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5-05-22 23:21:54
부유하는 청춘을 어루만지는 온기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 리뷰
개봉일 : 2025.06.04.
관람등급 : 15세이상관람가
장르 : 청춘, 멜로, 로맨스
러닝타임 : 100분
감독 : 안소니 첸
출연 : 주동우, 류호연, 굴초소
물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렁이고 흘러넘치며 특정 온도를 지나면 얼음이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청춘도 이와 비슷하다. 항상 출렁이며 작은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고 어느 한계점을 지나면 특유의 생동감을 잃어버린다.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의 단어 ‘안정’. 그의 반하는 단어 ‘불안정’. 사전적 의미로 봤을 때 불안정함은 다소 연약하고 부정적인 단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는 불안정함을 그런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불안정한 물질과 청춘의 가변성 그 자체를 존중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펼쳐내기에 이른다.
<브레이킹 아이스>의 주인공 나나는 여행 가이드다. 그는 다른 이들의 여정을 이끄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찾지 못한다. 가장 편안해야 할 내 집. 그 안에서마저도 신발을 벗지 못하는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삶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다.
나나의 오래된 친구인 샤오는 이렇다 할 목표도 아쉬움도 없이 그 자리에 멈춰 서있다. 이리저리 밀리다 연길에 정착하게 된 그는 나나와 함께 차가운 겨울바람 속을 헤맨다.
여행객 하오펑은 금융계에 종사하는 청년이다. 친구들은 그의 직업과 경제적 능력을 부러워하며 ‘성공한 사람’이라는 왕관을 씌워주지만 하오펑은 자신의 인생이 즐겁지도 아름답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어색하게 몸을 끼워 넣어 보지만 곧바로 대열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브레이킹 아이스>는 상처 입은 세 청년. 나나, 하오펑, 샤오의 이야기다. 세 사람은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는 물처럼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청년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과 아픔을 겪으며 꿈을 포기하고 연길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현실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꽁꽁 얼어붙는다. 그렇게 한 번도 끓어오르지 못하고 불투명한 얼음이 되어버린 세 사람은 이제 스스로 얼음을 녹여낼 힘이 없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세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스쳐 지나갈 거라 생각했던 인연은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길게 이어지고 나나, 하오펑, 샤오의 세상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브레이킹 아이스>의 공간적 배경은 연길이다. 연길은 중국 유일의 조선족 자치주로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공존하고 중국어와 한국어 간판이 한데 뒤섞여 있는 곳이다. 많은 것들이 혼재되어 한국 같기도 중국 같기도 한 도시. 이곳에 정착한 이방인 나나와 샤오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서로를 붙든 채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래서 나나는 자신과 비슷한,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세상과 단절되었다’고 말하는 여행객 하오펑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손을 내민다.
세 사람은 그렇게 별거 아닌 이유로 한자리에 뭉친다. 그리고 술과 저녁 함께 먹기, 오토바이 타기, 길거리에서 라면 먹기, 서점에서 도둑질하기 등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세 사람은 그렇게 옆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천천히 두꺼운 얼음을 녹여낸다. 그리고 마침내 얼음 아래 갇혀있던 찰랑이는 물을 만난다.
나나는 하오펑, 샤오와 함께 얼음 위에 발을 올려놓고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 덕분에 과거를 가까이 마주하며 다시 스케이트를 신을 용기를 얻는다. 샤오는 나나, 하오펑과 내기를 하며 구매하게 된 책 속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찾고 하오펑은 나나와 온기를 나누며 ‘남들이 말하는 성공한 삶’을 의미하는 손목시계를 풀어 내려놓는다. 혼자였다면 결코 느낄 수 없었을 온기와 안정감은 세 사람을 성장시키고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브레이킹 아이스>는 여러 인부들이 호수의 얼음을 깨고 옮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장비를 들고 얼음을 자르는 인부 한 명과 그의 허리에 감긴 로프를 잡고 있는 또 다른 인부. 두 명의 인부는 한 팀이 되어 얼음을 자르고 기계로 옮긴다.
