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2023-02-06 19:40:46
살갗이 타고난 뒤에 바르는 선크림
영화 <애프터썬> 리뷰
*이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여해 작성했습니다*
지난 1월 31일,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리는 <애프터썬> 시사회에 갔다.
2월 1일 개봉한 영화 <애프터썬>은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20여 년 전 아빠와 보낸 튀르키예 여행이 담긴 캠코더를 보며 그 해 여름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영화다. 202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초청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폴메스칼은 이번 2023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6%를 기록하며 해외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사이트 앤 사운드(Sight&Sound), 인디와이어(IndieWire), 메타크리틱(Metacritic), 시네유로파(Cineeuropa), 더 스키니(The Skinny)등 6개의 해외 매체로부터 '올해 최고의 영화 1위'에 뽑힌 영화다.
개인적으로 작년 <애프터 양>을 봤을 때와 비슷한 여운이 몰려왔다.
(제목에 애프터 들어간 영화들은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아빠의 내면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점은 '과거 회상'이라는 다소 흔해 보이는 주제를 천천히 쌓아올리다가 마지막에 거대한 여운을 준다는 점에서다. 단순히 딸과의 여행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게 아니다. 여행 당시의 아빠의 내면, 우울함; 늘 안아주고 싶었던 아빠의 내면을 어린 딸의 시선 그 뒤에서 애틋하게 보여준다.
볼 때는 몰랐지만 극장을 나오고 나니 두 명의 주인공들이 느꼈던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마 애초부터, '단순히' 즐기려고 간 튀르키예 여행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금방이라도 바다에 잠식될 것 같던 아빠의 감정은 소피의 행복에 가려져 있었고, 그 햇빛에 의해 서로가 상쇄된 느낌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캘럼(배우 폴메스칼)은 본인의 우울함에을 오로지 껴안은 채, 여행을 갔지만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내면의 혼란이 애써 잠재워진 것처럼 보였다. 소피(배우 프랭키 코리오)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한없이 애틋해 보이지만 캘럼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밑도 끝도 없이 무거워진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고등학생 시절, 엄마와 종종 말다툼하던 나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던)언니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절대로 깊은 슬픔을 보이지 않아." 이 영화를 보며, 그리고 캘럼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소피, 침대에 앉아 목 놓아 울던 캘럼을 보며 왠지 모르게 엄마에게 철없이 행동하던 나의 10대가 생각났다. 어른은, 그것도 하나의 자식이 있는 부모는 아이에게 절대 본인의 우울함을 비추지 않는다는 것.
한편, 소피가 의연하게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아이는 아빠의 내면을 알고 있었던 걸까 싶기도 하다.
Aftersun 애프터썬 제목의 의미
제목 'Aftersun'의 의미는 원래 햇볕에 살갖이 타고난 뒤에 바르는 선크림이라고 한다.
어쩌면 샬롯 웰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느끼는 감정을 완벽히 표현하는 단어다. 소피는 10대 시절, 튀르키예 여행을 하며 분명 '설렘'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앞에 나가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싶었을 것이고, 본인 나이 또래의 언니/오빠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싶었을 것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사랑에 빠지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캠코더로 본 아빠의 모습은 본인의 감정과는 정반대였다. 그걸 다시 펼쳐 본 소피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뜨겁던 여름의 태양에 한없이 그을리기만 했던 아빠의 마음을, 태양을 있는 그대로 즐겼던 본인의 마음에 다시 한 번 선크림을 바르고 싶었을 것이다. '동상이몽', 우리는 늘 같은 곳에 있어도 '우리들'은 늘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향후에 각기 다른 기억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때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타인의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대의 '선크림'이다.
추억을 다시 열어본다는 것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개인적으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그들도 분명 캘럼처럼 힘들었던 본인의 내면을 숨기고 있었을 것이다. 7살, 8살 등 그 어린 나이의 '나'는 무엇을 알 수 있었겠나. 그저 재밌게 놀고싶었던 나와 상반된 감정을 애써 숨겨야 했던 부모님의 그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지금이라도 소피처럼 열어보고 싶다. 추억을 열어본다는 것, 영화 <애프터썬>을 통해 이의 아름다움에 휩싸일 수 있었다.
인간은 기억으로 살아간다. 특정 순간에 머릿속에 생긴 기억 하나로 내일로까지의 삶을 영위하고 또 평생을 살아간다. 소피가 10대 시절에 느꼈던 감정은 어른이 되어 캠코더를 열어본 후, 다시 재성립되었다. 그리고 또 그는 새로운 기억으로 아빠를 기억하고 살아가겠지. 캘럼과 함께 했던 그 여름과 아빠의 슬픔이 겹쳐서 떠오를 것이다.
