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3-13 08:08:51
죽음의 사유에서 피어오르는 삶
영화 〈숨〉
6★/10★
영화의 주요 화자는 세 명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에 걸쳐 있다. 장례지도사 유재철은 수많은 이의 죽음 의례를 총괄하며 죽음에 관한 태도를 다듬었고, 폐지를 줍는 여성 노인 문인산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무탈하기를 소원하며, 유품정리사 겸 특수 청소를 하는 김새별은 고인이 남긴 흔적을 갈무리해 그의 살아생전 모습을 상상 속에서 복원한다. 이 세 명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죽음에 천착하여 삶의 조건을 환기한다는 것 말이다.
먼저 장례지도사 유재철. 그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죽음을 모두 다뤄봤다. 가져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이 커서인지 부자는 얼굴을 찡그린 채 몸을 웅크리고 죽었다. 반면 가난한 자는 극락에 간 듯한 편안한 표정이다. 현실의 고달픔을 이제는 벗어날 수 있어서일까? 죽음은 현생의 무수한 불평등을 거스르는 몇 안 되는 인간의 공통 경험인데, 장례지도사는 여러 죽음의 양태 속에서 자기 삶의 태도를 톺아본다. 누군가는 께름칙하다는 이유로 꺼리는 일인 염殮을 하는 그의 노동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의 정돈되고 익숙한 손길은 한 사람의 생애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일을 ‘일상적’인 일로 만든다. 노동으로서의 염이 무수히 반복되는 사건으로서의 죽음이 야기하는 두려움을 상쇄하여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사유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폐지 줍는 노인 문인산이다. 그의 말은 듣는 이를 괴롭게 한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죽지 못해 산다, 사는 게 슬프고 허무하다, 호화 찬란하게 살고 싶었다……. 그에게 생은 언젠가부터 고통과 회한의 연속이었다. 건강 악화와 빈곤이라는 조건에서, 독거 여성 노인인 그는 죽음이 별 소란 없이 스윽 다가왔으면 한다. 그에게 요란스럽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응할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유재철이 환기해주듯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그러나 문인산이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듯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불평등은 그 죽음마저 불공평한 것으로 만든다.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죽음의 존엄은 박탈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인은 홀로 외롭다.
세 번째는 유품정리사 김새별. 우리와 비슷한 모양새였을 신체는 썩어 문드러져 잘 닦이지 않는 진액이 되었고, 그 진액을 박박 문질러 걷어내는 김새별은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을 토대로 그의 생전 삶의 조각을 맞춰본다. 그가 들려주는 고인의 이야기는 왜 인간은 죽은 후에야 인간적인 상상력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김새별이 특수 청소를 하며 추론한 것들을 사회가, 제도가, 이웃이, 가족이 먼저 할 수 있었다면 소주병이 굴러다니는 방에서 홀로 죽어 진액이 된 남자의 삶은 그와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죽음과 맞닿아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죽음과 순환을 이루는 삶을 환기한다. 영화에는 숨소리에 집중해 크게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죽음과 삶이 들이쉬고 내쉬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숨과 같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였을 터다. 우리는 죽음과 맞닿은 삶을 어떻게, 어떤 조건 위에서, 어느 정도의 온기를 품고 살아갈 것인가? 숨을 들이쉬면 내쉬어야 하듯이, 삶을 잘 살아가려면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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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비루함
지금이야 드라마들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갔지만, 내가 어렸을 때 가족들과 모여 보던 드라마들은 내용이 거의 다 비슷비슷했다. 능력 있지만 어딘가 결함이 있는 남자와, 불우하지만 이상적인 성격을 가진 여자가 만나 갈등을 사랑으로 극복하며 끝맺는 이야기들. 모두 보고 나면 역시 재밌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딘가 흔쾌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사랑들은 모두 물리학적 사랑이었다. 물리학 실험처럼 완벽히 통제된 상황에서만 변수 없이 작동하는 그런 완전무결한 사랑. 그런 사랑은 현실의 사랑과 무척이나 닮아있지만, 결정적인 지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현실적인 사랑에서는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갈등도 있고, 해결되지 않는 갈등도 있고,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지저분하고 추한 모습도 언제나 동반하고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드라마에는 그런 사랑의 비루함이 빠져있곤 했다.
