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15 16:19:17
2025년 푸른 뱀의 해! 영화로 뱀의 기운 얻어가세요
2025년을 버티게 해줄 힘찬 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러 가요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뱀의 기운을 잔뜩 얻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특히 <우리 함께 아웃백으로! Back to the Outback>는 푸른 뱀이 주인공인 만큼 놓쳐서는 안되겠죠?
그럼 2025년을 버텨낼 힘찬 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러 가볼까요?
우리 함께 아웃백으로!
Back to the Outback

배드 가이즈
The Bad Guys

쿵푸 팬더
Kung Fu Panda

정글북
The Jungle Book

주토피아 2
Zootopia 2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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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위대한 작가 이전에 어머니가 되어가는 한 여성의 성장기
20세기 가장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히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인생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10대 시절 성장기를 그리면서 집필한 작품의 기반이 된 모습을 비추는 실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전체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기보단 일부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한 여성이 어머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 아마 이런 부분은 연출을 맡은 여성 감독 크리스텐센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점일 것입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완벽한 내면 연기는 그 섬세함에 힘을 실어주는데, 이제 막 연기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안할 정도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잘 이끌어줍니다. 그럼, 본격적인 영화의 후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10대 소녀의 세상 살아가기
1920년대 초, 스웨덴 시골 마을에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애정 어린 대가족의 구성원인 16살 아스트리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지역에서 꽤 알려지게 되고 아버지의 소개로 지역 신문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일하며 기자로서의 역량을 꽃피우려던 때,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신문사의 편집장 레인홀드 블롬버그와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덴마크로 건너가 아이를 낳은 후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는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감독 :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각본 : 킴 풉즈 아케손,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출연진 : 알바 어거스트, 마리아 보네비, 트린 디어홈 외 다수
장르 : 드라마, 전기
상영 시간 : 123분
개봉일 : 국내 2021년 5월 12일
국가 : 스웨덴
등급 : 15세 관람가
평점 : 관람객 6.0, 네티즌 8.67, 기자ㆍ평론가 6.0, 로톤 토마토 프레시 96% 팝콘 80%, IMDB 7.1
어머니가 되어가는 그녀의 삶
영화를 오롯이 혼자서 이끌고 가는 아스트리드 역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인물의 전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10대부터 20대까지의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그녀가 쓴 삐삐 롱스타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짐작이 갈 만큼 주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가부장적 당시 시대상을 탈피하며, 사랑에 대한 솔직함, 아들에 대한 사랑, 블롬버그와 가족과의 갈등까지 그녀가 헤쳐나가는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삶의 여정을 멋지게 표현해 줍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에 치우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기보다 소녀가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곁에는 사랑했던 블롬버그도 있었고, 묵묵히 바라봐 준 아버지 사무엘, 어머니 한나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인연이 될 스투레도 있지만, 이야기는 아들 라세와 아스트리드의 관계, 모성애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고 그 속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성숙해가는 그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맡아준 마리가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현대 여성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수많은 구독자가 이어진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는 그녀가 힘들었던 청년기를 보고 있습니다. 시작점에 아이들이 보내준 생일 편지와 엽서를 보며 그 안에 적힌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보여주는 데, 아마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이 영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밑바탕 되어 쓰였다고 말입니다.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위대한 작가의 모습이라기보단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지금 같은 시기에도 잘 어울린다 생각 듭니다. 제가 너무 감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중심에서 보이는 깊은 모성애와 더불어 한 여성의 성장, 그 캐릭터의 눈빛, 미소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 줍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과거의 여성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보이는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입되게끔 만들어져 충분히 만족하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불필요해 보이는 노출이나 따뜻함을 강조하며 늘어지는 전개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보여줘야 할 한 인물의 일부분은 착실히 전달되었다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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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중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탄생
우리는 매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에 대한 생각도 떠올리지만 미래의 모습도 떠올린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며 현재 아직 벌어지지 않은 무수한 가능성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그 이미지 안에는 긍정적인 모습도 있고, 부정적인 모습도 있다. 그런 단편적인 미래에 대한 이미지들은 계속 머릿속에 수시로 떠오르며 미래로 걸어가는 길에 영향을 준다. 그렇게 무수한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이미지들은 무의식에 묻히고 때론 꿈의 형태로 형상화된다,
그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된 미래의 모습은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간다. 실제로 자신이 꿈꾸던 미래의 모습과는 다를 수도 있고 또 같은 방향으로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 속에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고 해도 그것이 현재 실현이 되기까지는 그저 상상 속의 미래일 뿐이다. 사실 상상 속의 미래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미래로 한 발짝 나아가기까지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미래의 모습이 현재가 되었을 때, 안도감을 느끼지만 한 편으로는 다시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여전히 존재한다.
미래에 대한 환영을 보고 고뇌하는 폴과 그 가문의 이야기, <듄>
영화 <듄>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고뇌하는 폴(티모시 샬라메)과 그가 속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이야기를 담는다. 1960년대 후반에 프랭크 허버트가 출간한 소설 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듄>은 폴과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방대한 서사의 시작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은 폴이 꾸는 꿈으로 시작한다. 누군가의 독백으로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지만 그 이후의 전개를 보고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그 배경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폴은 매일 밤 꿈을 꾼다. 미래의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죽는 모습이나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이 계속 그를 괴롭힌다. 그의 어머니인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특별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조정할 수 있는 베네 게세리트라는 조직의 사람이다. 그가 가진 능력은 아들인 폴에게까지 유전되어 전달되었고, 그것이 아직 완전히 발현되지는 않았지만 폴은 그 능력을 쓰는 방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가 꾸는 꿈은 어쩌면 제시카에게 물려받은 능력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환영은 베네 게세리트의 누구도 보지 못하는 것으로 그만이 보는 환영이다.
