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29 12:14:23
5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홍상수 감독, 2025 칸영화제 심사위원 맡는다

<극장전>, <당신의 얼굴 앞에서> 등 칸영화제에서 자신의 여러 작품을 상영했던 홍상수 감독이 제7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신상옥 감독(1994년), 이창동 감독(2009), 배우 전도연(2014), 박찬욱 감독(2017), 배우 송강호(2021) 이어 국내 감독, 배우로는 6번째입니다.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줄리엣 비노쉬, 배우 할리 베리, 배우 알바 로르와처, 인도 영화감독 파얄 카파디아 감독, 프랑스-모로코 출신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콩고 출신 영화감독 겸 프로듀서 디외도 하마디, 배우 제레미 스트롱, 멕시코 영화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가 올해 심사위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션 베이커 차기작, 오는 가을 촬영 시작 예정

<아노라>로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 소식입니다.
얼마 전 열린 아이비 영화제에 참석한 션 베이커가 자신의 아내이자 공동 프로듀서인 사만다 콴과 함께 최근 차기작을 위한 로케이션 헌팅을 다녀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가을쯤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캐스팅 및 줄거리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버거 감독 신작 주연 확정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콘클라베>로 믿고 보는 감독으로 등극한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신작 <The Riders>에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팀 윈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주인공 프레드 스컬리가 갑작스럽게 자신과 딸을 떠난 아내로 인해 겪게 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영화의 배급권은 여러 스튜디오 간의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아트하우스 명가 A24가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데브 파텔, <The Peasant> 연출 및 주연 확정

<몽키맨>으로 연출 데뷔했던 배우 데브 파텔이 <The Peasant>을 통해 감독으로서 커리어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영화는 1300년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마을을 파괴한 용병 기사단에 맞서 복수를 시작하는 한 양치기의 여정을 그리며, 제작진은 이 작품의 시리즈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브 파텔은 해당 작품의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과 주연을 모두 맡을 예정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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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너머의 언어로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지 말의 외형만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층위의 세계관을 맛보는 일이 아닐까. 프랑스어를 배우면 자동차, 달, 바다는 여성이 되고 비행기, 해, 땅은 남성이 된다.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낯설게도, 사물에 성별을 붙여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어를 배우기 이전과 이후의 관념은 은근하게 달라진다.
한편 일본어를 배우면 존댓말의 형태는 두 갈래로 번져간다. 자신을 낮추는 겸양어와 상대를 높이는 존경어. 우리말에서도 ‘나’를 ‘저’로 부르는 등 낮춤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동사를 3개씩 외우는 일이 힘든 건 둘째치고 마음이 갑갑하다. 결재 도장까지 깍듯하게 상사 이름 쪽으로 기울여 찍는 문화를 얼핏 느낀다.
언어는 사회성과 역사성을 갖기에, 쓰는 사람들에 의해 규정되고 변형되기 마련이다. 언어의 층위는 그렇게 오랜 시간의 마디마디가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한 인물이 시간과 성별을 뛰어넘어 존재한 400년의 시간을 담아낸 영화 <올란도>는 그 모양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자못 간단한 구조로 보인다. 한 젊은 귀족 올란도가 여왕에게 찬사를 보낸 후, 여왕이 저택과 함께 내려준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말라’는 말이 고스란히 이루어졌다. 영화에 담긴 400년의 시간은 연극 막처럼 명확한 텍스트 제목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타이틀은 올란도의 삶에서 주요 화두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올란도를 둘러싼 세상의 언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수직적인 관계를 고스란히 담아낸 언어들이 눈에 띈다. 여왕이 올란도의 아버지에게 “그대의 것은 이미 내 것이었다”라고 말할 때도 그렇지만, 올란도를 지칭하는 말은 모두 소유격이 도드라진다. “내 아들, 수족, 마스코트”이자 “나의 승리”. 변하지도, 병들지도, 늙지도 말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그래서였을까? 이 말은 단지 물리 법칙을 어겨서 이상해 보일 뿐, 말도 안 되는 명령들이 ‘까라면 까야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실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
이 수직성은 훗날 러시아 대사의 딸 사샤를 사랑하게 된 올란도에게서도 보인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 너는 내 것”이라는 말에 사샤의 주권은 들어있지 않다. 사샤를 만나기 전 약혼했던 상대가 올란도의 “배신”을 탓할 때는 “남자는 자기 마음을 따를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가뿐하게 넘겼으나, 얼음이 녹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고 분명하게 피력했던 사샤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여자a woman가 배신했다”라고 한다. 고유명사였던 사샤는 일반명사가, 수많은 여자 중 하나가 된다. 소유도 박탈도 올란도의 의지로만 이루어졌다.
훗날 올란도에게 청혼하는 해리와의 대화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재현된다. 여왕이 했던 “집을 주겠다”는 말이나 “내가 곧 영국이고 너는 내 것”이라는 말. 올란도가 했던 “I’m offering my hand”라는 말. 해리뿐이 아니다. 남성 귀족들의 대화는 허세와 과시, 권위로 꽉 차 의미나 감정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다리가 아프다는 말을 들어도 공감과 위로는 없고, 과학이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저 성별에 비유한다. 폄하하고 재단하며,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수직적 우위를 점하고자 끊임없이 재배치를 꾀하는 대화다.
