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5-01-17 22:24:45
빛과 어둠의 마에스트로: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리뷰
씨네랩의 시사회초대로 아내와 함께 용산 CGV에서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를 감상했다. 영화는 바로크 시대를 여는 화가 카라바조의 삶과 예술을 흡인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의 예술적 천재성과 인간적인 결함이 빚어내는 삶의 극적인 대비는 영화의 핵심 주제로, 카라바조의 명암대비 화풍을 떠올리게 한다.
이태리 감독인 미켈레 플라치도는 카라바조의 대표적 화풍인 명암대비 기법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섬세한 연출로 카라바조의 그림이 그의 개인적인 삶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빛과 어둠의 상징적 대비로 표현했다. 이는 관객들에게 영화전개에 따라 카라바조의 걸작을 하나씩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영화는 역사적 인물 카라바조의 생애를 다루면서도 허구적 요소를 결합해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그림자’ 캐릭터는 허구적인 인물이지만, 카라바조의 삶과 작품 속에서 어둠과 빛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림자 역을 맡은 루이 가렐은 표정과 눈빛으로 캐릭터의 신비로움을 유지하면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리카르도 스카마르초(카라바조 역)는 천재적 예술가의 예민함과 격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에게 그의 고뇌와 열정, 분노, 아픔을 생생히 전달한다. 루이 가렐의 차가운 시선과 존재감은 카라바조의 열정적인 저항과 강력한 대조를 이루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카라바조는 조화와 균형으로 이상적 아름다움을 찬양하던 교회 통치하의 르네상스 화풍에 도전하며, 현실 속 인간의 고통과 소외를 작품에 담아내었다. 영화 속 카라바조는 권위와 관습에 도전하며, 교회의 제단에 걸릴 성화(聖畵)를 그리면서 거지, 불량배, 매춘부와 같은 사회의 하층민을 모델로 삼았다. 이런 선택은 엄청난 도발이었으나 거리의 매춘부가 그림 속 성모 마리아로 승화하는 일은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신성함을 발견한 예술적 통찰이었다.
카라바조가 말한 "내 죄를 사해 달라고 요청했소만… 내 그림은 사면이 필요 없소."는 예술이란 도덕적 판단이나 종교적 사면을 구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카라바조의 이 대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오늘날도 종종 정치적, 종교적, 혹은 사회적 기준에 의해 예술이 검열되거나 제한되는 상황이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는 카라바조의 말처럼,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인 예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림을 사랑하는 이라면, 혹은 카라바조를 더 알고 싶은 이라면, 이 영화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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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EO'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렵다면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연출, 폴란드 영화, 제7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수상작, 예지 스콜리모프스키의 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극장 개봉하는 작품 등의 정보에서 일반 관객들,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도 많은 시대를 살고 있는’ 그들을 유혹할만한 요소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당나귀 EO의 시점으로 서커스단에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된 뒤 농장, 축구장, 소시지 공장 등 다양한 인간 세상을 여행하며 (다양한 인간들로 인해) 기쁨과 고통, 행복과 재앙, 선의와 멸시 등을 겪는 당나귀 EO의 긴 여정을 차분하게, 내적으로 잔혹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우리가 어릴 적 보고 들었던 ‘우화(寓話)’를 떠올리게 한다.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에 작품은 인간과 동물, 동물과 인간의 공생, 공존의 화두를 덧붙이고 인간 세상의 이면에 대한 고발을 아름다운 미장센과 입체적인 사운드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하는 카피와 함께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당나귀 EO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보고 밝고 명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하는 이들 또한 많을 것이다. 이에 당신이 상상하는 그런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만난다면, (함께 본 이의 감상처럼) 불편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영화를 통해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가 무척 궁금하다.
editor. 민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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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2월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갑자기 저번 주부터 기온이 확 내려가며 눈 소식이 있기도 했죠.
