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2025-03-26 00:07:28
<플라이온더월>_ 쇼날리보스
2024 부산국제영화제 후기 (1)
2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부스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 굿즈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 목걸이를 매고 돌아다니는 영화인들. 모든 순간들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그렇게 곳곳에 시선을 두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담았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영화를 사랑하겠지만.
영화제에 와서 밤새 영화얘기를 하다가,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아침 9시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겐 어떤 공통된 마음이 있지 않을까. 내게도 그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자부하며 아침 9시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몇 번의 고비를 경험했다. 이게 바로 영화제 아니겠냐며, 이게 바로 씨네필 아니겠냐며 같은 영화관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끼다가 좋은 영화였어… 하고 둘째 날 첫 스케줄을 견딘(?) 기억이 생생하다. 짧은 일정 탓에 보고 싶은 영화를 모두 다 보진 못했지만 계획했던 일정대로 티켓팅에 성공했다. 매 순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영화제를 즐겼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여서 더 즐거웠던 ,
2024 부산국제영화제. 몇몇 단상을 남긴다.
1. 플라이온더월 (감독_쇼날리보스)
치카 카파디아는 말기 암 4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고 죽기로 결심한다. 스위스 취리히의 조력사 지원단체 ‘디그니타스’에 지원서를 넣고 종교적 의례처럼 일기를 써나가며 스위스로 이주를 한다. 그리고 가까운 친구인 쇼날리 보스 감독에게 자신의 죽음을 촬영해 주기를 청한다. 영화는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치카와 쇼날리가 함께한 마지막 2주는 생의 환희로 가득한 순간들로 채워진다. [강소원, 제29회 BIFF]
스위스 블루하우스에서의 조력 자살에 관한 이야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일 년 전, 어떤 영화 하나를 보고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생겼다. 죽음을 앞둔사람은 남은 생애 동안 어떤 마음을 안고 살아갈까. 그 마음이 궁금해 선택한 다큐.
다큐멘터리 속 조력자살을 선택한 감독님의 친구 ‘치카’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매 순간 생의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죽음 앞에서 의연한 태도로 자신의 선택을 마주하는 그를 보며, 나도 죽음을 앞둔 순간에. 혹은 내게 죽음이 점점 다가왔을 때 그와 같은 모습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후회가 전혀 남지 않는 생은 없을 테니까, 후회가 덜 남는 생이어야 그와 같은 마음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그런 생을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는 죽음을 앞둔 치카가 쓴 일기를 요일이 바뀔 때마다 앞부분에 보여준다. ‘다시는’ 태양을 보지 못하고 ‘다시는’ 사랑할 수 없다고 쓴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한 번 뿐이기에 더욱 값지지만 한 번만 주어지는 생이기에 죽음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것이라고, 그래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울음을 참으려 하지만 끝내 울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삶에는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다 배우고 나면 자연스레 떠나게 되는 것이기에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감독님. 헤어짐은 언제나 버겁겠지만 이 다큐를 통해 죽음에 관한 새로운 시선과 앞으로의 슬픔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 <지옥 2>, <나 홀로 여행하기>,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이어집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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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시즌2 : 베르사체 / American Crime Story Season2 : The Assassination of Gianni Versace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스핀오프인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사실 이것을 보게 된 계기는 '코디 펀'때문..
그래서 시즌1은 안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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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한 줄거리 /
어느날 평화로운 플로리다에서 지아니 베르사체가 살해를 당했다.
그를 죽인 유력 용의자로 꼽힌 앤드류 쿠내넌.
앤드류는 이미 4건의 전적이 있어서 이미 경찰들이 쫓고 있던 범죄자다.
경찰들은 그를 잡는데 고군분투하고..
앤드류 쿠내넌이 베르사체를 죽인 이유와 그를 비롯한 다른 남성들을 살해한 전말에 대해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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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물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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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1.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보다 좋았다.
아호스는 갑작스러운 전개와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많고 질질 끄는 경향이 있어서 보면서 감정이입도 잘 안되고, 갑자기 팍 식어버리고, 조금 짜증날 때가 있었는데
아크스:베르사체는 일단 실화이고, 실존 인물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도나텔라 베르사체) 전개에 있어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고, 허무맹랑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유령이나 몬스터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아호스보다 더 마음을 졸이면서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앤드류가 데이비드 협박할때는 진짜 무서웠다.
연기를 다들 너무 잘해..
2. 영상미
영상미가 최고다.
따뜻한 톤과 부드러운 느낌의 필터(?) 덕분에 플로리다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잡히는 장면들도 예쁘다.
그냥 예쁘다. 진짜 예쁘다.
베르사체의 느낌을 영상에도 담으려고 노력한게 보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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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상에 깔리는 노래도 너무 좋다.
고급짐이 두배로!
앤드류, 데이비드, 제프리
3. 연기
1에서도 말했지만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몰입이 잘된다.
특히 4,5,6화에서의 앤드류의 모습이 진짜 싸이코라 보면서 진짜 욕하고 심장을 조리면서 봤다.
데이비드의 안전이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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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6화정도까지는 앤드류가 꼴도 보기 싫었는데, 후반부에서 그의 인생을 알게되니 그가 이해가 되고, 한편으로는 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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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호스는 모든 시즌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아호스 세계관의 재미가 있는 반면,
아크스는 시즌들이 다 따로따로이기 때문에 세계관과 관련된 재미는 없지만 전 시즌을 다 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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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
아호스는 보기 부담스러운데 미드는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
솔직히 말하면 아호스랑 이거랑 결이 다르긴 한데 그래도 둘 중 하나 고르라하면
개인적으로는 이걸 고르지 않을까 싶다...
