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4-17 12:46:12
제로콜라는 살 안 찐다며
영화 [야당] 리뷰
이 글은 영화 [야당]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재주가 없는 자의 영화 리뷰 쓰는 법은 제법 처절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들 중 제일 큰 골자를 추려내야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한 모티프도 찾아내야 한다. 거기까지만으로도 이미 힘에 부치고도 남는데 그 두 가지를 엮어서 글을 쓰다 보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엉엉.
그렇다고 모티브나 레퍼런스가 쉽게 찾아지는 영화가 편한 것도 아니다. 바꿔 말하면 뻔하다는 뜻이니 그 단조로움을 뚫고 무언가를 써내려야 하는 고통(?)도 만만치만은 않다. 이번에 리뷰를 쓸 영화인 [야당]은 후자의 경우였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닮아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려 애쓰고. 익숙하다라던가 아는 맛이라는 표현들을 빼고 쓰려니 아주 고역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비루한 실력의 영화 리뷰어는 이 작품에 제로 콜라의 개념을 차용하기로 했다. 영화 자체도 빼야 할 것은 빼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어느 정도 수준의 쾌감은 주었으니까.
우선 영화는 이런 류의 작품에서 가장 관객을 해롭게 하는 설탕 같은 존재인 현실적인 참혹함이나 처참함을 덜어냈다. 덕분에 사회고발 성격을 띤 작품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무거움과 찝찝함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영화는 훨씬 유쾌하며 가벼웠지만, 자칫 잘못하면 펄럭거리면서 바람에 도망 다니기 바쁠 수도 있었던 흐름을 적당한 속도감으로 못 박아 고정시켰다. 이 덕에 영화는 매끄럽고 부드럽게 눈에 읽혀 들어가고, 관객들은 가벼운 마음과 자세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제로 콜라임을 인지하고 마시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관객들이 애초에 어느 정도 감안한 채 접고 들어가는 부분도 존재한다. 몇몇 등장인물들은 소모성에 가까울 것이라는 사실과, 반전의 힌트가 언제나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적정 수준의 통쾌함은 보장받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 예상 앞에서 마냥 쾌재를 부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부터 제로콜라의 안전성 혹은 의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콜라의 대안으로 제로음료를 찾는다. PH2 정도 되는 산도(Acidity)를 숨기기 위해 때려 넣은 무지막지한 설탕에서 오는 모든 성인병을 비롯한 그 외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나 과연 제로 음료가 완벽한 대체제, 혹은 건강한 음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 혹은 대답을 유보하는 것에 가깝다.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제로 음료가 장내 미생물의 질서에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일부 설탕 대체제들의 경우는 설탕만큼은 아니라 해도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참고 1)
그리고 근원적으로. 제아무리 제로 음료라 할지라도 단맛이라는 감각에 대한 중독까지는 뿌리 뽑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또한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티프들을 그러모아 만들어진 이런 영화가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과연 이에 기대 만들어진 앞으로의 후속 작품들이 과연 한국 영화 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잘은 모르겠다. 는 답변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깡패 영화가 만들어질 때가 있었다. 그 시대를 거치며 얻은 결론이라고는 자가복제에 지쳐 씁쓸해진 관객들의 입맛뿐이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는 맛은 이렇게 무섭고, 제로 콜라도 길고 넓게 보면 비만에 동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참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설탕 대체제들과 함께 포함되어 있는 요소들도 혈당을 올릴 수 있음. 몇십 캔을 먹어야 설탕이랑 비슷하다는 둥의 말하지 마라. 애초에 가장 위험한 것은 단맛에 대한 중독성 그 자체임.
[이 글의 TMI]
1. 하이퍼 나이프 리뷰도 써야 하는데...
2. 보물섬 리뷰도 써야 하는데...
