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15 16:19:17
2025년 푸른 뱀의 해! 영화로 뱀의 기운 얻어가세요
2025년을 버티게 해줄 힘찬 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러 가요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뱀의 기운을 잔뜩 얻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특히 <우리 함께 아웃백으로! Back to the Outback>는 푸른 뱀이 주인공인 만큼 놓쳐서는 안되겠죠?
그럼 2025년을 버텨낼 힘찬 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러 가볼까요?
우리 함께 아웃백으로!
Back to the Outback

배드 가이즈
The Bad Guys

쿵푸 팬더
Kung Fu Panda

정글북
The Jungle Book

주토피아 2
Zootopia 2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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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왕 - 감독의 자신감과 특색, 솔직히 좀 욕심난다
전에 한국 컬트영화 중 하피에 관한 리뷰를 쓴 적이 있다. 그 영화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한 "풍문으로 들었소: '컬트적'인 한국영화" 온라인 기획전을 통해 관람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리뷰할 영화도 본 기획전을 통해 관람한 영화이다. 한국 영화 상 컬트 영화의 대표작으로 뽑힘과 동시에 야인시대의 상하이 조로 유명한 조상기 배우의 현재 기준으로 유일한 주연 영화라는 점으로 유명한 영화이다. 컬트 영화는 소수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필자가 그 소수의 지지자 중 한 명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본 영화라 VHS랑 전단지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라서 이렇게 꼭 리뷰를 해보고 싶었다.
이 영화는 발표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컬트 영화를 표방하면서 어떤 결과물이, 그리고 그 결과물을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증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비록 흥행은 실패했지만, 이 영화의 시도들은 아직도 대담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보기 힘든, 아니 어쩌면 볼 수 없을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영화제나 특별전, 온라인 등에서 재주목을 받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고전 명작들에서 따온 오마주들은 그 영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참신한 오마주에 박수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실소가 나올 수준의 특유의 개그 센스(엄청난이 화낼 때 "불난 집에 선풍기 돌리니?!" 이러니까 진짜 옆에서 선풍기를 들고 돌리는 개그는 봤을 때 엄청 웃은 기억이 난다)와 특유의 찰진 대사들(왕창한의 대사중 하나인 "그럼... 지금부터 유방을 빨겠습니다" 하는 대사는 들었을 때 놀람과 동시에 폭소했다)은 취향에 맞는다면 정말 105분 내내 웃음 바다에 빠지고 말것이다. 그리고 열연을 펼쳐준 조상기의 배우의 익살스런 목소리와 표정 연기는 한층 이 영화에 매력을 더 해준다. 당시 홍보자료에 따르면 3천여명 가량의 경쟁자를 뚫고 뽑혔다는데, 그런 감독의 선택이 이해가 갈 정도이다.
전에도 서술하였듯이, 이런 시도는 정말 웬만한 용기로는 할 수 없기에, 대뷔작부터 이런 영화를 만든(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김용태 감독의 마지막 영화가 됐지만) 자신감과 이러한 특색들은 솔직히 욕심날 정도다. 언젠가 스크린으로 이 영화의 지지자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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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 블라썸> 사랑이 피어나고, 소녀는 성인이 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스프링 블라썸>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싫증이 난 '수잔(수잔 랭동)'. 맘껏 재잘거리는 친구들 사이에 있음에도 그녀의 세상은 조용하고 무료하다. 어느 날 그런 그녀에게 우연한 만남이 찾아오고, 수잔은 극장 앞에서 연극배우 '라파엘(아르노 발로아)'을 만난다. 수잔은 라파엘도 자신 못지 않게 권태로운 삶에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라파엘 역시 수잔의 고요한 일상에 깃든 공허함을 눈치 챈다. 서로를 엮어주는 공통점은 동질감으로, 더 나아가 호감과 사랑으로 이어지며 수잔과 라파엘은 연인이 된다. 그러나 우연히 찾아왔던 사랑은 이내 위기를 맞이하며 강한 애착으로 엮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시험대에 오른다.
수잔 랭동 감독의 데뷔작인 <스프링 블라썸>은 16살의 수잔이 35살의 라파엘을 만나 사랑의 싹을 틔우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16살의 봄’이라는 뜻의 원제인 ‘Seize Printemps’에 충실한 작품이다. 사실 작중 수잔과 라파엘의 관계처럼 나이 차이가 큰 연애와 사랑은 편견 가득한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연인 중 한 명은 성인이고 다른 한 명이 미성년자라면, 순수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그 이면에 있을지도 모를 추악한 흑심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스프링 블라썸> 속 사랑이 관객에게 소구력이 있으려면 영화는 불편한 사회적 시선이라는 장애물을 영리하게 피해 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수잔 랭동은 사랑의 시작과 그 감정선을 영리한 기교로 풀어내며 미션을 훌륭히 완수해낸다.