폴의 아버지인 레토 아트레이드(오스카 아이작)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잘 이끌면서 좋은 리더로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우주 황제의 명에 잘 따르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힘을 키워가고 있다. 그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하코넨 가문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어느 날 황제의 명령으로 하코넨이 통치하고 있던 아라키스라는 행성을 관리하게 된다. 우주여행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질인 스파이스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역 특성상 광물로 인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요한 물질 스파이스 채집도 레토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된다.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행성에 살고 있는 원주민 프레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황제의 명을 제대로 따라야 하는 레토의 임무는 꽤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몰락과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폴
이번 <듄>에서 집중하는 건, 몰락해가는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그 상황을 견디며 앞으로 향하는 폴의 모습이다. 그가 보는 환영이나 꿈은 미래에 그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는 이미지들이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폴이 환영을 볼 때 그의 모습은 두려움 속에 있다. 환영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특히 스파이스가 많은 지역에서 더욱 심해지는 환영을 폴은 극도로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영화 속에서 폴은 아라키스의 원주민들인 프레멘들에게 리산 알가입이라는 메시아로 인식된다. 하지만 프레멘 쪽 인물인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나 카인즈 박사(샤론 던컨-브루스터) 같은 인물들의 반응이나 말을 통해서 관객들은 프레멘들 사이에서도 폴이 진정한 메시아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폴 자신도 그가 메시아 같은 대단한 존재일 거라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즉 모든 것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은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폴이 가진 능력은 대단하지 않아 보인다. 개인 전투 능력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군인인 거니(조슈 브롤린)나 던컨(제이슨 모모아)에 비해 떨어지고 상대방을 조정하는 목소리는 레이디 제시카에 비해서 떨어진다. 또한 정치적인 역량도 아버지인 레토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아직 폴은 어리다. 그래서 그가 가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데, 바꿔 말하면 그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실패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영화 <듄>에서 중요한 건, 바로 폴이 가진 가능성이다.
폴이 가진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보면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그가 보는 환영과 꿈에서도 그는 대단한 능력을 보지 않는다. 심지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자신이 종교전쟁을 지휘하는 지도자로 등장하는 등, 부정적인 모습들이 꽤 포함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의 공격을 받고 완전히 몰락의 길을 간다. 충분히 부정적인 방향의 길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폴은 자신을 돕는 사람들과 함께 한 줄기 빛이 있는 희망을 찾기 위한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미지와 상황들이 겹쳐지지만 폴은 자신이 가는 길을 명확히 인지하고 자신 만의 결정을 해나간다.
두려움을 헤치고 미래로 한 발씩 걸어가는 폴
영화 중간중간 폴이 보았던 미래에 대한 환영과 이미지는 영화 후반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것도 있고 알고 있던 이미지와 다르게 이루어진 것도 있다. 결국 아무리 자신에게 미래의 환영들이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미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영화는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이후의 모든 여정과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폴 스스로 경험하면서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후반 등장하는 프레맨 챠니(젠다야 콜먼)는 폴의 환영 속의 존재이자 현재를 같이 만들어가야 할 운명의 동반자다. 이번 1편에서의 비중은 많지 않지만 영화의 후속 편이 이어진다면 꽤 중요한 캐릭터로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영화에 등장하는 리더 레토의 모습은 굉장히 위엄 있고 결단력을 보이는 등 좋은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를 보좌하고 있는 던컨이나 거니가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는 그들이 가진 리더에 대한 충성이 깊이 느껴진다. 이렇게 단단하고 신뢰로 가득한 조직이 다른 집단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은 스펙터클한 영상에 담겨 있지만 무자비한 공격으로 인한 상실감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좋은 아버지 이기도 한 레토의 최후 모습은 폴이 가지게 될 짐을 관객에게 전달하며 추후 이어질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복수를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폴의 성장과 함께 그가 걸어가게 될 메시아로서의 길도 궁금하게 한다.
스파이스라는 귀중한 광물이 가득한 아라키스는 척박한 땅이다. 그곳의 원주민인 프레맨들은 원래 그들이 살던 땅을 외부 존재에게 착취당하는 집단이 되고 만다. 마치 아프리카가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화되었던 것처럼 외부 존재에 의해 그들의 땅의 귀중한 것을 빼앗기고 이용당한다. 그 땅에 묻힌 광물들을 현지인들을 이용해 캐나가고, 그것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망령을 이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곳에 새롭게 들어가게된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최대한 그들을 존중하며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더 깊숙이 감추고 만다.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메시아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통합으로 갈 수 있게 만드는 존재이겠지만 그들 앞에 아직 그 존재는 등장하지 않았다.
영화 <듄>은 원작 소설 1권의 반 정도를 화면으로 옮겼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원작을 영상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드니 빌뇌브 감독은 급하지 않게 천천히 하고 깊은 이야기를 다 풀어낸다. 무엇보다 아이맥스로 촬영된 화면과 한스 짐머가 만들어낸 웅장한 음악은 이 스페이스 오페라에 경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이야기 안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거대한 우주함선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그리고 그 모래 속을 기어 다니는 거대한 모래 벌레는 그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영상과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다면 가능하면 좋은 시설의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꼭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장중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탄생
영화에서 폴 역을 연기하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띈다. 가문의 대를 이을 후계자이지만 아직 다 성숙하지 않은 그는 자신과 가문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뇌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여리여리한 몸이지만 점점 날카로워지는 폴은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로 더욱 실감 나게 담겼다. 이 영화가 가지게 된 신비하고 압도적인 감정은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또한 레토를 연기한 오스카 아이작, 레이디 제시카를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을 비롯하여 조쉬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의 여러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이 영화에 강력한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듄>의 흥행이 완전한 실패가 아니라면 현재 계획된 것과 같이 무난히 속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한 편에 <듄>이 가진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황제의 음모, 베네 게세리트의 활동, 아라키스와 폴의 모습 등 아직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향후에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듄>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앞으로 만들어질 아라키스에서의 다음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될 것 같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이 스페이스 오페라의 후속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관객들은 기꺼이 아라키스의 한복판으로 몸을 던질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듄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QrUTKIa-P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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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완전한 기억이 마주한 그날의 진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2012) – 불완전한 기억과 ‘나’
줄이언 반스, 2011년 맨부커상 수상작
★★★
“야, 이 닭 대가리야!”
