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8 14:19:33
10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베놈: 라스트 댄스> 시리즈 최저 오프닝 스토어 기록

<베놈: 라스트 댄스>가 국내 개봉 첫 주 약 79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시리즈 최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에 개봉한 시리즈의 1편인 <베놈>은 첫 주 누적 관객 수 약 209만 명을 기록했으며, 2021년 개봉작인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첫 주에 약 109만 명을 동원한 바 있습니다.

북미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존에 6,500만 달러로 예상되었던 수치를 훨씬 밑도는 약 5,10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편의 8,000만 달러와 2편의 팬데믹 당시 9,000만 달러의 기록에도 크게 뒤처집니다. 소니 측은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가 관객의 발길을 집에 머물게 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처: Variety)

이러한 부진에도 <베놈: 라스트 댄스>는 64개 시장에서 53,70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며, 중국에서는 4,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가장 큰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이는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이후 중국에서 개봉한 슈퍼히어로 영화 중 가장 큰 오프닝이며 멕시코(730만 달러), 한국(580만 달러), 영국(570만 달러), 인도(470만 달러) 등 많은 나라에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한편, 여전히 순위권에 안착해 있는 <와일드 로봇>은 79개 시장에서 1,750만 달러를 추가해 해외에서 총 1억 2,09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2억 3,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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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끔찍한 연애
이토록 끔찍한 연애
넷플릭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정서가 불안정한 여자의 연애를 소재로 한 로맨틱 코메디다. 하지만 다른 많은 할리퀸 로맨스처럼 상처가 많고 정서불안인 여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 행복해 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주인공이자 ‘미친 전여친’ 장본인인 레베카는 다른 로맨틱 코메디의 여주인공들처럼 사랑스럽거나 공감이 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드라마를 보다가 '레베카가 내 친구면?'이란 질문을 받는다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레베카가 정말 문자 그대로 미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첫 사랑을 우연히 만나 그것이 운명이라 믿고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버리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여자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갖은 노력을 다 한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 뒤에도 평화롭고 일상적인 연애는 불가능 하다. 자기파괴적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이미 혼자 머릿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백년해로까지 한 상태다. 그냥 평범하게 '정상적'으로 행동할 순 없는거냐는 의문이 들면서, 이런 생각이 함께 떠오른다. '정상이 뭔데?'
인간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가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모두 사실은 어느 정도 미쳐 있다. 거기다 좋든 싫든 서로 섞여 살면서 매일 남의 못 볼꼴을 봐야 인간 사회에 나오면 다들 증세가 더 심해 진다. 매일 남들의 미친 짓을 코앞에서 강제로 구경해야 하고, 나도 남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은연 중 매일이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일상의 연속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연애 관계는, 이미 각자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성장한 사람들이 1:1로 만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관계다. 자연히 더럽고 치사한 꼴을 다른 관계보다 몇 배로 더 많이 볼 수 밖에 없다. 더 인간적이고 솔직해야 유지할 수 있는 관계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좀 더 미친 사람이 된다.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인간 관계는 가장 가까운 관계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부 미쳤다고 해서 우리가 맺는 관계가 다 가짜인 건 아니란 점이다.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상처를 주고 받는지,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각자의 상처는 이미 받은 것이고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인간들이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의 생채기를 멈추겠다고 모든 문을 닫고 그 어떤 인간과도 교류하지 않을 순 없다. 그것은 또다른 방식의 미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일 뿐이다.
인간은 애석하게도 사회적 동물이라 어떤 형식으로든 타인과 상호 작용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누군가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각자 결정해야만 한다. 아무리 더럽고 치사해도 인간에게 관계란 생존의 문제니까.
이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레베카에게 진절머리가 나게 되는 이유는, 그녀가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모습을 스크린 속에서 여과없이 재연하는 캐릭터기 때문이다. 평소에 내가 정상적인 척, 감정 기복이 없는 척, 이성적인 것처럼 간신히 연기하며 살아 가다가 내가 애써 감춰 놓은 그 모습을 누군가 격렬하게 표출하는 걸 지켜보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레베카를 욕하고 그녀를 향해 탄식하면서도 계속 그녀를 지켜 보게 되는 건 그녀의 대처와 반응이 궁금해서다. 우리도 그렇게 애정을 구걸하고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자기중심적 태도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자주). 레베카도 딱히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례 연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 본 콘텐츠는 브런치 Good night and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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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홀로서는 것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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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1이 1995년에 나온 이래, 2019년까지 네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1995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벌써 20대 중후반이다. 우디의 첫 주인인 앤디도 이제 서른이 넘었겠다.
내가 없는 사이 움직이고 말하는 장난감들이라.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법한 이야기이고, 픽사는 이를 구현했다.
심리학 네임드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전조작기(2~7세, 앤디, 보니 또래)에는 아이들에게 상징적 기능이 발달한다.
물활론적 사고가 대표적이다. 인형도 살아있고, 장난감도 살아있고, 지나가는 강아지 고양이도 다 자기 말을 알아듣고,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그러는 줄 안다.
나도 고만할 때, 인형들을 동원해서 뭔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필통 속 연필들을 가지고 밤새 떠들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병아리 인형의 머리에 짐을 올려두고 일을 시켜먹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나기도 한다.
토이스토리4가 개봉된 지 2년이 지났다. 어떠한 OTT에도 올라오지 않더니, 디즈니플러스가 달콤한 자본의 맛을 보여주었다.
앤디에게서 보니에게로 간 우디와 친구들. 보니는 앤디와는 다른 아이이고, 우디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한때 우디는 장난감들을 통솔하는 장난감대통령이었다면, 이제는 벽장 신세를 면치 못한다.보니는 드디어 유치원을 다니게 되는데, 유치원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가지 못한다.
우디는 그런 보니가 영 걱정이다. 보니가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서. 우디는 나름대로 아이들에 대한 통찰, 말하자면 짬이 있기 때문에 보니가 유치원 생활을 힘들어할 거란 걸 안다. 따라가겠다고 하자 다른 인형들은 우디를 말린다. 말리는 정도가 아니라, 다시 벽장에 집어 넣어버린다.
