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2025-03-16 20:04:44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미친 작전
<언젠틀 오퍼레이션> 시사회 후기
<언젠틀 오퍼레이션>,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미친 작전
언젠틀 오퍼레이션(ungentle operation). 한국어로 “거친 작전”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친 작전’은 언제, 누가, 왜 수행했던 걸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치 독일은 유럽 전역을 차례대로 집어삼키고 있었고, 영국도 매일 밤마다 나치의 공습에 흔들리는 등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한 가지 묘안을 낸다. 히틀러의 세력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독일의 허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당시 나치 독일은 U보트라 불리는 강력한 잠수함을 이용해 대서양을 장악하고 있어, 영국은 군수 물자 수송은 물론 미국의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칠은 나치의 비밀병기 U보트를 무력화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명령을 수행하기에 최적인 인물을 찾는다. 바로 영국군 안에서 ‘미친개’로 불리던 거스 마치 필립 소령이다.
거스 마치 필립은 자신만의 팀을 꾸리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살인 병기로 불리는 라센부터 나치에게 붙잡혀있던 애플야드 대위까지, 총 5명이 된 거스의 팀은 U보트에 물자를 공급하는 ‘공작부인’ 호를 폭파하고자 한다. 그들은 ‘공작부인’이 정박되어 있는 나치의 점령지인 코트디부아르(서아프리카)로 향하고,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가수 겸 배우인 스튜어트와 섬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던 헤론은 비밀 수사관으로 거스의 팀을 돕는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공작부인’이 예상보다 더 빨리 항구를 떠난다는 것! 거스의 팀은 과연 작전을 완수할 수 있을까?
승리보다 성공을 목표로 한 이들

전쟁은 궁극적으로 승리를 향해 달려간다. 전쟁 영화가 주는 긴장감은 승리를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긴장감 대신 통쾌함을 안겨준다.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작전을 수행하기에 발각은 곧 죽음을 뜻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 미션의 성공을 향해 달린다.
눈을 즐겁게 하는 액션과 각양각색 매력적인 캐릭터, 가끔 웃음 짓게 하는 유머까지. 유쾌 상쾌 통쾌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언젠틀 오퍼레이션’과 함께 ‘거친 작전’에 뛰어들 차례다. 2025년 3월 19일 개봉.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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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날씨의_아이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일본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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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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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를 뚫고 라스베가스의 금고를 털러가자! - 아미 오브 더 데드 리뷰
잭 스나이더의 신작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어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잭 스나이더가 리메이크 했던 새벽의 저주에서 빠른 좀비로 인해 만들어졌던 스피디 함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거에요.
이번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새벽의 저주의 속편도 아니고 약간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알파 좀비라고 하는 지능을 가진 좀비가 등장하고, 사회도 구성하죠.
일반 좀비들은 여전히 느리지만 알파 좀비의 일원은 빠르게 뛰어다녀요.
그리고 좀비가 있는 구역이 라스베가스로만 한정됩니다. 어느 정도 통제에 성공한 모습이죠.
주인공들은 라스베가스의 어느 금고로 가서 돈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하이스트 영화의 틀에서 전개되어서 팀을 조직 하는 것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액션도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래도 과거 좀비 영화의 B급 감성과 A급 화면들이 적절히 잘 믹스된 것 같아서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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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우리는 우리 이름으로 못 뛰었으니까 애들은 자기 조국에서 자기 이름으로 뛰게끔 해줘야지" 우리 이름으로 기록된 최초의 도전! 영광의 그날을 향한 가슴 벅찬 마라톤이 시작된다! 올 추석, 단 하나의 감동실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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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파이더헤드> 공식 예고편
뛰어난 과학자(크리스 헴스워스)가 운영하는 최첨단 교도소. 이곳에서는 재소자들을 상대로 감정을 조절하는 신약 임상 실험이 이루어지는데. 실험에 자원한 두 재소자(마일스 텔러 & 저니 스몰렛)가 각자의 과거와 싸우며 연대를 맺는다. 조지프 코신스키(《탑건: 매버릭》 《트론: 새로운 시작》) 연출. 《뉴요커》에 실린 조지 손더스의 단편 《Escape From Spiderhead》에 바탕을 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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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태어나지 말아야 할 팔자라도...
춘희는 다한증이 있어서 손에 땀을 많이 쥔다. 그래서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자신이 직접 깐 마늘을 사촌 오빠의 식당에 갖다주는 일당으로 3만 원을 받는다. 사실은 춘희는 손과 발을 뻗을 수 없는 다락방에서 자랐다. 고등학생 시절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다한증이 있다고 말하다가 구박을 받는다. 상처받은 어린 춘희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불에 손을 대서 흉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춘희는 성인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오랫동안 살아온 이 집에서 얹혀사는 신세라 친척들에게 오랜 구박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나는데 주황이라는 말을 더듬는 남자였다. 주황은 어렸을 적에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춘희와 주황은 연애를 하게 되고 서로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춘희에게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과연 춘희와 주황의 연애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의 삶을 앞으로 잘 개척할 수 있게 될까?
춘희에게 다한증은 극복해야 되는
오래된 상처 자국이다.
하니엘
춘희는 어린 춘희의 상처에서 벗아났을까?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춘희는 외숙모처럼 외지인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아마도 어린 시절에 쭉 뻗고 잘 수 없는 단칸방에서 살았는지 삶에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많았다. 이것만이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소외당하고 항상 혼자였다. 그리고 사촌 오빠도 과거에 명문대생이었지만 데모만 하는 학생이고 염세주의자였다. 자신의 누나도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린 신세였고 불량한 학생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린 춘희가 항상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태어나질 말아야 할 팔자였다는 것을 미리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 춘희의 모습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기억에서는 단칸방에서 얹혀살던 집 안에서도 가족들이 항상 싸우기만 했기 때문에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랐다. 그런 그녀에게 주황이라는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도 마음속에 가둬둔 상처들 때문인지 헤어지고 싶다고 말했고 다시 혼자가 되는 일을 경험한다. 괴롭던 기억과 외로움으로 가득 찬 춘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춘희: 모두 다 네 잘못이 아니야!(어린 춘희에게)
영화에서 본 명대사에서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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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T AI와 극F 로맨스의 도킹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태용 감독의 선택은 AI(인공지능)이다. 전작들에게서 섬세하게 그려냈던 감성과 정반대 느낌이 강한 AI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신작 '원더랜드'가 어떤 느낌인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호기심을 유발했다.
