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2025-05-22 23:52:18
이 세계의 사랑법
우리의 세계는 이미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이미 다수의 로맨스 영화를 감독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님의 신작이다.
주인공인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대학시절 운명적으로 만난 아내 미나미와는 결혼한지 8년차. 리쿠는 글을 쓰고 미나미는 음악을 하며 다정히 사랑했던 연애 초반과는 다르게, 이제 그에게 미나미의 내조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미나미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그였지만, 사회적인 성공을 얻기 시작하며 그때의 마음은 퇴색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탈고를 앞두고 있던 시점, 엔딩을 보여 달라던 미나미의 말을 무시하고 잠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자신이 알던 현실과는 전혀 다른 평행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리쿠. 아내 미나미가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오히려 성공한 싱어송라이터로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세계이다. 리쿠는 다시 한 번 그녀와의 사랑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처음부터 다가간다.
평행세계라는 소재를 끌어왔어도 판타지 영화보다는 로맨스 영화에 훨씬 큰 축을 둔 듯 하였다. 특히 로맨스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적인 연출은 자칫 과하다 느껴질 정도로 부각된 편이다. 클리셰적인 연출이 가장 기능적으로 유려하게 쓰인 부분은 단언컨대 오프닝 타이틀이다. 리쿠와 미나미의 연애 과정은 첫 만남의 파트를 제외하고, 타이틀이 뜨는 동안 전부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뻔하다 느껴질 수도 있으나, 대신 대사 한줄 없어도 '리쿠와 미나미의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이 리쿠의 사회적 성공과 함께 빛바랬다'는 긴 시간의 압축을 관객들은 놓침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수없이 다른 영화에서 반복 되었던 클리셰들로 예측 가능한 전개를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로맨스 장르로써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서브 인물들의 레이어를 통해 만들어낸다. 주인공들 만큼 조연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지는 영화. 주인공들이 메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사이에 조연들이 다채로운 레이어를 만들어낸다.
조연들의 이야기는 이 영화가 단순히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도록 깊이를 더한다. 리쿠가 도달한 평행세계는 그냥 우연히 생긴 곳이 아니다. 누군가는 슬픔을 껴안고, 누군가는 자신의 상실을 견디며 끝내 이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세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인물은 리쿠의 선배이다. 이 세계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지만 그 고통을 세상과 단절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의 존재는 말하지 않아도 리쿠에게 이렇게 전하는 듯하다. “다시는 사랑할 수 없더라도, 그 사람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는 있어.”
그는 자신의 삶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이 세계에서 리쿠가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다. 리쿠는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선택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뒤늦게 알아간다.
더불어 미나미의 할머니는 이 세계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그녀는 젊은 시절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꿈을 내려놓고, 가족의 탄생을 선택한 인물이다. 결국 선대에 존재했던 그녀의 희생 덕분에 미나미가 살게 되고, 리쿠와 만나고, 리쿠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워진 선택들, 화려하지 않아도 단단한 선택들이 쌓여, 이 세계의 미나미가 지금의 자리에서 노래할 수 있게 되고 저 세계의 리쿠가 미나미를 사랑할 수 있었다. 주인공의 촘촘한 주변 세팅을 통해 이 영화는,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간다’고 여겼던 순간들조차 사실은 누군가의 포기와 헌신, 배려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되짚는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리쿠가 도달한 진실은, 자신이 돌아가고 싶어 했던 원래의 세계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세계는 누군가의 눈물과 결단, 그리고 사랑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였고, 그는 그 안에서 단지 소비자처럼 사랑을 받아왔을 뿐이라는 자각에 다다른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모든 세계는 결국 누군가가 사랑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고.
그러니 이 영화를 본 우리도 기꺼이 사랑하고, 기꺼이 나를 던져, 누군가의 세계가 되어볼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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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섬뜩한 감시자, <그린 나이트>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2021
미국 외, 판타지 외, 130분
감독: 데이빗 로워리
나의 섬뜩한 감시자, <그린 나이트>
우린 가끔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두 물음 사이에서 방황한다. 삶과 죽음은 늘 함께 다니는 친구이지만, 현실에서 죽음은 우리에게 언제나 목적을 잃고 떠도는 방랑자였으면 하니까. 누군가에겐 길고 누군가에겐 짧은 어둠을 뚫고 나오면, 두 물음표가 사실은 하나의 느낌표였음을 깨닫는다. 이내 스스로 다시 묻게 된다. "난 이 세상을 살다 갈 나만의 주체적인 방식과 길을 갖고 있는가!" <그린 나이트>는 이 무시무시한 질문을 위해 탄생한, 매력적인 동시에 무서운 걸작이다.
주인공 가웨인은 뭐 하나 자의로 결정한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아서왕의 조카로서, 왕의 자리에 오를 기회가 있는 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명예와 무용담도 없다. 그는 수많은 전쟁 속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제집 드나들듯 했던 기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어린애'다. 그렇다고 가웨인이 기사가 되고 싶어 하는 가? 아니다. 현재로서 그에겐 애인 에셀의 따뜻한 품과 술만 있으면 된다. 물론 그는 자신이 해야 할 몫을 잘 알고 있는 눈치 빠른 자다. 하여 최대한 모른 척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말 그대로 '어떠한 준비도 하고 싶지 않은' 어린 가웨인으로 살고자 한다.
출처: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다음
자신의 이야기를 묻는 아서왕에게 말씀드릴 이야기가 없다며 멋쩍은 표정을 짓는 가웨인.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도 없는 왕의 핏줄, 아니 한 인간. 그건 곧 자기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영화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자가 '무용담이 없는 왕의 핏줄'이란 결핍을 덥석 받아들이는 순간을 포착한다. 반드시 걸릴 수밖에 없는 덫을 놓고, 그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길 끈질기게 기다린 결과다.
