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샤2025-03-30 20:09:53
홋카이도의 봄을 가로지르는 진심과 결심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 리뷰
기후 위기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양이다. 3월 초만 해도 예년보다 빨리 봄이 오는가 싶더니 봄은 갑작스레 훌쩍 멀어졌고 3월 마지막 주말에는 때아닌 눈까지 휘날렸다. 그래도 기어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봄은 봄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은 왠지 몽글몽글해진다.
4월 2일(수)에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봄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197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의 봄이 또렷한 총천연색으로 재현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일본의 홋카이도는 영화 <러브 레터>의 겨울 설경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관왕을 달성한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홋카이도의 봄 풍경을 충실히 담아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미감을 선사하는 로드 무비다.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여행길에 오른 두 젊은 남녀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와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가오리)는 로드 무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어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가 밋밋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갓 출소한 시마 유사쿠(다카쿠라 켄)가 두 청춘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진다(시마 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은 영화 팬들에게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익숙하다.) 과묵한 시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를 자꾸 변경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시마가 마침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체념적 어조로 토로하자 하나다와 오가와는 시마의 진심에 완전히 공감해 자신의 일인 것처럼 시마를 도와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하던 시마는 하나다와 오가와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진심을 받아주었는지 확인하러 가겠다고 결심한다. 홋카이도의 봄은 푸른 생기를 잔뜩 내뿜으며 시마의 진심과 결심을 뒷받침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갱생, 구원, 사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듯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사랑의 감정이 돌연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행복의 노란 손수건>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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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책 한 권이 촉발한 사회적 패닉
사탄의 부름(Satan Wants You)
메리 고 라운드 부문
숀 홀러, 스티브 J. 아담스 감독
Canada/2023/90min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80년. 미국에서 《미셸은 기억한다(Michelle Remembers)》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미셸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어린 시절사탄 숭배자들에게서 14개월간 학대되었다는 게 요지였다. 동물을 잔인하게 도살하는 장면을 강제로 목격하게 하고, 죽은 태아를 숭배 의식에 활용하는 등 미셸의 폭로는 끔찍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책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미셸은 그녀의 상담가이자 책을 함께 쓴 로런스와 투어를 다니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들려줬다. 아버지의 폭력과 방치에 지친 어머니가 사탄 숭배자였고, 미셸을 단체에 넘겼다는 사실은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미셸의 폭로와 ‘성공’을 다루던 영화 〈사탄의 부름〉은 이내 방향을 튼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누구도 당시 미 전역을 들썩였던 사탄 숭배자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탄 숭배 범죄는 실재했을까? 〈사탄의 부름〉을 따라가 보자.
미셸과 로런스가 화제가 되자 자신도 미셸과 같은 사탄 숭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한해 200만 명의 아동이 사탄 숭배자들에게 납치되어 희생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탄 숭배 집단은 그만큼 핫한 이슈였다. 그러자 일부 상담가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지금이 기회라는 듯 자신이야말로 사탄 숭배 전문가라고 나섰다. 사탄을 판별하는 ‘자격증’까지 생겨났다. 일부 경찰은 ‘주님의 경찰’을 자처하며 사탄 숭배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즉, 사탄 숭배 퇴치는 거대한 시장, 문화적 현상이 되어 공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요컨대 미셸과 로런스의 ‘사탄 공포’ 장사는 ‘대박’을 쳤다.
사탄 몰이는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사탄 숭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별 의심 없이 낙인찍었고, 사법체계 역시 이들을 재빠르게 처벌했다. 아동 학대 사건의 두터운 사회적 맥락은 소거된 채 모든 것이 사탄 숭배자 탓으로만 단순화됐다. 사탄 숭배자들의 범죄 증언에 조금이라도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사람은 ‘사탄 숭배자’가 아니냐며 추궁받았다. 사탄 숭배라는 압도적 진실은 그 어떤 의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도대체 이 모든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는 《미셸은 기억한다》 신드롬이 환자의 취약성과 상담사의 야심이 결탁한 결과, 그리고 이를 선정적으로 소비한 사회의 합작품이라고 말한다. 로런스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의사로만 남을 수는 없다고 고민하던 찰나 영화 〈악몽(Sybil)〉을 봤다. 어릴 적 끔찍한 학대의 경험으로 악몽을 꾸는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였다. 그러던 중 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겪은 미셸을 소개받는다. 로런스의 머리가 번득인다. 로런스는 미셸의 고통과 자신의 야심을 교묘히 결탁해나간다. 미셸의 고통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씌워 이를 ‘사실’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미셸 역시 여기에 적극 동참한다.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가진 환자에게는 의사의 관심과 흥미가 보상이다. 자신의 아픔을 인정받고 공감받고 싶은 환자는 의사들이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 둘 사이의 로맨스는 이 현상을 더 가속화했다. 이렇게 로런스와 미셸은 각각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교환해 시대를 풍미한 스캔들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까지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사건의 전모다.