우선 영화는 수잔과 라파엘의 공통점을 부각하며 그들의 관계를 철저히 순수하고 낭만적인 사랑의 영역에 국한시키는 데 성공한다. 수잔과 라파엘은 권태에 빠진 이들이다. 수잔은 여자 친구들, 남자 친구들, 선생님, 자기 자신에게도 어떠한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지쳐있고, 무료하고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라파엘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같은 연극을 반복해서 하고 있고, 나무 역할을 연기해야 되는 날도 있는 그도 일상에 지쳐 있다. 당장 연극이 행복한지, 연극을 즐기고 있는지 묻는 수잔에게 연기하는 법을 잊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고 말할 정도로.
또한 수잔과 라파엘은 신이 속해있는 곳에서 소속감에 들려고 하지 않는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수잔은 남자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파티에서 춤추자고 권유하는 친구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한다. 친구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도 그 손을 뿌리치기 일수이며, 그러다 보니 그녀는 자신이 속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한다. 라파엘도 마찬가지다. 그는 연극 후 회식 자리에서 도망치기 바쁘고,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도 대화에 쉽게 끼지 못한 채 묘하게 겉을 맴돈다. 무대가 끝난 뒤 커튼콜을 할 때도, 인사를 하거나 퇴장하는 타이밍을 한 박자씩 맞추지 못한 채 따로 행동한다. 이렇게 라파엘 역시 자신이 속한 곳에서 잎을 피우지 못한다.
이처럼 수잔과 라파엘이 각자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사람이나 주변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두 주인공의 사랑을 순수한 감정의 영역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스무 살가량 차이 나는 이들의 로맨스에서 현실적인 맥락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두 인물의 공통으로 갖는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부각하면서 그들을 여성과 남성, 미성년자와 성인 이전에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공통의 공허함은 빨간 석류 에이드를 함께 나눠 마시고, 아침을 같이 먹으며,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연대감으로 나아가고, 두 개인 사이에서 피어난 연대감은 마침내 사랑이라는 방점을 찍는다. 이렇게 영화는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오직 '나' 같은 '너'와 '너' 같은 '나'가 만나는 그 순간에만 주목하도록 유도하고, 뿌리내릴 곳 없던 두 사람이 함께 뿌리내리고 사랑의 꽃잎을 피우는 과정만 스크린 위에 띄우는 데 성공한다.
실제로 영화는 공감과 동질감이 낳은 연대가 사랑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서 그들을 둘러싼 여러 구체적이고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펼쳐놓지 않는다. 사랑이 위험에 빠지고 두 사람이 이별하더라도 그 이유나 사연을 설명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생략한다. 그저 그 사랑의 궤적을 쫓으며 그 순간순간마다 두 연인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표현하는 데에 집중한다.
이러한 의도는 여러 기술적인 요소에서 엿보인다. 음악과 댄스가 대표적이다. <스프링 블라썸>은 두 연인이 춤추는 장면을 거듭 보여준다. 이때 평범한 서사에서 춤 장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어색하다.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고 있고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교감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려는 찰나에 직접적인 스킨십이나 대사 대신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들은 춤을 춘다. 그래서 카페 테이블에 앉아서, 연극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춤은 서로가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상상 속 교감에 가까워 보인다. 또 그렇기에 이 댄스신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합을 잘 맞춘 몸짓은 아니지만, 그 약간의 빗겨나감에서는 역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단단해지고 깊어지고 있는지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수잔 랭동이 무용에 연극적인 요소를 결합한 ‘탄츠 테아트르’(Tanztheater, Dance Theatre) 형식의 퍼포먼스를 주로 선보이는 세계적 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h)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이 새감 실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스프링 블라썸>에서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이제 거의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가 일절 등장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작중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 빈자리는 종이 책과 휴대용 CD 플레이어가 대신하며, 이는 영화 전반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달리 말하자면 시대를 막론하고 10대 시절을 겪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77분의 러닝타임 안에 가득한 것이며, 수잔을 보다 보면 <라붐>(1980)과 <귀여운 반항아>가 떠오르는 이유다. 