이제는 롱패딩 없이는 외출하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모두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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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올빼미> (-)
▶ 개봉 첫 주말에 이어 2주차 주말도 역시나 <올빼미>가 1위를 차지하였다. 전주보다 높은
좌석 판매율을 보이며 장기 흥행 질주가 예상된다. 각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조화로운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열띤 입소문의 열기로 높은 관객수를 보였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55만 3,13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76만 3,68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압꾸정> (NEW)
▶ 마동석이 이끄는 마동석 유니버스의 새로운 세계관 속 코미디 장르의 작품인 <압꾸정>은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좋은 영화이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21만 4,1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6만 4,54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탄생> (NEW)
▶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의 여정을 그린 대서사 영화로 세대와
종교를 뛰어넘는 영화를 선보였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7만
5,5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2만 38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9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1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그래프를 살펴 보면, 1위와 2위를 차지할 영화는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위의 경우 정답자 비율 역시 높았습니다. 3위의 경우, <탄생>,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데시벨> 등 다양한 영화를 예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30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극장판 뽀로로와 친구들: 바이러스를 없애줘!> (NEW)
▶ 12월 1일에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은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이 동반하여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평일보다는 주말 관객 수가 확연히 많았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7만 2,96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7,68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원피스 필름 레드> (▲4)
▶ 탄탄한 팬층을 지닌 원피스의 극장판 <원피스 필름 레드>가 개봉 주에는 TOP 5 안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12월 첫째 주 주말에는 4단계 올라 5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6만 4,69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만 9,03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국내와 달리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가 4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 <The Violent>가 개봉하며 순위에 변동이 일어났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주말 동안(12월 2일 - 12월 4일) 매출액은
17,593,000 (한화 약 22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393,724,077
달러 (한화 약 5,102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1,759만 달러 (누적 3억 9,372만 달러)
2. <VIolent Night> 1,330만 달러 (누적 1,330만 달러)
3. <스트레인지 월드 > 492만 달러 (누적 2,551만 달러)
4. <더 메뉴> 355만 달러 (누적 2,472만 달러)
5. <Devotion> 279만 달러 (누적 1,38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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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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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폴: 디렉터스 컷>: 추락과 구원의 메타필름
200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의 확장판인 <더 폴: 디렉터스 컷>은 무성 영화 시대의 로스 엔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진 이민자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LA의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호기심 많은 알렉산드리아는 하반신 마비로 입원한 스턴트맨 로이를 만나고, 둘은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점점 가까워진다. 이야기는 블랙 밴디트를 중심으로 한 6명의 무법자가 악당 오디어스에게 복수를 하러 떠나는 서사시를 중심으로 한다. 현실과 환상의 플롯이 점점 서로 얽혀 가는 게 영화의 관전 포인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락 (Fall)’ 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프이다. <더 폴> 은 크게는 네 번의 추락을 통해 역설적으로 구원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추락은 알렉산드리아가 창문 밖으로 쪽지를 떨어뜨리며 시작한다. 쪽지는 아래층 병실 안의 로이에게 떨어지고, 이 만남을 계기로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자신이 지어낸 서사시를 들려준다. 알렉산드리아의 적극적 개입으로 약간은 엉망진창인 천일야화가 무르익던 중 로이의 꿍꿍이가 드러난다. 이야기를 미끼로 알렉산드리아에게 자살을 위한 모르핀을 가져오게 하려던 것.
두번째 추락은 이야기와 현실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알렉산드리아가 가져온 약을 먹고 로이는 잠에 ‘빠져든다’ (영어에서 잠에 빠지는 것을 ‘fall asleep’ 이라고 한다). 동시에 이야기 속에서는 로이를 대변하는 블랙 밴디트의 결혼식이 거행된다. 로이가 잠에 빠져드는 순간, 밴디트 또한 뒷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진다’. 몽롱한 로이 탓에 밴디트와 로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그 틈을 타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 안에 새로운 캐릭터로 난입하며 환상과 현실이 선이 모호해진다.
세번째 추락은 절망한 로이에게 약을 가져다 주려던 알렉산드리아가 의자에서 떨어지는 장면이다. 병상의 알렉산드리아가 꾸는 꿈은 하강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꿈 속에 등장하는 로이, 알렉산드리아의 아버지 등은 지속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며 쓰러지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흘러 깨어난 알렉산드리아 옆에는 죄책감으로 엉망이 된(하지만 여전히 심하게 청초한) 로이가 있다. 자기 혐오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로이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달라는 알렉산드리아의 말에 등장인물을 차례로 죽이기 시작한다. 밴디트 (로이) 또한 오디어스에게 겨우 한대 맞고 허리까지 오는 수영장에 엎어져 일어나지 못한다. 네번째 추락이다.
