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0 15:26:05
나란히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 7선
영화 보고 같이 산책해요!

영화 보고 함께 산책해요!
나란히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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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걱정이나 해 - 소녀의 성장에 등장하는 소년들에 관하여
니 걱정이나 해
소녀의 성장에 등장하는 소년들에 관하여
청춘들의 성장에는 항상 애처로움이 수반된다. 정서적인 성장에도 세상에는 즐거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신체적인 성장에도 실제로 성장통이라는 고통이 뒤따라온다. 성장통이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고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인간사에 존재하는 희로애락을 깨닫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묘사할 때에도 사용된다. 고통을 수반한 성장을 묘사하는 데 있어 가장 극적인 장치는 소중한 존재의 사망이다. 아예 고아로 성장한 해리 포터가 가장 감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에는 부모님이 모욕당하거나 가족이나 다름없는 위즐리 가문이 공격당하는 순간이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성인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순간은 아마도 볼드모트와의 대결을 앞두고 스스로 부모님의 기억을 지우는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존재가 사랑하는 존재가 아닌 프로타고니스트 자신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프로타고니스트의 성별에 따라 성장담이 극명히 갈리는 점은 되짚어볼 문제다. 소녀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다. 대개 소년들이며(죽음을 앞둔 레즈비언 소녀의 성장담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다) 소녀들은 죽기 전에 소년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가끔은 소리치고 싶을 정도다. 야, 니 걱정이나 해.
죽음을 앞둔 소녀의 이야기라면 바로 몇몇 영화들이 떠오른다. <나우 이즈 굿>, <디어 마이 프렌드>(
한드 아님), <미드나잇 선>(트와일라잇 사가 아님), <안녕, 헤이즐>... 그리고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소년들이 소녀의 성장에 (가끔은 쓸데없이) 끼어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몇몇은 꽤나 모지리다. 최근 개봉한 <베이비티스>는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별반 다르지 않아 실망했다. 죽음을 앞둔(혹은 앞두지 않아도) 소녀들은 왜 그렇게 소년과 데이트를 하고 싶어하며, 술을 마시고 싶어하고,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걸까. 그리고 소녀들은 왜 동성 친구라곤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보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소녀의 성장을 메인으로 다루는 것처럼 홍보하고서는 기실 소녀의 죽음으로 가장 혜택받거나 성장하는 것은 언제나 소년들이라는 점이다. 밀라(엘리자 스캔런 분)는 우연히 마주친 모지스(Moses, 모세라고 번역되는 게 더 맞을 것 같은데 발음이 모지스니 뭐.. 어쨌든 토비 월레스 분)에게 반한다. 모지스가 잘생기거나 좀 멀쩡한 소년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모지스는 본인의 가족에게서도 접근금지 명령을 당한 것처럼 보인다. 취향의 문제지만 <미드나잇 선> 속 찰리(패트릭 슈왈츠제네거 분)에 비해 모지스는 외모 경쟁력도 떨어지고 <안녕, 헤이즐> 속 어거스터스(안셀 엘고트 분)처럼 밀라에게 헌신적이지도 않으며 <디어 마이 프렌드> 속 캘빈(에이사 버터필드 분)이 스카이(메이지 윌리엄스 분)에게 하듯이 밀라를 따르지도 않는다(캘빈은 최소한 갈곳없는 불량배는 아니었다).밀라는 죽어가지만 온전히 성장한 상태가 아니며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은 밀라의 유치(베이비티스)가 다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밀라는 모지스를 만나고서야 머리칼을 모두 잃어버리며 죽을 결심을 하고서야 유치를 온전히 잃어버린다. 하지만 밀라의 새로운 머리칼과 영구치는 영원히 자라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밀라가 정서적으로 성장하더라도 물리적인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반면 모지스는 애초에 성인이지만 극이 마무리될 때까지도 정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밀라는 모지스가 자신 없이도 언젠가는 성장할 것을 믿고 있다. 자신의 혈연에게서도 배척당한 모지스는 믿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밀라의 가족들로부터도 멸시받지만 이런 모지스를 유일하게 감싸는 건 죽어가는 밀라다. 밀라의 예정된 죽음은 밀라 자신의 성장을 촉발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밀라의 가족에게 동정심을 유발시켜 밀라를 거쳐 모지스의 방패막으로 작용한다. 밀라가 죽을 예정이 아니었다면 밀라의 아빠인 헨리(벤 멘델슨 분)와 엄마인 안나(에시 데이비스 분)는 불량소년인 모지스를 어떻게든 밀라에게서 떼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밀라가 곧 죽을 것을 알기에 헨리와 안나는 밀라가 좋아하는 모지스를 억지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밀라는 술을 마시고 구토하여 옥상에서 정신을 잃은 자신을 두고 떠난 모지스를 미워하지 못하는데 이는 밀라가 아닌 모지스에게 성장 촉매제로 활용된다. 모지스는 그런 자신조차 용서한 밀라를 통해 타인을 아끼는 마음을 배운다.
