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rolee2025-04-05 16:55:43
맨몸으로 저항하라
영화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리뷰
코카콜라 병에 갇힌 도마뱀은 결코 병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 사회는, 당신의 삶은, 존속해야하는 이유가 있는가?
인력비행기로 바다를 건너다 추락해 사망한 재일조선인 청년을 동경하는 소년은 현실에서는 곤경에 처한 여동생조차 돕지 못하고 외면해버리는 나약한 인물이다. 무기력한 아버지와 거짓말을 일삼는 할머니 사이에 놓인 현실 속에 소년은 끝없이 공회전한다. 주체적으로 일어서기 위한 아주 작은 시도조차 그에게는 버겁기만 하다.
소년은 자신의 여동생을 겁탈한 선배에게 단 한마디도 저항하지 못하고 여전히 순종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선배의 집에 찾아갔을 때, 선배와 함께 있는 여자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장면이 전환되어, 누군가가 등장해 소년이 산 포장마차가 자신의 것이라며 아버지를 도둑으로 몰아간다. 아버지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굴복한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년은 분노를 표출한다. 경찰에게 끌려가며 소년은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한다. 분노할 것을, 분노를 느끼고 저항할 것을 요구한다.
이야기가 끝난 뒤 마치 연극 무대처럼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든 등장 인물들 사이에 서서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소년이 아닌 배우로서 관객을 향해 이야기한다. 28일 간의 촬영 현장은 끝났고, 영화도 끝났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 세상은 더 이상 없다. 영화가 끝나고 검은 화면이 흘러나오면 영화 속 세상도 끝이 난다.
꽤나 난해하거나 과격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우리가 모두 사회의 룰에 놀아나고 있다고, 그러니 더 이상 속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저항하고 분노하며 맞서싸우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유아적일 수 있는 메세지지만 훌륭한 연출을 통한 강렬한 에너지를 무기로 하여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온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라. 영화관에서 나서서 거리로 나가라. 도마뱀은 병을 깨고 나올 수 있는가?
Relative contents
-
- 욱신욱신하는 모든 이의 이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의학발전은 인정하기 싫게도 과거 사람들에게 행해진 생체실험 덕분이라는 말이었다. 그래, 인정하기 싫게도, 맞는 것도 같다. 수많은 이에게 규칙적으로 바닷물 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의 존재는 보다 늦게 알려졌을 것이다. 바닷물이 혈액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간에겐 하진 않고 실험용 동물을 쓴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과정은 비인간적이었으나 결과는 인간을 위하는 것일 때도 있다. 그 판단을 어떤 사람도, 어떤 시대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시대 아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가 펼쳐놓은 판에, 말이 되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시대가 만약 신이라면 참 체계적인 큰 손이 아닐까. 때맞춰 부딪히는 이념을 널어두고, 갈등을 만들어내면서 사람을 시험한다. 우리는 시험당하고 시험하는 존재이다. 태어날 때도 내 원이 아니었건만 사는 것도 내 원이 아닌 바에야 이게 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소용'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쓸모가 있고 득이 되는 것. 살아가는 것은 쓸모와 득으로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영화 <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그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윤동주와 송몽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윤동주는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그의 시는 대대손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송몽규는 일제강점기에서 열심히 앞장서 싸웠으나 결국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이준익 감독 또한 윤동주는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았고,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동주의 아름다운 결과와 함께 과정이 아름다웠던 송몽규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름을 훗날 길이길이 남기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내 이름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칭송을 받는다면야 그보다 좋을 일은 없다. 그러나 동주와 몽규가 그랬을까. 둘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보았다. 동주와 몽규에게만은 적어도 과정과 결과, 그런 이분법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게 영화에서 불편하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건 마치 영화 구석구석 드러나던 선택지와 같다. 처음 영화 시작부터 나타났던 신앙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민. 일본순사가 교실을 박차고 들어와 내밀던 개인주의냐 전체주의냐, 일본사람이냐 아니냐, 하던 불편한 선택지. 혹은 아버지가 내미는 진로선택의 일침과도 같았다. 이과냐, 문과냐.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쓸모냐 의사가 되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쓸모지. 마지막 자기 확신에 빠져 있는 일본 취조인의 이야기와도 같다. 야만이냐, 문명이냐. 국제법에 대강 끼워맞춰서 자발적인 듯 보이게 진술서를 받으면 문명이고, 그런 것조차 모르는 무지한 조선인은 야만이고. 이분법은 수많은 경우와 변수를, 이야기의 목을 댕강 잘라버린다. 마찬가지다. 과정과 결과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이분법이다. 무엇이 과정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나에겐 동주와 몽규 모두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평생을 애써 자신이 뜻하는 바에 다가가려한 과정이 훌륭하다. 한스럽게 숨을 거뒀지만 이렇게 지금 다시 살아나 남은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훌륭하지 않은가.
