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3-10-13 03:24:05
[BIFF 데일리] 전쟁 속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다큐멘터리 키스더퓨처
전쟁은 언제나 지배자의 논리에서 발생한다. 소시민들은 언제나 그들의 논리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 보스니아는 각기 다른 민족, 종교가 혼재되어 공존했던 곳이었는데 항상 그런 곳들은 정치인들이 분쟁을 만들어내기 적합한 환경이라, 보스니아는 별안간 세르비아인들의 공격을 받는다. 그렇게 그들은 4년간 고립되었다. 이 이야기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1.소련이 지나간 자리에
소련이라는 나라는 어떤 지점에서 대단한 나라인 것이 다른 민족, 인종, 종교들을 공산주의라는 하나의 이념으로 통일해왔다. 그 말은 즉슨 그들의 이득에 따라 국가의 경계선이 그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배자의 논리이기에 일반 소시민들은 매일 밥을 먹고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것은 변함없었을 것이다. 그저 지배자가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어놓은 경계선들이 해제되자,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꼭 독재자들이 등장한다.
독재자들이 으레 그렇듯 민족주의를 들고 나타난 밀로셰비치는 보스니아를 봉쇄하고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보스니아에 이슬람만 사는 것도 아니었고,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모든 사람들이 한순간 위험에 처했다. 어디든 정치인들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위치에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일부 사람들의 이기심을 건드려 분란만 만드는 사람들이 더 많다. 굳이 같은 민족들끼리 함께 살던 사람들의 땅을 자의적으로 나누어 이산가족을 만들어내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개 사람들의 불만이 학살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2.U2의 등장, 지옥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은 있다

사라예보 시민들은 오늘도 지상도로에서 총을 맞을 수도 있었는데 그 지옥 속에서도 음악을 듣고 클럽을 만들고 결혼식도 연다. 지배자들이 만든 세상 속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그들에게 휘둘리지만은 않는다. 인간이 그저 인간의 목숨이 경시되는 전쟁터 속에서도 그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위한 음악을 놓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U2가 등장하는데, U2라는 그룹에 대해 잘 몰랐음에도 이런 그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웠다. 문화예술인이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가장 선하게 사용한 그룹이 아니었을까 싶다. 예술인들이 자신만의 정치적 이슈를 예술에 녹아내는 데에 백 프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학살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류애를 놓치지 않도록 희망의 끈을 쥐어주는 것은 결국 예술, 음악이었던 것이다.
과거 우리 나라에서도 음악과 영화에 검열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부가 이렇듯 문화예술을 신경썼던 것은 지배자의 논리를 무시하고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화합하게 만드는 매개체라는 것이 역사를 통해 증명되어 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예술은 그저 추상적인 영역으로만 여겨지지만 감동, 사랑, 애정, 실망, 분노 모두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알 수 없어 더 강력하다. U2가 사라예보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던 것은 희망이자 기쁨이요, 외부 사람들의 관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 관심 덕분에 그들이 4년이란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국제 정치는 외면했지만 예술계는 그들의 저항을 승화시켜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3. 전쟁이란
전쟁은 하등 쓸모가 없다. 그저 지배자들만을 위한 것이다. 지배자들은 언제나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다른 나라가 불공평하게 내 나라를 뺏어가지 않는 한 현대 사회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당수가 지배자들의 명분을 견고히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대의라고 포장된 작은 이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나간다. 소규모의 기득권층을 위해서 존재하는 개념이 전쟁이고, 인간의 이기심의 바닥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예보 사람들의 의지가 빛나는 것은, 그들은 서로와 음악에게 의지하면서 그들의 삶을 유지했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더라도 클럽을 가고, 미인대회도 열면서 그들의 윤택한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점이 존경스러웠고, 다양한 문화가 결집된 도시가 처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정답을 찾았던 것 같다.