<우리도 사랑일까> 같은 영화를 보면 안타깝다. 주인공 마고에게는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남편이 있는데(요리까지 잘한다) 우연히 옆집으로 이사 온 남자 대니얼에게 흔들린다.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그 여자의 흔들리는 감정이 위험하고, 어리석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마고는 대니얼을 택한다. '루 같은 남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분명 후회한다 너.' 혼자서 중얼거리게 된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는 내가 언젠가 느꼈던 새로운 사람에 대한 흥미와, 설레는 감정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아노말리사>는 어떤가. 권태로운 일상에서 무심하게 살아가는 마이클 스톤이 수줍은 여자 ‘리사’에게 홀딱 반하고 같이 밤을 보내는데, 아침이 돼서 밥을 먹을 때가 되어서는 그녀의 쩝쩝대는 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구제할 수 없는 그의 한심함에 비참해질 정도가 되는데, 한 편으로는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흠뻑 빠졌다가 단점을 발견해나가는 사람일 때가 많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단란하고 평범한 부부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낭만적인 약속으로 시작해서 파멸로 끝이 난다. 둘은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 이민 가자는 목표를 세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랭크는 승진을 제의받고, 에이프릴은 임신을 한다. '하필이면'이라는 단어는 우리 인생에서 시시때때로 나타나 발을 거는 법이다. 현실과 이상 앞에서 안전한 현실을 택할 것인가, 불안한 이상을 택할 것인가. 안타깝지만 대체로 우리는 안전한 현실을 택하는 사람들이고, 영화 속 두 인물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하필이면'이라는 단어를 만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면서 망가지는 꿈은 얼마나 많은가. 그것이 사랑에 관한 비극일 때, 결국 두 사람 모두가 서로에게 실망하게 되었던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안타까워진다.
이처럼 나는 사랑의 비루함을 다루는 영화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막 찌질하고, 하찮고, 사소하고, 한심하고, 추잡하고, 이기적이고, 골치 아픈 사랑 이야기를 보면 세상의 단면을 그대로 회로 떠서 접시에 올려놓은 것 같은 싱싱함이 느껴진다. 내가 겪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감정이, 레고 블록을 틈새 없이 끼우듯 맞추어지는 것 같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나는 앞으로도 사랑의 비루함을 껴안고 우당탕탕 살아갈 것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서댐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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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온다, 다들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붕어빵같은 영화쯤은 있잖아?!
다코야끼 - 윤희에게.
파란색, 눈 특유의 시원한 향이 날 것 같고, 겨울 되면 아른아른하게 생각나던 첫사랑.
극장에 가서 못 본 게 한이 되어 지금까지 끙끙대고 있다. 겨우겨우 인디스페이스에서 12/18일에 상영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예매를 했다.(인디스페이스사랑한다 …) 윤희에게는 영화도 영화대로 정말 좋지만, 그 분위기자체를 사랑한다. 상상을 해보자, 코가 빨개질 정도로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서 목도리를 하나 두르고, 그 향기를 맡으며 첫사랑을 보러가는 듯한 마음으로 윤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나리오북 마저 완벽하다! 바깥부분이 천으로 되있는 듯한 느낌으로 부들부들해서 쓰다듬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내가 소장하고 있던 책은, 여름방학 때 바다에 가서 휴가를 즐기며 읽던 것이라 묘하게 바다향기가 나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군고구마 - 트루먼쇼
-굿 모닝,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 앤 굿 나잇! 언제든 든든하고, 보면 힘이 난다! 힘이 나!
보면 힘이 난다. 어느 사람들은 보면 소름이 돋는다고도 하고, 그냥 슬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보다보면 힘이 난다. 그가 나를 보고 전하는 인사는 힘이 된다. 굿 모닝,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 앤 굿 나잇.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의 하루는 굿! 하면 좋겠다고 나에게 전하는 느낌이 든다. 또한 주인공이 결국에는 밖으로 나가게 된다.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은 세상에 대해 실망을 할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탈출했던, 바로 그 순간을 기억하며 언제든 자신이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게 나를 힘낼 수 있게 만든다.