〈사탄의 부름〉은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다. 하지만 권한, 영향력, 돈을 갈망하는 사회적 관심 끌기의 문제는 당시 미국의 일만이 아니다. 《미셸은 기억한다》 유의 스캔들은 지금까지도 다른 형태로 수없이 반복되어왔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감정이 어떻게 뭉치고 흩어지는지, 그 감정의 흐름이 기존의 권력 구조와 만났을 때 어떤 파괴적 효과를 자아내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통찰로 가득하다. 가톨릭교회는 이 사건을 사람들이 더는 신을 믿지 않는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활용하고자 했고, 언론은 그저 신이 나서 ‘사탄 숭배’ 보도를 이어갔으며, 공권력과 사법 체계는 극도로 무능하기만 했다. 사탄 숭배 비난이 보수적 도덕의 강화로 이어졌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단순히 과거의 흥밋거리를 다루는 것을 넘어 감정의 사회, 문화, 정치적 효과를 고민하게끔 하는 영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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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 섹션 영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2021' 리뷰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출연] Ansel Elgort, Rachel Zegler
시놉시스] 1957년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사이드. 산후안 힐 지역의 허물어져 가는 공동주택과 언제 들이칠지 모르는 철거 장비의 위협을 배경으로 두 라이벌 갱단, 터프한 리프의 제트들과 베르나도의 푸에르토리코계 사크들이 우위를 놓고 겨룬다. 승자독식의 패권 다툼을 두고 열린 학교 댄스 행사에서 제트의 싸움꾼 토니와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자 살벌한 영역 전쟁의 기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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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다며 본 광고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굉장한 에너지와 힘찬 넘버, 그리고 다양한 색감들을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에 뮤지컬 영화에서 자신의 끼를 펼쳤구나 하며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 보지 못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던 영화였다.
화려한 색감 속 가치를 부여하다개인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화려함’ 때문이다. 이러한 화려함을 영화로 그대로 옮겨와 무대의 한계상 보여줄 수 없었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고 의상들에 변화를 주면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의 색감을 굉장히 다채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 다채로움 속에서도 일정한 규칙이 엿보였는데, 기존 맨해튼에서 살던 백인 그룹에서는 무채색과 주로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는다면, 푸에르토리코계 사람들은 정렬적인 빨간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그들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외형적인 생김새도 물론 차이가 바로 드러났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색감을 통해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움 속에 내재된 차가움을 표현하는 파란색은 결국 미국이 자유를 표방하고 있으나 그 속에는 냉정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색 그 자체로 열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빨간색은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며 새로운 이 맨해튼에서의 핍박을 이겨내는 수단으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주인공 마리아가 토니와 함께 도망치려는 그날 밤 마리아는 파란색 옷을 입고 토니 앞에 등장하는데, 결국 이 미국이라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스스로의 색을 버리고 미국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국의 실정을 넌지시 비춰주고 있었다.
