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26 17:07:27
브루탈리스트 | 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는 건축가의 삶
<브루탈리스트>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사촌 '아틸라'(알레산드로 니볼라)의 집에서 지내며 미국 사회에 적응하려던 찰나, 그는 아틸라의 아내 '오드리'(에마 레어드)의 모함에 빠져 쫓겨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냉혹한 현실을 견뎌내던 라즐로. 그런 그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야심 찬 건축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
건축가로서 재기할 기회를 잡은 라즐로는 열성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빛의 경계를 넘나들며 브루탈리즘 양식이 돋보이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건물 설계안을 완성한다. 이에 더해 유럽에 있던 아내 '에르제벳'(펄리시티 존스)과 '조피아'(래피 캐시디)도 미국으로 건너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라즐로는 찬란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해리슨의 감시와 압박, 주변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라즐로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환상과 허상을 딛고 우뚝 서다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고,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여우주연상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으니까. 영화 내적으로는 근래 보기 드문 15분 간의 인터미션을 포함한 3시간 34분 51초짜리 장편 영화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키웠다.
영화 외적인 뉴스도 <브루탈리스트>를 향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주연 배우인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펠리시티 존스의 헝가리어 발음을 보정하는 데는 AI 음성 변조 기술을 사용됐고, 건축 도면 생성에도 AI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기술로 인해 촉발된 미국의 작가 조합 파업과 배우 조합 파업 여파가 남아있는 가운데 논쟁에 불을 붙이는 뉴스였다.
하지만 <브루탈리스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제목 그 자체였다. 215분의 러닝타임이 '브루탈리즘'이라는 과거의 건축 사조에 어떤 의미와 서사를 부여하고 쌓을지 의문이었으니까. <브루탈리스트>는 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한 건축가의 품위 있는 서사시를 통해 호기심을 완벽히 충족시켜 준다.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과 허상의 폐부를 찌르는 고전을 펼쳐 보이기 때문. 단지 약간의 과욕이 옥에 티일 따름이다.
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기
<브루탈리스트>는 프롤로그, 제1막, 인터미션, 제2막, 에필로그로 나뉘어 있다. 그중 프롤로그와 제1막 '도착의 수수께끼'는 라즐로가 미국에 정착하는 시기를 다룬다. 전반부는 이미지 두 개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이미지다. 뉴욕에 도착한 배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라즐로. 이때 카메라는 그의 시점에서, 아래에서 위로 자유의 여신상을 비춘다. 자연히 여신상은 거꾸로 뒤집혀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오프닝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직진의 이미지다. 라즐로는 버스를 타고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향한다. 이때 카메라는 버스 안에서 밖을 비추되, 버스 전면부로 보이는 풍경을 고정적으로 보여준다. 그 덕분에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와 움직임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둘을 합치면 제1막의 서사,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자는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들이 갈망하는 구원을 상징한다. 나치의 압제에 시달리다가 자유의 땅에서 새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눌러 담은 셈이다. 이 이미지는 여러 형태로 변형된다. 해리슨의 의뢰로 라즐로는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 설계를 맡는다. 이때 그는 유독 높이에 집착한다. 그에게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은 그 자체로 구원에 다가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처음 본 미국 하늘에서 자유의 여신을 만났듯이.
후자는 이민자의 진취성을 상징한다. 희망이 현실로 이뤄지려면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라즐로가 사촌에게 배신당한 후에도 기어코 건축가로서 재기한 것처럼. 이는 라즐로가 설계한 커뮤니티 센터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건물은 그의 수용소 생활을 상징하는 작은 방들 안에서 높은 천장을 올려다볼 때 하늘이 드러나는 구조가 핵심이다. 과거를 주춧돌 삼아 현재로 나아가고, 그 위에서 미래를 꿈꾸는 직진과 상승의 이미지로 가득한 셈이다.
인터미션이 만든 고전
이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에서 이룰 듯한 제1막의 감흥은 인터미션 직전에 정점에 달한다. 라즐로는 모두에게 잊혔던 자기 커리어와 명성을 되찾고, 자신을 신뢰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는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고, 유럽에서 떨어져 지내던 아내 에르제벳과 조카딸 조피아도 미국으로 데려올 연줄까지 갖춘다. 삶이 원래 궤도로 돌아와 비상하는 바로 그 순간 인터미션이 주어지기에 그의 감격과 환희는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다.
