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닐2025-03-21 20:57:02
몸으로 예술을 살아낸 여성들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를 보고
여성들이 만든 무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영화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는
그 질문에 대한 섬세한 대답이자, 여성의 자리와 욕망, 그
안의 모순을 함께 비추는 다층적인 기록이다.
여성국극은 여성들만으로 꾸려진 무대로, 출연 배우는 물론, 제작사도, 팬덤도 모두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무대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지 영화는 고요하지만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 무대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만들어낸 자기완성적인 문화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 무대조차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다. 남성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절대적인 존재감이나, 여성 역할을 맡은 배우는 더 ‘여자다워야’ 한다는 암묵적 기준은 여성국극 안에서도
바래지 않고 작동하는 어떤 규범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이 장르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에게 열정과 꿈, 소속감을 안겨주었는지를 따뜻하게 기억해낸다는 데 있다. 여성국극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이 모순적 문장이야말로 여성들이 만들어온 문화의 본질이 아닐까. 영화는
그 시간을 고요히 복원하고, 사라진 무대 위의 목소리들을 다시 우리 앞에 데려온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를 보며 조용히 바랐다. 자신의 자리를 구하는 여성들에게
마땅히 그 장이 주어지기를.
※ 본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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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되는 분위기 속에서 감정을 증폭시키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원작은 아직 읽어보지 못햇던 용의자 X의 헌신.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됐지만 단 한번도 원작을 보지 않았었고, 리메이크된 작품들도 보지 않아서 아주 신선한 눈으로 영화 <용의자 X>를 볼 수 있었다.
영화 <용의자 X> 시놉시스
천재수학자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시작된다!
천재로 알려졌었지만 현재는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석고는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 우발적으로 전남편을 죽인 것을 알게 된다. 석고는 남몰래 지켜봤던 그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그녀는 형사들의 추적을 받지만, 놀랍게도 화선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하며 용의선상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하지만 이 사건의 담당형사인 민범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화선이 범인이라 확신하고 그녀를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천재수학자 석고는 어떤 알리바이를 설계한 것일까?
그는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증명하지 않으면, 진실이 아니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용의자 X>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왜소함으로 압도적인 연기를 보이다
사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할 때는 영상미가 웅장하거나 분위기가 웅장하거나 무언가 위에서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 압도됐다라는 표현을 쓰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솔직히 달랐다. 영화 <용의자 X>에서의 류승범은 구부정한 허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들리는 아주 작은 목소리를 가진 내성적인 천재 수학자 석고를 연기했다. 그런데 이러한 석고의 모습에서 소스라칠 정도로 서늘한 느낌과 무서운 느낌을 받아서 그의 연기에 압도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거대하고 웅장한 것에 압도되다가 이렇게 반대적인 요소에서도 사람을 무섭게 만들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류승범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스릴러가 한 스푼 추가된 멜로물
솔직히 영화 <용의자 X>는 스릴러가고 하기에는 조금 그 결이 다르다. 왜냐면 영화 <용의자 X>는 천재 수학자 석고에 초점을 맞춰서 석고가 어떻게 자신이 사랑하는 화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지 추적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작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천재 물리학자와 형사의 대결이라는 라이벌 구도가 극명하게 보이지만 한국 영화 <용의자 X>에서는 대결이라기 보다는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천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석고는 자신이 죽으려던 날 자신을 문밖으로 꺼내준 화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화선의 우발적인 범행을 감싸안는다. 그리고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면서 화선이 범죄의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준다. 그 과정에서 석고는 다른사람에게 자신이 화선의 스토커처럼 보이게끔 만들었고, 화선마저 자신을 스토커처럼 생각하게끔 상황을 꾸며낸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세우면 한 여자를 지켜내고자하는 남자가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사회와 단절되어 있는 자폐적인 성향을 가진 한 천재 수학자가 사랑을 통해 세상의 빛을 봤지만 결국 다시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면서 그 사랑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다.