스펙터클을 연상케 하는 AI 소재는 '원더랜드'를 만나면서 따스한 느낌을 준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답게 진솔함과 정교함, 그리고 감성적이면서 지적인 느낌이다. 전작인 '가족의 탄생', '만추'로 담아낸 감수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죽은 사람 혹은 죽음에 준하는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이에 따라 어린 딸 지아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긴 바이리(탕웨이), 깨어나지 못하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정인(수지), '원더랜드' 서비스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세 갈래로 갈라진다.
'원더랜드'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병렬한 뒤 '가족'을 통해 인간과 관계를 탐구했던 '가족의 탄생'처럼 3개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AI에 스며든 인간과 관계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죽음이 무엇이고, 죽음은 인간관계를 종결시키는 것인지, 가상으로 유지되는 관계도 진짜인지, 관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어 철학적인 내용일까 생각되지만 '원더랜드'의 기본 바탕은 로맨스,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지만 계속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 말한다. 엄마와 딸, 연인 등 인위적으로 이어가는 사랑을 표현하다가 발생하는 혼란, 혼란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개념, 이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사랑의 방식,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공허함, 그렇게 왜곡되는 사랑이다.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 각 이야기 속 캐릭터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다.
'원더랜드'는 AI 소재로 만들었던 명작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군데군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결국 이 영화는 멜로로 다가오면서 생각할 거리를 생성한다. MBTI로 표현하자면, 극T와 극F가 적절하게 섞였다. 치밀하게 설계한 김태용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관람하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영화가 전하는 사랑의 온기에 쉽게 동기화되겠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이들에겐 '원더랜드'를 보고 난 뒤, 실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원더랜드'의 공개 시점이다. 원래 개봉 시점이었던 2021년이나 2022년에 공개됐다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AI 기술이 급성장하는 2024년에 공개하기엔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깊이감보다는 넓은 폭을 선택해서인지 러닝타임 113분 안에 다 담아내다 보니 관객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동력이 부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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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 2022년에는 더 행복하고 건강한 일들만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저희 씨네픽도 더 많이 관심가져주시고
저희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
그럼 2022년 1월 첫째 주 월요일,
오늘의 콘텐츠는 2021년의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였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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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어느 덧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흥행 독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번 주에 이어 변동없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2월 31일~ 1월 2일) 관객 수 70만 56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07만 430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그야말로 기록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고,
또한 최단 속도로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무려 19일 만에 600만명을 돌파했고,
이전 최다 흥행작이었던 <모가디슈>(361만명)의 관객 수와 비교해서 약 2배 많은 흥행 기록입니다.
현재 극장가는 다시 1월 3일부터 영업제한이 오후 9시 입장으로 완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질주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주와 동일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20만 855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77만 6399명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독주 속에서도 실관람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꾸준히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피 뉴 이어>의 개봉에도 흔들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는데요.
앞으로 극장가의 영업제한이 완화된만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함께 흥행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3위. <해피 뉴 이어>(▲37)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지난 12월 29일 개봉한 티빙(TVING)오리지널의 <해피 뉴 이어>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11만 3709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6215명입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는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해당하는데요.
아무래도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개봉하는 조건의 핸디캡이 있어서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목처럼 신년을 맞아 가족, 연인들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영화로 앞으로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원진아, 이진욱 등 국내의 탑배우들이 출연하여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1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해피 뉴 이어> 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해피 뉴 이어>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0%, 여성 50%로 동일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연인끼리 보기 좋은 영화라서 그렇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0%,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네요.
▶ 그럼 실제 <해피 뉴 이어>의 주 관람연령대를 차지하고 있는 20/30대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제81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해피 뉴 이어> 박스오피스 예측 참여 비율은 어땠을까요?
▶ 위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수치 또한 실제 관람객의 성별/연령별 추이 통계와 비슷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대 - 38%, 30대 - 37% / 남성 - 55%, 여성 - 49%)
▶ 12월 31일 ~ 1월 2일의 <해피 뉴 이어>의 실제 주말 관객 스코어는 113,709명입니다.
한편, 제 81회 씨네픽 <해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참가자들 중 정답에 가장 근접한 성별/연령은30대 여성으로 평균 118,286명에 가깝습니다.
(오차범위 +4,577)
이는 여성 참가자 중의 1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제81회 씨네픽 이벤트 <헤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정답자는 112,500명으로 오차 1,209명입니다.
제 81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2회 씨네픽 이벤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매트릭스: 리저렉션>(▼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에 이어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입니다.
같은 기간(31~1월 2일)동안 주말 관객 수 1만 809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0만 2905명입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실관람객 평은 다소 아쉽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기대했던 SF레전드 작품이지만, 반가운만큼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다는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과연 국내의 박스오피스에서 얼마만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5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1)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말 관객 수 8987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62만 6631명을 기록했습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무려 지난 11월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난 시점과
국내외 대작들 속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장르라는 점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놀라운데요!
그만큼 영화의 호평과 꾸준히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방문이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5위까지 하락했는데, 아무래도 다음 박스오피스 5위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와 더불어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31일~1월 2일) $52,700,000 (한화 약 62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09,892,000 (한화 약 7,625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록은 2019년 작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약 2년 만에 6억 달러를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역대 북미 흥행 TOP에 10위로 진입하였습니다.
