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2-27 13:48:29
진짜가 나타났다!
영화 [퇴마록] 리뷰
이 글은 영화 [퇴마록], [검은 수녀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라떼는 학생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일이 흔치 않았다. 덕분에(?) 지금처럼 "즐길거리"는 많지 않아서 독서 정도가 만인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만인의 취미는 또 다른 이름의 교과서가 되어 유명 대학교 추천 어쩌고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가슴속에 짐짝처럼 올려져 있었기에. 장르 소설인 퇴마록의 인기와 재미는 마치 금서를 펼쳐보는 것과 같은 짜릿함을 학생들에게 선사했었다.
나라는 학생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삼촌 책장에 고이 꽂혀 있는 책을 한 권씩 읽어내려가며 부모님은 모르는 세계에서 유영하는 바람에 모든 중간, 기말고사를 망하고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지(?).
사진 출처:다음 영화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서 모든 책의 내용이 기억난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그 책을 읽어 내려갈 때의 비밀스러움과 전율만큼은 아직까지도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의 의미는 학창 시절의 나에겐 대단했다.
그런 대단한 원작을 바탕으로 실사도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개봉까지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물음표였다. 과연 그 특유의 어둡고 먼지 가득한 이야기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았지만. 영화가 초반부터 날려댄 일침은 이 오만하고 늙은(?) 관객이 정신을 차리다 못해 무릎을 꿇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가 꽤 괜찮은 오컬트 영화임을 설명하려면. 안타깝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검은 수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영화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 지점을 [퇴마록]은 꽤 적절한 수준으로 보수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각 인물들의 플래시백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과하거나 지루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았다. 덕분에 이 퇴마 원정대가 모이게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면서도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자세하게 설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적당하다는 말로 통용해도 무리가 없다.
덕분에 이 편에서 궁금증을 느낄만한 장면들은 후속 편을 향한 자연스러운 떡밥으로 이어지는데. 아주 묘한 점은 마치 수많은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 편을 위한 징검다리로 본편을 소비해 버리지는 않기에, 강호를 구하지 않으면 정말로 밀교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이 극 중 내내 유지된다.
그뿐인가.
단 하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선(善)을 위한 종교 대통합(?)은 이렇게 이루는 것이다. 를 몸소 보여준 탓에. 그 어떤 이질감이나 모독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적절하면서도 합당한 설명이 이뤄졌기 때문에 오는 안정감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게다가 이 영화는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들려줬다. 휘몰아치는 1.5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속에서 뛰고 구른 덕분에 힘은 들고 지치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개운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속편이 기대되는 작품이라니. 게다가 그 속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영화라니. 편견 아닌 편견을 깨준 덕에 즐겁게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영화를 만나 행복했다.
[이 글의 TMI]
1. 연휴 기다리며 참는다.
2. 빵을 끊어야 하는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3. 겨울 워커도 세탁 맡기면 되는 건가?
#퇴마록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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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을 가용당하는 사회속에서 여성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여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라기에 작품성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 <로스트 도터>. 영화 속 장면들이 굉장히 타이트하고 흔들리는 장면들이 많아서 멀미를 선사했는데, 이 작품을 보게 된다면 부디 멀리서 보길 바란다
영화 <로스트 도터> 시놉시스
“집을 나왔어요. 그렇게 딸들을 버렸죠”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는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단번에 시선을 빼앗긴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갑자기 니나의 딸이 사라지고 레다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로스트 도터>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흔들리는 컷들의 집합이랄까?
멀미를 한 이유를 말하자면 이 작품은 고정되어 있는 컷이 하나도 없다. 앞자리에서 봐서 그 흔들림이 더 눈에 잘 띄었던 것일수도 있지만 야속할 정도로 흔들렸다. 과도한 클로즈업과 인물이 걷거나 움직일 때 함께 움직이는 화면들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앉아있는데 출렁이는 배에 탄 것처럼 아주 멀미가 장난 아니었다.
