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06 12:10:48
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아리 에스터 감독, 신작 <에딩턴> 올 여름 개봉 예정

아리 에스터가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 이어 A24와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Variety에 따르면, 신작 <에딩턴>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칸 영화제 공식 초청
여부는 미정으로, 그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신작은 지난해 여름 뉴멕시코에서 이미 촬영을 마쳤으며, 호아킨 피닉스, 페드로 파스칼, 엠마 스톤, 오스틴 버틀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루크 그림즈, 디어드리 오코넬, 마이클 워드, 클리프턴 콜린스 주니어도 합류해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3,500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였지만, 전 세계 흥행 수익이 1,200만 달러에 그치는 부진을 겪었던 아리 에스터가 과연 이번에는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받고 있습니다.
베르너 헤어조크 신작, 케이트&루니 마라 주연 확정

베르너 헤어조크의 신작 <Bucking Fastard>에 케이트 마라, 루니 마라 자매가 나란히 주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두 사람은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쌍둥이 자매 진(Jean)과 조안(Joan)을 연기할 예정입니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프리다와 그레타 채플린 자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며, 이들이 이웃 남성에게 지나친 집착을 보이다 결국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사건입니다. 영화 제목 역시 법정에서 자매가 동시에 실수로 내뱉은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출처: The Film Stage).
촬영은 올해 봄 아일랜드에서 진행 예정이며, 추가적인 줄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논픽션 영화의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 은퇴하나

<라 당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연출한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이 최근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을 기념해 IndieWire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은퇴를 암시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병을 앓았고, 지금은 에너지가 없다. 영화를 만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메뉴의 즐거움>을 마친 후, 몇 년 동안 기력이 떨어졌다.”라고 답했습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은 7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으로, 가장 최근 작은 2023년에 개봉한 <메뉴의 즐거움-트와그와 가족>입니다.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The Whisper Man>, 로버트 드 니로 출연 확정

로버트 드 니로가 넷플릭스와 AGBO가 공동 제작하는 <The Whisper Man>에 출연합니다.
제임스 애쉬크로프트가 연출 예정인 이 영화는 알렉스 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8세 아들이 실종된 후 도움을 구하려는 범죄 소설가인 주인공이 오랜 세월 연락이 끊겼던 은퇴한 형사인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위스퍼 맨(The Whisper Man)’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쇄살인범과 관련된 오래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촬영은 올해 봄 미국 동부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알려졌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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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부모 밑에서 자란 귀여운 천재소녀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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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적]NO스포 리뷰:추석용 가족영화, 딱 그정도.
흠...할인 받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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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섹스/라이프> 공식 예고편
[2021년 6월 25일, 넷플릭스 공개]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둔 욕망.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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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자백> 메인 예고편
제대로 함정에 빠졌다!" 하루아침에 '밀실 살인 사건' 속 유일한 용의자가 돼버린 #소지섭 그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김윤진 이 만났다! 웰메이드 서스펜스 스릴러 #자백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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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들릴 음악의 세계로.
TAR는 주인공의 성인 타르(TAR)이자 쥐(RAT)와 예술(ART)의 애너그램이며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어떤 부분에서 이 알파벳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점을 주목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큐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구성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실제인 것처럼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그 강렬한 의미를 더한다. 주변 인물의 감정이 입체적이지 않아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리디아 타르'의 심리상태를 영화의 화면에 드러내 밀도 깊은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가득 채우는 연기가 강렬하다. 열정을 넘어선 광기를 그린 영화 '타르'는 2월 22일 개봉했다.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 리디아 타르.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터라 강박증과 신경 쇠약을 달고 산다. 그만큼 주변에 끼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어 평생 꿈꿔왔던 과업을 행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그녀를 파괴할 만큼 큰 파도를 밀고 들어와 내부와 외부를 장악한다. 마에스트로라는 껍데기 속에 가득 메워진 알맹이의 정체를 밝힐 음악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손짓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공한 타르(TAR)는 편견에서 살아남아 그 자체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ART)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인식보다는 의무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그녀를 뒤덮는다. (R 전부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바뀌는 세상 속에 안주하며 자아도취적인 폭력성을 주변에 내뿜는다. 욕망으로 점철된 가치관과 신념은 주변을 상처 입힌다. 예술로 포장했던 모순이 자신에게 불어닥치는 순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의 비극처럼 급격한 상황 변화로 인해 왜곡되는 현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정말 제목처럼 타오르기도 하며 예술적이기도 하며 쥐새끼 같기도 한 인간 군상이 모두 드러난다.
자기도취적인 동시에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폭력성은 시간이 지나며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타르의 현실과 그녀가 비판했던 캔슬컬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었다. 얄팍한 정의감을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 놓인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삶과 예술은 나누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부합하는 지점에 도달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관객에게 달렸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음악으로 마주할 때, 느끼는 위대함은 어쩌면 불편한 것 투성이의 것들이다.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는 저마다의 해석이 담겨있다고 해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묘하면서도 모순적인 이 딜레마는 영영 이해하지 못할 말들처럼 보이지만 그 한정적인 한계는 인생의 단면에 불가하다. 어떠한 선입견에 갇혀 그 안의 것을 보지 못하면 그 본질 또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모순과 딜레마를 넘어서 그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길로가 밝을지, 어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들은 '사랑'을 종점으로 4분을 연주한다. 감정에 대한 해석 순환 속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 지점에 도달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계속해서 스며드는 따뜻함은 지휘와 맞물린다. 무엇은 지휘하는가에서 시작하는 음악의 해석은 열정적인 모습을 영혼에 담아낸다. 그렇게 편견을 소거한 음악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음악의 광기는 자신에 의해 파괴되지만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음악 자체의 위대함으로 표현한다. 감정, 음악, 그 이상의 것들은 타오르는 열정만큼이나 타르에게 전부다. 설령 단조로운 음표라 할지라도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연주하듯 펼쳐지는 영화는 이름처럼 악보 속에 남아 타올라 꺼진다. 설령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음악만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그녀의 곁을 지킨다. 새로운 시작이라 일컫는 우주선도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의 벽을 허문 최초의 여성 지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소식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단단한 사람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으로 봤지만 그 상상을 무참히 깨버리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몰락을 담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얻은 만큼 불합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휘가라는 일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성취이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처럼 은연중에 기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다뤄왔던 '연대', '희망'과 같은 일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망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때, 권력형 성범죄는 성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 포스터 자체도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현을 통해 편견을 소거하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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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하루를 더 영화롭게 보내기 위해 극장에 가신 분이 계시다면 빈 손으로 극장을 나서진 않으셨는지요?
