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9 09:34:16
3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디즈니의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 개봉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가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한 가운데, 야심 찬 대형 영화가 개봉합니다.
바로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백설공주>는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마크 웹이 감독을 맡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레이첼 지글러와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디즈니의 프린세스 실사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배우로 더 익숙한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을 맡은 <신데렐라>, 엠마 왓슨이 주인공 ’벨’을 연기한 <미녀와 야수>,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알라딘>, 뮤지컬 <시카고>의 영화판을 감독한 롭 마샬의 <인어공주>가 있었죠.
과연 <백설공주>는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백설공주
SNOW WHITE

개요: 판타지, 뮤지컬 | 미국 | 109분
감독: 마크 웹
주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냅
개봉: 2025.03.19.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 밤 태어난 백설공주. 온정이 넘치던 왕국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빼앗은 여왕의 위협에 숲으로 도망친다. 마법의 숲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설공주는 신비로운 일곱 광부들과 만나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용기와 선한 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블랙 백
Black Bag

개요: 드라마 | 미국 | 94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사 아벨라, 톰 버크, 나오미 해리스, 레게장 페이지,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2025.03.19.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뛰어난 정보력과 고도의 심리전에 능통한 요원 ‘조지’와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정보 분석가 ‘캐슬린’은 모두가 선망하는 정보국 대표 부부. 어느 날, 수천 명을 죽음에 빠트릴 수 있는 정보국의 기밀 기술이 내부 배신자에 의해 사라지고 ‘조지’는 사건에 얽힌 5명의 요원을 주목하지만 모든 증거는 그의 아내 ‘캐슬린’을 향하는데… 흔들리는 믿음, 깊어지는 의심 단 7일, 진짜 스파이를 찾아야 한다!
플로우
FLOW

개요: 애니메이션 | 벨기에 | 85분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개봉: 2025.03.19.
배급: 판씨네마㈜

줄거리
파도가 끝나는 곳, 고양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 홀로 집을 지키던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평화롭던 일상과 아늑했던 터전을 잃고 만다. 때마침 다가온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는 그 안에서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나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팀을 이뤄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간다.
컴패니언
Companion

개요: 스릴러 | 미국 | 97분
감독: 드류 행콕
주연: 소피 대처, 잭 퀘이드, 루카스 게이지, 메간 수리, 하비 길렌, 루퍼트 프렌드
개봉: 2025.03.19.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서로에게 딱 맞는 커플 ‘아이리스’와 ‘조시’는 친구들과 함께 호숫가의 별장으로 호화로운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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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과 성장에 관하여
첫 장면은 속임수이다. 아이가 건물 옥상에서 도시 전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훌쩍 뛰어내린다.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안전하다. 다만 영화는 아이가 어쩌다가 옥상에서 삶의 막막함을 토로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소일기>의 이야기는 옛날 물건이 담긴 상자에서 나온 이 소년의 일기장에서 시작된다. 고등학교 교사인 주인공은 오래 좋아한 사람과의 결혼 생활을 끝내는 중이고, 관료제 안에 머물면서 학교폭력 사례의 소극적인 처리에 제대로 항변하지도 못한다. 회의에 빠진 주인공이 발견한 옛날 물건은 그가 지금껏 회피해왔던 기억을 불러 온다.
일기장 속에 남은 것은 다름아닌 학대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의 기록이다. 입신양명한 아버지가 지배하는 가족 안에서 형제는 사립학교에 다니며 쉴 새 없이 무언가 훈련한다. 동생은 학교 성적도,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해내지만 형인 요우제는 다르다. 좋고 싫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지도 못한 나이에 요우제는 동생과 비교당하면서 일과를 견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향한 열등감이 들 때도, 성적을 잘 못 받아 왔을 때도 폭력을 휘두르기 일쑤이고 언어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어르고 달래던 어머니도 부족한 성적을 더이상 참아 주지 못한다. 마음을 알아 줄 사람이 없는 요우제는 인형과 대화하고 옥상에 올라가 소리치고, 일기를 쓴다. 혹독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그래도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쓰는 아이를 보면서 관객은 점점 <연소일기>가 주는 정서에 감화된다.
