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5-08 21:23:49
[JEONJU IFF 데일리] 영속하는 사랑의 힘
영화 <사라진 공화국> 리뷰
DIRECTOR. 에밀리 므크르티치안
CAST. 시라누시 사르크샨, 스베틀라나 하루투냔, 가야네 함바르줌얀, 소세 발라사냔
SYNOPSIS. <사라진 공화국>은 전쟁의 여파와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해 있는 미승인 국가 아르차흐의 네 여성을 따라간다. 그들이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던 중 다시 발발한 전쟁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이 영화는 그들의 생존과 회복력뿐 아니라 잃어버린 조국을 지키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영속적인 힘을 포착한다.

이 영화 제목을 처음 인지한 건 뉴스 기사를 통해서였다.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는 메일이 수백 통씩 전주국제영화제로 날아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대체 뭐길래? 프로그램 노트에 "아르메니아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던 영화였다. 다시 말해 이 영화를 보기 전후로 많은 조사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미였으므로, 한정된 시간 안에 볼 영화를 고르다 보니 일단 지나쳤던 영화였다.
두 번째로 인지한 건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지인들이 A4용지 한 장씩을 쥐고 착잡한 표정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당연히) 상영을 중단하지 않았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의 말마따나 "팔레스타인의 관점에서 만든 영화를 상영한다고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여러 분쟁 지역의 영화를 상영할 때도 상대국에서 이처럼 행동했던 적은 없었다". 아제르바이잔 대사관과 잘 조율하겠다는 말이 결국 입장문 한 장을 배부하는 선으로 결정된 모양이었다. 친구들이 보여준 A4용지에는 다소 묵직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이 영화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보존과 주권을 훼손하고 아르메니아의 영토적 주장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아르차흐’라는 명칭으로 언급되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대해 말하자면, 이는 국제법의 기본 규범과 원칙에 위배되며, 가라바흐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의 불가분의 영토로 인식해 온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맞지 않습니다. 이는 심지어 아르메니아에 의해 불법 점령되었던 시기에도 일관되었던 입장이었습니다.
더욱이 이 영화는 반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선전내용을 담고 있으며, 민족주의, 분리주의, 극단주의, 군국주의, 복수주의 등을 조장합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민족주의, 분리주의, 극단주의, 군국주의, 복수주의'를 조장할 수 있나? 굉장한 영화다. 그래서 봤다. 알지도 못하는 국가의 이야기를 그렇게 보게 되었다. 1991년,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나보다 일찍 저물어 버린 나라. 그리고 거기 살아가는 놀라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어떤 생각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 완성물과 꼭 같은 형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촬영 도중에 전쟁이 터졌고 나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미래를 맞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극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이다.
영화는 여성 4명을 따라간다.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는 NGO에서 일하면서 두 딸을 키우는 스베타. 시장 출마에 처음 도전하는 정치인 시라누쉬, 여성 센터를 운영하는 가야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유도선수 소세. 네 사람의 삶은 각자의 방식으로 분주하고 또 아름답다.
스베타는 비록 업무 현장에서 매일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리지만 (불발탄 제거 작업은 기계로 할 수 없다. 하나하나 수작업이다.) 딸들과 함께 농담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낸다. 시라누쉬는 카메론 디아즈 닮은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선거 팸플릿을 나눠주고 사람들을 만나지만, 해당 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은 0명이다. 가야네는 의자 뺏기 게임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있는 행사 현장에서도 심각한 내용의 여성 사례 상담 전화를 받고 있으며, 이따금 협박의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계속할 거냐는 물음에는 채 눈물도 못 닦은 얼굴로 '그럼요'라고 답한다. 줄줄이 달린 메달과 함께 슬플 때 꼭 함께한다는 인형을 보여주는 소세의 모습은 그의 굳건한 정신이 동시에 섬세하고 소소한 것들에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괴로움과 불안이 섞여들어 있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유영하는 강인함이 보인다. 강철 같은 강인함보다는 강물 같은 강인함이다. 하지만 이들의 그 강인한 일상은 전쟁으로 휘청인다.
아르차흐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정리해 보자. 아르차흐는 고대부터 아르메니아 왕국의 일부로 존재해 왔던 땅이다. 그러나 소련은 아르차흐를 아제르바이젠의 지방으로 편입해 버린다. 거대한 소련의 붕괴가 다가올 즈음, 그러니까 1988년부터 아르메니아계 주민들과 아제르바이젠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991년 아르차흐 공화국은 독립을 선언했고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1994년 이제 더이상 소련이 아닌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이 되었으며, 이후 아르차흐 지역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기를 쥔 지역이 되었다.