최근, 침체된 극장을 살리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굿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종이 티켓이 사라져 감에 따라, 언제부턴가 대형 극장에 자리 잡은 '포토 티켓'을 비롯하여 한정판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굿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았다'는 기억을 소장하고, 자신의 영화로운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기억의 조각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니즈에 맞게 극장마다 '스페셜한 굿즈'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에서도 '굿즈 맛집'이라고 소문난 한 극장을 소개해보려 하는데요!
바로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을 위한 CGV 아트하우스! 입니다.
CGV 아트하우스는 2021년 1월, <블라인드>를 시작으로
매월 다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로움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특히, 아트하우스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된 스페셜한 굿즈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페셜한 그림 덕분에 빠르게 소진되는 '잇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로운 순간을 소장하게 해준다는 굿즈 맛집 한 번 같이 구경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블라인드 (Blind, 2007)
로맨스, 멜로, 드라마 |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 출연 : 요런 셀데슬흐츠, 핼리너 레인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그를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 마리는 어릴 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씨네pick : <블라인드> 속 명장면에 작품의 의미까지 담아낸 렌티큘러 포스터.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씨스타가 부릅니다. "있다 없으니까."
블라인드 (Blind, 2007)
드라마 | 홍콩 | 9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왕가위 |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첸"우리 다시 시작하자."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씨네pick : 지금 가지 못해 더 특별한 이과수 폭포와 남미 특유의 색채가 담긴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귓가에 Happy Together~~가 들려오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 (Shades of the Heart, 2021)
드라마 | 한국 | 8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김종관 | 출연 :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씨네pick : 사람이 많은 공간보다는 오히려 벗어나 있는 장소.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마법처럼 비어지는 공간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종관 감독의 코멘트에 정말 잘어울리는 포스터라 더 갖고싶은 포스터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2021)
드라마 | 한국 | 9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홍성은 | 출연 : 공승연, 정다은"제가 왜 미안해야하죠? 잘못한게 없는데."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씨네pick :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는 현대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점점 불편한 것이 많아지는 게 과연 나쁜 걸까요?
슈퍼노바 (SUPERNOVA, 2020)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9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해리 맥퀸 | 출연 :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야."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씨네pick : 가장 찬란했던 삶과 기억.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기에 여정을 떠납니다. 찬란했던 삶과 사랑을 추억하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담긴 포스터. 참 아름답죠?
웬디 (Wendy, 2021.6.30 개봉예정)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벤 자이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우린 절대로 늙지 않을거야"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씨네pick :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을 담고 있는 영화 <웬디>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터팬과 웬디"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인만큼 '렌티큘러'라는 점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을 기록하는 굿즈"는
영화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영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굿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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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피운 촛불을 냉동고에 넣는다면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기자 임상진(손석구)이다. 그냥 월급쟁이인 임상진. 하지만 월급쟁이 치고 실력이 좀 있는 편이다. 나름 업계의 경력자로서 임상진을 아는 사람이 좀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인지도. 그 인지도 덕에 제보가 들어왔다. 따르르릉. "임상진 기자님이죠?" 수화기 속의 남자는 대기업 만전에게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제보했다. 상진이 듣기에 남자의 사연은 만연해서 기사 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더 들으면 들을수록 냄새가 진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임상진. 남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서 제출한다. 대형 스캔들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임상진. 하지만 대형 스캔들이 반대로 돌아와 임상진을 공격했다. 동시에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며 기사가 묻혔고, 만전은 임상진의 악의적 오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임상진에게 들리는 소식. 임상진에게 제보했던 남자가 상진의 기사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순식간에 무너진 임상진.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런 상진에게 메시지가 날아온다. "기자님.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 우리 어디서 만나요."
사이버 세상의 아쿠아맨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글쓴이는 이야기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출이라고 하고 싶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재미있다는 뜻이다. 왜 재미있을까? 그거야 영화가 친절하게 돌다리를 하나하나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물에 몰입할만한 근거를 영화가 안에서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준다. 가령 초반부 굉장히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중에 우리가 모를 법한 에피소드를 가져와 소개한다. 이 문장에서 핵심은 '잘 알려진 역사'라는 점인데, 배경지식 알고 비문학 문제 풀듯 익숙한 사실이 있으니 흥미로운 초반부가 빛을 발한다. 그다음은 임상진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거 간단하다. 임상진이 직업인으로서 취재하는 모습부터 보여준다. 어떻게? 하지만 이 인물에게 굉장히 강한 동기부여가 있다. 바로 자존심이다. 이 두 설정, 무작정 깊지만은 않지만 적당히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인물이 가진 자존심 같은 것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있어 최적화되어 있다. 누구든 이 인물을 이해할 수 있으니 납득이 쉬운 것이다.
또 다르게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은 사실적인 디테일이다. 이 영화가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이니만큼 취재했던 내용을 르포처럼 끌고 가는 게 중요했다. 왜?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목표는 '미디어가 사람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게 목표라면 팀 알렙이 어떤 공작을 벌일 때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장악하는지 그 자세한 부분을 각본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흥미를 느끼는 방식은 '이걸 이렇게 꺾네'라는 일종의 변화구일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아야 댓글부대가 가진 힘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영화가 논리적인 근거까지 잘 보여줘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거시적인 부분만 건드리기만 하고 끝난 건 아니다. 팀 알렙과 영화 안의 등장인물들은 인간이다. 당연히 갈등도 있고 고민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영화 안에서 무의미하지 않게 소비한다. 대표적으로 이은채라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은 이 인물 하나만으로 특정 지을게 아니라 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여론이 움직이는 과정을 전부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침없는 영화의 화법이 주제를 풍부하게 만드는 좋은 수가 된 것이다.