이 역시 두 사람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 대신 그들의 감정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사랑의 판타지 속으로 마냥 젖어드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수잔과 라파엘의 차이점, 성인과 그렇지 않은 이의 간극도 분명하게 또 반복해서 잡아주고 있다. 두 사람이 상점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는 장면만 보더라도, 라파엘은 자신의 담배를 사면서 동시에 수잔에게는 사탕을 선물해준다. 10대와 30대의 사랑과 그 간극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인 것이다. 사탕과 담배 외에도 10대와 30대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소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석류 에이드와 맥주다. 맥주는 아직 수잔이 먹기에는 어린 나이에 해당되고 보통 어른들이 주로 마시므로 성인에 해당되고, 석류 에이드는 그에 반대인 의미를 나타내는 것 같아 10대와 30대 간의 간극이 잘 보이는 순간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스쿠터를 타고 수잔 집 앞에 간 라파엘과 그런 그에게 스쿠터가 무섭다며 타지 않겠다고 말하는 수잔의 모습에서도 석류 에이드와 맥주의 차이점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 간극 덕분에 <스프링 블라썸>은 단순히 사랑이 시작되는 간질거림을 간직하는 데서 그치는 대신, 10대가 바라본 사랑의 경험과 그로부터의 성장, 곧 성인으로의 발돋움을 그려내는 듯 보인다. 식음료의 차이는 수잔과 라파엘의 권태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지언정 속사정이 꽤 다름을 보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수잔이 겪는 일상의 무료함은 평균적인 또래 집단과 수잔 본인의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그는 여자 친구들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파티에서 어울리지 못하며, 수업 시간 중 수준 낮은 질문을 하는 친구에게 큰 애정을 베풀지 않는다. 반면에 라파엘이 겪는 권태로움은 보다 인생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같은 배역이 반복됨으로써 작품을 계속하고픈 열정이 희미해진 시간만이 지속되고 있다. 그는 약간의 번아웃 속에서도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오페라 아리아 곡과 같은 작은 요소에 기대어 일상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차이에 주목하면, 수잔과 라파엘의 동질감에 주목할 때 보였던 로맨스는 수잔의 성장영화로 바뀌어 보인다. 후반부에 들어서 수잔은 라파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또 그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이별을 고한다. 사실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이지 않은 이 대목의 전개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듯 느껴지기도 하며,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수잔의 권태로움이 라파엘의 그것과 미묘하게 달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소녀가 여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래들이 시시해 어른스러운 고뇌에 가득 찬 남자에 끌리는 수잔이 그려낸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템포 더 어른이 된 그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스프링 블라썸>은 한 편의 성인식 같기도 하다. 오프닝 장면에서 친구들의 수다가 지겨운 수잔은 자신이 마시던 빨간 레모네이드를 빨대로 휴지에 뱉으며 하얀 휴지를 빨갛게 물들이는데, 이 장면이 마치 여성들의 초경을 암시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영화 내내 빨간색의 색감이 두드러지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수잔이 늘 가지고 다니는 프랑스 작가 ‘보리스 비앙’(Boris Vian)의 소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표지, ‘라파엘’이 타고 다니는 스쿠터와 카페에 가면 늘 먹는 딸기잼이 발라진 빵 등 <스프링 블라썸>에는 빨간색이 포인트 색상으로 꾸준히 등장한다. 이는 사랑을 통해 성인이 되는 한 소녀의 성인식을 시각적으로 비유한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사실 <스프링 블라썸>은 앞서 보았듯이 초점이 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시작 지점부터 빠져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나뉠 수밖에 없다. 또 뭔가를 설명하기보다는 그저 두 남녀의 일상과 그 일상의 찰나가 어떻게 특별해질 수 있는지를 따라가야 하므로 더욱 그렇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이 지닌 힘에 기대 지적될 수 있는 난점들을 가리려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혹은 그 반대인 사랑을 꽃피우고, 하나 되는 경험을 하고, 그 결과 그 사랑의 끝이 어찌 되든 한 단계 성장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잔 랭동의 초대를 받아 넘실거리는 감정선에 한 껏 빠지는 경험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A(Acceptable, 무난함)
막 시작되는 사랑의 순간순간을 담아낸 장면들의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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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파동이었던 것들
성인이 되고도 한참 시간이 흘렀건만, 과학과 수학 과목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가끔 고개를 들곤 한다. 미련 못 버린 연인의 흔적처럼 괜히 슬금슬금 넘겨보는 건 물리학이나 수학 대중서. 이제부터라도 중등교육 수준의 과학을 마스터하겠다며 중1 과학 문제집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안되던 게 지금이라고 쉬이 될 리 없다. 중1 과학 문제집은 2장 정도 푼 채로 햇빛에 바래지고 있고, 친절한 대중서조차 다 이해하지 못하고 흐린 눈으로 보면서 시집 같다고 생각했다.
