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1-30 11:14:31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영화 [서브스턴스] 리뷰
이 글은 영화 [서브스턴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글은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가상의 상황에서 편지를 받았다고 제발 믿어주라(?)

리지 씨에게.
안녕하세요.
우선 너무 늦게 당신의 이야기를 영화관에서 만나게 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저 역시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라는 같잖은 헛소리를 최근까지도 들으면서 자란 사람이기에. 당신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참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먼저 영화를 본 친구들은 분명 징그럽고 피 튀기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막상 영화관을 나올 때 저를 지배했던 감정은 당신을 향한 슬픔과 동병상련이었습니다. 이런 감정의 부조화는 마치 당신과 또 다른 당신의 관계처럼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마음이 꽤 오랫동안 복잡했어요. 어쩌다 거울 속의 당신을 스스로가 미워하게 된 것일까.라는 물음에 제가 감히 답을 낼 수도, 내기도 어려웠거든요. 저의 얕은 생각과 비루한 기억력을 거스르고 또 거슬러 올라가서. 그 미움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를 더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답(?)이 나오더라고요.
단 한마디였습니다. 당신의 빛남(sparkle)을 가져간 것은. 타인. 그것도 당신보다 더 나이가 들었으면 들었지.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남자의 단 한마디. 아마도 당신은 여태껏 스스로 빛을 내는 별(항성)인 줄 알고 살아왔을 텐데. 그 비수는 참 힘이 세서. 당신의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던 핵융합의 심장부에 꽂혀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당신 안의 반짝임을 스스로가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평판을 반사해야만 빛나는 행성이 되어버린 순간이라고 할까요. 아, 그리고 저는 당신이 새우를 씹던 하비의 입을 찢어놓지 않았다는 그 절제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저였으면 포크로 아마 콧구멍을 후벼 팠을 거예요.

한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은교]에서는 이런 문장(대사)이 있습니다.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말이죠. 분명 당신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패배감과 상실감. 그리고 더 이상 스스로 빛날 수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도 없으니 반사되어 빛나기라도 할 수 없다는 초조함이 아마도 수의 탄생을 부추기는 힘이 되어버렸으리라고 생각해요.
나였어도 그랬을 것입니다. 저 역시 또 다른 나의 탄생을 막을 수 없었을 거예요. 과연 누가 당신의 선택에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그리고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가정을 한다면. 차라리 저는 수의 탄생 이후에 당신이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어쨌거나 서브스턴스 제공사(?)측의 말처럼 당신과 수는 하나였으니까. 두 사람 간의 균형이 지켜질 것이라는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당신이 멍하니 TV앞에 앉아서 수의 탄생 전 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과의 데이트에 앞서 스스로의 모습을 부정이라도 하듯 립스틱을 빡빡 닦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미워하는 듯한 당신의 모습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언젠가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물론 그 어떤 위로도 당신에겐 통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수를 탄생시킨 것은 당신이고. 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젊음을 누리고 싶었던 것도. 그리고 그토록 증오했지만. 어쩌면 당신에겐 가장 필요했을 하비의 인정을 바랐던 것도 당신이었을 테니까요. 다시 한번 더 빛나고 싶다는 스스로의 욕망이 이토록 큰지. 당신도 몰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욕망이라는 게.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깊이의 우물 같은 것이니까요.

육신이라는 게 참 덧없지요.
분명 미워해 마지않던 50대의 당신이었잖아요. 하지만 그마저도 수에게 하루 이틀, 야금야금 빼앗기고 난 후의 당신의 눈빛은 참 아팠습니다. 그리워하고 있더군요. 커다란 액자 속 스스로가 미워했던 그 모습을 말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절박감은 수에게도 찾아왔죠. 그녀가 늦게 깨달은 것인지. 당신이 일찍 깨달은 것인지. 줄 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의 치아가 뽑혀나가는 그 순간만큼은 그저 한 사람의 절박함과 공포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토록 기다렸던 시간의 정중앙에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순간으로 기록되어야 할 그 순간에. 피를 흘리다 못해 분사하는 당신의 모습은 여태 하고 싶었던 본심을 모두에게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괴물인가. 아니면 당신들이 괴물인가. 아니지, 우리 모두 괴물인거지.라고 울부짖는 것만 같았어요. 마치 영화 [샤이닝]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그 괴기스럽기도, 또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는 장면에서. 저는 허망하게 흩어지는 당신의 살점과 피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주변 세탁소에서 기함을 토하며 그냥 이 옷을 버리라고 말할 것 같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꼭 당신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아 물론 정상적인?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피를 그만큼 흘릴 수도 없을뿐더러 그만큼 흘리면 명예의 전당까지 기어갈 힘도 없겠지만. 이것은 저의 직업병이며 영화적 허용이라 보고 넘어가도록 하죠(?)

