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25 17:07:15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감흥 없는 번역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광풍에도 불구하고 농구와 복싱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2학년 '구진우'(진영). 어느 날, 그는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걸린 나머지 벌을 받게 된다. 모범생 '오선아'(다현) 앞자리에 앉아서 특별 감시를 받으라는 것. 선아를 짝사랑하는 친구들은 진우를 부러워하지만,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진우는 그저 벌을 받아야 해서 불만스러워한다. 선아 역시 시끄럽기만 한 그의 존재를 불편해한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선아가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자, 진우가 자기 책을 선뜻 빌려주고 대신 벌을 받은 것. 이 사건을 시작으로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는 선아와 진우. 선아는 진우에게 공부를 알려주고, 진우는 특유의 멋모를 자신감으로 선아를 웃게 만들면서 감정을 쌓아 나간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속마음과 달리 그들은 자기 마음을 좀처럼 속 시원하게 표현하지 못한 채 대학생이 된다.
리메이크 대신 번역을 선택하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중화권의 청춘 로맨스 영화는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100만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해도, 수십만 명의 관객을 꾸준히 동원하는 흥행력은 보장되는 장르니까. 2010년대에 개봉한 <장난스런 키스>, <나의 소녀시대> 모두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은 바 있다. 2023년 여름에 재개봉한 <여름날 우리> 역시 40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팬데믹 이후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는 이처럼 꾸준한 흥행력을 과시하는 중화권 청춘 로맨스가 돌파구로 여겨졌던 모양새다. 비슷한 시기에 과거 인기를 끌었던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 세 편이 일제히 리메이크됐기 때문. 작년에 개봉한 <청설>과 설날 연휴에 공개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각각 8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문제는 3번 타자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 시절>)다. 대만 영화 리메이크 열풍을 이어갈 매력이 안 느껴진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 시절>은 리메이크 대신 번역을 선택했기 때문. 앞선 두 영화는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따르되 플롯이나 감성을 차별화했다. 그에 반해 <그 시절>은 배경만 한국으로 바꾸는 데서 그쳤다. 그러다 보니 원작을 이미 본 관객으로서는 굳이 번역본을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낄 법하다.
그 시절의 소녀가 뇌리에 각인될 두 가지 조건
<그 시절>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결혼식에서 커징텅이 션자이의 남편에게 키스할 때 스쳐 지나가는 평행 세계 시퀀스다. 그들이 연애할 때 마주한 몇 차례 분기점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다른 선택을 내리면 달라졌을 현재와 미래를 파노라마로 펼쳐 보여주는 순간의 임팩트가 핵심이다. <라라랜드>에서 남남이 된 세바스찬과 미아가 과거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결말과 유사하다.
이처럼 클라이맥스가 관객 뇌리에 각인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예뻐야 한다. 예쁜 대상은 다를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의 풋사랑이 귀여울 수도 있고, 연기와 재즈에 몰입하는 두 주인공의 열정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두 주인공이 그 시기를 회상하면 다시 사랑에 빠질 정도로 강렬하게 예쁜 게 중요하다.
그다음으로는 이별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명백한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낸 과거가 너무나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머지, 그 시절로 돌아가거나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더라도 그럴 수 없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제시되어야 한다. 과거는 과거에 묻어두어야만 할 때, 즉 가능성이 현실로 될 수 없는 한계와 제약이 있을 때 평행 세계는 간절한 만큼 강렬하니까.
예쁘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하지만 <그 시절> 리메이크가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 첫 번째 조건은 절반 정도만 갖췄다. 진우와 선아의 사랑이 시작되는 배경과 분위기는 예쁘다. 2000년대 배경의 고등학교 풍경은 관객에게 자기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교실이나 운동장처럼 한국적 배경에 맞게 바뀐 장소는 필연적으로 대만 원작보다 흡입력이 뛰어나다.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당시의 향취가 주는 아련함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작 그 안에서 피어나는 풋사랑이 부자연스럽다는 것. 두 주인공의 톤이 묘하게 어긋나 있다. 진우는 너무 가볍고 동적이며, 선아는 지나치게 정적이다. 그 결과 진우에게 '그 시절의 소녀'여야 할 선아의 매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공부할 생각이 아예 없는 진우와 모범생 선아가 처음부터 잘 어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두 주인공의 톤이 같은 층에서 만나지 못하니까 문제다.
이는 영화가 진우 시점에서 전개되는 데서 기인한다. 진우 관점에서의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 영화 분위기는 자연히 그의 감정선에 따라 달라진다. 그 대가로 선아의 심리 묘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그 공백으로 인해 선아와 진우의 연결점도 약화다. 그렇다고 <그 시절>이 데뷔작인 다현 개인의 역량으로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 결과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두고두고 그리울 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끝내 못 보여준다.
