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1-07 17:06:32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에 자욱이 낀 허무함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97년 IMF의 후폭풍을 직격으로 맞고서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와 국희 아버지 '근태'(김종수). 국희는 아버지의 전우이자 보고타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쥔 '박 병장'(권해효) 밑에서 일을 시작하고, 국희의 성실함이 마음에 든 박 병장은 그를 의류 밀수 현장에 시험 삼아 투입시킨다.
콜롬비아 세관에 걸릴 위기에서도 목숨 걸고 박 병장의 물건을 지켜내며 거래를 성사시킨 국희. 이에 박 병장뿐만 아니라 통관 브로커 '수영'(이희준)도 그의 과감함에 주목하고, 그들은 국희를 각자 사업에 끌어들이려 애쓴다. 한편, 국희 역시 자기가 누구 편을 드느냐에 따라 보고타 한인 사회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눈치채고, 더 과감하고 큰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해외 로케이션 프로젝트의 끝
코로나 직전 한국 영화계는 해외 로케이션 열풍이 불었다. 해외에서 테러나 범죄에 휩싸인 한국인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작품들이 연달아 기획되고 제작됐다. <모가디슈>, <수리남>, <협상>, <비공식작전>에 이르기까지 결이 다 같은 작품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색적인 해외 풍경을 배경으로 제약 없이 총기 액션을 보여줄 수 있으니 블록버스터 영화에 최적화된 소재다.
<혈의 누>의 각본가이자 <소수의견>으로 데뷔한 김성제 감독의 신작,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도 마찬가지다. 남미라는 배경, 범죄조직 내에서의 사투라는 공통점 덕분에 <수리남>과 묘하게 맞닿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차이점도 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선배들과 달리 <보고타>는 픽션이다. 명확한 모티브를 중심으로 일관된 분위기와 정서 안에서 콤팩트한 서사를 자유롭게 펼친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보고타>가 견지하는 허무함의 정서가 애당초 상업영화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 잘 살려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심지어 <보고타>는 그 특색도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장르도, 배우도 연상할 수 있는 작품이 너무 많기 때문. 그렇게 <보고타>는 모나지도 않지만, 기억에 남지도 않는 범작으로 귀결된다.
목적을 잃은 이들의 앙상블
<보고타>는 새롭지 않다. 익숙한 한국형 범죄 드라마 외피를 콜롬비아로 바꿨다. 한 가족이 콜롬비아 보고타로 이민을 갔다. 그중 아들 국희가 한인 밀수 조직 말단에서 한인회 우두머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위로 올라가려고 여러 무리수를 둔다. 무리수는 복수를 꿈꾸는 적을 낳기 마련이고, 국희는 친구와 적을 쉽사리 구분할 수 없는 난전 속으로 빠져든다.
이렇듯 뻔한 이야기이지만, <보고타>는 의외로 흡입력이 좋다. 각 캐릭터의 서사를 관통하는 구심점 덕분이다. 핵심 키워드는 '목적'이다. <보고타>에는 삶의 목적을 잃고 현상 유지만 하다가 침전되는 이들로 가득하다. 근태가 대표적이다. 그는 콜롬비아를 거쳐서 미국으로 건너가자는 꿈을 가지고 이민을 선택했다. 그러나 보고타에서 적응에 실패한 나머지 그는 목표를 잃고 술에 취해 살며, 국희 집을 강도질하던 중에 사망한다.
수영도 처음에는 원대한 그림이 있었다. 대기업 주재원이었다가 IMF 때문에 밀수업자가 된 그는 보고타 최대의 쇼핑몰을 지겠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패딩 사업이 적중한 뒤 그의 꿈은 물거품 속으로 사라진다. 국희와 함께 다짐했던 쇼핑몰 프로젝트는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현상을 유지하면서 밀수가 가져다 줄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 바쁘니까. 그는 밀수금지법 제정과 같은 변화에 발맞출 힘도, 의지도 없다.
박 병장도 다르지 않다. 보따리장수였던 그는 보고타의 여섯 구역 중 가장 부촌인 6구역에서 사는 게 인생 목표였다. 바퀴벌레라는 멸시를 들으며 일한 끝에 보고타 상인들 중 가장 부자가 되었고 6구역에 저택도 마련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박 병장은 다른 사람이 됐다. 다음 목표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 그는 보고타 한인회를 통제하면서 권력을 유지만 할 뿐, 수영처럼 남미에서 패딩을 팔겠다는 새 비전을 떠올리지는 못한다.
그들은 꿈꾸는 사람이 밉다
국희는 다르다. 그에게는 언제나 목표가 있다. 보고타에 도착한 직후에는 돈을 벌어서 한국으로 금의환향하겠다고 다짐한다. 보고타에 적응한 후에는 박 병장을 보고 배우면서 6구역으로 이사를 가겠다는 꿈을 갖는다. 6 구역에 들어선 후에도 그는 새로운 꿈을 꾼다. 수영과 같이 막연하게만 계획했던 쇼핑몰을 올릴 계획을 실제적으로 짜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설령 손에 피를 묻힐 일이 생겨도, 그는 마다하지 않는다.
밀수금지법에 대한 갈등 국면에서 그들의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국희에게 콜롬비아 정부의 새로운 밀수 금지 정책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기회다. 그는 밀수금지법을 계기로 한인회 상가를 쇼핑몰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반면에 꿈을 꾸지 않고 목적도 잃은 없는 이들에게 밀수방지법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밀수를 통한 차익 없이는 사업을 지탱할 수 없으니까.