배운 게 있긴 하다. 특히 물질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 빛이 파동인 동시에 입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는 적잖이 놀랐다. 파동은 과학 책에 전파 모양으로 그려진, 보이지 않는 무언가라고만 생각했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입자는 당연히 손에 쥘 수 있는, 물성을 가진 무언가라고 생각했는데 빛도 입자라니. 막연히 입자는 물건들처럼 그곳에 놓여있고, 파동은 멀리서 너울너울 전해져 온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틀린 감각은 아니다. 파동은 무언가를 매개체 삼아 다가온다. 물을 타고 파도가 넘실넘실 다가오고, 공기 속에서 소리는 퍼져 나간다. 그리고 오래 전의 별빛은 오늘의 밤하늘을 채우고 내 눈 안에 고인다.
시간과 기억도 마찬가지다. 역사 속의 어떤 순간도, 그 사건 속 사람들도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속에 위치하는 건 아닐까. 꼭꼭 닫혀 교과서에 정리된 과거의 사건 같은 건 실은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단단한 입자 같지만 실은 파동이어서, 별빛처럼 파도처럼 어디선가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닐까.
전태일 열사가 노동권을 부르짖으며 분신하고도 50여 년이 흘렀다. 그의 죽음은 이제 교과서에도 실린 역사가 되었다. 그의 죽음 이후 평화시장에는 청계피복노동조합이 생겼고, 못다 한 일을 이뤄달라는 아들의 유언을 들은 어머니는 모든 노동자의 '이소선 어머니'가 되었다. 한참 전의 일들이지만, 그 시기를 톺아보는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도 파동처럼 이제 우리에게로 온다. 1977년 9월 9일에 출발한 파동이,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와 2021년 DMZ다큐영화제 등을 거쳐 2022년 1월 개봉하기까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푸른 하늘 아래 야외에서 해사하게 웃으며 미싱을 돌리는 중년의 여성들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 미싱을 돌리기 시작한 때는 '여자들'이라기보다 '아이들'에 더 가까운 나이였다. 12세에서 16세가량의 소녀들. 더러는 가난 때문에, 더러는 여자아이에게 공부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구시대의 편견 때문에, 평화시장에서 미싱을 돌리기 시작했다.
영화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찾아온 사건을, 그리고 그 안에서 이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천천히 함께 돌아본다. 객관적인 정보를 쏟아내듯 제시하기보다, 사진과 인터뷰를 풍성하게 활용해 그날의 그림을 그린다. 내겐 1977년 9월 9일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전혀 배경 지식이 없었지만, 영화를 따라가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선명한 그림이 남았다.
피로가 극도로 쌓여도 쉴 수 없던 시절. 졸다가 때로는 손을 드르륵 박기도 하며, 잠 깨는 약을 먹어가며, 부단히 일해야만 했던 시절. 노동자의 권리나 휴식이란 것이 보장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시계를 놀랍도록 앞당겼지만 모든 변화가 단숨에 오지는 않는다. 교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성인 요금을 내며 버스를 타던 시절, 한자를 알아야만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씩씩하게 각자의 현실에 성실하였다. 학교 대신 공장으로 향했지만, 그간 배운 지식과 상식을 토대로 삼아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배움의 마중물이 되어준 곳은 노동교실이었다. 한자를 가르쳐주고 은행 계좌 만들기와 입출금 해보기를 숙제로 내주고, 서럽고 힘든 상황에서 외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깨닫게 해 준 곳. 공동체가 되어준 곳. 이곳에서 그들은 배움과 배움을 연결시켜 새로운 지혜를 만들어냈다. 자연스럽게 뭉치고 배우고 가르치고 어우러지면서, 어느새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에 의문을 던지고 사유하고 있었다.
사유, 그것은 마음속에 물음표가 물고기처럼 생생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한나 아렌트가 그토록 강조했던 능력을 이들은 갖고 있었다. 그건 70년대엔 너무 위험한 능력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70년대 이들의 삶에 비극처럼 덮쳐온 삶의 조건들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도전 앞에 이들이 어떻게 응전했는지에 집중한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간의 걸음에 초점을 맞춘다. 노동교실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 것, 노동교실 철거 예정일 하루 전날에 불안한 마음으로 모여든 날이 하필 9월 9일이었던 것, 하필 그날이 북한의 창립기념일이었던 것과 이소선 '어머니'라는 호칭마저 김일성 '아버지'와 대조된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지금은 누구보다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지만 이들이 한때는 유리로 배를 긋거나 떨어질 각오까지 했던 것,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
그 자리에 있었던, 혹은 없었던 이들의 기억은 말에서 말로 재구성되어 파동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말만 꺼내도 눈물 나는 기억, 생각만 해도 억울한 기억도 있다. 똑같이 경찰서에 잡혀 왔어도 기본적인 권리조차 챙겨주지 않아 속옷 한 벌 갈아입지 못하고 가족도 모른 채로 한 달을 구류되어 있는 채로, 사식과 면회가 허용되었던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 기억도, 따스하고 즐거웠던 기억도 있다. 공부할 수 있다는 기쁨과 희망, 공동체로 어우러지며 느꼈던 행복도 있다.
