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20 15:51:19
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깜짝 흥행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등극!

<놉>에 출연했던 키키 파머와 가수 SZA가 주연을 맡은 버디 코미디 영화 <One of Them Days>가 깜짝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무파사: 라이온 킹>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잇사 레이가 제작하고 'Rap Sh!t'의 쇼러너였던 시리타 싱글턴이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절친이자 룸메이트인 두 여자가 친구의 남자 친구가 집세를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집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그린다고 합니다.
한편, 2위를 차지한 <무파사: 라이온 킹>은 부진한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뒷심을 발휘하며 현재 북미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넘기는데 성공했습니다.
3위 역시 신작이 차지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공포영화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선보인 <Wolf Man>은 순위권에 올랐지만, 1,000만 달러를 겨우 넘기는 오프닝 스코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Wolf Man>은 1941년의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인비저블맨>을 연출한 리 워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크리스토퍼 애봇과 줄리아 가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여전히 <하얼빈>과 <소방관>이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순위는 지켰지만, 각각 관객 수 18만 명, 5만 명을 동원하며 얼어붙은 극장가를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바닷속 대모험>이 누적 관객 수 32만 명을 돌파하며 3위를 기록하였고, 데미 무어의 열연으로 화제가 된 <서브스턴스>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누적 관객 수 25만 명을 달성하며 4위에 올랐습니다.
금주에 <검은 수녀들>, <히트맨2> 등 가족 관객을 노린 한국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가운데, 새롭게 왕좌를 차지하는 작품이 나타날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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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삶, <로드무비>
2002년 개봉한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는 길 위를 떠도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던 ‘대식(황정민 役)’은 일자리를 잃고 노숙인이 된 ‘석원(정찬 役)’을 만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을 하려던 석원을 구해 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떠난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던 두 사람의 앞에 ‘일주(서린 役)’라는 여성이 나타나고, 대식을 사랑하게 된 일주는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여정에 함께하게 된다.
세 사람은 점차 어긋나기 시작한다. 대식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석원을 사랑한다는 것을 석원에게 들키게 된다. 석원은 자신의 몸에 손 대지 말아 줬으면 한다며 대식을 거부한다. 일주는 대식이 진짜 여자를 못 만나 봐서 그렇다며 대식의 사랑을 갈구한다.
<로드무비>는 제목처럼, 길 위의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대식, 석원, 일주는 물론 이들을 데리고 다니던 ‘민석’이나 서울역의 노숙인들 모두 갈 곳이 없는 길 위의 사람들이다. 대식은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정착하는 것을 거부하고 길 위의 삶을 택했다. 석원에게는 아내가 있지만, 경제적인 위기로 인해 아내에게 돌아가지 못한다. 일주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식을 따라서 함께 방랑한다.
이 영화는 떠도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그리고 있다. 다양한 로케이션을 통해 인물들의 방랑을 표현하고, 핸드헬드 촬영은 그들의 거친 삶과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 반복적인 백샷을 통해 인물들의 뒷모습을 보여 주며, 관객들이 그들의 여정을 뒤따라가도록 만든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성적 지향성, 그리고 그의 동성을 향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퀴어 시네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의 깊이가 다소 아쉽다. 극의 초반, 대식은 한 남성과 정사를 갖고 이별을 한다. 길에서 그만 지내고 같이 살자며 애원하는 남성에게, 대식은 ‘사랑 같은 것 하기 싫다’며 소리를 치고 남성의 뺨을 때린다. 또 대식은 낯선 남성과 화장실에서 일회성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대식의 정체성은 여러 상대(동성)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그것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거부하는, 전형적인 미디어 속 퀴어의 모습을 통해서 표현된다. 그리고 대식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사랑을 고백하기를 택할 만큼 절절한 사랑을 하지만, 관객은 그저 ‘처음 봤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다는 대사만으로 뒤늦게 납득해야 한다. 인물들의 감정을 전부 소화시키지 못한 채 도달하는 결말은 역시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반쪽짜리 엔딩이라는 인상을 준다. 퀴어 시네마, 동성 간의 사랑이 ‘로드무비’라는 장르와 함께 이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동성애자인 인물을 구축하는 방식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대식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떠도는 것이 아니라, 떠돌기 위해 (감독에 의해) 동성애자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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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송강후 배우가 첫 '감독'역을 맡으며 소감을 밝혔는데요. 악조건 속에서도 기필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감독의 이야기 <거미집> 소식과 <오펜하이머>인기에 힘입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전작들의 역주행 소식들 지금 같이 만나보시죠!
