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샤2025-03-30 20:09:53
홋카이도의 봄을 가로지르는 진심과 결심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 리뷰
기후 위기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양이다. 3월 초만 해도 예년보다 빨리 봄이 오는가 싶더니 봄은 갑작스레 훌쩍 멀어졌고 3월 마지막 주말에는 때아닌 눈까지 휘날렸다. 그래도 기어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봄은 봄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은 왠지 몽글몽글해진다.
4월 2일(수)에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봄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197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의 봄이 또렷한 총천연색으로 재현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일본의 홋카이도는 영화 <러브 레터>의 겨울 설경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관왕을 달성한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홋카이도의 봄 풍경을 충실히 담아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미감을 선사하는 로드 무비다.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여행길에 오른 두 젊은 남녀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와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가오리)는 로드 무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어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가 밋밋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갓 출소한 시마 유사쿠(다카쿠라 켄)가 두 청춘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진다(시마 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은 영화 팬들에게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익숙하다.) 과묵한 시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를 자꾸 변경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시마가 마침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체념적 어조로 토로하자 하나다와 오가와는 시마의 진심에 완전히 공감해 자신의 일인 것처럼 시마를 도와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하던 시마는 하나다와 오가와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진심을 받아주었는지 확인하러 가겠다고 결심한다. 홋카이도의 봄은 푸른 생기를 잔뜩 내뿜으며 시마의 진심과 결심을 뒷받침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갱생, 구원, 사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듯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사랑의 감정이 돌연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행복의 노란 손수건>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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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보통의 뻔뻔함, 보통의 부끄러움
대형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잘 나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부부다. 돈 많이 버는 변호사 재완. 여러모로 부러운 인생이다. 그 부러운 인생을 1000% 누리고 있는 건 젊은 아내 지수(수현)다. 온갖 럭셔리한 와인과 음식으로 매일을 즐기고 있는 지수. 부부사이도 좋아 재완에겐 사실 걱정할 게 별로 없다. 그 적지 않은 걱정거리 중 하나는 딸 혜윤(홍예지)이다. 아낌없는 주는 아버지인 재완. 체크카드건 신용카드건 선뜻 내준다. 심지어 공부까지 꽤나 하는 편에 인간관계도 좋으니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부부다. 어느 종합병원의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재규. 불친절한 의사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같이 친근한 사람이다. 아픈 사람의 보호자에게 공감할 줄 알고, 아내에게도 가정적이다. 심지어 강직하기까지 하다. 소속된 병원에서도 뛰어난 업무처리능력과 올곧은 성품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친형인 재완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을지 몰라도 인간으로선 훌륭한 사람이다. 심지어 아내 연경(김희애) 역시 약자에게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임과 동시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이다. 가족 간의 관계도 좋은 편인데, 또 치매에 걸린 재규의 어머니도 정성스레 보살필 정도다.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입이 안정적인 재규. 역시 별로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몇 안 되는 걱정거리는 아들 시호(김정철)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호. 유일한 친구라곤 사촌누나 혜윤이다. 뭐 형제의 자녀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게 문제야? 두 부부가 딱히 이 둘의 사이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던 도중 사건이 터진다. 혜윤이 위축된 시호를 위해 친구들이 가득한 파티에 동행했고, 이 두 사람이 술김에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나의 자녀들이 사람을 죽였다. 과연 두 부부는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지지부진한 타율 속 안타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가장 첫 번째 생각.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다는 것이다. 어느새부턴가 한국 상업영화에 문학적인 느낌이 별로 없는 듯하다. 올해 흥행했던 한국영화를 보면 다 장르적인 쾌감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탈주>나 <베테랑 2> <파묘> 같은 영화를 생각해 보면 다 별개의 작품이긴 해도 ‘팽팽한 긴장감이 재미있었어’라고 결론 내기 쉽다. 영화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시각적인 쾌감을 영화의 동력으로 삼는다. 이것에 반대선상에 있는 <리볼버> 같은 영화는 사실 사람들이 주연 배우의 기행만 기억하지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본작 <보통의 가족>은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밀하게 짜여있는 세상을 그대로 바라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글쓴이 머릿속에 생각나는 소설.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란 작품이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김기태 작가의 저널리스트적인 서술이 이야기 전면에 깔려있어서 핵심으로 작동한다. 또 세계를 구성하는 세상에 대해 성실하게 묘사한다. <보통의 가족> 역시 이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소설처럼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있어 어떤 장면은 종교를 끌어온다던가 먼발치서 촬영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너무 내밀한 사연은 쓰지 않도록 유도한다. 또 이 영화를 둘러싼 인물들의 판단과 감정, 세계관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재완과 재규 형제의 내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시간순서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소설 초반 설정 설명하듯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심오한 작품성만 드러낸 영화다? 아니다.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서도 뛰어난 스릴러물이다. 빠른 템포로 장면을 쳐내면서 이야기를 힘 있게 전개한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배우의 연기와 사건 구성을 기괴하게 보여줌으로써 기이한 동력을 촉발시킨다. 어떤 면에서는 <서울의 봄>이 장르적으로 좋은 영화였다는 점과 공통점을 가지기도 한다.