그들의 차이는 단순한 노선 갈등을 넘어서서 인간적인 감정의 영역으로 확대된다. 국희는 자기처럼, 또 자기와 함께 꿈을 꾸지 않는 수영과 박 병장에게 실망한다. 반대로 그들은 꿈을 향해 직진하는 국희가 자신들을 경멸한다고 느낀다. 수영은 국희에게 도리어 자기 꿈을 빼앗긴 것 같다고 믿는다. 박 병장은 국희가 먹여주고 키워준 은혜도 모른다고 아니꼽게 생각한다. 실망감과 자격지심이 뒤섞인 끝에 그들은 서로를 총구로 겨눈다.
그 결과 <보고타>는 허무함의 정서로 가득하다. 국희는 친아버지보다 더 가족 같은 형, 삼촌과 함께 성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그를 배신했고, 국희는 자기 꿈을 이루기 위 그들을 죽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이 죽은 순간, 국희에게 남은 꿈과 목표는 앙꼬 없는 찐빵일 뿐이다. 설령 쇼핑몰을 올려서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성공을 같이 나눌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으니까.
허무함을 설명하지 못하는 허무함
그런데 허무한 분위기는 정작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장치는 여럿 있다. 송중기의 내레이션이 대표적이다. 힘이 빠진 목소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차분하다 못해 체념한 듯하다.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는 부제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결말을 보고 나면 어조를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내레이션이 허무함의 정서를 처음부터 암시하나 게 아닌가 싶다. 노을 지는 하늘, 안개 낀 폭포와 같은 콜롬비아의 풍광을 담은 촬영도 마찬가지다.
정교하지 않은 화법은 이 장치들을 무력화한다. 일례로 국희가 박 병장, 수영과 대립하는 계기는 일차원적으로 묘사된다. 본래 그들의 대립은 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목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성공한 국희를 향한 감정의 표출이다. <보고타>는 제한된 분량 내에서 이야기를 풀려고 후자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국희, 수영, 박 병장의 반목은 단순히 시기, 질투로 인한 분란처럼 보인다.
문제는 시기와 질투를 부각되는 후반부 전개의 설득력이 낮다는 것. 갑자기 시간대를 3년 후로 넘기다 보니 흐름이 한 차례 끊어진다. 자연히 국희의 서열이 수영과 박 병장보다 높아지고, 그들이 변화에 분노하는 상황에 몰입하기 어려워진다. 클라이맥스도 긴장감이 덜하다. 사소한 이유로 서로 목숨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피를 볼 일인가?'라는 의문이 남기 마련이다.
외골수인 국희의 선택도 작위적이다. 그는 자기 계획과 비전을 설득하는 대신,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 이는 세 사람이 서로를 배신하는 광경을 연출하기 위한 억지 같다. 그 결과 종국에 국희를 사로잡은 씁쓸함, 고독함, 허무함을 관객 입장에서는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보고타>라는 작품 본연의 매력이 아예 지워진 꼴이다.
설명도, 포장도 못한다
허무함이 부각되지 않다 보니 영화의 끝에서는 여러 단점도 미처 숨겨지지 않는다. 우선 기획 방향부터 어긋난 듯하다. 드라마에 더 적합해 보일 정도로 긴 서사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고타>는 <수리남>을 연상시킨다. 남미라는 배경, 범죄 조직이라는 소재가 같을 뿐만 아니라, 전개 구조를 비롯해 등장인물까지도 대부분 대응되기 때문이다.
국희는 '강인구'(하정우)와, 박 병장은 '전요환'(황정민)과 같은 역할이다. 수영과 '작은 박사장'(박지환)은 '최창호'(박해수)와 '데이빗'(유연석)과 같은 기능을 한다. '박응수'(현봉식) 역시 근태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각성시킨다. 그런데 정작 영화 전체 분량은 <수리남>의 1/3밖에 안된다. 자연히 전개가 급하고 부실할 수밖에 없다. 각 인물이 변심하게 되는 동기나 계기를 관객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여유가 없는 까닭이다.
이에 더해 기시감마저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색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배우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간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집합체 같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으니까. 거칠게 말하자면 <보고타>는 <화란> 속 치건이 보고타로 이민을 와서, <로기완>의 주인공처럼 고생하다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처럼 눈부신 성공 끝에 인생무상을 느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평면적이고 새롭지 않은 국희의 캐릭터성은 일종의 도화지 같다.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등 여러 배우들이 각자 개성을 보여주면서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배경인 셈이다. 하지만 결코 장점은 아니다. 상술했듯이, 조연들의 서사를 급하게 건너뛴 대가로 전반적인 짜임새를 잃었기 때문. 결국 <보고타>는 장점도 무색하게 만드는 익숙함 속에 갇힌 채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Poor 형편없음
국희와 달리 모나지 않았지만, 국희처럼 미움받을 용기도 없었던 106분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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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마시는 사람
나는 상실감이 드는 기분을 무척 싫어한다. 잃어버렸다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부채의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망증으로 여럿 물건을 잃어버려 보고 나면 알게 된다. 어떻게 잃어버리든 나의 잘못으로 느껴지는 상황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이건 내가 갖가지 사물들에 지나치게 애정을 많이 기울이는 탓일 수도 있다. 비누에 대고 혼잣말을 늘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디 있어야 했는지는 기억하면서 산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실감이 느껴질 때면 그 감정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의 동요에 휘둘리지 않는 일이 극복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다스리면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유독 나한테만 벌어지는 일 같다고 느껴지는 사고를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겠다고 믿었다. 감정을 배제하는 연습으로 얻어지는 감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으니까.
