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05 12:35:55
빛나는 시간을 담아서 학교 배경 영화 -9-
새 학기 추천 영화
❣️ [Cinelab Curation] ❣️
이번 주에는 새 학기를 맞아 학교 배경 영화들을 큐레이션 해보려고 해요!
새 학기는 언제나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하죠.
어쩌면 익숙해진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놓이는 일이 쉽지 않은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새로움에서 여러분만의 길을 찾기를, 즐겁고 빛나는 시간을 많이 쌓기를 바랍니다.
그럼, 씨네랩 큐레이션과 함게 첫 주 무사히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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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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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보단 드립을 기대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사실 마블 영화를 찾아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에 액션의 유무, 액션의 퀄리티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인간이 굳이 이미 봤던 영화를 복기할리도 없거니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로 마블의 후속작의 흥행 실패로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얘기가 좀 달랐다. 워낙 액션 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준 영화이기도 하고 이 영화는 특이하게 서사나 액션보다는 드립이 가득한 대사를 들으러 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소비하는 포인트가 조금 다른 영화인 만큼 기타 영화와는 평가를 내리는 잣대의 기준과 강도가 조금 다르다. 대단한 도덕적 기준도, 서사의 자연스러움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얼마나 시덥잖은 농담에 대한 타율이 높은지 그런 것이 더 중요하다.
솔직히 조금 유치하긴 하다. 대사가 굉장히 직설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외설적이기도 하며, 뇌를 거칠 필요가 없는 대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데드풀이라는 인물이 워낙 수다스러우니 놀랍지도 않으나 중간중간 '어쩜 저렇게 상스러울수가'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마치 내가 무슨 사감선생님이라도 된 것처럼.
그리고 데드풀이 워낙 그 엑스맨 시리즈를 노래부르고 다니긴 했지만 데드풀과는 정말 상반되는 딥하고 진중한 매력의 울버린이 나오니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데드풀과 울버린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정말 죽어라 싸우던데 그 과정이 조금 지난하지 않았나 싶긴했다. 뭐랄까 데드풀 시즌3는 억지로 서사를 이어나간다는 느낌도 무시할 수 없었고 캐릭터들간의 유대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중간중간 성공하는 드립들과 코믹한 장면들은 지루해질만하면 또 보게되는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 시리즈의 강점인 재치있는 액션도 역시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돈이 아까울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다고 본다. 이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의 원초적인 이유를 충족했으며, 오락 영화인만큼 오락이라는 장르적 재미를 잘 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드풀을 빗대어 MCU의 지난 영화들의 Heroism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함으로써 그 영화들을 만들어내었던 제작진의 공헌을 다시금 수면위로 끌어올려 의미있는 엔딩이었던 것 같다. 과거의 MCU의 영광에 대한 트리뷰트성 영화였던 것 같다.
그런데 다음주쯤에 이 영화내용을 내가 과연 기억은 할까. 오락성 액션영화의 단점이 이거다. 볼때만 재밌다는것. 아, 그리고 조연진마저 호화캐스팅이라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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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姓)을 찾아 스스로 새장을 박차고 나가는 해방 서사
1. 주제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자유는 본래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왕실 안, 상황 별로 입어야 하는 옷마저 정해져있는 구속과도 같은 삶을 사는 주인공 ‘다이애나’가 자신의 성(姓)이자 정체성인 ‘스펜서’를 찾아가는 이야기인 파블로 라라인의 영화 <스펜서>. 한시라도 몸을 담그고 살 수 없을 정도의 압박 그 자체의 왕가 세계인 ‘샌드링엄 하우스’와 ‘스펜서’의 모든 옛 추억이 담긴 ‘샌드링엄 파크 하우스’. 크리스마스에 그 두 공간에서 요동치는 스펜서의 내면을 다룬다. 여왕은 텔레비전에서 ‘자유 국가’라며 자유의 의미에 관한 연설을 하지만, 정작 왕실 안에서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죽하면 다이애나가 아들에게 규칙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기적’이라 칭할 정도이다. 영화 초반부, 어릴 적 고향임에도 길을 잃어 혼란스러웠던 다이애나는 샌드링엄 하우스 근처에 도착하여 아버지 외투가 입혀진 허수아비를 보고 이제 조금씩 기억이 난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영화 후반부, 허수아비에 입혀져있던 아버지의 외투를 가져오는 행위는 아버지의 성 ‘스펜서’로 살던 시절, 즉 자유를 되찾아 오는 의미가 돋보인다.