인간 광기의 근원을 묻다
이 영화에서 ‘보통’의 의미는 러닝타임이 가면 갈수록 변하고 있다. 초반부. 영화가 두 가족을 보여준다. 재완 가족은 쉽게 말해 금수저다. 돈이 많은 재완. 아버지가 잘 나가는 변호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딸 혜윤(홍예지). 혜윤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외모도 예쁘고 아버지가 돈이 많으니까 평범한 학생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반대로 재규 부부의 아들 시호는 평범한 아들이다. 평범한 외모와 체형에 학원도 다닌다. 아마 성적도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호가 겪는 일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면서 인물 내면에 고요한 폭력이 내재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과 평범한 가족이 대칭을 이루면서 묘사되어 있다. 두 인물 간의 대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영화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묻는다. ‘어떤 지점에서 두 사람이 이렇게 다를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단순히 이 대비만 보여주면서 질문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반복과 차이라는 방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이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 있다. 첫째로 반복이다. 영화에서 유튜브라는 매체는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맥락을 가지는 것이 있다. 두 가족 6명의 인물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보통’이라는 테마는 여기서 구현된다. 유전적으로 ‘보통’의 특성이 두 가족에게 그대로 구현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이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부분은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화 내내 빼곡히 반복될 만큼 작품이 채택한 모티브이기도 하면서 엔딩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거울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짜 형제는 한 쌍이다. 재완과 재규다. 보통 형제라고 하면 피를 나눴다는 말을 쓴다. 이런 생물학적 배경과는 반대로 영화에서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재완과 재규다. 실리주의자인 재완과 윤리적인/도덕적인 문제를 중요시하는 재규. 두 인물은 이 영화의 윤리적인 딜레마를 정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가 되면 두 인물은 다시 한번 엇갈린다. 두 형제가 영화 내내 으르렁거림에 따라 둘은 전혀 다른 인물유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전부 의도하고 묘사한다. 영화가 이 두 남자의 차이점을 부각하면 부각할수록 이 사람들이 유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보통’하면 여러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영화에서 두 남자가 공유하고 있는 ‘보통’은 일반적인 한국사회에서 범상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보통의 의미를 가장 일반적인 ‘가족’이라는 소재로 뒤튼 것이다.
여기서 이 보통의 의미를 뒤틀었다는 의미를 형제에만 국한 지으면 영화의 밀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어떤 것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이 영화는 여러 근거를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두 형제의 자녀인 시호와 혜윤는 사촌관계지만 영화 안에서는 사실상 형제처럼 묘사된다. 아예 정반대의 상황에서 자랐지만 두 사람은 연대한다. 이 연대의 근거가 ‘두 사람이 친척(가족)이라서’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글쓴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완 부부와 재규 부부의 공통점이다. 재완과 재규의 내면이 서로 엇갈리면서 두 사람이 형제인 것을 드러내고, 그것이 보통이라는 특성을 비튼다는 것과는 별개다. 이런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일반적이고 보통의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비는 두 가족의 밖과 안에서 반복된다. 수많은 가족들이 영화 안에서 등장하고 퇴장하는데 가족을 넘어 인간 광기의 본질을 다루는 데 있어 적합한 이야기 흐름이었다. 딱 두 사람만 떼서 보여주기보다는 연이어 이어 붙이며 보통의 의미가 여러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반복과 차이라는 테마를 밀도 있게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을 보여줬던 허진호 감독의 역량 덕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어떻게 보여줬을까? 글쓴이가 위에서 적은 내용을 중심으로 써보자면 반복과 차이,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보여주려면 당연히 여러 사람들이 각본 안에서 필요하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복잡한 것들을 인물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 간단하게 보여줌으로써 ‘저 사람이 저렇고, 과거에 그 사람이 그랬네’라고 이해하기 쉽다. 이걸 영화가 카메라워크로 왜곡시키면거나 정면으로 보여준다. 또 템포를 짧게 잘라내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풀어지지 않게끔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연출이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행복>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와 차이점이 있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으나 글쓴이는 그렇게 생각 않는다. 이영화들(허진호 감독의 영화들)이 가진 감정적 전달력이 본작에서 여지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역시 허진호다!’싶다.
