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24 14:29:38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
<에밀리아 페레즈> 최다 노미네이트!

오는 3월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각 부문 후보가 공개되었습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가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되었고, 애니메이션 <Flow>의 노미네이트로 라트비아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열풍을 일으킨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 역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가운데, 골든글러브에 이어 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배우로 더 익숙한 제시 아이젠버그가 본인의 가정사를 담은 <리얼 페인>으로 각본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도 눈에 띕니다.
그럼 우리는 3월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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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명 밖에 죽지 않은 원전사고
이 글은 왓챠 [체르노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 게일]의 스포도.
왓챠를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자리 잡게 한 시리즈 중 하나인 체르노빌은 총 5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사고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사고에 대해서 제가 아는 지식이라고는 아직도 그 지역은 위험하다더라.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을 기꺼이 미뤄왔던 이유는 다큐멘터리 식의 드라마는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한몫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화를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재미"를 떠나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것은 가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고 참혹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진실에 대해 받아들이게 된 순간을 저는 이번 일요일에 선물로 받아 든 느낌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책임자를 찾고 있네.
바보들이 권력을 가지면 일어나는 참사.
사진출처:구글 클리앙/보리스... 진짜 너 아니었으면 껐다.
권력은 자신의 힘이 파악될 때 발휘되는 법.
세 명을 죽일 허가가 필요합니다.
만약 스텔란이 입체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정도의 마무리도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었다.
체르노빌 사고가 얼마나 처참하고 비참했는지. 이 드라마는 너무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잘못된 초반 보고 및 소위 말하는 위 daegari들의 일처리 방식 역시 그렇지만. 제가 경악하며 눈물을 터뜨렸던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그 불빛이 아름답다며 다리 위에서 그것을 감상하고 있는 아무 죄 없는 시민들의 모습이 그것이었죠. 눈처럼 흩날리는 피폭의 증거들 아래서 그들은 웃고 있습니다. 아이를 들어 올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난생처음이라는 추억을 나누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 속에서 신이 나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장면을 천천히. 그리고 골고루 보여줍니다. 정말 분통이 터지면서도 안타깝기 그지없는 장면이죠.
시민들은 가장 위험한 그 순간에, 그 어떤 통보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사고가 잘 대처되고 있다는 말을 믿고 싶어 믿었고, 사실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죠. 책임자가 누구냐는 폭탄 돌리기나 하고 있었습니다. 멍청한 사람들이 권력을 가질 경우 일어나는 참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떼 전문가 보리스 역시 처음에는 정말 전형적인 권력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단어 스펠링 외엔 그 어떤 것도 모르면서 전문가인 발레리의 말을 가볍게 어깨 뒤로 던져버립니다.(참고 1) 현장에 갔을 때만 해도 여전히 자신보다 애송이인 발레리의 말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점점 보리스는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알게 됩니다.
유일하다고 해야 할 입체적인 인물의 등장에서부터 드라마, 혹은 역사적인 사실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힘들고 지치고 지는 것이 편한 전투를 우리는 이 드라마 내내 보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진실로 우리를 인도한 가치 있는 싸움이었죠.
직업적 소명에 대하여.
어째서 늘 영웅들은 착한 시민들인가.
사진출처:브런치/진짜 이때 광부님들 간지 터짐.
동무도 나만큼 선택권이 없어 보이는군요. 문제가 주어졌으니 답을 찾을 때 까진 절대 멈추지 않겠죠. 과학자이니까.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두 과학자의 말에. 나는 정말 너무 부끄러워졌다.
늘 그렇듯. 이렇게 큰 사고가 일어나고 나면.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영웅들이 탄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름조차, 혹은 존재조차 감 잡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더 많은 법이죠. 우리의 역사에서도 의병들.이라고 불리는 그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 말입니다.
[체르노빌]에도 이름 없는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화재를 진압하려는 드라마의 초반에는 소방관들이 그랬고, 나중에는 광부들이 그랬으며, 마지막엔 바이오 로봇이라 불려야 했던 맨파워(Man power, 사람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일들)가 그랬습니다.
특히 광부들이 장관의 말끔한 복장을 장난처럼 툭툭 치고 지나가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의 임무를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어째서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아무리 공산주의였고(소련) 따르지 않을 경우 총살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마치 원래 예상했던 일인 것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인 것처럼 이를 받아들입니다. 정부가 제안했던 돈은 "목숨 값"으로는 정말 터무니없을 지경이었는데도 말이죠.
