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0 15:26:05
나란히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 7선
영화 보고 같이 산책해요!

영화 보고 함께 산책해요!
나란히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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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커플의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
시놉시스
202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안사는 점원 일을 하고 있지만 마트 매니저와의 불찰로 인해 일을 그만두게 되고 식당 보조 일을 하기 시작한다. 홀라파는 공장에서 지게차로 가스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하다가 다쳐서 해고당하고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한다. 이 둘은 가라오케(노래방)에서 우연히 만났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다. 그러다가 둘의 만남은 우연에서 필연으로 바뀌게 되는데...
안사는 하루하루가 지겨운 일상이었고 마트 점원 일과 식당 보조 일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홀라파도 타고난 술꾼이었으며 공장과 공사장에서 술을 마시고 일했다. 또한 홀라파는 자신이 담배를 많이 피워 폐암에 걸릴 것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고 술 마시기만 좋아했지 딱히 연애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안사를 만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술병에 있는 술을 세면대에 쏟아버리지 않나 일절 술에 대한 걸 완전히 끊는다.
사실 안사는 집에 초대해 밥을 먹을 때 홀라파가 지독한 술꾼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 그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충고를 한다. 홀라파는 처음에 이 말을 듣고 안사가 잔소리꾼이라고 생각했지만 펍에서 나오는 노래와 가라오케에서 나오는 노래로 인해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 방식에 대해 고쳐먹는 계기가 되면서 천천히 술을 끊었던 것이다.
핀란드에서 만든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무언가 딱딱한 분위기에 무뚝뚝한 대사인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일단 이 영화의 장점을 말하자면 핀란드의 헬싱키라는 도시에서 있을 법한 연애 이야기를 다뤘고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모두 노동자이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실이나 누구나 공감할 만한 노동 문제라든지 이런 걸 다뤘다.
필자가 시사회에 갔을 때 핀란드 주한대사가 직접 와서 무대인사를 했는데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그 이유는 자연과 같이 공존하고 연대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있는 그대로를 보며 살아가는 핀란드 사람들의 행복함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렇기에 사랑은 낙엽을 타고라는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온 건 아니었을까?
남주나 여주나 노동자들이라서
노동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로맨틱한 코미디로 풀어낸 웰 메이드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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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남일같지 않은 인도판 쿠팡맨들의 비애
감독: 난디타 다스(인도)
출연: 카필 샤르마, 샤하나 고스와미, 투샤르 아차와르
시놉시스 : 오늘도 가정을 위해 일하는 한 배달 기사가 있다. 그는 한때 공장 관리자 였지만 해고당하고 8개월을 백수로 살다 배달앱 '지가토'의 기사가 된다. 하루의 열 건 이상의 배달을 목표로 뛰어들지만 그는 고객들의 평점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지쳐간다. 와이프에게 사회 생활의 힘듦을 강조하며 그녀의 취직도 은근슬쩍 막는 사이에 그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점점 돌덩이 같이 무거워진다.
가난이란 굴레 마나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돈을 벌러 간다. 하지만 와이프가 일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 '남자는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 '여자는 집안일에 내조를 잘해야 하는 사람'이란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답한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책임감이 참 갑갑했다.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선한 의지를 갖고 살지만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마땅히 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 영화를 보는 동안 웃픔을 넘어 점점 그가 안타까웠다. '가난의 슬픈 점은 마음이 각박해진다는 데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취향이 사치이기에 다양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나를 보면서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다른 선택지를 제공받은 적이 없어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일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영어를 몰라 취업 계획에 대해 검색조차 할 수 없는 그를 성실이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키워드를 떠올릴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은 결국 가난이 아닐까.
2. 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실질적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카스트 제도가 없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공감 포인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신분은 없어졌지만 돈으로 급이 정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허덕이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자리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기에 이 영화는 인도의 특수한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 선진화된 기업 문화처럼 보이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기업들의 고용 보장이 명확하지 않은 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현상 등 생각보다 현실은 잘 꼬집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소재로 했을 때 파급력이 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만큼 보편적인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만큼 담백하게 담아내야 하는 소재라고도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는 유머러스함과 짠함과 동시에 그리고 직접적으로 사회를 향해 표현하는 메시지가 특징적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다.
