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1 11:46:54
5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계속된다! <릴로 & 스티치> 개봉

디즈니의 실사 영화를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2002년에 개봉해 제75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던 애니메이션을
23년 만에 실사 영화로 재탄생시켰다고 하는데요.
오는 6월, 드림웍스 역시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영화가 개봉하는 가운데,
과연 누가 웃고 울게 될까요?
릴로 & 스티치
Lilo & Stitch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8분
감독: 딘 플레이셔-캠프
주연: 크리스 샌더스, 마이아 케알로하, 시드니 아구동
개봉: 2025.05.21.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보송보송한 파란 솜털, 호기심 가득한 큰 눈,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가졌지만..!
가장 위험한 실험체 취급을 받던 ‘스티치’는 우주에서 도망쳐 지구의 하와이 섬에 불시착하게 된다.
단짝 친구를 원하던 외톨이 소녀 ‘릴로’는 별똥별과 함께 나타난 귀여운 파란색 강아지(?) ‘스티치’와 소중한 친구이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며 외로웠던 일상이 유쾌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치’를 잡아 우주로 되돌아가려는 정체불명의 요원들이 등장하고
‘릴로’와 ‘스티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가족 외톨이 소녀 ‘릴로’와 금쪽이 ‘스티치’의 버라이어티한 모험을 확인하라!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My Beloved Stranger

개요: 멜로/로맨스 | 일본 | 122분
감독: 미키 타카히로
주연: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개봉: 2025.05.22.
배급: 와이드 릴리즈㈜

줄거리
어느 날, 눈을 뜨자 우리가 사랑한 모든 시간이 사라졌다.
베스트셀러 작가 ‘리쿠’는 8년을 함께한 첫사랑 ‘미나미’와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낯선 세계에서 깨어난다.
너였기에, 빛나던 우리의 세계. 너였기에, 난 사랑을 할 수 있었어...
잃고 싶지 않는 그녀를 다시 되찾기 위해 시간을 넘어 여기,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평행세계 로맨스
로데오
RODEO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06분
감독: 롤라 퀴보롱
주연: 줄리 레드루
개봉: 2025.05.21.
배급: 필름다빈

줄거리
다혈질에 독립심 강한 성격의 줄리아는 모터사이클을 향한 열정과 혈기 넘치는 불법 집회 ‘로데오’의 세계를 쫓으며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아는 은밀하고 변덕스러운 패거리와 우연히 엮이고, 그들의 보스는 줄리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
분리수거
The Erase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4분
감독: 이소민
주연: 박보경, 윤혁진, 태항호
개봉: 2025.05.21.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제때 정리하지 못한 가슴 속 찌꺼기. 마음도 분리수거가 필요해!
남자친구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재연’. 돌연, 제주도로 떠난다. 과거를 숨긴 게스트하우스 주인 ‘재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이별을 택한 ‘범주’와 원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는 뷰티 유튜버 ‘채원’,
마지막 이별 여행을 온 연인 ‘진석’과 ‘다혜’까지 여행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연애담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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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마에스트로의 이중성
모든 것이 다 잘될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성취했고,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위치에 서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좀 더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려 할 것이고 조금은 탐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거만하게 주변에 자신감을 비추면서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 대로 밀어붙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올라간 위치가 그 사람의 성향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그 거만함 자체는 이미 마음속 깊이 내재된 나만의 욕망이다.
그 욕망은 성공을 위한 욕망과는 다를 것이다. 이미 성공한 이후에 찾아오는 욕망은 좀 더 직접적이다. 안정적인 배우자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고 또 데이트를 하고 다른 사람을 낮게 깔보면서 그런 욕망을 채워나간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돕던 다른 사람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발견되면 그 사람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성공 후에 찾아오는 이런 거만함과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공한 마에스트로 타르의 멋진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
영화 <타르>는 성공적인 위치에 있는 타르(케이트 블란쳇)가 가지고 있는 거만함을 천천히 보여준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지휘자다. 무대를 휘어잡는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그의 모습은 무척 자신감 넘치고 위트 있다. 그가 하는 긴 인터뷰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해 냈고 대단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보인다. 자신의 확고한 의견을 내세우고 위트 있게 청중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무척 멋져 보인다.
