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03-17 00:00:00
우먼 인 할리우드
한줄평 아닌 한줄평
한명만 움직여서는 바뀌지 않을 변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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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이미지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미디어는 사람의 생각을 형성하고 좌지우지하게 해 미디어가 주입하는 성차별은 많은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여성의 이미지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고정적으로 같은 이미지를 찍어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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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성감독과 여성배우들은 할리우드의 장애물을 아무리 뛰어넘어도 그 자리에 있음을 느껴야했다.
다양한 이미지 뒤의 여성들은 가슴과 엉덩이에 초점이 맞춰져야했고 자신을 잃어버린듯 했다.
"그때 깨달았어요. 난 그냥 배우가 아니구나. 난 '여배우'구나"
변화를 위한 걸음은 혼자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 같이 나아가야할 길이 되어야 한다.
한걸음 나아갔다고 두걸음 뒤로 물러나서도 안된다.
이것을 찍은 감독조차 남자이지만, 남자의 목소리를 빌려서라도 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두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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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신작 추천작 <너와 나의 경찰수업> <설국열차 시즌3> <프리 가이>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1월 넷째 주의 씨네랩의 추천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너와 나의 경찰수업, 디즈니 플러스 +
웹드라마 | 한국 | 16부작
감독 : 김병수 | 출연 : 강다니엘, 채수빈, 이신영, 박유나, 김상호, 박성준 등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경찰대학을 배경으로 우리가 응원하고 싶은 청춘들의 사랑과 도전을 담은 청춘 성장 드라마"
*관전 포인트* : 아이돌 강다니엘의 데뷔작,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니만큼 많은 화제에 있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채수빈.
눈부시고 설레는 청춘 에너지를 발산하는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최고의 기대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뿐만 아니라 이신영, 박유나, 박성준, 민도희, 김우석 등 대세 청춘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청춘배우들의 앙상블, 티격태격 케미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됩니다. :)
2. 설국열차 시즌3,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 미국 | 10부작
감독 : 그레임 맨슨 | 출연 :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디그스, 숀 빈 등
넷플릭스 공개일 : 2021년 1월 25일 (화요일)
"이 작품은 빙하기가 돌아온 지구, 마지막 생존자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한 남자가 모두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관전 포인트* :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
<설국열차> 시즌 1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즌2에 이어 시즌3까지 제작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명배우인 제니퍼 코넬리의 열연과 송강호 역할을 하는 다비드 디그스 배우의 모습까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을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재미와 서스펜스와 몰임감을 주는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원작 <설국열차>의 세계관을 시리즈화한 작품인만큼 원작 영화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서사의 전개와 장대한 스토리 라인을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3. 프리 가이, 디즈니 플러스+
액션 | 미국 ㅣ115분
감독 : 숀 레비 |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타이카 와이티티 등
개봉일 : 2021년 8월 11일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초월 엔터테이닝 액션 블록버스터! 인생의 판을 바꿀 짜릿한 반란이 시작된다! "
*관전 포인트* : 역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액션능력까지 모든 걸 자~~알 소화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공상과학 코미디 액션? 영화인만큼 그의 다양한 매력을 보실 수 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특유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잔망스러운 캐릭터는 관객들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데요!거기에 플러스 <킬링 이브>,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등에서 카리스마 있고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발산하여 많은 인기를 얻었던 배우 조디 코머까지..
모두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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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깨뜨린 시스템에 대한 분노, 마녀
우리가 사는 일상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간다. 큰 사건이 없다면 그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불행한 일이 있거나, 본인이 아파 그런 일상을 누리기 어려울 때 그제야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무심히 스치듯 지나가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모아져 만들어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변에 소중한 사람도 생기고, 같이 무언갈 공유하는 기쁨도 알게 된다. 그런 기쁨들이 더욱 일상을 소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2018년에 개봉했던 <마녀>는 주인공 자윤(김다미)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이 영화 초반에 담겼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잃은 자윤이지만 그를 보호해주는 양부모가 있고, 그의 단짝 친구도 그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일상에 참여하고 있는 자윤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깨뜨리는 어떤 집단 시스템에 대항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그것이 그가 누리던 일상을 망가뜨려버리고 만다. 그렇게나 지키고 싶어 했던 그 일상을 자윤은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었다.