이들은 아르차흐 공화국을 선포했고, 정부, 군대, 선거 제도를 별도로 운영했다. 여기에는 아르메니아의 실질적 지원도 있었다. 그러다 이 영화가 촬영되던 중인 2020년, 또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아제르바이잔의 공격과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주둔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아르메니아로 피난 길에 올랐다. 2022년 아제르바이잔은 수도를 봉쇄했고, 거의 1년에 가까운 봉쇄 끝에 2023년 9월 군사작전이 마무리되었다. 2024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모든 헌법과 기관들이 해체된다는 선언이 나왔고, 2023년 아르차흐는 더이상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많은 경우 분쟁의 씨앗은 당사자가 아닌 타의, 주로 거대한 힘에 의해 뿌려지는 듯하다. 이 경우에도 아르메니아 입장에서는 소련이 멋대로 그은 선에 당한 셈이고, 아제르바이잔도 한번 국경선에 들어온 지역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그러나 소련은 붕괴되었고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르차흐는 현실 주체로서 힘을 잃었다.

삶과 사람과 도시를 사랑했던 여자들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죽음의 가능성을 가까이서 느꼈기에 소중한 이들을 잃을까봐 약해져 있던 스베타는 다시 딸들을 지키기 위해 직업을 찾고 있고, 시라누쉬는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며 마이크를 들다가 이제는 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집회에서 외치는 첫 마디가 전쟁 규탄이 아닌, 우리의 존재를 인지recognize하라는 명령인 것은 마음이 아프다.) 가야네는 여전히 여성 센터를 운영하지만, 상담 상대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가정 내 차별과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내담자의 첫 문장이 "도시를 그렇게 잃어버리고 나서..."인 경우가 많아졌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소세의 삶이다. 인형과 메달을 가까이 하던 유도선수, 메달리스트를 꿈꾸던 여자는 이제 총을 가장 가까운 친구 삼은 군인이 되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얼굴에 눈물이 흐를 때, 감독은 소세를 깊이 끌어안는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의 역할처럼 보였다. 아름다웠던 과거를 되돌려 보여주고, 우리가 갈 미래가 그 과거와 닮아 있길 바라며 길을 보여줄. 그렇게 끌어안아 위로해줄. 현실 주체의 힘은 약해져도 이야기는 영속한다. 여자들의 삶도 이야기 안에서 사랑의 빛을 덧입을 것이다.

그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 영화에 있었다. 노란 양초였다. 스베타가 착잡한 얼굴로 하나하나 불을 밝혀 컵에 넣던, 노랗고 길다란 양초. '더 이상 기도하고 싶지도 않고, 꿈도 없다'고 말하는 소세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던 장소에도 똑같은 양초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촛농과, 그럴 때마다 하나씩 더해지는 빛. 거기서 느껴지는 곡진한 사랑. 세상 곳곳에서 분쟁 소식이 매일 더해지는, 이 야만의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어쩌면 더없이 촛불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는 나날이 기억해야 한다. 파워게임의 주체가 아닌, 사랑이 담긴 이야기만이 영속한다는 사실을.
2025.05.02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25.05.03 CGV전주고사 8관
2025.05.07 CGV전주고사 8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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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관 감독, 시네밋터블 그리고 조제
시네필 박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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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우연히 Cinemeetable(시네밋터블) 이라는 페이지에서 김종관 감독을 만날 기회를 가질 참석자를 모집하는 글을 보았다. 시네밋터블은 민용준 영화기자와
그 주차의 영화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주연 미식기자가 영화로부터 모티브 얻은 레시피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다. 즉시 지원했으나 아쉽게 선착순에서 밀렸다. 하지만, 며칠 뒤 취소자가 생겼다는 연락이 왔고, 즉시 수락을 했다.11월 22일 오후 5시,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조금은 추웠지만 그래서 더 운치 있었던 노들섬에 도착하였다. 다른 참석자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평소 김종관 감독이 즐기는 레시피로 만든 하이볼 칵테일을 웰컴 드링크로 마시고 있었다. 곧이어 민용준 기자와 김종관 감독의 인터뷰가 시작 되었다. 준비된 자료인 과거 김종관 감독의 영화들을 일부 클립으로 시청하며 김종관 감독에 대해 깊게 파헤치고 직접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12월 10일에 개봉하게 될 “조제” 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김종관 감독은 필자에게 특별한 감독이 되 었다. 막연하게 영화감독 을 지망하던 시기에 영화 와 시나리오 작성법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왔었 다. 책들을 사서 보고 영 상도 많이 찾아봤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 다. 그 당시 ‘클래스101’ 이라는 사이트에서 김종 관 감독의 클래스가 오 픈 된 것을 발견했다. 그 때는 누군지 몰랐지만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믿어보고 싶었다.