( 물론 아호스 시즌바이시즌이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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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끝을 향한 비행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의 비밀을 목격하곤 한다. 사소하고 작은 비밀부터 타인에게 영향을 줄 만한 큰 비밀까지, 여러 비밀을 두고 우리는 입을 다물 것인지, 밝힐 것인지의 갈림길 앞에 놓이게 된다. 어떤 비밀은 관여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숨겨지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와도 관련되어 있어 밝히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아 숨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정말 옳은가? 우리는 무엇을 보았고,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영화 <올빼미>는 누군가 독살당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목격한 인물을 내세우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만약 우리가 이 인물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러한 질문 속에서 영화는 낮과 밤, 빛과 어둠, 그리고 볼 수 있는 이와 볼 수 없는 이를 두고 끊임없이 빛을 옮긴다. 해당 작품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역사를 각색한 만큼, 역사적 사실과 영화의 내용을 비교해 짚어가기보다 <올빼미> 속 각색된 인물들과 관계 구도를 중심으로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화의 주인공인 천경수는 맹인 침술사로, 빛이 있는 곳이나 밝은 대낮에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어두운 곳이나 밤에는 흐릿하게나마 앞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신경 감각들의 발달로 발소리와 숨소리만을 듣고도 환자를 진단하고 침을 놓는 데에 용한 실력을 보인다. 덕분에 침술사를 찾던 어의 이형익의 눈에 들고, 실력을 인정받아 궁의 침술사로 일하게 된다.
궁에 들어가 일하게 되었을 때 경수는 기뻐하며 웃는다. 아픈 동생의 약값조차 낼 수 없던 어두운 현실에서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신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값이 밀려 더는 약을 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경수는 외친다. 궁에 들어가기만 하면 약값을 낼 수 있다고. 궁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러나 경수가 조금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들어온 궁에는 그 무엇보다 어둡고 무거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 살아남기 위해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거짓말로 스스로 눈을 가렸던 경수는 가린 손 틈으로 소현세자가 독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경수는 독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그리고 나아가 인조가 소현세자를 독살하도록 명령했다는 것을 눈치챈 유일한 이다. 이때부터 경수에게 궁은 밝은 미래의 공간이 아니라 어두운 현실을 숨겨둔 감옥이 된다.
영화의 제목인 ‘올빼미’는 야행성 조류로, 낮보다 밤에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에 암흑 속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올빼미는 작중 주인공인 천경수와 닮아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낮에는 지팡이나 동행인 없이 앞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지만, 밤이 되면 숨겨진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경수의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인물들이 무방비하게 경수에게 약점을 내비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는 작중 초반 인조의 후궁인 소용 조씨가 경수의 앞에서 옷을 모두 벗는 모습에서부터 예고된다. 앞을 볼 수 있는 형익은 가림막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경수는 가림막 너머로 와 침을 놓는다. 이때 경수는 보이지 않는 척 손을 덜덜 떨면서도 들키지 않게 침을 꽂는다. 당시 촛불이 꺼지며 안이 어두워져 조씨의 몸을 볼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을 유지해 안전해지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작중 중심 사건의 예고에 불과하다. 경수가 아예 앞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 형익은 소현세자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경수와 함께 침전으로 향한다. 그리고 경수를 앞에 두고 경수의 청각을 속여가며 소현세자에게 멀쩡히 침을 두는 척 행동한다. 범행을 공모하지도 않은 경수의 앞에서, 형익은 청각만 속이면 경수가 알지 못하리라 방심한 채 태연히 소현세자를 독살한다. 이때 촛불이 바람에 꺼지면서 경수는 소현세자가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지만, 앞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척 들키지 않게 군다. 순간 경수를 의심한 형익이 경수의 눈앞에 침을 들이밀지만 명주천의 물기를 짜는 척 주먹에 힘을 꽉 준 채 눈을 뜨고, 천이 더 필요한지 묻는다. 형익은 다시 안심하고 범행을 이어가고, 경수는 모두가 잠든 밤, 자신이 목격한 독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소현세자 독살 사건의 진범, 목격자는 오직 하나. 위험을 무릅쓰고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할 것인가, 눈을 감고 낮이 오길 기다릴 것인가?
영화는 빛의 양에 따라 앞을 보기도, 보지 못하기도 하는 경수를 두고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며 ‘본다’는 행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먼저 경수는 초반부터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궁궐 안 사람들에게 침을 놓을 때를 비롯해 모든 순간, ‘소경이 보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눈앞을 완전히 가린다. 자신과 같은, 힘이 없는 약자는 보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중에서도 소현세자가 경수의 주맹증과 관련된 진실을 덮어줬기 때문에, 죽기 직전 경수의 사형 집행을 맡은 병사들이 경수를 못 본 척 살려주었기 때문에 순간순간마다 살아남기도 했다.
그러나 약하다는 이유로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다고 감추는 것만이 옳을까. 경수가 어두운 곳에서는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현세자는 경수와는 반대의 관점에서 그를 바라본다. 살기 위해 눈을 가렸다는 경수의 비밀을 못 본 척 감추어 주면서도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고 하여,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하며 경수에게 조언을 건넨다. 그리고 청에서 가져왔던 확대경을 선물한다.