2. 모티프
1) ‘꿩’과 ‘총’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길바닥에 널브러진 ‘꿩’의 시체를 로우앵글의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군용차량에 아슬아슬하게 밟힐 듯하지만 피해 간다. 마치 아슬아슬한 다이애나의 상황처럼 말이다. 왕가에서는 그저 ‘재미로’ 유희를 위해 하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재미’는 매번 다이애나를 옭아맨다. ‘몸무게 재기’ 그리고 ‘꿩 사냥’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꿩’은 재미를 위해 길러져서 총을 맞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 내내, 다이애나는 사냥(유희)을 위해 길러진 이 ‘꿩’처럼 길러진 미물로써 묘사된다. 영화 중반부, 붉은 옷을 입은 다이애나가 카메라에 둘러싸인 시점샷은 파파라치들에 둘러싸인 대중의 사냥감 다이애나 역시 유희의 도구로써 사용됨을 명확히 보여준다. 총으로 꿩을 겨누는 것이 파파라치가 다이애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과 겹쳐진다. 극중 다이애나는 문학 작품에서 객관적 상관물과 같이 ‘꿩’에게 자기 자신에 빗대어 말을 걸기도 한다. “날아가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래서 영화 후반부, 다이애나가 아버지의 외투를 걸친 채 두 팔을 새처럼 들어 올려 사냥 중인 아들과 군인들 앞에 서서 상황을 어그러뜨리는 장면이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를 벗어나는 꿩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유를 찾기로 결심하고 행하는 신에서 다이애나가 ‘꿩’에 투영되어 극적으로 묘사되었다. 롱 샷으로 다이애나와 두 아들이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을 팔로잉하는 샷은 관객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2) 검은색 8번 당구공
영화 중반부. 광각으로 당구대를 사이에 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거리감이 드러나는 신, 당구대에 아주 정교하고 계산적으로 공들이 놓여있다. 리버스 샷에서 두 인물 모두 정중앙에 위치하고 아주 천천히 달리 인하며 숨을 조여온다. 찰스 왕세자 앞에 날카롭게 삼각형으로 놓인 붉은색 공들은 다이애나의 모든 가능성이 다 찰스 왕세자 손안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찰스는 진짜 나의 모습과 그들이 찍는 내 모습, 두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다이애나에게 검은색 8번 공을 굴린다. 그리고 8번 공을 잡은 다이애나가 검은 공을 떨어뜨리는 걸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당구는 검은색 8번 당구공을 홀 안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 8번 공이 당구대 밖으로 떨어지는 것은 애초에 둘의 게임은 찰스 왕세자로 승자가 정해져있는 공평하지 않은 게임이고, 공을 떨어뜨리는 것은 다이애나가 더 이상 그 게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행위이다.