호수를 뒤덮은 얼음을 깨는 일을 안전히 해내려면 함께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인생의 전반을 뒤덮은 얼음을 거둬내는 일도 그렇다. 하지만 고립과 각자도생이 기본 옵션이 되어버린 사회적 분위기는 청년들을 각각의 얼음 속에 가둬버린다. 청년들은 그 안에서 홀로 벌벌 떨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스러지고 있다.
안소니 첸 감독은 이런 차가운 사회에 떨어진 청년들을 위해 <브레이킹 아이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물은 낮은 온도에서 얼음이 되지만 얼음을 꺼내 수면 위에 올려놓으면 순식간에 놓기 시작하고 다시 물로 돌아간다. 이 원리를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라고 언급한 그는 단단한 얼음 상태를 벗어나 물처럼 유연하게 뒤섞이고 서로를 발전시키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과 관계의 소중함을 전한다.
<브레이킹 아이스> 속 자연 풍경들은 이러한 안소니 첸 감독의 마음을 투영하듯 굉장히 아름답고 무해하게 표현된다. 연길의 겨울바람은 꽤 차갑지만 세 사람이 마음껏 누빌 수 있는 눈밭과 얼음 연못을 만들어주고 백두산에서 마주친 거대한 곰은 조용히 나나의 발목 흉터를 킁킁대다 사라진다. 자연은 나나, 하오펑, 샤오를 해하지 않는다. 그 덕에 세 사람은 마음껏 자연을 누비며 울고 웃고 회복한다.
우리 사회도 이 영화 속 자연처럼 청년들에게 조금 더 무해하고 아름다웠으면 한다. 목적지가 없어도 마음껏 헤맬 수 있는 긴 도로를 주고, 안전히 구를 수 있는 폭신한 눈밭을 주고, 타인의 흉터에 눈길을 건네는. 그런 사회 말이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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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품 나는 미술품 도둑들의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매주 다양한 영화들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레드 노티스>는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등 가장 인기 있는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영화로 꽤 기대를 받던 영화였다. 꽤 멋진 영상과 배우들의 액션 장면이 담긴 예고편을 통해 그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영화에는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드웨인 존슨), 희대의 미술품 도둑 놀런 부스(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라 블랙(갤 가돗)이 등장한다. 존이 미술품 도둑인 놀런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첫 장면을 꽤 흥미롭게 보여준다. 액션은 경쾌해 보이고 두 캐릭터 간의 추격전은 분명히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그 첫 액션 장면 이후 영화는 지지부진을 반복한다.
영화 속에서 존은 함정에 빠져 미술품 도둑으로 몰리고 결국 놀런과 같이 미술품을 훔치는 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 동기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사라를 잡아 결백을 밝히기 위함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이 얽히고 또 만남을 반복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방향을 달리 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없어져 버렸다. 어쩌면 사기꾼들인 그들의 이야기를 통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이 이야기했던 과거의 일들도 진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벌이는 액션 장면도 누군가에게 공감해서 즐길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의 격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볼뿐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격투 장면들은 배우들의 과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를 보면 자연스럽게 데드풀이 보이고 이 영화 속 캐릭터 역시 데드풀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보인다. 갤 가돗을 보면 원더우먼이 떠오르고, 드웨인 존슨을 보면 과거 그가 등장했던 액션 영화들이 떠오른다. 영화에 이 세 인물이 등장할 때는 <레드 노티스>의 캐릭터들은 보이지 않고 배우들의 과거 캐릭터가 떠오르니 영화의 매력은 많이 떨어진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배우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양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마저도 많은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캐릭터들에 전혀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하품이 났던 액션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로슨 마샬 터버는 <스카이 스크래퍼>, <우리는 밀러 가족> 등을 연출했던 감독이다.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레드 노티스> 도 너무 가볍기만 하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레드 노티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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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11월에 개봉하는 영화임에도 순제작비가 약 230억원 가량 들어간 영화 <서울의 봄>은 시사회 이후 호평과 함께 예고편 공개 이후 황정민 배우의 파격적인 변신과 특별출연으로 이준혁,정해인 배우까지 등장한다고 하니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봄'이란?] 1979년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사실상 붕괴한 후 5.18 민주화운동이 신군부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힐 때까지 한국에 민주화의 희망이 찾아왔던 기간(1979년 10월 27일 ~ 1980년 5월 17일)을 일컫는 말
서울의 봄
12.12: THE DAY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41분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개봉: 2023.11.22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반란을 일으키고 군 내 사조직을 총동원하여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인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 일촉즉발의 9시간이 흘러가는데… 목숨을 건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 오늘 밤, 대한민국 수도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CINE PICK!