여름의 그 한 순간을 통해 우리의 '기억'이라는 존재에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던 영화 <애프터썬>. 두 번째로 보면 캘럼의 첫 번째 등장부터 슬플 것 같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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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결혼식>과 평행 이론을 이룬다는 이 영화
만남과 기다림의 과정을 겪으며 서로에게 스며든 청춘의 모습을 그린 로맨스 영화가 2021년 봄 스크린을 물들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손편지를 매개로 무채색이었던 일상이 설렘과 행복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두 청춘의 이야기는, 불완전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청춘의 시기,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그 시절 만났던 인연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실 이 아날로그 감성 무비는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건축학 개론>과 <유열의 음악앨범>의 뒤를 이을 레트로 멜로 영화라고 합니다. "응답하라 2003"을 외치게 만드는 이 영화는 바로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특히, 2018년 여름! 한국을 강타했던 멜로 영화 <너의 결혼식>과 평행 이론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 두 영화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건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고등학생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이어지는 두 남녀의 연대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첫사랑’ 로맨스
<너의 결혼식>은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와 승희만이 운명인 ‘우연’의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승희와 우연의 서툰 모습과 그때 그 시절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한 감정을 그려내며 청춘들의 공감대를 제대로 저격한 영화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른 ‘우연’의 첫사랑 이야기는 다채로움을 선사하며 기존 로맨스 영화와는 또 다른 신선함을 전했는데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잊고 있던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시작됩니다. 알 수 없는 내일에 불안하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잃어가던 삼수생 ‘영호’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위안과 용기를 얻기 시작하는데요. ‘영호’역의 강하늘 배우는 “좋아했던 사람을 기다리면서 느꼈던 설렘과 기다림을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합니다.
2. 두 주연배우의 완벽 케미!
까칠한 성격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3초 만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승희를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과 사랑스러움으로 그려낸 박보영 배우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때로는 서툴고 쿨하지 못한 우연 역을 능청스럽고 순수한 매력으로 소화해낸 현실 남친st 김영광 배우가 만나 완벽 케미를 뽐낸 <너의 결혼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죽은 연애 세포가 살아난다는 평을 받은 바 있죠.
그리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 역시 청춘의 대명사 강하늘, 천우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미생>, <청년경찰>, <동백꽃이 필 무렵> 등에서 싱그럽고 순박한 청춘을 그려온 강하늘 배우와 <멜로가 체질>, <써니>, <해어화> 등을 통해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공감을 선사해온 천우희 배우가 이번 작품에서는 보통의 청춘 영호와 소희로 분해 불완전하지만 찬란한 청춘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자신의 실제 경험을 캐릭터에 투영해 20대가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강하늘 배우와, 무료한 일상에도 밝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소희를 한층 더 사랑스럽게 표현했다는 천우희 배우의 케미가 상당히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3. 2000년대 감성 자극!
2005년부터 이어지는 ‘우연’과 ‘승희’의 이야기를 담아낸 <너의 결혼식>은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포착해내기 위해 ‘공간’ 설정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요. 옛 하숙집은 물론이고, 그때 그 시절 캠퍼스 룩과 MP3 플레이어, 공중전화, 게임기까지!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소품들과 함께 박보영 배우가 열창한 럼블피쉬의 ‘Smile Again’은 2000년대 초반 감성을 담아내며 짙은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이와 함께,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조진모 감독의 말처럼 가장 현실적이고 보통의 청춘의 이야기를 담아낸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비주얼을 담기 위해 당시 모두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가로본능 핸드폰부터 지금은 볼 수 없는 구권 지폐, 그리고 하나둘 사라져가는 빨간 우체통 등 시간과 추억을 담고 있는 소품들을 공수한 영화는 특히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관객들에게 손편지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4. 대만을 사로잡다!
<니적혼례>
한국에서 28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성공을 만들어낸 영화 <너의 결혼식>은 <니적혼례>라는 제목으로 대만에서 리메이크 되어 노동절 연휴를 앞둔 오는 30일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전 세계 10억뷰를 달성한 드라마 ‘상견니’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허광한 배우가 직진남 ‘우연’ 역으로 분해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니적혼례>의 중국 개봉 소식에 한국팬들 역시 한국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콘텐츠가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아시아 중 특히 대만에서 한국 연예인의 인기가 뜨거운데요. 지난 2017년,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이미 대만에서 팬미팅을 갖기도 했던 ‘강하늘’ 배우와, 앞서 언급한 ‘허광한 배우’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상견니’의 한국판 여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천우희 배우! 이 두 배우가 만난 청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한국 흥행이 확정되기도 전에 5월 7일 대만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설명만으로도 청춘 서사를 써내려간 느낌인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두 주인공은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의 실제 삶에서의 12월 31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그 날을 기다리며,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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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존 윅' 촬영 중 실수로 사람 머리를 벤 키아누 리브스
ⓒ Esquire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씬을 촬영하던 중 실수로 누군가의 머리를 베어 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존 윅> 촬영장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가 발생했는지 묻자 키아누 리브스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어떤 남성분의 머리를 제가 그만 칼로 잘라 버렸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리고 또 차에 치인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존 윅 4>와 관련해서는 그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12주 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액션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 윅 4>는 4월 12일 국내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박성웅 주연의 '웅남이', 평론가 혹평 논란 속에 박스오피스 2위 등극
ⓒ 네이버 영화
지난 수요일 개봉한 한국 영화 <웅남이>가 23일 목요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478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이틀 연속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판매율과 좌석점유율이 현재 상영작 가운데 1위로 실 관람객 수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이용철 평론가가 씨네21을 통해 공개한 20자평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낳은 개그맨 폄하 논란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출자인 개그맨 박성광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평가란 점에서 해당 평가가 뭇매를 맞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 사이에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공개
ⓒ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바로엔터테인먼트
올해 4월 27일에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 부분 선정작 11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총 11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이 각각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심사를 맡았던 관계자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들이 출품된 와중에 퀴어 장르가 특히 대세로 떠올랐으며 SF 장르의 영화,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으로는 박수연, 이유미 주연의 청춘 퀴어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한소희 주연의 <폭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시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상관없이> 등이 있습니다.
