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26 17:07:27
브루탈리스트 | 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는 건축가의 삶
<브루탈리스트>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사촌 '아틸라'(알레산드로 니볼라)의 집에서 지내며 미국 사회에 적응하려던 찰나, 그는 아틸라의 아내 '오드리'(에마 레어드)의 모함에 빠져 쫓겨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냉혹한 현실을 견뎌내던 라즐로. 그런 그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야심 찬 건축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
건축가로서 재기할 기회를 잡은 라즐로는 열성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빛의 경계를 넘나들며 브루탈리즘 양식이 돋보이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건물 설계안을 완성한다. 이에 더해 유럽에 있던 아내 '에르제벳'(펄리시티 존스)과 '조피아'(래피 캐시디)도 미국으로 건너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라즐로는 찬란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해리슨의 감시와 압박, 주변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라즐로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환상과 허상을 딛고 우뚝 서다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고,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여우주연상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으니까. 영화 내적으로는 근래 보기 드문 15분 간의 인터미션을 포함한 3시간 34분 51초짜리 장편 영화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키웠다.
영화 외적인 뉴스도 <브루탈리스트>를 향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주연 배우인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펠리시티 존스의 헝가리어 발음을 보정하는 데는 AI 음성 변조 기술을 사용됐고, 건축 도면 생성에도 AI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기술로 인해 촉발된 미국의 작가 조합 파업과 배우 조합 파업 여파가 남아있는 가운데 논쟁에 불을 붙이는 뉴스였다.
하지만 <브루탈리스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제목 그 자체였다. 215분의 러닝타임이 '브루탈리즘'이라는 과거의 건축 사조에 어떤 의미와 서사를 부여하고 쌓을지 의문이었으니까. <브루탈리스트>는 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한 건축가의 품위 있는 서사시를 통해 호기심을 완벽히 충족시켜 준다.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과 허상의 폐부를 찌르는 고전을 펼쳐 보이기 때문. 단지 약간의 과욕이 옥에 티일 따름이다.
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기
<브루탈리스트>는 프롤로그, 제1막, 인터미션, 제2막, 에필로그로 나뉘어 있다. 그중 프롤로그와 제1막 '도착의 수수께끼'는 라즐로가 미국에 정착하는 시기를 다룬다. 전반부는 이미지 두 개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이미지다. 뉴욕에 도착한 배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라즐로. 이때 카메라는 그의 시점에서, 아래에서 위로 자유의 여신상을 비춘다. 자연히 여신상은 거꾸로 뒤집혀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오프닝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직진의 이미지다. 라즐로는 버스를 타고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향한다. 이때 카메라는 버스 안에서 밖을 비추되, 버스 전면부로 보이는 풍경을 고정적으로 보여준다. 그 덕분에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와 움직임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둘을 합치면 제1막의 서사,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자는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들이 갈망하는 구원을 상징한다. 나치의 압제에 시달리다가 자유의 땅에서 새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눌러 담은 셈이다. 이 이미지는 여러 형태로 변형된다. 해리슨의 의뢰로 라즐로는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 설계를 맡는다. 이때 그는 유독 높이에 집착한다. 그에게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은 그 자체로 구원에 다가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처음 본 미국 하늘에서 자유의 여신을 만났듯이.
후자는 이민자의 진취성을 상징한다. 희망이 현실로 이뤄지려면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라즐로가 사촌에게 배신당한 후에도 기어코 건축가로서 재기한 것처럼. 이는 라즐로가 설계한 커뮤니티 센터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건물은 그의 수용소 생활을 상징하는 작은 방들 안에서 높은 천장을 올려다볼 때 하늘이 드러나는 구조가 핵심이다. 과거를 주춧돌 삼아 현재로 나아가고, 그 위에서 미래를 꿈꾸는 직진과 상승의 이미지로 가득한 셈이다.
인터미션이 만든 고전
이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에서 이룰 듯한 제1막의 감흥은 인터미션 직전에 정점에 달한다. 라즐로는 모두에게 잊혔던 자기 커리어와 명성을 되찾고, 자신을 신뢰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는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고, 유럽에서 떨어져 지내던 아내 에르제벳과 조카딸 조피아도 미국으로 데려올 연줄까지 갖춘다. 삶이 원래 궤도로 돌아와 비상하는 바로 그 순간 인터미션이 주어지기에 그의 감격과 환희는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다.
인터미션 동안 라즐로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주는 연출도 여운을 극대화한다. 이 사진은 아내와 조카딸의 이민 작업에 필요한 서류다. 라즐로의 아메리칸 드림을 완성할 가족이라는 마지막 조각인 셈이다. 그래서 인터미션은 감질난다. 거의 현실이 된 그의 아메리칸 드림이 보여줄 제2막이 궁금하니까. 이는 절반만 봐도 <브루탈리스트>를 고전으로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인물의 삶에 푹 빠지는 '시네마'다운 경험은 흔치 않기 때문.
다른 의미로도 인터미션은 인상적이다. 인터미션 덕분에 라즐로의 감정선은 제1막의 끝과 제2막의 시작에서 극명히 대조되며, 아메리칸 드림의 그림자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밝은 미래를 확신한 라즐로. 하지만 아내와 조카딸을 기차역에서 재회한 순간 그의 기대는 부서진다. 하체가 마비된 아내와 실어증에 걸린 조카딸은 그가 상상한 가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그가 애써 외면하던 현실이 가족의 모습으로 등장한 셈이다.