3. 회사 가기도 귀찮은 휴먼이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야당 #황병국 #강하늘 #유해진 #박해진 #한국영화 #범죄영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
- 영화를 장악한 공포, 의외의 타격감.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의 나열 속 어떤 공간이 보이고 알 수 없는 것들에서 오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나아가 제각기 다른 방향을 하고 있는 것들을 지나다 보면 출구 없는 곳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의 반복과 점점 새어 나오는 기억들이 “Us’를 불러들인다. 그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두려움에 싸여있는 애들레이드는 그 장소가 마냥 두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서 그 장소로 나서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안함에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밤,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그들이 개인적인 공간인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다. 그림자로 불리는 이들이 빛을 받으며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행동하는 것은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당연한 것에서 오는 폭력은 그들이 인지하지 못한 존재에 의해 원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면서 더욱 몸집을 불린다. 이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들의 존재가 발견되면서 이곳을 나서고 잘라내려는 이들과 벗어나려 하는 이들로 갈라진다. 그림자 같은 존재들의 움직임과 마주 잡은 손만으로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공존할 수 없는 그들의 세상을 드러 낸다.
어떤 놀라움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지 않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 영화 ‘어스’는 정확한 문제의식의 공포와 소재 자체의 공포를 맞물리게 하여 진정한 공포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겟 아웃'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의심할 새도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몇 가지를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더욱 분명해진다. 압도적인 몰입감과 공포스러움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연출력이 정말 인상적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진실의 힘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미국 사회에서 펼쳐지는 어떤 두려움의 존재가 사실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짜와 가짜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과연 진실일까. 우리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지만 정작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
- 3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셋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만들어진 역사적인 순간들
ⓒ The Hollywood Reporter
전 세계 영화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매년 뛰어난 작품들이 자리를 빛내 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특별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을 수상하며 무려 7관왕을 달성한 일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죠. 국내에서도 대형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영화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수상을 기원하는 분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특히 배우 양자경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데 성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였지만 폭행 사건으로 인해 아카데미 출연이 금지당한 윌 스미스 대신 2001년 유색 인종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할리 베리가 시상을 진행해 더욱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In-Cyprus
더불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웨이먼드' 역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준 배우 키 호이 콴 역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는데요, 덕분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대 최초로 배우상 4 부문 중 2 부문을 동양인이 수상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SF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며, 그동안 역사 영화나 전기 영화, 전쟁 영화를 선호했던 아카데미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Daily Sabah
이와 더불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그리고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거머쥔 감독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블랙 팬서>를 통해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던 디자이너 루스 E. 카터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속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또 한 번 아카데미 의상상의 주인공이 되었는데요, 이로써 카터는 흑인 여성 최초로 두 번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는 유일무이한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 NDTV.com
음악상의 경우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가 트로피를 거머쥐며 인도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레이디 가가, 리한나와 같은 미국의 유명 가수들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인 데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초로 공연을 선보인 인도 음악이 되어 인도인들을 비롯한 전 세계 유색인종들에게 더욱 의미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위기에 봉착한 한국 영화계
ⓒ 네이버 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15일 발표한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매출 및 관객 수가 200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월 전체 매출액은 691억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였을 때 36.3% 수준이며, 극장 관객 수 역시 642만 명으로 2019년 2월 관객 수의 28.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외국영화의 강세로 인해 한국 영화의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7.4%까지 줄어들었고, 한국영화의 매출 점유율과 관객 점유율 모두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2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2월은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한국영화가 흥행하는 시기로 국내 영화들이 해외 영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올해 설 연휴 개봉한 <교섭>과 <유령> 등의 한국영화의 흥행성적이 저조했고,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예기치 못한 롱런과 MCU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개봉 등으로 인해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8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수요일 개봉한 <소울메이트>를 비롯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웅남이>, <리바운드>, <킬링 로맨스>, <드림> 등의 국내 기대작들이 과연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양자경 수상소감 중 ‘여성들에게’ 멘트 삭제한 SBS