신입사원 시절 회식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다 선배 K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얼마나 화가나고 분통했던지 씩씩거리며 따져 들었다.
“내가 왜 닭 대가리요?, 그럼 선배는? 붕어 대가리처럼 생겨 가지고는…”
(물론 끝엣 말은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추가하는 말임을 알아주기 바란다.ㅋㅋ)
내 기억의 저장소에 등록된 ‘특별한’ 순간들
사실 내가 그때 화가 났던 것은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래 전 일을 눈앞에서 보듯이 선명하게 읊조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경멸하듯 뭔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볼 때가 많다.
그러나, 아주 아주 가끔은 나에게도…
갑자기 반짝이는 번개 빛이 순간적으로 특정 지역을 훤히 드러내듯,
활짝 되살아 난 나의 기억이
과거의 특별 했던 그 순간의 의미를 떠오르게 해 줄 때가 있다.
‘하하, 나도 아직 죽지 않았단 말이지!’
그때마다 나는 나의 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을 그 ‘특별한’ 기억의 조각들이
어느 순간 적절한 타이밍에 되뇌임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고,
잘 보관되어 왔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 수많은 기억들 속에서,
그 선택된 기억의 조각은 나에게 의미 있는 특별한 삶의 순간이었겠지!
내 기억의 파편들, 그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이런 ‘특별한’ 기억에 관한 책/영화이다.
이제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①우리의 기억은 항상 올바른 것일까?
②우리의 기억은 올바른 것일까?
위 두가지 질문 중 어떤 것이 답하기 쉬운가?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대개 '항상'이라는 글자에 방점을 두고
'그렇지, 항상 올바르지는 않겠지, 한두번은 틀릴 수 있지 않겠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질문은 참으로 답하기 어렵다. 다시 두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의 기억은 올바른 것일까?
더군다나 40년이나 지난 어떤 일에 대한 것이라면?
이제 60대 중반에 들어선 주인공 토니는
옛날 고등학교와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아 들고선,
과거의 잊어버렸던 기억을 소환하기 시작한다.
# 주인공 토니는 ‘평균치’ 삶을 살고 있는 카메라 수선공으로 나온다.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다시 마주한 옛 연인 '베로니카'.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스틸컷
기억은 고등학교 역사수업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선생님이 던졌던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두 주인공의 답변은,
‘기억의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 책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 (33p, 토니)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34p, 에이드리언)
얼핏 비슷해 보이는 두 사람의 엇갈린 답변은
이 소설의 결말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책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이를 알게 된다.
그래서 다들 책을 두 번 다시 읽게 된다고 한다.)
구분하자면 토니는 역사(=기억)란 ‘의도적인 거짓말’일 가능성에,
에이드리언은 ‘부정확한 확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스틸컷 / 에이드리언(좌) 과 토니(우)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스틸컷
이렇게 ‘특별한’ 기억의 핵심 사건은 주인공 토니의 대학시절,
자신과 결별했던 연인 베로니카가 그의 절친 4인방 중 하나인 에이드리언과
사귀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아드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쉽게 말하자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때, 토니는 이미 헤어진 사이라며 쿨하게 둘 사이의 관계를 축복하는
엽서를 보냈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십일일자로 온 자네의 서신을 수령하면서,
본인은 모든 것을 유쾌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명시하고자
상찬과 기원을 간절한 마음으로 바치네, 벗이여.” (77p)
물론 그때 감정의 동요가 없진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감출 요량으로 엽서를 보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의 편지를 읽은 후에 내 본심을 감출 요량으로 보낸 엽서를 기억해 냈다.
모든 것이 다 좋아, 이 친구야 운운하며 평정을 가장했던 문장들을.
그것은 클리프턴 현수교 사진이 인쇄된 카드였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그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171p)
이 정도다.
여기까지 보면 토니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 옛날 한 순간의 추억은
그리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기억을 다시 떠올려낸 순서는 뒤죽박죽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편집되었을지라도
크게 사실을 호도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토니는 지나온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볼 때,
누군가에게 크게 해악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보통 사람들 수준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지는 않았다고 자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평균치, 학교를 떠난 후 나란 인간은 줄곧 그랬다. 대학에서, 직장에서 평균치. 우정과 사랑에서 평균치, 섹스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평균치였다.
(중략) 그러나 평균치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는 불가항력적으로 평균치가 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평균치 인생. 평균치 진실. 평균치 윤리관.” (174p)
물론 그러한 평가 조차도 나 자신을 위한 합리화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게 되고
고집불통이 되어 간다는 것을 인생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165p)
그렇기에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없다.
과거의 기억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불행하게도, 우려했던대로
잊어 버렸던 아니, 애써 잊고 싶었던 기억에 대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스틸컷 / 기억에서 사라졌던 장면들
그 당시 옛 연인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의 교제를 쿨하게 인정했었던 엽서에 대한 기억은
사실은 윤색되고 각색된 기억에 불과했던 것이다.