환상 뒤에 숨은 허상
제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은 라즐로가 목도한 현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구체화한다. 허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중성이다. 미국인은 이민자를 환영하는 듯하나, 그들이 주류 사회에 동화되지 않으면 차별한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라즐로가 겪는 고초가 방증이다. 일례로 커뮤니티 센터 내에 교회를 짓기로 합의한 후에도 지역 사회는 라즐로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의도를 불신한다.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의 횡포다. 라즐로와 해리슨의 관계 변화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라즐로가 해리슨보다 우위에 있다. 라즐로는 해리슨이 애걸한 끝에 그가 제안한 커뮤니티 센터 프로젝트를 수락한다. 하지만 건설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선의로 시작된 후원자와 수혜자 관계는 점진적으로 수직적인 위계 관계로 비틀린다. 그렇게 해리슨은 돈을 목줄 삼아 라즐로를 통제하려 한다.
왜곡된 관계는 다른 영역에서 갈등을 초래한다. 라즐로 가족은 해리슨 가족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한다. 라즐로는 만찬 자리에서 해리슨에게 구두닦이 취급을 당하고, '해리'(조 앨윈)는 조피아에게 추근거린다. 가치관도 충돌한다. 철로 사고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라즐로는 예술가로서 프로젝트를 강행하려 한다. 그에 반해 해리슨은 회사 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공사 현장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프로젝트를 중단한다.
환상 뒤에 숨은 허상은 건축적으로도 암시된다. 제1막에서는 빛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뇌가 중점이었다. 커뮤니티 센터에 교회를 설계할 때 라즐로는 햇빛을 어떻게 십자가 모양으로 다듬을지를 고심했다. 마치 아메리칸 드림의 빛을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에 제2막에서는 건물의 그림자 안에 깃든 추악함이 두드러진다. 공사가 재개된 후, 채석장 동굴 안 터널에서 해리슨은 술과 마약에 취한 라즐로를 강간한다. 그 이후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라즐로와 제1막 끝에서 환희에 찬 그를 비교하면 이보다 극적인 추락도 없다.
브루탈리즘이 마련한 구원의 길
아메리칸 드림의 이중성이 밝혀지는 과정을 쫓다 보면 제목 '브루탈리스트'의 의미도 서서히 분명해진다. 사전적으로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재건 과정에서 등장한 건축 사조를 뜻한다. 이전의 모더니즘이 추구하던 기능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적은 수의 창문과 기하학적 구조를 외장 없이 노출된 콘크리트 건축물로써 표현하는 양식이다.
극 중 라즐로는 브루탈리즘 양식의 특징을 구원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는 위양을 꾸미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특성을 솔직함의 미덕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는 재개된 커뮤니티 센터 건축에 열과 성을 다한다. 자신의 상처와 절망, 구원을 향한 희망, 그의 탈선과 집착까지도 숨기지 않은 채로. 아메리칸 드림의 '잔인함(brutal)'에 '브루탈리스트(brutalist)'답게 맞서는 셈이다.
실제로 제2막의 후반부는 솔직한 고백의 향연이다. 라즐로는 아내가 미국에 도착한 이후로 숨겨왔던 마약 투여 사실을 고백한다. 에르제벳은 해리슨이 라즐로에게 저지른 만행을 그의 가족과 사업 관계자들 앞에서 폭로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 앞에서도 솔직해진다. 환상과 허상을 모두 거두어 내고 현실만 직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피아가 이민 간 이스라엘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그들의 선택은 종교적으로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라즐로와 해리슨의 대비가 눈길을 끈다. 유대인이라서 배척받은 라즐로는 구원받지만, 해리슨을 비롯해 그를 배척한 이들은 구원받지 못했으니까. 라즐로는 자신의 건축물이 그랬듯이 신 앞에서 떳떳해졌다. 그 솔직함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릴 정도로 높아진 명예로 보답받았다.
반면에 독실한 개신교도라던 해리슨은 죄악을 숨기려다가 파멸했다. 그는 라즐로를 강간했다는 진실이 밝혀지자 커뮤니티 센터 교회의 그림자 속으로 실종된다. 그 순간 햇빛 대신 달빛으로 만들어진 역십자가는 그의 비극적 최후를 암시한다. 이 대조적인 결말에 다다르면 <브루탈리스트>를 호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자라는 보편성과 유대인 건축가라는 특수성의 접점을 이렇게까지 깊고 다층적으로 파고들기는 어려울 테니까.
시대의 반영 또는 과욕
다만 에필로그는 옥에 티다. 이민자 서사와 유대인 서사 사이에서 절묘하게 잡았던 균형을 잃어버리기 때문. 라즐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열린 본인 회고전에 조피아와 함께 참석한다. 그 자리에서 조피아는 라즐로의 건축세계를 설명하는 연설을 한다.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의 디자인은 라즐로가 지냈던 강제수용소를 재현한 것이고, 그의 건축 세계에서는 과정보다는 목적지가 중요했다고.