이렇게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해서 흔들리는 장면들을 넣은 이유는 휴가를 온 레다의 혼란한 심경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과거를 보는 듯한 니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선택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혼란에 빠지는 레다는 장치적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이성적으로는 굉장히 이해가 잘 됐는데 흔들리는 장면을 볼수록 컨디션이 점점 안좋아져서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모성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일까?
영화 <로스트 도터>는 모성에 대한 신화를 건드리는 작품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모성이 생기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처럼 여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모성이라는 것이 바로 생기는 것일까?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엄마라는 이유로 전적인 희생과 자애를 요구당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 그리고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 여성들은 이기적인 엄마라고 지적하는 사회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한 가정에 있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의 커리어를 각자 쌓아간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이 가정과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면 여성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핀잔을 받는다. 그에 반해 남성은 이기적이라는 말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사회는 모성을 강요하면서 부성을 강요하진 않는다. 모성은 보이는 행동은 당연한 것이고, 부성을 보이는 행동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점차 이러한 편견이 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모습들이 종종 눈에 보여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이 작품이 그런 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단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간다. 어떠한 선태긍ㄹ 하던 그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주인공이 그렇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레다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교수로서 성공을 하고 싶은 야망을 가진 여성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잠시 자신과 분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꿈에 그리던 교수직 제안을 받자 혼자 런던으로 향한다. 레다는 런던에서 다른 남성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불륜은 끝냈지만 레다는 가족을 버리고 교수라는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딸과의 관계는 져버리지는 않은 듯 하다. 연락은 지속적으로 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 영화 속에서 계속해서 비춰진다.
여자와 엄마, 아내라는 다양한 지위 속에서 과연 레다는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일까? 이 영화는 그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에게 이것이 만약 내 인생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계속해서 생각하게끔 만드는 작품이었다. 여성의 입장에서 그녀의 선택이 단순히 이기적이라고 말하기 힘들었지만, 그녀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었기에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가부정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압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 속에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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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아이오케이컴퍼니에 따르면, <지오디의 마스터 피스 더 무비>가 내년 1울 중 전국 CGV 50개관에 걸린다고 합니다. 전날 CGV 공식 SNS에 공연 실황 일부와 멤버들의 코멘터리가 담긴 스폿 영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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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홀로 집에> 케빈 가족, 미국 상위 1%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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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이 집을 1990년 기준 소득이 3억9천만원 이상이어야 해당 집에서 살 수 있었을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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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올해 첫 1000만 영화인 <범죄도시>가 1068만 명, <서울의 봄>이 1073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영화로는 22번째 천만영화를 기록하며 한동안 누적관객 기록 경신을 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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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배우 이선균 씨가 27일 성북구 공원 안 노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주차된 차량 안 운전석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혼자 발견됐는데, 앞서 경찰은 당일 오전 10시 12분쯤
매니저로부터 이선균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소속사측은 고인의 장례에 대해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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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들>, 우리들이 살아남은 역학관계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사회생활이란 말은 직장생활부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미 사회생활에서만큼은 초짜가 아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동아리, 군대 등 포함)를 지나 그리고 직장으로 발을 들여놓기 때문이다. 물론 경험이 많다고 능숙하다는 건 아니다.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사춘기니까 예민할 수 있지 정도가 변두리에 있는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영화 <우리들>을 보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사회생활'이 떠올랐다. 친구들이 생각보다 잔인하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우리들은 약점이나 빈틈을 마구잡이로 헤집을 수 있었다. 딱히 어른처럼 지켜야 할 선이나 체면이 명확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뭐든지 금방 습득했다. 초등학교를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들이 싸우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넌 키가 작잖아'하면서 놀리는 말에 할 말이 떨어진 친구가 "넌 아빠 없잖아, 아빠 없는 애잖아"라는 말을 하면서 승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아니지. 그건 아니었다. 아빠가 있고 없는 게 자랑하거나 폄하받을 일인가. 그 말을 듣고 일그러진 얼굴이 머리채를 잡으면서 제대로 몸싸움이 시작됐다. 그때, 처음 사람이 무서웠다.