붕어빵 - 시네마 천국
-알프레도가 전하는 말들 속에 달콤한 영화의 추억들, 슈붕이든 팥붕이든 달달하다.
겨울의 초반에 보면 좋을 영화. 살바로테와 알프레도가 영화를 보는 그 눈빛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을 볼 때 그 느낌이다. 달달하다, 달달해. 이 영화는 가끔 좋아하는 것이 식어도, 돌아오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마치 붕어빵 가게가 겨울 그 날씨에 가면 환하게 불을 켜둔 듯이. 딱 이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다시 보면 뭔가 뭉클해지고 꿈틀대는 것들이 있다. 보다보면 눈물 젖은 달콤함이겠지만, 퍽퍽한 것도 가끔은 맛있다. 좋아하는 영화이니, 가끔 꺼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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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이 ‘점점 세게’ 밀려오는 영화 <크레센도>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로 역대 최연소 우승한 임윤찬의 활약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 꼭 챙겨 보고 싶은 음악영화다. 자주 가는 영화관에서는 상영관이 없어, 과천에서 가장 가까운 평촌의 CGV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는 2022년도 미국 텍사스에서 개최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실황을 담았다. 이 대회는 냉전이 절정이던 1957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의 이름을 건 국제 피아노 경연 대회다.
51개국 388명의 피아니스트 중에서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개최된 본선까지 올라온 30명의 피아니스트 소개로 영화는 시작한다. 1차 경연에서 30명이 16명으로 추려지고, 이어서 12명이 선발되어 준결승을 치르고, 6명이 결승에 오른다. 영화 제목 크레센도 (Crescendo: 점점 세게)처럼 두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감동이 크레센도로 다가왔다.
임윤찬은 준결승전에서 리스트가 피아노 연주 테크닉을 집대성한 12곡의 <초월적인 연주를 위한 연습곡>을 연주했다. 발표 당시 너무나도 어려워 슈만이 “이 곡을 이 세상에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일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임윤찬은 이 곡을 60여분 동안 집중하여 온몸으로 연주하였다. 임윤찬이 만드는 피아노 소리는 섬세하나 힘차고 대담하여 오케스트라 연주를 뚫고 명징하게 귀를 때렸다. 진지한 연주 속에 폭발하는 에너지가 분출되었다. 탁월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연주다.
준결승 진출자 12명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심사위원장이 금은동을 겨루는 결선진출자 6명을 호명하여 무대로 부르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5명이 호명되었으나 임윤찬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마지막 여섯 번째로 임윤찬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무대에 오르는 소년 임윤찬의 표정은 다른 참가자처럼 기뻐하거나 안도하는 표정이 아닌, 놀랍게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임윤찬은 결선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라흐마니노프가 이 곡을 그의 친구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에게 헌정했으나, 너무 어려워 연주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연주하기도 어렵고 힘이 드는 곡이며 콩쿠르 대회에 자신의 기량을 드러낼 수 있는 도전적인 곡이라는 뜻이다.
임윤찬의 연주는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고, 조용하면서도 찬란하고, 절제미속에서도 격정적이었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그의 손에 불꽃이 튀고, 그가 내는 소리는 맑게 흐르는 개울물이었다가 벼랑에 쏟아지는 폭포수가 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재능에 열정과 노력을 담으면 어떤 엄청난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었다. 이마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이 그의 재능과 삶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모든 참가자들이 대단한 연주솜씨를 보였으나, 임윤찬은 군계일학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여성 지휘자 마린 알솝도 울컥하여 눈시울을 훔쳤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연주가 끝난 후 오케스트라 단원 여러 명이 ‘평생 기억에 남을 연주’라고 엄지 척을 하면서 미래의 전설과 사진을 남기려는 모습에 뭉클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도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극장을 나오면서 아내가 감탄하며 말했다,
“임윤찬에게 이창호의 모습이 보이네.”