3) 진주 목걸이와 앤 불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진주 목걸이는 다이애나에게 채워진 목줄과도 같다. 이 진주 목걸이는 찰스의 내연녀 커밀라와 같은 것이다. 다이애나는 극 중 꾸준히 제인 시모어 책을 읽는다. 간통은 헨리 8세가 했지만, 정작 간통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앤’과 자기 자신을 빗대어 보고, 그녀의 환영을 자주 마주한다. 영화 중반부, 식사 자리에서 여왕과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를 감시하듯 바라보는 다이애나의 시점샷이 반복되고 앤 불린의 환영이 나타난다. 연주되는 음악 역시 격정적으로 고조되며 숨통을 조여와 다이애나는 진주 목걸이를 뜯어 씹어 삼키는 환상을 본다. 그렇게 다이애나는 식사 때마다 음식물이 입에 들어오자마자 게워낸다. 다이애나의 시점샷은 영화 중반부, 크리스마스 당일 세인트폴 성당 앞에서도 볼 수 있다. 복잡한 다이애나의 마음이 투영되듯 핸드헬드로 찰스 왕세자의 내연녀 커밀라에서 찰스 왕세자로 초점이 맞는다. 반복적인 시점샷은 불안정한 다이애나의 심리를 극대화한다. 영화 클라이맥스, 옛 추억이 담긴 샌드링엄 파크 하우스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운명적이고도 위험한 상황, 어둠 속에서 ‘앤 불린’ 의 환영이 나타나 말한다. 남편이 내연녀와 똑같은 초상화를 자신에게 선물했다고 말이다. 뜯고 도망치라는 앤의 음성이 들리자, 다이애나가 발레를 하고 싶던 어린 시절부터 자유로이 춤을 추는 시퀀스가 이어진다. 그렇게, 본래 자신에게서 자유를 찾고 결심을 하는 순간, 진주 목걸이를 뜯는다. 올가미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유를 되찾은 것이다.
4) 차 번호판
영화 초반부,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길을 잃은 채 샌드링엄 하우스를 찾기 위해 차를 몬다.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다이애나의 내면이 현실 상황에 투영된 듯이 말이다. 그러고는, 내내 혼란스럽고 어두운 표정으로 “Where Am I?”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물음, 마치 다이애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초반부, 붉은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채 길을 잃은 다이애나는 ‘G580SGT’ 번호판의 차를 운전하고 있다. 운전하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롱 샷으로 잡혔고, 영국 특유의 구름 낀 날씨에 탁한 색감을 띈다. 야외임에도 자동차에 햇빛과 조명이 거의 비추는 양이 적어 콘트라스트가 낮은 차분하고 글루미한 분위기다. 외화면에서는 격식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다이애나는 지도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리고, 별장 근처에 다다랐을 때, 갓길에 사선으로 세운 다이애나의 차. 그때의 차 번호판은 ‘J548LRP’이다. 하늘은 구름에 완전히 뒤덮여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콘트라스트가 거의 없고, 인물들의 얼굴 역시도 그림자가 거의 지지 않아 창백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후반부, 꿩 사냥에서 아이들을 데려온 캐주얼한 진과 플랫슈즈 차림의 다이애나가 왕실 안에서 출발할 때의 번호판은 ‘J548LRP’이지만, 왕실에서 벗어난 직후 차의 번호판은 ‘G580SGT’이다. 롱 샷으로 다이애나와 그녀의 아들들이 질주하는 자동차를 잡고. 구름 낀 날씨임에도 햇빛이 스펜서와 아이들이 탄 차를 비춰 활기찬 분위기를 형성한다. 심도가 얕지 않지만, 가운데 빛이 강하게 반사되는 차를 탄 다이애나와 아이들에게 초점이 간다. 내화면에서 ‘All I Need Is A Miracle’ 틀어 자유롭게 노래 부르며 드라이브한다. 이제는 정확한 행선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확신에 가득 찬 모습으로 아들에게 말한다. “Trust me.” 이제까지 본 중에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초반부 고향에서 왕실로 들어갈 때는 ‘G580SGT’에서 ‘J548LRP’, 후반부 왕실에서 나올 때는 ‘J548LRP’에서 ‘G580SGT’이다. 진정한 스펜서의 정체성은 ‘G580SGT’, 통제받고 억눌린 다이애나의 삶은 ‘J548LRP’에 빗대고 있는 것으로, 인물의 긍정적인 변화를 직관적으로 그려낸다.