ⓒ TIME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적인 순간들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양자경의 수상 소감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양자경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자신과 닮은 어린아이들에게 큰 꿈을 꾸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여성 여러분들, 다른 이들이 여러분들에게 전성기는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몇 마디에 그녀가 담은 메시지는 아주 명확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었는데요, 해당 소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SBS가 양자경의 수상소감을 자의적으로 편집한 것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습니다. SBS가 뉴스를 통해 공개한 수상소감 영상에서는 '여성 여러분'이라는 단어가 자막에 등장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음성 역시도 눈에 띄게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의 항의와 비판이 빗발치자 SBS 보도국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꼭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해당 단어를 삭제했다"라고 밝혔지만,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은 뒤 결국 문제가 된 유튜브 영상을 교체하며 왜곡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내외 통계가 입증하듯이 국적·인종을 떠나 중년이 될수록 기회가 많아지는 남성배우들과 달리, 여성배우들은 배역 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거기에 백인 배우들의 입지가 월등한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라면 그 기회는 더욱 줄어드는데요, 양자경이 오스카 95년 역사상 여우주연상을 탄 첫 아시아계 여성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 양자경의 여우주연상 수상과 그녀가 수상소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 중요한 것이었고, 이를 제 입맛대로 편집해 버린 SBS 측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응당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더 글로리 파트 2', 3일 연속 글로벌 1위
ⓒ NME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사적 복수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글로벌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국가별로는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칠레,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필리핀 등 42개국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편,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15일 '만약 <더 글로리>를 보고 복수에 대한 갈증이 남았다면, 이 K-드라마를 챙겨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더 글로리'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를 여럿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추천한 드라마 목록에는 배우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재벌집 막내아들’과 ‘빈센조’, 청년 사업가의 15년에 걸친 복수를 그린 ‘이태원 클라쓰’, 법으로 단죄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적 복수를 그린 ‘모범택시’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한편, 충북 지역의 중학생들이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현실판 더 글로리'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들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신작에 출연 논의 중인 배우들
ⓒ Deadline
며칠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넷플릭스와 함께 실사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제작한다고 합니다. 델 토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앤드류 가필드, 오스카 아이작, 미아 고스가 출연을 논의 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영화의 제작은 매우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앤드류 가필드는 훌루의 미니시리즈 <천국의 깃발 아래>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넷플릭스 영화 <틱, 틱...붐!>에 출연해 호평을 받았고, 오스카 아이작은 미니시리즈 <Scenes From a Marriage>와 마블의 <문나이트>, <더 카드 카운터>, <듄> 등에 차례로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 중에 있습니다. 미아 고스는 최근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된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공포영화 <인피니티 풀>에서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로맨스 영화 주인공으로 만나는 앤드류 가필드와 플로렌스 퓨
ⓒ Vanity Fair
앤드류 가필드의 팬이라면 기뻐할 만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14일 미국 잡지사 데드라인은 배우 앤드류 가필드와 플로렌스 퓨가 영화 <We Live In Time>에 출연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영화의 세부적인 줄거리는 비밀리에 부쳐지고 있으며, 관계자는 영화에 대해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몰입감 넘치는 러브 스토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함께 각본상 시상에 나서 영화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각각 스파이더맨과 블랙 위도우라는 슈퍼 히어로로 활약했던 이들이기에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난다는 소식에 설레는 관객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플로렌스 퓨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 2>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10번째 작품’ 준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 The Film Stage
영화팬이라면 두 팔 들고 환영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영화가 제작 중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THR)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현재 '영화 평론가'(The Movie Critic)라는 가제를 가진 각본을 완성한 상태로, 오는 가을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단독보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작품은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를 배경으로 하며,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때문에 타란티노가 전설적인 평론가 '폴린 카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919년생인 폴린 카엘은 1968년부터 1991년까지 뉴요커 매거진에서 평론가로 활동했으며, 에디터들은 물론 영화감독과도 싸움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한편, 이전부터 꾸준히 10번째 작품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고 밝혀 온 타란티노 감독이기에 이번 영화가 그의 마지막 필모그래피가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는데요, 감독은 작년 11월 자신의 새 에세이를 홍보하며 8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를 촬영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다만 주제나 출연자, 배급사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 확실히 알려진 바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이선빈, 영화 '숨비소리' 출연 확정
ⓒ 이니셜 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빈이 차기작으로 영화 <숨비소리>를 선택했다는 소식입니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수면에 올라 숨을 내뱉는 소리'라는 뜻으로, 평생을 해녀로 살아온 엄마와 딸, 그리고 손녀까지 3대에 걸친 모녀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이선빈은 그중에서도 손녀 '구해진'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화는 제주도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한껏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이선빈은 최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2>에서 예능 작가 '안소희' 역을 맡아 현실감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
.