나레이션을 잘 활용한 작품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석고의 나레이션을 활용한 부분이었다. 특유의 감정이 없는 듯한 석고의 말투를 통해서 무언가 사실을 전달해주는 듯한 느낌은 관객들로 하여금 석고가 하는 말이 다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나레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들은 트릭이었고 그렇게 마지막 반전이 밝혀지면서 엄청 소름이 돋았다. 이 반전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그 감정이 없는 특유의 말투를 통해서 전달되던 트릭이 숨겨진 사실 속에서 반전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그 감정이 없던 나레이션이 화선을 지켜내고 싶었던 천재 수학자의 절절한 감정이 더 증폭되어서 다가오는 것 같아서 굉장히 타격감이 컸다.
영화 <용의자 X>는 원작을 보지 않았던 나에게 반전과 함께 버무려진 멜로이야기로 굉장히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왜소함에서 비롯된 차가운 압도감, 감정이 없는 말투에숨겨진 절절한 사랑. 이렇게 모순되는 분위기를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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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개들의 왕이 행한 어떤 기적
이 글은 씨네랩에서 초대 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감독: 뤽 베송
출연진: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
시놉시스: 어느날 밤, 한 심리학자는 유치장에서 만난 붉은 드레스의 남성을 상담한다. 그의 이름은 '더글러스'. 200마리가 넘는 개를 키우며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다'는 그는 심리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학대 받던 과거와 힘겨웠던 장애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가 그 도시의 '다크 히어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 놓는다. 한 사회에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세련되고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낸, 거장 '뤽 베송'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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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인생에 끔찍한 비극이 몰아닥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인간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그러한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숱한 비애와 비탄에도 분명히 끝은 있을텐데도 그것에 시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은 영원할 것만 같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의 마음에는 깊은 좌절과 원망, 분노가 깃든다. 그 재앙이 차라리 천재지변이라면 차라리 낫다. 그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일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사람에 의한 것이라면 어떨까?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못한' 재앙을 맛보았을 때, 사람은 외롭고 억울해진다. 원망은 사람과 사회와 하늘로 향하고 무엇보다도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애석하게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그런 재앙이 있고, 그래서 우리의 도시에는 언제나 비참이 도사린다. 이러한 비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비극적 운명의 멍에를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래에서부터 소개할 뤽 베송의 신작, <도그맨>에서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재앙과 그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며 벗어나고자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1. 철장에서 자란 소년이 '도그맨'이 되기까지
어린 '더글러스'(이하 '더그')는 유년 시절의 어느 일부를 철장에서 보냈다. '투견으로 쓰일 개에게 먹이를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던 아버지의 광기는 집안 어디에서나 도사렸다. 형은 아버지처럼 되어가며 가족을 감시했고, 어머니는 결국 그를 이기지 못하고 떠났다. 그러나 더그는 완전히 고독하지는 않았다. 그의 곁에는 개가 있었으므로. 더그에게 개들은 그와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개들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켰다. 그가 아버지의 학대 끝에 반신불구가 된 후에도, 그가 도움과 위안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런 그가 소위 '도그맨'이 된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CKHtgQzY3js?feature=shared
소년은 자랐고, 더는 그 끔찍한 집에 살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학대의 흔적은 남았다. 다리를 쓸 수 없었고,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걷지 못한다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했다. 각박한 인간 세상은 '걸을 수 있는 사람'에 맞춰져 있으니까. 더그에 대한 사회의 취급은 길 위를 떠돌아 다니는 유기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군중'의 노랫말에서처럼, 세상은 그에게 환희를 주었지만 곧 그를 거두어가버렸으므로 그는 절망과 분노를 이겨내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그는 원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로 한다. 금요일에는 트렌스젠더 바의 '에디트 피아프'가 되었다. 연기를 하고 분장을 했다. 비참이 깃든 얼굴 위로 분칠을 하고, 찰나 같은 순간 동안 바로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비로소 그를 '걷지 못하는 사람' 이상의 누군가로 보았다. 언젠가 짝사랑하던 연극 선생님의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는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은 날에는 '도그맨'이 되었다. '도그맨'은 불행한 개들과 사람을 거두고 도왔다. 그가 합법적으로 남을 도울 길은 흔치 않았으므로 그의 방식은 적지 않은 경우 합법의 영역 밖에 있었다. 그래서 위험했고, 그래서 때론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이윽고는 그의 운명을 끝을 향해 달려가게 했지만, 어쨌든 그는 그 일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2. 불행이 있는 곳에 신은 개를 보낸다