가웨인의 손에 들린, 피 묻은 아서왕의 엑스칼리버. 그 검에 참수당한 그린 나이트는 자신의 잘린 목을 들고 "1년이다."란 말을 남긴 후 유유히 떠난다. 어린 가웨인은 다들 가진 전설적인 무용담을 얻기 위해 그린 나이트의 게임 조건을 승낙했었다. 그러나 게임의 승자가 됐음에도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원탁의 기사들이 보내는 박수와 함성을 들으며 자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버렸단 직감만 가질 뿐이다. 어떻게 살 거란 결정을 미루고 또 미뤄왔던 그는, 단 한 번의 감정적 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1년 동안 가웨인의 일격은 노래가 되고, 시가 되어 나라 전체로 퍼져나갔다.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 더는 어린애로 살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 가웨인은 자신의 즉흥적이고 가벼웠던 행동이 불러올 비극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가웨인의 다리를 움켜쥔 덫은,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뒤흔드는 초자연적인 힘과 같다. 그건 우리가 선택한 길인 걸 알면서도, 때론 신의 횡포라 믿고 싶게 만드는 '운명'이다. 죽음이란, 이미 정해진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따라 삶의 가치와 의미는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의 가웨인은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그의 운명은 녹색 기사, 일명 '그린 나이트'와의 독대 말곤 없다.
출처: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다음
1년은 짧았지만 빛을 집어삼키며 어둠을 낳는 이끼가 가여운 가웨인의 마음을 잠식하기엔 충분했다. 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왕은 그에게 그린 나이트를 찾아갈 것을 권한다. 그는 가웨인이 위업을 달성할 것을 원했고, 그 목표를 위해선 반드시 목숨을 건 모험이 전제되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가웨인은 1년이란 시간 동안 내면 깊숙이 깔린 이끼가 뿜어내는 두려움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이겨내지도 못했다. 그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까 봐 초조하기만 한, 여전히 자기 삶에 대책 없는 인간이었다.
어머니가 주술을 걸어 만든 녹색 허리띠와 연인 에셀이 준 사랑의 증표(방울), 그린 나이트가 남긴 도끼를 갖고 긴 여정에 오른 가웨인. 크리스마스 날에 녹색 예배당에서 자신이 1년 전 그린 나이트의 목을 벤 것처럼 똑같이 목을 내어주면 되는 게임. 단순한 게임일 뿐이지만, 그의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 가웨인은 다섯 가지의 시련(기사의 덕목)을 맞닥뜨린다. 잘 와닿지 않는다면 왕, 기사, 왕위, 명예 등 영화가 제시한 (인간의 가치를 명예로 내세운) 특수한 시대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자. 가웨인이 겪는 고통이 우리가 매일 밤잠을 설친 이유와 같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삶은 고난과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과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린 인간답게 살 수 없다.
그 말은 인간답게 죽을 수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이 이를 깊이 깨우치길 바란다.
출처: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다음
사기꾼 소년에게 베푼 작은 친절을, 배신으로 돌려받은 가웨인은 처음으로 극한의 순간을 경험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빼앗기고 온몸이 묶인 그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360도로 회전하자 해골로 싸늘한 시체가 돼버린 가웨인이 등장한다. 이후 카메라는 다시 반대로 회전해 사력을 다해 떨어진 칼로 기어가는 가웨인을 보여준다. 생을 향한 포기와 집착. 이 상반된 두 장면은 교차로 인해 더 강력한 의미를 전달한다. 힘겹게 죽음의 끝에서 벗어난 그를 보며, 우린 언제든 내 삶을 끝낼 수 있는 건 '내 인생의 주인인 나, 자신'밖에 없음을 다시금 유념할 수 있다. 두려움과 공포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도 자기 자신뿐이다.
가웨인은 마침내 가장 나약한 상태로 고난의 길을 걷는다. 성 위니프레드의 시험을 통과해 도끼를 되찾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우와 동행한다. 미지의 존재(거인)와의 만남에선 여우의 도움으로 자신의 길을 잃지 않는다. 쉼터를 제공해 자신의 발을 묶은 버틸락성 성주에겐 잡혔던 여우를 돌려받고, 성주의 아내에겐 어머니의 허리띠를 받는다. 얼핏 보면, 그가 다섯 가지의 관문을 잘 통과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그는 다섯 관문을 통과하면서 지나치게 감정적이었고 중심이 흔들렸으며, 원초적인 본능에 무릎을 꿇기도 했고, 어쩔 줄 모르는 상태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하지만 반드시 아서왕의 기사가 되어야만 하는, 미약한 존재였다.
출처: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다음
성 위니프레드의 머리를 찾아준 건, 이후 똑같은 신세가 될 자기를 향한 연민과 동정의 읍소였다. 성주와 한 '획득물 교환 게임'에선 호의를 받았음에도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에셀의 얼굴을 한, 성주 아내의 유혹에 넘어갔다. 결전의 날 아침엔 그녀에게서 녹색 허리띠에 걸린 마법(허리띠를 하고 있으면 어떠한 외상도 입지 않는) 얘기를 듣고, 유일하게 꿋꿋이 지켜왔던 사랑의 지조마저 굽혔다. 그린 나이트의 도끼에 잘릴 자신의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성주 아내의 비난에 정신이 번쩍 든 가웨인. 그는 집으로 돌아가자는 여우의 마지막 유혹을 뿌리치고 녹색 예배당에 들어선다. 왜? 여기까지 와서 그냥 되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그는 이미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다. 아서왕 앞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무릎을 꿇고, 이끼로 더럽혀진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없었다. 말하는 여우는 신의 뜻이 아니라 가웨인이 은연중에 남겨둔 그의 여지, 도망갈 구멍이었다.
