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2-24 17:39:47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의 대가
- <서브스턴스>(2024)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며,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난하고 증오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공격하면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조차 내딛지 못한다. 특히 현대 사회처럼 복잡하고 고립된 환경에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은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진다.
이런 욕망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많은 이들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거나, 명상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으려 한다. 피부 관리를 통해 외모를 가꾸거나, 식단을 조절하며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외모에 대한 불만족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받거나, 심지어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은 표면적으로는 자기애를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는 아름다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박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개인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그 기준에 맞추라고 요구한다. 외모는 개인적인 만족도와 직결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평가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며 외모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태도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평가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바꾸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증오가 더 커지고, 진정한 자기애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첫 번째 감정] 엘리자베스의 상실감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한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스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인기는 사라졌고, 그녀 자신도 나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활동을 이어가지만, 주변의 시선은 과거의 영광과 비교하며 그녀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특히, 프로듀서의 대체 인물을 찾으려는 행동은 엘리자베스의 상실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자신을 되찾을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다.
이런 상실감은 그녀의 자존감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영화 초반, 화장실에서 자신의 몸을 거울로 바라보는 장면은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얼마나 혐오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순간에도 카메라는 그녀의 몸을 아름답게 비추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감당하지 못한다. 외부의 평가에 좌우되던 그녀의 자존감은 이제 그녀 자신조차 부정하게 만든다.
결국,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자신을 다시 만들기 위해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이 약물은 그녀의 몸에서 새로운 자아인 '수'(마가렛 퀄리)를 탄생시킨다. 젊고 매력적인 수는 엘리자베스의 이상을 현실로 만든 듯하지만, 상실감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엘리자베스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수에게 내어주며 점차 파괴의 길로 접어든다.
[두 번째 감정] 수의 자신감
수는 엘리자베스가 잃어버린 젊음과 자신감의 상징이다. 그녀는 엘리자베스의 젊은 시절을 현실로 구현한 듯하며,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다. 프로듀서와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그녀를 무대의 중심에 올려놓는다. 수는 외부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엘리자베스와 수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수가 빛날수록 엘리자베스는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빠져들며, 자존감은 더욱 바닥으로 떨어진다. 영화는 이 둘을 대비시키며 관객들로 하여금 수의 매력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연출은 엘리자베스의 고통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며, 그녀를 파괴의 길로 몰아넣는다.
결국, 수는 엘리자베스의 몸을 완전히 지배하려고 한다. 약물의 설명서에는 "두 캐릭터는 모두 당신이다"라는 경고가 있지만, 수는 이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간다. 그녀의 자신감은 엘리자베스의 존재를 파괴하며, 결과적으로 엘리자베스를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로써 영화는 자아와 외부의 평가 사이에서의 갈등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세 번째 감정] 프로듀서의 징그러움
영화에서 가장 불쾌한 인물은 단연코 프로듀서다. 그는 쇼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을 상징하며, 엘리자베스와 수를 상품으로 취급한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투자자들 앞에서 수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그녀를 하나의 상품처럼 다룬다. 그 장면은 쇼 비즈니스의 추악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관객에게 깊은 혐오감을 안긴다.
프로듀서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인 탐욕을 넘어 시스템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그는 수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하며, 그녀를 철저히 이용한다. 그의 존재는 엘리자베스와 수의 고통을 증폭시키며, 쇼 비즈니스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을 파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후반, 괴물이 등장하며 상황이 급변하지만, 관객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이러한 괴물을 만들어낸 프로듀서와 같은 시스템이다. 영화는 쇼 비즈니스가 가진 추악한 이면을 통해 외모 지상주의와 성공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프로듀서의 역겨움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선 사회적 비판으로 기능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강렬함
영화 <서브스턴스>는 현대 사회가 외모와 성공에 집착하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리는 자신의 외모와 자아를 사랑하지 못하고, 외부의 평가에 의존하며, 그 평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바꾼다. 영화는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결국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배우 데미 무어는 실제로도 외모와 나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싸워온 인물이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듯 진솔한 연기를 펼친다. 수를 연기한 마가렛 퀄리는 젊음과 매력을 극대화하며, 관객들조차 그녀에게 매료되게 만든다.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미스터리와 호러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자신을 사랑하는가?" 이 질문은 우리의 자아와 외부의 평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의 클로즈업과 음향 효과는 자아가 만들어지고 파괴되는 과정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한다.