인터미션 동안 라즐로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주는 연출도 여운을 극대화한다. 이 사진은 아내와 조카딸의 이민 작업에 필요한 서류다. 라즐로의 아메리칸 드림을 완성할 가족이라는 마지막 조각인 셈이다. 그래서 인터미션은 감질난다. 거의 현실이 된 그의 아메리칸 드림이 보여줄 제2막이 궁금하니까. 이는 절반만 봐도 <브루탈리스트>를 고전으로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인물의 삶에 푹 빠지는 '시네마'다운 경험은 흔치 않기 때문.
다른 의미로도 인터미션은 인상적이다. 인터미션 덕분에 라즐로의 감정선은 제1막의 끝과 제2막의 시작에서 극명히 대조되며, 아메리칸 드림의 그림자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밝은 미래를 확신한 라즐로. 하지만 아내와 조카딸을 기차역에서 재회한 순간 그의 기대는 부서진다. 하체가 마비된 아내와 실어증에 걸린 조카딸은 그가 상상한 가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그가 애써 외면하던 현실이 가족의 모습으로 등장한 셈이다.
환상 뒤에 숨은 허상
제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은 라즐로가 목도한 현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구체화한다. 허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중성이다. 미국인은 이민자를 환영하는 듯하나, 그들이 주류 사회에 동화되지 않으면 차별한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라즐로가 겪는 고초가 방증이다. 일례로 커뮤니티 센터 내에 교회를 짓기로 합의한 후에도 지역 사회는 라즐로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의도를 불신한다.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의 횡포다. 라즐로와 해리슨의 관계 변화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라즐로가 해리슨보다 우위에 있다. 라즐로는 해리슨이 애걸한 끝에 그가 제안한 커뮤니티 센터 프로젝트를 수락한다. 하지만 건설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선의로 시작된 후원자와 수혜자 관계는 점진적으로 수직적인 위계 관계로 비틀린다. 그렇게 해리슨은 돈을 목줄 삼아 라즐로를 통제하려 한다.
왜곡된 관계는 다른 영역에서 갈등을 초래한다. 라즐로 가족은 해리슨 가족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한다. 라즐로는 만찬 자리에서 해리슨에게 구두닦이 취급을 당하고, '해리'(조 앨윈)는 조피아에게 추근거린다. 가치관도 충돌한다. 철로 사고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라즐로는 예술가로서 프로젝트를 강행하려 한다. 그에 반해 해리슨은 회사 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공사 현장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프로젝트를 중단한다.
환상 뒤에 숨은 허상은 건축적으로도 암시된다. 제1막에서는 빛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뇌가 중점이었다. 커뮤니티 센터에 교회를 설계할 때 라즐로는 햇빛을 어떻게 십자가 모양으로 다듬을지를 고심했다. 마치 아메리칸 드림의 빛을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에 제2막에서는 건물의 그림자 안에 깃든 추악함이 두드러진다. 공사가 재개된 후, 채석장 동굴 안 터널에서 해리슨은 술과 마약에 취한 라즐로를 강간한다. 그 이후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라즐로와 제1막 끝에서 환희에 찬 그를 비교하면 이보다 극적인 추락도 없다.
브루탈리즘이 마련한 구원의 길
아메리칸 드림의 이중성이 밝혀지는 과정을 쫓다 보면 제목 '브루탈리스트'의 의미도 서서히 분명해진다. 사전적으로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재건 과정에서 등장한 건축 사조를 뜻한다. 이전의 모더니즘이 추구하던 기능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적은 수의 창문과 기하학적 구조를 외장 없이 노출된 콘크리트 건축물로써 표현하는 양식이다.
극 중 라즐로는 브루탈리즘 양식의 특징을 구원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는 위양을 꾸미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특성을 솔직함의 미덕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는 재개된 커뮤니티 센터 건축에 열과 성을 다한다. 자신의 상처와 절망, 구원을 향한 희망, 그의 탈선과 집착까지도 숨기지 않은 채로. 아메리칸 드림의 '잔인함(brutal)'에 '브루탈리스트(brutalist)'답게 맞서는 셈이다.