하지만 우리의 용감한 카우보이 우디는 보니의 가방 속으로 숨는다. 아니나 다를까 보니는 유치원 첫 시간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고, 심술궂은 남자애가 보니의 미술도구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우디는 보니의 가방에서 몰래 빠져나와 미술도구들을 제자리에 둔다. 보니는 그날, 처음으로 스스로 장난감을 만든다. 포크를 재활용해서 만들었으니 이름은 포키. 모양새는 엉성하지만 보니는 포키와 사랑에 빠진다. 아마 자기가 만들었기 때문일 거다.
우디에게는 관심도 없고 포키만 끌어안고 사는 보니이지만, 우디는 포키가 도망가지 않도록 포키를 지킨다.
왜일까? 주인에 대한 충성심? 우디의 행동이 과해 보일 수도 있다. 인간에게 지나치게 개입하는 장면들은 누군가에게는 선을 넘는 행동일지도.
중반부에 우디는 그것을 '의리'라고 부른다.
주인과의 의리, 장난감친구들과의 의리.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우디에게 주어진 일관된 사명은 의리였다.
1편에서 앤디가 버즈를 갖게 되자 우디를 거들떠보지 않을 때, 버즈를 질투하여 창밖으로 밀어버리지만 버즈를 구해내면서 우디의 의리는 쭉 이어져왔다.
2편에서는 장난감들이 수집가의 손에 넘어갈 뻔한 우디를 지킨다.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견고해진다.
3편에서는 앤디가 대학에 가면서 장난감들을 보니에게 넘겨준다. 장난감나라가 새로운 세계로 개편됨으로써 그들은 다시 한번 자기들의 우정을 다짐한다.
다시 토이스토리4로 돌아가보자. 포키는 자꾸 쓰레기통을 찾아 도망친다. 출신이 쓰레기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집에서는 집 안에 있는 쓰레기통에 처박히니 금세 찾아내지만, 보니 가족이 캠핑카 여행을 떠났을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어디든 쓰레기통만 보이면 들어가려는 포키와 기어코 찾아내는 우디.
우디는 한 골동품상점에서 옛 친구 보핍의 스탠드를 발견한다. 보핍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들어간 골동품상점은 장난감들의 지옥이다.
무시무시한 개비개비와 마네킹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소리장치가 고장나 아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개비개비의 앞에 소리가 멀쩡히 잘 나는 우디가 제 발로 기어들어오다니.
그들은 우디에게 소리장치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지만 우디는 거부한다. 그래서 결국 포키 인질극이 시작된다.
우디는 포키를 찾으려다 놀이공원에서 보핍과 마주한다.
보핍은 예전의 그 공주가 아니다. 치마 대신 활동적인 바지를 입고, 청설모로 분장한 자동차를 험하게 몰고, 주인 없이 스스로 삶을 이끌어나간다. 우디는 보핍의 도움을 받아 골동품상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선택되지 못한 수많은 장난감들도 만난다.
듀크 카붐이 대표적이다. 과대광고에 속아 듀크 카붐이라는 오토바이 타는 장난감을 샀지만 장난감이 어찌 광고와 같겠는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듀크 카붐에 실망한 주인 '장'은 장난감을 버린다.
포키를 구하기 위한 우여곡절 가운데, 버즈는 우디를 구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가 놀이공원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더키와 버니를 만난다. 개비개비처럼 한 번도 주인을 갖지 못한 인형들이다.
보핍, 버즈, 우디, 더키와 버니가 힘을 합쳐 포키를 구하려고 했지만 골동품상점에서 키우는 고양이 때문에 실패했을 때, 모두가 포기하기로 했지만 우디는 다시 포키를 구하러 간다. 그리고 결국 자기의 소리장치를 개비개비에게 내어준다.
'내 이름은 개비개비야. 사랑해'라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개비개비가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는 어떤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삶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픽사는 <소울>에서도 반복한다.
우디는 절망한 개비개비를 데리고 보니에게로 간다. 그러다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은 여자아이를 보게 되는데, 개비개비는 그 아이의 공포와 외로움에 공감하면서 그 아이에게로 간다. 아이에게 개비개비는 같이 길잃은 자가 되어 준다.
보핍의 진두지휘로 보니네 차와 만나기로 한 회전목마까지 왔을 때, 듀크 카붐은 난생 처음으로 장거리 날아오르기를 성공하면서 "장을 위하여!"라는 멋진 말을 남긴다.
모든 임무를 완성한 우디. 이제 보니네 차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우디는 돌아가는 대신 보핍과 주인 없이 스스로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이제 친구들과 작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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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에 출연하는 장난감들은 모두 성장한다.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우디가 다른 장난감들과 우정을 쌓고, 같이 모험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바뀐다.
그러는 동안 어린이였던 앤디는 대학생이 되고, 앤디는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줄 줄 알 만큼 성장한다.
우디도 앤디 없이 못살 것 같았지만, 앤디가 떠날 때 잘 가, 나의 파트너라며 앤디를 보내줄 줄도 안다.
4편에서 가장 돋보였던 캐릭터는 보핍이 아닐까 싶다. 드레스를 입은 예쁜 바비인형이 아닌,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다만 아쉬웠던 건 보핍과 우디, 포키 외 다른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점이겠다.
우디는 성장하여 더 큰 세상으로 떠났다. 온종일 주인 걱정만 하는 장난감이 아니라, 이제 장난감의 생을 제대로 살아볼 참이다.
우디와 버즈, 그 친구들이라는 세계관을 깨버렸다고 괜히 봤다는 리뷰를 몇 개 보았는데, 우디도 떠날 때가 되었고 우리도 우디를 놓아줄 때가 되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홀로서는 것이다.