지금껏 경수는 빛의 양이 적은 곳에서 흐릿하게나마 앞을 볼 수 있었고, 그 얕은 시각에 기대어 편지를 쓰거나 업무를 해 가며 연습해왔다. 그러나 경수가 쓴 글씨들은 흐릿하게 봤을 때는 멀쩡해 보여도 올바르게 쓴 글씨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확대경으로 자신의 글씨를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 경수는 그제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왔던 것에도, 봐 왔던 것에도 잘못된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소현세자가 확대경과 함께 건넨 ‘제대로 보는 힘’을 가지게 되면서, 경수는 지금껏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를 다시 볼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인조는 보이는 것을 외면해야 할 때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청에서 돌아온 소현세자가 청의 문물들을 소개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꺼내놓자 명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경하게 거부한다. 명은 이미 쇠락해 힘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지만, 인조는 이전에 청에게서 얻은 굴욕을 잊지 못해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청에게 등을 지려 한 것이다.
그러나 소현세자가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하며 인조에게 새로운 시각을 건네려 들자 인조는 자신의 권력에 소현세자가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그를 독살할 계획을 세운다. 인조와 인조의 후궁인 조씨가 공모해 형익을 시켜 소현세자를 독살시켰다는 진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인조는 진실을 외면한 채 소현세자를 죽인 진범을 찾으라며 아들의 죽음을 대하는 보통의 왕의 구색을 갖추려 든다.
명은 이미 쇠락했다는 진실을 말하던 소현세자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자 그를 독살했듯, 인조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은 없애고 진실을 감추려 든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 세자빈이 찾아오자 세자빈의 가문에서 선물한 전복죽에 독이 들어 있었다며 누명을 씌워 가두고, 경수가 최 대감을 도와 진실을 밝히려 하자 최 대감에게 권력을 주겠다는 말로 소위 말하는 ‘합의’를 봐 가며 왕의 자리를 유지하려 한다. 소현세자는 학질로 사망했고, 궁에는 아무 일도 없었으며, 자신은 아들의 비통한 죽음에 깊이 통감하는 왕일 뿐이라는, 허울뿐인 이야기로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극중 소현세자는 경수보다 이전에 인조에게 ‘보이는 것’에 대해 말했던 인물이다. 청에 끌려갔다 8년이 지나서야 돌아온 그는 청에서 보고 겪었던 것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인조에게 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 인조는 나지막이 대답한다.
너, 보는 눈이 바뀌었구나.
소현세자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해당 장면에서, 인조는 소현세자를 적대시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는 결국 소현세자를 죽이기로 공모한다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진다.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한 자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소현세자의 죽음을 경수가 목격하면서 그 ‘새로운 관점’은 경수에게로 옮겨온다. 지금껏 따라왔던 이형익이 소현세자에게 독침을 꽂아 그를 독살하려 한 진범이었다는 진실의 면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지금껏 이형익과 윗선의 명만을 따라온 경수에게 능동적으로 선택할 선택지를 부여한다. 보는 눈이 바뀐 소현세자는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해 죽었고, 진실을 알게 된 경수 또한 보는 눈이 바뀌었다. 이제 선택은, 숨겨져 있던 진실을 목격한 경수에게 달려 있다.
새롭게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할 것인가, 덮어두고 기존의 것들만을 바라볼 것인가?
-2. 낮과 밤의 전복 – 새롭게 창조되는 세계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들 중 가장 약해 보이는 자는 단연코 주인공인 천경수다. 경수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지팡이를 짚거나 안내인과 동행해야만 대낮에도 길을 걸을 수 있다. 어두워지면 흐릿하게나마 사물과 글자를 인식할 수 있지만, 그를 당당히 밝힐 수도 없다. 경수의 대사처럼, ‘보이더라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야만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수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궁의 왕족들은 경수의 머리 위를 점한다. 경수에게 침을 맞는 중전도, 소현세자도, 인종도 모두 여차하면 경수를 영원한 어둠 속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수는 궁의 비밀을 알아도, 알지 못해도 암흑 속에 있는 것처럼 허우적대야 한다.