광부들은 원자력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헬리콥터가 그 어떤 힘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리는 장면을 이미 본 우리들은 그것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죠. 피폭된 모든 것들의 파멸은 그렇게도 조용하고 처참했습니다.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그런 듣도 보도 못한 참사 앞에서 그들은 두렵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용기가 있다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을 그토록 덤덤하게 만들었던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라는 생각해 보면. 결국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진실, 그리고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직업적 소명을 버리지 않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발레리와 울라나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더 크고 친밀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극 중에서 과학자이고 자신들의 생명과 모든 커리어가 위험한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진 생각을 당당하게 말합니다. 소명.이라는 것을 받들어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 정도면 됐다.라는 생각으로 나는 얼마나 타협을 하며 일을 하고 있었나. 얼마나 좁은 의미의 일을 하며 그것이 다라고 생각했나.라는 반성을 할 수 있었죠. 퍼질러 앉아 현실 탓이나 하고 있었던 제가 너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실은 무엇인가.
용기 있는 선택. 그리고 남는 씁쓸함.
사진 출처:구글 허핑턴 포스트/이때 정말 귀여움
우리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진실에 대한 빚은 쌓입니다.
발레리. 당신의 선택은 절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5화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그때 일어났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한 시간을 모두 할애합니다. 다른 드라마였거나 성격이 다른 영화에서의 법정신은 지루해서 조금 힘들어하기 일쑤인데 체르노빌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죠. 진실이 너무도 참혹했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누가 봐도 인재(人災)였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였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사실들은 유야무야 덮이고 책임자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큰 벌을 받지 않았죠. 빗나가지 않는 또 다른 예상처럼 그들은 오히려 법정에서 더 큰 소리를 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문구는. 저의 눈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소련의 공식적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망자 수는 31명. 그 수치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나라에서는 암 발병률이 치솟고 아직까지도 피폭된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데도 말이죠. 하긴 30만 원도 채 안 되는 금액으로 평생을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발레리는 자살로 이 모든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습니다. 마치 영화 [데이비드 게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잔인한 결말이지만 그 덕에 우리는 알게 되었죠. 고위층들이 말하는 이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니며. 진실은 이토록 처참하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용기 있는 선택을 했던 당시의 모든 사람들의 희생에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좋은 마무리였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하긴 해야겠다.
체르노빌을 끝으로 Golden week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아마도 잊고 있었던 공감대를 형성하는 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없다 혹은 시간 없다는 이유로 늘 미뤄왔던 매체들을 보면서. 여러분의 이야기와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행복해하는지를 느끼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체르노빌이 되어 더더욱 기쁩니다. 자주 까먹고 또 자주 좌절하겠지만. 제게 많은 다짐과 의미를 부여해 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감히 평가를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사는 현시대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추천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 1
보리스 진짜 처음에 헬리콥터에서는 정말 얄미웠는데 나중에 발레리 감싸줄 때 느꼈음. 역시 성격이 더러운 사람은 곁에 두고 싸움 닭으로 써야 한다는 걸. (응?)
[이 글의 TMI]
1. 책이 너무 많아서 울면서 짐 쌌음.
2. 미니멀리스트인데도 짐이 꽤 많았음. 우체국 박스 가장 큰 것으로 네 개나 나옴.
4. 햇빛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라 침실과 서재에 햇살이 얼마나 들어오느냐를 중점적으로 보았고 결과는 성공적. 새 집은 창문이 많아서 좋은데 이제 난방비랑 냉방비를 감당하느라 더 열심히 일해야겠지. 새드 엔딩.
5. 집에 들어가면 외출복을 벗고 홈 웨어 입고 돌아다니다가 잠들 때는 따로 잠옷을 입고 자는 사람인데 이불과 함께 새 잠옷도 오지 않음. 비닐에 들어가서 자야 할 판.
6. 샤워 가운도 오지 않았다. 온 것은 내 몸뚱어리뿐. 하....
7. 한 끼 먹고 2.5만 보 걸어도 살 안 빠져요. 머리만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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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시리즈의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트랜스포머 ONE>
<트랜스포머 ONE>의 조시 쿨리 감독이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오리지널 시리즈와 리부트 시리즈 중 어느 쪽과도 이어지지 않는 독자 세계관이라 밝혔는데요.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는 개봉주 주말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영화는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릿 조핸슨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는데요. 크리스 헴스워스는 오토봇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의 목소리를, 스칼릿 조핸슨은 엘리트 여성 오토봇 엘리타 원의 목소리를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9월 넷째주 개봉 PICK! 시작합니다.