알지 알지 저 표정
<우리들>에 나온 친구들을 보면 어디서 다 많이 본 광경이다. 무리를 짓고, 이간질을 하고, 약점을 공유한다. 친구와 친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영화에서 승자를 굳이 가리자면 보라 하나다. 선과 지아를 패처럼 들었다 놨다 한다. 보라는 1등을 놓치면서 약간의 데미지는 입었을지언정 여전히 교실의 중심이다.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입맛에 맞게 떠들고 다니면서 선은 거지로, 지아는 도둑으로 추락시켰다. 보라의 코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겐 나지도 않는 퀘퀘한 냄새를 맡는다. 주변에 시녀처럼 떠받드는 친구들이 맞장구를 친다.
선과 지아는 뭔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전학생인 지아가 선이와 절친이 되었다. 심지어 지아는 선이네 집에서 꽤 오래 먹고 자고 했다. 지아가 개학날 냉담할 줄 선이는 몰랐겠지만 관객들은 예감했을 것이다. 보라와 팔짱을 끼고 가는 그 순간부터. 친구 사이란 게 때론 연인 사이보다 무섭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보라와 같이 다니는 게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지금에 둘에겐 중요한 문제다. 보라의 눈밖에 나는 건 왕따가 되는 지름길이니까. 왕따를 당해봤기 때문에 둘도 어쩔 수 없이 침묵하거나 동조한 순간이 있으리란 건 짐작할 수 있다. 혼자가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비아냥거림마저 도움 없이 견뎌야 하는 괴로운 일이다. 그게 싫어서 견디게 된다. 조금 치사하고 찜찜하더라도 보라가 원하는 대로 맞췄던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의무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우리에겐 정글과 다를 게 없다. 인싸와 아싸, 순화하면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누군가는 관심의 중심에 있고 싶어 하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사이좋게 친하게 지내라고 말하기보다 온전히 살아남으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몸싸움은 나면 차라리 티라도 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선생님에게 말씀드리기도 어렵다. 선생님마저도 소외된 학생이 없도록 교실을 이끌기 힘들다. 교실은 결국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다.
물론 학교 밖이라고 전혀 상관없는 건 아니다. 경제적인 상황이 친구를 제약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님들은 급이 맞는 친구들과 지내라고 아이들에게 조언을 한다. 어떤 아이들은 "너희 집은 전세야, 자가야?" 같은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지아에게 선은 조금은 같이 다니기 쪽팔린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좁은 집에 에어콘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학원을 다니기는커녕 색연필을 사거나 같이 놀기에도 돈을 걱정하는 친구였다. 집이 부유하지 않은 것도 약점이 된다.
나 역시 초등학교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가지 않았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가지 않았다. 물론 우리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거나 집에 초대하지 않았다. 우리 집과 비교 대상을 머리에 남기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멋모르고 친구네 생일파티에 한 번 갔더니 불편했다. 주택인 우리 집과 달리 아파트였다. 그네가 있는 놀이터, 소파가 있는 넓은 거실, 내 방이 있는 친구들의 집. 생일이라고 맛있는 과자며, 치킨과 피자를 시켜놓고 친구들을 불러 선물을 나눠갖는 모습에 이질감이 들었다. 배배 꼬였는지 몰라도 자랑처럼 느껴졌다. 친구 자랑, 집 자랑. 나에게는 없는 것. 내가 부모님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 게다가 생일에 초대받는다고 꼭 절친하다는 의미도 아니고. 학교에서만 친하게 지내도 되는 건 아닌가 싶고.