이러한 세상에서, 올란도는 소통의 가능성을 간직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과 공명할 수 있었다. 러시아어에서 프랑스어로,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언어를 바꾸며 사샤가 소통을 모색할 때 “그냥 영어를 더 크게 말했”던 대부분의 귀족과 달리, 올란도는 사샤와 프랑스어로 대화하며 둘만의 공간을 만든다. 사랑이 끝난 후 잠에 빠졌다가 새로운 챕터로 나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시를 탐구하고, 정치의 세계로 나아가 향한 오스만 제국에서도 아랍어 인사말을 익혀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올란도가 간직하고 있던 소통의 가능성은 전쟁을 겪으며 뜻밖에도 성별 전환이라는 방식으로 발아한다. 쓰러져 죽어가는 이를 “적”으로 규정하는 해리와 달리 올란도는 그냥 죽어가는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이것은 균열의 조짐이다. 피아의 위치와 높이가 ‘명징하게 직조’되어 있는 세상의 균열. 아기 울음소리와 비명 같은 고통의 소리들 사이, 전쟁이 낸 균열 사이로 걸어가며, 올란도는 이제 또 다른 언어의 세계로 건너간다.
먼지가 축복처럼 빛나며 내리고, 물과 볕이 얼굴을 적시는 모습은 마치 세례라도 받는 모양 같다. 프랑스어로, 아랍어로 타인과 계속 대화를 시도해왔던 올란도는 이제 전쟁과 지배의 언어를 버렸다. 그때 여성이 되었다는 점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책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 성별만 다른,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평소 큰일이 있었을 때처럼 7일 간 자고 일어난 점도 같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그를 다르게 대한다. 올란도는 언어의 수직선에서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끊임없는 도전을 받는다. 그 도전을 피하는 길은 남편, 아들처럼 사회가 정한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종용을 받는다. 이에 올란도는 자기 자신으로 굳게 서는 방법으로 응전한다. 설령 자신과 닮아 있고 이해의 구석이 있는 셜머딘이 상대라 해도, 올란도는 타인의 일부가 되길 택하지 않는다.
그 무엇의 곁에도 머물지 않고, 올란도는 계속해서 박차고 달린다. 그가 박차고 달리는 것은 과거에 버리고 온, 전쟁과 지배의 언어다. 미로 같은 정원을, 안갯속 들판을 계속 달리며 그는 새로운 세상으로, 새로운 언어의 세계로 나아간다. 영화의 초입부터 불을 든 사람들의 반대 방향으로 걷고 뛰고 있었던 그는, 이제는 임신한 몸으로 전쟁의 포화 속을 달린다. 전쟁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시기의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이건 보통 전쟁이 사용하는 언어와는 반대 방식이다.
전쟁은 전쟁만을 명시한다. 보불 전쟁이라든지 펠로폰네소스 전쟁 같은 식으로 승자와 패자를 딱 잘라 명시하고, 뒤켠에 있던 민간인과 피해자들의 기록은 남기지 않는다. 그렇게 모두를 익명성에 가두고 만다. 이 영화는 넘어지면서도 포화를 뚫고 가는 올란도만을 오롯이 비추고, 역으로 전쟁을 익명성에 가둔다. 이는 올란도의 달리기와 나란한 방향이다.
그렇게 영화 <올란도>는 시간을 따라 촘촘히 배치한-사회성과 역사성을 가진- 지배의 언어를 역방향 달리기로 틀어버린다. 억압적인 층위 안에서 유린되어 온 언어의 사필귀정을 꾀하는 시도다. 동시에 이 시도는 자체로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임을 명확히 한다. 출판사에 건넨 두툼한 원고 더미가, 딸의 손에 들려 있는 카메라가 그 방향성을 드러낸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소통의 수단으로만 기능하던 언어는 소통을 풍성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예술의 경지로 나아간다. 거기서 생명은 피어난다. “더 이상 운명에 붙들리지 않”고, “삶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대사는 그래서 유의미하다.
오토바이 사이드카에 딸을 태우고, 한때 자신의 것이었던 저택에 유유히 걸어 들어서는 올란도의 모습. 그 걸음은 딱딱한 액자 프레임에 갇힌 초상화와는 달리 분명하게 살아있다. 초상화 바깥의 인간 올란도의 얼굴. 남자의 얼굴도 여자의 얼굴도 아닌, 천사의 노래 가사처럼 “인간의 얼굴”이었다. 딸이 손에 든 카메라 속의 천사. 400년을 살아온 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않”을 테고, 언어도 그러할 것이다. 발화와 문자 그 너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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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의미에서 <듄>이 떠오르는 시작
스포일러 주의!