서사시의 결말에 이르러 현실과 환상은 완전히 뒤섞인다. 이야기의 인물을 살려달라 애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말은 이야기 속의 밴디트와 동시에 현실의 로이에게로 향한다. 시종일관 이야기 속 밴디트를 ‘그’ 로 정의하던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와 밴디트를 동일시하며 “네가 죽는 것이 싫다” 고 말한다. 그 순간 로이는 억눌렀던 울음을 터뜨린다. 작품 내내 반복된 하강의 이미지는 알렉산드리아의 격려에 의하여 상승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풀장에서 일어난 밴디트는 알렉산드리아를 번쩍 안아들고 담담히 오디어스의 별장을 떠난다. 로이 또한 계속 살아가기로 알렉산드리아와 약속한다.
사진 출처: 아트 인사이드
<더 폴>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통해 구원받는 메타 픽션이다. 결말부 이야기 속 인물을 살려달라 애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진심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로이에게 가 닿는다. 메타 픽션의 형식을 빌려 영화는 삶과 밀접한 이야기가, 그리고 타인과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게 우리를 살게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알렉산드리아가 ‘영혼을 구하’는 성체를 로이와 나눠먹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더 나아가 <더 폴>은 이야기 중에서도 ‘영화’가 삶을 구원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이와 처음 만난 알렉산드리아가 열쇠구멍 사이로 영사된 말의 그림자를 보는 장면, 결말에 드러난 스턴트 영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로이의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환자들까지. 곳곳에 감독이 영화에 바치는 헌사가 묻어난다. 영화는 로이의 천일야화와 마찬가지로 치유의 능력을 지닌다. 한 번의 추락(Fall)으로 꿈과 다리, 그리고 사랑 모두를 잃고 부서진 로이는 결말부 병원에서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자신이 참여한 영화를 본다. 촬영 중 낙마 사고를 당한 장면을 긴장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로이 앞에는 안전히 말에 착지한 영화 속 주인공이 보여진다. 영화는 이어 붙인 컷으로 무너진 로이의 꿈을 복원하고, 마음의 상처를 봉합한다. <더 폴>은 컷과 편집이라는 영화의 기본 요소에 구원의 가능성을 부여하며 <파벨만스>, <클로즈 유어 아이즈>와 같은 위대한 메타 필름의 반열에 스스로를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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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이라는 공포
*해리 포터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중간중간 노출됩니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프랜차이즈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한편 판타지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어두운 색채로 아쉽다는 평을 듣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시리즈 중 박스오피스 성적이 가장 낮지만 나름의 매니아 층이 양산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금번 어린이날에는 지금까지 재개봉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순서를 거슬러 재재개봉되었다(현재 4편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까지 4D 재개봉되었음). 영화 자체를 공포영화와 비슷하게 연출하기도 했지만 감독의 편을 들어준다면 원작 자체가 상당히 어두운 색채를 띠고 있기도 하다. 특히 사이빌 트릴로니 교수(엠마 톰슨 분)가 무언가에 빙의한 듯 예언을 하는 장면은 어린 시절 읽으면서 오싹한 느낌을 주었을 정도다. 사실 원작 시리즈 중에서는 특별하게 크게 평가받는 작품은 아니지만 다음 편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성장통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 분)의 유일한 가족인 대부 시리우스 블랙(게리 올드만 분)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건널목으로 기능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통해 해리는 때로는 모종의 이유로 진실이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이 생각보다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해리는 비록 숙적 볼드모트를 무찌르지는 못했지만 볼드모트에게 타격을 입히고 전교생의 이목을 끄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마법사의 돌을 파괴하고 퀴렐 교수가 죽음으로써 볼드모트의 회생 시도가 저지되며 덤블도어 교수는 해리에게 이젠 교내에서 그 사건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고 이야기해 준다. 