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9 09:34:16
3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디즈니의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 개봉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가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한 가운데, 야심 찬 대형 영화가 개봉합니다.
바로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백설공주>는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마크 웹이 감독을 맡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레이첼 지글러와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배우로 더 익숙한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을 맡은 <신데렐라>, 엠마 왓슨이 주인공 ’벨’을 연기한 <미녀와 야수>,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알라딘>, 뮤지컬 <시카고>의 영화판을 감독한 롭 마샬의 <인어공주>가 있었죠.
과연 <백설공주>는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백설공주
SNOW WHITE

개요: 판타지, 뮤지컬 | 미국 | 109분
감독: 마크 웹
주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냅
개봉: 2025.03.19.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 밤 태어난 백설공주. 온정이 넘치던 왕국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빼앗은 여왕의 위협에 숲으로 도망친다. 마법의 숲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설공주는 신비로운 일곱 광부들과 만나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용기와 선한 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블랙 백
Black Bag

개요: 드라마 | 미국 | 94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사 아벨라, 톰 버크, 나오미 해리스, 레게장 페이지,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2025.03.19.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뛰어난 정보력과 고도의 심리전에 능통한 요원 ‘조지’와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정보 분석가 ‘캐슬린’은 모두가 선망하는 정보국 대표 부부. 어느 날, 수천 명을 죽음에 빠트릴 수 있는 정보국의 기밀 기술이 내부 배신자에 의해 사라지고 ‘조지’는 사건에 얽힌 5명의 요원을 주목하지만 모든 증거는 그의 아내 ‘캐슬린’을 향하는데… 흔들리는 믿음, 깊어지는 의심 단 7일, 진짜 스파이를 찾아야 한다!
플로우
FLOW

개요: 애니메이션 | 벨기에 | 85분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개봉: 2025.03.19.
배급: 판씨네마㈜

줄거리
파도가 끝나는 곳, 고양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 홀로 집을 지키던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평화롭던 일상과 아늑했던 터전을 잃고 만다. 때마침 다가온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는 그 안에서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나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팀을 이뤄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간다.
컴패니언
Companion

개요: 스릴러 | 미국 | 97분
감독: 드류 행콕
주연: 소피 대처, 잭 퀘이드, 루카스 게이지, 메간 수리, 하비 길렌, 루퍼트 프렌드
개봉: 2025.03.19.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서로에게 딱 맞는 커플 ‘아이리스’와 ‘조시’는 친구들과 함께 호숫가의 별장으로 호화로운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데…


Relative contents
-
- 선의인가 위선인가
천재의 삶은 녹록치 않다는 사실은 마치 운명과도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핵폭탄을 만들던 모든 과학자들의 선택이 다 같지 않았기에 그들의 삶도 전부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다만, 가장 비극적이거나 가장 모순적인 사람만이 역사에 남을 뿐이다.
나치를 제압하겠다는 대의 아래 시작했던 맨하탄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가 바로 그 모순적인 인간이다. 나치가 더 이상 위협대상이 되지 못하자, 갈팡질팡하면서도 핵폭탄을 만들어내지만 후에 가선 핵폭탄을 저지하는 법안도 만들어낸다. 삶이 일관적이질 못해서 위선자인지 성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던 사람이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그의 일대기를 다뤘지만 그의 인생을 둘러쌌던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한다. 세상은 결국 책임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잘된 결과에서도 꼭 영웅을 만들어야 하고 실패한 결과에서도 제낄 사람 하나를 만들어내야 한다. 맨하탄 프로젝트는 마치 오펜하이머가 진두지휘해 그가 이룩한 성과같지만 그는 이론가보다는 그저 쇼플레이어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그로브스가 그를 뽑은 이유 중에 그의 연극적인 성향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쇼맨십이 강한 사람으로, 그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장 잘 홍보해줄 사람으로 뽑은 게 아닐까. 물론 그 전에 프로젝트 성공이 우선이었지만.