맨해튼에 드리운 구분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명목상 국가원수는 미국 대통령이지만 직접 뽑은 지사가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섬이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그들이 살던 곳을 벗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 있었고, 맨해튼에 정착하면서 백인과의 갈등이 생긴다. 계속해서 밀려들어 오며 영역을 넓혀나가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을 보면서 점차 밀려나는 백인들은 반감을 품고,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어떻게 해서든 쫓아내려는 백인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공존은 이뤄지지 못하고, 푸에르토리코인은 푸에르토리코인끼리! 라는 신념으로 이어진다. 이 신념 때문에 토니와 마리아는 쉽게 사랑을 할 수 없게 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제트파와 샤크파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구분을 하고 있을까? 나와 너, 우리와 그들과 같이 끊임없이 우리라는 집단을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와 다른 이들을 좋게는 신기한 눈으로, 나쁘게는 경멸의 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결국 우리들 스스로 화를 입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분노는 분노만 낳을 뿐
자신의 눈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토니를 본 마리아의 내면에는 분노만이 남게 된다. 치노가 쏜 총을 빼앗아들며 치노를 향해서 그리고 제트파와 샤크파를 향해 모두 총을 겨눈다. 결국 서로를 구분하고 영역을 차지하려는 것이 모두에게 화를 입힌 것이다. 결국 피를 보고 나서야 두 갱단은 반성과 화해의 모습을 보인다. 토니를 함께 들고 카페로 옮기면서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제트파와 샤크파에 상관없이 말이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속담이 있긴 하지만 과연 이러한 복수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끝이 날 수 있는 것일까. 분명 누군가가 먼저 시작을 한 싸움이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복수를 주고받다 보면 이 악순환 속에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해지지 않고, 되갚음만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분노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노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다시금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방지책을 세우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비극적인 결말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제천국제영화제에서의 시작 영화로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 티저 영상으로 접했을 때는 그저 신나는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속에는 구분과 분노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로운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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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13 13:00
메가박스 제천 2관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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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같은 사랑 사랑 같은 요리 따뜻한 음식의 탄생!
시놉시스
도댕은 주방의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동반자인 외제니가 곁에 있다. 도댕이 외제니에게 거듭되는 구애를 하지만 외제니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20년 동안이나 요리를 함께 해온 도댕과 외제니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레시피 연구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외제니는 몸이 아프다. 도댕은 그런 외제니를 보고 걱정하지만 언젠가 청혼을 할 예정이다. 과연 이 둘의 요리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아티스트 같은 요리 드셔볼래요?
도댕은 지금의 주방장이 되기까지 꽤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외제니도 어머니가 파티시에였으나 빨리 돌아가셨고 요리법만 배워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한편 이들의 조수이자 비올레트의 외조카인 폴린이 요리와 미식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걸 외제니가 재빨리 캐치하면서 폴린의 부모에게 요리사가 될 재능이 높은 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폴린의 부모는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외제니가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죽고 나자 음식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도댕에게 찾아와 폴린을 맡아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폴린이 견습생으로서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맛을 보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린이 도댕의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진정한 요리란 무엇일까? 도댕이 폴린에게 말하길 그 음식에는 수십 년간의 문화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숙성된 김치처럼 오래오래 익혀두면서 배움과 함께 익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진정한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도댕처럼 유라시아의 왕세자의 만찬에 초대받아서 8시간 동안 만찬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그 방법이 굳이 아니어도 셰프가 되기 위한 길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이 영화는 요리와 미식에 다루고 있지만 도댕과 외제니의 사랑을 다루기도 한다. 인간의 가치 중에 사랑만큼 친숙한 것도 없을뿐더러 요리에도 먹는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첨가되듯이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도댕과 외제니의 사랑도 오래 가지 못한다. 20년 동안 동반 지기로 음식 레시피를 연구하며 쌓아 올린 공로도 있는데 외제니는 결혼 후 얼마 안 돼서 사망한다.
도댕도 그 이후로 이틀 동안 음식도 안 먹고 술만 마셔댔지만 20년의 동반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는 건 정말 버티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가는데 이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도댕과 외제니가 가을에 결혼하자고 했을 때 외제니가 도댕에게 묻길 당신의 아내인가? 아니면 당신의 요리사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도댕의 대답은 자신의 요리사라고 말한다. 그만큼 도댕은 요리와 음식에 대해 열정이 가득했으며 외제니를 정말 사랑하지만 그렇게 큰 동반자라고 보지 않은 듯하다.