녹색 예배당에서 자신을 1년 동안 기다린 그린 나이트를 보며 가웨인은 비로소 삶의 끝에 다다랐음을 깨닫는다. 운명의 시간, 그린 나이트는 무릎을 꿇은 가웨인에게 말한다. "자네가 했던 것처럼 한 번 내리치지." 그러나 여전히 죽음이란 공포에 휩싸인 가웨인은 정말 이게 끝이냐고 절규하며 되묻지만, "그럼 뭐가 또 있나?"란 차갑고 날 선 대답만 듣는다. 그래, 죽으면 끝이다. 무엇이 더 생의 공간에 남아있을까, 역사? 명예? 솔직해지자, 그런 건 모두 남은 자, 산 자들을 위한 위로와 희망의 노래이며 그들의 몫이다.
출처: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다음
"안돼, 죄송합니다!!"
왕의 후계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맥 빠지는 말 한마디만 녹색 예배당에 남긴 채 가웨인은 도망친다. 이후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돌아와 모든 이의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한다. 왕에게 기사 칭호를 받고, 죽은 왕을 대신해 새로운 왕위에 오른다. 사랑했던 연인 에셀에겐 돈 몇 푼으로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아들을 빼앗고 그녈 버린다. 사랑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그는 신분이 확실히 보장된 왕비를 얻고,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택한다. 수없이 이웃 나라와 전쟁을 하고, 전쟁에서 아들을 잃는다. 마지막 왕국마저 적에게 함락되고, 그는 홀로 남아 그동안 자신을 지켜왔던 녹색 허리띠를 제거한다. 그린 나이트에게 도망친 이후로 일어난 비극은 전부 선택의 결과이자 책임이란 걸 가웨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삶은 주인 잃은 괴물의 폭주로 망가졌고,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어른 가웨인'의 이야기는 실패했다. 쿵! 마침내 가웨인의 목이 잘려 바닥에 떨어진다. 그 움직임이 너무도 간결해 슬픔과 연민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대신 초점을 잃은 그의 동공이 읊조린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다시 녹색 예배당. 가웨인은 그린 나이트 앞에서 눈을 번쩍 뜬다. 도망친 자의 말로를 보고 온 그는, 망설임 없이 녹색 허리띠를 제거한다. 달라진 그의 얼굴. 가웨인은 당당히 그린 나이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한다. "이제 준비됐다!" <그린 나이트>의 첫 장면과 대비되는 순간이다. 스스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가웨인이 변화한 것이다. 그린 나이트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짓는다. 잘했다 격려까지 한다. 그러나 그린 나이트의 손에 여전히 들린 도끼. "이제 네 머릴 가르마." 가웨인은 자신의 결함을 정면으로 마주했지만, 애석하게도 그에겐 어리석었던 그가 선택한 결과가 남아있었다. 그린 나이트와의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거다. 게임을 끝낼 방법은 성공 아닌 실패, 단 두 가지 옵션뿐이다. 정도란 없는, 상승과 하강으로 우리 인생의 굴곡을 책임지는 희극과 비극처럼.
출처: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다음
<그린 나이트>는 처음으로 자기 삶의 주인을 찾는 데 성공한 가웨인의 목에 다시금 도끼를 들이밀며 막을 내린다. 가웨인은 이제 막 한 걸음을 뗐으며, 그의 이야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바로 그의 두려움인 그린 나이트에게서 발휘됐다. 녹색 기사는 가웨인이 스스로 극한의 공포심에 휩싸인 채 만들어낸 존재였다. 지금까지 가웨인은 내면의 자아와 싸운 셈이다. 이후로도 그는 삶을 계속 살아야 하기에 또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린 나이트 역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기 주인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우직하게 기다리겠지. 그게 제대로 사는 방식이니까.
영화는 처음부터 왕좌에 앉은 그의 머리를 불태우며 강력하게 말했다. "이 영화는 왕의 이야기도, 왕을 노래한 이야기도 아니다."라고. 그렇다, <그린 나이트>는 왕이 아닌 죽음 앞에 놓인 인간, '가웨인'의 여정을 지켜본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한다. 어떻게 자기 삶을 살고 있는지, 내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계획되지 않은 일과 새로운 일에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는지, 선택의 순간마다 그린 나이트를 만났는지, 이후 어떻게 죽음의 선로에서 빠져나와 다시 살아남고 있는지.
인간은 죽음이 찾아오기 직전까지 자신만의 목적과 가치를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얼마든지 잔인한 게임을 피하지 않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는 곧 나의 진정한 삶이 되고, 나의 유일한 죽음을 안내할 표지판이 된다. <그린 나이트>는 이를 확실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지막 한 장면까지 모든 힘을 짜내 완성했고, 목적을 달성했다.
혹여라도 철학적이고 난해한 이야기에 파묻힐까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의 이야기를 쏙 빼놓고 봐도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하는 포인트를 무수히 갖고 있다.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영상미와 장엄한 기운을 내뿜는 음악에만 집중해도 좋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가웨인의 여정에 동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그의 무용담 곳곳에 뿌려놓은 <그린 나이트>만의 향기가 너무나 매혹적이라 일부로 지나치기도 어려울 거다.)
가웨인의 새로운 선택을 앞둔 채 극장에서 돌아선 순간, 섬뜩함에 사로잡히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자기 내면의 감시자, 그린 나이트와의 만남이 번뜩! 떠오른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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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장악한 공포, 의외의 타격감.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의 나열 속 어떤 공간이 보이고 알 수 없는 것들에서 오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나아가 제각기 다른 방향을 하고 있는 것들을 지나다 보면 출구 없는 곳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의 반복과 점점 새어 나오는 기억들이 “Us’를 불러들인다. 그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두려움에 싸여있는 애들레이드는 그 장소가 마냥 두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서 그 장소로 나서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안함에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밤,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그들이 개인적인 공간인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다. 그림자로 불리는 이들이 빛을 받으며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행동하는 것은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당연한 것에서 오는 폭력은 그들이 인지하지 못한 존재에 의해 원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면서 더욱 몸집을 불린다. 이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들의 존재가 발견되면서 이곳을 나서고 잘라내려는 이들과 벗어나려 하는 이들로 갈라진다. 그림자 같은 존재들의 움직임과 마주 잡은 손만으로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공존할 수 없는 그들의 세상을 드러 낸다.