아주 확고하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이자 2인자였다. 마지막엔 무려 동주가 절규하면서 몽규의 그림자인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동주가 수동적이며, 재능이 없고, 목적과 이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동주는 몽규에 비해 수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동주가 먼저 몽규를 부르지 않는데 비해 몽규는 영화 내내 '동주야'하면서 그를 부른다. 가장 귀에 많이 익은 대사이기도 하다. 동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여자에게 쭈뼛쭈뼛하면 몽규는 모르는 척 도와준다. 날 선 대화로 서로에게 흠집이 되는 말을 나눈 직후에도.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기뻐하기는 커녕 동주 상심하지 않게 말할 것을 먼저 고민하는 몽규다. 그는 당선되지 않아 시를 꽁꽁 매어두는 동주에게 직접 잡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자고 제안한다. 원하던 대학에 붙고도 동주가 붙지 않으면 바로 대안을 찾느라 바쁘다. 몽규는 기분이 상한 동주가 좋아하는 정지용, 백석의 시집을 가져다 주면 이윽고 동주가 자신과 눈을 맞추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몽규와 동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몽규의 일방적인 적극성과 헌신, 동주의 일방적인 소극성과 고집으로 이뤄진 것인가? 형만한 아우없다더니 역시 동주는 몽규같은 형을 만나 재능을 알아봐주고 뒤늦게 날개를 펴게 된 건가? 아니다. 몽규와 동주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서로를 소중히 하려고 노력한다. 몽규는 시보단 산문의 힘을,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동주는 문학, 시 그 자체의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몽규는 다른 이를 말로 설득하고 총을 들고, 동주는 시를 계속 쓴다.
어느 순간 몽규에게 동주는 동주이면서. '윤 시인'이다. 동주말마따나 시집도 안내고 등단도 안했는데 왜 시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걸까. 그건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동주가 그림자도 2인자도 아니며, 전혀 수동적인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시에 대한 그의 뚝심은 영화 내내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존경하던 정지용 선생님이 시를 그만 쓰라고 하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내내 우리말로 시를 쓰고 모아둔다.
다카마쓰 교수가 그에게 시를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동주는 사실은 시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출판을 하지 않아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쓰고 있다고. 그 때 다카마쓰교수는 조선어로 된 시라서 출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한 마디를 날렸다. 그가 쟁여두고 있어서 출간하지 않았던 이유보다도 더 큰 이유는 시대가 정해놓은 한계이기도 했다. 그것을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잘못이라고. 출간이 자유로웠다면 그는 아마 못이기는 척, 부끄러워하면서도 출간했을 것이다. 그가 부끄러운 것은 시를 줄곧 써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숨어드는 것 같은 자책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 시를 선뜻 낼 수 없는 시대때문이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우물에서 울리는 파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대가 막아놓은 둑에서도 물 한방울씩을 알뜰히 모아두고 있었을 뿐인데.
영화에선 쿠미라는 일본인 학생의 도움으로 영어로 시집을 출판하려 했다. 겁이 없이 진행된 해외 출간. 수동적인 이미지의 동주라면 마지막까지 쿠미가 알아서 빨리 출간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그 원고를 쿠미가 아니라 동주가 직접 보내겠다고 한다. 그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 그걸 하려고 그는 잡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규와 함께 가지 않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 그건 수동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윤동주는 직접 한정판이나마 출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출판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에게 원고를 넘겨두기도 했다. 동주는 학교의 필수적인 교련도 거부하고, 창씨개명도 최대한 늦게 하려한다. 그 거짓부렁이 진술서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윤동주의 과정이 좋지 않고, 결과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몽규 역시 마찬가지다. 몽규는 결과가 없지만 과정이 좋은 사람인가.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동주와 몽규 사이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동주를 '대기는 만성이다'하면서 질투에 휩싸이게 할 정도로 이른 나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술가락'이 있다. 홀연히 독립군 활동을 하고 돌아오고 공부를 시작하곤 잡지 <문우>를 직접 발간했다. 거기엔 동주의 시도 있지만, 몽규의 우리말 뜻인 꿈별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시 '밤' 이 있다. 조선일보에 실렸던 <하늘과 더불어>까지. 영화에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의 시만큼 몽규의 작품도 좋고 궁금해져서 나눠본다.
< 술가락 >
- 송한범(송몽규 아명)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다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아-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한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또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아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니 저 우리 결혼할 때… 그 은술가락말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 소리로 말하며 또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그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때 저- 먼 외국 가잇는 내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잘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이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할 수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곧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로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한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자 이건 자네 것 이건 자네 안해 것-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그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축(祝)지를 좀 크게 쓰고 그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로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쌀,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두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자,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두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웨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앗!」하고 외면하엿다. 밥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밤 >
- 꿈별(송몽규 필명)
고요히 침전(沈澱)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 하늘과 더불어>
- 꿈별
하늘-
얽히여 나와 함께 슬픈 쪼각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太陽)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너하고만은 너하고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싶다
오오- 하늘아-
모-든것이
흘러 흘러 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思念)들만 뿌려 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意欲)의 잔재(殘滓)만
쓰디쓴 추억(追憶)의 反(반)추만 남아
그 언덕을
나는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연인(戀人)이 없어 고독(孤獨)스럽지 않아도
고향(故鄕)을 잃어 향수(鄕愁)스럽지 않아도
인제는 오직-
하늘속의 내맘을 잠그고 싶고
내맘속의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微風)이 웃는 아침을 기원(祈願)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기원(祈願)하련다.
몽규는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가 2등으로 졸업했다. 그 때 그는 분노할 때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2등 상이 어이없게도 대동아공영,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책이었고 받자마자 이따위 것을 상으로 준다며 집어 던져버렸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불편한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세상 속 시원하게 바꿔주었을 것이다. 동주와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날 땐 다시 교토제대에 합격했던 코스를 보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던 능력자였다. 다만 동주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관여하는 일, 독립군 활동, 일본 내 유학생을 규합하려던 사건 등은 일이 목적대로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몽규는 영화에서 동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딪히고, 싸우고, 도전하며 멋진 형이자 동반자로 등장했다. 끝까지 동주보다 먼저 태어나 조금 늦게 세상을 떠났으니 참 인연은 인연이다. 그의 좋은 결과는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다.