다만 도댕은 외제니를 파트너 이상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그녀가 죽은 후에도 큰 후회는 있었지만 요리 연구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도댕의 친구들도 외제니를 아티스트(예술가)라고 한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프렌치 수프>라는 영화는 프랑스의 맛난 음식들을 보여주며 공복에 보면 안 된다는 영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진정한 미식가의 길은 무엇이고 셰프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요리사 견습생이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댕과 외제니의 짧은 사랑도 흥미로웠지만 20년간 외제니도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그 부담감은 심적 부담이 넘쳐서 가끔씩 쓰러지는 형태로 발생했으나 사랑으로 조금이라도 극복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20년간의 요리 연구에만 몰두한 서로의 동반자인 도댕과 외제니의 사랑을 그린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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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살과 13살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5월은 푸르른 나무들이 싹을 틔우는 계절이고, 12월은 잎을 거두고 추위를 견디는 계절입니다. 영어권에서는 'May-December'가 5월과 12월의 간극처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커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영화 <메이 디셈버>는 관용어를 사용해 제목에서부터 영화의 소재를 내걸고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5월의 남자와 12월의 여자,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사랑은 정말 '사랑'일까요?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메이 디셈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2024년 3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메이 디셈버
May December
Summary
신문 1면을 장식하며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충격적인 로맨스의 주인공들인 ‘그레이시’와 그보다 23살 어린 남편 ‘조’.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영화에서 그레이시를 연기하게 된 인기 배우 ‘엘리자베스’가 캐릭터 연구를 위해 그들의 집에 머물게 된다. 부부의 일상과 사랑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엘리자베스의 시선과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그의 잇따른 질문들이 세 사람 사이에 균열을 가져오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 찰스 멜튼
강렬한 스캔들을 둘러싼 세 인물
: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갇힌 사람
이 영화의 'May-December' 커플은 60살이 다 된 아내 '그레이시'와 36살 남편 '조'입니다. 23년 전, 유부녀였던 '그레이시'는 자신이 일하던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이자 아들의 친구였던 13살 '조'의 아이를 가집니다. 감옥에서 아이를 출산한 '그레이시'와 '조'의 이야기는 뉴스 1면을 장식하는 희대의 스캔들이 되었죠. 강렬한 그들의 사랑은 이십여 년이 지나 영화화가 결정됐고, 연기 인생의 또 다른 한 획을 그을 작품을 찾던 배우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 역을 맡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May-December' 커플의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엘리자베스'가 부부의 집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영화는 세 인물을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점을 조금씩 바꿔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이십 년 전의 스캔들을 중심에 둔 세 사람을 각각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갇힌 사람으로 정의하죠.
말하는 사람은 과거의 스캔들을 '엘리자베스'에게 들려주는 '그레이스'입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그레이스'에게는 부끄러운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36살 유부녀가 13살 소년과 사랑을 나눠 아이를 가졌는데도, 아들 친구와 바람이 났는데도, 심지어 아들의 생일 전날에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는데도요. 손자와 자식이 같은 날 졸업하는 진 광경의 자리에도 당당하게 '엘리자베스'를 부릅니다. '그레이스'는 진실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더 중요시하는 인물로 비칩니다. 그래서 언제나 태연하고 뻔뻔할 수 있었죠. 그는 자신이 순진한 사람이길 원하고, '엘리자베스'가 자신들의 사랑을 완벽한 사랑으로 보길 원하며, '조'가 영원히 이 관계를 사랑으로 보길 원합니다.
듣는 사람은 완벽한 연기를 위해 부부를 취재하는 '엘리자베스'입니다. 그는 '그레이시'와 '조' 사이에 자리 잡은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빌미로 부부의 과거를 헤집고, 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으려 애쓰죠. 그런데 단순히 취재라고 포장하기에 '엘리자베스'의 취재 여정은 다소 기만적입니다. '그레이시'와 '조'의 딸이 있는 자리에서 "배역을 선택할 때는 '도덕적으로 모호한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라고 말하거나, 13살에 '그레이시'를 유혹한 '조'의 매력을 가늠하기 위해 그와 잠자리를 갖는 것도 마다하지 않죠. 어느새 진실 찾기는 핑계가 되고, '엘리자베스'의 눈빛에는 야심만이 이글거립니다.
갇힌 사람은 스캔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어린 남편 '조'입니다. 영화 초반부의 '조'는 공동체의 기억 속에 남은 강렬한 이야기와는 달리 더없이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의 가장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상 '조'는 그때 그 이야기 속에서 조금도 크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사람이었죠. "네가 나를 꼬신 거야", "나는 순진해"라는 '그레이시'의 함정에 빠져 죄책감과 부도덕함을 느끼고, 속죄와 책임감을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자신이 원한 삶이라고 굳게 믿으면서요. 나비의 알을 주워다가 성체로 키워 날려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감정의 배출구였습니다. 이러한 삶을 평화로운 일상으로 여겨왔던 '조'에게 '엘리자베스'의 등장은 균열이었습니다. 진실을 찾는 '엘리자베스'로 인해 마음속 물음표가 떠오른 '조'는 외면해 왔던 진실에 향한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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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모호한 회색의 스펙트럼
영화를 만든 토드 헤인즈 감독은 <메이 디셈버>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거대한 거부감"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세 인물의 공통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 '자기 자신'이라는 진실을 대하는 방식 말입니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기 자신의 진실을 바라보길 거부합니다. '그레이시'는 원하는 대로만 말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가렸고, '엘리자베스'는 남의 이야기를 파헤침으로써 자기 자신을 덮었으며, '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숨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잘못이 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기꺼이 들여다보려 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그랬듯이, 함부로 직시하죠. 이렇듯 세 인물의 도덕성과 옳고 그름에 관해 끝없이 생각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이런 생각에 가닿습니다. 극 중에서 나오는 '도덕의 회색지대'라는 말처럼, 바로 그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모호한 회색의 스펙트럼이 곧 인간의 본질이구나.