지금은 돌직구를 툭툭 던지곤 하지만 영화 속 선이와 초등학교 때 내가 무척 비슷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하면서 할 말은 못 하고 나중에 집에 와서 받아치지 못한 게 바보 같았다. 학교에서의 힘은 단순하다. 친구가 많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재밌거나, 예쁘고 잘생겨서 인기 있거나. 시험에서 1등을 놓친 보라가 지아가 받는 박수와 칭찬에 아쉬워하며 혼자 우는 걸 보니 그랬다. 교실엔 수많은 학생이 있지만 1-2등 사이는 경마 시합처럼 경쟁을 부추긴다. 친구가 많고 매력이 넘치는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가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못을 박고 가면 눈물을 참느라고 고생했다. 속상하고 억울하면 눈물부터 차올랐던 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더 속상했다. 화장실에 있던 낙서, 냉랭한 걸 넘어 심지어 역겨워하는 듯한 표정. 재수가 없다거나 말이 많다거나 표정이 이상하다거나? 이유가 뭐가 됐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상처는 받겠지만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다. 내 탓만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세상에 그런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 때문에 한 번 쓸쓸함을 느끼고 나면 쓸쓸해 보이는 사람이 저절로 눈에 들어오게 된다. 선이 자신에게 까칠하게 구는 지아가 계속 눈에 들어온 건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혼자 뻘쭘해하거나 겉돌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 모습을 보면 확신이 생긴다. 왕따를 당하는 이유가 있다고들 하지만 완전히 동의할 수만은 없다. 이유 없는 왕따도 분명히 있으니까.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자기 자신을 과시하고 다니는 사람 말고 아무런 잘못 없이도 왕따를 겪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혼자라서 만만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남보기에는 평범하고 내가 겪기엔 다사다난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제자의 의도와는 관계없는 순도 100% 진심을 담은 글을 제출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파'가 생기는 걸 조심하자고 썼다. 여러 명이 몰려다니는 친구들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대표가 있다. 그 친구의 이름을 따서 '00파'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는 파를 이끌거나, 파에 속하거나, 어느 파에도 속하지 않은 주변인이 되거나 셋 중에 하나다. 파끼리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파에서 주도권을 가진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대체로 소외된 친구)을 괴롭힐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하는 글이었다. 상도 타지 못했고 어떤 선생님이 그 글을 읽고 흥미로웠다고 얘기를 눈앞에서 듣고선 민망함에 도망쳤다. 머릿속을 그대로 보여준 기분이었다.
1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내 생각은 비슷하다. 몸싸움만이 폭력이 아니고 눈에 잘 띄지 않은 말이나 행동 역시 폭력이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조직폭력배같이 00 파라고 설명했던 점. '또래집단 간의 역학관계'로 바꿔서 말했으면 좀 전문성이 있었을까. 역학관계가 불균형해졌을 때 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니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애초에 학교폭력 예방에 선생님들이 기대하던 답이 무엇이었을까?
초등학교가 끝날 무렵 나에게도 희한한 일이 생겼다. 5-6명과 함께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밝고 친구도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모임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더라. 좋으니 논의해보고 얘기해달라고 답했다. 그런 제안을 받은 게 신기했다. 같이 다니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논의 결과를 듣자 하니 한 사람이 반대해서 아쉽지만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거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나고 나니 궁금했다. 들어오라고 제안을 한 친구나, 반대를 한 친구나 무슨 의미로 그랬을까 하고. 아쉽지 않았다. 어쩌면 나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평가 내리진 않았을까 그런 상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든지, 같이 다니면 불편하다든지 등의 이유로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생각하던 친구와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윤 눈두덩이에 멍 발견)
"윤아, 너 왜 계속 연호랑 놀아."
"응?"
"아니, 연호가 계속 너 다치게 하잖아. 맨날 상처 내고 때리고, 장난도 너무 심하고."
"이번에 나도 같이 때렸는데."
"그래?"
"응, 연호가 나 때려서 나도 쫓아가서 연호(머리) 확 때렸어"
"그래서?"
"그래서? 연호가 일어나면서 여기를(눈)을 확 때렸어"
"그래서?"
"그래서 같이 놀았어."
"... 놀았다고?"
"어, 보물찾기 하러 나갔는데."
"야, 이 윤, 너 바보야? 그러고 같이 놀면 어떻게 해?"
"그럼 어떡해?"
"다시 때렸어야지"
"또?"
"그래. 걔가 다시 때렸다면 또 때렸어야지. "
"... 그럼 언제 놀아?"