마지막 인사를 뭐라 해야 할지 참으로 많이 망설였습니다.
당신은 그래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이해한다 라는 뭉뚱그린 말로도 그간 입은 상처를 다 보듬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동안 외로웠죠.라는 개똥철학도 건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힘내라는 뻘소리도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최후는 바닥에 묻은 케첩의 말로처럼 참 처참했지만. 그러면서도 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끝나버렸죠. 이 모든 것이 아 시발 꿈처럼 느껴지는 마지막이었기에 더 어떤 말로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른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당신이 겪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절대 없어지지 않겠죠. 두 번째 당신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저 역시 그 푸른 드레스를 입은 살덩어리를 괴물이라 부르지 않을 자신은 없습니다.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도망갈걸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기억될 거예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이죠. 그게 정말 당신이 원했던 것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신.
그…. 주삿바늘은 한 번쓰고 버리신 거 맞죠? 어우.. 제발..
[이 글의 TMI]
1. 이렇게 자도 될까 싶을 정도로 연휴 내내 자는 중.
2. 이럴 거면 그냥 겨울잠을 자라.
3. 노동요 추천받습니다.
#영화리뷰 #최신영화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서브스턴스 #데미무어 #영화리뷰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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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모든 다큐들에게.
N년차 OTT 구독자로서,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양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항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볼 때 어딘가 아쉬운 몇 % 의 부분들을 마저 채워주는 느낌이다. 그동안 봐왔던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겠다.
1. 섹스토피아(2017)
원제_Liberated: The New Sexual Revolution
미국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민낯을 확실히 알려준 다큐. 감독이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대학교 봄방학을 즐기는 모습을 촬영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성에 대해 다소 개방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에 사실 좀 많이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사랑'의 개념과는 많이 멀어진, 그저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하루를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보내는 것이 다반사 된 그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람을 한 인격이 있는 개체로 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는 비정상적인 생각이 일반화되고 있다. SNS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비추는 고정적인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게 되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하지 않을 법한 행동들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바닷가에서 페스티벌을 즐기는 내내 그들은 남자들의 무차별적인 접촉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하고, 너무 대놓고 이상한 행동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맞서 대항하고, 당황해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진정한 해방이란 외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와 몸을 되찾고 심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실상을 촬영하고 있던 시기, 해당 구역에서 집단 강간 사건이 일어나 큰 파장을 일으킨다. 오히려 피해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그 상황을 촬영하고 방관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크게 분노한다. 정말 점점 미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에 봤던 다큐멘터리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은 작품이다.
2.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2019)
원제_Fyre
FYRE, 이 축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용두사미이다. 셀럽 모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축제인 양 홍보를 해놓고, 막상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이 도착했을 때는 기본적인 주거시설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음악 페스티벌 하나를 준비하는데 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수많은 비용을 한 사람의 무지와 우매함으로 인해 물거품으로 만든 최악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고, 처음 균열을 발견했을 때에도 그저 강압적으로 축제만 진행하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 밀어붙인 대표의 태도에 말을 잃게 된다.
직장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사건의 흐름보다는 이 페스티벌을 담당하게 된 수많은 직원들이 겪는 심적인 고통과 스트레스에 나도 모르게 이입하면서 보게 되었다. 마치 마감일이 다가왔는데도 기본적인 틀조차 무시한 채 그저 마무리만 하면 된다는 상사에게 시달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심지어 급여 문제도 있어서 기존에 받기로 했던 금액조차도 받지 못하고 일을 진행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사건이 끝난 후 지금까지 트라우마와 심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 축제에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정말 인생에 몇 없을 비극적인 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최고급 숙박을 제공한다는 것과 엄청난 게스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한껏 기대하고 도착한 곳은, 왠 짓다 만 텐트였던 것이다. 심지어 방수시설도 되어 있지 않아 물이 새고,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었다고 한다. 대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기꾼인 게 분명하다. 제일 화가 나는 포인트는 이 모든 사건에 대한 판결 이후이다. 결국 이 대표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고, 지금은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제2의 Fyre 사기극을 준비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오히려 핵심 사건보다 그 이후의 근황을 보는 게 더 힘 빠지는 일인 것 같다.