.
오늘의 씨네뉴스는 여기까지 인데요,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시작해서 즐거운 소식이 여럿 들렸던 떠들썩한 일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은 한 주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 나의 꿈, 중경삼림
아직도 중경삼림을 처음 봤던 때를 잊을 수 없다.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고화질의 중경삼림 포스터를 바탕화면에 띄운 일이었다. 얼핏 보았을 땐 정신없고 산만한 포스터가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보다 영화를 잘 나타내기도 힘든 일임을 깨달았다. 아무렇게나 잘라 붙인듯한 사진들이 콜라주 되어 하나의 작품이 된 포스터는 영화와 꼭 닮아있다.
홍콩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듯, 중경삼림 또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이다. 누가 그랬듯 내게 있지도 않은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겪지도 않은 시대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러닝타임 내내 빨려드는 느낌을 받은 것은 단순히 왕가위의 촬영기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경삼림의 두 에피소드는 모두 이별로부터 시작된다. 이별이 낱말 뜻 그대로 이야기의 마지막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작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만 결과는 다소 다르다. 경찰 223이 과거를 받아들인다면 663은 미래를 받아들인다. 과거로 회귀하던 223은 결국 이별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지만, 메이와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인정하고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미래로 향하던 663은 나아가 변화를 만들어나간다. 실연의 아픔은 잔존하고 과거는 침전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불안하고 혼란한 건 매한가지이지만 그렇다고 슬픔과 함께 침전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한 칼럼은 중경삼림의 청춘들은 식민지 시대의 자유를 담았다고 표현한다.
'식민지 시대의 자유'. 언뜻 보았을 때, 이질적인 의미를 갖는 두 단어의 조합에서 확장되는 독특한 감수성을 중경삼림은 풍긴다. 처음 중경삼림을 보면서 느꼈던 혼란함 역시 이로부터 멀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소통과 불통, 이주와 정주, 우연과 필연, 풍요 속 결핍, 끝과 연속되는 시작. 감독은 이처럼 이질감 가득한 단어들을 교묘히 엮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덕분에 중경삼림은 몽환 그 자체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이 받는 느낌 중 하나이기도 하고, 왕가위 감독 역시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여러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 촬영 기법은 물론 영화 속 시간과 미장센, 옴니버스 형식, 장면을 넘나드는 음악과 보이스오버 등을 보고 있으면 마치 꿈속 같은 기분이 든다. 하룻밤 사이 개연성도 없이 황당한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출처 모를 소리가 머리에 울려 퍼지고, 장면은 예고도 없이 편집되며 자각할 새도 없이 순간 이동하듯 공간과 시간이 바뀌다, 그러다 눈을 뜨면 사라져 버리는, 夢中人. 그 때문 인지 항상 중경삼림을 보고 나면 101분이라는 시간 동안 꿈속을 부유하다 깬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다시 본 중경삼림은 또 달랐다. 앞서 영화를 볼 때도 홍콩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감독이 정치적 상황을 꼬집고 투영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홍콩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관통하며 자연스럽게 시대적 맥락이 담겼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역사적 상황과 분리해 오롯이 심미적으로만 영화를 보고 싶었던 나의 욕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묵은 꿈속에서 벗어나, 새로이 본 중경삼림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치가 있었다. 아편전쟁과 마약 딜러 그리고 서양 남자와 인도 하수인, 유통기한이 찍힌 통조림, 침사추이, Midnight Express, 캘리포니아와 노스탤지어...