얼핏 듣기에는 조피아의 연설이 라즐로가 추구한 건축 세계의 핵심만 짚어주는 듯하다. 하지만 화자가 라즐로가 아닌 조피아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설의 뉘앙스가 미묘해진다. 극 중 조피아는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게 신의 사명이라고 믿는 강성 시오니스트로 묘사됐기 때문. 그녀의 신념은 라즐로와 에르제벳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으로의 이민을 강행할 정도로 굳건하다.
이 맥락에서 조피아의 연설은 다양한 종교적, 역사적, 예술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던 <브루탈리스트>의 이야기를 유대인 정체성과 시오니즘 이데올로기 안에 가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원을 원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시오니즘을 추구하는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에 라즐로가 아니라 조피아가 등장하기에 시오니즘 메시지는 더욱 강조된다.
물론 주인공을 유대인으로 설정한 이상 시대상을 반영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추구한 시오니즘이 2025년에도 끝나지 않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유발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에필로그는 <브루탈리스트>의 유일한 오점이 아닐까 싶다. 에필로그에서 욕심 한 숟갈만 덜어낼 수 있었다면 보편성까지 갖춘 명작이자 고전으로 기억되리라는 점에 두말할 여지가 없을 테니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유대인 이민자의 과거와 현재가 지어 올린 아메리칸 드림의 빛과 그림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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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에 의존한 나태함의 끝
* <공조2: 인터내셔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공조2: 인터내셔날 (2022)
감독: 이석훈
출연: 현빈, 유해진, 임윤아, 다니엘 헤니, 진선규
장르: 액션, 코미디
상영시간: 129분
개봉일: 2022.09.07
<공조2>는 780만 관객을 동원한 1편의 성공 덕분에 성사된 후속작으로 국내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주요 인물들이 후속작에 전부 합류했다. 작품의 중심을 잡는 투톱 주연 ‘현빈’과 ‘유해진’은 물론 맛깔나는 감초 연기로 호평을 받은 ‘임윤아’와 그 외 조연 캐릭터가 모두 합류해 전편과의 높은 연계성을 이룬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명절 특수를 제대로 받은 2편마저 69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기록했으니 재회의 목적은 확실히 달성했다.
1편의 성공을 계기로 만들어진 후속작은 필히 규모도 커져야 하고, 스토리 면에서도 차별화를 둘 필요성이 요구된다. <공조2>는 ‘인터내셔날’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빈’ 못지 않은 눈부신 비주얼을 자랑하는 ‘다니엘 헤니’를 주연으로 합류 시켜 남한과 북한 사이에 미국이라는 국가를 더했고, ‘삼각 공조’로 사건에 다이내믹함을 구현해 보고자 했다. ‘다니엘 헤니’의 캐스팅 효과를 톡톡히 보기는 했다. 전작에서는 ‘유해진’과 ‘현빈’의 구도만으로 뻔한 그림이 형성했던 반면 ‘현빈’과 시종일관 신경전을 벌이고, 잘생긴 얼굴과 마초적인 매력으로 ‘윤아’의 혼을 쏙 빼놓는 ‘잭’은 케미스트리의 다양화만으로도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다. 주연 캐릭터의 수를 늘리고, 남한과 북한 형사 사이에 미국 FBI 요원이 합류한 설정을 제외하면 스토리의 전개 방식과 유머 코드는 전편을 그대로 답습한다. ‘철령(현빈)’과 ‘강태(유해진)’, 그리고 ‘잭(다니엘 헤니)’이 같은 목표를 갖고 공조를 벌이는 것 같으면서도 각 국가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구도는 전작에서 끝없이 티격태격 하고 서로를 쉽게 믿지 못했던 주인공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강태’의 가족들이 두 이방인에게 밥을 해 먹이고, 함께 정을 쌓고, 결말부에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자 다 함께 이들을 구출한다는 전개 방식 역시 전편과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다. 1편에서 성공적으로 구축된 캐릭터성에 의존한 채 나태한 이야기가 흐름을 주도할 뿐이다.
주인공들의 ‘멋’을 최대한 강조하고 싶은 탓에 액션 연출은 더욱 허술해졌다. 아낌없이 총알과 폭탄을 사용하지만 주인공들은 절대 타격을 입지 않고, 관객 역시 그들이 한 발도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액션신마다 마치 초능력자 같은 모습을 발휘하는 캐릭터들은 총격전이 형성해야 할 긴장감을 반감시키며 반복되는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 샷은 몰입도마저 떨어뜨린다. 이 영화에서 액션은 마치 주인공의 외모와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하는 액세서리 정도로만 여겨진다. 1편보다 커진 스케일 하나에 만족이라도 하라는 듯 액션 연출과 각본에 대해 고민을 한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공조1>이 호평을 받은 요인 중에는 극악무도한 카리스마로 임팩트를 안긴 빌런 ‘차기성(김주혁)’의 활약이 있었다. 작중 그의 역할을 이어 받은 ‘장명준(진선규)’은 가차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잔혹함을 그대로 가져 왔지만 존재감은 ‘차기성’에게 훨씬 미치지 못한다. 냉혹한 ‘진선규’의 연기에서 <범죄도시>가 연상되기는 하지만 배우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탓에 악역만의 위압감도, 특유의 사이코 같은 면모도 드러나지 않는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최종 액션신 역시 스릴감 없이 싱겁게 끝나지 않던가.