3. 슈퍼맨 각성제(2018)
원제_Take Your Pills
각성제라고 불리는 '애더럴'을 포함한 약물들의 남용 사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 또한 고등학교 입시 생활을 할 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적은 있지만, 각성제를 주기적으로 먹어본 기억은 없다. 이미 지나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일종의 부스터로 각성제라는 옵션을 추가하게 된 사회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것에서도 사회 구조가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다. 고소득층의 자녀들은 여러 가지 과외를 받으면서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가 비교적 많아지는데, 소득이 낮은 부모의 자녀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성적을 감당해내야 한다. 좋은 점수는 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을 때에는 이런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아이들의 인터뷰가 놀라웠다. 이 또한 어떻게 보면 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또한 ADHD가 있는 아이들이 애더럴을 섭취하게 되면 집중력이 좀 더 좋아진다고 믿는 부모들도 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의 예술적 재능이 약을 통해서 더 잘 발현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약을 먹어야 하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한다. 그 아이는 거의 10년간 약을 먹어왔는데, 실제로 이렇게 약에 의존하는 아이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너무 어릴 때부터 약에 길들여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보다는, 순간의 완화 효과 때문에 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은 것 같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애더럴은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증권사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먹는 약들 중 하나라고 한다. 대체 경쟁에서 이기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다들 이렇게까지 하는지, 경각심까지 들게 한다. 심지어 어떤 제약회사에서는 업무 효율을 증가시켜주는 약을 개발 중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약으로까지 경쟁하는 시대라니, 다음엔 뭐가 될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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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을 괴롭게 하는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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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어?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한국인에게 밥이 가지는 어마무시한 메타포를, 오스트리아 출신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우리는 다 알지만, 외국인의 눈에 이 먹보들은 불가해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2010년에 발매된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라는 노래는 이별 후에도 밥만 잘 먹더라는 스토리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힘들어 죽겠어도 '밥만 잘 먹으면' 괜찮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러니까 먹는 걸로 장난치면 뒈지게 혼나는 거다. 가정교육의 또다른 이름은 밥상머리 교육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클럽 제로>는 한국인들이 유전적으로 가진 어떤 버튼을 딸깍 누른다.
다행히도 영화를 볼 때 나는 공복이었다. 종일 먹은 거라고는 베이글 하나뿐이었는데, 정말이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술을 좀 마셨다. 영화 때문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엄마, 할머니랑 같이 보면 난리 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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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엘리트 학교에 영양교사로 온 노백이 아이들을 굶기는 이야기.
노백은 학부모 회의에서 추천받아 부임했다. '웹사이트'에서 추천했다는 걸로 보아, '안아키' 한의사와 비슷하다. '의식적으로 먹기'에서 시작하여 인간에게 음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극단적 논리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식사의 정치학
예시카 감독은 <클럽 제로>를 '통제'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렇다. 밥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어도 무방하다. 이를테면 옷을 통제한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날씨와 옷은 상관 없다고 시작하여 점퍼를 벗는다. 그리고 상의를 벗는다. 다음으로는 하의를 벗는다. 사실 인간은 옷 같은 건 필요 없는 존재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줄 안다. 옷이란 자본주의의 폐해이며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것이다.
그러나 통재의 소재가 '밥'인 것은 먹는 행위가 가장 원초적이기 때문이다. 원초적이어서 끔찍하고, 원초적이기에 인간의 모든 행동양태를 통제할 수 있다.
미성년자에게 보호자가 필요한 이유는 수십만 개가 되겠으나 그중 보호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아이를 '먹이는' 행위이다. 그러니 수많은 아동학대 중 밥 굶겼다는 항목에 공분한다. 먹이는 자와 얻어 먹는 자에게는 역학관계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밥을 굶길 수 있는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보다 우위를 점한다. 노백의 클래스에 모인 학생들이 점점 노백에게 종속되는 것처럼.