영화 전반적으로 배어있는 몽환적인 연출과 설정, 꿈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곡들을 테마곡으로 사용한 데는 꿈처럼 믿기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홍콩인들의 불안이 담겨있었던 게 아닐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1997년을 지나서 오지 않을 것 같은 2046년으로 향하는 홍콩은 여전히 부유한다. 영국과의 이별은 또 하나의 시작이 되어 또 다른 불안을 도래하게 했고, 홍콩인들은 지금도 불확실한 미래에 많은 에너지와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나만 꾸고 있다고 생각했던 꿈은 사실 하나의 거대한 꿈 중의 일부였다. 금발 여인의 꿈, 경찰 223의 꿈, 페이의 꿈, 경찰 663의 꿈, 왕가위의 꿈, 홍콩 젊은이들의 꿈,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던 홍콩의 꿈, 지나간 시대를 동경하는 한 세대의 꿈, 또다시 나아가야 할 홍콩인들의 꿈. California Dreamin'.
-
- 여성들의 '계보 (없음)'에 관하여
〈로스트 도터〉는 많은 여성에게 당연한 역할로 기대되는 동시에 너무도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감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보태기가 어려운 모성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영화다. 나아가 모성이 여성을 괴롭히거나 두렵게 하는 무언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매개로 여성 간 연대의 불/가능성 역시 논한다. 영화를 감독한 매기 질렌할은 〈로스트 도터〉가 ‘여성의 정신이 깃든 영화’*라 말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이 표현이 결코 과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레다는 혼자서 그리스의 한 해변으로 휴가를 온다. 한적한 해변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던 레다. 그런데 한 대가족이 레다가 있는 해변에 오면서 변화가 생긴다. 그들은 해변이 자신들의 것인 양 행동하고 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레다에게 모욕적인 말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레다는 그중 어린 딸아이를 둔 니나에게만은 호감을 느낀다. 아이를 잃어버린 줄 아는 가족에게 외딴곳에서 혼자 놀던 니나의 딸을 데려다주고 나서는 니나와 부쩍 가까워지기도 한다.
레다가 니나에게 느끼는 호감은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딸이 니나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귀찮게 구는 모습을 보며 레다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행동으로 자신을 괴롭히며 애정을 갈구했던 딸과의 과거가 니나의 모습에 겹쳐진 것이다. 레다는 딸과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온갖 어려움을 홀로 떠맡아야 했다. 레다가 ‘여자’이자 ‘엄마’였기 때문이다. 이는 레다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와는 큰 관계가 없다. 설령 그가 ‘좋은 남자’일지라도 젠더에 따라 다른 노동이 기대되는 사회에서 레다의 짐이 줄진 않았을 것이기에.
그래서 결국 레다는 3년간 남편과 두 딸을 떠나 혼자 지냈다. 그녀에게는 자기 일을 중시하는 남편만큼이나 학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이를 키우며 잊고 있었던 내면의 존재를 다시금 자각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며 다시 돌아오라고 무릎 꿇고 간청하는 남편의 절망적인 눈빛 앞에서 레다가 지어 보이는 단호하고도 평온한 표정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을 질식시키는 방식으로 삶을 이어갈 수 없었던 레다가 온전한 삶을 향한 과감한 도피를 감행하고자 결심한 그 슬픔이 깃든 자유로운 표정을 말이다.