그러나 ‘진짜’ 진실을 모르는 건 경수가 아니라 궁의 왕족들이다. 그들은 경수의 눈이 완전히 멀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경수가 어둠 속에서는 앞을 가로막은 암흑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무방비하게 자신의 몸을 내맡기는 궁의 왕족들에게, 경수는 천천히 침을 꽂는다. 이는 다시 말해 왕족들에게만 경수의 목숨이 달린 것이 아니라, 경수에게도 왕족들을 위협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작중 형익의 침을 맞아 독살당하던 순간, 소현세자는 눈과 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조용히 죽어간다. 진실이 가려지던 그날 밤, 어둠이 드리워진 곳이 곧 낮이나 마찬가지였던 경수는 모든 걸 목격한다. 이 순간, 경수가 보았으나 보지 못한 것처럼 넘어갔던 장면들이 다시금 돌아와 퍼즐 조각처럼 맞춰진다. 인조의 후궁이었던 소용 조씨가 형익에게 무언가를 건네던 순간, 그리고 무언가를 건네받은 형익이 독이 묻은 침으로 세자를 독살하는 순간. 경수는 그 순간에는 형익의 의심을 피하고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척 굴었지만, 다시 돌아와 형익이 미처 제거하지 못했던 침 하나를 손에 넣는다. 이 과정에서 침을 회수하려 왔던 형익을 피해 달아나며 소동을 벌이게 되고, 밤중 병사로 꾸며져야 했을 소현세자의 죽음은 ‘독살범이 있다’는 의혹과 함께 논란이 된다. 증거는 가졌으나 권력을 가지지 못한 경수는 세자의 편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떠올리다 세자빈을 찾아가지만, 인조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며 찾아온 세자빈에게 반역죄를 덮어씌워 옥에 가둔다. 경수는 이후 형익이 받아 구석에 숨겨두었던, 세자를 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던 문서를 찾아 최 대감을 찾아간다. 그러나 최 대감은 인조가 소용 조씨를 통해 건넸다던 그 문서의 필체와 공식 문서의 필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이 묻었던 침, 소용 조씨가 건넸던 문서. 모든 증거를 직접 가져왔던 경수는 원손의 도움으로 인조가 의심을 피하고자 다른 손으로 비밀 문서를 적었다는 사실을 알고, 왼손으로 쓴 공식 문서를 얻기 위해 나선다. 이때 경수의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침’이다. 그는 형익이 보낸 것처럼 당장 침을 놓아야 마비가 멎는다고 속이고 왕의 침소로 잠입한다. 그리고 인조에게 침을 놓아 오른손에 마비가 오게 만든다. 이 때문에 급히 문서 작성을 요청하는 우승지 앞에서 인조는 왼손으로 글씨를 적게 된다. 옥새를 찍기 직전 형익이 달려와 경수가 범인이라고 외치지만, 경수는 그 순간 인조에게 침을 놓아 모든 신경이 마비되도록 만들고, 왕을 인질로 삼아 사람들을 무른 뒤 문서에 옥새를 찍어 들고 달아난다. 절대 권력을 쥐고 있었던 인조는 경수의 말에 벌벌 떨고, 숨겨져 있던 진실은 경수의 힘을 통해 바깥으로 드러날 위기를 맞는다.
경수는 증거품을 전달한 뒤 계획대로 궁을 나가려다 문지기들이 ‘형익이 원손을 치료하러 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다시 궁 안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아들이자 장차 인조를 압박할 수 있는 원손에게 형익이 독침을 놓으려는 것을 목격한다. 경수는 다시금 침을 무기로 사용한다. 그가 쓰던 독침을 형익에게 놓아 형익을 쓰러뜨린 뒤, 경수는 원손을 업고 달려 나온다.
그러나 경수가 불을 붙여 타오르기 시작한 얕은 빛은 곧 흐릿해진다. 경수가 원손을 업고 최 대감을 찾던 도중 날이 밝아오고, 어둠 속에서만 앞을 볼 수 있는 경수는 시야가 흐릿해져 가야 할 방향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정처없이 떠돌다 인정전에 당도해 옥좌에 앉아 있던 인조의 앞에 서게 된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것을 밝힌 경수의 앞에 ‘밝혀진 것조차도 감출 수 있는’ 이들이 등장한다. 경수가 증거품만 가져온다면 진실을 밝혀줄 것 같았던 최 대감은 경수가 몸을 날려 구해왔던 증거물을 들고 인조를 찾아간다. 그러나 인조의 회유 끝에 자신의 권력을 챙길 수 있는 선을 계산하며 ‘합의’를 하기 시작한다. 옥에 갇힌 세자빈이 믿었던 마지막 빛, 최 대감은 언제든 꺼질 수 있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얕은 빛에 불과했다. 어둠 속에서 힘을 발휘해 ‘독살의 증거’를 확보했던 경수는, 인조와 최 대감의 아침 앞에서 무력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경수가 보이는 것을 밝혀도 권력 구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영화는 세자빈의 죽음과 원손의 죽음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이들이 까맣게 타 들어간 현실을 조명한다.
-3. 끝나지 않은 밤
그러나 영화 속 세계는 그 지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수의 눈을 가리고 끌고 가라고 명령할 수 있는 힘이 인조에게 있었다면, 인조의 명령을 받드는 이들에게도 거부할 힘이 있다. 최 대감이 인조와 합의를 본 뒤 나와 사람들에게 ‘독살자는 없다’고 선언하자 경수는 따라 나와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았다고 소리친다. ‘주상이 이형익을 시켜 세자 저하를 독살했’다는 경수의 외침에 인조는 화가 나 검을 들고 ‘소경이 나를 능멸한다’고 소리치다 넘어져 머리에 피가 흐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왕실 사람들은 인조를 돕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운 시선으로 인조를 바라볼 뿐이다. 궁녀, 내시, 호위, 누구라고 지칭할 것 없이 모두 드러난 진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경수를 침수시켜야 했던 내금위는 경수의 목을 치려다 말고 내금위장에게 ‘우리 모두’ 보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가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는데 이럴 수는 없다’며 그 힘을 거부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 눈을 떴기 때문에 경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4년 뒤, 마비가 심해진 인조의 앞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이 순간 비로소 낮과 밤은 거꾸로 뒤집힌다. 경수가 도움을 청하고자 했던 왕실 사람들은 억울하게 끌려가거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며 인조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수는 흐려진 시야 속에서 진실을 다시금 덮으려는 목소리를 듣고, 쓰러진 원손을 두고 무력하게 끌려가야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경수는 마비된 채 무력하게 누워 있는 인조의 앞에 앉는다. 그리고 침을 꽂는다. 등불이 꺼지고 밤이 찾아오면, 경수의 낮이 된다. 그 어둠 속에서 소현세자의 정수리에 박힌 채 남아 있던 독침을 기억하며, 경수는 인조의 머리에 독침을 꽂아 넣는다. 누구도 인조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그 무력한 공간에서.