북미는 ‘바벤하이머’ 한국은 ‘콘펜하이머’
<오펜하이머>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2주 넘게 1,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3시간의 상영시간과, 두 작품 모두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 인기에 <인터스텔라> 역주행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인터스텔라, 인셉션, 덩케르크, 다크나이트 순으로 상위 10위권 안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지구에 붕괴된 미래가 다가와 시공간의 틈에 들어가 인류를 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스토리로 우주, 블랙홀, 4차원 세계를 아름답게 구현한 영화입니다.
<거미집> 송강호 첫 ’감독’ 역
영화 <거미집>은 악조건 속에서도 기필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감독의 이야기로 감독 역을 맡은 송강호는
“영화 내용이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인간의 충돌과 갈등, 그 안에서 탄성이 나오는 지점이 똘똘 뭉쳐진
작품이다. 감독 역할을 처음 맡았는데 너무 좋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밀수> 500만명 돌파
영화 <밀수>가 36일 만에 500만 명의 관객 수를 돌파했습니다. 올해 국내 공개된 영화 중 50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는 <범죄도시3>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밀수> 총 4편으로 한국 영화는
단 두편입니다.
원주 사회단체 영화 <치악산> 개봉 반대운동 확산
강원 원주시 사회단체들은 토막살인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치악산>의 상영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고 합니다.
원주시 관광협의회는 “원주시와 치악산의 관광 이미지를 크게 위협하는 영화 ‘치악산’의 개봉을 연기하고
제목 변경과 대사에서 치악산 명칭을 삭제하라”라고 밝혔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박은빈, 이제훈 사회
우 이제훈과 박은빈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시사회를 맡는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10월 4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 극장에서 열리는 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진행합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13일 부산 일대에서 열립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LATEST CINE NEWS’였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좋아요 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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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늘 부탁하며 살아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주요 인물들은 싱글맘과 워킹맘이다. 그래서인지 이 제목은 굉장히 묘하다. 무거운 짐을 끌어안고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해 고뇌와 피로에 찌든 여자가 마지못해 전화를 걸어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부탁'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이중적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혼자 해낼 수 없는 일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며 상호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쌓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상대에게 나의 짐을 얹어서 부담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이렇듯 영화는 부탁이라는 단어처럼, 같은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두 인물을 통해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에밀리는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분출하며 살아가는 속 시원한 인생으로 보인다.
처음 스테파니를 초대한 후 옷을 벗는 장면에서 '에밀리'라는 인물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하나의 그림 같지만, 실은 작은 조각들을 얼기설기 이어붙인 퍼즐 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완벽해 보였던 그림이 뒤집는 순간 와르르 수 백, 수 천 개의 조각으로 쪼개지며 쏟아진다. 에밀리의 삶은 그렇게 구축되어 있다.
"힘 있는 놈들한테는 세게 나가야 해. 아니면 우습게 봐."
에밀리는 자신에게 불리한 조각은 모두 걷어내고,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부분만 추출해서 퍼즐을 만든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션의 어머니에게서 훔친 반지나 사귀던 화가에게서 훔친 그림처럼. 훔쳐 온 조각들이나 자신의 일부만 떼어낸 조각들로는 완전한 하나의 그림을 만들 수 없다.
이것이 스테파니와 에밀리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스테파니 역시 불편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불완전한 모습도 자기 자신임을 받아들이고, 때론 남들 앞에서 비웃음을 살지라도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그녀의 인생은 하나의 그림처럼 천천히 칠을 더해간다.
스테파니와 에밀리에게 '부탁'이라는 단어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부탁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애썼다. 남들은 다 '왜 돈 안 받는 베이비시터 노릇을 해요?'라며 비꼬았지만, 스테파니는 그것을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엄마들 간의 유대감이라고 생각했기에 기꺼이 에밀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결국 스테파니는 '부탁'의 긍정적인 힘을 이해하고, 그를 통해 상대와 함께 단단해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인 것이다.