좋은 각본과 연기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웰메이드'다. 장르적으로 재미있고, 문학적인 연출로 영화가 확실한 기획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또 설경구-수현-장동건-김희애 네 배우의 훌륭한 퍼포먼스를 꺼내는 허진호 감독의 연출가로서의 역량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탄탄한 연출을 타고 도착한 엔딩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 광경까지 보고 나서 드는 생각. 과연 보통의 의미는 뭘까? 우리 안에도 이 영화가 상정한 '보통'이 있지는 않을까? 상업적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둘 것 같지는 않지만 2024년을 되돌아볼 때 우선순위에 있을 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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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나오는 한국 영화 '옥자' 스포일러 포함
옥자
2017.06.29 개봉
모험/액션, 12세 관람가
한국, 120분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등
넷플릭스가 유명하지 않던 시절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로 인해 넷플릭스 존재를 알게 되었었는데요
띄엄띄엄 아는 장면들은 많았는데
영화를 풀로 본 건 6년 만인 바로 오늘이었네요 ㅎㅎ
아무래도 상업적으로 만든 영화도 아닌 것 같은 데다가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깊은 울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라 그런지... 작품성은 개쩔어요
설국열차와 기생충 그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느낌의 영화랄까요?
스토리부터 영상미까지 봉준호 감독님의 향이 느껴집니다
'옥자'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옥자를 구하려는 순수한 아이와
그런 옥자를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기업
그 둘만의 리그가 아니었다는 점이었어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가 끼어 삼파전으로 가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옴과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구도가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원래 영화 같았음 미자를 돕는 인물은 당연히~ 안 나오고
동물 보호 단체라고 하다가도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주인공을 배신하는 게 클리셰인데
ALF의 리더는 끝까지 미자와 옥자를 생각해 주더라고요
게다가 시위, 작전을 하면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게 규칙이라는 게... 너무 감동적
이렇게 착하고 완벽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가는데도
절대 쳐지지 않고 오히려 감동만을 이끌어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옥자'는 감정선을 잘 건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역시나 엔딩이랄까요......
지금껏 빌런의 역할을 했던 루시 미란도는 어디로 가고
그의 언니 낸시 미란도가 최강 빌런 역할로 나섭니다
그러고도 미자가 옥자를 사겠다고 금돼지를 주니까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바로 옥자를 줘 버려요
아무리 돈을 욕망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엔딩이 힘이 없고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토리도 이리 좋은데 영상도 나쁘지 않아요!
슈퍼돼지인 옥자의 움직임도 스무스한 게 괜찮고
특히 지하상가를 헤집어 놓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은데요 ㅎㅎ
죠니의 실험실에서 옥자가 당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강제 짝짓기를 시키던 그 모습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지만 영화에선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동물원이랑 아쿠아리움 같은 게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인기 있는 푸바오도 ㅠㅠ,,
아무리 직원분들이 잘 챙겨 주신다고 해도
우리 안에 있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숨막힐지 상상도 못하잖아요
게다가 인기 얻은 이후엔 손님도 바글바글 할 거구요
사실 저도 올 상반기에 과천 동물원에 다녀왔는데
동물들이 죄 힘이 없고 축 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현타가 왔거든요
그 이후로 동물원, 아쿠아리움은 안 가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ㅠㅠ
동물들아 미안해 . . .
제가 뽑은 '옥자'의 최고 명장면은
미자와 옥자가 한국으로 돌아가려 직원들을 따라 갈 때
울타리 밖으로 자기 새끼를 몰래 밀어넣던 슈퍼돼지 부모의 모습 ㅠㅠ
죽으러 가는 거 뻔히 알고 자식이라도 살리기 위해
생판 모르는 미자와 옥자에게 새끼를 맡겨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이 슬픕니다
주인공인 미자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수백 마리의 슈퍼돼지들은 죽임 당했으니
이건 새드 엔딩이나 마찬가지예요......