영화는 순식간에 초반부에 보여준 작은 반전을 다시 한 번 뒤집는다. 일기와 주인공의 현재를 오가고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하다가 영화는 자연스럽게 일기의 끝과 현재 시점을 연결하고, 부러 잊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경험은 주인공의 삶에 있어 변곡점이 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반전은 예상 가능하지만, 중요한 점은 노진업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 즉 죄책감이나 트라우마를 안고 어른이 된 사람이 삶을 반추하면서 마침내 상실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소일기>는 학대를 고발하는 것처럼 시작하여 결국 상실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언어 폭력, 심지어는 학교 폭력과 자해 이미지까지 그대로 드러내는 연출은 다소 불필요하게 보이기도 한다. 후반부에 가서 눈물을 흘리게 할지언정 관객의 마음에도 죄책감을 불러 오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이런 연출은 관객까지 이것을 목격해야 하는 이유를 묻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 연출이 필요한 이유는 어린 아이의 유년기가 이런 힘든 성장만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모두 체험하고(또는 목격하고) 그런 적 없던 것처럼 과거를 외면하면서 살았던 주인공은 <연소일기>가 다루는 이야기 속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함으로써 진짜로 ‘멋진 어른’이 되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연소일기>는 8-90년대의 홍콩 영화에 대한 향수도,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야심을 품은 영화도 아니다. 그저 상실과 성장을 이야기하고 좋은 어른이 되는 것, 목격하고도 방관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지금 우리가 목격해야 하는 사건, 헤아려 보아야 하는 일기로 마음에 남는다.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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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작 퀴어 영화 下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소설 원작 퀴어 영화' 큐레이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카우보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빛나는 <파워 오브 도그>까지!
원작이 된 소설과 함께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Brokeback Mountai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양 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두 청년 '에니스(히스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그들의 우정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두 사람은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만날 기약도 없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니스'와 '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일 년에 한두 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나 함께 지내기로 하는데... 20년간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을 반복한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CINE PICK!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두 명의 카우보이 사이에서 싹트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대만인 감독인 이안이 연출을 맡아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조연을 맡은 앤 해서웨이,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와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두 남자의 애절한 멜로드라마 서사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감독의 뛰어난 연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영상미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은 무자비하고 혹독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비틀어 내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애니 프루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진흙탕 인생》과 더불어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출간 당시 《Close Range: Wyoming Stories》라는 단편 모음집에 수록되어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영화가 유명세를 탄 후 번역본이 나와 원제목 대신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모리스(1987)
Maurice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20세기 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우연히 만나게 된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낡은 관념의 무료한 대학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해 가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서서히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사랑 하나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모리스와 그 모든 걸 잃는 게 두려운 클라이브의 사랑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모리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가 연출하고 제임스 윌비, 휴 그랜트 등이 출연한 1987년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무려 32년이 지난 2019년에 개봉하였는데, 1980년대 당시에는 국내 검열이 매우 엄격해 정식으로 개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임스 윌비가 '모리스'를, 휴 그랜트가 상대역 '클라이브'를 맡아 191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모리스의 성숙과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어 남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모리스> 1914년 완성되었으나 당시에는 범죄시되었던 동성애를 다루고 있어 1971년 작가 사후에 출판된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에 입학한 영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젊은이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당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결말을 통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인습과 제도를 비판하였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Blue Is the Warmest Color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분)은 빈칸들로 점철된 미래의 답을 찾고 있는 문학소녀이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 분)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미지의 사랑을 꿈꾸는 ‘아델’, 현실의 사랑을 이끄는 ‘엠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과 ‘엠마’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미술을 전공한 ‘엠마’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캔버스 안으로 ‘아델’을 초대한다.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은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튀니지계 프랑스인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연출한 레즈비언 에로티시즘 영화입니다.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만화 원작 영화, LGBT 영화로 최초 수상, 배우와 감독이 함께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파격적인 성 묘사로 논란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주연을 맡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와 레아 세이두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작은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독자상'을 수상하며 많은 만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쥘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파란색은 따뜻하다》입니다. 주인공 클레망틴이 15세에 처음으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불안감, 혼란을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광장에서 스쳤던 '파란 머리 소녀'를 만나며 느끼는 첫 만남의 설렘, 욕망, 질투 등이 표출되며 동성이나 이성이나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작가의 부드러운 그림체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색의 표현력이 매력인 작품입니다.