명백한 이유 없는 이별
두 주인공의 이별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유치함을 못 견디겠다는 선아의 말에 내포된 본 이유를 못 보여줬기 때문. 선아는 진우에게 꿈이 뭐냐고 묻고, 진우는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답한다. 실제로도 그는 학생들을 함부로 다니는 교사에게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고, 2년만 공부해서 인서울 대학교에 입학하며 자기 포부를 증명해 낸다. 이에 선아는 진우에게 반한다. 그녀에게 꿈이란 삶의 지향점이었고, 그에게는 꿈이 있었으니까.
그다음이 문제다. 대학에 들어간 진우는 선아가 말리는 일만 골라 한다.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고, 취객과도 싸운다. 이에 선아는 진우에게 유치하다며 이별을 고한다. 그녀에게 유치함이란 꿈이 없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꿈을 꾼다는 표현이었던 것. 하지만 상술했듯이 극 중 선아의 감정선이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유치함의 속뜻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더해 갈림길의 순간도 인상적이지 않다. 이별로 인한 진우의 흉터가 진할수록 클라이맥스에서 '그때 그랬을걸'이라는 회한의 파도가 더 강하게 밀려올 수 있는데, 정작 갈림길마다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하기 때문. 남산 데이트 직후 격투기 동아리 장면, 이별 후 입대로 이어지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진우의 불안함과 아픔이 전해지기도 전에 유머로 상황을 무마한다. 그 대가로 파노라마 장면의 임팩트가 좀처럼 살지 못한다.
리메이크는 번역이 아닌데
사실 리메이크는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 특히 추억이라는 최고의 아군이 함께하는 이상, 원작의 첫인상에 범접하기가 특히 어렵다. 오래전 작품일수록 관객은 그 영화의 장단점, 완성도보다는 그 영화가 남긴 추억을 간직하기 때문. 따라서 리메이크는 원작이 남긴 추억을 존중하되, 원작과는 또 다른 메시지나 의도가 담긴 포인트를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작 대신 리메이크를 보게 하는 소구력을 갖출 수 없다.
이 대목에 있어서 <그 시절>은 다소 안일해 보인다. 공간, 시대, 설정만 한국적으로 바꿨을 뿐, 알맹이는 원작 영화의 것을 고스란히 따왔다. 재구성 대신 번역만 한 셈이다. 원작을 재구성한 다른 리메이크 작품들과 비교하면 방향성 문제가 더 도드라진다. 일례로 <청설>만 하더라도 원작의 소재나 인물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여름이라는 계절감을 강조하는 각색을 통해 원작과의 비교를 영리하게 피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하지만 <그 시절>은 추억을 되살리고, 그 추억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 외에는 굳이 리메이크 영화를 보면서 예전 감성을 찾아야 하는 차별화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한국판 특별히 모난 구석이 없지만, 되려 그래서 특별한 것 없는 하이틴 로맨스로 귀결됐다.
Poor 형편없음
원작을 읽은 이상 사족인 번역본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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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 인 할리우드
한줄평 아닌 한줄평
한명만 움직여서는 바뀌지 않을 변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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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이미지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미디어는 사람의 생각을 형성하고 좌지우지하게 해 미디어가 주입하는 성차별은 많은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여성의 이미지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고정적으로 같은 이미지를 찍어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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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성감독과 여성배우들은 할리우드의 장애물을 아무리 뛰어넘어도 그 자리에 있음을 느껴야했다.
다양한 이미지 뒤의 여성들은 가슴과 엉덩이에 초점이 맞춰져야했고 자신을 잃어버린듯 했다.
"그때 깨달았어요. 난 그냥 배우가 아니구나. 난 '여배우'구나"
변화를 위한 걸음은 혼자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 같이 나아가야할 길이 되어야 한다.
한걸음 나아갔다고 두걸음 뒤로 물러나서도 안된다.이것을 찍은 감독조차 남자이지만, 남자의 목소리를 빌려서라도 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두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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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사랑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드라마
출처: 넷플릭스
우리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몇몇은 자신 있게 “있다”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묻고 싶다. 무언가를 사랑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느냐고.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끊임 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우연한 계기로 이어진 인연에 마음을 쏟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기도 한다. 비단 연인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가족을 향한, 혹은 가족이 주는 뿌리 박힌 사랑을 문득 인지하기도 한다.
<멜로무비>는 바로 그 사랑을 논하는 10부작 드라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부 동안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때로는 사랑에 고통 받고, 때로는 사랑으로 치유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특히, 색감과 미술적 요소가 돋보인다. 청량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푸른 톤의 색 보정과, 멜로 장면에서의 노을 연출은 사랑의 감정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든다.