'노빠꾸'로 달린다
이 영화의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온라인 세상 묘사다. 다른 영화/드라마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묘사할 때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주저함이 없다. 일부러 인터넷 밈을 쓴다던가 하는 이상한 고증에 붙잡히지 않고, 또 그런 제약 없이 저속해서 영화/드라마에선 다룰 수 없던 것들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대표적으로 영화에서 중요했던 두 장면이 있다. 찻탓캇(김동휘)가 임상진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사실상 영화의 승부수와도 같아서 관객 입장에서 몰입시킬만한 시발점이 되는데 자극적인 커뮤니티 글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적인 모습도 잘 포착한 감독의 저력이 빛난 장면이다. 다른 장면은 임상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과도 닿아있어서 구체적인 서술은 어렵지만 나름 MZ세대 중 하나고 커뮤니티 세상을 안다고 생각했던 글쓴이도 '이렇게 자극적이지만 자세할 수 있나'라는 감탄을 하게 됐다.
표면적으로 <댓글부대>는 온라인 세상을 광폭하고 세세하게 묘사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 깔린 것도 중요하다. 이 영화의 각본은 철저하게 한 모티브를 반복하고 있다. 가령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제시한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거대한 파도와도 같아서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이 일에 영향을 받았다(는 전제 하에 영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댓글부대>처럼 여론을 움직이는 소수의 입김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초반에 제시한 사건처럼 긍정적으로 작동하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이 영화가 후자를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대해 약간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뭐든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댓글부대>는 그 무기력에 미스터리로 정면대결을 펼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면대결을 펼치는 임상진의 태도가 사실상 영화의 후반부까지 내내 통일감 있게 반복된다.
댓글부대 임지섭
영화가 흡인력이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가진 힘 덕분이다. 우선 이 이야기를 전면으로 끌고 가는 손석구 배우는 감정적으로 일관된 척하는 연기가 좋았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열불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영화 전면에 등장하면 이야기에 안정감이 떨어진다. 왜? 영화의 제일 첫 번째 과제가 임상진의 내면을 보여줘서 그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임상진의 노트북과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을 오롯이 전달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동시에 과제가 있다. 이 인물의 행보가 사실상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 인물이 과하면 영화가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석구 배우는 인물이 겪는 모든 감정을 체화하며 이야기를 견인한다. 이 연기가 후반부의 특정 인물과의 대화에서 폭발하는데 이 장면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팀 알렙 3인방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가장 좋았던 건 팹택 역의 홍경 배우다. 납작한 찻탓캇(김동휘)나 모호한 찡뻤킹(김성철)에 비해 이 사람은 감정적으로 낙폭이 크다. 이 낙차는 이야기 안에서 굉장히 좋은 승부수였다. 영화가 엔딩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 이 핵심을 통해 찍는 감정적인 방점이 팹택이 아니었다면 밋밋하게 느껴지기 쉽다. 글쓴이는 홍경 배우가 시선을 잘 활용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어디에서 어떻게 보면 이런 표정이 효과적일 거야! 를 잘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D.P>에서도 조석봉을 괴롭힐 때 같은 웃음을 지고 모멸감 가득한 표정을 지어도 매 번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본작 <댓글부대>에서도 이런 연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인물이 가진 내면을 아래에서 위로 찍는 카메라에 다 담기는 것이 감정연기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냉동고
글쓴이가 이렇게 <댓글부대>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엔딩에서 의문점이 찍혔다. 글쓴이가 이 <댓글부대>를 대략적으로나마 요약하자면 "온라인상을 구현하는데 진심이고, 손석구와 김동휘, 홍경, 김성철의 연기도 좋으며 미스터리로 끌고 가는 박력이 좋다. 그런데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삼라만상을 다 담았네? 또 거침없이 질주하기까지 하니 힘이 좋네?"라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좋은 영화다. 그리고 기획의도도 알 것 같다. 영화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이야기와 유리되면 안 되잖아? 그리고 이 영화도 <댓글부대>의 키보드가 품은 날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끌고 가는 하나의 특징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엔딩에서 느슨해진다. 글쓴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이 영화 초반부에서 한국의 현대사가 등장한다. 이 사건에서 디테일을 점점 추가하면서 이야기를 굴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굴리는 힘은 '정말 있을 법한' 사건들이다. 커뮤니티 세상을 잘 알든 모르든 신선한 톤으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허구의 이야기가 사실적인 부분에서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흐름을 전면으로 영화 안에서 반박해 버린다.
영화가 자처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갑자기 뒤로 숨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가 고발한 한국사회의 부조리들이 좀 가볍게 느껴지는 측면이 좀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흑막인 한 집단에 대한 부분도 2024년의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이다. 또 이 댓글부대와 관련한 정치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 둘에 대해 가감 없이 다루는 것이 영화의 동력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체화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면 이 인물들에게 신뢰도를 주고 기획의도를 살리는 선택도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열린 결말에 대한 불호? 글쓴이는 오히려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고 생각한다. 기획의도가 체감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 결말이기 이전에 너무 깊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임상진과 찻탓캇의 행보에서 의문이 좀 많이 갔다. 영화가 후반부를 작위적으로 마무리를 지은 듯 했다. 오프닝과 엔딩크레딧에서 던지는 문장 몇 마디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단서를 던져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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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박찬욱의 서재>
📚 서울국제도서전 특집 큐레이션✨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이번에 서울국제도서전이 엄청난 화제죠🔥
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요즘인데요
그래서 씨네픽이 이번에 준비한 큐레이션!
독서를 사랑하는 영화감독, 박찬욱
카메라 밖, 박찬욱 감독은 어떤 책에 빠져 있을까요?