감정을 배제하는 연습으로 얻어지는 감상을 생각해볼 것. 연출자인 가후쿠가 배우들에게 주문했던 일이기도 하다. 감정으로 유발되는 행동을 억제하고 텍스트 자체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행동에 옮긴다. 그의 태도는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을 음미하려는 미식가의 행동 양식으로 보였다. 일에 있어서도 그랬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었다. 유들유들하고 적당하게 말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았다. 그는 일정한 온도로 말을 받고 말을 했다. 정온과 정속으로 행동했다. 가후쿠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일을 수행했다. 운전하는 차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건조하게 대사를 읊으며 연습했다. 어찌나 끊임없이 감정을 내몰았는지 나는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대신 말한다. 미사키에게 상실감에 대한 일종의 죄의식과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내가 당신의 아버지였다면' 어떻게 말하겠다고 본인의 생각을 전달한다. 간접적인 의사표현은 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가후쿠와 오토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머리에서 한번 걸러진 감정은 문자 그대로의 주장이다. 구태여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해왔던 건 연출자로서 가지고 있던 철학에 기반한 행동이었다. 가후쿠는 마음을 아끼지만 영화는 그의 심정을 다양한 환경으로 묘사한다. 길고 긴 터널을 나오면 비가 내리고 있고, 비 오는 마음을 넘어서면 꽁꽁 언 하얀 눈발이 나린다. 내내 드러내지 않고 앓다가 끝에 가서 떨구는 눈물 한 방울의 무게는 가늠할 수가 없다. 공들여 수기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같았다. 필름에 행간이 느껴진다. 그러니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무언가를 나누려는 마음보다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자연스러운 걸 보면 상실감은 본능에 새겨진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척이나 본능적이고, 넓은 공통분모를 가진 이야기라 고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세상에 나와야 할 타이밍을 아는 것처럼 보였다. '이 세계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되었지'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 들었다.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감정을 다룬다. 현대적인 이야기들이 감성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 고전적인 이야기들은 감각을 털어내는 과정이 비교적 길다. 충격이 다가오는 상황을 끊질기게 설명한다. 가후쿠는 묻어두었던 아픔과 대면하고, 슬픔을 느껴 눈물을 흘려보낸다. 더이상 삼키지 않기로 한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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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단호크, 이완 맥그리거 신작영화에서 만나다!
애플스튜디오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재회하는 이복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이완 맥그리거와 이단 호크가 함께 나오는 새 장편 영화 ' 레이먼드와 레이’로 돌아온다. ' Albert Nobbs '와 ' In Treatment '의 연출을 맡았던 로드리고 가르시아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이완 맥그리거는 레이먼드 역을, 에단 호크는 레이 역을 맡아 까다로운 부모와의 어려운 관계 속에서 유산을 놓고 갈등을 겪는 인물들을 연기를 한다. 로그라인에 따르면, "그들은 여전히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의 장례식은 그들 자신을 재건할수 있는 기회이다. 분노도, 고통도, 어리석음도 있고 또 사랑이 있을 수도 있죠. 물론 무덤을 팔 수도 있습니다.”라고 전한다.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알폰소 쿠아론(로마), 보니 커티스(라이언 일병 구하기), 모킹버드 픽쳐스의 줄리 린(앨버트 놉스)이 제작한다.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스와 쉬 카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레이먼드와 레이 "는 애플의 최신작이다. 최근 애플 TV 플러스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앙투안 푸콰 감독과 윌 스미스가 함께한 'Emancipation',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마틴 스콜세지의 'Killers of the Flower Moon', 톰 행크스와 함께한 'Finch' 등 여러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코엔형제의 ‘The Tragedy of Macbeth”에는 덴젤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애플스튜디오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출품한 이래로 2500만 달러(약 2500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가족 드라마 '코다(CODA)'를 최근 공개했고, 행크스와 함께 2차 세계대전 드라마 '그레이하운드'도 프리미어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맥그리거는 최근 "Halston"에 출연하여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차기작으로 디즈니 플러스의 오비완 케노비 스트리밍 시리즈에 출연한다. 호크는 미국 쇼타임의 드라마 "더 굿 로드 버드"에 출연하여 극찬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블룸하우스의 "더 블랙 폰"과 "나이브 아웃 2"에도 출연할 것이다.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두 레전드 배우의 연기를 하루빨리 보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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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고? 넷플릭스 종료작
11월은 날씨도 급! 추워지고 공휴일이 없어 유독 힘든 달이네요 :)
이런 마음을 위로해줄 넷플릭스 영화들을 가지고 왔어요
11월을 마지막으로 서비스 종료되는 작품을 가져왔으니,
이 리스트에 있는 작품은 11월에 모두 보기로 해요!1. 로켓맨 - 덱스터 플레처
영국, 미국 ㅣ드라마,판타지,뮤지컬 ㅣ121분
11월 6일 종료 예정출처 : 네이버 영화synopsis
재활센터에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가수 엘턴 존.
사랑받지 못해 외로웠던 어린시절부터 대중을 사로잡은 독보적인 음악성과 열광적인 무대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의 삶과 음악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2. 언더 워터 - 자움 콜렛 세라
미국 ㅣ드라마,스릴러 ㅣ86분
11월 11일 종료 예정
출처 : 네이버 영화synopsis
인적이 뜸한 외딴 해변.
홀로 파도를 타던 서퍼가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았다.
암초 위에서 피를 흘리며 목숨만 부지하는 상황.
구조를 기대할 수 없으니 살아남을 방법은 하나뿐이다.
상어의 허점을 간파해, 있는 힘껏 헤엄치는 것.
3. 오블리비언 - 조셉 코신스키
미국 ㅣSF, 액션 ㅣ124분
11월 15일 종료 예정
출처 : 네이버 영화synopsis
외계인 침공 후 폐허가 된 지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잭.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추락하면서부터 망각 저편의 기억이 돌아오는데
그가 알고 있는 세계는 어디까지 진실인가?
4.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 비반 키드론
영국,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미국 ㅣ멜로/로맨스, 코미디 ㅣ107분
11월 15일 종료 예정
출처 : 네이버 영화synopsis
다시 돌아온 브리짓 존스.