출처: 넷플릭스
주인공은 김무비(박보영)와 고겸(최우식)이다.
김무비는 한마디로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다. 평생 영화를 사랑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무비는 영화를 애증한다. 여기서 '애'의 감정은 꾸준히 싫다고 하면서도 영화 스태프로 일하다 감독으로 데뷔하는 모습으로 엿볼 수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마음을 쉽게 내주면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무비는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한다.
반면에 고겸은 지독한 씨네필이다. 유년기의 외로움을 영화로 달랬고, 영화는 그의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 김무비와의 첫 만남에서 ‘김무비’라는 이름 자체에 흥미를 보이는데, 이는 그가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무비와는 달리 능청스럽고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밝음은 내면의 어둠을 숨기기 위한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고겸과 김무비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꽤 드라마틱하다. 흔한 멜로 영화처럼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여러 번 마주친다. ‘멜로 무비’라는 제목에 걸맞게 초반 시퀀스를 전형적인 멜로물의 클리셰로 그려간다. 클리셰에 클리셰를 겹쳐 익숙한 느낌을 주면서도, 마음껏 가슴 설렐 수 있게 연출한다.
그러나 <멜로무비>의 매력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 있다. 가슴 설레던 멜로씬은 1화만에 끝나고, 2화에서 고겸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며 속된 말로 ‘사약’을 투척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극이 전개된다.
출처: 넷플릭스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조명한다. 이 관계들은 사랑으로 이어져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번 글은 <멜로무비>에 등장하는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관계를 하나씩 뜯어보다 보면, 이 드라마가 그리는 ‘사랑’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 김무비와 주변인들의 관계
김무비와 아버지
무비의 아버지는 영화만을 바라보며 살았고, 결국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영화만을 좇았던 아버지를 무비는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미움이 사실은 사랑 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이란 걸 무비도 잘 알고 있다. 이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부채감까지 겹쳐 무비는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며 무비는 다른 사람들과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나누며 조금씩 마음을 치유한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응어리가 해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무비와 어머니
무비의 어머니는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다. 힘든 순간마다 무비의 곁을 지켰고, 꾸준한 사랑을 주었다. 10화에서 무비와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에서 많이 울었다.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던 모녀가 끌어안고 울음을 나눌 때, 사랑으로 치유 받는 이들의 모습이 좋았다. 너무 당연했기에 돌아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김무비와 우정후
‘작고 가여운 것들’을 외면하지 못했던 유년시절 김무비가 능동적으로 만들어낸 관계다. 후에 건강해져서 돌아온 정후는 마치 가족처럼, 김무비와의 관계에서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을 보여준다.
# 고겸과 주변인들의 관계
고겸과 고준
애틋한 형제 관계다. 형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어린아이 고겸. 그런 어린아이만 보며 삶을 살아온 고준. 두 사람의 관계는 형제애를 넘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형을 너무 사랑해서 형의 병든 마음을 애써 모른 척하는 고겸과, 고겸을 사랑해서 한평생을 고겸에게만 바치던 고준의 에피소드는 모두를 울렸다. 처음에는 고준이 죽는 스토리가 잔인하게만 느껴졌지만 극에 강조되다시피 현실은 영화와 달리 잔인한 일들이 반복된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이에 납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겸과 홍시준
우정 관계다. 고준이 죽고, 고겸이 힘들어할 때 홍시준이 건네던 묵묵한 위로가 기억에 남는다. 다정한 말에 서툰 홍시준은, 행동으로 고겸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고겸은 그런 홍시준을 잘 알고 있다. 요란하진 않지만 단단한 둘의 우정이 좋았다.
그 외,
홍시준과 송주아
이 둘은 7년 연애를 끝으로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났을 때의 모습을 그린다. 5년 후에도 아직 주아를 놓지 못한 홍시준의 마음이 절절하게 연출된다. 둘은 예전처럼 데이트도 해보지만, 5년 전의 그 관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두명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둘은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송주아가 홍시준에게 ‘우리 좋았어’라고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유효기간이 지난 사랑이지만, 그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었기에 아름답게 보내줄 수 있다
그리고, 김무비와 고겸
이 둘의 관계는 따뜻하다.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담담하게 위로를 주고 받는다. 처음부터 깊은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고겸이 사라지기도 하고, 돌아온 고겸을 김무비가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하며 여러 갈등이 비춰진다. 하만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해가며 서로에게 잔잔하게 스며드는 감정선을 담아냈다.