이러한 '도그맨'의 삶은 예수의 공생애와 닮아 있다. 그는 가장 더러운 개 철장에서 나고 자랐다. 장애는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게 했고, 그래서 그는 더욱 고난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나 고생했으면 사람을 미워할 법도 한데, 개들에게서 숭고한 사랑을 배운 더그는 가장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으로 값나가는 것들을 좀 훔치긴 했으니 숭고한 의미만으로 그 일을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테지만, 그가 보인 관용 또한 숭고하지 않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다크히어로를 움직이게 한 동인은 '돈'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동감이었으니까. 그것은 대단히 숭고한 마음이 아닌가.
이러한 기독교적인 메타포는 영화의 말미에서 절정에 이른다. 인생의 모든 것을 고한 더글러스는 그의 벗들로 말미암아 유치장을 벗어난다. 휠체어에서 일어난다. 꺼져가는 생명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는다. 앉은뱅이를 고친 예수의 기적처럼. 그리고 마침내 외친다.
'저는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개들의 왕은 마침내 땅 위로 쓰러진다. 등 뒤에 거대한 십자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대가는 치러졌고, 아픈 과거는 잊었다. 그 자리에는 어떤 후회도 남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그의 자식, 개들만이 그의 곁을 지킬 뿐이다.
https://youtu.be/4r454dad7tc?feature=shared
***
영화 <도그맨>은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인생은 험준하기 그지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안에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찾는다. 비록 그의 생은 마감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사랑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비참하게 만든 세상에 대해 과격한 방식으로 저항한다. '홍길동'이나 '로빈훗'처럼 가진 자의 부를 재분배하고 가혹한 이를 응징하는 그의 방식은 그 옛날 로마 제국에 저항하던 급진혁명파인 '젤롯당'이 연상되기도 하고, '눌린자, 포로된 자'에게 기꺼이 다가갔다는 예수에 대한 묘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도그맨'을 사랑을 위해 알려지지 않은 혁명을 해 온 혁명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사랑과 혁명. 이것은 어쩌면 영화가 제안하는 '비극을 이기는 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더글라스처럼 개를 부릴 수도 없을테고, 불법적인 일을 일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낮은 이들에게 기꺼이 사랑을 베풀고 우리가 처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솎아내려는 시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길 위를 떠도는 유기견들의 사정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 개를 '사지 않고' 입양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장애인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게 하기 위해 말 한 마디라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의심이 가더라도 한번 해 보자. 그런 소소한 베풂이 이어지다보면 언젠가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 개를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개가 폭력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뤽베송 감독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개를 키웠다는데, 그런 감독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거 같다.
++) 다양한 음악이 삽입되었는데, 특히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이 더글러스의 삶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영화를 보기 전후에 한번씩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영 일정]
[부산국제영화제 10.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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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함과 익숙함으로 똘똘 뭉친 로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 회사, 집, 회사만 오가는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그는 과자밖에 모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한다. 어느 날, 염치없는 형 ‘석호’(차인표)의 부탁으로 대출 보증을 서 주기 위해 캐피탈사를 찾은 치호 앞에 세상 밝고 직진밖에 모르는 '일영'(김희선)이 나타난다.
밥친구를 핑계 삼아 매일 같이 일영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기 시작한 치호.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치는 형, 형의 도박 친구인 ‘은숙’(한선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제과회사 사장 ‘병훈’(진선규)도 치호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쳇바퀴 같던 치호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휩싸인다.