어떤 놀라움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지 않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 영화 ‘어스’는 정확한 문제의식의 공포와 소재 자체의 공포를 맞물리게 하여 진정한 공포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겟 아웃'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의심할 새도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몇 가지를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더욱 분명해진다. 압도적인 몰입감과 공포스러움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연출력이 정말 인상적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진실의 힘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미국 사회에서 펼쳐지는 어떤 두려움의 존재가 사실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짜와 가짜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과연 진실일까. 우리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지만 정작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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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개봉영화
10월의 마지막!
10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4주 개봉영화 5편!
애프터: 관계의 함정 After We Fell , 2021
애프터 그 세번째 이야기!
소설 발간보다 영화화가 먼저 성사된 원작 '애프터'는 40개국에서 30개의 언어로 출간되어
1,100만 부가 판매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작의 메가 히트에 힘입어 탄생한 '애프터' 프랜차이즈는 1편으로 제작비 대비 400%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창출하고
4편까지 영화화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 시대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편 '애프터'는 21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었으며, 2편인 '애프터: 그 후' 그리고 3편인 "애프터: 관계의 함정"이 개봉을 합니다.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애프터: 너에게 가는 길'을 관람하기 위해
꼭 정주행을 해야 할 '애프터'의 클라이맥스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테사'의 가족 이야기와
'하딘’ 본인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과거가 모두 밝혀지며 전작에서의 모든 떡밥을 회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감독, 작가, 프로듀서, 배우가 완성한 여심저격 찐공감 100% 로맨스 탄생!
첫번째 추천영화 "애프터 관계의 함정"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퍼펙트 스틸 Naked Singularity , 2021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선택!
영화 "퍼펙트 스틸"은 인생을 바꿀 한방을 노리는 국선 변호사 ‘캐시’의 완벽한 절도를 그린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넘버 13’을 연출한 ‘그것’ 리부트판의 각본을 쓴 체이즈 팰머 감독의 신작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존 보예가, '그것' 시리즈의 빌 스카스가드,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올리비아 쿡, '미드웨이'의 에드 스크레인까지
쟁쟁한 할리우드 기대주를 모두 모은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21년 제64회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SFIFF 관객상 최고의 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그 재미를 증명 받았죠
'글래디 에이터', '마션'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두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아네트 ANNETTE , 2021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2012년 '홀리 모터스'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마음을 훔쳤던 레오 까락스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로 귀환했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이 만든 최초의 음악영화입니다.
영화 "아네트"는 예술가들의 도시 LA에서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함께 인생을 노래하지만,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빛과 어둠을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오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라 비 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마리옹 꼬띠아르가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전설적인 뮤지션 ‘스팍스’와 함께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음악 영화,
지금껏 본 적 없는 시네마틱 뮤지컬의 탄생!
세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アジアの天使 , The Asian Angel , 2021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드라마입니다.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일본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이시이 유야는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입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 개봉한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와 상냥한 유머로 상처 입은 모두에게 마법같은 위안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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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 2021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2' 제작진이 선사하는 새로운 모험
영화 "고장난 론"은 최첨단 소셜 AI 로봇 비봇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 속 스릴 넘치는 모험과 특별한 우정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더 크리스마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사라 스미스가 공동연출, 공동각본, 총괄제작을 책임졌고, 아카데미 수상작 '인사이드 아웃'과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굿 다이노'로 따듯하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장 필립 바인과
'코코', '인크레더블 2', '몬스터 대학'의 베테랑 스토리텔러 옥타비오 로드리게즈가 함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고장난 론"은 걷기, 말하기, 게임, 셀피, SNS 등 무한능력과 함께 모든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최첨단 소셜 AI 로봇인 비봇을 탄생시켰고, 그 완벽한 기술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비봇 사이에 고장난 ‘론’이라는 변수를 첨가시키며
황당하고 위험한 사건을 겪지만 그로 인해 신나고 짜릿한 모험까지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 픽사의 흥행 계보를 이을 로봇 캐릭터 ‘론’의 탄생!