학생들의 식사를 통제할 수 있게 된 노백은 완전히 그들 위에 군림한다. 마치 사이비 종교 같다. 실제 영화에서 노백이 하는 짓거리들을 보면 사이비와 다름 없다. 정체불명의 '어머니'를 찾으며 계시를 내려 달라 애원하고, 명상하고, 마음 어쩌고를 찾는 것까지. 사이비 교주가 사이비 신도들을 꾀는 방법과 유사하다. 사이비 신도들이 절대적 믿음을 갖는 순간, 교주가 가지게 되는 것은 바로 권력이다. 그러므로 정치적이다. 사이비 종교를 다룬 무수한 콘텐츠들에서 발견되는 맥락과 같다.
접근 방식도 비슷하다. 각자의 약점과 결핍을 파고든다.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부모 같은 자애로운 사랑을, 특히 부모가 동생만 데리고 떠난 아이에게는 '너만이 내 특별한 아이'라는 환상을 심어 준다. 가난한 싱글맘을 가진 아이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자극하며, 체중 관리를 하는 아이에게는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역설한다.
문제되는 지점은 이들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이다. 교장 선생에게도 노백은 '의식적으로 먹기'를 설파하지만, 식사량을 줄이던 교장 선생은 '처음에는 좋았지만 힘들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다르다. 맹목적인 믿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논리적으로 격파하지 못한다. 종국에는 다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직 노백의 말만 따른다.
미성년자-그중에서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프로아나'라는 용어가 있다. '아노렉시아(Anorexia)'를 찬성(Pro)한다는 이상한 용어인데, 이들에게도 별 희한한 '믿음'이 있다. 뼈만 보일 만큼 빼빼해지면 모두가 자기를 사랑할 거라는. 프로아나를 지향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정상 체중이다. 밥에도 미쳤지만 외모 강박에도 미쳐버린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쪽에서는 먹방이 난리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프로아나가 난리다.
사실 제3자의 눈에는 이들이 빼빼마른 몸이 아니라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것이 훤히 보인다. 맹목적인 믿음에 빠진 그들만 모를 뿐이다. 사랑에도 정치가 있으니, 권력은 당연히 사랑을 주는 자에게 있다. 사랑받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만큼. 부모와 자식간에도, 연인간에도. 노백의 학생들은 노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단식에 이른다. 부모나 친구로부터 생긴 구멍을 노백이 채워주므로.
노백이 처음에 주장한 '의식적으로 먹기'도 적당히 하면 중요하다. 식사를 통제하고, 의식적으로 액상과당과 탄수화물을 줄이고, 생활을 통제하고, 핸드폰 적게 하고. 우리는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입에 음식을 집어 넣는가. 입이 심심하니까.
노백의 학생들도 초반에는 몸이 가벼워지고, 능률이 오르고 일시적으로 당뇨가 호전되는 경험을 한다.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성인이라면 '적당히'를 안다. 이 정도 통제하면 되겠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통제가 극단으로 치닫는 까닭은 아마도 구멍 때문일 것이다. '결핍' 말이다.
내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면 내 구멍을 찾아야 한다. 외로움인지 슬픔인지 두려움인지 사랑인지. 프로아나 여학생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사랑'이기에 사랑을 받기 전까지는 몸이 걸레짝이 되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노백의 수업은 통제와 가스라이팅을 하려면 반드시 구멍이 있는 자를 찾아야 한다는, 그리고 그 구멍을 집요하게 파야 한다는 이상한 교훈을 안겨 준다.