첫 시사회 이후 호평을 받은 <서울의 봄>은 예고편 공개 후 황정민 배우의 파격적인 비주얼로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11월에 개봉하는 영화임에도 232억이나 들어간 점, 정우성, 황정민에 이어 정해인, 이준혁 등 전 세대를아우르는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빅슬립
Big Sleep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4분
감독: 김태훈
출연: 김영성, 최준우, 이랑서 등
개봉: 2023.11.22
배급: 찬란
시놉시스
오늘도 거리를 헤매던 길호는 우연히 만난 기영의 호의로 하룻밤을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단지 하룻밤이지만 길호는 기영의 거친 태도 속에 다정함을, 기영은 길호의 믿지 못할 행실 속에 연약한 결심을 눈치챈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나누고 싶은 마음 한 칸을 지켜낼 수 있을까?
CINE PICK!
영화 빅슬립은 김태운 감독이 10대 청소년을 위한 예술강사로 일하던 당시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하면서 3관왕에 등극한 작품입니다.
아워 프렌드
Our Friend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26분
감독: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출연: 다코타 존슨, 케이시 애플렉, 세이슨 세걸
개봉: 2023.11.22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두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니콜과 맷부부. 어느 날, 니콜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맷은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던 중 두 사람의 오랜 절친인 데인(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세 사람이 그려내는 눈부신 우정, 용기, 사랑에 관한 특별한 감동 드라마가 찾아온다!
CINE PICK!
다코타 존슨, 케이시 애플렉, 제이슨 세걸 이름만으로도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증하는 배우진이 참여했으며2015년 미국 에스콰이어 매거진에 게재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까지 수상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샤인
Shin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05분
감독: 스콧 힉스
출연: 제프리 러쉬, 노아 테일러
재개봉: 2023.11.23
배급: (주)비싸이드 픽쳐스, 필립 스튜디오, (주)팝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1969년, 미치지 않고서야 칠 수 없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전설적인 무대를 남겼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10년 동안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그는 빗속을 헤매다 우연히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운명적으로 피아노 연주를 다시 하게 된다 그가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순간,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단숨에 그의 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데이빗 헬프갓’의 눈부신 감동 실화! 그의 인생이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CINE PICK!
영화 <샤인>이 4k 리마스터링으로 다시한번 극장을 찾아왔습니다.호주 실화 영화 해최 추천 영화인 샤인은 데이비드헬프곳이라는 실존 인물을 그려낸 실화 이야기 영화로 제 69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을 비롯 세계 유수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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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그들과 같은 어른이 될까?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1993년 작 <이사(お引越し)>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한 소녀의 내면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단순히 가족의 해체를 다루는 것을 넘어, 어른과 아이 모두가 겪는 성장통과 감정의 역동성을 탁월하게 포착하며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영화이다.
영화는 아이의 솔직함과 어른의 솔직하지 못함을 대비하며 시작한다. 주인공 렌은 부모의 이별 앞에서 많은 질문을 쏟아내지만, 어른들은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이별이 주는 깊은 상처와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어른들의 침묵은 때로는 아이를 보호하려는 서툰 노력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들의 감정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비치기도 한다. 영화는 이처럼 '어른'이라는 존재가 아이 같기도 하고, 어른 같기도 한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의 복잡한 내면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영화이다.