북미 매출과 전 세계 흥행 매출을 더하면 13억 6889만 달러 (한화 1조 6,308억)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1년 12월 31일 ~ 2022년 1월 2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200만 달러 (누적 6억 898만 달러)
2. <싱2게더> 1960만 달러 (누적 8968만 달러)
3.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450만 달러 (누적 1951만 달러)
4. <아메리칸 언더독> 407만 달러 (누적 1500만 달러)
5. <매트릭스: 리저렉션> 383만 달러 (누적 3090만 달러)
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10만 달러 (누적 2956만 달러)
7.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143만 달러 (누적 1억 2339만 달러)
8. <리커리쉬 피자> 124만 달러 (누적 633만 달러)
9. <저널 포 조던> 117만 달러 (누적 474만 달러)
10. <엔칸토: 마법의 세계> 105만 달러 (누적 9131만 달러)
이것으로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및
제 81회 씨네픽 주말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분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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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리티 가족 다큐멘터리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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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성 발언.
나는 여자다. 그리고 김씨다. 조부는 종가집 장손이었다. 무려 4대 독자! 그리고 대망의, 내 본적은 경상북도다. 나는 순혈이다. 지독한 가부장제의 순수혈통. 종친회에서 고칠 데를 손 봤다는 올칼라 족보를 만들었고, 여전히 나는 남동생의 동생으로 기록되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리 가족 소개 같은 숙제를 하면 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셨다. 우리 집은 무슨 김씨 무슨 파 무슨 왕의 몇대손이며 우리 할아버지는 몇대 독자고 어쩌고 저쩌고. 어릴 때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더랬다. 그리고 좀 커서는 족보를 샀겠거니 생각했다.
커서 보니 쓸 만한 유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나와 내 동생과 아버지와 할아버지 등등과 비슷한 모습일진대 무슨 놈의 대를 그렇게 이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도대체 이 족보주의에서, 순수 혈통을 이어가서 얻는 게 무엇인가. 그 유전자를 굳이 길이길이 남겨야 하는가. 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갔다. 물론, 뭐 내가 태어났을 때 딸이어서 아무도 병원에 안 오고, 내 이름이 뒤에 아들 낳는 이름으로 지어질 뻔하고, 족보에도 올려주지 않아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무슨 왕정 제도를 미시체계에서 이룩한다는 게 좀 우스우니까. 장남을 왕세자에 책봉하고, 훗날 왕위를 물려주는 것마냥 일개 가정에서 신수왕권설 같은 걸 주장하는 게 이상하니까.
자, 개인사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까닭은 영화 <장손>이 픽션이기 때문이다. 픽션인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즘 픽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장손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도 핍진하여 두 시간 동안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차남의 장녀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던, 그 이야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건
족보와 장손밖에 없다. 장손을 제외한 나머지는 흩어져야 산다. 영화는 가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층위의 갈등을 두 시간 동안 보여주는데, 그 갈등이 비단 가정 내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프랙탈은 일부를 확대해 보면 전체와 동일한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니까 '선산 김씨'네 가정은 대한민국의 프랙탈이다. 영화는 가족에 관해서 말하고 있으나 이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서사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은 '선산 김씨'네가 유난스럽지도, 특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몇 개의 갈등이 중첩되면서 켜켜이 쌓인다. 그 갈등이 새삼스럽지도 않다. 제법 클리셰적인 갈등이다.
자기네 조상 제사를 지내는데 김씨 아닌 사람들만 모여 앉아 전을 부치고, 김씨들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 화투 치고 맥주를 마신다거나, 장손이 올 때까지는 에어컨도 안 틀어준다거나.
6.25 전쟁 때 빨갱이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고장난 라디오처럼 말하는 노인과 노인의 얘기가 궁금하지 않은 손자, 사업으로 부자가 된 자식과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자식. 애초에 돈 되는 공장은 아들 주고, 낡은 집은 딸을 준 유산 분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와 세대갈등과 남녀갈등이 총체적으로 한 가정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전체와 동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두부 공장'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두부가 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음식 아닌가.
두부를 잘 뭉치려면 쌩노가다를 해야 한다. 원래는 가정 내에서 만들었다(아는 척하는 이유는 내 외조모가 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선산 김씨네 두부공장 역시 처음에는 가정 내에서 조모인 오말녀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말녀는 며느리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두부가 못마땅하다.
두부 공장 씬에서 장남인 태근이 일하는 모습은 스케치로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 대부분 며느리가 일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일하는 사람은 손녀사위다. 그런데 사장은 당연히 태근이다.
간단히 설명된다. 이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여자와 여자와 여자와 여자들이다. 다시 프랙탈. 유사 이래로 놀고 먹은 여자는 소수다. 장손이라 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어쩌고저쩌고 한 것만 같지만, 사실상 장손 혼자서 가정을 부양하고, 조상들을 제사지내주지 않는다.
조모는 장손 판타지를 공고히 한다. 조부는 규범과 같은 상징체계에만 관심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현실화하는 사람은 조모다. 장손이 올 때만 에어컨을 켜 주고, 장손의 어릴 적 이야기를 신화처럼 반복하고,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여자들을 감시하는 여자. 장손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여자. 장손이라는 고귀한 존재를 만들어 희생을 합리화하는 여자. 어쩌면 장손은 고된 여자들이 만든 신화다.
그러니 사실 여자들이 뭉치지 않고 흩어지는 순간, 장손? 그게 뭔데.
가족의 미래
영화의 초반부에 제사 준비를 하면서 오말녀는 딸에게 '상조보험'에 가입하라고 재촉한다. 보살이 집안에 초상날 것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누구 하나 죽긴 죽겠구나' 하고 예상하게 된다.
누가 죽을까. 가족의 미래를 점쳐보자.
1. 김승필(장손의 조부)의 사망: 매우 자연스럽다. 나이도 많고, 대장암 수술을 해서 건강도 좋지 못하다. 제사를 꼭 자정에 맞추어 지내야 한다는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다. 입만 열면 빨갱이 타령. 김승필이 사망한다면 자연스럽게 집안의 주도권이 김태근에게 넘어갈 것.
2. 김태근(장손의 부)의 사망: 장손의 모가 농담으로 하는 말. 하도 미워서 잘 때 한 대 때렸다. 죽지도 않고 왜 깼냐. 뭐, 슬프지만 장손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두부 공장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것. 공장은 서울에서 연기하는 장손에게 갈 것이냐, 공장에서 일하는 손녀사위에게 갈 것이냐.