<메이 디셈버>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이 인간의 모호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샘솟는 질문들도 모두 비슷한 철학적 물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 36살 여인은 정말 13살 소년을 사랑했을까?
- 13살 소년은 정말 36살 여인을 사랑했을까?
- 13살 소년을 사랑한 36살 여인의 잘못은 무엇일까?
- 그것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 도덕이 먼저일까, 사랑이 먼저일까?
- 타인의 진실을 향한 '엘리자베스'의 열망은 인간으로서의 도덕인가, 배우로서의 야심인가?
- '엘리자베스'의 선을 넘는 야심과 '그레이시'의 순진한 가면 중 어느 것이 더 부도덕한가?
질문의 답을 고민하다 보면 머릿속은 계속 복잡해지기만 합니다. 정확한 답 하나 없이 모호함만이 두둥실 떠다닙니다. '누가 옳은가?', '누가 그른가?', '옳은 사람이 있긴 한가?',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아, 하지만 복잡하고 모호한 인간처럼 흥미로운 것이 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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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디셈버>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맛을 크게 살렸습니다. 가히 연기 대결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는데요. 줄리안 무어의 '그레이시'를 완벽하게 내재화해 연기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모습은 그야말로 소름 돋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조'를 사랑의 감옥에 가두는 '그레이시'의 순진한 얼굴을 그려낸 줄리안 무어의 얼굴은 또 어떻습니까. 여기에 이 작품으로 연기상 21관왕을 휩쓴 찰스 맨튼의 활약도 빼놓으면 섭섭하지요. <리버데일>의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 기뻤습니다. 쉽지 않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그에게 손바닥에 불나도록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One-Liner5월과 12월, 알과 나비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나, 인간만은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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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하고 영리한 웬즈데이에게 홀리다
* <웬즈데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웬즈데이 (2022)
감독: 팀 버튼
출연: 제나 오르테가, 그웬돌린 크리스티, 크리스티나 리치,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장르: 미스터리, 범죄, 판타지
공개 회차: 8부작
공개일: 2022.11.23
시크하고 영리한 웬즈데이에게 홀리다
‘내 동생은 나만 괴롭힐 수 있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에 정갈한 양갈래로 땋은 검은색 머리, 고스족을 연상케 하는 우중충한 옷차림의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는 남동생을 괴롭힌 수영부 남학생들을 상대로 피라냐를 풀어 잔혹하게 응징한다. 일말의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말투와 독기로 잔뜩 찬 안광을 가진 소녀, ‘웬즈데이’의 첫 등장은 마치 죽음과 복수를 신봉하는 사이코패스처럼 강렬하다. 한바탕 사고를 친 ‘웬즈데이’를 받아줄 학교가 더 이상 없게 되자 그는 부모님의 모교이자 별종들을 모아 놓은 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보내진다. 늑대인간, 세이렌, 고르곤, 뱀파이어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둔 이곳은 ‘웬즈데이’ 못지 않게 개성 강한 아이들이 한가득이고, 도무지 평범한 학교로는 봐 줄 수 없는 곳이다. 단체 생활에는 신물이 난 ‘웬즈데이’는 독불장군 같은 태도로 학교에 적응하기를 몸소 거부하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학교와 자신의 핏줄에 관한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네거티브로 가득 찬 ‘웬즈데이’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쇠퇴기에 빠졌던 ‘팀 버튼’의 완벽한 귀환이다. <다크 섀도우>,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등 최근 연출작들은 참신한 스토리의 부재, 몰개성한 캐릭터로 비판을 받았으며 <덤보>에서는 감독 특유의 색채마저 느껴지지 않아 스타 감독으로서의 위력이 하락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자랑하는 ‘웬즈데이 아담스’라는 인물을 주역으로 내세운 감독 커리어 최초의 드라마를 완성하며 ‘팀 버튼’만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물론 이미 1930년대부터 신문 만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미디어 믹스로 활용된 슈퍼 IP <아담스 패밀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원작의 인지도를 빌려 온 부분도 일부 존재하나 감독만의 특색을 부여해 원작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매혹적인 스핀오프 시리즈를 탄생시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웬즈데이>는 다크 하이틴과 추리 스릴러로서의 장르를 표방하나 범죄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조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 마디로, 괴짜나 아웃사이더 같은 캐릭터에 관객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마성의 존재감을 부여하는데 능한 ‘팀 버튼’의 강점이 확실히 발휘된 작품이다. 