시대가 던진 크고 작은 부당함에 스러지지 않고, 이들은 그 모든 기억 너머 오늘에 이르렀다. 열심히 살아 오늘에 다다라서는 과거의 자신에게, 젊고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냈던 그 시절에 인사를 건넨다. 여전히 단단한 눈빛으로, 말간 미소로,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상념과 함께 눈가에 어린 눈물로.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이들이 왜 노동투쟁의 역사에 함께 남아야 하는지, 이 다큐멘터리 작업이 왜 시작되어야 했는지 원점에서부터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 시절 감옥에서도 조그만 창문 너머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달을 보았던 이들은, 지금도 환하게 웃고 차분히 말하고 서로를 본다. 그 모습을 잘 담아내어 재구성하고자 한 제작진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서 엿보이는데, 그 장치들은 하나하나 파도가 되어, 별빛이 되어, 파동이 되어 멀리서부터 찾아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함께 눈물짓게 한다.
21세기가 되면서 인류가 상실해가는 것 중에는 그 끈끈한 연대감도 있다. 연대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많다. 누군가가 겪는 부당한 대우부터, 심지어 쉼 없이 굴러가는 이 세대의 번아웃 현상까지 느슨한 연대로 풀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연대는 점점 낯설고, 마음이 있어도 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목소리 합쳐 구호를 외치고,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현장은 점점 스포트라이트 바깥의 공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없다. 노동자는 스스로가 노동자임을 자주 잊고 산다. 그저 분주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이 영화 앞에서 나의 분주한 마음은 잠시 멈춰 선다. 많은 시간 바쁨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노동자로서,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흘리기 바빠 사유라고는 하지 않는 피로한 인간으로서, 이들의 단단한 눈빛과 미소 앞에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 마음에는 세상을 보는 물음표가 물고기처럼 돌아다니고 있는가. 나는 나의 세상을 사유하는 눈으로 보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가. 언젠가 지금 내 안에 있는 마음들이 파도쳐 어딘가에 가 닿을 때, 그 자리에서 조우할 이 앞에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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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흡연하는 페미니스트라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영화
8★/10★(신수원 감독 작품, 2021년, 108분, 한국.)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역사를 기록하는 영화, 영화에 대한 영화의 계보를 기록한다면 어떤 영화가 포함될까?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시네마 천국〉부터 혁혁한 공로를 세웠으나 소외되어온 흑인의 기여를 영화사에 기입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최근의 〈놉〉까지 다양한 영화가 떠오른다.
그리고 여기, 〈오마주〉가 있다. 〈오마주〉는 종종 ‘홍일점’ 대접을 받았으나 대체로 빛 좋은 개살구로 취급되었던 여성 영화인에게 바치는 헌사다. 여전히 영화계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시대 여성 영화인들을 향한 연대의 마음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중년의 여성 영화감독 지완이다. 지완은 세 편의 영화를 연출했으나 흥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집에서는 ‘꿈꾸는 여자랑 살면 외로워진다’는 핀잔을 받거나 돈 되는 일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지완이 여기서 별다른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족의 말이 지완에게 모욕이 아닌 일상이란 의미다.
그러던 지완에게 영상자료원에서 일 하나가 들어온다. 1960년대에 활동한 한국의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인 홍재원 감독의 〈여판사〉* 상영회를 준비 중인데 필름 상태가 좋지 않으니 복원해달라는 의뢰였다. 〈여판사〉는 판사로 일했던 여성이 남편에게 독살당했다는 실제 사건에 모티프를 얻어 제작된 영화였다. 홍재원 감독은 결말을 바꾸어 주인공이 좋은 판사인 동시에 효부로도 인정받았다는 영화를 만들었다. ‘슈퍼우먼’을 강요하는 상상 속 세계에서나마 ‘단죄’ 당한 여성을 복권시켜준 것이다. 현실의 홍재원 감독은 혹시나 모를 불이익에 절친한 동료에게조차 자신에게 딸이 있음을 밝히지 않았을 정도로 고독하게 영화 작업을 이어갔지만 말이다.