이 쯤되면 영화의 제목이 왜 <동주>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포인트 상으론 몽규도 같이 담겼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왜 영화는 흑백이었을까. 어느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 몽규, 이렇게 성을 떼고 부르게 된다. 멀리 있는 분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동주는 윤동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주야, 하고 부르던 몽규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아 동주의 시를 같이 고민하고, 동주의 시를 출간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동주는 대명사인 것이다. 마음의 색이 흑백으로 강제로 물들고, 모든 선택이 흑백같이 이분법으로 재단되던 시대에 좋은 과정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이들, 우리는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이토록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이렇듯 감사하게 건네준 수많은 이들의 숨, 눈빛, 목소리, 마음이 담겨 있는 대명사. 들으면, 부르면 마음 한 켠이 욱신욱신해지는 그 모든 이의 이름.
-
- 영화 《돈》, 포스터만큼이나 색다른 내용이었으면 참 좋았으련만,,,
영화 《돈》은 정말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류준열도 좋아하고 원진아도 좋아하는데 유지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에서나 캐릭터가 다 거기서 거기여서 작품 속에서 캐릭터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유지태로만 보여서 영화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준열의 연기가 보고 싶기도 했고 브로커의 모습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지만 그 궁금증은 딱히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영화가 크게 집중이 되지 않을뿐더러 반전도 없고 결말도 뻔해서 안타까웠던 작품이었다.
영화 《돈》 시놉시스
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 빽도 줄도 없는, 수수료 O원의 그는 곧 해고 직전의 처지로 몰린다. 위기의 순간,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를 만나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 참여를 제안 받는다.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순식간에 큰 돈을 벌게 되는 일현. 승승장구하는 일현 앞에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이 나타나 그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어떠한 캐릭터에도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던
이것이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는 딱히 영화 《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았다. 악역과 선한역을 맡은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이에게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류준열이 맡은 조일현이 점점 돈을 잘 벌지만 불안함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껴야 하는데 왜 저럴까...? 이런 감정이 먼저 들고, 유지태 악행에 대해서도 막 욕을 하고 싶어진다기 보다는 아니 왜 저러는거지...? 한지철이 이 둘을 쫓는 과정에서도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의문만 들었을 뿐이다.
캐릭터의 개연성 설명이 부족하고 사건들만 계속해서 터지다 보니 관객은 그 개연성을 영화 자체가 아니라 기존의 영화들에서 이뤄졌던 영화 문법 속에서 그 해답을 찾다보디 영화가 그저 형식적이고 따분하게만 다가왔던 것 같다.
옷에서 눈물이 뚝뚝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딱 들어온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조일현이 물에 젖은 수트를 다시 입고 나오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번호표에게서 받은 모멸감과 자신이 이제까지 한 행위에 대한 반성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흐르는 눈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물에 젖은 슈트를 통해 물이 흐르는 장면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지점에서 순간적으로 비밀의 숲이 생각났다.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 검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로서 눈물을 흘리지 못하지만 손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통해 황시목 검사의 슬픔을 표현한 장면이 있었다. 그 부분과 겹쳐보이면서 굉장히 감각적인 연출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이폰의 비밀을 알면 안되는 것이었다
영화 《돈》의 결말과 캐릭터의 특징을 바로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아이폰 때문이었다. 어느날 인스타에서 아이폰 협찬 조건이 악역은 아이폰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극 중에서 조일현이 중간중간 나쁜 짓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악인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폰을 통해 알고 영화를 보다보니 이미 스포를 당한 채로 본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 사소한 것이 흥미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어떤 캐릭터가 아이폰을 쓰느갈ㄹ 보다보니 이미 캐릭터의 선악 구조를 파악한 채로 영화를 보게 돼서 그런 것이었을까?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이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지 고민을 하지 않고 보게 돼서 재미가 없었다.
중간중간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찾아볼만큼의 영화는 아니었던 영화 《돈》. 배우의 찐팬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 작품이다.
-
-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는데요, 주말에는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니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바쁜 한 주의 끄트머리,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애들은 가라! 오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색감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부터
여러 할리우드 영화 연출에 영향을 끼친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까지!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개들의 섬(2018)
Isle of Dogs
ⓒ 네이버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개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개 남다른 개들의 색다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걘 겨우 12살이니까.
우린 애들을 좋아하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개들의 섬>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견류 독감'의 영향으로 전국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했으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영화는 사랑하는 개 '스파츠'를 찾아 나선 소년 '아타리'와 그를 돕는 다섯 마리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독창적인 컬러감과 구도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개들의 섬>은 디테일에 있어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배경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을 위해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 101분을 위해 무려 144,000개의 스틸을 이어 붙였으며, 1초에 24 프레임을 구현하는 기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on ones' 기법과 달리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불온전한 느낌의 'on twos'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밥을 만드는 장면 하나에 15주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주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따뜻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스토리텔링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을 섬세하게 다뤄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신다면 그의 또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또한 추천드립니다.