시리즈 전체를 홀로 이끌다시피 하는 ‘웬즈데이’는 원작의 캐릭터를 모르는 시청자들까지 이 드라마에 ‘입덕’시키는 일등공신이다. 어떤 어른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언변, 독사처럼 시니컬한 말투,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지략가로서의 모습까지. 이 고스족 소녀에게 빠져들 매력 포인트가 무궁무진하다. 이는 곧 ‘웬즈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의 연기력이 출중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성격상 시리즈 내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눈빛과 행동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선명하게 표현해냈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으로 구현한 원작 캐릭터와의 완벽한 싱크로율과 더불어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현재 <웬즈데이>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즈데이 아담스’가 전부인 작품은 절대 아니다. ‘웬즈데이’의 룸메이트이자 그와 정반대 되는 성격과 취향을 가진 친구 ‘이니드(엠마 마이어스)’와의 대치 구도를 통한 미장센과 하이틴 작품으로서의 정체성을 담당한 도맡은 ‘엠마 마이어스’의 발랄한 연기력도 극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특히 너무나도 다른 성격 탓에 매사 부딪히는 ‘이니드’와 ‘웬즈데이’의 관계성은 티격태격하던 앙숙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넘나드는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며 극에 가장 큰 재미를 불어 넣는다. 영락 없는 십대 소녀를 상징하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이니드’와 오직 블랙 앤 화이트만으로 표현되는 ‘웬즈데이’의 색채 대비를 작중 배경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미술 연출을 부각한 점도 인상적이다.
캐릭터 메이킹과 주제의식을 전달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서스펜스를 보여주는 후반부로 향할수록 스토리의 부족한 완성도가 드러난다. 기숙사 사감 ‘매릴린(크리스티나 리치)’이 최종 빌런일 것이라는 것은 진작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웬즈데이’에 대적하는 악인으로 너무 뒤늦게 등장했고, 중반부까지 질질 끌던 미스터리를 후반부에 어물쩍 처리해 버려 긴장감이 반감되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소외된 이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팀 버튼’의 의도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별종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들인데, 이들은 곧 주류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현실 속 소외 계층들을 상징한다. ‘평범이’라고 불리는 학교 밖 사람들은 이들을 경멸하고 혐오하지만, 정작 극중 살인 혹은 잔혹한 범죄를 일삼는 인물들은 ‘매릴린’이나 ‘타일러(헌터 두한)’, ‘조세프 크랙스톤(윌리엄 휴스턴)’ 같은 평범이들이었다. 오히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속한 인물들은 겉보기에 남들 눈에 띌 뿐 이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제외하면 사회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필요성이 적게 느껴진다. 특히 후반부까지 가장 선한 포지션을 담당하던 ‘타일러’가 사실은 ‘하이드’라는 이면을 가진 괴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악은 가장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외 계층과 아웃사이더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고,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세태를 풍자한다는 점에서 ‘팀 버튼’ 감독이 늘 작품을 통해 강조하던 메시지가 어김없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치밀한 구성의 범죄 스릴러는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덕후몰이상’이라 할 수 있는 ‘웬즈데이’의 캐릭터성과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 개성 뚜렷한 별종 친구들의 등장, 그리고 ‘팀 버튼’의 감성이 충만한 판타지적 세계관과 어둡고 몽환적인 배경 연출만으로 이 작품을 즐길 요소는 충분하다. 감독 특유의 마이너한 색채를 가볍고 통통 튀는 하이틴 장르로 희석시켰다는 점에서 이전 연출작들보다 가볍게 감상하기에도 좋다. 특히 과거 ‘팀 버튼’의 전성기 시절 작품들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간만에 폼을 되찾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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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의 밤> - ‘공허함을 털어내는 낙원의 밤’
낙원의 밤 (Night in Paradise)
감독 : 박훈정
출연 :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공허함을 털어내는 낙원의 밤’
<신세계>, <마녀>, <브이아이피>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과 거친 연기와 다르게 의외의 수줍음을 뽐내며 인기를 얻은 엄태구 배우, <로맨스가 체질>, <빈센조>를 통해 떠오르고 있는 오묘한 분위기를 지닌 전여빈 배우, 그리고 예능과 영화를 넘나들며 끝이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차승원 배우까지.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이들의 조합과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통해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낸 작품 <낙원의 밤>.