<베이비티스>는 밀라의 성장담인가, 모지스의 성장담인가. 밀라의 가족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은 밀라가 아니었다면 모지스는 겪을 수 없었던 일들이다. 밀라가 초대했기에 모지스는 자신의 동생을 겨우 만나볼 수 있었고 밀라의 이웃 토비의 출산 순간을 통해 생명 탄생의 과정을 목도한다. 토비의 출산은 밀라의 예정된 죽음과 대척점에 있는 사건인데 하필 밀라의 생일파티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기도 하다. 미묘하게 탄생과 소멸의 순간을 오가는 시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단편적으로 해석해서 밀라의 생일은 밀라가 주인공이어야 함에도 결국 타인의 사건으로 인해 방해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나 밀라의 마지막 생일임을 감안할 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밀라가 순식간에 텅 빈 집에 모지스와 함께 놓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밀라는 생일에도 죽음에도 모지스 이외에는 함께할 이가 없는 것이며 이는 밀라의 성장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에 기여할 뿐이다. 밀라는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모지스를 돌봐줄 것을 부모에게 강요하듯 약속을 받아내는데 밀라의 유산은 결국 모지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모지스는 밀라의 생일로 인해 자신의 원 가족을 만나볼 수 있었고 밀라의 사망으로 인해서는 새로운 가족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밀라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한발 나아간다는 증거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정서적인 성장에 대한 묘사 부족으로 인해 유치 소실이라는 물리적 성장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밀라가 모지스를 이용해 죽으려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이유는 밀라가 죽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모지스가 포기했기 때문이다. 밀라는 모지스에게 헤어커트를 부탁하던 영화 초반으로부터 별반 성장한 모습이 없어보인다.
엘리자 스캔런의 이전작 <작은 아씨들> 속 베스와 밀라는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타고나 예정된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 일견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베스는 놀라울 정도로 이미 성숙한 인물이었다. 베스가 죽고 조(시얼샤 로넌 분)는 "베스는 우리 중 가장 착한 아이였어"라고 회상하며, 베스는 에이미(플로렌스 퓨 분)의 유럽여행을 망칠까봐 에이미에게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지조차 않았다. 인생 1회차를 이미 초반 20년이 되기도 전에 응축된 형태로 살아낸 베스는 그렇기에 타인의 귀감이 되었으며 죽음으로서 타인의 성장에 자양분이 될 수 있을 만한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베스의 죽음이 다른 캐릭터의 성장에 이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 베스의 죽음에 가장 영향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 가족인 여성 캐릭터들인 점이기 때문인데 이들은 이미 베스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만큼 베스에게 베풀고자 했던 이들이다. 모지스는 밀라의 삶의 끝자락에 무임승차한 인물이며 밀라에게 베풀기보다는 밀라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만 한 인물이기도 하다. 밀라는 자신이 살지 못할 삶을 모지스를 통해 살고자 했기에 "겁이 없어 보이는" 모지스를 동경하고 사랑했는데 이는 불량배들이나 갈 법한 클럽에 짙은 화장을 하고 들어가 보드카를 마시는 장면에서 확인된다. 밀라가 모지스와 같은 삶을 동경했던 이유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몸이 약한 밀라에게 금지된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의 경험이 밀라를 성숙시켜주지는 못한다.
밀라의 삶과 죽음은 결국 밀라의 주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이들이 겪는 삶의 변화 혹은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밀라의 주변인이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밀라의 죽음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헨리와 안나는 위태로운 부부생활을 이어가는데 밀라의 상태는 이들을 잇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이들을 끊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 이들이 밀라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밀라가 모지스와 성관계를 맺었는가다. 밀라가 겪은/겪었어야 할 삶의 단계를 통해 헨리와 안나는 자신들의 삶이 나아간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밀라가 겪지 못한/못할 단계들로 인해 좌절하기도 한다. 밀라의 생일에서 안나가 오랫동안 치지 않던 피아노를 밀라의 부탁으로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밀라의 삶이 안나에게 옮겨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내켜하지 않지만 안나는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는데 이는 밀라의 유언으로 인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안나와 헨리가 새로운 가족을 맞아들이게 될 것을 암시한다. 모지스가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신체적으로 성장하고도 그에 맞는 성장 단계를 겪지 못했음을 암시하는데 밀라를 통해 이 단계를 통과할 수 있는 패스권을 얻는다.