퍼펙트 블루(1997)
Perfect Blue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치즈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1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일본의 소녀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 격인 미마. 롱런을 위해 에이전시로부터 배우로의 전업을 권유받고 그룹을 탈퇴한다. 광적인 팬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핑크빛 공주 의상을 입는 자신에 익숙했던 그녀에겐 갑자기 강간신을 찍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 시골에서 올라온 자연인으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아이돌 스타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혹은 누드사진을 찍는 그녀가 진짜일까?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 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퍼펙트 블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곤 사토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아이돌 그룹 '참'의 멤버였던 '미마'가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동화(動畵)를 많이 쓸 수 없으니 움직임이 아닌 미술과 연출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작화와 연출 면에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 되어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감독은 '상상과 일상의 융합'이라는 테마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양한 명작을 많이 배출해 냈습니다.
최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이 개봉을 했는데요, 애러노프스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퍼펙트 블루>를 종종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레퀴엠 포 어 드림>, <블랙 스완> 등에서 <퍼펙트 블루>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2001년에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파프리카(2007)
Paprika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루, 야마데라 코이치 등
장르: 미스터리, SF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29살의 정신과 치료사 치바 아츠코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바로 18살의 대담무쌍한 꿈 탐정 파프리카이다.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 동조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과 신경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한다. 어느 날, 치바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혁명적인 정신치료장치 DC-MINI의 프로토타입이 도난당하고 조수마저 실종된다. 장치를 찾아 나선 치바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 아츠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 봐?
ⓒ 네이버 영화
영화 <파프리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퍼펙트 블루>를 만들기도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 이후 감독은 췌장암이 발병해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파프리카> 역시 <퍼펙트 블루>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의 원작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 본인이 해당 작품을 사토시가 영화화해 주길 원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확장된 상상력과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인격의 인물,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꿈의 영역까지 도달한 과학, 현실과 꿈의 뒤섞임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믹스에 여느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작화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앞서 <퍼펙트 블루>를 오마주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드렸었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파프리카>의 기초 설정 및 장면들의 유사성 또한 영화팬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랍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Pinocchio
ⓒ 네이버 영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오스카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고전 동화가 새롭게 재탄생했다. 생명을 얻은 목각 인형의 이야기가 놀라운 스톱모션 뮤지컬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사랑의 힘이 펼쳐진다.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이야.
ⓒ 네이버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스트리밍에 앞서 사전 공개되었던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 피노키오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인 '전쟁'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러워 감독만의 새로운 버전의 피노키오가 탄생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영화 곳곳에 심어 둔 사회적인 풍자와 은유적인 메시지,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생의 교훈과 소중함이 버무려져 마냥 아름답지만 않으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판타지적 세계관에 녹아들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피노키오를 만들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원작 소설의 무서운 면에 더 이끌렸으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피노키오가 완성되어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2010)
Chico & Rita
ⓒ 네이버 영화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랑과 꿈을 좇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나도 당신을 모르지만 내 평생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느낌이야.
ⓒ 네이버 영화
영화 <치코와 리타>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으며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50년대의 쿠바,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의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작화를 맡은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천재 아티스트로, 투박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러스트에서 스페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영화 내 흘러 귀를 즐겁게 하며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벤 웹스터, 냇 킹 콜 같은 재즈 명장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의 연애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돼지의 왕(2011)
The King of Pigs
ⓒ 네이버 영화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등
장르: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나뒹구는...
세상이다.
ⓒ 네이버 영화
영화 <돼지의 왕>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부산행>, <정이> 등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소 거칠고 현실적인 삽화체 그림이 특징이며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그림체라고 합니다. 매우 잔혹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어린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과 독재권력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 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이 출연하였으며 원작 이상의 잔혹한 수위와 묘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잔인한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어른들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파닥파닥(2012)
Padak
ⓒ 네이버 영화
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8분
자유롭게 바닷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미 죽은 거야.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거라고!
ⓒ 네이버 영화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로부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파닥파닥>입니다. <파닥파닥>은 드라마와 뮤지컬이 결합된 일종의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로, 횟집 수족관에 갇혀버린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이 자유를 갈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한 것이 특징인데요, 극 중 뮤지컬 부문에서도 성우들이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으며 한국 독립 영화의 애니메이션에서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횟집 수족관은 마치 계급화와 서열화가 만연한 관료주의 인간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표현되며,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이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합니다. 수족관의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현실에 안주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로,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연출과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12세 관람가로 책정되어 있으나 15세 이상 관람, 나아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개봉했어도 납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 발랄한 콘셉트의 마케팅에 낚인 것을 후회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일곱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
- 7월 4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7월 4주 개봉영화!
한산: 용의 출현 Hansan: Rising Dragon , 2021
'한산대첩'은 총 56척의 조선 배와 73척의 왜선이 싸워
47척을 격파하고 왜군 1만여명을 전사 시켜 '임진왜란' 전투 중
가장 최초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에 속하는데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영화 입니다.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달 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리는데요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은 그야말로 조선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촬영할 당시부터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대서사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그 두 번째 작품이 바로 "한산: 용의 출현"입니다.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까지
두 세대를 뛰어넘는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들이 캐스팅 되면서
박해일이 이순신 역활을 맡았습니다
'명량'을 함께했던 오리지널 스탭들과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 그 두번째!
"한산: 용의 출현"입니다.