영화가 두 번째로 보여주는 타르의 모습은 강의실에서 특강을 하는 장면이다. 타르는 한 학생을 타깃으로 여러 질문을 하며 작곡가의 개인적인 성향과 음악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무척 단호하게 학생의 말에 반박하던 타르는 그 장면에서 학생에게 무안을 주고 결국 그가 교실을 나가게 만든다. 첫 인터뷰 장면 이후에 이어지는 강의 장면은 타르라는 캐릭터가 능력을 중시하고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견해가 평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는 동성애자로서 아내(니나 호스)와 함께 살면서 입양한 것으로 보이는 딸을 키우고 있다. 아내는 타르와 같이 필하모닉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생활해 나가는 것 같지만, 타르는 이상하게 새로운 연주자에게 관심을 돌린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타르의 진짜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긍정적인 성취와 성향을 보여주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서서히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바다 위에 솟아있는 아름다운 빙산 조각을 먼저 보여주고 점점 바닷속 어두운 곳에 있는 거대한 빙산의 뿌리 쪽으로 내려가면서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서서히 드러나는 마에스트로의 진짜 모습
다르게 이야기하면 타르의 이중성에 대한 것이다. 타르는 직업적인 성공 이후 마음에 들지 않는 조력자가 직원을 한순간에 교체하고 또 상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퇴사한 직원이 다시 취업할 수 없도록 모든 관련 악단에 메일을 보내 해당 직원의 정신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런 타르의 행동은 그가 가진 자만심과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얻으려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바로바로 쳐내기 바쁘다. 특히나 부단장이나 그의 비서(노에미 메랑)를 쳐내는 모습이 그가 주변사람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영화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작해 무척 빠른 속도로 결말에 이른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역겹게 느껴지는 타르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가 초반에 보여줬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인식 그리고 위트 있는 모습은 후반부의 진짜 모습 속에 완전히 묻혀버린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꽤 통쾌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끝까지 자만심으로 가득한 주인공 타르를 자연스럽게 비웃게 만드는 멋진 장면이다.
영화 속 타르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 있는 성공한 위선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이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공의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소홀해지고 외면한다. 완전히 자신만이 중요해지는 자아도취의 마약은 계속 자만심과 자신감 속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욕망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고 성공한 예술가인 그들은 다양한 매체에 등장해 긍정적인 이미지와 말들을 전달하지만 그 모든 공을 자기 자신이 가져간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타르는 그 자만심 가득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즉, 한 번 크게 성공한 그 인물이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경력을 포함해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그는 자신이 겨우겨우 다시 맡은 오케스트라 앞에서 거만하게 연설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실패 앞에서도 그가 가진 욕망은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관객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온 세상 성공한 위선자들에게 전하는 일침
타르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그가 왜 최고의 배우인지를 보여준다. 성공적인 경력을 가진 자신감 넘치는 마에스트로와 굉장히 잘 어울리고, 그런 그가 조금씩 몰락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초점을 잃어가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그렇게 초점을 잃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능력을 과시하려는 성향을 지우지 못한 타르를 무척이나 잘 표현해 냈다. 영화를 연출한 토드 필드 감독이 타르 역에 케이트 블란쳇의 캐스팅만을 생각하면서 각본을 쓴 것이 충분히 이해 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꽤 길다. 158분의 러닝타임이 초반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짜 타르의 모습이 드러나고 과연 타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게 될지를 쫓아가는 후반부는 꽤 긴장감 넘치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타르가 가진 잘못된 욕망의 표현 방식과 거만함은 그의 주변에서 모든 사람을 떠나게 하고 관객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위선자들에 대한 권선징악의 결말을 대리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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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영화후기
영화<미나리>는 1980년대 한국 이민자 가족이 아칸소 주의 시골에서 농장을 가꾸는 이야기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들이 한국의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에 비유한 작명이라 한다. 제이콥(스티븐 연)와 그의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70년대 초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와서 병아리감별사로 거의 10년 동안 고생해서 모은 재산으로 아칸소 주의 농지 5에이커를 구입한다. 10살이 된 의젓한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심장병이 있는 7살짜리 아들 데이빗(앨런 S. 김)도 부모를 따라 낯선 땅에 도착한다.
제이콥은 미국에서 희귀한 한국산 채소를 길러 대박을 노리지만, 수원지와 떨어져있어 전 땅주인조차 포기한 황폐한 땅임을 모른다. 모니카는 낯선 아칸소로의 이주가 썩 내켜하지 않지만, (남편을 믿고) 농작물이 경작될 동안 병아리 농장에서 생계를 책임진다. 그녀가 일하러 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고국에서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을 모시게 된다.