개비개비의 끈질긴 집착으로부터, 듀크 카붐의 트라우마로부터, 우디의 주인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나에게 당연한 것들로부터 독립해야만 한다.
아이는 자라 부모를 떠나고, 부모도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 친구들은 자기 알아서들 잘 살고, 각자가 내던져진 세상에서 자기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꽤 괜찮은 삶이 아닐까.
나는 토이스토리를 볼 때마다 결국 울어버린다. 그리고 올가을에 나를 울게 했던 책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안정을 추구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성장하지 못했다. 독에 갇힌 나무처럼 가지를 마음껏 뻗어나갈 수가 없었다. 고립되었다." (<밝은 밤>, 최은영, 문학동네, 2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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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우마가 나를 괴롭힐 때
정소영 감독의 단편영화 「달이 기울면」 의 텍스트 분석을 하기에 앞서 먼저 트라우마(trauma)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트라우마에 의거한 불안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란 일반적인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트라우마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많기에 이러한 이미지는 장기 기억되어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머리속에 이미지가 떠오르며 불안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영화에서 가장 독특하게 느껴지는 기울어진 집은 주인공 ‘재아’의 트라우마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기울어진 형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정성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트라우마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불쑥 튀어나와 정신을 잠식한다. 그래서 주인공 ‘재아’ 또한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외부적 요인인 지진으로 인해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오르게 되자 기절하는 등의 장면이 나온 이유가 그러하다.
영화는 기울어진 형태를 주된 이미지로 잡았다. 그래서 영화 속 주된 공간적 배경인 집 자체가 기울어져 표현되는데, 기울어진 집안이 주는 이미지는 관객들에게 불쾌한 기분을 야기한다. 가장 안락해야할 공간이 기울어졌다는 것은 주인공의 삶이 밸런스가 무너지고 극심한 혼란 상태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는 트라우마를 형상화시켰을 뿐만아니라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기울어진 집에서 제사를 지내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집이 더이상 안락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불안정한 공간으로 설정되어 관객들은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진다. 즉 낯익은 낯설음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는 주인공. ‘재아’가 기울어진 집에서 부모님 제사를 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되고 난 뒤 이웃 아주머니가 전해주는 과일을 받기 위해 어그러져 열리지 않는 문짝 대신 문 옆에 난 조그만 통로를 통해 물건을 주고 받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우려와 자신은 이 기울어진 동네를 벗어난다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이제 기울어진 동네에 남아있는 사람은 주인공인 ‘재아’ 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재아’는 제사를 위해 촛대를 세우거나 사과를 올려 놓지만 기울어진 집 때문에 물건들이 구르거나 제대로 안착되지 못한다. 화나고 짜증나지만 이 곳을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 소식을 알 수 있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방사능 비, 홀로 사는 여대생을 노린 성폭행 범죄의 증가와 같은 안 좋은 소식들 뿐이다. 그리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인 전화기에서는 돈을 재촉하는 오빠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제사를 준비 하던 중 ‘재아’에게 친오빠가 찾아온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오빠가 찾아오는 씬(Scene)의 분위기가 매우 공포스럽게 그려진다. 마치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처럼 말이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특징인 어두운 밤, 비가 거세게 내리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버려진 동네에 추적추적 발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어보려고 하는 데 문은 굳게 잠겨있기에 집을 돌아 창문으로 다가간다. 창문 밖으로 비치는 사람의 모습은 ‘재아’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안겨준다.
그래서 재아는 칼을 들고 창문을 억지로 여는 사람을 찌른다. 그러나 그가 오빠인 것을 깨닫고 안심하게 되는데 이 부분만을 보자면 영화는 스릴러장르로 보인다. 그러나 미스테리(Mystery)한 인물은 ‘재아’의 친오빠로, 같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이는 맥커핀(Macguffin)으로, 맥커핀(Macguffin)이란 속임수, 미끼라는 뜻으로 영화에서는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고안한 극적 장치를 말한다.
극의 초반부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버리는 일종의 ‘헛다리짚기’ 장치를 말한다.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배반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동일화와 긴장감 유지이다. 주목을 받는 대상을 맥거핀(Macguffin)으로 사용해 관객들의 김을 빼놓는다. 관객은 스스로의 믿음과 판단력이 조롱당했음을 깨닫게 되지만 이 때문에 불쾌함을 느끼기보다는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된다. 무의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가치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는 무지와 오해로 인한 아이러니한 세계를 형성한다. 히치콕은 헛다리짚기를 통해 동일화의 허구성을 체험하도록 만들었지만, 히치콕 이후의 감독들은 극적 재미를 위한 트릭으로 맥거핀(Macguffin)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감독은 ‘재아’의 자살기도, 친오빠의 등장을 맥거핀(Macguffin)으로 그려내어 영화의 재미를 높였다.
기울어진 공간에서 친오빠의 등장은 ‘재아’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처럼 비춰준다. 그러나 친오빠와 같이 제사 준비를 해도 기울어진 공간에서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과일들은 제대로 그릇에 위치하지도 못하고 선풍기 또한 기울어진 곳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아 사용할 때마다 수평을 맞추어야 작동이 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평을 맞추어야 한다.
이 장면은 불안정한 사람이 제대로 사회에서 작동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수평을 맞추어야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울어진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형상화하며 바깥세상 즉, 사회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마음을 수평으로 맞추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야 제 기능을 하며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기울어진 공간에서는 억지로 수평을 맞추지 않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억지로 수평을 맞추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빠는 왼발은 의족을 차고 있고 오른발에 소리가 나는 발찌를 차고 있다. 이는 오빠에게는 족쇄이자, 재아에게는 트라우마의 청각화다. 오빠가 장애를 가지게 된 이유는 ‘재아’의 욕심 때문이다. ‘재아’는 어릴 적 서랍장 위에 있는 과자를 가져가기 위해 지진이 나는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오빠는 그런 ‘재아’를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서랍장이 친오빠를 덮쳐 왼쪽발이 절단된 것이다.