함께 언급했던 영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미드나잇 선> 속 케이티(벨라 손 분)는 햇빛 속으로 한발짝 내딛지만 이것은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의미하며 찰리에게 단순히 슬픈 연애 서사 한 조각을 선사할 뿐이다. <디어 마이 프렌드> 속 스카이로 인해 캘빈은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나우 이즈 굿> 속 테사(다코타 패닝 분)는 그나마 아담(제레미 어바인 분)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긴 하지만 굳이 아담이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거스터스의 헌신으로 인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의미있음을 깨닫는 <안녕, 헤이즐> 속 헤이즐(쉐일린 우들리 분)을 제외하면 위 작품들 속 남성 캐릭터들은 여성 캐릭터들로 인해 이득을 얻거나 불필요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들은 남성 캐릭터들을 전력을 다해 사랑한다. 케이티는 찰리와 연애하는 대신 대학에 갈 수 있었고 스카이는 캘빈보다는 친구들이나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며 테사도 마찬가지다. 헤이즐은 소설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보다 다른 소설을 읽을 수는 없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밀라에게 나는 여전히 말해주고 싶다. 야, 니 걱정이나 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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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생활에 주먹질로 파벌을 나눈다는 일본 영화
타나카 나오코는미츠후지라는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여직원이다. 그 회사에는 3개의 파벌들이 존재한다. 바로안도 슈리파와사타케 사오리파,칸다에츠코파이다. 학창 시절에 주먹 꽤나 썼던 인물들이라 회사 안의 여자들의 세계에서 주목을 받지만 평범한 여직원들은 그들을 피해 다닌다. 한편란이라는 신입 여직원이 들어오게 되자 서열 정리를 하려는 세 파벌들의 대장들이그녀에게 시비를 걸다가 싸움에서 지게 된다. 그 이후로 회사는 평화로운 직장 생활을 겪게 되나톰슨이라는 회사의 깡패들이타나카 나오코를 납치해 자신의 인질로 삼아미츠후지의 최강자란을 부르게 만든다. 하지만란에게 버거웠던 걸까? 란은톰슨의 총무부와 싸우지만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여 기절하고 만다. 과연타나카 나오코는 앞으로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타나카 나오코와 란은 사실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그 이후로 란은 자신보다 약한 타나카 나오코를 지켜준다.
일본 학원물의 요소들을 평범한 회사 생활에 담은 영화!
회사의 여직원들이 세 게의 파벌로 나뉘어 싸움을 한다는 내용인 이 영화는 코미디적인 요소들을 관객들한테 접근하면서 만화처럼 독백을 하는 타나카 나오코의 또 다른 매력도 보여준다. 또한 일본 소년 만화에 나오는 요소들을 더해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한다. 딱딱하기만 하던 회사 생활에 여직원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주먹질을 한다는 게 신선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이 엄청난 싸움 실력을 숨긴 평범한 여직원이었다는 게 더 놀라웠다. 마치 학원물에서 볼 듯한 대사와 중 2병 넘치는 패기를 보며 다소 유치할 수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일진이나 폭주족들이었던 여직원들을 미화시키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영화다. 그래서 평소에 학원물을 재미있게 보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수 있는 일본 영화이다.