지완은 어렵게 〈여판사〉의 대본을 구하고 성우와 후시녹음을 하며 영화의 사운드 공백을 채워나가는 등 복원 작업에 매진한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영화가 뚝뚝 끊긴다. 중간에 잘린 부분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검열 때문이다. 검열당한 장면이 대단히 파격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페미니스트 관객이라면, 홍재원 감독의 옛 여성 동료인 필름 기사가 복원해낸 이 장면에서 기품 있는 뒷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는 화면 속 주인공과 함께 흡연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대와 맥락에 따라 담배는 저항과 연대의 상징이 된다.
〈여판사〉의 잊힌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지완은 홍재원 감독에게서 자신을 본다. 홍재원 감독 역시 여성이 소수자인 영화판에서 힘겹게 버티며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 힘들었지만 적게나마 자신의 곁을 지키는 동료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좋은 아내, 엄마이자 좋은 감독이어야 했다. 지완과 놀랍도록 닮은 데가 많다.
지완은 두렵다. 홍재원 감독을 향한 연대의 마음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공포가 샘솟는다. 홍재원 감독은 세 번째 영화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영화를 찍지 못했다. 그 시절 그녀와 함께 영화를 작업했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와 2020년대가 겹치기 시작한다. 지완은 세 번째 영화가 흥행에 처참히 실패했고, 오랜 세월을 함께 작업한 동료 여성 PD는 눈물 흘리며 그 영화를 끝으로 영화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지완은 남편‧아들과 다정하게 투닥거리지만 그들이 지완의 꿈을 응원해주지는 않는다. 자궁에 큰 혹이 생겨 자궁적출 수술을 받기도 한다.
영화계 여성 선배를 발견했다는 기쁨과 공포의 혼재 속에서 지완은 깨닫는다. 멈추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지완을 다잡는 건 지완 자신뿐만이 아니다. 〈여판사〉를 복원하며 가슴으로 깊게 공명한 홍재원 감독, 그리고 이제는 노쇠해진 그녀의 여성 동료도 지완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자네는 끝까지 살아남아.” 지완에게 여러 여성의 삶과 꿈이 포개진다. 이제 지완은 혼자가 아니다. 끝내 히트작은 만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완은 영화를 계속함으로써 무언가가 변화했음을,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낸 여성 선배들에게 빚진 것임을 기억하며 영화를 만들 것이다. 존경과 헌사로서의 ‘오마주’. 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그녀가 언젠가 후배 여성 영화인들에게 받을 것이기도 하다.
여성 영화의 계보와 여성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것이 〈오마주〉의 전부는 아니다. 〈오마주〉에는 어쨌든 무언가를 만들어놓는 것의 중요성도 담겼다. 지금은 아무도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하찮은’ 결과물이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가 닿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판사〉가 그러했듯 성실하고 뜻있는 후배에게 발견되는 일은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특권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록을 남기는 일은 중요하다. 누군가는 그 시대를 다르게 살아냈음을 나 자신에게, 언젠가 만나게 될 이름 모를 후배에게 증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벅차오를 정도로 감동적인 이 영화는 잊힌 창작자들에게,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에게 진한 위로와 연대의 계기로 다가갈 것이다.
*〈오마주〉가 참고한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는 한국고전영화 유튜브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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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당신의 가족에게 ‘티끌만 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엄마의 왕국/한국경쟁
시놉시스
타인에게 희망을 주는 자기계발서 『진실의 힘』 작가 도지욱과 이웃에게 정을 주는 '왕국 미용실' 미용사 주경희는 모자(母子)지간이다. 어느 날, 평화로운 왕국에 침입자들이 쳐들어온다. 갑작스러운 주경희의 치매. 비밀을 파헤치려는 목사 도중명. 엄마와 아들은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가족이 품은 모순, 기괴함을 다루는 영화는 거칠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가족이라는 단어를 내파하는 영화. 그리고 온갖 난리법석 후에도 모든 가족이 으레 그렇다는 듯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모든 갈등을 ‘봉합’하는 영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상영작 〈엄마의 왕국〉은 후자에 가깝다.
한 가족의 비밀을 하나둘씩 파헤치는 이 스릴러 영화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헤쳐야만 했던 아이러니를 좇는다. 엄마 주경희는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아들 도지욱은 자기계발서 몇 권을 출간한 작가다. 그러던 어느 날 경희에게 치매가 찾아온다. 지욱은 치매 걸린 엄마를 돌보는 일은 능숙하게 해낸다. 심지어 이를 그다지 큰 문제로 여기지도 않는 듯하다. 그런데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가 문득 던진 말에는 아찔해진다. 바로 “내가 네 아빠를 죽였다”는 말이다.