1.헐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영화 <미나리>는 거시적인 이민이야기와 미시적인 개인사를 교묘히 배치해 놨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주인공 시점을 둘로 쪼개 놓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제이콥의 시점에서 진행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데이빗의 시점으로 나눠놨다. 아버지와 아들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어서 진부한 가족드라마로 낭비되지 않도록 막고 있다.
또,이 자전적인 영화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 한국인의 정(精)과 가족애를 내세웠음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기존 한국영화들이 감정적으로 관객을 동요시키려 애쓰지만, <미나리>는 굉장히 냉철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결말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끝나지만 다 보고나면 우리는 이 가족에 대해 안심한다. 가족이 안고 있는 갈등이 '미나리'라는 희망으로 봉합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마법이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재하고 영화에서 이해가 안 될 부분들만 논의해보겠다.
주인공 데이빗의 눈에 비친 부모님, 이민 1세대는 전형적인 20세기 한국인이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이루려는 아버지와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남편을 믿고 묵묵히 서포트하는 어머니가 그렇다. 반면에 이민 2세대는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처럼 생활한다. 그것을 보여주는 아칸소의 ‘신앙공동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폴(윌 패튼)은 중남부에 걸친 복음주의 개신교가 강한 '바이블 벨트(Bible Belt)'을 의인화했다. 그가 십자기를 지고 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신앙심 깊은 모니카가 한인교회가 없는 아칸소에서 개신교들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장치로 활용했다. 이 점만 봐도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한예리 배우가 밝힌 비하인드에 의하면, 모니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제법 큰 돈을 벌었지만, 남편은 그 돈을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그 와중에 남편 제이콥은 자신의 꿈이라며 농장을 계약하고 아칸소로 이사왔다. 그녀는 남편의 뜻을 존중하지만, 가슴 한편으로 조국을 그리워하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모니카는 이민자의 설움을 같이 공유하던 캘리포니아 한인교회를 그리워하지만, 아이들은 지역교회를 배먹지 않고 다니며 백인 친구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아이들은 미국 청교도 문화에 동화되었다.
반대로 한국에서 온 순자는 낯선 존재다. 그녀는 딸이 아이들에게 데려가면 안된다고 한 위험한 숲으로 손자손녀를 데려가면서 뱀을 쫓아내려는 데이빗에게 위험한 건 눈에 보이는 게 좋으니 내버려두라 타이른다. 이것은 가정 내부의 문제를 서로 대화하고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즉, ‘농장’을 두고 제이콥과 모니카의 의견 차이에 대한 할머니의 조언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2.외할머니 순자는 왜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켰을까? 그리고 미나리의 의미는?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미국에서 본적이 없는 한국적인 할머니 상이라서 신선해서이다. 순자는 요리에 서툴지만, 어머니와는 다른 할머니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또,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한국에서 바리바리 음식보따리를 풀어놓는다거나 딸과 사위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태도는 미국인에게는 굉장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국에도...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순자(윤여정)의 대사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대사를 유심히 들어보면 미나리의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손자 데이빗(앨런 킴)에게 ‘너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스트롱한 보이야!‘라고 칭찬하거나 "아무데나 심어도 잘 자란다. 여러 곳에 쓸 수 있다"라고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므로 ‘미나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질긴 생명력과 할머니와 손자의 정(情)을 실로 우아하게 의인화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과 이민자로써의 정착을 상징하는 소재가 순자가 심은 ‘미나리’다. 앞서말한 거시적·미시적 관점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다. 동시에 프로테스탄티즘과 프론티어 정신을 한국인의 민족성과 결부짓는다. 이것이 할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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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결혼 이야기>,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결혼에 대해 꿈꾼 적은 없다. 굳이 따지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 평생 흔들리지 않고 혼자 살 때보다 둘 이상일 때 조금 더 든든하지 않을까.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나눠먹고 대화를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일찌감치 행복한 가족이나 행복한 결혼생활도 믿지 않았다. 결혼식이 해피엔딩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둘이서 여행만 가도 한 번은 싸우는데 결혼이 그렇게 좋기만 할리가. 결혼을 계약처럼 연장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가족과 결혼에 대해 충격적이지만 슬픈 사실을 한 가지씩 깨달았다. 가족은 생각보다 그렇게 화목하고 평화롭지 않다. 잘 사는 집이든 못 사는 집이든 어느 집에나 속 썩이는 사람이 있고, 콩가루가 솔솔 날리는 듯한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위안 아닌 위안이라면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다. 결혼에 대해 놀랐던 점은 그렇게 사랑하지 않아도 결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보다 결혼을 생각하는 그때 마침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결혼에 수많은 조건이 있다면 사랑 역시 그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사이에 사랑이 있다면 좋고, 사랑이 없으면 정으로 산다고 하더라. 그래도 반평생을 함께 할 텐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해버리냐고? 막상 결혼의 압박이 들어오는 나이가 되니 이해는 된다. 결혼을 하라는 주변의 눈초리나 말소리는 지겹다. 그렇다고 혼자 살자니 혼자만 사는 삶은 자신이 없다. 해치워버리듯 해도 비난하지 못하겠다.