오빠가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재아’의 트라우마를 야기한다. 그리고 오빠에게 발찌는 족쇄이다. 집을 떠나온 뒤 3년 동안 자신이 가진 핸디캡을 딛고 살아보려고 했지만 의족을 착용한 오빠에게 던져지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 나름대로 막노동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지내왔지만 생활의 궁핍함과 차가운 사회의 시선은 쉬이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막노동 현장에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오빠는 자신의 족쇄를 끊어내지 못하고 잠식된 모습을 그린다.
「달이 기울면」에는 동굴이 등장한다. 오빠가 제사를 준비하다가 물건이 제대로 안 세워지고 굴러 떨어지는 이 공간이 지긋지긋하여 땅을 파고 동굴을 발견한다. 동굴 안에서는 빛이 새어 나오고 기울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동굴안에서 ‘재아’와 오빠는 제사를 지내려고 한다. 그리고 마치 어머니 자궁과 같은 안락함도 느껴진다. 이 공간 속에서는 두 인물간의 트라우마를 직접 입밖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지진이 발생하고 기울어진 집은 점차 수평이 맞춰지게 된다. 수평을 맞춰지는 집을 보면서 ‘재아’는 자신이 오빠의 발을 다치게 한 사건이 떠오르고 재아는 기절한다. 다음 날 아침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문이 부서지고 ‘재아’는 오빠의 유품을 받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죽음 충동과 연결 지어 텍스트를 분석해 볼 수 있다. 여자 주인공 ‘재아’와 오빠는 죽음 충동에 빠져있다. 죽음 충동이란 프로이트가 제창한 정신분석학 용어로 죽음으로 향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재아’가 자살기도를 하는 장면을 맥거핀으로 사용하면서 ‘재아’의 죽음충동을 그려내거나 오빠가 자신의 죽음을 동굴안에서 고백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기울어진 집 안에 구멍을 뚫어 동굴을 만들고 동굴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일방적인 공간(상징계)에서 동굴이라는 상상계의 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보여준다. 동굴은 죽음으로 가는 공간이다. 동굴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고 오빠가 자신의 죽음을 토로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크레딧에서 조그만 공간으로 빨려 가는듯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임상체험을 한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 환한 빛이 나오고 그 빛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진술을 영상화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시간으로서의 이미지란 공간 속에 과거, 미래, 현재가 혼용되어 있는 공간을 말하는데 불쾌한 공간의 고리를 끊고 싶은데 그 파편화된 이미지에서 과거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이는 동굴에서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다가 오빠가 자신의 죽음을 말하자 지진이 일어나고 파편화된 과거의 이미지를 통해 재아가 자신 때문에 오빠가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된 공간인 동굴은 시간으로서의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다. 즉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과거와 미래, 현재의 시간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단편 영화「달이 기울면」을 보고 나면 맥거핀, 죽음 충동, 시간으로서의 이미지등 다양한 이론들을 영화적으로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준 영화인 것 같다.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다소 무겁지만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수평만 유지할 수 는 없다. 한 쪽으로 기울수 도 있고 불안감에 빠져 자살을 기도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트라우마(trauma)를 통해 잠식되는 불안감이라는 어두운 감정을 기울어진 공간 속 ‘재아’라는 인물을 통해 잘 드러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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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연기를 선보이는 강아지 출연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정말 봄이 온 것만 같아 설레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여러분,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국제 강아지의 날'인데요, 매년 3월 23일에 반려견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 촉구 및 버려지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권장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랍니다.
영어로는 'National Puppy Day'라고 해요.
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강아지 사진을 찾아보는데요, 어쩜 그렇게 다들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불행하던 삶에 한순간에 행복해 지곤 해요. 그런데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다가 무책임하게 버려버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죠. 하지만 강아지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질렸다는 이유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생명을 내팽개치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런 뜻깊은 취지를 가진 '국제 강아지의 날'을 기념해 강아지가 출연한 영화 8편을 가져와 봤어요.
명연기를 선보이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모습에 함박웃음이 지어지다가도 가슴 찡한 장면에는 눈물이 주룩 흐르는! 감동적인 강아지 영화와 영화 속 명대사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베일리 어게인(2017)
A Dog's Purpose
ⓒ 네이버 영화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트립, 섀도우, 몰트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귀여운 소년 ‘이든’의 단짝 반려견 ‘베일리’는 행복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다시 시작된 견생 2회차, 아니 3회차?! 1등 경찰견 ‘엘리’에서 찰떡같이 마음을 알아주는 소울메이트 ‘티노’까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성별과 생김새, 직업(?)에 이름도 바뀌지만, 여전히 영혼만은 사랑 충만! 애교 충만! 주인바라기 ‘베일리’ 어느덧 견생 4회차, 방랑견이 되어 떠돌던 ‘베일리’는 마침내 자신이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 네이버 영화
So, in all my lives as a dog, here's what I've learned.
Have fun, obviously.
내가 개로 살면서 깨달은 건 이거야.
즐겁게 살아.
Don't get all sad faced about what happened andscrunchy-faced about what could.
Just be here now.
지나간 일로 슬픈 얼굴 하지 말고
다가올 일로 찌푸리지 마.그냥 현재를 살면 돼.
ⓒ 네이버 영화
Humans are complicated.
They do things dogs can't understand.
Like 'Leave.'
인간들은 복잡해.
그들은 개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잖아.
'이별하는 것' 같은.
마음이...(2017)
Hearty Paws...