'듄', '닥터 스트레인지' 각본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 합류
ⓒ The Coalition
영화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듄>의 각본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존 스페이츠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기어즈 오브 워>는 무려 4천만 장이 팔렸던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존 스페이츠는 해당 게임에 대해 역대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돌연 상영 취소된 '곰돌이 푸: 피와 꿀'
ⓒ BloodDisgusting
ⓒ CNN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돌연 상영 취소되는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배급사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자신들 역시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 왔으며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은 4월 중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친근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의 곰돌이 푸를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일순간에 잔혹하고 끔찍한 캐릭터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폴 메스칼 주연 '글래디에이터2'에 배리 키오건 합류 논의 중
ⓒ Metro UK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글래디에이터 2>에 배리 키오건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던 200년 블록버스터 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인데요, 앞서 영화 <애프터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폴 메스칼이 전작에서 사망한 주인공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킬링 디어>, <덩케르크>, <체르노빌>, <그린 나이트>로 유명한 배리 키오건은 최근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서의 연기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신작 영화에 제나 오르테가, 위켄드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현기증> 리메이크작 출연 논의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Looper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작가 스티븐 나이트가 대본을 쓰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원작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형사와 미스터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로 201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 <시민 케인>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먼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의 주연 배우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조던 필 감독의 4번째 영화
ⓒ NPR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내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바타 3>와 <소닉 3>가 개봉하는 2024년 12월 20일보다 일주일 늦은 날짜인데요, 조던 필 감독은 그가 앞서 발표했던 세 편의 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제목도, 장르도, 출연 배우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휴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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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사람들은 삼시 세 끼도 귤로 때운다고 하지 왜
분노 조절 못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분노조절장애 경찰 조수광(곽시양)이다. 소리를 지르며 범죄자에게 다가가는 수광. 갈고닦은 무술 실력으로 범죄자들을 때려눕힌다. 그리고 들어가는 레슬링 기술. 암바를 걸었다. 다리가 부서진 용의자. 범죄자들을 잡는 열정이야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 다리를 부러트리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제주로 좌천되는 조수광. 어디 수학여행 때나 갈법한 제주에 유배된다는 건 조수광에게 낯선 일들 투성이었다. 애 먼 곳에 혼자 사려니까 웬만한 인맥 없이는 방 구하기도 힘들다. 투덜대는 조수광. 하지만 이런 조수광에게도 구원자가 있었다. 후배 경찰 이수진(정유진)에게 도움을 받아 유 회장(예수정)의 집에 셋방살이를 시작한 조수광. 무탈히 경찰 생활만 잘하면 될 것 같았는데 조수광의 레이더에 새로운 범죄자가 등장한다. 그건 바로 전설적인 사기꾼 김인해(박성웅)와 흑사회의 일원 주린팡(윤경호)다. 죽기 직전까지 쫓는 수광의 추격이 시작된다.
의외로 놀란 것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예상외로 좋았던 건 액션이다. 첫 번째로 이 장면이 좋았던 이유. 나름 액션영화로서의 당위성을 나름대로 챙겼기 때문이다. 전반부까지 사건만 나열하던 이야기 전개가 중반부에 변곡점을 찍으며 정돈된다. 목적이 불분명하던 영화에 추진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영화의 전반부를 (선해하자면) 조수광의 일상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특정 목표를 바탕으로 인물들이 대립한다. 단순히 액션을 눈요깃거리로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인물이 빠져나가야 하거나 / 이걸 빼앗아야 하거나 /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보여주기 위해 꼭 들어가야 했던 것이다. 이 외의 나머지가 겉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그게 중요해? 뭐가 됐건 장르를 고른 이유는 충실히 구현했으니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액션의 내실도 잘 챙긴 편이다. 어설프게 합을 맞춰서 때리는 척 티가 난다던가 하지 않다. 나름의 생동감을 살리려는 노력이 보이는데, 이 영화가 고른 것은 테이크 길이를 늘리는 것이다. 사실 이런 연출에 있어 오마주를 따온 작품이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영향을 받은 듯한 촬영 구도가 있다. 구도가 비슷해서 ‘아이 이거 따라 하겠네’ 싶었지만 살짝 다르다. 기본적인 틀은 비슷한 것 같아 보이지만 액션에 사용되는 무술이나 캐릭터의 개성도 잘 살린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인물들이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 장면은 이 영화가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고 기획됐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왠지 모르게 MCU 히어로 중 하나가 생각나기도 하고 어디서 본 이미지를 차용한 것 같다. 하지만 일반적인 중년 관객들이라면 이런 걸 다 알리가 없으니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하다.
