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0-10 11:40:26
부모가 되면 생기는 또 하나의 마음
- <와일드 로봇>(2024)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미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이야기해왔다. 예를 들어,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버지 물고기 말린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누비며 아들 니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모로서의 사랑과 헌신을 그린다. <라이온 킹>에서는 무파사가 어린 심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심바 역시 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 성장하며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배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이야기는 보편적이며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주제는 새롭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림웍스 스튜디오가 3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영화 <와일드 로봇>은 이 보편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로봇을 배치해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로봇은 감정이 없고, 단지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향한 사랑을 느끼는 마음도, 따뜻함도, 고민도 없는 존재다. 이 로봇이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감정이 생기고 변해가는 과정이 매우 따뜻하게 그려진다. 이 영화는 로봇이라는 존재를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감정] 로봇 로즈의 무감정
로즈(목소리: 루피타 뇽오)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 로봇으로, 처음 등장할 때는 감정이 전혀 없는 기계적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로즈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할 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동물들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주려 하지만, 동물들은 그를 경계하고 거부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끊임없이 거절당하지만, 그에게서는 실망이나 슬픔 같은 감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명령을 따라 행동할 뿐인 로즈의 모습은 기계적으로 느껴지며, 감정이 결여된 그의 행동은 차갑게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로즈는 부모를 잃은 아기 새의 알을 발견하고 그것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그때도 로즈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단지 알을 보호하고 새끼 새를 키우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의 행동에는 사랑이나 애정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며, 로즈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입력된 지시와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행동할 뿐이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부모가 되기 전, 아이에 대한 감정이 없는 상태와도 비슷하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로즈는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로즈의 무감정은 영화 초반부에서 관객들에게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기계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 무감정의 상태는 로즈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관객들은 무감정의 로즈가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를 지켜보게 된다.
[두 번째 감정] 아기 새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
아기 새 브라이트 빌(목소리: 키트 코너)은 로즈에게서 깨어난 뒤, 그를 엄마로 인식하게 된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 새의 입장에서 로즈는 세상의 전부였고, 자연스럽게 그를 따르게 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며 얼굴을 맞대고, 그의 주변을 맴돌며 애정을 표현한다. 이런 아기 새의 행동은 로즈를 당황하게 만들고, 로즈는 왜 브라이트 빌이 자신을 따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로즈에게는 애정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브라이트 빌과 로즈 사이에는 추억이 쌓이기 시작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의지하며 성장하고, 로즈는 그런 브라이트 빌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비로소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에게 따라오는 존재로만 여겼던 브라이트 빌이지만, 이제는 그의 존재가 로즈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어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한 마음은 로즈를 변화시키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로즈에게 새로운 감정을 심어준다.
브라이트 빌과 로즈의 관계는 단순히 로봇과 아기 새의 관계를 넘어선다.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은 로즈에게 감정을 가르쳐주고, 로즈는 그 감정을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배우게 된다. 이는 단순히 로봇과 새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감정] 부모의 사랑
시간이 지나며 로즈는 브라이트 빌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브라이트 빌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점점 더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브라이트 빌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로즈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느끼고, 그가 다칠까 걱정하며 지켜본다. 하지만 브라이트 빌이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로즈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이 순간, 로즈는 자신이 브라이트 빌을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깨닫는다.