과거와 확연한 차이점은 요즘 결혼은 과거만큼의 인내심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지 않아도 된다. 헤어져도 된다. 이혼 역시 나쁜 것이 아니다. 의무감으로만 지속했던 결혼이야말로 나쁘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이혼하는 시기는 인내심이 어디까지 발현되었느냐 정도의 차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 혹은 자리를 잡고 나서 황혼에 이혼하거나 졸혼을 하는 경우도 많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헤어질 수 있다. 나조차도 정말 밥맛 떨어질 때면 엄마는 아빠랑 왜 결혼했냐고 물어보곤 했다. 그러게 말이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엄마는 의외로 그래도 가장 중요한 순간 결정을 내릴 때는 아빠와 가치관이 비슷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인가. 정말 중요한 50%만 맞으면 나머지는 맞추면서(혹은 어차피 맞추지 못할 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라던 말씀이. 그게 엄마의 결혼 철학이었는지도.
<결혼 이야기> 속 니콜과 찰리는 변호사 없이, 소송 없이 '둘만의 원만한 합의'로 이혼하기를 꿈꿨다. 바람대로 되면 좋았겠으나 애초부터 둘의 입장 차이는 너무나 명확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둘의 감정이 극도에 치달았을 때 말다툼을 보고 확실해졌다. 찰리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그의 희생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기울었다. 그래도 니콜은 찰리에게 저주를 퍼붓지는 않았다. 찰리의 말에 말문을 잃은 건 니콜만이 아니었다. 헨리만 괜찮다면 병에 걸리거나 차에 치여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니. 내가 당신을 더 사랑했다는 니콜의 말에 그게 LA에 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반응은 맥빠졌고, 같은 극단 메리 앤과의 외도에도 그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졌다. 결혼 생각도 없고, 나에게 바라는 게 많은 당신 때문에 내가 수많은 유혹을 젊은 나이부터 얼마나 피하느라 힘들었는지, 당신이 나를 먼저 거부했으니 바람이 아니란다. 유혹에 관해서라면 니콜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찰리는 이기적이다. 본인이 아프다는 이유로 끝까지 가버린다. 총알이 살을 뚫고 나서도 회전을 하면서 몸속에 파편을 남기듯이. 후벼파는 것 이상의 말을 쉽게 하더라. 그가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하지 않았다면 고개를 저으면서 그를 선택했던 니콜을 처량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누가 봐도 상처받은 눈이면서 미안하다며 찰리를 꼭 안아주는 그녀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게 사랑인 걸까. 내가 상처받아도 그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는걸, 그 말을 하면서 본인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고 안아줄 수 있는 게. 사랑을 하기엔 나 역시 너무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영화를 봤다. 찰리를 정말 이해할 수 없을지 궁금했다. 물론 이해할 수 없어도 상관은 없다. 찰리는 내 남편이 아니니까. 다시 보니 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왜 뉴욕을 놓을 수 없었을까? 뉴욕이 집이고 자신의 가족은 '뉴욕'의 가족이라고 무척 강조한다. LA는 왜 안 되는 걸까. LA의 변호사와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공간도 넓고 살기 좋다는데도, 니콜의 가족을 좋아하면서도, LA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심지어 그가 사랑하고 상처 주고 싶지 않았던 니콜이 원하는데도. 뉴욕이 대체 그에게 뭐길래. 'LA'의 가족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뭐길래.