3. 김성진(장손)의 사망: 큰일난다. 이 가족 망한다.
4. 오말녀(장손의 조모)의 사망: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 가장. 오말녀는 현재 매우 건강하고 꼬장꼬장한 노인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오말녀가 죽는다면 장손 판타지로 이어온 가정은 붕괴된다. 오말녀만큼 장손을 우쭈쭈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
5. 그 외 여자들의 사망: 서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 큰 사건이라 함은 누군가의 장례식이 될 것이다. 장례식은 별 탈 없이 잔잔하게 살던 가족에게 던져진 돌멩이가 아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겉잡을 수 없는 와류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장례식을 계기로 드러났을 뿐.
<장손>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과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 감독이나 출연진, 줄거리,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갔다. 두 시간 동안 경북에 본적을 둔 여성을 미치게 만드는 솜씨에 무슨 상을 받아도 받았겠거니 예상만 했다.
이 영화에 다양한 매력이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를 꼽고 싶다. 오래된 한옥에 사는 노인들의 출입을 쉽게 하려고 문간에 걸어둔 동앗줄 같은 디테일.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줄조차도 굉장히 의미심장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인데, 장손 성진이 택시를 타고 떠나고, 성진을 배웅한 노인은 눈 쌓인 비탈길을 아주 오래 걷는다. 롱테이크로 잡아낸 그 장면은 마치 서편제 같다. 뭐 대단한 걸 하고 돌아서는 장면 같다는 뜻이다.
택시를 탄 성진의 얼굴에 아침해가 날카롭게 비친다. 성진은 눈을 찡그린다. 빛을 보는 대신 눈을 가려 버린다. 그런 디테일에서, 이 가부장제라는 망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장손 성진의 손에서는 결코 낡은 시대가 종언되고 새로운 체제가 구축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된다.
*
누군가에게는 '그땐 그랬지' 정도의 픽션,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의 고통, 또 누군가에게는 피해망상,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관습'.
<장손>은 픽션이 아니다. 리얼 다큐멘터리다. 추석 직전에 개봉하는 만큼, 가족과 함께 보면... 과연 괜찮을까?
장손(House of the Seasons, 2024)
감독: 오정민
출연: 강승호, 손숙, 우상전 외
러닝타임: 121분
개봉: 2024. 09. 11.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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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토피아, 우정, 사랑, 구원 그리고 희망의 영화
9★/10★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이 영화는 성장통에 관한 영화일까 아니면 지극한 순애보를 그려낸 영화일까. 근미래의 일본. 유타와 코우는 늘 육교 위에서 헤어진다. 육교를 쭉 같이 걷다 보면 양 갈래 계단이 나온다. 유타가 말한다. “넌 저쪽이야. … 난 너무 외로워.” 내일이면 또 볼 친구를 향한 장난스러운 인사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같이 걷다 갈라설 수밖에 없는 매일의 작별은 두 사람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근미래의 일본은 지금보다 조금 더 음울하고 긴장감이 높은 사회다. 나라엔 외국인이 너무 많고, 지진 경보/오보는 수도 없이 울린다. 이 모든 건 안전을 명분으로 하는 권위적 통치의 근거가 된다. 일본 총리와 두 사람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은 모두 안전을 이유로 각각 일본 국민과 학생들을 감시한다. 그리고 그 감시에 기반해 직접적이고 억압적인 통치를 이어간다.
코우는 자이니치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교장이 장학금 추천서를 써주지 않으면 대학에 가지 못한다. 반면 ‘순혈’인 유타의 부모님은 돈이 많다. 그러나 유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은 음악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다. 이를 통해 점점 옥죄어 오는 것들로부터 자신들만의 영토를 구획하며, 그 안에서 제한된 자유나마 만끽한다.
그러나 안전 경보는 날로 요란해진다. 두 사람과 친구들이 만든 자유의 공간, 숨 쉴 곳은 점차 위협당한다. 무엇보다 코우와 유타 사이에 후미가 끼어든다. 자이니치로서 많은 설움을 겪은 코우는 저항 정신이 투철하고 변혁 운동에 적극적인 후미와 친해진다. 이후 어릴 때부터 단짝이었던 유타가 알지 못하는 코우만의 세계가 생긴다. 코우는 유타와 음악 말고도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을 뜬다. 그러자 점차 유타와 거리가 멀어진다. 코우는 또 다른 친구에게 만약 자신이 지금의 상태로 유타를 처음 만난다면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코우는 음악과 유치한 장난에만 매달리는 유타가 답답하다. 그러나 유타는 과거에 머무르며 성장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코우를, 그와의 관계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로 코우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코우가 계속 음악을 매개로 자신과 함께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아이러니하다. 유타는 코우와 함께 친 장난의 죄과를 혼자 뒤집어쓰고 퇴학당한다. 유타의 희생으로 코우는 장학금 추천서를 받고 대학에 진학한다. 혁명을 모색한 일본 사회의 ‘외부자’ 코우는 대학을 매개로 체제에 진입할 계기를 마련한다. 반면 안락한 곳에서 출발한 유타는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딱딱한 체제의 외부로 밀려난다. 유타는 자신만의 방식(음악)으로 코우와는 다른 미래를 도모해야만 한다.
영화의 엔딩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여느 때처럼 두 사람은 육교를 함께 걷는다. 양 갈래 계단이 나온다. 유타가 코우에게 손을 뻗어 그를 붙잡는다. 잠깐 화면이 멈춘다. 영화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정지 화면이 끝나면 유타와 코우는 각자의 길을 간다. 그 몇 초간의 정지에는 코우를 붙잡고 싶은 혹은 마지막으로 코우와 연결되고 싶은 유타의 소망이 담겨 있다. 소수자를 혐오하고 권위주의적 통치가 횡행하는 근미래의 일본에서, 유타는 자신을 희생하고, 우정으로(아니, 사랑으로) 코우를 구원한다. 코우는 유타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그를 철부지로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타 덕분에 ‘외부자’의 설움을 조금은 덜고, 자기 자신을 비롯한 또 다른 ‘외부자’들을 위해 싸울 것이다. 이것이 ‘철부지’ 유타가 피워낸, 지극한 사랑의 가능성이다. 그러니까, 〈해피엔드〉는 디스토피아 영화이자, 우정과 사랑의 영화이자, 구원의 영화이자, 희망의 영화다. 코우를 바라보는 유타의 표정과 눈빛이 그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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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년과 초여름을 기다리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스프링 블라썸>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스프링 블라썸>은 수수한 블라우스를 입고 광장을 배회하며 한 소년과 초여름을 기다리는 '수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프랑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랑에 빠진 수잔을 바라보다보면 어느덧 그녀의 마음에 동요되어 몽글몽글해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잔(수잔 랭동)'은 학교와 또래 친구들에게 재미를 못 느끼고 하루하루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는 16살의 여자다.