ⓒ 네이버 영화
감독: 박은형, 봉수
출연: 달이, 유승호, 김향기 등
장르: 가족,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11살 나이답지 않게 듬직한 소년 찬이, 그리고 찬이의 6살 배기 떼쟁이 여동생 소이. 이렇게 두 오누이는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살고 있다. 어느날 찬이는 강아지를 갖고 싶어 떼 부리는 소이를 위해 생일 선물로 갓 태어난 강아지를 한 마리를 훔쳐온다. 소이는 엄마가 자기 마음을 알고 보내준 것 같다며 강아지 이름을 마음이라 짓는다. 그렇게 세 식구가 된 찬이, 소이, 마음이는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한때를 보내게 된다. 어느덧 1년이 지나고 이제 마음이는 찬이가 없을 때 소이를 친구처럼, 오빠처럼 돌볼 만큼 큰 늠름한 개가 된다. 그 해 겨울, 꽁꽁 언 강변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잊은 채 신나게 썰매를 타던 세(?) 남매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온다. 살얼음이 깨지면서 소이가 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이를 잃게된 찬이는 그 모든 것이 마음이 때문이라 생각하고 무섭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엄마도 떠나고 소이도 떠난 그 집이 싫어진 찬이. 소이의 유품인 분홍색 책가방을 챙겨 메고 찬이도 어디론가 떠난다. 홀로 남겨진 마음이는 찬이를 찾아 나서는데. 과연 마음이는 찬이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찬이는 마음이의 진심을 알게 될까?
ⓒ 네이버 영화
마음아 나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사실 나 너 훔쳐 왔다.
소이가 생일이었는데 강아지가 갖고 싶다잖아.
미안해, 너도 엄마 많이 보고 싶었을 텐데...
ⓒ 네이버 영화
이제 헤어지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 꼭 지켜줄게.
하치 이야기(2010)
Hachi: A Dog's Tale
ⓒ 네이버 영화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리차드 기어, 사라 로머, 조안 알렌 등
장르: 가족,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23년 12월, 아키다현 오오다테. 흰눈이 소담스레 내리는 어느 겨울날, 흰눈처럼 하얀 하치가 누렁이, 검둥이 형제들과 함께 태어난다. 아키다현청 토목 과장은 그중 하얀 강아지를 자신의 은사인 동경제대 농학부 교수 우에노 박사에게 보내기로 한다. 태어난지 한달, 세상에 눈뜨기도 전에 강아지는 동경으로의 낯선 여행을 시작한다. 동경 시부야에 우에노 교수 댁에 보내진 흰둥이. 하얀 색 털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강아지는 단번에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유독 애정을 느끼는 우에노 교수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서있는 이 강아지를 보고 八자라는 뜻의 '하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볕드는 마루에서 하치의 벼룩을 잡아주고, 첨벙첨벙 목욕도 함께 하는 우에노 교수님의 하치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서 부인이 질투할 정도다. 하치는 교수님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교수님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매일 시부야 역으로 출근하는 교수님을 배웅하고, 저녁에는 마중 나가며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도중 쓰러지신 교수님은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이를 모르는 하치는 매일같이 시부야 역에서 교수님을 기다린다. 한해, 두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우에노 교수를 기다리는 하치. 1935년 3월 8일, 눈내리는 시부야 역에서 긴 기다림 속에 하치도 영영 눈이 되어 버리는데.
ⓒ 네이버 영화
Hachi, my friend, Parker is never coming home.
But if Hachiko wants to wait, then Hachiko should wait.
You want to wait for him, don't you?
Have a lonv life, Hachi.
하치, 파커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더이상 기다릴 필요 없단다.
그렇지만 너가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리렴.
그를 기다리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오래오래 살려무나 하치야.
ⓒ 네이버 영화
They taught me the meaning of loyalty.
That you should never forget anyone that you loved.
And that's why Hachi will forever be my hero.
그들은 제게 충성심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하치는 영원한 저의 영웅입니다.
리틀 큐(2020)
Little Q
ⓒ 네이버 영화
감독: 나영창
출연: 임달화, 양영기, 나중겸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독특한 반점을 지닌 매력 덩어리 강아지 리틀 Q. Q는 진 씨 부부의 사랑과, 안내견 훈련사 ‘사이먼’의 세심한 훈련을 거쳐 까칠한 맹인 셰프 ‘리’에게 매칭된다. 실명으로 인해 성격이 예민해진 ‘리’는 여러 번 Q를 내쫓지만, Q는 충직하게 그의 곁에 머물며 그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러한 충성심에 힘입은 ‘리’는 이제는 반려견이 된 Q와 함께 디저트를 연구하며 세계를 누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리’는 병을 얻게 되고 둘은 이별을 직면하게 되는데..
ⓒ 네이버 영화
Dogs are color-blind, so they can see the world only in black and white.
That's probably because they left us all the beautiful colors.
개는 색맹이라서 흑백으로만 보인대.
그건 아마 우리에게 아름다운 색을 남겨주었기 때문일 거야.
ⓒ 네이버 영화
As Q gave me so many things,
I'll be with him no matter how much time has left for us.
Q는 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주었어.
그러니 Q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든 난 같이 있어줄 거야.
말리와 나(2020)
Marley&M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이빗 프랭클
출연: 오웬 윌슨, 제니퍼 애니스톤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가족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인생 Stage 1. 행복했던 그들에게 기상천외한 선물이 도착했다?!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니(제니퍼 애니스톤)와 그녀와는 정반대로 꿈을 좇으며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존(오웬 윌슨).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제니와 존은 뜨거운 열애 끝에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고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신혼의 달콤함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새로운 가족을 원하는 제니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데… 인생 Stage 2.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그래도 우리는 가족입니다! 하루 아침에 생긴 사랑스러운 가족, 강아지 ‘말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제니와 존. 하지만 가족이 늘어간다는 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말리 때문에 제니와 존은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자신들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말리’ 덕분에 점점 가족의 의미를 알게되는 존과 제니. 하지만 이들에게도 이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 네이버 영화
A dog doesn't care if you're rich or poor, educated of illiterate, clever or dull.
Give him your heart and he will give you his.
강아지는 당신이 돈이 많든 없든, 교육을 잘 받았든 못 받았든, 똑똑하든 멍청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저 당신의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그 아이도 당신을 사랑해 줄 거에요.
ⓒ 네이버 영화
Such short little lives our pets have to spend with us,
and they spend most of it waiting for us to come home each day.