<마녀> 세계관을 이어가는 두 번째 영화
<마녀 파트2>는 1편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가는 영화다. 대신 자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다른 소녀(신시아)를 등장시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 속 소녀는 어떤 실험실에서 탈출해 제주도 어딘가에서 방황하게 된다. 그는 피를 뒤집어쓴 채로 돌아다니다 우연히 탄 차에서 경희(박은빈)를 괴롭히던 깡패들과 만난다. 그리고 경희를 괴롭히는 깡패들은 자신의 초능력으로 응징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소녀가 일상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끌고 가고 있다.
<마녀> 시리즈에서 일상은 중요하다. 자윤과 소녀 모두 어린 시절의 평범한 일상을 보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것을 경험한 자윤은 그것을 깨버린 시스템과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고, 2편이 등장하는 소녀는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그 평범한 일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경희를 만나고 그의 동생 대길(성유빈)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소녀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밥을 먹고 마트를 가고, 잠을 자고 산책을 하는 아주 평범한 그 일상을 처음 경험해보는 소녀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환희가 가득하다.
영화 속 소녀가 처음 일상을 경험하는 모습은 어린아이가 처음 경험할 때 보이는 반응 자체다. 그것을 보고 도와주는 경희와 대길은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어쩌면 어색해할 소녀에게 최선의 환경과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렇게 소녀에게 다가간 일상은 곧 자신이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마녀 파트2>에서도 일상은 주인공의 마음을 결정하게 하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거대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경험한 자유와 감정은 자신이 가진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소녀의 일상을 빼앗아 초능력을 만드는 시스템
<마녀 파트2>에는 백총괄(조민수)가 등장한다. 1편의 닥터 백(조민수)의 쌍둥이인데 그는 수많은 초능력자를 만들어낸 시스템을 이끄는 그야말로 총괄이다. 그가 만든 시스템은 아이를 도구로 활용하여 시스템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아이들의 일상을 빼앗아 초능력의 극대화를 시킨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영화에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과 삶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의 액션은 1편의 타격 액션에서 염력을 쓰는 초능력 액션으로 조금 형태가 바뀌었다. 그리고 더 많은 능력자들을 등장시키면서 조금 볼거리를 다양화했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는 주인공 소녀에게 일상을 선물한 뒤, 그 선물을 빼앗으면서 벌어지는 액션을 폭발적으로 담았다. 기본적으로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1편의 이야기 구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능력자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소녀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주인공 소녀를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그 능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에 맥이 빠지는 느낌도 있다.
영화에는 소녀를 추적하는 시스템의 특수요원 조현(서은수)과 장(이종석)을 비롯해 깡패 두목 용두(진구)가 등장하고, 중국에서 온 초능력자들도 등장해 이들을 한 장소로 모이게 만든다. 인물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의 액션 대결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도 준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한 곳에 엉키면서 액션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각자가 가진 정확한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소비되고 만다.
