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2025-03-20 22:06:44
새로운 시대에 ‘우리’의 이야기를 써나가기
영화 <그린 나이트>를 보고
<그린 나이트>는 언제 봐도 웃긴 영화다. 영화의 말미 일찍이 예정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인공의 나약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무력하게 웃고 만다. 누군가에게는 대서사시나 위대한 성장담으로 읽히는 이 영화를 n차 감상하면서도 매번 웃고 마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뤄온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제서야 찾아보려 한다.
영화 <그린 나이트>는 주인공 가웨인의 모험담이자 성장담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그리고 가웨인이 함께 모인다. 모습은 성인이나 아직은 어딘가 그들과 어우러지지 않는 가웨인의 모습. 아서왕은 모임에서 겉돌고 있는 가웨인에게 재밌는 얘기를 한 번 해보라하지만 들려드릴 이야기가 없다 한다. 그때 왕은 영웅담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이밍은 완벽하게 좋고 나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투를 신청하러 온 녹색 기사. 결투에 응할 자를 찾는 녹색 기사에게 대적하는 자는 가웨인이다. 1년 후 댓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는 주의에도 불구하고 가웨인은 ‘용감하게‘ 녹색 기사의 목을 친다.
그렇게 영웅담은 만들어진다. 인형극으로 재현되고 입소문으로 도는 그의 이야기. ‘소년’에서 ‘남자’, 그리고 ‘기사’가 된 그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한다. 그렇기에 그는 녹색 기사와 다시 대적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이 모험은 무척이나 이상한 양태를 띠고 있다. 무언가를 얻는 모험이 아닌, 계속 잃고 잃는 모험. 사실 결말마저 정해져있다. 그는 머리를 잃기 위해, 즉 죽음을 위해 모험을 떠난 것이다.
모험의 과정에서 그는 무엇을 잃는가. 먼저 어머니가 준 사랑의 증표를 잃는다. 그가 떠나기 전 어머니는 그를 지켜줄 물건이라며 녹색 허리띠를 건네준다. 그러나 모험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도 무리를 만난 가웨인은 무력하게 그것을 빼앗긴다. 연이어 연인이 건넨 사랑의 증표마저 그는 쉽게 잃는다. 이렇게 잃고 잃는 모험 속에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는 가웨인을 살린 성주는 묻는다. “이렇게 맞서싸워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이 질문에 가웨인은 질문으로 답한다. “명예요?” 가웨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 길을 간다.
모든 여정에 목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떠나는 모험에 목적이 없다니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 녹색 기사를 다시 조우한 가웨인이 숨기고 숨겨온 두려움을 분출했을 때,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것 같다. ‘기사’로서의 임무를 다하려는 가웨인은 결국 인간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 시대의 ’기사됨‘과 ’남자됨(남성성)‘의 이상향은 인간의 인간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그 끝이 무엇인가. 그의 연인 에셀이 말했듯 어리석은 남자들은 꼭 그러다 죽고 만다.