전적으로 아내의 말에 공감하였다. 기시감인가? 임윤찬에게 어린 나이에 ‘돌부처’라 불린 바둑 국수 이창호의 내공이 보였다. 코로나로 대회가 1년 연기되어 가까스로 출전자격을 얻은 18세 소년에게 거인의 모습을 엿본 게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금년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내리는 눈과 함께 클래식 음악으로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얼마 전에 클래식 동호회 모임에서 러닝타임 내내 대가의 실황 연주회를 감상하며 클래식의 향연을 즐긴 80년 전에 만들어진 전설적인 음악영화 <카네기홀>을 보았다. 아내와 함께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송년음악회도 즐겼다. 이렇게 2023년 한 해가 음악으로 가슴을 채우며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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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조한 말투의 귀여운 러브스토리
<사랑은 낙엽을 타고> (원제는 Fallen leaves)는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적 있습니다.
그때는 원제 그대로 <폴른 리브스>로 개봉했으나 사랑은 비를 타고 짝퉁 마냥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스토리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두 사람이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로맨스 영화다 보니 플롯 자체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여주인공 '안사'는 마트에서 일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가져가서 먹다가 걸려서 해고당하고,
남주인공 '홀라파'는 장비에 문제가 있음을 호소했음에도 무시당하고 일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했는데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해고당합니다.
안사는 라디오만 들으며 쓸쓸한 삶을,
홀라파는 알코올중독으로 우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 따라 가게 된 가라오케에서 우연히 만나고, 그 이후로 한 번 더 우연이 닿아 인연을 쌓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영화를 보고.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안사가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건냅니다.
하지만 바보 같은 홀라파가 담배를 피우면서 종이를 잃어버리죠.
이 영화의 매력은 냉소적인 어투에 그렇지 못한 말과 감정에 있습니다.
뚱한 표정에 절제된 말을 하는데요, 하는 말과 행동은 그런 표정과 다르게 유머러스합니다. 제가 있던 극장에서도 종종 웃음소리가 들렸고, 유럽에서는 웃음이 많이 터졌다고 하네요. 괜히 코미디 + 드라마 가 아닌 모양입니다.
이는 이 영화의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주요 특징인데요, <성냥공장 소녀>와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시리즈> 등에서도 나타났다는 거 같습니다.
저는 이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요,
그래서 시종일관 라디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내용이 나오고 휴대폰을 쓰면 될 것을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도 달력이 2024년이었다는 것을 눈치 못 챘습니다. 가라오케에서 부르는 노래들도 구수해서 80-90년대 배경인 것만 같았거든요.
감독이 우체부 일이나 접시닦이 일을 하다가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데뷔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구닥다리 같은 카메라 워킹과 편집, 미장센이 감독만의 매력인 거 같습니다.
취향은 타겠지만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감성의 영화이기에 겨울에 보기 괜찮은 영화인 거 같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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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의 정서로 계급 격차를 깨는 승리호 이야기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자연환경일 것이다.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산, 강, 바다와 같은 자연환경은 우리가 굳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그것이 자본주의 논리와 만나면 그것을 모두가 누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과거에 마시는 물이 판매된 것처럼, 공기를 판다거나 산, 강, 바다에 가는 것도 비용을 내고 가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자연환경과 가까운 집이나 땅은 그 가격이 그만큼 비싸져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그렇게 환경적인 것조차 구입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것은 더욱 계급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일 것이다. 부가 많은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좋은 환경을 얻지 못한다. 결국 그것은 개개인의 건강문제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계급별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는 현시점에도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국가들은 많은 백신을 사들여 공급하지만 그런 여유가 없는 국가들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적인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그저 방치될 뿐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자신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환경으로 인한 빈부격차를 바탕에 깔고 보여주는 국산 SF <승리호>