총평
다큐멘터리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극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았다.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봐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U2라는 유명한 밴드에 대해서 새로이 알게 되는 점이 있어 좋았다. 마지막 인터뷰이의 말 중에서, 그 떄, U2의 공연에서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화합이 지금도 다시 되살아나야 하지 않나 라는 말에 격한 공감을 표하고 싶다.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더 혼란해졌으면 혼란해졌지 더 안정적인 화합을 보여주고 있진 못하기 때문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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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네가 남긴 혼돈 [스페인 드라마] [결말을 포함 줄거리]
힘든 일 때문에 잠시 교직을 쉬고 있던 한 여자가 남편과 함께 이사를 가게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며 다시 교편을 잡지만, 자신이 오기 전 같은 과목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유 모를 찜찜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남편의 소개로 오게 되었던 새로운 마을. 알고 보니 남편은 죽은 여자의 후임임을 알면서도 아내에게 그 자리를 추천한 것이었다. 죽은 선생님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학생들은 전 선생님과 주인공을 비교하며 괴롭히고, 단단한 마음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자리를 잡아갈수록 새로운 사건과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지고. 주인공은 어느새 죽음의 음모 한가운데 들어서게 된다.
가끔 스페인 드라마를 볼 때 한국 작품과 비슷한 접점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낀다. 네가 남긴 혼돈도 그랬다. 막장 코드와 스릴러 코드를 적절히 잘 조합한 후 몰입도 높게 극을 끌어가는 시나리오. 범죄는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주인공을 한 번씩 긁는 시댁 식구(특히 시어머니는 외국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코드인데 여기엔 등장한다). 고립은 아니지만 자발적 고립과 같은 느낌을 주는 작은 마을에서 외지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겪게 되는 문제.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보던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공포 코드와 닮아있다.
죽은 문학 선생님과 후임 문학 선생님의 이야기를 적당히 교차하며 죽은 여자에게 벌어졌던 일을 쫓아 가는 이 드라마는 혼란 스러운 상황에 대한 떡밥을 하나씩 풀어간다. 과거와 현재가 얽히면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데, 네가 남긴 혼돈은 경계를 잘 지켜서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결국 진실에 닿게 된다.
살해는 누가 했는지,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의 주범은 누구인지를 알게되지만 그럼에도 살아 남는다.
살인, 마약, 성범죄, 학대까지.
시종일관 우울한 톤이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우울하지 않았던 이유는 주인공이 살아남았기 때문인 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화에 깔리는 노래.
스페인 노래는 많이 낯선 편인데, 네가 남긴 혼돈을 다 보고 난 후에도 이 노래를 듣고 있다.
Turnedo (feat. Xoel Lopez / Confesiones-dire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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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으로 바라본 순수함의 변모 과정
최근 가장 핫한✨ 콘텐츠 <오징어게임 시즌2>
문학문화콘텐츠학과생이 마음대로🦑 분석해봤습니다.
(※스포주의※)
얼마 전, 목빠지게 기다리던 오징어게임 시즌2를 다 봤다. 한창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가을과 겨울 사이, 오징어게임 시즌1을 처음 본 충격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고3, 18살이었던 나에게는 빚을 진 사람들은 한 데 모아두고 한낱 게임 부속품 취급을 하며 무자비하게 죽이는 내용이 많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받은 충격만큼 이야기의 매력은 더욱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당시 오징어게임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관련 리뷰나 분석글을 많이 찾아보고, 유사한 후속 프로그램들도 챙겨봤던 기억이 있다.
오징어게임 시즌1을 좋아했던 한 명의 관객 입장에서 시즌2는 어떻게 느껴졌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은 무엇을 대변하고 있나
시즌2는 새로운 캐릭터들,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번 시즌2에는 트렌스젠더, 코인 유튜버, 마약하는 래퍼 등 시즌1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어쩌면, 이러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여러 이유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기존에는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들은 모두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일부분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반영하는 매체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새로운 이슈들을 반영한 캐릭터들이 매체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따라서 시즌2에 등장한 다양한 캐릭터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을 반영한 것이고, 이러한 캐릭터들은 잔인한 '게임'속 세상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닮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금자가 겪은 전쟁은,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는 '금자'와 '용식'이라는 모자가 나오고, '금자'는 6.25 전쟁을 겪고도 살아남은 '용식이의 엄마'이다. 이인삼각 게임 중 공기놀이를 성공해내야 하는 금자가 벌벌 떨자, 용식은 금자에게 말한다.