사실 단순히 우습기 짝이 없다고 말하기엔 현재까지도 남성들은 소위 말하는 ‘맨박스’라는 것에 갇혀 산다. 사회학자 래윈 코널은 ‘패권적 남성성’을 한 사회가 이상적인 남성에게 가지는 기대감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대에 있는 힘껏 부응하려는 남성만이 그 사회에서 ‘남성’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사회적 기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그런 조건을 거부하는 남성은 ‘남자로서 불합격인 존재‘가 된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남성성‘을 정립하기 위해 그들이 죽음을 불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자라면~“으로 시작되는 문장들은 지금도 말해지며, 그것은 남성들의 인간성과 유약함을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제약이 된다. 감독은 그런 스테레오타입들의 우스움을 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녹색 기사를 다시금 조우한 뒤 그가 어떤 성장을 거두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대사 하나 없이 이어지는 모종의 압도적인 플래쉬 포워드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가웨인. 그렇게 그는 허울뿐이 ’영웅‘이 되어 돌아갔을 때의 허망한 결말을 떠올리고,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때 가웨인의 모습은 결의에 차있는 동시에 절망이 느껴진다. 이때, 영화의 초반부 별것도 아닌 일에 아이처럼 웃으며 연인과 장난을 치던 가웨인의 행복한 모습이 겹쳐보였다. 기사가 되고 남자가 되어 남들이 말하는 성장을 거두기 위해 행복을 잃는다면, 그런 성장은 안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한 여자 아이가 등장하여 왕관을 착용한다. 그 순간 최근 관람한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한 청년은 우연히 만난 여자 아이에게 영웅담을 들려준다. 병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임에도, 그들의 상상은 영화적으로 재현되며 시공간을 오간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순히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설정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마다 개입하여 이야기의 방향성을 바꾸어놓는다. 이것은 영화의 말미에 아이가 말하듯, ’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다. 세상을 남성이 아닌 여성이, 강자가 아닌 약자가 중심이 된다 하여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틀에 매이지 않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논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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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나라 모두 다양하게 있는! 넷플릭스 6월 공개 예정 영화
여러분들께 5월 공개 예정 영화를 소개해드린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5월이 끝나가네요! :)
5월에 공개된 영화, 시리즈 작품 재밌게 보셨나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아미 오브 더 데드>, 도노반 마시 감독의 <내가 그 소녀들이다>가 현재 넷플릭스 영화 순위권에 들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고 보면 더 재밌지 않나요?
다양한 장르로 만나보는 넷플릭스 6월 공개 예정 영화. 함께 보러 가시죠!
1. 카니발 Carnaval (2021) - 레안드로 네리
6월 2일 공개
▶러닝타임 : 94분
▶장르 : 코미디"주인공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서로를 보완해 주는 친구들이다. 어느 날, SNS 인플루언서인 니나는 남자친구가 바람피우는 영상이 인터넷을 휘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별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친구 셋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니나. 인맥을 활용한 덕에 사우바도르에서 카니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머지않아 이 경험을 통해 새 팔로워 이상으로 훨씬 더 값진 우정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카니발> synopsis
브라질 영화 시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제작사 중 하나인 '카미자 리스트라다'에서 제작한 영화 <카니발>은 포스터부터 브라질 특유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데요. 흔하지만 흥미로운 소재. 'SNS'를 통해 깊은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 <카니발>은 오는 6월 2일 공개 예정입니다.
2. 새콤달콤 Sweet & Sour (2021) - 이계벽
6월 4일 공개
▶러닝타임 : 94분
▶장르 : 코미디"매번 해도 어려운 연애. 하지만 그 새콤달콤한 연애의 맛에 제대로 빠져버린 달콤한 연인 장혁과 다은. 그리고 새콤한 매력의 보영까지.
세 남녀가 그리는 찐 현실 로맨스 "
<새콤달콤> synopsis
<럭키>,<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이름을 알린 이계벽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새콤달콤>은 장기용, 채수빈, 크리스탈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배우 장기용, 채수빈, 크리스탈이 주연을 맡아 ‘청춘’들의 찐 현실 로맨스가 잘 드러날 것 같습니다. 가볍게 보기 좋을 영화 <새콤달콤>은 넷플릭스에서 6월 4일 공개 예정입니다.
3. 어웨이크 Awake (2021) - 마크 라소
6월 9일 공개
▶러닝타임 : 96분
▶장르 : SF, 액션, 스릴러" 기이한 현상이 전 세계를 휩쓴다. 잠드는 능력을 빼앗긴 인류. 불면으로 인한 광기와 혼돈. 그래도 상처투성이 과거를 간직한 전직 군인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웨이크> synopsis‘불면으로 인한 광기와 혼돈’을 다룬 영화 <어웨이크>는 불면으로 인한 광기’라는신선한 소재를 다룬 재난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개된 <어웨이크> 예고편을 본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 박스>를 떠올리는데요. 과연 <버드 박스>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가 될지! <어웨이크>는 오는 6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예정입니다.
4. 비탄의 정글 Tragic Jungle (2020) - 율레네 올라이졸라
6월 9일 공개
▶러닝타임 : 96분
▶장르 : 드라마"고대 마야 왕국의 전설이 살아있는 멕시코의 정글 속 고무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연히 신비스러운 여성을 구출하게 된다. 아그네스는 백인 농장주와의 결혼을 피해 도망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를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눈에는 열기와 욕망이 차오르고, 무법지대 정글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구원이 아닌 약탈일 뿐이다. 여성 감독 율리네 올라이졸라의 네 번째 장편 극영화 <비탄의 정글>에서 싱싱한 초록 식물로 뒤덮인 정글은 순식간에 복수극의 무대로 탈바꿈한다."