밥 잘 챙겨 먹자. 맛있는 거 '의식적으로' 먹고,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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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제로(Club Zero)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출연: 미아 와시코브스카
상영시간: 110분
주의: 역겨운 장면 있음. 저는 비위 약해서 눈 감고 봄.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대받아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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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긴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꿉꿉하고 더운 여름을 날려줄 블록버스터 <인디아나존스: 운명의 다이얼>
독특한 연출방식과 이쁜 색감의 화면구성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웨스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까지!! 이번주 개봉작 같이 함께 보실까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4분
감독: 제임스 맨 골드
출연: 해리슨포드, 피비 윌러-브리지, 매즈미켈슨,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개봉: 2023.06.28.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모험의 또 다른 이름,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1969년 뉴욕 전설적인 모험가이자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 앞에 대녀 ‘헬레나’와 오랜 숙적 ‘위르겐 폴러’의 세력이 등장한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운명의 다이얼.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다이얼을 차지하려는 쫓고
쫓기는 위협 속에 ‘인디아나 존스’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새로운 모험에 뛰어드는데…
“난 평생 이걸 찾아 헤맸어” 끝나지 않은 모험, 전설은 영원하다
CINE PICK!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26일 오후 12시 기준
전체 예매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디아나존스>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전작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후 15년만에 극장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올해 81세가 된 포드는
영화 시작부터 온몸으로 뛰며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동차, 오토바이, 기차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고합니다. 오는 28일 극장에서 일반 상영과 함께 IMAX, 돌비 시네마, ScreenX, 4DX등 특별 포맷으로 개봉 예정으로 특별관에서 더 생생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여름날 우리
My Love
ⓒ 네이버영화
개요: 로맨스 | 중국 | 115분
감독: 한텐
출연: 허강환, 장약남 등
재개봉: 2023.06.28
배급: 찬란,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시놉시스
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CINE PICK!
영화 ‘여름날 우리’ 콜라보 음원 3차 라인업이 20일 공개됐습니다.
가수 펀치, 치즈, 토일, 로이킴, 멜로망스의 김민석이 참여하면서 지나간 명곡을 재해석하면서 리메이크 곡들로 구성되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여름날 우리’는 요우 용치에게 빠진 저우 샤오치가 그녀에게 닿기까지
수많은 여름을 그린 로맨스 영화로, 허광한과 장약남이 출연해 여름날 온도처럼 뜨거운 청춘의 첫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국내에서 개봉한 뒤에도
영화 팬들의 성원이 이어져 비교적 빠른시기 올해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고 합니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05분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제이슨 슈왈츠먼, 스칼릿 조핸슨, 톰 행크스, 틸다 스윈튼 등
개봉: 2023.06.2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제 세상이 달라졌어요.
1955년 가상의 사막 도시이자 운석이 떨어진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
매년 운석이 떨어진 것을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그 곳에 옴짝달싹도 못한 채 갇히게 되고 계속해서
생각지도 못한 예측불허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어쩌면 삶에는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요.
CINE PICK!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할리우드 대표 비주얼리스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으로,
1955년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던 중 차량이 고장 나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머무르게 된
사위가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장인을 기다리며 운석이 떨어진 날을 기리는 소행성의 날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데 축제가 한창이던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도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격리되고 조사받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스칼릿 조핸슨, 톰 행크스, 틸다스윈튼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모두 모였으며 예고편에선 웨스 앤더슨 영화 특유의 따듯한 색감과 구도, 특히 1955년을 배경으로하는 의상과 소품들이 보이면서 다시한번 영화 팬들을 열광시킬것으로 예상합니다.
샤이닝
The Shining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스릴러 | 영국 | 144분
감독: 타키타 요지로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재개봉: 2023.06.28.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겨울 동안 호텔을 관리하며 느긋하게 소설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잭’은 가족들을 데리고 눈 내리는 고요한 오버룩 호텔로 향한다. 보이지 않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샤이닝’ 능력을 가진 아들 ‘대니’는 이 호텔에 드리워진 음산한 기운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폭설로 호텔이 고립되자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점점 미쳐가는 ‘잭’,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
가까워져 오는 극한의 공포.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남긴 스릴러 영화의 바이블.
CINE PICK!
세계적인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고인이 되신지 17년째가 됐음에도, 큐브릭 작품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20편이 안 되는 자신의 영화 하나하나에 불어넣은 독창성과 탁월함의 흔적들이 여전히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으며 영화사에서 꾸준히 회자되며 수많은 감독들의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큐브릭은 영화를 촬영할때 꼼꼼함과 집요함이 특징인데, 한 장면을 찍을때마다 많은 테이크를 가서 촬영이 지체되고 오랜시간 걸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장면 중 잭 니콜슨이 화장실 문을 부시는 유명한 한 장면은 총 3일에 걸쳐서 촬영되어 60개의 문 소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파이어하트
Fireheart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가족 | 프랑스 | 92분
감독: 로랑 제이통, 테오도르타이
출연: -
개봉: 2023.06.28.