영화는 로봇인 로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로즈는 이제 단순히 입력된 명령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브라이트 빌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가 되었다. 로봇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하나의 시스템이 추가된 것처럼 표현하며, 그 감정이 어떻게 로즈의 행동과 사고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로즈에게 생긴 이 새로운 감정은 기억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으며,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결국 이 이야기는 부모의 사랑과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로즈는 로봇으로서 감정이 없는 존재였지만,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사랑을 배우고, 부모로서 성장하게 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성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모든 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와일드 로봇>에서 로즈는 단순히 브라이트 빌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단지 프로그램된 임무로서 브라이트 빌을 돌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로 변해간다. 브라이트 빌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로즈는 자신의 몸을 던져 그를 보호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의 안전을 지킨다. 로봇으로서의 본래 목적을 넘어, 로즈는 이제 브라이트 빌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된 부모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면서까지 브라이트 빌을 보호하려 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편안함과 안정을 포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시간을, 에너지를,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꿈과 욕구까지도 희생하게 된다. 로즈가 보여주는 이러한 희생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결국,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희생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완성하게 된다. 이 영화는 로즈의 희생을 통해 부모가 되면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마음, 즉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랑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특별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영화 <와일드 로봇>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다른 동물들과 함께 아이를 키워낸다. 이는 아이를 키울 때 부모뿐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처럼, 이 영화에서는 숲속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브라이트 빌의 성장과 독립을 위해 힘을 모은다. 그들은 브라이트 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돕는다. 이러한 공동체적 지원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며, 영화는 이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로즈의 변화 과정은 우리가 부모가 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아이를 향한 마음, 조바심, 그리고 그 모든 행동들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감정이 없던 로즈가 브라이트 빌과 함께하면서 점차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꼭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봇과 동물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들 간의 관계를 매우 따뜻하게 그려냈다. 루피타 뇽오와 키트 코너, 페드로 파스칼 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여 캐릭터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30주년 기념작으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관람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성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이 영화는 많은 가족들에게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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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영화보다 영화 같은, 영화만큼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 총 다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
Feels Good Man, 2020
ⓒ 네이버 영화
synopsis
튀어나온 눈알, 기쁜지 슬픈지 모를 표정의 작지만 행복한 개구리 페페.
만화 잡지 속에서 뛰놀던 순수한 페페는 우연히 미국의 익명 커뮤니티인 '4chan'으로 흘러들어가 유저들의 패배감,
소외감을 표현하는 짤이 되어 폭발적으로 사용된다. 급기야 선거철 트럼프 진영의 눈에 띄어 백인 우월주의와 미국
극우파의 마스코트로 이용된 페페! 끝내 혐오 상징물이 되고 마는데..
cine pick!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또 써봤을 밈의 주인공 '페페'. 순수했던 캐릭터는 어느 순간
혐오의 상징물이 되었고, 원작자는 그러한 페페를 구하기 위해 밈 전쟁을 벌인다.
그 전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바로 '밈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이다.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 2020
ⓒ 네이버 영화
synopsis
중독과 가짜 뉴스에 시달리는 현대사회. 실리콘 밸리 전문가들이 용기 내어 경고한다.
자신들의 창조물, 소셜 미디어를 주의하라고.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영화.
cine pick!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봐야 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이다.
칠곡 가시나들
Granny Poetry Club,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때론 컨닝도 하고, 농띠도 피워가며 ‘가갸거겨’ 배웠더니 어느새 온 세상이 놀 거리, 볼 거리로 천지삐까리!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르, 열일곱 가시나가 된 할머니들 이제 매일매일 밥처럼, 한 자 한 자 시를 짓게 되는데…cine pick!
2016년 6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사계절을 할머니들과 함께 하며
할머니들의 유쾌 발랄한 매력을 담아내며, 따스한 웃음을 선사했다.
성덕
Fanatic,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10대 시절을 바쳤지만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오빠!
좋아해서 행복했고 좋아해서 고통받는 실패한 덕후들을 찾아 나선
X성덕의 덕심 덕질기를 담은, 2022년 실패 없을 올해의 최애작!cine pick!
지금 누군가를 덕질하고 있는 덕후, 모종의 이유로 현재 덕질을 그만둔 덕후, 모든 덕후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다. 매 영화제에서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며, 결국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게 되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의 조우
Marina Abramovic: The Artist Is Present, 201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자신의 몸을 도구로 이용하는 대담한 도전을 이어감으로써 예술의 정의를 새롭게 내렸다는 평을 받는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때때로 그녀의 도전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기에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이다.