<비탄의 정글> synopsis2020년 하반기 최대의 화제작 중 하나인 <비탄의 정글>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며 활약 중인 율레네 올라이 졸라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영화 <비탄의정글>은 베니스 영화제와 바르샤바 영화제의 출품되어 각종 상을 휩쓸었는데요.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비탄의 정글은 원주민 출신의 비전문 배우를 출연시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5. 위시 드래곤 Wish Dragon (2021) - 크리스 애펄핸즈
6월 11일 공개
▶러닝타임 : 98분
▶장르 :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요술램프 속 지니? 아니! 이 몸은 찻주전자 속의 위시 드래곤이란 말씀. 근데 천년만에 만난 주인이 이렇게 순박한 너라니. 한 가지 소원은 아까 들어줬고.. 빨리 다음 소원이나 말해봐"
<위시 드래곤> synopsis
미국과 중국의 합작 애니메이션 <위시 드래곤>은 극장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하여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작품입니다. 중국판 램프의 지니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과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성룡, 존 조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영화 <위시 드래곤>은 오는 6월 11일 공개 예정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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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간절한 집념으로 통하는 하나의 언어
킵 스텝핑(Keep Stepping) - 루크 코니시 감독 작품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
춤은 힘이 세다. 인종, 외모, 환경, 언어가 달라도 춤은 통한다. 아니, 춤은 새로운 언어로써 기능한다는 것이더욱 옳은 표현인 듯 하다. 춤이 시작되면, 인간의 표면적인 특징들은 사라지고 ‘춤’ 그 자체만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 <킵 스텝핑>은 춤으로 말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이다.
브레이크 댄서 패트리샤, 팝핀을 추는 가비, 호주 최대 댄스 컨테스트인 Destructive Steps(이하 'DS')를이끌어온 조 윈이 그들이다. 패트리샤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엔지니어 일을 하다 춤을 추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호주에 오게 된 인물이다. 여러 댄서들과 한번에 붙어도 절대 기가 죽지 않은 에너지의 보유자이며, 대회에서 윈드밀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끝없는 연습을 거듭한다. 가비는 칠레인 어머니와 뉴질랜드 원주민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춤에 대한 반대로, 가족들과의 연을 끊고 홀로 호주에 살고 있다. 그러나 가비는 자신의 뿌리와 전통춤을 잊지 않고, 특기인 자유댄스에 전통 서사를 섞어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조 윈(이하 조)은 한국에서 태어나 3살부터 호주에서 자란 한국계 호주인이다. 조는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아버지의 학대와 학창시절의 인종차별로 인해 지워낼 수 없는 심적 상처를 입는다. 조의 곁을 지켜준 것은아무런 조건 없이 하나될 수 있었던 '춤'이었다. 조는 10년째 호주 스트리트 댄스 대회를 개최하며 해당 대회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가비와 패트리샤는 열정을 먹고 산다.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는 현실에 고뇌하다가도, 몸을 움직일 때 만큼은 걱정의 이면에서 흐르듯 비상한다. 공원부터 연습실, 광장의 한켠까지 모든 곳이 이들에게는 무대가 된다. 새로운 동작에 자신의 개성을 묻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행인들의 언짢은 시선은 방해 요소가 되지못한다. 단순하게, 때로는 무식하게 춤만 추는 것 같다는 인상은 영화가 진행되며 완전히 전복된다. 체형과스타일, 신념을 모두 고려해 이루어지는 작은 동작들은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들의 집념은 지독히 간절해숨을 죈다.