힘을 숨긴 주인공의 싸움 실력이 후반에 드러나는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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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본 눈 가져오세요
영화를 넘어서 드라마까지, 어디까지 봐야 하는 건데
새로 개봉한 이 영화를 감상하려면 어떤 작품들을 미리 봐야 하나요? 이제는 마블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필수적인 질문이 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작품에 접근하기 쉬운지 아니면 어려운지, 소위 '진입 장벽'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진입 장벽은 <스타워즈 시리즈>·<스타 트렉 시리즈>처럼 거대해진 세계관을 가진 시리즈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긴 하나, 그 시리즈들 대부분이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점이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역시 이러한 시리즈 중에 하나이지만 앞선 작품들과 다른 점으로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이 등장한 시간대가 현재와 가장 가까운, 가장 늦게 탄생한 시리즈라는 데에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의 모험담을 유려한 CG를 기반으로 그려낸 초창기 MCU는 기존의 마블 마니아들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대중적인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2008년에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많은 MCU 시리즈 영화가 개봉하였지만 이때 당시에는 시리즈로의 진입 장벽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 흐름 파악에 필수적인 영화들만 취사선택하여 감상하면 족했으며, 그 필수적인 영화들마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각 잡고 감상이 가능한 분량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피니티 사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러 MCU로의 진입 장벽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로키>·<완다비전> 등 디즈니 플러스의 수많은 오리지널 드라마가 진입 장벽을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오리지널 드라마를 감상해야지만 내용 이해가 가능한,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선보임으로써 MCU도 앞선 선배 시리즈들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완다 막시모프라는 캐릭터를 다루고 묘사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했던 <완다비전>, 드라마라는 미디어는 서사와 캐릭터를 묘사하는 점에 있어 탁월하고 명백한 장점이 있지만 긴 호흡으로 인해 영화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명합니다. 더군다나 디즈니 플러스라는 특정 OTT 서비스에서만 해당 드라마를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는 사실과 더해져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기만 할 뿐입니다. 아무리 해당 컨텐츠가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때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2>가 드라마인 <완다비전>의 서사를 마무리 짓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드라마로 시작했으면 드라마로 마무리 짓던가, 드라마로 시작한 이야기를 영화가 마무리 짓는다는 설명만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사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리저리 흩뿌려놓은 컨텐츠를 모두 즐겨야 본인이 제공하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다르게 말해 컨텐츠 강매 행위로서 거부감을 가지게 합니다. MCU가 넘기 힘든 진입 장벽을 스스로 쌓아올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의 결말을 영화로 마무리 짓는 최악의 선택
시리즈물임을 감안하더라도 독자적인 서사 파악이 도저히 불가능한
15년 만에 돌아온 샘 레이미, 오마주 가득한 아쉬운 공포 영화를 만들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전에도 스파이더맨으로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과 같이 판타지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영화를 감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특기는 <이블 데드 시리즈>로 대표되는 공포 영화입니다. 마치 초자연적 존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듯한 연출 등 감독 특유의 기괴함과 호러틱함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히어로 영화인 <스파이더맨 2>에서도 특정 씬을 통해서 공포 분위기를 훌륭하게 조성했던 적이 있기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감독으로 샘 레이미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MCU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공포 영화의 반열에 들 법한 영화가 탄생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오마주한 듯한 연출이 제법 많이 등장합니다. 첫 전투인 문어 괴물과의 결투에서는 <스파이더맨 2>에서 닥터 옥토퍼스와 스파이더맨의 고층 건물에서의 전투를, 살이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빙의하였을 때와 좀비의 외양을 한 채 전투에 임하는 스트레인지에게서는 <이블 데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다코>처럼 온몸의 관절이 꺾인 채 좁은 틈을 기어 나오는 스칼렛 위치, <샤이닝>과 같이 좁고 어두운 통로를 발을 질질 끌면서 끝까지 쫓아오는 스칼렛 위치가 선사하는 압박감, 곳곳에 등장하는 점프 스케어까지 더해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합니다. 게다가 화룡점정으로 일루미나티가 스칼렛 위치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씬까지, 이토록 높은 수위를 보면서 샘 레이미 감독이 하고 싶은 것 다 했구나 하는 즐거움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12세 관람가라는 상영 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 낮은 등급이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족쇄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연출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공포스러웠지만, 차라리 대중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공포 장르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였더라면 더 높은 평가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무서워서 오히려 아쉬운 느낌입니다.