*스토리: 3/5점
*연출: 3/5점
*영상미: 2/5점
*OST: 1/5점
*연기: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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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다
영화 《모아나》가 디즈니가 그간 구축해왔던 여성 공주의 캐릭터를 벗어나는 인물이어서 굉장히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 보고 싶었으나 사실 그림체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모순적인 인간이란,,, 전형적인 공주 캐릭터를 벗어나는 건 좋지만 뭔가 한없이 예쁜 그림 속 공주였으면 하는 이 모순적인 사고 방식. 그래서 보기를 망설이다가 보면서 와,, 내가 이걸 왜 조그마한 패드로 보고 있을까? 도대체 나는 왜 큰 스크린으로 보지 않았나 땅을 치고 후회했다.
영화 《모아나》 시놉시스
올 겨울 최고의 디즈니 콤비 모아나&마우이 바다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모험의 신세계!
모든 것이 완벽했던 모투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오직 신이 선택한 전설의 영웅 마우이의 힘이 필요한 상황! 모아나는 마우이를 우여곡절 끝 설득해, 운명적 모험을 함께 떠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모아나》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불러낸 화
코로나19 덕분에 느끼는 것이지만 공기가 굉장히 맑아지긴 했다. 하지만 상쾌한 공기를 마스크를 낀 채 마셔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다. 봄마다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코로나 덕분에 공장 운행을 중단하면서 사라졌다는 사실에 와,,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자연을 더욱 파괴시키는구나! 인간이 이렇게 활동을 멈추니 하늘이 한순간에 맑아질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지점이 영화 《모아나》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지의 어머니인 테 피타가 심장을 빼앗겨 테 카라는 괴물로 변해버렸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영화 《모아나》를 볼 때는 코로나라는 역병이 돌지 않은 시점이어서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지게 되는 것 같다.
의문을 갖자
어른이 되어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와는 반대로 어렸을 때는 애니메이션을 딱히 좋아하지 않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진 스타일이다. 어렸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그저 단순하고 동화적인 내용이라고 치부해서 시시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과 노래, 춤들 사이에 숨겨진 여러 깊은 뜻을 발견하게 되자 그 이후부터 디즈니의 팬이되고 말았다.
영화 《모아나》역시 모험을 떠나는 역동적인 모아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속에는 여러가가지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다. 인간이 욕심으로 자연을 파괴한 결과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을 해야한다는 1차적인 의미도 있지만 모순된 삶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모아나의 부족은 원래 정착민이 아니라 바다를 항해하면서 지내는 부족이었다. 하지만 그 본 모습을 가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순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모아나는 그에 궁금증을 느끼고 아름다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의문을 가지고 직접 바다로 나가 그 모순을 해결하려는 모습에 무모하면서도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도 좋았던 넘버들
이제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자면 뮤지컬 영화답게 그리고 디즈니답게 넘버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는데 내가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거지? 하고 생각해보면 모아나 넘버를 부르고 있었다. 거의 뇌를 잠식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디즈니의 노래가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사보다는 멜로디를 좋아하곤 했었는데 영화 《모아나》 ost들은 가사 마저도 좋았다.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아나의 심리 ᄉᆞᆼ태를 표현하는 ost들이 굉장히 사람들에게 힘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거나 우울할 때, 힘이 필요할 때 모아나의 How Far I’ll Go를 들으면 청량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영화 《모아나》는 기존 디즈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어서 해석하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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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를 따라 움직이는 갑을관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일상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남편이자 아버지인 '리(조 크래신스키)'의 희생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마커스(노아 주프)', '리건(밀리센트 시몬스)'. 갓 태어난 막내까지 소리 낼 수 없는 사투를 이어가던 네 가족은 집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고요함만이 무겁게 깔린 가운데 그들은 자신만의 은신처에 숨어 지내던 과거 이웃 '에밋(킬리언 머피)'을 만나지만,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는 도와달라는 이들의 요청을 거절한다. 이에 리건은 자신이 파악한 힌트를 조합해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고, 더 큰 위험을 마주한다.