기록은 기억을 뛰어넘어 사실을 보여준다.
아래 편지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왜곡이었던가?
“에이드리언에게, 아니,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에게. (베로니카, 개 같은 년. 잘 지냈나? 너도 이 편지를 읽도록) 내가 너희를 소개해 준 날을 저주하게 되길…
(중략) 각자의 인간관계에 독처럼 작용하는 고통이 평생 이어지길…
(중략) 너의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길 바라고 있어. 이유인즉 내가 시간이 대대손손 복수를 가한다는 걸 굳건히 믿는 인간이라 그래…
너도 이미 그 여자가 남자 잡아먹는 요물이라는 사실쯤은 알았겠지.
내가 너라면 ‘모친’에게 이런 사실들을 확인해 볼걸? 오래전에 그 여자가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중략) 에, 또, 허세 덩어리이기도 하니, 명심하라고… 그리고 기원컨대 너희의 관절과 성유를 바른 머리통에 산성비가 쏟아지기를 (토니)” (165p)
# 토니의 기억에 조차 남아 있지 않던 당시에 보낸 편지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스틸컷
‘내가 정말 이런 편지를 썼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두 사람에 대한 저주의 글을 보고 토니는 소스라치게 놀랄 뿐이다.
더군다나 40년이 지난 지금
그 편지가 불러일으켰던 후폭풍을 이제서야 마주하고서야
토니는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는 진실과 그 결말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후회와 회한이 밀려온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고통스럽다.
“인생에 대해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인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이 흘러가는대로 살지 않았던가.
흔한 야심을 품었지만, 야심의 실체를 깨닫지도 못한 채 그것을 위해 섣불리 정착해버리지 않았던가.
상처받는 게 두려웠으면서도 생존력이라는 말로 둘러대지 않았던가. 고지서 납부를 하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았을 뿐,
환희와 절망이라는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설에서나 구경한 게 전부인 인간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자책을 해도 마음속 깊이 아파한 적은 한번도 없지 않았던가. 이 모든 일이 따져봐야 할 일이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 흔치 않은 회환에 시달렸다.
그것은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쳤던 인간이 비로소 느끼게 된 고통, 그리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느끼게 된 고통이었다.” (242p)
그 옛날 저주의 편지를 받아든 베로니카, 에이드리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 다음 이야기는 '스포일러'에 해당하여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스틸컷
기억의 왜곡, 그것은 스스로의 존엄을 보호하고자 하는 생존본능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기억에 대해 불완전한 존재인지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그 옛날의 기억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래 그림에서 A기억 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은
A'라는 기억으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우리는 그 대체과정을 살필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 과정에는 나 자신의 존엄을 보호하고자 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잠재된 윤리적 저항의식 보다는 강하게 작동하기에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작위적 기억의 편취에 대항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기억일수록 나 자신과 합의된 ‘합리화된’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그림 – 기억이 왜곡되어져 가는 과정
저자는 이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를 통해
‘깊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억의 저편에 남아 있을 진실을 마주하자’는 식의
상투적인 교훈을 남기고자 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인간은 기억에 한해서는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환기시키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이던가?
자신만만해 하던 ‘내 기억’은 사실 짜집기된 나의 주장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처가 깊을수록 그 기억의 왜곡도 심해진다.
혹 이러한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100% 순도의 기억을 남길 방법은 없다.
자기 생존 방어 본능에 따라 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억은 왜곡되고 윤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에 한한 우리 자신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 만큼이나
‘불완전한’ 과거를 확신하는 것에 겸손한 태도를 갖는 것이다.
어쩌면 20년전 K선배가 말했다고 하는 ‘닭 대가리’에 대한 나의 기억도
나 자신을 위로하고자 하는 자기방어적 편집된 기억일 수도 있겠다.
아무도 모르는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 책 표지
#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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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 영화 랭킹 Star Wars Film Ranked
조지 루카스가 구상한 [스타워즈 9부작] 혹은 [스카이워커 사가]은 한마디로 '다스 베이더의 비극'라는 거대한 서사시다. 그 비극을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파토스(Pathos, 연민을 자아내는 힘, 측은지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전설의 위치에 올랐다.
마블과 DC를 포함한 대부분의 장르물이 그렇듯이 [스타워즈] 역시 개연성을 지닌 영화는 아니다. 지난 42년간 [스타워즈]는 MCU처럼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무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이전에 팬들에 의해 대중문화 최초로 ‘확장세계관(EU)’를 정립했다. 그런데 [시퀄 3부작]은 [스타워즈] 특유의 ‘설정 놀음’을 간과했다. 특히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그랬다.
◆평가 기준
1순위 시리즈로써 의의
2순위 공유 세계관 기여도
3순위 단일 작품으로써 완성도
#11 :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pisode IX: The Rise Of Skywalker, 2019)
디즈니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종결’을 홍보했지만, 9편의 실제 임무는 ‘브랜드 관리’다. J.J. 에이브람스의 최우선 과제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이 던져놓은 7편의 떡밥을 회수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따지고 보면 라이언 존슨이 8편에서 7편의 떡밥을 싹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제작을 맡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팬 서비스’를 핑계 삼아 8편의 아이디어를 깡그리 쓰레기통에 버린다. 속편이 나올 때마다 전편을 부정하는 [시퀄 3부작]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팬들의 반응만 살피며 돌려 막기 하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 세계관, 스토리 전부 일관성을 잃어버린다. 거기다 캐슬린 케네디가 꺼내 든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 자신이 2014년 4월 25일에 폐기한 레전드에서 가져왔다. 캐슬린 케네디의 '빈곤한 상상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느라 포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만능키)' 되고, 레이는 '메리 수(천하무적)' 화 되어 시리즈 전통을 더더욱 망가뜨린다. 이게 다 라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부 다 수습하려고 노력하면서, 9편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시퀄 3부작 내내 기존 시리즈에 대한 지나친 오마주를 하면서 전통 파괴를 일삼는 모순을 매번 일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통 [시퀄 3부작]의 주제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 편 모두 제각각 따라 놀며 [시퀄 3부작]의 정체성과 주제를 전부 잃어버렸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한 상상력과 방향성의 부재다. 이것이 디즈니가 '새로운 스타워즈'를 내세우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을 의존하는 [시퀄 3부작]의 한계다. 고로 창의적인 비전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 자체를 오독하고 있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실로 안타깝다.