실제로 제2막의 후반부는 솔직한 고백의 향연이다. 라즐로는 아내가 미국에 도착한 이후로 숨겨왔던 마약 투여 사실을 고백한다. 에르제벳은 해리슨이 라즐로에게 저지른 만행을 그의 가족과 사업 관계자들 앞에서 폭로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 앞에서도 솔직해진다. 환상과 허상을 모두 거두어 내고 현실만 직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피아가 이민 간 이스라엘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그들의 선택은 종교적으로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라즐로와 해리슨의 대비가 눈길을 끈다. 유대인이라서 배척받은 라즐로는 구원받지만, 해리슨을 비롯해 그를 배척한 이들은 구원받지 못했으니까. 라즐로는 자신의 건축물이 그랬듯이 신 앞에서 떳떳해졌다. 그 솔직함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릴 정도로 높아진 명예로 보답받았다.
반면에 독실한 개신교도라던 해리슨은 죄악을 숨기려다가 파멸했다. 그는 라즐로를 강간했다는 진실이 밝혀지자 커뮤니티 센터 교회의 그림자 속으로 실종된다. 그 순간 햇빛 대신 달빛으로 만들어진 역십자가는 그의 비극적 최후를 암시한다. 이 대조적인 결말에 다다르면 <브루탈리스트>를 호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자라는 보편성과 유대인 건축가라는 특수성의 접점을 이렇게까지 깊고 다층적으로 파고들기는 어려울 테니까.
시대의 반영 또는 과욕
다만 에필로그는 옥에 티다. 이민자 서사와 유대인 서사 사이에서 절묘하게 잡았던 균형을 잃어버리기 때문. 라즐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열린 본인 회고전에 조피아와 함께 참석한다. 그 자리에서 조피아는 라즐로의 건축세계를 설명하는 연설을 한다.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의 디자인은 라즐로가 지냈던 강제수용소를 재현한 것이고, 그의 건축 세계에서는 과정보다는 목적지가 중요했다고.
얼핏 듣기에는 조피아의 연설이 라즐로가 추구한 건축 세계의 핵심만 짚어주는 듯하다. 하지만 화자가 라즐로가 아닌 조피아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설의 뉘앙스가 미묘해진다. 극 중 조피아는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게 신의 사명이라고 믿는 강성 시오니스트로 묘사됐기 때문. 그녀의 신념은 라즐로와 에르제벳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으로의 이민을 강행할 정도로 굳건하다.
이 맥락에서 조피아의 연설은 다양한 종교적, 역사적, 예술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던 <브루탈리스트>의 이야기를 유대인 정체성과 시오니즘 이데올로기 안에 가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원을 원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시오니즘을 추구하는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에 라즐로가 아니라 조피아가 등장하기에 시오니즘 메시지는 더욱 강조된다.
물론 주인공을 유대인으로 설정한 이상 시대상을 반영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추구한 시오니즘이 2025년에도 끝나지 않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유발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에필로그는 <브루탈리스트>의 유일한 오점이 아닐까 싶다. 에필로그에서 욕심 한 숟갈만 덜어낼 수 있었다면 보편성까지 갖춘 명작이자 고전으로 기억되리라는 점에 두말할 여지가 없을 테니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유대인 이민자의 과거와 현재가 지어 올린 아메리칸 드림의 빛과 그림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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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이와 이경의 눈부신 성장 로맨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였다”
태생적인 갈색톤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로 놀림을 당해 온 평범한 고등학생 이경이 우연하게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안경이 부러지며 축구선수 수이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미안한 마음에 수이가 매일 같이 이경을 찾아 딸기우유를 건네며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묘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 나간다. 시간은 흘러 고3의 여름, 둘은 서로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수이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축구 선수의 꿈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이경은 평범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로 상경한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며 사랑을 지속하지만 조금씩 어긋나고 뒤틀리는 관계에 이별을 맞이한다.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수록된 동명 소설을 원작을 옮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은 수이와 이경이라는 두 여고생의 뜨거운 여름날에 시작된 반짝이는 청춘의 순간을 전한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된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과 뒤이어 따르는 성장이라는 주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관객들의 정서적 공감을 이끄는 형식으로 강렬하기보단 천천히 젖어드는 작은 떨림이 존재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정보만을 인식한 채 시사회에 간 거라 예상치 않은 퀴어(LGBT) 장르가 한국, 그것도 애니메이션 극장판으로 나왔다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앞서 언급한 잔잔한 여운이 남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인종, 성별과 관계없이 대중들의 공감을 일으킨다는 건 이미 해외의 여러 수작들로 증명된 바이고 특히 첫사랑은 늘 설렘과 두근거림을 상기시켜주지 않는가? 묘한 눈빛과 감정, 소소한 손길이 닿는 베스트셀러 바탕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러한 강점들을 잘 살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를 만큼 인물, 시골과 서울 등을 묘사한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발전된 그림체는 학창 시절부터 20대 초반을 지나치는 시간을 담은 빛바랜 사진첩처럼 추억을 선사하며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더욱 그럴싸하게 꾸며준다. 