2018년에 개봉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힘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규칙 덕분에 이전까지의 공포영화와는 차별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능했고, 그 안에서 가족애로 무장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명료한 생존기는 모두를 몰입시킬 수 있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조금 다르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여전하다. 단, 그 규칙이 활용되는 방식이 달라졌다. 전편에서 주인공들을 옭아매고, 그들을 위기로 밀어 넣었던 그 규칙은 이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보다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위계를 세우는 강력한 힘이자 도구로 작동한다. 구체적으로는 영화 안에서나 현실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갑과 을의 관계를 전복시킨다.
우선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리건과 다른 이들, 리건과 사회와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괴생명체가 등장한 세상에서 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리건은 큰 핸디캡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본인이 소리를 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괴생명체의 습격으로부터 가장 취약하다. 당장 그녀의 시점인 장면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먹먹함은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한 공포로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괴생명체가 등장하기 전부터 등장인물들 중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다. 사회언어학자 데이비드 모랜드(David Morand)는 권력과 언어 예절에 관한 연구에서 언어적 행동에 따라 권력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화에 참여할 때 평등하거나 불분명한 권력관계에 놓인 상황이라면 언어적으로 더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말을 걸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리건은 거의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명백한 약자다. 야구 경기를 구경하는 오프닝 장면에서 리건과 에밋의 대화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또한 그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약자다.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정보를 수용하고, 가공하여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생성하는 프로세스가 타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는 역사적으로 글자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약자였고, 인쇄술의 발달로 교육기회가 늘자 문맹이 줄면서 시민혁명이 촉발되었던 이유다. 최근에 백신 접종 예약 시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중년층이 고생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귀를 통해 듣는 것은 그 어떤 수단보다도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정보 수용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귀는 존재 자체로 소통 과정을 방해하는 잡읍(noise)인 것이다. 이는 괴생명체가 막 지구를 습격한 오프닝 장면에서 리건이 항상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서 지시를 받아야만 움직이는 이유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바로 이러한 리건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키며 그녀를 약자에서 강자로 바꾸고,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올려놓는다. 우선 공간적 배경이 집과 그 근방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된 결과, 말을 해서도 소리를 내서도 안 되는 규칙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고 그녀의 발언권은 오히려 강화된다. 리건의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환경이 비로소 동등해진 것이기에, 그녀는 누구보다도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나간다. 그녀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마커스가 듣던 라디오 음악이 피난처를 암시하는 힌트라는 사실을 추론해낸 뒤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은신처를 떠나 피난처를 찾으러 나서고, 다시 은신처로 데려가려는 에밋에게도 끝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한다.
이 관계의 역전은 리건의 보청 장치 노이즈가 활용되는 방식에도 멋지게 반영되어 있다. 사실 전편에서도 보청 장치의 잡음은 괴생명체들에게 약점으로 작용했고, 리건의 가족은 이를 무기로 활용했다. 다만 이 시점까지 노이즈는 괴생명체로부터 벗어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수동적으로 활용되는 도구였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선 리건은 이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녀는 라디오를 통해 그 잡음을 가능한 한 멀리 퍼뜨리면서 이를 괴생명체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다르게 활용하고, 세상과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는다. 듣지 못하고 말 못 하는 이가 세상에 처음으로 먼저 외치는 소리에 지구를 구할 가장 강력한 힘이 주어지는 것이다. 특히 보청 장치의 노이즈가 그녀를 세상과 단절시켰던 귀를 상징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이러한 전개는 인상적이다. 사회적 약자의 약점을 강점으로 치환하는 아이디어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등장인물의 구성을 들여다봐도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흥미롭다. 전편과 달리 괴생명체를 주도적으로 물리치는 이들은 모두 청소년, 학생이고 그들에게 보호받는 이들이 성인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이나 학생은 아직 경험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흔하다. 꼭 십 대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리가 1편에서 아버지 리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이번 영화의 오프닝에서는 리건을 보호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구른 이유이기도 하다. 에블린이 두 아들들이 안전한 지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 유사 부녀관계를 이루는 에밋이 리건의 목숨을 수차례 구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서 리건과 마커스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리건은 본인이 음악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라디오 음악이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추론해낼 수 있었고, 그 추론을 뚝심 있게 실행으로 옮긴다. 이처럼 소통의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는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에밋이 세상을 향해 다시 문을 열도록 마음을 고쳐 먹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끝내 리건은 에밋을 괴생명체로부터 구해내고, 마커스도 남은 가족을 보호해낸다. 괴생명체로부터 지구를 되찾을 가능성과 그 세상을 채워나갈 미래도 지켜낸다. 그 결과 가족애와 기성세대의 희생을 통한 구원으로 끝맺은 전편과 달리 신세대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은 명백한 대조를 이루며 강렬히 뇌리에 남는다. 많은 속편들이 전편과의 차별점을 두려는 시도를 하곤 하는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기능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그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낸 셈이다.