"...... 어?"
"연호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호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영화 <우리들> 중
선의 마음을 돌린 건 이 대화가 유력했다고 본다. 순수하게 서로에게 잘해주고 솔직했던 때와 다르게 지금 지아와 선이의 관계는 상처투성이에 정도를 한참 지나쳤다. 아무리 그래도 건드릴 게 따로 있지, 싸울 때 최대 약점이나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는 메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아는 보라와 지내려고 왕따인 선을 무시한다. 반면 자신이 소외되니까 선의 아버지가 알콜중독자라며 자극적인 거짓 정보를 털어놓고 왕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선 역시 이판사판으로 지아가 전에 왕따 당한 경험이 있고 어머니가 영국에 있다며 거짓말한 것들을 떠벌린다. 어른의 입장으로도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사이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이는 지아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았다. 지아와 함께 들였던 봉숭아 물도, 보라에게 빌려 바른 매니큐어도 다 지워진 손톱에는 봉숭아 물이 아주 약간 남아있다. 딱 그만큼의 마음만큼 지아와 함께 지내고 싶었을 것이다. 분명 둘만 있었을 때는 즐거웠던 시간이었고 이 모든 건 학교에서 보라를 사이에 두고 시작된 것이니까. 나 역시 선이처럼 맞으면 또 때려야 하는 건 물론이고 2-3배는 더 때리자는 주의였는데 윤이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선이는 지아에게 상처받으면서도 여전히 지아를 놓지 않았다. 상처를 받았다고 언제까지 얼마나 돌려줘야 하는 걸까. 그 길로 다른 친구와 놀든지, 아니면 때리는 손을 멈추고 그 친구와 다시 화해하고 놀든지. 윤이에게 배웠다.
선이에게도 선택권이 생겼다. 영화의 마지막. 피구 시합에서 팀을 짜느라 한 사람씩 골라간다. 아, 저 기분 뭔지 알지. 내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 입이 탄다. 최후의 1인이 되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확인하고야 마니 마지막만 아니었으면 좋겠는 심정. 지아가 바로 그 찌끄레기가 된다. 찌끄레기에겐 사람들이 함부로 대한다. 선을 밟았으니 나가라며 고집을 피우고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영화 초반 선이 당했던 상황 그대로다. 여태까지 선에게 했던 걸 생각하면 지아가 그 꼴을 당하고 있어도 선이 역시 침묵해도 상관없었다. 선이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입이 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선이는 목소리를 내어서 지아가 선을 밟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남은 역학관계에서는 단 한 사람의 목소리가, 단 한 사람이 내 편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꼭 주류에 속하는 게 아니라, 꼭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지 않아도 된다. 지아 역시 깨달았을 것이다. 가장 내가 보잘것없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준 선이야말로 진짜 친구라는 걸. 고마움이라도 담았는지 두 손 모아 쭈뼛쭈뼛 서있는 지아와 전보단 당당해 보이는 선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의 일은 모른다. 둘이 이 지경까지 온 건 보라 때문이란 걸 깨닫고 보라에게 벗어나려고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선이 지아를 위해 목소리를 냈을 때처럼 지아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과 지아가 보라를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 부러워할 필요가 없단 건 쉽게 알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친구들은 언제든지 보라를 떠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필요해서 곁에 있는 거니까. 보라보다 더 공부를 잘하고 집안이 넉넉한 친구가 생기면 바로 갈아타고도 남을 것이다. 둘이 그렇다고 보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라가 했던 일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런 사이는 누가 알아서 망가뜨리지 않아도 스스로 끝난다. 세 사람 중 한 사람만 자리를 떠나도 그 사람을 욕을 맛깔나게 하다가 들킨다든지. 어떻게 아냐고? 직접 봤으니까. 그런 싸움은 팝콘이나 먹으면서 지켜보면 된다.