거리와 광장을 배회하던 수잔은 우연히 한 극장 앞에서 '라파엘(아르노 발로아)'을 발견한다.
라파엘에게 첫 눈에 반한 수잔은 그가 연극배우라는 것을 알아챘고, 자꾸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수잔은 극장에 몰래 들어가서 그가 연극 연습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기도 하고, 부모님께 대뜸 연극 보러 갈 생각은 없냐고 질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라파엘이 빵에 딸기잼을 발라먹는 모습을 본 뒤 집에 돌아와서 엄마께 빵에 딸기잼을 발라달라고 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 고장난 스쿠터를 고치고 있는 라파엘의 모습을 발견하고 집에 돌아와 아빠께 고장난 스쿠터는 고칠 때 오래 걸리냐, 와 같은 질문도 한다.
또한, 아빠께 남자들은 치마 입은 것을 좋아하냐, 바지 입은 것을 좋아하냐, 라는 질문을 던진 뒤 아빠가 치마라고 대답하니까 바로 치마를 입고 라파엘을 만나러 가기도 한다.
항상 모든 시선은 그를 향해 있고, 부모님께 대뜸 그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하지만 자세한 상황은 얼버무리고, 그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보고.
모두 내가 한 번쯤은 겪어본 행동들이어서 수잔을 보며 그저 웃음이 났다.
그리고 수잔의 마음에 100% 공감이 되었다.
수잔의 서툴지만 또렷한 행동에서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 비춰져서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한편, 라파엘은 같은 연극을 계속 반복해서 하면서 점점 연기에 재미를 잃어가던 35살의 남자다.
그리고 연기하는 것을 잊어버릴까봐 항상 걱정하는 사람이다.
라파엘 역시 수잔에게 끌렸다. 그녀에게 호감을 가졌다.
어느 날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라파엘에게 수잔이 책을 들고 다가왔다.
그런 수잔을 보고 라파엘은 책을 좋아하냐,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먼저 말을 건넨다.
이때 수잔은 소설을 주로 읽지만 극작품도 좋아한다는 답을 한다.
극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연극배우인 라파엘과의 공통점을 형성하려는 수잔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좋아하던 사람과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어필하고 싶어하던 예전의 내 모습이 비춰져서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이후 라파엘은 수잔이 시킨 석류 레모네이드를 맛보더니 자신도 같은 음료를 하나 주문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함께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라파엘은 스쿠터를 가지고 수잔의 집에 왔다.
하지만 수잔은 아직 미성년자여서 부모님이 스쿠터를 못 타게 하시기 때문에 결국 라파엘은 이 스쿠터를 힘겹게 끌면서 다녔다.
이 영화는 이렇게 소소한 웃음포인트가 곳곳에 가득한 작품이다.
이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다.
특히나 수잔은 남자에게 큰 호감을 가졌지만, 35와 16이라는 큰 나이차라는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되었다.
이 감정이 북받칠 정도로 커진 어느 날, 수잔은 펑펑 울면서 엄마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너무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고, 그런데 그 남자와의 나이차가 너무 크다고.
엄마는 딸을 안아주며 조용히 그녀를 위로해준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마지막 즈음의 엘리오와 엄마의 장면이 떠올랐다.
첫사랑과 현실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북받치는 감정들로 인해 펑펑 우는 아들을 조용히 위로해주는 엄마.
자식의 서툴지만 진심이었던 감정을 이해하고, 조용히 토닥여주는 엄마.
시간이 지난 뒤, 수잔의 뜨거운 감정과 짝사랑은 점점 식어갔다.
날 것 그대로였던 감정은 점점 그 뚜렷한 형태를 잃어갔다.
라파엘을 사랑하는 수잔의 감정은 자연스레 사그라들었고, 영화의 마지막, 항상 그의 근처를 배회하던 그녀는 그의 극장을 그저 바라본 뒤 자신의 길을 떠났다.
그런 영화가 있다.
독특한 전개나 색다른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지닌 분위기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작품.
이 영화가 바로 그렇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영화가 지닌 분위기만으로 관객을 홀리고, 관객을 설레게 하고, 살풋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또한, 러닝타임 내내 관객도 영화 속 공간에, 영화에 담긴 봄과 여름 사이에 있는 선선한 날씨의 순간에 살게끔 만든다.
이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나도 내가 좋아하는 셔츠나 블라우스를 입고 내 온마음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프랑스의 거리와 광장을 배회하는 경험을 했다.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영화의 곳곳에 있는 뮤지컬 요소였다.
뮤지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처럼 수잔이 거리를 걷다 갑자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라파엘과 수잔이 극장에서 음악에 맞춰 조화롭게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라파엘이 수잔에게 자신의 헤드셋을 씌워준 뒤 같은 동작으로, 같은 호흡으로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처음에는 조금은 느닷없게 느껴져서 놀라기도 했지만,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오히려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면들로 인해 영화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더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수잔 랭동의 노래가 나오며 끝이 난다.
나는 봄과 여름 사이의 날씨였던, 기분 좋은 선선함이 가득한 날에 이 영화를 봤다.
리뷰를 쓰는 이 순간,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분위기와 딱 맞는 날씨에 이 영화를 관람하다니.