현대 사회의 자기애와 외모 집착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이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고어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결국 괴물이 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브스턴스>는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로, 강력히 추천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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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가 아쉬운 드라마 <괴이>
지난 4월 29일 Tiving의 오리지널 작품 <괴이>가 6편 전체 공개가 되었다. 이전 프리뷰에서도 언급했 듯이 2022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였던 만큼 개봉 전날 부터 굉장히 설레는 감정으로 기다렸다.
'귀불'이 주는 소재적 참신함은 어디로 사라졌나.
매력적인 배우들, 매력없는 캐릭터.
무게감 없는 지배력이 가지고 온 심각한 개연성의 오류.
? 드라마 <괴이>는 작품성이 너무 아쉽다.. 귀불이라는 이색적이고 특별한 소재가 있음에도 이야기 흐름이 너무 뻔하다. 사실 귀불이 아니고 뭐 인형, 책, 그냥 대놓고 귀신이나 악마가 그 자리를 차지해도 이야기 흐름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귀신 들린 불상(귀불)에 대하여 그렇게 강조한 것 치고는 귀불 자체가 특별하지 않고 여느 오컬트물처럼 한 번 보면 저주를 내린다는 정도이니 소재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다.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쉽지 않다. 배우분들의 연기는 좋았으나(특히 구교환 배우님) 모든 캐릭터가 직선적이고 평면적이다. 감정선이나 행동이 너무 직관적이라 다음 행동이 뻔히 보이고 어떤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들지 않는다. 특히 곽용주(곽동연 배우님) 캐릭터는 전형적인 빌런 캐릭터인데 연기를 떠나서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없다. 그냥 이야기 흐름을 위해 지속적으로 분탕치고 마지막엔 잔인하게 죽는 소비성 캐릭터다.
? 드라마 개연성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가장 개연성의 문제를 주는 부분이 곽용주 캐릭터의 실종된 무게감에서 오는 지배력이다. 예컨대 <부산행>에서 김의성 배우님이 맡은 용석 캐릭터는 높은 사회적 신분을 배경으로 사람들을 정치질하고 배신하며 극한의 이기심을 필두로 빌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런 캐릭터를 두고 매력적인 짜증을 느낀다. 다만 곽용주 캐릭터는 그냥 사람을 팬다. 그렇다고 깡패나 싸움을 잘 하는 설정도 아닌게, 그냥 고등학생 정도의 어린 양아치에 불과하다. 진양군이 법과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진 디스토피아 상황이라 힘에 지배되는 환경도 아니고, 외부와 연락도 잘 되고 뻔히 군인들이 지키는 상황인데 양아치 고등학생 하나에 어른들이 벌벌 기는 모습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것도 말도 안되지만 차차리 총이라도 한 자루 들여 주거나 싸이코패스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 심각한 개연성 오류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까마귀 CG나 다른 요소들도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CG는 기술적 문제의 한계가 있다하더라도.. 무언가 중요한 순간에 CG가 거슬리니 다소 작품에 집중력이 깨진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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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흥미진진한 TMI 대방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로 나서며 6월 극장가를 사로잡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흥미진진한 TMI를 전격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때론 엉뚱하기도 하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 의 뒷 이야기들은 언제나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곤 하는데요. 과연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TMI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인 피셜 공포영화 못 보는 존 크래신스키 감독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일상이 사라진 세상, 소리를 내면 죽는 극한 상황 속 살아남기 위해 집 밖을 나선 가족이 더 큰 위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오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연출로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선사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정작 본인은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는데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 드라마를 생각하며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만들었다는 그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속 배경은 물론, 절체절명의 위기를 따로 또 같이 헤쳐 나가는 ‘애보트’ 가족의 사투와 끈끈하고 빛나는 가족애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에밀리 블런트, 뜻밖의 웃음 참기 챌린지