(대사 부정확)
"6.25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엄마! 전쟁 때 총알로 공기놀이 했다며"
금자는 6.25라는 전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전시 상황에서 놀았던 경험으로 게임을 통과한다.
금자가 급박한 상황 중 떠올린 전쟁 속 천진난만한 경험, 그리고 전쟁과도 같은 오징어게임 속에서 하고 있는 공기놀이. 둘은 모두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연결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금자는 총알로 순수하게 놀며 살아남았고, 이 과정에서 삶의 희망과 재미를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뒤, 이 경험은 오징어게임이라는 또 다른 전쟁 상황 속에서 빛을 발휘한다.
금자가 겪은 두 번의 전쟁 경험은 아무리 처절하고 막막한 상황일지라도, 최소한의 희망과 인간다움을 부여해 줄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순수함'임을 전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성기훈은 왜 그랬나
시즌1을 인상 깊게 본 시청자라면, 시즌2를 보는 내내 가질 수 있는 의문이 있다.
"성기훈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거야?"
시즌1의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는 이야기의 가장 큰 뷰포인트 중 하나였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운 면모를 지니는 입체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즌1 속 그는 경마를 하고 나이를 먹도록 어머니께 용돈을 받으며 사는 구제불능 불효자인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흔히 말해 상도덕이 있는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기도 했다. 성기훈은 위선적이지 않고 그 때 그 때 자신의 마음에 충실히 살아가는 나약하지만 따뜻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번 시즌2에서는 달랐다. 시즌1 성기훈의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456억을 모텔방에 쌓아두고 게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주최자를 잡기 위해서만 돈을 쓴다. 그리고 자신의 생니를 뽑아 위치추적기를 심고, 게임을 직접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여한다.
시즌2 속 성기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 같을 정도로 맹목적이다. 자신의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상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희생시킨다. 그리고,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는 무리한 계획을 이끌다 실패하고 만다. 그는 게임 참여자들을 살리기 위해 '얼음~!'을 외치고 약자를 보살피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행동은 '게임 주최자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행해진다.
그렇다면, 성기훈은 도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 성기훈의 순수함은 어떻게 변모되어 가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기훈은 '그 누구보다 아이같이 순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성기훈은 '순수함' 그 자체이고, 이는 시즌1의 여러 갈등상황을 통해 충분히 비춰졌다. 그리고 그는 오징어게임이라는 '굉장히 비인간적인 일'을 겪었다. 이를 경험한 후, 그의 순수함은 더렵혀져 '악'이 아닌 '지나친 무모함'으로 변한다. 시즌2에서 비춰지는 그의 변모된 순수함은 순진한 어린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비계산적이고 섣부른 판단과 유사하다.
순수함은 가장 진실된 가치 중 하나이지만, 오징어게임과 같이 비합리적이며 세속적인 상황에서는 그 자체로 빛나기 어렵다. 그렇기에 성기훈의 순수함은 시즌2 속 그의 행동과 같은 지나친 무모함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시즌2 마지막 부분에서 참가자 사이로 숨어든 프론트맨은 성기훈의 절친 정배를 죽이고 성기훈을 잡으며 그에게 '영웅놀이는 재미있었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영웅놀이'는 시즌2 이야기의 중심이며, 이는 모두 성기훈의 순수함이 무모함으로 변모되어 비롯된 행동들이다.
결국, 오징어게임 시즌2는 '성기훈이 지닌 순수함이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성기훈을 통해 개인이 가진 순수함이 외부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려내고, 게임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 성기훈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함, 인간다움 등과 같은 본질적 가치가 어떻게 표출되고 이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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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그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룸 쉐어링>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드라마 | 한국 | 91분
감독 이순성
출연 나문희, 최우성 등
줄거리
“집에서 똥은 싸지 말아주세요!” 평생을 혼자 살아온 괴팍한 할머니 금분, 만렙 아르바이트생 지웅.