#10 :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EPISODE VIII - THE LAST JEDI, 2017)
당연하게도 시리즈물은 단 한 편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 없다. 라이언 존슨은 우리가 익히 알던 스타워즈의 영웅 서사를 해체시킨다. 영화 전체에 걸쳐 낡은 스타워즈를 새롭게 갈아엎지만, 5편 [제국의 역습]처럼 하는 일마다 죄다 실패하는 통에 다 보고 나면 허무하다. 왜 [제국의 역습]을 레퍼런스한 [라스트 제다이]는 감흥이 적을까? 비극은 공포와 연민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제국의 역습]은 '부살(父殺·Patricide)' 모티브를 차용해 루크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지만, [라스트 제다이]의 성장 자체가 없는 레이에게 어떻게 연민과 공포를 가지겠는가?
라이언 존슨이 전통에만 기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미래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건 좋다. 해체하기에 앞서서 우선 시리즈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과거와는 선을 긋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덧붙여서 차라리 [라스트 제다이]를 첫 번째 영화로 내세워 [시퀄 3부작]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되었다면, 훨씬 순조로웠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일부터 저지르는 8편은 J.J. 에이브람스를 포함한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40년 동안 쌓아왔던 공유 세계관에 대한 '반달리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존슨은 제다이와 시스로 구분 짓지 말자고 계속 설득하지만, 정작 '저항군 VS 퍼스트 오더' 선악구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또, 영화 내내 탈영웅 서사를 부르짖지만, 결국 시련과 고초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완전무결한 레이의 영웅 서사를 보면 자기모순처럼 읽힌다. 거기다 서스펜스에 약한 라이언 존슨의 약점이 겹치면서 저항군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지만,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긴박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그는 미스터리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다.) 전부 라이언 존슨이 별다른 설득 없이 시리즈의 요소들을 본인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변용한 결과였다. 왜 그랬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두, 자크 데리다는 흔히 '선과 악' 같은 이항대립 체계를 종언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 가르침대로 라이언 존슨 역시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사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의 경계, 울타리를 이야기할 뿐 종언을 고하지 않았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을 해체하되 이항대립 그 자체가 종결될 수는 없다고 봤다. 왜냐하면 성경을 포함한 서구인의 사고체계 전부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언 존슨도 그런 포스트모더니즘의 맹점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에는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 즉시 기록 말살 형에 처해진다. 이제 루카스 필름 내부에서조차 ‘흑역사’로 공인된 셈이다. 그러나 조만간 재평가 받을지도 모른다. 현재 라이언 존슨이 집필하는 구 공화국 시점의 신규 3부작(10,11,12편)이 2022년 12월, 2024년 12월, 2026년 12월 개봉 예정으로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케빈 파이기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작품 역시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동일한 프로젝트로 예상된다.
#9 :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EPISODE VII - THE FORCE AWAKENS, 2015)
첨 볼 때는 클래식 느낌이 나서 반가웠다. 다시 보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4·5]을 리뉴얼했을 뿐 아니라 개봉 당시 과대평가보다 실제 완성도가 떨어지고, 의미 없는 서사가 많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구멍들이 차기작을 위한 떡밥으로 간주하고 넘어갔었는데, 라이언 존슨의 8편 [라스트 제다이]이 떡밥 자체를 무시하고, 세계관 자체를 붕괴시키는 바람에 에이브람스가 직접 연출한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망가진 세계관을 수습하고, 설정 구멍을 막는데 급급하게 되었다.
문득 왜 에이브람스가 ‘떡밥의 제왕’이 되었을까? 가 궁금해진다. ‘쌍제이 특유의 떡밥 투척’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다, 맥거핀(떡밥)을 많이 설정해서 재빨리 흥미를 유발하고, 연속된 위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며 돌려 막기일 뿐이다. 7편과 9편에서 쌍제이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데, 새로운 맥거핀이 파생될 때마다 또 다른 플롯 포인트가 생긴다는 점이다. 무언가 흥미로운 떡밥을 던지긴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전진된 게 없다. 게다가 쌍제이가 캐릭터들조차 도구적으로 정보와 아이템을 주는 용도로 쓴다. 아마 데이지 리들리조차도 레이가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3편 내내 자꾸 설정이 바뀌니까 말이다. 핀과 포 다메론도 마찬가지다.
디즈니가 안정된 돈벌이를 위해 ‘추억 팔이‘에 안주한 결과, 시리즈로의 신규 관객 유입에 실패한다. 진부한 [시퀄 3부작]으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세대들에게 "개연성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로 받아질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팬 무비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시퀄과 프리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가 모아 온 고물을 수거하는 배급소 주인 '운카 풀럿'은 뚱뚱한 구두쇠 정도로 단편적으로 묘사한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부품가게 주인으로 나오는 '와토'는 어떤가? 이방인 '콰이곤 진'을 경계하지만 장사치답게 흥정을 건다. 자신의 노예인 아나킨의 포드 레이싱 재능을 인정해서 포드를 제공해준 적이 있으며, 경주 도박을 하기도 한다. 또, 자바 더 헛을 두려워하고, 세불바가 아나킨에게 해코지 못하도록 단속한다.