싱글맨(2009)
A Single Ma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오랜 된 애인 짐(매튜 구드)의 죽음에 힘들어한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 죽음보다 더한 일상을 시작한다. 자신의 본질을 속이고 살아가는 조지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찰리(줄리언 무어)가 있다. 찰리는 애인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고 삶을 정리하려는 조지 앞에 제자 케니가 접근한다. 우연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조지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삶의 이유를 상실했던 한 남자의 찬란한 하루가 펼쳐진다.
CINE PICK!
<싱글맨>은 제작 당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서적으로 방황하는 남자의 일상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2009년 6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콜린 퍼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무겁고 건조하게 흘러가나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인 만큼 훌륭한 영상미와 감독이 직접 디자인하고 초이스 한 영화 속 콜린 퍼스의 패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영상의 색채인데, 주인공 콜린 퍼스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영상의 전반적인 색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싱글맨>은 영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셔우드는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 첫 세대이자, '퀴어'를 대표하는 인물로 동성애자 인권에도 크게 기여한 작가입니다. 소설, 희곡, 시나리오, 산문, 번역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싱글맨》의 경우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진중한 성찰과 섬세한 문장으로 채우며, 담담하고 절제된 감정과 통렬한 분노, 슬픔이 부딪히며 빚는 삶의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것으로 평가받는 수작입니다. "하고자 한 대로 구현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작가가 가장 아끼는 글로 꼽기도 하였습니다.
대니쉬 걸(2015)
The Danish Girl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CINE PICK!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국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각각 주인공 에이나르/릴리와 그의 아내인 게르다를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색감을 적절히 활용한 영상미가 마치 화가인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매우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으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미술상,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대니쉬 걸>의 원작은 21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에버쇼프가 200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입니다. 코펜하겐, 드레스덴 그리고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 뽑히는 등 평단의 찬사를 얻은 작품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네게르 부부의 실화 이야기를 담아 1920년 성적 방황, 서로에게 헌신하는 부부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2021)
The Power of the Dog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가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CINE PICK!
<파워 오브 도그>는 전작인 <피아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제인 캠피온이 감독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가 주연을 맡은 2021년 영화입니다.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작품, 각색, 남우조연, 여우조연, 촬영,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음악, 음향상 후보에 오로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서부극에 대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과 진정한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배타적인 사회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해로운 남성성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을 목장에서 보냈으며, 때의 경험이 훗날 그에게 풍부한 소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소설《파워 오브 도그》는 작가가 어린 시절 양아버지 집안에서 겪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1967년 발표하였으며,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은 데 비해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는 해당 작품을 가리켜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하며, '한 편의 심리 연구이자, 혐오라는 형태로 분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를 다룬 비범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 영화 다섯 편을 정리해 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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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첫째 주 영화 한줄평] <그린 나이트>
8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A24의 대작 <그린 나이트>의 언배시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린 나이트>를 보고 오신
'씨네랩' 연구원 분들의 한줄평, 한 번 확인해볼까요?
1. <그린 나이트>
북미 오프닝 흥행 돌풍!
<정글 크루즈>에 이어 박스오피스 장악!