다섯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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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안 하고 보니 나름 재밌었던 '젠틀맨'
눈 떠보니 범죄자
일이 들어왔다. 흥신소 사장인 현수. 흥신소라 함은 보통 사람을 찾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좀 다르다. 개를 찾아달라고요? 의뢰인은 현수에게 전남자친구에게 자기가 기르던 개가 있으며, 이 반려견을 다시 데려오고 싶다고 전했다. 구시렁대는 현수. 현수는 의뢰인을 차에 태운다. 네가 먼저 가서 그 남자랑 대화하고 있어. 네가 안 나오면 내가 바로 들어갈 테니까. 사인을 주고받는 현수. 전남친이라고 해봤자 무슨 무술 유단자고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현수와 의뢰인. 의뢰인이 약속장소에 들어갔음에도 나오지 않자 차에서 내린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현수. 뭐지? 느낌이 이상한데? 산 중턱으로 들어간다. 시야에 의뢰인이 신었던 신발을 발견한다. 어? 뭐지? 갑자기 누군가가 야구방망이로 현수의 뒤통수를 때린다. 기절하는 현수.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정신이 돌아왔다. 하산하는 현수. 산에서 내려오니 어떤 검사가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의 이름은 강승준. 초장부터 반말하는 강 검사. 강 검사는 의뢰인 이주영과 관련한 범죄사건이 있었고, 그 흑막에는 지현수가 있다고 100%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나 아니라니까요? 아니라는 항변을 줄기차게 했지만 강승준에게 ‘혹시’는 없다. 그렇게 차에서 옥신각신 하던 도중이었다. 느닷없이 한 덤프트럭이 승준과 현수가 있는 차로 돌진한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 그러나 현수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강승준은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이 큰 상처를 입었고, 검사의 신분증이 훼손돼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어? 이 상황이라면? 주인공 지현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검사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현수는 자기 이름 앞에 있는 누명을 벗겨내야만 한다. 과연 현수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부럽지가 않아
영화를 보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건 왠지 모를 기시감이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맛을 반복한다. 일단 영화 제목은 젠틀맨이다. 또 포스터에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가 ‘나쁜 놈 잡는데 예의가 필요해?’라는 말을 하는 듯한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되고 싶었나?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나쁜 놈을 착하지 않은 방식으로 때려잡는다’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있던 시리즈물과 공통점이 느껴진다. 바로 <범죄도시>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마석도(마동석)의 시원한 맨몸액션이다. 나쁜 놈을 죄다 묵사발 내는 마석도. 이 시리즈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발현되면서 2022년 극장가에서 1270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스코어를 냈다. 영화는 힘을 쓰는 물리력 액션을 구강 액션과 센스로 치환하는 영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액션 신이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 화진과 현수는 대부분 말과 상황판단으로 일을 해결한다. 일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세팅이라고 볼 수 있는 ‘일주일간의 검사 체험’은 현수가 말로 설계한 것이다. 이 설정을 바탕으로 구강액션이 신선하지 않으면 영화가 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말로 상황을 해결하는 영화는 우리가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구강액션의 밀도로 보면 영화가 그렇게까지 신선한 편은 아니다. 이야기를 몇 번 뒤집기는 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 뒤집기가 뭔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존에 있던 것을 살짝만 변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 자체적으로 뭔가 시리즈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돋보인다. 영화 내적으로 소재를 하나하나 쌓은 방식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다. 일단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나름 선명했다고 생각한다.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캐릭터에 힘을 빡 주는 연출을 보여준 것처럼 주인공 현수의 흥신소 동료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수의 오른팔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는 거의 기능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등장하면 재미있다. 또 현수보다 더 흥신소 식구들과 김화진 검사를 챙긴다. 실질적으로 행동력이 좋아 극의 이야기 전개에 그냥 단지 조연 1이 아닌 셈이다. 다른 한 명은 해커 캐릭터다. 이 해커 캐릭터를 스타일링하는 방식, 배우의 개성 있는 외모, 따뜻해 보이는 성격까지 세 주인공이 아닌 인물 중에서는 가장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해커 캐릭터가 설명되는 방식이 엄청나게 식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레이션 깔리고 이미지 재현하는 거 많이 보기는 했다. 그러나 세계관 최강자급 해커의 능력치를 묘사하는 방식으로는 무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흥신소 멤버는 운동을 잘하고 늘 잘 웃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이야기에서 늘 웃고 다녀서 시각적으로 제일 튀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핵심 키포인트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인물의 특성들을 잘 살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인물 간의 설정을 구체적으로 세팅한 것은 영화의 장점으로 작동한다(물론 김화진, 권도훈 대표는 살짝 아쉽긴 하다). 이렇게 이 인물들을 만든 건 당연히 의도가 있다. 이 ‘젠틀맨’ 시리즈가 웨이브가 오리지널로 만든 콘텐츠라고 한다. 이 말은 이 영화의 후속작이 만들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실제로 엔딩이 이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해서 만든 영화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끔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영화에서의 지현수는 가벼워 보이는 톤에 비해 좀 피곤해 보인다. 이 피곤해 보이는 특성은 후반부에서 이야기가 전복되며 극과 어울리는 인물 설정임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 전복은 무작정 가볍지도 않고 나름 적절한 선을 탔다. 주지훈 배우의 좋은 연기가 캐스팅의 이유가 된 것이다.
그냥 쓰지 않은 소재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재의 힘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는 스니커즈(신발), 주식, 마약, 그리고 성접대다. 일단 네 번째 소재 '성접대'는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겪었던 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마약'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2022년의 대한민국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다. 소재의 힘으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나름 반영한 듯하다.
대한민국의 현재 세태를 반영한 것은 다른 소재에도 적용된다. 2022년 초인가? 비트코인, 주식 열풍이 불었다. 일단 주식이라는 키워드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굉장히 큰 스포일러가 된다. 흑막이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면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또 스니커즈라는 소재가 있다. 글쓴이도 스니커즈들을 좋아한다. 지금이야 노예 생활이 6개월 남았기 때문에 쇼핑을 못한다. 그러나 만약 이 지리한 시기가 끝나면 쇼핑을 하고 다닐 의향이 있다. 왜 이 스니커즈가 유행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크림’을 위시한 중고거래 앱들이 접근성을 올렸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활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속성 상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아르바이트를 해서 금전적으로 10대 때보다 지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인스타그램의 유행도 그것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영향받는 20대들의 생리를 영화를 잘 구현한다. 그냥 툭툭 던지는 듯한 대사가 이와 관련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럴 수도 있지’ 싶은 동기부여를 시킨 것이다. 이 스니커즈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벌어지는 범죄와 아주 큰 연관이 있는데, 이의 인과관계를 잇는 좋은 수였다.
꼼꼼하지 못한 느낌
영화는 그렇게 소재도 잘 챙겼고 잘 살린 캐릭터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는 꼼꼼하지 못한 것이 느껴진다. 우선 김화진, 권도훈 캐릭터는 힘이 부족했다. 최성은 배우가 맡은 김화진 캐릭터는 별명이 있다. 바로 '미친년'이다. 별명이 왜 '미친년'이면 그냥 욕 아닌가 싶다. 이런 건 둘째로 차치하고 나서라도 이 인물의 설정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영화들에서 그대로 갖고 온 느낌이 있다. 또 영화를 보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인물이 왜 ‘미친년’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똑똑하고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여자는 다 ‘미친년’인가? 당연히 이 영화를 제작한 분들이 그런 분들을 다 깎아내리거나 혐오표현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돌아이’라는 말을 들을 거면 극에서 그만한 광기가 느껴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의 각본이 이를 보여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극에서 김화진은 굉장히 정의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담당 배우였던 최성은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라 그렇지 만약 원래 계획이었던 한소희 배우가 맡았다? 그럼 이 영화의 평가가 굉장히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걸핏하면 떨어질 영화의 독특함이 좋은 캐스팅으로 만회한 것이다.