3. 노골적이지만 신파는 아닌 직접적인 메시지가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비애를 보여주고 기업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현하는 영화인데도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신파로는 보이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감정에 호소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희망은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배달 기사들의 아픔을 풀어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볍게 볼 만하지만 킬링타임용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중간을 잘 줄다리기한 영화라고 본다. 총평 우리나라의 70년대를 겪으신 분들과 80년대를 겪으신 분들 그리고 90년대를 겪으신 분들의 사고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빗대어 체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더 가난했던 시절을 겪었던 사람일수록 지금이 가난하지 않는데도 마음이 계속 가난하신 분들 꾸준히 봐왔던 경험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영화였다고나 할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큰 감동과 울림이 있어 기분 좋게 보고 나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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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분명히 톱스타였던 내가 갑자기 무명 재연배우?
안하무인의 톱스타
오빠 일어나! 누군가가 깨우는 소리에 박강은 부랴부랴 눈을 뜬다. 우리 기사 났어! 동침을 한 동료 여배우의 말에 눈이 뜨인다. 핸드폰을 키는 박강. 뉴스란에 박강의 스캔들이 대문짝 하게 걸려있다. 연말에 귀찮은 일 생겼네. 기사를 처리할 생각에 매니저부터 생각난다. 그런데 눈치 없이 박강은 매니저만 찾지 않았다. 파트너인 동료 여배우에게 이상한 소리를 한다. "이거 너네 회사가 낸 거 아냐?" 발끈하는 동료 여배우. 집에 크게 걸려있는 박강의 초상화에 커피를 뿌리고 집 밖을 나선다.
박강의 직업은 배우다. 배우라고 하는 것은 연기를 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박강은 톱스타다. 사생활은 더럽지만 연기는 곧잘 하는 박강. 한국영화대상이라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정도였다. 올해도 후보 지명뿐만 아니라 수상까지 성공하는 주인공. 박강은 수상소감으로 감사한 사람들에 대해 언급할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그동안 함께했던 회사 식구들이나 스태프들에게 고맙다고 할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초심 잃겠다'라는, 말실수 아닌 말실수를 해 실검에 등장한다. 안하무인의 톱스타 박강. 온 세상이 우습지만 특히 더 만만한 건 친구 겸 매니저 조윤이다. 회사가 대형 에이전트는 아닌 탓에 박강의 흥망성쇠에 조윤 가족의 일상이 달려있다. 분명 연극 같이 하던 친구이자 동료였는데 조윤은 박강이 하라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한다. 자기가 했던 수상소감처럼 초심을 완벽히 잃은 박강. 이런 박강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택시 하나를 탔을 뿐인데 자기가 톱스타였던 세계관에서 무명 재연배우인 세계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왜 지금 개봉을?
영화에서 중요한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다. 이 영화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구색을 갖췄다고 느낀 것은 이 시간적 배경 덕분이다. 영화의 이야기에서 이 작품이 왜 이 시기로 잡았는지 설명하는 편이다. 일단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것은 시기가 연말이라는 것이다. 연말이기 때문에 시상식이 있다. 이 시상식에서 박강이라는 인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묘사하는 대사가 있다. 또 크리스마스 자체가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감독이 이야기의 완결성을 잘 생각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도 연관이 있다. 이 상징적인 의미는 후반부에 어떤 대사와 이어진다. 각본을 쓴 마대윤 감독이 이 부분을 일부러 만들었을까?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또 영화 전체적으로 크리스마스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이야기의 터닝포인트로 활용한 부분이 몇 개 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라는 소재에 여러 키워드를 넣다 보니 좀 아쉬워지는 부분이 있다. 왜 개봉시기가 2023년 1월일까? 하는 생각이다. 2022년 12월에 <아바타 : 물의 길>이라는 자연재해가 있었기 때문일까? 그런데 글쓴이는 11월 말에도 개봉시기로 적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인생의 탄생’이라는 관점이 극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모티브이기 때문에 1월의 개봉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올빼미>나 <육사오>처럼 장르적인 개성을 어느 정도는 잡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자의 영화(<육사오>)의 경우처럼 나름의 뚝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적당히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후에 개봉하는 <유령>, <교섭>보다 더한 임팩트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예감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시기가 좀 아쉬운 영화가 됐다.