영화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일생 일대의 특별전을 앞두고 있는 마리나를 따라가며 “왜 행위예술이어야만 하는가”라고 묻는다.
cine pick!
아마 다들 한 번씩은 위 사진에 보이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영상의 주인공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삶과 전시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씨스피라시
Seaspiracy, 2021
ⓒ IMDB
synopsis
그가 사랑하는 바다가 죽어간다. 인간이 그 경이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간 감독.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이었다.
cine pick!
바다, 해양 생테계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영화이다.
어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영화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사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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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스 오브 막시> 여성 영화의 자기 파괴적 발전
<걸스 오브 막시>
여성 영화의 자기 파괴적 발전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 '비비안(해들리 로빈슨)'은 절친인 '클라우디아(로런 차이)'와 등교 첫날부터 학기마다 여학생들을 품평하는 리스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불쾌한 기분을 애써 떨쳐내려고 한다. 그런 그녀 앞에 전학생 '루시(알리시아 파스칼 페냐)'가 나타난다. 자신을 포함해 여자라면 일단 집적대는 미식 축구부 주장 '미첼(패트릭 슈왈제네거)'에게 명확히 거부의사를 표하는 루시. 그런 그녀를 보면서 비비안은 왜 여태까지 쌓이던 분노를 당당히 표현할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생각에 잠기고, 여성 운동을 펼쳤던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교내 여성 운동, '막시 Moxie(용기)'를 시작한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할리우드는 물론 국내 영화계 주류를 강타한 트렌드가 있다. 바로 페미니즘이다. 여성 인권 향상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은 <스타워즈>나 <터미네이터>처럼 오래된 프랜차이즈를 리모델링하고 <원더우먼>과 <캡틴 마블>처럼 영역을 넓혀가며 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언론사의 성 불평등을 고발하는 <밤쉘>, 능동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여성상을 조명한 <작은 아씨들>과 <벌새> 같은 작품들은 평단의 호평 속에 시상식을 휩쓸었다.
그러나 모든 빛에는 필연적으로 그림자가 따르듯이, 영화계의 새로운 방향성은 짙은 어둠을 만들기도 했다.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여성에는 백인이나 중산층만 포함하며 여성이라는 범주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 경제적 차이를 무시하거나, 역으로 남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작품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메시지 전달 방식에 있어서는 페미니즘을 '영화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걸캅스>와 같은 몇몇 영화는 개연성이나 장르의 문법과 같은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페미니즘 철학을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그 결과 여성 영화에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 내지는 강제하는 프로파간다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니퍼 마티유의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걸스 오브 막시>의 초중반부는 이러한 여성 영화의 부정적 전철을 착실히 뒤따라간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여성 운동을 다루는 이 영화는 상당히 작위적이고 직접적인 연출로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교내 모든 여학생들에 대한 품평이 전체 메시지로 뿌려지고, 남학생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전학생 루시는 이유 없이 미첼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이 문제를 알고도 교장은 무조건 사건을 덮으려고 애쓴다. 운동 장학생 선거를 앞두고서는 여성 후보인 '키에라(시드니 박)' 대신 미첼에게만 교내 방송 출연이 허가된다. 이러한 장면들은 개연성과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 이전에 무조건적으로 영화의 메시지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장치다.