월세 좀 아껴보려 시작한 독거노인과의 동거 프로젝트는 난관의 연속과 극복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두 사람. 혼밥, 혼술이 유행처럼 돼버린 세상에 금분과 지웅의 룸 쉐어링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룸 쉐어링>의 T.M.I
ⓒ 전주국제영화제
감독 이순성과 배우 나문희
이순성 감독은 원래 동시녹음을 20년간 하였다. 그중 <아이 캔 스피크>라는 작품을 나문희 배우와 함께 했었고,
이번에 또다시 <룸 쉐어링>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룸 쉐어링의 시작?
룸 쉐어링은 '맥도날드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노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 외로운 사람들이 같이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프닝"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는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테이프로 집의 구역을 나누는 모습과 함께 시작한다. 구역을 나눈 방의 모습은 영화 속에 나왔던 대사처럼 '몬드리안'을 생각나게 한다.
미적으로 뛰어났던 첫 오프닝 장면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겼다. 감독은 첫 장면인 만큼 등장인물을 색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금분'은 정열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붉은색'으로, '지웅'은 따뜻해 보이지만 차가운 양면적인 인물이기에 '파란색'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또한 금분의 룸 쉐어링 규칙 설명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화가 담은 이야기"
ⓒ 전주국제영화제
이 영화는 '외로움', '고독사', '청년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아냈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아낸 만큼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
였다. 그만큼 이순성 감독이 현 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다만, 한 영화 속에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보니,
차라리 조금 더 주제를 덜어내고 깊이를 더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담고자 했던 주제는 아주 좋았고,
그 주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룸 쉐어링>의 배우들"
ⓒ 전주국제영화제
61년 경력을 가지신 나문희 배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배우가 영화에서 첫 모습을 선보인 작품이었는데 다들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몰입감을 더
해주었다. 나문희 배우도 GV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어디서 이렇게 멋진 분들을 모셔 왔냐고 말했다"며 현장의 모든 배우의
연기에 대해 칭찬하셨다. 드라마에서 봤지만, 영화에서는 처음 보는 배우, 정말 처음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등 새로운 모습의 연기자들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매력을 안겨준 영화였다.
"이런 분들께 추천 해드립니다"
-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 현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 독특한 소재에 영화를 찾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지금까지 영화 <룸 쉐어링>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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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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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 빛을 담는 여성들의 두 눈,
내 안에서 영화의 개념화는 서양, 특히 유럽과 미국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 시절 영화를 제대로 전공해보자고 결심한 이후 처음 수강한 강의가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의 영화들로 모든 역사적 자취를 설명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영화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존재했는지, 하다 못해 아시아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수업을 탓할 수는 없다. 영화가 설명되는 방식이 으레 그랬으며, 눈을 돌려 관심을 가지더라도 그 범위를 벗어나는 정보는 알기 어려웠다. 서양 국가를 주제로 한 발표와 그 외 국가들에 대한 발표는 분량부터 차이가 났다. 유수한 영화제라 불리우는 국제영화제들은 모두 일부 국가들에게 집중되어 있으니 그럴 만했다.
영화를 더욱 넓고 깊게 소비하게 되었다고 자부하는 지금의 나 또한 변함 없이 몇 국가의 작품들과 그 방식에만 익숙해져 있었고, 다양한 국가영화를 접하고 싶던 차에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었다. 여성감독이 여성 주연들과 함께 연출한 작품이었기에 더욱 눈이 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나 그들의 녹록치 않은 삶을 멀리서나마 접해왔기에 영화로 만나는 인도 여성들은 어떤 모습일지 하루 빨리 알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하는 게 어려워요”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 뭄바이,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프라바, 아누, 파르바티에겐 해결되지 않는 사정들이 있다.
그러나 세 여자의 우정은 작은 빛을 만든다.