심심하면 만날 수 있어
영화의 소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작년 11월에 개봉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 찡한 가족드라마이자 ‘당신의 운명을 사랑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영화. <덩케르크>처럼 미니멀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넣을 수 있는 건 죄다 때려 박아서 내내 폭발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그 하나하나 빼곡히 넣은 소재가 영화의 주제 중 하나(‘모든 것을 경험하고 난 후의 삶’)과 이어져서 의미 없이 소모되는 것이 없었다. 이 <에브리씽~>은 이렇게 연출과 이야기가 맞아떨어지는 쾌감 덕분인지 많은 분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하려고 하는 말의 방식이 신선해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전 세계의 영화인들이 사골국같이 우려낸 소재다. 이제 <에브리씽~>의 연출방식이 아니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비단 <소울>만 봐도 이런 소재 영화가 재작년에도 있었다.
이 <스위치>는 이렇게 익숙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개성이 느껴졌다. 바로 영화에서 기본적인 구성이 어느 정도는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는 <올빼미>나 <육사오>와 유사한 느낌이다. <올빼미>가 대체역사물과 스릴러라는 익숙한 맛을 살렸다면 <육사오>는 그냥 순수하게 웃기는데 집중한 영화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위치>는 가족구성원들의 캐릭터를 잘 살렸고, 가족의 유대감을 살려 코미디로 소화하는 연출이 몇몇 보인다. 대표적으로 아내 수현 캐릭터가 박강의 행보를 설명해주는 인물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를 설명할 수 있다. 수현이 어떤 캐릭터로 설정됐느냐에 따라 박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영화는 좋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나름 잘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인물이 좋은 사람이라 마음이 간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도 있다. 수현의 몇몇 대사는 좀 오그라든다. “이렇게 예쁜 선물을 받아서 화가 난고야?”같은 대사는 아쉽다. 이 부분은 영화의 가장 큰 단점과도 이어진다. 수현에게 비교적 올드한 연출이 집중되기 때문에 거의 주인공쯤 되는 분량인 이민정 배우 부분이 약간 숙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사 몰입에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가족구성원으로 나오는 어머니, 아들/딸은 나름 연출로 잘 살렸다. 자녀가 되는 로이, 로하 역할은 살짝 아쉬운 박강의 감정선에서 관객을 설득하는 역할을 한다. 무슨 말이냐고? 아이들이 귀엽다. 특히 박소이 배우도 귀엽지만 그 동생으로 나온 분이 애가 이쁘다. 극 중에서 그렇게 잘생긴 아이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냥 귀엽다. 캐릭터를 살리는 인물 설정이나 촬영방식에서 이 둘을 살리는 연출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캐릭터인 어머니 역은 두 인물의 차이를 보여주는 역할을 나쁘지 않게 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처음 등장할 때 어떤 위치에서 나왔고, 두 번째 등장할 때 어디서 만났는지를 보다 보면 가족구성원의 위치가 박강을 설명하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스위치>에서 신파극적인 요소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의 근거는 중 후반부쯤에 어머니가 어떤 연기를 보여주는 신이 있다. 뭐 다른 분들은 글쓴이만큼 좋아하진 않겠지만 나는 이 장면이 감정적으로 찡했다. 어머니와 아들 간의 관계를 이렇게 엉엉 울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다. 좋은 연출의 예시였다.