빨라진 액션 하지만 기시감이 들게 하는 이야기
1편과 마찬가지로 2편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소녀 역을 맡은 신시아 배우는 1편의 김다미 배우와 마찬가지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야기에 완전히 녹아들어 천진난만하거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음 출연할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경희 역의 박은빈 배우나 대길 역의 성유빈 배우도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캐릭터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깡패 두목 용두 역을 맡은 진구 배우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지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시선을 끈다. 그리고 이전에 강한 역을 맡지 않았던 서은수 배우는 이번에 액션 비중이 높은 특수요원 역할을 맡아 실감 나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은 1편에 이어 2편에도 비슷한 이야기 구조와 인물 구도를 통해 조금은 반복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액션의 밀도를 키우고 다채로운 장면들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편의 반복처럼 느껴져 기시감이 들게 한다. 하지만 1편에서 김다미 배우를 발굴한 것처럼 신시아 배우를 새롭게 주연으로 발탁하여 영화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영화 <마녀 파트2>는 3편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박훈정 감독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연출할 예정이다. 2편까지는 아주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슈퍼히어로 시리즈로서 3편에서 맺어질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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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마녀>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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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그들이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그루(탕준상)'는 모든 유품에는 생전의 삶이 깃들어 있으며, 따라서 작은 흔적도 세심히 챙겨야 한다는 아버지 '정우(지진희)'의 교훈을 실천에 옮기며 아버지와 함께 유품 정리 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그루 앞에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삼촌 '상구(이제훈)'가 법적 후견인으로 등장한다. 정식 후견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상구는 본래 직업을 숨긴 채 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겠다고 나서고, 이에 그루는 새롭게 만난 삼촌 상구, 평생을 함께한 절친 '나무(홍승희)와 함께 고인의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다.
의학 혹은 법정 드라마의 서사에는 두 개의 축이 존재한다. 주인공의 개인적인 서사와 환자 혹은 의뢰인(혹은 범인)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주인공들은 새로운 환자를 치료하거나 의뢰인 혹은 범인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을 깨닫거나 인생을 관통하는 교훈을 배우면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의 완성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새롭게 등장하고 또 퇴장하는 외부인의 이야기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비록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 두 장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엄연히 같은 본질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그루와 상구가 죽은 이들이 미처 전하지 마지막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만큼, 주인공들의 이야기 못지않게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고인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공장에서 사고사 당한 대학생을 비추며 시작되는 드라마는 뒤이어 노모와 절연한 아들, 스토킹 피해 여성, 퇴직한 노부부, 동성애자 커플, 미국 입양아 등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죽음을 보여준다.
특히 각각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서 공론화가 된 후로도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이슈를 담고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흡입력이 강하고, 가슴 아프다. 당장 비정규직의 산업재해는 본래 의도에서 적잖이 후퇴한 채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안을, 스토킹범에게 살해당한 유치원 교사는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가해자 처벌에 비해 피해자 보호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스토킹 처벌법을 둘러싼 논쟁을 연상시킨다. 이에 더해 십수 년 전에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소재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필요로 하는 국외 입양아 문제, 동성애 커플의 이별에 담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급변하는 가운데 당장 눈 앞에 닥친 노인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이때 작중 단편적이고 분리되어 있는 듯한 일련의 죽음들을 잘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는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한 기준선을 충족시키지 못한 실패자 내지는 사회가 규정한 경계에서 제외된 소외자의 삶을 공유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난 몇십 년간 한국 사회의 거시적 목표이자 과업이었고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두 축인 산업화와 민주화 신화에 속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드라마는 녹여낸다.
드라마의 시작을 맡은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 늙은 어머니를 외면한 아들의 회한, 청춘을 바친 직장에서 퇴직한 후 아파트 경비원이 되어 갑질의 피해를 온몸으로 떠안은 할아버지의 말년은 산업화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람을 공장 기계와 같은 도구로 여기고, 인륜보다도 눈에 보이는 현금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동등한 사람을 서열과 계급으로 나뉘어 차별하는 잘못된 인식, 가치관, 관행을 꼬집는다. 한편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성취했으나, 생활양식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정립되지 못한 한국 사회의 한계를 비판한다. 동성애부터 입양아, 스토킹 피해에 이르기까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라는 이유로, 또 약하다는 이유로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수없이 차별과 피해를 경험한 가운데 과연 실질적으로 다양한 삶과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생활로서의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의 배경은 두 주인공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상구가 형과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며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다. 