<퇴마록>은 해동밀교의 145대 교주인 서교주가 완전한 악이 되기 위해 생명을 재물로 바치는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는 박윤규 신부에게 장호법이 찾아온다. 장호법은 서교주가 아들 장준후를 이용해 완전한 악이 되려는 계략을 꾸미고 있으니 준호를 몰래 구출하여 이를 막아내자고 제안한다. 박신부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금세 이를 받아들이며 함께 해동밀교로 향한다. 한편, 하나뿐인 가족을 잃은 과거로 인해 귀신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있는 이현암 역시 혈도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동밀교로 향하게 되면서 이 네 명의 인물은 의도치 않게 서로 얽히게 된다. 그때,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끔찍한 존재가 되어가는 서교주. 그렇게 박신부, 장호법, 현암은 모두 서교주와 맞서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김동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제목을 보고 오해하지 마시라. <퇴마록>이 <듄>만큼 어마어마한 대작이라는 뜻이 아니다. 여러모로 비슷한 지점이 많다는 뜻이다. 거대한 전체 이야기의 프롤로그라는 점, 약한 이야기를 메꾸기 위해 시청각적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 원작을 안 본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노력했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더불어 거대한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것에서 오는 필연적인 단점이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문제는 결국 세계관 소개에 머문 이야기다. 낯선 설정, 낯선 인물, 낯선 상황들이 초반에 몰아치는데 원작을 안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를 따라가기 꽤나 버겁다. 특히 <퇴마록>은 <듄>과 달리 85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 내에 많은 것들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명쾌히 설명해 주기보다는 찰나의 이미지나 플래시백으로 암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분명 여기서 조금만 나아가면 세계관도 더 친숙해지고 개연성 확보도 가능했을 텐데 제작 여건의 한계 때문에 이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것 같아 큰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부족한 설명은 캐릭터와 후반 전개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박신부, 장호법, 준호, 현암의 서사가 조금만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그려졌다면 더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인물들로 다가왔을 것이다. 해동밀교의 호법들도 너무 빠르고 허망하게 퇴장하여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진다. 후반에 장호법이 사실 준호의 아버지였다는 반전도 아무런 복선 없이 갑작스레 튀어나와 당혹감을 준다. 후반부에 장호법이 호법을 맡기 위해 아들을 서교주의 양자로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굉장히 중대한 사항인데도 준호는 이를 너무 빠르게 납득한다. 단순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면 안 될 것 같은 문제인데도 영화는 별 대수가 아닌 것처럼 다음 장면으로 서둘러 넘어간다. 이런 부분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퇴마록>은 실망스러운 영화였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퇴마록>은 올해 가장 즐겁게 본 영화 중 하나였다. 영화가 꺼낸 회심의 일격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바로 액션이다. <퇴마록>의 액션은 볼거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물론 단순한 볼거리로만 봐도 충분히 즐겁지만 이를 넘어서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서사를 대신하는 수단으로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다소 허무하게 퇴장하는 세 명의 호법들도 액션 장면에서만큼은 이들이 어떤 존재이며 왜 이 영화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순간적으로 납득시킨다. 이후에 박신부, 준호, 현암이 힘을 합쳐 서교주에게 맞서는 장면에서는 이전까지 플래시백으로 펼쳐졌던 박신부의 서사, 준호의 서사, 현암의 서사가 서로 교집합을 이루면서 진한 울림을 준다. 여기에 장호법과 장준호의 아버지-아들 서사도 다소 뜬금없었던 것과는 별개로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정서가 주는 힘 덕분에 어느 정도의 감동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덩달아 플래시백 덕분에 빈약하게 보일 수 있는 영화 전체 이야기가 굉장히 풍성해 보이는 효과까지 생겼다. 이러한 강력한 장점들이 이야기의 아쉬움을 메꿔주었다.
<퇴마록>은 원작을 본 사람에게는 감격스러운 팬 서비스를,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한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의 팬들을 챙기면서도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도 만족감을 주는 적절한 모범례를 만난 것 같았달까. 후속작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결말을 보고 나면 "함께 하겠나?"라고 묻는 박신부의 대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게 된다.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니 부디 더 큰 이야기를 펼칠 후속작들을 만날 수 있길 염원한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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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왈로우 (Swallow, 2019) -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스왈로우 (Swallow, 2019)
감독 :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출연 : 헤일리 베넷, 오스틴 스토웰, 데니스 오헤어, 엘리자베스 마벨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2020 CGV CAV 전을 통해 선공개 된 후, 최근 왓챠에 공개된 영화 <스왈로우>. 여름에 그렇게 봐야지 봐야지~ 했지만 상황과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보지 못하고 넘겼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왓챠에 공개되었다.
<스왈로우>의 장르는 스릴러로 분리되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공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릴러와는 조금 다르다.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장면이 나오거나,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간혹 몸에 난 상처와 혈흔을 보여주긴 하지만 눈을 찡그릴 만큼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밖으로 터져 나오는 피가 아닌, 억지로 삼키며 토해낸 몇 방울의 피로 만들어진다.
널찍하고 예쁜 집,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새로 잉태한 생명. 넉넉한 집안과 충분한 능력을 가진 남편 리처드를 만난 주인공 헌터는 이제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꿈을 좇을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출근한 후 커다란 집에 남겨진 그녀는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드넓게 펼쳐진 숲과 맑은 하늘. 헌터는 그림을 그리다가 이내 북북 지워낸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헌터는 여유로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삽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하지 않고도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일명 ‘사모님’의 삶인 것이다. 헌터도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나는 운이 좋았고,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행복은 천천히 헌터를 옥죄고 있었다. 그녀는 리처드와 결혼한 순간부터 남편의 가족들 덕에 행복해진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들 앞에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습관처럼, 주문처럼 ”행복하다“고 말할 뿐이다. 그 외에 다른 말은 쓸모없는 말이다. 헌터는 서슬 퍼런 눈빛들 앞에서 새빨간 말들을 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그녀를 물들인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역할과 비밀을 숨기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은 헌터를 더욱 강하게 비튼다. 이러한 강박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헌터의 행동을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이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다.