강아지들의 생은 너무나 짧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그 대부분의 시간을 매일 우리가 집에 오길 기다리는 데 써 버려요.
벨과 세바스찬(2013)
Belle and Sebastian
ⓒ 네이버 영화
감독: 니콜라스 배니어
출연: 펠릭스 보쉬, 체키 카료, 디미트리 스토로지 등
장르: 모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알프스 언덕. 6살 꼬마 세바스찬은 할아버지와 함께 양떼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의 양떼가 습격을 당하고 마을 사람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은 옆 마을 양치기에게 쫓겨난 미친 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알프스 언덕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세바스찬은 떠돌이 개와 마주치게 되고 소문과 달리 선한 눈망울의 겁먹은 개에게 다가간다. 어른들 몰래 개를 돌보기 시작한 세바스찬은 ‘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은 어느새 세상 가장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냥총을 든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 앞에 벨의 존재가 들킬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 네이버 영화
Not because I'm young, but because they don't trust me.
내가 어려서가 아니라 나를 믿지 못해서겠지.
ⓒ 네이버 영화
I believe in you, Belle.
벨, 난 너를 믿어.
퀼(2010)
Quill: The Life of a Guide Dog
ⓒ 네이버 영화
감독: 최양일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시이나 깃페이, 카가와 테루유키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도쿄의 한 주택에서 리트리버 5마리가 태어난다. 그 중 옆구리에 새가 날개를 편 것 같은 이상한 얼룩이 눈에 띄는 한 마리가 있다. ‘새의 날개’라는 의미의 이름이 붙여진 강아지 ‘퀼’은 맹인 안내견으로 키워진다. 맹인 안내견 훈련센터에서 매번 낙오생으로 남는 퀼이지만, 그에게는 주인의 명령을 꼭 지키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이후 모든 훈련을 마친 퀼은 첫 파트너인 와타나베 미츠루를 만나게 된다. 이 고집 센 아저씨와 퀼은 점차 서로의 호흡을 맞춰 나가고, 함께 걸으며 행복을 느낄 때쯤 생각지 못한 이별이 찾아오는데...
ⓒ 씨네21
He was just a 'normal guide dog', but...
the best 'normal guide dog' ever.
정말 보통의 맹도견이지만...
최고의 보통 맹도견이었어.
에이트 빌로우(2004)
Eight Below
ⓒ 네이버 영화
감독: 프랭크 마샬
출연: 폴 워커, 브루스 그린우드, 문 블러드굿 등
장르: 모험, 드라마, 가족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미국인 지질학자 데이비스(브루스 그린우드)는 운석을 찾기 위해 남극의 탐사대원 제리 쉐퍼드(폴 워커), 그리고 8마리의 썰매개들과 남극탐사에 나선다. 잘 숙련된 8마리의 썰매개들 덕분에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데이비스와 제리는 썰매개들을 남겨두고 다른 탐사대원들과 부상치료를 위해 남극을 떠나게 된다. 꼭..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생존이 불가능한 땅,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은 제리의 약속을 기다리며 추위와 배고픔, 악천후 속에서…. 그렇게 175일이 지난다. 한편, 그들을 버려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제리는 자신의 일부였던 썰매개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 네이버 영화
I'll be back. I promise.
꼭 돌아올게. 약속해.
ⓒ 네이버 영화
These dogs are my family.
You can't just leave them out there.
이 개들은 제 가족이에요.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남은 일주일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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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아담>은 사라지고 드웨인 존슨만 남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원전 번성했던 고대 국가 칸다크는 현재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의 독재 국가로 전락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갱의 눈을 피해 고대 유물을 찾던 '아드리아나(세라 샤히)'는 5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 속의 구세주이자 챔피언인 '블랙 아담(드웨인 존슨)'을 우연히 깨우고 만다. 마법사 샤잠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괴력과 신체 능력, 마법을 다루는 블랙 아담은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인터갱 조직원들을 거침없이 사살하고, 아드리아나의 아들 '아몬(보디 사봉기)'을 포함해 영웅을 기다려 왔던 칸다크 국민들은 그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그가 신적인 능력을 악용할 것을 우려한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와 '호크맨(알디스 호지)'은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네오)',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델)'과 함께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를 결성해 칸다크로 향하고, 블랙 아담과의 한판 승부를 대비한다.
히어로 영화 첫 편의 핵심은 정체성 확립이다. 그(녀)가 히어로가 된 이유, 가지고 있는 능력,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과 마주한 숙명을 압축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데뷔작이 이 과제를 잘 수행해낼 경우 박쥐나 가슴팍의 S 문양, 방패, 망치, 슈트 등의 상징에는 한 히어로의 모든 정체성이 집약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새로운 마법사 히어로의 기원을 다룬 <블랙 아담>은 성공적인 상업 영화, 오락 영화, 킬링타임 영화일지는 몰라도 성공적인 히어로 영화는 아니다. 실제로 <블랙 아담>을 보고 나면 잭 스나이더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화려한 액션씬, 거대한 벽과도 같은 드웨인 존슨의 이미지, 그리고 속편을 기대케 하는 쿠키영상만이 뇌리에 남는다. 달리 말해 블랙 아담의 영웅성을 각인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 슬로 모션과 액션의 홍수, 신화적 이미지로 중무장한 비주얼을 빼면 <블랙 아담>은 수많은 히어로 영화 중 하나에 불과한, 무색무취한 작품에 불과하다.