여기에 메인 테마곡 정우의 ‘그 여름’,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브론즈 with 미노이의 ‘HARU’ 등의 노래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두 사람의 상황과 이어지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섬세한 작화만큼이나 감성적 터치로 관객에게 여운을 남긴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은 그렇게 성장과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두 소녀의 풋풋한 감정을 시작으로 20대의 이별까지 그린다. 시종일관 담담한 기조는 격렬한 감정의 파고보다 한 방울로 시작된 호숫가의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평범했을지도 모르고, 혹자에게는 특별했을지도 모를 추억을 떠올려보라는 듯 말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연출과 누군가의 마음을 훔쳐본 듯한 스토리는 매력적이지만, 슬픔을 억누르고 상대방의 행복을 빌며 애써 웃음 짓는 이별의 순간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60분가량의 짧은 분량에서 후반부 이별을 맞이하는 두 사람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여 비싸진 티켓값에 관객이 선뜻 선택할지 의문이 남는다. 멋지게 표현된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으테니 말이다.
“열여덟 여름에 처음 만났다”
갈색 눈동자를 가진 평범한 학생 '이경' 여름의 햇살을 닮은 고교 축구선수 '수이' 열여덟 살의 여름,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 '이경'과 '수이'는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며 스무 살을 맞이한다. 대학에 진학한 '이경'과 달리 '수이'는 바로 사회에 뛰어들고, 낯선 행복과 사소한 오해 속에서 둘은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게 된다.
예고편│Trailer
원제: The Summer│감독: 한지원│원작: 최은영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
출연진: 윤아영, 송하림 외 多
장르: 애니메이션, 드라마, 멜로/로맨스│상영 시간: 61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2세 관람가
제작: (주)레드독컬처하우스│배급: 판씨네마(주)
평점: 평론가 7.0
개봉일: 2023년 6월 7일
한 줄 평 : 비로소 깨닫는 첫 사랑이 남긴 계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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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영화를 본 뒤 실 관람객의 전두광 캐릭터를 향한 분노로 '심박수 챌린지'까지 유행하고 있다는 <서울의 봄> 짜임새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에 관객 입소문을 타며 순항하고 있는데요.
주말에만 100만명을 넘기면서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범죄도시>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봄>은 올해 <범죄도시>를 이은 두번째 1000만 영화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서울의 봄>이 주말 관객 149만명을 넘어서면서 한동안 침체했던 한국 영화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출액 점유율은 79.1%를 기록했으며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 수 189만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서울의 봄>은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의 숨막히는 9시간을 그린 작품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나폴레옹>을뿌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추수감사절 닷새 연휴 기간동안 4천2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2위는 <나폴레옹>, 3위는 디즈니 설립 100주년 영화 <위시>가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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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주 최신 개봉영화!
11월의 시작으로
어느덧 위드코로나 시대가 왔네요!~
영화관의 부활을 시작하며
11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1월 1주 개봉영화 5편!
이터널스 Eternals , 2021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쓸 태초의 히어로 등장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히어로 군단 ‘이터널스’가 개봉을 합니다.
"이터널스"는 히어로 무비 그 이상의 거대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 역대급 규모의 볼거리와 액션을 선사할 예정인데요.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을 비롯해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글로벌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10인의 ‘이터널스’ 멤버로 등장한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MCU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앞으로 펼쳐질 MCU의 미래에 방향을 제시할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또한 마동석의 활약이 어느정도로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쓸 태초의 히어로!
첫번째 추천영화 "이터널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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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버그 SEBERG , 2019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FBI의 표적으로
영화 "세버그"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진 세버그가 시대의 폭력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작품입니다.
모두가 사랑했던 세기의 배우에서 FBI 음모의 희생양이 된 진 세버그,
이번 영화에서는 1960년대 FBI가 실제로 요주인물로 지정해 공작과 음모를 가했던 진 세버그의 삶을 생생히 옮겨졌습니다
진 세버그는 1960년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던 누벨바그의 아이콘이죠.