그러니 선이 아버지처럼 "애들이 고민이 뭐가 있어, 학교나 가고 공부나 하면 됐지"하시는 말씀은 참 속상한 이야기다. 공부할 땐 초등학교가 평생을 좌우한다고도 하는데 사회생활은 평생 좌우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어떤 학창 시절도 쉽지 않았다.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와 교실에서 지내는 매일이 보이지 않는 힘 사이에서 우리가 비틀거리며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잔인하고도 한편으로는 즐거웠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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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베놈: 라스트 댄스>가 국내 개봉 첫 주 약 79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시리즈 최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에 개봉한 시리즈의 1편인 <베놈>은 첫 주 누적 관객 수 약 209만 명을 기록했으며, 2021년 개봉작인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첫 주에 약 109만 명을 동원한 바 있습니다.
북미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존에 6,500만 달러로 예상되었던 수치를 훨씬 밑도는 약 5,10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편의 8,000만 달러와 2편의 팬데믹 당시 9,000만 달러의 기록에도 크게 뒤처집니다. 소니 측은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가 관객의 발길을 집에 머물게 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처: Variety)
이러한 부진에도 <베놈: 라스트 댄스>는 64개 시장에서 53,70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며, 중국에서는 4,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가장 큰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이는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이후 중국에서 개봉한 슈퍼히어로 영화 중 가장 큰 오프닝이며 멕시코(730만 달러), 한국(580만 달러), 영국(570만 달러), 인도(470만 달러) 등 많은 나라에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한편, 여전히 순위권에 안착해 있는 <와일드 로봇>은 79개 시장에서 1,750만 달러를 추가해 해외에서 총 1억 2,09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2억 3,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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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전하고 싶었던 어두운 피노키오
먼저 떠난 아들
김삿갓이 뭐죠? 방랑시인이 뭐죠? 우리의 예술가이자 귀뚜라미 크리켓은 오늘도 여행하고 있다. 크리켓이 여행 숙소로 머무는 곳은 보통 나무(들)의 심장이다. ‘어디 적당한 나무 없을까?’ 두리번두리번 돌아다니는 크리켓. 크리켓은 그렇게 숙소에 앉아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좋아. 이 자리가 좋겠어. 짐을 풀고 나무에 잠깐 누울 준비를 한다.
퍽. 퍽. 이게 무슨 소리야? 크리켓은 화들짝 놀란다. 나무에서 나오는 크리켓. 어떤 할아버지가 술에 취한 채로 나무를 베려고 한다. 길가다가 벼락 맞는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불운이다. 할아버지는 뭔가에 단단히 씌인 것 같다. 무슨 일이지? 저 할아버지는 이 나무 근방에서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이었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제페토. 카메라는 제페토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제페토는 세계 2차 대전 당시에 아들을 폭탄에 의해 잃었다. 회한과 후회가 제페토에게 남았다. 아버지가 되어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마음의 병으로 남는다. 미쳐가는 제페토. 제페토는 매일같이 아들의 묘지에 앉아 다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터무늬 없다. 망자가 돌아올 리는 없으니까. 제페토는 나무를 베서 또 다른 아들을 만들려고 한다. 직업적인 특성을 발휘하는 제페토. 오래 걸리지 않아 '피노키오'라는 나무 인형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피노키오에 갑자기 특별한 마법이 들어왔다. 피노키오는 신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얻는다. 나타나자마자 온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 피노키오. 과연 피노키오는 어떤 일상과 삶을 마주하게 될까?
아날로그 감성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듯하다. 7살 즈음에 봤던 <강아지똥>이 생각난다. 직접 만든 점토 같은 느낌으로 전개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애니메이션을 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림처럼 그려 전개한다. 모형으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슨 말이냐? 1 프레임 단위로 모형을 그려 이야기를 만들면 제작자의 눈알과 팔이 빠지기 쉬울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그려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노가다 중 노가다지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더 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는 이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한 영화다. 과거에 전설적으로 내려오던 동화를 예전에 제작하던 방식으로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도입한 것이 아닐 것이다.
