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5-01-17 22:24:45
빛과 어둠의 마에스트로: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리뷰
씨네랩의 시사회초대로 아내와 함께 용산 CGV에서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를 감상했다. 영화는 바로크 시대를 여는 화가 카라바조의 삶과 예술을 흡인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의 예술적 천재성과 인간적인 결함이 빚어내는 삶의 극적인 대비는 영화의 핵심 주제로, 카라바조의 명암대비 화풍을 떠올리게 한다.
이태리 감독인 미켈레 플라치도는 카라바조의 대표적 화풍인 명암대비 기법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섬세한 연출로 카라바조의 그림이 그의 개인적인 삶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빛과 어둠의 상징적 대비로 표현했다. 이는 관객들에게 영화전개에 따라 카라바조의 걸작을 하나씩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영화는 역사적 인물 카라바조의 생애를 다루면서도 허구적 요소를 결합해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그림자’ 캐릭터는 허구적인 인물이지만, 카라바조의 삶과 작품 속에서 어둠과 빛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림자 역을 맡은 루이 가렐은 표정과 눈빛으로 캐릭터의 신비로움을 유지하면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리카르도 스카마르초(카라바조 역)는 천재적 예술가의 예민함과 격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에게 그의 고뇌와 열정, 분노, 아픔을 생생히 전달한다. 루이 가렐의 차가운 시선과 존재감은 카라바조의 열정적인 저항과 강력한 대조를 이루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카라바조는 조화와 균형으로 이상적 아름다움을 찬양하던 교회 통치하의 르네상스 화풍에 도전하며, 현실 속 인간의 고통과 소외를 작품에 담아내었다. 영화 속 카라바조는 권위와 관습에 도전하며, 교회의 제단에 걸릴 성화(聖畵)를 그리면서 거지, 불량배, 매춘부와 같은 사회의 하층민을 모델로 삼았다. 이런 선택은 엄청난 도발이었으나 거리의 매춘부가 그림 속 성모 마리아로 승화하는 일은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신성함을 발견한 예술적 통찰이었다.
카라바조가 말한 "내 죄를 사해 달라고 요청했소만… 내 그림은 사면이 필요 없소."는 예술이란 도덕적 판단이나 종교적 사면을 구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카라바조의 이 대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오늘날도 종종 정치적, 종교적, 혹은 사회적 기준에 의해 예술이 검열되거나 제한되는 상황이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는 카라바조의 말처럼,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인 예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림을 사랑하는 이라면, 혹은 카라바조를 더 알고 싶은 이라면, 이 영화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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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과 감성의 절묘한 균형,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
"이 일은 자네가 맡아서 처리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
"돌아와서 보지"
"... 저... 제독님,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주 딱딱한 업무에 관한 일들만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가족들과도 오랜시간 같이 생활하다보면 부드러운 말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속마음은 그렇게 딱딱하지 않지만 겉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건조했고, 또 차갑기도 했다.그렇다고 갑자기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성적인 것이 우선시 되는 관계에서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이 생각보다는 어렵다.첫 문단의 대화는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4에서 주인공 버넘 선장(소네쿠아 마틴 그린)과 상사인 제독의 대화다. 앞쪽에는 임무에 관한 아주 딱딱하고 심각한 이야기가 오랜 시간 이어진다. 그리고 대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도 특별히 따뜻한 이야기를 던질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버넘 선장은 상사인 제독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를 보탠다. 대화를 나눈 시점은 바로 직전에 진행되었던 전 우주적인 재난을 극복하면서 모두가 끔찍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던 때였다. 제독은 버넘이 던지는 따뜻한 말한마디에 뒤를 돌아보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화면에서 사라진다.