스왈로우 시놉시스
완벽한 남편과 함께 그림 같은 집에 사는 사랑스러운 아내 ‘헌터’. 그러던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먹어서는 안 될 금지된 것을 삼키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되는데…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
회사를 운영하는 시부모님과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리처드. 시부모님이 사준 집엔 넓은 마당과 수영장, 아름다운 풍경, 고급 가구가 그득하다. 누가 봐도 부잣집이다. 헌터는 그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 리처드와 결혼하기 전 욕실용품을 판매하던 그녀는 이제 진짜 꿈인 삽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릴 시간도 얻었고,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리처드가 출근하고 나면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휴대폰 게임을 한다. 그리고 리처드가 오기 전에 저녁을 준비하고 그와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면 된다. 여유로운 일상이다. 하지만 헌터의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헌터를 집으로 부른 시어머니는 헌터에게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라고 말한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헌터는 리처드를 만나면서 자유시간을 얻었고, 든든한 경제적 지원군이 생겼으니 말이다. 헌터는 습관처럼 나는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리처드의 가족을 만나며 행복을 얻었다고 말이다. 근데, 이 행복은 그들과 진정한 가족이 되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헌터는 리처드의 가족이 아니다. 이건 영화를 오래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리처드의 상무이사 취임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 리처드는 헌터를 언급하며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아내라고 칭하고, 시어머니는 임신을 한 헌터에게 기쁨을 얻는 재능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선물한다. 리처드 가족에게 헌터는 헌신적인 아내이자 타인(리처드 가족)에게서 행복을 얻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리처드는 헌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넥타이를 잘못 다리는 사소한 실수에 화를 내고, 정성껏 차린 저녁 식탁 앞에서 헌터가 아닌 휴대폰을 바라본다. 헌터의 임신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에서조차 그녀는 완전히 배제된다. 인사치레처럼 나누는 아기에 대한 몇 마디 대화가 지나가고, 리처드의 부탁으로 시작된 헌터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잘려버린다. 리처드 가족에겐 헌터의 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헌신적이고 남편이 좋아하는 긴 머리를 가져야 하는 아내일 뿐이다.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라"
임신을 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다. 헌터의 시간은 매일 의미 없이 흘러간다. 아내로서의 의미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준 '기쁨을 얻는 재능'을 읽는다. 그 책엔 기쁨을 얻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헌터는 책을 읽고 구슬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삼켰던 그 동그랗고 매끈한 것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 걸 본 순간, 기쁨을 느낀다.
헌터의 이식증 증상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매끈한 구슬을 시작으로 뾰족한 핀, 배터리, 매트리스 충전재, 못, 반지, 여러 금속들. 몸의 작은 곳들에서 피가 비치고 고통이 찾아오지만, 헌터는 작은 물건들을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느끼며 고통을 잊는다.
"내가 괴물이라 미안해"
헌터는 리처드에게 자신이 괴물이라 미안하다고 말한다. 헌터에게 직접적으로 괴물이라 칭한 사람은 없었지만 헌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헌터를 괴물이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터는 강간 피해자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아이다. 어머니는 새로운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했고, 헌터에겐 배다른 동생들이 있다. 상담사 앨리스는 헌터에게 여러 번 어머니와 가족에 대해 묻지만 헌터는 "평범한 가족이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다 홧김에 뱉어버린 어머니와 문제가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헌터는 앨리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리처드도 몰랐던 깊은 상처와 고민들. 괴물 같던 범죄자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자신. 헌터는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그녀의 눈빛엔 생기가 없다.
범죄로 인해 태어난 아이. 세상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헌터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리처드를 만나 드디어 행복한 삶을 살아보나 했는데, 헌터는 여전히 행복할 수 없다. 무신경한 남편과 며느리를 아이의 엄마 정도로만 생각하는 시부모님. 리처드의 아버지는 임신했다는 헌터를 만나자마자 "미래의 CEO가 여기 있다"라고 말할 뿐, 헌터에 대한 축하와 존중의 말은 하지 않는다.
헌터는 여전히 외로운 사람이다. 리처드 가족 사이에 불편하게 끼인 듯 앉아있는 그녀는 온전하고 따듯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헌터는 그저 안정적인 삶 속에서 행복하다고 반복해 말하고 있는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일 뿐이었다. 영화 속에서 헌터에게 위로가 되는 인물은 남편도 그의 부모님도, 헌터의 어머니도 아닌, 헌터와 똑같이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들뿐이다.
리처드가 야밤에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집에 왔던 날. 혈흔을 지우는 헌터를 발견한 건 리처드가 아닌, 그의 직장동료 에런이었다. 에런은 헌터에게 외로우니 포옹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헌터는 에런을 안아주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살짝 묻어본다. 포옹을 끝내고 헌터는 에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어째 부탁한 사람과 부탁을 들어준 사람의 입장이 바뀐 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헌터가 외롭다고 말하는 에런을 안아주는 순간, 외면하고 있던 자신의 외로움을 다시 느끼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헌터에게 위로가 된 또 다른 사람은 간병인 루아이다. 헌터의 이식증을 알게 된 리처드 가족은 아직 몸이 안 좋은 헌터를 위해 고용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간병인을 루아이를 집에 상주시킨다. 루아이는 고용인 리처드를 위해 헌터를 감시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헌터를 보며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는 침대 밑으로 들어간 헌터의 옆에 따라 들어가 "여긴 안전해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어깨를 천천히 토닥인다. 그리고 헌터가 정신병원에 입소하기로 한 날, 헌터의 도망을 돕는다.
이 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헌터에게 진실된 위로와 사랑을 전하지 않는다. 리처드와 가족들은 리처드의 평범한 삶을 위해 헌터의 이식증을 고치려 했고, 리처드의 직장동료는 이식증 사실을 안다며 형식적인 응원과 위로를 전할 뿐이다. 상담을 진행했던 앨리스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며 헌터의 과거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관심 있는 척하지만 상담 시간 끝을 알리는 타이머가 울리자마자 상담을 정리해버린다. 집을 뛰쳐나와 갈 곳이 없어진 헌터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헌터의 어머니는 언제 와도 반갑다며 반겨주는듯하더니, 동생이 아이를 낳아야 해서 방이 없다며 딸의 방문을 거절한다.
"내가 당신을 닮았나요?"
헌터가 갈 곳은 이제 한 곳뿐이다. 남편도, 시부모님도, 어머니도 나를 외면했으니 남은 건 아버지의 집뿐이다. 어머니를 강간했던 남자이자 아버지인 윌리엄 어윈. 헌터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마주한다. 헌터는 묻는다. 내가 당신과 닮았냐고. 어윈은 답한다. 닮지 않은 것 같다고, 당신(헌터)은 내가 아니라고.