‘에블린’ 역의 에밀리 블런트는 샤론 최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로 용광로 장면을 꼽았습니다. 집 밖을 나와 새로운 은신처를 찾던 ‘에블린’이 또 다른 생존자 ‘에멧’(킬리언 머피)에게 그곳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며 아기가 숨겨진 상자를 여는 장면으로, 시나리오상에는 겁에 질린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는 드라마틱한 상황이었지만, 에밀리 블런트가 상자를 열었을 때 아기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꿈나라에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옷도 벗겨보고, 얼굴에 젖은 수건을 대보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아기의 평화로운 숙면을 깨트리지 못했는데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에밀리 블런트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또 한 번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킬리언 머피의 전해지지 않은 편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 ‘에멧’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킬리언 머피에 대해 “그와 작업할 수 있다면 그게 언제든, 출연료가 얼마든 상관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킬리언 머피에게 캐스팅 제안을 건넨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캐스팅 제안이 믿기지 않는다”며 제안을 단박에 수락한 킬리언 머피는 전편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며 생애 처음으로 영화 감상을 전하기 위해 감독에게 직접 이메일을 쓸 뻔했다는 애정 어린 소감을 밝혔는데요. 이에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안 쓰길 잘했다. 어필하는 것 같아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을지도 모른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감독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리한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고요 속의 강렬한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찻잔 같은 소품 하나하나에 마이크를 설치해 일상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였고 배우들과 스탭들 모두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며 촬영에 임해야 했는데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촬영 내내 “여러분, 이거 무성영화 아니고 유성영화예요!”라고 외치며 촬영장을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지켜냈다는 후문입니다. 이처럼 프로페셔널한 현장 분위기 덕분에 일상의 작은 소음만으로도 숨 막히는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신선한 시리즈물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로맨틱한 하와이와 <콰플 2>의 상관관계?!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연출 제안을 고사했던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2편 제작을 마음먹게 된 것은 다른 촬영차 아내 에밀리 블런트와 함께 하와이에 있을 때였습니다. 로맨틱한 하와이에서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로 청각 장애를 가진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을 주축으로 한 성장 스토리였는데요. 남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에밀리 블런트는 자신도 출연하겠다며 분량 좀 많이 챙겨 달라고 했고 그렇게 2편의 제작부터 캐스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촬영장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아내로서, 배우로서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을 주었다”(존 크래신스키 감독), “남편과 일한다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작업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았다. 창의적 안목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에밀리 블런트)고 전한 두 사람은 1편에 이어 다시 한번 감독과 배우로 완벽한 케미를 과시했습니다.
알고 보면 더욱 재밌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TMI 스토리 재미있게 보셨나요?
오늘 소개해드린 정보를 통해 이미 영화를 보고 오신 관객분들, 그리고 앞으로 영화를 보러 가실 예비 관객분들 모두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재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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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이란?
시놉시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단원고 250명의 학생들을 포함해서 305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 이후로 기적적으로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 부모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 김태현 무대 감독은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을 창설하고 연극을 통해 관객들이 세월호 침몰 사건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그중에 자체 지원한 희생자 부모들인 수인 엄마,애진 엄마,예진 엄마,영만 엄마,동수 엄마,순범 엄마,윤민 엄마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장기자랑이라는 연극을 통해 승화시키는데...
자식들을 사고로 잃은 슬픔을 유가족들은 차마 말하지 못할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간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이 유쾌한 연극을 통해 트라우마를 이겨내보려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준다. 자식을 잃고도 자신의 일에 전진하며 살아가는 부모도 있고 잊지 못해 유품을 정리하지 못한 가족도 나온다.