‘철령’은 한 번의 공조를 통해 ‘강태’와 친분을 쌓았기 때문에 전편처럼 군인으로서 각 잡힌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인간적이고 허술한 면모를 많이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려고 하지만 ‘강태’와 함께 선보이는 철 지난 유머코드는 실소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오로지 전편에서 적은 분량만으로도 코믹함을 선보였던 ‘임윤아’만이 코미디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각인 시켜준다. 푼수 뷰티 유튜버라는 성격을 제대로 살려 공조 작전에 ‘민영’ 캐릭터를 양념처럼 활용한 것은 호평할 만한 부분이다. ‘잭’과 ‘철령’을 두고 알아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민영’의 모습은 작중 유일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전반적으로 성의 없는 구성의 속편이다. 연출과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마저 전작을 답습함으로써 나태함의 끝을 보여주었다. 명절에 어떤 연령대의 가족과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의 틀을 찍어내는 공장에서 만든 작품 같다고 할까. 액션도, 코미디도, 서스펜스도 모두 어정쩡하게 만들 바에는 ‘코미디’라는 한 장르에 제대로 집중한 <극한직업>, <육사오>처럼 한 가지 큰 방향성을 택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찍으면 멋있어 보이겠지?’, ‘이 때 이런 대사를 날리면 웃음보가 터지겠지?’라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대사와 장면들은 제 역할을 해내기는 커녕 맥없이 지나갈 뿐이고 눈요깃거리만이 겨우 작품을 채운다. 하지만 이렇게 전부 나열하기도 힘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흥행을 일궈낸 현실에 JK필름의 다음 작품도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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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최고의 전투씬, <한산: 용의 출현>
2022년 최고의 전투씬, <한산: 용의 출현>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액션, 드라마 | 한국 | 129분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등
줄거리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조선을 단숨에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 병역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한편,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고,거북선의 도면마저 왜군의 첩보에 의해 도난당하게 되는데…왜군은 연승에 힘입어 그 우세로 한산도 앞바다로 향하고, 이순신 장군은 조선의 운명을 가를 전투를 위해 필사의 전략을 준비한다.누가 출연하나요?
이순신 | 박해일
@ 네이버 영화
박해일 배우는 굳건한 신념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운 성정을 지닌 조선 최고의
장군이자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전라좌수사 '이순신' 역을 맡았다.
와키자카 | 변요한
@ 네이버 영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함과 잔혹함, 실전을 통해 다져진 탁월한 지략을 갖췄으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순신과의 전쟁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모습으로 거북선의 약점을 철저하게 조사하며
조선군을 위기에 몰아넣는 '와키자카' 역을 맡았다.
어영담 | 안성기
@ 네이버 영화
조선 남해의 물길을 책임지는 수군 향도. 물길만 봐도 흐름을 읽는 노련한 장수이자 충직하고
깊은 성품을 지녔으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하는 '어영담' 역을 맡았다.
원균 | 손현주
@ 네이버 영화
조선 경상우수사. 수세에 놓인 조선의 위기 상황에서 방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번번이 이순신과 의견이 부딪치는 '원균' 역을 맡았다.
준사 | 김성규
@ 네이버 영화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목숨을 걸고
왜군의 결정적인 정보와 작전을 빼내 이순신 장군에게 전하고자 하는 '준사' 역을 맡았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영화이다. 영화는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달 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 그린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은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사변이었다.
조선이 굉장한 수세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전체적인 전황을 반전 시키는
전투가 바로 한산해전이다”라며 한산해전이 그 어떤 전투보다 벅찬 승리의 전투임을 설명했다.
ⓒ 네이버 영화
영화에는 이미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배우가 출연한다. 박해일 배우는 전작인 <명량> 속 이순신 장군과 달리 조용하고
신중한 이순신을 연기했다. 절제된 연기를 펼쳤지만, 그 안에서 에너지는 잃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감정이 전달되는
연기를 선보였다. 변요한 배우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켜주었다. 왜군 최고 장군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 증량을 시도하고, 실제 일본에서 사용했던 사극 톤을 공부해서인지
와키자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무언가 압도 당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극의 무게감을 더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베테랑 배우인 안성기 배우, 손현주 배우와 팬데믹 시즌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친 김성균 배우,
그리고 라이징 스타인 김성규,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배우가 출연하여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몰입감을 높였다.
ⓒ 네이버 영화
전작인 <명량>보다 더 커진 스케일, 더욱더 발전한 VFX 기술 그리고 극의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까지!
2022년 가장 강렬하고 기억에 남을 전투씬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제작진이 학익진 연출과 거북선 디자인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하였는데 그 노력이 여실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거북선의 활약을 스크린으로 직접 보는 순간,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역사이기에 모두 다 이 영화의 결말을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넘어 자긍심, 위로, 용기까지 얻을 수 있는 영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영화관에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한산: 용의 출현>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한산: 용의 출현>은 바로 내일 개봉할 예정이니 다들 관람하시고 어떻게 느끼셨는지 남겨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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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의 최종 보스인 백창기는 역대빌런 장첸, 강해상, 주성철,리키보다더 강력한 빌런인 '백창기'역을 김무열 배우가 맡으며 기대를모으고 있습니다.