"당신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헌터는 이 말을 듣고 싶어 어윈의 집에 찾아온 것이다. 범죄에 의해 태어난 존재. 그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헌터는 자연스레 자신의 출생 비화를 숨겼고, 그렇게 평생 모든 것을 숨기며 살아왔다. 헌터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 범죄자 아버지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원망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에 난 아버지의 사진을 오려 지갑 속에 넣어둔 그녀는 그렇게 깊고 가깝게 자신의 존재를 미워하고 있었다.
"내가 있어서 행복해?"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아내로, 상류층 집안을 만나 자유로워진 며느리로, 어머니에게 사랑받으며 자란 딸로. 헌터는 리처드의 행복을 위해 살았고, 남편의 집안에 의해 행복해진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리처드의 집안은 그런 헌터의 존재를 괄시한다. 그들에게 헌터는 잘하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내 애를 가진 여자였다. 헌터는 항상 불안과 공허함에 떨고 있었다. 반복해서 내가 있어 행복하냐고 묻고,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냐며 묻는다. 리처드는 당연하다는 듯 "넌 잘못하려 해도 못할 거야"라고 답한다.
이식증은 보통 만 1세에서 2세 사이에 나타난다고 한다. 흔히 아동들이 많이 겪는다고 하며 빈곤이나 아동학대, 가족의 혼란과 같은 상처들이 이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헌터는 위와 같은 상처들을 모두 겪은 어른이다. 그녀는 이식증 증세를 처음 겪는다고 말한다. 왜 어릴 적이 아닌 지금 이 증상이 나타난 걸까?
그건 아마도 헌터가 지금껏 자신의 모든 상처를 외면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그걸 인식할 여유조차 없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처드와의 결혼, 시부모님의 압박, 그리고 임신 등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겪으며 지금껏 덮어두었던 상처가 곪기 시작한 건 아니었을까. 유년시절에 생긴 상처는 사라진 것이 아닌, 그 자리에 그대로 덮여있었을 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리처드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가며 헌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저녁식사를 하며 남편에게 말을 꺼내볼까-하면 리처드는 문자 답장을 하기에 바빴고, 리처드의 부모는 망설이며 시작한 헌터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그녀의 말은 항상 쓸모없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헌터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말들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 넣는다. 그리고 쓸모없는 잡동사니들로 취급받는 것들도 함께 삼킨다. 고통을 주고, 혈흔을 남긴다 해도 그녀는 행복하기 위해 그것들을 다시 삼킨다.
음식이 아닌 차갑고 날카로운 속성을 가진 물건들이 헌터의 혀에 닿을 때, 헌터는 그 느낌이, 그것을 넘길 때 차오르는 자신감이 좋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리처드 집안에 들어온 여자가 아닌 나도 삼켰던 것을 다시 내뱉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생동감.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헌터는 리처드의 집에서 도망치기 전까지, 온전한 나의 모습을 담은 거울을 본 적이 없다. 거울을 보는 리처드의 옆에 서있거나, 리처드와 동료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비치는 유리창을 바라보거나, 리처드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된 나를 보거나.
영화의 마지막, 화장실에서 약을 먹고 하혈을 한 헌터는 가방을 다시 메고 거울을 바라본다. 전보다 길어진 머리를 편하게 묶고, 여성스러운 원피스가 아닌 편안한 맨투맨과 청바지를 입고, 진한 눈 화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눈매를 가진 헌터의 모습. 온전한 나로서의 모습이 담긴 거울. 이제 그녀는 할 줄 아는 것 없는 누군가의 아내, 아이를 가진 엄마가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된다. 이제 여유로운 부잣집 사모님의 모습은 없지만 헌터는 한결 편안해 보인다.
헌터가 화장실에서 나가고, 수많은 여성들이 화장실에 들어오고 나간다. 여성들만이 들어오는 공간인 여자 화장실에서 이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헌터가 서있던 자리에서 거울을 보고, 같은 출구를 향해 나가는 수많은 여성들. 그들도 헌터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를 가진 사람을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세상 속에서 헌터는 말을 삼킨다. 모든 것은 비밀이 되어야 했고, 비밀과 함께 삼킨 물건들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때. 그녀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히던 강박과 억압을 끊어내기까지 헌터는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수도 없이 삼켰고, 그것들은 혈흔이 되어 그녀의 창가에 들러붙는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붉은빛으로 바뀌어 방을 가득 채운다. 그게 그녀가 바라보던 세상이었다.
*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그 Kyung film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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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춥고 두려운 감정을 이겨 내게 하는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
푸른 빛의 작업복을 입고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공장에서 매트리스를 만들고, 퇴근 후 공장을 나와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버건디 코트 깃을 여미며 자전거에 올라, 코 끝이 빨개진 채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어디론가 가는 주인공으로 시작되는 영화 <앵그리 애니> 영화 속에서는 오랜 시간을 지나 여러 계절을 지나가는데도, 이상하게 이번 겨울 코 끝이 싸하게 추운 기분이 들때면, 애니가 코트를 입고 자전거를 타던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났다. 춥고, 두려운 감정의 끝에 만나는 따뜻한 누군가의 기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추위를 함께 이겨내는 작은 빛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하면 아이는 셋을 낳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결혼 7년차에 첫째를 낳고 4살 터울로 마흔 넘어 둘째를 낳고 나니,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예민함과 넘치는 에너지를 둘 다 소유한 둘째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노산의 엄마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농담 삼아 둘째가 첫째였다면, 나는 둘째를 낳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란 말을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던 그즈음 생리가 늦어지면 겁이 덜컥 나곤 했다.