진 세버그 역에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해 과격 흑인인권단체 블랙팬더 리더 하킴 자말 역에는 안소니 마키,
당시 FBI 도감청 음성 전문가 잭 솔로몬 역에는 잭 오코넬이 분했고,
마가렛 퀄리, 재지 비츠, 빈스 본이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세버그가 1965년 미국으로 돌아와 겪었던 모든 사건들!
두번째 추천영화 "세버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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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X : 영혼의 구역 Demonic , 2021
닐 블롬캠프 감독의 6년만의 귀환
영화 '시그널 X: 영혼의 구역'은 연락이 두절되었던 엄마가 코마 상태로 발견되고,
최신 치료 기술을 통해 뇌에 직접 접속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디스트릭트 9'부터 '엘리시움', '채피'까지 공개하는 작품마다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던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개봉 소식을 알리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히 이번 영화는 이전에 선보이지 않은 스릴러 요소까지 갖춰,
SF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긴장과 스릴을 자아내기 위한 그의 노력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킬 예정입니다.
엄마의 치료를 위해 새로운 구역에 발을 들인 이후,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는 독창적인 세계관!
세번째 추천영화 "시그널X: 영혼의 구역"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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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Hab , CREAM , 2021
세계 유수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림"은 이별의 슬픔을 안은 도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살리기 위해서 가족사업 지원에 합류를 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없는 도라는 가짜 가족을 만들고, 그곳에서 옛 연인을 만나면서 가짜 가족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에는 가짜 남편 행세를 해준 남자 마르시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입니다.
"크림"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지만 특유의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사랑도 있고 웃음도 있지만 진중하고, 조금 심각하고, 매우 차분한 톤으로 절제되어 있죠.
그로인해 2021 파리국제영화제 5관왕, 2021 피렌체국제여성영화제 길다상(작품상) 등의
명예를 안은 작품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동유럽의 제시카 차스테인 비카 케레케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크림"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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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카우 First Cow , 2019
타임지 선정 그해 최고의 영화 TOP 10!
영화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기회의 땅 미국에서 유대인 쿠키와 중국인 킹 루가 만나 마을 젖소의 우유를 훔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46회 텔루라이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는데요
이후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전 세계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영화는
제86회 뉴욕비평가협회상(NYFCC) 작품상, 제92회 전미 비평가위원회상(NBR) 탑 10 영화상 수상 및
제55회 전미 비평가협회상(NSFC)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제14회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상(AWFJ)감독상, 각색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4회 수상 및 143회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켈리 라이카트만의 독창적인 서부극으로 1820년대 소외된 자들의 우정과 인생 이야기가 녹아있는데요
영화의 원작 소설 '더 하프 라이프'를 오랜 시간 각색을 거듭한 끝에
2019년 "퍼스트 카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퍼스트 카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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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척 그만하고 나 좀 고쳐줘요.
느껴야만 하는 합당한 감정이 왠지 좀처럼 터져 나오지 않고 몸속 어딘가 꼭 박혀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분명 어딘가 있는데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기분. 난 느끼지 못해도 내 몸 어딘가는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전달받은 곳은 고장이 나 삐그덕거린다. 발광하기도 하고 일부로 날 괴롭힌다. 그렇게 화가 나고 아픔을 느끼면 마음이 놓인다.
살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반복한다.
아내를 만나고 장인어른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계획적이고 완벽하게 산다. 그러나 자기가 빠져 있는 일이 아니면 게으르고 무심하다.
물이 새는 냉장고에도, 그리고 아내에게 마저도.
아내를 무심히 여기고 놓치고 살던 그는 아내가 떠나고도 마치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지낸다.
슬프지가 않다. 그렇지만 왠지 삐그덕 거린다. 어딘가에서 위급상황을 외친다. 매미나방이 심장을 갉아먹었다.
문제점을 찾기 위해 분해를 시작했다. 모든 걸 부수고 나면 조금 나아졌다. 전과 다른 충동적인 삶을 산다. 파멸, 파괴 그것만이 흥미롭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주는 관심. 조금 무심할 수도 있지 바쁘고 힘들면 그럴 수 있지.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날 아직도 뜨겁게 사랑한다는 관심. 그게 없이는 사랑이 아닌 걸까?
"전에 못 보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해요. 어쩌면 보긴 봤는데 무심하게 본 거겠죠."