심지어 그 사건으로 인해 해리와 해리의 친구들이 기숙사 점수를 무더기로 퍼받으며 그리핀도르 기숙사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기도 했다(때문에 웹상에서 덤블도어 교수의 그리핀도르 편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듬해 비밀의 방에 있던 톰 리들의 일기장을 파괴하고 지니를 구한 해리는 연회장에서 환영받고 한 학년이 끝난 것을 축하하는 연회로 그 해를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이르러 해리는 부모님의 배신자에 대한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대부와 살아갈 날을 꿈꾸지만 피터 페티그루(티모시 스펄 분)의 탈주로 진실을 암흑 속에 묻는 신세가 된다. 외려 무고한 시리우스 블랙을 디멘터들로부터 간신히 탈출시키고도 교수를 공격한 학생이 되었을 뿐이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한 해가 끝난 것을 축하하는 호그와트의 화려한 연회로 끝맺지 못하고 시리우스가 이름조차 쓰지 못하고 보낸 파이어볼트에 올라탄 해리로 마무리한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서사 자체로 비극이 난무하기도 하지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많은 장면을 공포영화에 가깝게 연출했다. 해리가 프리벳 가에서 가출해 처음 죽음의 개(정체는 모두들 아실듯)를 마주치는 장면이나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 안에서 디멘터가 객실로 들어서는 장면 모두 상당히 공포스럽다. 이전 두 영화에서 호그와트로 가는 길은 언제나 햇살로 가득했던 것과는 반대로 이제 성장통의 길목에 들어선 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호그와트로 진입하며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시절의 공포와 마주한다. 그리고 어떤 여자가 비명을 지르지 않았냐고 묻자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분)는 무섭게도(!) 아무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이외에도 자신이 유일하게 자신있었던 퀴디치에서조차 비오는 날씨와 디멘터라는 벽에 부딪혀 첫 패배를 경험한 해리는 자신이 아끼던 빗자루 님부스 2000마저 잃고 만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진실 아닌 진실을 듣게 된 해리는 성장기를 맞이한 대담한 청소년답게 시리우스 블랙이 찾아왔으면 하고 바란다. 앞으로도 해리는 수많은 비극을 맞이할 예정(..)이지만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그 서막을 알리는 종소리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은 이를 공포스럽게 연출함으로써 성장은 세상의 부조리를 깨닫는, 일종의 공포와도 같다고 선언한다.
돌이켜 보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언제나 성장을 향하고 있었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인 <그래비티>는 라이언(산드라 블록 분)이 자신의 과거를 딛고 한발 나아가 재탄생하는 이야기였으며 마찬가지로 발 디딜 곳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공포를 놀랍도록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라이언은 성장 혹은 재탄생하기 위해 죽음에 이르는 극한의 공포를 겪어야만 했다. 역시나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양산한 <칠드런 오브 맨>도 마찬가지로 죽음에 관한 비유(와 실제 죽음)로 넘쳐난다. 그리고 여러 작품을 거쳐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에서 꺼낸 <로마>는 대놓고 자신의 성장담이기도 했다. <로마> 또한 폭력과 죽음이 난무하는 동시에 처연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로마>라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본다면 어쩌면 쿠아론 감독은 자신의 성장기를 통해 성장에는 필연적으로 공포가 동반되며, 때로는 죽음이 함께 하기도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달았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성장담 그 자체인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만났을 때, 그리고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어두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만났을 때 그 스토리텔링 능력이 극대화된 것이 아닐까. 이후 스케줄 문제로 시리즈에서 하차했다고 하는데 크리스 콜럼버스가 떠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쿠아론 감독이 도맡았다면 이후 작품들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마이크 뉴웰, 데이빗 예이츠 감독은 솔직히 성에 안 찬다).