반가운 오마주가 가득하지만 애매함도 가득하다, 수위를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전작의 비주얼 쇼크는 어디로, 밋밋한 액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미러 디멘션이란 만화경을 보는 듯한 특유의 왜곡된 공간을 배경으로 방향과 진행을 종잡을 수 없는 액션들로 관객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선사했습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마법사 캐릭터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유한 액션이기에, 후속작 역시 전편에 버금가는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리라고 기대한 관객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기대했던 액션은 코빼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빈약한 액션들로만 이뤄져 있을 뿐입니다. 먼저 배경과 관련하여 이야기해 보자면, 이 영화에서 미러 디멘션 혹은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한두 번 정도 등장하긴 하나 해당 장소가 임팩트 있게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미러 디멘션과 유사한 공간은 해당 공간을 활용하여 액션을 보여주지도 않으며 그저 그 공간을 통로로서 이동하고 통과하는 용도로서만 사용하기에, 아무리 공간을 알록달록하고 왜곡된 외양으로 꾸며놓았을지라도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기에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최고의 마법사에게 수여되는 칭호인 전·현직 소서러 슈프림이 단순히 무기 혹은 방어구만 만들어 내고, 이를 사용한 체술로만 전투에 임하는 모습을 비추는 액션은 관객들의 맥을 빠지게 만듭니다. 굳이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 있음에도 체술을 고집하는 액션들은 그저 제작진들의 편의를 추구하기 위한 무성의함의 결과물로 느껴지게까지 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본인이 주인공이 아니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스트레인지가 캐릭터 본연의 액션을 더 잘 보여줬었습니다. 다만,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소위 '음표 액션'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액션이었습니다. 스케일이 커지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클래식 곡들인 베토벤의 '5번 교향곡'과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활용해 편곡한 OST를 바탕으로 악보 속 음표를 실체화한 액션은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신박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쉬움과 불호로 가득 찬 액션이었습니다.
호불호 갈리던 음표 액션만 유일하게 호, 그 외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가 맞는지 드는 의문투성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1인 다역, 그리고 엘리자베스 올슨의 모성애에 관한 애절한 연기와 같이 두 주연 배우의 명연기는 완벽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다른 요소에 대해, 특히 액션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서사에 관해서는 영화를 감상하기 전 <완다비전>의 요약본을 시청하고 가서 그나마 이 정도였지,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완다비전>에 관한 어떠한 사전 정보를 숙지하지 않은 채 이 영화를 감상했더라면 더 혹평했을 느낌입니다. 점점 마블에 대한 정과 기대감이 감소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CGV의 ScreenX관에서 영화를 감상했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해당 상영관이 ScreenX관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특별관에 비해 부족한 특수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나름 3면을 활용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양 측면이 스크린과 동일한 재질이 아닌 방음을 위한 천 재질로 되어있다 보니 말끔하게 보이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많이 애용할 특별관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더불어, 아이맥스로 굳이 감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마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감독의 개인적인 선호도와는 별개로 영화는 여러모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모든 세계의 너를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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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가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한 가운데, 야심 찬 대형 영화가 개봉합니다.
바로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백설공주>는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마크 웹이 감독을 맡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레이첼 지글러와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배우로 더 익숙한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을 맡은 <신데렐라>, 엠마 왓슨이 주인공 ’벨’을 연기한 <미녀와 야수>,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알라딘>, 뮤지컬 <시카고>의 영화판을 감독한 롭 마샬의 <인어공주>가 있었죠.
과연 <백설공주>는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백설공주
SNOW WHITE
개요: 판타지, 뮤지컬 | 미국 | 109분
감독: 마크 웹
주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냅
개봉: 2025.03.19.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 밤 태어난 백설공주. 온정이 넘치던 왕국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빼앗은 여왕의 위협에 숲으로 도망친다. 마법의 숲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설공주는 신비로운 일곱 광부들과 만나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용기와 선한 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블랙 백
Black Bag
개요: 드라마 | 미국 | 94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사 아벨라, 톰 버크, 나오미 해리스, 레게장 페이지,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2025.03.19.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뛰어난 정보력과 고도의 심리전에 능통한 요원 ‘조지’와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정보 분석가 ‘캐슬린’은 모두가 선망하는 정보국 대표 부부. 어느 날, 수천 명을 죽음에 빠트릴 수 있는 정보국의 기밀 기술이 내부 배신자에 의해 사라지고 ‘조지’는 사건에 얽힌 5명의 요원을 주목하지만 모든 증거는 그의 아내 ‘캐슬린’을 향하는데… 흔들리는 믿음, 깊어지는 의심 단 7일, 진짜 스파이를 찾아야 한다!
플로우
FLOW
개요: 애니메이션 | 벨기에 | 85분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개봉: 2025.03.19.
배급: 판씨네마㈜
줄거리
파도가 끝나는 곳, 고양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 홀로 집을 지키던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평화롭던 일상과 아늑했던 터전을 잃고 만다. 때마침 다가온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는 그 안에서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나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팀을 이뤄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간다.