당연히 그와 반대로 에밀리는 '부탁'이라는 단어를 순전히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상대방에게 그 부담을 떠넘김으로써 상대방을 짓밟고 올라가 승리자가 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부탁은 굉장히 폭력적이지만,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옷을 입거나 에밀리처럼 과격하게 행동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에밀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알게 모르게 자신을 에밀리처럼 포장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자기답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답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애쓴다.
스테파니는 어떠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혹은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방송을 켜서 상황을 공유한다. 그를 통해 함께 나아가는 것, 이 방식이야말로 스테파니를 승자로 만들어준 필승법이다. 스테파니는 과거에 사로잡히기보단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결국 정말 강한 사람은 현재의 자신을 믿고 자기 방식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테파니'라는 인물을 통해 증명한 셈이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추리,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를 두 여성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는다. 그 두 명의 인물이 이토록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사실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밀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지향한다. 그러나 자신을 가장 강하고 완벽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에만 집착하다 보면, 때론 놓치는 게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현재의 나다. 나 자신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 믿음을 가진 사람만큼 강한 사람은 없다.
우린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부탁하며 산다. 하지만 그 부탁은 에밀리 식이 아니라 스테파니 식이어야만 한다. 상대방을 짓밟고 올라가기 위한 부정의 부탁이 아닌, 상대방과 함께 강해지기 위한 긍정의 부탁.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정말 강한 사람은 남의 부탁을 '들어' 준다.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타인에게 부탁을 '하기만' 하는 사람이, 과연 강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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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길은 에테르로 통한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나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끌어들이는 것은 너무나 피상적인 접근일까. 아닌 게 아니라,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는 두 영화를 은근히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있다. 우선 영화의 초반부, 유이치의 부모님이 보는 TV 뉴스에는 청소년들이 버스를 납치한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유레카>를 떠올리는 일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공교롭게도 <유레카>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사이에 니시테츠 고속버스 탈취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범인은 이지메로부터 비롯된 정신질환을 앓던 17세 청소년이다). 다음, 유이치가 호시노를 죽이는 장면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 샤오쓰가 밍을 죽이는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그것을 찍은 방식은 에드워드 양의 방식과는 정반대이지만 살인이 일어나는 맥락과 상황이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꽤 유사하다. 사실 에드워드 양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정말로 관련이 있는 감독이다. 에드워드 양이 1990년대에 관금붕과 함께 기획했던 ‘Y2K 프로젝트’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 <유레카>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마냥 억지는 아닌 셈이다.
<유레카>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시대적 맥락 위에서 존립하는 영화들이다. <유레카>라는 영화가 놓인, 그리고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배경으로 삼은 시대의 서사를 무시한다면 두 영화는 반쪽짜리다. 왜냐하면 두 영화에서 인물들의 서사는 그것이 놓인 시대의 서사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힘을 원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영화에서 서사적 힘의 방향은 시대에서 개인으로의 방향이다. <유레카>는 명백한 포스트 사린 테러 영화로서 초반부 버스 납치 사건 이후 생존자들의 삶을 다루고,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시대적, 정치적 카오스가 개인의 삶 속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과정을 다룬다. 두 영화 속에서 언젠가 개인의 서사가 시대의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에도 그 순환의 시작은 시대의 서사다. 개인의 일탈 행위가 시대의 어두움을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어떠한가? 개인과 시대의 서사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는 <유레카>,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계보 아래에 있는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그런 것에는 일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시대성과 거리를 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이 거기에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가 시대적 서사에 관심이 있었다면 초반 버스 납치 사건을 더 비중 있는 서브플롯으로 다뤘을 것이다. 혹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하나의 사회실험과 같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릴리 슈슈’라는 가상의 가수와 그 게시판 홈페이지를 만들고, 게시판의 글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한 뒤 그 소설을 원작 삼아 영화를 제작하였다는 유명한 제작 비화는 영화 속에 반영될 여지가 많았다. 