영화 <승리호>는 그런 환경으로부터 유발된 빈부격차를 바탕에 깔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영화 속 지구는 환경적으로 먼지에 쌓인 곳이 되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두꺼운 호흡기기를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지구에 살아가고 여건이 되는 일부는 좋은 환경을 갖춘 우주의 이주 기지에서 살고 있다. 그 이주 기지는 UTS라는 기업이 개발한 것으로 이 기업은 궁극적으로 화성에 좋은 자연환경이 있는 이주 기지를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주 기지는 이주민과 비 이주민의 계급을 명확히 가르게 되고 그 중간 어딘가에 어디에도 끼지 못한 층들을 등장시킨다.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우주 청소부라는 중간 계급이 영화 속에 나온다. 말이 중간 계급이지 이들은 지구인도 아니고 이주민도 아닌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태호(송중기), 장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가 같이 생활하고 일하는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선이다. 그들은 승리호를 이용해 지구 주변의 우주 쓰레기를 팔아 생활을 이어나간다. 로봇인 업동이를 제외한 세 사람은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모두 과거에 어느 정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던 인물들이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자신의 위치에서 청소부로 추락하면서 지구와 이주 도시 사이에 머무르며 자신들의 다음 계획으로 나아갈 기회를 찾는다. 그들은 지구로 돌아가기보다 이주 도시 근처에 남아 그곳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자금을 모으며 생활한다. 어찌 보면 그들 자신은 스스로 선택했다고 하겠지만 그들은 지구에서도, 이주 도시에서도 살 공간이 없어진 인물 들인 셈이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태호다. 태호는 전직 UTS 기동대의 장교였고 아마도 등장인물 중 가장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었던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UTS 기동대 자리를 잃고 자신이 키우던 딸아이와 노숙인처럼 생활한다. 갑자기 사회에서의 위치가 추락하면 꽤 긴 시간 동안 마음을 다잡기 어렵다. 실제로 태호는 그 방황기를 꽤 오랜 시간 동안 보냈고, 그 사이에 자신의 딸을 잃는다. 그가 우주선에서 우주 쓰레기를 치우며 돈을 모으는 것은 그가 우주에서 잃은 딸의 시체를 찾기 위함이다. 어쩌면 잃은 딸의 시신을 찾으려 노력하는 그 행위 자체가 태호의 삶에서 남은 유일한 목적이자 살게 하는 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태호의 머릿속에서 계급이나 이주민, UTS의 사업은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태호뿐 아니라 장선장이나 타이거 박도 개인적인 목적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편이다. 즉, 앞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들이지만, 꽃님이(박예린)를 만나게 되면서 이슈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의도하지 않게 이들을 사회문제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런 문제들에 관심이 없고, 아마도 계속 그들의 그런 의식은 유지될 것이다. 그들은 의도하지 않게 영웅의 길을 들어오게 되어 평등한 기회가 있는 사회에 기여하게 된 것인데, 특별한 능력을 가진 꽃님이를 보호함으로써 자연을 살리는 길을 인류에게 선사하게 된다. 즉, 계급 구분을 무시한 주인공들이 환경오염 때문에 임의로 나뉘어버린 이주와 비 이주민의 구분을 없앰으로써 어쨌든 그들은 다시 인류가 평등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갈 기회를 준 것이다.
그들에게 영향을 준 꽃님이는 사실 권력에게 자신의 능력을 착취당하던 존재다. 아주 순수한 아이인 그는 그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빠를 위해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한 선한 의도라는 것 때문에 UTS를 도왔을 가능성이 높다. UTS라는 기업이 한 아이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사업적으로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선함은 승리호 선원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에게 아이의 아픔과 외로움을 공감하게 만든다. 결국 그런 공감의 힘이 인류의 희망이 되고, 온 지구에 그 선함을 전달함으로서 다시 생명의 씨앗을 트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전혀 계급적이지 않은 존재들이 착취당하던 피해자에게 동감하고, 그로 인한 반발력이 비평등의 구조를 깬다는데 있다. 어쩌면 인류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온갖 계급과 계층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주민과 비 이주민의 계급을 깨뜨리는 승리호
영화에 등장하는 UTS의 운영자 설리반(리차드 아미티지)은 전형적인 기업 중심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임의로 만든 자연환경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궁극적으로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로 전 인류의 생명줄을 쥐고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그는 지구의 재앙을 이용해 일부러 사회 구조적 계급을 만들어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그 계급 구조에 속하지 않는 승리호의 인물들과 그가 마지막에 대립하게 되는 건 이야기의 흐름상 필연적일 것이다. 결국 <승리호>는 세상을 구분하려는 측과 그 구분을 부수려는 측의 대립이 끝까지 이어진다.