보여줄 것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웃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웃기지 않을까'에 천착해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가 아무렇게나 대충 움직이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에겐 고유한 행동 패턴이라는 게 있다. MBTI로 치면 P쯤 되는 인간들도 가지고 있는 습관이란 게 있고 자주 가는 곳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행동 양태를 띄지 않는다. 풀어써보자면 어떤 걸 보여주려고 했는지가 장면마다 종잡을 수 없다. 시퀀스들이 대부분 길다. 그 시퀀스에서 플롯을 위해 보여줘야 할 정보가 있다. 그 정보는 시퀀스의 길이에 비해 대게 짧다. 그 나머지는 안 웃긴 개그다. 그래서 초반부를 넘어 초중반부 이후 플롯부터 이야기가 늘어진다. 이야기가 늘어지니까 이 영화에서 그 어떤 드립을 치고 슬랩스틱을 해도 몰입이 안 된다. 이 무질서한 리듬이 초반부터 시작되는데, 그래서 초반부 한 1시간을 봐도 남는 것이 ‘조수광이 제주살이에 있어 애를 먹는다’ 말곤 없다. 안 그래도 안 웃긴 개그감각이 더 지루하게 느껴지고,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트린다.
대표적으로 만복(손종학)이 이끄는 이야기는 줄거리가 루즈해지는 주요 원인이다. 이 인물은 유 회장 옆에서 얼쩡거리는 인물이다. 이 얼쩡거리는 일이 일단 웃기지 않아서 영화에 거슬리는 건 둘째 문제다. 이 인물을 잘 생각해 보면 단지 그 캐릭터의 욕망만 돋보일 뿐 영화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 이 사람이 큰 갈래가 되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아니다. 단지 플롯을 한 번 뒤엎기 위해 존재할 뿐.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이 인물을 설명해 주지만 이 장면이 연출을 통해 쾌감이 느껴지는 형태가 아니다. 다른 영화면 길게 설명했을 부분을 단적인 장면으로만 보여주니 맥이 빠지고 이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중에 어디서 본 것들
이 영화가 그나마의 독창성도 챙기지 못한 이유. 기존의 특정 한국영화 시리즈를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어떤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예고만 봐도 우리가 20년 전즈음에 봤던 코미디/스릴러물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그 내실을 열어보면 또 다르다. 분노조절장애 형사라는 캐릭터 설정만 읽고 유추하기는 어렵다. 사연 있는 주인공들이야 이 지구상에 널렸다. 하지만 이 인물은 영화 팬이라면 잘 알고 있는 특정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했다. 단순히 오마주일 수도 있다. 가령 귤 작업하고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몸싸움 장면을 보면 그렇다. 이 오마주가 이 장면 하나에만 사용됐으면 납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답습은 후반부에 다시 반복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면 이야기의 끝마무리를 낸다는 쪽에 있어 조악하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글쓴이가 이 영화에 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강력한 근거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다. 뭐 분노조절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그 병에 직업적으로 장애물이 생길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건 경찰 내부에서나 조수광 본인이나 분노조절장애에 대해 별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뭐가 문제냐. 분노조절장애라는 성격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장면들이 생길 당위성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이 캐릭터를 조악하게 만드는 점이다. 이 장면에 있어 고유의 개성이 넘치지 않는다. 이렇다면 영화가 무기를 가졌다고 봐도 무방한데, 어떤 영화를 답습했으니 얕은 깊이가 영화를 겉돈다.