그 후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순으로 영화를 접하게 되었고, 그의 감성이 마음에 들었다. 특별 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도 이야기가 있고 상황들이 만들어 내는 재밌는 그림이 연출 되었다. 거창한 이야기만을 고뇌하던 시기에 김종관 감독의 영화는 ‘이런 영화도 충 분히 매력 있어’ 라고 말하는 듯했다. 101클래스를 수강하던 중 접하게 된 김종관 감독의 단편영화 “하 코다테에서 안녕”은 나에게 큰 충격을 가져왔다. 오로지 내레이션으로만 스토리를 진행시켜나간 이 짧은 영화가 등장인물이 등장해야 만 한다는 편견을 깨주었다. 적은 자본으로도 영화를 시작하고 싶 은 상황의 사람들에게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의 작품이었다.
김종관 감독을 알게 되고 매력을 느끼고 난 뒤, 한국판 조제가 제작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영화 제작 담당이 김종관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랐으며, 기대가 무척 되었지만, 걱정 도 되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국내에 어마어마한 팬덤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나름의 비난도 감수해야 될 일종의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독립영화계에 계셨던 감독이 조제 리메이크를 통해 메이저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종관 감독의 작품을 다 본 사람으로 서 기대가 안될 수도 없었다. 그가 그려내는 조제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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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원작 소설이 아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지 칭한다)의 특징은 더러운 사랑이라 고 생각한다.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일 수 있지만, 각각의 등장인물들 이 숨기고 있는 더러운 내면, 단점 들이 있다. 그것들을 가리고 사랑 을 하다가 끝까지 담담한척 이별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극 후반부의 담담한 이별이 미치도록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런 이별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찰나에 폭발해 버리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여주는 엔딩이 이 작품이 많은 팬덤을 보유하게 된 이유라고도 생각한다.
12월 10일 개봉과 동시에 영 화관에서 김종관 감독의 조제를 관람했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였으 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조제를 보았다. 판자촌 집과 그곳 에 사는 조제(한지민역), 그리고 우연히 조제와 인연을 갖게 된 영석 (남주혁역)의 캐릭터는 원작에서 대부분을 가져온 모습이었다. 원작의 조제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김종관 감독의 장점이다. 그 장점 은 공간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조제가 사는 집, 집앞 눈쌓인 거리, 조제가 넘어진 골목 등 조제와 영석이 보내는 모든 공간들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지금 당장 마스크 쓰고 나가도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들이다. 하지만 이 공간들을 감독은 사건이 벌어지는, 우연한 만남이 있는 특별할 수도 있다는 듯이 툭하고 무심하게 보여 준다. 나열된 풍경 인서트는 위에서 말한 “하코다테에서 안녕”의 아이디어 를 재활용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거리는 김종관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 하는 요소이다. 감독님 스 스로도 사고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신다 하셨고 걸으면서 느낀 그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주로 영화에 담아왔다. 원작 조제와 다르다고 느낀점은 엔딩이다. 결국 조제 커플은 서로의 차이에 속앓이를 하다 이별을 맞이한다. 이별을 맞이하고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며 마무리 되는데, 원작속 남자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역)의 오열장면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반면 원작 속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역)는 스스로 휠체어를 타고 마트를 다녀오는 꿋꿋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 습으로 마무리 된다. 그렇다면 김종관 감독의 조제에서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영석은 자신을 좋아하 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분명히 조제를 추억하는 모습도 보여준 다. 이별 후 조제의 삶이 나에겐 다소 충격(?)이었다. 원작으로부터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에 조 제도 장애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적 도움이 많아졌다. (스스로 차도 몰 수 있다!!) 그런 기술적 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할머니의 유골을 안장하는 일도 하면서 대견한 나날을 살 아간다. 원작의 조제의 모습이 무기력해 보일 정도이다. 누군가의 도움만 바라는 성격이 아닌 조제 에게 어울리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조제가 결국 스스로 스코틀랜드에 가서 자기가 원했던 위스키 양조장에 가서 영석을 추억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꼭 필요한 콘셉트였나, 꼭 필요한 장면인 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김종관 감독과 시네밋터블에서 식사를 하며 들은 이야기로는 리메이크 판 조제에서 조제는 보다 더 자기 취향이 확고한 성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성인 조제가 현실의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켜가며 당당하게 살아 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담으로 위스키를 좋아하는 취향은 실제 감독님의 술 취향이 위스키라고 한다.