경수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권력을 뒤집을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경수가 조력자를 찾은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경수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세자빈은 누명을 쓰고 끌려나가고, 최 대감은 권력 욕심에 자신의 눈을 다시 가릴 뿐이다. 눈이 가려진 자와 눈을 가린 자, 그렇게 조력자들이 퇴장했을 때, 다시 말해 어둠 속에 남은, 앞을 볼 수 있는 이가 자신밖에 남지 않았을 때 경수는 비로소 전면에 등장한다. 원손에게 사실을 고하고, 용기를 내고, 증거물을 직접 찾아내고, 인조의 오른손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 소현세자가 독살당했던 방식 그대로 인조에게 독침을 놓는다.
경수를 살려주는 이도, 인조를 끝내는 이도 모두 왕족이 아니다. 경수는 진실을 알고 경수를 살려준 내금위 때문에 살 수 있었고, 다시금 인조의 앞에 설 수 있었다. 경수의 운명도, 인조의 운명도 모두 권력자의 손에 끝나지 않았다. 영화 내내 권력을 쥐고 있었던 이들은 왕족이었지만, 결국 이 이야기를 이어가게 하고 매듭짓는 이는 따로 있었다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힘은 권력자가 아닌 시민에게 있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4. 대비 : 관객을 속인 양면성
<올빼미>를 보는 동안 관객은 끊임없이 속는다. 이는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이나 경수의 재등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익과 인조의 양면성과도 관련이 있다. 먼저 인조의 명을 받들어 소현세자를 독살하기 전까지 형익은 선한 이미지로 연출된다. 작중 초반부터 형익은 내의원에서 일할 이를 찾기 위해 직접 침술원을 찾는다. 그리고 맹인 침술사인 경수가 청각을 비롯한 발달한 감각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제대로 침을 놓자 이런 능력을 알아보고 경수를 내의원으로 데려온다. 당시 경수에게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동생이 있었고,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약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형편이 좋지 않아 약값이 많이 밀려 힘들어하던 경수에게 궁에서 일하게 해 준 형익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구도는 경수에게만이 아니라 왕실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진실을 알게 된 뒤 경수가 강빈을 찾아가 고하자 강빈은 형익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믿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왕실을 위해 일해왔고, 원손을 아끼던 인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수의 등장과 소현세자가 선물했던 청의 문물, 확대경으로 인해 강빈은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조 또한 ‘절대적인 악역’으로만 비추어졌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세자가 돌아오기 전 원손에게 다정하게 대해줬으며, 소현세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진심을 다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독살 의혹이 있다는 말에 철저히 조사하라고도 명한다. 이는 작중 인물들에서 더 나아가 관객들까지도 그들을 의심하지 못하게 만든다. 주인공인 경수가 어둠 속에서 진실을 보기 전까지, 그리고 강빈이 인조를 찾아왔을 때 인조가 떨고 있는 것을 느낀 경수가 배후에 왕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전까지. 경수가 진실을 고했을 때, 낮에도 밤에도 그들을 지켜볼 수 있었던 원손과 세자빈은 그의 말을 믿지 못한다. ‘그가 그럴 리가 없다’는 이유로.
이로써 영화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기점으로 분위기의 반전과 함께 인물들의 이미지를 대비시킨다. 형익과 인조의 숨겨진 면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표면상 병사(病死)로 정리된 듯했던 소현세자의 죽음 뒤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던진다. 이때부터 경수 또한 형익과 인조와 대적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형익의 지시 아래에서 일했던, ‘봐선 안 될 것을 보았다면 모른 척해야 한다’는 의원 만식의 조언 아래 숨죽여 움직였던 경수는 형익과 인조를 속이고 증거를 손에 쥔다. 그리고 비로소 인조에게 독침을 놓기까지 한다. 소현세자의 죽음을 기점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면, 인조의 죽음을 기점으로 인조와 경수의 구도 또한 다시 한 번 바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진실을 밝히던 경수의 입을 막았던 인조와, 경수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밝히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침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조. 경수가 비로소 인조에게 독침을 놓고 조용히 침소를 떠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다면 악역들의 밤은 끝이 났을까?
과거 인조반정으로 인조를 왕위에 세웠던, 소현세자의 죽음을 숨겨주는 명목으로 인조와 타협하며 권력을 쥐고 비선실세의 자리에 오른 최 대감은 극중에서 어떤 결말로도 비추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어두운 밤은 계속해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아주 조용히 우리를 속이려 들면서.
인조에게 독침을 꽂으며 경수는 나지막이 묻는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해당 대사를 내뱉는 장면에서 경수는 인조에게, 그리고 나아가 영화관 바깥의 목격자들에게 묻는다. 모든 진실을 목격했다면 당신의 차례다.
본 것을 봤다고 말할 것인가, 입을 막는 손을 기어코 떼어내고 소리칠 것인가, 또는 눈을 가리고 돌아누울 것인가?
