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2-27 13:48:29
진짜가 나타났다!
영화 [퇴마록] 리뷰
이 글은 영화 [퇴마록], [검은 수녀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라떼는 학생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일이 흔치 않았다. 덕분에(?) 지금처럼 "즐길거리"는 많지 않아서 독서 정도가 만인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만인의 취미는 또 다른 이름의 교과서가 되어 유명 대학교 추천 어쩌고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가슴속에 짐짝처럼 올려져 있었기에. 장르 소설인 퇴마록의 인기와 재미는 마치 금서를 펼쳐보는 것과 같은 짜릿함을 학생들에게 선사했었다.
나라는 학생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삼촌 책장에 고이 꽂혀 있는 책을 한 권씩 읽어내려가며 부모님은 모르는 세계에서 유영하는 바람에 모든 중간, 기말고사를 망하고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지(?).
사진 출처:다음 영화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서 모든 책의 내용이 기억난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그 책을 읽어 내려갈 때의 비밀스러움과 전율만큼은 아직까지도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의 의미는 학창 시절의 나에겐 대단했다.
그런 대단한 원작을 바탕으로 실사도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개봉까지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물음표였다. 과연 그 특유의 어둡고 먼지 가득한 이야기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았지만. 영화가 초반부터 날려댄 일침은 이 오만하고 늙은(?) 관객이 정신을 차리다 못해 무릎을 꿇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가 꽤 괜찮은 오컬트 영화임을 설명하려면. 안타깝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검은 수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영화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 지점을 [퇴마록]은 꽤 적절한 수준으로 보수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각 인물들의 플래시백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과하거나 지루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았다. 덕분에 이 퇴마 원정대가 모이게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면서도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자세하게 설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적당하다는 말로 통용해도 무리가 없다.
덕분에 이 편에서 궁금증을 느낄만한 장면들은 후속 편을 향한 자연스러운 떡밥으로 이어지는데. 아주 묘한 점은 마치 수많은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 편을 위한 징검다리로 본편을 소비해 버리지는 않기에, 강호를 구하지 않으면 정말로 밀교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이 극 중 내내 유지된다.
그뿐인가.
단 하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선(善)을 위한 종교 대통합(?)은 이렇게 이루는 것이다. 를 몸소 보여준 탓에. 그 어떤 이질감이나 모독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적절하면서도 합당한 설명이 이뤄졌기 때문에 오는 안정감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게다가 이 영화는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들려줬다. 휘몰아치는 1.5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속에서 뛰고 구른 덕분에 힘은 들고 지치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개운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속편이 기대되는 작품이라니. 게다가 그 속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영화라니. 편견 아닌 편견을 깨준 덕에 즐겁게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영화를 만나 행복했다.
[이 글의 TMI]
1. 연휴 기다리며 참는다.
2. 빵을 끊어야 하는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3. 겨울 워커도 세탁 맡기면 되는 건가?
#퇴마록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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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마지막 주 영화 한줄평] <아네트>
8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A24의 대작 <그린 나이트>의 언배시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린 나이트>를 보고 오신
'씨네랩' 연구원 분들의 한줄평, 한 번 확인해볼까요?
1. <그린 나이트>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다시 영화의 세계로 관객들을 불러모을
2021년 칸영화제 개막작 & 감독상 수상 <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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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발만 멀쩡하면 살 수 있어
이 글은 영화 [미나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무 모양조차 다르고, 잔디조차 다르고.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처음 외국, 그러니까 영국 공항에 내렸을 때가 기억납니다.
마음 가득 꿈뿐만 아니라 걱정도 함께 쑤셔 넣는 바람에 두 마음이 싸우느라 울렁거리는 속을 끌어안고 싸늘한 공항에, 캐리어 두 개와 함께 한참 동안이나 덩그러니 서 있어야 했죠. 그 와중에도 영국의 스타벅스는 또 어떤 맛인가 싶어 들어간 공항 커피숍에서 인생의 흑 역사를 하나 더 얻고, (참고 1) 기가 많이 꺾인 상태에서 제 픽업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그때의 제 위치였습니다.
픽업하러 온 훈훈하게 생긴 청년은 제 짐을 트렁크에 싣고는 제게 웃으며 운전석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얘는 보자마자 차를 맡기네. 내일은 결혼하자 그러려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어째서) 영국은 운전석의 방향이 반대였죠.