화려한 이름값과 흥미로운 결과물
23년 여름 시장의 마지막 주자인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는 근래 극장에서 보기 힘든 로맨티 코미디다. 이 로코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역시나 이름값이다.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한 배우들이 한 데 모였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완득이>, <증인>의 이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각본은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드림>의 이병헌 감독이 담당했다.
사실 배우와 제작진의 명성에 비해 <달짝지근해>의 완성도는 실망스럽다. 상업 영화, 팝콘 무비의 본분에는 충실하다. 가볍게 즐기기 충분한 영화인 것도 맞다. 다만 코미디는 올드하고, 로맨스는 익숙하다. <비공식작전>처럼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똑같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스토리를 풀어낼 때 완급조절도 부족하다. 즉, 이름값에 기대할 수 있는 신선함이나 새로움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달짝지근해>의 결과물은 아쉬움보다는 흥미를 유발한다. 조금만 뜯어봐도 정확히 의도한 타깃이 있고, 철저히 계획대로 만든 영화라는 티가 곳곳에서 나기 때문. 동시에 한 가지 의문도 같이 불러일으킨다. <달짝지근해>와 같은 접근법은 부진한 한국 영화를 회생시킬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요'다.
익숙한 코미디
<달짝지근해>는 웃긴 영화다. 코미디로서 강점이 확실하다. 곳곳에 포진한 아재 개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뻔뻔하다. 슬랩스틱은 나름 효과적이다. 정우성과 같은 카메오가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유머의 타율이 순간적으로 더 높아진다. 치호의 캐릭터도 아슬아슬하게 이용한다. 공개 코미디 프로에서 동네 바보 캐릭터를 활용하듯이 치호의 유치하면서도 순수한 면모를 웃음으로 바꿔낸다.
앞에서 웃기고 뒤에서 울리라는 기본 공식도 착실히 따른다. 웃음을 눈물로 전환하는 방식은 올드하다. 주인공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씩 있다. 그런데 그 사연이 전부 가족과 관련돼 있다. 교통사고로 엄마가 죽거나, 남편에게 버림받거나,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아빠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 이들은 즉각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달리 말해 지극히 한국적인 코미디다.
배우들의 이미지도 코미디의 재료로 활용한다. 각 배우의 이미지에 맞는 임무를 제각기 맡긴다. 유해진의 코믹 생활 연기는 지나가는 행인과 말다툼하는 장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김희선은 흥 많고 오지랖 넓은 엄마 역할에 안성맞춤이다. 철저히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조연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차인표의 어딘가 모자란 조폭 연기, 한선화의 푼수 연기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딱이다.
의도한 올드함
이토록 익숙하고, 올드하고, 공식에 들어맞는 코미디는 일견 의아하다. 이한 감독, 이병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해 보면 너무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 철저히 레트로 감성을 의도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에 더 의심스럽다. 옛날 차나 통닭 장수 같은 옛날 사람들이 나오고, 스마트폰과 SNS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듯한 사랑의 세레나데 장면은 그 정수다.
하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독특한 시도도 엿보인다. 이병헌 감독의 스타일이라는 게 보일 정도로 클리셰를 비트는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넘어지는 여성을 남성이 받쳐주는 대신 몸을 피한다거나, 기절한 여성을 병원에 데려다주다가 자기도 같이 쓰러지는 식으로.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대신 익숙한 프레임을 유지하되 세부적인 내용만 살짝 손보려는 지점이다.
이병헌만의 말맛도 살아있다. 약국에서 치호와 약사(염혜란)가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장면, 치호네 회사 회의 시간에서는 특유의 센스 있는 대사를 맛볼 수 있다. 치호의 형인 석호가 일영을 만나서 으름장 놓는 대목도 뻔한 대사를 어떻게든 피하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기 어려운 극장 상황과 이병헌의 이전 각본을 함께 고려하면, 한 가지 합리적인 추정을 할 수 있다. 이 올드한 코미디는 철저히 의도된 결과물이라는 것. <극한직업>의 대성공과 <멜로가 체질>의 상업적 실패 이후, 안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일례로 <드림> 역시 선 웃음, 후 감동이라는 공식에 충실했다. 즉, <달짝지근해>는 과거의 향수를 시대에 맞게 살려내려는 도전인 셈이다.