배급: ㈜누리픽쳐스, (주)블루라벨픽쳐스, TCO(주)더콘텐츠온시놉시스
1932년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노리는 연쇄 방화 사건 발생! 800명의 소방관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뉴욕의 ‘지미 시장’은 은퇴한 소방관 ‘숀’을 다시 불러 긴급 소방팀을 꾸린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숀’처럼 멋진 소방관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조지아’는 초보 소방관 ‘조’로 감쪽같이 변장해 긴급 소방팀에 몰래 합류하는데 성공하는데… 방화범을 잡기 위한 소방 대작전 개시! 의욕은 충만! 실전 경험 전무! 과연 조지아와 초보 소방팀은 최악의 위기에 처한 뉴욕시를 구할 수 있을것인가..!
CINE PICK!
프랑스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제작자 로랑 제이통이 연출을 맡은 영화 <파이어하트>는 <인크레더블 2>, <뮬란>, <장화신은 고양이> 등 인기 애니메이션들을 탄생시킨 애니메이터 출신 시어도어 타이까지 공동 감독으로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조지아의 열정 어린 도전을 그린 영화 <파이어하트>는 오는 28일 개봉 예정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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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The Band's Visit/2007/이스라엘, 프랑스, 미국)
-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낯 선 하룻밤>
이스라엘 공항에 내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경찰관현악단"은 그들을 목적지로 데려다 주기로 약속한 버스가 보이지 않자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한다.
밴드의 권위적인 리더 투픽은 악단원 중 가장 젊은 할레드에게 버스표를 사오라고 지시하지만 영어가 서툰 할레드는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머뭇거린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엄격한 경찰 분위기를 풍기는 투픽은 한번 내뱉은 말을 거둬들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할레드에게 '경찰을 그만두고 싶냐'며 윽박지른다.
버스표를 사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할레드가 영어로 지명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악단은 그만 엉뚱한 마을에 이르고 만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인적 드문 시골 중의 시골.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황량한 들판 뿐이었다.
마을 풍경과 꽤나 잘 어울리는 낡은 자동차를 요란하게 몰며 지나가던 청년들은 악단의 제복을 보고 '장군'이라고 부르며 놀리고 칠 벗겨진 간판의 초라한 가게 겸 식당에 앉은 주민 세 명은 외계인 보듯 이들을 빤히 쳐다보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아침부터 먹은 것이 없어 배가 고팠던 단원들은 무엇이라도 먹어야하지 않겠느냐고 푸념한다. 투픽은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을 죽이고 식당의 여주인 디나에게 이스라엘 화폐를 가진 것이 없다며 먹을 것을 좀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한다. 디나의 친절 덕분에 일행은 다행히 시장기를 면한다. 악단이 내일 공연할 장소는 '파타 티크바'라는 곳의 '아랍문화센터'였는데 그들이 내리고 떠나보낸 버스는 막차였다.
악단의 딱한 사정이 마음에 걸린 디나는 그녀의 집과 동네 청년 두 명의 집에 단원들을 분산시켜 하룻밤 머물게 해준다. 그렇게 이집트인들과 이 동네의 이스라엘인들은 낯 선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가간의 관계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세 가정으로 흩어진 두 나라의 사람들은 서툰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밤을 보낸다.
디나는 투픽과 할레드를 집으로 데려가 어떻게든 이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변변한 것 없이 쇠퇴한 마을에서 그녀는 지루하고 외로운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 그녀는 투픽에게 마을구경을 시켜주겠다며 한껏 차려입고 나서고 할레드는 이웃 청년 파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더블데이트에 끼어든다. 시몬 등 다른 단원들은 아브럼의 식탁에서 서먹서먹한 교제를 나눈다.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숙맥 파피의 데이트를 돕는 할레드, 썰렁한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을 상상하며 투픽과 이야기를 나누는 디나, 자신이 작곡한 짧은 미완성 곡을 연주하는 시몬과 큰 기대를 품고 귀를 기울이는 아브럼 가족의 표정 등은 예기치 못했던 두 나라 사람들의 난처한 상황을 지우고 이제 막 사귀기를 시작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다음날 아침, 이집트대사관에서 보낸 버스를 타고 이들은 여행이 예정되로 진행되었더라면 결코 들리지 않았을 작은 마을을 떠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여 관객들 앞에서 아름다운 공연을 펼친다.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은 타국에서 실수로 난처한 경험을 하게 된 이집트 경찰악단의 어색한 하룻밤을 그려낸 로드무비라고 하겠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반복되는 일상의 궤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어지게 마련. 그러나 '낯설다'는 말은 어쩌면 '특별하다'고 바꾸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열 명 남짓한 이스라엘 어느 작은 마을의 주민들과 그 비슷한 수의 이집트 경찰관현악단이 경험한 특별한 하룻밤을 통해 영화는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엉뚱하고 낯선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좌절하거나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러지 않았다. 디나와 그녀의 이웃들은 어려움을 당한 이방인들에게 형편이 허락하는대로 친절을 베풀었고 이방인들은 감사함으로 그들의 친절을 받았으며 스쳐가는 만남에 진심을 담았다.