블랙 아담의 정체성은 크게 세 가지다. 칸다크에 자유를 가져올 구세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안티히어로, 슈퍼맨에 비견되는 초인. 영화는 세 정체성을 블랙 아담과 다른 캐릭터 간의 상호 작용 속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칸다크의 메시아라는 정체성은 칸다크의 국민인 아드리아나와 아몬과의 관계, 그리고 블랙 아담의 가족사로 설명된다. 독특한 역사와 정치적 상황에 놓인 칸다크의 상황도 블랙 아담이 챔피언이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더해준다. 한편 안티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라는 히어로 팀과의 만남을 통해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지구를 위협할 초인으로서의 능력은 빌런인 사박을 비롯해 다양한 적들과의 액션씬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블랙 아담>은 세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우선 블랙 아담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가 한 국가의 영웅이라는 사실이다. 블랙 팬서가 와칸다의 수호자인 것처럼, 블랙 아담은 칸다크를 구원할 챔피언이다. 이 대목에서 블랙 아담의 캐릭터성은 두 가지 방면으로 풍부해질 수 있다. 우선 익숙한 구세주 내러티브를 역이용해 블랙 아담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확립하는 길이 있다. 블랙 아담은 여러모로 히브리족과 유대인을 구하고자 했던 모세나 예수와 닮아있지만, 동시에 결정적인 차이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칸다크가 지중해 연안 중동 국가처럼 묘사되는 것이나 블랙 아담이 노예 생활 중인 이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은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반면에 블랙 아담은 신과 모세, 성부와 성자 중 아들이 구원자가 되는 기존 신화적 내러티브를 따르지 않는다. 구원자가 되어야 하는 아들이 자기희생 하는 이야기를 답습하지 않는다. 대신 아버지-아들의 관계를 역전시킨다. 아들을 잃고 분노한 아버지가 복수를 위해 메시아가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영화의 쿠키 영상은 블랙 아담의 정체성을 더 강조한다. 외계인 아버지인 조엘과 지구인 아버지 조나단 켄트의 밑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난 슈퍼맨은 야훼와 요셉 밑에서 자란 예수의 DC 버전이나 다름없다. 영화는 그런 슈퍼맨과 블랙 아담을 대조하면서 DC 유니버스 내에 블랙 아담을 위한 자리를 확실히 마련하려 한다.
한편 정치적 맥락에서 블랙 아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길도 있다. 칸다크의 외관이나 위치, 묘사 등은 칸다크가 중동 국가들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근거가 된다. 칸다크를 지배하는 인터갱의 존재도 알카에다, 탈레반, ISIS 등 여러 테러 조직을 연상시킨다. 이 경우 칸다크의 자유는 단지 무장조직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현재 중동 지역의 여러 갈등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그리고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개입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독립을 약속했던 영국이 무책임하게 중동에서 철수했던 것처럼. 그렇기에 칸다크의 자유는 곧 서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한다. 미국 정부와 협력하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에게 칸다크 시민들이 야유하는 것, 그들이 칸다크 문제에 개입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것, 결국 칸다크 출신의 블랙 아담만이 빌런인 사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 모두 역사적, 정치적 메타포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은 무위에 그친다. 블랙 아담은 단순히 강력한 초인으로 거듭날 뿐, 그와 칸다크의 직접적 관계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가 현대 칸다크의 자유 지도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묘사할 때 설득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칸다크와 관련된 배경이나 상징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 예를 들어 자유를 상징하는 삼각형의 의미와 중요성이 분명하지 않다. 삼각형 표시 하나가 어떻게 오랜 기간 통치자에게 굴복하고 있던 칸다크 사람들을 즉각적으로 각성시킬 수 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헝거게임> 속 세 손가락 경례와 대조를 이룬다. 작중에서 그 의미가 반복적으로, 또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제시된 세 손가락 경계는 스크린 너머의 현실 세계에서도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감안하면 <블랙 아담>의 표현 방식은 피상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작중 인터갱의 위상 역시 명확하지 않다. 도로를 검문하는 모습 외에 그들의 강압적 통치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결과 인터갱에 저항하는 칸다크 시민들의 모습은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아크-톤 왕의 왕관을 노리는 구체적인 이유나 음모가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갱은 그저 주인공들의 보물찾기를 방해하는 전형적인 악역 집단에 불과해 보인다. 결국 인터갱과 대립하며, 자유의 상징인 블랙 아담의 존재감과 지위에도 악영향이 간다. 이 단점은 <블랙 팬서>와 비교할 때 더욱 눈에 띈다. <블랙 팬서>는 와칸다라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블랙 팬서와 킬몽거 간의 대립을 통해 미국 내 흑인의 정체성과 문화, 흑인에 대한 차별과 동포 의식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가상의 배경에서 현실적 메시지를 내포한다는 공통점에 비해 스토리텔링의 디테일이 아쉬운 지점이다.
칸다크 시민들을 대변하는 아몬의 행적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아몬은 블랙 아담과 현대 칸다크 간의 가교로서 블랙 아담이 칸다크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블랙 아담의 과거사를 제외하면 그들이 유달리 특별한 감정적 유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인이 이순신을 만나는 것처럼 아몬이 흥분했다는 점은 유추할 수 있으나, 칸다크에 대한 부실한 묘사는 그의 감정선을 온전히 전해주지 않는다. 그들의 직접적 상호작용이 드웨인 존슨의 반어적 유머로 점철되어 비교적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이유다. 또 아크-톤 왕의 왕관을 찾는 아드리아나의 당위나 동기가 제시되지 않다 보니 왕관을 매개로 블랙 아담과 얽힌 이후 이들의 행적은 적잖은 비중에 비해 개연성이 부족하며 어색하다. 그로 인해 챔피언으로서의 블랙 아담의 캐릭터성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의 대립을 통해 선 또는 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안티히어로 블랙 아담을 보여주려는 시도도 불완전하다. 히어로 영화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결국 수단과 목적 사이의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히어로는 대의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초월적 능력이라는 수단을 어디까지 활용할지,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윤리적, 도덕적 제한 없이 초월적인 힘을 써도 될지 고뇌한다. 이때 살인은 가장 상징적인 기준선이다. 즉 불살은 최소한의 선으로 히어로의 수단과 목적 모두를 정당화하는 최후의 기제로 여겨진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블랙 아담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히어로의 능력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으며 살인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정의라고 말한다. 반대로 블랙 아담은 강한 능력이 주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힘을 온전히 활용해 주어진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살인 행위를 옹호한다.