장기자랑이라는 연극은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를 타기 전에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신 그 역할을 유가족 부모들이 하고 있는데 그중에 중도 포기하는 유가족 부모들도 있었다. 사실은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그 사건을 다시금 떠올리기 싫어할 테고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원하지 않는 엄마들도 있었기에 그 빈자리를 전문 배우들을 섭외시켜 메꾸었다고 한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은 각 지방으로 돌아가면서 연극을 시작했으며 자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도착하지 못한 제주도까지 가서 간담회도 했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울컥한 마음으로 2021년 단원고에서 연극을 한다. 그전에 단원고에서 추모 팀으로 연극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교장과 교감 선생님의 반대로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유가족 엄마들이 연극을 끝내면서 우는 모습을 보니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난 사고 앞에서 인명 피해가 났을 때 희생자들의 가족이 안게 되는 고통과 상실감은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장기자랑을 통해 알게 된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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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당신께
<헤어질 결심>과 <미쓰 홍당무> 그 사이 어드메를 노니는 영화가 2024년에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재소환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니 그 전에 그런 혼종적인 게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레 존재할 수 있을까?
포스터만 보고는 노인 성폭행 피해를 다룬 <69세>의 임선애 감독이 묵직하고 깔깔한 전작에 비해 산뜻하고 푸근한 사랑 영화를 만들려던 줄로만 알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당도한 것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밀도 높은 감정의 홍수다. 둘러가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아서 선명도가 아주 높은 서사와 대사들, 박찬욱이나 이경미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스토리텔링, 천재적인 리듬감, 두 눈의 연기만으로 일렁이는 마음들에 함께 올라탈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배우들까지. <세기말의 사랑>은 정말이지 감탄밖에 안 나오는 영화다. 그리고 임선애 감독은 단순 '유망주'로만 불리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아깝다. 연차만 낮을 뿐 (한국에서 여성 감독의 권위가 아직 없다는 것은? '그런' 감독의 '이런' 영화에만 유독 젠체하고 가르치려 드는 이들의 저평가를 몇 년이고 버텨야 한다는 의미) 이미 한국 영화계 거장의 반열에 성큼 올라설 수 있는 포텐셜을 다 갖추었기 때문. 윤가은, 이옥섭, 김초희에 이어 이지은과 임선애를 차세대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믿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정말로 간만에 너무 좋은 사랑 영화였다(지금의 여성 관객에게 국내 제작+로맨스 영화가 좋게 다가오기란 거의 바늘구멍 뚫는 일에 가까운데도). 그리고 이때 사랑은 영미와 도영 사이 이상하고 풋풋한 긴장, 유진과 영미의 아웃사이더 연대를 거쳐와서, 기어이 도영과 유진의 눈물로 완성되는 삼각관계 속 연인 간의 애달픈 감정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유전병 발현으로 목 아래 몸이 모두 굳어 혼자 힘만으론 꼼짝할 수도 없는 조유진에겐 친한 푼수떼기 동생 오준과 가출한 조카 미리와의 투닥대는 사랑이 있다. 못나고 외롭고 놀림받기 일쑤인 데다 튀어나온 앞니를 목도리 사이에 푹 파묻고 다녀 '미쓰 홍당무' 양미숙을 연상시키는 회계과장 '세기말 Miss Apocalypse' 김영미에겐... 원래는 아무도 없었다가, 유진과 오준 그리고 도영이 생긴다. 또 영미의 실패한 (줄 알았던) 사랑은 도영만을 향하지 않으며, 부모 잃은 그애가 평생 돌보았던 큰엄마와 그 큰엄마의 짝사랑이던 사촌오빠가 보답해주지 않은 가족 간의 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사랑이 영화 내내 말 그대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며, 그 사랑들은 자주 내 눈과 뇌가 성급히 직조했던 적당한 상식선의 예상을 배반하기도 한다. 미리의 친아빠와 친엄마가 누구인지 너무나 갑작스럽게 툭 던져지던 씬처럼. 유진의 명품 구두가 왜 모두 '짭'이었는지, 누가 유진의 장애 '덕'을 봤는지, '지랄 1급'이라던 유진에게 들러붙어 있었던 처연한 체념의 그림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까지, 역시 예고도 없이 우르르 한 방에 깨닫게 해주던 오준의 미용대회 시퀀스의 폭풍우 같은 흐름처럼.