또 권도훈 역을 맡은 박성웅 배우의 캐스팅도 살짝 아쉽다. 박성웅 배우 물론 연기 아주 잘했다. 이 분이 연기 잘하는 거야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배우가 흑막 캐릭터를 맡았다는 포스터만 봐도 예상되는 패턴이 있다. 이때 이쯤에서 악랄한 본성을 보여주겠지. 또 의외로 허술한 무언가가 있어서 무너지겠지. 그대로 이어진다.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했으니 망정이지 죄다 예상가는 패턴이 캐릭터의 매력을 깎아먹은 느낌이다.
또 각본을 쓰는 데 있어서 이야기의 전복이 많은 분들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다. 영화에서 크고 작은 반전이 중반부 기점 찍고 몇 번 반복된다. 글쓴이는 후반부에서 전개되는 반전은 나름 괜찮았다. 그러나 제일 첫 번째 반전을 보고 작위적인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이 반전을 설계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엉성한 부분을 나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희생되어야 할 디테일이 몇 개 있다. 이 디테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관객분들이 영화를 '그래도 재미있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부수적으로는 코미디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은 살짝 아쉽다. 일단 영화 포스터만 봐도 강아지가 주지훈 배우와 함께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강아지라는 소재가 극에서 아예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몇몇 코미디 신에서는 나름 좋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글쓴이는 강아지가 귀여웠다는 것 말고 이 영화에 투입되어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이렇게 생기다 만 코미디는 극 중에서 몇몇 대사가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확실히 아쉽다. 누가 봐도 코미디로 설계했는데 재미없으면 김새기 때문이다. '형 나 오줌 마려워' '저기 가서 싸고와'는 그냥 흐름을 끊는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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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몰아보기 좋은 로맨스 시리즈 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정신없이 지내오다 보니 어느덧 2월 중순에 접어들었네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해 기념하는 밸런타인 데이도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로맨스 영화들을 추천해 드리려고 해요.
주말 동안 몰아보시라고 특별히 시리즈 영화들로 준비해 왔으니까요,
주말 계획 아직 세우지 않으신 분들 모두 집중!
혼자 봐도, 애인과 봐도, 친구들과 깔깔깔 웃으며 봐도 너~무 재미있는 로맨스 시리즈 영화 추천 시작합니다!
'브리짓 존스' 시리즈
1.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2.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2004)
3.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2016)
ⓒ 네이버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는 헬렌 필딩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지극히 평범하고 때때로 엉뚱한 사고도 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을 내세워 많은 여성 관객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은 작품입니다. 영국 고전 소설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모티브로 해 극 중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콜린 퍼스 이름이 <오만과 편견>의 남자 주인공 이름과 같은 '마크 피츠윌리엄 다아시'입니다. 게다가 콜린 퍼스는 실제로 영국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 역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했죠.
ⓒ 네이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1편의 주된 줄거리는 여느 때처럼 홀로 새해를 맞은 서른두 살 ‘브리짓’이 운명처럼 찾아온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두 남자 '내 여자에게만 다정한 스윗남 마크(콜린 퍼스)'와 '사랑에 직진하는 바람둥이 다니엘(휴그랜트)'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내용입니다. 여자 주인공 르네 젤위거의 통통 튀는 매력도 귀엽지만 콜린 퍼스와 휴 그랜트의 코믹하면서도 설레는 연기가 로코 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하답니다. 눈 내리는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엔딩 키스신도 명장면이죠!
ⓒ 네이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2편에도 1편의 주역들이 모두 출연해 마크와의 순탄치 않은 연애를 시작한 브리짓, 그리고 그런 브리짓 앞에 나타나 이젠 믿음직한 남자가 되겠다며 그녀의 마음을 또 한번 뒤흔드는 다니엘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2편이 개봉하고 나서 한참 뒤인 2016년에 공개된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늦은 나이에 임신했으나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 고군분투하는 브리짓 존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작들에서 마크 역을 맡았던 콜린 퍼스가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해 반가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패트릭 뎀시가 새로운 남자 잭 퀀트로 등장해 신선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4편도 현재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 있으니, <브리짓 존스>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행복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겠네요!
'비포' 시리즈
1. 비포 선라이즈(1996)
2. 비포 선셋(2004)
3. 비포 미드나잇(2013)
ⓒ 네이버 영화,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라이즈>는 비포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기차에서 만난 두 젊은 남녀 셀린과 제시가 오스트리아와 비엔나를 무대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소르본느 대학생인 셀린(줄리 델피)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고, 가을 학기 개강에 맞춰 파리로 돌아가는 길에 옆자리의 독일인 부부가 시끄럽게 말다툼하는 소리를 피해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그곳에 서서 제시(에단 호크)라는 미국인 청년과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둘은 서로가 통하는 면이 있음을 알고 좀 더 서로와 대화하며 알고자 기차에서 함께 내려 도시를 배회합니다.
ⓒ 네이버 영화, <비포 선셋>여름 즈음 두 남녀가 기차에서 만나 비엔나 곳곳을 여행하며 낮부터 밤, 일출시간까지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처럼 다뤄 해외여행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청춘 남녀들의 로망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인생철학부터 사랑, 성적 욕구, 죽음, 교육, 인간관계에 대한 서로 간의 대화가 인상적이며, 영화 시작부터 엔딩까지 두 사람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데, 이러한 구성은 두 후속작에도 이어집니다.