<게이샤의 추억>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오리엔탈리즘'이었다. 이 용어는 서구권 사람들이 동양을 경외심과 공포,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이 동양을 묘사하려 할 때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오리엔탈리즘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게이샤의 추억>이다. 이 <게이샤의 추억>이란 영화는 게이샤라는 직업과 일본 사회를 왜곡하며 동양 문화를 오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이 <게이샤의 추억>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국적은 중화권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배우들이 일본어로 대화하지 않고 영어로 대화한다. 이 설정 자체가 근본이 없는데, 더 중요한 건 영화 플롯에 있다. 게이샤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연출, 기모노와 쪼리, 게이샤라는 직업적 특성을 저속하게 이해했다는 점까지 영화는 남자가 주체가 되어 여성을 억압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낭만적으로 그리는 패착을 저질렀다. 이 당시 이런 폭력적인 시각 때문에 <게이샤의 추억>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이 영화 <필사의 추적>이 제주라는 지역을 보여주는 방식은 <게이샤의 향기>과 유사했다. 일반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의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그러니까 타문화에 대한 낮은 이해가 기반이 됐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게이샤의 추억>을 비판하면서 쓴 첫 번째 근거. 언어다. 제주는 사투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특이하다. 역설적이게도 특이한 만큼 덜 알려졌다. 왜? 다른 지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할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투리의 두 특성이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정체성이 된 건 맞다. 글쓴이가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제주라는 지역이 닫혀있는 지역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거기에 언어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거랑은 별개로 일상적으로 대화할 땐 표준어 쓰고 다 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경찰이 조직 내부에서 사건 브리핑할 때 제주 사투리 안 쓴다(그 경찰 조직 구성원들이 다 제주도민인 게 말이 되냐는 건 둘째 치기로 한다). 제주가 그렇게 도시화가 덜 된 지역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택시 운전사가 승객 태울 때 '혼저옵서예'라고 안 하고 바가지도 안 씌운다. 아니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아서 '이 사람은 육지에서 온 사람'이라고 정확히 맞춘다는 것이 가능한가? 이 영화는 한 번에 그걸 맞춰버린다. 단지 공항에서 사람이 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택시 안의 장면을 보여준다. 누구는 이런 장면들이 별 것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글쓴이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왜? 영화 전반부에 중국 자본이 제주에 침투했다는 상황과 마약 유행이라는 사회적인 맥락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 두 맥락이 영화 안에 들어간 이상, 육지 사는 사람들이 이 대사가 가진 허점을 체감할 수 있을까? 셋 다(마약/중국 자본의 침투 / 외지인들 향한 텃세) 우리 근처에 있는 맥락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또 이 영화에서 마약만큼 중요한 소재인 집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이지 못한 전개다. 일단 이주민이 집을 쉽게 못 구한다는 설정 자체도 무리수다. 그러나 그 이면에 '외지인이라서 쉽지 않다'라는 전제조건도 이상하게 들린다. 글쓴이가 지금 당장 '제주시 평대(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 중 몇은 구좌읍 평대리였다)리 월세'라고 치면 결과물이 나온다. 요즘은 이렇게 온라인상으로 전, 월세 구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2020년대를 사는 우리는 이 현상에 올라타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굳이 오프라인에서 도움을 받아 '선주민들은 외지인이라면 공인중개사 일도 제대로 안 한다'란 장면을 보여준다. 이 설정이 특정 캐릭터를 위해 들어갔다는 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글쓴이는 이것이 '굳이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취지를 떠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보기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불필요한 것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중후반부 반동인물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혼자만 괸당을 빗겨나가는 것처럼 행동해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차라리 괸당문화를 묘사할 거라면 영화 덕지덕지 붙여놓을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장면에만 등장하는 방식으로 연출했을 것 같다). 이런 연출이 왜 일어났을까. 글쓴이는 낮은 이해에 온다고 봤다. 한 지역의 병폐가 24시간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용된다는 게 말이 되나? 더 깊게 이해했다면 단 한 장면으로도 많은 걸 보여주지 않았을까? <존 오브 인터레스트>처럼? 글쓴이의 이런 지적이 의미 없지 않다는 걸 보여주듯 '감귤'이라는 소재도 영화 안에서 맥없이 소비된다. 제주는 귤만 팔아서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곳인가? 일반적으로 직장 다니는 직장인은 없나? 이런 허점들이 영화가 자신이 없으니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제주에 며칠 살고 주위 사람들에게 몇 마디만 들었다고 해서 제주 그 자체를 보여주는 건 불가능하다. 이 영화는 단지 그대로 따랐다.
드 팔마가 정색해
전체적인 총평. 낡았다. 제주에 사는 글쓴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왔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그럴 것이 없다. 기껏해야 윤경호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것 정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나머지 배우들이 그렇게 속 시원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 전체적인 연기를 보면 좋았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깔깔깔 웃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최근 제주에 있었던 '비계 오겹살 논란'을 언급할 수 있다. 제주에 실제로 그런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영화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가 있고 이해해야 할 리듬이란 것이 있다. 이 영화는 두 가지 다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영화에서 사건만 짠하고 보여준다고 해서 충격적이지 않다. 또 빌런이 사회통념상 악랄한 짓을 한다고 해서 나쁜 놈이 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장르를 얕게 이해하듯 제주라는 지역도 조금만 안 티가 난다. 낮은 이해도가 어떤 허점을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예시가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제주에 사는 팬으로서 이야기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제주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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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쇄가 된 이 죽일 놈의 사랑!
<로기완>은 ‘생존’ 영화다. 탈북자로서 중국을 떠나 벨기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로기완이란 남자의 생존에 오롯이 집중한다. 아니 그래 보였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이 들어오기 전까지. 로기완의 가슴에 사랑이 스며들면서 그의 생존도,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 의미도 흐릿해진다. 인생에서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 것처럼, <로기완>도 마찬가지다.
