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샤2025-03-30 20:09:53
홋카이도의 봄을 가로지르는 진심과 결심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 리뷰
기후 위기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양이다. 3월 초만 해도 예년보다 빨리 봄이 오는가 싶더니 봄은 갑작스레 훌쩍 멀어졌고 3월 마지막 주말에는 때아닌 눈까지 휘날렸다. 그래도 기어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봄은 봄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은 왠지 몽글몽글해진다.
4월 2일(수)에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봄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197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의 봄이 또렷한 총천연색으로 재현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일본의 홋카이도는 영화 <러브 레터>의 겨울 설경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관왕을 달성한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홋카이도의 봄 풍경을 충실히 담아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미감을 선사하는 로드 무비다.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여행길에 오른 두 젊은 남녀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와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가오리)는 로드 무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어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가 밋밋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갓 출소한 시마 유사쿠(다카쿠라 켄)가 두 청춘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진다(시마 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은 영화 팬들에게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익숙하다.) 과묵한 시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를 자꾸 변경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시마가 마침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체념적 어조로 토로하자 하나다와 오가와는 시마의 진심에 완전히 공감해 자신의 일인 것처럼 시마를 도와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하던 시마는 하나다와 오가와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진심을 받아주었는지 확인하러 가겠다고 결심한다. 홋카이도의 봄은 푸른 생기를 잔뜩 내뿜으며 시마의 진심과 결심을 뒷받침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갱생, 구원, 사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듯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사랑의 감정이 돌연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행복의 노란 손수건>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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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과 낙하산과 시간
나는 홍콩을 딱 한 번 가보았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기내식을 4번씩 먹으며 두 번의 경유를 거쳐 아프리카 남단을 일주일 만에 왕복하는, 짧고 굵은 여정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경유 시간이 떠서 홍콩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홍콩 공항을 종종 경유했지만, 공항 바깥으로 나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별유천지가 따로 없었다. 왜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라는 가사가 나왔는지 피부로 이해했다. 시간이 먼지처럼 소복소복 쌓인 골목은 어디를 툭 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스며 나올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양조위나 장국영이 고개를 내밀 것만 같은, 바라보면서도 더 바라보고 싶은 골목들이었다. 꼭 다시 와야지 생각했다. 밀크티 마시며 이 골목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참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몇 달 후. 홍콩은 당분간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페이스북 담벼락 기본 문구를 바라보는 기분으로 깜빡깜빡, 빈 곳을 응시했다. 바라보고 싶었던 골목 대신. 삶의 아귀가 맞지 않는 기분이 들 때마다 열어보던 홍콩 영화들 대신. 우산과 까만 마스크, 거리에 나서면 누구나 닮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영화제마다 다큐멘터리에 홍콩 이야기가 있는지 둘러보며, 조각조각 찾아 헤맸다.
같은 질문을 품어 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2022년 10월 13일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이다.
주제의 무거움에 한 번, 152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또 한 번 멈칫하게 될 이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당신을 무거운 감정 안에 혼자 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끔찍한 폭력을 목도하게 될까 봐 멈칫하겠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본 것은 오히려 희망이었다. 홍콩에 대해서도, 시대에 대해서도.
시대혁명 속으로
거친 상황을 담은, 강렬한 포스터의 영화지만 당신에게만큼은 참 친절한 영화일 것이다. 152분의 러닝타임은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어,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우 적절한 소제목과 함께 각 장이 똑똑하게 분절되어 있다. 홍콩 상황을 잘 몰라도 충분히 씹어 삼킬 수 있도록, 한입 크기로 잘라 준다. 친절한 가공을 잔뜩 거쳤음에도 너무나 생생해서, 잠시 2019년 홍콩으로 시공간 이동을 하는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연대하는 마음 외에는 큰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너무나 훌륭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을 계기로 일어난 시위를 담았다. 홍콩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중국으로 송환되어 재판받게 된다는 조항은, 당시 들려오던 수많은 의문사와 실종 사건들과 맞물려 공포를 자아냈다. 홍콩 사람들은 최루액에 우산으로 맞섰던 2014년 '우산 혁명'을 기억하며 다시 거리로 나선다. 영화는 2019년의 거리와 홍콩 사람들을 촘촘하게 담아낸다.
지도부가 없음에도 시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착착 찾아낸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각자의 직업을 선택하듯이. 시위가 진행하면서 변해가는 상황에 이들이 얼마나 유동적으로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얼굴과 이름을 가리고 나오지만, 그들의 생각과 역할과 의미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결과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던 이들을 한 명씩 만나게 된다.
버스도 지하철도 끊긴 도시에서 시위 참석자들을 집에 들여보내는 '승용차 부대', 시위 최전선에 서는 이들을 돌보는 '엄마'와 '아빠', 전경의 위치와 최루탄 정보 등을 파악해 전달하는 '감시 부대'... 시위 안에서의 역할 차이는 물론 시위 바깥에서도 체계적으로 각자의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만약 모든 것이 죽는다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누구의 행동과 말에 당신의 시선이 가장 깊게 머물렀을지 궁금하다. 돌아보면 나는 세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70대 노인 '찬 아저씨Uncle chen'. 그는 수십년 째 농부로 살아왔는데, 아이들이 죽어가고 끌려가는 걸 더 볼 수 없어 길을 나섰다. 경찰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너희가 들어가야 나도 들어간다"며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다른 노인들과 손을 맞잡고 경찰의 폭력을 막는다. 종내에는 경찰이 그의 노구에까지 손을 올리면서 더 이상 시위에서 '전력'이 되지 못하지만,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을 하는 노인의 존재에는 큰 울림이 있다. 더불어 홍콩을 향한 중국의 야욕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존재했는지도 살짝 보여준다. 중국은 주민들이 농사짓던 땅을 아무 합법적 절차 없이 집어삼키고 쫓아냈던 것이다.