영화는 과거의 어떤 것에 대해 코멘트하고 있다. 영화는 피노키오의 형식만 따왔을 뿐이지 사실 아예 딴판인 이야기다. 영화에서 중요했다고 볼 수 있던 키워드는 두 가지다. 바로 전쟁의 참혹함과 '너 다움을 잃지 말아라'라는 말이다. 이는 과거의 어떤 것을 되살릴 수밖에 없는 영화의 형식과도 이어진다. 일단 아들이 죽었기에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과거의 사건에 대한 현재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너 다움을 잃지 말아라'라는 말은 예술가로서 두 감독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과거의 편린에 사로잡히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주제적인 측면은 제페토와 피노키오가 처절할 정도로 어떤 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대표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과거를, 그리고 그 과거와 관련된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를 각자 생각하게 된다.
기본적인 세팅만 따온 이야기
영화 제목에 '피노키오'가 들어간다. 피노키오? 우리가 아는 피노키오 아냐? 맞다. 우리가 아는 피노키오다. 거짓말하면 코가 늘어나는 걔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이 거짓말이라는 모티브를 활용한다. 이 거짓말이라는 모티브는 영화가 품고 있는 다른 한 측면 '다양성'을 관통하는 키워드기도 하다. 나무로 되어있는 피노키오. 사회성이란 게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 쏘다니며 사고 치기 일쑤다. 이런 캐릭터 세팅은 전쟁의 참혹함이라는 시대적 배경과도 이질적으로 맞물리며 후자를 더 돋보이는 효과를 보여준다. 또 피노키오가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역시 기능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 나무로 구성된 피노키오의 특성은 영화의 후반부까지 끊임없이 제시된다. 늘어난 코를 활용한다던가, 불에 탄다던가, 부서지면 수리할 수 있다던가 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코미디, 판타지로 소화한다.
또한 이야기 전개 자체가 아예 원작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부분이 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 모두가 행복하게 마무리 저었던 결말과는 달리 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좀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마무리짓는다. 이는 '남겨져 있는 자'가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가?라는 명제가 대비되는 전-후반부의 설정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영화는 이를 전달하기 위해 전쟁의 참혹함을 시대적인 배경으로 세팅했다. 또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제목에서 '피노키오'보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라는 단어가 더 중요한 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른 지점을 찌르는 작품이기 때문에 넷플릭스든 극장에서든 투자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 분은 뭘 먹고살길래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기예르모 델 토로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약간 매니아적인 감독 중에서 제일 대중적인 느낌?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으로 아카데미 위너도 됐고 <판의 미로>라는 걸작을 만들기도 했다. 이 뿐인가? 올해 초에 <나이트메어 앨리>를 개봉시키기도 했다. 일단 델 토로의 작품 특성이라고 하면 시각화 비주얼이다. <나이트메어 앨리>를 제외하고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괴물'이다. 델 토로는 영화에서 괴물을 잘 등장시킨다. 그런데 괴물을 시각화하는 방식이 너무 특이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기억에 선명하게 나온다. 또 폭력 수위도 쉽지 않다. 어쩔 땐 잔인하기도 한 델 토로. 이런 델 토로가 '피노키오'라는 고전소설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일단 영화가 전체이용가 심의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글쓴이는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다.
영화는 이런 기대를 한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델 토로의 인장을 쾅쾅 박아 넣었다. 일단 영화에서 틸다 스윈튼이 맡았던 신 캐릭터가 있다. 여기에서 이 여신 캐릭터의 비주얼이 곤충 개미와 '램프의 요정 지니'를 섞은 듯한 비주얼로 뽑혔다. 이 캐릭터가 잔인한 장면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뒤틀려있다는 점에서 델 토로 연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초반부에 제시되는 영혼의 묘사 방식, 귀뚜라미의 시각화, 피노키오의 모습, 후반부에 등장하는 괴수까지 델 토로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기대치를 충족하는 뛰어난 연출법이 돋보인다. 그래서 혹시 '아 이거 기예르모 델 토로 순한 맛 아닌가' 싶은 분들은 전~혀 그러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다. 영화는 스톱모션이라는 촬영기법과 어딘가 기이한 캐릭터 시각화로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며 후반부까지 질주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어느덧 2022년의 끝자락을 맞이한다. 올해는 또 어디까지 왔을까. 연말을 앞두고 많은 분들이 생각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글쓴이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혼자라는 것. 나만 이럴까?라는 것이다. 단순히 커플이 되거나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혹은 그런 목표들이 내 인생에서 언제까지 나를 지키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마음 한 구석이 어두워진다. 점점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서 나부터가 마음이 떠나가고 있는 듯하고, 사랑하는 애인은 아직까지 타이밍이 아닌 것 같거든.