오랫동안 아프던 마음이 사소한 위로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싹 낫는 일이 있다.
어떤 정신질환 약과 치료보다 강한 게 누군가 날 사랑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게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알면서도 미루고 놓친다. 꼭 잃고 나면 그제야 깨닫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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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 나이키에는 소니 바카로
8★/10★
17퍼센트. 1984년 나이키의 농구화 시장 점유율이다. 아디다스는 29퍼센트, 컨버스는 무려 54퍼센트였다. 한 마디로 그 당시 나이키는 농구화 시장에서 별 볼 일 없는 회사였다. 운동화/러닝화를 잘 만들 뿐인, 그저 그런 이미지의(‘쿨’하지 못한), 그닥 갖고 싶지는 않은 브랜드 말이다. ‘에어 조던’을 필두로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톱으로 꼽히는 오늘과는 사뭇 다른 위상이다.
모두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를 선택하기 이전의 이야기다. 영화 〈에어〉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나이키가 계약을 맺을 농구 선수를 모색하는 일을 담당하는 소니. 그는 재능 있는 선수를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하지만 몇 년째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의 소극적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나이키 구성원들은 자신이 농구화 업계 3위라는 사실이 ‘당연’하다. 톱 선수들은 영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나마 가능성 있는 선수에게도 과감히 투자하지 않는다. 적당한 선수 몇 명과 적당한 금액으로 계약을 맺는 일을 반복할 뿐이다. 나이키 농구 부서는 패배주의적 관성에 젖은 상태다.
마이클 조던 역시 나이키가 감당할 수 없는 유망주였다. 이번에도 조던은 자연스레 나이키의 계약 제안 대상에서 제외된다. 짜증이 나지만 불가피한 현실에 체념하려던 소니. 그러나 평범한 어느 날 저녁, 선수들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던 소니의 눈이 반짝인다. 그날 저녁 소니가 깨달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마이클 조던은 가능성 있는 유망주 정도의 선수가 아닌 차원이 다른 선수라는 점. 둘째, 업계 3위 나이키가 조던을 잡으려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다. 나이키는 조던과의 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이키와 조던은 모두 경쟁자를 허락하지 않는 압도적 위치에 올랐다. 〈에어〉는 도대체 어떻게 이 일이 가능했는지를 좇는다. 결말을 안다고 뻔한 영화라 단정 짓는 건 금물이다. 〈굿 윌 헌팅〉, 〈라스트 듀얼〉 등의 영화에서 합을 다져온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호흡은 여전하고, 벤 애플렉의 연출 역시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사건이 있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소니의 무모한 열정이 주변인들에게 조금씩 전염되어 끝내 조던과의 계약을 성사하는 과정은 짜릿함의 연속이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 끝내 성공하리라는 믿음, 틀을 부수는 과감한 혁신, 돈을 뛰어넘어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 동료들과의 팀워크. 조던을 향한 소니의 여정은 스포츠 그 자체다. 나이키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농구를 잘 몰라도 언더독이 승리를 쟁취하는 데서 오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를 넘어 매너리즘에 젖은 다양한 영역의 기획자, 도전자의 피를 들끓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나이키의 성공에 관한 영화이자, ‘에어 조던’의 탄생에 관한 영화이자, 스포츠와 똑 닮은 스포츠 마케팅에 관한 영화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가치를 증명해내야 하는 직장인에 관한 영화다. 〈에어〉가 어딘가에서 또 다른 기적을 꿈꾸는 모두에게 건강한 자극으로 다가갈 영화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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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스릴러를 펀하게. [넷플릭스]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이 후기에는 결말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합법적인 약을 마약처럼 활용하는 주인공 애나는 독특하고 처절한 방식으로 딸을 잃은 여자다. 부모님의 직업을 참관하는 미국의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그녀의 딸은 FBI 프로파일러인 아버지의 일터에 방문한다. 그 방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연쇄 살인마를 인터뷰하는데 딸을 데리고 간 것? 어쩌다 우연히 불운하게 딸과 연쇄 살인마가 한 공간에 갇히게 된 것? 하필 부모님 직장에 방문해야 하는 날이 연쇄 살인마를 인터뷰하는 날이었던 것? 핑계 댈 곳은 많지만, 주인공 애나는 딸을 잃은 슬픔을 그 누구에게도 전가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고, 슬퍼한다.