14살 소년 모닝Morning. 그는 알레르기가 있어 최루 가스를 조금만 맡아도 기침이 나오는 몸이고 아직 어리지만, 구조대로 시위 현장을 뛰어다닌다. 최루 가스 때문에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결연한 얼굴로 제 방독면을 벗어 씌워주고 함께 안전한 곳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아직 어리지만 곧고 힘차다. 한국 웹사이트에도 영상이 퍼졌던, 경찰이 지하철 속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던 그 현장에도 그는 달려갔다. "총을 쏘든 때리든 다 맞겠으니 사람만 구하게 해달라"고 엉엉 우는 그의 모습을 보기 괴롭고 속상했다. 구조대를 막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홍콩 경찰은 국제법과 관례를 어긴 지 오래다. 그러나 다시 그는 여전히 올곧은 눈빛이다. 그는 아마도 조슈아 웡처럼 자랄 것이다. 단단한 신념을 뿜어내는 눈으로
마지막으로는 영화에서 많은 인터뷰를 했던, 사회복지사 중년 여성 재키. 상황을 차분하게 조망하고 움직인다. 얼굴이 벌게진 백인 남성이 삿대질하며 "너희가 홍콩을 다 망치고 있다. 부동산도 경제도 망치고 있다!"고 천박한 욕 섞어가며 소리치는 앞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법 없이도 살 사람 같은 표정이지만, 시위 현장에 늘 서 있다. 그 차분한 시선으로 본질을 진작에 꿰뚫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죽고, 자유가 죽은 땅에서는 사회복지사도 없다고. 그 땅에는 인권이란 게 없을 테니까. 자유가 없는 땅에서는 돌봄도 죽는다. 그 지적은 '좋은 것이 좋은 것' 식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찌른다.
써놓고 보니 나는 '맞서 싸우는 힘'보다 '살리는 힘'에 마음이 기우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살리는 힘은 싸우는 힘과 연합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죽은 땅에서는 아무것도 살릴 수 없을 테니까. 죽이는 힘에 맞서야만 살릴 수 있을 테니까. 바로 그 마음으로, 흙을 바라보며 살아온 노인이, 단단한 눈빛의 소년이, 법 없이도 살 얼굴의 사회복지사가, 시위 현장에 서 있다.
우리의 무기, 기록과 희망
승산이 높지 않았다. 2019년의 시위는 결국 끝났다. 다만 흔한 역사 속 시위들처럼 '지도층의 내분' 같은 건 없었다. '지도층'조차 없이, 물방울 같은 각자가 모여 강처럼 흘렀을 뿐이다. 화염병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몰라서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던 (당연히 기름이 다 흘러 못 쓰게 되었다) 아이가 화염병을 던지게 하고, 구글 맵을 볼 줄도 모르던 아이가 지도로 경찰 정보를 보내는 첩보 작전을 펼치게 만든 홍콩 경찰은 마침내, 시민들을 전쟁 상대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캐리 람을 죽여도 또 다른 캐리 람이 나타날 테니 결국 보통 선거권을 쟁취해야 하는 싸움임을 똑똑하게 인지하고 있는데.
경찰은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아무 무장도 하지 않은 사람의 심장을 겨누어 총을 쏘았다. 시위를 무력 진압하다 못해, 일반적인 국제관례를 어기고 퇴로까지 차단하고 정말 몰살시킬 각오로 공격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만큼 잔인하게 짓밟았다. 영화가 잔인한 장면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홍콩 경찰은 정말 잔인했다. (여담이지만 SNS에 홍콩 경찰 지지 의사를 올렸던 수많은 중국인 아이돌들이 떠올라 또 화가 났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돈 벌면서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는 행위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걔네가 지지한 게 이거라고요?)
시위의 마지막 순간은 홍콩 이공대를 배경으로 한다. 퇴로를 차단하고 시위대를 몰아세우는 홍콩 경찰 앞에서, 시위대에게 남은 길은 죽음 혹은 10년 징역형밖에 없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움직이고, 수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지만, 경찰은 동일한 스탠스를 유지한다. 수천 발의 최루액과 물대포로 사람을 날리고, 총을 쏘고, 끝내 아이들을 무릎 꿇리고, 구타하고, 질질 끌고 가고...
그렇게 홍콩은 국제 사회에서 조금 잊힌다. 미얀마에서도 괴로운 일이 생겼고, 우크라이나에도 전쟁이 났으며... 중국의 굴기는 계속되었다. 2020년에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을 시행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고, 한국 문화와 역사에도 자꾸 손을 대서 우리를 불편하게 또 긴장하게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 뇌리에 마지막으로 남은 홍콩의 인상은, 진압되기 전 마지막으로 홍콩 이공대 벽에 누군가 남겼다는 짧은 편지다.