그 후 한참의 세월이 흘렀다. 레다는 교수가 되었고 자녀들과도 다시 가까이 지내지만 과거 자신의 행동이 아이와 가족에게 상처를 남겼음 역시 잘 알고 있다. 젊고 매력적인 여성인 니나가 자신이 젊었을 때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데서 레다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레다가 니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를 바라보는 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대로라면 그 시선은 분명 안타까움이 깃든 연대의 시선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니나를 바라보는 레다의 시선은 오히려 관음에 가깝다. 나는 레나의 젊은 시절 영상이 나오고 영화의 주제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이 영화가 레즈비언 로맨스 영화인 줄 알았다. 아마도 성애적 욕망만큼이나 강력한 연대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연출이었을 것이다.
레다와 니나의 연결은 쉽지만은 않았다. 레다는 니나의 가족들에게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그들은 니나가 ‘불온한 여자’임을 본능적으로 감각한다. 그래서 니나가 레다와 함께 있는 걸 못마땅해하고 레다를 이상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만든다. 영화관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남자들에게 레다가 항의하자, 관리인이 올 때만 다시 조용히 있으면서 레다를 골탕 먹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니나 역시 레다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결혼과 육아에 지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레다가 딸과는 만들어내지 못했던 여성 간 연대가 같은 경험을 한 낯선 여성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질 참이다. 하지만 레다가 관계 초반에 충동적으로 한 행동으로 인해 어렵게 만들어진 연대의 가능성은 또 한 번 좌절된다. 니나가 마냥 행복한 줄로만 알았던 레다가 분노, 질투, 과거에 대한 회한 등이 뒤얽힌 충동적 감정으로 저지른 일이 모든 걸 망쳐버린 것이다.
이처럼 〈로스트 도터〉는 모성, 양육이 여성에게 끔찍한 굴레일 수 있음을 굉장히 섬세한 연출로 보여줌과 동시에 엄마와 딸 혹은 같은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연대가 왜 이리 어려운지를 고민하게끔 한다. 나아가 영화는 모성‧양육에 짓눌린 그들의 경험이 왜 아직도 주변부 담론으로만 취급되는지를 성찰하도록 요청한다. 왜 많은 사람이 같은 경험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도, 주류 담론은 그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걸까? 자기 경험과 어긋나는 주류 담론에 질식하기 직전인 여성의 삶에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 걸까? 레다는 끝내 딸과 니나 모두와 연결되지 못하고 혼자인 채 방치되어야 할까? 〈로스트 도터〉는 여성 경험의 ‘계보 (없음)’에 관한 슬픈 질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아이를 양육해본 적이 있거나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 있는 여성의 정신이 깃든 영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애프터썬: 당신의 뒷모습을 안아줄 수 있더라면
애프터썬: 당신의 뒷모습을 안아줄 수 있더라면
기억의 파편으로 시작된 사적인 이야기
영화 애프터썬은 11살 소피가 아빠와 함께 떠났던 튀르키예 여행의 기록을 31살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캠코더 속 아빠의 모습은 생생하지만, 현실에서는 더 이상 곁에 없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러한 부재의 감각 위에서 기억과 애도의 과정을 섬세하게 응시한다.
소피와 아빠 캘럼은 오랜만의 만남 속에서 서툴지만, 서로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초반부는 햇살 가득한 휴양지의 풍경과 함께 한 소녀의 성장 서사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쌓아가는 감정의 결은 단순한 유년의 추억이 아니다. 마지막 10분, 그제야 영화가 품고 있던 깊은 공허와 아득한 슬픔을 또렷이 인식하게 된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 혹은 보려 하지 않았던 것들
빛나는 햇살 아래에서도, 영화는 지속적으로 불안과 긴장감을 은은하게 유지한다. 초반부터 어딘가 모호한 분위기가 깔려 있으며, 장면 곳곳에서 캘럼의 감정적 균열이 드러난다. 명상과 태극권에 몰두하는 모습, 자신이 11살이었을 때 생일을 별로 축하받지 못했다는 고백, 친구와의 사업이 실패했음을 암시하는 대화. 이 모든 조각들은 그가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를 암시하는 복선이다.