영화 한 줄 평을 올리는 별스타그램에도 올렸지만 필자는 ‘원작만큼 담담하게 보다 더 당당하 게’라고 평가한다. 뭐가 더 명작이고 수작이라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전달하고자 했 던 주요 메시지가 다르며 그저 조제라는 인물만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만큼 조제 위주로 전 개되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에 맞물려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제작사 사정으로 인 해 개봉 시기는 어쩔 수 없었다고 들었다. 기존의 김종관 감독 특유의 잔잔함에 상업영화에 길들여 진 대중은 지루함을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니 원작에 마냥 못 미 치는 영화도 아니었다고 느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히려 조제라는 그늘에 가려져 대중도 감 독도 일정한 틀에 고립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리메이크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 다. 수많은 원작 팬덤, 어려운 시기 속에서 첫 메이저 영화를 당당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관철해내 려 한 김종관 감독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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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한 주의 절반이 가고 절반이 남은 목요일!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2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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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새로운 모험 떠나는 '인디아나 존스'
ⓒ 네이버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째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오는 6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2008년 개봉한 전작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이어 1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 영화인데요, 전설적인 모험가이자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가 '운명의 다이얼'을 찾기 위해 또 한 번 새로운 모험에 뛰어드는 액션 어드벤쳐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의 상징과도 같은 해리슨 포드가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나섭니다. 반면 전작들의 감독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총괄 제작자로만 함께할 예정이며, <로건>, <포드VS페라리> 등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해리슨 포드 외에도 피비 월러-브리지, 안토니오 반데라스, 존 라이스 데이비스, 매즈 미켈슨 등이 합류해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디에이징 기술과 분장을 통해 인디아나 존스의 젊은 시절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전해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구교환 주연 SF영화 '왕을 찾아서' 촬영 돌입
ⓒ 나무엑터스
2019년 영화 <봉오동 전투> 이후 원신연 감독의 신작인 <왕을 찾아서>가 구교환, 유재명, 서현, 박예린 등의 캐스팅을 확정 짓고 첫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왕을 찾아서>는 1980년 여름, 비무장지대 마을에 찾아온 정체불명의 거대한 손님을 맞이하게 된 군의관 '도진(구교환)'과 마을 주민들의 모험을 그린 SF 영화이며, 유재명은 정의감 넘치는 마을 주민 '주복' 역을, 서현은 마을 보건소의 유일한 간호사 '정애' 역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FX 기술력과 원신연 감독의 연출력이 만난 작품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장가에 새로운 영화 흐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종서 할리우드 데뷔작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3월 개봉
ⓒ 네이버 영화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이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붉은 달이 뜬 밤, 폐쇄병동을 탈출한 의문의 존재 모나(전종서)가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이들과 완벽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미스터리 펑키 스릴러'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 <버닝>으로 데뷔와 동시에 칸 영화제에 진출한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작으로, 이외에도 BFI런던국제영화제, 취리히영화제, 멜버른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전 세계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낸 기대작입니다.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은 영화만의 기묘하고도 펑키한 분위기가 강조되어 궁금증을 안기는 동시에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에어 조던 성공 실화 다룬 영화 '에어' 4월 개봉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대표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의 '에어 조던' 성공 실화를 다룬 영화 <에어>가 4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에어>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아르고>로 3관왕을 달성한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벤 에플랙의 신작으로, 1984년 업계 꼴찌를 달리며 존폐 위기에 처해 있던 나이키가 당시 NBA 신인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에게 모든 것을 검으로써 극적인 성공을 이뤄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농구화 브랜드 '에어 조던'의 탄생 비하인드를 담았기에 브랜드 팬은 물론 다양한 관객층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출을 맡은 벤 애플렉의 출연과 더불어 그의 절친이자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공동 수상했던 맷 데이먼이 출연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윌 스미스 폭행사건 이후 '위기 대응팀' 만든 아카데미
ⓒ RollingStone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는 시상자인 크리스 록이 탈모증을 앓는 자신의 아내를 놀리자 무대 위로 올라와 그의 뺨을 때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발생시켰는데요, 해당 사건은 전 세계로 전파를 타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 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카데미는 윌 스미스의 향후 10년간 아카데미 행사 참석을 금지시킨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후속 조치로는 올해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 '위기 대응팀'을 신설해 '잠재적인 실시간 비상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카데미의 최고 경영자 빌 크레이머는 "기존에 없던 위기 대응팀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예상할 수 없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계획하는 모든 일에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홍상수 신작 '물안에서' 베를린 영화제서 첫선