난생처음으로 외국에 나와 연타로 흑역사들을 호로록 만든 제게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마저도 낯설기만 했습니다. 나무의 모습도, 공기도. 풍경도. 하다못해 젖소마저도 생긴 것이 달랐죠. 이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하는구나. 앞으로 최소한 6개월 동안은.이라는 생각에 울컥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꾹꾹 삼켰지만.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아 그저 콘크리트 덩어리 같기만 한 집에 도착한 순간 저는 결국 현관에서 무너져 내렸었습니다.
아마 한예리(모니카)가 남편이 약속했던 곳과 너무도 달랐던 집을 보았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 겁니다. 울고 싶고 속상하고. 그런데도 아이들이 앞에서 보고 있으니 당장 싸울 수는 없는. 이 낯선 곳이 주는 생소함과 남편에 대한 서운함에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는 한예리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제게는 이미 여기서부터 내적 오열 포인트가 시작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처럼 집 떠나면 모든 것이 서러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 [미나리]는 세밀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우리에게 풀어냅니다. 너무 사실적이라 아프기까지 해서 눈을 감고 싶어버리기까지 했던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였습니다.
남이 보기엔 웃프기만 한 고단한 이민자들의 이야기
겪어 본 사람은 아는 디테일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사진 출처:구글 조선일보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울음을 터뜨렸던 장면은, 딸 한예리(모니카)에게 비닐봉지 한가득 싼 멸치와 고춧가루를 건네는 윤여정(순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요샌 밀폐용기도 좋은 게 참 많이 나오는데, 세련되지 못하게 꼬깃꼬깃한 하늘색 비닐봉지 한가득 담긴 그 보물들을 아무렇지 않게 모니카에게 내밀죠. 밀폐 용기 무게라도 더 줄여 조금이라도 더 담아 보내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다섯 개의 비닐봉지로 한국에서 날아온 그 정성을 보며 오열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참고 2)
가족 사이에 생긴 불화로 인해 아이들을 훈육하는 장면 역시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부부의 아이들은 이미 한국어보다도 영어에 익숙해 보이는데 제이콥(스티븐 연)은 회초리를 가지고 오라고 하죠. 이미 할머니에게서 한국 냄새가 난다며 자신과의 이질감이 얼마나 큰 지를 깨달은 어린 아들 데이빗이 아무 말 없이 회초리를 가지고 오는 장면에서 이들의 삶이 얼마나 보기 좋게 뒤죽박죽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이 가족의 모습이야말로 미국 사회에서 그들이 겨우겨우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엉망진창인 채로 사는 모습이 영화 내내 우리를 웃게도, 또 울게도 합니다.
농사, 수탉, 미나리.
포기하지 못하는 것, 쓸모 없어지지 않으려는 노력.
사진출처:SBS/수도꼭지 꽂을 때 진짜 어휴.
가장이지만 제이콥은 미련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농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부인 모니카마저도 고개를 저을 정도죠. 그것이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온 소망이었다.라는 말로 치부하기엔 가장 소중한 가족마저도 뒷전으로 미루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어떤 배경 때문에 그런 집착을 보이는지도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직업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제이콥은 솜씨 좋고 잘 훈련된 병아리 (성별) 감별사입니다. 십 년이 넘게 일해온 커리어 덕에 버칸소에서도 칭찬받고, 아내에게도 전수한 듯 보입니다.
암탉은 알을 낳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있어 살려두지만, 수탉은 그렇지 않아 병아리인 상태에서 그대로 소각장으로 가게 됩니다. 그것을 십여 년이 넘게 보아온 제이콥은 양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가 익숙하죠. 하지만 어린 아들에겐 단지 저 연기가 무엇인지 물었을 뿐인데 쓸모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완벽히 이해될 리가 없죠 .그런 아들에게, 제이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쓸모 있는 수컷이어야 한다.
정확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실패한 모습만 보인, 쓸모없는 수탉 같기만 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마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쓸모"에 대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또 다른 "쓸모"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농사의 성공 유무였겠죠.
그러나 이 영화가 제이콥의 농사에만 모든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의 제목은 농사였거나 제이콥 포레스트였거나, 혹은 제이콥의 동물의 숲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미나리.이고 그것이 바로 당시에 제이콥이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자신들은 이미 충분히 미나리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죠.