트랜스포머 ONE
Transformers One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 미국 | 104분
감독: 조시 쿨리
더빙: 크리스 햄스워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스칼릿 조핸슨, 키 건 마이클 키 등
개봉: 2024.09.25.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행성의 운명을 건 전쟁, 세상을 구할 놀라운 변신이 시작된다! 사이버트론 행성의 지하 광산에서 일하는 변신 못 하는 하급 로봇 오라이온 팩스와 D-16.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상 세계를 꿈꾸던 둘은 쾌활한 수다쟁이 B-127, 카리스마 넘치는 엘리타 원과 함께 출입이 금지된 지상에 도달한다.
지상에서 잠들어 있던 알파 트라이온을 만난 넷은 그의 도움으로 잠재되어 있던 변신 능력을 얻게 된다. 막강한 힘과 변신 능력으로 자유를 느낀 것도 잠시, 자신들의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배후의 존재를 알게 되며 모든 것을 바꿀 전쟁을 시작하는데…
줄리엣, 네이키드
Juliet, Naked
개요: 멜로/로맨스 | 미국 | 97분
감독: 제시 페레츠
주연: 에단 호크, 로즈 번, 크리스 오다우드,
개봉: 2024.09.25.
배급: 마노엔터테인먼트
줄거리
25년 전 앨범을 내고 홀연히 사라진 싱어송라이터, 터커 크로우. 애니는 터커를 광적으로 추종하는 던컨과 15년째 권태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나 자신보다 터커 크로우가 우선인 던컨 때문에 지쳐가던 애니에게 어느 날 우연히 데모 앨범이 도착한다. 그 후 그녀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바이크 라이더스
The Bikeriders
개요: 액션, 범죄 | 미국 | 116분
감독: 제프 니콜스
주연: 톰 하디, 오스틴 버틀러, 조디 코머
개봉: 2024.09.25.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인터내셔널 코리아
줄거리
자유는 두려움 없는 자들의 것! 1960년대 미국이 격변하던 시절, ‘캐시’는 우연히 바에서 만난 중서부 오토바이 클럽 반달스의 신입 멤버인 ‘베니’에게 끌리게 된다.
이 클럽은 정체불명의 리더 ‘조니’가 이끌고 있으며, 클럽이 진화해가며 각 지역 아웃사이더들이 모이는 장소의 위험한 폭력 범죄 조직으로 변해간다. 이로 인해 ‘베니’는 ‘캐시’와 클럽에 대한 충성심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75분
감독: 사이토 케이이치로
더빙: 아오야마 요시노, 스즈시로 사유미, 미즈노 사쿠, 하세가와 이쿠미
개봉: 2024.09.18.
배급: CJ CGV
줄거리
운명처럼 결성된 ‘결속밴드’ 멤버들은 첫 라이브 공연 이후 결속력을 더욱 다진다. 현재는 방구석 기타리스트지만 록 스타를 꿈꾸는 봇치(외톨이), ‘고토 히토리’는 이번에는 더 많은 관객들, 심지어 학교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소녀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번에는 학교 축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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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길 잃은 당신을 위한 영화
호텔방의 커다란 통창으로 시끄럽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도쿄를 한 눈에 담는 주인공 샬롯. 그러한 그녀를 비추는 씬을 극중 몇번이고 반복된다. 빼곡한 빌딩숲 속 도로의 수많은 차와 사람들로 가득 찬 창 밖의 모습과, 창틀에 걸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대비되며 그녀가 느끼는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마치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조차 피부로 느껴지는 듯 하다.
각 대학을 졸업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요즘 필자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녀의 불안에 공감하는 밥의 모습에서는, 가끔은 그 불안과 혼란을 그대로 전부 받아들여줄 수 있고 비록 자신조차 그 답을 다 알지는 못할지라도 "괜찮다. 너는 할 수 있을거다"라 말해주는 정서적 지지의 중요성을 느꼈다.
어쩌면 지금 필자가 가장 듣고픈 말이기에 그럴까.
그가 그녀에게 해주는 말들이, 단순히 나이가 좀 더 많은 인생의 연장자로서 해주는 조언이나 첨언이 아닌
샬롯이라는 사람 자체를 믿는 그의 진심에서 비롯된 일종의 고백들의 나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내 샬롯과 밥의 감정이 사랑일까 아닐까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키다리 아저씨와 주디일까,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일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랑에 대한 선호가 없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일지 몰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깊은 우정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스시집에서 삐걱대는 마지막 점심을 먹은 뒤 괜시리 어색해진 두 사람이 한밤 중 호텔 비상알람으로 인해 잠옷차림에 가운만 걸친 모습으로 그 누구랄 것도 없이 우스웠던 점심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보곤, 필자는 두 사람의 마음이 사랑임을 겨우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이란 그런 거 같다. 확인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말과 마음이 통하는 그런 거 말이다.