3. 결론
이 영화는 왕실에서 일거수일투족 구속받는 주인공 다이애나가 ‘진정한 나 = 스펜서’, ‘자유’를 결심하는 이야기이다. 호화로운 식사 자리에서 한 번도 마음 편히 식사를 한 적 없는 스펜서가 아들 둘과 도망쳐 나와 간 곳은 다름 아닌 패스트푸드점 ‘KFC’이다. 다이애나에겐 이런 ‘평범한’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는 식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스펜서’가 자신을 투영한 존재 ‘꿩’과 ‘앤 불린’ 그리고 그녀를 옭아매던 ‘진주 목걸이’와 ‘검은색 당구공’ 마지막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다이애나의 진정한 정체성인 ‘스펜서’를 드러내는 번호판 ‘G580SGT’까지.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이 모티프들이 ‘자유로운 자신의 정체성’라는 하나의 주제 의식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다이애나 비의 일생을 잠시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스펜서>를 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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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삶을 예찬한 영화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소중해지는 시간
평범한 일상을 예찬한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우리의 삶은 지루하지 않다
줄거리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와 그의 누나 ‘사만다’는 싱글맘인 ‘올리비아’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인 ‘메이슨 시니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 가며 친구처럼 놀아 주곤 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엄마의 일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져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가는데…….
줄거리
"아버지, 그 시절 당신이 미웠습니다" 중년의 잘 나가는 건축가 잭. 그는 늘 같은 꿈을 꾸며 눈을 뜬다. 19살 때 죽은 어린 동생에 대한 기억.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한 잭은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미국 텍사스, 오브라이언과 아내는 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언제나 자애로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와 달리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 오브라이언은 아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다. 맏아들인 잭은 권위적인 아버지와 자꾸 부딪히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엔 미움과 분노가 자리하게 되는데…
줄거리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는데…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줄거리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 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 천국의 영상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는데...
줄거리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줄거리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줄거리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초라한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난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 뿐이다.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앞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이 찾아온다.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낯선 동거. 그러나 곧 야스민의 작은 마법으로 그녀들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행복해지려는 노력, 꾸밈없는 미소.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는 소중한 시간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던 '바그다드 카페'도 두 사람의 마법으로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이 깃들게 되는데... 황량한 사막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기적! 당신의 삶을 위로할 가장 아름다운 뮤직바이블이 찾아옵니다! Calling You!
줄거리
4대에 걸쳐 로저네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인 로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을 가고, 중국전역으로 출장이 잦은 로저만을 돌보고 있던 아타오는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고 만다.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 행을 자처한다.
그곳에서 여러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이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타오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그녀를 돌보는 로저는 자신에게 타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점점 타오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로저는 사랑하는 타오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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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진실은 사실과 맥락의 만남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유럽을 탈환하려는 영국군은 시칠리아 상륙을 앞두고 마치 그리스가 작전 목표인 것처럼 히틀러를 기만할 작전을 궁리한다. 이미 독일군의 방어선이 시칠리아 배치된 가운데, 그들을 꾀어내려는 영국군의 수많은 작전들은 모두 실패로 귀결된다. 그러던 중 해군 정보장교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와 ‘찰스 첨리(매튜 맥퍼딘)’는 부관인 '이언 플레밍(자니 플린)'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른바 ‘민스미트 작전’을 계획한다. 익사한 해군 장교로 위장한 시체에 가짜 작전 계획을 흘려서 독일군이 자연스럽게 영국군의 기만책에 속도로 만들자는 것. '고드프리(제이슨 아이삭스)' 제독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처칠(사이먼 러셀 빌)'은 민스미트 작전의 시행을 지시한다. 이에 몬태규와 첨리는 '진(켈리 맥도널드)'과 '헤스터(페넬로페 윌턴)'의 도움을 받아 런던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노숙자의 시체를 영국의 해군 장교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위장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었던 듯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사진과 공연 티켓도 준비하며 빈틈없는 첩보 작전을 준비한다.
'민스미트 작전'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지중해 일대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서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낸 작전이다. 흔히 민스 파이로도 알려진 영국의 전통 음식인 '민스미트(Mincemeat)'라는 이름에서 이 작전은 그 목적이 드러난다. 고기(meat)라는 이름과 달리 말린 과일과 스파이스, 으깬 사과, 시트러스, 견과, 그리고 (때때로) 약간의 브랜디로 속을 채운 음식처럼, 연합군의 공격을 예측해 시칠리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독일군을 유인하기는 미끼를 던지는 작전인 것이다.
