌된 암살자 윈터솔저로 살았고, 자신의 의지로는 끊어낼 수 없는 과거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했고, 세상 역시 그렇게 규정했다.
그들이 진짜 변하는 건, 부속품으로 쓰이던 자신들을 벗어나 서로의 공허함을 드러낸 순간부터다.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이해하게 된다. 썬더볼츠는 단순한 팀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는 공동체가 된다. 영화에서 옐레나는 그 중심에 선다. 혼자 어둠을 통과했던 사람이, 다른 이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는 존재로 성장한다. 그 변화가 영화의 감정을 이끈다.
무엇보다 <썬더볼츠*>가 특별한 건, 그 따뜻함이 조롱조차 품어 안는 데 있다. 영화는 스스로를 ‘짭벤져스’라고 비웃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둠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며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큰 선물이다.
‘성난 사람들’ 감독이 만들어낸 새로운 분위기의 마블 영화
<썬더볼츠*>는 마블의 기존 세계관 안에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액션보다는 심리적 서사에 집중한다.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어두움, 외면당한 트라우마, 그럼에도 서로를 위로하려는 따뜻함이 중심이다. 어찌 보면 히어로물보다는 심리치료 영화에 가깝다.
타노스 이후, 계속 힘을 잃어가던 마블의 흐름을 바꿔주는 영화로 볼 수도 있다. 플로렌스 퓨는 블랙 위도우라는 새로운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감정 연기의 폭이 넓고, 이 역할을 아주 설득력 있게 완성해냈다. 플로렌스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스턴트도 직접 해냈고, 그의 얼굴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면서 심리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세바스찬 스탠, 와이어트 러셀, 해나 존 케이먼, 루이스 풀먼도 자기 캐릭터의 무게를 단단히 지킨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성난 사람들>로 국내 팬들에게 인상 깊은 인장을 남겼던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이 맡았다. 과감하게 분위기를 달리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캐릭터의 내면과 심리를 차분하게 끌어올리며 이전 마블 영화들과는 다른 무드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블랙 위도우>와 <팔콘과 윈터 솔져>, <호크아이> 시리즈 등에서 활약한 에릭 피어슨이 각본을, <더 배트맨>, <듄>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들려준 마이클 지아치노가 음악을 맡아 마블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도 감정에 집중한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흔한 히어로 액션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인물들이 다시 살아가려는 이야기로 무게중심을 옮긴 선택이 반갑다.
이 영화는 2개의 쿠키 영상으로 마무리되며, 이후 등장할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암시한다. 뉴 어벤저스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이 팀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고 진짜 같은 영웅들이 아닐까. 공허함과 상실, 어둠과 따뜻함. 이 감정들을 이토록 정밀하게 풀어낸 히어로 영화는 많지 않다. 공허한 마음에 묘한 울림을 남기고 싶다면, 이 ‘짭벤져스’의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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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激突! ラクガキングダムと ほぼ四人の勇者, 2020
작년 현장실습이 끝나고, 극장에서 못 보던 영화들이 한 번에 몰아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영화들을 기대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성기 시절만큼의 폼은 아니더라도 해왔던 것들이 있기에 차마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고요.
그렇게 보게 된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은 '사라진 제 짱구를 찾습니다!'라는 단말마와 같은 평가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속았음에도 이번에 다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된 이유는 이번 극장판이 기존 극장판과는 다르게 원작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극장판들은 원작이 있던 반면에 이후 극장판들은 오리지널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일본 개봉 기준으로는 25년 만에 원작을 가지고 만든 극장판인 것이죠.
그러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하는 극장판으로 역시 기대를 품게 만들었는데, '과연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은 사라진 아이들의 낙서로 어느새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왕국은 기존 국왕에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공주는 자신의 부하에게 '미라클 크레용'을 건네며 '낙서 왕국'을 구해줄 용사를 찾을 것을 부탁하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낙점된 "짱구"는 먼저, '미라클 크레용'으로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그리는데...원작을 모르는데, 익숙하다?
1. 강도 높은 웃음을 어떻게 대체하나?
앞서 말했듯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눈치채고서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저와 같은 성인 관객들이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나 웃겨주는지?"일겁니다.
근데, 이 웃음의 기준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전 극장판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의 리뷰를 살펴보면, '"성기"가 노출되는 표면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헨더랜드의 대모험>에서 인형이 된 부모님을 향해 "아빠! 맘모스가 없어요.. 엄마! 가슴이 커졌어요!"는 대사가, <암흑 타마타마 대추적>은 구슬을 삼킨 짱아에게 짱구가 '하나만 더 삼키면, 남자가 된다'라는 대사, 그리고 <불고기 로드>에서는 유부남 상사를 좋아하는 여성의 상황'까지 이처럼 성인이 봐도 헉! 할 만큼이죠.이제는 'PG 등급'이니까!
그렇기에 한껏 순해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웃음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냐?'에 해당 작품의 만족도를 달라질 겁니다.
물론, 해당 작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때만큼 높은 수위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유머에 큰 불만이 없는 이유는 "낙서"라는 소재를 통해서, 어른과 아이을 대치하는 것도 있으나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분한 작품입니다.2. 이걸 애들 보는 만화에서 보여줘도 되나요?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국내에서 "국방장관"으로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악당"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악당"으로 바라볼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의 특성상 낙서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어른들이 곱게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손을 놓고 바라보는 국왕의 모습을 보자니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동기는 확실하게 설득되었거든요.
이후 이야기에서 아이들을 어른들로부터 격리시켜, 재우지도 않고 낙서를 시키는 모습은 삐뚤어진 애국주의자의 모습과도 꽤 겹쳐 보였습니다.이렇게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마지막에는 "제발, 낙서를 해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애결하는 모습까지 악당을 떠나서 완벽한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지는 유일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도 "가짜 이슬이 누나"라든지 "부리부리 자에몽"과 같은 캐릭터들도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경우. 극에서 눈물을 담당하는 역할들로 특히, "부리부리 자에몽"는 "오마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돼지발굽>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저와 같은 관객들에게는 때아닌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3. 나의 가장 보편적인 악당들
앞서 말했듯이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원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아는 사람들은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로 그 어느 극장판처럼 낯설겠지만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앞에서 언급한 "부리부리 자에몽"의 마지막 모습에 <돼지발굽>을 연상시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낙서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원숭이"들과 대결했던 <정글>을, 초반 왕국의 추격전 구도와 "판타지"적인 요소는 <헨더랜드>의 장면들이 떠오르니 여러분들도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나요?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작품?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번 극장판에서 악당으로 출연하는 "국방장관"의 동기에 납득한 것처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극 중 후반부에 "낙서 왕국"이 떨어져 마을에 위험이 닥치자 사람들이 "미라클 크레용이 어딨냐고!"면서, 다그치는 장면은 불안과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거든요.