한편 쿠아론의 성장담이 비극으로만 점철된 것은 아니다. 청소년 판타지 영화답게 서비스 장면도 쿠아론 감독은 잊지 않았다. 그리핀도르 남학생 기숙사에서 동물 젤리를 먹으며 장난치는 호그와트 학생들의 모습이나 호그스미드에서 투명 망토를 뒤집어쓰고 네빌의 사탕을 훔치는 해리 등 곳곳에는 풋풋한 성장기 청소년들의 모습도 종종 보인다. 순간이지만 해리는 더즐리네를 벗어나 시리우스와 함께 사는 달콤한 상상을 하기도 하며, 아빠 제임스 포터가 자신을 구하러 와줬을 거라는 환상에 행복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구한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해리는 제임스를 만나지 못한 것에 슬퍼하는 대신 어려운 패트로누스 마법을 해냈다는 사실에 흥분한다. 히포그리프 벅빅을 처음 만나 당황했던 해리는 용감하게 올라타 호그와트를 한바퀴 돌고는 빗자루를 타는 것과는 또 다른 짜릿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해가 마무리되었을 때, 비록 본인이 원했던 바로 그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빗자루인 파이어볼트에 올라탄 해리는 인생이라는 기나긴 비극에서 다시 한번 순간이나마 짧은 환희를 경험한다. 쿠아론 감독은 결국 해리에게 중요한 소품인 빗자루를 부러뜨리고 새로운 빗자루를 선사하면서 성장이란 이런 것이라고, 갖고 있던 것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얻는 환희와도 같다고 말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장면은 영화마다 달랐지만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마지막 장면이 파이어볼트에 올라탄 해리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마무리에서 독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석연치 않은 감정을 느꼈다. 본의 아니게 악역을 도맡아온 슬리데린 기숙사에게 한방 먹이고 떨떠름한 스네이프 교수(알란 릭맨 분)의 표정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해리가 믿고 따랐던 루핀 교수(데이빗 튤리스 분)는 결국 어둠의 마법 방어술 자리를 사임했고 해리의 대부 시리우스는 여전히 누명을 벗지 못하고 숨어 살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해석했던 바와는 달랐지만 트릴로니 교수의 불길한 예언은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울적해하는 해리 앞에서 루핀 교수는 바뀐 게 없지 않다며 해리를 달랜다. 해리는 무고한 생명을 구했으며 진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궁극적으로는 거대한 악이 사라지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서 희생되는 수많은 선인에 대한 이야기도 결코 잊지 않는다. 원작자인 J.K.롤링이 위대한 이유는 이렇듯 독자들이 항상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은 않기 때문이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양면성을 무섭도록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은 해리에게 인간은 보이는 그대로지만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처음 맞닥뜨리게 하는 단계였다. 그리고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이르러 해리는 생각보다 많은 악이 세상에 숨어 있으며, 그렇기에 자신이 바꾸려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장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비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전세계의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 이야기는 많지 않다. 환상의 세계임에도 인물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은 정의로운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해리는 이제 비가 내리고 디멘터가 활보하는, 어두운 성장의 터널을 거치며 세상이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배운다. 쿠아론 감독은 이 과정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리는 와중에도 인생이라는 비극을 관통해나가며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극을 놓치지 않았다. 해리가 처음 패트로누스 마법을 성공시키는 순간 떠올린 기억은 그 자체로 온전히 행복한 기억이 아니며 해리 스스로 복잡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쿠아론 감독의 인생관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과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는 작품이며, 이를 몇 번이고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건 그 자체로 인생의 행운이자 희극이 아닐까. 이런 관객의 기대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크레딧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 해리는 속삭인다. "마법의 장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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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 ‘하트’ 중독 시대의 블랙 코미디
7★/1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좋아요’, ‘하트’, ‘구독자’ 등의 숫자가 개인의 매력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 시대다. SNS 팔로워, 조회수가 높으면 매력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 숫자가 높으면 도저히 그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겠어도 ‘뭔가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겠거니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이 숫자들은 자존감으로도 이어진다. 내가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에 관한 본인의 생각과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점차 중요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만큼 타인의 즉각적 평가가 갖는 의미가 커진다.