특유의 따뜻함과 공감을 보여주는 스타트렉 스핀오프 시리즈
이런 따뜻한 장면들 때문에 이 시리즈는 아주 많지않지만 고정팬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인 버넘은 무척 이성적인 사람이면서 굉장히 감성적이다. 상황판단능력과 개별 전투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공감능력을 통해 시리즈 내내 빛나는 존재가 된다. 그저 엔지니어에 불과했던 그가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결정과 인식의 중심에는 공감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디스커버리호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같은 우주선에 있는 모든 동료들은 그 공감을 건네고 또 건네면서 모든 결정이 이성적인 잔인함에 묻혀버리지 않게 만든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이성적인 판단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버넘 선장은 꼭 위험한 상황에 처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에서 공감가능하다면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더라도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결정을 주변 동료들에게 설득하려 노력한다. 버넘 선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인식은 더 심각한 위험가 자신에게 닥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방법을 택하게 만든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 전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다. 그건 일반적인 <스타트렉> 영화 시리즈나 다른 TV시리즈가 가진 감성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스타트렉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과 생겨난 문제들이 모두 해결가능하다는 초긍정성이 스타트렉이 가진 고유의 감성이다. 그런 긍정적인 인식과 방향성 때문에 꾸준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을 보여주는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긍정의 정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버넘을 중심으로 그 주변인물들이 보여주는 공감과 치유의 감성이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첫 문단의 대화다. 마지막 한 마디에 포인트가 있다. 무척 심각하고 엄중한 대화를 나눈 이후에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한 마디를 던진다. 꼭 버넘 선장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들은 서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한 회차에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한 시즌의 말미에 가면 그들의 갈등은 대부분 서로에 대한 공감으로 따뜻하게 정리된다.사실 어떤 사람들은 이 시리즈 전체가 너무 감정이 과잉된 것 아니냐고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급박하고 빠른 이야기 속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이 받은 상처를 다른 선원들에게 위로받고 또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걸 보고 있자면 마음이 무척 따뜻해진다. 무엇보다 온갖 갈등과 싸움을 보는 현실에서 보지 못했던 공감능력이 충만한 리더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는 것이 무척 즐겁다.
매 에피소드는 인류 멸종이나 큰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가득하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 뒤에는 치유의 말을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모를 때, 모든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걸 듣던 상대방은 어떤 때는 해결책을 조언하고 어떤 경우에는 마음 깊숙히 들어와 큰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가 비록 상황에 대한 해결을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볼 때면 따뜻함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엄청나게 기술이 발전된 이야기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바꾸고 이끌어가는 건 결국 그 따뜻한 치유의 감성이 아닐까. 그 치유가 희망을 만들어내고 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현실에서 너무 따뜻함과 공감을 잊은 것은 아닐까. 매일매일 뉴스를 보면 날선 말들과 혐오의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모두는 자신의 말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마음 속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의 선원들처럼 우리가 먼저 상대방에게 따뜻한 공감의 말을 던지면 어떨까. 현 시대에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인 것 같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는 현재 시즌 4가 완결되었다. 시즌 1부터 시즌3까지 시리즈의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김보연 작가가 이번 시즌에는 빠졌지만 시리즈 초반부터 구축된 공감과 치유의 감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타트렉 시리즈가 큰 인기가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공감과 치유의 정서는 이야기에 빠져든 모든 시청자들을 위로한다. 혹시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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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상상력을 살려낸 열연
영화 '행복의 나라'는 공개 타이밍이 아쉽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소재 삼은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온 뒤에 개봉됐기에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영화를 보고 온 많은 관객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10.26 사건과 12.12 사태를 배경으로 이를 관통하는 재판의 대상인 실존인물 박흥주 대령의 이야기를 팩션으로 다룬다.
격동의 상황 속에서 극을 끌고 가는 건 추창민 감독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주인공 정인후다. 이념 대립이나 거대 담론엔 관심 없고, 직업적 소신도 없는 캐릭터로 자신의 신념 때문에 가족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분노해 세속적으로 살아왔다. 그랬던 그가 아버지와 닮아있는 박태주를 변호하며 비정한 시대의 야만성에 분노하고 충돌하면서 싸운다.
그러면서 '행복의 나라'는 정인후와 박태주, 두 사람과 16일간 졸속으로 이뤄진 재판과정을 통해 역사적 사건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본다. 10월 26일과 12월 12일, 두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와 희생된 사람들에 더 호기심이 생긴 추창민 감독의 기획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정인후와 박태주라는 두 인물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신념과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정인후를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정인후에 공감하고 몰입한다면 그와 함께 뜨거워지겠지만, 뜨거워지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올드하고 진부하게 다가온다. 후자를 택했다면 아무래도 시대의 아픔 속에 담긴 개인의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이 추창민 감독의 상상력이 비범이 아닌 평범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먼저 개봉한 '서울의 봄'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행복의 나라'가 먼저 개봉했고, 대형 사건, 상징적 인물들을 픽션과 팩트를 여러 톤으로 다채롭게 사용했으나,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무기들이 부족했던 셈이다.