세상 사람들에게
중국 공산당은 당신의 정부에 침투할 것이고
중국 기업은 당신의 정치적 입장에 간섭할 것이다
위구르족에게 한 짓처럼
당신네 나라를 털어먹을 것이다
정신을 똑똑히 차려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당신 차례가 될 테니까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훗날 홍콩 역사에 아마 2020년에서 2022년 사이는, 2019년이나 우산 혁명의 2014년보다 고요하게 기록될 것이다. 사실 그래서 본 영화였다. 어둠 속에서 연대하는 마음으로. 최루액에 맞서는 우산을 함께 받치는 마음으로, 의문의 추락사로 사라진 이들에게 낙하산을 달아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그런데 정작 내가 등장인물들의 우산 아래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10년 징역형을 받고 나와도 아직 이십 대 혹은 삼십 대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들. 또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더 잘 싸울 거라고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들. 변조와 모자이크를 뚫고 여기까지 전해지는 그들의 생생한 에너지가, 젊음이, 푸른 꿈이 기묘한 희망을 주었다.
하긴 그렇다. 비루하고 추레하게 제국을 바라는 이들은, 푸른 자유를 꿈꾸는 이들보다 먼저 죽을 것이다. 아무리 경찰이 총을 쏘고 쇠봉을 휘둘러도 모든 시민 모든 아이를 죽일 수는 없으므로. 모든 관례를 부술 만큼 비겁해지지 않고서는 싸울 수도 없었던 그들과 달리, 시위대에 있던 이들은 모든 희생과 고민과 절망을 다 끌어안고도, "우리를 기록해 주세요"라고 울먹이면서 말하고도, 여전히 싸울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끝난 어둠 속이 아니라, 신발 끈을 다시 매면서 장기전을 바라보는 휴지기의 어둠 속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홍콩에 우산을 받쳐줄 수도, 낙하산을 달아줄 수도 없는 우리지만, 단 하나 희망의 시간만큼은 함께 보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 안에 있으므로. 힘들어하면서도 함께 지켜볼 것이다. 우리의 무기는 기록과 희망이고, 그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공유를 통해 힘이 부여된다는 점이니까. 전작에서 우중충한 향후 10년을 상상하며 <10년>을 만들었던 감독이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상상해 펼칠 날을 기대하며, 촛불에서 촛불을 옮기듯, <시대혁명>으로 작은 힘을 함께 나누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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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이 영화를 다 보고 상영관을 나올 때는 충격이였다.
내가 알던 소니의 애니에이션이 아닌, 픽사에서 만든 줄 알을 정도로 엄청난 퀄리티를 보장한다.
-줄거리-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려 초능력자가 된 마일스는 어느 날 스파이더맨이 악당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고
피터는 자신과 같은 능력이 있음을 알고 도와주려 한다.
그 이후에 우연히 여러 개의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개의 스파이더맨들이 모여 악당과의 싸움을 준비한다.
평가
사실 소니에서 만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썩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케이블용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하지만, 극장용은 우리의 뇌리에 박힌 유아용을 만드는데, 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정말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바꿔 주었다.
영화 자체의 때깔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도 정말 좋았으며, 시각 효과도 훌륭했고, 영상미도 뛰어났다.
영화의 구성이 지저분하지 않고 딱 우리가 원하는 정도만 들어있으며,
개인적으로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스파이더맨 보다 더 만족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뮤직비디오같이 흘러가며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지가 아닌
어떻게 보여줄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을 영화로 안만들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은 최고로 잘 한 선택이였다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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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나를 ‘다이애나’라고 부르지만
영화가 시작하기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한 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짤막한 인터뷰가 나왔다. 그가 말했다. 다이애나 관련 영상을 ‘다’ 보았다고. 호기심이 잔뜩 일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납득할 만한 연기력을 처음으로 볼 수 있으려나.
그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들을 꽤 보았다. 2016년 <카페 소사이어티>와 <퍼스널 쇼퍼>, 2018년 <리지>, 2019년 <찰리스 엔젤스(미녀 삼총사 3)>, 2020년 <크리스마스엔 행복이>. 감상은 늘 비슷했다.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그런데 인상적이지도 않다. 꾸준히 작품을 해온다는 건 배우로서 욕심이 있고, 그만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데.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안 보여 내심 응원했던 것 같다. 구설수 말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슈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스펜서>를 보던 중 문득 생각했다. 이래서 다이애나비 영상을 ‘모두’ 보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구나. 디테일한 버릇, 몸짓, 말투, 태도까지. 그 인물을 잘 모르는데도 이 사람 특유의 제스처와 걸음걸이, 시선처리까지 한눈에 보였다. 물론 이 모든 걸 계산했다면 한계가 있었을 거다. 왜, 그런 캐릭터들이 있지 않은가. ‘나 지금 연기하는 중’ 임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캐릭터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자신이 알게 된 사실들을 모두 잊었다고 했다. 덕분에 연기가 아주 자연스러웠다. 애를 쓴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 한 인물의 감정선을 집중적으로 표현하는 영화에서 연기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물론 있다. 연출.
이제 영화 내용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대목을 짚어보려 한다. 비극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한 허구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라고 해야 할지 모호하다. 게다가 실화를 다룬 이야기는 내용을 알고 보아야 더 좋기도 하다. 예를 들면,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스펜서>
개봉: 2022.03.16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16분
출연진: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등
영화의 색감은 전체적으로 노랗다. 이건 몇 가지 효과를 만드는데 1) 색 바랜 느낌을 준다. 2~30년쯤 지난 옛날의 분위기 말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일이 1997년이니, 과거의 이야기를 바탕에 두었다고 표현한 것일 수 있겠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라는 영화의 주요 키워드와 연결되기도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2) 따뜻하다. 부드러운 햇살이 주는 따스함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삭막하고 엄숙하다. 이미지 간의 대비가 극명한 영화다. 다이애나의 화려한 겉모습과 썩어 문드러진 속(마음, 혹은 신체적 장기)을 대조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적막한 시작이었다. 배경이 넓게 보이는 롱샷으로. 군용차를 아주 조그맣게 보여준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고요히 울렸다. 그리고 카메라의 움직임은 드론 같았다. 차 문이 열리고, 군인들이 나오는 장면까지 말이다. 멀찍이서 비춘지라 인물 개개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로 한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 표정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게다가 똑같은 군복 차림이라서 구별하기도 어렵다. 그들은 하나의 존재처럼 턱, 턱, 턱, 묵직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계단 아래로 향했다.