ⓒ 네이버 영화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 <물안에서>가 현지시간으로 22일, 독일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관개들에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물안에서>는 새로운 영화적 비전을 담은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인 '인카운터스'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아웃포커스를 활용했다는 점과 61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을 비롯해 여러 실험적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첫 상영일이었던 이날 500석이 전석 매진되었고, 관객 층은 젊은 영화학도 등 학생들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화는 배우를 꿈꾸던 젊은 남자가 영화를 연출하겠다며 같은 학교에 다녔던 남녀와 섬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출연 배우 세명은 모두 홍상수 감독이 건국대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의 제자들이라고 합니다. <물안에서>는 앞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세 차례 더 상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
ⓒ 네이버 영화
드림웍스의 대표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가 2025년 3월 개봉을 목표로 실사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크레시다 코웰의 책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총 3편 개봉했으며, 전설적인 바이킹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히컵'이 우연히 부상당한 드래곤 '투슬리스'를 만나며 벌어지는 모험을 담은 만화영화 시리즈입니다. 전 세계에서 16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했고, 우리나라에서도 25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인데요, 실사 영화도 오리지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영화 <라라랜드>, <드라이브> 등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마크 플랫까지 합세해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관개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다양한 드래곤들의 모습이 실사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에 팬들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저희는 새로운 영화 소식들로 다시 돌아올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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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해결을 현실에 맞지 않게 판타지로 풀어낸 영화 <백두산>
더 테러 라이브와 같이 하정우의 원맨쇼가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 <백두산>. 하정우라는 타이틀롤 하나만 가지고 승부수를 던진 작품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병헌이 나와서 이렇게 남자 배우들 중 탑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2명이나 나오는데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판단을 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영화 백두산 시놉시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 발생. 갑작스러운 재난에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 여기에 더해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추가 폭발이 예측된다.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 전유경은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한다. 전역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이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투입되고,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과 접선에 성공한다.
하지만 준평은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인창을 계속해서 곤란하게 만든다. 한편, 인창이 북한에서 펼쳐지는 작전에 투입된 사실도 모른 채 서울에 홀로 남은 최지영은 재난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사이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 시간을 점점 가까워져 간다.
하정우의 개그는 실없이 웃겼다하정우의 띨~ 하면서도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개그는 영화 <백두산>에서도 존재했다. 특전사 대위로서 팀을 이끌고 있지만 어딘가 미숙한 이 느낌.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또 다 임무를 수행하는 저 능력!
백두산이 한 차례 폭발하고 자신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달려 있는 상황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마 하정우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이러한 위트와 유머가 한 두차례 정도 발현이 됐다면 극의 긴장감을 잠시 환기시켜주고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서 솔직히 말하면 백두산이라는 폭발 상황이 그렇게 까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하정우식 유머가 영화 곳곳에 묻어나서 그런지 필지는 계속 실없이 웃기기만 했다.
그런데 북한을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영화를 보면서 정말 의문이 들었던 점은 ‘도대체 북한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였다. 백두산이 폭발해싸고 해서 북한 정부가 저렇게 손을 놓고 방관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현재 남한과 북한은 적과 다름이 없는 상태다. 월북과 월남을 시도하려면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하며 조금이라도 영해와 영토, 영공을 군사부대가 넘으면 경고 사격에 이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관계다.그런데 백두산이 폭발했다고 해서 북한이 남한의 특전사 부대가 핵무기를 훔치러 들어오는데 가만히 있는다? 너무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북한 이라는 나라가 남한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지고 시설이 열악하다고 하나 국가 유지를 위한 체계와 기구들이 존재하는 나라다. 그런데 백두산 1차 폭발 하나로 무너지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사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야기는 어디로백두산 폭발에 중국, 일본, 미국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의아했다. 사실 북한과의 문제에서는 한국과 북한 1대 1로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이 사이에 껴서 협상이 진행되곤 한다.