전자의 관객들처럼 가슴이 먹먹하게 다가왔다면, 평범한 상상력에 몰입하게 만든 배우들의 열연이 컸을 것이다.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은 2주 전 개봉한 자신의 주연작 '파일럿'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다가도 울분을 토하고 감정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연기 A부터 Z까지 다 쏟아낸다. 그가 대세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행복의 나라'가 마지막 작품이 된 故 이선균의 존재감도 강하게 다가왔다. 박태주로 분해 인물의 우직한 면모를 깊은 눈빛으로 표현한다. 후반부 박태주로서 정인후에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와 모습이 마치 관객에게 남기고 떠난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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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명의 감독이 바라본 코로나가 존재하는 지금의 세상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정말 상상도 못한 형태로 뒤바꾸어 두었다.
현재는 사실상 엔데믹이라 부른다고는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은 우리 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그리고 예술에도 크나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 변화들을 거장들이 바라본 시선은 어떨까?
그 아이디어로 시작한 옴니버스 영화, <끝없는 폭풍의 해>를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다.
자파르 파나히, 안소니 천, 말릭 비탈, 로라 포이트러스, 도밍가 소토마요르, 데이빗 로워리,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이렇게 7명의 감독이 모여만든 옴니버스 영화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단편은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이다.
마치 베니스 70 미래 재장전 중 김기덕 감독의 "나의 어머니" 처럼, 작중에서 감독이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지금 이게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가족들의 모습과 이야기 주제, 밖의 풍경 등 바뀌어버린 일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음과 동시에, 희망을 안겨준다.
안소니 천 감독의 단편은 코로나 시국, 오랜 기간 봉쇄된 우한의 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한 가정의 모습을 담담하고 현실적이게 담아낸다.
남자 배우 얼굴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바로 후 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에서 주연으로 나온 장 위 배우였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의 분위기도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의 색감과 분위기 같다고 느꼈다.
말릭 비탈 감독의 단편은 다큐멘터리 형식에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 같은 방식으로 양육권 소송 중인 남자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전적인 이야기임과 동시에, 여기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끼친 코로나 시국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그런지 흥미롭게 감상한 단편이다.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단편은 이스라엘의 기업 NSO에서 만든 해킹툴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미국 정부와의 접촉, 실제 위협을 받거나 살해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전세계적인 해킹은 정말 심각한 문제인만큼, 심도깊게 관람한 다큐였다.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 감독의 단편은 코로나 시국에서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행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난했던 단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로인 건 아니었고 그럭저럭 괜찮게 감상했다.
마무리가 상당히 여운을 남긴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단편은 오래된 편지로부터 시작해 무언가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여정을 담는다.
분위기나 줄거리가 "고스트 스토리"를 좀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직관적인 연출이라 크게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코로나가 범람하는 시대, 어떻게보면 되게 비현실적인 지금 이 시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단편은 불을 켜둔 침대에 꼬이는 벌레들을 찍은 단편이다.
인간이 쓰는 공간인 침대에 모여들어 수많은 날개짓 소리가 들리는 광경은, 마치 코로나라는 거대한 폭풍의 해에 휩쓸린 인류를 연상시킨다.
아피찻퐁 감독답게 난해한 느낌이 들지만, 초반에 나오는 설명과 이 영화의 제목, 끝없는 폭풍의 해를 생각하며 감상하면 이해가 더 잘될것이다.
옴니버스 영화를 보면 대부분 몇개는 아쉬운 게 있는데, 이 영화는 단편 7개 모두 버릴 거 하나 없이 전부 중간내지 중상 수준의 단편이라 만족스러웠다.