<킵 스텝핑>의 피사체들은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고, 경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커뮤니티는 경쟁보다는 단합을 선물한다. 여성, 이민자, 소수 인종, 혼혈, 교포, 청소년, 비주류... 마이너리티에 속한 인물들은 경쟁을 통해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단합한다. 이들의 손끝에는 전하고 싶은 말들이담겨 있다. 용감한 움직임 속 스트리트 댄스가 주는 감정의 분출과 치유는 그 자체로 연대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목표를 향해 집요한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좌절을 모르기에 아름답다. 아무리 춤에 문외한이더라도, 당신은어느샌가 가비와 패트리샤, 그리고 조를 깊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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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성장하면서 계속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도전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무척 애쓴다. 청소년 시절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시험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장 큰 목표인 수학능력시험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좋은 시험 결과를 얻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우리 교육 시스템 안에서 학교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것을 배우는 것에 있겠지만 결국에는 좋은 시험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고 또 시험을 보면서 누군가는 그 결과에 만족하고 또 한걸음 나아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 든다.
삶의 많은 것이 그 시험의 결과에 의해 좌우된다. 현실이 그렇다. 수능 시험의 결과에 따라갈 수 있는 학교가 정해지고, 학교가 정해지만 그곳에서 다시 또 다른 시험 준비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직장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의 삶 전체가 그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한 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그 ‘시험’이라는 것이 우리 전체 삶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수포자 지우의 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 시험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지우(김동휘)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우는 현재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다. 과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은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 최대한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모든 과목 중에서 수학이 그를 가로막는다. 수학 성적은 하위권이고, 그것 때문에 그의 담임 선생님(박병은)은 일반학교로 전학을 권유한다. 그때 지우는 학교의 경비원이면서 숨은 수학천재 학성(최민식)을 만난다.
영화 속 학성은 개인사에 비밀을 가지고 있다. 늘 딸기우유를 먹는 그는 어느 날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을 지우에게 들킨다. 그리고 수학을 가르쳐달라는 지우의 부탁을 결국 받아들인다. 이렇게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다. 지우는 전형적으로 결과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면에 학성은 과정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두 인물을 대비시키면서 이들 간의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이 모습은 일반적으로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교육 시스템과 그에 반하는 학성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 학성은 그저 과정에만 충실하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아니다. 학성이 말하는 과정은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밑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정확한 결과를 내는 학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결과를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중요하다. 그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오는 도전정신과 희열감을 통해 숫자, 수식과 친해지는 과정이 있어야 원하는 결과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성은 결과에만 집착하는 지우를 못마땅해하고 세세한 설명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런 태도가 지우에게 일종의 도전정신을 심어준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천재 수학자 학성
이 영화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담임 선생님 근호는 전형적인 나쁜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영화들에서 그동안 봐왔던 아주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이라서 좀 평면적으로 보이는 인물인데, 영화는 이 근호라는 인물을 이용해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학성이 풀고 있는 방정식에서 결과를 중시하는 일종의 상수로 그려진다. 워낙 학성과 지우가 중심인물이 되다 보니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근호와 같이 너무 평면적으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탈북자인 학성과 평범한 남한 학생 지우에게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는 그들 사이에 어떤 유사 부자의 감정을 넣었다. 아주 대표적인 장면이 둘이 앉아 된장찌개와 계란 프라이를 먹는 장면일 것이다. 밥 위에 계란을 얹어주는 학성의 모습과 그걸 받아서 맛있게 먹는 지우의 모습에서 그 둘이 현재 결핍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이 둘 사이에 만들어진 신뢰와 챙기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답게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은 결과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학성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은 <천문:하늘에 묻는다> 이후 오랜만에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힘을 뺀 연기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주며 과거의 회한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탈북 수학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우 역을 맡은 배우 김동휘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과 <피터팬의 꿈> 같은 영화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는 자신이 피해를 입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고 힘든 일을 안고 가려는 조금은 소심하고 체념적인 지우를 잘 표현해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최민식과 김동휘
영화를 연출한 박동훈 감독은 많은 작품을 연출하지는 않았다. <전쟁영화>라는 단편 영화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소녀 x소녀>, <계몽영화> 같은 작은 영화들을 간간히 연출했었고, 가장 최근에 연출한 작품이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다. 이번 영화에서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학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올바른 과정 속으로 끌어당기는 건 결국 과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깨어있는 어른의 목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결국 결과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그것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과정 역시 중요하다. 좋은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머릿속에 남지 않고 증발되어 버린다. 영화 속 지우는 학성의 의도에 맞게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 조금 느리지만 그가 원하는 시험 결과도 얻어낸다. 그 이후 그 학생과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건, 결국 어른들의 몫이다. 영화는 다소 극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보는 관객들에게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그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시 전달된다. 무엇보다 그 모든 전달 과정이 지우와 학성의 따뜻한 관계를 통해 전달되고 있어, 영화를 다 보고 난 관객들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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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는 죽지 않았어!