출처: 넷플릭스
이 드라마에서 사랑이란, 만병통치약이다. 크게 곪은 관계도 사랑이 남아있으면 어떤 방향으로든 치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결코 쉽게 지속되지 않는다. 관련해서 필자는 SNS에서 ‘사랑은 노력이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은 처음부터 잘 맞을 수 없다. 그게 설령 핏줄로 연결된 혈족일지라도, 내 모든 걸 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또한, 서로 가장 잘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잘 모르는 때일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 사랑하는 만큼 서로를 더 들여다보자. 가끔 삐걱거리긴 하겠지만, 이를 이겨내면 관계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10부작 드라마를 한 글로 담아내려니 글이 길어졌다. 이 드라마를 모두가 보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상이 삭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혐오가 당연해지고, 비난이 난무하는 세상은 모두를 병들게 할 뿐이다. 지금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다. 따뜻해지자. 서로에게 조금만 다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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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윅 세계관 열차의 입석티켓
이 글은 영화 [발레리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확장된 세계관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아할 일이다. 어떤 날엔 이 세계관에서 헤엄 치다가 또 어떤 날엔 다른 세계관으로 다이빙을 하기도 할 수 있으니까. 때론 그런 탐험이 지루해 햇살에 몸을 말리기만 하는 날도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다 시선이 머무는 한 구석탱이에서 9와 3/4 승강장 같은 곳을 발견해 끝없이 연결된 또 다른 어딘가로 첨벙 하고 빠지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는 것이니, 어떤 세계의 넓어짐은 때론 탐험과도 같아서 가끔 손꼽아 기대하기도 한다. 그 덕에 우리는 [해리포터]도, [반지의 제왕]도, [듄] 시리즈 까지도 시공간의 벽을 몇 번이고 넘어가며 맞이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명목 하에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관객들의 심리적인 허들도 손쉽게 넘을 수 있다.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조직 하나를 몰살시킬 기세의 존윅을 보고 나면, 존윅의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는 설정만 들어도 이름도 모르는 킬러들의 떼죽음을 쉽게 연상할 수 있으니까.
물론 이런 확장, 혹은 스핀오프들이 모두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마녀] 시리즈의 스핀오프라 주장하는 [폭군]을 보아도, 몇억 년 전에 편히 눈을 감았어야 했는데도 자신들을 자꾸 살려놓는 인간들 때문에 또 한 번 영화관으로 출근해야 했던 [쥐라기 공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슬쩍 지어진 세계관에 무임승차 하려다 시리즈 자체의 평판도, 그리고 그 얼기설기 올려놓은 세계관마저도 모조리 무너져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어지는 폐허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렇게 본다면 이번 영화 [발레리나]의 경우는 꽤나 영리하게 존 윅의 세계관을 차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환갑의 킬러가 되어버린 존윅이 보여줄 수 없는 빠르고 정교한 타격 액션이라던가. 고생 꽤나 했을 법한 눈 밭에서의 추격전. 그리고 이 세계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린 1대 다수의 총격 액션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 자체가 세계관에는 속해있지만, 별개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노력한 덕에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액션들이 존윅이라는 이름에 완벽하게 묻혀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그녀의 역량에 의심을 품거나 약하다라고 느낄 만한 점들은 없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욕심을 과하게 부렸다.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지점 역시 존재한다. 그중 제일 대표적인 장면은 정두홍 무술 감독님이 나오는 클럽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킬러 데뷔전에서 익숙한 얼굴의 현란한 무술을 보는 것이 재미는 있었으나. 사실 통째로 들어내도 영화의 진행상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될 만큼 사족에 가깝다. 그저 지나가는 역할에게 부여되는 쓸데없는 스포트라이트가 영화 초반의 몰입감을 분산시킨다.
또한 존윅의 등장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여태 이야기를 잘 끌어 왔으며 앞 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후속작이 나올 것이 명백한 이브를 존윅이 죽일 이유도 없거니와. 존윅의 무자비한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브를 향한 총알 한 발을 아까워하는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그는 여전히 뒤뚱뒤뚱 걷고, 말투마저도 이브보다 느리기에 여태 그녀가 화염 방사기를 쏘아 가며 끌고 온 속도감에 맞지 않게 뒤떨어졌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그의 액션신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분명 이 구역 바바야가였던 존윅의 존재가 새삼 작고 하찮아 보이기까지 한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분명히 존윅 세계관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세계관 때문에 독립적인 영화 한 편으로서의 단점도 드러내고 있는 꼴이 되어버린다. 마치 헐레벌떡 기차를 잡아 타긴 했지만 시간에 맞는 열차를 잡느라 입석만 겨우 잡아 목적지까지 내내 서서 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불안정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의 목적은 이뤘기에 다음 편에서 이 작품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 글의 TMI]
1.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화관 옆자리에서 찰옥수수 야무지게 드시는 분을 만남.