특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첫번째 단편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마지막 단편이 정말 시작과 끝을 잘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만난 정말 훌륭한 옴니버스 영화.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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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숙해서 더 찬란했던 우리의 초록 시절
* 이 글은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 참석한 시사회를 보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복을 입어 본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벌써 십 수 년은 되었으니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교복하면 또 소위 학창시절이라 불리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그때라고 하면 대한민국을 비롯한 모든 동북아시아 청소년들이 공유하는 트라우마적 기억, 입시 공부가 자동으로 연상된다.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던 시절, '그때로 돌아갈테면 그러겠느냐?'는 말에는 선뜻 예,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인생 최대의 경쟁에 뛰어들어 이른바 보이지 않는 계급차를 경험한 최초의 시기가 바로 그때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경쟁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이 끔찍하기만 했냐면 그건 아니다. 내겐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우린 서로가 가장 힘들 때 위로를 건네는 상담가였으며, 때때로 '노는 토요일'에 배달 음식을 시켜먹기, 야자 째고 나가 닭꼬치 사 오기, 선생님 몰래 교실 뒤편에서 화투치기 같은 소소한 일탈을 즐길 동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시절이 마냥 우울하지 않았다. 참 어렸지. 참 바보 같았지. 하고 웃으며 회상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소리다.
이러한 학창 시절의 정서는 꽤나 보편적이다. 적어도 입시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라면 어느 나라든 그럴 것이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처럼 입시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지속되어 온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 시절>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추억하는 그 옛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다.
1. 내 나이 17세, 인생 참 쉽지 않다!
1999년 9월, 17세 펑원아이(이하 '아이')는 인생이 참 어렵다. '야간반이어도 좋으니 제일여고에 입학하라'는 엄마 성화에 못 이겨 제일여고 야간반에 입학하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열심히 공부해 사범대에 들어가'라며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어쩐지 와닿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쳐 오던 탁구는 이제 공부를 해야 하니 그만두란다. 여동생은 틈만 나면 언니 일을 일러바치기 일쑤다. 하여간 마음처럼 되는 일이 없다.
아이는 자기 교복이 신경 쓰인다. 옆집 언니에게 물려 받은 초록 교복엔 은색 학번이 수놓여 있고, 아이는 그것이 야간반을 상징한다는 걸 안다. 주간반 학생의 찬란한 금색 이름표 옆에 서면 그게 얼마나 초라해 보일지도. 몇몇 사람들에게 '짝퉁' 취급을 받는 그 야간반 신세를 3년 동안 감당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2. 교복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제일여고에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그건 한 책상을 쓰는 주간반, 야간반 학생들끼리 서로 짝꿍이 되는 것. 아이는 운이 좋았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쿨하기까지 한 민과 짝이 되었으니 말이다. 주간반 애들은 잘난척쟁이에 깍쟁이이기만 할 것 같았는데, 민은 성격도 좋은데다가 놀 줄도 안다. 이것이 주간반 멋쟁이의 여유인걸까? 아이는 민의 삶이 근사해 보인다. 민이 하자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고 싶을 정도로.
우연한 계기로 민과 바꿔 입은 교복은 아이를 들뜨게 한다. 교복 하나 바꿔 입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 같고, 초라하기만 하던 내가 뭔가 특별해진 것 같다. 민을 따라 주간반 행세를 하면서 아이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멋있는 밴드 음악도 듣고, 잘나가는 애들이 다닌다는 수학학원도 다니고, 탁구장에서 만났던 잘생긴 제일고 남자애(루커)와도 썸을 타게 된다. 아이는 민이 짝사랑 상대가 루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거부할 수 없다.
아이는 민의 주간반 교복을 더 오래 입고 싶다. 그걸 위해서는 그만큼의 땡땡이와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3. 이러려던 게 아닌데.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민은 아이와 루커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의 폭로로 말미암아 루커도 아이의 정체를 알아버리고 만다. 오랫동안 쌓아온 거짓말의 탑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아이는 그 동안 외면해 왔던 주간반과 야간반 사이의 벽을 다시금 확인한다. 민과 루커의 곁에 아이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이고, 아이는 더는 주간반 행세를 하지 않기로 한다. 주간반은 양, 야간반은 음이라던 선생님의 말씀처럼, 영원한 짝퉁, 은색 명찰의 세계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시련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엄마는 놀러다니느라 아이의 망한 성적표를 발견하고, 그 일을 계기로 아이와 엄마 사이의 냉전이 시작된다. 단골 탁구장은 문을 닫는다. 새 마음 새 뜻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했지만 무엇 하나 예전 같지 않다.
4. 우리 세상이 온통 흔들렸어.