사랑스러운 미소도, 숨길 수 없는 허당끼도 여전한데.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동화 속 왕자님 같은 애인이 곁에 있다는 것!
이젠 혼자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 따위, 눈물 젖은 일기를 쓸 일 따윈 없는거지?
5. 퀸 & 슬림 - 멜리나 맷소카스
미국 ㅣ드라마 ㅣ132분
11월 20일 종료 예정
출처 : 다음 영화synopsis
첫 데이트와 저녁 식사, 그날은 좋은 날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집으로 가던 길, 흑인 남녀의 사소한 실수와 차량 검문 그리고 백인 경찰의 돌연한 죽음이 없었다면.
그날 밤, 도망자가 된 둘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6. 천일의 스캔들 - 저스틴 채드윅
영국 ㅣ멜로/로맨스, 드라마 ㅣ115분
11월 21일 종료 예정
출처 : 네이버 영화synopsis
원대한 야심을 품은 앤, 순수한 마음을 지닌 메리.
변덕 심한 헨리 8세를 차지하기 위한 자매의 경쟁은 갈수록 아슬아슬해진다.
화려한 궁정을 배경으로한 실화 소재 시대극.
7. 엠마 - 어텀 드 와일드
영국 ㅣ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ㅣ124분
11월 26일 종료 예정
출처 : 다음 영화synopsis
기품 있는 발걸음과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대저택의 젊은 주인 엠마.
중매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그녀가 결심한다.
친구에게 최고의 짝을 찾아주기로.
하지만 그녀에게 곧 닥쳐온 건 난생처음 느껴보는 당혹스러움과 시련.
8.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 게리 위닉
미국 ㅣ멜로/로맨스, 코미디 ㅣ97분
11월 30일 종료 예정
출처 : 네이버 영화synopsis
지금 이 모습은 싫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잠들 땐 분명히 13살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30살.
섹시한 외모에 근사한 남친까지!
모든 게 완벽한데 뭔가 아쉬운 건 왜지?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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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칠일(三七日), 미신과 믿음 사이
- 감독: 박강
- 출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 장르: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2분
- 개봉: 2022년 11월 24일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보신 뒤에 읽어보세요!
삼칠일, 아이가 태어나고 스무하루째 되는 날이다. 이를 세이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기간 동안은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이웃의 출입을 삼가게 하고, 특히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출입을 절대 금한다고 한다. 우리집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 금줄을 걸었고, 동네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하는 것이 금줄을 거는 것이었다. 물론 그 금줄이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나에게 미신을 믿느냐고 물으면 맹신하지는 않지만 믿는다. 불교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삼재가 있는 해에는 신중하고, 안 좋은 꿈을 꾸면 조심했다.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할아버지 장례가 있고 얼마 뒤에 있던 친구의 결혼식은 참석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작은 아이를 만나는 것에 신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삼칠일 이런 문제가 아니라 장례식장에는 병균이나 아기들에게는 치명적인 세균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녀와서는 안 만나는 게 좋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다. 어쨌든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가 어찌 되었던 간 이런 가벼운 미신, 혹은 징크스는 꼭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게 심해지면 맹신이 되는 거고.
우진(서현우 배우)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잘 믿는 아내와 장모님의 말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몸에 좋다는 한약을 지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도 팔기도 한다. 한의학이나 한약, 다린 약 등을 미신으로 보고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쩌면 우진의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고 삼칠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 전 여자 친구의 부고 문자를 받는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지만 도의적으로 가려고 결정한다. 도의적일지 죄책감일지 알 수는 없지만 장례식장에서 우진은 전 여자 친구의 세영(류아벨 배우)의 쌍둥이 여동생인 예영을 만난다. 죽었다고 했는데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똑같은 모습에 소름이 돋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6년이나 만났다면서 쌍둥이 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서 우진이 세영을 어떻게 대했는지 예상되기도 했다.
세영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우진과의 사이에 아이도 있었지만 죽었다. 이게 원인이었다고 했다.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했을 때 우진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예영이 전했다. 끝내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다행이다."이지 않았을까? 세영이 그렇게 무너진 이유로 타당하다. 더구나 예영이 왜 유산되었는지 알아봤다고 했다. 우진은 다른 사람들, 자신의 아내에게까지 줬던 아이와 산모에게 좋은 한약을 세영에게도 줬었다. 건강원에서 우진은 아이가 생기는 약, 아이가 없어지는 약이 있을 리가 없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 약이 문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우진이 준 약을 아무 의심 없이 먹은 세영은 아이를 잃었고, 우진은 좋아했다. 그리고 우진은 건강원에서 지어온 약들이 그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좋은 약이라고 하는 것을 아내, 더불어 처형에게까지 줬다. 우진은 그 약의 효과를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하기도 해야 했다. 자기는 잘못이 없어야 하니까.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며 아내가 양복 주머니에 넣은 액막이 팥을 버려버렸고, 문 앞의 소금은 뿌리지 않고 들어왔다. 그러자 자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액땜을 하기 위한 다른 행동은 처형의 아이를 유산하게 만들었다. 아니, 정말 그 액땜으로 인해 생긴 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의심 가는 것은 그뿐이다. 이제 우진은 미신을 믿을 수밖에 없다. 죽은 세영이 자신과 자신의 아이에게 저주를 내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장례식, 심지어 발인까지 함께 한다.
우진이 세영이 저주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에는 '죄'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했던 세영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죄책감, 세영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만든 죄의식, 아이를 죽게 만든 죄악. 흔히 그런 말들이 한다. 잘못한 게 없으면 무섭지도 않다고.
우진은 금줄을 언제나 선뜻 뛰어넘지 못한다. 아내가 무서워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가 무서웠다면 장례식도 가지 말았어야 맞지만.