그곳은 널찍한 주방. 철제 테이블이 즐비한 곳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이곳저곳을 걷다가 말한다.
Clear.
군인들이 나가고, 요리사들이 들어온다. 새하얀 요리복을 차려입은 그들과 군인들과 다를 바 없다. 셰프의 지시에 맞춰 움직인다. 무슨 전쟁 중의 만찬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끼리 오래간만에 모이는 자리였다. 정해진 순서, 정해진 역할, 정해진 준비. 숨이 꽉 막히는 상황. 배경에 깔린 음악이 불안하고도 불편했다.
한편, 다이애나는 홀로 운전 중이다. 도무지 알 수 없단 얼굴로 지도를 들여다 보고, 식당에 들어가 여기가 어딘지 묻는다. 길을 잃은 다이애나. 그가 물리적으로 처한 상황은 심리적 상황과 동일하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 딴에는 최선의 저항일 수도 있겠다.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억지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 최대한 늦게 도착하려고 이런저런 핑계를 만든 적. 사방에 널린 불편함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을 테다.
아주 느지막이, 왕실에 다이애나의 차가 들어선다. 그리고 그 위로 타이틀 <SPENCER>가 얹어진다. 현재 ‘다이애나’라고 불리는 그의 가문 이름, ‘왕세자비’에 가려진 그의 뿌리.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다이애나’ 혹은 ‘프린세스’가 들어가던 것. 왕실에서의 삶을 이름으로 붙였지, 그의 과거가 담긴 패밀리 네임은 제목으로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스펜서> 포스터를 보고서도 누구의 이야기인지 예측할 수 없다. 얼굴도, 익숙한 이름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웅크린 상반신과 끝없이 펼쳐진 드레스 자락만이 마주하는 전부다. 왠지 모를 무거움이 느껴지는 뒷모습.
즐거운 크리스마스에는 한 가지 풍습이 있다. 로비에서 몸무게를 재고,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 다시 몸무게를 재서 얼마나 무게가 늘어났는지 확인한다. 잘 먹었다는 게 그만큼 시간을 잘 보냈다는 의미인 것처럼. 다이애나에겐 곤혹일 수밖에 없다. 명분뿐인 자리에서 즐거움은 찾아볼 수 없고, 무시와 조롱을 묵묵히 견뎌야만 한다. 3일. 3일만 버티자. 스스로에게 되뇌는 수밖에.
이제 환각 같은 일들이 드문드문 일어난다. 제가 앉을 의자에 각자가 맞춰 앉은 식사 자리. 남편 찰스 공이 준 진주 목걸이를 성가시다는 듯 계속 만지작대다 힘으로 뜯어낸다. 자연히 진주들은 하나씩 떨어져 일부는 수프에 퐁당 들어간다. 다이애나는 그것들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킨다. 딱 하나가 아니라 하나씩 여러 개를.
반짝이는 진주 목걸이. 보는 사람 눈에는 아름답지만, 착용하고 있는 사람에겐 무겁기만 하다. 목을 감싼 모양새가 목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곳을 ‘집’으로 명명해야 하는 다이애나에게 주어진 상징물. 게다가 진주 목걸이는 찰스가 불륜 상대에게 먼저 준 것이다. 결국 다이애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간다.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해야 하는 답답함. 뭐라도 뱉어내고 싶지 않을까. 애석하게도 얼마 먹지도 못한 수프가 뱉어낼 수 있는 전부다. 차라리 목을 꽉 막고 있는 진주였다면 좋았을 텐데.
무너진 그를 어떻게든 지탱하는 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이다.
윌리엄과 해리, 두 아들들과 함께일 땐 다이애나가 밝다. 평소에도 몸에 밴 웃음기가 있지만, 표정에 생기가 돈다. 장난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왕실을 비꼬는 상황극을 이어간다. 두 아들의 나이대는 다이애나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 마냥 행복했던 지난날. 자신의 진짜 집이 있던 때. 마구 달릴 수도, 웃을 수도, 있던 때.
두 아들은 현재에 머물면서 다이애나에게 과거를 느끼게 해 준다면, ‘앤 불린’은 말 그대로 과거의 사람이다. 온갖 누명과 추문을 뒤집어쓰고 끝내 사형당한 영국의 16세기경 왕비. 의아한 건 다이애나가 앤 불린의 언니인 메리 불린의 후손이라는 거다. 왜 자신의 선조가 아닌 앤 불린의 환영을 보고, 살아갈 힘을 얻었을까.
아마 자신과 비슷한 삶이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을 둘러싼 헛소문과 음해를 알면서도, 끝내 사형대까지 몰린 사람. 찰스의 경멸 어린 눈빛, 낮잡아 보는 태도, 미친 사람 보듯 하는 왕실의 신하들. 이러한 환경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건 생각만큼 어렵다. 게다가 왕실의 말을 듣지 않아서 죽게 된 선례가 버젓이 있으니, 압박감은 엄청날 테다.