통상적인 첩보영화와는 다른 <민스미트 작전>
그래서인지 <미스 슬로운>으로 이름 알린 존 매든 감독과 <1917>, <이미테이션 게임>의 제작진이 만난 <민스미트 작전>은 전쟁에는 보이는 전쟁과 그렇지 않은 전쟁이 있다는 독백을 통해 첫 장면부터 서로 속고 속이는 첩보작전의 내막, 그 회색 지대의 전쟁을 펼쳐 보일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즉, 앞으로 두 시간 동안 '민스미트'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민스미트는 바로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윌리엄 소령의 스토리다. 문제는 스토리라는 민스미트가 누군가에게는 예상과 달리 달고 맛난 반면에,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실망만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민스미트는 단지 독일군만 속일 뿐만 아니라, 작중 주인공들도 낚고, 심지어는 관객들까지도 낚아채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스미트 작전>에서는 흔히 첩보영화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공식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거대한 전투씬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스파이 간의 치열한 정보전이나 속고 속이는 간계나 음모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작전을 세우고, 상대가 속아 넘어오도록 기다림을 가지고 미끼를 흔드는 과정보다는 윌리엄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군인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그의 가짜 신분을 만들고, 닮은 사람을 골라 가짜 신분증을 만들고, 그의 성향과 성격도 가정하고, 있을법한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만드는 세세한 과정이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스미트 작전>에는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드는 고충으로 가득하며, 이는 통상적인 첩보영화에 가득한 팽팽한 긴장감과는 다른 결의 긴장감이 러닝타임 내내 감도는 이유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사실과 맥락
흥미로운 것은 몬태규와 첨리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드는 방식이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이 지적한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리프먼은 그의 저서 <여론>에서 "진실의 기능은 감춰진 사실들을 밝혀내 그 사실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개별적인 사실을 파악하는 것과 그것들의 조합을 찾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즉, 사실이 눈에 보이는 텍스트(text)라면 그 텍스트들이 모인(con) 연관성, 곧 맥락((context)을 파악해야만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민스미트 작전' 역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이나 사안은 윌리엄 소령을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그 사건들이 위치한 맥락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물에 빠져 익사한 시체와 작전 계획, 연애편지가 텍스트라면, 그것들의 조합은 특정한 맥락 안에서만 의미가 생긴다. 이 작전의 본질은 각각의 사실이 갖는 취약성과 위험성을 간파해 역이용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사실과 맥락의 관계성을 그저 독일군을 상대할 작전의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않는 대신, 독일군을 낚을 미끼를 만드는 주인공들의 삶으로 확장시킨다. 그렇기에 영화의 진면목은 그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들어 내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사실을 어떠한 맥락 안에서 풀어낼 것인지 고뇌하는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인물들의 고충은 두 가지 형태로 묘사된다. 우선 하나는 첩보영화에 걸맞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이다. 직속상관인 고드프리 제독으로부터 몬태규의 동생이 소련의 첩자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듣고 몬태규를 감시하게 된 첨리.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실과 사건은 몬태규도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의해 지배된다. 반대로 동생이 그저 한량이라고 생각하는 몬태규는 첨리가 증거로 내세운 동생의 각종 활동 사항이 그저 유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첨리에게 날을 세운다.