금줄은 '신성한 곳임을 표시하는 새끼줄'이다. 갓 세상에 태어나서 삼칠일도 되지 않은 아이, 그리고 그 어머니는 신성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런 금줄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만 거는 것이 아니다. 장을 담을 때, 잡병을 쫓고자 할 때, 성황당 같이 신성한 영역을 나타낼 때도 쓴다. 신성한 곳을 표시하는 것도 있지만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막으면 잡귀의 침범을 방어할 목적으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악귀가 뛰어넘거나 다가가지 못하는 선이 금줄이다. 그 금줄을 우진은 아빠지만 건너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진은 장례식에서 세영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세영의 장례식에 가면서 스스로가 악귀가 된 것이다. 어쩌면 세영의 아이를 죽였을 때 이미 악귀가 되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을 세영이 깨워줬을지도 모른다. 이제 괜찮아진 아이가 세영과 같은 버릇을 했을 때 우진의 선택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최악을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진은 이미 금줄을 넘은 악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의문이었던 것은 우진의 아내(심은우 배우)는 어떻게 자유롭게 금줄을 드나들었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엄마니까, 엄마는 아이를 지켜야 하는 존재니까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내도 우진과 같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친구가 보낸 문자에 6년 사귄 여자 친구라는 문구를 보고 안 것이 아니었다. 세영의 이름을 보고 바로 알았고, 친구의 문자를 확인해 본 것은 우진이 또 장례식장 혹은 발인식에 갈 것인지를 확인해 본 것뿐이었으리라.
바로 '세영 씨 장례식장'이라고 한 것이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알고 있는 대목이기도 했지만 아이가 아팠던 것에 대한 분노를 세영에게 하는 것 역시 우진과 세영 사이에 있었던 아이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 세영의 장례식장에 가서 예영을 봤지만 별로 놀라지 않았던 것에 아마 예영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아니면 세영과 같은 얼굴을 한 예영 때문에 우진이 흔들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우진은 세영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친구들도 모를 정도로 빠르고,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냥 상상을 하자면 우진은 세영과 같이 살면서 현재의 아내와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내가 우진을 좋아해서 아이가 없어지는 약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 역시 우진처럼 세영의 죽음, 세영의 장례식, 예영의 존재를 두려워한다. 아내가 미신에 빠진 것은 자신의 죄를 알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내는 이미 우진보다 먼저 금줄을 뛰어넘은 악귀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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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막 스릴 있거나 미스터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쁘지 않았다.
시사회가 끝나고, 질문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아내가 언제부터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한 것) 서현우 배우 얼굴 보고 다 까먹었다. 세상에, 배우님 대체 방송 카메라 빨을 왜 이렇게 안 받으시는 건가요? 너무 잘생기셔서 계속 배우님 얼굴만 구경했다. 그러고 넷플릭스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나온 것까지 정주행하고 또 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배우님 화면빨 진짜 안 받는다고. 하- 배우에게 좋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실물 미남이다. 그걸 못 담는 카메라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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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야 | 범죄도시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이 어딘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지진이 발생한 후 폐허가 된 서울. 심지어 비도 좀처럼 내리지 않으면서 생존자들은 극심한 물부족과 갈증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남산'(마동석)은 돌아다니는 동물을 사냥하며 남동생 같은 '최지완'(이준영), 딸 같은 '한수나'(노정의)와 함께 생계를 꾸며 나간다.
어느 날, 수나 앞에 '선생님'(장영남)이 나타난다. 그녀는 물과 먹을 게 풍족한 아파트에서 수나처럼 어린아이를 특별히 보호하는 기관이 있다면서 수나에게 이주를 권한다. 망설임 끝에 선생님을 따라가기로 결정한 수나. 그러나 그녀는 이내 광기로 가득한 과학자 '양기수'(이희준)의 음모에 빠지고, 남산과 지완은 또 다른 조력자 '이은호'(안지혜)와 함께 수나를 구하러 아파트로 향한다.
<황야>, 한국 시리즈물의 암(暗)
한국 영화 시장에서 시리즈물은 2010년대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대두했다. 이전까지는 속편 제작도 많지 않았다. 단적인 예시로 2017년까지 한국 천만 영화 16편 중 속편은 단 한편도 없었다. 설령 속편을 제작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름만 속편일 뿐, 주인공도 내용도 전편과 무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2>, <친구 2>, <강철비 2>처럼.
<신과 함께> 시리즈와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명량>, <한산>, <노량> 삼부작이나 <베테랑 2>처럼 흥행작의 속편을 기획하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여러 편을 계획하는 시리즈물도 많아졌다. 웹소설 원작을 영화화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5부작,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호프>는 3부작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작용도 늘었다. 일례로 <범죄도시>의 경우 빌런 배우만 바꾸고 전편 내용을 되풀이한 결과, 세 번째 시리즈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객이 늘었다. 최동훈 감독의 야심작 <외계+인> 시리즈의 경우 배급사 CJ에게 수백억 대 적자를 안겼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마동석 주연의 <황야>는 또 다른 형태의 부작용을 보여줬다. 시리즈물의 핵심, 포지셔닝을 간과했다. <황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속편인 듯 아닌 듯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그 대가로 <범죄도시> 시리즈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이에서 표류한다.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일원으로서도 인정받기 애매하고, 독립적인 디스토피아 액션 영화로서도 부족함을 노출하기 때문.
다채로워진 마동석표 액션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황야>의 가장 큰 매력은 마동석의 액션이다. <범죄도시> 시리즈 무술 감독이자 <범죄도시 4> 연출을 맡은 허명행 감독과 합을 맞춰서인지 마동석의 괴력을 강조하는 액션은 이번에도 통쾌하다. <범죄도시>에서 관람등급 때문에 아껴둔 힘을 푼 것 같기도 하다. 디스토피아 장르고, 인간이 아닌 괴물과 싸우다 보니 목이나 팔을 절단하는 유혈 묘사도 망설이지 않는다.