그러나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사람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존재한다.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아는 셈이다. 사행 집행일에’ 나는 목이 얇으니 금방 죽이겠다’고 농담한 앤 불린의 담대함. 표적이 되었음에도 당당한 자세. 앤 불린은 사형당했으나 불쌍히 여길 사람은 아니다. 왕실이 그를 죽인 건 절대 움츠러들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크리스마스 만찬을 벗어난 다이애나는 자신의 옛날 집으로 향한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상태가 나빴다. 꼭 다이애나처럼. 위험한 곳이라고 왕실의 소령에게 알리고, 그는 웃으며 답한다. 썩은 계단을 밟아 죽는 건 다이애나의 선택이라는 듯이. 그곳에서 죽으려던 다이애나는 앤 불린의 환영이 걸어오는 말을 듣고, 꿋꿋이 살아가기로 한다.
다이애나,
당신의 무기는 당신 자신이에요.
다이애나의 옛날 집 주변에는 허수아비가 있는데, 아버지의 낡고 해진 재킷이 걸려있다. 다이애나는 언젠가 그것을 깨끗이 만들어 놓으라고 재단사 ‘매기’에게 말했다. 하지만 매기 또한 환영이다. 말끔하게 바뀐 줄 알았던 재킷은 여전히 더럽고, 매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앤 불린의 환영으로 생을 다짐한 다음 날, 환영이 아닌 진짜 매기가 나타난다.
환영과 실제의 차이는 화면 구도에서 보였다. 환영에서는 인물의 얼굴이 명확하게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이애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매기의 눈과 몸은 관객, 즉 정면이 아닌 다이애나를 향하기에.
그러니까, 다이애나는 몰랐던 거다. 자신과 몇 없는 주변 인물들 사이를 갈라 치기 하고, 헐뜯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도 있음을. 환영의 여성, 그리고 실존하는 여성에게서 힘을 얻은 다이애나는 두 아들을 꿩 사냥에서 빼내오기로 한다.
방법은 간단했다. 평소처럼, 그러니까 ‘미친 것처럼’ 보이면 되었다. 꿩 사냥을 하는 한복판에 나타나 아들 둘이 자신에게로 올 때까지 이곳에 서있겠노라고. 역시나 찰스는 끔찍하다는 얼굴이다. 다이애나는 그 눈빛에 개의치 않는다. 자신과 따스한 감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은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없다. 영화 초반, 다이애나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길과는 다르다. 그 길은 하나 빼고 모두 닫혀있었고, 이 길은 모든 방향으로 열렸다. 얼마나 열렸는가 하면 드라이브 스루로 치킨을 주문할 정도로. 그리고 이때, 다이애나는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말한다.
스펜서.
모두가 그를 다이애나라고 칭하지만, 그는 자신을 스펜서라고 칭한다. 엄연히 다른 이름, 다른 존재로.
스펜서의 마지막 표정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다. 파파라치, 교통사고. 이로써 마냥 좋은 결말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해방감을 느낀 순간이 무의미하지도 않다. 허수아비처럼 왕실 한 자리를 지키고, 정해진 옷을 순서대로 입어야 하고, ‘좋은’ 겉모습을 꾸며내는 데에 급급한 삶에서 단 한 번이라도 자유를 얻었다면.
끝으로
매기가 말하기를, 당신에게 필요한 것.
Love 사랑
Shock 충격
Laughter 그리고 웃음.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 받아, 참석 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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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만큼은 맘껏 웃고 싶을 때, <패딩턴>
오늘의 영화는 바로,
맘껏 웃고 싶을 때 보는 영화 <패딩턴>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코미디 | 영국 | 95분
감독 폴 킹
출연 벤 위쇼, 니콜 키드먼, 휴 보네빌 등
등급 전체 관람가
줄거리
폭풍우에 가족을 잃은 꼬마곰 ‘패딩턴’은 페루에서 영국까지 ‘나홀로’ 여행을 떠난다.
런던에 도착한 ‘패딩턴’은 우연히 브라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다!
한편, 말하는 곰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악당 박제사 ‘밀리센트’는 호시탐탐 ‘패딩턴’을 노리는데…<패딩턴>의 T.M.I
ⓒ 네이버 영화
<패딩턴> 원작은?
1958년, 영국의 문학작가 마이클 본드의 '내 이름은 패딩턴'이 영국에서 첫 출간되면서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 패딩턴 베어 시리즈는 3,500만부 이상 판매,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패딩턴 속편
2015년에 패딩턴이 개봉한 후, 2017년에 패딩턴 2가 개봉했고,
현재 패딩턴 3 제작 중에 있습니다.
"맘껏 웃게 만들다!"
ⓒ 네이버 영화
<패딩턴>은 페루에 살던 꼬마곰이 런던에 오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담았습니다.
꼬마곰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 상황 자체도 너무 재밌긴 하지만,
꼬마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런던의 모습 또한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칫솔이 어떤 용도를 쓰이는 물건인지 모르고 귀를 닦기도 하고,
안내 문구를 잘못 이해하고 하는 행동, 패딩턴의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을 띄우게 만들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
ⓒ 네이버 영화
벤 위쇼, 니콜 키드먼, 휴 보네빌, 샐리 호킨스,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들이죠?
세계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여배우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니콜 키드먼은
자신의 딸을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냉정하고 집착이 강한 박제사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습니다. 주인공 '패딩턴' 목소리는 가디언의 Hot List 2007에 주목해야 할 배우로 선정된 벤 위쇼가 맡았습니다. 밝고 천진난만한 패딩턴 그 자체를 보여줘 극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싶다?