어쩌면 이런 예측 불가성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 혹은 특정한 '부류'의 돌출성을 불편해하는 이에게 영화의 화려한 곁다리들은 일면 산만하거나 심지어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곁다리' 즉 삼각관계와 무관하면서도 구구절절 늘어지는 각 인물들의 사연은 모두 하나의 다정한 진리로 수렴한다.
타인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이 모르는 싸움을 치러내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이 사랑(들)의 경중을 가리면서 너무 많은 인물의 너무 많은 이야기가 혼란스러우니 어떤 것은 받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복잡한 일이므로. 같은 남자를 사랑한 영미와 유진이 처음엔 너무 다른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도영에게 부인이 있다는 형사의 말에 절망으로 물들던 영미의 표정과, 들들 볶이던 자원봉사자 학생의 “우리 엄마 죽었다 미친년아”에 남몰래 무너지던 유진의 표정을 몇 번이고 돌려보다 보면 그 둘이 얼마나 닮은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미리의 이기적인 가출과 카드 도용을 힐난하더니 실은 저도 유진의 장애 등급을 이용해 몰래 차를 샀다던 오준의 욕심과, "지금 누나한텐 나밖에 없으니까" 곁을 지켜야 한다는 오준의 강인한 책임감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처럼. 각자의 바닥은 다 너무 깜깜하고 처량해서 가끔 거기 떨어진 채로 만난 사람에겐 뭐든 다 말하고 날 내맡기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경계하되 타인을 밀어내지 않을 수 있고, 이해하되 섣불리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발휘할 수 있다.
돌봄노동에 최적화된 영미의 성실한 다정과 경청 그리고 손길이 필요했던 거면서 오로지 돈 때문에 같이 있는 거라고 처음부터 스스로를 속이던 유진이의 위악을 나는 알고,
“끝까지 버텨보는 거 나쁘지 않던데요. 그래서 저는 감옥엘 갔지만. 후회는 안 해요.”라며 이상하리만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않는 영미의 달콤한 자포자기도 나는 알지.
그래서 내겐 유진의 영미를 향한 “화상이 맨드라미 닮았네”가 이 시대 최고의 인류애를 함축한 대사 같았다. “그 화상 만져본 적 있어? 내가 한 번 만져봐도 돼?”라는 유진의 묘한 요청. 물렁한 영미의 수락에 유진이 상처를 보듬으며 "생각보다 부드럽네"라고 말하자 영미는 설핏 웃으며 “하여튼 이상해”로 화답한다. 그 욕조 옆에서, 또 미용대회 대기실에서 넘어진 유진의 휠체어 옆에서, 영미는 몸을 낮추어 유진과 시야의 높이를 맞춘다.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여자가 멸시받던 여자를 똑바로 바라볼 때, 그늘진 유진의 앞에 놓인 건 환히 쏟아지는 빛처럼 다가오는 영미의 옅은 눈동자와 상냥한 미소다.
회사 돈을 빼돌리는 남자가 제게 조금 다정했단 이유만으로 지구가 망하기 전날 밤에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게 된 이상하고 대책 없는 외로운 여자. 그런 여자를 두고 맨드라미의 꽃말이 '치정'인 걸 아느냐고 놀려대던 역시 이상하고 화가 많아진 외로운 여자. 소시지 반찬, 모기 물린 자국 위의 십자가, 그게 뭐라고. 그게 다 뭐라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지도 못하는 내가 나인 게 너무 싫었을 여자들이 서로를 죽어라 질투하면서도 그 '구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줄 유일한 상대를 마음 속으론 악착같이 갈구한다.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게 얼마나 불가사의하고 어려운 일인지, 결국 영미의 '저 사람 나 아니면 어떡하나'가 유진의 짐을 덜고 유진은 도영에게 "그 여자 보니까 처음으로 네가 마음 놓이더라"라고 말한다. "저는 아직 유진 씨가 마음 놓이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도영의 말은 온라인 접견 시간 종료로 뚝 끊기고 말지만, 그 이후로 유진은 완전히 퇴장하고 도영과 영미가 꾸준히 재회해 채무 관계를 핑계로 '다시' 친해지는 에필로그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도영과 영미처럼 유진은 잘 살아갈 것이다 꿋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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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 2023>
<더 스퀘어>에 이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신작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왔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포스터처럼 이런저런 괴소문이 자자한 영화 중 하나인데, 오늘 리뷰에서는 영화는 어떤지부터 시작해서 영화가 담고 있는 것들과, 또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볼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우선 전작인 <더 스퀘어>가 예술가의 위선과 특권의식을 다뤘다면 <슬픔의 삼각형>은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젠더와 계층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의 삼각형은 마치 계급을 나타날 때 삼각형을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는 내내 이것을 전복시키면서 대담하고 강렬한 풍자를 이어갑니다. '온갖 위선과 무지로 뒤덮인 상류층이 계급이 전복된 사회가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독특하고도 과감하게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더불어서 영화는 마르크스 등의 어록을 언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을 직접적으로 이용해서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탁월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매우 심오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재미없지 않습니다. 