영화는 혼자 남은 캐릭터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계속해서 인물들은 한 자리에서 맴돌며 사랑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는 듯하다. 이 질문은 결국 관객에게 전달된다. 과연 우리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도 당연히 코멘트하고 있는 영화지만 이는 올해 우리가 다시 한번 상기되는 사실이라 생략하기로 한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남아있는 제페토와 피노키오의 행적을 주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당연히 있고, 그 과정이 끔찍할지라도 우리는 서로가 있기 때문에 행복하니까. 다 아는 맛 같지만 마음 한 구석을 찌르는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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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영화, <코다>
오늘의 영화는 바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 <코다>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인다.<코다>의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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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란?
영화 제목인 '코다(CODA)'는 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로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청인 코다는 수어와 음성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농인과 청인의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 같은 역할이라고 합니다.
배우
<코다>에서 루비의 가족인 배우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는 실제로도 농인입니다. 말리 매트린은 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트로이 코처는 <코다>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코다>의 감독 션 헤이더는 이렇게 캐스팅을 진행한 이유를 "농인 가족을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청인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담은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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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에서 음악 감독을 맡으셨던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코다>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였는데요.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은 라라랜드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참여한 음악 영화는 믿고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에 있어 신뢰도가 높은 감독입니다 . 이번 영화에서는 조니 미첼, 데이비드 보위, 마빈 게이 등 여러 팝송 명곡을 색다르게 편곡하였는데요.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들려오는 OST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곤 했습니다. <코다>를 본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OST는 여전히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고 즐겨 듣고 있는 중입니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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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바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입니다.
2021년에 나온 영화 중에서 '여름이었다.'라는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싱그러운 풀과 나무, 맑은 하늘과 바다가 두 배우와 어우러져서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풋풋하게 느껴졌는데요. 첫사랑의 떨림과 설렘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뛰어난 음색까지 지닌 배우"
ⓒ 네이버 영화
사실 에밀리아 존스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음색이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에밀리아 존스의 노래가 영화의 첫 시작을 열어주는데, 단숨에 스크린에 집중시킬 정도로 엄청난 음색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남자 배우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의 주연 배우 '페리다 월시 필로'가 맡았는데요.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두 배우가 만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귀호강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
- 성장 영화를 좋아한다?
-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잔잔한 영화였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킨 영화,
지금까지 영화 <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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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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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헐크버스터가 온다!
#왓이프 #아이언맨 #마블레고
2021. 06. 08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왓이프 아이언맨!
00:41 유출된 레고
02:32 왜 사카르에?
03:06 레고가 페이크라면?
03:55 접점이 없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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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방법: 재차의> 메인 예고편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가 살인을 저질렀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와 함께 용의자도 사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용의자의 시신은 이미 3개월 전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혼란에 빠진다.
한편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기자 임진희는 라디오 출연 중
자신이 바로 그 살인사건의 진범이며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경찰과 네티즌은 임진희 기자의 온라인 생방송을 일제히 주목하고
인터뷰 당일 그 곳에 나타난 범인은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3번의 살인을 예고하는데…
첫 번째 살인이 예고된 날,
엄청난 수의 ‘재차의’ 군단이 나타나 무차별 습격을 시작하고
총력 방어에 나선 경찰 당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과연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배후는 누구일까?
이들을 막아낼 유일한 ‘방법'(謗法)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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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니모나> 공식 예고편
- 조금은 악당. 조금은 영웅. 《니모나》, 6월 30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