그래서 항상 언론에서는 한반도의 이야기지만 언제나 코리아패싱이라며 한반도의 문제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는 남한의 상황을 비꼬는 헤드라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에서 한국의 위치다.그러나 영화 백두산에서는 유아적인 발상을 하고 있어서 실망스러웠다. 북한이 망하면 북한이 만든 핵은 우리의 소유이고 우리가 이 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 백두산이 터진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과연 특전사를 바로 파견할 만큼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주변 국가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작품이어서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조금 더 남한과 북한의 관계적인 위치, 그리고 주변 국가들과의 눈치싸움을 녹여냈다면 훨씬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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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다양성을 품은 전주, 경계를 넘어서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4년 5월 1일부터 2024년 5월 10일까지 개최된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우린 늘 선을 넘지 Beyond the Frame”라는 슬로건을 통해 경계를 넘어서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번 영화제는 다양성만큼 개막작으로 선정된 <새벽의 모든>을 시작으로 10일 간 232개의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채로운 색을 담은 만큼 많은 관객들이 전주국제영화제의 향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 기자 자격으로 참여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시사를 비롯한 기자회견과 개막식은 ‘전주’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일단 개막작부터 강렬하다. 잘 다뤄지지 않은 소재와 더불어 다양성을 섬세하게 다루는 영화라 더욱 의미 있었다. 영화를 여러 번 봐도 부족함이 없다는 감독의 말처럼 따뜻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우리는 없어지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의 관심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결코 당연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다룬 영화인만큼 감정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며 주인공에 대해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얼마만큼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177명의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았고 전주국제영화제의 빛을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레드 카펫 게시글을 통해 더 다룰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운영하는 ‘전주씨네투어 X마중‘이 이번에는 ‘바로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9명의 배우가 참여한다는 소식과 함께 많은 관중들이 레드카펫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타들의 등장은 환호를 자아냈고 그가 등장하는 순간, 땅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중심에는 여심을 훔친 대세 배우.
바로, 변우석 배우였다.
이희준 배우와 공승연 배우의 개막식 소개와 두 공동집행위원장님의 환영식, 우범기 조직위원장님의 개막선언까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을 넘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어쩌면 무모하게 보일 만큼 큰 도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계를 넘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로의 초대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천년 전주의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선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 우리는 늘 선을 넘지 ‘는 전주 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제대로 된 슬로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도 두려워하지 말고 선 넘는 거 한 번 넘어보면 굉장히 쉽습니다. 과감히 선을 넘어서 우리 전주가 선을 넘는데 어느 도시에 비추지 않는 그런 도시를 함께 만들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라고 전했다. 영화가 우리의 인생을 담은 만큼 전주국제영화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또한 우리의 인생을 그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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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서구 - 551분 이라는 시간, 그 안에 담긴 2년의 세월
영화중에서도 보기 힘든 영화가 있다. 여기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영화가 어렵거나, 수위가 높거나, 말 그대로 접하는 것 자체가 힘들거나. 왕빙 감독의 영화 철서구는 마지막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먼저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놀란 점은 이 영화에게 바치는 수많은 평론가들의 찬사와 호평도 있었지만, 특히 '러닝타임'이 놀라웠다. 필자가 과거에 러닝타임이 길었다고 평한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3시간 58분), '아라비아의 로렌스(3시간 48분)', '유레카 (3시간 38분)', '아이리시맨 (3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따위는 우습게 뛰어넘는 9시간 11분이라는 러닝타임은 필자에게 안 당황스러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기가 들어서 더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필자말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건지, 2020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선택 2위를 차지했다) 대체 감독은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서 551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쓴 걸까. 보고 나서 느꼈다. 아, 551분을 날린게 아니구나. 그 시간을 써서 담고 싶은 게 있었구나. 이걸 읽어보고 괜히 러닝타임 기니 있어보이는 척 하고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하지 마시길. 단순히 러닝타임이 길다고 호평받는 거라면 '모던 타임즈 포에버 (2011, 10일)'는 시민 케인, 게임의 규칙을 뛰어넘는 걸작이 되는 것이란 말인가?