탈북자 로기완(송중기)은 중국을 떠나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다. 자신을 살리려다 사고를 당한 어머니(김성령)를 떠나보내고 삼촌(서현우)의 도움으로 이곳에 온 그는 바로 난민 인정 신청을 한다. 하지만 신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잘 곳도 먹을 것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국땅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인종차별로 인해 힘듦은 가중되고, 급기야 엄마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지갑을 도둑맞는다. 그는 경찰서에서 지갑을 훔쳐 간 벨기에 국적 한국인 마리(최성은)를 만난다. 공교롭게도 악연으로 맺어진 이들은 서로를 도와주고 급기야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다.
<로기완>의 시작은 주인공의 수난사를 통해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드러낸다. 추운 겨울 오래되고 얼룩진 잠바때기에 의존해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청하고, 빈 병을 모아다 판 돈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살기 위한 그의 처절한 몸부림은 짠함을 넘어선 고통을 전한다. 외지인으로서 겪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물론, 동양인, 난민으로서 겪는 인종차별 또한 주인공의 고난을 강하게 표현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로기완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게 한다.
로기완의 고난사를 통해 전해지는 건 그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다. 그건 바로 어머니란 존재와 죄책감. 자신을 위해 북에서 중국으로 넘어온 건 물론, 아들을 위해 헌신하고 죽는 상황에서도 좋은 땅에 가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어머니는 그를 살고 버티게 하는 동력이다. 더불어 아무리 닦아도 닦이지 않는 아스팔트 위 핏물처럼 절대 잊을 수 없는 죄책감은 그가 이 고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감내하는 이유로 보인다.
이런 어머니의 마음은 벨기에 정육 공장에서 만난 조선족 선주(이상희)를 통해 강조된다. 막내 아들 수술비를 벌기 위해 이국에서 일을 하는 그녀는 악착같이 일을 한다. 아들을 향해 모든 걸 다 내어주는 기완의 어미처럼 말이다.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선주를 기완에게 유사 어머니처럼 느끼도록 하는 장면 삽입으로 이들의 연대를 강화한다.
로기완에게 있어 살아가는 이유는 마라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이유가 된다. 엄마의 죽음을 아버지가 인도(안락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녀는 아버지를 원망한다. 더불어 자신이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 반대로 오랜 투병 생활에 지쳐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자책에 그는 불법 사격 선수로 활동하며, 술과 마약에 찌든 삶을 산다.
서로 다를 것 같은 로기완과 마리는 내제되어 있는 어머니와 죄책감이란 공통 분모를 확인하고 이내 가까워지며, 점점 서로에게 삶의 이유가 된다. 엄마와 죄책감에서 벗어나 서로의 아픔을 확인하는 이들의 감정은 연민을 넘어 사랑으로 번지고, 삶의 변화를 맞는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시기에는 언제나 아픔과 고통이 따르는 법. 자신도 모르게 채워졌던 족쇄를 끊어내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삶의 변화에 따른 성장통이라 볼 수 있다.
서로의 상흔을 메우는 기완과 마리는 연인이 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되지만, 관객으로서 이를 오롯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감독은 주인공들의 고통을 감내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서 ‘사랑’을 끌어오지만, 보는 내내 이 사랑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7년 전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왜 기완이가 사랑 타령을 하지’ 싶었다”는 말을 전한 송중기처럼, 팍팍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기완의 삶에서 마리와의 사랑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물론, 내외적으로 이들의 공통점을 내세우며 하나씩 사랑의 감정은 쌓여가지만, 이에 따른 당위성이 부족한 탓에 이야기는 헛돌고, 초반부 견고하게 쌓았던 캐릭터도 그 매력을 상실한다. 사랑의 힘은 오히려 족쇄가 되어버린다.
“제가 그토록 바랐던 것은 이 땅에 살 권리가 아니라 이 땅을 떠날 권리였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로기완의 내레이션은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끔 한 어머니란 존재와 죄책감의 고통을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를 얻고, 성장한다는 걸 알려준다. 이 내레이션처럼 영화도 장르적 재미를 담보로 한 멜로 요소에서 벗어났다면 어땠을까? 흥행의 압박에서 자유를 얻고 영화적 성장을 꾀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본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사랑이 족쇄가 된 탈북자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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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을 찾기 위한 네 친구의 모험
*개봉 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십 대 시절을 지나면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부모과 가족의 영향을 받고, 더 크게 보면 국가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은 한국 부모 밑에 자란 한국 사람이 된다. 너무나 당연한 정체성 인식과정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지 몰라도 국가적인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다가 다른 나라로 간 경우나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경우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기게 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다른 나라인 미국으로 건너갔다면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일까. 아니면 미국 사람일까. 과거와 달리 다른 나라로 간 이민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 이민자의 자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이도저도 아닌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결국에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찾아가게 된다.