이를테면 릴리 슈슈의 콘서트 시퀀스는 유이치와 호시노가 겪는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공간 사이의 괴리를 사회적 문제로 확장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비판하거나 사회적 문제로서의 이지메를 조명하는 장면으로, 더 나아가서는 그 둘을 이으며 개인과 시대 간 비극의 순환을 묻는 장면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실제로 유이치가 스크린 속의 릴리 슈슈를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 릴리의 등장을 외친 이후 모인 수많은 인파 속에서 호시노를 죽이는 장면은 관객에 따라서 당시 일본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와이 슌지는 그 장면 이전에도, 이후에도 시대적 서사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언급한 장면에서 시대적 서사에 대한 함의가 느껴지는 것은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우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와이 슌지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에테르’다. 좋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에테르를 영화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 나쁘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영화적 겉멋을 에테르라는 단어로 환원시킬 수 있는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다. 어느 쪽이든 이 영화는 완전히 개인적인 영화다. 일단 그 전제에 동의하면 이 영화가 개인적인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을 윤리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다. 또 이 영화의 스타일에 대해 겉멋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개인적으로 이 비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자연광이나 풀밭을 담은 몇몇 장면과 릴리 슈슈의 음악이 경탄스러운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에테르의 비가시성을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격인 드뷔시와 연결짓는 시도는 너무나도 얄팍하다). 그러나 그 비판을 받아들이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 형식이 적어도 일관되게 나쁘다는 점이다. 이와이 슌지가 상정한 전제 아래서 고통의 근원을 시대적인 것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핑계대는 것이다. 왕가위와 비교하자면 둘은 스타일리쉬함을 공유하지만 시대적일수록 좋았던 왕가위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개인적일수록 좋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레카>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끌어들이는 것은 피상적인 접근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현학적인 접근일 수도 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그 일관된 개인성이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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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9월 신작!
넷플릭스 9월! 신작 추천5편
오징어게임
9월17일 공개
장르: 스릴러, 드라마
크리에이터: 황동혁
출연: 이정재, 박해수, 위하준
빚에 쫓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다.
거액의 상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하지만 모두가 승자가 될 순 없는 법
탈락하는 이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각오해야 하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나이트북: 밤의 이야기꾼
9월15일 공개
장르: 판타지, 미스터리
감독: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출연: 윈슬로 페글리, 리디아 주잇, 크리스틴 리터
무서운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는 소년 알렉스
우연히 마녀의 집에 들어갔다가 갇혀버리고 만다
매일 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마녀의 황당한 요구
과연 알렉스는 마녀의 집에서 빠져 나올수 있을까?
예고편 보러가기▼
내부자들
9월9일 공개
장르: 스릴러, 범죄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배성우, 이경영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의 하수인 성구
처절하게 버림받고 폐인이 된 그의 앞에 나타난 검사 장훈
복수와 성공에 목마른 두 남자가 손을 잡는다
권력층의 추악한 민낯을 폭로하기로 하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9월9일 공개
장르: 코믹, 사극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이연희
잘나가다가 유배된 최고의 탐정 김민
불량 은괴 사건이 전국을 듸흔드니 탐정으로서 가만있을 수 있으랴
결국 유배지에서 탈출해 파트너와 함께 조사에 착수하면서 소녀 실종 사건도 파헤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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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싱글
9월9일 공개
장르: 코믹, 드라마
감독: 김태곤
출연: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자기밖에 모르는 한물간 스타 주연
남자치구의 배신에 충격을 받고 거짓 임신을 발표한다
사태 수습을 위해 임신한 고등학생의 아이를 입양하기로 하는데
과연 무사히 넘어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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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환상적인 섬에 다다를 그 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는 짧은 전문(全文). 순하고 다정하게 마음에 쏙 들어오는 시구지만, 의미를 들여다보면 문득 이 얼마나 이르기 어려운 경지인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자세히 보고 오래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세상 아주 많은 것들은, 어쩌면 모든 것들은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그 진의를 드러낸다. 자세히 보아야 어여쁜 것은 풀꽃만이 아니다.
영화 <우리, 둘> 인물에 대해서 얼핏 들으면 어쩐지 풀꽃처럼 은은한 관계를 연상하게 된다. 짧은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이웃집에 사는 '20년째 연인' 니나와 마도. 은퇴한 후에는 두 사람이 사랑하는 도시 로마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화의 배경 또한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니까, 조금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영화는 "노년 여성, 오랜 연인의 사랑"이라는 데서 떠올린 나의 편견 어린 기대를 장렬히 부순다. 영화가 니나와 마도의 공간을 비출 때, 일상적인 물건들이 클로즈업되고 일상의 소리들이 증폭될 때, 그 안에서 아른거리는 것은 무엇인가.