<범죄도시>의 한계를 넘어선 부분도 있다. <범죄도시>의 '마석도'(마동석) 활용법은 단순했다. 긴장감이 없었다. 빌런이 누구여도 마석도가 이긴다는 사실을 관객 모두가 올고 있다는 핸디캡을 없애지 못했다. <황야>는 다르다. 치유 능력을 지닌 군인, 악어나 도마뱀처럼 움직이는 좀비로 변한 괴물을 남산의 상대로 내세웠다. 비록 액션의 끝은 비슷해도, 과정에 있어서는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올리려 노력한 듯 보인다.
다양함도 더했다. <범죄도시>에서는 액션 캐릭터가 마석도 하나였기에 단조롭다는 인상이 짙었다. 반면에 <황야>는 세 캐릭터가 액션 분량은 나눠 가지면서 보는 재미를 늘렸다. 최지완은 원거리에서는 활을 쓰고, 근접전에서는 화살촉을 활용하며 칼을 주로 쓰는 남산과 차별화했다. 이은호는 힘을 강조하기보다는 상대 하체나 발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또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줬다.
애정이냐, 집착이냐
단순한 플롯도 <황야>의 매력이다. 확실한 대립 구도 덕분에 뚝심 있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핵심은 부성애다. 남산과 양기수는 둘 다 딸을 잃은 아버지다. 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녔다. 영화는 두 아버지가 각자의 상실감을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대조한다.
남산은 상실감을 사랑으로 승화한다. 딸을 똑 닮은 아이 수나를 딸처럼 돌본다. 사냥에 성공하면 수나 몫을 항상 따로 챙기는 식으로. 수나가 시설 좋은 아파트로 가게 되자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수나와 수나 할머니가 위험해지자 고민 없이 구하러 간다.
반면에 양기수는 상실감을 집착으로 왜곡한다. 그는 딸 소연이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한다. 자기가 개발한 약물 덕분에 소연이를 되살렸다고 믿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부모들의 애정을 악용해 비윤리적인 연구를 진행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다 허상이었다. 심장만 뛸 뿐, 소연은 절반 이상의 신체와 의식은 잃었다. 그녀는 살지도 죽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열하는 양기수가 약간 짠하면서도 몹시 불쾌하고, 그를 처리하는 남산의 모습은 통쾌하다. 진정한 사랑과 집착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덕분에 <황야>가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방치된 '콘크리트 유니버스'
보통의 액션, 디스토피아 영화라면 <황야>는 위의 두 장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황야>에게는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대지진'의 발생, 황궁아파트 103동의 등장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와의 연결점이 곳곳에서 등장하기 때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반부에 아파트에서 갑작스레 쏟아져 나온 물을 <황야>에서는 식수와 그 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황야>를 '콘크리트 유니버스' 일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황야>는 배경과 디자인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별개의 설정과 이야기를 펼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대지진 직후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곧바로 아파트를 통제했다. 반면에 본작에서는 대지진 발생 첫날부터 군부대가 아파트를 장악한다. 다른 차이점도 있다. 전자에서는 굶주림과 추위와의 사투가 강조된 반면, 후자에서는 유독 가뭄과 물의 부재에 주목한다.
심지어 <황야>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시간대 순서를 알려주는 장치나 연결고리가 없다. 두 작품 간의 차이를 명확히 제시하는 대목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두 영화의 세계관이 별개고, <황야>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속편이 아니라는 허명행 감독의 주장에도 힘이 안 실린다. 눈 가리고 아웅이나 다름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 아파트 외부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미 등장했기 때문이다.
애매한 포지셔닝의 나비효과
결국 <콘크리트 유토피아>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최대 장점은 심리와 인간군상의 묘사였다. 아파트 내부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다양한 갈등을 보여줬다. '영탁'(이병헌), '민성'(박서준), '명화'(박보영), '금애'(김선영) 등 주요 인물의 입장이 제각기 달라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을 세심하게 묘사했다. 그렇게 쌓아 올린 서스펜스를 마지막 순간 일제히 터뜨리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에 비하면 <황야>의 전개는 우악스럽다. 특히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계층 간 갈등, 인간성 상실을 다루는 대목이 어색하다. 일례로 아이를 못 만나게 하는 방침에 부모가 항의할 때, 양기수와 군인들의 대처가 너무 안일하다. 그전까지는 그 어떤 부모도 항의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수나가 도착하기 전에도 외부에서 아파트에 들어온 아이와 부모들이 더 있다는 걸 고려하면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군인들이 양기수의 비인간적인 실험에 동조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양기수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이유도 정확히 짚어주지 않는다. 선생님에게 불치병이 있고, 이를 양기수가 악용했다고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수나가 실험을 위해 제조한 물을 제대로 마셨는지 양기수가 확인조차 않는 대목도 반전을 위한 장치라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부실함과 기시감
포지셔닝도 애매한 가운데, 독립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역시 미흡하다. 몇몇 장면에서는 기본적인 컷과 컷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아파트 내부에서 지완과 은호가 각기 군인과 한창 싸우는 중인데, 남산의 유머가 갑자기 중간에 난입하고, 다시 싸움으로 되돌아가면서 템포를 끊는 식이다.
간단한 플롯과 명확한 갈등 구조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하기도 했다. 남산은 마동석 그 자체이고, 지완과 수나 역시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린 남녀 커플 클리셰를 반복한다. 특히 빌런 양기수는 아파트 주민과 군인을 좌지우지하는 빌런 치고는 뻔한 음모와 계략을 반복한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캐릭터의 전형을 답습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영탁과 비교해 보면 존재감, 무게감, 입체감의 차이가 확실하다.