미리 말해두겠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여성영화는 아니다. '세 여자의 우정은 작은 빛을 만든다'라는 문장을 보고 당신은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 여성들이 모여서 함께 주거공간을 꾸려 나가거나, 기혼/미혼/비혼 여성들의 각 가치관들이 모여 건강한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그렇다면 해당 작품을 관람하고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오히려 남성과의 연애와 결혼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주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 내에 만연한 종교에 따른 가치관과 여성을 억압하는 뿌리 박힌 것들에 맞서는 요소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도 여성'들에게 동일시되어야 조금 더 잘 보이는, 하지만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는 섬세한 작품임은 명확하다.
* 뭄바이를 느낄 수 있는 오프닝 시퀀스
극의 첫 장면은 누군가가 인터뷰를 하는 듯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뭄바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겪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른 목소리들이 짧게 풀어낸다. 그리고 배경은 분주히 움직이는 도시의 밤을 그대로 담아낸 샷들이 나온다.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가운데 수많은 빛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자동차 전조등, 조명, 기차 혹은 지하철이 뿜는 빛. 고스란히 빛을 받는 사람들은 어쩐지 지쳐보인다. 이렇다 할 주인공 없이 도시 그 자체를 담으며 꽤 긴 시간동안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는 흡사 다큐멘터리 영화 같기도 하다.
그만큼 도시의 모습을 충실하게 담아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복잡한 도로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의 행렬은 베트남 하노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하노이에서 잠깐 머물렀던 적이 있다. 언어를 공부하며 영상도 제작하고자 했던, 도시를 마음껏 즐기다 떠나면 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도 문득 외로움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버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이렇게 상상만 하던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된 느낌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도로의 소음, 즐비해 있는 길고 얇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는, 도시의 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샷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여성들의 사소한 일상 또한 상세하게 묘사된 덕분에 그들이 주체가 되어 이끌어 가는 극을 경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 감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
초반부가 다큐멘터리 같았다면, 중반부는 실험영화 같은 면모를 보인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프라바'와 '아누'의 일상이 리드미컬한 사운드와 함께 독특한 편집으로 표현된다. 하루종일 좁디 좁은 사무실에서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아누'가 종종 나누는 문자 텍스트가 자막으로 화면에 보이는 호흡은 여느 극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힙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장난기 서린 음악이 본능적인 호감을 자아냈다. '아누'가 단독으로 나오는 사무실 몽타주는 아주 귀엽고 익살스러운 연기가 매우 돋보인다.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는 주로 밤으로 표현되었지만 모든 걸 뒤로 하고 바닷가 마을로 모인 세 주인공의 시간들은 대부분 낮으로 구성된다. 어둠에 잡아먹힌 도시와 달리 한적한 바닷가는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차 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뻗어 나가는 빛줄기를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화면에 담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세 주인공이 모인 장면에서는 ㅡ 알게 모르게 쌓아 두었던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린 채 ㅡ 새까만 하늘과 밤바다 속에 별과 조명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비로소 그들의 주변 환경을 이루던 모든 빛이 한 데 만난 것이다.
다만, 극영화로서의 힘은 약하다. 각 등장인물의 서사는 미약하며, 접점은 모호하다. 현재진행형의 일상을 제시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 연락이 오지 않는 남편을 기억하는 '프라바'와 사랑하는 이가 있음에도 숨겨야 하는 '아누', 일평생 살아왔던 공간을 집이라고 인정 받지 못하는 '파르바티'. 각 사건들의 앞뒤상황이 제시되지 않는 만큼 그들의 감정선에 이입하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플롯 자체는 느리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명확한 대사보다는 주어가 분명하지 않은 비유적 표현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스토리의 흐름에 탑승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면 수작이라고 판단했을 거 같다.