그는 이윤만을 바라보는, 사람을 비롯해 책정할 수 없는 가치마저도 돈과 숫자로 치환시켜온 사회와 가정이 낳은 또 한 명의 피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그루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면서도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당당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동시에 입양아이면서도 아버지의 큰 사랑 속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상구와 남부럽지 않은 가족을 이루어 나간다. 이렇게 드라마는 그루의 삶을 통해 목적지향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삶을 요구하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제시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무브 투 헤븐>이 말하는 메시지는 사회적 기준선에 속하지 못해 소외된 주인공 그루와 상구의 직업이 유품 정리사이기에 더욱 풍성해진다. 작중 그루와 상구가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의 작업은 오염된 장소를 청결하게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달리 말해 오염과 청결을 가르는 기준선을 해체하고 다시 긋는 것이 본질이다. 또한 그들은 삶과 죽음의 마지막 기준선을 지키는 이들이자, 고인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내고 전달하면서 삶과 죽음의 기준선을 일시적으로 넘을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특정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오염과 청결의 범주가 단지 위생의 측면이 아니라 도덕과 사회 질서, 체계의 근원을 이루었다는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메리 더글라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특정 영역의 경계나 기준을 상징하는 존재들, 특히 특정 존재의 오염 혹은 청결 여부는 문화적 분류와 사회 질서의 가장 기초가 된다고 파악했다. 경계 밖에 위치한 것으로 상정되는 존재들을 더럽고 오염된 것으로 간주하는 과정을 통해서 기준선 안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사회 질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통합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무언가 더럽고 불결하다고 인식되는 것을 정리 정돈하거나 청소하면서 청결과 더러움의 기준선의 위치를 재조정하는 것이 넓게는 사회 질서의 범주와 영역, 경계까지도 바꾸는 함의를 포함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사망한 이들의 공간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루와 상구의 작업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분위기, 인식, 제도의 변화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들은 혈흔과 체액, 벌레와 쓰레기들로 더럽혀진 장소를 깨끗하게 만듦과 동시에 일원화된 기준선을 맞추지 못해 사회로부터 배척받고 낙오된 개개인들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투영하면서 보듬어 안는다. 그렇게 상구와 그루는 주변 주민들로부터 더럽고 불결한 일을 한다고 손가락질받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의뢰받은 공간을 청결의 영역으로 다시 옮겨 놓는 것에 정성껏 최선을 다한다.
사실 <무브 투 헤븐>의 구성이 의학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와 유사하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아주 새롭고 기발하면서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못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브 투 헤븐>이 넷플릭스에서 공개 직후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은, 지나치기 아까울 만큼 뭉클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유품정리사만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착잡한 사연들을 차분히 제시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진정성을 모자이크를 채워 나가듯이 전달하며 우리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룬 단단한 이야기의 힘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유언을 남긴 이와 유언을 들으려는 이의 진심이 한데 모여 그려낸 희망의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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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크리에이티브 2
클린턴은 기숙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살인 어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크리켓 골든 트로피를 얻었던 만큼 크리켓을 잘했다. 기숙사에서 키가 큰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고 비하하는데 클린턴은 자신의 화를 참으며 과거에 트로피를 손에 쥐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클린턴은 기숙사 학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이다. 식당에 빌린 돈이 많아 갚지를 못해 밥도 못 먹고 선생님도 클린턴을 소외시키고 만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전학생을 본다. 그 전학생도 말수가 적고 소외당하는 아이지만 클린턴은 그 애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기숙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은 클린턴에게 기회는 있을까?
제인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8살 어린이다. 하지만 그녀를 키우던 엄마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되어 할머니 집에 맡겨지게 되자 싫은 감정을 내보인다. 할머니는 그런 제인에게 양파 파이를 만들어주고 레시피도 공개하지만 싫증이 난 제인은 집 뒤뜰에 있는 숲에 가게 되고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자 자신 앞에 보이는 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고 거대한 몸집의 큰 거인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도망치려 하는데... 이 거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아의 소수 민족인 아제리 민족은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여성들과 아이들은 글자를 못 읽기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파샤의 딸인 귀네쉬는 글자를 읽고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귀네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파샤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들이 미래의 중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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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스트리트 댄스라는 열정에 대한 헌사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킵 스텝핑(Keep Stepping)
Australia/2022/95min/루크 코니시 감독 작품
스트리트 댄서 문화를 담은 영화 〈킵 스텝핑〉은 세 인물의 서사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루마니아 출신의 브레이크 댄서 파트리샤, 칠레-뉴질랜드(사모아)인 부모를 둔 팝핀 댄서 개비, 스트리트 댄스 대회 ‘디스트럭티브 스텝스(Destructive steps)’를 조직한 한인 출신 조가 주인공이다.