이에 더해 마동석표 유머도 남발한다. 이는 대중적 이미지를 바꿀 기회를 놓치는 듯 보여서 유독 아쉽다. 마동석이 등장하거나 제작한 영화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제목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장르와 분위기가 비슷하니까. 이때 <황야>가 마동석 색깔을 빼고 진한 장르물 분위기를 선보였다면 고정된 이미지를 다소 탈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달리 말해 <황야>가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한 결정은 신의 한 수일 수도 있다.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황야>는 <범죄도시> 시리즈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이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평범한 마동석 영화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Poor 형편없음
다시 한번 증명된 명제. 유니버스 활용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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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뚜기 월드'가 된 <쥬라기 월드 3>의 의미와 한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되고, 섬을 벗어나 세상 밖에 자리 잡은 공룡들. 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들을 보살피고,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써먼)'를 지키기 위해 작은 오두막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복제 인간 연구를 진행하려는 기업 '바이오신'에 의해 메이지가 납치당하고, 오웬과 클레어는 메이지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한편, 미국 서부에 나타나 농가들을 휩쓸고 다니는 거대한 메뚜기 떼를 조사하던 '엘리 새틀러(로라 던)'는 오래된 친구 '앨런 그랜트(샘 닐)'과 함께 메뚜기들이 바이오신의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닫는다. 이에 엘리와 앨런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인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의 도움을 받아 공룡들이 모여 있는 바이오신 소유의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1993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을 시작으로 29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삼부작의 주인공인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부터 <쥬라기 공원> 삼부작의 주인공인 로라 던, 제프 골드브럼, 샘 닐까지 한 자리에 모여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날레를 가장 화려하게 꾸며주는 이들은 역시나 공룡이다. 전편에서 이슬라 누블라를 탈출해 북미 대륙에 상륙한 공룡들은 이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항상 공원이라는 장소에 갇혀 있었던 공룡들은 이제 바다에서도, 눈 내리는 산맥에서도, 소들이 뛰어놀던 평원에서도, 심지어 암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한 가지 독특한 지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공룡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영화는 정작 공룡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세상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은 온갖 곳으로 퍼져 나간 공룡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 메뚜기 떼이고, 영화의 메인 플롯도 유전자 조작 메뚜기를 개발한 기업인 바이오신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룡이라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 대목은 긴 시리즈에서 반복되던 메시지를 탈피해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일견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만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역인 공룡의 임팩트가 약해지고, 시리즈의 마무리로서도, 또 단독 작품으로서도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제와 메시지
그간 <쥬라기 공원> 삼부작과 <쥬라기 월드> 1편의 주제는 분명했다. 인간의 기술적 진보에 대한 경고였다. 공룡이라는 환상 속에는 윤리 없이 유전공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비판, 돈과 명예를 좇아 경쟁적으로 발전할 뿐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 과학에 대한 경고, 인간이 자연을 제어한다는 것은 혼돈 효과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통찰이 담겨 있었다. 이는 오리지널 삼부작에서 쥬라기 공원이 끝내 실패로 귀결되고, 성공적인 듯 보였던 쥬라기 월드마저 폐장해야 했던 공통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전편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부터 시리즈는 기본적인 뼈대는 간직한 채 주제를 조금씩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화산이 폭발하며 파괴되는 이슬라 누불라 섬에서 공룡들을 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오웬과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은 전편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한 축이고, 다른 생명의 흥망성쇠에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른 한 축이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마찬가지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인터뷰에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데리고 나온 공룡들을 더 큰 세상 속에 풀어놓게 된 거예요. 그것의 결과를 탐험해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기회였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우리가 자연계의 힘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입니다"라고 영화의 주제를 설명한다. 특히 '자연계의 힘'이라는 말은 영화가 공룡들이 일으키는 문제보다 거대한 메뚜기들이 일으키는 문제에 더 집중한 이유를 암시한다. 이제 <쥬라기 월드>는 단순히 공룡, 그리고 공룡과 인간의 공존을 넘어서서 인간과 공룡까지도 포함하는 쥬라기 '월드', 곧 공룡이 사는 '세계' 그 자체로 시선을 돌린다.
정치생태학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변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변화에서는 미국의 정치 철학자인 제인 베넷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진다. 정치생태학자인 그녀는 자연과 물질도 인간처럼 세계의 변화에 반응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라는 주장한다. 그간 인간은 오직 인간만이 의지와 목적을 갖고 주변에 존재하는 환경, 사물, 비인간 생명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넷에 따르면 비인간 행위자에게도 인간처럼 의지와 목적을 가진 채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비인간 행위자는 인간 행위의 방향성도 바꿀 수 있다. 인간은 식물, 동물, 무생물, 자연의 집합체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에 속해 있고, 인간의 모든 행위는 매 순간 사물과 결합해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의 문화가 자연과 뒤얽혀 활기차게 반응한 결과이듯이, 인간의 의도 역시 거대한 비인간 행위자인 자연과 환경을 만나 실현된다.
거대 메뚜기의 등장도 정치생태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이오신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곡물 종자들을 배포하고, 비대한 메뚜기 떼를 개발해 식량 공급망을 혼란시킨 후 식량 산업을 지배하려는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신의 계획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메뚜기들 역시 그 계획에 반응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바이오신의 CEO '도지슨(캠벨 스콧)'은 증거 인멸을 위해 키우고 있던 메뚜기 떼를 모두 소각 처분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질긴 생명력을 지닌 메뚜기들은 연구실을 탈출해 공룡이 거주하는 숲 전체에 불을 퍼뜨리며 도지슨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인간의 모든 행위가 비인간 행위자의 의도와 반응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전편이 다른 생명체의 세계에 인간이 주체로서 어떻게 개입할 지에 주목했다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한 발 더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가 움직이는 방식을 비춘다.