니콜이 변호사 노라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찰리는 이혼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니콜의 의사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말이다. 니콜은 LA에서 살고 싶었고 다양한 장르에 참여하는 배우이자 감독이 되고 싶었다. 지금처럼 '찰리의 극단'에서 '찰리가 가장 아끼는 배우'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에서 종횡무진하고 싶었다. 남편의 외도에 상처받은 사이 마침 LA에서 하는 드라마가 기회처럼 찾아왔다. 찰리의 응원을 기대했건만 그는 쓴소리만 뱉었다. 그가 LA에 잠시라도 살려고 시도했다면, 그가 함께 극단에서 공동 감독을 맡아 공연을 준비했다면, 니콜에게 네 생각은 어떤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말을 했더라면. 수많은 가정법 중 하나라도 있었다면 니콜은 결혼을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찰리의 이야기는? 니콜은 찰리와의 이혼을 피할 수 있었을까. 니콜이 '찰리의 아내'로 살기로 체념하는 것 말고, 찰리가 막무가내로 뉴욕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고, 그를 설득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영화를 살펴봐도 찰리의 이야기는 니콜의 이야기만큼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찰리도, 그의 변호사도 그런 이야기를 터놓지 않았다. 그러니 다만 추측할 뿐이다. 니콜이 찰리에 대한 장점에 썼던 것처럼 그는 아무것도 없이 뉴욕에 와서 자수성가했다. 누구보다 뉴요커 같다. 직업적인 명성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집이 생겼다. 뉴욕은 그의 마음의 고향이다. 알콜중독에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와 좋은 기억이 없는 어머니와 태어난 고향은 뒤로했다. 그는 소중한 니콜과 아들 헨리, 인턴마저 가족 같은 극단 사람들을 만났다. 좁고 경적소리가 넘치는 뉴욕에 스스로 가족을 만들었다.
찰리 입장에서 LA는 어디까지나 니콜의 고향일 수밖에 없다. 찰리의 뉴욕은 흔들려도 이상할 것 없이 뿌리가 얕다. 10년을 넘게 산 니콜은 뉴욕보다 LA를 그리워하지만 찰리에겐 10여 년 된 뉴욕이 전부다. 그 뉴욕엔 편히 볼 수 있는 부모님, 형제 같은 혈연이 찰리에겐 없다. 은연중에 니콜과 그녀의 가족을 보면서 LA의 넓은 공간만큼이나 휑한 공허함을 느꼈을 것이다. LA에 있는 니콜과 헨리는 찰리가 없어도 자연스럽다. 헨리를 너무나 쉽게 LA에, 니콜의 손에 맡긴다면 그는 그의 부모님과 그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고 그는 그런 부모의 모습이 자신에게 남아있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가 힘들게 만든 가족이 무너졌을 때조차 그는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게 아무것도 없이 뉴욕에 와서 자수성가한 뉴요커가 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기적이다. 그래서 솔직하지 못한 채 마음에 담아둔다. 대체로 진심과 좋은 말은 담아두었을 것이다. 니콜이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뉴욕을 떠나면 이 가족이 부서질 것 같은 걱정도, 그녀의 연기를 비평하지만 감동받았던 마음도.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거부하고, 사랑하는 배우가 자신을 떠나 LA로 난생처음 활동을 하러 간다니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 가 버려. 갈 테면 가. 그러고도 당신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은 누굴 만나도 불행할 거야. 그녀가 떠나가 버리기 전에 먼저 이혼하자고 하진 않았을까? 둘 중에 이혼을 먼저 이야기한 건 찰리였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혼하자는 말을 먼저 꺼내도록 니콜을 몰아붙였든지. 초반에 이혼 준비로 성질을 내고 눈물을 보이는 니콜의 모습에 비해 침착한 찰리를 보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둘은 이혼했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좋은 사람, 좋은 부모인지 시험받았다. 추억은 무능과 부도덕의 증거가 되었다. 찰리는 조금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니콜이 늘 잘라주던 머리는 이발소에 가서잘라야 하고, 빨래방에서 빨래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그는 3800km를 날아 뉴욕에서 LA로 와야 헨리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양육권도 45:55의 비율로 손해를 봤다. 영화의 끝 무렵이 되어서야 그는 '살아있는 것(Being Alive)에 대해 노래를 불렀다. 나를 필요로 하고, 상처 주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혼자가 아니라.