물만 있으면 더러운 물이라도 상관없이 뿌리를 내리는 미나리. 씨가 있어도 자랄 수 있지만 튼튼한 줄기만 있어도 꺾어 심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
반드시 농사를 성공해야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닌, 무엇을 이루지 않아도, 대도시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가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을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겨우 받아들인 제이콥은 아들과 함께 묵묵하게 미나리를 땁니다. 마치 자신들처럼 엉망진창인 채로 자라고 있지만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장하고 맛있어 보이는 미나리를 말입니다. 그 시간 동안 제이콥의 머릿속에서 " 쓸모"라는 단어가 재정비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엔딩 요정, 윤여정 배우
윤여정 유니버스의 시작
사진출처:상상대로 이뤄지는 꿈/ 이 장면이 오버랩 된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스티븐 연의 경우가 제일 걱정이었습니다. 한국어로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영어를 어눌하게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공을 들였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딜 가나 남들 걱정하지 말고 저만 잘 하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소싯적에는 연기가 아닌 배우들의 허우대만 보았습니다. 그러니 잘생기고 신체 조건이 좋은 배우들을 보며 제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죠. 이젠 제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에게 제 지갑과 시간을 갖다 바치고 있지만, 그런 관심조차 "이미 나이가 든" 배우들에게는 많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윤여정 배우는 이 영화로 인해 내가 너무도 좁은 측면에서 배우들을 바라보고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손자의 말처럼 할머니 같지 않은 철없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이 기분 좋은 불청객은 손자의 마음도 돌리고 우리의 마음마저도 쓸모를 찾느라 밖으로만 내도는 제이콥을 대신해 영화의 초점조차 가족으로 구심점을 잡아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이 배우의 또 다른 영화인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까지 합니다. 불에 타버린 자신의 전부인 집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오열하는 아들 배성우 배우를 보며 치매 걸린 어머니인 윤여정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아들의 등을 쓰다듬습니다. 손발만 멀쩡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단다.라는 말을 무덤덤하게 읊조리면서요.
마치 [미나리] 영화의 포인트를 이미 대사로 다른 영화에서 한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꼴 보기 싫거나 거슬리지 않죠. 오히려 윤여정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해 다시 영화의 처음과 같은 사정으로 돌아가 버린 가족들을 조용히 쳐다보는 엄마 순자의 시선이기에 더더욱 말입니다.
마지막의 비참함을 영화는 끝까지 따라가며 비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침묵하고 툴툴 터는 또 다른 시작을 보여주죠. 아마 순자도 알았을 것입니다. 이 사고 때문에 아예 맨땅에서 다시 시작을 또 한 번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딸 부부가, 그리고 자신도 잘 해낼 것이란 걸 말입니다. 그들이 다시 겪을 고통에 가슴이 아파 흘린 눈물이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그게 부모가 자식을 보며 갖는 마음일 테지요.
가족애 역시 이 영화의 다른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단지 작정한 것처럼 이야기 안에 집어넣으려고 하지 않죠. 그러나 결국 힘들 때 자신이 기대야 하는 것은 가족이고, 가장 힘들고 절체 절명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결국 생각나는 것이 가족이란 메시지를 참 절묘하게 집어넣었습니다.
함께 있으면 지옥 같을 수 있지만. 떨어져 있으면 살 수 없는 존재인 가족. 그들과 함께 질척이는 땅에서도 미나리처럼 꿋꿋하게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일상인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여우조연상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어요.
참고 1
아이엘츠 점수가 each 7.0인가 했을 때여서 자신감이 눈썹까지 차 있을 때였음. 공항 스타벅스로 가서 Can I have iced americano, tall size with extra ice to stay, plz?라고 했고, OK라는 말을 들었음. 당당하게 영어 이름을 말하고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Black or white?라고 묻는 거임. 그래서 뭐래 아메리카노 달라고.라고 했더니 그래 인마 블랙이야 화이트야.라고 묻는 거임. 이걸 한 세 번 반복하고 나니 직원이 웃으며 설명해 줬음. 우리가 원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반드시 블랙이어야 함. white는 아님. 아니라고. 아니라고요.