그래서였을까? 딸을 보냈던 그날, 내렸던 비에 트라우마가 생긴 애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밖으로 한 발도 딛지 못한다. 혹시 비를 맞게 되면 기절하기 일수. 그녀가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술과 약. 그리고 술과 약을 섞어 먹으며 딸의 환영을 보는 일.
그런 그녀를 견디지 못한 남편은 떠나고, 그의 슬픔을 동정하던 이웃들도 그녀의 파괴적인 행동에 동정 대신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애나의 앞집에 어린 여자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가 이사를 온다. 늘 자신을 돌보지 않던 애나는 앞집의 소녀를 보며 자신의 딸을 떠올리고 손놓았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앞집의 소녀에게 반한 애나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와 썸을 탄다고 느끼는 순간, 남자의 여자친구가 나타나고 애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남자의 애인은 될 수 없지만, 자신의 딸을 닮은 당돌한 소녀와는 잘 지내고 싶었던 애나. 소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자 하지만, 남자의 애인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틈틈이 소녀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애나는 소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막 전학 온 소녀를 위해서 쿠키를 사주는 일처럼 소녀에게 도움이 되는 일. 그런데 이 과정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럽다. 특히 애나와 함께 이웃 여자를 험담하는 장면은 어린아이라기엔 묘하게 이질적으로 보였다. 소녀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둘이 살아서 성숙한 걸까라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하지만 곧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라는 제목을 떠올리며, 이 아이는 곧 모두의 뒤통수를 치겠구나 싶은 깊은 의심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 드라마는 불안정한 정신의 애나의 시선을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평온한 일상도 불안하게 보여준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극의 진행. 그리고 그 예상처럼 애나는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술을 마신 상태에서. 그동안 이웃의 신임을 잃었던 애나의 말은 아무도 믿어 주지 않고, 살인을 당했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여전히 문자로 연락이 된다. 애나 역시 자기 자신을 의심할 정도.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애나가 술을 마시고 환각을 자주 보기 때문에 헛것을 본 건 아닐지 같이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애나의 의심은 사실이었고,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나타나게 된다.
아내의 죽음으로 수사를 받은 소녀의 아버지. 애나의 집 앞에서 몇 주가 지나도록 우체통을 고치고 있는 수상한 남자. 살해당한 여자의 숨겨진 애인이자 사업 파트너(사기). 그리고 술에 취하면 필름이 끊기는 애나 자신까지.
치밀하진 않지만, 인과관계는 확실하게 짜인 판의 범인은 애나였다. 애나가 아무리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고,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사람들은 애나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애나는 전화로만 상담하는 상담사가 있었는데, 그는 스스로를 의심하는 애나에게 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말해준다. 그의 말처럼 애나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애나가 또다시 앞집의 살인을 의심하게 된 날. 비 내리는 길로 뛰어든 애나는 소녀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기어서 앞집으로 향한다. 자신의 딸은 잃었지만, 앞집의 소녀만은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목격하게 된 것은 자신이 지키려 했던 소녀의 민낯. 아버지를 죽이고, 우편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남자 역시 찌르고, 애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 시도하는 소녀. 애나는 죽을힘을 다해서 소녀에게 대항하지만, 과할 정도로 소녀는 힘이 셌다.
사실 이 작품을 특별한 해석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극의 종반부에 닿으면 친절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준다. 소녀가 자신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의 애인과 아버지까지 살해한 과정. 모든 죄를 애나에게 덮어 씌우려고 한 상황까지 모두 알려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식상하지 않았던 이유는 30분 단위로 끊어지는 회차의 빠른 진행과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있었다. 특히 보통은 아이를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결말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수사물이나 스릴러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제목 때문에 소녀를 바로 의심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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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티저 예고편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자 애나(크리스틴 벨). 애나에겐 매일이 똑같다. 와인에 취해 하릴없이 창문 밖의 삶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볼 뿐. 그런 그녀의 삶에도 드디어 볕 들 날이 찾아오는 걸까? 길 건너편에 핫한 남자(톰 라일리)가 귀여운 딸과 함께 이사를 왔다. 그러나 애나의 희망은 잔혹한 살인 사건을 목격하면서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마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는 살인 사건. 애나는 과연 무엇을 목격한 걸까?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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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랜스포머 ONE> 2차 예고편
사이버트론 행성의 새로운 시작 트랜스포머 🤖, 롤 아웃! [트랜스포머 ONE] 2차 예고편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