이 싸움에서 결과적으로 니콜이 이긴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솔직했고 더 많이 사랑했고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니콜의 눈빛 역시 종종 촉촉해진다. 니콜이 읽지 못했던 편지를 찰리가 읽었을 때, 'I'll never stop loving him, even though it doesn't make any sense now'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서로를 축하하고 싶지만 예전처럼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없을 때. 찰리가 UCLA 전임으로 오게 되어 한동안 여기 머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의 표정은 쓸쓸했다. 이혼하기 전엔 왜 그럴 수 없었을까 싶은 표정이었다.
변호사나 판사에게는 지지부진한 한 사건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결혼 이야기든 당사자에게는 며칠 밤낮을 해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다. 헨리라는 아들을 둔 찰리와 니콜 커플의 이야기는 그래도 사랑이 있는 결혼이었다. 보기 좋았다. 서로의 장점을 읊는 장면으로 시작했을 때 두 사람이 반대라서 보완해주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진흙탕 싸움을 하지 말자던 사람들이 진흙탕에 빠져들어 이혼을 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뭘 모르고 어리석어서 진흙탕에 발을 담근 게 아니다. 서로 약점을 아는 사람들끼리 일부러 급소를 건드리면서 상처를 내는 다툼. 그 말이, 그 행동이 이렇게도 쓰인단 말인가? 놀라진 않았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그들이 너무나 가까웠기 때문이다.
마음은 칼질하듯 날카로운 단면으로 잘리지 않는다. 사람과 시간이, 사랑이 남아있다. 다만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함께 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도 남았다. 당신을 사랑하는 수백 가지 이유가 있더라도 단 한 가지 감당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누구와도 헤어질 수 있다. 당신을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 원하는 삶에서 멀어질수록 마음 한 켠에서는 엉켜있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새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부른다.
<결혼 이야기>를 보면 결혼에 대한 양가감정에 휩싸인다. 결혼은 이래서 해볼 만하고, 이래서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혼 역시 그래서 희망찬 행동이기도 하고 절망스러운 밑바닥이 될 수도 있다.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할 수 없는 이유가 너무나 많다. 결혼은 사랑 하나만으론 충분하지 않은 이야기다. 아직도 절절한 둘의 눈빛과 별개로 그들은 이혼서류에 서명했다. 그들이 수많은 결혼의 위기를 넘겼음에도 이번에 정말 이혼을 했다는 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풀린 신발 끈은 묶어주지만 같은 방향을 볼 수 없고 나란히 걸을 수 없다. 잔잔한 오보에 소리에 서로에게 등진 채 자신이 갈 곳으로 걸어가는 찰리와 니콜을 보면서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 떠올랐다. 둘에게 들려준다면 아마 눈이 빨개진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 노래를 찾을 때의 마음으로.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 김광석 <사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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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호불호 크게 갈리는 <원더랜드>.
6월 개봉작들이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6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순위 알아볼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
개봉 첫 주 누적관객 수 40만 명을 넘긴 <원더랜드>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배우들의 라인업과 감독의 명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원더랜드>의 화제성이 무색하게 아쉬운 성적과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위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3위가 <그녀가 죽었다>가 차지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
마이애미의 형사 마이크와 마커스가 마약 범죄에 연루된 하워드 반장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상 최악의 범죄 사건을 수사하던 중 오히려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가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엄청난 흥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가필드 더 무비>와 <이프>가 한 단계씩 내려오며
각각 2,3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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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언젠틀 오퍼레이션 리뷰
* 본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해 관람 후 작성했습니다.
* 스포 주의 !!
어릴적 금요일 밤만 되면 EBS의 <명화극장>을 틀던 아빠 덕분에, 그리고 아빠 옆에서 몰래 영화들을 훔쳐본 덕분에, 이상하게 클래식한 스토리의 전쟁영화를 보면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씨네랩의 초청으로 보게된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다준 영화였다. 근데 이제 나이를 곁들인..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흠 잡을 데 없는 매끄러운 전개로 관람객을 몰입시키는 영화였다. 바로 다음 내용이 예상이 가면서도, 인간이 가진 상상력을 이용해 '설마.. 아니겠지?'의 생각을 유도하면서도, 코미디적 요소까지 챙긴 영화였다.