살짝 새는 구멍
영화에서 가장 근본적인 세팅은 역시 멀티버스다. 영화에서 직접적인 '다중우주' 언급이 없긴 하지만 뭐 다른 평행세계의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멀티버스를 언급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영화 자체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깊게 안 하고 지나가는 것이 좋았다. 단순히 작년만 해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에서 이에 대한 묘사가 나왔다. 이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다중우주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많았다. 당연히 이를 두 번 세 번 설명하면 좀 지루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영화는 이 설정을 과감히 생략하며 이야기의 선택과 집중을 강점으로 발휘시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가족영화적 특성'에 임팩트를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집중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박강이라는 인물을 곁에 둔 주변인들의 리액션이다. 영화에서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세계관이 바뀐 박강의 상태 묘사다. 박강은 다른 세계관에서 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다른 세계에서는 슈퍼스타였던 그가 서프라이즈 재연배우로 만족한다는 게 말이 쉽지 막상 내 입장이 되면 나 같아도 저렇게 행동한다. 여기에 물리적인 분량을 할당하고 인물의 서사를 쌓은 방식 자체는 코미디로서도 좋고 영화의 매끄러운 연결이라는 측면에서도 탁월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영화에서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박강의 가까운 지인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묘사된다. 여기서 박강의 인물선은 입체적인데 주인공과 친한 인간관계의 감정선은 평면적인 쪽에 가깝다. 설정에 대한 설명 이전에 박강이 어떻게 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인물 서사에서 이를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후반부의 어떤 이야기전개는 숙제를 푸는 듯이 쉭쉭 넘어간다. 수현이 좋은 사람인 것에 의존하는 셈이다.
그리고 어떤 떡밥은 영화가 강박적으로 풀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영화 전체적으로 따뜻한 가족영화적인 특성을 살렸다. 이를 위해서 떡밥을 푸는 행동은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 중 ‘와 이건 좋았다’ 싶은 부분도 있다. 가령 수현이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라는 것, 박강의 가족관계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수현이 그림을 그리는 부분은 이 부부에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소재가 된다. 박강의 가족관계에 대한 부분은 후반부까지 이야기를 나름 잘 챙겨서 이야기 서사에 굴곡을 부여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것이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영화의 엔딩 장면에 대한 이야기다. <헌트>의 엔딩에 대해서 써보자면, 이 작품의 끝 장면은 고윤정 배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이정재 감독이 나중에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이랬겠구나’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반대다. 영화의 인물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를 너무 대놓고 다 보여준다. 만약 처음 만난 그 장면에서 끊었으면 여운이 엄청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지나치게 친절한 셈이다.
낡은 구석들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이야기를 잘 갖춘 영화지만 나이 든 영화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권상우 배우의 상의 탈의 신 몇 개다. 영화에서 권상우 배우가 상의탈의를 한 장면이 다섯 번 정도 된다. 여기서 두~세 번 빼고는 사실상의 탈의 안 해도 된다. 특히 찜질방에서 조윤과 대화하는 신은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권상우 배우 멋있는 걸 굳이 이 영화를 통해서 알아야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여기서 보여주는 코미디 신은 호보다 불호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박강이 슈퍼스타인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장소에서 어떤 행동을 한다. 아 진짜 싫다. 이걸 재밌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글쓴이는 진짜 너무 싫었다. 왜 저러지? 싶었다. 이후에 박강과 어머니의 대화 신에서 느껴지는 뭉클함이 인상 깊어서 이게 더 두드러졌다.
그리고 수현이라는 캐릭터의 연출 방식도 살짝 아쉽다. 수현 캐릭터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배우로서의 성과가 시원찮은 박강을 굳게 일으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로서도 두 아이들에게 좋은 어머니가 되어준다. 그렇다고 인물을 납작하게만 설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인물에서 몰입이 깨지는 느낌은 대사(들)에서 나온다. ‘나 같은 예쁜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나쁜 거야?’식의 대사는 이민정 배우가 처음 등장했던 <그대 웃어요>에서나 본 대사다. 이런 대사가 이야기가 잘 전개되다가 갑자기 등장해서 좀 의아해지는 부분이 있다. 이민정 배우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영화에 플러스가 되는 셈이다. 근데 수현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할 때 이것만 기억나는 거라면 이런 연출방식이 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직업은 배우
사실 권상우 배우에게 예술가적인 기대를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다. ‘옥상으로 따라와’와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빼곤 20대 후반인 글쓴이에게도 뭔가 신선한 느낌이 없다. 저번 작품인 <히트맨>에서도 뭔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이 <스위치>에서 권상우 배우는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왠지 불쌍한 무명배우와 슈퍼스타의 간극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를 잘 연구해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극에서 굉장히 찡한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도 권상우 배우가 이렇게 감정적인 전달이 좋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보여준다. 안하무인 톱스타가 어떻게 이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느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외로운 눈빛과 몸짓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분이 새삼 직업이 셀럽이 아니라 배우인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 권상우 배우의 최고작 갱신에도 불구하고, 오정세 배우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었다. 이 배우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극 중 극 연기다. 이 영화 안의 드라마 연기와 영화 자체의 퍼포먼스를 비교하면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또 조윤이 톱스타가 된 세계관에서의 연기도 나름 충실했다. 대놓고 조윤을 안 챙기는 박강과는 다른 대비되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인물들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지'를 연구하고 표현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과시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절제된 인물로 톱스타의 오만과 미덕에 대해 연기하는 좋은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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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플라이 투 더 스카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태리에서 돌아온 성환이 교환과 재회한다.