루카스는 '단역'이라고 해도 그 전후 배경와 상호작용을 미리 설정해둔다.
그렇기에 루카스의 형편없는 연출력에도 불구에도 [스타워즈]가 확장세계관의 선구자로 매김 할 수 있었다. 간과하기 쉽지만, 조지 루카스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정할때 입체적 사고로 그린다.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려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언뜻 별 관계가 없는 대상과 우리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관습이 있지 않은가? 제임스 카메론도 조지 루카스처럼 인류학적·미학적 맥락을 철저히 따진다. 그는 [아바타]를 제작할 때 나비족 언어와 종교, 규범, 문화, 지리까지 미리 설정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6편 [제다이의 귀환]에서 은하 제국이 멸망하고, 들어선 신 은하 공화국이 어떤 과정으로 붕괴되었는지 7편 [깨어난 포스]가 전혀 설명하지 않아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즉, 정체불명의 퍼스트 오더가 왜 위협적인지를 관객 입장에서 와닿지 않기에 [시퀄 3부작] 내내 ‘긴장감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부실한 세계관 구현이 2020년 현재 [시퀄 3부작] 관련 작품보다 이전 [프리퀄 3부작] 혹은 [클래식 3부작]에 기반한 미디어 믹스 및 파생상품이 더 많은 이유다.
#8 :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SOLO: A STAR WARS STORY, 2018)
크리스 밀러 & 필 로드의 급작스러운 해고로 말미암아 캐슬린 케네디가 싹 다 갈아엎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간판을 떼고 보면 괜찮은 하이스트 무비다. 다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론 하워드가 산으로 갈 뻔한 작품을 겨우겨우 수습한 티가 난다. 예를 들면, 항공권이 없는 한은 제국군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지지만, 정작 제국군 입대 담당관은 그에게 성을 붙여준다. 이렇듯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베테랑 론 하워드가 촉박한 제작 기한 내에서 균열을 최소화했다.
해리슨 포드를 닮지 않은 엘든 이렌리치는 차분하게 연기를 잘했고, 까칠한 드로이드 L3-37과 도널드 글로버의 랜도 칼리시안은 씬 스틸러다. 그럭저럭 즐길만하지만,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어서 그런지 속 시원한 기원담을 들려주지 않는다. 꽁꽁 싸맨 채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다 보니 자꾸만 여타의 SF 영화들이 연상될 뿐 특별한 인상을 안겨주지 못한다.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최초로 적자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 사단의 원흉인 캐슬린 케네디는 어쩔 수 없이 한 솔로의 속편 계획과 [오비완 케노비], [보바 펫]의 앤솔로지 시리즈를 취소한다.
그러나 [더 만달로리안]에 앞서 시리즈 최초로 '암시장의 밀수와 범죄'를 조명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자바 더 핫이 이끄는 핫 카르텔, 코렐리아 행성에서 제국 전함이 건조되는 장면, 우주 공항의 묘사, 코악시움 광산의 묘사, 츄바카와 우키 종족의 묘사 등 [시퀄 3부작]이 등한시했던 세계관 구현에 노력했다.
#7 :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1999)
[프리퀄 3부작]의 밑바탕을 깔기 위한 거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포드 레이스 장면과 다스 몰과의 검투신만 보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째로 건너뛰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위험]의 세계관 확장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다. 살다 살다 [프리퀄 3부작]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무역협상, 분리주의 연합 등 진지한 정치적 담론, 자자 빙크스의 고통스러운 CG 슬랩스틱, 부재한 주인공, 처참한 대사, 느슨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3부작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로 로마 공화정이 제국화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결함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인이 파멸로 치닫는 셰익스피어리언 비극을 시리즈에 훌륭하게 이식시켰기 때문이다.
또, [클래식 3부작] 과는 이질적이었던 디자인이 클래식의 변영에 지나지 않는 진부한 디자인을 선보인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지금에 와서는 과감한 도전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끝으로 미디클로리언을 통해 '기(氣)'에서 착안한 포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 개념으로 노예 신분인 아나킨을 '선택받은 자'로서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8편 이전부터 누구나 포스를 가질 수 있다는 '포스 에브리웨어' 설정은 이미 존재했었다.