참고 2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영국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택배 비용이 그 당시에 1킬로다 1만 원이었음. 그래서 너무 비싸니 정말 없는 것들만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엄마가 무게 줄인다고 모두 비닐봉지에 싸서 보내줬었음. 터질까 싶어 꽁꽁 묶은 비닐봉지에 싸인 고춧가루와 기타 등등을 보면서 울고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 글의 TMI]
1. 영화 보며 마시려고 커피를 샀는데 진짜 핵노맛이었음. 하. 내 돈
2. 휴지 가지고 가세요. 꽤 울 수 있어요.
3. 패딩 드디어 찾았음. 세탁소 주인분도 드디어 오셨군요.라고 하셔서 빵 터짐.
4. 오늘도 만오천보 걸었다. 이러다 지구 횡단할 기세.
5. 내일 첫 번째 팟캐 녹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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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에게 멀어질수록 완전해지는 두 여자.
김세인 감독님의 첫 장편 영화인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우리가 고민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전작의 '불놀이', '컨테이너'가 보여줬던 것처럼 영화에 나오는 이들의 모든 감정을 여과없이 화면 위에 담아낸다. 그 감정이 만들어내는 뜨거움에 데일 것 같다가도 이런 솔직함이 만들어내는 감정들이 우리를 '이해'의 공간으로 이끌어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결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을 '속옷'에 빗대어 표현하여 이 지독한 관계의 시작과 끝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웃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 시작한 웃음소리는 끝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모습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괜스레 궁금해진다. 같은 속옷을 공유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두 사람은 일반적인 모녀의 관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가 부여한 보통의 모성애, 가족의 형태, 모녀의 관계가 이 두 사람 앞에 존재할 때는 마구 일그러진다. 어떤 호칭도 오가지 않은 이들의 관계는 평온함보다는 치열함으로 가득 찼으며 언제부터 시작됐을지 모를 긴장감과 불안으로 이 공간을 메웠다.
침묵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칠 때가 되어서야 말을 내뱉는다. 그동안 담아둔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산처럼 쌓여 이 관계가 찢어질 때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귀를 찌를 듯한 소음이 좁은 공간을 메우고 무차별적인 폭언과 일방적인 폭행이 이루어진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계속해서 부딪혀온다. 내부의 혼란과 외부의 경쟁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이정에게는 더욱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기에 폭력의 상흔이 가득함에도 이정은 그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사랑 받은 그 순간을 놓지 못해서 사랑해주길 바라는 그 마음만이 남은 것이다. 그렇게 그 마음을 끊임없이 표현해 보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고 끝끝내 마음을 돌려받지 못한다.
지독한 집이지만 그곳을 나가면 나를 온전히 보는 것도 말하는 것도 형체없이 사라진다. 타인은 타인이고 가족은 가족이며, 가족도 타인이기 마련이다. 수경이 양육의 의무를 저버리자 이정은 부양의 의무를 저버린 것처럼 가족은 존재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와 존중을 토대로 한 관계라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렇게 달리던 관계의 평행선은 끊임없이 이어져 다른 이름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관계처럼 폭력의 물건이 되어버린 물건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엉킨 것이 통째로 뽑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여 년간 이어온 이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한순간에 정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여자는 서로를 끊임없이 잘라내고 멀어짐에 따라 완전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모녀의 관계를 떠나 개별적인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나 또한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에 적응이 되어있어 영화의 모든 부분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으나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툰 마음만큼이나 서툰 관계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그 상처를 통해 '행동'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누구에게도 받지 못했던 따스함을 의외의 사람에게서 받기도 하고 정말 가까운 곳에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곤 했다. 집에서는 부모님께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학교에서는 친구와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지속될수록 '착한 아이' '성실한 아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족쇄가 되어 나를 죄어왔고 여전히 그런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정도 나와 같이 익숙함을 미처 쳐내지 못해 완전히 미워하지도 못한채로 그러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속옷을 골라 앞으로 나아갈 이정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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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황금종려상이 궁금하면 네온을 보라" 미국의 중소 영화 제작.배급사 [네온]
<아노라>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네온은 5회연속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5월 마지막주 씨네뉴스 같이 봐요
영화 제작자 된 손석구 천원짜리 영화
손석구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밤낚시>가 개봉합니다.
영화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로 13분의 단편영화 입니다. 배우 손석구는 이번 <밤낚시>의 공동 제작과 연기를 모두 진행했습니다. 영화는 CGV에서 6월 14일부터 16일, 6월 21일부터 23일 2주간 단독 개봉하며 단 천 원에 관람하는 ‘스낵 무비’라고 합니다.