셋 모두에게 춤은 치유와 열정의 계기였다. 파트리샤는 서른셋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낯선 나라에서 경제 활동을 하면서도 춤 연습을 이어간다. 개비는 남들과 다른 피부색과 체형으로 위축된 적이 있고, 조 역시 백인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그러나 스트리트 댄스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불리한 조건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춤에 진심인 구성원을 보듬고 춤 실력으로만 사람들을 평가한다. 즉 춤에 쏟는 열정을 순수히 보상받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 사회는 도달 불가능한 욕망을 양산하여 개인에게 좌절을 안기지만 스트리트 댄스 신(scene)은 누군가의 욕망과 노력을 착취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금지만 당하지만 댄스 배틀에서 주어진 45초의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는 한 댄서의 말이 이를 증언한다.
파트리샤와 개비는 모두 오랫동안 춤을 출 수 있을지,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불안해하며 고민한다. 춤을 인정하지 않는 가족과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더 중요한 고민이 있다. 파트리샤는 윈드밀 기술을 익히는 것, 개비는 사모아 전통 춤을 팝핀과 결합해 자신만의 춤을 선보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조는 자신을 키워준 스트리트 댄서 친구들과 커뮤니티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대회를 꾸려왔다.
‘무용’해 보이는 것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자신만의 길을 닦아 나가는 자들이 뿜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이 아름다움이 현실에서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사그라들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처음부터 ‘실패’의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 태도가 언젠가 도달할지도 모를 ‘실패’를 하찮게 만든다. 누군가가 부여한 욕망이 아닌 자기 내면에서 솟은 욕망을 따라 조금씩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이 비슷한 상황의 많은 이들에게 큰 용기와 위로, 연대로 다가가리라 확신한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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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두사미, 그래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에드가 라이트의 공통적인 흐지부지 결말, <소호>에서는 더 심화되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집필한 각본은 공통적으로 지적받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초중반부까지는 각본의 짜임새와 흐름이 치밀하고 섬세한 데 반해, 영화의 피날레이자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앞서 쌓아올린 빌드업이 무색할 만큼 성의 없고 무책임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그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적어도 코르네토 3부작에 있어서는 해당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해당 트릴로지가 모두 코미디 장르이기도 하고, 스토리 자체부터가 정신 나가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마무리를 맞이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감독의 각본과 관련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베이비 드라이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해당 영화의 결말부의 부실함에 관해 지적하였으며, 개인적인 선호와는 별개로 그 지적한 이유가 합당하기 때문입니다. 코미디 느낌을 덜어내고 진중한 분위기를 가지게 한 작품임에도 뜬금없이 결말부를 마무리지었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뒤를 이어, 코미디와는 거리가 많이 먼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최신작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이하 <소호>) 역시 각본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잭이 샌디에게 남긴 키스마크가 엘루이즈에게도 남아있는 등 1960년대와 현대 사이에 서로 간섭이 가능한 듯한 암시가 맥거핀에 불과한 점은 애교에 불과합니다. 영화 전반부와 중반부에서, 엘루이즈가 샌디와 형성한 정서적인 공감을 토대로 그녀에게 벌어진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스릴러의 성격이 강한 심리극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차근차근 빌드업해 나가는 전반부와 중반부의 심리극이 무색하게 엘루이즈는 그저 허상의 악령으로부터 도망만 치는, 공포 영화에서 무력한 여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클리셰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최악인 점은 <소호>의 장르는 공포 영화임에도, 이 영화가 공포와는 거리가 많이 멀다는 데에 있습니다. 공포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령들은 공포감을 갖기 어려운 외양을 가지고 있음은 둘째치고, 그들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어떠한 일련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저 성의 없이 좀비처럼 팔을 휘적이고만 있을 뿐이니 공포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코미디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또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본인의 작품에 사회적 이슈를 대부분 담고 있습니다. 이 사회적 이슈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후반부에 등장하기 마련이기에, 감독의 영화들이 흐지부지한 결말부를 가지고 있는 원인 중에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호> 역시 여성에 대한 성적인 착취와, 그에 수반된 착취의 대상인 여성들이 느낄 공포를 이슈로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이슈를 다루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소호>는 그 이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파악이 어렵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성적 착취의 대상이었던 샌디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지, 아니면 성적 착취의 구매자였던 남성들을 향해 지적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아니면 엘루이즈의 입장에서 과거의 이슈에 대해 어떤 느낀 바를 표출하도록 하고 있는지 등 난잡하고 중심이 잡혀 있지 않는 각본으로 그 이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감을 잡기 어렵게 만듭니다.