영화 <승리호>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구조 안에 주인공들이 우연히 흘러가게 되는 일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높은 우주에서 이주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영화 <엘리시움>이나 <알리타: 배틀엔젤>이 떠오르기도 한다. 결국 양분화된 계급적 구조 사이에 우주 청소부라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을 넣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익숙하지만 조금은 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 완전히 새롭게 창조한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영화들과 겹치는 설정들로 기시감은 들지만 오락영화로서 우주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어색함이 없다. 또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은 갖추고 있다.
사실 태호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장선장이나 타이거 박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결국 따뜻한 정서를 택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것인지를 영화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다른 인물들 이야기까지 모두 하게 되면 영화가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에 태호에게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해 나가는 것 같다. 영화는 후반부에 이야기의 작은 구멍들을 꽃님이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간단히 대처하고 있다.
또한 영화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설리반은 너무 전형적인 형태의 악당이어서 클라이맥스의 전투에서도 크게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않는다. 그의 의도는 명확하지만 인간미가 없어 그저 로봇처럼 보인다. 강력한 악당으로서 영화 속에서 기능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그에 따라오는 특별한 매력은 없어 아쉽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악당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지 않고 다른 캐릭터들만 기억에 남는다.
조성희 감독은 전작 <늑대소녀> 나 <탐정 홍길동>에서 이미 독특한 설정의 세계관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영화 안에는 늘 순수한 아이들이 등장해 그 특유의 세계 안에서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승리호>에는 우주로 세계관을 확대시켰고, 순수한 아이 역시 인류의 희망으로 등장한다. 그의 영화는 늘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결말을 맺는데, 이번 <승리호>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특히나 영화 속에 담긴 계급격차나 그것에 속하지 않는 승리호 멤버들의 구도는 꽤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고 그 격차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2시간 반의 짧은 러닝타임에는 다 담지 못한 장선장의 이야기나, 타이거 박의 이야기 등을 볼 수 있게 영화나 드라마가 이어진다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화의 여러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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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리뷰>* 본 콘텐츠는 Rabbitgumi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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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죽음이 끌어올린 현실
한 사람이 자살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더 자살했다.
주변 사람들은 동요하지만, 이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일상을 살아간다. 그 사람이 다니던 회사나 학교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빨리 수습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 죽음은 다시 잊혀진다.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화 <다음 소희>은 이 두 죽음의 과정과 그 이후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가 보여주는 그 일련의 과정은 무척 건조하고 차갑다. 두 죽음에 공감하면서도 그걸 막을 수 있었던 주변 사람들의 상황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기묘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후반부에 책임자를 찾는 과정은 무척 답답하게 느껴진다.
콜센터 현장 실습생 소희의 죽음 그리고 주변부의 반응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처럼,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의 일들에 무관심하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힘들 때 그 사람은 자신의 힘든 감정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는다. 친구나 직장 동료는 그런 한탄을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사람조차 개개인의 깊숙한 속마음까지 다 알기는 어렵다.
가까운 사람과의 마음도 다 알기 어려운데, 간간히 스쳐 지나가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더 알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스쳐 지나가는 편의점 알바생, 전화로 만나게 되는 콜센터 직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세한 어려움과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무심히 지나쳐갈 뿐이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감정을 참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넓게 보면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고 불만을 처리해 가면서 일을 해나간다. 아마도 가장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콜센터 직원들인 것 같다. 전화기의 목소리로 고객을 대하는 그들은 우리가 평소에도 꽤나 자주 전화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사람들의 짜증을 받아내야 하는 일을 한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고 어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가졌거나, 서비스 해지를 원하는 고객들을 잘 달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객이 어떤 태도를 보이더라도 화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콜센터 직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저 전화로 스쳐 지나가는 불쾌한 사람들로 인식된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아픈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다
영화 <다음 소희>는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게 된 소희(김시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업 고등학교나 취업 관련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열여덟 살의 소희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취업이 되었다는 생각에 무척 신나 한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소희의 모습은 당차고 밝다. 회사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기 전, 소희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하다.