이번 도서전의 주제 ‘믿을 구석’처럼
저장해두고 차근차근 읽어볼까요?
❶ 「제5 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❷ 「악령」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❸ 「관촌수필」 이문구
❹ 「창백한 언덕 풍경」 가즈오 이시구로
❺ 「지속의 순간들」 제프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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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 막시모프가 내 시간을 없애버렸어
그토록 기다리던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팔콘 앤 윈터 솔저>나 <로키>가 한창 방영중일 때 국제적으로 들려오는 평판만 확인할 정도였는데 실제로 볼 수 있게 됐으니 완전히 감개무량이다. 나는 사실 이 <완다비전>이 너무 궁금해서 나무위키로 슬쩍 읽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봉했던 영화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이나 <블랙 위도우>와는 다르게 인물의 깊은 내면묘사가 이뤄져 알고 봐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이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아마 직접 보면 알 것이다. 내면묘사가 단순히 인물의 양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꼭 가져야 할 연출 지점과 어우러져 신기했다. 과연 <오징어 게임>과 자웅을 겨루는 글로벌 드라마답다.
주연은 두 명이다. 아이언 맨이 만든 똑똑한 AI 비전과 하이드라가 만들어낸 초능력자 완다(스칼렛 위치)다. 이 둘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만든 커플로 깊은 사랑에 빠졌다. 배우 둘이 워낙 연기를 잘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엘리자베스 올슨과 폴 베타니는 MCU의 히어로들 중에서 제일 몰입이 필요한 역할일 텐데 이번에도 무난하게 각자의 롤을 잘 소화해냈다. 나는 초능력자가 된다던가 AI가 된다던가 하는 생각을 단 1분도 해본 적이 없다. 근데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 답게 어떻게든 하는 걸 보면 역시 프로는 다른가보다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또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엘리자베스 올슨 진짜 예쁜 것 같다. 같이 나오는 캣 데닝스도 물론 예쁘다. 근데 엘리자베스 올슨은 고상하게 아름답다. 심지어 연기까지 잘한다.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랑스러움부터 연이은 좌절로 인한 어두운 내면까지 깔끔하게 소화해낸다. 내가 배우면 이렇게 멋있게 연출해놓은 판 안에서 연기할 맛 날 것 같다. 또 폴 베타니 목소리 너무 섹시하다. 얼굴도 잘생겼다. AI 의상에선 몰랐는데 과거 미국에서 유행했던 코디를 입혀놓으니 '와 진짜 멋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무튼 드라마는 배우들의 호연과 깔끔한 색감, 또 과거 미국 드라마들에 대한 오마주까지 아다리가 맞아떨어지는 삼박자 연출로 깔끔하게 잘 뽑혔다. 나는 이 장점들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드라마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단순히 마블 팬이라서 재미있는 작품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1. MCU 정주행, 필요한가요?
네!!!!!!!!!!!!!!!!!!!!!!!!!!!!!!!!!!!!!!!!!!!!!!!!!!!!!!!!!!!!!!!!!!!!!!!!!!!!!!!!!!!!!!!!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
- 이 이하부터 <어벤저스 : 엔드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 보신 분들, MCU 정주행하고 옵시다 -
2. 앞으로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작품인가요?
일단 이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할 정도라면 인류 반이 날아갔었다는 극의 설정을 알고 있을 것이다. 타노스는 생명체 반을 날리기 위한 준비물을 모두 구하는 데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인피니티 워>에서 그의 목적을 이루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비전이 갖고 있던 마인드 스톤이 뽑히는데 이것을 계기로 그가 죽게 된다. 결과적으로 어벤저스는 타노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완다 역시 떠나보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멘토 스티브 로저스와 나타샤 로마노프까지 그녀의 곁을 떠난 것이다. 가족, 친구, 사랑 모든 걸 다 잃은 완다. 그녀에게 기댈 곳이라곤 단 1도 없다. 그런데 드라마 1화부터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비전이 살아서 완다와 함께 등장한다. 우리는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아니, 비전 죽은 거 아냐? 와 아니, 갑자기 느닷없이 평범한 시트콤이 되어버린다고? 다. 이 두 가지가 이 드라마의 기본 설정이다. 작품은 이 두 가지의 미스터리에 대해 설명해주며 왜 주인공 둘이 이렇게 살고 있는지, 완다에게 비전은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이는 곧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 <로키>와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서 다룰 '멀티버스' 세계관이 열렸던 개연성을 보여준다. - 아, 이것을 설명해주는 건 스포일러가 아니다. 왜냐면 케빈 파이기가 완다비전이 멀티버스랑 관련 있다고 오피셜을 내렸기 때문이다. - 또한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하는 듯한 암시도 있었으니 MCU의 팬이라면 무조건 봐야 하는 셈이다. 아, 포스터에도 나오듯 완다 막시모프라는 인물이 '히어로냐 빌런이냐'의 양자택일 안에서 어떤 선택을 고르는 지도 굉장히 중요하니 새로운 안티 히어로의 등장을 지켜본다는 점에서도 볼 이유가 분명하다. 아, <앤트맨>에서 나왔던 지미 우와 <캡틴 마블>에서의 모니카 램보, <토르 : 천둥의 신>에서의 달시 루이스, <엑스맨>의 피에트로도 나오니 마블의 팬들은 즐겁게 보기 좋을 것 같다.
3. '빌런 혹은 히어로'? 갑자기?
'완다가 빌런이냐 히어로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고?'라고 포스터를 보고 의문점이 들 수 있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아니 한번 히어로면 영원한 히어로지 빌런이 된다고? 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의문점은 내가 지극히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완다비전>까지 오기 전, 그녀의 처지를 살펴보자. 주인공이 사랑했던 인물들이 자기 의사랑 상관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경험상 이럴 땐 누군가의 위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막상 아무도 없으니 그녀가 감당하기엔 슬픔은 너무 컸을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그녀의 처지를 복기해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데 드라마는 그녀의 섬세한 내면묘사를 바탕으로 이 인물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공감하게 만든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로 남을지. 강한 내면을 되찾음으로써 그녀의 자아를 다른 쪽으로 비틀지, 드라마는 철저한 미스터리로 우리들의 시간을 없애버린다. 결국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인물의 양면성에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다.