그러던 어느날, 세상이 온통 흔들렸다. 1999년 9월 21일. 갑작스레 닥친 대지진은 건물이 무너뜨리고, 수 천 명이 죽였다. 그 생사의 갈림길, 모두가 공유한 어떤 공통된 시련을 통해 아이는 오랜 시간 자존심과 부끄러움에 가리웠던 소중한 것을 깨닫는다. 원망할지언정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을 말이다! 아이는 엄마의 억척스러움에서 딸들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민과의 재회를 통해 둘 사이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주간반과 야간반의 차이가 아니라, 둘이 나누었던 진실된 우정이었음을 알아차린다.
5. 청춘의 이름으로 현실 깨부수기
이 영화는 펑원아이와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함과 동시에, 학벌주의와 계급주의가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직관적인 비판을 드러낸다.
동북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좋은 성적은 좋은 대학을 담보하고, 좋은 대학은 좋은 직장을 높은 확률로 보장하며, 좋은 직장을 가진다는 것은 곧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것이므로 계급 상승의 가장 손쉬운 수단이 된다. 이것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동북아의 많은 청소년들은 돈을 잘 벌기 위해 공부하는 셈이다. 그러나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소위 '잘 사는'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더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는 더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다. 이러한 환경에서 입시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그 이른 나이부터 돈과 학벌 따위로 야기된 새로운 계급적 장벽을 마주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경쟁, 비난, 폄하를 수반한다. 펑원아이의 야간반이 '짝퉁' 취급을 받아온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신 계급주의와 학벌주의는 결국 정형화된 이상을 강요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 '좋다고(돈을 많이 번다고)' 알려진 직업을 가지라고 속삭인다. 이러한 사회를 사는 사람은 사회가 주입한 이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후천적 완벽주의자가 되고 만다. 그러나 세상에 정말로 완벽한 사람은 없는 바, 사람들은 완벽을 가장하기 시작하는데, 펑원아이의 '주간반 노릇'이 그렇고, 민의 '재수생 시절'과 루커의 '부모님 불화' 따위 그렇다. 결국 아이들의 미숙함은 아이들 그 자체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일그러진 사회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이러한 정형화된 틀 속에서 개인의 꿈과 욕망은 쉽게 거세당한다. 그리고 꿈을 잃은 사람은 어떻게 되냐고? 무료하고, 무력해진다.
펑원아이, 민, 루커를 비롯한 청춘들은 바로 이러한 사회에 반기를 든다. 크고 작은 일탈을 감행하면서, 서로 실수하고, 상처 주고, 다시 화해하면서, 그들이 놓칠 수도 있었던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바로 보고, 어른들이 쌓아놓은 '보이지 않는 벽'을 기꺼이 허문다.
민은 주야간반과 상관 없이 기꺼이 펑원아이에게 손을 내밀었고, 루커는 펑원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경쟁하기 위해 올림피아드라는 쉬운(?) 대학 입학 기회를 떠나보내고 대입 시험에 임한다. 그리고 펑원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된다. 관객으로서는 그가 어느 대학의 어떤 전공을 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어른들의 기준에 휩쓸리기만 하던' 펑원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 그 길로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작은 혁명의 길을 지난 사람에게 주간반과 야간반의 교복 중 무엇이 더 노란빛을 띠고 푸른빛을 띠는지, 왼쪽 가슴의 명찰이 금색인지 은색인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으리라.
아이와 친구들은 저마다 원하는 대학에 붙고, 그들은 주간반, 야간반 상관없이 둘러 앉아 꿈을 논한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며, 가장 부드러운 혁명이 성공을 거둔 순간이다.
펑원아이와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친구일까? 어느쪽이든 나는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혁명과 혁신을 거듭하면서 삶을 개척해 나갈 것 같다. 그 언젠가 초록 교복시절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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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마더 테레사가 아니라 한낱 인간일 뿐
서른을 앞둔 나이에 괜찮은 직장, 번듯한 남자친구 모든 걸 갖춘 임약군. 하지만 임약군은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 친구들의 오지랖, 뜨뜻미지근한 남자친구와의 관계, 클라이언트들의 빗발치는 과도한 요구를 들어줘가면서도 정작 본인의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그저 쌓고만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정말 상큼하게 그녀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렇게 남자친구와 대판 싸우고, 집도 잃고, 한 허름한 방을 소개받고, 잠시 입주하게 되는데, 이 곳 허름하고, 낡았는데, 너무 잘 꾸며놓았다. 임약군은 이 곳에서 백조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 하느라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그녀 인생의 2막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1. 모든 것을 견디고, 참아내는 사람들의 문제
세상에는 임약군이 겪었던 일들 중에서 하나라도 겪었던 사람들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자친구의 바람, 상사 혹은 고객들의 갑질, 아픈 가족들이 알게 모르게 짐처럼 느껴지는 상황, 눈치없이 자기말만 해대는 친구들. 이런 경우들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 탓을 하고 살아도 되는데, 뭐든지 본인이 해결하려고만 한다.