로맨스마저 올드하다
그런데 <달짝지근해>는 도전의 목적지를 잘못 정한 듯하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로맨스 파트에서도 비슷한 연출 스타일을 유지한 선택이 역효과를 낸다. 이는 <드림>과 유사한 문제다. 초중반부에 코미디를 잘 쌓아 올리다가 후반부에 급작스러운 감동 코드로 분위기를 깨버린다. 그 결과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친다.
로맨스 파트는 정석대로 흘러간다.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썸으로 발전하고, 연애를 시작하지만 외부 사정이 겹쳐서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진심이 전해지면서 재결합에 성공하고, 행복한 연애를 이어간다. <달짝지근해>의 문제는 진심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에 있다. 과자 전문가로 100분 토론에 나간 치호. 사회자는 그에게 주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생방송에서 일영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물론 영화는 그다음 장면에서 여러 변주를 준다. 옛날 방식을 어떻게든 센스 있게 포장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급하게 생방송을 끊은 PD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일영은 공개 고백을 한 발짝 늦게 접하고, 일영과 치호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도 클리셰를 살짝 비틀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 공개 고백이 극 중 몇 안 되는 진중한 장면이다 보니 사족처럼 느껴지기 때문.
완급조절에 실패하다
이에 더해 공개 고백 장면은 은은하게 녹아 있던 따뜻한 메시지를 갑자기 수면 위로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를 통해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고, 또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달짝지근해>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 간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한 치호는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처럼 묘사된다. 영일은 미혼모라서 어려움을 겪는다. 직장 상사가 집적 거리기도 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느라 힘겨워한다. 이때 영화는 치호를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순수한 사람으로, 영일을 쉽거나 문란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여성이자 엄마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로맨스를 통해서.
이러한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문제다. 영일이 술자리나 다른 장소에서 모욕당하고, 치호가 주변인에게 살짝 무시당하는 장면에서나 언뜻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치호가 카메라에 대고 사람 한 명 한 명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하고 영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급작스럽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코미디에만 열중하다가 뒤늦게 로맨스 파트를 챙기려는 형국이다. 후반 추가 시간, 장신 공격수를 넣고 롱볼만 노리는 축구경기처럼. 이는 영화가 '착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련되지는 않은 이유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사실 <달짝지근해>의 성적은 준수하다. 아직 손익분기점(165만 명)을 넘을 거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일일 박스오피스 3위는 놓치지 않고 있다.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오펜하이머>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틈새를 노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달짝지근해>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손익 분기점은커녕 관객수 100만 명도 넘기기 어렵다 보니 익숙한 맛에 새로운 양념을 살짝 더해서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여름 영화 시장을 기점으로 레트로, 올드함이 한국 영화계의 돌파구가 됐다. 당장 <밀수>가 70년대 레트로 감성을 내세워 여름 시장 승자가 됐듯이.
다만 이 트렌드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관객의 니즈 변화는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감지됐기 때문. 2019년에 흥행한 작품만 봐도 전통적이 흥행 공식을 따른 작품은 많지 않다. 외려 뭔가 하나 독특한 면이 있는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알라딘>, <기생충>, <엑시트>, <극한직업>처럼. 올해 <범죄도시 3>나 <엘리멘탈>도 마찬가지다. 중독적인 음악, 파격적인 스토리, 경쾌한 액션, 우직한 코미디처럼 뭐라도 특이점이 있는 영화에 관객은 반응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달짝지근해>의 접근법은 우려스럽다. 전략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지 않나 싶다.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아직 변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읽힐 여지가 다분하다. 즉, 익숙함을 유지하되 약간의 변주만 주겠다는 의도가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올드함이나 이름값에 비해 부족한 완성도보다. 설령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해도.