4. 이야기의 완성도는 어떤가요?
일단 1회독을 끝낸 지금 생각해 보니 딱히 구멍은 없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색감이 은근히 좋아서 이야기에 몰입하기 좋다. 또 도입 3화까지 살짝 지루한 구석이 있을 것 같긴 하다. 근데 그게 플롯의 누수때문이 아니라 천천히 내용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5번에서도 썼지만 빌런에게 읭? 싶은 구석이 있긴 하다. 근데 보기에 페널티가 있고 이런 건 아니다.
5. 빌런의 묘사는 어떠한가요?
기존에 마블의 빌런들을 돌이켜 봤을 때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다.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에서의 만다린,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의 벌처가 생각난다. 전자는 담당 배우의 엄청난 카리스마가 만든 느낌이 강하고 후자는 생활밀착형 빌런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쉬웠다. 이 <완다비전>에서의 빌런은 이들과 살짝 다른 맥락이다. 이 빌런(들)은 엄브릿지형으로 볼 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재수가 없다. 또한 밑도 끝도 없는데 인물의 성격 자체가 그럴 법해서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의 지모 대령의 정확히 반대 기능을 하는 악역인 셈이다. 현실에 저런 사람이 내 주위에 있거나 직장상사거나 후배면 진심으로 싫을 것 같다. 이런 가까이 가기 싫은 캐릭터를 잘 묘사해 나름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6. 다른 히어로의 탄생? 무슨 뜻인가요?
이는 3번의 질문과도 이어진다. 완다는 앞으로 히어로가 될지 빌런이 될지 알 수 없는 캐릭터다. 이 인물이 후의 MCU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꼼꼼히 지켜보면 알 수 있다. MCU의 방향성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새로운 능력자와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7. 고전 미국 시트콤을 오마주 했다던데?
난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떤 드라마를 본떠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시트콤에 대한 오마주가 이 극에서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무조건. 오마주를 위한 작품이 아니다. 작품을 위한 오마주가 된 것이다. 또한 이런 연출 방식이 드라마의 호러, 스릴러 향 첨가에 도움을 준다. 기존에 장르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다른 재미요소가 될 것이다. MCU의 작품이 평단에서 호평받았던 경우가 드문 걸로 아는데 이 작품은 이 지점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오징어 게임>과 자웅을 겨뤄볼 만하다.
8. 액션 맛집 마블, 이번에도 닉값 하나요?
액션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한 화에만 나오는 정도? 두 주인공 폴 베타니와 엘리자베스 올슨이 워낙 연기를 잘했고 CG도 매끄럽게 잘 뽑아서 극을 이끄는 흡입력이 좋다. 굳이 액션이 필요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액션의 퀄리티가 별로냐? 난 좋았다. 등장인물의 특색들을 잘 살렸다.
4.5/5.0
강력추천!
디즈니 플러스를 처음 구독한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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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고 무해한 로맨스를 그리려는 어설픈 강박
* <달짝지근해: 7510>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달짝지근해: 7510 (2023)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각본: 이병헌
장르: 로맨틱 코미디
상영시간: 118분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유해진)'는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규칙적인 일상 속에서 오로지 '과자' 하나만을 보고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가장 유능한 직원으로 통하지만 현실 감각은 제로에 가까워 얼핏 보면 바보처럼 비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그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 하고, 오직 혼자만의 삶을 추구한다.
그런 '치호' 앞에 나타난 대책 없이 밝은 여자 '일영(김희선)'은 매사에 직진일 정도로 적극적이고, 거침 없이 솔직하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의 그녀는 매일이 똑같았던 '치호'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한번의 상처를 겪었던 '일영'은 순수함의 결정체와도 같은 '치호'에게 끌리고, 생애 처음으로 달짝지근한 감정에 빠진 '치호'의 심장도 조금씩 '일영'에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달짝지근해: 7510>은 촌스럽지만 귀엽고, 올드하지만 친숙한 중년들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중년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맨스 작품들이 대개 불륜이나 치정을 밑바탕에 두고 있던 것과 달리 두 남녀 주인공의 순수한 멜로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약간의 새로움을 점하기도 했다. 사회비판적 이슈를 다룬 현실적이고 어두운 작품들이나 자극적인 범죄 액션물과 달리 가볍고 착한 이야기를 담았기에 현 영화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꼈을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선호할 법한 작품이다.
귀엽고 어리숙한 '유해진', 사랑스러운 '김희선'의 매력은 평범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슬랩스틱 코미디와 로맨스를 오가는 두 사람의 케미도 훌륭하다. 특히 '유해진'은 카메오로 등장하는 '염혜란', '임시완', '현봉식' 등 짧은 분량의 배우들과도 맛깔 난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짧게 치고 빠지는 장면에서의 웃음 타율 또한 나쁘지 않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댄 채 뻔하고 낡은 이야기를 답습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아쉽다. 중년 로맨스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 의도적으로 올드한 요소를 배치한 것일까? 특유의 '말 맛'으로 정평난 '이병헌' 감독의 매력이 각본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아재개그랍시고 가미된 대사들은 고루할 지경이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치호'의 행동, '유해진'과 카메오 출연진들의 호흡 정도만이 제역할을 해낼 뿐 인물들의 대사가 가져다주는 재미는 부족하다. 특히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조연 캐릭터들은 철저히 주인공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된다. '이병헌' 감독의 작품들에서는 조연 캐릭터의 쓰임이 한정적이지 않다고 느껴 왔는데, <달짝지근해>에서는 각본에만 참여한 탓인지 뛰어난 배우들을 한정적으로만 사용해 아쉬움이 컸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이라면 훨씬 더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착함'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강박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스토리를 제어하고 있는 듯한 안정감 때문에 각본의 매력이 반감된 듯하다. 그래도 계단에서 넘어지는 '일영'을 받아주지 않는 '치호'나 '일영'을 업고 가다 함께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신처럼 틀을 깨는 몇몇 장면들은 '이병헌'스러웠다.