*** 어둠 속 빛을 담는 여성들의 두 눈
극중 '빅 클로즈업' 샷이 자주 사용되는 특징이 눈에 띄었다. 특히 얼굴, 그리고 얼굴 중에서도 눈 주위를 중심으로 샷을 잡는다. 눈은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사물의 상을 담는다. 그리고 그 눈은 항상 빛이 있다. 주인공 자체가 빛이기에 바라보는 모든 사물들에도 자연스럽게 빛이 옮기는 건지, 눈이 향하는 모든 곳에 빛이 있었고 그대로 담아냈을 뿐인지 알 수 없다. 정확한 건, 빛은 어둠이 있기에 인식될 수 있다.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 나자신 혹은 어둠 속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빛 그 자체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감독이 바라보는 인도, 여성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드러낼 줄 알고 그들의 우정이 존재하는 한, 그곳은 애써 빛을 상상하려 하지 않아도 애초부터 희망이 함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당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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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열 화백의 삶 속에 떠있는 물방울 그림들
감독:김오안,브리지트 부이오
출연진:김창열 화백
시놉시스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을 다양하게 표현한 그림들로 유명하다. 50년간 물방울만 그려왔으며 달마대사와 노자의 도덕경을 자신의 신조로 삼아온 예술가이기도 하다. 1929년 맹산의 강가 근처에서 태어난 그는 6.25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고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전쟁에서 나뒹구는 시체들은 탱크로 짓밟히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았기에 김창열 화백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물방울들을 그리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사실 그도 고향을 떠나 고독함 속에 예술을 해온지라 자신만의 확고한 그림 철학이 있는 것이다. 물방울을 다양한 관점에서 표현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제주도의 미술 전시관에 자신이 그린 200점의 작품들을 기부하는데...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는 사람의 요구를 달마대사는 거절하자 그 사람은 자신의 한쪽 팔을 자르면서까지 달마대사의 제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달마대사의 철학이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에 녹아들었다
김창열 화백은 달마대사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깨우치고 자연스레 자신의 물방울 그림에 스며들게 했다. 비록 고단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물방울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작품들이었고 삶의 전부였다. 비록 전쟁을 몸소 겪었고 고향도 떠났지만 철학적인 물방울 그림을 탄생 시키는데 좋은 원료가 된 만큼 그 자체가 예술이다. 또한 자신이 힘든 삶을 살아오며 지금의 화백이 된 것처럼 만약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맹산의 강가에서 살았을 것이고 미국으로 건너가거나 프랑스로 예술을 하러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김창열 화백은 지금의 거장이 되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었고 끔찍한 기억들도 있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게 아니었을까?
김창열 화백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그의 삶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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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姓)을 찾아 스스로 새장을 박차고 나가는 해방 서사
1. 주제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자유는 본래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왕실 안, 상황 별로 입어야 하는 옷마저 정해져있는 구속과도 같은 삶을 사는 주인공 ‘다이애나’가 자신의 성(姓)이자 정체성인 ‘스펜서’를 찾아가는 이야기인 파블로 라라인의 영화 <스펜서>. 한시라도 몸을 담그고 살 수 없을 정도의 압박 그 자체의 왕가 세계인 ‘샌드링엄 하우스’와 ‘스펜서’의 모든 옛 추억이 담긴 ‘샌드링엄 파크 하우스’. 크리스마스에 그 두 공간에서 요동치는 스펜서의 내면을 다룬다. 여왕은 텔레비전에서 ‘자유 국가’라며 자유의 의미에 관한 연설을 하지만, 정작 왕실 안에서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죽하면 다이애나가 아들에게 규칙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기적’이라 칭할 정도이다. 영화 초반부, 어릴 적 고향임에도 길을 잃어 혼란스러웠던 다이애나는 샌드링엄 하우스 근처에 도착하여 아버지 외투가 입혀진 허수아비를 보고 이제 조금씩 기억이 난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영화 후반부, 허수아비에 입혀져있던 아버지의 외투를 가져오는 행위는 아버지의 성 ‘스펜서’로 살던 시절, 즉 자유를 되찾아 오는 의미가 돋보인다.