분명히, "낙서 왕국"을 다시 끌어올릴 방법을 인지했음에도 도망치는 모습과 애결하는 악당은 모습은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악이라는 것을 그것도 아동만화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4.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까?
그렇기에 마지막 엔딩에서 "아동 만화"스러운 급하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과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킨 "국방장관"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활용되지 않는 것도 아쉬움으로 적용됩니다.
그토록 흔했던 "오카마", 여장 남자들도 사라지고 성인들이 헉! 할 만큼의 유머도 사라진 이 마당에 올드팬들에게 오늘날의 극장판들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인 관객들에게는 다음을 혹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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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배트맨' 리뷰
*영화 '더 배트맨'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래된 시리즈 속의 인물들이 다들 그렇지만 특히나 배트맨의 어깨 위에 올려진 짐은 막중했다. 팬들은 배트맨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 속에 '다크나이트'라는 영화가 있다. 전례 없는 악당의 존재가 만들어낸 드라마는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다 놓기에 충분했다. 배트맨도 제 몫을 다했다. 그가 내린 선택은 영화의 오프닝 장면만큼 강렬한 엔딩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 뒤로 배트맨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나 TV 시리즈에서는 크고 작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훌쩍 나이를 먹어 원숙해지기도 하고, 더 단단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중요한 건 작품마다 배트맨이 어울릴 수 있는 판이 달랐다는 점이다. 고담시를 수호하던 영웅은 어느새 지구를 지켜야 하는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전 세계를 지켜야 하는 영웅의 모습에서 다시금 돌아간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근원적인 정체성인 탐정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동시에 무대 또한 홈그라운드로 줄어든다.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면서도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점들이 빛을 발한다. 어둡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도시의 모습은 이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인물이 가진 강점과 매력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빌런으로 판을 뒤흔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토마스 웨인이라는 인물의 설정이다. 브루스 웨인이 부모의 죽음으로 자경단 활동에 나섰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묘사하진 않는다. 그동안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은 의사에 자선가로 인격적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표현되었다. 여기서는 다르다. 그가 과연 도덕적이기만 한 인물이었을까? 이토록 부패한 도시의 재벌이 잘못된 선택을 내린 적이 없었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서 토마스 웨인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버지의 죄'라는 테마를 통해서 극 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룹이 연결된다. 고담이라는 도시의 상황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감각된다. 이는 배트맨에게도 마찬가지다. 복수를 통해 죽은 부모님을 향한 비현실적인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인 리들러의 행동이다. 그는 자신처럼 고아인 배트맨이 본인과 비슷한 동기(복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리들러가 배트맨에게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았다는 등 아캄에서 보였던 반응은 전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리들러가 기존 시리즈의 악당과는 다르게 배트맨이라는 인물에 대해 동질감을 느꼈다는 점은 그만큼 배트맨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왔던 일이 본래의 목적의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는 말이 된다.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범죄자가 그를 자신의 팀으로 설득하고 싶어 할 정도로 탈선한 상태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영웅이나 악당의 행동 모두가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이 모든 맥락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검은 옷을 뒤집어쓴 자경단원을 대하는 경찰들의 시선 또한 그렇다. 실제로 주변에 있었다면 나라도 저렇게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이나 사물, 인물을 일상으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이질감을 세심하게 표현한다. 브루스 웨인에게서 풍기는 우울감도 그렇다. 부모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면모를 보이기는 했어도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 상태의 구분이 명확했다. 여기서는 다르다. 초점이 온전히 배트맨의 활동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균형은 깨진 상태이다. 무력한 상태에 놓이고 싶지 않아서 강박적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 활동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우니 회의감에 빠져있는 입장이다. 이런 감정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이 영화 속에서 배트맨은 악전고투한다. 2년 동안 활동을 해왔지만 여전히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부정부패는 끊이지 않고 활동에 회의감이 든다. 숱한 경험을 토대로 단련된 초인이 아니고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건을 막기에도 급급하다. 막연한 믿음으로 자경단 활동을 지속하기에 역부족인 시점이다. 배트맨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점차 변해간다. 그의 변화는 비약하거나 도약하지 않고 아주 작은 호의와 행동으로 드러난다. 겨우 한 걸음 정도의 변화일 뿐이다. 보면 배트맨에게 기대하는 바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맞닿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가 초인 영웅이 아닌 철인 영웅이라 좋았다. 배트맨은 질문과 자기반성, 성찰을 통해 힘을 얻는다. 본인의 삶을 제어하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이 분명하다.
이후에도 시리즈가 나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후속작이 나오면 이번 영화보다는 브루스 웨인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업가나 재력가로서의 역할을 통해서 배트맨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도할 수 있다. 다수의 시민에게서 희망을 보고 복수에서 발전한 존재가 되려는 고민을 시작했으니 본인의 다른 페르소나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패가 될 것 같다. 물론, 고담이라는 환경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더 많은 시련이 있겠지만 해법은 분명 이번 영화와는 달라질 것 같다. 악당들도 기대가 된다. 이번에 나왔던 리들러처럼 다음 적수 또한 무척 난적이 될 테니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더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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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객전도가 낳은 형보다 못한 동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런던에서 헤이그까지 킬러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보디가드 자격증을 박탈당하고 매일 밤 그의 악몽에 시달리는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정신과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탈리아에서 안식년을 즐기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휴가 첫날 그의 앞에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액)’가 등장하면서 그의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그녀와 함께 납치된 다리우스를 얼떨결에 구해낸 마이클은 뒤이어 인터폴 요원 '바비(프랭크 그릴로)'의 강요 같은 의뢰를 받아 그리스의 갑부 테러리스트 '아리스토텔레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유럽 전역을 표적으로 계획 중인 테러를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속편의 저주'는 영화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표현 중 하나다. 센세이셔널한 평가를 받거나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작품들이 시리즈화될 때, 본연의 매력과 신선함을 잃어가면서 이전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처럼 많은 속편이 저주에 시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주객전도를 빼놓을 수는 없다. 전편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했던 매력을 강화하기보다는 규모를 키우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등의 변화를 추구한 결과 본연의 정체성을 잃고, 결국 관객들의 기대치와 만족도 또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실사로 보여주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트랜스포머> 시리즈이지만, 1편 이후 로봇의 변신이라는 핵심 테마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인간 캐릭터나 미군들의 무용담만을 늘어놓은 결과 실패를 맛봤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2편에서 신비한 동물들의 비중과 분량을 줄인 결과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허당처럼 보이지만 실상 냉혹하고 천재적인 해적 잭 스패로우를 단순한 개그 캐릭터로 변질시킨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편의 주역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이 건재하고, 모건 프리먼과 프랭크 그릴로가 합류해 덩치를 불린 <킬러의 보디가드 2> 역시 실패한 속편의 전철을 착실히 따른다.