용두사미, 에드가 라이트 각본의 공통된 문제점
가벼웠던 코르네토 트릴로지와 달리, 진중했기 때문에 그 문제점이 더 부각되어 보인
새로운 연출과 기존의 연출, 써야 할 때와 자제해야 할 때를 구분했으면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코르네토 3부작으로 대표되는, 코미디 장르에 두각을 보이는 감독이었습니다. 특히 지루하게 느껴질 법한 상황을 가지고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들고, 더불어 개그로 승화시켜버리기까지 하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일례로 <세상이 끝장나는 날>에서 게리 무리가 술집에서 맥주를 주문할 때 하이 앵글에서 디스펜서를 작동시키는 손을 클로즈업한 컷과 맥주잔 바닥에서 로우 앵글로 디스펜서에서 떨어지는 맥주를 비추는 컷을 빠르게 교차하여 보여줌으로써 맥주를 맥주잔에 담는 씬일 뿐임에도 이를 흥미 있게 연출하고, 마지막에는 디스펜서로부터 약하게 흘러나오는 물을 물컵에 담는 쇼트로 변칙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클로즈업을 활용한 짧고 과장된 컷들을 연속적으로 활용하여 속도감 있는 연출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서는 이러한 편집이 가미된 씬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연출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덕분에, 영화의 스토리가 암울한지 와는 별개로 영화가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감독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소호>의 경우 과거의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작인 <베이비 드라이버>에서도 음악의 박자에 맞춘 빠른 컷 전환을 활용하였지만 전체적인 톤은 앞선 영화들에 비해 많이 무거워진 상태였습니다. <소호>는 빠른 컷 전환 역시 초중반부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중심인물을 기준으로 천천히 회전하면서 전방위에서 비추는 롱테이크가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무도회장에서 샌디, 엘루이즈, 잭 세 인물을 중심으로 카메라가 회전하면서 그들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롱테이크로 영화에 담아낸 씬으로 대표됩니다. 1960년대의 아름다움과 이를 향한 노스탤지어를 표현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진중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마지막에 이르러 감독 특유의 빠른 컷 편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시퀀스 하나가 등장합니다. 그 시퀀스에서 빠른 컷 편집이 만들어낸 연출의 미학과는 별개로,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후반부에 이르러 설득력 부족한 각본과 좋지 않은 방향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헛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또한 영화의 색채와 관련하여, 1960년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런던의 거리와 대비되게, 골목길과 하숙집에서의 어두운 그림자와 강렬한 원색의 향연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겉모습의 뒤편에 숨겨 놓은 어두운 과거의 이면을 표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이 둘 사이의 색채의 대비는 강렬합니다. 이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줌과 더불어 영화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듭니다. 감독의 과거 작품들을 살펴보면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인상 깊은 색채를 가진 요소들이 있을지언정 영상 전체적으로 강한 색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은 없었고, <소호>에서 처음으로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처음으로 시도함에도 비단 하나의 색만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색채들을 다채롭게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주는 피로감을 최소화하고,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영상미만큼은 호평할 수 있는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분위기에 맞는 연출을 마지막까지 활용했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아쉽지만 불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ST 만큼은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함에 있어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청각적 요소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는 사실은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OST 자체가 좋은 영화와, OST를 잘 쓰는 영화는 전혀 다른 개념임을 먼저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OST 자체가 좋은 영화의 경우 OST를 작곡한 음악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해지게 만들지만, OST를 잘 쓰는 영화의 경우 그 OST를 배치한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해지게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OST를 잘 쓰는 영화감독으로 쿠엔틴 타란티노가 있으며, 에드가 라이트 감독 역시 OST를 잘 쓰는 감독에 속합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올드팝부터 현 시대의 음악까지 널리 알려져 있거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대중음악, 혹은 극한의 마이너한 취향의 음악들을 활용하여 여러 재밌는 상황을 영화 속에서 연출해 냅니다. 