그 희망은 출근 첫날부터 깨진다. 서비스 해지 방어를 해야 하는 소희의 일은 불만으로 가득 찬 고객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화를 내는 고객 목소리에도 차분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으면 더 좋은 혜택을 준다는 말로 고객을 설득하지만 돌아오는 건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와 욕설이다. 때론 말을 물고 늘어지며 통화를 끊지 않거나 변태적인 말을 던지기도 한다. 소희를 비롯한 콜센터 직원들은 그 모든 말을 듣고도 화내거나 따지지 못한다.
그렇게 쌓인 분노를 표출시킬 곳은 없다. 콜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현장 실습으로 파견된 학생들이다. 이제 막 성인의 위치에 오르려 하는 그들은 계속 한없이 위축되어 버린다. 회사는 숫자로 이루어진 성과를 강조하면서 참고 일하라고 압박한다. 수많은 콜센터 직원 중 한 명인 소희도 계속 위축된다. 매니저에게 이야기해도, 회사는 참고 일하고 성과를 내라는 요구를 할 뿐이다. 엄청난 모욕을 받고도 그걸 주변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주변의 기대도 이야기를 못하게 만든다. 소희의 부모님은 자신의 딸이 대기업 계열사에 취업을 했다고 좋아한다. 학교 선생님도 자신이 추천한 회사에 학생이 취업하게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처우를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특히나 학교 선생님에게는 자신이 취업을 시키고 그것이 자신의 실적이 올라가는 일이기 때문에 학생을 보내고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다.
죽음의 책임을 흐려지게 하는 성과주의의 그늘
영화는 소희의 죽음 이후에 형사 유진(배두나)을 등장시켜 소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춘다. 콜센터 매니저와 임원들, 학교 선생님들, 교육청 직원들 같은 어른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자신이 달성해야 하는 성과 때문에 아이들이 일하는 환경이나 처우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그런 얼굴들에 형사 유진은 묻는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영화는 소희의 죽음과 그것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따라가지만 그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누가 그 상황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할 것인가.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그걸 바라보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수화기 너머로 콜센터 노동자들을 대할 때 좀 더 침착하게 감정을 자제하는 일이다. 그들의 고충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부드럽게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사회적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겪는 대우에 대한 관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직 어린 10대의 고등학생들도 잊을 수 없다. 현장 실습이 곧 취업이 되는 그들에게는 한 번 들어간 회사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냥 그만둘 수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어렵게 얻은 취업자리이고 한 번 이탈하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기 어렵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어린 노동자들을 이용하고 착취에 가까운 노동을 하게 하는 고용주들에 대한 관심도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영화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영화 <도희야>를 통해 폐쇄적인 지역 사회와 인권문제를 잘 다룬 적이 있다. 이번에 연출하게 된 <다음 소희>는 2017년에 전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실습 여고생의 자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실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현장 실습이라는 명목하에 어린 노동자들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고발하는 영화다. 무엇보다 한 노동자의 자살이 이루어지기까지 주변부에 위치한 어른들이 얼마나 무심하게 그들을 지나쳐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무심코 지나치고 만나게 되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대하고 바라봐야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다. 영화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치지도 않는 영화는 무척 자연스럽게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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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
- 시놉시스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목표는 하나, 모가디슈에서 탈출해야 한다!
- 캐릭터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김윤석 분)
강대진 참사관 (조인성 분)
김명희 (김소진 분)
공수철 서기관 (정만식 분)
조수진 대사관 사무원 (김재화 분)
박지은 대사관 막내 사무원 (박경혜 분)
북한 대사관
림용수 대사 (허준호 분)
태준기 참사관 (구교환 분)
2021년 개봉예정인 대한민국의 영화.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연출작.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고립되어 버린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영화 제목이 캐스팅 과정에서는 '탈출' 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으나, 이후 '모가디슈'로 확정되었다.
2020년 여름 성수기 개봉작품으로 준비중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봉이 1년 가까이 지연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소말리아 모가디슈지만 현재까지도 위험이 발발한 지역인지라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모가디슈 #모가디슈예고편 #모가디슈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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