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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2025-05-06 23:27:26

[JEONJU IFF 데일리] 상실과 기억, 담담하게 아로새긴 그리움의 초상

한국단편경쟁 리뷰

감독 이가은(Lee Ga-eun)

 

Korea/2024/21min/DCP/Color/Documentary/전체관람가/World Premiere

 

 

 

시놉시스

 

바닷가 앞에 아이들이 보인다. 혜선이 광화에게 편지를 보낸다. 사랑을 전하고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과 몸 상태를 말한다. 광화가 그 편지를 받고 답신한다.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시간에 발신한 편지를 동시에 펼친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리뷰

 

2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깊은 슬픔과 따뜻한 추억을 섬세하게 직조해낸 단편 다큐멘터리 "K에게"는 관객의 마음에 잔잔하지만 선명한 파문을 일으킨다. 영화는 바다 소리와 함께 빛바랜 가족사진들을 차례로 비추며 시작한다. 젊은 날의 부모님, 해맑은 어린 자식들의 모습은 행복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소환하며, 동시에 그 기억의 주체인 'K'의 부재를 암시한다.

 

 

 마치 오래된 홈 비디오를 보는 듯한 레코더 형식의 아날로그적 화면은 과거 시점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1인칭 시점의 내레이션, 마치 일기를 읊조리는 듯한 딸의 목소리가 더해져 쓸쓸하면서도 사적인 감성을 극대화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깊은 그리움을 담담하게 토로하며, 관객들을 2012년의 어느 시간으로 이끈다. 그곳에는 엄마가 먹던 식단, 그리고 죽음을 앞둔 그녀의 심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K'로 호명되는 존재, 즉 엄마이자 아내를 향한 가족들의 애틋한 그리움을 따라간다.

 

 

과거의 기억을 매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다'이다. 과거의 아날로그적 질감과 대비되는 현재의 바다는 깔끔하고 정제된 화면으로 제시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아버지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삶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달된다. 그의 목소리 역시 딸의 그것처럼 격정적이지 않지만, 그 담담함 속에 배어있는 아픔은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K에게"는 가족 다큐멘터리로서, 한 사람의 부재가 남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하는지를 내밀하게 포착한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연출 없이, 오롯이 인물들의 기억과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필름 카메라의 질감을 닮은 화면과 절제된 내레이션은 마치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며, 슬픔을 애써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응시한다.

 

 

 결국 이 작품은 'K'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엮인 가족의 시간을 통해 상실의 아픔과 그것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고요하지만 마음을 할퀴는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보듬는 따뜻한 기억의 힘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20분이었다.

 

 

 

 

 

 

 


 

상영 스케줄

 

 2025.05.04. CGV 전주고사 617:30 (상영코드 443)

 

2025.05.06. CGV 전주고사 410:00 (상영코드 506)

 

2025.05.06. 메가박스 전주객사 917:00 (상영코드 655)

 

 

2025. 05.08 메가박스 전주객사 310:30 (상영코드 805)

작성자 . o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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