오래 전에 보고 묵혀두었던 이 영화가, 지금의 필자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Lost in Translation" ,
영화의 원제이다.
마치 통역 오류가 나듯
지금 내 상황을 제대로 된 언어로 설명할 수 없을 것만 같아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나의 생각과 진심을 상대에게 전하기가 어렵다고 해도,
나의 인생을 증명하는 그 통역의 과정에서 길을 잃었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저 오류일뿐이니까.
오류는 언제는 바로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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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한데 나 왜 울고있냐
이 글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의 후발 주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첫 번째의 이미지를 지워내는 것이라 한다. 주방 세제라는 단어를 퐁퐁이라고 대체해도 어색함 하나 없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 사업에 뛰어든 사람은 이 "퐁퐁"을 대체하지 못하면 결국 사장되는 길을 걸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아무리 손만 대면 졸업 작품으로 쉰들러 리스트를 가지고 오는 스필버그 감독이라 해도(참고 1). 1957년 초연한 이래 세계적인 인기를 끈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자신의 "훌륭한"작품들 중 하나가 되길 바라는 다짐과 소망으로 무장한 채 작업에 몰두했고, 결국 많은 리스크를 가진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시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이제 백발이 성성하지만 아직도 소년의 마음으로 첫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는 그의 마음에 결국 백기를 들고 영화관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가 이 뮤지컬을 접하고 느꼈던 가슴 뒤는 감정을 영화에 어떻게 담아냈을지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할 것만 같아서.
색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의 위치;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는 두 편으로 나뉘어 세력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두 집단의 갈등과 불화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감독은 색깔을 선택한다.
푸에트리코에서 온 이민자 출신 사람들은 웜톤(붉은 계열)으로.
뉴욕 토박이들은 쿨톤(푸른 계열)로 보인다.
체육관 안에서 벌어지는 댄스파티의 현장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패거리들의 갈등이 최고조가 되는 장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부딪치는 모든 장면들은 이런 색의 대비로 인해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보인다.
두 주인공도 다르지 않다.
토니는 자신의 앞날만큼이나 창창하고 푸른색을 띠고, 마리아는 토니에 대한 사랑의 색만큼이나 붉디붉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마리아는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붉은색과 푸른색을 혼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토니는 여전히 푸른색의 연못에 머물러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치 토니가 가진 많고도 복잡한 카르마를 영화 내내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결국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 같은 색에 갇혀 울고 웃는다. 그들은 노래와 춤을 마치 이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한 약처럼 남용하지만, 이 싸움을 스크린 너머로 지켜보는 관객들에겐 그저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마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한 것처럼. 결국 이 아이러니는 나를 울게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결국은 다름이 부른 참사.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의도적으로 스페인어는 자막을 달지 않았다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막으로 새겨 박을 만큼. 영화는 한 쪽의 언어를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영어가 아닌 낯선 언어이기에, 간간이 들리는 이름과 뉘앙스 위에는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다. 단지 영화가 진행되는 흐름상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지점은 푸에트리코인들이 미국 시민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매우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민자이면서 동시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토종 미국인들에게 늘 배척당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붉은색에 속한 사람들은 미국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동향 사람들끼리도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들은 미국에 왔고, 정식으로 파란색 집단에 속하고 싶음을 드러낸다.
얼핏 보면 이민자 출신들만이 그런 인정받음에 목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뉴욕이라는 곳에서 그 "인정"이라는 단어를 위해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욕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혹은 이 구역의 진정한 갱단으로 인정받기 위해. 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 되기 위해 모두 사력을 다하지만. 각자가 처한 그 경계는 매우 크고 넓어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뛰어넘을 수 없다.
영화 속 모두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철거촌처럼 위태롭고 처량하다. 그들은 철거된 후의 멀끔하고 새로운 도시가 자신들의 미래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들의 미래는 끽해야 보조금 몇 푼 손에 든 채 등 떠밀릴 뿐일 것이다.
이 기묘함은 영화 [기생충]과도 닮아있다.
당사자들, 그러니까 생존과 인정의 기로에 있는 사람들만이 죽자 사자 싸우고 있는 모습 말이다. 그들은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고, 평온함을 원하고, 꿈이 있었지만. 결국 그 모든 꿈들은, 그러니까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의 닿을 수 없는 그 무언가는 그 다름을 품지 못한 반대편에 의해 말살되어 버린다.
스필버그의 숙원은 성공했는가.;영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포인트마저도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스필버그의 숙원사업이었던 뮤지컬의 영화화는,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위험 요소가 많았다.