컴패니언
Companion
개요: 스릴러 | 미국 | 97분
감독: 드류 행콕
주연: 소피 대처, 잭 퀘이드, 루카스 게이지, 메간 수리, 하비 길렌, 루퍼트 프렌드
개봉: 2025.03.19.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서로에게 딱 맞는 커플 ‘아이리스’와 ‘조시’는 친구들과 함께 호숫가의 별장으로 호화로운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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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을 전설로 내버려둬야 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9년, 대학 교수 정년 퇴임을 앞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이 전설적인 모험가는 아들을 잃고 아내와 이별한 채 쓸쓸한 노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교수였던 '바질 쇼'(토비 존스)의 딸이자 자기 대녀인 ‘헬레나’(피비 윌러-브리지)가 존스 앞에 나타난다.
불쑥 찾아와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에 대해 캐묻는 헬레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던 존스. 심지어 나치 출신 물리학자이자 오랜 숙적 '위르겐 폴러'(매즈 미켈슨)의 부하들까지 자기와 헬레나를 습격하자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챈다. 이에 인디아나 존스는 마침내 중절모와 채찍을 챙겨 들고 새로운 모험에 뛰어든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4편 이후 15년 만의 속편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하 <인디아나 존스 5>). 그간 시리즈를 책임진 스티븐 스필버그 대신 제임스 맨골드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해리슨 포드가 인디아나 존스 역으로 복귀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는 공식이 있다. 귀중한 유물을 쫓는 액션으로 가득한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면 카메라는 일상에 복귀한 존스를 비춘다. 그는 이내 새로운 유물을 쫓아 집을 나서지만, 고난으로 가득한 모험 끝에 악역에게 유물을 내준다. 하지만 유물에 깃든 신비한 힘 덕분에 존스는 언제나 해피 엔딩을 맛본다.
시리즈의 최종장을 장식하는 <인디아나 존스 5> 역시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발전한 기술력 덕분에 비주얼은 화려해졌지만 내용은 예전 시리즈와 비슷하다. 이는 할리우드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최신 기술로 과거의 프랜차이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기획이 유행이기 때문.
익숙한 이야기로 향수를 자극하는 기획은 사실 양날의 검이다. <탑건: 메버릭>처럼 올드팬과 새로운 관객을 모두 사로잡을 수도 있지만,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처럼 모두를 실망시킬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인디아나 존스 5>는 후자다. 디즈니 & 루카스필름 조합의 선배인 <스타워즈>의 전철을 따라간다.
과거에 사로잡힌 고고학자의 은퇴
과거의 전설을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왔기 때문일까? <인디아나 존스 5>는 유달리 과거에 대한 고찰로 가득하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만 해도 그렇다. 존스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은 시간의 틈을 발견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물건이다.
인디아나 존스의 시선도 과거에 고정돼 있다. 영화의 시점은 1969년이다. 온 세상이 달 착륙에 대해 떠들고, 도심에서는 우주 비행사 퍼레이드가 열린다. 하지만 존스는 고고학자답게 과거만 들여다본다. 그는 강의에서 달착륙 대신 아르키메데스가 시라쿠사를 공격하는 로마군을 격퇴한 방법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사이가 안 좋아진 아들은 다툼 끝에 군에 입대했고,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했다. 이 때문에 존스는 아내 마리온과도 갈라섰다. 그래서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아들에게 입대하지 말라고 간청하고,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싶으니까.
제임스 맨골드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를 떠나보내고, 인간 인디아나 존스의 이야기를 살리기로 결정한 듯 보인다. <로건> 속 울버린의 은퇴와 비슷하다. 히어로의 소명을 다하고 로건으로서 퇴장한 울버린처럼 인디아나 존스도 마무리를 준비한다.
그는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을 지켜내며 고고학자로서 소임을 다한다. 마지막 모험을 통해 학자로서의 꿈도 이룬다. 시라쿠사 공방전이 한창이던 역사의 현장에 들어가 아르키메데스를 직접 만난다. 이처럼 고고학자로서 후회 없는 경험까지 한 후,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마리온과 재결합하며 비로소 개인적인 회한을 떨쳐낸다. 스스로를 과거에 묻어 두었던 전설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명예롭지 못한 퇴장
그런데 이상하다. 감동적이어야 할 인디아나 존스의 은퇴는 큰 감흥이 없다. 2시간 34분에 달하는 러닝타임도 마냥 지겹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각본의 문제다. '과거'라는 주제는 잘 잡았지만, 정작 그 주제를 살려줄 만한 이야기나 구도를 짜는 데는 실패했다
캐릭터들의 관계만 봐도 각본의 실패를 눈치챌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존스와 악역, 존스와 동료 간의 케미스트리가 유달리 안 느껴진다. 마지막 악역인 폴러는 나치 출신 과학자다. 그는 히틀러의 실책 때문에 나치가 패망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로 시간을 되돌려 히틀러를 암살하고, 나치 독일에게 승전보를 안기려 한다.