2. 선악의 구분은 한없이 의미없다
모든 면에서 선한 사람은 없다. 그건 동화에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장면들을 보고싶어한다. 선인이 악역이 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생각하지만 악역을 자처하던 인물이 선인이 되면 그건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오펜하이머에게 스트로스가 씌우고 싶었던 프레임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스트로스는 뼛속까지 정치인이었기에 과학자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오펜하이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란 다소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오펜하이머와 프로젝트를 함께했지만 다른 길을 갔던 사람들도 학문적 의견은 달랐을지언정 그들은 뼛속까지 학자였기에 정치적인 스트로스를 더 경멸했을지도 모른다. 스트로스 같은 정치적인 사람들은 자리가 사람을 증명한다고 생각해 더 높은 자리를 갈구하지만 과학자나 교수 집단이 가진 자존심을 가끔 망각하는 듯하다. 그들은 엄연히 학자이며 그 학자라는 자리가 결국 그들의 자존심이기에 그들의 연구가 1순위고 정치는 그들이 하고자 하는 연구의 윤활제일 뿐이라 언제나 후순위로 뒤처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결국 절대적인 선도 없고, 악도 없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만이 있을 뿐이다. 입장과 이해관계만으로는 선악을 구분지을 순 없고, 그 이해관계를 위한 특정한 행동만이 그들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에게 했던 행동만으로 그의 훈장은 의미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고, 오펜하이머는 핵무기에 대해 찬반을 가로지르는 행보를 보여 그의 진심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기 때문이다.
3. 누구도 위너는 아니다
영화 상에서 스트로스가 장관이 되지 못한 것이 패배자가 된 것 같겠지만 오펜하이머도 보안 인가를 받지 못하는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난다. 현재의 영광이 미래에는 굴욕이 될 수 있는 것인만큼 완벽한 위너는 없다. 그저 잘 연출되었는지 포장이 실패했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고로 현재에 안주하지 말자. 과거는 끊임없이 회고하되, 더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자.
-
- 아마추어 | 프로답지 않다는 개성 혹은 실망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CIA에서 데이터 분석관 겸 해커로 근무하는 '찰리'(라미 말레). 어느 날, 그에게 정보원 '인퀴린'(카이트리오나 발페)가 보낸 첩보 하나가 도착한다. CIA의 '무어'(홀트 맬컬러니) 본부장이 잘못된 작전의 경우 투입된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인명피해도 축소하는 식으로 작전 보고서를 조작해 오고 있었다는 것. 이에 더해 일부 테러리스트들과 손잡고 있었다는 의심까지도. 찰리는 이 첩보를 상부에 보고할지 말 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다음 날 찰리는 마음을 굳힌다. 런던 출장 중이던 아내 '사라'(레이첼 브로스나한)가 4명의 테러범에 의해 살해당한 가운데, 정작 CIA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거나 사살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 이에 찰리는 기밀 정보를 무기 삼아 무어 본부장을 협박하고, 아내의 복수를 직접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설령 컴퓨터나 두들기고 사람 한 번 죽여 본 적 없는 ‘아마추어’라고 무시당하더라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아마추어와 프로를 나누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 돈이다. 프로는 돈을 받고 일한다. 아마추어는 업이 아니라 좋아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마추어(amateur)'라는 단어의 어원만 봐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어휘 'amator'다. 그 연장선상에서 아마추어는 실력을 평가하는 어휘로도 활용된다. 프로 축구 선수에게 아마추어 선수보다 능력이 없다는 혹평은 돈값을 하지 못한다는 모욕이다.
그런데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는 어떤 일을 하는 태도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프로 같다는 표현은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에게 붙는 경우가 많다. 냉철하게, 능률적으로 과업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 반면에 일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자주 동요하는 사람에게는 아마추어 같다는 표현이 활용된다. 돈이라는 대가와 목적보다 사랑과 열정이라는 동기에 충실한 사람이 아마추어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세 번째 기준은 흥미롭게도 첩보 영화에서 클리셰로 자주 활용된다. 처음 임무에 나서거나, 임무를 받는 요원에게는 꼭 사람이나 동물 등 생명을 죽이는 과제가 주어진다. 살인이라는 행위가 유발하는 혼란, 두려움, 망설임 같은 온갖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지, 즉 프로인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인 셈이다. 이는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도, <킹스맨> 시리즈에서도 스파이가 되는 마지막 단계였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 어떤 첩보 영화보다도 아마추어 첩보원과 프로 스파이를 가르는 심리적 경계선에 주목한다. CIA 사무직인 찰리가 아내를 죽인 테러범에게 복수할 때 직접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지, 그의 심경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달리 말해 그가 아마추어로 남을지, 프로가 될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아마추어>를 차별화한다. 아마추어스러운 완성도가 그 묘미를 묻어 버리는 게 문제일 뿐이다.