하지만 누군가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간파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즉, 빠르게 회전하는 SNS의 관심 경제에서 두각을 보이는 건 ‘진짜 매력’이 아닌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매력 자본'(외모, 패션, 사연 등)이다. 문제는 매력 자본을 가진 자와 그러지 못한 자 사이의 위계가 누가 더 소중한 존재인지에 관한 문제로 성급히 확장된다는 점이다. ‘관종’은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다. 매력 자본은 갖추지 못했으나 ‘매력의 척도’요 ‘자존감의 근원’인 관심은 갖고 싶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관심 경제 시대의 파괴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다. 주인공은 시그네라는 여성이다. 시그네는 카페에서 일한다. 촉망받는 예술가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남자친구 토마스에 비하면 시그네의 일상은 ‘평범’하기만 하다. 시그네는 열등감을 느낀다. 토마스의 전시회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시그네는 철저히 병풍 취급당한다. 아무도 시그네에게 주목하지 않는다(심지어 멸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람들의 관심 여부로 기분뿐 아니라 자존감이 왔다 갔다 하는 시대다. 시그네의 열등감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그런 시그네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개 물림 사고의 피해자를 돕는 과정에서 시그네의 옷자락에도 피가 묻자 사람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 근처를 지나던 시민뿐 아니라 늘 토마스만을 향하던 친구들의 시선도 시그네에게 쏠린다. 시그네가 토마스가 주인공인 중요한 저녁 식사에서 있지도 않은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고 거짓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시그네는 사람들의 관심이 토마스에게 쏠릴 때마다 견과류 알레르기로 관심의 방향을 바꾸고, 심지어는 위독한 척 쓰러지는 연기까지 선보인다.
이 두 사건으로 시그네는 매력 자본의 부재를 거짓말로 채울 수 있음을 학습한다. 이미 관심의 달콤한 맛을 알아버린 시그네는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조금 더 과감한 거짓말에 도전한다. 피부에 심각한 부작용을 남기는 알약을 구매해 복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약을 복용하자 시그네의 몸과 얼굴의 피부가 뒤틀리고 울긋불긋한 흉터가 생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투병을 시작한 시그네에게 엄청난 애정과 관심을 보인다. 시그네는 눈물 흘리며 곁을 지키는 토마스에게 “심각해 보이지?”라고 연달아 묻는다. 몸이 심각하게 망가진 것보다 어렵게 얻은 관심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그네에게 관심이 주는 쾌락은 섹스의 쾌락과 비슷할 정도로 짜릿하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토마스와 잠자리를 가지며 희열을 느끼는 시그네의 표정은 그녀가 황홀함을 느끼는 대상이 육체적 쾌락보다는 ‘관심받는다는 쾌락’에 가까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관심이 주는 쾌락이 큰 만큼,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을 향한 미움과 분노도 커진다. 이렇게까지 고생했는데 관심을 주지 않느냐며 분노하는 것이다.
관심을 향한 시그네의 집착은 중독으로 나아간다. 시그네는 점점 더 센 자극이 필요하다. 즉, 거짓말의 스케일이 더 커져야 한다. 언론 인터뷰, 아름다움의 통념을 뒤엎는 모델 에이전시와의 계약, 자기 이야기를 담은 책 출간…. 망상과 현실을 오가며 시그네는 어렵게 얻은 관심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으로 더 많은 관심을 얻고자 고군분투한다. 문제는 이를 위해 계속 약을 먹으며 그녀의 몸이 점점 더 망가진다는 점이다. 만신창이가 된 시그네의 몸은 그녀가 부풀린 거짓 관심을 더는 지탱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그네는 멈출 수 없다. 그리하여 시그네가 마참내 도달하게 될 곳은 파국이다.
파국을 향해 자발적으로 달려가는 시그네가 자아내는 양질의 블랙 코미디를 감상하다가도, 종종 불편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시그네에게서 관심 경제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종종 보였기 때문이다. 관심 경제는 고작 ‘SNS를 하지 않는다’ 따위의 선언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SNS는 매력 자본을 뽐내는 가장 대중적인 수단일 뿐, 우리 일상에는 눈짓 한 번으로 누군가의 매력을 빠르게 가늠하고 판단하게 하는 수많은 요소가 널려 있다. 그리고 우리의 감정과 자존감은 그로 인해 좌우된다. 요컨대, 우리는 모두 삶의 어느 순간 ‘#시그네’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특징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SNS를 필두로 한 관심 경제는 그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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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원스 - 실현되어야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 존 카니
출연: 글렌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개봉: 2007. 09. 20 / 2017. 11. 01 재개봉
줄거리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인 '그'는 매일 저녁에 자작곡을 거리에서 부른다.
