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rolee2025-04-05 16:55:43
맨몸으로 저항하라
영화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리뷰
코카콜라 병에 갇힌 도마뱀은 결코 병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 사회는, 당신의 삶은, 존속해야하는 이유가 있는가?
인력비행기로 바다를 건너다 추락해 사망한 재일조선인 청년을 동경하는 소년은 현실에서는 곤경에 처한 여동생조차 돕지 못하고 외면해버리는 나약한 인물이다. 무기력한 아버지와 거짓말을 일삼는 할머니 사이에 놓인 현실 속에 소년은 끝없이 공회전한다. 주체적으로 일어서기 위한 아주 작은 시도조차 그에게는 버겁기만 하다.
소년은 자신의 여동생을 겁탈한 선배에게 단 한마디도 저항하지 못하고 여전히 순종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선배의 집에 찾아갔을 때, 선배와 함께 있는 여자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장면이 전환되어, 누군가가 등장해 소년이 산 포장마차가 자신의 것이라며 아버지를 도둑으로 몰아간다. 아버지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굴복한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년은 분노를 표출한다. 경찰에게 끌려가며 소년은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한다. 분노할 것을, 분노를 느끼고 저항할 것을 요구한다.
이야기가 끝난 뒤 마치 연극 무대처럼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든 등장 인물들 사이에 서서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소년이 아닌 배우로서 관객을 향해 이야기한다. 28일 간의 촬영 현장은 끝났고, 영화도 끝났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 세상은 더 이상 없다. 영화가 끝나고 검은 화면이 흘러나오면 영화 속 세상도 끝이 난다.
꽤나 난해하거나 과격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우리가 모두 사회의 룰에 놀아나고 있다고, 그러니 더 이상 속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저항하고 분노하며 맞서싸우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유아적일 수 있는 메세지지만 훌륭한 연출을 통한 강렬한 에너지를 무기로 하여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온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라. 영화관에서 나서서 거리로 나가라. 도마뱀은 병을 깨고 나올 수 있는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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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Hump Day' 이죠!
평일 중 중간에 있는 수요일이기에 가장 고비라고 하죠.
이 고비만 넘기면 곧 주말이 오니 조금만 더 힘을 내봅시다!
그럼 4월 두 번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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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판타지 | 미국 | 142분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에디 레드메인, 주드 로, 매즈 미켈슨 등
개봉: 2022.04.13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줄거리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급속도로 커진다. 덤블도어는 뉴트 스캐맨더에게 위대한 마법사 가문 후손, 마법학교의 유능한 교사, 머글 등으로 이루어진 팀에게 임무를 맡긴다. 이에 뉴트와 친구들은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추종자들, 그의 위험한 신비한 동물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거대한 전쟁에 나선다. 한편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 속에서 덤블도어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고, 서서히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데…
관전 포인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3번째 영화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개봉 하루 전인 12일, 무려 60%의 예매율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의 교장이었던 덤블도어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그린델왈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매즈 미켈슨이 새롭게 그린델왈드 역으로 합류해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말임씨를 부탁해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0분
감독: 박경목
출연: 김영옥, 김영민, 박성연 등
개봉: 2022.04.13
배급: 씨네필운
줄거리
85세 대구의 꼬장 할매 정말임 여사는 자식 도움 1도 필요 없다며 인생 2막을 내돈내산 나홀로라이프로 즐기려 했건만 이놈의 몸이 말썽! 오랜만에 외아들 종욱의 방문 탓에 팔이 부러지고, 이 사고로 요양보호사 미선을 들이게 된다. 엄마 걱정에 CCTV까지 들이는 아들과는 마음과 다르게 모진 말만 오가고, 요양보호사는 어쩐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영 맘에 안 든다. 그렇게 마찰과 화해를 반복하던 중 종욱 가족이 불쑥 찾아온 명절날, 묻어두었던 관계의 갈등이 터져버리는데…
관전 포인트
65년 연기 경력을 지닌 대배우 김영옥의 첫 주연작인 <말임씨를 부탁해>. 다양한 해외 영화제에서 큰 관심을 받은 박경목 감독과 <오징어 게임>, <반도>, <써니>의 촬영 감독이 참여하며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영화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일 것 같습니다.