다른 하나는 로맨스다. 윌리엄 소령을 창조해야 하는 몬태규는 직원인 진의 사진과 실제 사연을 빌리고, 그녀가 직접 쓴 연애편지를 이용해 윌리엄의 가짜 연인을 만든다. 이 로맨스에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몬태규는 그의 약혼반지를 구매한 후 약혼녀의 모델인 진의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클럽에 드나들면서 생생한 연애 감정을 만든다. 문제는 몬태규와 진의 업무라는 단편적 사실이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세 개의 이야기와 삼각관계를 자아낸다는 점이다. 진을 짝사랑하는 첨리는 상관과 부하 직원의 관계 이상으로 보이는 둘을 보면서 질투에 사로잡힌다. 첨리에게 몬태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 진은 그간 봐온 몬태규의 모습과 그로부터 로맨틱한 감정도 가짜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이 그저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몬태규는 뒤늦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는 독일군이 볼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왜곡시켜야 할 이들이 정작 눈앞에 놓인 퍼즐 조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사실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감동
<민스미트 작전>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 앞에서 눈물 흘려야 했던 이들의 개인적 고뇌와 실패를 다시금 군사 작전을 둘러싼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윌리엄 소령의 시체를 스페인 해안가에 보냄으로써 입안한 작전을 모두 실행에 옮긴 몬태규와 첨리. 이제 본인들도 독일군이 보여주는 파편적인 사실만을 통해 나치의 계획을 간파해야 하는 만큼, 그들은 제한된 사실만 볼 수 있는 독일군이 의도한 대로 잘못된 맥락을 추론하기만을 기도한다. 이때 그들이 독일군의 반응과 시칠리아 상륙 작전의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맛 본 이상 그들이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나치의 스파이를 모두 파악하여 감시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차에 난데없이 등장한 새로운 스파이의 존재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과 삼각 로맨스, 그리고 그들의 작전 계획에 종지부를 찍는 이유다.
한편,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의 끝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비틀어 뭉클한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성공적인 기만 작전 덕분에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는 데 성공한 연합군. 경미한 희생이 있었을 뿐이라는 처칠의 전보는 이를 두고 기뻐하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러나 전보의 글자 사이사이에는 검은 연기로 가득한 가운데 사망자와 부상자를 수송하는 시칠리아 해변의 풍경이 숨어있다. 몬태규와 첨리도 긴 시간 매달린 작전이 성공했는데도 소소하게 자축한다. 이렇게 영화는 동일한 사실도 다른 맥락 사이에 놓인다면 기쁨과 슬픔, 또 허망함이라는 상이한 감정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 윌리엄 소령의 무덤을 비추는 엔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국가적 시점에서는 영웅이지만, 가족에게는 그저 실종된 남매이자 아들이다. 사회 공동체 입장에서는 희생정신의 상징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전쟁의 희생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묘비를 비추는 장면에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정반대로 갈릴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민스미트 작전>은 적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운다는 절박함 만큼이나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해군 정보국장 부관이자 <007> 시리즈의 작가인 ‘이안 플레밍’이 있다. 영화는 ‘민스미트 작전’의 초안이 된 ‘송어 메모’를 작성한 바 있는 그가 마치 007 시리즈의 일부 구절을 집필하는 듯 독백하는 장면으로 수미상관 구조를 이룬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어떠한 맥락 안에 사실의 조각들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와 번민을 전쟁영화의 틀을 빌려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작가라고 외치는 첨리의 대사나, 'M'과 MI6의 존재를 비롯해 해군 장교 출신인 제임스 본드의 유래를 암시하는 대목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문제는 이처럼 사실과 사실을 엮는 맥락, 그리고 사실을 통해 진실을 유추하는 이야기가 일관된 주제를 전달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스미트 작전>이라는 제목을 보고 관객들이 기대할 장르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집필해 독자들이 납득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주인공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의 고뇌를 다루는 영화의 감동은 첩보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첩보 장르 치고는 쫄깃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고,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많다. 