대표적으로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우연히 작동된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Queen의 'Don't Stop Me Now'의 박자에 맞춰 좀비를 타격하는 씬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독의 OST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음악을 가지고 노는 듯한 능력은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극대화되어 영화가 음악을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음악이 영화를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이때 <소호>는 과거 작품들처럼 배우의 행동이 음악의 박자에 맞춰서 움직이는 장면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다양한 60년대의 올드 팝들을 활용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아름답고 황홀하지만 그 본질 속에는 날카로움을 담고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자와 외줄을 타는 듯한 아슬아슬한 감정이 담겨 있는 우스꽝스럽고 경쾌한 분위기의 노래인 'Puppet on the String'을 가지고 샌디가 처해 있는 상황을 비꼬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상대를 세상으로 비유한 노래인 'You're My World'이 샌디의 가수에 대한 열망이 짓밟히는 씬들에서 등장함으로써 발생하는 아이러니함과, 노래의 첫 시작과 중간중간을 장식하는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가 마치 마음속에 칼을 품고 있는 듯한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등 여러 명곡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만큼은 <소호>에서도 여전하여, 관객들에게 OST에 관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단순히 좋은 음악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지 않고, 이들을 모두 최적의 타이밍에 최적의 의도로 사용하는, 대중음악에 관한 지식이 방대한 자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입니다.
좋은 OST를 만드는 능력이 아닌 OST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음향을 이해하고 영상 속으로 녹여내는 능력만큼은 명불허전이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샌디와 엘루이즈가 마주 보고 거울처럼 행동하는 연출과 같이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던 연출에 관련해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 혹은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과 같이 여러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들을 찾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호평 요소들은 영화의 전반부와 중반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전반부, 중반부에서 쌓아올린 빌드업을 감당하지 못하고 후반부에서 무너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연유가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 빌드업한 감정을 고스란히 후반부에서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정말 큽니다. 새로운 시도를 한 점은 좋게 평가하고 싶지만, 감독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여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사람들은 이 거리의 불빛을 보며 못 이룬 꿈의 아쉬움을 달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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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윤희에게 #MoonlitWinter
-BGM
Raphael Leto - Wanted Me (feat. DNAKM)-Contact
93marv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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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5] 순수와 희망에 관하여 (with. 김시진 감독)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00:00 인트로 01:12 [대부]이야기 04:12 작가로서의 삶 05:53 [바다 저 편에] 이야기 14:59 아역배우 연출에 대하여 17:29 희망에 대한 이야기 21:29 순수함에 대하여 28:47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 43:29 괜한 이야기를 하였나…? 46:16 앞으로 이야기 47:42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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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퍼스트 킬> 공식 예고편
누구나 처음은 잊을 수 없는 법. 첫 희생자를 찾아야 할 때가 된 십 대 뱀파이어 줄리엣. 새로 전학 온 칼리오페를 노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칼리오페는 뱀파이어 사냥꾼. 이제 둘은 서로가 죽이기는 쉽지 않고, 빠져들기엔 너무나 쉬운 존재란 걸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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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전설이 시작된다!
주왕이 남긴 현무령에 대한 소문이 강호를 떠돌며
무림의 사대 세가는 암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 중 청룡문과 남궁세가는 현무령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며
강호에는 피바람이 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