이처럼 장애인과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약자에게 놓인 두 개의 갑을관계를 뒤집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전편에 비해 전통적 호러 영화보다는 호러 영화의 요소가 삽입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로 느껴지는 이유다. 단지 집과 그 주변만을 오가던 동선이 더 넓어지고 주인공 가족 외에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가 아니다. 기존의 질서와 체계가 사라진 공허한 세계(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와 체계로 채우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제시한 덕분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새로운 등장인물 중 에밋을 제외하면 생산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없다. 부둣가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기도 전에 휘발적인 위기를 만든 후 바로 퇴장해버린다. 괴생명체가 없는 섬사람들의 행적도 세계관과 따로 노는 듯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안일해 보이는 측면이 있어서 몰입을 저해한다. 장르 영화의 관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편에서 괴생명체의 약점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난 나머지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는 점도 만족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을뿐더러, 호러 영화를 표방하는 작품치고 그렇게까지 강렬한 스릴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메시지와 주제의식 외에도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 대목들이 즐비하기에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매우 잘 만들어진 후속 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괴물들의 괴력을 묘사하며 어떻게 전 지구가 그토록 빨리 초토화되었는지, 전편이 남긴 의문을 해소하는 오프닝 시퀀스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그중 <칠드런 오브 맨>을 떠올리게 하는,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자동차 장면은 압권이다. 서로 다른 공간으로 주인공들이 흩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겪는 공통된 장면을 이리저리 이어 붙이면서 극의 간장감을 유지하는 편집도 눈을 사로잡는다. 결말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자칫 난잡해질 수도 있는 영화에 끈끈한 통일감과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A(Acceptable, 무난함)
폐허 속에서 역전된 권력관계가 선사하는 묘미와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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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끝나지 않을 셰익스피어의 희곡, 그 뒤에 남겨진 망령
내가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 사실 허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까? <아리엘>은 로이스 파티뇨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셰익스피어의 세상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무뇨스는 눈 앞에 놓여진 현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까.
영화 정보
감독 로이스 파티뇨 Lois PATIÑO
Spain, Portugal
2025
105min
DCP
Color
Fiction
전체관람가
Asian Premiere
시놉시스
배우 아구스티나 무뇨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공연을 위해 아소르스 제도에 도착한다. 하지만 섬에 도착한 무뇨스는 이 세상의 실상을 의심하게 만드는 당황스러운 장소를 발견한다.
배우 아구스티나 무뇨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폭풍>의 공연을 위해 파이알 섬으로 향한다. 배 안의 사람들이 잠들고 모두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꿈을 꾸게 된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듯한 기분이 든 그 순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대로인 반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만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항에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여자들, 이곳에는 파이알 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할머니, 느리게 걷는 남자,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남자들. 섬에 있는 곳곳의 사람들은 연극하는 것처럼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 자세히 들어보니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등장했던 익숙한 대사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영화 <아리엘>은 ‘만약에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이 살아숨쉰다면?‘ 이라는 질문에 질문을 더해 특별한 상상력을 영화의 언어로서 표현해낸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느냐에 대한 ‘정답’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해당 영화에서도 설마 이것도 누군가가 부여한 이야기겠어? 하고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서 소름이 끼쳤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또 다른 창살없는 감옥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창작자의 고뇌에서 비롯된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그 작품 속의 인물들은 생생히 살아남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펼칠 것이다. 그것이 완벽한 정답이 아닐지라도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실제 셰익스피어는 <폭풍>이라는 작품을 끝으로 그의 희곡 인생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작별을 암시하는 듯한 대사를 써내려갔지만 아리엘> 속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납득하지 못한듯하다. 그가 작고한 후에도 그의 작품이 이 세상에 남아 잊혀지지 않은 상태에 머문 그 순간부터 그들은 ‘잊혀질 자유‘를 잃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극 중에서는 ‘아리엘‘이 자유를 갈망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던 것처럼 셰익스피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그 작품에 갇혀버린 채 그 행위를 반복했다. 