전편인 <킬러의 보디가드>를 돌이켜 보자.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버디영화다. 겉모습부터 상극인 두 주인공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갈등과 화해를 숱하게 반복하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서로의 개인사와 고충을 공유하고 또 해결하면서 같은 편으로 거듭나는 버디무비의 전형을 답습한다. 전반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 같은 작품과도 하등 다를 게 없다. 단지 그 이야기를 화려함과 잔혹함 사이를 오가는 액션과 유쾌함과 저속함을 넘나드는 코미디, 그리고 데드풀 그 자체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걸쭉한 입담이 시그니처인 사무엘 L. 잭슨이라는 배우들의 존재감으로 포장했을 따름이다.
이때 영화는 제목대로 두 주인공 중 보디가드인 마이클을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둔다. 마이클은 전 인터폴 요원인 전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악명 높은 킬러 다리우스의 경호를 부탁받았고, 실제로도 런던에서 헤이그까지 경호의 범주를 벗어난 일은 하지 않았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이자 악역인 벨라루스의 독재자 '블라디미르(게리 올드만)'의 음모를 알아내고 그를 심판하는 것은 모두 그와 악연이 있는 다리우스의 몫이었고, 이는 마이클의 서사에 종속된 하위 플롯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클을 철저히 보디가드의 본분인 경호에 충실하게 한 선택이 두 가지 측면에서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우선 보디가드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액션신을 접하기 때문에 자연히 긴박함과 긴장감이 고조된다. 언제 어디서 공격당할지 모르는 와중에 어떻게든 다리우스를 지켜야 하는 의무감이 부각된 결과다. 그렇게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액션은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액션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또한 이는 코미디 영화라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게 직업인 사람을 보호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기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마이클과 냉소적으로 받아치고 비꼬는 다리우스의 호흡이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공감 섞인 웃음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작 <킬러의 보디가드 2>에서 마이클이 더 이상 보디가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서 마이클은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보디가드이지만, 실상은 납치된 다리우스를 구하고 유럽을 노리는 테러리스트와 그의 정보를 추적하는 등 인터폴에 고용된 첩보원에 가깝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쫓기는 입장이 아니라 전 유럽의 테러를 막기 위해 누군가를 쫓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피렌체에서의 카 레이싱 장면만 보더라도 그는 쫓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추격전 역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다가 발각된 결과일 뿐이다. 누군가의 보디가드라는 전편과 동일한 형식의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내용적으로는 쉴 새 없는 입담과 허술한 듯 뛰어난 액션, 능청스러움을 한 데 묶어 마이클을 마이클 답게 만들어주는 '보디가드'라는 정체성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분명 15세 관람가였던 전작보다 더 잔혹해졌고, 헬리콥터와 추격전을 펼치거나 호화로운 요트를 박살 내는 등 볼거리도 더 많아진 액션씬은 좀처럼 이목을 끌지 못한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도, 예상치 못한 습격을 경계하는 서스펜스도 없으니 좀처럼 집중이 되지도 않고, 긴장감도 없다. 세계 최고의 경호원과 킬러라고 추켜 세울만한 인물을 등장시키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해도 이미 전편에서 주인공들의 능력을 목격했기에 이러한 노력은 역부족이다. 이에 더해 코미디의 관점에서도 등장하는 횟수에 비해 유머가 터지는 타율이 극히 낮아진다. 마이클과 다리우스가 사소한 일로도 시종일관 말다툼을 벌이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소소한 다툼 하나하나가 웃음을 자아내던 전편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킬러와 보디가드라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온 두 사람 간의 간극과 아이러니라는 근간이 사라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렇듯 캐릭터, 플롯, 액션, 코미디가 모두 와해되자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여러 시리즈의 속편들이 선택한 변화를 답습한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악수로 귀결된다. 우선 악역의 스케일을 국가적 차원에서 대륙적 차원으로 확대시킨다. 전편의 악역인 블라디미르가 자국 내에서의 인권탄압 사실을 인멸하려는 독재자였던 것과 달리 새로운 빌런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전 유럽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테러를 준비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빈약하고 허황된 악역의 목적과 철학은 급격히 커진 스케일을 좀처럼 지탱하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를 제재하려는 EU의 경제정책이 그리스를 무시, 차별, 탄압하는 처사라면서 이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전 유럽을 겨냥한 테러를 계획한다. 그리스야말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유럽 문명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EU의 경제 제재는 그리스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권탄압을 용인한 독재자라는 전편의 설정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신념과 목적은 현실성과 극 내부의 논리 모두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존재감이 미약해진 빌런은 극 전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평면적인 캐릭터 구축으로 인해 스페인 영화 <페인 앤 글로리>에서 극찬을 받은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역량을 온전히 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덤이다.
또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투입해서 액션과 코미디 양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마이클과 다리우스의 관계성을 변주한다.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Hitman's Wife's Bodyguard)>라는 영어 제목에 걸맞게 남편보다 입이 거칠고 두 주인공보다 망설임 없이 총을 쏘는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의 비중을 잔뜩 늘린 게 그 예시다. 프랭크 그릴로가 연기한 인터폴 형사 바비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세 주인공을 매정하게 배신할 수 있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이에 더해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마이클의 아버지는 마이클의 가슴 아픈 과거사를 소개하고 약간의 반전을 통해 긴장감을 더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중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는 이는 없다. 소니아가 남발하는 19금 유머는 너무 직설적이라서 유머 같지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존재는 마이클과 다리우스의 케미스트리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액션 역시 더 과격하고 난폭해지는 것 외에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바비는 세 주인공을 첩보 작전에 투입시키고, 주인공들이 직면한 임신과 보디가드 자격증 회복이라는 개인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치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마이클의 아버지가 선보이는 반전 역시 복선과 암시가 전무한 수준이라서 전개의 편의상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사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어디까지나 재밌게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킬링 타임 영화다. 결코 작품 내적인 완성도가 만족도와 직결되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지향점이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재미와 쾌감을 추구한 전편과 비교할 때 거의 모든 부분에서 퇴보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고, 이러한 퇴보의 내용은 팝콘 무비로서의 장점까지 앗아갔기 때문이다. 결국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주객전도가 낳은 형보다 못한 아우에 그치고 만다.