첫 번째는 의심할 필요 없이 닳고 닳은 이야기의 재림에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에 비유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불러오는 진부함은, 누군가에겐 영화관에서 하품을 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게 할 것이다.
눈과 귀가 즐겁다는 상투적인 표현 아래의 뮤지컬 영화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그런 행복감을 영화 내내 얻을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장면들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결말이 뻔히 보이는 영화를 보겠다고 앉아있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울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 명감독이 작품의 중심 메시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
사회의 분열.
그리고 그것마저 잊게 하는 사랑의 힘.
다시 한번 감독의 집념과 순수한 열정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게 되는 순간이다.
마치면서;엉엉.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가 왜 나를 울렸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내가 영화 속 사람들처럼 한 번쯤은 배척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득 그때의 나를 등장인물들과 비교해 보았다.
나는 그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울부짖을 수 있을 만큼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그 사람들 만큼 진심으로 그 문제를 부여잡고 있을 근성이 있었는지 말이다.
영화는 이렇게 치열한 삶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노래를 부를 베짱이 있는 모든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대단하면서도 처연하다. 뮤지컬이 아닌데도 작은 박수와 환호를 그들에게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참고 1
스티븐 스필버그의 학사 졸업 논문이 무려 [쉰들러 리스트]였다고 알려짐.....어우야.
[이 글의 TMI]
1. 삼겹살 구워 먹음.
2. 후식으로 와플 먹음.
3. 다이어트? 몸무게 앞자리 바꿈. 훗.ㅋ
4.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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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주차 최신 씨네 뉴스 2호
📮 6월 1주차 2번째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 넷플릭스 ‘성난사람들 시즌2’, 윤여정·송강호 부부로 출연?
산타바바라 시골을 배경으로 사랑과 결혼을 다룬 시즌2에,
한국 재벌가 설정까지 더해졌다고 합니다.
회장님 윤여정과 남편 송강호라니… 벌써부터 긴장감 최고🔥
이성진 감독이 직접 밝힌 캐스팅 소식, 기대 안 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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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윤여정·송강호, 넷플릭스 ‘성난사람들’에서 부부로 만난다.
❷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 6월 6일 개막, 개막작은 ‘바람’
❸ 루카 구아다니노, ‘샘 알트먼 사태’ 다룬 AI 실화 영화 연출 논의 중
❹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 감독, 신작 '페이퍼 타이거' 촬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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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미키마우스 저작권 만료, 호러영화 등장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던 월트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지난 1일 만료되면서 해당 캐릭터를 차용한 호러 영화 <미키 마우스 트랩>이 공개됐습니다. 영화는 한 젊은 여성이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열지만, 미키마우스 분장을 하고 흉기를 휘두르는 살인범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뒷심 부족한 노량 400만 문턱에서 고전
<서울의 봄>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으면서 <노량:죽음의 바다>의 관객몰이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디즈니 새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가 공개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서며 <노량: 죽음의 바다>가 한 계단 주저 앉게되어 앞으로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윤여정x유해진 <도그데이즈>
배우 윤여정과 유해진이 주연한 영화 <도그데이즈>가 2월 27일에 개봉한다고 합니다.
<도그데이즈>는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조연으로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장기간 재편집 후 돌아온 <외계+인 2부> 흥행 성공할까
2021년 팬데믹 여름 시즌에 개봉했으나, 150만 관객들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한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은 2부를 후반작업하면서 여러 디테일들을 바꾸려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재촬영, 재녹음을 거치며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온 <외계+인 2부>에서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드디어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합니다.
악어잡는 마동석, 영화 <황야>
배우 마동석 주연 영화 <황야>가 오는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고 합니다. <황야>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마동석은 사냥꾼 ‘남산’을, 이희준은 유일한 의사인 ‘양기수’ 이준영은 남산의 파트너 ‘지완’을 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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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큰> 티저 예고편
“동생이 죽어버린 그 밤의 시작과 끝을 추적하다” 분노의 추적에 나선 하정우 X 죽음을 예견한 소설가 김남길 [브로큰] 2월 5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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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당신얼굴 앞에서> 30초 예고편
그녀는 고층 아파트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여동생은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 살면서 괜찮은 걸까, 란 의문이 든다.
며칠 전부터 동생 집에 불쑥 들어와 살면서 한국에 다시 사는 걸 경험하고 있다.
숨기는 비밀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살게 하는 맘 챙김을 잘하고 있다.
한 그녀보다 나이 어린 영화감독이 그녀를 영화에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한두 번의 사양을 거쳐 오늘 그 감독을 만나러 간다.
서울 도심 어느 골목에 있는 작고 오래된 술집에서 낮술을 마시는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