낮에 사람들은 아는 노래만 들을려고 하기 때문에, 밤에만 나와 부르는 ‘그'
어느 날,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의 음악성을 본 그녀.
그녀 역시, 음악을 좋아하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피아노 가게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그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음악성을 확인한다.
그런 그들은 서로 작업을 도와주며, 가까워진다.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그와 그녀.
서로 풍족하지 못하고, 늘 서툴던 서로.
닮은 부분이라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뿐인 그들.
그 둘의 부족함은 음악이 채워주고 둘의 이야기가 적힌 영화 속 스크린이 채워져간다.
Miluju tebe
감독&배우
이름 : 존 카니
필모그래피 :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등
특징 :
매번 음악 영화를 만들며, 원스에선 투박함과 어색함, 거친 영상을 다루어 만들었지만, 그런 어색함이 주는 감성을 잘 살리고,
비긴 어게인에선 몰락한 프로듀서, 바람난 톱 가수, 버림받은 연인의 이야기를 잘 다루었지만 원스의 색채는 잃어버린 듯 했으며,
싱 스트리트 에선, 청춘들의 음악이야기를 잘 다루었다.
매번 음악의 사운드트랙은 CD로 구매하여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을 정도이다.
이름 : 글랜 핸사드
역할 : 그
필모그래피 : 원스, 원스 어게인,커미트먼트 등
특징 :
긴박한 느낌을 잘 주는 노래 'falling slowly'를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여유로운 감성을 주며 적당히 긴박한 느낌도 잘 주면서 불렀습니다.
실제 아일랜드의 인디밴드 'The Frames'의 보컬로 활동합니다.
노래에서는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며, 여유로운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름 : 마르게타 이글로바
역할 : 그녀
필모그래피 : 원스, 원스 어게인
총 평
★★★★☆ 9.5/10.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으며, &표시가 있는 부분은 스포일러 주의 표시입니다.)
-짧은 평가-
'비긴 어게인'이 프로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안에 생기는 갈등과 음악을 담았다면,
'원스'는 음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존 카니' 감독의 초창기 작품으로 구조만 보면 정말 단순하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갈등요소도 없으며, 사족이 하나도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아무 소스도 없는 샐러드 같다는 느낌이 처음에는 강합니다.
하지만, 음악이 등장하면, 위에 발사믹 소스가 뿌려진 듯 합니다.
역경, 갈등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강가에서 멀어저 가는 나뭇잎과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우리(관람객들)들이 그 나뭇잎처럼
잔잔히 흘러가며, 영화 원스라는 강의 한 가운대로 천천히 나도 모른체 가는 듯 합니다.
-더 현실적이라 여운이 남는 결말-
영화의 마지막을 달리다 보면, '그'와 '그녀'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그는 헤어진 전 애인을 잊지 못하였고, 그녀는 사실 이혼하여 아이가 딸린 엄마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자신을 사랑하냐 묻고,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체코말로 대답합니다. '너를 사랑해'라고 하지만,
그는 무슨 뜻인지 모른체..
그는 아침식사를 제안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가까워지는 것은 둘 다에게 미련만 남고 돌아오지 못할 관계임을 직감하고,
그에게 내일 남편이 온다며 떠나고, 그는 그런 그녀에게 런던으로 작업을 하러 떠나기 전 피아노를 선물로 남겨주고 떠나며,
둘 다 자신의 바램과 서로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하였지만, 어느 한 편으론 둘다 실패했습니다.
분명 해피엔딩이지만,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과
항상 승승장구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으면 잃는다는 일득일실의 느낌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다른 음악영화와의 차이점입니다.
그저 행복한 결말이 아닌 행복하지만, 현실적이며, 어딘가 쑤씨게 만드는 듯한 이 연출은 정말 일품이였습니다.
-10년 가까이 들어도 편안한 사운드트랙-
아마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게,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에 가족끼리 유럽 일주를 하며 유로스타 기차안에서 보았는데,
그 때는 다른 거는 잘 몰라도 음악은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부터 계속 이 음악은 제 DAP와 아이폰,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의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빠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글랜 핸사드의 부드러우면서 귀에 딱딱 박히는 듯한 보이스와
영화 특유의 감성과 여유로우면서 긴박한 느낌을 정말 잘 주는 듯한 노래입니다.