D(Dreadful, 끔찍한)
클래식한 속편의 저주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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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동안 미세먼지가 정말 심했는데요.ㅠ 주말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셨는지요?
이번 주는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고 하니,
여러분들 모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씨네픽과 함께 매주 한 주의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할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면서, 이번 주는 11월 19일, 20일, 21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관객 스코어 분석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장르만 로맨스>(▲8)
▶지난 17일 개봉한 한국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의 박스오피스 1위 소식인 것 같은데요. 모처럼 반가운 소식입니다! :)
19일~20일 관객 수 23만 3081명을 동원하며 마블 영화 <이터널스>를 제치고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는데요,
누적 관객 수는 현재 33만 1653명입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배우 출신 감독 조은지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으로
'영화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작품' 입니다.
과연 <장르만 로맨스>의 정상 질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기대됩니다!
2위. <이터널스>(▼1)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개봉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마블 영화 <이터널스>입니다.
<이터널스>는 같은 기간동안 22만여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으며, 개봉 이후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는 284만 6432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과연 누적 관객 수 3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3위. <듄>(-)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전 주 순위와 동일한 <듄>입니다.
같은 기간(19~21일)동안 주말 관객 수 9만 134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134만 4613명입니다.
좌석 판매율은 16.2%로 주말 박스오피스 1,2를 차지한 작품들에 비해서 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오히려 배정된 스크린 관 수에서는 티켓 판매율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씨네픽은 이번 주 75회 예측 이벤트는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11월 19일~21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수를 예측하고 가장 가까운 숫자로 관객 수를 예측한 정답자분들에게 상금을 드리는 이벤트인데요.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이번 주 <프렌치 디스패치>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63%, 남성 37%로 여성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5%로 가장 많이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는 30대가 3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대와 30대의 합한 비율이 총 76%로 <프렌치 디스패치>의 주 소비자층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주 관람 연령층은 20,30대 젊은 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제75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 <프렌치 디스패치> 스코어 게임의 20/30대 참가자 분들이 예측한 관객 스코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프렌치 디스패치> 스코어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의 20/30대 비율은 78%로 무려 80%에 가깝습니다.
▶실제 <프렌치 디스패치> 주말 관객 스코어는 24,783명으로 씨네픽 참가자 상위권 예측 정답자 비율(오차범위 +- 10,000)은 16%입니다.
제 75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를 진행하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
4위. <강릉>(▼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전 주에 비해 두 계단 하락한 <강릉>이 차지했습니다.
<강릉>은 주말 관객 수 4만 2156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28만 937명을 기록했습니다.
5위. <디어 에반 핸슨>(NEW)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새롭게 진입한 <디어 에반 핸슨>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4만 1027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3174명을 기록했는데요.
<디어 에반 핸슨>은 유니버설 픽처스의 배급 작품으로 인생 뮤지컬 영화로 손꼽히는 있는 '라라맨드'와 '위대한 쇼맨'의 음악 제작진이 모든 노래의 작사, 작곡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에미상, 그래미 상, 토니상을 석권한 배우 벤 플랫과 할리우드 명배우 줄리안 무어, 에이미 아담스 등이 출연했습니다.
<디어 에반 핸슨>은 ' 누군가 자신을 돌아봐 주길 바라는 소년 에반 핸슨이 한 통의 편지에 '코너'의 절친으로 오해 받고, 아들을 잃은 코너의 부모님을 위해 추억을 지어내면서 희망을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 따뜻한 드라마 영화입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11월 19일 개봉한 <Ghostbusters: Afterlife>가 차지했습니다.
주말 동안 $44,000,000(한화 약 522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또한 $44,000,000(한화 약 522억)입니다.
국내에서는 12월 1일 개봉 예정 중에 있으며 빌 머레이, 그리고 앤트맨의 주인공 폴 러드 등이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예전의 고스트버스터즈를 추억하고 있는 관객분들에게 좋은 소식일 것 같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여전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는 <Eternals(이터널스)>입니다.
주말동안 $10,825,000(한화 약 12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은 $135,817,163 한화로 약 1,611억원입니다.
<Clifford the Big Red Dog>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4위는 새롭게 진입한 <King Richard>입니다.
<King Richard>는 레전드 테니스 플레이어인 세레나 윌리엄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 그리고 윌리엄스 자매에 대한 이야기로 알려져있습니다.
씨네픽이 준비한 박스오피스 분석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도 더욱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면서,
오늘도 힘차고 행복하게 시작하시고 한 주동안 건강하세요! :)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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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켄 로치는 끝끝내 희망을 길어냈지만…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
United Kingdom, France, Belgium/2023/113
켄 로치 감독/‘아이콘’ 섹션
나눌 게 고통과 슬픔뿐인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켄 로치는 〈나의 올드 오크〉가 이러한 질문을 고민하는 영화라 말한다. 영국의 한 폐광촌.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집값은 나날이 떨어진다. 어떤 회사는 방문 한 번 하지 않고 수 채의 빈집을 사들인다.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져가고, 자신들이 정부와 자본에게서 버려지고 발로 차이는 삶을 산다고 여긴다. 그런 마을에 모처럼 새로운 사람들이 온다. 그러나 그들은 환대받지 못한다. 그들이 시리아 난민이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은 마을이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분노하고 영국 정부의 허가로 마을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며 위축된다. 긴장이 감돈다.
밸런타인은 광부의 아들로 오랫동안 마을에서 펍을 운영해왔고, 야라는 따뜻한 마음씨에 똑똑한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다. 약자들을 돕는 자선 봉사활동을 해왔던 밸런타인은 친구들이 야라에게 저지른 무례에 유감을 표하며 그녀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적대 관계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건 기존 친구를 잃는다 의미다. 밸런타인은 옛 친구와 새 친구 사이에서 점점 난처해진다.