<낙원의 밤>은 박훈정 감독의 감성으로 짜낸 약간의 낭만이 가미된 누아르물이다. 누아르라는 장르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있다 보니 개인적으론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신세계>에 비하면 나름 견딜만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누아르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혈이 낭자한 화면을 보는 것을 기피하는 편이었고, 보고 난 후 특유의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큰 화제를 부른 작품 또는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이 올라간 작품이 아니면 굳이 찾아보지 않았을 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장르인데.. <낙원의 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이런 취향이 아니구나., ‘별로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짜여진 이야기의 틀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바람에 멋있으려다가 뻔해진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아쉬운 부분들을 커버해내는데 성공한 영화 같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신세계>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것이고, 후루룩 볼만한 새로운 한국형 누아르 영화를 찾는다면 괜찮을지도..
조직 간의 세력 싸움, 믿음과 배신, 믿었던 이의 배신으로 인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게 된 남자, 그리고 정말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 배신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남자,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하나뿐인 피붙이를 잃은 여자. <낙원의 밤>의 주인공인 태구와 재연에게 남은 건 ‘나’ 하나뿐이다. 나만 남아버린 삶. 두 사람은 낙원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제주도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한다. 얼른 사라져버렸으면 싶은, 절대 얽히기 싫은 사람이 어느새 유일한 친구가 되고, 나의 안부를 물어봐 주는 마지막 사람이 된다.
완벽한 낙원에서 보내는 밤이라기보단 낙원이었던 곳에서의 밤, 그리고 진짜 낙원으로 떠나기 위한 밤. 그러한 의미를 지닌듯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질러댄 악이 가득했던 낙원의 그날 밤을 들여다본다.
낙원의 밤 시놉시스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영화 속에 낙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조폭 세계에 몸담고 있는 주인공 태구, 총기 거래를 하는 삼촌 쿠토와 함께 살고 있는 재연. 그리고 비열한 양 사장과 사람 사이에 앙금을 두고 보지 못하는 마 이사. 서로에게 살벌한 눈빛을 뿜어대고 있는 이들이 만났는데, 이들 사이에 낙원이라는 환상적인 장소가 존재할 리가 없다.
태구와 재연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제주도에서 만나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태구는 양 사장의 계략으로 인해 마지막 남은 피붙이인 이복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재연의 부모님은 삼촌 쿠토와 연루되어 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고, 쿠토 또한 배신으로 목숨을 잃는다. 재연은 쿠토가 차라리 죽었다면, 없어졌다면, 부모님과 엮이지 않았다면 하고 원망하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던 피붙이인 그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태구와 재연은 피를 나누거나 함께 자란 사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의 외로움. 모든 걸 잃은 사람의 분노, 복수심.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삶에 대한 허망함. 이러한 감정들은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혀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감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감정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마치 재연이 태구에게 도움을 청하던 것처럼, 재연이 쓰러지며 자동차의 클랙슨이 세차게 울리던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아무리 높아도 20%인 생존율,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생. 양 사장의 배신으로 눈앞에 성큼 다가온 죽음. 삶의 끝에 서 있던 두 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지붕 아래서 함께 잠이 든다. 누나와 함께 먹고 싶었던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물회, 죽어서도 생각날 것 같은 물회. 위험을 직감했지만 잠시나마 포근한 침대에서 눈을 붙일 수 있었던 펜션. 온갖 걱정과 슬픔을 말아 함께 피던 담배. 두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어떤 내일을 꿈꿨을까? 아니, 어떤 죽음을 생각했을까.