'미드소마'보다 월등한 오프닝 기록으로
국내 기대감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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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 욕구와 행위에 대한 것을 억압했던 낸시와 상처를 숨겨야 했던 리오 그랜드의 만남
낸시는 과거에 중학교 종교 교육 선생님이었으나 지금은 은퇴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섹스 파트너로 리오 그랜드를 만난다. 첫 번째로 만나는 날 호텔 방에서 낸시는 리오 그랜드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부끄러워 당황하지만 차차 익숙해진다. 두 번째 만나는 날에 낸시가 자신의 성적 행위를 버킷리스트에 적고서 리오 그랜드와 조심스럽게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데 아직도 익숙하지 못한 낸시에게는 큰 과제이다. 세 번째로 만나는 날에는 낸시가 리오 그랜드의 본명이 코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입 밖으로 노출해서 리오 그랜드와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진다. 그래서 둘의 사이는 처음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다. 과연 낸시와 리오 그랜드는 나빠진 사이를 돌려놓을 수 있을까? 네 번째 만나는 날에 리오 그랜드는 낸시를 어떻게 마주할까?
낸시와 리오 그랜드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남편과 이혼한 낸시에게 리오 그랜드는 만족할 만한 관계였을까?
낸시의 이중적인 면을 보여주고 리오 그랜드가 왜 몸을 파는 사람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성매매로 서로가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리오 그랜드는 자신이 종교 교육을 가르쳤던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나 낸시는 남편과의 성관계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딸들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춘으로 만난 리오 그랜드가 스킨십을 하자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을 성적 욕망을 억압한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도 리오 그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성적인 행위를 하려고 마음먹는다. 세 번째 만나는 날에 낸시는 리오 그랜드의 본명이 코너라는 것을 말하면서 그가 어렸을 때 받은 상처 때문에 몸을 파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날에 억압되었던 리오 그랜드는 자신의 어머니와 연을 끊게 되고 어머니는 자신을 죽은 사람이라고 여길 만큼 하찮게 여겼다. 그러면서 리오 그랜드는 자신의 진짜 존재를 숨기고 석유 시추 시설에서 일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둘은 서로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자신의 욕망을 너무 억누른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낸시는 종교 교육 선생님이라는 프레임에 여학생들에게 걸레라고 말하며 처벌을 하는 존재였고 지금은 자신이 성적 욕망을 느낀다는 것에 창피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 파트너로 만난 리오 그랜드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할 만큼 자신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또한 낸시는 자신의 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만족시킬만한 파트너를 리오 그랜드로 선택했지만 자신에게는 만족하지 못할 무언가가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억압된 본능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비단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욕구를 만족할 사람을 찾지 못 했던 게 낸시가 가진 큰 단점이 아니었을까?
성적 행위를 하기 위해 만난 리오 그랜드와 낸시는 자신이 억압했던 것들을 표출하지 못했고 그 둘의 관계는 섹스로 연결되었다.
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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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無心)하게 성의(誠意) 있게!
바둑을 몰라도 조훈현, 이창호의 이름은 안다. 두 국수, 아니 두 천재는 기원 단골 어르신만 아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들은 바둑판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오로지 돌 하나로 싸우는 정중동의 파이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대결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승부>는 이들의 대결에 집중하면서 바둑이란 스포츠의 매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인생에서도 빗어지는 승부의 세계의 잔혹함, 그리고 이를 딛고 일어서서 진일보하는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것도 무심하게 성의 있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조훈현(이병헌)은 우연히 당돌한 천재 소년 이창호(김강훈)의 재능을 보고 집으로 들여 제자로 키운다. 창호는 훈현과 함께 생활하면서 바둑을 연마하고, 승부의 세계가 얼마나 냉정한 것인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풍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자신만의 것을 창조한 어른 창호(유아인)는 국내 대회에서 결승전에서 스승인 훈현과 격돌한다. 그리고 스승에게 패배를 안긴다.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것이나 다름없는 훈현은 그 이후 승부의 세계가 냉혹하다는 걸 재차 깨닫고, 자기 삶이 크게 흔들린다.