복수에 성공한 아마추어 첩보원
<아마추어>는 본격적인 찰리의 복수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프로 스파이와 아마추어 첩보원의 차이를 명확히 짚는다. 무어 본부장을 협박해서 현장 요원 훈련을 받게 된 찰리. 그의 훈련이 끝날 때쯤 '헨더슨'(로렌스 피시번) 대령은 그에게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을 알려준다. 밤중에 찰리를 깨운 그는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라고 윽박지르고, 끝내 방아쇠를 못 당긴 찰리에게 결코 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한다.
프로 첩보원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 순간에 아무 고뇌 없이, 기계처럼, 그저 훈련받은 대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어야 임무도 완수하고, 생존할 수 있으니까. 그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현장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는 여전히 아마추어다. 테러범 4인 중 처음으로 찾아낸 여성 테러리스트가 무방비로 등 뒤를 내주었는데도 찰리는 그녀에게 총을 쏘지 못한다.
하지만 찰리는 아마추어라는 한계를 깨지 못하면서도 목적을 착실히 달성한다. 상대방에게 직접 총알을 박아 넣지는 못하더라도 아마추어스럽게 아내의 복수를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질식시키거나, 옥상 수영장을 붕괴시켜서 사고사로 가장하는 식이다. 테러범들을 하나씩 찾아 죽이면서 찰리는 아내를 직접 죽인 네 번째 테러범의 은신처에 대한 정보도 직접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찰리의 복수는 아마추어스럽다. 그는 마지막 테러범을 직접 죽이지 않는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불가피한 살인이었다고 프로답게 자신을 변호하는 그를 해커다운 방식으로 인터폴과 경찰에게 넘겨 버린다. 이처럼 아마추어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 찰리의 복수극은 특히 순정적으로 느껴진다. 아마추어 첩보원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내의 복수를 하겠다는 진심이 유달리 강조되기 때문이다.
찰리의 내면을 열어볼 두 열쇠
<아마추어>는 찰리의 진심과 순정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을 두 가지 열쇠로써 열어준다. 우선 찰리의 내적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한다. 일례로 초반부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은 찰리를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런던 출장 겸 여행을 같이 가자는 사라의 부탁을 거절하거나 일하느라 바쁘다면서 마지막 통화도 그냥 끊어버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찰리의 소극성은 그의 죄책감을 극대화한다. 사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아내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말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회한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강조하기 때문. 이는 아마추어 첩보원으로서 찰리의 정체성을 부각한다. 테러범 체포, 사살에 적극적이지 않은 조직에 환멸을 느낀 그의 첩보 활동은 누구보다도 아마추어적이다. 복수심도 열정의 일종이라면, 아내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열정만이 그의 원동력이 되어주니까.
또 다른 열쇠는 찰리의 주변 인물이다. 이스탄불에서 찰리에게 기밀 첩보를 제공하던 정보원 인퀴린 그가 아마추어라서 돕기로 결심한다. 그녀 역시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프로 스파이였던 남편과 사별한 후에 그를 잊지 못한 나머지 그의 코드네임을 이어받아서 첩보원으로서 활동한 그녀는 찰리에게서 자신을 본다. 돈이나 업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첩보원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반대로 중요한 역할처럼 보이던 현장요원 '곰'(존 번설)은 끝내 맥거핀으로 활용된다. 일반적인 첩보물이라면 성공적인 작전 수행 후에 그가 찰리를 어떻게 비밀리에 지원했는지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찰리가 그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으니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그 길을 가지 않는다. 찰리의 아마추어스러운 복수극에 끼어들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프로페셔널한 스파이이기 때문이다.
구시대적 배경에 의존하다
문제는 이처럼 '아마추어'의 미덕에 충실한 첩보물을 너무나도 아마추어스럽게 구성했다는 것. 주인공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남은 이유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와는 별개로 영화의 완성도는 프로다워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세 가지 부재가 문제다. 바로 신선함, 역경, 짜임새의 부재다. 우선 <아마추어>는 구시대적인 소재를 답습한 나머지 찰리의 서사를 더 깊이 느끼거나 들여다볼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정보기관이 일반 시민 개개인을 모두 감시하고 있고, 그 정보를 독점한 뒤 국익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위법적인 작전과 활동을 벌이면서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소재는 이미 여러 첩보 영화가 활용한 바 있다. 또 엇나가는 첩보 요원을 잡기 위해서 서로 다른 첩보 기관이 제각기 그를 쫓아 나서는 것.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과 암투. 이 부분 역시 뭐 새로운 것은 없다.