두 번째 작품인 <비포 선셋>은 <비포 선라이즈>로부터 9년 후, 제시와 셀린의 재회를 그린 영화입니다. 셀린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시와 파리에 살며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셀린의 만남을 보여주며, 제시가 타야 하는 비행기가 떠나기 전인 몇 시간 동안 두 사람이 파리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네이버 영화, <비포 미드나잇>비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비포 미드나잇>은 <비포 선셋> 이후 함께 살고 있는 셀린과 제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공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제시가 작가들의 커뮤니티에 초청받아 그리스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게 되는 내용으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끊이지 않는 대화가 영화의 전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더 이상 풋풋한 커플은 아니게 되어버린 두 사람 사이의 갈등과 그럼에도 여전한 사랑의 존재를 담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세 편의 영화 중 가장인상 깊게본 작품이랍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1. 트와일라잇(2008)
2. 뉴문(2009)
3. 이클립스(2010)
4. 브레이킹 던 Part 1(2011)
5. 브레이킹 던 Part 2(2012)
ⓒ 네이버 영화, <트와일라잇>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한때 할리우드에 유행했던 영 어덜트 소설 원작 영화들의 붐을 일으킨 작품이자 최고 흥행작입니다. 미국 소설가 스테퍼니 마이어(Stephenie Meyer)가 출판한 동명의 연작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각 시리즈의 제목은 주인공 벨라와 달을 의미하는 에드워드와 태양을 의미하는 제이콥, 세 사람의 상황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먼저 1편은 트와일라잇(Twilight)으로, 어둠이 시작되는 황혼 무렵을 뜻합니다. 에드워드(달)를 만나기 시작하는 벨라의 상황을 상징하며,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의 첫 만남과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 네이버 영화, <뉴 문>2편인 <뉴 문>에서는 달빛이 사라지는 때, 즉 초승달을 뜻하며 에드워드(달)와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벨라의 상황을 상징합니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가 인간인 벨라가 자신 때문에 위험해지는 것을 우려해 그녀를 떠나고, 에드워드를 그리워하는 벨라가 무모한 행동을 벌이며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어지는 3편과 4편에서는 벨라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뱀파이어가 되며, 에드워드와 가정을 꾸려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 네이버 영화, <이클립스><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며 OST가 유행하기도 하고, 주인공 벨라와 에드워드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은 이 작품을 통해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연인 관계인 것이 알려지며 더욱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었죠. 현재는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훌륭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들입니다.
'키싱 부스' 시리즈
1. 키싱 부스(2018)
2. 키싱 부스 2(2020)
3. 키싱 부스 3(2021)
ⓒ 네이버 영화, <키싱 부스><키싱부스> 시리즈는 작가 베스 리클스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트릴로지입니다. 첫 번째 작품의 시놉시스는 이러합니다. "첫 키스를 해버린 엘, 그것도 학교의 인기 넘버원하고! 하지만 그는 넘봐선 안 될 사람. 그와 사랑에 빠지면 평생의 단짝을 잃게 된다. 새가슴 엘의 선택은?" 주인공 '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단짝으로 함께 성장한 '리'가 있는데요, '엘'은 '리'의 형인 '노아'를 짝사랑하고, 그와 키스까지 하지만 절친과 절친의 형제는 절대 넘보면 안 된다는 두 사람 사이의 규칙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 네이버 영화, <키싱 부스>2편과 3편에서는 각각 대학에 진학해 '노아'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엘'의 이야기와, 대학 두 군데에 합격한 후 남자친구인 '노아'와 절친 '리' 중 누가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기에 접근성이 좋고 러닝타임이 짧은 만큼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영화들입니다. 통통 튀는 하이틴 로맨스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
1.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2018)
2. P.S. 여전히 널 사랑해(2020)
3.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2021)
ⓒ 네이버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P.S. 여전히 널 사랑해><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제니 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나 콘도어, 노아 센티네오 주연의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 영화입니다. 주인공 '라라 진'이 짝사랑했던 남자들에게 적었지만 부치지는 못했던 다섯 통의 편지가 그 주인들에게 전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편지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남자 주인공 '피터'가 전 여자친구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해 질투를 유발하고자 '라라 진'과 계약서를 쓰고 가짜 연애를 시작하며 도리어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내용입니다.
ⓒ 네이버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2편과 3편 역시 두 사람의 사랑과 갈등, 성장을 담고 있으며, 주인공 '라라 진'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 덕분에 한국의 문화가 영화 여기저기에 등장해 국내 팬들 입장에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3편에서는 '라라 진'이 한국 여행을 하는 내용이 나와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된 장면이 많습니다. <키싱 부스>와 함께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양대산맥으로 인기를 끌었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한번쯤 보시길 추천드려요 :)
마음을 간질이는 로맨스 영화가 필요하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달달한 영화들과 함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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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 하나를 마주한 두 개의 선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 묵직한 물음처럼 보이지만, 사실 삶만큼 단순한 게 있나 싶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 자라면서 자아를 만들어간다. '나'의 개념이 생긴다는 건 곧 '남'을 인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종래엔 다른 이들이 모인 세상을 지각하게 된다. 성장하는 과정은 얼마나 바쁘던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일들의 투성이. 외부의 모든 일들에 자극하고 반응하다 보면 어느샌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어렴풋이 나는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느꼈다가 문득, 거대한 깨달음처럼 다가오는 때를 맞닥뜨린다. 나는 언제나 나였는데, 나는 나를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무얼 좋아하고, 어떤 걸 원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내 삶은 나의 것이고, 그래서 내가 책임져야 하고, 내가 나를 끌어안아야 한다.
본래 중심이 반듯하게 잡힌 사람이라면, 혹은 '그래도 해야지 뭐' 같은 담담함으로 고민을 가벼이 넘길 수 있다면, 삶이 괴롭다 못해 무서운 느낌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는,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도 내가 나를 끌어안는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다만 느꼈을 뿐이다.
무겁다.
나는 나를 견디기가 너무 무거웠다.