cine pick!
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2x9의 색깔로 무겁고 진지한 위로보다는 가볍게 위로를 전한다.
싱 스트리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 코너. 잘 보이고 싶어서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덜컥 라피나를 뮤직비디오에 섭외하고, 그날부터 코너는 급하게 밴드 멤버를 모으기 시작한다.cine pick!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싱 스트리트>는
도전을 하라는 용기와 함께 노래 가사로 위로를 주기도 한다.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예스 맨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출회사 상담 직원 칼 알렌(짐 캐리)은 ‘NO’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매사 부정적인 남자.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인생역전 자립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그의 인생이 180도 뒤바뀐다!
cine pick!
YES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예스 맨>은 긍정의 힘을 보여주며 용기를 내서 도전하다 보면
많은 경험과 하루 하루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공부와 담을 쌓은 구제 불능으로 학교에서 낙인찍힌 사야카.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엄마와 포기를 모르는 츠보타 선생을 만나 명문대 진학 도전을 선포하게 된다.
cine pick!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깊은 위로를 주는 명대사가 많은 영화이다.
성장 영화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고백하기 위해 고양이가 된 소녀의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cine pick!
부드러운 따뜻한 색감과 작화로 호평을 받은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고양이 가면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사용하여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영화 속 OST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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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바퀴 돌듯 권태로운 삶일지라도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시사회를 다녀온 후 작성한 글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11월 9일이다. 사람들은 어젯밤에 열렸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세라가 왜 결혼식 준비를 또 하느냐고 묻자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세라는 깨닫는다. 자신이 타임루프에 빠졌다는걸.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컷
영화 〈팜 스프링스〉는 동생의 결혼식에서 만난 나일스와 하룻밤을 보낸 세라가 타임루프에 빠져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나일스는 세라가 들어오기 한참 전부터 매일 반복되는 11월 9일을 보내고 있던 '타임루프 선배'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봤던 나일스는, 이제 탈출을 포기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다르게 즐길지를 고민하며 느긋하게 보낸다.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던 세라도 나일스 덕에 빠르게 타임루프 세게에 적응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비밀과 오해가 생기고 위기가 찾아온다. 이제 세라는 타임루프를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나일스는 그런 세라에게 간청한다. 그냥 이곳에 자기와 함께 머물러달라고. 매일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을 서로의 특별함으로 극복해나가자고. 세라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과연 둘은 함께할 수 있을까? 그들이 함께한다면 그곳은 타임루프의 안일까, 밖일까?
위 질문은 〈팜 스프링스〉뿐만 아니라 타임루프 설정을 가미한 영화가 항상 던지는 질문들이다. 감춰진 비밀을 좇는 스릴러 장르의 타임루프도 있지만, 잔잔한 분위기로 일상을 다루는 타임루프는 거의 언제나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상의 권태와 무의미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삶은 아름답다'라고.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컷
사실 우리 모두는 이미 타임루프를 살아가고 있다. 많은 생활인들이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출근해서는 어제와 같은 일을 한다. 시간감각은 점차 무뎌진다.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심지어 내가 몇 살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비단 직장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권태는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필수적인 고난이다.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컷
그 고민에 대한 〈팜 스프링스〉의 대답은 사랑이다. 매일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깨어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제와는 다를 거라는 것이다. 한편, 2017년에 개봉한 영화 〈패터슨〉은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이 영화는 타임루프 설정을 활용하진 않지만, 영화 속 일상은 타임루프처럼 반복된다. 주인공은 어제, 오늘, 내일이 똑같은 생활을 이어간다. 〈팜 스프링스〉의 대답이 사랑이었다면, 〈패터슨〉의 대답은 일상의 리듬이다. 〈패터슨〉에서 삶은 지루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변주되는 아름다운 선율이다.