물론 코미디 장르만을 표방한 작품은 아니기에 결과적으로 더 중요한 건 두 주인공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달짝지근해>에 내재된 올드한 색깔은 '치호'와 '일영'의 로맨스에서도 유효하다. 마치 노골적으로 레트로를 지향한 것처럼 극에 등장하는 소품이나 배경들은 요즈음의 시내상과는 제법 거리가 있다. '치호'가 끌고 다니는 녹색 프라이드 자동차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하는 '김밥천국', 어플로 송금을 하는 시대에 굳이 500원을 거슬러 주겠다는 행동까지. 그 흔한 SNS나 메신저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지금 2003년에 나온 영화를 보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로맨스 이야기의 구조도 클리셰를 그대로 따른다.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두 남녀가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계속 엮이고, 설렘이 몽글몽글한 썸을 타다가 연애에 골인.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하지만, 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재결합을 한다는 결말까지. 너무나 많이 보아 왔던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가장 감동적이어야 할 '치호'의 공개 고백 신은 기대만큼의 감정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일영'은 그의 고백을 뒤늦게 접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한 시간 차가 감정선을 끊어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꼭 '치호'는 경계성 지능 장애에 가까운 인물로, '일영'은 미혼모로 설정해야만 했을까. 40대라는 나이는 이미 쓰디쓴 인생에 한참을 데여 풋사랑을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라는 데는 동의한다. 이 때문인지 중년 남녀가 순수하고 착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결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처럼 비쳐져 씁쓸했다. 극중 '치호'는 형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고, '일영' 역시 치근덕거리는 직장 상사나 쉬운 여자 취급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한다. 따뜻하고 다정한 '치호'와 편견 없고 당찬 '일영'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각자의 아픔을 가진 남녀가 서로를 보듬어줌으로써 사랑을 꽃피우는 따뜻한 이야기이지만, 이게 매력적이거나 세련된 소재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로맨스와 코미디에만 집중하면 좋았을 텐데,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의식을 확장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스토리가 돼 버렸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정취가 깔려 있고, 올드한 유머 또한 특정 세대에게 먹힐 만한 여지가 있다. 스토리의 여러 흠결을 배제하더라도 '유해진'과 '김희선'의 캐릭터 소화력과 이름값이 충분히 드러나 영화의 단점이 일부 보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무해한 로맨스만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마치 짜 맞춰진 것처럼 움직이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그저 작위적으로 비친다. 새롭고 달짝지근한 맛의 영화라기엔 그저 오래되고 익숙한 맛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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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는 주인공의 성인 타르(TAR)이자 쥐(RAT)와 예술(ART)의 애너그램이며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어떤 부분에서 이 알파벳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점을 주목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큐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구성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실제인 것처럼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그 강렬한 의미를 더한다. 주변 인물의 감정이 입체적이지 않아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리디아 타르'의 심리상태를 영화의 화면에 드러내 밀도 깊은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가득 채우는 연기가 강렬하다. 열정을 넘어선 광기를 그린 영화 '타르'는 2월 22일 개봉했다.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 리디아 타르.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터라 강박증과 신경 쇠약을 달고 산다. 그만큼 주변에 끼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어 평생 꿈꿔왔던 과업을 행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그녀를 파괴할 만큼 큰 파도를 밀고 들어와 내부와 외부를 장악한다. 마에스트로라는 껍데기 속에 가득 메워진 알맹이의 정체를 밝힐 음악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손짓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공한 타르(TAR)는 편견에서 살아남아 그 자체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ART)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인식보다는 의무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그녀를 뒤덮는다. (R 전부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바뀌는 세상 속에 안주하며 자아도취적인 폭력성을 주변에 내뿜는다. 욕망으로 점철된 가치관과 신념은 주변을 상처 입힌다. 예술로 포장했던 모순이 자신에게 불어닥치는 순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의 비극처럼 급격한 상황 변화로 인해 왜곡되는 현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정말 제목처럼 타오르기도 하며 예술적이기도 하며 쥐새끼 같기도 한 인간 군상이 모두 드러난다.
자기도취적인 동시에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폭력성은 시간이 지나며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타르의 현실과 그녀가 비판했던 캔슬컬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었다. 얄팍한 정의감을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 놓인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삶과 예술은 나누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부합하는 지점에 도달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관객에게 달렸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음악으로 마주할 때, 느끼는 위대함은 어쩌면 불편한 것 투성이의 것들이다.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는 저마다의 해석이 담겨있다고 해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묘하면서도 모순적인 이 딜레마는 영영 이해하지 못할 말들처럼 보이지만 그 한정적인 한계는 인생의 단면에 불가하다. 어떠한 선입견에 갇혀 그 안의 것을 보지 못하면 그 본질 또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모순과 딜레마를 넘어서 그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길로가 밝을지, 어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들은 '사랑'을 종점으로 4분을 연주한다. 감정에 대한 해석 순환 속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 지점에 도달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계속해서 스며드는 따뜻함은 지휘와 맞물린다. 무엇은 지휘하는가에서 시작하는 음악의 해석은 열정적인 모습을 영혼에 담아낸다. 그렇게 편견을 소거한 음악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음악의 광기는 자신에 의해 파괴되지만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음악 자체의 위대함으로 표현한다. 감정, 음악, 그 이상의 것들은 타오르는 열정만큼이나 타르에게 전부다. 설령 단조로운 음표라 할지라도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연주하듯 펼쳐지는 영화는 이름처럼 악보 속에 남아 타올라 꺼진다. 설령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음악만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그녀의 곁을 지킨다. 새로운 시작이라 일컫는 우주선도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의 벽을 허문 최초의 여성 지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소식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단단한 사람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으로 봤지만 그 상상을 무참히 깨버리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몰락을 담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얻은 만큼 불합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휘가라는 일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성취이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처럼 은연중에 기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다뤄왔던 '연대', '희망'과 같은 일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망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때, 권력형 성범죄는 성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 포스터 자체도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현을 통해 편견을 소거하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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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하루를 더 영화롭게 보내기 위해 극장에 가신 분이 계시다면 빈 손으로 극장을 나서진 않으셨는지요?