<파묘> 660만명 돌파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가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 고지를 밟았습니다. 개봉 3일째에 100만, 4일째 200만, 10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며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입니다. <파묘>가 천만 영화가 된다면,최민식은 <명량>에 이어 두번째 천만을 기록하게 됩니다.
송중기 주연 <로기완>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비영어 영화 3위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이 공개 3일만에 글로벌 TOP10 영화 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했습니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삶의 끝에 선 이방인에게 전하는 위로를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따듯한 이야기 입니다.
<범죄도시4> 4월 24일 공개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4>가 다음 달 24일 공개된다고 합니다. 영화는 형사 마석도가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와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김무열이 백창기를, 이동휘가 장동철을 맡으며 새로운 빌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3월 27일 공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새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이달 국내 공개됩니다.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업이 마을 주변을 글램핑 장소로 개발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작품으로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작품입니다.
방탄소년단 슈가 삼자대면 콘서트, 영화관에서 만난다.
슈가의 앙코르 콘서트 실황 영화가 4월 10일 국내 CGV에서 개봉합니다. 이번 실황 영화는 슈가의 월드투어 피날레를 장식한 앙코르 콘서트 현장을 담으며 IMAX 특별관에서 상영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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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 모션만큼은 포기 못해!
파트2에서도 크게 나아진 점을 느끼진 못했다. 대신 이거 하나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슬로 모션 기법을 지독하게 사랑해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파트1이 공개된 지 4개월 만에 파트2를 내놓은 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는 코라(소피아 부텔라) 일행이 마더월드를 상대로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파트1에서 대패를 당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노블 제독(에드 스크레인)은 전함을 이끌고 벨트 공격에 나서며, 코라 일행은 벨트 주민들과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방어 태세에 돌입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파트1의 단점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마더월드의 최종병기급으로 훌륭한 전투력을 지녔던 코라가 하루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되는 서사나 네메시스(배두나)의 과거, 반란군 일행이 벨트 주민들과 유대를 쌓는 과정 등에 좀처럼 몰입할 틈을 주지 않고 빨리빨리 전달하기 바빠 보였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벨트 전쟁 또한 꽤나 색다르진 않았다. 지하, 실내, 공중, 함선 등 다양한 배경을 활용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노력은 느껴지긴 하나, 시도 때도 없는 슬로 모션이 속도감을 떨어뜨린다. 액션이 주는 쾌감은 1도 없으니 전투 신이 나오기까지 1시간가량 기다린 시청자들에겐 다소 힘 빠지게 만든다.
극 중 빌런들의 활용법 또한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절치부심하여 코라를 쫓아온 노블 제독은 전편에서 생존한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이 들 만큼 허망한 최후를 맞이하며, 최종 보스 격인 발리사리우스 섭정(프라 피)은 코라의 회상 신에만 등장했을 뿐이다.
네메시스 역으로 반란군의 한 축을 담당한 배두나를 향한 기대도 다소 허무하게 다가왔다.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으로 존재감을 피력하긴 했으나, 정작 그를 활용한 액션이나 다른 감정 신 등 분량은 많지 않았다는 것.
탄탄한 플롯과 스토리라인 없이 무리하게 세계관을 만든 잭 스나이더의 과욕은 '아미 오브 데드'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다. 파트2까지 기대치를 못 미치는 졸작을 보인 가운데, 아직 '레벨 문'이 파트3이 남았다는 점이다. '레벨 문' 세계관에 더 이상 기대할 만하거나 반전이 될 만한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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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참으면 돼. 아니, 너만 참으면 돼.
*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뒤로 가셔도 됩니다.
시끌벅적한 시장 입구. 차를 타고 상견례장에 도착한다. 부모를 창피해하는 듯 아닌 듯하는 딸과 예비 사된 내외를 기다리고, 각자의 자녀를 칭찬하고, 조금은 위태해 보였던 상견례는 끝이 난다.
주인공 오복은 상견례를 위해서 입었던 예쁜 옷을 입고, 구 시장 철거 반대대책위의 술자리에 합석한다. 가방에는 딸에게 줄 큰돈을 넣어둔 상태였다. 영화의 배경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관람했던 터라 혹시 돈은 도둑맞는 것인가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가방을 단단하게 메고 귀가하는 오복을 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아침의 오복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숙취 때문인가,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하던 찰나 지하철 계단에서 지나가던 학생이 말해준다.
"아주머니, 피..."
'그래. 영화가 진행되려면 뭔가의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라고 생각했고, 그 사건은 영락없이 오복이 병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에 걸리면서 병원비에 드는 돈과 딸 결혼식에 드는 돈에 의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가 보다 했다. 그런 일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술 마시고 가라며 잡아끌던 그 손을 '더럽다'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말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목욕탕에 가서 씻고, 속옷을 빨고, 병원을 가고, 집에 눕는다. 벌써 안 쓴 지 한참 된 생리대를 다시 사용한다. 가족들은 가게에 나가지 않는 오복을 걱정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나이가 있으니까 그냥 몸이 안 좋으니까 했다. 그러는 중에 가해자는 오복의 집에도 다녀갔다. 걱정하는 척, 상황을 염탐하러 간 것으로 보였다. 아니, 사실 가해자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전혀 인식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 속앓이를 하던 오복은 대책위의 가장 어른에게 '사과'를 받아다 달라고 했다. 대면하기 조차 싫은 그 마음과 '왜', '무엇 때문에'를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를 너무나 알고 있기에 괜스레 눈물이 났다. 며칠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사과였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아마 오복에게는 '나만 참으면'의 주문이 작용했으리라.