-
- <퀸스 갬빗> 정석에 충실한 냉전 시대 천재의 성장기
1. 1950년대 말, 켄터키의 한 고아원에 맡겨지는 '베스 하먼(안야 테일러조이)'. 처음으로 체스 게임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침울하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고아였다. 그러나 주 정부가 고아원에 공급한 진통제에 중독되면서 베스는 체스에 대한 놀라운 재능을 발견하고, 고아원 관리인 '사이빌(빌 캠프)'로부터 체스를 배우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경험한다. 이후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었지만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던 그녀는 체스 대회에 나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함에 따라 안정감을 되찾고, US 오픈에서 경쟁할 정도로 체스에 눈을 뜬 후 남성으로 가득한 프로 체스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경력이 쌓일수록 진통제의 부작용이 심해지고, 더욱 고독해진 결과 그녀는 경쟁에서 손을 떼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스 갬빗>의 제목은 체스 게임을 시작하는 여러 전략 중 하나인 '퀸즈 갬빗(Queen's Gambit)'과 동일하다. 백이 폰 하나를 잠시 희생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수인 퀸즈 갬빗의 가장 큰 특징은 수없이 분석되었는데도 여전히 가장 뛰어난 체스 선수들인 그랜드 마스터 레벨에서 사용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점이다. 작중 조력자인 '베니(토머스 브로디생스터)'는 베스에게 변칙보다는 원래 네가 좋아하고 잘 두는 퀸즈 갬빗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바꿔 말해 퀸즈 갬빗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선택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득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인 오프닝인 것이다. 퀸즈 갬빗의 이러한 전략적 특성은 익숙한 구조와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드라마의 매력과도 일맥상통한다.
2. 스포츠물의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퀸스 갬빗>은 주인공의 천재적인 능력을 눈치채는 평범한 스승부터 조력자가 된 라이벌, 애정을 주지 않는 양아버지까지 각종 클리셰로 가득하다. 주인공인 베스의 특징도 마찬가지다. 사고로 친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며 정신적으로 학대받은 아이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능력을 깨닫거나, 양아버지에게 무시당하고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내용은 <스타워즈>나 <해리포터> 같은 작품에서 접할 수 있다. 단지 카리스마, 퇴폐미, 섹시함, 천진함, 냉철함 등 다양한 면모를 자유로이 표현하는 안야 테일러조이의 매력적인 마스크와 안정적인 연기력이 차별성을 확보할 뿐이다.
전체적인 구성도 전형적이다. 총 7개의 에피소드가 다루는 내용을 보면 우선 첫 두 개의 에피소드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체스 능력을 깨닫는 베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3, 4회는 세상에 자신의 능력을 처음으로 보여준 후 새로운 삶을 즐기는 모습을, 5, 6회에서는 그녀가 보르고프라는 강자에게 패한 후 체스 경기 내외적으로 어떻게 심연에 빠져들어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를 묘사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자신감을 되찾은 베스가 기어코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되면서 끝난다. 이러한 전개는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인 크리스토프 보글러가 조지프 캠벨의 영웅 신화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한 '영웅의 여정 12단계'와 완벽히 들어맞는다. 따라서 <퀸즈 갬빗>은 일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공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3. 그런데도 <퀸스 갬빗>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를 제시하면서 한 번에 정주행 하고 싶은 욕구를 돋우는 데 성공한다. 그 매력은 바로 1950년대 말부터 70년 초중반까지를 다루는 드라마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한다. 이 당시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로 모든 사회 영역에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셜 플랜, 베를린 포위 같은 정치경제적 대립은 물론, 6.25 전쟁 및 베트남 전쟁처럼 물리적인 충돌도 있었으며, 더 나아가 우주에서도 미국과 소련은 경쟁을 이어 나갔다.
드라마는 시대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우선 주요 소재인 체스 게임을 단순한 스포츠 이상으로 다루며, 그로부터 강렬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최종적으로 꺾어야 하는 상대가 소련의 체스 챔피언인 보르고프로 설정된 순간부터 체스 게임은 체제 대결, 정치적 대결의 의미를 지닌다. 모스크바에서 마지막 대회가 열리는 것, 해당 시합장의 분위기가 공산국가 특유의 칙칙한 무채색으로 연출되는 것, 소련 선수와 미국 선수 가릴 것 없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고안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덕분에 <퀸스 갬빗> 속 체스 게임은 단순한 스포츠물이 아니라 마치 첩보 영화의 미션 수행 장면을 보는 듯한 같은 비장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할 수 있다.
4. 동시에 드라마는 국가적 경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개인의 의사나 행복은 공동체의 이익보다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도 꼬집는다. 고아원에 남겨진 아이들의 불우한 성장환경과 아이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남용된 약물은 당시의 시대상을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장치다. 약물에 중독되어 뛰어난 체스 능력을 얻었지만 부작용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베스가 어릴 적부터 체스 선수로 훈련받은 소련 선수와 대화하는 장면도 다르지 않다. 사회 전체의 폭력으로 인해 체제와 관계없이 피해자가 나올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체스 게임에 베스가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독함과 우울증 같은 개인의 어려움을 투영시키는 것이다.