2. 저도 하나만 주세요(?)
3. 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 여름 휴가 못 쓴 사람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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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이별은 없어요'라는 대사가 느닷없이 생각난다. <노매드랜드>에서 나왔던 대사였다. 떠나간 아들을 기리는 아버지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대사는 나의 머릿속에서 오래오래 남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좋은 영화는 사람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 나는 사회복무요원 일이 끝나면 취직을 하고 또 자취를 하겠지? 그럼 나는 이 <노매드랜드>를 블루레이로 구매할 생각이 있다. 아니 그 이전에 그 DVD 트는 기기를 뭐라고 부르지? 그걸 구매하고 싶은 의향까지 있다. 적당히 넓은 집에 이불 덮고 누워서 금요일 밤에 그거 틀고 잠자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이런 소소한 재미거리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난 그럼 방에 갇혀 사는 거야? 책 읽으면 되지. 근데 책도 못 읽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냥 방구석에서 인스타그램을 끄적이며 사는 게 전부라면 인생은 더할 나위 없이 심심하다. 그런데 내가 나답게 하는 것들을 하지 않은 채로 그냥 보이기 위해서만 산다면 그건 그야말로 빈 껍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이 삶이 TV 방송에서 생중계되고 있다면 더더욱 끔찍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외로운 날이 많아 카카오톡 대화창이 텅텅 비는 나다. 대화할 상대도 없이 그렇게 표류하면 외로워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한숨이 난다. 그런데 이런 어두운 현실 속에서 무조건 해야 할일이 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웃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10년 연속으로 해야 한다. 20대 동안 하는 것도 괴로웠는데, 결혼생활을 하고 난 후 내내 해야 한다는 건 정말 헛구역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근데 그걸 실제로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20세기 후반의 영국으로 가보자.
미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1990년대의 영국에는 '왕비'라는 단어를 실제로 듣고 산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 왕비이기도 했다. 이름은 다이애나 스펜서. 으리으리한 궁전 안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다. 왕비로 살아 아름다움과 부를 얻은 채로 살면 행복하지 않겠냐고? 아니다. 스펜서는 행복하지 않다. 무슨 축산업자처럼 매일 몸무게를 재고 있는 직원들과 아들이 바람을 피우건 말건 무관심한 시어머니까지 정신이 나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런 스펜서가 갖고 있는 삶의 낙이란 유일한 대화 상대 메기와 아들 둘 뿐이었다. 앞에서도 잠깐 썼지만 남편은 그냥 말로만 배우자다. 이런 비참한 현실 덕에 과거에 친구들과 놀던 시기를 떠올리기 일쑤인 스펜서. 그렇게 불행한 시집살이 도중에 왕실끼리 어느 별장에 놀러 간다는 말을 듣게 된다. 직접 운전해 도착하고 싶었지만 길을 잃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된다. 가던 길을 잃은 다이애나. 길을 잃던 도중 예전에 뛰어놀던 허수아비를 발견한다. 그 허수아비에는 아버지의 외투가 걸려 있었다. 안 그래도 미쳐버릴 것 같은 왕궁 생활을 겪고 있는 그녀. 아버지의 유품까지 오용되고 있는 현실 덕에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영화는 이 일을 기점으로 다이애나가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묘사한다. 그리고 이런 고통 속에서 이뤄지는 그녀의 자아 찾기가 영화의 주요 소재다.
전기 영화 탈을 쓴 스릴러물
영화는 무서울 정도로 진절머리가 난다. 거의 스릴러 물에 가까울 정도로 잔인하다. 그 이유는 스펜서의 일상 묘사 때문이다. 스펜서가 겪는 왕궁 생활은 관객들이 보기에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극초반부에 주인공 스펜서의 몸무게를 재는 장면이 있다. 이때 왕실이 우리가 그냥 일반적으로 몸무게를 재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족발집에 가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울 비슷한 걸로 몸무게를 잰다. 이게 실제 영국 왕궁이 이 도구를 사용했는지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이 장면 연출은 '스펜서가 이 왕궁에서 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남편 찰스와의 껄끄러운 관계나 시어머니와의 대화 내용까지 영화는 스펜서를 끊임없이 압박한다. 영화는 좋은 연출법으로 다이애나에게 잘 이입하게 도와준다. 관객의 감상에 깊이가 더해지는 것이다.