<승부>는 실존하는 전설적인 두 바둑기사 전투의 신 조훈현, 계산의 신 이창호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실제 한 집에서 생활하며 사제지간으로서 지냈던 일들은 물론, 스승이 제자에게 패하는 이야기, 서로 다른 바둑 스타일 등 주요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극적 전개를 위해 픽션을 가미했는데, 영화가 집중적으로 다룬 건 묘한 이들의 관계다.
한솥밥을 먹는 사이로서 사제지간이면서 부자지간처럼 보이는 이들은 바둑판이란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가 된다. 제자에게 진 스승(또는 아들에게 진 아버지), 스승을 이긴 제자(또는 아버지를 이긴 아들)는 그 자체로 누구에게나 환호와 위로를 건넬 수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은 이 관계를 뒤흔드는 건 바로 승부, 다시 말해 승부가 가진 냉혹함이다.
오롯이 바둑판에서는 승자와 패자만 있고, 이 부분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감독은 바둑판에 놓인 돌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이 둘의 관계와 감정선을 잘 잡아 천재 혹은 승부사라 불리는 이들 또한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말이 청출어람이지, 제자에게 지는 스승의 마음은 뭉그러질 터. “상대가 누구든 이기는 게 프로의 의무야”라고 말하는 그지만, 자신이 세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지만, 그 허망함과 공허함을 내색할 수 없는 그 순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 인물이 한 발짝 다가가게 만든다. 그리고 바닥까지 떨어진 그가 재기에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영화는 둘의 이야기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조훈현의 이야기에 포커싱을 맞춘다. 인생에 있어 최정상에 있다 고꾸라진 한 남자가 절치부심해 다시 정상을 노린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데, 그 주체가 조훈현이라는 점을 부각한 영화는 그 재미를 더한다. 특히 과거 자신의 스승에게 받은 바둑판에 쓰인 ‘바둑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도전자로서 이창호와 결승에 나서는 모습은 뭉클함을 전한다. 자신이 가둔 그 격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하는 인생이란 싸움터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아는 이들이라면 한 수 한 수 격하게 다가온다.
이런 영화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이병헌, 유아인의 연기다. 실존 인물과 비교해 봤을 때 이들의 얼굴 생김새와 모습은 그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은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조훈현과 이창호로 보인다. 그 자체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배우들이 이 역할을 어떻게 접근했는지 모르겠지만, 관객으로서 이들의 연기는 무심(無心)하게 성의(誠意) 있게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무심(마음을 비우고), 성의(정성스러운 자세)는 영화 결말부에 두 인물이 대국을 앞두고 말하는 마음가짐인데, 배우들도 마음을 비우고 정성스러운 자세로 캐릭터를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메시지가 오롯이 배우에 가닿았다고나 할까. 이런 점에서 영화의 핵심과 배우들의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김형주 감독은 “바둑들 모르는 분들도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없어야 한다는 토대 위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를 실천하듯 영화는 바둑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더불어 바둑이 정적인 스포츠라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바둑돌을 놓는 손이나 바둑돌이 금이 가는 모습, 정적을 깨는 동적인 요소를 잘 활용하면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점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우린 아직 미생이라 말했던 <미생>처럼 <승부> 또한 바둑을 통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면 미생이자 답을 찾지 못한 이들일 공산이 크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극 중 조훈현은 바둑을 이렇게 말한다.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둑이다”. 어쩌면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인생이지 않을까! 오늘도 무심하게 성의 있게 인생을 살아간다.