특히 <제이슨 본> 시리즈의 흥행과 스노든의 NSA 기밀자료 폭로사건 이후로는 위와 같은 소재를 반영하지 않은 첩보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애초에 로버트 리텔의 소설 <아마추어>가 원작인데, 원작부터가 1981년작이라는 점이 반영된 문제점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새롭거나 신선한 소재나 주제, 호기심이 아니라는 것. 극 중 활용되는 최첨단 감시 및 경비 장비들 덕분에 식상함이 더 두드러지기도 한다.
고난이 없는 아마추어
역경의 부재도 문제다. <아마추어>는 액션이 아닌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조성하려고 애쓴다. 천재적인 기술자라는 찰리의 두뇌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상술했듯이 다양한 작전으로 테러범들에게 복수를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찰리가 어떤 작전을 활용할지 지켜보는 재미만으로는 120분을 끌어가지 못한다. 그가 작전을 너무 잘 짜고 복수를 너무 잘해버리는 나머지 긴장감이 없기 때문이다.
찰리는 두 적과 싸워야 한다. 그가 죽이려는 테러범은 물론 그를 쫓는 CIA와도 맞서야 한다. 그런데 처음으로 현장에서 작전을 직접 입안하고 실행하는 찰리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테러리스트와 CIA 요원들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움직인다. 자연히 영화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전개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찰리의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영화의 허술함, 편의적인 전개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셈이다.
이는 '아마추어'라는 제목에 담긴 함의가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극 중 찰리는 총을 잘 못 쏜다는 것만 빼면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할 일을 잘 해낸다. 그러다 보니 아마추어라는 어휘에 내포된 사랑과 열정이라는 의미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 이상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아마추어'인지는 물음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라미 말렉만 돋보인다
더 나아가 전체적인 구성과 서순도 적절하지는 않은 듯하다. 영화는 부패한 CIA를 먼저 제시하면서 찰리 대 CIA, 개인 대 조직의 대립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찰리가 너무 일방적으로 조직을 농락하다 보니 조직에게 배신당하고 쫓기는 압박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테러범과 CIA의 접점을 마지막까지 숨기면서 알 수 없는 적과 싸우는 서스펜스를 강화했다면 첩보 영화의 장르적 쾌감이 극대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빌런 활용법도 아쉽다. 빌런과 찰리의 대립각이 날카로울수록 그의 복수가 남기는 쾌감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빌런을 제외하면 게임 미션처럼 한 번 밟고 넘어가야 할 대상처럼 몰개성 하게 묘사되다 보니 복수의 끝은 다소 싱거운 감이 있다. 초반부에 찰리가 느낀 고통과 자책감에 비하면 빌런을 제거했을 때의 시원함이 부족한 것. 결과적으로 영화가 잘 짜여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결국 <아마추어>는 평범한 할리우드 첩보물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 일정 수준의 재미는 갖췄지만, 그 이상의 특별함을 뽐내지는 못한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온전히 꽃을 피우지는 못한 채로 흐지부지 끝난다. 구시대적인 주제의식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볼거리와 상충한다. 그저 아내를 잃은 남편이자 살인의 무게감을 견뎌내는 요원으로 변신한 라미 말렉의 연기력이 인상적일 따름이다.
Poor 형편없음
아무리 그래도 완성도는 프로페셔널해야지
-
- 6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흥행에 성공했던 <마녀>의 후속자부터 <토이스토리> 버즈의 솔로무비까지!!
그럼 6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극장 개봉 영화
마녀(魔女)Part2. The Other One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37분
감독: 박훈정
출연: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등
개봉: 2022.06.15
배급: (주)NEW
줄거리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
관전 포인트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탄생한 두 번째 마녀인 신예 신시아부터
이미 두터운 팬층이 있는 박은빈, 이종석, 김다미 배우 등의 출연까지 더해지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버즈 라이트이어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피터 손 등
개봉: 2022.06.15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토이스토리>의 첫 번째 스핀오프 작품이자 버즈의 보이스 캐스트로 크리스 에반스가 참여하게 되며,
화제를 모았다. 제작하는데 약 5년 6개월이 걸린 작품인만큼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아의 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9분
감독: 김정은
출연: 김정영, 하윤경, 김우겸 등
개봉: 2022.06.16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홀로 살아가는 경아에게 힘이 되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딸 연수는 독립한 뒤로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진 남자친구가 유출한 동영상 하나에 연수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리고
이 사건은 잔잔했던 모녀의 삶에 걷잡을 수 없는 파동을 일으키는데…관전 포인트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아의 딸>.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종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일본 | 123분
감독: 가타야마 신조
출연: 사토 지로, 이토 아오이, 시미즈 히로야 등
개봉: 2022.06.1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연쇄살인마를 목격한 아빠가 갑자기 사라진 후, 일터에서 아빠의 이름을 쓰는 연쇄살인마를 본 딸이
진실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스릴러.