이선균배우 유작 두 편, 올 여름 개봉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 유작 2편을 모두 이번 여름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항대교 위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고립되고, 군사용 실험견이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탈출:PROJECT SILENCE>가 7월 공개, 이어 1979년 10.26 사태 이후 이야기를 그린 <행복의 나라>를 8월에 공개한다고 합니다.
배급사 네온 5회 연속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배출
칸영화제 경호원의 과도한 제지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가수 켈리 롤런드, 도미니카공화국 배우 마시엘 타베라스에 이어 윤아까지 사진을 못찍게 막아섰으며 유색 인종 스타들만 빨리 들어갈 것을 재촉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켈리롤랜드는 해당 경호원에게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듯 경고했고, 마시엘 타베라스는 경호원의 어깨를 밀치며 분노했습니다.
<북극성> 2025년 공개 확정
전지현, 강동원 주연의 <북극성>이 2025년 공개를 알렸습니다.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오랜 파트너이자 <독전> <작은 아씨들>의 극본을 써낸 정서경 작가와 <눈물의 여왕> <빈센조>의 연출을 맡은 김희원 감독의 만남으로 캐스팅뿐만 아니라 화려한 제작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극성>은 외교관이자 전 주미대사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가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와 함께 거대한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쫓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칸영화제 경호원 논란
칸영화제 경호원의 과도한 제지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가수 켈리 롤런드, 도미니카공화국 배우 마시엘 타베라스에 이어 윤아까지 사진을 못찍게 막아섰으며 유색 인종 스타들만 빨리 들어갈 것을 재촉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켈리롤랜드는 해당 경호원에게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듯 경고했고, 마시엘 타베라스는 경호원의 어깨를 밀치며 분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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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8년의 일본을 그리는 담담한 스케치, 십년(⼗年, 2018)
아시아의 신예 감독들이 모여 제작한 태국, 대만, 일본의 10년 후 이야기들. <십년> 프로젝트 중 일본의 2028년을 다룬 동명의 이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잘 알려진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 총괄을 담당했다. 쉽게 말하면 일본판 <블랙 미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와닿는 가까운 실감 나는 미래를 그려낸다. 총 5개의 옴니버스식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멀고도 가까운 흐름을 따라가 보자.
- 플랜 75 / 하야카와 치에 감독
“당신의 선택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후생성 인구관리국-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작품이다. 플랜 75라는 제목은 인구관리국의 프로젝트 이름이다. 75세 이상부터 가능한 안락사 시스템인데, 붙이는 약을 목 옆에 붙이면 고통 없이 잠드는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예상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슬픈 비밀이 있다. 사실 이곳의 관리자들은 국가에서 많은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단기 체류자나 저소득층,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다시 말해 국가의 복지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사회에 이바지하지 않는 인력을 강제로 줄이는 것이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이 들 수 있고, 100만 엔의 준비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에 이끌려 이 프로젝트를 자원한다. 결국 타의에 의한 자의인 셈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장모님이 치매에 걸려 주위 가족들이 영향을 받고, 스스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주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단편의 인상적인 점은 주된 소재는 노인 세대를 다루고 있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젊은 세대의 시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작과 끝은 언제나 같이 존재함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장모님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 채 주인공은 또 새로 태어난 아이와 함께 그들의 삶을 계속 살아간다. 마치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인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에도 하얀 천이 둘러싸여 있는 병실은 가동됨을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장면은 노인을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일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특히 이 주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해당이 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충분한 것 같다.
- 장난꾸러기 동맹 / 카노시타 유스케 감독
인공지능 교육 시스템이 만약 학교에서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 단편은 생각보다 다정한 면모가 있다. IT혁신 특구인 한 학교는 ‘프로미스’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관자놀이 부분에 연결된 통신장치와 동기화되어 아이들에게 학업 성취도와 직업과 같은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한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며, 프로미스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프로미스의 말에 세뇌되고, 정해진 규칙 속에 살 것이다. 인공지능은 심지어 교직원 회의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리고, 학생들의 얼굴을 인식해 그릇된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는 경고음이 울리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음성으로만 존재를 드러내던 프로미스는 극 중간마다 모습을 보인다.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HAL 9000을 연상시키는, 정면을 응시하는 렌즈를 종종 화면에 등장시킨다.