‘셋째가 생기면 어쩌지.’
아이를 원해 결혼 후 5년 넘게 애태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뭐가 달라진 걸까? 그때보다 나는 오히려 아이라는 신비로운 존재에 대해 더 사랑을 품게 되었는데…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구나. 죄책감과 혼란스러움이 함께 찾아왔던 경험이 있다. 복잡한 감정 속에서 임신과 임신 중단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순간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애니는 1974년 프랑스 교외의 한 작은 마을, 매트리스 공장에서 일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몸에 밴 익숙한 손으로 바느질을 해 매트리스를 만든다. 그녀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어느 밤 자전거를 타고 한 서점을 찾아간다. 서점 한쪽 커튼을 젖히면 작은 공간이 나오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사람들의 안내로 모임이 진행된다.
당시 프랑스에서 임신 중단은 불법이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신 중단을 결정한 여성들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뜨개질바늘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잘한다는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애니가 찾아간 곳은 MLCA(임신 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활동을 하는 곳으로, 의료진과 함께 안전하게 무료로 임신 중단을 할 수 있게 하는 단체다.
이들은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수술 전 한 번 더 만나 수술 도구를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며 수술 과정을 상세히 이야기해 준다. 은유나,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영화적인 어떤 환상 같은 것은 없다. 마치 관객들도 알아야 한다는 듯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하나씩 천천히 과정을 이야기하는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이제 애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함께 알아간다.
설명의 과정만큼이나 수술의 과정 역시 거의 리얼타임에 가깝게 상세히 묘사한다. 수술대 위에 오르는 애니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 숨을 고르고 노래를 불러준다. 편안한 선율의 노래를 부르는 눈을 마주치며, 애니는 손을 잡고 두려움의 시간을 함께 지나간다. 애니에겐 출산 경험 보다 더 편안했던 순간이 되었다.
고마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를 함께 키우던 옆집 친구가 임신을 중단하기 위한 비전문가의 시술 중 사망하게 되면서, 애니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MLCA(임신 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누군가 잃을 수는 없다는 생각, 어쩌면 그 누군가가 애니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렇게 애니는 따뜻한 커피를 만들고, 두려움으로 찾아온 또 다른 자신의 손을 잡아준다.
임신 중단을 선택하는 사람의 사연은 다양하다. 낳고 싶지만, 남자친구가 안된다고 해서, 25살에 이미 다섯 아이를 낳아서, 이제는 더 이상 낳을 수가 없어서, 그리고 17살의 소녀까지. 두려움에 떨거나, 죄책감에 울부짖는 사람들. 임신을 중단하게 된다는 것은 영화 속 많은 여성에게, 두려움과 죄책감과 그리고 때때로 불쾌함과 고통이 뒤섞인 감정을 준다. 각자의 격동적인 감정을 애니와 활동가들은 가만히 안아준다.
“괜찮아. 내가 곁에 있어 줄게. 걱정되는 게 당연한 거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영화는 이런 사람들에게 임신 중단에 대해 논쟁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누구를 비난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눈맞춤과 다정한 말, 그리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옆에서 함께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딸이 살아갈 세상은 달라져야 하기에’ 다정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손을 잡아주는 애니를 보며, 이러한 연대는 그 어떠한 것보다 따스한 위로가 되어, ‘낙태’ 라는 엄청난 경험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 마음을 전해 받은 내가 바뀌고, 우리가 바뀌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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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 괴인은 없다
영화 <괴인> 시사회장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재미로 사는 산만 한 덩치의 분홍색 곰돌이 '벨리곰'이 깜짝 등장했습니다. '벨리곰'을 만든 제작자가 바로 영화 <괴인>을 만든 프로듀서라고 하는데요. 정현중 프로듀서는 <괴인>의 이정홍 감독이 '벨리곰'을 디자인한 장본인이고, '벨리곰'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한 작품이 바로 <괴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없이 귀여운 분홍색 곰돌이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의 조합이라, 참으로 기이했습니다. 동시에 묘한 기대감이 차올랐습니다. '이 영화'와 '저 곰'을 만든 사람이 같다는 것만으로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라는 포스터 속 카피가 단번에 이해되어 버렸달까요? 무대인사에서부터 이상하고 알 수 없는 기운이 폴폴 풍겼던 영화 <괴인>을 관람했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괴인>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괴인>은 2023년 11월 8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괴인
a Wild Roomer
<괴인>은 어느 날 자동차 지붕이 찌그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홍'과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블랙박스를 돌려 보다가 누군가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차가 망가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기홍'은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집주인 '정환'과 함께 범인 찾기에 나섭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괴인>이 사소한 일에서 촉발된 거대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추리극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찌그러진 자동차 지붕에서 시작한 영화는 '기홍'의 하루하루를 천천히 뒤쫓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세 들어 사는 '정환'과 '현정' 부부의 집은 주된 배경이 되고, '정환'과 '현정' 역시 주요한 주변 인물이 되죠. 영화는 '기홍'을 멀찌감치에서 관찰하다가도 일순간 내밀한 심정을 들추어내기를 반복하며 '기홍'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그려 갑니다.
⊙ ⊙ ⊙
극의 주 무대인 '정환'과 '현정'의 집은 분리와 연결을 테마로 하는 디귿(ㄷ) 형태의 공간입니다. 현관문은 두 개로 나뉘어 있으나, 실은 하나로 연결된 집이죠. 그들의 집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구조적 특징을 가졌습니다. 분리와 연결은 정반대의 단어입니다. 즉,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모순인 셈입니다. 하지만 '정환'과 '현정'의 집은 그렇게 지어졌고, 실은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정합되는 것 없이 늘 어긋나곤 하죠. 그리고 <괴인>은 이러한 삶의 모습을 '기홍'과 주변 캐릭터들을 통해 묘사합니다.