나는 항상 내 멘탈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나는 어딘가 돌파구를 만들고 항상 심각한 수준으로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작년에 논문 주제가 잡히지 않아서 아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논문 주제가 제 때, 잡히질 않고 있는데, 학기 내내 과제는 제 때 해내야 하고, 중간에 시험도 준비해야 했으며, 인간 관게도 대학원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미 졸업한 선배가 갑자기 MT라는 명목 아래 집합시켜서 술도 많이 먹었어야 했으며, 나이대가 더 높으신 어른들은 매번 볼 떄마다 졸업은 언제 하냐며 본인들에겐 안부지만 나에겐 부담인 말들을 무심하게 날리시면 더 소소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밖을 잘 못나가니, 생활 패턴도 꼬이고, 하는 일도 꼬이고, 인간 관계도 정리가 안된듯한 느낌이 한 번에 몰아치니, 갑자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난 심각한 수준까지 미치진 않았던 것이, 내가 스트레스가 극에 치닫게 됨을 깨닫게 되면, 나는 오히려 정신이 굉장히 맑아진다. 그리고 하나하나 정리를 한다. 그 때, 내가 정리했던 것은 불필요하고, 부담만 주는 인간 관계였다. 그리고 산책을 많이 하고, 오히려 과도한 잡생각은 줄여가면서 내 페이스를 찾고, 아무 생각 하지 않다가 생각을 해야지 했을 때, 그 생각이 논문에 관한 것이도록 패턴을 바꾸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가족 여행도 따라갔더니 리프레쉬되면서 다시 나만의 페이스로 돌아왔다.
하지만 임약군은 견딜 때까지 견뎌보다가 결국 한 번에 멘탈붕괴가 온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정리하지 못했다. 남자 친구가 더 이상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지만 당장 없으면 외로워 질 것이 분명하니, 바람피우는 것 같아도 놓아주질 못하고, 항상 일에 쫓기는데, 가족들이 전화가 와서 헛소리하면 짜증만 나고, 그 짜증은 고스란히 남자친구에게 가고. 그 관계는 악마의 구렁텅이에 빠진 관계라고밖에 정의내릴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임약군에게 답답했던 점이 이 부분이었다. 쳐내야 할 관계는 쳐내고, 그 중에서 우선 순위가 높은 관계만을 살려놓아야 하는데, 임약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러 관계 속의 과부하로부터 몸이 낑겨있는 상태같아 보였다는 것이다. 만약 나였다면, 임약군처럼 과부하가 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멘탈이 더 나가기 전에 나는 전혀 힘이 되지 않고, 싸움만 하게 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아버지를 돌보던지, 일에 더 매진하던지 하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즉,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을 했을 것 같다.
2. 나와 상극인 사람에게서 얻는 위로라니, 이런 아이러니
사람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고 하는 말이 있다. 임약군에게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황천락의 일기를 통해서 일시적으로 연결된 적이 있었던 황천락의 삶을 보면서 치유받은 것으로 보인다. 임약군보다 연봉도 낮고, 남자친구도 없어 우울할 것 같지만 임약군보다 더 웃으며 살고 있다.