우연한 사고로 잠깐 송신기에 오류가 생기고,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르는 말을 지키기 위해 갑작스러운 모험을 하게 되면서 점점 틀을 벗어나게 된다. 디지털화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말과 숲 그리고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들은 마치 판타지같이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장면이 관객에게 선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탁 트인 공간에서의 자유가 아이들에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아이다움을 지켜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와닿게 한다. 잠깐 꺼졌던 프로미스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선에서 유연한 대처를 한다면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디지털화라면, 긍정적인 면들을 잘 활용하여 인간과 공생하는 새로운 바람을 맞게 하자는 의도가 잘 담긴 영상.
- 데이터 / 츠노 메구미 감독
우리는 지금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없이 많은 정보와 함께 사적인 정보 유출의 위험에 처한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디지털 유산 카드’는 일종의 개인정보를 지키는 디지털 보험과 같은 특이한 구조를 가진다. 누군가가 죽고 난 후, 특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ex-배우자나 가족)만이 그동안 고인이 썼던 전자기기들의 영상, 사진, 쇼핑 정보, 문자 내용과 같은 정보를 열람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딸이 죽은 엄마의 디지털 유산 카드를 열어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리움과 의문의 발자취들을 따라서 걸어간다.
나와 닮은 점이 많은 엄마에서 숨기고 있던 비밀을 풀어내는 순간, 혼란스러운 엄마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짧지만 빨리 전개되는 이 상황은 굉장히 실감 나는 묘사가 이루어진다. 사실 이런 점들이 정보의 빛과 그림자라는 생각이 든다. 알고 싶은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정보를 맞이했을 경우 그 해석을 자신이 오롯이 한다는 점에서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걸음에서 발견한 건 아빠와 친구,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다. 예상했던 줄거리보다 굉장히 서정적으로 다가온 결말이어서 의외였고,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의 사이에 놓여있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여러모로 보는 내내 따스한 색감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단편.
-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 후지무라 아키요 감독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이후의 나날들, 방사능이 공기에 퍼져있지만 보이지 않는 상황을 아이들의 눈빛으로 풀어낸다. 사고가 발생한 후 사람들은 지하 벙커에 모여 그들 나름의 규칙에 맞는 생활을 한다. 미즈키와 카에데라는 두 아이가 등장하는데, 미즈키는 과거엔 일상생활을 하다 아래 지하로 내려온 경우이고 카에데는 지하에서만 살아 하늘을 본 적이 없는 아이이다. 미즈키의 엄마는 자꾸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는 카에데와 어울리지 말라고 하지만, 둘은 계속 우정을 이어간다.
비와 햇빛, 자연의 소리 같이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매번 얘기를 하던 둘은 어느덧 카에데가 떠나버리면서 급전환을 맞는다. 그에 이어 미즈키 또한 하늘과 햇빛을 맞이하기 위해 세상의 문을 열어본다. 푸른 하늘 사이로 오묘한 표정을 짓는 미즈키가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직접적으로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 이런 열린 결말이 더 좋은 것 같다. 이 단편만의 매력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을 표현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귀여운 연출들이다.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연상하는 연출이 톡톡 튀면서 동심을 자극한다. 어두운 소재에 그렇지 않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괜히 더 애틋해지는 효과가 있다.
- 아름다운 나라 / 이시카와 케이 감독
한때 일본에서 논란이 되어 꾸준히 말이 오고 갔던 ‘징병제’에 대한 스토리이다. 꽤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징병제를 홍보하는 포스터 시안이 거절당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룬다. 전쟁과 맞닿아 있는 상처를 삼대에 걸쳐서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언뜻 보기엔 회사원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지만, 곳곳에 과거, 현재의 전쟁역사가 묻어나온다. 마치 요즘 재난 문자 알림이 뜨는 것처럼 전쟁이 일상화된 곳에는 사이렌과 함께 미사일 발사 경보가 울리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노인 세대는 어쩌면 지나가 버린, ‘아름다웠을지도 모르는 나라’를 추억하며 이런 말을 한다. “젊은이들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나라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고.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이 그 책임은 이제 온전히 젊은 세대에게 쥐어지고, 방위성의 소름 돋는 문구와 함께 화면은 암전된다. 전쟁에 대한 역사가 있는 일본이 또다시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발생할 세대 간의 대물림되는 아픔을 잘 보여준다. 과거와는 또 다른 전쟁의 형태, 이를 대비하는 징병제라는 제도에 의해 고통받는 젊은 세대들과 그들을 또 잇게 되는 다음 세대들. 그들에 대한 우려와 모순적인 사회에 대한 반발이 잘 드러난다.