Poor 형편없음
영화의 완성도보다 걱정되는 의도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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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오롯이 공감할 수 있는가?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오롯이 공감할 수 있는가?’ <리얼 페인>은 제목처럼 ‘고통’과 ‘아픔’에 대해 솔직해서 덜컹거리지만, 그럼에도 따뜻함을 유지하는 탐구 여행이다. 폴란드를 배경으로 생각만 해도 끔찍한 홀로코스트란 과거의 아픔, 매일 고통과의 싸움을 벌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아픔을 병렬로 연결하며, 관객에게 이 문제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건넨다. 영화가 빛나는 건 이 지점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형제는 아니지만 형제처럼 지냈던 사촌 벤지(키에란 컬킨)와의 여행을 결심한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래 걱정을 달고 살고 소심한 타입인 자신과 달리,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타입의 벤지와의 여행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번 여행은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최근 돌아가신 할머니의 고향 폴란드이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할머니의 아픔을 느껴보고자 역사 투어를 신청한 이들은 타인들과 유적지 탐방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반된 성격의 둘은 말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벤지는 투어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벌인다. 이미 예상했지만, 눈앞에 벌어진 벤지의 독단적 행동에 데이비드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리얼 페인>은 버디 무비 장르를 차용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서로 반대되는 성향은 두 인물이 여정을 함께 하면서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버디 무비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극 T와 극 F가 만나서 여행하면 생기는 일들을 보여주는 영상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 진짜 이들은 정말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와해되는 순간이 있지만, 가족이라는 핏줄, 함께 잊지 못할 과거를 공유했던 관계를 기억하며, 어떻게든 이 여정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건네면서 서로의 아픔을, 특히 벤지의 아픔을 수면위로 끌어올린다.
연출, 각본, 주연. 1인 3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는 실제로 홀로코스트 생존자 3세대다. 극 중 데이비드와 벤지가 홀로코스트 생존자 3세대로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조상들의 아픈 과거와 불안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픈 현재를 병합한 이 작품은 그 자신이 생각하는 ‘고통’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해 놓은 듯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투어에서 빚어지는 벤지의 뼈 있는 말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여행은 할머니의 나라이자 고통으로 점철된 자신의 뿌리를 찾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홀로코스트 역사 투어는 기쁨보단 슬픔과 아픔을 오롯이 느끼고자 하는 이들이 모였고, 이들은 유대인, 유대교라는 공통 키워드는 물론, 각자가 안고 있는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다.
하지만 여느 투어처럼 극 중 투어도 좋은 호텔에서 묵고, 기차 일등석에 오르는 등 홀로코스트를 겪은 이들의 아픔을 느끼는 건 그때뿐이다. 이때 벤지는 버럭 화를 내며 한마디 한다. 자신은 일등석에 탈 수 없다고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더불어 다른 투어 지역에서도 과거 역사적 사실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건 과거의 사람들이 가졌던 아픔을 느끼는 과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뼈 있는 말을 내뱉는다. 불손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타인의 고통, 역사적 트라우마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본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벤지 또한 아이러니하다. 바르샤바 게통 봉기 기념탑에서 군인 흉내를 내며 사진을 찍거나 티켓 없이 올라탄 기차에서 벌이는 행동들을 보면 그 또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벤지의 공허하면서도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찬 눈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홀로코스트의 아픔과 비견될 수 없지만, 그 또한 고통의 늪에 계속 빠져있다. 겉으로는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건 사회적 가면일 뿐이다. 그 안에는 삶의 목적성을 잃고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해 본 초라한 인간이 자리 잡는다. 데이비드는 벤지와 함께 있는 게 그리 좋지 않지만, 내면적으로 힘들어하는 벤지를 위해 자신의 삶을 정지시킨 채 여행을 떠난 것이다.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데이비드는 벤지의 아픔을 오롯이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의 삶을 지지하는 1인으로서 존재하려 노력한다. 자신도 강박증과 불안증에 시달려 약으로 살아오고는 있지만, 타인의 고통을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어쩌면 영화는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들여다보며 타인의 아픔을 오롯이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 노력이 큰 변화를 낳지 못해도 말이다.