또한 냉전이 격화되던 해당 시기에 2세대 페미니즘이 태동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또 다른 측면에서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당시 페미니즘 담론은 가부장제를 비롯한 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고발하는 데 집중했고, 일부에서는 섹스가 남성 지배의 수단이 아니라 여성을 위한 오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드라마가 양아버지의 무관심 때문에 체스 대회에서 생활금을 벌어야 했고, 어머니는 술과 피아노에 의존한 채 어렵게 살아야 했던 그녀의 가정사를 비교적 세심히 표현하는 이유다. 또한 남성으로 가득한 체스판에서 홍일점인 베스의 특출함이 유독 빛나고 그녀가 여러 남성들과 즐기는 사랑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드라마는 개인이 경험하는 억압과 특권은 인종과 계층 같은 여러 특성이 중첩되며 상호 작용한다고 주장하는 최근의 페미니즘 흐름도 담아내면서 시간적 배경을 현재에 가까운 방향으로 확장한다. 베스의 친구 '졸린(모지스 잉그럼)'이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일을 하는 데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다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5. 결국 <퀸스 갬빗>은 체스를 통해 한 시대와 그 시대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을 조명하되 제목처럼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포츠물의 클리셰와 영웅 신화의 구조를 착실히 따르는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체스 그 자체보다 주인공을 중심에 배치해 그녀의 내적의 변화와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춘 결과 고유한 특색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약물에 의존하던 미국의 여성 체스 선수가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합에서 친구와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약물 없이도 승리하는 수를 떠올리는 데 성공한, 작품의 문제의식이 한 데 집약된 바로 그 순간 일어나는 전율을 잊을 수 없는 이유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다음 시즌이 나오면 좋고, 없어도 완벽한 드라마. 체스계의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
- 감귤과 보리수 사이
정신과에 처음 방문하면 으레 받게 되는 검사 중 MMPI-2라는 게 있다. 내담자가 약술형 문장의 빈칸을 채우게 한 뒤 완성된 문장을 보고 스트레스의 원인과 강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심리 측정 방법이다. 500개가 넘는 문항이 이어지던 검사지 후반부에 이런 항목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가족은 _____이다.”
돈 벌기 시작한 친구들이 너도나도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하던 즈음에, 가장 친했던 친구는 이 문장을 두고 “모든 가족은 화내는 아빠와 그걸 참아주는 나머지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해주었다. 대체로 평화롭지만 어떤 순간들은 분명 위기였던 우리 집의 사정을 생각하면 일면 공감도 되지만, ‘모든’ 가족이 그렇다는 일반화가 가능한지 멈칫하게 돼서 즉각 동의를 표하진 못했다. 몇 년이 지나도 뇌리에 남은 그 문장을 여러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다녔다. 아는 이가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하면 딸들은 모두 생각에 빠졌다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기 마련이었다.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가족은 맞는 것 같아. 모든 집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아빠는 그래.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제주의 감귤나무 같은 이야기다. 너희 집에도 그거 있어? 하고 물으면 지역에 대한 편견이라고 짐짓 화를 내다가도 “다 그런 건 아닌데 우리 집엔 있어” 하게 되는 그런 거. 제멋대로 군림하는 아빠와 져주는 체 모르는 체 넘어가는 엄마와 결국 참다가 폭발하고 마는 딸들을 나는 너무 많이 보고 듣고 겪어왔다. 그래서 <신성한 나무의 씨앗> 속 극적이고 혼란스러운 매 에피소드가 그리 먼 나라의 사정 같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땅에 발을 착 붙이고 시작했다가 그 땅을 말 그대로 뚫어버리는 그리스 비극 같은 마무리로 성큼 나아간다. 집 밖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끌려갔다 의문사한 실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만, 나즈메, 레즈반, 사나 네 가족의 집 안은 그만큼 위태롭지 않다. 2022년 히잡 시위의 면면은 이때까지만 해도 딸들이 나눠보는 영상 메시지, 뉴스 속 왜곡된 진상, 나즈메가 딸들을 데려다주며 목격한 도로 통제와 연기와 함성 등, 집의 단단한 벽 - 보호이자 철책 -에 접한 외피로만 존재한다.
20년을 현장직 수사관으로 일명 ‘도덕 경찰’처럼 일하다 드디어 ‘수사판사’로 승진했다는 아빠 이만은 야근 후 차를 챙겨주는 부인에게 “정말 고마운데,” 지금은 마시기 싫다며 제법 상냥하게 의사를 표할 줄 아는 남자다. 그간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의 영화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톤으로 고발한 폭력적 남성성의 향연에 노출되어 온 관객이라면, 이정도 매너만 해도 그가 얼마나 다정한 가장인지 곧바로 직감할 터. 그는 자신을 추천했다며 생색내던 동료가 ‘검찰의 지시’라며 신법에 반기를 든 젊은이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라 전하자 “그럴 수는 없어. 20년간 정직하게 일해왔어”라며 저항하기도 하고, 딸들의 안위를 세심히 챙기고 걱정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보수주의자, 원칙주의자이면서도 천성은 다정하고 소심한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극의 중반까지 집안의 통치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는 오히려 엄마인 나즈메다. 러닝타임 1시간 20분이 지나 아빠가 총을 잃어버리는 극적 순간에 닿기까지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엄마’에 불과하지만, 그는 남편을 씻기고 돌보며 아이들을 통제하는 관리자 역할에 충실하다. 머리가 커버린 레즈반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벼려가는 사나가 종교적, 가부장적 규칙에 의문을 표할 때마다 나즈메는 아빠의 명예, 가족의 안위를 내세워 침묵과 순종의 태도를 종용한다. 그는 작중의 ‘눈’을 맡은 이, 다시 말해 실질적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딸들이 등교 직후 학생 시위대와 폭력 진압 중인 경찰 사이에 끼여 위험에 처할 때조차도, 그 딸들이 아닌 차 안에 놓인 엄마의 시점에서 로드뷰가 전개되는 것이다. 때문에 관객은 전반부 거의 모든 시퀀스에서 이만을 배경으로 밀어두고 나즈메의 긴장 가득한 감정선을 추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딸들이 곧 겪을 게 뻔한 가정 내의 싸움은, 어딘지 헐렁한 아빠 이만보다도 “이런 문제는 엄마 담당”이라고 선포한 나즈메와의 언쟁에서 시작될 것만 같다.