보다 더 꼼꼼하게
영화는 꼼꼼하다. 다이애나 스펜서의 억양과 성격, 그리고 당시 왕궁 묘사에 힘을 많이 쓴 느낌이 든다. 이 영화를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영국 왕궁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나 포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당시의 자동차나 입던 의상 코디까지 잘 짜였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 때깔도 좋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워낙 미인이라 뭘 입어도 잘 소화하는 측면이 있겠지만 입는 코디 - 왕궁 배경 - 낯/밤의 색 대비 - 진주 목걸이를 위시한 장신구까지 전체적인 톤을 잘 뺐다. 그리고 다이애나 스펜서의 실제 성격 묘사도 좋았다고 한다. 영화 보고 나서 다이애나 스펜서의 일대기를 찾아봤었다. 그때 그녀가 두 아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어머니라는 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아들과의 대사들 속에서 애정이 보일만큼 영화는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후반부에 한 장면이 있다. 이 영화가 꼼꼼하다고 여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장면(설정)까지 귀결을 내기 위해 각본상의 허점 없이 딱 딱 맞아떨어지는 정교함 역시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크리스틴 스튜어트
이제 다음 주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이 작품으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여우주연상에 올랐다. 나는 <타미 페이의 비극>을 보지 않아 제시카 차스테인이 어떤 연기를 보여줬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굉장히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일단 섬세한 감정 묘사가 좋았다. 중반부 즈음에 나오는 아들 둘과의 대화 장면이나, 후반부 즈음에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실제 스펜서의 모습이 저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국 영어 악센트 묘사가 탄탄했다. 우리가 토익 시험장에서 들을 수 있는 영국 영어 톤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서는 불안함이다. 영화는 내내 스펜서를 괴롭힌다. 이 불안함이라는 정서는 부적응과도 관련이 있다. 왕실 분위기랑 영 안 맞는 스펜서는, 뭔가 피곤에 쩔어있는 듯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캐릭터성과도 잘 맞아 좋은 시너지를 낸다. 이런 그녀의 매력과 섬세한 감정연기가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루즈한 느낌이 충분한 영화를 후반부까지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의상, 음악, 촬영, 저평가는 서운해
물론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스튜어트의 호연으로만 평가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좋았다. 실제로 다이이나 스펜서를 구글에 검색해보면 나오는 머리 스타일이 그대로 옮겨졌다. 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아웃핏에 맞는 드레스나 메이크업까지 영화의 미술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음악도 기억에 남았다. 몇몇 분은 과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스펜서가 갖고 있는 정서불안을 묘사하는데 탁월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음향상 축에 끼지도 못한 건 좀 의아한 부분이 있다. 또 촬영도 괜찮았다. 스펜서의 얼굴을 중심으로 클로즈업이 이뤄져 그녀의 리액션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촬영기법은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스펜서가 외부에 반응하는 방식'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역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아했다.
꼭 알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이야기,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얼핏 들어서 알고 있다. 엄청 구체적으로는 잘 몰랐지만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정도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감정선이 더 깊게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운명의 얄궂음이 가혹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인물의 실제 일대기를 알면 좋겠지만 모르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고 가면 더 깊게 느껴질 영화인 것은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는 스펜서의 입장 변화를 너무 섬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끝난 후의 다이애나 스펜서가 관객을 기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할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꼭 스펜서의 일대기를 무조건 알고 갈 필요는 없다. 깊게 감상하고 싶다면 검색하는 쪽이 좋고 소프트하게 보고 싶다면 모르셔도 될 이야기다.
그 곳에서는 꼭 행복하길 바라겠습니다. 다이애나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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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다>에게 주어진 질문과 소통의 노래라는 답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아빠 '프랭크(트로이 코쳐)', 엄마 '재키(말리 매트린)',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와 세상을 이어주는 막내딸 '루비(에밀리아 존스)'. 어느 날 그녀는 남몰래 호감을 품고 있던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를 따라간 합창단 연습에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노래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루비의 재능을 알아본 합창단 선생님 '빌라로보스(에우헤니오 데르베스)'는 그녀와 마일스의 듀엣 콘서트를 준비하고, 그녀에게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 지원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녀 없이는 생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들은 루비의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지고, 루비는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살면서 처음으로 가족이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하고, Apple TV+와 2,5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된 시안 헤더 감독의 <코다>는 기본적으로 모범적인 음악 영화다. 