즉, <민스미트 작전>은 예고편과 포스터, 공개 전 정보라는 사실을 통해 관객들이 만들어낸 첩보 영화 내지는 전쟁영화라는 콘텍스트와는 다른 진실을 선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독일군을 속이려는 영국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연적을 속이는 주인공, 그리고 전쟁영화와 첩보영화의 탈을 썼지만 실제로는 로맨스와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민스미트는 상반된 반응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간파한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탄탄하고 깊은 메시지로 가득한 파이를, 기대와 다른 내용에 속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실망 가득한 파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꽤나 시원시원한 전개와 템포가 상당히 빠른 편집 덕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전자의 재미만으로도 러닝타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사실, 맥락, 진실의 관계로 속을 가득 채운 민스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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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을 바라보는 이해의 시선, 그 끝은 ‘사랑’
레즈비언 딸, 그의 동성 연인과 함께 살게 된 50대 중년 여성의 소리 없는 외침이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딸에 대하여>는 성소수자와 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치매 노인 등 사회의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에게 시선이 옮겨지고, 이야기는 확장된다. 혐오와 배제의 세상 속에서 이 중년 여성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엄마(오민애)는 속이 뒤집힌다.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해 교수는 아니지만 대학 강사로 밥 벌어먹는 줄 알았던 하나밖에 없는 딸 그린(임세미)의 전화 한 통 때문이다. 살던 집을 빼야 하니 돈 좀 구할 수 있냐는 이야기였다. 애지중지 키운 딸의 미래를 위해 대출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다. 엄마는 하는 수 없이 그린에게 집으로 들어오라고 말한다. 그 말인즉, 딸과 동거 중인 동성 연인 레인(하윤경)도 함께 산다는 걸 허락한다는 말이다. 맞다. 딸은 레즈비언이다. 성소수자인 딸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굴뚝 같은 엄마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는 게 어디있나. 그녀의 직장인 요양 보호 시설도 마찬가지다. 담당 치매 노인 제희(허진)를 잘 보살피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설 관리자는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레인에게 동료 강사의 부당해고에 분노하며 생계는 뒷전이고 투쟁에 앞장서는 딸의 이야기를 듣는다.
<딸에 대하여>는 너무나 가까워서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딸을 새롭게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것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말을 뱉기보다 삼키는 엄마의 침묵은 생각의 여지를 만들고, 그녀의 시선은 이해라는 물꼬를 틔운다.
제목 그대로 부당한 일에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게 미덕이라 여기는 엄마는 자신과 정반대의 길을 가는 딸에게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딸의 가시 박힌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다. 대학교 측에 반기를 들지 말라는 말에 그린은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 생각은 안 해?”라는 말로 딱 잘라 말한다.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딸의 당당함에 엄마는 한숨과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이런 부딪힘은 오히려 자신과 다른 딸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 레인과 동거를 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이들에게 향한 시선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해의 첫 발걸음이 된다.
엄마의 행동은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 철저하게 교육된 바를 실행에 옮기는 것에 기인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혼자서 살아가기엔 힘들고 벅찬 사회의 가장자리에 사는 걸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누구나 어떤 대상이든 사랑은 할 수 있지만, 사회가 지정한 부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그 제도 밖에 머물러야 하는 딸의 외로운 미래가 그녀의 눈엔 선하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딸과 레인의 관계를 ‘소꿉장난 같은 거’라고 표현한다.
극 중 엄마의 얼굴에 드리워진 피곤함은 딸을 향한 걱정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든든한 노후 보험쯤으로 생각했던 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할 거라는 공포감도 한몫한다. 이 불안의 시작은 과거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이름을 건 재단까지 설립했지만 가족 없이 늙음과 치매에 주저앉아 요양 병원 신세를 지는 제희다. 엄마는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지나칠 정도로 제희를 돌본다. 어찌 보면 그녀의 노력은 자신이 제희를 대하는 것만큼 사람들도 자신에게 그래 주길 바라는 보상 심리가 담겨있다. 이는 자신 또한 제희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공포를 잊기 위한 자기 합리화처럼 보인다.