그런데 폴러와 존스의 대립은 대두되지 않는다. 그들이 본질적으로 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로 돌아가 개인적인 실패를 만회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적대시할 이유나 동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자연히 과거로 가는 시간의 틈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크지 않다. 대신 영화는 나치 대 미국인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답습한다. 그 결과 존스의 마지막 모험은 긴장감이 부족하다.
존스와 헬레나의 호흡도 미묘하다. 그녀는 존스와 대립하는 반동인물이다. 유물 암거래상답게 고대 유물을 박물관이 보존해야 한다는 존스의 신념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존스의 후계자 비슷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존스의 대녀일 뿐만 아니라, 평생을 고고학에 매진한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을 찾아 나섰다. 즉, 그녀는 존스와 함께 모험을 하면서 서서히 그를 닮아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헬레나의 캐릭터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그녀의 다양한 사연은 착실히 제시되나, 그들을 하나로 묶는 데 실패한다. 그래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헬레나라는 캐릭터는 돌변한다. 존스의 동료였다가, 대녀였다가, 암거래상이다. 긴 시간을 함께 붙어 있어도 존스와 헬레나 사이에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결국 존스의 마지막 모험은 악역과의 혈투도, 낭만적인 은퇴도 아닌 채로 유야무야된다.
어드벤처 영화의 전설, 평범해지다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인 액션도 어설프다. 어드벤처 장르의 전설이자 효시인 <인디아나 존스>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는 40년 전에 스필버그가 맡은 이전 시리즈보다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의 시퀀스 안에서도 리듬이 뚝뚝 끊기며, 고도의 기술력을 활용한 색다른 볼거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폴로 11 기념 퍼레이드를 배경으로 펼치는 추격전이 대표적이다. 폴러의 부하를 피해 도망치는 존스. 그는 말을 타고 거리를 질주하다가 뉴욕 지하철 역에서 기차까지 맞닥뜨린다. 이 시퀀스는 분명 놀라운 시각적 경험이다. 하지만 장면과 장면 사이에 어설픈 유머가 끼어들며 자주 끊어지다 보니 박진감은 떨어진다. 또 말을 탄 채 오토바이와 자동차보다도 빨리 달려 그 좁은 도로에서 도망치는 상황의 맥락도 어색하다.
액션 하나하나의 시퀀스도 다소 길다. 오프닝 장면만 보더라도 기차 추격전이 끝날 법한 타이밍에 액션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욕심도 과하다. 액션 시퀀스 하나하나가 긴데, 숫자도 적지 않다. 그 결과 영화는 여러 시퀀스가 얇은 줄거리에 의지해 겨우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팬서비스는 확실했다
<인디아나 존스 5>는 이 모든 단점을 팬 서비스로 무마하려 한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중절모와 채찍을 여러 번 카메라에 담는다. 처음에는 반갑다. 마치 잭 스패로우의 해적 모자나 스카이워커의 광선검을 보는 듯하다. 이전 시리즈의 소소한 재미도 살아있다. 동굴 벽에 가득 붙어 있는 벌레를 본 주인공들이 비명을 지리는 장면처럼.
하지만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그들도 더 이상 반갑지 않다. 부실한 내용물을 감추기 위해 중절모와 채찍, 그리고 존 윌리엄스의 음악에 의지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전 영화에 대한 향수와 팬심을 남용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설령 고전 영화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팬서비스에 치중했다 하더라도 효과적이지는 않다. 최신 영화 못지 않은 비주얼 때문에 실망과 괴리감은 커진다.