십 대 소녀가 자신의 꿈을 이해하거나 응원해주지 않는 부모님과 갈등을 빚는 가족 드라마와 아웃사이더인 주인공이 인싸인 학교 친구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점차 가까워지고 장애물이었던 모종의 오해까지 풀면서 사랑을 이루는 하이틴 로맨스의 흐름을 착실히 따라간다. 특히 어선 조업 중 노래와 리듬에 몸을 맡기는 루비의 첫 등장만 봐도 정석적이고 반듯한 영화의 전개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한 소녀가 본업과 관련이 없는 음악이라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 <스타 이즈 본>과 같은 영화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그러나 <코다>의 진가는 이처럼 모범적인 면모가 영화를 결코 뻔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특히 마냥 평범해 보이는 요소인 노래에 여름날 햇빛을 닮은 감동을 담아내면서 힐링 영화로 발돋움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인 '코다(CODA, Childern Of Deaf Adults)'라는 루비의 정체성, 그리고 뜬금없이 합창단에 들어가고자 하는 루비에게 친구인 거티가 건네는 "너 노래해?"라는 질문이 있다. 언뜻 듣기에 거티의 질문은 단순히 노래라는 걸 부를 줄 아느냐고 묻는 듯하다. 그러나 루비가 겪은 코다로서의 경험과 만나는 순간 이 질문은 들리는 것 이상의 의미, 곧 소통과 불통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우선 영화가 묘사하는 루비의 삶과 경험은 '통역'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할 수 있다. 루비 없이 그녀의 가족과 다른 사람들은 소통하지 못하며, 이는 일상의 위기로 이어진다. 당장 배 위에서 루비의 주된 역할은 해경 및 다른 어선들과의 무전 담당이다. 배 아래에서도 그녀는 잡은 물고기의 경매가를 흥정하고, 물고기 판매 방식을 둘러싼 회의에서 가족들의 의견을 대표로 전달한다. 그런 그녀가 조업에 나서지 않자 프랭크와 레오는 무전을 받을 사람이 없어서 해경에게 제지당하며, 그들은 회의장에서 안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통역으로 살아온 루비는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는 것을 꺼리고, 타인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가족과 사회 양쪽 세상을 이어주면서도 동시에 양쪽 모두에게 배척받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녀는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단순한 메신저에 불과하다. 당장 농인인 가족들과 루비는 삶의 기준이 다르다. 식사 자리에서 틴더 어플을 사용해도 아무 제지를 받지 않는 오빠와 달리 그녀는 식탁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례하다고 혼난다. 또 그녀는 가족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온갖 소음에 홀로 괴로워하며, 자신의 말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못하는) 가족들로부터 자신이 점차 소외되어 간다고 느낀다.
한편 가족 너머의 사회에서도 그녀는 괴짜다. 학교에 처음 간 날 친구들과 달리 농인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루비는 놀림을 받는다. 멸시와 조롱 때문에 그녀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자 그로 인해 그녀는 또다시 놀림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양쪽 세상 모두와 점진적으로 단절되어 간다. 이는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와 감정을 푸는 장면이 그녀가 어선 조업 문제를 두고 가족들과 의견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가를 맛보는 모습과 교차되는 이유다. 상반된 분위기의 장면이 엇갈리면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위기는 가장 극적으로 조성된다.
이때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말할 줄 모르던 한 소녀에게 탈출구를 선물한다. 바로 노래다. 일단 그녀에게 노래는 자신만의 감정과 사연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일기장이다. 가족들이 음악과 노래를 들을 수 없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남길 수 있었다. 물론 동시에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는 흉터이기도 하다. 처음 합창단 연습에 간 루비는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되자 연습실에서 도망쳐 버린다.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자 자신이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말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던 그녀의 트라우마는 반복된다.
하지만 그 흉터는 이내 치료를 위한 거울이 된다. 노래를 통해 마침내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까 봐 노래를 망설이는 루비에게 음악 선생님인 미스터 브이는 노래하는 목소리보다 그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루비가 예쁘게 노래하려고 애쓸 때 그는 당장 예쁘지 않더라도 분노, 실망, 좌절처럼 그녀가 애써 숨기고 마음속에 가두려는 감정을 모두 노래에 털어놓아야 비로소 노래에 힘이 생긴다고 가르친다. 이처럼 레슨을 받으면서, 또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준비를 마친다.
이는 영화가 서두에 던진 "너 노래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루비의 이야기라는 특별한 맥락 안에서 위 질문은 단순히 노래한다는 행위의 유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노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된다. 그렇기에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를 풀고자 그를 자신이 혼자 노래하던 호수로 데려라고, 음대에 진학하겠다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질문에 대한 답이 되며, 그녀의 노래는 따뜻한 울림을 선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코다>는 진정으로 노래하게 된 루비의 변화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노래를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대화와 소통은 말하는 사람과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까지 있어야 진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화자의 표현과 그 내용이 진실될 때 소통이 더 용이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도 주목하여 그녀의 성장과 노력, 그리고 진심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닿는지에도 주목한다.