그 외로도 전체적으로 사운드트랙이 준수합니다.
-다소 특이한 연출-
이 영화는 꽤나 특이합니다.
주연인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캐릭터의 이름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영화들을 돌려보며, 이름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이름은 누군가, 나 혹은 다른 이들의 정체성과 존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 유바바가 치히로의 이름을 빼았습니다.
하쿠는 이름을 잊으면 되돌아올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음악에 포커스를 더 두며, 둘의 애정은 음악을 더 돋보이게 만듭니다.
이름은 정체성과 존재라고 했는데, 둘이 서로 이름을 말하며 애정을 나누고 한다면,
이 영화에서 둘의 관계는 밋밋하다 느껴졌지만, 그 느낌이 없어지고 연인같다는 느낌을 줄거 같습니다.
저는 '연인같다는 느낌 = 존재감'을 없애기 위해 이름을 안 주었을 수도 있겠다. 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은유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많습니다.
남녀간의 사랑과 음악을 표현한 영화인데, 둘은 실질적으로 애정을 나누거나 한 과정이 없습니다.
그저 말 몇마디와 음악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둘의 관계를 대충 유추하는 듯한 느낌의 연출도 정말 일품이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뭔가 그냥 영상이 특이합니다
마치, 대학 동아리나 독립 영화나 다큐팀에서 찍은 듯 해서 현장감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소니의 6mm 캠코더로 촬영하여, 길거리 공연을 하며 사람들이 이에 호응하는 것이
작위적인 것이 아닌 진짜 호응하는 것이 담겨 더 좋았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방식-
우연히 그녀가 저녁에 지나가다 그가 자작곡을 부르는 걸 들었고,
우연히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그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그렇게 둘은 서로 상부상조 하며 음악을 하며 사이가 가까워집니다.
그 후, 그녀와 작업을 하며 돈 문제와 프로듀싱 관련에서 서로 갈등이 없이 그냥 빠르게 해결됩니다.
다른 음악영화를 보면,
'비긴 어게인'에선 데이브가 그레타와 연인 관계지만, 음반회사의 직원과 바람을 피고, 둘은 헤어지게 되며, 그레타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댄은 원래는 그래미 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고 유능한 프로듀서이지만, 영화에선 퇴물로 묘사되며 회사지분도 넘기고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되게 되며, 그러다 그레타의 음악성을 보고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영화에선 갈등요소가 있는데, 이 영화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유심있게 볼 부분은, 두 남녀는 음악을 제외하곤 서로 접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국적도 아일랜드와 체코로 서로 다르며,
직업과 둘의 사회적 위치도 굳이 트러블이 생길 위치가 아닙니다.
그의 직업은 청소기 수리공이며, 그녀는 그저 직업이 묘사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는 아일랜드 토박이이며, 그녀는 체코 이민자입니다.
서로는 접점이 없으며, 접점이 없다 = 닿는 부분이 없다 = 마찰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도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닮은 부분도 비슷한 요소도 없는 둘이 친해지며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
음악 하나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그게 더 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다시 볼 때마다 느끼는 매번 다른 감정-
이상하게 이 영화를 매년 다시보면,
다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 이 영화를 보면, 그저 심심하기 짝이 없었고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봤을 땐, 음악이 좋았다고 생각했고
중학생 시절엔 그저 사랑의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1~2학년 시절엔 보다 더 현실연인이 헤어지는 듯 했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뚜렷한 목표에 다다를수록 무언가 잃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와 그녀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는 뮤지션이 되러 런던에 가듯,
그녀는 가족이 다시 재결합 되듯,
여운이 계속 남게 되는 몇 안되는 음악영화 였습니다.
난 당신을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당신을 원해요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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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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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취향 존중 로맨스 <모럴센스> 초보 플레이어 서현과 배운 플레이어 이준영! 반전매력 두 사람의 유쾌 아슬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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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증오하지만 죽도록 아끼는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 3월19일 디즈니+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