전반부 이만과의 관계에서도 나즈메는 종보다는 주인에 가까운 듯 보인다. 판관으로 임명된 밤 이만이 귀가해 희소식을 전하자 곧장 “우리 더 큰집을 받을 수 있을까?”하고 묻거나, 사형 선고를 내리는 ‘일’을 하고 돌아와 넋이 나간 이만이 얌전히 나즈메의 손길에 따를 때 “이만, 졸린 거 아는데 식기세척기 사준다고 한 거 기억하지?”라고 되새기며 이만을 은근하게 조종하듯 달래듯 다루는 식이다. 이때 이만은 흐릿하게 화면의 가장자리로 치워지거나 비누거품이 발라지고 면도당하는 일종의 오브제, 완전히 대상화된 남성으로 그려지는 반면, 나즈메의 얼굴은 언제나 스크린 정중앙에 정면 클로즈업샷으로 잡혀 있어 막중한 위압감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계속해서 핸드크림을 바르는 나즈메의 버릇 또한 가사로 지친 몸을 남편의 새 지위에 기대어 보상받고자 하는 욕망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 모든 오락적 착시는 집 밖의 현실이 딸들의 어깨에 기대어 집 안으로 밀려들어온 그 즉시 탈을 벗고 본색을 드러낸다. 날이 바짝 선 엄마의 경계란 기껏해야 대여한 권위의 표현이었을 뿐이고, 변덕도 성질도 부릴 수 있는 절대권력은 처음부터 아빠 쪽에 있었음을 명시하는 후반부로의 전환은 너무도 빠르고 우악스러워 거의 황당할 정도다.
딸들이 신권정치 반대 시위에서 다친 친구 사다프를 데려왔을 때 그애의 얼굴에 박힌 총알을 빼주자마자 냉정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은 역시 나즈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산탄총의 흔적을 물에 쓸어내리는 슬로우 모션을 기점으로, 나즈메의 내면에서 무언가 뒤바뀐다. 그간 이만은 양심과 책무 사이 갈등을 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원하는 역할에 자아를 끼워맞추는 작업을 완료해버린다. 그는 “아무리 강직하고 신앙이 견고하다 해도 사형선고는 어려운 일”이라고 풀죽어 토로하던 인간적인 남편이었다가, “여기서 버텨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동료의 비겁한 충고를 완벽히 흡수하곤 “운도 더럽게 없지, 이 자리에 있을 때 시위가 터지다니”라고 툴툴대는 공무원으로 이행하고, 최종적으론 “우리가 다 치울 거야. 체제에서 단물 빨아먹고 반기 드는 애들 말이야”라며 권력자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는 하수인으로 순식간에 변모한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경찰에 끌려간 사다프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에 이전까지의 대응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다. 폭력이 닿은 밑바닥의 끄트머리나마 제대로 목격한 나즈메는 일말의 죄의식과 책임감에 두려워하며 사다프를 찾아달라고 남편과 친구에게 부탁하고, 이미 위에서 무감하게 수단화된 폭력을 조감한지 오래인 이만은 ‘애들이 왜 그런 친구를 사귀었냐’며 일축하고 단속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부부가 침실에서 나눈 마지막 대화나 다름없는 이 반전의 순간에, 엄마는 “정말 아무것도 안했대”라고 딸들의 증언을 되풀이하고, 아빠는 “원래 피고인 가족은 다 그렇게 말해”라며 제 딸들을 불신의 영역으로 밀어내고 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가족들에게 가감없이 발휘된 강약약강의 분노조절장애, 편집증적 불신, 기어이 돌발적 폭행까지. 후반부 1시간 동안 이만이 보여준 ‘변화’는 아마 그의 안에 아주 오래전부터 내재된 불씨였을 것이다. 온순한 사람이었던 이만의 타락이랄까 전향을 두고 놀라워할 필요도 없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무언가가 ‘깨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 모두 아니까. 관 안에서 나는 수십년 간 같은 것을 보고 들은 여자들의 긴 한숨과 탄식을 몇 번이고 듣는다. 언젠가 한 여자가 말했듯이, “딸들만이 아는 아빠의 매캐함이 있죠”.