#6 :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EPISODE II - ATTACK OF THE CLONES, 2002)
[클론의 습격]은 조지 루카스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와 형편없는 연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발성 문제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로맨스 영화'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100% 디지털 촬영으로 완성된 첫 블록버스터이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영화 산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다와 두쿠 백작의 라이트세이버 결투, 제다이 기사단와 분리주의 연합의 드로이드 간 전투 등으로 액션을 강화했으며, 의회를 장악한 팰버틴 의장이 무역 연합에 대항하고 분리주의자들로부터 은하 공화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비상 권한을 부여받는다거나 보바 펫과 클론 트루퍼를 결부 짓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루카스의 탁월한 기획력에 비해([시스의 복수]을 위해 아껴둔) 드라마의 부재를 막을 캐릭터 묘사에 실패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지루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조지 루카스가 프리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동기인 '클론 전쟁'의 개전만을 알린다는 점이다. 추후 전쟁의 진행 상황은 [클론 전쟁(2003/2008)]로 대체됐다. 있으나 마나 한 ‘제다이의 결혼 금지 규율’ 따위보다 '클론 전쟁' 자체에 포커스를 뒀다면, [에피소드 1·2]가 이리 허무하게 낭비되지 않았을 터,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2편의 숨은 장점은 비극의 단초인 ‘하마르티아(Hamartia)’를 제공했다는 데에 있다. '하마르티아’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이지만, 하마르티아는 주인공이 지닌 결함으로, 아나킨은 금혼 계율을 어기고 파드메와 결혼하고, 제다이답지 않게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것이 아나킨의 하마르티아다. 그의 판단 실수는 '비극'이라는 커다란 기계를 작동시킨다.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 자동차의 결함처럼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2편의 빌드업이 있었기에 3편에서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처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일은 어렵다. [제다이의 귀환]은 전편 [제국의 역습]이 근사하게 던져놓았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끌어온 시리즈의 결말을 내야 하는 힘겨운 미션이 남아있었다. 그럼 [스타워즈]의 주제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파우스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동일하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넘어간 인간이 어떻게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구원을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다이의 귀환]라는 제목은 아나킨이 메피스토펠레스(팰 버틴)을 원자로에 던져버리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걸 의미한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들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부자간의 화해가 이뤄진다. 여기서 그리스 비극과 [스타워즈]의 차이점이 발견한다. 그리스 비극은 신이 정한 운명론에 의존하지만, 팰버틴에게 끌려다니던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의지로 다시금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타락한 영웅이 스스로 선택해서 악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바로 '포스의 균형'이다.
더욱이 6편은 분명히 4편 [새로운 희망]의 아이디어를 재탕하고, 인물 간의 갈등구조가 할리우드 영화답게 안전하다.
그것이야말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 [배트맨 비긴즈]을 참고하라는 교훈으로 받아졌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제다이의 귀환]는 클래식 3부작이 남긴 수많은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무용담을 장중하고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루크와 레아를 중심으로 레전드 확장 세계관(EU)이 진행되고, 팬들로 하여금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악당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에 팬들의 소원은 마침내 이뤄진다.
#4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드디어 디즈니 스타워즈가 재탕을 멈추고, [스타워즈]의 감춰진 이면을 파헤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저항군 특공대들의 희생을 다룬다. 원래 [스타워즈] 자체가 제2차 대전 전쟁 영화들에게서 착안한 작품이었다. 은하제국 군복은 나치 독일과 매우 유사하며, 저항군은 연합 군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로그 원]은 한발 더 나아가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를 덧입힌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특유의 유치한 가족영화의 틀을 버리고, 본래 스타워즈 세계관에 지니고 있던 2차 대전 특공대를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과 연결성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가렛 에드워즈의 장단점이 다 발휘됐다. 무미건조한 캐릭터 구축과 초반부의 산만한 드라마가 아쉽지만, 스펙터클하게 규모를 살리는 연출이나 사실성을 강조한 서사구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요즘 미드 [만달로디안]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로그 원]과 동일하다. 기존 스타워즈 설정을 존중하면서도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참신한 시도가 병행되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다.
#3 :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2005)
조지 루카스의 여전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선다. 아나킨은 한 개인이 막을 수 없는 불행이 연달아 닥치며 타락하게 되고, 공화국 역시 멸망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가지게 한다. [프리퀄 3부작]을 통해 ‘제다이 vs 시스’로 세계관이 확장하게 되면서 클래식 3부작의 ‘부자간의 골육상잔'은 수 천 년간 이어진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 중 하나로 재정립한다.
시스 로드인 황제가 제다이 기사단의 '선택받은 자'를 회유하며 시스의 복수를 완성한다. 스타워즈 팬들은 아니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창시자가 새롭게 공개한 사실들에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는 물론이고, 요다가 황제 암살에 실패하면서 은거한다거나 오더 66에 의한 제다이 기사단이 몰락하고, C3P3와 R2D2가 기억을 잃는 과정, 오비완이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요다에게 전수해준다거나 파드메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들쑥날쑥한 [프리퀄 3부작]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도 [클래식 3부작]에서 빠진 빈틈을 세심하게 메웠다.
또, 시리즈 최초의 배드 엔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세이버가 누군가에 전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서사와 액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유일한 스타워즈 작품이며, 밝고 유쾌한 [클래식 3부작]과는 180도 다른 어둡고 진지한 [프리퀄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결 지었다.
만약 ‘현자 다스 플레이거스의 비극’이 없었다면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될 만큼 확장 세계관과 캐릭터 정립에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2 :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EPISODE IV - A NEW HOPE, 1977)
대중문화를 영원히 바꾼 영화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정의 내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꿔, 부가상품을 대중화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화산업 역시 [스타워즈]를 기점으로 현실의 영역에서 ‘판타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에서 [스타워즈]가 유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원래 조지 루카스가 어릴 적 즐겨본 코믹스 [플래시 고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동양의 '기(氣)' 개념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포스 등의 철학적 우화, 전쟁영화, 갱스터, 호러, 뮤지컬, 서부극의 요소를 섞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이자 밝고 경쾌한 어드벤처 SF 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복합장르 전략은 이후 영화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스타워즈]는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칼로 총알(빔)을 막거나 우주가 배경인데 18세기 라인 배틀을 펼치는 광경이 의아할 것이다. 이는 시대와 문화권에 구애받지 않는 원형 신화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5편부터 '다스 베이더'를 그리스 비극처럼 그리면서 시리즈로써 환골탈태한다. 이때부터 할리우드 극작술에 '원형 신화'가 도입된다.
#1 :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루소 형제의 말마따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이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배반한 용기는 [제국의 역습]에서 배웠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도대체 뭘 본 거지?" 싶었다고 한다. 악에게 패배한 주인공, 어긋난 로맨스, 새드 엔딩은 상업영화의 오래된 금기들이었다.