-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귀여운 캐릭터와 유쾌함이 더해져 큰 재미를 선사하는
지금까지 영화 <패딩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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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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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꿈과 사랑 앞에 선 한여름의 두 청춘, 영화 <지원의 여름> 김우식 감독 인터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7월에서 9월로 계절을 옮겼습니다. 9월은 바야흐로 가을의 시작이지만, 아직까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하면 저절로 여름이 연상되곤 합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지원의 여름>은 이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비슷한 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지난해 9월에 촬영했지만 여름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작품이지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기에 제천에서 보았을 때 그 느낌이 더 남다르기도 합니다. 김우식 감독은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강렬함과 그것이 끝나갈 때의 속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9월의 제천에서, 김우식 감독을 만나 <지원의 여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원의 여름
Summer Replaying
Summary
동명의 연인, '지원'과 '지원'. 7년의 연애와 밴드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두 사람은 어느 늦여름 밤에 재회한다. 여느 밤처럼 어물쩍 지나갈 하룻밤을 기대한 '지원'과 달리, 또 다른 '지원'은 어떤 결심을 하기 위해 그를 찾아온다. 이튿날, '지원'은 해체한 밴드 멤버들과의 낮술 자리에 가게 되고, 그 해 여름은 예상 밖으로 전개된다.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Cast
감독: 김우식
출연: 구교민, 성채우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가을로 옮겨 괜히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제천에 와보니, 다행히 영화 속 배경과 꼭 닮은 여름 그 자체의 날씨네요.
실은 저희도 작년 9월 11일에 첫 촬영을 했어요. 한여름에 찍으면 너무 더울 것 같아서 일부러 좀 뒤에 찍었거든요. 더위를 피해 9월에 찍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꿋꿋이 촬영해보려고 했지만, 결국엔 다 버리고 어쩔 수 없이 추가 촬영을 했죠. 그런데 오히려 좋았어요. 예산이 한정된 독립영화 촬영 환경에서 리허설은 꿈도 꾸기 어렵거든요. 추가 촬영 덕분에 리허설 아닌 리허설을 해보고, 더 나은 방식으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이드인제천 세션의 유일한 장편 영화입니다. 제천에서 관객분들을 만나시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 작품은 7년 전에 만든 시나리오로 되게 오랜만에 찍은 영화예요. 저희 같은 독립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관객을 만나 생명력을 얻기가 어렵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원의 여름>이 비로소 생명력을 얻어 본인의 역할을 하는 순간이라서, 저희에게도 뜻깊고 특별해요. 단 한두 명의 관객이라도 저희 영화에 공감해 주시고, 잘 봤다고 이야기해 주시면 너무 힘이 나고 벅찰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두 '지원'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같은 연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저희 작가가 당시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가 있었는데, 실제로 그 밴드가 해체를 겪었어요. 그런 일련의 사건들과 엮어서 나온 이야기예요. 초반부에 나오는 인터뷰와 밴드 공연 장면은 실제로 작가가 좋아하는 밴드가 해체되면서 공개된 유튜브 영상을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했죠. 또 각본을 쓴 저희 작가가 '지원'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생각해 보면,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에 저희가 늘 어딘가에 지원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기도 했네요.
끝까지 진심을 다하는 여자 '지원'과 비참해지기 전에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는 남자 '지원'. 두 사람은 사랑과 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른데요. 이러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남자 '지원'은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꿈도 사랑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는 친구예요. 선택을 계속 미루는 거죠. 음악도 계속하고 싶고, 여자 '지원'도 여전히 사랑하는데 말이에요. 반면, 여자 '지원'은 꿈과 사랑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확하게 선택하려는 친구예요. 그래서 끝까지 가볼 수 있는 거죠.
극 중의 주인공은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저도 그들과 비슷한 나이에 영화를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어릴 땐 평생 영화를 찍으면서 예술가이자 감독으로서 살 거라고 믿었어요. 첫 영화제 갔었을 때 제가 최연소 감독이었거든요. 그 당시에 스스로 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의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가겠구나. 그렇게 현실을 알게 되고, 영화를 할지 말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남자 '지원'처럼 영화를 애매하게 하기는 싫었어요. 지금은 영화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고, 욕심도 부리지 않아요. 다만, 만들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가 있을 때 이를 영화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해요. <지원의 여름>은 이런 저 자신의 이야기도 반영된 작품이에요.
'지원'을 맡은 배우들이 완전히 다른 두 성격의 인물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배우를 섭외할 때 고민하신 지점이 있었나요?
<지원의 여름>은 남자 '지원'이 끌고 가는 부분이 많은 영화예요. 다른 어떤 역할보다도 남자 배우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남자 '지원' 역의 배우를 섭외하고, 그 분과 어울리는 배우분들을 찾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섭외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남자 '지원' 역을 맡은 구교민 배우에게 같이 활동하는 배우 중에 시나리오와 어울릴 만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섭외를 해서 케미스트리를 만들기보다 이미 케미스트리가 있는 사람들이 나오길 바랐거든요. 그렇게 여자 '지원' 역과 밴드 멤버 분들을 모집할 수 있었죠. 이 영화는 '구엔터' 없었으면 배우 섭외가 어려웠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해요.
여름을 잘 담아낼 로케이션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장소를 고르셨나요?