이렇게 <십년>은 인물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게 다루는 일본 작품답게 마냥 차가운 미래가 아닌, 따듯함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 많다. 유난히 인물을 줌인하고, 클로즈업 샷들이 많은 것 또한 현재의 우리들과 맞닿아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곧 다가올 미래,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지는 물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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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초콜릿을 한입 문 것 처럼 행복한 기분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 남녀가 우연히 만나 호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 때문이거나, 혹은 작은 사고가 생기거나 하는 사소하거나 혹은 크나큰 오해와 위기를 맞이하지만, 결국은 마침내 사랑을 확인하는 것.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 라는 한 문장의 자음과 모음 사이에 수 많은 생활의 고단함이 묻어 있는 것을 아는 나이지만, 그래도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슬픈 로맨스나 쿨하게 열린 결말보다는 꽉닫힌 해피엔딩이 좋다. 달콤한 초콜릿을 입안 가득 만족스럽게 먹은 것 처럼 행복해지는 기분.
주기적으로 이 행복함을 채워주는 것은 ‘노팅힐’이다. 런던 노팅 힐이라는 마을에서 작은 여행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이혼남 ‘윌리엄 태커’ 어느 날 세계적인 스타 ’애나 스콧’이 다녀간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이 엄청난 일에 당황하던 그는 주스를 사러 다녀오다가 그녀와 다시 한번 마주치는데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그녀에게 쏟고 만다. 그리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16.5m앞에 있는 파란 대문의 자신의 집으로 안내하는데,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떠나기 전에 갑작스럽게 그에게 키스를 하고, 그는 이 일을 내내 떠올린다. 며칠 뒤 애나는 윌리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와달라고 하고, 윌리엄은 ‘승마와 애견’의 기자인것처럼 인터뷰를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며 호감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날 밤 여동생 생일파티에 참석하는데, 윌리엄의 친구들과 평범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파티 이후 둘은 더욱 가까워지고 공원도 함께 산책하고 데이트를 하고 호텔에 올라가게 되는데 미국인 남자친구가 와 있다. 룸서비스직원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숨기도 돌아오는 윌리엄.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녀를 잊지 못하는 윌리엄.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애너의 누드사진이 공개되고, 애너가 윌리엄을 찾아온다. 그리고 가난했던 무명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애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윌리엄을 찾아왔다는데, 윌리엄은 그녀를 배려하며 자신의 집에서 지내자고 한다. 하지만 윌리엄의 룸메이트 스파이크의 실수로 애너의 위치가 알려지고 기자들이 몰려든다. 애너는 배신감에 화를 내고 윌리엄을 떠나 버린다.시간은 흐르고, 애너와 윌리엄은 오해가 쌓이고, 설레는 감정이 서로에게 닿을 듯 닿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애너의 기자회견, 윌리엄은 다시 한번 기자인척 그녀에게 질문을 가장한 사랑고백을 하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둘은 한 기자가 던진 ‘영국에 얼마나 더 머무를 예정인가요?’ 라는 질문에 ‘영원히’ 라고 답한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열애설의 현장으로 바뀌고, 둘은 마침내 결혼하고, 몇 개월뒤 공원벤치에서 임신하여 윌리엄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애너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결말.
슈퍼스타와 서점직원이라는 서로 다른 상황에 갈라지고 멀어지지만, 소년 앞에 사랑을 구하는 소녀일 뿐이라는 애너의 고백처럼, 그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이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윌리엄이 처음 애너를 만났던 날 했던 말처럼 ‘비현실적인지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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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 세상 둘도 없는 신박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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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솔직리뷰(*스포없음)ㅣ무브투헤븐
?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영상(*스포없음)
- 솔직한 한줄평: 스위트홈보다 낫다야, 진작에 좀 이렇게 만들지- "무브투헤븐" 정보
장르: 드라마
공개일: 2021년 5월 14일
러닝 타임: 시즌 1 (총 10화, 505분)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채널: 넷플릭스
제작: 김미나, 정재연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원작: 김새별, 전애원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외
시청 등급: 영등위 18세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시놉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원작으로 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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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