그래서 루비가 무대 위에 올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순간, 카메라는 루비보다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 특히 그녀의 가족을 주시한다. 노래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딸이 노래한다는 사실도 믿지 못하던 아빠 프랭크는 다른 관객들의 박수세례와 눈물을 통해서 비로소 그녀의 노래가 갖는 힘을 인식한다. 그러고는 집에서 루비가 노래할 때 그녀의 목을 만져서 울림을 확인하고, 입모양을 보면서 가사를 확인하며, 눈물을 보면서 노래에 담긴 진심을 확인한다. 이때 영화는 루비가 무대 위에 있을 때 영화 관객에게도 숨겼던 노랫소리를 그제야 들려주며 루비와 그녀의 가족이 진정으로 서로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의 임팩트를 극대화한다.
이렇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법을 배우고, 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루비의 노래는 그녀에게만 필요했던 탈출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비록 모든 사람이 루비와 같은 코다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녀가 겪는 것과 유사한 불통의 문제를 현실의 삶 속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너 노래해?"라는 질문은 루비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주어진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루비가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하는 거 봤지? 이제 너는 어떤 노래를 부를 거야?"라고 묻는 것처럼.
A(Acceptable, 무난함)
코다의 노래를 빌려 모든 이들의 불통과 소통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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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손석구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추앙하는 구씨부터 극악무도한 빌런으로 활약하며
안방부터 스크린까지 사로잡은 배우가 있죠!
바로 배우 '손석구'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바로 배우 '손석구'입니다.
그럼, 손석구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자연스럽고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연기가 특징인 배우 손석구.
지오엠티의 대표이사, 이라크 자이툰 부대 군 복무, 미국과 캐나다에서 유학 등
독특한 이력을 가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손석구 배우는 냉정한 장교부터 연애가 서툰 기자, 그리고 악랄한 범죄자 등까지 정말 매번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배우 '손석구' 프로필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이름 | 손석구
출생 | 1983년 2월 7일
소속사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데뷔 | 2016년 영화 '블랙스톤'
별명 | 리트리버, 아기 군만두
배우 '손석구' 데뷔 과정
ⓒ 네이버 영화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이었으나, 캐나다로 갔고 농구선수를 꿈 꿨으나 포기하고 만다.
그러다 연기를 배우게 됐고, 연기가 좋아서 캐나다에서 연기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연극을 했고, <사랑이 불탄다>라는 작품을 계기로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캐스팅 되며 데뷔하게 되었다.
배우 '손석구' 대표작
뺑반 - 기태호
ⓒ 네이버 영화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별하는 인물인듯 보이지만,
허당미가 넘치는 검사인 '기태호'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seezn
멜로가 체질 - 상수
ⓒ JTBC
손석구 배우는 '야감독'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막말과 욕설로
악명이 높은 CF 감독인 '상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60일, 지정생존자 - 차영진
ⓒ Tving
카리스마를 갖췄으며, 두뇌회전이 빠르고, 예의가 바른 인물.
전직 비서실 선임행정관이자 현직 비서실장인 '차영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언프레임드 - 재방송 - 감독
ⓒ 네이버 영화
손석구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첫 번째 영화인 <재방송>. 손석구라는 인물이 가진
재치와 위트가 그대로 녹아든 작품이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D.P. - 임지섭
ⓒ Netflix
뒤끝있는 성격을 가진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헌병대장 보좌관 '임지섭'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연애 빠진 로맨스 - 박우리
ⓒ 네이버 영화
손석구 배우는 직장생활도 연애도 서툰 잡지사 기자인 '박우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나의 해방일지 - 구씨
ⓒ JTBC
일과 술밖에 모르는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비밀이 많은 인물,
미스터리 외지인 '구씨'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범죄도시2 - 강해상
ⓒ 네이버 영화
손석구 배우는 베트남 일대를 장악했으며,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메인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곳 -------------
극장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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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결말포함]군필이라면 다 아는 그 영화 분대장 교육장에서 틀어주는 바로 그 영화
#군대영화#밀리터리영화#전쟁영화
영화 ' 위 워 솔저스 ' 2002년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무비워크 #영화리뷰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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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시의적절한 가족 영화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 해피엔드가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2년 연속으로 '가족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점, 그리고 칸이 사랑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이 '가족영화'라는 점이 참 재미난 관람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하시고 시청해주시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콘텐츠도 재밌게 시청해주세요!제작지원 : 그린나래미디어
#해피엔드 #미카엘하네케 #영화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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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하트스토퍼> 공식 예고편
이런 게 바로 사랑일까? 두렵고도 기쁜 복잡한 감정. 소년, 소년을 만나다. 《하트스토퍼》, 삶과 사랑에 관한 다채로운 감정을 8개의 에피소드에 담았다. 앨리스 오스먼의 인기 그래픽노블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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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송해 1927> 티저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