수잔은 자신을 한 소년과 초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이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덧 나도 초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완연한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이 낭만적인 영화를 꼭 관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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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날씨의_아이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일본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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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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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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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를 뚫고 라스베가스의 금고를 털러가자! - 아미 오브 더 데드 리뷰
잭 스나이더의 신작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어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잭 스나이더가 리메이크 했던 새벽의 저주에서 빠른 좀비로 인해 만들어졌던 스피디 함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거에요.
이번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새벽의 저주의 속편도 아니고 약간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알파 좀비라고 하는 지능을 가진 좀비가 등장하고, 사회도 구성하죠.
일반 좀비들은 여전히 느리지만 알파 좀비의 일원은 빠르게 뛰어다녀요.
그리고 좀비가 있는 구역이 라스베가스로만 한정됩니다. 어느 정도 통제에 성공한 모습이죠.
주인공들은 라스베가스의 어느 금고로 가서 돈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하이스트 영화의 틀에서 전개되어서 팀을 조직 하는 것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액션도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래도 과거 좀비 영화의 B급 감성과 A급 화면들이 적절히 잘 믹스된 것 같아서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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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우리는 우리 이름으로 못 뛰었으니까 애들은 자기 조국에서 자기 이름으로 뛰게끔 해줘야지" 우리 이름으로 기록된 최초의 도전! 영광의 그날을 향한 가슴 벅찬 마라톤이 시작된다! 올 추석, 단 하나의 감동실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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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파이더헤드> 공식 예고편
뛰어난 과학자(크리스 헴스워스)가 운영하는 최첨단 교도소. 이곳에서는 재소자들을 상대로 감정을 조절하는 신약 임상 실험이 이루어지는데. 실험에 자원한 두 재소자(마일스 텔러 & 저니 스몰렛)가 각자의 과거와 싸우며 연대를 맺는다. 조지프 코신스키(《탑건: 매버릭》 《트론: 새로운 시작》) 연출. 《뉴요커》에 실린 조지 손더스의 단편 《Escape From Spiderhead》에 바탕을 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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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태어나지 말아야 할 팔자라도...
춘희는 다한증이 있어서 손에 땀을 많이 쥔다. 그래서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자신이 직접 깐 마늘을 사촌 오빠의 식당에 갖다주는 일당으로 3만 원을 받는다. 사실은 춘희는 손과 발을 뻗을 수 없는 다락방에서 자랐다. 고등학생 시절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다한증이 있다고 말하다가 구박을 받는다. 상처받은 어린 춘희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불에 손을 대서 흉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춘희는 성인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오랫동안 살아온 이 집에서 얹혀사는 신세라 친척들에게 오랜 구박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나는데 주황이라는 말을 더듬는 남자였다. 주황은 어렸을 적에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춘희와 주황은 연애를 하게 되고 서로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춘희에게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과연 춘희와 주황의 연애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의 삶을 앞으로 잘 개척할 수 있게 될까?
춘희에게 다한증은 극복해야 되는
오래된 상처 자국이다.
하니엘
춘희는 어린 춘희의 상처에서 벗아났을까?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춘희는 외숙모처럼 외지인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아마도 어린 시절에 쭉 뻗고 잘 수 없는 단칸방에서 살았는지 삶에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많았다. 이것만이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소외당하고 항상 혼자였다. 그리고 사촌 오빠도 과거에 명문대생이었지만 데모만 하는 학생이고 염세주의자였다. 자신의 누나도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린 신세였고 불량한 학생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린 춘희가 항상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태어나질 말아야 할 팔자였다는 것을 미리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 춘희의 모습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기억에서는 단칸방에서 얹혀살던 집 안에서도 가족들이 항상 싸우기만 했기 때문에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랐다. 그런 그녀에게 주황이라는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도 마음속에 가둬둔 상처들 때문인지 헤어지고 싶다고 말했고 다시 혼자가 되는 일을 경험한다. 괴롭던 기억과 외로움으로 가득 찬 춘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춘희: 모두 다 네 잘못이 아니야!(어린 춘희에게)
영화에서 본 명대사에서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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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T AI와 극F 로맨스의 도킹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태용 감독의 선택은 AI(인공지능)이다. 전작들에게서 섬세하게 그려냈던 감성과 정반대 느낌이 강한 AI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신작 '원더랜드'가 어떤 느낌인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호기심을 유발했다.
스펙터클을 연상케 하는 AI 소재는 '원더랜드'를 만나면서 따스한 느낌을 준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답게 진솔함과 정교함, 그리고 감성적이면서 지적인 느낌이다. 전작인 '가족의 탄생', '만추'로 담아낸 감수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죽은 사람 혹은 죽음에 준하는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이에 따라 어린 딸 지아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긴 바이리(탕웨이), 깨어나지 못하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정인(수지), '원더랜드' 서비스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세 갈래로 갈라진다.
'원더랜드'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병렬한 뒤 '가족'을 통해 인간과 관계를 탐구했던 '가족의 탄생'처럼 3개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AI에 스며든 인간과 관계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죽음이 무엇이고, 죽음은 인간관계를 종결시키는 것인지, 가상으로 유지되는 관계도 진짜인지, 관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어 철학적인 내용일까 생각되지만 '원더랜드'의 기본 바탕은 로맨스,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지만 계속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 말한다. 엄마와 딸, 연인 등 인위적으로 이어가는 사랑을 표현하다가 발생하는 혼란, 혼란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개념, 이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사랑의 방식,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공허함, 그렇게 왜곡되는 사랑이다.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 각 이야기 속 캐릭터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다.