두 사람은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이웃이다. 마도의 자식들은 니나의 성씨를 깍듯이 붙여 '돈 부인'이라고 부른다. 니나 또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마도를 부를 때 처음에는 '지라르 부인'으로, 절친한 이웃 사이였음을 강조한 후에는 '마들렌'이라는 본명 그대로 부른다. '마도'는 마들렌의 애칭이니까.
평범한 이웃의 깍듯한 호칭 뒤에 연인의 애칭이 가려져 있다. 거실에서 추억 어린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로마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돈을 세고, 함께 옷을 사러 가서 안 어울릴 것 같다고 갸웃대는 옷에 "날 믿고 입어보라"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사랑과 신뢰로 서로를 꼭 붙은 연인이다. 강산이 두 번은 바뀔 20년 동안 서로를 연인이라 불러온 사이. 둘은 이제 은퇴 후 로마의 아파트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거침없는 성정을 가졌을 뿐 아니라 딸린 가족이 없는 니나와 달리, 한 번 실패한 결혼생활의 기억뿐 아니라 자식들까지 있고 심지어 남편과의 소원했던 관계에 대해 아들의 원망을 받고 있는 마도는 떠나겠다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마음으로 지내던 중, 예기치 못한 병마가 갑작스레 마도를 찾아온다. 뇌졸중으로 말마저 잃은 마도를, 자식들은 최선을 다해 돌본다. 간병인을 들이고, 딸이 수시로 드나들며 살핀다. 표면적으로 단지 이웃일 뿐이었던 니나는 마도에게서 자연스럽게 실은 갑작스럽게 차단당한다. 니나는 본인 성격대로 거침없이, 그리고 무엇 하나 자유롭지 못한 일상 속에서 마도를 되찾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 시작한다.
일면 거칠고 비상식적인, 파격적으로 보이는 니나의 행동들은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마음을 기반으로 한다. 오랜 연인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불안해져 버린 연인의 뇌리에 가장 깊이 박힌 기억들을 재차 들이대서 어떻게든 그를 돌이키고 싶은 절박한 마음.
반면 영화 속에 놓인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은 낯설게 비친다. 두 사람의 아파트 곳곳에 놓인 오브제를 클로즈업해서 여러 차례 보여주는데,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다시 보게 된다. 무난한 장식물들이었는데 원래 저렇게 소름 돋게, 마치 누군가를 비웃는 것처럼 생겼던가. 사무적이고 능숙한 간병인의 둥근 눈이,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딸의 눈이, 그토록 평이한 눈빛들이 왜 스릴러 영화의 그것처럼 심장을 옥죄어 올까.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눈물을 왈칵 쏟아내게 만들었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와 콜라보 뮤직비디오소리들도 마찬가지다. 소녀의 목소리를 삼키고 울리는 까마귀 소리, 불안하게 맴도는 연기와 함께 프라이팬이 타오르는 소리. 유리창처럼 얇고 투명한 거짓을 부술 기세로 맹렬하게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평범한 매일의 소리들이 증폭되어, 어쩐지 멈추지 않고 계속 들려올 때 덜컥 불안해진다. 의식하지 않고 들으면 편안한 소리들이, 의식하고 듣는 순간 서스펜스의 요건이 된다.
이런 서스펜스가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누군가가 위협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일상을 과연 평범한 일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속속들이 알게 되었고 이제 바라는 건 행복했던 기억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겠다는 것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 기본적인 것도 어려운 이곳, 우리가 일상이라 믿는 곳은 정말 일상이 맞는지? 영화는 큰 소리 내지 않고 울림을 건넨다. 편견과 혐오의 소리는 일상에 깊이 뿌리 박혀 있어, 우리는 이따금 물속의 물고기처럼 느끼지 못하곤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같은 물 안에서 익사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의 상식이란 뭘까. 어떤 상식들이 스릴러가 되는 모습을 보는데, 한편에서 그를 성큼성큼 뛰어넘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오래도록 아낀 마음은 마치 햇볕과 파도에 맨질맨질해진 조약돌 같아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손안에 착 감겨드는 것만 같다. 눈빛만으로도 전해진 두 사람의 사랑은, 육체의 병과 사회의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닿으려는 두 사람의 몸짓은 그 모든 서스펜스적인 요소들을 뛰어넘는다.