우리가 어떤 밤을 지나 어떤 아침을 맞이할지는, 이제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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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꾹꾹 삼키는 것이 아닌
'스왈로우'는 이식증을 다루는 영화이다. 주인공 헌터는 결혼을 하고 집에서 홀로 지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압정, 구슬, 배터리 등을 삼키는 이식증 현상이 나타난다. 남편과 시부모님은 헌터가 걱정되어 돕고자 상담도 권유해보지만 헌터는 오히려 더 크고 뾰족한 물건들을 삼킨다. 헌터는 상담사와 얘기하면서 자신이 여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하나씩 얘기하며, 후반에는 영화의 터닝포인트, 강간범인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 대화한다. 마지막에는 임신 중절 약을 먹으면서 화장실에서 나오는 연출로 마무리된다.
사실 영화를 처음에 봤을 때는 헌터가 물건 하나하나 삼킬 때 마다 마음도 몸도 너무나 아팠다. 내가 직접 그 물건들을 먹는 마냥 영화 보면서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헌터가 괴로워하는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이어폰을 빼면서 조금씩 넘기기도 했다. 사실 영화에서는 헌터가 왜 이렇게 물건들을 삼키고 이런 행동들을 하는지 자세히 이유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마지막까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과연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걸까 싶은 의문도 들어 블로그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이해하고 `스왈로우`란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시어머니가 헌터에게 건네준 책에, "Everyday, try to do something unexpected. Push yourself to try new things."가 헌터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 봤을 때도 `설마 이 구절 하나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도고?`란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이식증이란 질환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기도 해서 소재가 흥미롭기도 하고 제목처럼 `스왈로우`, 삼키다란 행위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여기에 영화에서 나오는 장소별 색채 대비와 더불어 영화 포스터만 봐도 느낄 수 있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통해 영화가 한층 더 다채로워진 것 같아 인상 깊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아픔이나 비밀이 있을 것이다. 누구한테는 에겡? 저게? 싶은 점 마저 타인에게는 큰 상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감정들을 잘 추스르고 극복하고, 힘듦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그 굴레에 빠질 수는 없을 테니까. 꼭 혼자 씨름하면서 그 상황을 직접 대면하여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옆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솔직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보여주면서 꼬인 실을 하나씩 풀어가도 된다.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삼키기보다는 뱉는, 꾹꾹 쌓기만 하는 것이 아닌 소신 있게 용기 있게 외치고 지적하는 행동을 통해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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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년 전, 개봉한 영화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러빙 빈센트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빈센트 반 고흐의 미스터리 한 죽음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완성까지 총 10년이 걸린 전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
cine pick!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이 제작한 2분 가량의 짧은 단편으로 시작된 <러빙 빈센트>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 10년이 걸린 작품이다. 캔버스와 동일한 스크린 비율로 제작하여 더욱더 특별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스플릿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과거 볼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며 이름을 날리던 ‘철종’은 불운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낮에는 가짜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지만 볼링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을 우연히 만난 후, ‘철종’은 ‘영훈’을 자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게 된다. ‘철종’의 조력자이자 도박판의 브로커 ‘희진’의 주도 아래 드디어 큰 판이 벌어지게 되고, ‘철종’과 끈질긴 악연의 ‘두꺼비’까지 가세해 치열한 승부가 시작 되는데…cine pick!
단골 소재인도박을 그동한 한번도 보지 못했던 '볼링'과 연결 지어 새로운 도박 영화를 만들었다. 긴장과 스릴감 넘치는 영화로 배우들의 캐릭터 변신 또한 새로운 재미 요소이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하루 아침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하루를 더 사는 대신 세상에서 무언가 한 가지씩 없애겠다는 의문의 존재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특별하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
cine pick!
가와무라 겐키가 처음으로 집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 현지 개봉 당시 5주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원을 돌파하며 흥행했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고의 호스트 줄리앙은 클럽 퇴출과 28억7천만원의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우연히 자신의
운전사 류진의 핸드폰을 손에 넣은 줄리앙은 그의 유일한 혈육이 상속녀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행세를 하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2002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원작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안정된 연기력으로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주혁과 문근영이 만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니스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데이팅 어플을 통해 만나게 된 마틴과 가비.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서로의 매력에 빠져
이내 새로운 연인이 된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서로를 좀 더 알아갈수록 애증도 함께
깊어지고…
cine pick!
다양한 멜로 장르에서 독보적 연출력을 선보여왔던 드레이크 도리머스가 메가폰을 잡아
새롭고 또 섬세한 로맨스 영화를 보여준다. 감각적인 영상으로 뛰어난 영상미와 영화의
몰입감을 한 층 높여주는 음악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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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으로 바라본 순수함의 변모 과정
최근 가장 핫한✨ 콘텐츠 <오징어게임 시즌2>
문학문화콘텐츠학과생이 마음대로🦑 분석해봤습니다.
(※스포주의※)
얼마 전, 목빠지게 기다리던 오징어게임 시즌2를 다 봤다. 한창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가을과 겨울 사이, 오징어게임 시즌1을 처음 본 충격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고3, 18살이었던 나에게는 빚을 진 사람들은 한 데 모아두고 한낱 게임 부속품 취급을 하며 무자비하게 죽이는 내용이 많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받은 충격만큼 이야기의 매력은 더욱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당시 오징어게임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관련 리뷰나 분석글을 많이 찾아보고, 유사한 후속 프로그램들도 챙겨봤던 기억이 있다.