다만, 그런 인내와 용서에는 진심 어린 사과가 동반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강에 배 한 번 뜬 거라는 거지 같은 소리도 몸에 난 상처도 잘못했다는 사과 하나면 충분했을지 모른다. 오복도 그 시대의 사람이었기에, 그런 상황이 있을 때는 여자가 참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온 세대였기에 더욱이.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과는 받아지지 않았고, 시장에는 누군가가 피해를 당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대책위의 중심에 있었던 가해자를 다들 필요로 했다. 지금 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공론화가 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게 될까 봐 다들 전전긍긍했다. 시장 안의 누구도 오복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물론 안 한 사람도 있었지만. 오복은 그가 단상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에게 정의로의 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 있어야만 했다. 분명히 잘못한 사람인데 사람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그 상황을 오복은 지켜보아야만 했다.
결국 오복은 딸에게 이야기했고, 고소를 진행했다. 가해자는 오복을 직접 찾아왔다. 욕을 하고 물건을 발로 찼다. 오복은 바라지 않았던 '공론화'가 이뤄졌다. 이렇게 싸움이 끝날 줄 알았다. 피해자가 명확했고, 가해자가 명확했기에 그놈이 처벌받을 줄 알았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사정 모르는 남편 놈은 '그런 일은 여자가 응해주지 않으면 안 일어난다'는 소리나 해 댔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술에 잔뜩 취해서도 그랬다. 사과를 받아다 줄 생각도, 아내인 오복의 편에 서 줄 생각도 없었다. 다만 소유한 물건이 망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본인의 울분을 토해낼 뿐이었다.
증인을 해주기로 했던 사람도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딸의 결혼식 날, 하혈이 멈췄다. 몸의 상처는 아물었다. 몸의 상처가 아물었으니 없던 일로 하라는 징조 같았다. 그렇게 어디서나 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에피소드'의 하나로 끝나는 듯싶었다.
그러나, 오복은 호소문을 작성했다. 동생들을 가르치느라 자식들을 키우느라 배우지 못해 맞춤법을 틀려도 괜찮았다. 평생을 해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시위도 해 봤는데, 이런 건 못해볼까 싶었다. 이제 말 많고 탈 많던 첫째 딸의 결혼식도 끝이 났다. 오복은 목에 피켓을 걸고 가해자의 앞에 섰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왜 제목이 갈매기인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았다. 어떤 장르의 어떤 내용의 영화를 찍더라도 제목을 갈매기리고 했을 것이라는 감독님의 말에 웃음이 났다. 갈매기의 Gull과 소녀의 Girl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에도 의미가 조금은 있었는데 발음이 전혀 다르다고 해서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영어 무지렁이가 들었을 때는 암만해도 비슷한 것 같지만.
질문의 기회가 있었다.
카메라가 움직임이 없이 바라보는 듯한 연출이 굉장히 많았는데,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많은 분들이 '핸드 헬드'기법을 추천했다고 한다. 오복의 흔들리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들어가서 보면 전혀 잔잔하지 않은 감정이지만) 스토리가 잔잔하게 보일 때는 그것만큼 잘 표현되는 것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개구리 기질이 있던 감독님은 그 얘기를 듣자 오히려 고정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정말 잘한 판단이라고 느꼈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야 '바라보는 입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복의 감정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고, 속에서 천불이 났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것은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리고 극 중에서 오복을 제외한 모두가 다 '당사자'가 아니다. 결국 지켜보는 역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촬영기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음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오복이 겪을 일을 소문으로 만들어 버리고, 피해자가 오복인 것만 숨긴 채 그의 남편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시장 사람들 그 자체를 표현한 것 같았다. 화두를 던지고, 반응이 어떻게 올지 기대하는 것 같은 그 사람들 말이다.
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소재가 어려웠던 만큼 인터뷰나 사전 자료 모으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었다.
사실 내가 겪었던 일과 오버랩이 되었다. 타임라인이 상당히 유사했다. 아마 많은 피해자들의 타임라인이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 사실을 말해줬을까 싶었다. 특히 나이가 있는 어르신들은, 우리의 어머니 세대들은 그런 말을 더욱 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한참 준비하시던 시기에 서지현 검사의 피해사실 고백 등의 타임라인을 많이 참고하였다고 했다. 피해를 받으신 분이 아니더라도 그 세대 분들의 생각을 담으려고도 많이 노력하셨다고 한다.