최근, 침체된 극장을 살리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굿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종이 티켓이 사라져 감에 따라, 언제부턴가 대형 극장에 자리 잡은 '포토 티켓'을 비롯하여 한정판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굿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았다'는 기억을 소장하고, 자신의 영화로운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기억의 조각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니즈에 맞게 극장마다 '스페셜한 굿즈'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에서도 '굿즈 맛집'이라고 소문난 한 극장을 소개해보려 하는데요!
바로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을 위한 CGV 아트하우스! 입니다.
CGV 아트하우스는 2021년 1월, <블라인드>를 시작으로
매월 다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로움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특히, 아트하우스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된 스페셜한 굿즈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페셜한 그림 덕분에 빠르게 소진되는 '잇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로운 순간을 소장하게 해준다는 굿즈 맛집 한 번 같이 구경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블라인드 (Blind, 2007)
로맨스, 멜로, 드라마 |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 출연 : 요런 셀데슬흐츠, 핼리너 레인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그를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 마리는 어릴 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씨네pick : <블라인드> 속 명장면에 작품의 의미까지 담아낸 렌티큘러 포스터.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씨스타가 부릅니다. "있다 없으니까."
블라인드 (Blind, 2007)
드라마 | 홍콩 | 9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왕가위 |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첸"우리 다시 시작하자."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씨네pick : 지금 가지 못해 더 특별한 이과수 폭포와 남미 특유의 색채가 담긴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귓가에 Happy Together~~가 들려오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 (Shades of the Heart, 2021)
드라마 | 한국 | 8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김종관 | 출연 :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씨네pick : 사람이 많은 공간보다는 오히려 벗어나 있는 장소.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마법처럼 비어지는 공간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종관 감독의 코멘트에 정말 잘어울리는 포스터라 더 갖고싶은 포스터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2021)
드라마 | 한국 | 9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홍성은 | 출연 : 공승연, 정다은"제가 왜 미안해야하죠? 잘못한게 없는데."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씨네pick :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는 현대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점점 불편한 것이 많아지는 게 과연 나쁜 걸까요?
슈퍼노바 (SUPERNOVA, 2020)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9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해리 맥퀸 | 출연 :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야."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씨네pick : 가장 찬란했던 삶과 기억.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기에 여정을 떠납니다. 찬란했던 삶과 사랑을 추억하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담긴 포스터. 참 아름답죠?
웬디 (Wendy, 2021.6.30 개봉예정)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벤 자이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우린 절대로 늙지 않을거야"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씨네pick :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을 담고 있는 영화 <웬디>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터팬과 웬디"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인만큼 '렌티큘러'라는 점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을 기록하는 굿즈"는
영화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영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굿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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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피운 촛불을 냉동고에 넣는다면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기자 임상진(손석구)이다. 그냥 월급쟁이인 임상진. 하지만 월급쟁이 치고 실력이 좀 있는 편이다. 나름 업계의 경력자로서 임상진을 아는 사람이 좀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인지도. 그 인지도 덕에 제보가 들어왔다. 따르르릉. "임상진 기자님이죠?" 수화기 속의 남자는 대기업 만전에게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제보했다. 상진이 듣기에 남자의 사연은 만연해서 기사 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더 들으면 들을수록 냄새가 진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임상진. 남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서 제출한다. 대형 스캔들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임상진. 하지만 대형 스캔들이 반대로 돌아와 임상진을 공격했다. 동시에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며 기사가 묻혔고, 만전은 임상진의 악의적 오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임상진에게 들리는 소식. 임상진에게 제보했던 남자가 상진의 기사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순식간에 무너진 임상진.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런 상진에게 메시지가 날아온다. "기자님.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 우리 어디서 만나요."
사이버 세상의 아쿠아맨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글쓴이는 이야기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출이라고 하고 싶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재미있다는 뜻이다. 왜 재미있을까? 그거야 영화가 친절하게 돌다리를 하나하나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물에 몰입할만한 근거를 영화가 안에서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준다. 가령 초반부 굉장히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중에 우리가 모를 법한 에피소드를 가져와 소개한다. 이 문장에서 핵심은 '잘 알려진 역사'라는 점인데, 배경지식 알고 비문학 문제 풀듯 익숙한 사실이 있으니 흥미로운 초반부가 빛을 발한다. 그다음은 임상진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거 간단하다. 임상진이 직업인으로서 취재하는 모습부터 보여준다. 어떻게? 하지만 이 인물에게 굉장히 강한 동기부여가 있다. 바로 자존심이다. 이 두 설정, 무작정 깊지만은 않지만 적당히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인물이 가진 자존심 같은 것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있어 최적화되어 있다. 누구든 이 인물을 이해할 수 있으니 납득이 쉬운 것이다.
또 다르게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은 사실적인 디테일이다. 이 영화가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이니만큼 취재했던 내용을 르포처럼 끌고 가는 게 중요했다. 왜?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목표는 '미디어가 사람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게 목표라면 팀 알렙이 어떤 공작을 벌일 때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장악하는지 그 자세한 부분을 각본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흥미를 느끼는 방식은 '이걸 이렇게 꺾네'라는 일종의 변화구일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아야 댓글부대가 가진 힘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영화가 논리적인 근거까지 잘 보여줘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거시적인 부분만 건드리기만 하고 끝난 건 아니다. 팀 알렙과 영화 안의 등장인물들은 인간이다. 당연히 갈등도 있고 고민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영화 안에서 무의미하지 않게 소비한다. 대표적으로 이은채라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은 이 인물 하나만으로 특정 지을게 아니라 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여론이 움직이는 과정을 전부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침없는 영화의 화법이 주제를 풍부하게 만드는 좋은 수가 된 것이다.