사랑은 그렇게 모든 것을 유유히 뛰어넘어 흐른다. 눈빛 속에서 흘러나와 무너지는 것들 너머까지 흘러간다. 이 사랑이 스릴러 없는 일상을 살 수 있는 날, 두 사람이 소중하게 들으며 춤추는 노래 가사 속의 그 날이 아닐까. 상식과 일상을 넘어서서 언젠가 환상적인 섬에 다다를 그 날.
Se verrai con me
sul mio carro tra le nuvole
più avanti del caldo del sol
sull’ultima stella lassù
se verrai
당신이 나와 함께 가준다면
내 마차에 올라 구름을 지나
태양의 열기 바로 앞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별 위로
당신이 가준다면
Tu vivrai con me in un’isola fantastica
e un mondo vedrai di lassù
un mondo nascosto nel blu
tutto nuovo per te
당신은 환상적인 섬에서 나와 함께 살 거예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볼 거예요
푸른 하늘에 숨겨진 세상을
당신에게는 모든 게 새롭겠죠
La terra, la terra, la terra sarà senza frontiere
la terra, la terra ci porterà fortuna
la luna, la luna per noi sarà il domani
se m’ami, se m’ami
이 세상의 대지에는 경계가 없어질 것이고
대지는 우리에게 기회를 가져다주겠죠
달, 저 달은 우리의 미래가 될 거예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대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하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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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도그로 잃어버린 몸찾는 액션 스릴러!
윤계상 배우가 주연을 맡은 유체이탈자가 개봉했습니다.
12시간 마다 유체가 이탈하여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는 신기한 설정인데요.
게다가 다른 사람을 옮겨다니는 사람이 기억을 잃은 상태라 더욱 긴장감을 높이죠.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긴장감은 높습니다.
핫도그와 노숙자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게 되는데요.
근접액션, 차량 액션, 총기 액션 등 다양한 액션이 포함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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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walke starring actor Yoon Kye-sang has been released.
It's a strange setting that the fluid escapes every 12 hours and enters another person's body.
In addition, it raises tension even more because he who move around people have lost his memories.
The movie lead the story with limited space and limited characters, but the tension is high.
the main character track clues through hot dogs and homeless people.
There are many things to see as it includes various actions such as close action, vehicle action, and gun action.
Please refer to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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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대한 시> 예고편
현금 수송 일을 하는 두 남자가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에서 군인으로 함께 생활했던 빅터와 로하.
둘은 일도 함께 하지만 업무가 끝나면 함께 시를 가르치는 수업도 듣는다.
항상 붙어다니지만 둘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투계장에 가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는 로하는 늘 빚에 쪼들리며 불안해하는 반면
빅터는 위험 앞에서도 침착하고 돈에 대한 욕심도 없어 보인다.
영화의 스포트라이트는 빅터를 향한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됐을 때 사람들을 죽인 경험을 가진 그는 평소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로 보인다.
엉뚱하게 시를 발표해서 유명해진 빅터는 한 순간 억눌렸던 폭력성을 폭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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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멸의 칼날 : 주합회의,나비저택 편> 메인 예고편
‘탄지로’와 ‘네즈코’는 귀살대 중에서도 최고의 계급인 지주들 앞으로 끌려간다.
탄지로의 죄명은 ‘대율 위반’- 특히, 혈귀인 네즈코를 죽이지 않고
동행한 혐의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귀살대의 당주 ‘우부야시키 카가야’에 의해 위기를 넘긴 ‘탄지로’는
‘젠이츠’, ‘이노스케’와 함께 지난 ‘나타구모 산’에서의 전투 이후 입게 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비저택에 머물며 기능회복 훈련에 돌입한다.
한편, ‘나타구모 산’의 일로 분노한 ‘키부츠지 무잔’은 하현들을 소집하는데…
우리의 사명은 하나! 혈귀 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