다만 <인디아나 존스 5>의 의의는 확실하다.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를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니까. 또 떠나야 할 타이밍에 품격 있는 작별 인사를 남길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실제로 그는 세월이 깃든 얼굴로 최고의 인디아나 존스를 보여준다. 칸 영화제가 그에게 공로상을 안겨 준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Poor 형편없음
전설은 잠들어 있을 때 비로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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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922억이란 숫자
- 근현대사는 관련 인물들이 실존해 있을 정도로 현재와 밀접한 역사이기에 교과서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만 읽었던 1212사태가 지금의 60대들이 청년기에 겪은 일이라 생각해 보면 자못 놀랍기까지 하다. 불과 2년 전에 사망한 전두환이 신군부세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훗날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까지의 시발점이 된 1212사태가 교과서의 한 줄로 남기에는 애석하다. 영화 <서울의 봄>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아로새겨야 할 역사를 예술을 도구삼아 설파한다.영화 <서울의 봄>은 1212사태를 배경으로 주요 인물들을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씩 바꾸어 마치 픽션처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이름들을 보노라면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초하였음을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영화 같은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주로 아름답게 표현되던 수식어가 이토록 소름끼치는 것이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역사적 실화를 기초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관련인들이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1212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그 현재진행형을 교과서 한편에 문장으로 남겨두지 않도록 애쓰는 노력이자 운동이라 볼 수 있겠다.실화를 기초로 각색한 영화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온갖 신파를 끼얹어서 마치 눈물을 억지로 뽑아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화의 기능을 충실히 만들기만 했을 뿐인데도 피가 거꾸로 솟아날 것 같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가히 후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데, 영화가 꽤나 박진감 넘치지만 실은 담백하게 그려내려 애썼다는 것(오진호소령의 이야기는 놀랍지만 실제로도 총을 쏜 박종규 중령과 막역한 사이였다)이 그 이유이다. 배우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것과 화면분할 연출을 통해서 통화내용임에도 마치 액션장면과 같이 박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 등에서 영화적 재미와 문법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다만 극 중 야망과 자격지심 등이 고루 보이던 악역에 비하여 선역으로 표현되는 이태신의 캐릭터가 다소 단편적인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긴 러닝타임 내에 주인공들이 수행해야 할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분명히 나아감에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는 것을 보아 이는 실수보다는 감독의 선택에 가깝다. 더불어 이태신을 이순신에 투영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왔을 뿐 이태신은 그 당시 존재했어야 하는 올바른 인간상을 함축하였다고 볼 수 있다.영화는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이다. 영화 <도가니> 등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를 통하여 법이 개정되기도 하며 <남산의 부장들>들과 같은 영화들을 통해 근현대사를 다시 조망하기도 하고 <명량>을 시작으로 한 이순신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인물을 다시금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한다. 다만 영화는 대중예술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방해가 되지 않을 때 비로소 관객은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영화 <서울의 봄>은 기능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잘 만든 영화라 할 수 있겠다.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각각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태신과 전두광은 선악으로 대비되면서도 그 시대의 인간군상에 대한 적나라한 분류로도 보인다. 더군다나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이 카메라 셔터를 마치 총성처럼 누르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인물들과 다르지만서도 그들의 이력은 실제로 알림으로써 영화 <서울의 봄>은 자신의 마지막 기능을 다하고 막을 내린다.파주에 전두환의 유해가 안치되는 것과 관련하여 파주시장과 시민들은 학살자가 누울 곳은 없다며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웠다. (갈 곳 없는 '서울의 봄' 전두광…파주시장 "전두환 유해 안장 결사 반대" - 뉴스1 (news1.kr)) 전두환에게 채 받아내지 못한 922억의 추징금을 가히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쏘아 올린 포탄이 1212사태를 잘 모르는 연령층에게 불씨로 남아 선대가 미처 다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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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에스파 로 알아보는 '거울' 의 의미ㅣ매트릭스4 리뷰ㅣ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ㅣAespa Dreams come true | 윈터 | 카리나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 아이돌 에스파 블랙맘바, 넥스트레벨, 세비지, 드림즈컴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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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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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낙엽을 타고] 끝장리뷰 | 결말해석 | 짐 자무쉬와 찰리 채플린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 노동자의 사랑 | 사운드의 영화 | 개와 기차 상징 | 아트시네마
(해당 영화는 씨네랩 측으로부터 초청받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2023)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어느 노동자들의 사랑 이야기, 개와 기차, 아트시네마 (짐 자무쉬) Chapter 2 사운드의 영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찰리 채플린 00:00 아키 카우리스마키 01:40 노동자들 03:23 개와 기차 04:52 아트시네마 06:25 사운드의 영화 07:17 러시아, 우크라이나 07:49 찰리 채플린, 결말해석 09:00 별점 및 한 줄 평 09:2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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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메인 예고편
"치명적이게 매혹적이다" 2022년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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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공개일 발표 예고편
[2021년 7월, 넷플릭스 공개]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 '아신'의 이야기와 생사초의 비밀을 담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