한 마디로 '클린 앤 깔끔'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영화 소개
개봉 - 2025. 03. 19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코미디
국가 - 영국
러닝타임 - 120분
배급 - 메가박스중앙(주)
감독 - 가이 리치
독일의 비밀 병기 잠수함을 막아라! 나치에 대항할 미친 녀석들이 온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살상 무기 유보트를 막기 위해 ‘처칠’의 지휘 아래 최초의 비밀 특수 부대가 탄생한다. 통제 불능의 미친개, 지옥에서 돌아온 근육질 군인, 냉철한 폭발물 전문가, 암살이 주특기인 미인계 특수 요원까지··· 대장인 ‘거스 마치’를 필두로 막 나가는 그들이 뭉쳤다! 영국군에 잡히면 감옥에, 나치에게 잡히면 죽음뿐! 유보트를 막기 위한 거스 마치 일행의 ‘언젠틀’한 작전이 시작된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처칠의 일기장에 담겨있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독일의 비밀 병기 잠수함 'U보트'에 물자를 공급하는 '공작부인'호를 폭파하기 위해 처칠의 비밀 주도 하에 모인 5명의 요원들과 1명의 조력자가 작전을 수행해 나간다.
전형적인 첩보 영화의 흐름
이 영화는 전형적인 스파이 영화의 틀을 가지고 시작한다. 국가의 위기상황, 국가를 살리려는 충신, 그리고 충신에게 비밀리에 제안을 받아 위기 상황 돌파구를 만들어나가는 범죄자. 클리셰 같지만 이런 구조는 언제나 설레고, 관객들을 같이 위기 상황으로 몰입하게 한다.
영화의 초반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건의 구성도 가장 보통의 상업 영화 틀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상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건 흐름이 예상 가능할 정도로..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실화'라는 단어의 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형적인 첩보 영화 속 등장인물
최근 한국의 첩보 영화는 조금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내가 기억하던 옛날의 첩보 영화는 항상 '꽤 잘생기고 능력치가 천상계'인 남자 주인공들과, '미인계로 적장을 유혹하는 초미녀' 여자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사실 이런 인물 설정들은 홍길동전, 논개 등 몇백년 전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던 설정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할 순 없다.
근 몇년간 한국 영화만 봐서 그런지, 이런 고전적인 특색을 가진 인물들이 정말 반가웠다. 자신이 죽인 적군의 심장을 파내는 요원, 바다를 헤엄쳐서 적군의 모터에 장치를 달고 오는 요원, 그리고 유대인이지만 미국인인 척 독일인을 꼬시는 연기를 하는 요원까지. 영화를 보다 보면 '조금 말이 안 되는데?' 싶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요원들이 직면한 임무와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 정도 능력은 있어줘야 헤쳐나가지~' 생각도 같이 든다.
다소 무난한 전개
영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클린 앤 깔끔'하게, 전형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진짜 큰 절정 속 위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요원들이 처한 사건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 생기면 요원들은 머리를 맞대어 잘 풀어나가고,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진행한다. 이런 부분들에서 '조금만 더 요원들을 고생시켰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역시, 영화는 주인공이 고생하면 고생할수록 재미있다. (물론, 해피엔딩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쾌하다
전형적인 이야기 흐름이더라도, 다소 무난한 전개라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유쾌상쾌통쾌~!' 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화려한 액션과 실제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엿보는 듯한 배경에 다른 생각이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난한 전개더라도, 첩보 액션 영화의 특성상 화려한 움직임과 연기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20분 내내 영화 자체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중간 중간의 코미디적 요소들은 전개 속 지루함을 달래주기 충분했었다.
이야기가 굉장히 클리셰적으로 연출되기에, '이토록 화려한 연출에 조금만 더 색다른 첩보 이야기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언젠틀 오퍼레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전형적이게 화려하고 깔끔해서 최소한의 영화에 대한 기대는 다 만족시켜주는'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만 더 꼬였다면.. 이 영화의 장점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토록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이런 쌈박한 영화 하나쯤 보면서 머리 식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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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독일] 사랑은 세상도 바꾼다.