통치자가 별 볼일 없고, 자격 없고, 칠칠맞고, 불안해할수록 중간관리자가 더욱 날뛰어야 체제가 유지된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집안에서 이만의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나즈메가 대신 나서 점점 더 유난스레 딸들을 단도리했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독재 정권의 명분 없는 헤게모니를, 신권정치와 가부장제의 오래된 유착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뒷방에 숨은 권력 대신 온갖 유난을 떠는 건 이만과 동료들 같은 중간관리자-남성 기득권 집단이다. 먼 훗날 부당한 권세가 몰락하고 갈기갈기 찢긴다면 그들은 ‘몰라서 동원된’ 것에 불과하며 본질은 선량한 자신을 무죄라 칭하겠지만 아이히만 역시 그러했다. 남성 중심적 종교국가의 법적 강제력에 기대어, 유리한 카르텔에 쏙 들어가 히잡 쓰지 않을 자유를 마음껏 누리던 이들의 신앙과 도덕이란 얼마나 같잖고 이중적인가.
처음 이만의 공포는 동료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했고 그러니 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초조함에서 기인한다. 총을 분실한 그는 부인 앞에서만 불안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 다들 날 무능하다 할 거야.” 기어이 자기 집 여자들을 심문(십중팔구 고문과 심리적 학대를 동반했을)에 특화된 동료 수사관 알리레자에게 데려간 이만은 그로써 자기 우선순위가 무엇에 있는지, 가족보다 중요한 준거집단이 어디인지 확실히 표명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잡을’ 그 이너 서클이야말로 부패와 불공정의 온상과도 같은 곳이다.
사려깊고 현명한데다 인내심 있는 여자들을 셋이나 가족으로 둔 이만에겐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이만은 자신이 어느새 악취 나는 늪 한가운데에 서있게 됐다는 사실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딸들과 부인을 옛 고향 집에 가둔 후 ‘순종, 믿음, 절대복종’이라는 무슬림의 대원칙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22년 히잡 시위에서 레즈반과 사나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그에 맞서는 구호를 길거리에서 외쳤다: 여성, 삶, 자유 (Women, Life, Freedom). 그리고 그 수는 점점 더 불어나며 사회의 상층부를 압박한다.
그리하여 이만의 공포는 하찮은 수컷 무리 내의 인정욕구에서 실존적 위험으로 그 근간을 달리 하게 된다. 수사판사로서 신원이 노출된 후 귀갓길에서 차들이 죄다 자신을 공격하려 하는 건 아닌지 극도로 의심하게 된 이만의 모습은 그 자체로 훌륭한 미러링이자 블랙 코미디다. 멈춰선 옆 차에서 크게 노래를 틀고 히잡도 쓰지 않고 타투와 팔을 그대로 내어놓은 채 ‘감히’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젊은 여자를 마주치자, 이만은 그를 체포할 직업적 의무와 자격을 모두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깔고 여성의 반대편 차로로 황급히 도망친다. 그가 드디어 불경한 존재들이 모이면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결말의 추격전, 그리고 이옥섭의 <메기>를 연상케 하는 급작스러운 귀결은 안도감과 비애를 동시에 안긴다. ‘어느 집에나 다 있는 아빠’인 이만과의 결말은 정말 그것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 우리에게 혹시 다른 해법이 있을까, 아빠?
<올파의 딸들>이나 아쉬가르 파라하디를 닮은 치료적 재연, 혹은 마지드 마지디와 자파르 파니히의 시적인 톤을 다소 빼고 노골적인 투쟁성을 더한 리얼리즘 드라마로 칭할 만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일말의 희망을 남겨둔다. ‘영화적’으로 거의 완벽한 마무리 이후 구태여 삽입한 22년 실제 히잡 시위 푸티지 속 자유를 찾은 여자들의 얼굴이 바로 그 희망이다.
우리에겐 다음 세대가 있고 연대를 아는 약자들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생득적 우위를 점한 이들 중에서조차 (앞선 감독들처럼) 믿는 대로 보지 않고 보는 것에 따라 믿음을 수정하는 이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아래에서 위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이 자유의 몸짓이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 나의 몫, 우리의 몫.
※ 씨네랩 초청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킹메이커 리뷰」실제 역사와의 차이점 22가지 | 킹메이커 영화리뷰(*스포일러) | 킹메이커 역사
? "킹메이커(2022)" 영화와 실제 역사 비교영상 (*스포일러)
어디까지 실화이고 어디까지 픽션인가??
- 킹메이커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감독: 변성현
각본: 변성현, 김민수
제작: 이진희
촬영: 조형래
조명: 이길규
미술: 한아름
음악: 김홍집, 이진희
편집: 김상범
출연: 설경구, 이선균 외
제작사: 씨앗필름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촬영 기간: 2019년 3월 25일 ~ 2019년 7월 30일
개봉일: 대한민국 2022년 1월 26일
상영타입: 2D : 디지털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123분
-
- ㄷㄷㄷㄷ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찍을수 밖에 없는 이유.보시면 압니다.[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크리미널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
- 넷플릭스 <더 버블> 공식 예고편
《더 버블》은 팬데믹 시국, 영화 제작 현장의 소동을 그린 코미디이다. 촬영을 위해 호텔에 모인 배우들. 촬영장이자 격리 장소가 된 이곳에서, 하늘을 나는 공룡에 관한 블록버스터 액션 시리즈의 속편을 찍어야 하는데. 과연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
-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메인 예고편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7월 24일 개봉일 확정! 우주적 4건에 맞설 판타스틱4가 온다🔥 함께라서 더욱 강한 판타스틱한 팀, 발4 준비 완료🌠 #판타스틱4_새로운출발 #TheFantasticFourFirstStep #판타스틱4 #마블 #Marvel #7월24일극장대개봉 #페드로파스칼 #바네사커비 #조셉퀸 #에본모스바크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