주인공 '기홍'은 가장 많은 모순이 드러나는 인물입니다. 그는 동료들에겐 무례하고, 집주인에겐 예의가 바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목수가 되었지만, 늘 누군가의 의뢰 없이는 돈을 벌지 못하는 의존적인 상황에 처합니다. 돈 많고 젊은 집주인 부부가 불편하면서도 술자리, 범인 찾기, 취미 생활 등 사사로운 일들을 자주 함께합니다. 남의 가게에서 잠을 청하다가 자신의 차를 망가뜨린 '하나'가 이해되지 않지만, 결국 거처를 잃은 그녀가 마음에 쓰입니다. 한 번 꼬셔보려는 여자들은 죄다 싫은 티를 팍팍 내는데, 꼬실 여자 후보에도 없었던 '현정'과는 미묘한 사이가 됩니다. 이러한 어긋남은 다른 캐릭터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세상만사 관심 없다는 느긋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기홍'에게 관심이 많아도 너무 많은 '정환', 남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은 아내가 되겠다는 '현정', 차를 망가뜨리고 도망간 홈리스이면서 누구보다 빚지기를 싫어하는 '하나'까지. 모두 모순 투성이입니다.
정리해 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괴상합니다. 그런데 괴상하다는 것은 '보통과 다르게 이상한 것'을 말하지요. 따라서 모든 인물이 괴상한 것은 모순입니다. 모든 인물이 괴상하다는 것은 그것이 곧 보통이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괴상하다는 것은 모순적이게도 평범하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 영화 속에는 단 한 명의 괴인도 없습니다. 오직 범인들 뿐이죠.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낯설게 느껴졌던 모든 괴인들이 낯설지 않아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모순적인 면면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고, 어긋남의 순간은 어느 삶에나 생깁니다. 모든 인간은 매 순간 조금씩 죽어가고 있음에도 이를 '살아간다'라고 표현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삶 자체가 모순 덩어리입니다. 살아가는 중이기도, 죽어가는 중이기도 한 우리는 모순이라는 평범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괴상하게 살아갑니다. 인생이 따뜻하면서도 씁쓸하고,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것은 삶이 이런 어긋남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 ⊙
영화의 뼈대가 엉성하면 아무리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해도 좋은 작품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중요한 철근 몇 개를 빼고 영화의 뼈대를 세웠는데도 배우의 인지도라는 콘크리트가 영화 전체를 지탱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무명 배우가 연기했더라도 이 영화는 이렇게 알려졌을까?' 이처럼 이름난 배우의 후광은 특별한 점 하나 없는 영화에 매력을 더해주곤 합니다. 그 말인즉슨 영화가 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려면 배우의 후광을 없애보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죠.
<괴인>은 배우의 후광을 모조리 제거한 작품입니다. 먼 훗 날, 톱스타가 된 어느 배우의 과거 작품으로 <괴인>이 매체에 오르내릴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괴인>에서 열연한 배우들은 모두 연기 경험이 없는 비전문 배우이기 때문이죠. '기홍' 역의 박기홍 님은 이정홍 감독의 30년 지기 친구이자 실제 목수이고, '정환' 역의 안주민 님은 이탈리안 셰프입니다. 이렇듯 아는 배우가 전혀 나오지 않다 보니 영화 전반부에는 이 작품이 심지어 다큐멘터리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괴인>은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흡인력과 매력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낯선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완전히 극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연기를 이만큼 하는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감독과 제작진이 꽤나 고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흠씬 들었습니다만, 그보다도 영화의 매력인 '보여주기'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장면장면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거친 흐름의 영화인데도 모든 장면의 색감, 구도, 심도 등을 섬세하게 연출하려는 열정이 느껴졌죠. 특히 프레임 인 프레임 구성으로 집중력을 확 끌어올렸던 인트로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영화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유명 배우라는 치트키를 쓰지 않은 것, 이마저도 어떠한 종류의 모순으로 보인다면 제가 영화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것일까요?
⊙ ⊙ ⊙
양립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하나의 영화 안에서 선보인 <괴인>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준... '벨리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삶의 복잡다단함을 담아낸 <괴인>의 탄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단순한 재미로 사는 '벨리곰'에게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사실마저 모순적이네요.
Summary
운전을 하던 목수 ‘기홍’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우연히 발견한다. 공사 중인 학원 앞에 세워 둔 차 위로 누군가 뛰어내린 사실을 알게 된 ‘기홍’은 범인을 찾자는 집주인 ‘정환’의 부추김에 늦은 밤 학원으로 향하고, 신원 미상의 인물이 창밖으로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이정홍
출연: 박기홍, 안주민, 전길, 이기쁨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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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최고의 영화 TOP10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미국의 연예정보 월간지로, 지난 2020년 1월 봉준호 감독이 커버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은 잡지인데요. 1995년 이후,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인 애니 리버비츠 작가가 찍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커버로 쓰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잡지입니다.