임약군과 황천락의 차이는 외적 요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임약군은 자신이 노력한 것에 반응이 없거나 반응이 예상과는 달리 흘러갔기 때문에 멘붕이 왔던 것이다. 자신의 행한 노력에 대해 결과물로서 반응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 혹은 기대 아래 살아가는데, 삶이란 언제나 노력에 비례한 결과를 주진 않기 때문에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천락은 대사에도 나오듯이 뭔갈 기대하고 산 적이 없었다. 그러니 하루하루 삶이 무의미해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야망은 없었기 때문에 인생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을 합쳐놓으면, 정말 완벽한 인격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둘은 정말 상극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임약군은 상극이었던 황천락이 좋아했던 것들로 가득찬 집에서 1차 위로를 얻고, 그녀의 얽매이지 않는 삶의 방식에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저 그 사람의 일기를 봤던 것 뿐인데도 임약군은 그동안 회피해왔던 자신의 문제들을 직시하고, 제대로 2막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고들 하나보다. 하지만 그 위로하는 사람이 꼭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내가 힘들 때, 먼저 뭐부터 쳐내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나와 상극인 인간에게서도 분명히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왜 이 영화에 대한 리뷰로 쓰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가 요새 하는 생각과 일치하는 영화를 만났을 때, 그럴 때, 강하게 리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주관의 문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가끔 이렇게 좋은 중국 영화를 찾을 때, 참 기분이 좋다. 일본 영화보다도 작품성이 있는 중국 영화를 그렇게 찾기는 힘들다고 느껴온 것이, 우리 나라에 개봉하는 중국 영화가 대체로 로맨스인데, 오글거리는 로맨스가 많다는 인상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번에 리뷰 올렸던 '소년 시절의 너'처럼 정말 좋은 영화 하나 소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조금은 클리셰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면 잔잔한 여운이 남기 때문에 별점으로는 5점 만점에 3점 이상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위 영화는 왓챠를 통해 시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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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배우 송중기가 노개런티로 출연한 <화란>이 73회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방과 후 전쟁활동>으로 얼굴을 알린 홍사빈 배우와, 가수 비비의 출연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10월2주차 개봉예정작 함께 하실까요~?화란
Hopeles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24분
감독: 김창훈
출연: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등
개봉: 202310.11.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
CINE PICK!
노개런티로 출연한 송중기 주연의 작품으로 제 73회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었습니다. 이어 송중기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개런티 안 받고도 하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화사한그녀
COBWEB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121분
감독: 이승준
출연: 엄정화, 송새벽, 방민아, 박호산 등
개봉: 2023.10.11.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인생 역전 한방을 꿈꾸는 화사한 작전꾼 ‘지혜’ 매번 허당한 실력으로 허탕만 치던 그녀에게 600억이라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실패는 사치다!라는 모토 아래 영혼까지 끌어 모은 마지막 작전을 시작하는데…
CINE PICK!
코미디의 여왕 엄정화배우가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습니다. 영화 <스파이> 연출을 맡은 이승준 감독의 차기작으로 엄정화 배우와 더불어 송새벽, 방민아, 박호산, 손병호 등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배우들과 함께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Behind the Blue Eyes
Road to Boston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8분
감독: 당가휘
출연: 허광한, 하람두, 채범희 등
개봉: 2023.10.11.
배급: (주)키다리스튜디오, (주)도키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어느 날, 집 앞에 도착한 카세트 테이프 한 장. 그 속엔 네가 보낸 우리의 이야기가 남겨져 있었다. 느닷없는 고백, 어쩌다 첫키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평범한 연애. 고교시절, 나의 세상은 온통 너뿐이었지만 스무살, 우리는 또 다른 세상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어느날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린 너. 서로를 놓아버린 우리. 테이프 속에 담긴 추억은 잊으려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나는 무작정 너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CINE PICK!
대만에서 <상견니> <여름날 우리>를 흥행시킨 배우 허광환과 <너를 만난 여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하람두 배우,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한 채범희 배우들이 만나 청춘 로맨스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여러 방면으로 이름을 알린 세 배우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 미국 | 109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등
재개봉: 2023.10.11.
배급: 워터홀컴퍼니㈜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CINE PICK!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7개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개봉 1주년을 맞아 재개봉 소식을 알렸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 화합을 멀티벌스 설정으로 녹여내며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연출해 큰 호평과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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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최신 개봉영화(화이트데이, F20, 스틸워터, 쁘띠마망, 인어가 잠든 집)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1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화이트데이 #F20 #스틸워터 #쁘띠마망 #인어가잠든집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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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페서 앤 매드맨 영화 후기 / 멜 깁슨, 숀 펜 주연 / 대배우들의 연기대결 / 옥스포드 영어사전의 탄생비화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프로페서 앤 매드맨”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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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다> 티저 예고편
음악의 마법에 빠질 시간!
가장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된 여름의 노래!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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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두 낫 리플라이> 메인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