관전 포인트
<실종>은 감독의 실제 경험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화이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도쿄!>, <마더>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한 감독이자 섬세한 연출로 유명한
카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OTT 공개 예정작
불도저에 탄 소녀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2분
감독: 박이웅
출연: 김혜윤, 박혁권, 오만석 등
공개: 2022.06.15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영화이다.
관전 포인트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김혜윤 배우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혜윤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고 몰입감이 높은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지나온 과정에서 지나치지 않은 감정 속을 유영하다
테이블에서 펼쳐지는 대화는 네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공간 자체의 긴장감과 대화가 동시에 펼쳐진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두 부모의 조우 속,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책으로도 꼭 만나고 싶은 영화, 매스를 소개한다.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야기를 듣지만 폭발하는 감정을 온전히 누르기는 힘들었다.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 감정을 배제하지 않고 펼쳐지는 대화는 날카롭다고 생각했던 흐름을 유지한다. 숨 막히는 공간에서 더 숨 막히게 만드는 자리 배치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약간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수많은 대사는 그들이 겪어 왔던 고통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시선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사람의 용서는 고통에 따라 끊임없이 고통받는 이들이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고통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갉아먹기에 변하지 않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네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보이는 표정이나 시선,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감정이 더욱 극대화된다. 대사로 표현되는 감정들이 더 이상 만질 수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먹먹하다. 가해자의 부모이기 때문에 온전한 슬픔과 그리움을 표출할 수 없었던 가해자 부모의 표정이 떠오르며 그 감정이 커진다. 용서할 대상이 불명확한 이 상태에서 모두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칠 수는 없겠지만 계속 대화하고 또 대화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나눠야 할 것이다.
화면이 검게 변해도 빛만큼은 사라지지 않는 모습에 영화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
- 잊을 수 없는 당신의 눈빛, 표정, 그리고 마음.
한정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답답하면서도 그러지 아니한 감정들을 표현한다. 영화 곳곳에서 묻어 나오는 숱한 감정은 무력하면서도 은은하게 감도는 따뜻함으로 뒤덮인다. 행복한 기억이 담겨있는 바다처럼 흐르는 감정은 전개되기에 4:3의 화면비가 결코 답답하지 않게 느껴진다.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의 혼신이 담긴 연기와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연출이 맞물려 모순투성이인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영화 '더 웨일'은 3월 1일에 개봉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스스로를 고립하게 되었는지에 집중하면 조금씩 스며들게 된다.
거구의 몸무게와 울혈성 심부전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찰리는 걱정하는 친구의 말에도 병원을 가지 않는다. 무슨 이유로 인해 그는 자신을 고립되게 만들었을까. 인생의 말로에 그가 남겨둔 것들을 돌아보는 일주일의 시간이 시작된다.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점철된 찰리의 내면은 8년 만에 마주한 딸을 보며 더욱 크기를 부풀려간다. 사랑으로 인해 저편으로 밀어두었던 소중한 존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동시에 자신 또한 구원되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온전한 삶에 대한 허구일지라도 존재만큼은 거짓되지 않았다.
주어진 환경과는 상관없이 오직 자신의 구원에 의해 앞으로의 길을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길로에 마주 서게 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며 살아간다. 사람을 살아가게도 죽어가게도 만드는 것이 바로 신의 존재이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바로 종교지만 종교를 믿는 것이 사람이기에 이러한 모순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믿음에 대한 선택을 개인에게 내어주지 않고 강요하는 순간 생기는 어긋남이 더 깨어진 것을 표현하고 배타적인 종교의 성질이 개인을 배제한다. 신이 존재하든 아니든 그 누구도 구원할 수 없는 실체의 부정으로 인해 무가치함을 극대화한다. 지나친 믿음을 밀어내고 본연의 감정을 풀어내어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최선일 수 있는 존재의 의미만이 남아있었다.