하시모토 나오키 / 일본 / 2022 / 126분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루가 봄과 함께 떠났다 사야카는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그곳에서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재일 한국인 2세인 작가 이주인 시즈카(본명 조충래)의 동명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대중소설 작가에게 수여하는 가장 높은 상이기도 한 나오키상 수상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단행본 소설이다. 하시모토 나오키 감독은 소설을 처음 접하고, 영화화하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을 아리게 만들기에 변함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는 죽지 않았어-
영화는 난생처음 상실과 이별을 경험하게 된 8살 소녀 사야카(니이츠 치세)와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오이다 요시)의 만남을 10년 후 사야카의 내레이션(아리무라 카스미)을 통해 들려준다. 소중한 관계의 상실과 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야카가 맞이하는 이별은 작별인사 기회조차 주지 않는 어린이에겐 너무 어려운 경험의 연속이다. 이렇게까지 잔인한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기엔 영화는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살랑한 봄의 여행길 같다.
좁은 문을 통해 강아지 루를 따라 들어간 벽으로 둘러싸인 들판은, 말 그대로 둘만의 공간이었다. 유일한 친구인 루만이 함께하는 공간은 그 어디보다 외롭지 않고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가장 자유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벽 너머로 수평선까지 보이는 듯한 바다조차 맑은 하늘에 푸르게 반사되지만 사야카 혼자 다시 들판에 갔을 때는 벽의 헤드룸을 좁혀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는 일반 공터로 만들어버린다. 그만큼 세상을 다르게 느끼게 해주는 존재에 대해 보여준 덕에 사야카의 상실감의 폭은 더욱 크게 와닿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첫 장면이다. 첫 장면이 강렬한만큼 후반부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사야카가 느끼게 된 소외의 너무 짧은 전사나 스토리 전개의 속도, 카메라를 바라보는 듯한 사야카의 시선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적어도 루와 사야카의 관계는 의심할 수 없는 꾸밈없는 관계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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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램> 종교, 인간, 자연 사이를 경계 없이 넘나들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 폭풍이 휘몰아치던 크리스마스 날 밤 이후 '마리아(누미 라파스)'와 '잉그바르(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부부는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 '아다'를 선물 받는다. 새끼 양과 인간의 모습이 공존하는 이해할 수 없는 형상을 한 아다이지만, 이미 한 차례 아이를 잃은 바 있는 부부는 아다에게 극진한 사랑을 베푼다. 그러나 우연히 주어진 선물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리아는 점차 아다에게 집착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집착은 잉그바르의 형 '피에튀르(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의 등장과 함께 절정에 도달하면서 비극의 시작을 알린다.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의 공포 영화 <램>은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밤을 배경으로 하는 첫 장면부터 그렇다. 알 수 없는 존재가 목장을 찾아온 뒤 한 마리의 양이 임신을 하고, 반은 양이고 반은 인간인 아기 아다를 낳는다. 기독교 교리상 예수가 완전한 신이자 동시에 완전한 인간이라는 상이한 특성이 공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아다의 존재는 예수에 대한 비유로 보인다. 예수가 스스로 희생제물이 되어 인간의 죄를 씻어낸다는 점에서 예수가 흔히 어린양에 비유된다는 점, 아다를 입양한 여성 주인공의 이름이 다름 아닌 마리아인 점도 영화에 기독교적 색채를 더한다.