2. 모티프
1) ‘꿩’과 ‘총’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길바닥에 널브러진 ‘꿩’의 시체를 로우앵글의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군용차량에 아슬아슬하게 밟힐 듯하지만 피해 간다. 마치 아슬아슬한 다이애나의 상황처럼 말이다. 왕가에서는 그저 ‘재미로’ 유희를 위해 하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재미’는 매번 다이애나를 옭아맨다. ‘몸무게 재기’ 그리고 ‘꿩 사냥’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꿩’은 재미를 위해 길러져서 총을 맞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 내내, 다이애나는 사냥(유희)을 위해 길러진 이 ‘꿩’처럼 길러진 미물로써 묘사된다. 영화 중반부, 붉은 옷을 입은 다이애나가 카메라에 둘러싸인 시점샷은 파파라치들에 둘러싸인 대중의 사냥감 다이애나 역시 유희의 도구로써 사용됨을 명확히 보여준다. 총으로 꿩을 겨누는 것이 파파라치가 다이애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과 겹쳐진다. 극중 다이애나는 문학 작품에서 객관적 상관물과 같이 ‘꿩’에게 자기 자신에 빗대어 말을 걸기도 한다. “날아가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래서 영화 후반부, 다이애나가 아버지의 외투를 걸친 채 두 팔을 새처럼 들어 올려 사냥 중인 아들과 군인들 앞에 서서 상황을 어그러뜨리는 장면이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를 벗어나는 꿩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유를 찾기로 결심하고 행하는 신에서 다이애나가 ‘꿩’에 투영되어 극적으로 묘사되었다. 롱 샷으로 다이애나와 두 아들이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을 팔로잉하는 샷은 관객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2) 검은색 8번 당구공
영화 중반부. 광각으로 당구대를 사이에 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거리감이 드러나는 신, 당구대에 아주 정교하고 계산적으로 공들이 놓여있다. 리버스 샷에서 두 인물 모두 정중앙에 위치하고 아주 천천히 달리 인하며 숨을 조여온다. 찰스 왕세자 앞에 날카롭게 삼각형으로 놓인 붉은색 공들은 다이애나의 모든 가능성이 다 찰스 왕세자 손안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찰스는 진짜 나의 모습과 그들이 찍는 내 모습, 두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다이애나에게 검은색 8번 공을 굴린다. 그리고 8번 공을 잡은 다이애나가 검은 공을 떨어뜨리는 걸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당구는 검은색 8번 당구공을 홀 안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 8번 공이 당구대 밖으로 떨어지는 것은 애초에 둘의 게임은 찰스 왕세자로 승자가 정해져있는 공평하지 않은 게임이고, 공을 떨어뜨리는 것은 다이애나가 더 이상 그 게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행위이다.
3) 진주 목걸이와 앤 불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진주 목걸이는 다이애나에게 채워진 목줄과도 같다. 이 진주 목걸이는 찰스의 내연녀 커밀라와 같은 것이다. 다이애나는 극 중 꾸준히 제인 시모어 책을 읽는다. 간통은 헨리 8세가 했지만, 정작 간통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앤’과 자기 자신을 빗대어 보고, 그녀의 환영을 자주 마주한다. 영화 중반부, 식사 자리에서 여왕과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를 감시하듯 바라보는 다이애나의 시점샷이 반복되고 앤 불린의 환영이 나타난다. 연주되는 음악 역시 격정적으로 고조되며 숨통을 조여와 다이애나는 진주 목걸이를 뜯어 씹어 삼키는 환상을 본다. 그렇게 다이애나는 식사 때마다 음식물이 입에 들어오자마자 게워낸다. 다이애나의 시점샷은 영화 중반부, 크리스마스 당일 세인트폴 성당 앞에서도 볼 수 있다. 복잡한 다이애나의 마음이 투영되듯 핸드헬드로 찰스 왕세자의 내연녀 커밀라에서 찰스 왕세자로 초점이 맞는다. 반복적인 시점샷은 불안정한 다이애나의 심리를 극대화한다. 영화 클라이맥스, 옛 추억이 담긴 샌드링엄 파크 하우스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운명적이고도 위험한 상황, 어둠 속에서 ‘앤 불린’ 의 환영이 나타나 말한다. 남편이 내연녀와 똑같은 초상화를 자신에게 선물했다고 말이다. 뜯고 도망치라는 앤의 음성이 들리자, 다이애나가 발레를 하고 싶던 어린 시절부터 자유로이 춤을 추는 시퀀스가 이어진다. 그렇게, 본래 자신에게서 자유를 찾고 결심을 하는 순간, 진주 목걸이를 뜯는다. 올가미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유를 되찾은 것이다.