무언가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나에 대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말은 생각의 거울이며 나의 내면으로서 드러나는 분출구나 다름없다. 비록 세상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솔직하길 바라지만 나부터가 솔직하지 않은 모습에 실망하고 후회하고 또 원망한다. 그 마음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되어 자신을 숨기는 데에 능숙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고 나서야 솔직해지는 순간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불가능함에 도달한다. 인간에 대한 혐오를 느끼면서도 새삼 인간다움에 대한 감탄을 느끼는 순간의 연속이다. 내가 바란 건 새로운 누군가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으로 가질 수 있는 솔직함으로부터 오는 위대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단어를 계속해서 들여다보면 그 단어가 어색해질 때가 있다. 생각으로 인해서 그럴지는 몰라도 그 어색함을 넘어서면 끝내 마음에 닿아 온몸에 퍼지는 순간이야말로 황홀함의 극치이다. 그리고 생각을 말로써 표현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표현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그 고난을 이겨내 마침내 글로 풀어냈을 때의 그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 조차 없이 경이롭다. 이보다 더 고통스러움을 잘 표현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는 감정이 하나라도 성공한 것이 있길 바라는 마음은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다시 풀어내며 그가 진정한 구원을 맞이하는 순간으로 변모한다.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둠으로 가득하지만 여전히 빛나는 공간은 흔적도, 향기도 추억도 그대로다. 관심과 따뜻함을 상징하는 피자, 교회, 친구, 딸은 일시적인 관계에 의한 마음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 놓여있는 시간과 다름없었다. 깨진 마음, 깨진 관계, 깨진 신뢰마저도 어떤 것에 갇히지 않게 우리는 추억하고 그 과거에 젖어 앞으로 나아간다. 희망에 가득하다가도 절망으로 금방 젖어들고 마는 그 많은 시간은 빨리도 찾아온다. 마침내 그의 미소를 볼 때 사람으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흘러넘치다 못해 날아가는 그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없었다. 혹여나 빗나갈까 봐 흠칫거리는 그 움직임과 미안하다는 그 말소리를 다시는 듣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 자체로 파괴적이었던 그의 삶은 누군가에 의한 구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늘 찾던 삶의 의미와 마침내 구원을 맞이하며 담담하게 죽음을 바라본다.
"알아야겠어. 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단 걸!"
삶과 모든 아름다움을 사랑하지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찰리는 감정이 출렁일 때마다 모비딕에 대한 한 에세이를 끊임없이 되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지 조차 알 수 없는 망가진 삶 속의 찰리는 미처 해결하지 못한 슬픔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과 부딪히며 결국 자기 파괴에 이르는 모습을 보인다.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동을 혐오하면서 반복된다. 스스로 역겹다는 생각과 그 물음은 절망에서 비롯되었지만 희망을 찾기 위한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그 마음은 일련의 시간들이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속마음을 내비친다.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를 끊임없이 되뇌는 찰리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끝내 나의 눈물샘을 적시고 만다. 찰리의 눈물과 남아있는 이들의 얼굴이 짙게 남아 마음속 깊이 스며든다.
-
- 부족함을 메우는 코트 위 낭만과 박진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모교인 부산중앙고에서 공익 근무 중인 ‘양현’(안재홍). 그는 하루아침에 농구부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학교 윗선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농구부를 해체하는 대신 구색만 갖추기로 했기 때문. 양현은 선수들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팀 전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천재 유망주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유달리 키가 센터 ‘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까지. 그러나 급조한 팀은 첫 경기에서 몰수패라는 결과를 마주하고, 해체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농구를 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잡은 코치와 선수들은 포기를 몰랐고, 이들은 새로이 팀에 합류한 '재윤'(김민)과 '진욱'(안지호)과 함께 8일간의 기적을 준비한다.
스포츠라는 낭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끼리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일'.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 스포츠다. 다르게 말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경쟁. 곧 공정한 경쟁. 이는 스포츠가 낭만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일이 가능하기 때문. 현실 속 경쟁은 낭만과 거리가 멀다. 대학 입시가 취업 준비로, 다시 승진으로.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규칙이 의미 없을 때도 있다. 부모의 재력, 사회적 지위 등으로 인해 노력이 무의미할 때도 있다.
스포츠는 다르다. 규칙을 어기면 곧장 불이익이 주어진다. 경기장 밖의 일은 경기장 안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낭만의 종류도 많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역전하는 것,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 상대를 이기지는 못해도 자기 기록을 뛰어넘는 것... 경기장 밖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모이면 스포츠에는 낭만이 쌓인다.