아시아계 미국 입양인 오드리의 이야기
영화 <조이 라이드>는 어린 시절 미국 부모에게 입양된 오드리(애슐리 박)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 중국에서 미국 부모님에게 입양된다.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나게 된 중국계 이민자 가정의 롤로(셰리 콜라)는 오드리와 중국계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욱 가깝게 지내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주변의 인종차별적인 상황을 같이 이겨내고 의지하면서 성공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학장시절의 주요 순간을 짧은 편집을 통해 보여주면서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시아계 미국인이로서 겪게 되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그 모든 경험이 결국 그들을 어떤 어른으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면서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된 인물은 오드리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변호사가 된 그는 직장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알파걸이다. 그런 그는 상사로부터 중국에 있는 고객과의 계약을 따오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 롤로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여기에는 롤로의 친척인 데드아이(사브리나 우)와 오드리의 대학 친구인 캣(스테파니 수)도 동행한다. 오드리의 중국 고객은 가족의 존재를 강조하며 며칠 뒤에 있을 파티에 오드리의 엄마와 같이 참석하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그 일이 실행되었을 때 계약서에 서명을 하겠다는 답을 듣게 된다.
하지만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에 입양되어 생모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때부터 오드리와 세 친구들은 오드리가 입양될 때 관여된 입양기관에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생모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영화가 보여주는 네 친구의 여정은 무척 경쾌하다. 영화는 입양 기관에 가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과 한국, 미국을 오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믹한 설정과 약간의 성적인 코드를 이용한 웃음코드가 오드리의 무거운 상황을 희석시킨다. 또한 그들이 중국의 문화나 분위기를 관찰하고 본인들이 끌리는 이성과 어울리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도 다른 인종과 관계없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도 보여둔다.
네 아시아계 미국인의 로드무비
이들은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그중에서 오드리는 입양되어 진짜 부모를 모르는 인물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그동안 무시했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인 다른 친구들보다 더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미국인 부모 밑에서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오드리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중반 그가 중국의 문화나 한국의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숙함을 느끼는 모습에선 그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드러나게 된다.
오드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오드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는 확고하게 알고 있다. 중국에 친척이 있고 중국어도 꽤 능숙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드리는 중국어를 하지 못하고,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낮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그의 부모가 어떤 모습일지, 그 부모를 만난 오드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의 전반부는 미국에서, 중반부는 중국에서, 후반부는 한국에서 진행된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데, 미국에서의 오드리는 그야말로 미국인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그가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중국인의 사고와 행동을 받아들인다. 그가 느끼는 친근함 때문인지 중반부의 친구들은 모두 마음이 한없이 풀어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 한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오드리의 생모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중국 친구들과의 갈등이 심화된다. 그렇게 나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후반부에서의 오드리는 한국인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오드리가 느끼는 정체성이 변화할 때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변하고, 그가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은 이후에 그 모든 혼란은 정리된다. 영화 <조이 라이드>는 그런 이야기 구조를 통해서 오드리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한편으로 영화 중반부에 포함된 성인 코미디 장면이 조금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이면서 여성인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행동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당당함이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오드리의 정체성에 따라 변하는 친구들과의 관계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네 친구가 파리로 함께 여행을 가서 밥을 먹는 장면이다. 그 마지막 식사가 인상적이다. 프랑스 파리의 식당에서 중식과 한식 요리를 먹으며 한국 맥주와 소주를 마시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각자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자신만의 정체성을 언제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인종과 국가가 뒤섞여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정체성을 알고 드러내면서 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아델 림 감독은 과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각본을 썼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계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계속 작업해 온 것이다. 자신도 경험했을 정체성의 혼란을 영화 <조이 라이드>에 그대로 담았고, 그 혼란을 우울하게만 보여주지 않고 경쾌한 코믹 로드무비 형태로 설정하여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오드리 역을 맡은 애슐리 박은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으며, 캣 역의 스테파니 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주연을 맡았었다. 이 두 배우를 포함해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롤로 역의 셰리 콜라와 데드아이 역의 사브리나 우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아시안계 미국인 네 명이 주연을 맡아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점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영화 속 오드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생모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만다. 영화에서 그가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과 발견 이후의 모습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미국 이민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조이 라이드>는 다양한 웃음코드를 보여주고 있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따뜻하고 경쾌한 영화다.
*본 포스팅은 배급사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영화의 스틸컷은 [배급사]로부터 전달받았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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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라인
전쟁 액션 영화로만 볼 수 없는 영화. 이 영화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시각으로 만든 영화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으로 편향되었어도 충분히 정의롭고 올바른 시각인 경우도 많다. 우리의 경우, 독립운동을 하면서 일본놈들을 처단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 옳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있다면 매국노들이겠지. 독립군이 일본군이나 정치가를 암살하고, 사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올바르고, 민족의 양심에 따라 당연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장면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없는 멍청이일 뿐이다. 즉,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자는 한국인의 피를 가졌어도 민족반역자인 것이다.