영화는 이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정동(affect)하는 모습을 감정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오웬과 벨로시랩터 '블루'가 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오웬과 블루의 관계는 항상 특별했다. 비록 누구도 쉽사리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웬은 언제나 블루를 조련할 방법은 없으며 그저 그의 선택과 행위를 존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즉, 오웬과 블루는 동등한 주체로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간과 공룡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 기제가 된다. 바이오신이 새끼인 베타를 납치하자 극도로 난폭해진 블루. 그런 블루에게 오웬은 메이지와 함께 베타도 구해오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그의 약속에 예상치 못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 사태가 더해진 결과 바이오신의 악행은 온 세상에 공개되고, 공룡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생기며, 블루와 오웬은 각각 가족을 되찾는다. 메이지와 베타의 관계가 오웬과 블루처럼 진전되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공룡에 국한되지 않는 상상력을 통해 자연계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력도, 비중도 없는 공룡들
문제는 공룡으로 인해 변화한 세계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정작 시리즈의 주역인 공룡의 매력과 비중이 모두 급감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중 공룡들은 전개에 따른 부속품 정도로 묘사된다. 이는 지난 시리즈에서 다양한 공룡들을 지속적인 등장시키고, 그들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부각하며 개성을 어필해왔던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쥬라기 월드>에서 비정상적인 흉포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인도미누스 렉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생물병기로 길러졌던 인도랩터처럼 존재감을 과시하는 공룡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공룡들은 공룡 암시장이 있는 몰타에서, 하늘에서, 얼어붙은 댐 위에서, 그리고 지하 터널 등에서 주인공들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토리 진행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블루만 하더라도 그 중요성이나 비중과는 별개로 시작과 끝에 겨우 모습을 비추는 데 그친다. 시리즈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시'의 대우도 다르지 않다. 첫 등장부터 마지막 액션씬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의 힘에 밀려 시종일관 제대로 싸우지 못하던 렉시의 모습은 시리즈의 상징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렉시가 다른 공룡과 협력하면서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를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다 보니 렉시의 등장에는 반가움과 의문이 공존하기도 한다. 빌런 포지션에 가까운 기가노토사우루스 역시 평범한 육식 공룡에 불과할 뿐, 뇌리에 각인될만한 캐릭터성을 어필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후반부 공룡들의 액션씬에서 카메라가 공룡보다 싸우는 현장을 탈출하려는 인간에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이들의 존재감은 안타깝게도 더욱 줄어든다.
피날레로서도, 독립 작품으로서도 아쉬운 완성도
이에 더해 시리즈의 최종장으로서 <쥬라기 월드> 3부작과 <쥬라기 공원> 3부작을 모두 아우르려는 시도가 크게 성공적이지 못한 나머지 영화의 메시지가 묻히는 듯한 인상도 남는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크게 세 개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오웬과 클레어, 그리고 케일라가 바이오신에게 납치된 메이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엘리 새틀러 박사와 앨런 그랜트 박사의 이야기로, 그들은 거대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와 관련된 진실을 찾아 바이오신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마지막은 도지슨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이안 말콤 박사와 램지 콜의 서사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스토리는 제각기 진행되다가 3막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지고, 다양한 오마주를 통해 시리즈를 하나로 종합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역으로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세 개의 이야기를 묶기 위한 작위적인 전개가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바이오신 건물에서 탈출한 엘리, 앨런, 이안 일행의 차는 숲 한가운데서 전복되는데, 이 사고는 때마침 오웬과 클레어가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일어난다. 또 복제 인간인 메이지를 세 스토리의 교집합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영화의 잠재력을 온전히 살리지 못한 선택처럼 보인다. 전편에서 미처 다 공개되지 않았던 메이지의 과거사는 원본과 복제본의 가치에 관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능케 하는 극적 장치다. 그러나 메이지의 개인사를 철저히 가족애와 모성애를 강조하는 감정적 측면에만 제한한 결과, 그녀의 이야기는 다소 평범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만다. 두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어서 시리즈의 전통도 살리고 향수도 고취하려던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마지막으로 다루고자 하는 바가 많다 보니 147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조연급 캐릭터들의 동기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제법 비중이 있는 조연인 '케일라 와츠(드완다 와이즈)'나 '램지 콜(마무드 아티)'만 해도 배경 설명이 없다. 케일라는 지나가다가 흘끗 본 아이(메이지)를 구하기 위해 직업과 목숨을 걸고 오웬과 클레어를 도울 정도로 정의감이 강한 인물이다. 그런데 영화는 케일라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램지 콜 또한 바이오신 회사에 협력하는 중관 관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내부의 부패를 고발한 반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시리즈의 메인 악역이었던 '헨리 우(B.D. 웡)'도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내에서 그 과정은 제시되지 않는다. 이렇게 주인공들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도구적으로 활용된 결과 영화 전반의 개연성도 부족해진다.
물론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오락영화로서, 또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낸다. 특히 중반부 몰타에서 펼쳐진 공룡과의 속도감 있고 강렬한 추격씬은 마치 <분노의 질주>를 연상케 한다. 수많은 오마주를 통해 <쥬라기 공원> 시리즈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점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일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시리즈의 끝으로서도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야심 차게 준비한 메시지마저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채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사이의 불협화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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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질 결심, 사랑의 시간차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탔던 영화인데요.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죠.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좀더 말랑말랑한 영화에요.
여전히 미장센은 아름답고 화면전환도 무척 좋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도 좋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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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의 천재들만 다니는 ‘크랜스턴 아카데미’ 그곳에 전학 온 괴짜 천재 소년 ‘대니’! 학교 최고의 엄친딸 ‘리즈’와 묘한 라이벌 신경전을 벌이며 아슬아슬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대니’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발명에 도전하던 중 무심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털을 열게 되고, 그곳에 봉인되어 있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학교를 뒤덮는데! 저세상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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