4) 차 번호판
영화 초반부,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길을 잃은 채 샌드링엄 하우스를 찾기 위해 차를 몬다.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다이애나의 내면이 현실 상황에 투영된 듯이 말이다. 그러고는, 내내 혼란스럽고 어두운 표정으로 “Where Am I?”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물음, 마치 다이애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초반부, 붉은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채 길을 잃은 다이애나는 ‘G580SGT’ 번호판의 차를 운전하고 있다. 운전하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롱 샷으로 잡혔고, 영국 특유의 구름 낀 날씨에 탁한 색감을 띈다. 야외임에도 자동차에 햇빛과 조명이 거의 비추는 양이 적어 콘트라스트가 낮은 차분하고 글루미한 분위기다. 외화면에서는 격식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다이애나는 지도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리고, 별장 근처에 다다랐을 때, 갓길에 사선으로 세운 다이애나의 차. 그때의 차 번호판은 ‘J548LRP’이다. 하늘은 구름에 완전히 뒤덮여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콘트라스트가 거의 없고, 인물들의 얼굴 역시도 그림자가 거의 지지 않아 창백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후반부, 꿩 사냥에서 아이들을 데려온 캐주얼한 진과 플랫슈즈 차림의 다이애나가 왕실 안에서 출발할 때의 번호판은 ‘J548LRP’이지만, 왕실에서 벗어난 직후 차의 번호판은 ‘G580SGT’이다. 롱 샷으로 다이애나와 그녀의 아들들이 질주하는 자동차를 잡고. 구름 낀 날씨임에도 햇빛이 스펜서와 아이들이 탄 차를 비춰 활기찬 분위기를 형성한다. 심도가 얕지 않지만, 가운데 빛이 강하게 반사되는 차를 탄 다이애나와 아이들에게 초점이 간다. 내화면에서 ‘All I Need Is A Miracle’ 틀어 자유롭게 노래 부르며 드라이브한다. 이제는 정확한 행선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확신에 가득 찬 모습으로 아들에게 말한다. “Trust me.” 이제까지 본 중에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초반부 고향에서 왕실로 들어갈 때는 ‘G580SGT’에서 ‘J548LRP’, 후반부 왕실에서 나올 때는 ‘J548LRP’에서 ‘G580SGT’이다. 진정한 스펜서의 정체성은 ‘G580SGT’, 통제받고 억눌린 다이애나의 삶은 ‘J548LRP’에 빗대고 있는 것으로, 인물의 긍정적인 변화를 직관적으로 그려낸다.
3. 결론
이 영화는 왕실에서 일거수일투족 구속받는 주인공 다이애나가 ‘진정한 나 = 스펜서’, ‘자유’를 결심하는 이야기이다. 호화로운 식사 자리에서 한 번도 마음 편히 식사를 한 적 없는 스펜서가 아들 둘과 도망쳐 나와 간 곳은 다름 아닌 패스트푸드점 ‘KFC’이다. 다이애나에겐 이런 ‘평범한’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는 식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스펜서’가 자신을 투영한 존재 ‘꿩’과 ‘앤 불린’ 그리고 그녀를 옭아매던 ‘진주 목걸이’와 ‘검은색 당구공’ 마지막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다이애나의 진정한 정체성인 ‘스펜서’를 드러내는 번호판 ‘G580SGT’까지.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이 모티프들이 ‘자유로운 자신의 정체성’라는 하나의 주제 의식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다이애나 비의 일생을 잠시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스펜서>를 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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