영화의 주동력은 제시 아이젠버그와 키에란 컬린이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배우를 뛰어넘어 이제 작가로서의 행보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무거운 삶의 고민을 스크린에 옮기면서도 유쾌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 유머는 영화를 계속해서 보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마치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응축된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키에란 컬킨의 연기는 발군이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벤지의 조울증 연기를 깊이 있게 보여준 그는 냉온탕을 넘나들는 감정의 온도차를 잘 표현한다. 마지막 그의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알다시피 그는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가장 유력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다.
<리얼 페인>은 답을 주는 객관식 영화는 아니다. 자신만의 답을 찾는 주관식 영화다. 90분 동안 이어지는 이들의 여정이 끝나면 비로소 관객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오롯이 공감할 수 있는가?’ 쇼팽의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자기 삶으로 돌아간 데이비드와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 벤지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평점: 3.5 / 5.0
한줄평: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아픔에 대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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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과 불행으로 힘겹게 엮는 멜로
불행에 불행이 연이어 엮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절절한 지는 잘 알겠다. 그러나 불행 속에서 멜로를 피어나게 만드는 과정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로기완'을 보고도 영 개운치 않은 게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이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해진 작가의 장편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에 등장하는 캐릭터 로기완만 차용해 새로운 내용으로 각색했다.
영화는 초반부에 로기완의 생존기를 구구절절하게 보여준다. 엄마 옥희(김성령)와 함께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 연길에서 생활하던 그가 어떤 사유로 벨기에까지 오게 됐는지를 설명하고 벨기에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그의 삶을 최대한 처절하게 그려낸다. 다소 지리멸렬한 느낌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불행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인간의 삶을 전달하기엔 나쁘진 않았다.
로기완과 이마리가 엮이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좋지 못한 첫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인데 왜 서로에게 빠져들게 됐는지 설명이나 서사의 빌드업이 생략됐다. "이끌리듯 빠져들었다"는 표현으로 넘어가기엔 이들의 감정선에 큰 구멍이 뚫려있다. 차라리 극한의 상황 속에서 견뎌낼 수 있는 연대나 응원을 전하는 휴머니즘이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두 캐릭터의 멜로만큼 부족한 게 하나 더 있었으니 마리의 감정선이다.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그가 왜 아버지와 반목하게 됐고, 자기 자신을 타락시키면서까지 아버지에게 상처 주려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마리 캐릭터에 몰입하는 게 큰 장벽과도 같았고, 기완과의 멜로 케미도 설익은 느낌이 강했다.
'로기완'을 연출한 김희진 감독의 연출력도 다소 애매했다.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한 점은 분명 이색적으로 느껴지긴 했으나, 과거 8~90년대 작품을 보는 듯한 촌스러움도 같이 묻어난다.
'로기완'의 두 주연배우 송중기와 최성은은 자신이 맡은 배역에 성실하게 임하며 연기력을 펼친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높은 완성도는 아니다 보니 '고군분투한다', '노력한다'에 그쳤다는 게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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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생존자 전원이 타겟이 된다’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지난 21년에 촬영을 마치고 2년동안 개봉이 미뤄지며 24년도에 와서야 개봉을 알렸는데요.
배우들의 연기와 액션 연출이 돋보이는 볼거리라는 호평과 뻔한 재난영화라는 호불호가 크게 갈린
평들이 쏟아졌습니다. 현재 한국의 여름을 겨냥한 여름 영화 <탈주>와 <핸섬가이즈>가 꽉잡고 있는 가운데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PROJECT SILENCE
개요: 스릴러 | 한국 | 96분
감독: 김태곤
주연: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개봉: 2024.07.12.