배신, 승리, 패배 뒤에는 복수가 따라붙는다. 당했으니 그만큼 갚아줘야 한다. 계산은 확실해야 하니까. 재연은 자신의 삼촌이 했던 것처럼 소중한 사람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 재연의 부모님이 살해당한 후, 쿠토는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 꽤 많은 수의 러시아 조폭들을 한 번에 처리했다는 쿠토의 이야기는 조폭 세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왔다고 한다. 삼촌을 통해 배운 것인지, 정확한 사격실력을 뽐내던 재연은 자신의 머리 가까이 대고 있던 총구를 돌려 마 이사와 그의 부하들에게 겨눈다. 그리고 삼촌이 했던 것처럼, 오랜 시간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릴 완벽한 복수에 성공한다.
나의 상태를 걱정해 주던 사람, 빈말일지 몰라도 “괜찮냐”라고 물어주던 사람, 비슷한 처지가 되어버린, 나처럼 홀로 남겨진 사람. 관자놀이 옆에 위치한 총을 치워준 사람. 그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느꼈지만 어느 순간 지독하게 엮여버린 마음. 그리고 그것을 끊어낸 배신과 죽음. 재연과 태구는 견디기 힘든 현실을 뒤로하고 새로운 낙원으로 향한다.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와 20%의 수술 성공 확률을 보장받는 미국이 아닌, 수평선 너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이승이 아닌 그곳으로 말이다. 연이어 지옥 같은 현실을 떠난 태구와 재연은 함께 먹었던 물회 맛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완벽하게 냉혈 하다기보단, 조금은 인간적이었기에 더욱 찝찝한 마음이 남는다. 누아르물 특유의 하드함과 마음껏 비난하고 싶었던 배신과 잔혹함, 그리고 기대엔 조금 미치지 못했던 이야기가 내 마음을 들쑤셔놓은 영화였다. 아쉬움으로 끌어내릴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신세계>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정도. 딱 그 정도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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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뭔가 끊긴 느낌이라면 이 영상에서 뒷부분을 알려드립니다(*스포일러) | 듄 리뷰 | 듄 영화리뷰 | 듄 설명 | 듄 분석 | 듄 스토리 | EBS | 듄 결말포함 영화리뷰
? '듄(DUNE)' 리뷰 - Part2 스토리 결말포함 영화리뷰(*스포일러)
-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 영화 '듄' 기초 요약
- 1984 영화 '듄' 비하인드 스토리 소개
- 듄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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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 해석' 영화 속 과학 원리 해설 영상ㅣ테넷 엔트로피ㅣ테넷 리뷰ㅣ테넷 해석ㅣ테넷 해설ㅣ테넷 과학ㅣ테넷 설명ㅣ시간의 엔트로피
? '테넷' 영화리뷰 및 과학해설(*스포없음)
영화 보기 전 봐도 좋은 영상"이 영상 그대로 여사친에게 설명해주면
여친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근데...난 여사친조차 없넹......이게 나라냐!!!!!"
- 테넷 과학 리뷰 제작 후기 by 건데
- 테넷 스태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 에마 토머스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외
장르: 액션, 스릴러, SF, 첩보[2]
제작사: 신카피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19년 5월 19일 ~ 2019년 11월 12일
개봉일: 2020년 8월 26일
음악: 루드비히 고란손
주제곡: 트래비스 스캇 - The Plan
편집: 제니퍼 레임
촬영: 호이트 반 호이테마
개봉 포맷: 2D · 4DX (2.20:1)[A]
Dolby Cinema (2.20:1[A] Dolby Vision|Atmos)
IMAX (1.90:1 / 2.20:1) 용산 IMAX 레이저 로고 (1.43:1 / 2.20:1)
상영 시간: 150분
제작비: 2억 500만 달러-시놉시스
당신에게 줄 건 한 단어 ‘테넷’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테넷리뷰 #테넷해석 #테넷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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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수퍼 소닉2> 메인 예고편
때가 왔다! 초특급 히어로 소닉과 친구들? 소닉&테일즈 VS 너클즈&로보트닉의 대결로 2배 업그레이드 된 어드벤처 4월 6일 극장에서 만나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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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잘리카투> 리뷰 예고편
푸줏간(도축장)에서 도망친 물소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마을 남자들은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고 이웃 마을 남자들까지 몰려들자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평화롭던 마을은 물소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리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 잘리카투(또는 살리카투) JALLIKATTU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전통있는 집단 경기다. 황소를 남자들 무리 속에 풀어놓으면 참가자들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데, 이 과정에서 살벌한 장관이 펼쳐진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의 <잘리카투>는 잘리카투 경기를 묘사하는 영화는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