영화는 시리아 난민에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을 무턱대고 비난하지 않는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 무엇도 제공받지 못하는 마을 주민의 분노·박탈감은 시리아 난민들이 모든 인간이 누려 마땅할 권리를 최소한으로나마 누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당하다. 다만 분노의 방향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켄 로치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능숙하고 촘촘한 솜씨로 서로 다른 두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저항, 연대의 계기를 모색한다. 밸런타인과 야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난당하고 파괴되는 모두를 위한 식사 모임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공론장은 이미 무너졌다. 그럼 희망은 어디서 길어올 수 있는가? 켄 로치는 두 공동체가 가진 공동의 경험에 카메라를 갖다 댄다. 대처 시대의 광부와 망명을 선택한 난민에게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연대를 해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의 청소년이나 난민의 자식들이나 사회적 관계망을 상실한 채 집에만 머물며 우울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문제는 서로의 공통된 경험에 접속하게 해줄 계기다. 영화는 말한다. 거창하거나 혁신적인 답은 없다고. 몸을 부대끼며 타자를 향한 적대적 감정을 성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고. 켄 로치는 이번에도 ‘연대’의 내용을 단단하게 채워 넣으며 희망을 말한다.
절망의 시대에 이토록 품위 있는 인간애를 여전히 고수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 말은 그가 그려내는 희망이 절망보다 더 작아 보이기도 한다는 의미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절망의 순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결말부의 희망은 다소 극적이다. 영화가 그려내는 희망이 작위적이거나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처럼 쉬이 도래할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수치심을 잃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가 그 정도로 성찰할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과연 이런 모습일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물론 켄 로치는 그가 잘하는 것을 이번에도 잘해냈다. 다만 그의 영화를 보는 나의 감각이 지난 몇 년간 바뀐 듯하다. 나는 더 이상 그가 말하는 희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는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절망 속에서도 켄 로치가 끝끝내 길어낸 희망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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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산장 내 노이즈 캔슬링 특화가족 '조용한 가족'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9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조용한 가족"에서 소중한 추억을 떠올려보자조용하고 소박하게 운영할 산장을 오픈한 가족
하지만 자꾸 시끄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외부로 새나갈 잡음 차단을 위해 노력하는데...산장내 비친된 유머와 상상력을 키워줄 그 시절 잡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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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의 리메이크 / 말할 수 없는 비밀 / 판타지 로맨스 멜로 / 도경수, 원진아 주연 / 행복한 잔상의 수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말할 수 없는 비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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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비극과 배신이 삶을 덮친다.
기이하고 불길한 뭔가를 발견한다.
한순간에 가족과 동족을 잃은 여인.
오직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그녀가 짙은 어둠을 마주한다.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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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30초 예고편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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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함을 가진 루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짭벤져스
삶에는 우울한 순간들이 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그런 우울한 순간들을 만난다면, 삶의 방향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그저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 속에 답답함과 슬픔이 공존하게 된다. 그런 우울한 순간들이 쌓이면 마음의 응어리가 커지고, 그건 감정의 공허함으로 표출된다. 자신이 하던 일에 몰입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게 다 무슨 소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영화 <썬더볼츠*>는 마블 영화의 분위기와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중심인물은 1대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스칼렛 요한슨)의 동생인 옐레나(플로렌스 퓨)다. 옐레나는 나타샤의 죽음 이후 암살자 일을 계속하며, 누군가를 살상하거나 다치게 하는 임무를 반복한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자신을 죽이려는 또 다른 암살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옐레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그의 심리상태가 중심에 놓여 있으며, 특히 이번 영화의 빌런인 센트리/밥(루이스 풀먼)과의 연결을 통해 그 감정은 더 깊어진다.
[첫번째 감정] 옐레나의 공허함
옐레나는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언니를 잃었다. 타노스의 블립으로 몇 년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온 그는, 블립 기간 중 나타샤가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존재와 이별할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상실한 것이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밝았던 부분이 언니와의 관계였을지 모른다. 그 외에는 옐레나에겐 밝음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린 시절, 같이 훈련받던 동료를 밖으로 유인해 죽게 만드는 일을 시작으로 그는 철저히 암살자로 교육받아 성인이 되었고, 그저 어둠 속에 숨어 살인을 수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정부는 옐레나를 언제나 암살자로만 대했고, 정의로운 일을 하는 히어로들과의 거리는 멀었다. 그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전문가였지만, 그 가치는 세상에 드러날 수 없었다. 그 반복되는 인정받지 못함과 무력감이 결국 옐레나의 공허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아빠인 알렉세이(데이비드 하버)는 늘 엉뚱한 자기 자랑만 늘어놓았고, 나타샤의 죽음 이후엔 옐레나를 피하기까지 했다. 그는 의지할 가족조차 없었다.
그런 옐레나가 이번 영화에서 만난 건, 자신처럼 무너져본 사람들이었다.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에이바(해나 존 케이먼), 버키(세바스찬 스탠), 그리고 밥은 모두 과거 루저였거나 현재 세상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다. 옐레나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공허함을 공유하고, 공감받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어둠을 직시하고, 비로소 그 안에서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는다. 어둠 속에 내리던 그림자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감정] 밥의 공허함
밥은 영화 초반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무도 그에 대해 아는 이 없이 등장한다. 사실 그는 과거 마약 중독자였고, 실험 지원자로 정부의 비밀 초능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오랜 잠에 빠졌던 인물이다.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퓌스)가 주도한 그 실험은 어벤져스의 부재를 메우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인간을 고려하지 않은 잔혹한 실험이었고, 결국 센트리라는 위험한 존재를 만들어냈다.
밥이 센트리로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가진 어둠이 드러난다. 그는 본래 순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물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된 공허함은 엄청난 초능력과 맞닿으면서 파괴적인 성향으로 변질된다. 센트리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을 어둠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만든다. 결국 센트리는 밥이 만든 또 하나의 자아이자, 과거의 상처가 만든 괴물이다.
그 괴물과 싸우기 위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건, 자신도 어둠을 품고 있는 옐레나와 썬더볼츠 멤버들이다. 그들은 누구도 완전한 영웅이 아니지만, 밥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그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과거가 어땠든,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안의 어둠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밥은 그렇게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세 번째 감정] 루저들의 따뜻함
썬더볼츠의 멤버들은 사회로부터 버려진 존재들이다. 옐레나는 암살자였고, 존 워커는 캡틴 아메리카였지만 민간인을 살해해 사회에서 퇴출되었다. 알렉셰이는 레드 가디언으로 과거 러시아에서 슈퍼솔저로 활약했다. 과거 에이바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고스트 슈트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지키는 과정에서 빌런이 되었다. 버키는 오랜 세월 세뇌된 암살자 윈터솔저로 살았고, 자신의 의지로는 끊어낼 수 없는 과거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했고, 세상 역시 그렇게 규정했다.