베니티 페어에선 매년 말,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을 발표해왔는데요. 해외 유력 매체인 만큼, 이 리스트는 오스카 시상과 비슷한 결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2020년도 리스트에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과연,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으며, 국내에는 언제 소개될 수 있을지 함께 확인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10. <베르히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
멜로/로맨스 |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독일 | 105분
감독 : 미아 한센-러브 | 출연 : 비키 크립스, 미아 와시코브스카, 팀 로스
? IMDb 6.7/10 ? Tomatometer 86%
? 제74회 칸 영화제(2021)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
개봉 : 2022.01 예정
어떤 여름. 전설적인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거주하면서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던 스웨덴의 작은 섬 파뢰에 한 미국인 커플이 도착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감독인 크리스와 토니는 여름휴가 동안 이 평화로운 섬에서 각자 새 시나리오를 집필할 계획이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팬들에 따르면 <결혼의 풍경>(1973)의 영향으로 실제 많은 부부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촬영지인 파뢰섬에서 부부가 함게 창작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야생의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크리스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관객의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되고, 현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이면서 영화는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9.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모험, 드라마, 판타지 |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 130분
감독 : 데이빗 로워리 | 출연 :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 IMDb 6.6/10 ? Tomatometer 89%
? 2021년 한국 평론가 투표 1위
개봉 : 2021.08.05 (한국)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8. <매스> (Mass)
드라마 | 미국| 111분
감독 : 프란 크랜즈 | 출연 :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마샤 플림튼, 리드 버니
? IMDb 8/10 ? Tomatometer 95%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2021) 플래시 포워드상 수상
총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사건 가해자의 부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화해까지, 그들의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비극적인 과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국 배우 출신 프란 크랜즈의 데뷔작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충격적인 주제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을 연기한 네 배우 모두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 할 정도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든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올해의 화제작.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7. <더 휴먼스> (The Humans)
드라마 | 미국| 108분
감독 : 스티븐 카람 | 출연 : 스티븐 연, 비니 펠드스타인, 에이미 슈머
? IMDb 6.2/10 ? Tomatometer 92%
? 토니상 4관왕의 연극을 각색한 작품, A24 신작
전쟁 전, 맨하탄 시내의 복층 주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영화는 블레이크 가족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는 저녁의 과정을 따라간다. 무너진 건물 바깥에 어둠이 내리자, 밤새 신비로운 것들이 부딪치기 시작하고 가족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6. <수베니어 파트 II> The Souvenir Part II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107분
감독 : 조안나 호그 | 출연 : 오너 바이언, 로버트 패틴슨, 찰리 히턴, 틸다 스윈튼
? IMDb 7.8/10 ? Tomatometer 94%
? 영국 독립영화상 3관왕 수상,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불투명하기만 했던 앤소니와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한 줄리는 그를 잊기 위해 다시 학교 프로젝트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앤소니와의 과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그 둘의 범상치 않았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텝과 배우들 때문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이 앤소니와 줄리와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후속작인 <수베니어: 파트 II>에선 줄리의 험난한 제작과정에 비중을 둔다.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젊은 여성의 삶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았다. 줄리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의 환상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5.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가족 |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 90분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 IMDb 8.2/10 ? Tomatometer 98%
?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
감독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은 10대 중반 아프간 난민 출신의 아민을 처음 만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친구의 탈출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듣고, 그가 고향을 떠나 덴마크에 홀로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아카이브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과 가족을 부인하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그린다. 특히 아민이 처음으로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커밍 홈' 장면이 될 것이다.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을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가 지닌 힐링의 힘을 믿고 싶다면, 혹은 그저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경험이 있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4. <컴온 컴온> (C'mon C'mon)
드라마 | 미국 | 108분
감독 : 마이크 밀스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가비 호프먼, 우디 노만
? IMDb 8.1/10 ? Tomatometer 96%
? 2021년 에너가카메리마쥬 시상식 2관왕. A24 신작
개봉 : 2022년 봄 예정
주인공의 여동생이 자신의 아들을 돌봐달라고 하자, 라디오 기자인 그는 그의 활기찬 조카에게 로스앤젤레스와는 다른 삶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대륙횡단 여행에 나선다.
3.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 126분
감독 : 제인 캠피온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 IMDb 7/10 ? Tomatometer 96%
? 아카데미 수상 제인 캠피언 신작, 넷플릭스 작품
개봉 : 2021.11.17 (한국)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가 로즈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2.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드라마 | 일본 | 179분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박유림
? IMDb 7.9/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개봉 : 2021.12.23 (한국)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는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 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1.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멜로/로맨스 |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 128분
감독 : 요아킴 트리에 | 출연 : 르나트 라인제브, 앤더스 다니엘슨 라이
? IMDb 8.1/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이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의학을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몸보다는 마음을 치료하고 싶어'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공부보다는 예술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사진 찍기를 시작하고,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얻자 이제는 작가에 도전해 볼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임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중반 즈음, 세상이 멈춘 가운데 줄리 혼자서 오슬로의 길거리를 누비는 장면이 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진 그녀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어른아이,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세상의 모든 줄리들을 위한 영화는 신예 레나테 라인스베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어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더러 보이네요.부디, 2022년엔 위 작품들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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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 다시 돌아온 분질 패밀리! 자동차 액션의 끝까지 간다
분노의 질주 9편이 새로 개봉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제대로 된 블럭버스터 영화가 개봉한지 오래되었는데요.
오랜만에 머리를 비우고 볼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이 개봉을 합니다.
도미닉이 그대로 돌아오고 주요 등장인물도 돌아옵니다.
여기에 한도 살아서 다시 등장하는데 팬들이라면 좋아하실 것 같고요.
도미닉과 친동생의 이야기가 주요 서사의 축이지만 이 시리즈는 서사 보다는 액션에 방점이 찍어져 있죠.
액션은 우주까지 날아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리즈여서 1편~6편의 DVD도 소장하고 있어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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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복수의 시작' 예고편
“늦었지만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하려고 합니다”
반성 없는 세상을 향해,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은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고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박근형)에게 접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