태어나길 잘했어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0분
감독: 최진영
출연: 강진아, 박혜진, 홍상표 등
개봉: 2022.04.14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태어나길 잘했어>는 최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다한증'을 가진 춘희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며 벌어지는 성장담을 담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복지식당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6분
감독: 정재익, 서태수
출연: 조민상, 임호준, 한태경 등
개봉: 2022.04.14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는 홀로 거동조차 힘든 중증에도 불구하고, 경증의 장애 등급을 받아 힘겨운 싸움 중이다. 하지만 그의 딱한 사정을 봐준 선배 장애인 ‘병호’ 덕에 취업도 하고 대출도 받으며 희망을 되찾는다. 그렇게 삶의 재기가 눈앞에 왔다고 여긴 순간 ‘재기’는 세상에 자신이 중증 장애인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관전 포인트
<복지식당>은 장애인 감독과 비장애인 감독이 맡아, 장애인들의 삶을 꾸밈없이 현실을 반영해 만든 휴먼 드라마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제주혼듸독립영화제, 런던한국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가 있습니다.
OTT 공개 예정작
나이트메어 앨리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50분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등
공개: 2022.04.13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성공에 목마르고 욕망으로 가득 찬 ‘스탠턴’은 절박한 상황에서 유랑극단에서 만난 독심술사 ‘지나’를 이용하여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을 터득한다. “사람들을 속이는 게 아냐,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는 거지” 수려한 외모, 현란한 화술, 마음을 현혹시키는 능력으로 뉴욕 상류층 상대로 부를 손에 쥐게 된 ‘스탠턴’. 채워지지 않는 그의 위험한 욕망을 꿰뚫어 본 심리학자 ‘릴리스’ 박사는 뉴욕에서 가장 위험한 거물을 그에게 소개해 주는데…
관전 포인트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했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4년 만의 내놓은 신작입니다. <나이트메어 앨리>도 여러 영화제에서 100개의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고, 그중 20 부문에서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10년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이라는 카피를 사용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아사코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20분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히가시데 마사히로, 카리타 에리카, 세토 코지 등
공개: 2022.04.13
스트리밍: 왓챠
줄거리
첫사랑 ‘바쿠’와 함께하는 모든 날이 특별했던 ‘아사코’. 설레지만 불안하고 뜨겁지만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바쿠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온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아사코를 떠나갔다. 첫사랑 바쿠와 똑같은 외모의 ‘료헤이’를 만나게 된 아사코. 겉모습만 같을 뿐 공통점 하나 없는 모습에 혼란스럽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료헤이의 사랑으로 아사코는 다시 설레는 사랑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나간 첫사랑 바쿠가 갑자기 나타나고, 아사코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감독이신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입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4.5점을 준 작품이고. IMDB에서도 7점으로 꽤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1분
감독: 이태겸
출연: 유다인, 오정세 등
공개: 2022.04.15
스트리밍: 쿠팡플레이
줄거리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하청 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은 정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보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불편해하고, 현장 일은 낯설다. 그러나 반드시 1년을 채워 원청으로 돌아가고 싶은 정은은 ‘막내’의 도움으로 점점 적응해가는데… 1년의 파견,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도약하다!
관전 포인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믿고 보는 배우이자, 내공 있는 두 배우 유다인과 오정세가 만나 기대를 높였는데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자 따뜻함을 보여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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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김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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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살 생일에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한 번 상상해 봅시다. 여러분은 오늘부로 75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생겼습니다. 당신은 과연 죽음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물론, 반드시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권리란 어떤 일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자격이니까요. 다만, 여러분은 앞으로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그러므로 돈을 벌 수도 없고, 그래서 집도 구하지 못합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찾아갈 사람도 없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궁지에 몰린 기분으로 죽음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을 과연 권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근미래를 그린 영화 <플랜 75>의 세상으로 떠나보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플랜 75>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플랜 75>는 2024년 2월 7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플랜 75
Plan 75
Summary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 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 ‘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카와이 유미 외
노인을 위한 정책, 노인 혐오를 위한 정책
피가 낭자한 바닥에 널브러진 휠체어와 지팡이들, 그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한 청년. 그의 손에는 산탄총이 쥐여 있습니다. <플랜 75>는 노인 혐오 범죄가 일어난 사건 현장을 묘사하는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로 영화의 막을 엽니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에서는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죽음의 권리를 제공합니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플랜 75'를 신청한 노인에게 정부는 10만 엔의 준비금을 지급합니다. 제휴 화장터를 이용한 합동 장례 서비스도 무료로 지원합니다. '플랜 75'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한 할머니는 "이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죽음을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노인의 존엄한 죽음을 지원하는 서비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정책 안에 노인의 존엄을 위한 혜택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죽기로 결정하면 지급되는 준비금 10만 엔부터 그렇습니다. 자유롭게 쓰라고는 하나, 곧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게는 큰돈을 쓸 만한 곳이 없습니다. 평소 먹어보지 못한 특대 초밥을 시키는 것이 고작이죠. 합동 장례 서비스도 그저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말을 무료 서비스인 양 홍보할 뿐입니다.