하룻밤의 만남 가운데 드러나는 미숙한 청년기의 묘사가 웃음을 짓게 하고 서툰 영어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는 부부의 갈등, 못다 이룬 꿈을 향한 성실한 노력, 옳지 못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자책 등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고민을 지니며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인생을 한여름 무더위에 비유한다면 한줄기 바람처럼 은근한 위로를 선사하는 영화이다.(©2020.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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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가족 이야기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Korea/2023/109min
*시놉시스
두 쌍의 부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성공지상주의자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주의자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형제다.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까지 네 사람은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며 고민에 빠진다.
〈보통의 가족〉은 어쩌면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것’을 포착했다고 할 수 있을 영화다. 두 엘리트 가족이 있다. 형 재완은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고, 동생 재규는 대형 병원 의사다. 재완의 두 번째 아내 지수는 재완의 사무실에 떡 배달을 갔다가 결혼까지 하게 된 ‘젊고 예쁜’ 여성이고, 국제 봉사 NGO에서 일한 재규의 아내 연경은 올바름과 정정당당을 강조하는 재규에게 어울리는 짝으로 보인다.
이들의 관계는 묘하게 뒤틀려 있다. 재완은 동생 재규가 원리원칙주의자처럼 보여 답답할 때가 있고, 재규 역시 종종 형 재완이 돈만 아는 속물이라 생각한다. 지수는 상류층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콤플렉스를 가졌고, 치매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연경은 어쭙잖게 형님 행세를 하려 드는 지수가 같잖기만 하다.
어느 가족에게나 있을 법한 뒤틀린 관계 역학을 지닌 이 엘리트 가족에게 사건이 생긴다. 고등학생인 재완의 딸과 재규의 아들이 술을 마신 후 노숙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제 두 가족은 시험대에 든다. 법의 허점을 악용해 승승장구하던 변호사 재완은 과연 딸이 연루된 살인사건까지 무마하려 시도할까? 형 부부를 비웃으며 ‘선하게’ 살고자하는 재규와 연경은 과연 자기 자식 일에서도 지금껏 견지해온 삶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새엄마’라는 지위에 늘 불안을 느끼던 지수는 오히려 이번에는 그 거리감에 안도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살인을 저지른 아이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지할까? 그리고 그들은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을 어떤 방식으로 계승하려 하는가?
〈보통의 가족〉은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이 인상적인 영화다. ‘멜로 장인’, ‘멜로 거장’이라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재능, 즉 관계성을 탁월하게 감각하고 드러내는 재능이 가족이라는 뒤틀린 이익 공동체에 적용되자 또 다른 빛을 발한다. 허진호 감독이 새로이 천착한 가족 관계는 동시대 한국에 관한 여러 물음을 파생한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엘리트는 ‘신분’이 되었다. 상류층과 하층민의 목숨 값은 다르다.
-가족이라면 다른 가족의 ‘허물’을 덮어줘야 한다.
-각자도생의 원칙이 가족 내부에까지 침투했다. 즉 자기 이익에 반하면 자식까지 버린다.
-뼛속까지 신자유주의의 능력주의, 경쟁주의를 학습한 청소년들에게는 보편적 윤리와 도덕이 없다. 이들에게는 자기 생존만이 윤리이자 도덕이다.
-‘선함’은 본질적으로 위선과 허영이다.