하지만 영화가 성경의 상징을 빌려왔을 뿐 내용까지 반복하지는 않기에 <램>은 종교적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관점으로 해석 가능하다. 우선 종교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램>은 신의 섭리에 도전한 인간을 향한 징벌을 다룬 영화로 볼 수 있다. 마리아와 잉그바르는 우연히 입양하게 된 아다가 본인들이 잃은 아이 대신 찾아온 축복이라고 생각해 극진한 사랑을 베푼다. 그런 그들에게, 특히 마리아에게 아이를 그리워하는 울음소리를 내는 어미 양의 존재는 자신의 모성애를 위협하는 존재라서 거슬릴 따름이다. 그래서 그녀는 어미 양을 죽인다. 앞서 보았듯이 아다가 예수의 알레고리라면 어미 양은 마리아에게 예수를 보내준 신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런 마리아의 행동은 신이 정한 소명을 거부하고 신에게 도전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마리아와 잉그바르가 잠시 아다를 잃어버리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잠시 각자의 생업을 하느라 아다를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아다는 사라지고, 아다를 찾아 헤매던 부부는 초원에서 어미 양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다를 발견한다. 이는 요셉과 마리아가 12살이 된 예수를 예루살렘에서 잃어버렸다가 성전에서 학자들과 토론하는 예수를 발견한 사건과 동일해 보인다. 특히 엄마 양과 함께 있는 아다의 모습은 신이 아버지(하느님)의 집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느냐고 되묻는 어린 예수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런데 그 직후 두 마리아의 행동은 정반대다. 성경 속 마리아가 이 모든 사건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신에게 순응하는 반면, 영화 속 마리아는 어미 양이 아다를 뺏으려 했다고 여기며 화를 내고 내쫓으려고 한다. 그 외에도 간음과 같은 마리아의 다른 죄가 묘사되는 것까지 고려하면, 영화의 결말은 자신이 거부한 신에 의해 징벌 혹은 응징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램>은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성경의 이야기 구조를 뒤튼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에 오히려 자유의지와 욕구라는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는 대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화면과 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 효과이기도 하다. 영화 내에서는 특정 상황 또는 장면의 의미가 무엇이다라고 명확히 대사로 정의하는 대목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은 받아들이는 관객의 생각과 상황, 선입견과 편견에 따라 그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마리아의 모성애다. 이미 한 차례 상실을 겪은 바 있는 그녀는 뜻밖에 주어진 아다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여 그 상실감을 채우려고 한다. 이때 아다가 온전한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있지 않았기에 마리아에게는 그를 양으로 키울지 아니면 인간으로 키울지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모성애라는 감정과 욕구에 충실한 선택을 한다. 즉, 갓 태어난 아이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고 깊이 슬퍼하는 것이 운명이었다면, 그녀가 아다를 입양하는 것은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두드러진다. 신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추구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저 신의 섭리를 거스른 인간에게 닥친 비극 같던 영화의 결말도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영화는 모든 사건이 끝나고 다소 허망해 보이는 표정을 짓던 마리아가 눈을 감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뱉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는 마치 상실과 슬픔으로 정해진 길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 것이 더 큰 상실이라는 비극으로 되돌아오더라도, 마냥 운명에 순응할 수는 없다는 인간의 모순적이고 갑갑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아이슬란드의 자연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 방식은 마리와 아다의 이야기를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보다 넓은 시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사실 이 영화는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마리아와 잉그바르 부부를 제외한 모든 것으로부터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이 지닌 초자연성이 드러난다. 죽은 것이 부활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존재가 생명을 선사하며, 한 대상이 전혀 다른 대상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는 이러한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광활한 초원, 높은 산맥과 그 산마저 가려버리는 짙은 안갯속에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결과 자연이 지닌 초자연적 힘은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처럼 보인다. 제도 종교에서 정의하는 신의 모습이나 규율, 교리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광활하고 광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저항할 수 없고 굴복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살 수 있지만, 자신들의 선택이 낳은 자연의 결과와 반응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한 존재이기에 겸허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의 힘 앞에 압도되는 분위기는 <램>이 통상적인 호러 영화는 결이 다르더라도 결국 '호러' 영화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영화의 내용이나 구조, 주제와는 별개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램>은 실망스러운 작품일 수 있다. 좋게 말하면 관객들의 니즈를 잘 캐치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낚시를 잘했기 때문이다. <램>의 포스터를 보면 미국의 독립영화제작사인 A24의 로고가 강조되어 있다. A24가 <유전>, <미드 소마>처럼 예술성과 독창성을 모두 인정받은 공포영화를 제작해 관객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사실을 셀링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문제는 A24가 <램>의 배급사이기는 하나 제작사는 아니라는 것이고, 그 결과 <램>은 여러모로 기대와는 다른 영화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영화를 그 자체로 온전히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종교와 인간,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호한 경계와 관계를 넘나드는 영화이고, 영화의 형식도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보니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신중하게 끈기를 가진 채 이 기묘한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고, 한 번의 관람으로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난해함과 고민 끝에 무수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램>만의 매력임을 인정하고 나면, 왜 이 영화가 제74회 칸영화제서 독창성상을 수상하고 제54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3관왕을 차지했는지 그 이유를 실감하는 것만큼은 어렵지 않다.