렌의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침묵은 때로는 극단적인 감정의 과잉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랫동안 묵히고 쌓여있던 감정의 벽을 허무는 일종의 장치로 작용한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억누르고 외면했기에, 초등학생인 렌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 역시 한꺼번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감정의 분출은 해방감을 가져다주며,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진심을 마주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이러한 감정의 교착점과 폭발의 순간을 세심하게 묘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렌은 과거 행복했던 가정을 떠올리며 모든 것이 되돌려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즐거운 추억이 가득했던 비와 호수 같은 장소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다만 기억하기에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그렇기에 떠나보낼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렌이 겪는 무겁고 고통스러운 성장이자 독립 과정의 핵심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모든 것을 태워 재로 변하게 하듯, 렌은 과거 단란했던 세 사람의 가정을 불태워 보낸다. 물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껴안으며, 과거를 떠나보내고 현재를 받아들이는 상징적인 장면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렌은 자식을 먼저 보낸 할아버지의 '기억할 만한 좋은 추억이 다섯 손가락 안에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 는 위로의 말을 떠올리며 천천히 추억을 되새기고 손가락으로 헤아린다. 늘 도망치고 피하려던 렌이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렌의 복잡한 가족 관계와 내면을 탁월한 연출로 그려낸다. 긴 호흡과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세밀한 표정 변화는 렌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의 미묘한 흐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반면 멀리서 찍는 롱 쇼트는 가족 구성원 간의 거리감과 관계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싸울 때 흔히 생각하는 "이럴 거면 왜 낳았어?"라는 아이의 솔직한 독백은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며 영화의 현실성을 더한다. 렌의 같은 반 친구 또한 이혼 가정에서 자라 또래 아이들보다 가정에 대해 잘 알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등, 불안정한 상황 묘사를 세련되게 묘사하며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혼의 단면을 비추는 영화이다.
영화의 절정에서 렌은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자신의 속마음을 마침내 토해낸다. 그리고 과거를 떠나보내고 현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에게 '축하합니다' 라고 말한다. 이 외침은 단순한 이혼의 아픔을 넘어, 한 아이가 삶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선언이다. 이 말은 슬픔과 혼란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하며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사>는 단순히 가족의 해체를 다루는 가족 영화를 넘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 모두의 성장 영화로서 환상적인 분위기와 신비한 연출을 선보인다. 렌의 시선을 통해 비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지만, 그 속에서 찾아낸 희망과 성장의 빛은 더욱 강렬하게 빛난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선을 이해하고, 변화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가족의 의미, 성장의 고통과 기쁨, 그리고 상실을 통한 치유의 과정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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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도리를 찾아서
'남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다르다'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보다 유난히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다르다'의 다른 말은 '같지 않다'이며, 반댓말은 '같다'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같음'과 '다름'을 대하는 태도는 과연 어떨까?
‘그 애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어.’
가령 어떤 사람을 두고 위와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남다르다'는 '특출나다'의 다른 말로 쓰였을 확률이 높다.
이 문장의 뒤에는 "그 애는 공부며 운동이며 뭐 못하는 게 없었지." 같은 말이 이어지리라.
혹은 포털 사이트에 '남다른' 이라는 말을 검색해보라.
그것은 대개 '평균 이상' 혹은 '잘남'이라는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소위 말하는 '보통', 혹은 '평균 이상'의 대상에 한하여 '남다르다'라는 말을 다소 남발한다.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의 '같음'을 보통, 평균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말미암아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 '남다름'만을 선호한다.
그래서 '남다르다'라는 술어의 주어가 될 수 있는 대상은 무척 한정적이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생각해보라.
혹은 '일반적이지 않은' 취미를 가진 '괴짜'들이나, 그 밖에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대중은 그들에게 쉽게 '남다름'의 칭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이들은 그저 '남'이다. 그들의 개성은 독특한 것이 아니라 이상하고 저급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로써 그들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 '틀린' 존재가 된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간과되곤 하는, 다른 차원에서 '남다른' 자들의 이야기다.