작년 이맘때쯤, <퍼펙트 데이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나는 빔 벤더스의 다른 영화들에도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OTT로 볼 수 없는 영화들이 많다는 점은 제약인 동시에, 그만큼 희귀한 경험이 되라는 생각은 뇌리에 박혀 이따금 나를 시네마테크로 향하게 했다. 커트 코베인이 가장 좋아했던 <파리, 텍사스>를 보고선 커트의 불꽃 같았던 인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대표작인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느꼈던 여운은 쉽게 잊어지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빔 벤더스의 국적을 알지 못했다. 일본, 미국, 그리고 독일. 그의 영화 속의 다양한 나라들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일상, 어떨 때는 회한, 그리고 어떨 때는 사랑. 그의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나라라는 경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다만 독일이라는 나라의 특수성과 그의 영화적 스타일을 비교해 본다면 그가 독일인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베를린 천사의 시>
인간을 돌보는 천사들이 베를린을 활보한다. 그들의 임무는 항상 사람들의 곁에서 기운을 불어주고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 기본적으로 인간은 천사를 볼 수 없고, 천사는 인간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천사 다니엘은 여느 날처럼 동료와 함께 임무를 수행 중이다.
과거의 상흔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속은 여전히 문드러진 베를린.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가난과 좌절,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혐오로 둘러싸인 그곳은 치유가 필요한 공간이자, 빔 벤더스가 국민으로서 포착해야만 하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마치 천사의 모습처럼. 영상을 통해 독일인들을 지켜보고 위로해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인간의 상처가 그러하듯 언제나 똑같은 천사의 임무. 위태로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긍정의 말들을 속삭인다. 물론 인간은 천사를 볼 수 없음에도 용기를 얻을 수 있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도 있다. 천사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통과 배고픔, 그리고 수명. 모든 것이 그들에게 무의미하다.
굉장히 슬픈 설정이다. 인간의 나약한 면을 극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나약함을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라니. 눈앞에서 나가떨어지는 나약한 존재들을 끝까지 지켜볼 뿐이라니. 유일하게 아픔을 느끼는 방법은 임무를 저버리고 인간이 되는 것이다. 체스를 두던 사람이 체스 말이 되는 짓, 사랑은 그 어리석은 짓을 가능케 했다.
동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사랑을 찾아 인간으로 변한다. 영원할 수 없지만, 아니 어쩌면 영원함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아픔도 기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즐겁기만 하다. 무엇보다 그 미친 짓을 가능케 한 사랑이 있으니.
엄숙한 천사의 세계와 역동의 인간 사회를 대조하듯. 이 영화에서 천사의 시점은 흑백, 인간의 시점은 컬러로 표현된다. 덕분에 더욱 극적인 기분을 느끼고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창작자는 보고 느낀 점을 쓰는 사람이다. 마치 천사가 인간 세상에 대한 정보를 노트에 기록하듯, 창작자도 본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재구성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세상과 거리가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 창작과 시선에만 몰두한다면, 정작 타인의 고통과 환희에 공감할 수 없다면. 창작자는 우월감이라는 큰 착각의 늪에 빠진 채 세상을 배회하는 데에만 그칠 것이다.
빔 벤더스는 <베를린 천사의 시>를 통해 열변한다. 창작자 본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함을. 그리고 그 껍질을 깨는 힘은 천국이 아니라 이 세상의 사랑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베를린 천사의 시>를 포함한 그의 영화들에서 어떤 오만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독일 영화의 오랜 기조인 표현주의를 새롭게 해석하듯. 빔 벤더스의 영화에서 격양된 인물들은 지양되고 모든 사건은 담담하되, 여운은 그 어떤 표현보다도 강렬하다.
"영원히 살면서 천사로 순수하게 산다는 건 참 멋진 일이야. 하지만 가끔 싫증을 느끼지. 영원한 시간 속에 떠다니느니 나의 중요함을 느끼고 싶어. 내 무게를 느끼고 현재를 느끼고 싶어. 부는 바람을 느끼며 ‘지금’이란 말을 하고 싶어. 지금... 지금..."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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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민 염정아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후기 / 호불호는 갈리는 듯 / 안방에서 편히 보는 첩보 액션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크로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하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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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사하게 된 '트레버', '피비' 남매는 남겨진 집에서 의문의 현상과 수상한 물건들과 마주한다. 집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교사로 위장 취업한 지질학자 '그루버슨'과 이들은 세상의 종말과 관련된 비밀을 쫓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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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다리던 <울트라맨>의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다! 카미야마 켄지, 아라마키 신지 두 감독을 만나 미지의 세계로 확장되는 울트라맨 월드. 여섯 전사가 한자리에 모이고, 이야기는 더욱더 뜨겁게 불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