'노빠꾸'로 달린다
이 영화의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온라인 세상 묘사다. 다른 영화/드라마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묘사할 때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주저함이 없다. 일부러 인터넷 밈을 쓴다던가 하는 이상한 고증에 붙잡히지 않고, 또 그런 제약 없이 저속해서 영화/드라마에선 다룰 수 없던 것들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대표적으로 영화에서 중요했던 두 장면이 있다. 찻탓캇(김동휘)가 임상진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사실상 영화의 승부수와도 같아서 관객 입장에서 몰입시킬만한 시발점이 되는데 자극적인 커뮤니티 글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적인 모습도 잘 포착한 감독의 저력이 빛난 장면이다. 다른 장면은 임상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과도 닿아있어서 구체적인 서술은 어렵지만 나름 MZ세대 중 하나고 커뮤니티 세상을 안다고 생각했던 글쓴이도 '이렇게 자극적이지만 자세할 수 있나'라는 감탄을 하게 됐다.
표면적으로 <댓글부대>는 온라인 세상을 광폭하고 세세하게 묘사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 깔린 것도 중요하다. 이 영화의 각본은 철저하게 한 모티브를 반복하고 있다. 가령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제시한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거대한 파도와도 같아서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이 일에 영향을 받았다(는 전제 하에 영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댓글부대>처럼 여론을 움직이는 소수의 입김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초반에 제시한 사건처럼 긍정적으로 작동하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이 영화가 후자를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대해 약간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뭐든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댓글부대>는 그 무기력에 미스터리로 정면대결을 펼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면대결을 펼치는 임상진의 태도가 사실상 영화의 후반부까지 내내 통일감 있게 반복된다.
댓글부대 임지섭
영화가 흡인력이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가진 힘 덕분이다. 우선 이 이야기를 전면으로 끌고 가는 손석구 배우는 감정적으로 일관된 척하는 연기가 좋았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열불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영화 전면에 등장하면 이야기에 안정감이 떨어진다. 왜? 영화의 제일 첫 번째 과제가 임상진의 내면을 보여줘서 그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임상진의 노트북과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을 오롯이 전달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동시에 과제가 있다. 이 인물의 행보가 사실상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 인물이 과하면 영화가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석구 배우는 인물이 겪는 모든 감정을 체화하며 이야기를 견인한다. 이 연기가 후반부의 특정 인물과의 대화에서 폭발하는데 이 장면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팀 알렙 3인방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가장 좋았던 건 팹택 역의 홍경 배우다. 납작한 찻탓캇(김동휘)나 모호한 찡뻤킹(김성철)에 비해 이 사람은 감정적으로 낙폭이 크다. 이 낙차는 이야기 안에서 굉장히 좋은 승부수였다. 영화가 엔딩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 이 핵심을 통해 찍는 감정적인 방점이 팹택이 아니었다면 밋밋하게 느껴지기 쉽다. 글쓴이는 홍경 배우가 시선을 잘 활용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어디에서 어떻게 보면 이런 표정이 효과적일 거야! 를 잘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D.P>에서도 조석봉을 괴롭힐 때 같은 웃음을 지고 모멸감 가득한 표정을 지어도 매 번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본작 <댓글부대>에서도 이런 연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인물이 가진 내면을 아래에서 위로 찍는 카메라에 다 담기는 것이 감정연기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냉동고
글쓴이가 이렇게 <댓글부대>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엔딩에서 의문점이 찍혔다. 글쓴이가 이 <댓글부대>를 대략적으로나마 요약하자면 "온라인상을 구현하는데 진심이고, 손석구와 김동휘, 홍경, 김성철의 연기도 좋으며 미스터리로 끌고 가는 박력이 좋다. 그런데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삼라만상을 다 담았네? 또 거침없이 질주하기까지 하니 힘이 좋네?"라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좋은 영화다. 그리고 기획의도도 알 것 같다. 영화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이야기와 유리되면 안 되잖아? 그리고 이 영화도 <댓글부대>의 키보드가 품은 날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끌고 가는 하나의 특징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엔딩에서 느슨해진다. 글쓴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이 영화 초반부에서 한국의 현대사가 등장한다. 이 사건에서 디테일을 점점 추가하면서 이야기를 굴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굴리는 힘은 '정말 있을 법한' 사건들이다. 커뮤니티 세상을 잘 알든 모르든 신선한 톤으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허구의 이야기가 사실적인 부분에서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흐름을 전면으로 영화 안에서 반박해 버린다.
영화가 자처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갑자기 뒤로 숨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가 고발한 한국사회의 부조리들이 좀 가볍게 느껴지는 측면이 좀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흑막인 한 집단에 대한 부분도 2024년의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이다. 또 이 댓글부대와 관련한 정치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 둘에 대해 가감 없이 다루는 것이 영화의 동력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체화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면 이 인물들에게 신뢰도를 주고 기획의도를 살리는 선택도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열린 결말에 대한 불호? 글쓴이는 오히려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고 생각한다. 기획의도가 체감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 결말이기 이전에 너무 깊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임상진과 찻탓캇의 행보에서 의문이 좀 많이 갔다. 영화가 후반부를 작위적으로 마무리를 지은 듯 했다. 오프닝과 엔딩크레딧에서 던지는 문장 몇 마디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단서를 던져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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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박찬욱의 서재>
📚 서울국제도서전 특집 큐레이션✨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이번에 서울국제도서전이 엄청난 화제죠🔥
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요즘인데요
그래서 씨네픽이 이번에 준비한 큐레이션!
독서를 사랑하는 영화감독, 박찬욱
카메라 밖, 박찬욱 감독은 어떤 책에 빠져 있을까요?
이번 도서전의 주제 ‘믿을 구석’처럼
저장해두고 차근차근 읽어볼까요?
❶ 「제5 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❷ 「악령」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❸ 「관촌수필」 이문구
❹ 「창백한 언덕 풍경」 가즈오 이시구로
❺ 「지속의 순간들」 제프 다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