저도 영화 내내 몇 번이나 웃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로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워서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러닝타임이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2시간 반으로 꽤나 긴 편인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게 됩니다. 시사회에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웃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영화 중반부에 그 유명한 구토 장면이 나옵니다. 이 구토는 상류층의 위선을 가장 강렬하게 풍자하는 요소로 영화적으로 굉장히 중요하지만 비위가 약하신 분들이라면 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저도 반쯤 스크린을 바라보지 못한 것 같은데, 빈속에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 장면만 주의하신다면 영화 전체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보실 수 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훌륭합니다. 우디 해럴슨부터 시작해 해리스 디킨슨, 샬비 딘 모두 훌륭하지만 영화 3장부터 등장하는 돌리 데 레온의 연기가 특히나 인상 깊습니다. 스포일러로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영화가 어떠한 지점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말로는 형용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 장면에서 이어지는 엔딩은 강렬합니다.
영화가 함유하고 있는 주제가 최근 많은 영화들에서 다뤄지고 있기도 하고, 본 영화에서 어떠한 독특한 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리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많이 다뤄진 것뿐이지 여전히 유효한 주제기 때문에 독창적인 변주만 있다면 저는 만족이네요. 감독의 전작인 <더 스퀘어>를 보고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루벤 외스틀룬드 특유의 유머 스타일이 있는데, 그걸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이 영화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작인 <더 스퀘어>보다 좋았네요. 시사회에서 나눠준 굿즈도 전부 마음에 들었고요. ㅎ
+) 샬비 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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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완전한 삶에서 완성되가는 나
노르웨이 출신으로 30여 개의 단편과 각종 CF로 경력을 쌓고 2006년 첫 장편 ‘리프라이즈’를 통해 분할과 점프 컷을 통한 편집, 시공간의 교묘한 불일치 등 독특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드러낸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를 배경으로 한 트릴로지 3부작(리프라이즈, 오슬로 8월 31일), 마지막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리뷰입니다. 현대인들의 일상과 욕망, 성찰을 초현실적이면서도 달콤 씁쓸하게 다뤄 64회, 68회, 74회 칸 영화제 초청받을 만큼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감독으로, 지난해 이 작품의 주연 레나테 레인스베가 노르웨이 배우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고 본인도 94회 아카데미에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죠. 데뷔 이래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인 만큼 감상 전부터 큰 기대를 해볼 수 있었는데, 과연 어떤 내용이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정보
내 삶의 구경꾼인 기분이야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의대생에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심리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또 이어 사진을 찍고 싶다며 아마추어 사진사가 됩니다. 촬영을 하다 젊은 모델과 연애하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파티에서 만난 매혹적인 유명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져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여전히 서점에서 일하는 동안 악셀이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다는 것에 점점 어긋나고 그의 신간 출간 파티를 일찍 떠나며 만난 에이빈드에게 잊었던 감정을 깨닫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Verdens verste menneske, 영제: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감독: 요아킴 트리에│각본: 요아킴 트리에, 에스킬 포그트
출연진: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외 多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코미디│상영 시간: 128분