도리를 찾아서
주인공 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고, 니모는 한쪽 지느러미 왜소증을 앓고 있다.
도리의 친구 행크는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고래상어 데스티니는 심각한 근시로 고생하며,
그들의 벨루가 친구 베일리는 본인이 초음파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의 또다른 우루우루 조력자인 베키, 끊임없이 바위를 탐내는(그래서 다른 물개 플루크 등이 끊임없이 경계하는) 물개도
'보통' 물고기가 보기에는 '제 정신이 아니다'.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소수자들을 연상케한다.
많은 경우 이들은 놀림거리, 골칫덩이, 제대로 되지 못한 존재로 취급되고,
다수의, 다수를 위한, 다수에 의해서만 굴러가는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한다.
<도리를 찾아서>의 위대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아웃사이더들이 위와 같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여정을 해내고 말았으니까.
아주 작은 물고기가 두 번씩이나 바다를 횡단하고, 지상을 넘나들고 하늘을 날았다.
이를 어찌 위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랴.
물론 이런 '남다른'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는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영화 속에서 약자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따뜻한 시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다른 예로, 인기있는 디즈니 영화 시리즈 중 라이온킹3의 사례를 살펴보자.
티몬과 품바는 문제나 일삼고 냄새나 풍기는 골칫덩이로 여겨진다.
그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가치있는 인물'임을 증명하고 나서야 가족과 사회로부터 비로소 인정받는다.
'약자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의 대부분이 대체로 이러하다.
즉, 대다수의 이야기에서 마이너리티에 해당하는 주인공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 자신의 가치를 검증하고나서야 비로소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러나 <도리를 찾아서>의 인물들은 다르다.
주인공들이 만나는 숱한 엑스트라 해양생물만 보아도 그렇다.
도리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많은 경우, 그들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길 잃은 어린 도리를 돕고자 했던 녹색 물고기 부부,
성인 도리가 아쿠아리움을 빠져나갈 때 '파이프를 따라 가라'고 일러줬던 해초 깎는 게 부부를 떠올려 보라.
도리를 찾아 나선 말린 부자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주었던 바다거북 크루크네 무리와
길 잃은 도리가 탈출할 수 있게 온 힘을 다해 도왔던 아쿠아리움의 해양생물들도!
그들은 도리네가 특출나서 도운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했기에 도왔다.
말린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가 '보통'이라고 감히 규정하는 인물의 전형인 것처럼 보인다.
다소 소심하고 경계심많은 그는 언제나 걱정스러워하고 곤란해한다.
도리의 기억상실증에 곧잘 신경질도 내고, 심지어는 실언도 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금세 뉘우치며, 도리가 부모님을 찾게 도와주는 가장 큰 조력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준다.
이는 도리의 부모님도 그렇다.
그의 부모님은 도리의 단기 기억 상실증을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아이 앞에서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아이가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들은 아이를 바꾸는 대신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조개 길을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는 숨겨야 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결코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하나의 개성이다.
도리와 친구들은 도리/기억을 찾아나서는 일련의 여정을 통해 성장한다.
타인과 자신의 '남다름'을 찾아 나가면서. 누군가를 기꺼이 위하는 과정에서.
도리의 방식!
초반의 도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캐릭터처럼 그려진다.
그녀에겐 말린이 필요해 보였고, 그래서 말린은 최대한 그녀를 '자신의 눈이 닿는 곳'에 두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를 진정 위하는 일이 아니었음은 극이 전개되면서 차츰 밝혀진다.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도리는 스스로 부모님을 찾아가고, 말린을 구하고, 행크를 설득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을 바다로 돌려보낸 것 역시 그녀였다!
그리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한다.
"네가 해냈어."
"그래, 내가 해냈어!"