그러나 <블랙 아담>은 호크맨과 블랙 아담 충돌 같은 정의관의 차이를 드웨인 존슨 스타일의 비꼬는 유머 안에서 다소 가볍고 피상적으로 그려낸다. 그 결과 그들의 대립 그 자체가 갖는 무게감이나 상징성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없다. 칸다크의 자유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결과 블랙 아담이 마법사에게 받은 능력을 사용하는 정당성도 와닿지 않는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도 문제를 키운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도 이번에 처음 등장한 관계로 영화는 블랙 아담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벅찬 와중에 멤버 4인 간의 서사도 다루어야 한다. 호크맨과 닥터 페이트의 깊은 우정, 사이클론과 아톰 스매셔의 하이틴 로맨스 등이 삽입되면서 스토리라인은 더 복잡해진다. 그러니 블랙 아담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대립은 필요한 만큼의 비중과 분량을 받지 못하고, 추상 수준 역시 자연히 얕아진다.
닥터 페이트의 존재감이 주인공인 블랙 아담 이상으로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인물 간의 대립에서 근본적 의미가 느껴지지 않기에 갈등 구도에 무게감을 더하거나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캐릭터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정의관의 차이를 잠시나마 일단락하고 블랙 아담을 각성시킬 수 있는 닥터 페이트의 능력과 현자로서의 품격은 더욱 두드러진다. 동시에 슈퍼맨과의 대결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선악의 대결보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두 초인의 대결을 암시하는 듯한 표면적인 의미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 아담의 데뷔작이라는 면에서 이는 결코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결국 블랙 아담은 안티히어로로서의 정체성도 미처 확립하지 못한 채 강력한 초인이라는 이미지에 갇히고 만다.
결과적으로 블랙 아담의 정체성을 다른 인물들과의 접점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 노력은 성공에 다다르지 못했다. 상호작용이 작위적이거나, 설명이 부족하거나,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어내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괴력의 마법사라는, 드웨인 존슨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차용한 듯한 정체성만이 스크린을 지배한다. 달리 말해 화려한 액션만이 서로 다른 이야기에 비주얼적으로 통일성을 더하며 일관적인 톤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물론 이 매력 덕분에 <블랙 아담>이 나름 볼만한 상업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금 세계관을 살려보려는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초석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블랙 아담>의 의의는 관심의 불씨를 그저 유지하는 데에 국한되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화려한 출발 혹은 불안한 기초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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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4월의 마지막 주말도 잘 보내셨나요?5월의 첫 시작도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개봉 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3주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관객 수가 저번 주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주말 동안 (4월 29일~5월 1일) 관객 수 18만 7,14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7만 5,520명을 돌파하였습니다.저번 주와 동일하게 누적 관객 수가 약 30만 증가하였습니다.이번 주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하기 때문에 1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2.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NEW)▶ 가해자들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주말 동안 (4월 29일~5월 1일) 관객 수 15만 9,58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2만 8,43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의식불명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된 ‘건우’.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가해자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데…
3. <서울괴담> (NEW)▶ 10개의 현실에서 겪을 법한 괴담을 다루고 있는 작품 <서울괴담>.
연기파 배우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이돌까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주말 동안 (4월 29일~5월 1일) 관객 수 4만 2,80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91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어두운 터널을 홀로 지날 때의 두려움, 옆집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중고 가구에 얽힌 미스터리, 다른 사람을 향한 그릇된 질투.
복수, 저주, 욕망에서 시작된 죽음보다 더한 공포의 실체가 찾아온다!▶씨네픽의 이번 주 98회 예측 이벤트는 4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의 4월 29일, 4월 30일, 5월 1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5%, 여성 45%로 남성이 조금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네요!
연령대 별로는 20대와 30대가 똑같이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40대 초반 여성(157,882명)과 30대 초반 여성(162,976명)이었습니다.
또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29%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공기살인> (▼2)▶ <공기살인>은 저번 주말과 비교했을 때, 약 3만 명이 줄어들었는데요.
주말 동안 (4월 29일~5월 1일) 관객 수 3만 54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만 3,62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수퍼 소닉2> (-)▶ <수퍼 소닉2>는 4주째 박스오피스 순위 TOP 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저번 주와 동일하게 5위를 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29일~5월 1일) 관객 수 2만 8,12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8만 7,69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와 달리 <The Bad Guys> 차지했습니다.
주말 동안(4월 29일~5월 1일) <The Bad Guys>의 매출액은 $16,000,000 (한화 약 202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총 누적 매출액은 $44,000,000 (한화 약 555억)을 기록했습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4월 15일 ~ 2022년 4월 17일)1. <배드 가이즈> 1,600만 달러 (누적 4,400만 달러)2. <수퍼 소닉2> 1,135만 달러 (누적 1억 6,092만 달러)3.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830만 달러 (누적 7,955만 달러)4. <노스맨> 631만 달러 (누적 2,280만 달러)5.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554만 달러 (누적 3,549만 달러)...씨네픽의 4월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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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봄밤> 메인 예고편
시적으로 읽히며 더욱 빛나는 영화의 가치
Variety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봄밤] 메인 예고편 공개! 🥀 2025.07.09 개봉 • 제 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포럼 • 제 11회 스페인필마드리드국제영화제 – 경쟁 •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 제 50회 서울독립영화제 - 본선 장편경쟁 • 제 1회 서울작심영화제 • 제 13회 무주산골영화제 - '창' 경쟁(뉴비전상) • 제 21회 인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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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임> 예고편
1984년 불가리아 정부는 소수 민족을 탄압에 나선다.
세계 기록을 보유한 역도 챔피언 `나임 슐레이마늘루`는 호주에서의 전지훈련이 끝나 불가리아로
귀국하자마자 터키식 이름이 적힌 여권을 빼앗기고
불가리아식 `나음 슐레이마노프`가 적힌 새여권을 받게된다.
고민 끝에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탈해 터키로의 망명을 성공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불가리아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