국가: 노르웨이│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기자·평론가 8.75, 로튼 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86%, IMDB 7.8, 메타 스코어 90점
수상 내역: 74회 칸 여우주연상, 86회 뉴욕 비평가 협회 외국영화상, 57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실버휴고 촬영상 외 多
개봉일: 2022년 8월 25일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평점
난 당신을 사랑해. 근데 사랑하지 않아
요아힘 트리에와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 작가 에스킬 보그트는 이번에 평범하면서 놀라운 일상으로 관객들을 초대해 여행을 떠납니다. 누구나 경험해 봤을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의 주인공에게 까다롭고 괴짜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녀의 달콤하고 매혹적인 연애 성장 이야기인 듯 풀어나가죠. 각각 1개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12개의 챕터로 구성된 형식은 마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을 만들어 가끔은 자신이 써 내려간 에세이 속을 떠다니는 듯한 상상을 펼쳐내 예상치 못한 영상미를 끌어냅니다. 다른 20대들처럼 선택의 연속이 반복되는 삶에서 연약하고 결점투성이인 사람처럼 보이려 하지만 어느새 어디선가 본 듯한, 언젠가 경험했는 듯한, 누구에게 들었던 것 같은 연애와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감독은 창의적인 상상을 통해 율리에를 세상에 가장 나쁜 사람인 양 몰고 가지만, 결국 관객에게 당신의 이야기임을 깨달을 지점을 마주 시켜주죠
사회의 보이지 않은 기준에 의해 한 사람의 젊음이 불가피하게 사라지기 시작할 때 발생하는 불안감이 녹아있는 20대의 끝자락이자, 30대의 힘든 출발을 보여주는 주인공 율리에를 맡은 노르웨이 신예 레나테 레인스베는 가식을 벗어낸 채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으며 자아 발견과 씨름하는 세대의 불안을 온 몸으로 표현해 작품의 생명력을 넣어줍니다. 성인이라는 무게감에 무언가 증명하기 위해 성취해야 하는 목표처럼 자리 잡은 절박함에 이정표를 따라 불타오르다 꺼지는 불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상황이나 사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강인함을 매 순간 무모하리만큼 쾌락과 성숙이라는 미궁 사이에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맞춰가고 있죠. 율리에의 이기적일 만큼 정직한 사랑과 연민의 감정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작고 섬세한 엄청난 감정적인 변조가 느껴지는 레나테의 연기는 캐릭터를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또 다른 스타의 발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개로 분할된 문학 구조 같은 느낌을 주지만 영화는 진로 변화와 낭만 사이에서 스스로 우유부단함을 탄식했던 대학 시절의 몽타주를 율리에를 통해 관습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식으로 달콤하고 온화하게 재미를 줍니다. 여성 내레이터의 목소리로 안내되는 통찰력 있는 시각적 분위기를 통해 관객의 이해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고 해리 닐슨의 경쾌한 음악은 그들의 기발한 서사를 북유럽 하늘의 가장 부드럽고 우아한 모습으로 진정한 자신을 채우는 이상적인 수단이 되어주죠. 그래서 종종 흥미진진한 것을 향해 달려가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성년이 되어가는 율리에는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정형화된 해답을 찾으려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에서 최악의 선택은 무엇인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랑하고 있는지,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그리고 답을 찾았는지 말입니다. :)
한 줄 평 : 최악이 최선으로, 깨달아가는 사랑과 인생의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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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영화 후기 / 1편을 뛰어넘는 액션 스릴러 띵작 / 사람들이 몰입해서 음료수를 못마심 / 1편 보고 보면 훨 잼남~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스릴러, #액션, #공포, #띵작, #큐브, #데스티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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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질> 메인 예고편
배우 황정민 '인질'로 잡혔다!
평소와 똑같던 어느 새벽,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속
살기 위한 극한의 탈주가 시작되는데…
관객들을 사로잡을 리얼리티 액션스릴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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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범죄도시2> 론칭 예고편
청불 액션 영화의 레전드 <범죄도시>의 속편으로 괴물형사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의 더욱 짜릿해진 범죄소탕 작전을 담은 범죄 액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