이 무모하고도 용감한 해양생물들은 그래야 할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이 대단한 모험을 했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므로.
***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나의 '다름'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는가?
타인의 '다름'에 대해서는 어떠했는가?
나는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등을 내어주고 '조개길'을 만들 수 있는가?
아직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을 찾아나설 수 있다.
자, 도리와 친구들처럼 기꺼이 지느러미, 아니 손을 내밀어 보자. 그들의 남다름을 찾아보자.
당신이 보내는 따뜻한 시선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누군가의 폭풍이 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브런치 토리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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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생각하면
수많은 영화 중에 떠오르는 영화가 있어요
바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인데
여기서 조정석의 코믹한 연기와 신민아의 러블리한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며 더욱더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데요
그럼,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로맨틱 코미디
감독 : 임찬상
각본 : 김지혜
출연진 : 조정석, 신민아
개봉일 : 2014년 10월 08일
평점 : 8.39
스트리밍 : NETFLIX
기획 의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정말 결혼하면 다 이래?!
4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대한민국 보통 커플,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던 달콤한 신혼생활도 잠시 사소한 오해와 마찰들이 생기며
'결혼의 꿈'은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하는데...
이 결혼, 과연 잘 한 걸까?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 철부지 남편 '영민' 사사건건 잔소리만 늘어나는 아내 '미영'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상상하고 꿈꿔 온 결혼,
그 이상의 ' 속'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담
영화<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박중훈, 최진실 주연의 원작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최적화되어 있는
조정석의 믿고 보는 연기력과 신민아와의 러블리한 조합은 상상 이상으로 케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결말
미영(신민아)와 4년차 연애 중인 영민(조정석)은
그녀에게 청혼을 하며 행복한 신혼의 맛을 본다.
알콜달콩만 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에서
영민은 시인이 되기 위해 더더욱 글쓰기에 매진하며 미영에게는 무뚝뚝해지기만 해진다.
미영은 배가 아파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지만 영민에게 화가 난 미영은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그러다 영민과 미영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서로 화해하며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풋풋하고 달콤한 이야기만 있어야 하는 신혼 생활에서 점점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너무 현실 그대로 잘 반영하여 녹여낸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다.
재미있게 울고 웃고 싶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는다면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추천하고 싶다.
8점 대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초반 연기력에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한줄평 : 사랑해 미영, 미안해 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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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 르네상스 영화7선
2003년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도 하죠?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등 신감독들의 등장과 활약으로
영화의 꽃을 피우던 시기. 한국영화는 2003년도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반향이 일어났던 해입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대 영화 7선을 소개합니다https://www.instagram.com/reel/C03cAIzOBF5/?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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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에서 227일 동안 호랑이와 동거한 남자 #6
환몽(幻夢) CINE 리뷰 6화_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 해석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So which story do you prefer?”)3.14159265358979...
원주율(Pi, π)만큼이나 무한한 이 영화의 해석!
이 영화가 질문하는 숨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안 감독 외계인설?!
-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이야기
- 예민한 당신을 위해 준비한 교묘한 복선
-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환줄평 / 몽줄평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라이프오브파이 #영화추천 #환몽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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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대한 계약 : 파주, 책, 도시> 메인 예고편
책을 만들면 구속되던 시절
책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꿈에 새로운 도시를 희망한 건축가들이 동참했다
위험한 계약이라 불리던 ‘위대한 계약’
그리고 세계 어디에도 없던 도시의 탄생!
책과 영상과 예술의 문화 허브에서
새로운 미래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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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스 베이비 2> 파이널 예고편
가족 같은 회사로 모십니다
베이비 주식회사의 레전드 보스 베이비에서 인생 만렙 CEO가 된 ‘테드’.
베이비인 줄 알았던 조카 ‘티나’가 알고 보니 베이비 주식회사 소속이라니!
뉴 보스 베이비 ‘티나’의 지시로 ‘테드’는 형과 함께 다시 베이비로 돌아가야만 하는데…
보스 베이비 IS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