사진 제공: 바이포엠스튜디오
평점: 3.5 / 5.0
한줄평: 바둑을 보며, 인생을 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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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에서 홀로 자생하는 미나리들에게
다우징 로드를 들는 노인의 뒤를 제이콥(스티븐 연)과 데이빗(앨런 김)이 조용히 따른다. 수맥을 찾아 우물을 만들 예정인 제이콥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농장 경영을 위해 가족들과 아칸소로 이사를 결정했다. 병원을 가는데만 1시간이 넘는 변두리에 위치한 집을 본 모니카(한예리)는 심장이 약한 데이빗이 걱정이지만 제이콥은 농장일이 크게 성공할 거라 믿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던 마음속 앙금은 임계점을 맞아 폭발하게 되고 부부는 쌓인 감정을 서로를 향해 분출하기 시작한다. 부모의 싸움을 멈추고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이들이 화해의 비행기를 날려보지만 화산같이 폭발하는 감정들에 의해 좌초되고 만다. 치열한 공방이 있은 후 부부는 모니카의 어머니자 아이들의 외할머니(윤여정)를 집으로 모시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는 변곡점과 마주하게 된다.
<미나리>와 <페어웰>
<미나리>는 수많은 이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낯선 타국의 땅으로 향했던 시절의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민과 가족 그리고 정체성이란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두 작품 모두 봉준호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페어웰>의 빌리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정립된 정체성과 중국의 뿌리 깊은 관습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데이빗은 할머니가 가족을 찾게 되면서 생전 처음으로 한국의 냄새란 것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것들의 침투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할머니가 있었다.
작지만 강한 미나리
제이콥과 모니카는 열심히 일하면서 가족들을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가족이란 공동체에 균열이 가기 시작된다. 위기의 순간 찾아온 할머니에게 데이빗은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는 말을 한다. 어린아이의 철없는 행동이라 치부할 수 있는 말은 영화의 핵심을 관통한다. 데이빗은 미국에서 자란 아이지만 제이콥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의 정서를 주입받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을 통해 세상을 보는 데이빗에겐 쿠키조차 굽지 못하는 할머니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데이빗은 자신 안에 점점 커져가는 할머니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지만 연배 짙은 할머니의 노련함엔 대적할 길 없다. 그런 데이빗에게 할머니는 넌지시 미나리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미나리는 약이든 요리에든 어디에든 쓸 수 있는 쓸모 있는 존재라고...
<미나리>는 매일 우리 옆에 있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세상에 자기를 증명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제이콥의 모습이 위선적 일지 모르나 공감 가는 이유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한국을 넘어 타국에서도 이어지는 현실이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미나리>는 가족이란 개인의 능력을 증명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할머니가 뿌린 미나리 씨앗은 낯선 토양과 물에서도 자연스레 숲과 같이 큰 군락을 이룬다. 이렇게 큰 집단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씨 하나하나의 우수성보다 같은 공간에 다 같이 살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쓸모를 바라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 한다. 그리고 가족이란 때론 피가 섞이지 않는 우리들의 이웃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소소한 사실 또한 잊지 않는 배려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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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와, 이제 그만 기다려.” / 박보영, 송중기 주연 늑대소년 명대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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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Alone Together - Mona Wonder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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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강릉> 메인 예고편
강릉 최대 조직의 '길석'.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며 질서 있게 살아가던 그의 앞에 강릉 최대 리조트 소유권을 노린 남자 '민석'이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둘, '민석'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두 조직 사이에는 겉잡을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데. . .거친 운명 앞에 놓인 두 남자 그들의 이양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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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30초 예고편
해가 저물면 골목 구석구석에 전동 휠체어 소리가 울린다. 나영은 매일 밤낮으로 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캣맘'이다. 선천적인 장애와 악화되는 병세로 그는 자신의 끼니를 챙기기 버겁다. 사람들은 그를 나무라지만 권나영은 꿋꿋이 길고양이를 돌보며 살아간다. 가장 낮은 곳에서 길고양이의 동반자를 자처한 그의 삶을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