경희의 남편이자 지욱의 아버지는 지욱이 어렸을 때 ‘실종’되었다. 이후 모자는 둘이서 생활을 꾸려왔다. 그런데 지욱의 아버지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살해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욱의 삼촌이자 목사인 도중명이다. 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중명은 떠나기 전에 진실을 알고 싶다며 형수인 경희에게 진실을 캐묻는다.
극이 전개되며 경희, 지욱, 중명 모두에게 ‘실종’ 혹은 ‘살해’된 남자를 해칠 동기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경희는 자신과 지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이 미웠고, 지욱 역시 어려서부터 자신을 미워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지욱의 머리에는 지금까지도 큰 땜빵이 있는데 이는 울며 보채는 지욱을 아버지가 던져서 생긴 상처다. 한편 한때 형수인 경희에게 감정을 품었던 중명 역시 자기 사랑을 가로막는 형의 존재를 마뜩치 않아 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결국 진실은 뭘까? 범인은 도지욱이다. 어린 지욱이 아버지를 죽였다. 지욱의 아버지는 지욱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다(동생인 중명의 아들이라는 점을 알았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욱을 지독히 미워했다. 어린 지욱은 영문 모를 미움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끝내 엄마와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를 살해했다. 경희는 죄 많은 사랑의 결과물인 지욱을 지켜야만 했기에 이 사건을 자신이 벌인 일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중명 몰래 남편의 시신을 벽 안에 은폐하고 지욱에게도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나’라고 내내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지욱은 결코 이 문제를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엄마가 아빠를 죽인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이것은 절대적인 ‘엄마의 규칙’이었다. 지욱이 장성한 후에도 결코 어길 수 없는, 지금의 가족을 가능케 하는 절대적인 규칙 말이다.
엄마가 만든 강력한 금기를 그저 수동적으로 수용한 채 억눌려 있던 지욱은 경희의 치매 이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거짓의 힘’을 확인한다. 이전에 지욱이 쓴 《진실의 힘》이란 책은 그저 그런 뻔한 책으로 많은 독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금기를 정면으로 다시 마주한 지욱이 새로이 쓴 책 《거짓의 힘》은 수많은 독자의 호응을 받는다. 그렇다. 적어도 경희와 지욱 모자에게 가족을 지키는 힘은 진실이 아닌 거짓에서 나왔다. 거짓을 걷어내고 진실을 밝히려는 자(중명)는 죽음으로 응징당한다.
누군가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는 ‘실종’과 ‘살인’만큼은 아닐지라도 저마다의 비밀이 있는 법이다. 티끌만 한 잘못도 없이 그저 번듯하게만 사는 가족? 어딘가에 존재하겠지만 그리 흔할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에서 ‘실종’과 ‘살인’은 모든 가족이 가족의 테두리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감춰야하는 진실의 가장 극단적 형태일 뿐이다. 모든 가족은 크고 작은 거짓을 토대로 현재를 영위한다. ‘티끌만 한’ 가족의 잘못이라도 떠올리며 이 영화를 감상해보자. 영화가 만들어내는 긴장이 영화를 넘어 우리 가족의 테두리에 달라붙을지도 모른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5회 국제전주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엄마의 왕국〉 상영 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른 영화 상영 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 2일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111)
-5월 4일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312)
-5월 8일 10:30 CGV전주고사 6관(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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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 배우 이정재 시상식 불참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2022년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과 영화 개봉작들의 이벤트 소식과 굿즈 일정을 소개드리는 콘텐츠입니다!
2022년을 맞이하는 이번 주 영화계 소식을 다 같이 알아보실까요?
1.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배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불참하기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이정재는 시상식에 불참하는걸로 전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오징어 게임>의 제작 투자사인 넷플릭스가 시상식에 보이콧을 선언한 탓이기 때문인데요.
배우 이정재는 오는 9일에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최종 참석하지 않기로 전해졌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총 3개 부문 (드라마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가 되었는데요.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뿐만 아니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오영수 배우도 시상식에 불참하는걸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는 아마존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와 함께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인종 다양성, 젠더 차별, 비윤리적 관행 등 부패 스캔들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합니다.
2. 1월 5일 <경관의 피> 드디어 개봉!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독주 속에서 한국영화 <경관의 피>가 드디어 1월 5일 개봉했습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30분 기준 실시간 예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같은 날 개봉한 <씽2게더>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경관의 피>는 예매율은 27%로 예매율만 놓고보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9.4%)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않는 광수대 에이스와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경찰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범죄수사극입니다.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배우등이 출연했습니다.
3. 지금은 최우식 배우 전성시대!