'원더랜드'는 AI 소재로 만들었던 명작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군데군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결국 이 영화는 멜로로 다가오면서 생각할 거리를 생성한다. MBTI로 표현하자면, 극T와 극F가 적절하게 섞였다. 치밀하게 설계한 김태용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관람하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영화가 전하는 사랑의 온기에 쉽게 동기화되겠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이들에겐 '원더랜드'를 보고 난 뒤, 실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원더랜드'의 공개 시점이다. 원래 개봉 시점이었던 2021년이나 2022년에 공개됐다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AI 기술이 급성장하는 2024년에 공개하기엔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깊이감보다는 넓은 폭을 선택해서인지 러닝타임 113분 안에 다 담아내다 보니 관객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동력이 부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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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 2022년에는 더 행복하고 건강한 일들만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저희 씨네픽도 더 많이 관심가져주시고
저희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
그럼 2022년 1월 첫째 주 월요일,
오늘의 콘텐츠는 2021년의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였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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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어느 덧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흥행 독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번 주에 이어 변동없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2월 31일~ 1월 2일) 관객 수 70만 56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07만 430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그야말로 기록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고,
또한 최단 속도로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무려 19일 만에 600만명을 돌파했고,
이전 최다 흥행작이었던 <모가디슈>(361만명)의 관객 수와 비교해서 약 2배 많은 흥행 기록입니다.
현재 극장가는 다시 1월 3일부터 영업제한이 오후 9시 입장으로 완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질주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주와 동일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20만 855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77만 6399명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독주 속에서도 실관람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꾸준히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피 뉴 이어>의 개봉에도 흔들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는데요.
앞으로 극장가의 영업제한이 완화된만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함께 흥행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3위. <해피 뉴 이어>(▲37)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지난 12월 29일 개봉한 티빙(TVING)오리지널의 <해피 뉴 이어>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11만 3709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6215명입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는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해당하는데요.
아무래도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개봉하는 조건의 핸디캡이 있어서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목처럼 신년을 맞아 가족, 연인들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영화로 앞으로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원진아, 이진욱 등 국내의 탑배우들이 출연하여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1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해피 뉴 이어> 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해피 뉴 이어>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0%, 여성 50%로 동일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연인끼리 보기 좋은 영화라서 그렇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0%,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네요.
▶ 그럼 실제 <해피 뉴 이어>의 주 관람연령대를 차지하고 있는 20/30대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제81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해피 뉴 이어> 박스오피스 예측 참여 비율은 어땠을까요?
▶ 위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수치 또한 실제 관람객의 성별/연령별 추이 통계와 비슷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대 - 38%, 30대 - 37% / 남성 - 55%, 여성 - 49%)
▶ 12월 31일 ~ 1월 2일의 <해피 뉴 이어>의 실제 주말 관객 스코어는 113,709명입니다.
한편, 제 81회 씨네픽 <해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참가자들 중 정답에 가장 근접한 성별/연령은30대 여성으로 평균 118,286명에 가깝습니다.
(오차범위 +4,577)
이는 여성 참가자 중의 1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제81회 씨네픽 이벤트 <헤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정답자는 112,500명으로 오차 1,209명입니다.
제 81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2회 씨네픽 이벤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매트릭스: 리저렉션>(▼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에 이어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입니다.
같은 기간(31~1월 2일)동안 주말 관객 수 1만 809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0만 2905명입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실관람객 평은 다소 아쉽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기대했던 SF레전드 작품이지만, 반가운만큼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다는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과연 국내의 박스오피스에서 얼마만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5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1)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말 관객 수 8987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62만 6631명을 기록했습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무려 지난 11월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난 시점과
국내외 대작들 속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장르라는 점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놀라운데요!
그만큼 영화의 호평과 꾸준히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방문이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5위까지 하락했는데, 아무래도 다음 박스오피스 5위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와 더불어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31일~1월 2일) $52,700,000 (한화 약 62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09,892,000 (한화 약 7,625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록은 2019년 작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약 2년 만에 6억 달러를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역대 북미 흥행 TOP에 10위로 진입하였습니다.
북미 매출과 전 세계 흥행 매출을 더하면 13억 6889만 달러 (한화 1조 6,308억)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1년 12월 31일 ~ 2022년 1월 2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200만 달러 (누적 6억 898만 달러)
2. <싱2게더> 1960만 달러 (누적 8968만 달러)
3.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450만 달러 (누적 1951만 달러)
4. <아메리칸 언더독> 407만 달러 (누적 1500만 달러)
5. <매트릭스: 리저렉션> 383만 달러 (누적 3090만 달러)
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10만 달러 (누적 2956만 달러)
7.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143만 달러 (누적 1억 2339만 달러)
8. <리커리쉬 피자> 124만 달러 (누적 633만 달러)
9. <저널 포 조던> 117만 달러 (누적 474만 달러)
10. <엔칸토: 마법의 세계> 105만 달러 (누적 9131만 달러)
이것으로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및
제 81회 씨네픽 주말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분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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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리티 가족 다큐멘터리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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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성 발언.
나는 여자다. 그리고 김씨다. 조부는 종가집 장손이었다. 무려 4대 독자! 그리고 대망의, 내 본적은 경상북도다. 나는 순혈이다. 지독한 가부장제의 순수혈통. 종친회에서 고칠 데를 손 봤다는 올칼라 족보를 만들었고, 여전히 나는 남동생의 동생으로 기록되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리 가족 소개 같은 숙제를 하면 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셨다. 우리 집은 무슨 김씨 무슨 파 무슨 왕의 몇대손이며 우리 할아버지는 몇대 독자고 어쩌고 저쩌고. 어릴 때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더랬다. 그리고 좀 커서는 족보를 샀겠거니 생각했다.
커서 보니 쓸 만한 유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나와 내 동생과 아버지와 할아버지 등등과 비슷한 모습일진대 무슨 놈의 대를 그렇게 이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도대체 이 족보주의에서, 순수 혈통을 이어가서 얻는 게 무엇인가. 그 유전자를 굳이 길이길이 남겨야 하는가. 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갔다. 물론, 뭐 내가 태어났을 때 딸이어서 아무도 병원에 안 오고, 내 이름이 뒤에 아들 낳는 이름으로 지어질 뻔하고, 족보에도 올려주지 않아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무슨 왕정 제도를 미시체계에서 이룩한다는 게 좀 우스우니까. 장남을 왕세자에 책봉하고, 훗날 왕위를 물려주는 것마냥 일개 가정에서 신수왕권설 같은 걸 주장하는 게 이상하니까.