조금 특별한 모녀간의 이야기는 뒤늦게 찾아온 엄마의 성장통 이후 혼자가 되는 게 무섭고 벌써 그런 상황에 놓인 이들, 힘도 능력도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놓인 현실적 이야기로 확장한다.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삶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과 불안한 삶이 될 수 있다는 역설, 사회 제도 반대편에 놓인 이들의 삶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감독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가족, 혈연 간에서 벗어나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의 연대 중요성도 설파한다. (후반부 주요 네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영화는 한 개인의 고민으로 시작해 사회적 고민의 영역까지 생각하게 만들고 관객을 그 건강한 고민에 빠뜨린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이미랑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덕분이다.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인칭 화자(엄마)의 내면 독백으로 구성된 부분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 것인가다. 텍스트로 표현된 이 부분을 감독은 엄마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행동, 이를 담아낸 카메라 구도와 조명 등으로 텍스트를 오롯이 영상으로 변환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엄마와 레인이 식탁에서 대화로 포장한 기싸움을 벌이는 장면인데, 미세한 카메라 앵글로서 누가 이 대화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표현한다. 봉테일 저리가라다.
이런 감독의 의도가 빛을 발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등 주요 인물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느낌이다. 큰 사건보단 순간의 감정 동요에 따른 미세한 차이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그 중심에는 역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오민애가 있다.
그녀는 1부터 10까지의 정수가 아닌 소수점 차이를 감정으로 보여주는 섬세한 연기를 펼친다. 집중하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의 디테일을 잡아가며 엄마가 가진 복잡다단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오민애 배우의 연기를 봐왔던 관객들도 새로움을 느낄 정도. 심지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항하는 딸 그린의 완고함과 다른 엄마만의 완고함과 뚝심을 너무나 잘 표현한다. 이 밖에도 강애심, 이창훈, 장선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수려하다.
<딸에 대하여>는 대상과 시선에 따라 ‘성소수자에 대하여’, ‘치매 노인에 대하여’, ‘중년 여성에 대하여’라고 바꿔 부를 수 있다. 그만큼 이 영화는 한 개인과 가족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셈. 부디 이 작품을 통해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 작은 노력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랑의 씨앗이 될 거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말: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민애 배우의 마지막 엷은 미소는 내년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잊히지 않을 듯하다. 따뜻하고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사진 제공: 찬란
평점: 4.0 / 5.0
한줄평: 다름을 바라보는 이해의 시선, 그 끝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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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소통과 교류는 창조를 만들어 낸다.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 창조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2023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의 황제'
폐막작 기자회견에서 닝하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0월 13일 오전 부산 KNN 시어터 진행된 폐막작 기자회견에는 닝하오 감독과
영화의 황제에 출연한 다니엘 위, 리마 제이단 그리고 남동철 BlFF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함께 했다.
17년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찾은 닝하오 감독은
"부산에 영화 관련 시설도 많아졌고,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며"
"이와 같은 영화제를 통해 영화인들이 교류와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영화 "영화의 황제"는 영화를 제작 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영화의 황제'는 홍콩의 스타 유덕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면는 코믹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가운데 감독은 중국의 영화와 홍콩의 영화 사이에 복잡하면서 미묘한 관계들을 다루고 있으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스텝들과 관계자들이 영화속에서 연기를 하며 진행되는 과정에서
리얼리티와 연출이 살아 있는 그런 이야기가 주목할만하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iff.kr/kor/html/schedule/date.asp?day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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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끼치는 불안을 저주로 승화시킨 영화 스마일!
?Rabbitgumi 입니다!
헐리우드 공포영화 스마일이 개봉했어요.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는 인물을 기억하실텐데요.
영화는 무척 이성적으로 보이는 정신과 전문의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그런 그가 환자의 자살을 목격한 이후 이상한 일을 겪게 되죠.
무엇보다 이성적인 그녀가 점점 불안에 잠식되어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공포영화 답게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도 많구요.
무척 흥미로운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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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파이의 아내> 메인 예고편
태평양 전쟁 직전, 그들의 운명은 영원히 바뀌었다.
아시아에 전운이 감돌던 1940년,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차 만주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참상을 목격한 유사쿠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고, 유사쿠의 이러한 위험한 행동은 일본에 살고 있는 아내 사토코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NHK TV 드라마를 영화로 다시 만든 작품으로 202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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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위스터스> 2차 예고편
올 여름, 역대급 토네이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