최우식 배우는 그야말로 요즘 전성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 연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과 영화 <경관의 피>로 거의 같은 시기 상반된 캐릭터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어느 덧 10년 차 배우로 연기를 해오고 있는 최우식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과정 속에 있는 자신이 요즘 행복과 여유에 대해서도 느끼고 있다고 하네요.
최근 S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디렉터스 어워드를 수상한 최우식 배우.
올해 우리는 <그 해 우리는>과 <경관의 피>를 통해 동시 최우식이라는 배우를 만나볼 수 있고 그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사에 아니 세계 영화사에서 전설로 기억이 될 영화 <기생충>속의 기우는 하나의 발자취로 간직한 채 배우 최우식의 행보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4. 이번 주 (1월 5일~1월 9일) 영화계 이벤트 &굿즈 증정 일정
1월 5일(수)
[CGV] <경관의 피> 필름마크 증정
일시 : 1월 5일(수)~ 소진 시
극장 : CGV
증정 : <경관의 피>필름마크 1종
[CGV] <노웨어 스페셜> 엽서 증정
일시 : 1월 5일(수)~ 11(화)
극장 : CGV 용산아이파크몰
증정 : <노웨어 스페셜>랜티큘러 엽서
[CGV] <램>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5일(수)~ 11(화)
극장 : CGV 일부극장
증정 : <램> 스페셜 포스터
[롯데시네마] <경관의 피> 시그니처아트카드 증정
일시 : 1월 5일 (수) ~ 소진 시
극장 : 롯데시네마
1월 6일(목)
[CGV] <전장의 피아니스트>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11(화)
극장 :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서면, 오리
증정 : <전장의 피아니스트> 메인 포스터[CGV] <드라이브 마이 카>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11(화)
극장 : CGV 일부극장
증정 : <드라이브 마이 카> 오리지널 포스터[롯데시네마] <해탄적일천>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소진 시
극장 : 롯데시네마 일부 극장
증정 : <해탄적일천> 메인 포스터[메가박스] <해탄적일천>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소진 시
극장 : 메가박스 일부 극장
증정 : <해탄적일천> 메인 포스터[메가박스] <하우스 오브 구찌> 빵원티켓 +
일시 : 1월 6일(목) 14:00
수량 : 0원 관람권 750매 / 2,000원 관람권 1,500매
방법 : 쿠폰 다운로드 및 선착순 할인 적용[메가박스] <특송> 시사회
일시 : 1월 6일(목) 20:00
증정 : <특송> 홀로그램 엽서1월 8일(토)
1월의 첫째 주 영화계 소식과 이벤트(굿즈) 소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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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2] (브런치작가/영화리뷰/결말x) 진짜 저스티스리그가 찾아왔다!
잭 스나이더가 하차하면서 자신의 버전을 완성하지 못했던 저스티스 리그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7년 조스웨던이 완성한 버전은 여러모로 평가가 좋지 못했죠.
이번 HBO max에서 공개된 영화는 한국에서는 Vod로 공개 되었어요.
4시간의 상영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완성도 자체는 조금 올라갔어요.
여전히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 버전에 비해서는 캐릭터 서사가 나아졌고, 액션 장면도 좋아졌어요.
또한 음악감독을 맡은 정키XL의 음악도 영화에 힘을 줍니다.
마지막 전투도 조금 바뀌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 합니다.
잭 스나이더의 다음 편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래도 좀 더 나은 저스티스 리그를 볼 수 있어 좋네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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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정년이> 티저 예고편
"저 국극이란 별천지에서, 나도 스타가 되어볼라요!" 소리 천재 '김태리'의 스타 도전기 [정년이] 디즈니+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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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프리건> 공식 예고편
- 싸워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먼 옛날 지구에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다. 현대 인류를 아득히 앞서가는 지식과 과학력을 가졌던 초고대 문명. 그 문명이 남긴 유산은 현재도 세계 곳곳에 아무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 고속 통신망이 전 세계를 뒤덮고 위성 렌즈가 모든 비밀을 마구 들추어내고 있는 지금, 신비한 '힘'을 가진 이 유산을 발굴하고 연구하기 위해 강대국들이 군대를 동원하고 쟁탈전을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 조직이 초고대 문명을 영원히 봉인하려는 하는데. 바로, 그 문명의 일원이 금속판에 새겨둔 '우리의 유산을 악한 자들로부터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것. 그리고 이 조직의 특수공작원을 우리는 스프리건이라 부른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만화가 2D 작화와 3D CG를 통해 강렬한 영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부활. 화끈한 액션과 고대 문명에 대한 낭만이 가득한 정통 모험 활극을 지금 체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