원래 배경은 한강이었어요. 그러다가 촬영 지원을 받기 위해 로케이션을 충청도로 바꾸었죠. 공간을 바꾼 게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원래 주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남자 '지원'의 집이 복도식 아파트였는데요. 그때만 해도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였는데, 7년 동안 세상이 바뀌면서 그게 불가능해졌죠. 그래서 아예 공간을 주택과 담벼락으로 바꾸었어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담벼락에서 남자 '지원'은 어린 소녀 '지원'을 만나기도 합니다. 남녀 '지원'에 이어 어린 소녀 '지원'까지 넣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저희 영화에는 이렇다 할 영화적 사건이 없어요. 1박 2일에 걸쳐 벌어지는 일에 불과하니까요. 소소한 이야기들의 연속일 뿐이죠. 냉정하게 따지면 장소도 많이 나오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재미를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구조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캐릭터가 리듬을 바꿔주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어린 소녀 '지원'과 밴드 멤버 '영재'가 바로 그 리듬의 캐릭터였어요.
'로우테잎'이라는 실제 밴드의 공연 모습으로 영화가 막을 내려요. 픽션일 뿐이었던 영화가 한순간에 현실로 끌어당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제 밴드의 노래들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곡 저 곡 쓰기보다는 실제 밴드의 음악이 들어가서 일관된 느낌을 자아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밴드와 협업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분들도 제가 담고자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고민을 해오셨던 걸 알게 됐어요. 실제로 이 밴드가 엔딩곡으로 삽입된 노래를 싱글로 발매하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셨거든요. 저희 영화가 그 밴드의 삶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지만, 엔딩 장면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들이 단순히 상상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고민들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지원의 여름> 이후, 어떤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고 싶으신가요?
이 작품이 저의 첫 장편 영화인데, 한 번 찍고 나니까 다음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리더라고요. 아직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인데, 일제강점기에 강제 이주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자신을 어떤 감독으로 기억하길 바라시나요?
제가 만드는 영화는 살짝 애매한 포지션에 있어요. 완벽한 상업 영화도 아니고, 이런 영화제가 사랑하는 뾰족한 영화도 아니죠. 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고 나면, 나름대로 괜찮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으로 기억해 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9월 8일(일) 16:00 청풍리조트 컨벤션홀
9월 9일(월) 10:00 제천예술의전당
글: 하이스트레인저 방해리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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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하지만 균형 잡힌 캐릭터, 크루엘라
삶을 살아가며 경쟁은 필수적이다. 어린아이일 때도 뭔가를 먹거나 얻기 위해 다른 친구들과 작은 경쟁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것이 가족이나 형제자매일지라도 그 안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순간이 있다. 청소년 시기가 되면 학교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며 공부의 성적으로 경쟁을 한다. 내가 몇 번째이고 친구는 몇 번째인지 순위를 알게 되고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앞으로의 진로에 꽤 많은 영향을 준다. 그렇게 유년기의 경쟁이 끝나고 성인이 되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그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 큰 경쟁의 시장으로 나가게 된다. 그런 상황을 개인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상관없이 그런 경쟁 상황은 끊임없이 다가오고 또 도전하게 만든다.
그런 경쟁에서는 늘 라이벌을 만나기 마련이다. 좋은 경쟁 관계가 형성되면 상대방보다 앞서기 위해 계속 신경 쓰며 노력하게 된다. 일종의 공생관계처럼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완전한 경쟁관계가 되어 자신의 부족함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기도 한다. 자신의 경쟁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처리해 나가는지는 한 사람의 성공과 밀접히 연관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경쟁자를 인정하고 좀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경쟁자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방법으로 성공을 얻는 사람도 있다. 배타적으로 사람을 택하는 사람들은 경쟁자뿐만 아니라 자신을 돕는 사람들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성공에 방해되거나 작은 의견 차이가 있으면 바로 그 상대방을 제거해 버리며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독특한 기질을 가진 크루엘라의 이야기
영화 <크루엘라>는 주인공 크루엘라(엠마 스톤)의 유년기 삶을 보여주면서 성인이 되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경쟁상황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1996년에 개봉한 <101마리 달마시안>에 등장했던 악당 크루엘라를 재해석한 영화는 검은색과 하얀색 머리가 함께 자라고 있는 크루엘라라는 인물이 남다른 상황에서 성장해나가는 젊은 시절 이야기를 원작 영화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크루엘라의 원래 이름은 에스텔라다. 엄마 캐서린(에밀리 비샴)과 보냈던 유년기를 보여주는 영화의 초반 20분은 에스텔라로서의 삶을 보냈던 크루엘라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엄마는 늘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생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대로 에스텔라는 노력하지만 그가 원래 가지고 있는 기질은 숨길 수 없으며 학교생활을 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엄마와 그가 ‘크루엘라’라고 지칭하는 그 성격은 직설적이고 대범하고 또 지기 싫어하는 어찌 보면 엉뚱한 문제적 아이다. 그래서 남자아이들과 다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똑 부러지게 말하지만 그로 인해 학교에서는 퇴학을 당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크루엘라의 지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이다. 크고 작은 놀림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일단 한 번 다툼이 일어나면 꼭 상대방을 밟고 이겨야 하는 성향이다. 또한 호기심이 강해서 이런저런 일에 참견하고 참여하게 되는데, 영화 초반에 벌어지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루엘라는 일반적인 아이와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머리카락의 반은 검은색이고 나머지 반은 흰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기이한 모습이겠지만, 딱 반반씩 나누어져 있는 머리는 영화 속에서 묘하게 균형 잡힌 것처럼 느껴진다. 학교에서 그는 그 자신의 머리와 자신의 성격을 일부러 애써 감추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엄마를 잃고 아이가 다른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는 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선에 의해 억압받아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길을 택해 그간 가지고 있던 균형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고아로 같이 살아가는 제스퍼(조엘 프라이)와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는 크루엘라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한 편으로는 바보 같아 보이지만 그들과 함께 지내며 크루엘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자유롭게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이 두 명의 친구가 대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스퍼와 호레이스는 비록 모자라 보여도 그들이 가진 순수함은 크루엘라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인격, 즉 에스텔라와 크루엘라의 성향을 균형 있게 삶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크루엘라의 경쟁자로 등장하는 남작 부인(엠마 톰슨)은 감정이 전혀 없는 인물처럼 보인다. 유명한 디자이너인 그는 자신의 경쟁자가 등장하면 상대방을 완전히 밟아버려 시장에서 퇴출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 남은 시장 내 명성과 부를 혼자 독식한다. 그렇게 자신의 명성을 쌓고 자신감을 만들어낸 그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고용인들을 마음껏 부리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해고를 시켜 버린다. 심지어 사소하게라도 방해되는 사람을 완전히 처단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살인이라 할지라도 주저하지 않을 성향을 가졌다. 그가 가진 이런 특성과 그가 가진 과거의 비밀은 크루엘라가 그의 경쟁자 반열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드는 도화선을 만들어준다.