얘가 너무 까탈스럽고 딱히 잘난 것도 없는데 어떻게 나는 나로 살아가면서 생을 견디라는 걸까. 두려움에 내몰린 존재가 가장 흔히 반응하는 건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이다. 세상 모든 게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고쳐야 할 것들밖에 없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그건 내가 바라보는 나의 표상이었다.
우리 각자는 평생 자기 스스로를 볼 수 없다지만, 거울처럼 간접적으로 인지할 방법은 많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나의 태도와 생각, 선입견, 느낌. 그 모든 게 나였다.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 유난히 거슬리는 상황이나 사람, 추구하는 방향, 원하는 세상.
그런데 여기서 한 겹 더 벗겨야 한다. 단순히 어떠한 태도, 물건, 상태 따위는 가지고 싶은 게 아니다. 그걸 가짐으로써 얻게 될 감정이나 시선, 느낌들을 얻고 싶은 거다. 무언가를 원한다는 건 결국 결핍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없다고 생각하니까 갈망한다.
그러니까, 삶의 본질은 단순하다. 이 세상은 내가 보는 나의 투영이기에 내가 오늘 세상과 교류하며 반응한 모든 것들에 '왜?'를 묻다 보면 꽁꽁 숨겨둔 나의 갈망, 나의 결핍을 마주한다. 그걸 바꾸려고 애쓸 것도 없이, 그저 관망하면 된다. 그렇구나, 하면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하는 건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를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면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보면 또 다른 것이 보이고.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는 게 삶이다.
새삼스럽게도 삶을 되돌아본 건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보고 온 후였다. 특정 갈래로 압축할 수 없는, 쉽게 말해 주제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영화.
'섭식장애'와 '모녀', '다큐'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는 이 영화를 표현할 순 있어도 정의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사람을, 특히 사람 둘의 관계에 집중한 영화-그것도 실제인물이 주인공인-는 필연적으로 중구난방이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삶은 계획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하다. 대개 뜻밖의 일은 터닝포인트가 될 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치므로, 굉장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변화는 나 자신만 알 수 있고, 이를 언어로 발화하기란 쉽지 않다.
픽션이었다면 얘기가 달랐겠다.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그 서사의 논리구조가 맞게끔 보여줄 수 있다. 오히려 납득 가능한 말과 행동, 태도 따위를 보며 사람들은 공감하며 응원한다. 하지만 우리도 알지 않는가. 어떤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바람에 계기를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그저 일이 벌어졌고, 그 안에서 변화했고, 결과로써 지금을, 동시에 과정으로써 앞으로의 삶을 이어간다.
그러니 영화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내가 써오던 리뷰는 영화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그와 타인과의 관계를 풀어내고 해석하고 의미를 덧대어 매듭짓는 행위였기에. 지금은 무엇도 설명하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바라게 된다. 칠흑 같은 영화관에 들어서, 앉고.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과거의 연이 떠올랐다면 그때에 잠시 잠겨있다가 다시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왠지 모를 감정이 올라오면 흘려내고, 그렇게 90분을 머물러 보기를. 그 마음을 담아 끝으로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을 시와 산문을 오가는 짤막한 글로 정리해 본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
두 사람을 위한 식탁에는 각자의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이 놓였다. 혼자서는 너무 심심하거나 혹은 헛헛할까 봐 함께 나눌 반찬거리도 준비해 뒀다.
나란히 마주 앉은 두 사람. 영원히 하나가 될 일 없는 평행선. 이 얼마나 다행인가. 공유할 수 있는 것과 온전한 나만의 것 모두를 지녔다는 게. 원하는 만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대로 맞닿으면 된다. 가끔은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삐걱대겠지. 어설프게도. 서로를 할퀴며 만든 생채기가 도리어 서로를 존중할 선을 만들어낸다.
완벽히 겹쳐지는 때. 거기엔 나도 너도 없다.
그러나 이건 다 지나간 이야기.
닿았던 순간도, 맞잡은 순간도, 떨어진 순간도, 결국 찰나의 일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걸까? 가까웠다가도 금세 멀어져 각자의 길을 걷는 걸 보면. 그렇게 평행선은 계속된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가 서로의 존재가 콩알만큼 보였다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가 다시 눈앞에, 빼꼼.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 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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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틀린 집 - 집 구조를 잘못 지으면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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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영상은 홍보마케팅사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이 집 뒤틀린 거.. 아세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딴집에 이사 오게 된 가족.
엄마 ‘명혜’는 이사 온 첫 날부터 이 집이 뒤틀렸다고 전하는 이웃집 여자의 경고와
창고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로 인해 밤잠을 설친다.
아빠 ‘현민’은 그런 ‘명혜’를 신경쇠약으로만 여기고
둘째 딸 ‘희우’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마주하지만 그 사실을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잠겨있던 창고문을 열고 만 명혜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데…
뒤틀린 틈에서 시작된 비극이 가족을 집어삼키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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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질> 1차 예고편
배우 황정민 '인질'이 되다!
평소와 똑같던 어느 새벽,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되는데...
관객들을 사로잡을 리얼리티 액션스릴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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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라더> 30초 예고편
정의감과 패기로 똘똘 뭉친 강력계 형사 ‘강수’.
어느 날 그에게 마약 밀수입 등의 악질 범죄를 일삼는
거대 조직의 정보가 담긴 발신자 불명의 제보가 들어온다.
범죄 소탕을 위해 조직에 위장 잠입한 ‘강수’는
회장의 오른팔 ‘용식’ 밑에서 조직 생활을 시작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묘한 우정을 느낀다.
“이런 일이 안 어울린다고, 강수 너한테는”
한편, ‘강수’는 계속되는 비밀 수사 중 신분 들통 위기에 처하고
사건을 파헤칠수록 조직과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는데…
복수와 배신이 교차하는 세계에 뛰어든 두 남자,
누구도 믿지 못할 팀플레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