A(Acceptable 무난함)
수없이 곱씹어야 느껴지는 결이 다른 공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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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0kg 넘는 거구의 남자가 쓴 마지막 에세이란?
270kg이 넘는 거구인 찰리는 온라인으로 에세이를 쓰는 법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그에게는 큰 상처가 있었으니 자신의 남자친구인 엘런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식증으로 많은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고 엄청난 비만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보조대로 겨우 걷는다. 사실 찰리는 가족이 있었는데 엘리라는 딸과 아내 메리였다. 찰리는 가족의 가장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양육비만 보내고 방치해뒀다. 찰리의 옆에는 보조자가 있었는데 죽은 엘런의 여동생인 리즈였다. 리즈가 하는 일은 찰리 곁에서 음식들을 구해주고 그가 죽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딸인 엘리가 찾아와 아버지인 찰리에게 으름장을 놓는데...
그리고 토마스라는 선교사가 찰리의 집을 방문한다. 몸이 비대한 찰리에게 할 수 있는 건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찰리는 신을 믿지 않았고 보조자인 리즈도 종교에 회의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결국 토마스를 내쫓게 되고 다시 들어오는 토마스는 자신이 선교할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구원이며 사명이라는 그의 말에 찰리는 넘어가지 않는다.
찰리의 딸인 엘리는 친구들을 조롱하고 마리화나를 피우는 불량한 학생이다. 낙제 점수를 받고 아버지인 찰리에게 불만을 쏟아내며 자신의 에세이를 다시 써오라고 시킨다. 또한 고등학교에서 정학으로 처벌받았고 여러 가지로 문제아이다. 그래도 그런 엘리를 가능성 있게 본 찰리는 자신이 불폼 없는 삶을 살고 있더라도 모비 딕의 구절을 읊으며 엘리가 걱정 없이 크기를 바랐다. 12만 달러나 모았지만 가족들에게 양육비만 보낸 찰리가 할 수 있는 건 병원에 가지 않고 딸인 엘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돈을 주는 것이었다.
보조자의 역할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리즈도 비대한 몸을 가진 찰리를 보조하며 일까지 도맡아 한다. 왜 그렇게 힘들게 찰리를 도아주는 걸까? 그리고 자신의 오빠가 찰리가 좋아한 남자친구인 엘런인데 사망한지 오래됐다. 그 상처가 찰리에겐 아픈 상처였고 힘들어했을 것이다. 죽을 일 밖에 남지 않는 찰리를 보살핀다는 게 여간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삶이란 어찌 되는지 모르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상처받아 좌절하기도 하여 찰리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찰리에게 폭식증은 그를 더 아프게 만드는 기폭제였을 뿐이었다.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찰리도 보조하는 리즈도 불량한 학생이 된 엘리도 모두 다 사정은 갖고 있었다. 고난에서 구원으로 가는 길을 쉽지가 않다. 찰리 역을 맡은 브렌든 프레이저는 미국의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말하길 당신도 두 발로 서서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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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2 | 매트릭스 인문학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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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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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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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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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겠어? 사랑이잖나, 사랑.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명대사 모음
:: BGM
My Life (feat HiTydes) by Broken Elegancehttps://www.youtube.com/user/BrokenEl...
Creative Commons — Attribution 3.0 Unported — CC BY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
Music promoted by Audio Library https://youtu.be/1PPq8L3Q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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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악몽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극강의 몰입도, 멀티버스의 악몽이 펼쳐진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악몽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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