캘럼은 딸 앞에서는 최선을 다해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하지만, 문득문득 그늘이 드리운다. 소피가 없는 순간, 그는 깊은 우울과 피로에 잠긴다. 영화는 이러한 단서들을 흩뿌려놓지만, 어느 하나도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이는 감독 샬롯 웰스가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직관적이며,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기억의 공간에서 춤추는 한 사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소피의 꿈속에서 11살의 아빠가 격렬하게 춤을 추는 순간이다. 이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감정을 분출하는 몸짓이자 외로운 내면의 울림처럼 보인다. 마지막 날의 춤과 연결되며 더욱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소피는 31살이 되고, 과거를 되돌아볼 때, 그때의 아빠를 다시금 이해한다. 캠코더 속의 장면들을 되새기며,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어렴풋이 감각하며, 어린 나의 세상에서 미쳐 보지 못했던 고독했던 아버지의 표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캘럼은 끝까지 소피에게 자신의 우울과 무너짐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시간은 냉정하게 흘러갔고, 소피가 그 감정을 헤아릴 수 있었을 때 아빠는 이미 그곳에 없다. 영화는 관객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지만, 남겨진 이가 가지는 후회와 애도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따라서, <애프터썬> 잃어버린 시간을 향한 깊은 애도이자, 존재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한 사람을 향한 애틋한 포옹을 담은 영화다.
-
- [BIFF 데일리]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꿈
감독: 마리아 자네티,후안 파블로 밀러
출연진: 마이트 아길라르,미란다 데 라 세르나,마리아 유세도,왈테르 제이
시놉시스
199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고 있는 열여섯 소녀인 로라는 학교에서 낙제를 받지만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어느 학교로 교환학생이 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자신의 언니인 홀리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서 가족은 불안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환경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악착같이 모아 독일로 유학 가려는 로라에게 또 다시 어려운 시련이 생기게 되는데...
로라라는 소녀는 공부는 못하지만 붙임성이 좋아 독일로 교환 학생이 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걸림돌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언니인 홀리였다. 홀리는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 로라의 가족은 홀리를 치료시키는데 몰두하느라 돈을 다 써버렸다. 그래서 집까지 팔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라는 포기하지 않고 그 시련을 자신이 독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되는데 썼다.
그래도 로라의 가족과 외할머니는 로라의 길을 열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언니인 홀리가 막장으로 치닫는 데까지도 가족들은 로라를 보호해 주고 응원해 줬다. 또한 친구인 타티도 지지자가 되어주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어려움을 참고 견뎌낸 로라가 필자의 기억엔 정말 대견하게 각인되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마리아 자네티인데 자신의 10대 시절에 겪었던 불안정한 상황과 가족들의 유대관계를 재구성해서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청소년인 로라에게는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남자친구 사귀는 것과 운전면허 취득하는 것, 잠시 불량한 친구와 함께 어울려 보는 것 등등 그 당시 10대로서 하고 싶은 걸 모두 이루게 된다. 어쩌면 10대 청소년들 중에 꿍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때 이 영화를 보는 게 어떨까라고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10대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 필자 또한 청춘이기 때문에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인 것 같다. 다만 너무 성급하게 선택하지는 말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희망과 용기!
2023.10.05 (목) 20: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2023. 10.04 (수) ~ 2023. 10. 13. (금)
-
-
- ?씨나병의 영화정보 #6? ?영화 수입이 궁금하다고?!?
?여섯 번째 주제? ⠀ ?영화 수입이 궁금하다고?!⠀
-
- 영화 <기적> 티저 예고편
1988년 찻길 하나 없는 시골 마을,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 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동네에 간이역 만드는 게 단 하나의 꿈인 ‘준경’(박정민)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
- 영화 <영화의 거리> 메인 예고편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재회한 선화와 도영.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이들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fall in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가 시작된다!
♥ <영화의 거리> fall in 럽케이션 키워드 가이드 ♥
*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대사: “니 진짜 사람 속 헤집어놓는데 뭐 있네. 여기 왜 다시 왔는데”
“일단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한 땐,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