오징어게임 시즌1을 좋아했던 한 명의 관객 입장에서 시즌2는 어떻게 느껴졌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은 무엇을 대변하고 있나
시즌2는 새로운 캐릭터들,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번 시즌2에는 트렌스젠더, 코인 유튜버, 마약하는 래퍼 등 시즌1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어쩌면, 이러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여러 이유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기존에는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들은 모두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일부분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반영하는 매체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새로운 이슈들을 반영한 캐릭터들이 매체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따라서 시즌2에 등장한 다양한 캐릭터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을 반영한 것이고, 이러한 캐릭터들은 잔인한 '게임'속 세상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닮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금자가 겪은 전쟁은,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는 '금자'와 '용식'이라는 모자가 나오고, '금자'는 6.25 전쟁을 겪고도 살아남은 '용식이의 엄마'이다. 이인삼각 게임 중 공기놀이를 성공해내야 하는 금자가 벌벌 떨자, 용식은 금자에게 말한다.
(대사 부정확)
"6.25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엄마! 전쟁 때 총알로 공기놀이 했다며"
금자는 6.25라는 전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전시 상황에서 놀았던 경험으로 게임을 통과한다.
금자가 급박한 상황 중 떠올린 전쟁 속 천진난만한 경험, 그리고 전쟁과도 같은 오징어게임 속에서 하고 있는 공기놀이. 둘은 모두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연결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금자는 총알로 순수하게 놀며 살아남았고, 이 과정에서 삶의 희망과 재미를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뒤, 이 경험은 오징어게임이라는 또 다른 전쟁 상황 속에서 빛을 발휘한다.
금자가 겪은 두 번의 전쟁 경험은 아무리 처절하고 막막한 상황일지라도, 최소한의 희망과 인간다움을 부여해 줄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순수함'임을 전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성기훈은 왜 그랬나
시즌1을 인상 깊게 본 시청자라면, 시즌2를 보는 내내 가질 수 있는 의문이 있다.
"성기훈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거야?"
시즌1의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는 이야기의 가장 큰 뷰포인트 중 하나였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운 면모를 지니는 입체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즌1 속 그는 경마를 하고 나이를 먹도록 어머니께 용돈을 받으며 사는 구제불능 불효자인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흔히 말해 상도덕이 있는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기도 했다. 성기훈은 위선적이지 않고 그 때 그 때 자신의 마음에 충실히 살아가는 나약하지만 따뜻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번 시즌2에서는 달랐다. 시즌1 성기훈의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456억을 모텔방에 쌓아두고 게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주최자를 잡기 위해서만 돈을 쓴다. 그리고 자신의 생니를 뽑아 위치추적기를 심고, 게임을 직접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여한다.
시즌2 속 성기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 같을 정도로 맹목적이다. 자신의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상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희생시킨다. 그리고,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는 무리한 계획을 이끌다 실패하고 만다. 그는 게임 참여자들을 살리기 위해 '얼음~!'을 외치고 약자를 보살피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행동은 '게임 주최자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행해진다.
그렇다면, 성기훈은 도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 성기훈의 순수함은 어떻게 변모되어 가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기훈은 '그 누구보다 아이같이 순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성기훈은 '순수함' 그 자체이고, 이는 시즌1의 여러 갈등상황을 통해 충분히 비춰졌다. 그리고 그는 오징어게임이라는 '굉장히 비인간적인 일'을 겪었다. 이를 경험한 후, 그의 순수함은 더렵혀져 '악'이 아닌 '지나친 무모함'으로 변한다. 시즌2에서 비춰지는 그의 변모된 순수함은 순진한 어린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비계산적이고 섣부른 판단과 유사하다.
순수함은 가장 진실된 가치 중 하나이지만, 오징어게임과 같이 비합리적이며 세속적인 상황에서는 그 자체로 빛나기 어렵다. 그렇기에 성기훈의 순수함은 시즌2 속 그의 행동과 같은 지나친 무모함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시즌2 마지막 부분에서 참가자 사이로 숨어든 프론트맨은 성기훈의 절친 정배를 죽이고 성기훈을 잡으며 그에게 '영웅놀이는 재미있었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영웅놀이'는 시즌2 이야기의 중심이며, 이는 모두 성기훈의 순수함이 무모함으로 변모되어 비롯된 행동들이다.
결국, 오징어게임 시즌2는 '성기훈이 지닌 순수함이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성기훈을 통해 개인이 가진 순수함이 외부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려내고, 게임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 성기훈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함, 인간다움 등과 같은 본질적 가치가 어떻게 표출되고 이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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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의 진짜 모습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우리는 뭔가 보는 것을 즐긴다. 영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같은 것을 관람하고 그것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음악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건 일종의 대리만족일 수도 있고 그저 그것이 만들어주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쾌감으로 자신의 마음속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일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공연들은 있어왔고 조금씩 변화해 왔다.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공연들을 특별하게 생각했고 무언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이런 춤이나 노래의 공연들이 같이 진행되었다. 아마도 인류가 시작된 이후에 이런 공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전달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쇼를 보고 만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것이 주는 만족감에 도취된 사람들은 계속 다양한 시도를 계속했고 다른 형태의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카메라라는 기기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카메라 안에는 점점 자극적인 것이 담기기 시작했고, 그 자극이 커질 때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만족감은 더 커졌다. 그들은 그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에 열광했고 그건 그걸 찍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도취감을 만들어줬다.