극 중 '미치'는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습니다. 부동산에서는 집을 구하려면 2년 치 월세를 미리 내거나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미치'는 노인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상태였죠. 백방으로 일자리를 수소문해 보지만, 결국 일도 집도 구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랜 75'를 신청합니다. 만약 정부가 10만 엔을 죽음의 준비금이 아닌 삶의 준비금으로 지급했다면, '미치'는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애초에 '미치'를 일자리에서 내쫓지 않았더라면, 그는 집을 구해 계속해서 살아갔을 겁니다.
우리는 여럿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는 것을 선택이라 부릅니다. '플랜 75'는 언뜻 삶과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노인들 앞에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후보가 하나뿐인 선택은 더는 선택이라고 할 수 없죠. 그저 강요와 압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순간 관객은 '플랜 75'가 오프닝 시퀀스에 담긴 노인 혐오 범죄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총으로 노인들을 잔혹하게 쏴 죽이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 잔인하게 노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을 깨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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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소풍>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나문희 배우가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영화에 노인네들만 나온다고 하니까 투자자가 없었어요." 언론배급시사회 영상이 게시된 유튜브 채널 아래엔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안 본다, 다 늙어서 웃겨."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노인 경시 문화가 만연해졌습니다. 마치 노인은 젊음과 함께 인간의 존엄과 가치까지 잃은 것처럼 대하죠. 하지만 극 중 노인들의 모습은 꼭 청년들과 같습니다. 간소하게 밥을 차려 먹고, 친구들과 맛집을 가고, 수다를 떨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일하고, 촌스러운 건 싫고,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자고 갔으면 좋겠고, 누군가와 함께 자는 밤은 덜 무섭죠. 영화 초반부에 한 할머니는 동료들과 모양이 조금 망가진 간식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 대사를 뱉기도 합니다. "모양은 달라도 맛은 다 똑같아."
영화 <소풍>이 위대한 배우들의 출연에도 투자에 난항을 겪었듯이, 자본은 슬프게도 사회적 권력을 따라 흐릅니다. 그 때문에 지배 권력과 떨어져 있는 소수자들은 <플랜 75>의 타이틀 디자인처럼 그 존재가 흐려지기 쉽죠. 존재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쉽습니다.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너는 다르다"라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자신은 평생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비정규직 등의 사회적 약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지요. 최근에는 이러한 태도가 표현의 자유와 이기심을 만나 극도의 혐오로 표출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노인 혐오 역시 그중 하나이고요.
그런데 여러 소수자 차별 문제 중에서도 노인 혐오는 어쩐지 조금 더 무섭습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늙어가는 운명을 타고났으니 말입니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두면 "나와 너는 다르다"에서의 '나'는 금세 '너'가 됩니다. 자신이 흔적을 지우는 미래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영화는 '플랜 75'라는 가상의 정책을 통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는 미래를 경고합니다. 이미 망가져버린 세상이 더는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플랜 75>의 메시지를 마음에 깊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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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황혼을 비추며 끝맺습니다. 단 한 번도 황혼 이후의 시간이 없는 하루를 상상해 본 적 없습니다. 오로지 새벽, 아침, 오후뿐인 나날을 살아야 한다면 아마도 삶은 불행으로 가득하겠지요.