철서구는 왕빙 감독이 2년 동안 철서구의 주민들과 직접 생활하며 공업지구의 쇠퇴와 그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담은 영화이다. 왕빙 감독이 단순히 영화를 찍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진심으로 다가갔다는 것을 느낀 것은, 주민들이 카메라 앞에서도 꺼리낌없이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1부에서는 카메라가 있어도 서로 싸우고, 씻고 나온 공장 직원의 성기가 그대로 보이기도 하니) 러닝타임을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관객들에게도 감독 처럼 그들의 삶을 최대한, 가능한 직접 느껴보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시간 11분은 하루에서는 학교에 있는 시간, 근무 시간보다 조금 더 되는 시간이지만 2년이라는 세월에 비할바는 못된다. 다만 영화관에서의 9시간 11분은 긴 시간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어느새 그들의 삶을 직접보고, 직접 느끼게 되며 그들의 삶에 공감하게 된다.
필자가 본 영화들 중에 정말 잊지 못한 경험이 될 정도로 좋은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정말 보기 힘들다. 러닝타임이 긴 것도 그렇고, 애초에 정식 수입이 된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보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영상도서관이나 필자처럼 영화제 상영으로 봐야하는 수 밖에. 현재 유튜브에 업로드도 되어있지만 집에서 보면 이 영화의 의미는 희석된다고 생각하기에 추천 하지 않는다. 어떠한 외부 요인의 개입 없이, 영화 스크린과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교감만이 있는 씨네마에서 봐야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번 보기는 정말 힘들지만, 한번 꼭 본다면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두 번 보기도 힘든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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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이 길에 도착이란 건 없어'
멈춘다는 말이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 인생에 있어 쉼이란 게 있긴 했을까? 자의인지 타의인지 휴대전화를 만지는 게 일상이 된 거 같다. 항상 하품하고. 공부할 생각하고. 언제는 메이플스토리릌 키고 싶기도 하고. 다 재밌어서 하는 일이라지만 이게 본질적으로 나를 채워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무기력감이 든다. 뭘까? 이 기분이. <소울>도, <루카>도, <드라이브 마이카>도 아닌 무언가가 나에게 있어 참으로 갑갑하다. 소중한 일상의 가치도, 든든히 나에게 어깨를 내어줄 누군가도, 일로 완성되는 행복의 실현도 나를 결국 완성시켜 주지 못할 거라는 막연함이 든다.
근데 이건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왜, 노잼 시기라는 말이 있지 않아? 사람에게 무엇이든 재미가 없던 때가 올 수도 있는 거잖아. <인사이드 르윈>이나 비슷한 이름의 <인사이드 아웃>에도 마음이 속하지 않으면 이런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내가 살아갈 삶의 의미가 이제까지 겪어온 상처의 반복이라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멈추거나 달리는 의미도 찾지 못할 것 같을 때 과연 어떤 것에 기대야 할지 의문이다. 다음이 있을까. 내가 그토록 돌고 돌아온 다음 순간이 있을까. 없을 것 같다. 지금 생이 지옥의 연속이었던 과거의 반복이라면 굳이 이 관문을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에게 좋은 갈림길이 된 작품에도 회의감이 든다면 그것은 꽤나 고역일 것이다. 누군가가 말해주면 좋을 텐데. 분명 이다음에 좋은 순간이 온다고.
1. 어떤 것에 대한 작품인가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넘어가야 할 여러 가지 순간이 있다. 나 역시 어느 순간에 놓여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그런데 매일 똑같이 자유가 억압되는 일상을 살아야 하니 고역이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좋아서 나의 단면의 성장을 이끌어내긴 하지만 이게 딱히 내 인생에 도움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삶을 지나가다 보면 어떤 지점에 도착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이 희망이 만약 내 인생에 아무 영향도 가지 않는다면 정말 질리도록 싫겠지. 근데 내가 살아본 바 사실 이걸 넘어간다고 해서 도착을 짠 하고 하는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지루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게 문제면 저게 오고. 저걸 끝내면 다른 문제가 찾아오고. 지긋지긋하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게 나의 삶이지만 좋은 것도 있다. 잠깐잠깐 따라오는 즐거움이 하루를 버티게 도와주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이 지점에 관한 영화다. 이렇게 반복되는 순간의 단면을 잘라서 보여준다. 인생은 이렇게 얻기만 하는 불편한 순간의 연속이 맞는 것 같다. 그러다가 가끔 행복해지는 순간이 오는 거지. 이 작품은 이런 인생의 반복되는 순간을 두 남자의 여행기로 축약해 보여준다.
2.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무난하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이름을 이전부터 아는 경우야 있을 수야 있겠지만 극히 드물겠지? 1997년에 나온 영화고 독일 배우들을 잘 아는 분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뭐 누가 도드라지게 못하고 이럴 것도 없다.