그들이 진짜 변하는 건, 부속품으로 쓰이던 자신들을 벗어나 서로의 공허함을 드러낸 순간부터다.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이해하게 된다. 썬더볼츠는 단순한 팀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는 공동체가 된다. 영화에서 옐레나는 그 중심에 선다. 혼자 어둠을 통과했던 사람이, 다른 이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는 존재로 성장한다. 그 변화가 영화의 감정을 이끈다.
무엇보다 <썬더볼츠*>가 특별한 건, 그 따뜻함이 조롱조차 품어 안는 데 있다. 영화는 스스로를 ‘짭벤져스’라고 비웃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둠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며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큰 선물이다.
‘성난 사람들’ 감독이 만들어낸 새로운 분위기의 마블 영화
<썬더볼츠*>는 마블의 기존 세계관 안에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액션보다는 심리적 서사에 집중한다.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어두움, 외면당한 트라우마, 그럼에도 서로를 위로하려는 따뜻함이 중심이다. 어찌 보면 히어로물보다는 심리치료 영화에 가깝다.
타노스 이후, 계속 힘을 잃어가던 마블의 흐름을 바꿔주는 영화로 볼 수도 있다. 플로렌스 퓨는 블랙 위도우라는 새로운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감정 연기의 폭이 넓고, 이 역할을 아주 설득력 있게 완성해냈다. 플로렌스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스턴트도 직접 해냈고, 그의 얼굴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면서 심리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세바스찬 스탠, 와이어트 러셀, 해나 존 케이먼, 루이스 풀먼도 자기 캐릭터의 무게를 단단히 지킨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성난 사람들>로 국내 팬들에게 인상 깊은 인장을 남겼던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이 맡았다. 과감하게 분위기를 달리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캐릭터의 내면과 심리를 차분하게 끌어올리며 이전 마블 영화들과는 다른 무드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블랙 위도우>와 <팔콘과 윈터 솔져>, <호크아이> 시리즈 등에서 활약한 에릭 피어슨이 각본을, <더 배트맨>, <듄>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들려준 마이클 지아치노가 음악을 맡아 마블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도 감정에 집중한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흔한 히어로 액션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인물들이 다시 살아가려는 이야기로 무게중심을 옮긴 선택이 반갑다.
이 영화는 2개의 쿠키 영상으로 마무리되며, 이후 등장할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암시한다. 뉴 어벤저스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이 팀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고 진짜 같은 영웅들이 아닐까. 공허함과 상실, 어둠과 따뜻함. 이 감정들을 이토록 정밀하게 풀어낸 히어로 영화는 많지 않다. 공허한 마음에 묘한 울림을 남기고 싶다면, 이 ‘짭벤져스’의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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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激突! ラクガキングダムと ほぼ四人の勇者, 2020
작년 현장실습이 끝나고, 극장에서 못 보던 영화들이 한 번에 몰아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영화들을 기대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성기 시절만큼의 폼은 아니더라도 해왔던 것들이 있기에 차마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고요.
그렇게 보게 된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은 '사라진 제 짱구를 찾습니다!'라는 단말마와 같은 평가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속았음에도 이번에 다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된 이유는 이번 극장판이 기존 극장판과는 다르게 원작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극장판들은 원작이 있던 반면에 이후 극장판들은 오리지널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일본 개봉 기준으로는 25년 만에 원작을 가지고 만든 극장판인 것이죠.
그러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하는 극장판으로 역시 기대를 품게 만들었는데, '과연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은 사라진 아이들의 낙서로 어느새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왕국은 기존 국왕에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공주는 자신의 부하에게 '미라클 크레용'을 건네며 '낙서 왕국'을 구해줄 용사를 찾을 것을 부탁하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낙점된 "짱구"는 먼저, '미라클 크레용'으로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그리는데...원작을 모르는데, 익숙하다?
1. 강도 높은 웃음을 어떻게 대체하나?
앞서 말했듯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눈치채고서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저와 같은 성인 관객들이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나 웃겨주는지?"일겁니다.
근데, 이 웃음의 기준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전 극장판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의 리뷰를 살펴보면, '"성기"가 노출되는 표면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헨더랜드의 대모험>에서 인형이 된 부모님을 향해 "아빠! 맘모스가 없어요.. 엄마! 가슴이 커졌어요!"는 대사가, <암흑 타마타마 대추적>은 구슬을 삼킨 짱아에게 짱구가 '하나만 더 삼키면, 남자가 된다'라는 대사, 그리고 <불고기 로드>에서는 유부남 상사를 좋아하는 여성의 상황'까지 이처럼 성인이 봐도 헉! 할 만큼이죠.이제는 'PG 등급'이니까!
그렇기에 한껏 순해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웃음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냐?'에 해당 작품의 만족도를 달라질 겁니다.
물론, 해당 작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때만큼 높은 수위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유머에 큰 불만이 없는 이유는 "낙서"라는 소재를 통해서, 어른과 아이을 대치하는 것도 있으나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분한 작품입니다.2. 이걸 애들 보는 만화에서 보여줘도 되나요?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국내에서 "국방장관"으로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악당"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악당"으로 바라볼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의 특성상 낙서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어른들이 곱게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손을 놓고 바라보는 국왕의 모습을 보자니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동기는 확실하게 설득되었거든요.
이후 이야기에서 아이들을 어른들로부터 격리시켜, 재우지도 않고 낙서를 시키는 모습은 삐뚤어진 애국주의자의 모습과도 꽤 겹쳐 보였습니다.이렇게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마지막에는 "제발, 낙서를 해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애결하는 모습까지 악당을 떠나서 완벽한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지는 유일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도 "가짜 이슬이 누나"라든지 "부리부리 자에몽"과 같은 캐릭터들도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경우. 극에서 눈물을 담당하는 역할들로 특히, "부리부리 자에몽"는 "오마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돼지발굽>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저와 같은 관객들에게는 때아닌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3. 나의 가장 보편적인 악당들
앞서 말했듯이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원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아는 사람들은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로 그 어느 극장판처럼 낯설겠지만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앞에서 언급한 "부리부리 자에몽"의 마지막 모습에 <돼지발굽>을 연상시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낙서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원숭이"들과 대결했던 <정글>을, 초반 왕국의 추격전 구도와 "판타지"적인 요소는 <헨더랜드>의 장면들이 떠오르니 여러분들도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나요?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작품?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번 극장판에서 악당으로 출연하는 "국방장관"의 동기에 납득한 것처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극 중 후반부에 "낙서 왕국"이 떨어져 마을에 위험이 닥치자 사람들이 "미라클 크레용이 어딨냐고!"면서, 다그치는 장면은 불안과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거든요.