One-Liner
선택지가 하나뿐인 질문 앞에서 선택의 '권리'를 주겠다는 어폐. 혐오는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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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영화 리뷰 <길복순>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시놉시스]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고야 마는데…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스포일러 주의#스타일리쉬 그 잡채
영화 길복순을 보다보면 스토리가 정말 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시퀀스 자체가 굉장히 감각적이다. 여타 다른 액션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촬영 기법과 편집 기법들이 등장해서 눈이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복순이 딸 재영이 담배 피는 것을 알게 되자 이를 시뮬레이션 돌려보면서 어떻게 하면 마음의 문을 닫은 딸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지 상상한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인듯 현실인듯 그 경계가 모호하게 편집을 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도 또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하는 관객의 생각과는 다르게 바로 현실로 돌아오면서 관객과의 밀당을 제대로 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길복순과 차민규의 1:1 대결 씬에서는 그 시뮬레이션의 절정을 보여준다. 실력적으로는 차민규가 절대우위에 있기에 차민규는 길복순의 수를 하나씩 생각하면서 길복순의 공격에 맞춰서 복순을 죽이는 장면들을 상상한다. 처음에는 현실처럼 이를 그려내다가 이렇게 길복순이 죽는다고? 허무하게?라는 감정이 들 때쯤 다시 길복순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이 장면들이 차민규의 상상 속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이 차민규의 집무실 모든 공간에 꽉 채워지면서 너무나도 많은 차민규가 너무나도 많은 길복순을 하나씩 죽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기술적으로 차민규가 절대적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면서 과연 길복순은 어떠한 수를 내놓을지 관객으로써는 기대가 되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서 관객과의 밀당을 잘 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시리즈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들의 서사과 깊이감이 더욱 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들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길복순이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캐릭터는 소비적으로 쓰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였다. 다들 길복순과의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어서 캐릭터별 매력을 느끼기에는 굉장히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별 서사를 쌓고, 그 속에서 길복순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가서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길복순과 적이 되어 그녀를 공격할 때 오히려 더 길복순의 입장에 더욱 감정적 동조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사실 영화 길복순은 화려한 액션신을 볼만했지만 길복순의 선택에 대해서, 그리고 길복순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 관객들이 함께 공감할 만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성은 딸을 제외하고는 보여지지가 않아서 그녀의 선택에 따른 책임에 함께 불안해하거나 슬퍼하거나 안도하기에는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멋진 액션과 딸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 속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가 있다. 바로 ‘용기’다. 다양한 용기 중에서도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다. 딸 재영은 레즈비언으로 같은 반 친구와 사귀고 있었고, 이를 알게된 남학생이 재영과 한달 동안 사귀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재영은 싫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남학생에게 상해를 입히고 정학을 당하게 된다. 처음 이유를 말하지 않았던 재영은 결국 용기를 내서 엄마 복순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당황한 엄마는 이렇다할 말도 없이 회사 전화를 받고 쌩하고 나가버린다.
그렇게 킬러들과 싸움 이후 집으로 돌아온 복순은 다시금 재영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복순은 재영에게 자신이 솔직하게 킬러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딸이 국정원이냐고 물어보자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영은 보안상 말할 수 없다는 국정원의 규칙을 지킨다고 생각을 하고, 복순은 이런 재영을 보면서 솔직한 딸과 달리 자신은 자신의 직업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으로 차민규 대표와의 1:1 대결씬에서도 차민규는 길복순의 손에 죽기로 이미 결심을 한 상태였고, 이를 딸 재영에게 보여주기 위해 cctv를 연결해 재영에게 보내준다. 재영은 결국 자신의 엄마 복순이 한 남자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복순은 하지 않던 기도를 하며 집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솔직하게 먼저 딸에게 밝히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 그리고 딸이 엄마의 모습을 보고 놀라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딸 재영이 이런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 재영이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히기 전까지 느꼈을 오만가지의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재영은 그런 엄마에게 자신이 본 영상을 모른척하며 엄마를 품어준다. 재영과 복순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두 모녀의 관계 회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기회가 왔을 때 솔직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필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나름의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다만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훨씬 더 탄탄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함께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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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국내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 참여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의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본 시리즈는 2025년 1월 9일에 공개 예정이며, 7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수라처럼>은 이전에 방영되었던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1979년에 방영된 가족 드라마 시리즈의 현대판으로, 무코다 구니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해당 소설은 지난 2003년 장편 영화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수라처럼>에는 미야자와 리에, 오노 마치고,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가 출연하며 19979년 도쿄,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네 자매가 노년인 아버지의 불륜을 알게 된 후 겪게 되는 사건들을 그립니다.