자, 개인사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까닭은 영화 <장손>이 픽션이기 때문이다. 픽션인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즘 픽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장손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도 핍진하여 두 시간 동안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차남의 장녀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던, 그 이야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건
족보와 장손밖에 없다. 장손을 제외한 나머지는 흩어져야 산다. 영화는 가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층위의 갈등을 두 시간 동안 보여주는데, 그 갈등이 비단 가정 내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프랙탈은 일부를 확대해 보면 전체와 동일한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니까 '선산 김씨'네 가정은 대한민국의 프랙탈이다. 영화는 가족에 관해서 말하고 있으나 이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서사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은 '선산 김씨'네가 유난스럽지도, 특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몇 개의 갈등이 중첩되면서 켜켜이 쌓인다. 그 갈등이 새삼스럽지도 않다. 제법 클리셰적인 갈등이다.
자기네 조상 제사를 지내는데 김씨 아닌 사람들만 모여 앉아 전을 부치고, 김씨들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 화투 치고 맥주를 마신다거나, 장손이 올 때까지는 에어컨도 안 틀어준다거나.
6.25 전쟁 때 빨갱이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고장난 라디오처럼 말하는 노인과 노인의 얘기가 궁금하지 않은 손자, 사업으로 부자가 된 자식과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자식. 애초에 돈 되는 공장은 아들 주고, 낡은 집은 딸을 준 유산 분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와 세대갈등과 남녀갈등이 총체적으로 한 가정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전체와 동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두부 공장'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두부가 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음식 아닌가.
두부를 잘 뭉치려면 쌩노가다를 해야 한다. 원래는 가정 내에서 만들었다(아는 척하는 이유는 내 외조모가 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선산 김씨네 두부공장 역시 처음에는 가정 내에서 조모인 오말녀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말녀는 며느리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두부가 못마땅하다.
두부 공장 씬에서 장남인 태근이 일하는 모습은 스케치로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 대부분 며느리가 일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일하는 사람은 손녀사위다. 그런데 사장은 당연히 태근이다.
간단히 설명된다. 이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여자와 여자와 여자와 여자들이다. 다시 프랙탈. 유사 이래로 놀고 먹은 여자는 소수다. 장손이라 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어쩌고저쩌고 한 것만 같지만, 사실상 장손 혼자서 가정을 부양하고, 조상들을 제사지내주지 않는다.
조모는 장손 판타지를 공고히 한다. 조부는 규범과 같은 상징체계에만 관심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현실화하는 사람은 조모다. 장손이 올 때만 에어컨을 켜 주고, 장손의 어릴 적 이야기를 신화처럼 반복하고,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여자들을 감시하는 여자. 장손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여자. 장손이라는 고귀한 존재를 만들어 희생을 합리화하는 여자. 어쩌면 장손은 고된 여자들이 만든 신화다.
그러니 사실 여자들이 뭉치지 않고 흩어지는 순간, 장손? 그게 뭔데.
가족의 미래
영화의 초반부에 제사 준비를 하면서 오말녀는 딸에게 '상조보험'에 가입하라고 재촉한다. 보살이 집안에 초상날 것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누구 하나 죽긴 죽겠구나' 하고 예상하게 된다.
누가 죽을까. 가족의 미래를 점쳐보자.
1. 김승필(장손의 조부)의 사망: 매우 자연스럽다. 나이도 많고, 대장암 수술을 해서 건강도 좋지 못하다. 제사를 꼭 자정에 맞추어 지내야 한다는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다. 입만 열면 빨갱이 타령. 김승필이 사망한다면 자연스럽게 집안의 주도권이 김태근에게 넘어갈 것.
2. 김태근(장손의 부)의 사망: 장손의 모가 농담으로 하는 말. 하도 미워서 잘 때 한 대 때렸다. 죽지도 않고 왜 깼냐. 뭐, 슬프지만 장손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두부 공장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것. 공장은 서울에서 연기하는 장손에게 갈 것이냐, 공장에서 일하는 손녀사위에게 갈 것이냐.
3. 김성진(장손)의 사망: 큰일난다. 이 가족 망한다.
4. 오말녀(장손의 조모)의 사망: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 가장. 오말녀는 현재 매우 건강하고 꼬장꼬장한 노인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오말녀가 죽는다면 장손 판타지로 이어온 가정은 붕괴된다. 오말녀만큼 장손을 우쭈쭈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
5. 그 외 여자들의 사망: 서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 큰 사건이라 함은 누군가의 장례식이 될 것이다. 장례식은 별 탈 없이 잔잔하게 살던 가족에게 던져진 돌멩이가 아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겉잡을 수 없는 와류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장례식을 계기로 드러났을 뿐.
<장손>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과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 감독이나 출연진, 줄거리,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갔다. 두 시간 동안 경북에 본적을 둔 여성을 미치게 만드는 솜씨에 무슨 상을 받아도 받았겠거니 예상만 했다.
이 영화에 다양한 매력이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를 꼽고 싶다. 오래된 한옥에 사는 노인들의 출입을 쉽게 하려고 문간에 걸어둔 동앗줄 같은 디테일.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줄조차도 굉장히 의미심장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인데, 장손 성진이 택시를 타고 떠나고, 성진을 배웅한 노인은 눈 쌓인 비탈길을 아주 오래 걷는다. 롱테이크로 잡아낸 그 장면은 마치 서편제 같다. 뭐 대단한 걸 하고 돌아서는 장면 같다는 뜻이다.
택시를 탄 성진의 얼굴에 아침해가 날카롭게 비친다. 성진은 눈을 찡그린다. 빛을 보는 대신 눈을 가려 버린다. 그런 디테일에서, 이 가부장제라는 망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장손 성진의 손에서는 결코 낡은 시대가 종언되고 새로운 체제가 구축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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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그땐 그랬지' 정도의 픽션,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의 고통, 또 누군가에게는 피해망상,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관습'.
<장손>은 픽션이 아니다. 리얼 다큐멘터리다. 추석 직전에 개봉하는 만큼, 가족과 함께 보면... 과연 괜찮을까?
장손(House of the Seasons, 2024)
감독: 오정민
출연: 강승호, 손숙, 우상전 외
러닝타임: 121분
개봉: 2024. 09. 11.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