이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서사가 있다. '재기'다. 스포츠에서 실패는 그저 실패가 아니다. 기회다. 축구에서는 공을 놓쳐도 '세컨드 볼'을 따내서 다시 공격할 수 있다. 테니스나 탁구에서도 서브 기회는 두 번 주어진다. 농구에서 바스켓에 맞고 튕겨 나온 볼을 다시 잡는 행위인 '리바운드'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만회하려는 열정, 재기를 독려하는 기회라는 로망이 스포츠의 특성인 셈이다.
두 번째 기회라는 낭만으로 가득한 <리바운드>
그래서일까? 두 번째 기회라는 테마는 스포츠 영화에서 언제나 중요한 소재다.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가 대표적이다. 작중 선수들은 하나같이 결함이 있다. 미국 국가대표로 뽑히는 유망주였으나 부상 때문에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 스키 선수였지만 부상을 입어 종목을 바꾼 선수.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력과 가족 생계가 위기에 처한 선수. 그들에게 스키점프 국가대표는 두 번째 기회였다. 제대로 된 훈련장도 없고 금전적인 지원도 마땅치 않지만, 열정을 불태운 원동력이었다. 원했던 순위와 기록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도전이 감동적인 이유였다.
장항준 감독의 농구 영화 <리바운드>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단 한 번의 기회를 갈구하는 선수들을 나열한다. 슬럼프에 빠져 고등학교 진학조차 어려워진 유망주 기범. 발목을 다쳤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수술받지 못해 농구를 그만둔 규혁. 체계적인 농구 훈련을 받아 본 적 없는 순규와 강호.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했지만 한 번도 공식 경기를 뛰어본 적 없는 재윤. 선수로서 실패한 후 지도자로 재기를 노리는 양현. 이들은 ‘슛이 안 들어가도 리바운드(노력)를 잡으면 된다'는 메시지 하에 의기투합한다.
낭만적인 메시지는 진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실패를 곱게 바라보지 않고, 두 번째 도전이 쉽지 않은 사회적 현실과 맞닿아 있으므로. 실제로 장 감독은 “엘리트 체육선수를 꿈꾸지만 이 대회가 자기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는 수많은 선수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위안과 공감을 얻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클리셰의 덫에 걸리다
그런데 감동은 많은 스포츠 영화를 함정에 빠뜨린다. 주제와 메시지가 유사한 것을 넘어서 감동을 주는 방식도 천편일률이기 때문이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 속에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팀을 꾸린다. 팀 안에서 갈등을 빚고, 부상자가 속출하며, 처음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는 참혹하게 실패한다. 하지만 의지와 깡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기적을 써 내려간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스포츠 영화의 공식이다.
<리바운드>도 예외는 아니다. 교장은 구색만 맞춘 채 농구부를 방치한다. 팀의 중추가 되어야 할 기범과 규혁은 중학교 시절부터 앙숙이라서 좀처럼 호흡이 맞지 않는다. 에이스가 되어주길 기대한 센터 '준영'(이대희)은 팀을 이탈한다. 에이스가 사라지자 팀의 전술은 완전히 망가지고, 처음으로 농구를 배운 순규와 강호는 경기에 녹아들지 못한다. 중앙고는 고교 최강팀 용산고를 만난 전국 대회 1차전에서는 참패한다. 하지만 각자의 시련을 딛고 일어난 후 이변을 일으키며 끝내 해피엔딩을 쓴다.
익숙함이 죄는 아니다. 클리셰가 많아도 이야기가 짜임새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바운드>는 클리셰를 제대로 써먹지 못해서 문제다. 익숙한 소재를 깊이 파고들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수박 겉핥는 인상이 짙다. 일례로 영화는 기범과 규혁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이 화해하는 에피소드는 의례적인 전개처럼 느껴진다. 농구부 운영에 대한 교장과 교사의 갈등도 간략한 코미디로 언급될 뿐이다. 순규와 강호의 불안함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들은 고등학생에 와서 처음으로 농구를 시작한 관계로 대학 진학을 장담할 수 없다.