〈팜 스프링스〉식 막무가내 로맨틱 코미디든, 〈패터슨〉식 일상의 예술적 변주든 결론은 같다. 지루하고 무의미한 일상이라도 아름다움의 가능성은 곳곳에 내재해 있다는 것. 무의미한 삶은 없다. 그 어떤 반복도 완전히 똑같을 수 없기에 삶의 무의미를 극단적으로 도드라지게 하는 타임루프 속에서라도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이 뻔하고 엉뚱하지만 때때로 사랑스러운 영화 〈팜 스프링스〉가 전하는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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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꿈과 사랑 앞에 선 한여름의 두 청춘, 영화 <지원의 여름> 김우식 감독 인터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7월에서 9월로 계절을 옮겼습니다. 9월은 바야흐로 가을의 시작이지만, 아직까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하면 저절로 여름이 연상되곤 합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지원의 여름>은 이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비슷한 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지난해 9월에 촬영했지만 여름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작품이지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기에 제천에서 보았을 때 그 느낌이 더 남다르기도 합니다. 김우식 감독은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강렬함과 그것이 끝나갈 때의 속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9월의 제천에서, 김우식 감독을 만나 <지원의 여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원의 여름
Summer Replaying
Summary
동명의 연인, '지원'과 '지원'. 7년의 연애와 밴드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두 사람은 어느 늦여름 밤에 재회한다. 여느 밤처럼 어물쩍 지나갈 하룻밤을 기대한 '지원'과 달리, 또 다른 '지원'은 어떤 결심을 하기 위해 그를 찾아온다. 이튿날, '지원'은 해체한 밴드 멤버들과의 낮술 자리에 가게 되고, 그 해 여름은 예상 밖으로 전개된다.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Cast
감독: 김우식
출연: 구교민, 성채우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가을로 옮겨 괜히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제천에 와보니, 다행히 영화 속 배경과 꼭 닮은 여름 그 자체의 날씨네요.
실은 저희도 작년 9월 11일에 첫 촬영을 했어요. 한여름에 찍으면 너무 더울 것 같아서 일부러 좀 뒤에 찍었거든요. 더위를 피해 9월에 찍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꿋꿋이 촬영해보려고 했지만, 결국엔 다 버리고 어쩔 수 없이 추가 촬영을 했죠. 그런데 오히려 좋았어요. 예산이 한정된 독립영화 촬영 환경에서 리허설은 꿈도 꾸기 어렵거든요. 추가 촬영 덕분에 리허설 아닌 리허설을 해보고, 더 나은 방식으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이드인제천 세션의 유일한 장편 영화입니다. 제천에서 관객분들을 만나시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 작품은 7년 전에 만든 시나리오로 되게 오랜만에 찍은 영화예요. 저희 같은 독립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관객을 만나 생명력을 얻기가 어렵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원의 여름>이 비로소 생명력을 얻어 본인의 역할을 하는 순간이라서, 저희에게도 뜻깊고 특별해요. 단 한두 명의 관객이라도 저희 영화에 공감해 주시고, 잘 봤다고 이야기해 주시면 너무 힘이 나고 벅찰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두 '지원'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같은 연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저희 작가가 당시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가 있었는데, 실제로 그 밴드가 해체를 겪었어요. 그런 일련의 사건들과 엮어서 나온 이야기예요. 초반부에 나오는 인터뷰와 밴드 공연 장면은 실제로 작가가 좋아하는 밴드가 해체되면서 공개된 유튜브 영상을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했죠. 또 각본을 쓴 저희 작가가 '지원'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생각해 보면,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에 저희가 늘 어딘가에 지원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기도 했네요.
끝까지 진심을 다하는 여자 '지원'과 비참해지기 전에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는 남자 '지원'. 두 사람은 사랑과 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른데요. 이러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남자 '지원'은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꿈도 사랑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는 친구예요. 선택을 계속 미루는 거죠. 음악도 계속하고 싶고, 여자 '지원'도 여전히 사랑하는데 말이에요. 반면, 여자 '지원'은 꿈과 사랑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확하게 선택하려는 친구예요. 그래서 끝까지 가볼 수 있는 거죠.