분명히, "낙서 왕국"을 다시 끌어올릴 방법을 인지했음에도 도망치는 모습과 애결하는 악당은 모습은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악이라는 것을 그것도 아동만화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4.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까?
그렇기에 마지막 엔딩에서 "아동 만화"스러운 급하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과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킨 "국방장관"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활용되지 않는 것도 아쉬움으로 적용됩니다.
그토록 흔했던 "오카마", 여장 남자들도 사라지고 성인들이 헉! 할 만큼의 유머도 사라진 이 마당에 올드팬들에게 오늘날의 극장판들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인 관객들에게는 다음을 혹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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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배트맨' 리뷰
*영화 '더 배트맨'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래된 시리즈 속의 인물들이 다들 그렇지만 특히나 배트맨의 어깨 위에 올려진 짐은 막중했다. 팬들은 배트맨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 속에 '다크나이트'라는 영화가 있다. 전례 없는 악당의 존재가 만들어낸 드라마는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다 놓기에 충분했다. 배트맨도 제 몫을 다했다. 그가 내린 선택은 영화의 오프닝 장면만큼 강렬한 엔딩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 뒤로 배트맨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나 TV 시리즈에서는 크고 작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훌쩍 나이를 먹어 원숙해지기도 하고, 더 단단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중요한 건 작품마다 배트맨이 어울릴 수 있는 판이 달랐다는 점이다. 고담시를 수호하던 영웅은 어느새 지구를 지켜야 하는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전 세계를 지켜야 하는 영웅의 모습에서 다시금 돌아간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근원적인 정체성인 탐정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동시에 무대 또한 홈그라운드로 줄어든다.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면서도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점들이 빛을 발한다. 어둡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도시의 모습은 이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인물이 가진 강점과 매력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빌런으로 판을 뒤흔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토마스 웨인이라는 인물의 설정이다. 브루스 웨인이 부모의 죽음으로 자경단 활동에 나섰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묘사하진 않는다. 그동안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은 의사에 자선가로 인격적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표현되었다. 여기서는 다르다. 그가 과연 도덕적이기만 한 인물이었을까? 이토록 부패한 도시의 재벌이 잘못된 선택을 내린 적이 없었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서 토마스 웨인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버지의 죄'라는 테마를 통해서 극 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룹이 연결된다. 고담이라는 도시의 상황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감각된다. 이는 배트맨에게도 마찬가지다. 복수를 통해 죽은 부모님을 향한 비현실적인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인 리들러의 행동이다. 그는 자신처럼 고아인 배트맨이 본인과 비슷한 동기(복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리들러가 배트맨에게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았다는 등 아캄에서 보였던 반응은 전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리들러가 기존 시리즈의 악당과는 다르게 배트맨이라는 인물에 대해 동질감을 느꼈다는 점은 그만큼 배트맨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왔던 일이 본래의 목적의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는 말이 된다.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범죄자가 그를 자신의 팀으로 설득하고 싶어 할 정도로 탈선한 상태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영웅이나 악당의 행동 모두가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이 모든 맥락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검은 옷을 뒤집어쓴 자경단원을 대하는 경찰들의 시선 또한 그렇다. 실제로 주변에 있었다면 나라도 저렇게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이나 사물, 인물을 일상으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이질감을 세심하게 표현한다. 브루스 웨인에게서 풍기는 우울감도 그렇다. 부모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면모를 보이기는 했어도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 상태의 구분이 명확했다. 여기서는 다르다. 초점이 온전히 배트맨의 활동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균형은 깨진 상태이다. 무력한 상태에 놓이고 싶지 않아서 강박적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 활동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우니 회의감에 빠져있는 입장이다. 이런 감정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이 영화 속에서 배트맨은 악전고투한다. 2년 동안 활동을 해왔지만 여전히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부정부패는 끊이지 않고 활동에 회의감이 든다. 숱한 경험을 토대로 단련된 초인이 아니고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건을 막기에도 급급하다. 막연한 믿음으로 자경단 활동을 지속하기에 역부족인 시점이다. 배트맨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점차 변해간다. 그의 변화는 비약하거나 도약하지 않고 아주 작은 호의와 행동으로 드러난다. 겨우 한 걸음 정도의 변화일 뿐이다. 보면 배트맨에게 기대하는 바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맞닿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가 초인 영웅이 아닌 철인 영웅이라 좋았다. 배트맨은 질문과 자기반성, 성찰을 통해 힘을 얻는다. 본인의 삶을 제어하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이 분명하다.
이후에도 시리즈가 나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후속작이 나오면 이번 영화보다는 브루스 웨인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업가나 재력가로서의 역할을 통해서 배트맨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도할 수 있다. 다수의 시민에게서 희망을 보고 복수에서 발전한 존재가 되려는 고민을 시작했으니 본인의 다른 페르소나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패가 될 것 같다. 물론, 고담이라는 환경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더 많은 시련이 있겠지만 해법은 분명 이번 영화와는 달라질 것 같다. 악당들도 기대가 된다. 이번에 나왔던 리들러처럼 다음 적수 또한 무척 난적이 될 테니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더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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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객전도가 낳은 형보다 못한 동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런던에서 헤이그까지 킬러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보디가드 자격증을 박탈당하고 매일 밤 그의 악몽에 시달리는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정신과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탈리아에서 안식년을 즐기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휴가 첫날 그의 앞에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액)’가 등장하면서 그의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그녀와 함께 납치된 다리우스를 얼떨결에 구해낸 마이클은 뒤이어 인터폴 요원 '바비(프랭크 그릴로)'의 강요 같은 의뢰를 받아 그리스의 갑부 테러리스트 '아리스토텔레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유럽 전역을 표적으로 계획 중인 테러를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속편의 저주'는 영화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표현 중 하나다. 센세이셔널한 평가를 받거나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작품들이 시리즈화될 때, 본연의 매력과 신선함을 잃어가면서 이전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처럼 많은 속편이 저주에 시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주객전도를 빼놓을 수는 없다. 전편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했던 매력을 강화하기보다는 규모를 키우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등의 변화를 추구한 결과 본연의 정체성을 잃고, 결국 관객들의 기대치와 만족도 또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실사로 보여주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트랜스포머> 시리즈이지만, 1편 이후 로봇의 변신이라는 핵심 테마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인간 캐릭터나 미군들의 무용담만을 늘어놓은 결과 실패를 맛봤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2편에서 신비한 동물들의 비중과 분량을 줄인 결과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허당처럼 보이지만 실상 냉혹하고 천재적인 해적 잭 스패로우를 단순한 개그 캐릭터로 변질시킨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편의 주역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이 건재하고, 모건 프리먼과 프랭크 그릴로가 합류해 덩치를 불린 <킬러의 보디가드 2> 역시 실패한 속편의 전철을 착실히 따른다.