데이지 리들리, <스타워즈> 시리즈 복귀 예정
데이지 리들리가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향후 제작될 스타워즈 시리즈 중, 에피소드 X, XI, XII로 구성 예정인 사이먼 킨버그의 3부작과 샤민 오바이드 차노이가 연출하는 프로젝트에 핵심적인 역할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THR은 루카스필름이 레이를 “프랜차이즈의 다음 단계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이먼 킨버그와 샤르민 오바이드-치노이의 프로젝트 외에도, 루카스필름은 제임스 맨골드, 데이브 필로니, 도널드 글로버, 타이카 와이티티, 라이언 존슨, 션 레비, 패티 젠킨스 감독이 참여하는 최소 7편의 스타워즈 영화를 개발 중입니다.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시간표 공개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상영 시간표 공개 일정을 알렸습니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오는 15일 금요일 18시에 상영 시간표가 공개됩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서울독립영화제는 풍성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부산국제영화상 4관왕을 휩쓴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차지한 조세영 감독의 <K-Number> 등 현재 주목받는 감독의 영화들이 상영됩니다. 또한 16mm 프린트가 유실되어 필름 디지털화 포맷으로 상영하지 못하고 있던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가 디지털화 버전으로 최초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홍경, 오경화, 노재원 등 이제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 거쳐 간 ‘배우프로젝트’, 독립영화 감독과 배급사를 연결해 주는 ‘넥스트 링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8> 첫 예고편 공개
미션 임파서블 8의 첫 번째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신작의 제목은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으로 2025년 5월 23일에 북미 개봉 예정입니다.
18개월간의 긴 제작 기간과 여러 차례 지연되어 제작비가 4억 달러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으로 시리즈의 위기가 거론되었던 가운데, 마지막 ‘무비 스타’라고 불리는 톰 크루즈가 과연 이번에도 큰 성공을 거둘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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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처럼 되고 싶은 그녀가 벗어날 수 없는 것!
[들어가기 전에]
2024년 10월 10일, 제124회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한강 작가다.(짝짝짝!) 저절로 국뽕이 차오르는 이 소식은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예상을 깬 선정이었기에 놀라움이 더 크다. 온 국민이 약속이나 한 듯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작가의 책이 이름을 올렸고, 11일 오전 유명 서점 기준 13만 부가 팔려나갔다. 미국 아마존도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서적 가운데 1,2, 4, 8위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국가적 큰 기쁨과 흐름에 편승하고 싶어 한강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채식주의자> 리뷰를 올린다.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썼던 글이 있어 조금 다듬고 추가했다. 아쉽게도 현재 OTT, VOD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하지만 곧 OTT, VOD 플랫폼에 서비스되거나 재개봉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6년 맨부커상 수상 시 CGV아트하우스에서 <채식주의자>를 특별 상영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영혜(채민서)는 악몽을 꾼다. 그리고 채식을 결심한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남편과의 성관계도 거부한다. 그녀의 낯선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건 남편뿐만 아니라 가족도 마찬가지다. 참지 못한 아버지(기주봉)는 억지로 그녀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참지 못한 영혜는 칼로 손목을 긋는다. 이후 언니 지혜(김여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영혜. 한편, 지혜의 남편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민호(김현성)는 아내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듣는다. 슬럼프에 빠진 터라 새로운 영감을 찾던 민호는 아내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고민 끝에 그는 영혜에게 누드모델을 제안한다.
<채식주의자>는 하루아침에 채식을 결심한 한 여성이 남성주의 사회에서 자행된 폭력의 역사를 뒤로한 채 이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그린다. 그녀의 채식 계기인 꿈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며 그 실마리를 전한다. 약하면 강자에게 고기로 먹힌다는 약육강식의 말처럼, 영혜는 아버지의 폭력과 강압에 시달리며, 마치 강자에게 먹힌 고기처럼 살아온 셈이다. 고기와 자신을 동일시한 그녀는 육식 자체가 자신의 살을 뜯어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혜가 가진 거부감은 아버지, 남편 등 남자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
외관상으로 봐도 주변 사람들과 결이 다른 영혜는 순수성을 갖고 있다. 이는 엉덩이에 남아있는 몽고반점으로 잘 나타나는데, 폭력으로 물든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가로서 민호의 눈에는 영혜의 순수성이 보였을 터. 나무가 되고 싶은 그녀의 몸에 보디 페인팅을 하고, 비디오 작업을 통해 이를 담아내려 한다.