그랬다. 공론화가 되었든 아니든 세상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피해를 받고 있었고,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직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피해를 받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가 증인이 될 수 있고, 어디까지가 증거가 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어디까지 자신의 피해를 되돌아보고 파헤쳐야 하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성'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같았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님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 피해를 당했다고 말을 하는 순간 피해자가 날아드는 화살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 왔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밖으로 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조연으로 많이 봐왔던 '정애화' 배우님의 오복 연기도 매우 좋았고, 모든 배우들이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분들 같은 느낌이라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셋째 딸 역할을 맡으셨던 김가빈 배우님이 감독님의 친언니였다는 것에는 실제로 막내딸인 감독님이 친언니가 철없는 막내딸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땠을까 싶어서 괜히 웃음이 났다.
성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갈매기>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보고 나올 때면 가해자에게도 이유와 변명과 서사가 있고, 피해자는 너무 처절하게 나와서 찝찝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갈매기>는 다르다. 어떤 이는 다큐멘터리 같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너무 잔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열린 결말 같아서 속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찝찝하지 않다. 사실 모든 피해자에게는 결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참으라고 배워왔고, 참으라고 들어왔고, 참으라는 말로 스스로를 죽여왔지만 이제는 그러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의 오복이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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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문제가 아니다. 약자가 여자였던 케이스였을 뿐
* 해당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남성 중심의 미국 대표 보수 언론 채널인 폭스 뉴스에서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 한 목표를 향해 달려들지만 성향은 각기 다른 세 여자가 있다. 능력있는 재원이지만 대학교 때 미스 아메리카로 뽑힌 경력으로 인해 미녀 아나운서 타이틀에서 아나운서보다 미녀라는 타이틀이 더 치우친 그레첸 칼슨, 영화 상에 나오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섹시하기엔 너무 똑똑하고, 똑똑하다고 하기엔 너무 섹시하다는 평을 듣는 폭스 채널 간판 진행자 메긴 켈리 그리고 앞서 소개된 두 아나운서를 보고 꿈을 키운 새로운 시대의 야망녀 케일라 포스피실.
이들은 한 사람에 대한 내부 고발을 진행한다. 바로, 폭스 채널의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고발하는 것이었다. 로저 에일스의 여성 아나운서들의 내면 속에 들끓고 있는 야망을 이용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고, 그 욕망을 채워준 데에 대한 대가로 아나운서들의 야망을 채워준 것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들의 내부 고발을 포장했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일을 겪고, 같은 고민을 했던 워싱턴의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일들을 침묵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룬다.
1. 여성 아나운서는 아나운서이기 전에 여성인가, 여성이기 전에 아나운서인가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에서 무심코 지나간 대사인데, 마음에 걸렸던 대사는
"외모에 신경을 안쓴다고? 여잔데?"였다.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뉴스를 시청하는 대중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하지만 사실은 그들은 대중보다도 1차적으로 폭스 뉴스 채널을 지배하는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위한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분명 남성 중심의 미국 대표 보수 언론 채널인 폭스 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세 여성들의 모습이 이해가 될리가 없다. 이 영화는 폭스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사실은 로저 에일스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그가 정해준 규칙인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발 뒤꿈치를 다쳐가며 하이힐을 신어가며 텔레비전 화면에 한 번이라도 나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워싱턴의 여성들을 극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영화 속 로저 에일스의 대사 중에
"미디어는 비주얼 매체야. 눈에 보이는 너의 외모, 몸매 모두 중요한 요소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일어서서 한 번 돌아봐."
"풀샷으로 잡아!!! 다리를 보여주란 말이야!!!"
등의 대사를 보면 미디어가 얼마나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성적 대상화를 당연시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아나운서를 뽑는 기준에 외모가 항상 들어가고, 하다못해 기상캐스터의 조건에도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듯 미디어에서 뉴스를 소개하는 사람마저 예쁘고 섹시한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관례화된 것은 결국 이 로저 에일스가 만든 관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여성만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남성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위 영화에서 보여주는 성적 대상화 문제는 "로저 에일스가 남자고 당한 사람이 여자다"라고 하는 젠더적인 프레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로저 에일스가 권력자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하필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남자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자가 고통받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고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면서 싸울 것이 아니고, 남자와 여자를 비교하기 이전에 권력을 가진 성별이 어느 쪽이었는지 구분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권력자가 남자였기 때문에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여성들은 그 권력자에게 복종했던 것이다. 성관계를 하든, 성적인 무례한 농담을 견디든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에서 무심코 지나간 대사인데, 마음에 걸렸던 대사는
"외모에 신경을 안쓴다고? 여잔데?"
였다.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외관은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대중보다도 1차적으로 폭스 뉴스 채널을 지배하는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위한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게 더 큰 문제였다.
2.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폭풍전야의 정체기
로저 에일스를 처음 고발한 사람은 그레첸. 그레첸은 퇴사 전, 고발을 준비할 당시까지만 해도 자신의 편을 들어줄, 자신과 같은 성적 요구를 받은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싸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발이 진행되자, 폭스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는 여성 동료들은 여러가지 분파로 나뉘기 시작한다.