전편인 <킬러의 보디가드>를 돌이켜 보자.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버디영화다. 겉모습부터 상극인 두 주인공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갈등과 화해를 숱하게 반복하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서로의 개인사와 고충을 공유하고 또 해결하면서 같은 편으로 거듭나는 버디무비의 전형을 답습한다. 전반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 같은 작품과도 하등 다를 게 없다. 단지 그 이야기를 화려함과 잔혹함 사이를 오가는 액션과 유쾌함과 저속함을 넘나드는 코미디, 그리고 데드풀 그 자체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걸쭉한 입담이 시그니처인 사무엘 L. 잭슨이라는 배우들의 존재감으로 포장했을 따름이다.
이때 영화는 제목대로 두 주인공 중 보디가드인 마이클을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둔다. 마이클은 전 인터폴 요원인 전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악명 높은 킬러 다리우스의 경호를 부탁받았고, 실제로도 런던에서 헤이그까지 경호의 범주를 벗어난 일은 하지 않았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이자 악역인 벨라루스의 독재자 '블라디미르(게리 올드만)'의 음모를 알아내고 그를 심판하는 것은 모두 그와 악연이 있는 다리우스의 몫이었고, 이는 마이클의 서사에 종속된 하위 플롯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클을 철저히 보디가드의 본분인 경호에 충실하게 한 선택이 두 가지 측면에서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우선 보디가드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액션신을 접하기 때문에 자연히 긴박함과 긴장감이 고조된다. 언제 어디서 공격당할지 모르는 와중에 어떻게든 다리우스를 지켜야 하는 의무감이 부각된 결과다. 그렇게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액션은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액션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또한 이는 코미디 영화라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게 직업인 사람을 보호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기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마이클과 냉소적으로 받아치고 비꼬는 다리우스의 호흡이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공감 섞인 웃음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작 <킬러의 보디가드 2>에서 마이클이 더 이상 보디가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서 마이클은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보디가드이지만, 실상은 납치된 다리우스를 구하고 유럽을 노리는 테러리스트와 그의 정보를 추적하는 등 인터폴에 고용된 첩보원에 가깝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쫓기는 입장이 아니라 전 유럽의 테러를 막기 위해 누군가를 쫓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피렌체에서의 카 레이싱 장면만 보더라도 그는 쫓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추격전 역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다가 발각된 결과일 뿐이다. 누군가의 보디가드라는 전편과 동일한 형식의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내용적으로는 쉴 새 없는 입담과 허술한 듯 뛰어난 액션, 능청스러움을 한 데 묶어 마이클을 마이클 답게 만들어주는 '보디가드'라는 정체성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분명 15세 관람가였던 전작보다 더 잔혹해졌고, 헬리콥터와 추격전을 펼치거나 호화로운 요트를 박살 내는 등 볼거리도 더 많아진 액션씬은 좀처럼 이목을 끌지 못한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도, 예상치 못한 습격을 경계하는 서스펜스도 없으니 좀처럼 집중이 되지도 않고, 긴장감도 없다. 세계 최고의 경호원과 킬러라고 추켜 세울만한 인물을 등장시키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해도 이미 전편에서 주인공들의 능력을 목격했기에 이러한 노력은 역부족이다. 이에 더해 코미디의 관점에서도 등장하는 횟수에 비해 유머가 터지는 타율이 극히 낮아진다. 마이클과 다리우스가 사소한 일로도 시종일관 말다툼을 벌이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소소한 다툼 하나하나가 웃음을 자아내던 전편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킬러와 보디가드라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온 두 사람 간의 간극과 아이러니라는 근간이 사라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렇듯 캐릭터, 플롯, 액션, 코미디가 모두 와해되자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여러 시리즈의 속편들이 선택한 변화를 답습한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악수로 귀결된다. 우선 악역의 스케일을 국가적 차원에서 대륙적 차원으로 확대시킨다. 전편의 악역인 블라디미르가 자국 내에서의 인권탄압 사실을 인멸하려는 독재자였던 것과 달리 새로운 빌런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전 유럽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테러를 준비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빈약하고 허황된 악역의 목적과 철학은 급격히 커진 스케일을 좀처럼 지탱하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를 제재하려는 EU의 경제정책이 그리스를 무시, 차별, 탄압하는 처사라면서 이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전 유럽을 겨냥한 테러를 계획한다. 그리스야말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유럽 문명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EU의 경제 제재는 그리스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권탄압을 용인한 독재자라는 전편의 설정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신념과 목적은 현실성과 극 내부의 논리 모두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존재감이 미약해진 빌런은 극 전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평면적인 캐릭터 구축으로 인해 스페인 영화 <페인 앤 글로리>에서 극찬을 받은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역량을 온전히 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덤이다.
또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투입해서 액션과 코미디 양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마이클과 다리우스의 관계성을 변주한다.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Hitman's Wife's Bodyguard)>라는 영어 제목에 걸맞게 남편보다 입이 거칠고 두 주인공보다 망설임 없이 총을 쏘는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의 비중을 잔뜩 늘린 게 그 예시다. 프랭크 그릴로가 연기한 인터폴 형사 바비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세 주인공을 매정하게 배신할 수 있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이에 더해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마이클의 아버지는 마이클의 가슴 아픈 과거사를 소개하고 약간의 반전을 통해 긴장감을 더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중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는 이는 없다. 소니아가 남발하는 19금 유머는 너무 직설적이라서 유머 같지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존재는 마이클과 다리우스의 케미스트리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액션 역시 더 과격하고 난폭해지는 것 외에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바비는 세 주인공을 첩보 작전에 투입시키고, 주인공들이 직면한 임신과 보디가드 자격증 회복이라는 개인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치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마이클의 아버지가 선보이는 반전 역시 복선과 암시가 전무한 수준이라서 전개의 편의상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사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어디까지나 재밌게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킬링 타임 영화다. 결코 작품 내적인 완성도가 만족도와 직결되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지향점이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재미와 쾌감을 추구한 전편과 비교할 때 거의 모든 부분에서 퇴보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고, 이러한 퇴보의 내용은 팝콘 무비로서의 장점까지 앗아갔기 때문이다. 결국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주객전도가 낳은 형보다 못한 아우에 그치고 만다.
D(Dreadful, 끔찍한)
클래식한 속편의 저주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