3.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줄거리는 쉽다. 시한부의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남자가 각자 인생의 소원을 이뤄가는 내용이다. 둘은 사소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다 결국 '바다를 본 적이 없다'라는 공통점을 찾게 되고, 이를 목적으로 잡고 모험을 떠난다. '두 남자의 버킷리스트 해결하기', 얼마나 쉬워? 코미디 장면도 있고 액션신도 있어서 무작정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큰 여운을 남김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장면에서 엥?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게 나름 중요하다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그 장면 이전의 플롯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극의 이해가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신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납득이 아예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4. 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나요?
밥 딜런의 동명의 노래 <Knocking on heaven's door>를 한번 듣고 가는 것도 좋을 듯. 곡 자체가 원체 유명해서 안 들어본 분들이 극히 드물 것 같기도 하다. 아, 굳이 더 말해준다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결과를 염두하며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난 그게 감독이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일상이 재미가 없는 사람들. 이런 분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두 상황이 같이 제시되며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런 걸 보며 생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삶은 근사한 게 맞지 않을까? 이렇게 개 같은 순간이 전부 인 게 사람의 일생인데 가끔, 아니 자주 사람이 행복할 순간을 주기 때문이다. 또, 지옥 같은 현실에 시달리거나 그런 기억이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왕따. 괴롭힘. 가정폭력. 내가 글로 쓸 수 없는 비극은 모두의 삶에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 순간이 2년이나 반복돼서 세상이 날 미워하는 것 같고 생각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볼 때는 그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때였다. 이 모든 순간을 벗어날 수 있겠지. 그렇게 탈출할 때가 오겠지. 막연한 긍정을 조금이라도 품게 됐던 때가 이 작품을 보고 난 후였던 것 같다. 또, 꿈이라는 것에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오래 걸려도 상관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한다면 언젠가 이상향에 닿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좋은 순간과 우울한 순간의 연속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 <드라이브 마이카>에 감동을 느낀 분들이라면 (물론 작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다른 궤의 걸작이다.) 시간을 두고 나서 이 작품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영화와 비슷한 점이 조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작품의 엔딩이 생각난다. 그렇게 좋고 싫은 순간의 연속으로 살다가, 고통받았다는 걸 언젠가 위에 계신 분에게 말한다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순간이 오지 않을까. 천국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눈 뜨고 있는 이 현재에서는 닿을 수 없을 것이다. 근데, 우리는 언젠가 맞이할 천국의 문을 두드릴 순간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계속되는 불행과 지루함이 반복되도라도 말이다. 이 <노킹온 헤븐즈 도어>는 이런 작품이다. 어느 날 우리에게 말할, 그동안 노력해왔다는 말을 하게 도와주는 영화다. 또 이 모든 순간을 어느 정도는 긍정하게 도와주는 작품이다. 다들 포기하지 말자. 현실이 그렇게 개 같아도 우직하게 달려나가자. 언젠가 맞이할 천국의 문 앞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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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팬서의 죽음 이후 과연 매력적인 영웅이 탄생했을까
?Rabbitgumi 입니다!
채드윅 보스만의 죽음으로 영화 블랙팬서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어요.
1편에서 겨우 세팅이 되었는데, 다시 2편에서 재세팅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번에 2편이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 영화가 마블 페이즈4의 마지막 영화에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던 영화였죠.
마블 페이즈4가 스파이더맨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고만고만 했거든요.
이번에 개봉한 블랙팬서도 아주 좋다고 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나쁘지 않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체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영상에서 알려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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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쟁이] 마블과 한국?! 마블이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안녕하세요! 마블쟁입니다.
그동안 모두 잘 지내셨나요? 정말 너무너무너무 오랜만에 영상을 올리게 되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ㅜㅜ 제가 최근에 본업에 너무너무 바빠서 영상을 만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ㅠㅠ 이제부터는 다시 영상에 집중 해보려고요~
제가 없는동안 제 영상들을 좋아해주시고 구독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영상은 우리 한국과 마블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다루어 보았습니다! 즐겁게 시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여러 댓글이 초보 유튜버인 저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시청자로써 제가 개선 해야될 점이나, 원하는 영상, 원하시는 점, 여러의견들을 내주시면 제가 다 읽어보고 좀 더 나은 유튜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상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2017. 10. 15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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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히트 & 런> 티저 예고편
한없이 사랑한 아내가 살해당했다.
그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
어둠 속을 걷는 한 남자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