전편 [새로운 희망]이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결성을 갖춘 반면에 [제국의 역습]은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선례로 여전히 남아있다. 스타워즈 9부작의 밑그림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편 팬들은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 사이의 설정 구멍을 메우며 [확장 세계관 (EU)]를 만들고 놀았다. 바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원’인 것이다, 이것이 ‘스타워즈’를 신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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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가 세상을 지배하다. 가타카 (1977)
<13층> 이후로 '어떻게 저런 생각을 저 시대에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지금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맞춤형 아기'에 대한 생각을 몇십 년이나 앞서 중심에 둔다. 유전자 조작은 윤리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이며, 특히 그 대상이 인간일 때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주제이다. 그러나 가타카에서는, 아주 빈번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로 인해 만들어진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들만 우주 비행사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유전자의 우월함이 계급이 되는 세상, 그곳이 곧 미래이자 현실이다.
빈센트는 자연분만으로 인해 열성에 가까운 유전자를 타고난 채 태어난다. 심장질환이 있어 조금만 뛰어도 금세 숨이 차고, 그다지 큰 키도 아니지만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몸 안에 내재해 있는 유전자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지울 수 없는 표식이므로, 우성인자를 가졌지만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제롬의 몸을 빌리기로 한다. 만약 빈센트가 자신의 타고난 천성에 만족하고 살아갔다면 청소부 일을 하면서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전부이겠지만, 이에 일종의 반항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항상 동생과의 수영 내기에서 졌던 그가 마침내 그를 이기고 지친 동생을 오히려 끌고 나오면서부터 저력은 발휘된다. '다시 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아서 너를 이길 수 있었던 거야.'라고 말을 하는 그는 흔치 않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끈기와 인내', 이것이 빈센트만이 가진 일종의 특장점이자 우월한 유전자인 셈이다.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타고난 능력만을 믿고 더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남들보다 많은 시도를 한 그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는 그 사람의 잠재력과 가능성보다 주어진 환경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이게 과연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가 목표 달성에 다다르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사회의 기대와는 반대로, 우성인자인 제롬은 자신의 꿈 없이 그저 빈센트에게 필요한 DNA를 주는 일종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스러움이 배제되고, 일종의 기계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는 실제로 곧 시행될지도 모르는 유전자 선택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있는 그 자체를 존중하고,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결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을 대하는 최선의 방식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물론 미래에는 유전학적으로 더 발달한 사회가 되겠지만,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인간 또한 통제불능인 상황이 올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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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재는 끝내지 못한 과거의 기억.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잊지 말아야 할 과거와 현재로 표현해 기존에 더 나아가지 못했던 길을 조금은 나아간 영화 리멤버는 10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가 가족을 대신해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이고 영화 <리멤버>는 일제강점기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가 가족을 대신해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이다. 잊을 수 없었던, 아니 잊지 말아야 할 그의 기억의 끝엔 무엇이 있는 걸까. 이성민 배우가 열연이 빛나는 영화 '리멤버' 시사회 리뷰를 시작하려 한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울컥하고 튀어나오는 감정들을 차마 막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지켜야만 하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기고 또 새기는 그 주름진 손이 떨리면서도 우직하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하는 그 우직함이 인상적이다. 그 칼날이, 총구가 나를 가리킨다고 하더라도 이 기억만큼은 끝까지 안고 가리라 다짐한다. 기억해야만 하지만 계속해서 잊히는 그 기억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계속 돌고 도는 기억 속에 잊지 말아야 할 그 기억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간다. 가족을 죽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었다.
한태주, 그는 뇌종양 말기에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되기 전에 60년 동안 계획한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친해진 인규에게 일주일 동안 운전을 부탁하게 된다. 사라지는 기억을 곳곳에 새기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현재의 모습은 끝내지 못한 과거로 인해 색이 바래지고 말았다. 과거는 그저 지나간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사는 이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수많은 동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여전히 호위 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지나간 과거는 그저 허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회에서도 성공해 존경받는 이들은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선동'이라는 말로 치부하며 기억이라는 단어 자체를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만든다. 우리의 기억이 뚜렷하지 않을수록 그들은 진정으로 뉘우쳐야 할 과거를 영광의 기억으로 덮으며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는 잊어도 누군가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힘은 무엇보다 강해서 그 힘과 의미를 퇴색시킬 수는 없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을 신파로 끝맺지 않으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후반부에 흐트러지는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 아쉬웠다. 빠른 이야기의 전개만큼 휘리릭 지나가버린 인규의 감정과 소재로 이용되는 역사의 상처의 공백이 꽤 크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 허탈함의 공백을 이성민 배우의 연기가 묵직하게 채우며 차분함과 건조함의 조화를 맞춰간다. 무겁지만 명확한 메시지와 타이밍이 기가 막힌 개봉일이 이 영화를 기억하게 만든다. '리멤버'. 과거가 이은 현재를 끊임없이 '기억'하고 또 '기억'하여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에 이어지고 있는 역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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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의 사랑법] 끝장리뷰 | 발(foot), 교회, 성경 상징 | 신발, 알비노 해석 | 가치판단의 딜레마
[대도시의 사랑법](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발(foot)과 교회
Chapter 2 가치판단의 딜레마
00:00 대도시의 사랑법
00:20 박상영 작가
02:36 발(foot)
05:15 성경, 기독교
07:36 가치판단의 딜레마
10:36 별점 및 한 줄 평
10:53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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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공식 티저 예고편
남다른 소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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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왕을 찾아서> 런칭 예고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친구가 불시착했다!" 1980년 강원도, 특별한 존재가 마을에 찾아왔다! 2024년 최고의 화제작! '왕을 찾아서' 2024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