로저 에일스의 측근들 중의 여성들, 다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는 사람들, 진짜 모르는 사람들, 갈등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부류들은 로저 에일스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로저 에일스가 없으면 폭스 채널이 없다고, 당신들의 직장도 없어진다고 로저 에일스의 입장을 설파하며 여성들에게 암묵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일부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들 중에는 진짜 로저가 그랬을 리 없다고 굳게 믿으며 로저에게 충성하는 부류도 있을 것이고, 로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본인도 알고 있었겠지만 생존을 위해 일종의 위선적인 행동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선이든 무지였든 우리들은 생존을 위한 암투에서 파생된 부작용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벤져스에나 나올 법한 도덕적인 마은드로 악의 축인 로저를 고발하는 정의를 실현했었을까?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기만 해도 바쁜 우리들은 그렇게 영화 속에서 나올 만한 사람들처럼 영웅적이지 않고, 무언가 큰 결정을 할 때에는 평판, 가족의 체면 등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레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고발 초반 상황은 한없이 웃프기만 하다. 이들의 각기 다른 모든 선택들이 이해가 가고, 공감도 되어서.
그들을 비난하기엔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할 지 결론이 나지 않을 만큼 민감한 문제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과정 속에서 로저에게 성적인 요구를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고 있는 메긴의 자아분열적인 모습, 즉, 마음 속으로는 그레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머리는 폭스에서 쫓겨나면 내 밥줄은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로저를 억지로라도 미화하는 모습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게도 공감이 갔다. 메긴이 양심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는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철저하게 공화당 지지자인 집안에서 태어나 폭스 채널에 애사심이 깊은 케일라는 과도기적인 인물로 묘사가 된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 똘똘 뭉친 케일라는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와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회사 내의 고위직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그 접촉은 그녀를 로저에게로 인도한다. 그 과정에서 로저의 어김없이 그녀에게 돌아보라고 지시하고, 치마를 올리라는 주문을 하는 눈빛은 예상대로 변태적이었다. 폭스 채널에 대한 애사심, 업적들의 주역이 외모 지상주의자를 넘어 잠자리 킬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케일라의 얼굴은 정말 울기 직전이었다. 자신의 야망을 이뤄내기 위한 선택이 자신을 해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안 표정이었다. 그녀가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뉴스 채널의 진행자가 되는 데에 미모와 능력 뿐만이 아니라 로저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야 되는 관문이 있음을 알고 난 뒤부터 그녀의 정신 상태는 파괴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레첸의 바람대로 내부 고발에 참여하기 직전에 그녀가 보인 눈물은 자신이 선택한 과거의 과오를 감당해내지 못할 만큼 그녀는 아직 어린 사람임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다.
정리하자면, 로저의 성적인 욕구에 대해 알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침묵하고 체념했던 메긴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레첸과 같은 사람이 고발할 때도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것이고, 또, 이후에 이후 세대인 케일라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친 것이다. 하지만 메긴 같은 사람들도 끊임없이 갈등하다가도 결국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한다. 그 수는 23명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이 영화는 영화계 하비 와인스타인 사례와 정말 흡사하다는 것이었고, 미투 운동보다 더 이른 시점에 진행되었던 내부 고발 사건이었다는 것이었다. 근 2,3년 동안 확실히 '옛날엔 다 그랬어'로 일축되던 인권 침해의 폐해들이 쌓이고 쌓여 더이상 공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미투 운동도 그렇고, N번방 사건도 그렇고 말이다. 가끔 바람을 피거나 폭력적인 배우자를 두고도 그런 배우자를 버리지 못하는 엄마들이 종종 하는 말 중에서 이런 말이 있다.
"옛날에 우리네 엄마들은 다 참고 살았어, 그렇다고 이혼하는 것은 더 안되는 일이었으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식으로 묵살되는 소수자, 권력 구도에서 약자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수많은 체념들을 견뎌내었던 것일까 연민이 들면서도 앞선 세대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어쩔 수 없었던 체념의 결과가 이후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 또 마냥 연민의 감정만 느끼지는 않는다. 원망할 대상을 찾긴 찾아야 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향해 원망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네 사람들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든 사회구조, 그리고 그 사회구조를 만들어낸 로저 같은 사람들을 욕을 해야 할 텐데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내부 고발이 성공하는 해피엔딩이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권력형 괴롭힘 문제는 일상 속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오는 뒷맛이 참 씁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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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있는 거침없는 한 사내의 사건![1탄/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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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애니를 잘 못만든다고?
#애니메이션 #한국 #리뷰
#떠돌이 까치
1987/KBS1#아기공룡 둘리
1987/KBS1#달려라 하니
1988/KBS2#2020 우주의 원더키디
1989/KBS2#옛날 옛적에1
1990/KBS2#영심이
1991/KBS2#옛날 옛적에2
1991/KBS2#날아라 슈퍼보드
1991/KBS2#마법사의 아들 코리
1993/KBS2#초롱이의 옛날 여행
1993/KBS2#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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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팜 스프링스> 메인 예고편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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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습도 다소 높음> 2차 예고편
<낭만극장 이용수칙>
체온 체크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필수…
“그런데 에어컨은 왜 안 틀죠?”
이것이 진짜 재난이다!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이희준 감독의 신작 <젊은 그대> 시사회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든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긴축경영으로 에어컨 가동을 거부한 극장은 관객들이 뿜어내는 고온의 짜증으로 더욱더 다습해져 가고,
그저 쾌적하고 싶을 뿐인 관객들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습도의 폭격에 돌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일생일대의 위기가 이렇게 온다고?!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습도 대폭발, 웃음 대폭발의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