배급: CJ ENM
시놉시스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 생존자 전원이 타겟이 되었다. 기상 악화로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공항대교. 연쇄 추돌 사고와 폭발로 붕괴 위기에 놓인 다리 위에 사람들이 고립된다. 이 때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고 모든 생존자가 그들의 타겟이 되어 무차별 공격당하는 통제불능의 상황이 벌어진다.
공항으로 향하던 안보실 행정관부터 사고를 수습하려고 현장을 찾은 렉카 기사, 그리고 실험견들을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연구원까지. 사상 최악의 연쇄 재난 발생, 살아남기 위한 극한의 사투가 시작된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
Love Lies Bleeding
개요: 범죄, 멜로/로맨스 | 미국, 영국 | 104분
감독: 로즈 글래스
주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이티 오브라이언, 에드 해리스
개봉: 2024.07.10.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놉시스
“멍청아, XX 사랑한다구!!” 1989년, 체육관 매니저로 일상을 보내던 무기력한 ‘루’ 앞에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잭키’가 나타나고 둘은 0.0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루’를 위해 상상초월 살인을 저지른 ‘잭키’! 폭력을 일삼는 가족으로부터 연인을 지키려는 ‘루’!
‘루’와 ‘잭키’의 숨 막히는 쇠맛 범죄 로맨스가 시작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
개요: 멜로/로맨스, 코미디 | 미국, 영국 | 132분
감독: 그렉 버랜티
주연: 스칼릿 조핸슨, 채닝 테이텀, 우디 해럴슨
개봉: 2024.07.12.
배급: 소니픽쳐스
시놉시스
1960년대 우주 경쟁 시대, 거듭된 실패로 멀어진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 위해 NASA는 아폴로 11호 발사를 앞두고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NASA의 달 착륙을 홍보하는 마케터 켈리 존스와 그녀가 하는 일이 거짓말이라며 대립하는 발사 책임자 콜 데이비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났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서히 한마음이 되어간다. 미션의 성공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켈리 존스는 미 행정부에서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되고 실패도, 2등도 용납이 되지 않는 달 착륙 프로젝트를 위해 켈리 존스는 아무도 모르게 플랜 B, 즉 실패에 대비해 달 착륙 영상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인류 최대의 업적, 최초의 달 착륙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가장 따뜻한 색, 블루
Blue Is The Warmest Color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프랑스 | 180분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주연 : 레아 세이두,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재개봉: 2024.07.10.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화가 지망생 '엠마'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미지의 사랑을 꿈꾸는 '아델', 현실의 사랑을 이끄는 '엠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과 '엠마'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은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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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최신 개봉영화(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 사람, 내가 날 부를때)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건파우더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사람 #내가날부를때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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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 피쉬 후기 / 팀 버튼 감독 영화 맞아?! / 이완 맥그리거의 영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 감동 있는 판타지 드라마 / 부자가 같이 보기 좋은 작품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빅 피쉬”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습니다.#넷플릭스, #왓챠, #팀버튼, #판타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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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마일 2> 1차 예고편
곧 다시 웃게 될 거야... 올가을, 다시 공포가 전염된다 [스마일 2] 10월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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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문> 메인 예고편
1990년 집단 살인사건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라진다!1990년, 귀사리의 한 수련원에서 건물 관리인이 투숙객들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매년 자살 및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수련원은 문을 닫은 채 수년간 방치되고, 들어간 사람은 있으나 나온 사람이 없다는 ‘귀문’에 대한 괴담이 돌기 시작한다.
한편 수련원에서 한풀이 굿을 시도하다 죽음에 이른 어머니의 비밀을 파헤치려 그곳을 찾은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과 공모전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수련원에 들어간 대학생 ‘혜영’, ‘태훈’, ‘원재’는 소름끼치는 기괴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데…
감당할 수 있다면 ‘귀문’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