이런 분별력을 가지고 영화를 봐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동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사의 비극에 관해 기본으로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들이 있다. 예전에 '세르비안 필름'이 갖는 정치, 역사적 함의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먼저, 큰 그림으로 유고 연방의 해체와 그 지역의 인종, 종교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야 한다. 지도에서 보면, 그리스의 위쪽, 이탈리아 반도의 아드리아해 맞은 편에 붙어 있는 여러 나라가 있다. 주요 나라들로 세르비아, 보스니아, 알바니아가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이 지역이 '발칸 반도'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사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현대전쟁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비극이 발생했다.
영화 '세르비안 필름'은 유고 연방 해체 이후 1990년대 초반, 세르비아 군대가 보스니아 시민을 학살한 사건을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르비아 국적의 감독이 자기 나라 군인들이 저지른 학살을 비판하는 잔혹한 영화를 만들어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올바른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반면 이 영화는 러시아와 세르비아 쪽이 옳다고 '주장'하는 영화다. 세르비아는 인종적으로는 세르비아인이고, 종교는 기독교이며, 정치적으로는 구 쏘련(러시아)과 가까운 나라다. 세르비아 아래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알바니아가 있는데, 알바니아는 종교가 이슬람이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국경에서 세르비아 쪽으로 '코소보' 지역이 있다. 이 지역으로 알바니아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알바니아인의 비율이 약 80%까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우리 땅인데, 제주도에 일본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도민의 약 80%가 일본사람으로 채워졌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니고, 알바니아 사람들은 '코소보' 지역을 자치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 쏘비에트 연방이 유지되던 시절, 유고 연방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자치주가 유지되어 아무 문제 없이 서로 잘 살았다.
그러다 1989년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코소보 자치주를 인정하지 않고, 자치권을 박탈했다. 이때부터 코소보 지역에 살고 있던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분리독립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코소보 알바니아 사람들은 '코소보 해방군'을 결성하는데, 이들이 세르비아에 비하면 소수이긴 해도, 극단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먼저 세르비아 경찰을 사살해 분쟁을 일으켰다.
유고 연방 정부는 세르비아 군대를 중심으로 코소보와 전면전을 치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르비아 군대는 코소보에 살고 있는 알바니아 사람들을 학살했다. 세르비아가 코소보를 침략했다는 명분으로 나토(NATO : 북대서양 조약기구) 연합군이 코소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토는 이름이 북대서양 조약기구일 뿐, 실제로는 미국의 영향에 있는 형식적 조직이고, 미국은 미군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군대를 코소보에 지원한다.
나토가 개입한 이유는 한 가지, 유고 연방군대가 코소보를 침략했고, 알바니아 시민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코소보 해방군은 정규군으로 보기 어렵고, 마구잡이로 시민을 학살하는 야만적 집단으로 그려진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 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코소보의 수도인 프리슈티나에 있는 유일한 공항을 탈취하고 러시아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임무를 띈 정예부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르비아는 자기의 영토에 들어와 살던 알바니아 사람들이 자치주를 박탈했다고 분리독립을 하고, 전면전을 일으킨 것에 대해 황당하고 분노가 치미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발칸 반도의 지난 역사가 너무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딱히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쟁의 발발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쟁을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선을 이곳에서는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세르비아는 1990년대 이후 두 번에 걸쳐 보스니아와 알바니아 사람들을 학살했다. 이것은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는 전쟁범죄이며, 어떤 것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고, 변명할 수 없는 전쟁범죄다.
이 영화는 세르비아 영토 안에 있는 코소보 지역에서 벌어진 내전에 미국, 유럽 국가가 개입하고, 세르비아 쪽에서는 러시아가 개입하는 형태로 자치하면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할 수 있었던 위험한 내전이었다. 영화는 당연히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개입으로 나토군을 몰아냈다는 설정을 담고 있어 이 영화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발칸반도의 정세를 올바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영화에서 학살 장면이 몇 차례 나오는데, 학살하는 주체는 코소보 해방군으로 설정되어 있는 산적들이다. 이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타고 가는 버스를 세워 사람들을 죽이고, 여성과 아이들도 학살한다. 코소보 해방군은 알바니아 사람들이며, 이들은 이슬람 교도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러시아 정교 즉 기독교를 믿는 세르비아 사람들과 종교적 갈등을 빚고 있으며, '코소보 자치주'나 '코소보 분리독립'의 문제는 민족 분쟁이면서 동시에 종교 분쟁의 성격을 담고 있다.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므로 적군이 코소보 해방군의 잔혹함을 드러내는데 비중을 크게 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세르비아 군대가 코소보에서 저지른 학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영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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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리뷰 #코로나
재미 없다는 추천 때문에
오랫동안 안 보고 묵혀뒀던
영화 감기를 꺼내 봤습니다시국이 시국인만큼
흥미로운 요소는 가득했지만
결국 보지 말라는 평이
왜 나왔는 지 이해만 해버렸습니다다음 재난 영화는 부디
제대로 된 영화가 나와 보기를
희망해봅니다물론 그전에 코로나부터
어서 빨리 잡히면 좋겠네요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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