외계 물체의 등장 이후 기이한 일들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
영화 <놉>의 중심인물인 OJ(다니엘 칼루유야)는 아버지와 목장을 운영하는데 목장에서 기르는 말들은 주로 영화 촬영에 활용된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가 기이한 현상에 의해 죽게 되면서 목장으로 다시 돌아온 동생 에메랄드(케케 팔머)와 OJ가 겪는 기이한 일이 영화에 담긴다. 외계 비행체처럼 보이는 물체가 상공에 나타난 이후, 그 물체는 주기적으로 말을 납치해가고 그 존재의 영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OJ와 에메랄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된다.
영화의 시작에는 이야기의 시점보다 과거에 벌어졌던 방송이 나온다. 고디라는 침팬지가 출연하는 TV쇼에서 갑자기 돌변한 고디가 출연자들에게 끔찍한 일을 한 이후의 모습이 보인다. OJ와 고디의 일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이야기의 접점이 만들어진다. 고디가 출연하는 TV쇼에서 끔찍한 현장을 모두 목격한 리키(스티븐 연)는 OJ의 근처에서 주피터 파크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침팬지의 쇼를 이용해 과거 쇼 비즈니스가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경험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주피터 파크도 말을 이용한 쇼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OJ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말을 이용한 영화 촬영에 참여하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말의 행동으로 촬영에서 배제되는 인물이다. 꽤 과묵한 성향을 가진 그는 쇼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고 한 편으로는 말이 그런 촬영에 소비되는 것이 못마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여동생 에메랄드는 무척 적극적이고 무대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쇼 비즈니스에 편입되어 자신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것을 원한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남매인 이들은 외계 물체를 보고 하려는 목적이 다르다. OJ는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에메랄드는 그 증거를 찍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 큰돈을 벌려고 한다. 영화는 이 둘의 성향 차이과 목적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구성하여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쇼 비즈니스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다른 인식과 목적
남매와 말 거래를 위해 만나는 리키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주피터 파크에서 말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어린 시절 동물인 침팬지가 착취당하는 과정과 갑작스럽게 과격하게 행동하는 동물을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동물인 말을 이용해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카메라 촬영이 없을 뿐 그는 관객 앞에 서서 말을 희생시키는 쇼를 보여준다. 그의 행동에는 어떤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끔찍한 일에 대한 경험은 그에게는 훈장 같은 일이다. 그가 OJ와 에메랄드에게 자신의 과거의 일과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가 하고 있는 쇼 비즈니스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계 물체는 영화의 중반 이후 OJ에 의해 진 재킷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진 재킷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관점도 모두 다르다. OJ와 에메랄드는 일단 진 재킷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두 사람의 목적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마트 직원인 엔젤(브랜든 페레아)과 함께 그것을 영상에 담기 위해 애쓴다. 반면 뒤늦게 합류하는 전문 촬영 감독 앤틀러스(마이클 윈콧)는 촬영에는 도가 튼 인물이다. 그래서 좀 더 어렵고 현장감 있지만 세상에 없을 것 같은 화면을 담으려 애쓴다. 그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서 진 재킷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에게 이 촬영은 과거에 해본 적 없는 불가능한 촬영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서 가장 동떨어져 있는 리키는 진 재킷을 자신의 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그는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착취적인 사람일 것이다. 수많은 말들 뿐만 아니라 외계 물체는 진 재킷까지 자신의 쇼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의 이미지는 내내 자신만만하지만 그의 쇼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준다. 영화 후반부 그가 진 재킷과 말을 이용해 벌이는 쇼는 무척 경쾌하게 시작해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끝이 난다. TV 쇼 비즈니스의 최정점을 경험한 인물이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고 결국 그것 때문에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쇼 비즈니스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인다.
쇼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리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흥미로운 이야기
영화 <놉>은 외계 존재를 조금씩 화면에 비추다가 후반부에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 과정은 무척 천천히 진행되지만 전반적으로 점점 속도가 빨라져 후반부에는 그 속도가 절정에 이르면서 끝을 맺는다.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영화들의 특성처럼 후반부의 진 재킷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며 이 이야기를 절정으로 몰고 간다. 이 영화 자체가 거대한 쇼 비즈니스의 하나이며, 그 안의 다양한 인물들은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진 재킷을 이용한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진 재킷이라는 존재는 이 쇼 비즈니스에 훌륭한 서스펜스를 제공하고 주인공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낸다.
<겟 아웃>,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특히 전반부에 동물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의 참혹한 모습으로 운을 띄운 이후,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쇼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진 재킷의 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촬영감독 앤틀러스나 동물을 이용한 쇼를 전문으로 하는 리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명을 붙일 수 있다. 영화 <놉>은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과 구도를 통해 관객들이 관람 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는 영화다.
마냥 어렵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이야기는 단순해졌고 속도감은 무척 커졌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깊이는 꽤 깊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외계 물체인 진 재킷으로 부터 만들어지는 공포감과 서스펜스도 굉장히 압도적이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후반부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또한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들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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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 입니다!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감독인 루소 형제가 마블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이번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그레이맨이라는 영화로 돌아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하고 있는 액션영화인데요,
꽤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여서 극장에서 선 공개 되었어요.
넷플릭스가 엄청난 금액인 2억 달러를 투자한 영화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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