〈보통의 가족〉을 보고 우리가 논쟁할 수 있는 명제들의 대략적인 목록이다. 결이 비슷한 것들도 있지만 상호 모순적인 것들도 있다. 관객의 관점과 문제의식에 따라 이는 얼마든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도발적인 물음들은 문제를 빙글빙글 돌리지 않고 직선적으로 나아간다. 관객은 매 순간 ‘나라면?’이라고 질문해봄으로써 멜로 장인이 선보이는 ‘기괴한 가족 멜로’의 현장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와 메시지가 마찬가지로 설경구 배우가 출연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2)를 연싱시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완성도와 몰입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 함께 보며 논쟁할 만한 시의성과 오락성을 고루 갖춘 영화다.
*영화 상영시간
10-03/16: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04/09:00/CGV센텀시티 6관
10-07/09:00/CGV센텀시티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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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어느 선생님의 이상한 가르침에 대한 영화!
시놉시스
명문 사립학교 텔런트 캠퍼스에 학부모회의 동의에 데려온 영양 선생님 노백은 학생들에게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식사 교육을 가르친다. 먼저 의식적인 식사로 음식을 잘게 자르고 숨을 크게 쉬고 먹는 것인데 처음에는 학생들이 이런 방법이 과학적으로 증거가 있는지를 의심한다. 한편 그런 노백의 가르침에 의심을 품는 학생들도 적지 않는데...
먼저 노백은 먹지 않는 게 이 사회에 크게 도움이 됨으로써 식품 산업의 폐해와 사회적인 불평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런 노백의 가르침에 의심을 품다가 점점 함께 따라 하게 된다. 또한 모노 다이어트라는 한 가지 음식(야채)만 먹으면서 다른 음식들은 먹지 않는 방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이런 노백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학생들도 발견된다. 헬렌이 그 예인데 처음부터 의식적인 식사라는 방법을 거부하고 모임에서 나갔다. 헬렌 말고도 몇몇의 학생들도 나가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어떻게 노백 선생님에 가르침에 동의하게 되었는가?>
벤 베네딕트는 처음에 노백이 이끄는 모임에 참가한 것은 단순히 학점을 잘 따기 위한 목적이었고 자신은 노백의 가르침에도 과자를 먹거나 음식을 많이 먹는 행동을 한다.
전액 장학금을 신청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으나 엄마가 싱글맘이라는 약점으로 인해 노백에게 넘어간다. 그러고는 의식적인 식사를 하면서 금식 공동체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프레드는 남자지만 여성적이며 하얀 피부와 팔 다리가 긴 학생이다. 무용에 재능이 있고 무용수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당뇨병이 있어 인슐린을 맞아야 하고 고향이 아프리카에 있는 가나이기 때문에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프레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사람은 노백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녀와도 사적 만남을 이어간다. 제일 먼저 노백과 사랑을 한 학생이며 의식적인 식사를 거부하지 않은 학생이기도 하다.
엘사는 폭식증이 있지만 피아노에 재능이 있으며 집에 하녀를 두고 살 정도로 부잣집 딸이다. 엘사도 처음에는 의식적인 식사를 하다가 자신도 점점 노백처럼 되가는 걸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부모는 엘사의 그런 모습을 내키지 않는다.
라그나는 트램펄린 선수가 되기 위해 부모가 차려주는 비건 식사를 하는 여학생인데 몸무게가 가벼워야 해서 그런지 노백의 가르침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학부모회는 자신들이 데려온 노백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 왜냐하면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방법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을뿐더러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노백이 하는 의식적인 식사 방법 때문에 학생들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조종 당해서 저항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따라 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이 인트로 영상에서 말하길 이 영화는 조종에 관한 영화라고 한다.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거나 자신이 믿는 것이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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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tv "파본자들" 베놈편 출연했습니다! with 김민아 아나운서
제가 김민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파본자들" 방송을 녹화하고 왔어요.
오늘 올레tv에서 방송이 되었고 Seezn 앱에서 파본자들 검색하시면 풀버전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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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죽을 날을 알려준다면 당신은 4% 안에 들겠습니까??
#버킷리스트#죽기전에꼭봐야할영화#인생영화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https://toon.at/donate/637245550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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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4차 예고편 - 끝의 시작 편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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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티저 예고편
나야, 우리 꼭 6년 만이네..?️ Real 엑스맨까지 꼬셔 온 '울'친놈 #데드풀 의 귀환✨ 올여름, 데드풀 × 울버린 역대급 만남 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