극 중의 주인공은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저도 그들과 비슷한 나이에 영화를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어릴 땐 평생 영화를 찍으면서 예술가이자 감독으로서 살 거라고 믿었어요. 첫 영화제 갔었을 때 제가 최연소 감독이었거든요. 그 당시에 스스로 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의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가겠구나. 그렇게 현실을 알게 되고, 영화를 할지 말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남자 '지원'처럼 영화를 애매하게 하기는 싫었어요. 지금은 영화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고, 욕심도 부리지 않아요. 다만, 만들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가 있을 때 이를 영화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해요. <지원의 여름>은 이런 저 자신의 이야기도 반영된 작품이에요.
'지원'을 맡은 배우들이 완전히 다른 두 성격의 인물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배우를 섭외할 때 고민하신 지점이 있었나요?
<지원의 여름>은 남자 '지원'이 끌고 가는 부분이 많은 영화예요. 다른 어떤 역할보다도 남자 배우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남자 '지원' 역의 배우를 섭외하고, 그 분과 어울리는 배우분들을 찾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섭외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남자 '지원' 역을 맡은 구교민 배우에게 같이 활동하는 배우 중에 시나리오와 어울릴 만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섭외를 해서 케미스트리를 만들기보다 이미 케미스트리가 있는 사람들이 나오길 바랐거든요. 그렇게 여자 '지원' 역과 밴드 멤버 분들을 모집할 수 있었죠. 이 영화는 '구엔터' 없었으면 배우 섭외가 어려웠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해요.
여름을 잘 담아낼 로케이션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장소를 고르셨나요?
원래 배경은 한강이었어요. 그러다가 촬영 지원을 받기 위해 로케이션을 충청도로 바꾸었죠. 공간을 바꾼 게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원래 주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남자 '지원'의 집이 복도식 아파트였는데요. 그때만 해도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였는데, 7년 동안 세상이 바뀌면서 그게 불가능해졌죠. 그래서 아예 공간을 주택과 담벼락으로 바꾸었어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담벼락에서 남자 '지원'은 어린 소녀 '지원'을 만나기도 합니다. 남녀 '지원'에 이어 어린 소녀 '지원'까지 넣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저희 영화에는 이렇다 할 영화적 사건이 없어요. 1박 2일에 걸쳐 벌어지는 일에 불과하니까요. 소소한 이야기들의 연속일 뿐이죠. 냉정하게 따지면 장소도 많이 나오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재미를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구조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캐릭터가 리듬을 바꿔주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어린 소녀 '지원'과 밴드 멤버 '영재'가 바로 그 리듬의 캐릭터였어요.
'로우테잎'이라는 실제 밴드의 공연 모습으로 영화가 막을 내려요. 픽션일 뿐이었던 영화가 한순간에 현실로 끌어당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제 밴드의 노래들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곡 저 곡 쓰기보다는 실제 밴드의 음악이 들어가서 일관된 느낌을 자아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밴드와 협업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분들도 제가 담고자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고민을 해오셨던 걸 알게 됐어요. 실제로 이 밴드가 엔딩곡으로 삽입된 노래를 싱글로 발매하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셨거든요. 저희 영화가 그 밴드의 삶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지만, 엔딩 장면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들이 단순히 상상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고민들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지원의 여름> 이후, 어떤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고 싶으신가요?
이 작품이 저의 첫 장편 영화인데, 한 번 찍고 나니까 다음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리더라고요. 아직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인데, 일제강점기에 강제 이주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자신을 어떤 감독으로 기억하길 바라시나요?
제가 만드는 영화는 살짝 애매한 포지션에 있어요. 완벽한 상업 영화도 아니고, 이런 영화제가 사랑하는 뾰족한 영화도 아니죠. 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고 나면, 나름대로 괜찮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으로 기억해 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9월 8일(일) 16:00 청풍리조트 컨벤션홀
9월 9일(월) 10:00 제천예술의전당
글: 하이스트레인저 방해리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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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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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쟁 상영작 [오랜만이다]의 이가섭 배우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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