순수한 예술로서 그녀를 대하는 듯하지만, 민호의 행위는 영혜의 아버지가 행한 폭력과 유사성을 보인다. 특히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민호는 욕망으로 가득차고, 형부와 처제사이라는 금기까지 넘어선다. 이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명목아래 폭력을 눈감아주던 사회의 잔재는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목적아래 또 다른 폭력으로 전이된다. 이후 영혜는 이후 친언니의 돌봄을 받지만, 또 다른 폭력이 기다리고 있다.
영혜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한편, 더 넓은 의미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들의 탐욕도 보인다. 음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려는 그녀는 곧 자연인 셈. 오로지 자신의 목적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 그녀를 착취하는 이들은 결국 그녀를 구원하지 못한다.
원작인 한강의 동명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감독은 이중 영혜와 민호의 이야기가 중심인 ‘몽고반점’을 다른 단편들 보다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룬다. 온몸에 꽃을 그린 영혜와 예술이 아닌 욕망이 몸을 지배하며 그녀의 몸을 탐하는 민호의 모습은 글보다 영상 구현이 더 잘 맞아 보인다. 감독도 이런 강점을 알고 있다는 듯 비주얼 부분에 신경 썼고, 채민서는 감량, 김현성은 증량을 통해 각각 식물적, 동물적 느낌을 잘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오랫동안 빛을 발하지 못한다.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화 지문과 상황 연출에 공을 들였지만, 캐릭터의 이미지를 너무 부각한 나머지 각 인물의 심리 묘사와 감정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영혜는 앙상한 뼈마디와 온몸에 그려진 꽃의 이미지로 그녀의 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긴 하지만 역부족. 후반부 죽음보다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열망도 온전히 와 닿지는 않는다. 후반부 금기를 넘어선 관계는 다소 선정적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 구성적으로 밀도가 높았던 원작의 팬으로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영문도 모른 채 나무가 되어가는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 지혜처럼, 관객 또한 말라가는 영혜를 바라볼 뿐이다. 결국 인물과 이야기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해 완성도란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 태생적으로 원작이 갖진 난해함과 비주류성의 늪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다만 원작을 읽은 이들이 상상 속으로 그려냈던 작품 속 이미지를 가시적으로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사진 제공: 스폰지
평점: 2.5 / 5.0
한줄평: 한강 작가의 텍스트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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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함으로부터의 구원
*본 영화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더 웨일> 줄거리
처음 시작부터 강렬하다. 우연히 들른 집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찰리의 모습을 본 토마스에게 찰리는 종이에 적힌 글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 글이 도대체 뭐길래 곧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응급조치가 아닌 읽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일까?
자신의 친구이자 간호사인 리즈가 도착하고 나서야 진정된 찰리에게 토마스가 왜 이 글을 읽어달라고 했는지 물었을 때 그 의문이 해결된다.
'이것을 들으며 죽고 싶었다.' 찰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여기서 죽음을 목도에 둔 찰리를 발견한 토마스를 살펴보자. 토마스는 왜 연고도 없는 찰리의 집 문을 두드린 걸까?
그는 새생명 교단의 선교사이다. 집들을 방문하며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려는 다르게 말하면 타인을 '구원'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찰리라는 인물이 눈에 띄었다.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을 하면서도 자신을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 에세이 하나를 읽어달라고 하는 인물이 말이다. 그래서 찰리는 그를 '구원'해주기로 한다.
하지만 구원에 회의적인 찰리의 태도뿐만 아니라 찰리의 친구인 리즈는 새생명 교단에 적대적이까지 해 그의 구원은 순탄치 않다.
그들의 태도는 언뜻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반응 같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사연이 있다.