일정 시간 반복되는 행동 끝에 ‘자아’가 생겼고 의문을 품는 이들이 등장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사실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정체는 ’배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본인을 ‘아리엘’이라 칭하던 여자가 사실 배우였다던가, 함께 이 섬으로 오기로 한 두명의 배우가 기억이 사라진 채 배역을 반복한다던가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셰익스피어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또 다른 환상의 시작을 이 섬에서 그려낸 것이 아닐까. 정말 감독님이 어떠한 의도에 의해 이러한 작가섬과 등장인물 배우로 설정했는지 궁금해졌다. 셰익스피어 섬 외에도 다른 작가의 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작품이 더욱 궁금해진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연극하는 등장인물이 제외된 까닭은 ‘작별‘에 성공해서일지도 모른다. 막은 끝내 걷어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일부인 것처럼 ‘막‘은 스스로가 걷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무리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이 영화는 끝이 나지만 등장인물들은 정해진 운명을 거슬러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내지 않을까?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국한되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귀담아 듣고 있다. 그래서 후반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반복된 행위가 더욱 갑갑하게 느껴졌다. 희곡 속의 인물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사랑을 소망하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애쓰다 비극을 맞이하지만 실제는 그러하지 못하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현재를 살아야만 하는 이들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행동‘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실제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었던 ’용기‘의 힘을 발휘한다. ’인생은 너무 짧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말과 ’인생은 한편의 이야기야 우리가 써내려가야 해’ 라는 말과 겹쳐보였다. 우리의 삶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떤 비유에 빗대어야 더욱 그 의미가 도드라져 보이는 건 인간이 한없이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상영스케줄
2025.05.01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25.05.04 20:30
CGV 전주고사 8관
2025.05.06 1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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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사회주의에 맞서는 러우예의 영화!
시놉시스
상하이의 쑤저우강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고독한 사람,자식과 부모,일을 하는 사람,다리에 몸을 던지는 사람 등등... 그중에 비디오 촬영기사는 사람들에게 촬영 의뢰를 받고 일을 한다. 그런데 해피바라는 유흥주점에 있는 사장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비디오 촬영기사에 눈에 들어온 건 인조 어항에서 춤을 추는 인어쇼를 본 것이다. 인어의 정체는 바로 메리메리라는 여자였고 둘은 커플이 된다.
하지만 메리메리에게는 사연이 있는 것 같이 느껴졌고 비디오 촬영기사가 할 수 있는 건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기거나 전화를 하는 건데...
러우예 감독은 중국 정부의 감시와 블랙리스트 추가에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중국 영화들은 수면에 올라왔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수면 아래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중국 공안의 감시에도 러우예 감독은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렇게 중국에 맞지 않는 서방 세계의 자유로움과 다양성이 묻히는 게 20세기 말과 21세기 이후를 살아가는 중국 영화감독들의 큰 골칫거리였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비디오 촬영기사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과 핸드헬드 캠코더로 자신의 연인 메리메리뿐만 아니라 마다라는 인물과 메리메리와 닮은 무단이라는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무슨 의미를 주는 걸까라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 감독이 1980년대 당시 쑤저우강의 혼탁함을 비유하며 중국 인민들의 혼란스러운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메리메리가 없는 것에 대해 가지는 환상과 그걸 채워주는 욕구 그 이후에 나타나는 불만 같은 관점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관점은 허구와 현실이 반이 섞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비디오 촬영기사가 사실은 마다 역할도 했고 메리메리도 무단 역할을 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다.
이 영화가 끝나고 정성일 평론가님이 해석하신 다양한 관점들을 후기로 적어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영화감독들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씨네필이 되는 걸 주저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중국 공안의 감시도 너무 강해서이기도 하고 씨네필이 될 수 없게 만드는 환경도 한몫했다고 한다.
중국에 가보면 해적판 DVD방이 많다고 한다. 결국에는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들은 음지로 갈 수밖에 없는 걸까? 영화 <쑤저우강>은 이러한 사회주의에 대한 중국의 방식을 영화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 기류의 혼탁함을 영화화하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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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고 세상과 담을 쌓은 조이.
졸업 파티를 앞둔 교내는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조이는 좀처럼 분위기에 섞이지 못한다.
그러던 중, 총을 든 학생들이
교내 식당에 침입해 학생들을 인질로 붙잡고,
가까스로 학교에서 빠져나온 조이는
학교에 남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