모두 뛰어난 재능과 남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남작부인과 차별화되는 크루엘라
영화 <크루엘라>는 크루엘라가 전면적으로 남작부인에게 다양한 형태의 옷과 이벤트로 대중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장면부터 두 사람의 대결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두 사람이 가진 머릿속의 패션 아이템들을 비교하는 런웨이가 어느 장소에서나 펼쳐지는 느낌이 드는 비교 장면들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디즈니 영화답게 재해석된 이 영화에는 화려한 화면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포인트는 닮은 듯한 두 주인공의 대결 장면이다. 남작 부인과 크루엘라는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조금은 괴팍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가진 유년기 시절의 기억은 다른데 특히 크루엘라가 만난 엄마라는 존재와 그가 알려주었던 삶의 팁은 이 두 사람의 삶과 방향성을 크게 차이 나게 만든다.
남작 부인에게는 가족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없다. 그저 자기중심적으로만 사고하고 판단하는 그에게 다른 이들은 그저 성공을 위한 부속품 정도로 보인다. 친한 친구나 친지도 전혀 없어 보이는 그는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고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는 가차 없이 필요 없는 사람을 내친다. 그것은 그를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로 만들었고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뒤늦게 등장한 크루엘라는 사실 남작 부인과 같은 성향을 가지려 하지만 그에겐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다. 돌아가신 엄마로부터 받은 기억과 추억들, 그리고 유년기를 함께 했던 제스퍼와 호레이스는 크루엘라가 제2의 남작 부인이 되지 않도록 영향을 준다. 그래서 크루엘라는 괴팍하지만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즉, 남작 부인은 극단적으로 무너지기 쉬운 아슬아슬한 길을 자신만의 강력한 힘으로 지탱해 왔지만 자신의 힘이 느슨해지는 순간, 금방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크루엘라 역시 아슬아슬한 길을 가지만 그가 떨어질 순간순간에 그의 손을 잡아 떨어지지 않게 해 줄 주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마치 크루엘라의 검은색, 흰색 머리처럼 그가 삶에서도 균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도 크루엘라의 관계나 행동에서 묘한 균형을 느끼게 만든다.
디즈니 영화답게 다른 의미, 다른 이미지의 공주 탄생을 보는 것과 같이 구성된 영화는 전형적인 악당이었던 인물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하여 흥미로운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특히나 크루엘라를 연기한 엠마 스톤은 완벽하게 크루엘라와 맞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괴팍하지만 따뜻함도 가지고 있는 그는 큰 눈으로 경쟁상대를 제압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이용해 영화 전반을 압도한다. 특히나 크루엘라가 다양한 패션 센스를 뽐내는 영화 후반부는 그의 매력이 더욱 도드라진다. 또한 남작 부인을 연기한 엠마 톰슨의 연기도 훌륭하다. 성공했지만 괴팍한 패션 디자이너를 얄밉게 연기하고 있다. 그가 먹던 점심 그릇을 차장 밖으로 우아하게 던질 때나, 후식 디저트를 먹고 이쑤시개를 떨어뜨리는 모습 등 다양한 행동을 하는 장면을 통해 그 캐릭터의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흑과 백이 대비되는 것처럼 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남작 부인과 크루엘라, 크루엘라와 에스텔라의 대비는 궁극적으로 크루엘라의 발전을 이루는데 큰 영향을 주는데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둘의 특성의 균형점을 찾아서 그 발전점을 향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의 크루엘라는 일그러진 괴팍한 인물이 아니라 어떤 적절한 균형점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의 길을 만들어낸 인물로 재탄생하게 된다. 크루엘라는 주변 사람을 챙기며 협력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그렇게 사람들의 호응까지 얻는 그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그 길은 남작부인이 갔던 길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는 직전 연출작인 <아이, 토냐>(2018)에서 악녀로 취급받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마고 로비)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기려고 노력하는 토냐의 모습에서 남작 부인의 모습이 보이니도 한다. 어쩌면 전형적인 악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온전히 자신의 성공만을 생각하는 인물이고 주변 관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독이 추구하는 악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디즈니와 손을 잡은 감독은 꽤 매력적인 이야기를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만들어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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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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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엘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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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3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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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 #매트릭스리저렉션 #드라이브마이카 #신데렐라2마법에걸린왕자 #호두까기인형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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