리즈의 오빠이자 찰리의 연인이었던 이는 새생명 교단에 속해 있었지만 내쳐졌고 결국 끝은 죽음이었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오히려 토마스를 반기는 찰리가 이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리즈의 적대적인 태도에도 토마스는 계속해서 찰리를 찾아오고, 찰리는 친절하지만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토마스의 '구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찰리의 딸, 엘리이다. 찰리에게 소중한 존재 중 하나인 엘리의 등장은 곧 그에게 ‘구원’이 내려올 것이라는 생각을 자아내게 만든다.
엘리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찰리를 증오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엘리가 가장 솔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찰리는 에세이를 쓸 때 솔직함을 강조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리즈는 찰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가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토마스는 사실 교단의 돈을 훔치고 도망친 자신의 의견대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모순 투성이인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솔직함을 가지고 있는 엘리는 파란을 가져온다.
엘리는 끊임없이 찰리의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을 건드렸고, 종국에는 찰리를 비롯한 리즈, 메리(리즈의 엄마), 토마스까지 파멸로 이끈다. 아니, 이끄는 듯하다.
엘리에 의해 찰리와 다시 만난 메리는 찰리에게 숨기던 엘리의 탈선을 들켜버린다. 또한 리즈는 자신을 속이고 엘리를 위한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엘리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토마스의 말을 녹음해 토마스의 부모님과 교단에 보낸다. 이런 행동은 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듯 보이지만 메리는 찰리와의 대면을 통해, 리즈는 실망하여 떠나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면, 또 토마스가 흥분한 듯 찰리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도리어 엘리의 솔직한 행동이 그들을 구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찰리의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리는 엘리의 행동을 시작으로 찰리는 각종 외부에서 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온몸으로 받게 된다. 자신이 자주 시키던 피자집의 배달원의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토마스가 자신에게 구원을 내리기 위해 찰리의 사랑을 부정하다 끝내 숨겨놨던 찰리에 대한 혐오감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며 결국 자기혐오를 터뜨려 버린다. 자신의 강의를 듣던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지나가는 새들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주던 심성을 가진 이었다. 즉, 찰리는 다들 악마라고 하는 엘리의 행동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엘리의 솔직함이 다른 이들에게 구원이 됐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 역시 남에게 가감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도리어 솔직함을 드러냈다는 것을 깨닫는다.
깨달은 찰리는 엘리에게 계속해서 그가 완벽하다 말해주고, 끝끝내 엘리가 읽어주는 엘리 자신이 쓴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를 들으며 자기혐오를 버리고 엘리에게 직접 걸어감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한다.
이 영화 속 찰리는 '모비딕' 속 에이허브 선장이 되기도 하고 모비딕이 되기도 한다. 에이허브 선장이 복수심에 불타는 것처럼 자신(모비딕)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국 엘리가 지신의 에세이 속에서 불쌍하다 평했던 에이허브 선장(찰리)은 결국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모비딕(찰리)에 대한 혐오를 버리며 스스로를 구원하게 된다. <더 웨일>은 결국 구원은 누구에게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솔직함에서 나오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본 영화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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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리버리 - 아이빼고 다 가진 금수저 부부 VS 아이빼고 다 부족한 MZ커플의 위험한 거래
*해당 리뷰영상은 영화배급사 마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유산 상속을 위해 아이가 필요한 금수저 부부 ‘귀남’(김영민)과 ‘우희’(권소현).
계획 없는 임신을 해서 난감해진 개털 백수 커플 ‘미자’(권소현)와 ‘달수’(강태우).
‘미자’와 ‘달수’는 생활고로 인해 안타까운 결심을 하고, 하필 ‘귀남’이 있는 산부인과를 찾게 된다!
그리고 ‘우희’의 아버지 ‘태식’(동방우)을 속이기 위해 금수저 부부는 임신 사기극을 계획하는데…
올 가을 가장 버라이어티한 공동 태교가 시작된다!
11월 20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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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5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5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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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뒤틀린 집> 메인 예고편
한국판 [#컨저링]의 탄생! 절대 열어선 안 될 문을 열어버렸다? 미스터리 하우스 호러 [뒤틀린 집]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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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상존재> 티저 예고편
인기 개그맨 유세윤은 14살의 어느 날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행동은 점점 사라졌지만 그 당시 세윤을 목격한 가족들과 그의 지인들에겐 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세윤에게 또다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오고... '그것'은 점점 더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인기 개그맨 유세윤을 둘러싼 15일간의 기록! '그것'의 충격적 정체가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