클리셰가 너무 많아서 부각되지 않는 대목도 있다. 후보 선수가 없을 정도로 전력이 약한 팀이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중앙고 코치와 선수가 무슨 준비를 했는지 거의 짚어주지 않는다. 양현이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선수들이 세탁실에서 패턴 플레이를 짜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기는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객관적인 강팀을 매 경기 무너뜨릴 수 있었는지 전술적인 측면은 끝내 알 수 없다. 선수들의 끈기와 노력, 절실함만 거듭 강조된다. 스포츠 영화로서 입체적인 매력을 더할 기회를 날린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감동 한쪽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생생한 중계로 위기를 타개하다
다행히도 <리바운드>는 위기를 영리하게 타개한다. 실제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원동력이다. 모든 시합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만큼은 11년 전 경기를 재현한 듯 보인다. 선수들의 장비부터 포즈까지 실제 선수들의 것과 일치시켜서 현장감을 살린다. 경기장 효과음과 중계진 멘트를 더해 긴박함을 강조한다. 경기 내적으로도 공들인 티가 난다. 열세와 반격, 위기와 역전을 오가는 농구 경기의 흐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연출했다.
세밀한 경기 묘사는 매 시합이 스토리텔링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더 빛난다. 선수들의 위기와 갈등은 농구 코트 안에서만 펼쳐진다. 특히 토너먼트 경기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위한 쇼라고 할 수 있다. 첫 경기에서 기범은 몰락한 천재의 부활을 알린다. 다음 경기에서 기범이 집중 견제를 당하자 예상치 못했던 대안이 등장한다. 입만 산 줄 알았던 진욱은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순규와 강호도 강한 피지컬로 골밑을 장악하면서 자기 재능을 입증해 보인다. 모든 팀원이 견제당하자 재윤이 빛난다. 그는 처음 출전한 공식전에서 수없이 연습한 3점 슛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상대에게 일격을 가한다. 규혁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발목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던 그가 몸을 던지자 친구이자 앙숙인 기범은 멋진 어시스트로 화답한다. 마지막 순간 양현도 선수들의 사기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며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물론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다 보니 경기가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 같기는 하다. 경기 묘사가 조금 더 상세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대신 스포츠 영화로서 <리바운드>의 매력은 살아난다. 캐릭터 드라마가 스포츠라는 낭만에 자연스레 녹아들자, 좌절을 극복하자는 메시지와 두 번째 기회라는 소재의 진정성을 제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갈등을 외부에 표출하는 대신 자기 자신과의 경쟁으로 설정한 선택이 후반부에 빛을 발한다. 클리셰의 늪에 빠진 전반의 실책을 만회한 셈이다.
<리바운드>는 일장일단이 확실하다. 전개와 감성이 뻔한 측면은 있지만, 심장을 뛰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드라마의 매력과 감동도 익숙하지만, 실화를 충실히 재현한 제작진의 진심 덕분에 감동은 남부럽지 않다. 그러나 스포츠 영화 중에 흥미롭고, 독특한 위치를 점한 것도 분명하다. 공들인 티가 역력한 경기 장면은 저절로 주먹을 쥐게 만든다. 청춘의 패기가 자아내는 유쾌함과 싱그러움 덕분에 두 번째 도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색달라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3인조 밴드 '펀(FUN)'의 'We Are Young‘은 신의 한 수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결말까지, 명장면으로 손색없으니까.
Acceptable 무난함
분명 익숙한 맛인데, 조금 더 싱그럽다
-
- 1월 3주 최신개봉영화(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도쿄 리벤저스, 어나더 라운드드, 아이스틸 빌리브, 미싱타는 여자들)
[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3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레지던트이블#라쿤시티 #도쿄리벤저스 #어나더라운드 #아이스틸빌리브 #미싱타는여자들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
-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액션은 줄고 좀비도 줄고 지루함은 늘어난 리부트!
콘솔 게임을 원작으로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새로운 리부트 영화죠.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영화인데요.
주인공 클레어 역할로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주연을 맡았어요.
아직까지는 레지던트 이블 하면,
과거 밀라 요보비치가 앨리스로 출연했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더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중심이되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리부트된 영화는 액션이 줄었는데요.
그럼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영화는 어떨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ug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
- 넷플릭스 <소년심판> 공식 예고편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마주한 괴물 같은 아이들, 충격적인 현실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차가운 분노
-
- 넷플릭스 <더 체어> 공식 예고편
어느 명문 대학에서 유색인종 여성 최초의 학과장이 탄생한다.
하지만 영문학과는 모진 파도를 맞고 있는 중.
온갖 요구가 정신없이 들이치고, 기대치는 높기만 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