이에 더해 페미니즘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도덕적인 선악의 범주로 치환시키며 영화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주입한다. 비비안이 막시 운동에 소극적인 클라우디아를 일방적으로 다그치는 장면이나, 미첼에게 독립적인 서사를 주는 대신 필요한 모든 악역을 떠안기는 연출이 대표적이다.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고, 동의하면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이분법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은 결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왜 백인 중년 남성이 쓴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하느냐는 루시의 질문이 그 사례다. 이 질문은 그녀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하기보다는 소설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젠더의 이분법으로 무리하게 치환한다는 비판을 낳으며 연출 상의 한계를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을 설정, 활용하는 방식 역시 인종 차별을 방패 삼아 페미니즘의 메시지와 전달 방식에 대한 비판을 도덕적으로 봉쇄하는 듯 보인다. 백인 남성 교사는 여성 운동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비비안의 애인이자 동양계 남학생인 세스는 적극적으로 교내 여성 운동인 막시를 지지하며 대조를 이룬다. 운동 특기생 장학금을 두고 경쟁하는 미첼과 키에라의 구도, 가장 먼저 교내 성차별 이슈로 대립하는 루시와 교장의 구도가 모두 흑인과 백인으로 짜인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비비안 외에 막시를 주도하는 캐릭터의 다수는 유색인종으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걸스 오브 막시>는 언뜻 보기에 일부 여성 영화들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답습한다.
그러나 <걸스 오브 막시>는 멋진 반전을 선사하면서 점점 짙어지던 그림자를 단숨에 빛으로 전환시킨다. 절친인 비비안이 익명으로 팸플릿을 만들고 캠페인을 계획하며 막시 활동을 이끌고 있음을 눈치챈 클라우디아는 그녀를 돕기 위해 막시를 교내 단체로 정식 등록한다. 그러나 막시를 좌시할 수 없었던 교장은 클라우디아를 비비안 대신 정학시킨다. 소식을 뒤늦게 듣고 찾아온, 자신이 적극적으로 막시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던 비비안에게 클라우디아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백인이라서 내 입장을 몰라." 뒤이어 미국으로 이민 온 동양인의 입장에서 교육과 대학 진학은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며, 따라서 학교에서 쫓겨날 각오를 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대화를 기점으로 비비안은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잘못되어 있었음을 반성한다. 본인이 옳다고 믿었던 일이 모두를 위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불의에 저항하는 일은 같은 여성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작 익명 뒤에 숨은 자신이 가장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녀는 익명을 벗고 사람들 앞에, 연단 위로 당당히 나서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저항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을 열어준다.
그녀의 변화와 함께 영화의 스탠스도 180도로 달라진다. 앞서 보여줬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상황과 분위기 연출, 여성 운동은 무조건 옳다는 신념에는 제동이 걸린다. 인종과 젠더의 대립 구도도 허물어진다. 그 빈자리는 정체성에 관계없이 자신이 받은 차별에 함께 저항하는 연대의 정신이 자리 잡는다. 일부 여성 영화가 초래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답습하던 초반부 연출과 설정을 역이용한 결과 여성 운동과 미투 운동이 현실에서 보여줬던 영향력은 영화 내에서 성공적으로 재현된다.
사실 <걸스 오브 막시>가 반전을 선사할 것이라는 점은 오프닝에서부터 암시된다. 숲에서 쫓기다가 쓰러져 버린 비비안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려는 찰나에 악몽에서 깨어난다. 이후 영화는 하이틴 영화의 클리셰를 충실히 재현하며 예상치 못한 오프닝을 잠시 잊게 만든다. 방학 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이성을 향한 호감과 관심, 운동부 주장과 치어리더 팀 주장 간의 연애와 같은 가십, 전학생의 등장과 그로 인한 기존 친구들과의 갈등, 주인공들의 인생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교사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모범적인 하이틴 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비안이 여성 운동과 시위를 펼쳤던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Rebel Girl'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막시를 만들기로 결심하는 대목에서 오프닝은 잊혔던 의미를 되찾는다. 꿈이 무의식의 통로라는 고려 하면, 숲에서 헤매는 비비안의 악몽은 모든 여성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하지 않아도 공통된 불안함을 느끼다는 것, 그리고 그 악몽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묻어두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클리셰처럼 평범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이면에 항상 불안함이 숨어 있고, 이를 직시하고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다소 갑작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비비안의 변화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는 홀로 어두운 숲 속에 쓰러져 있던 비비안과 대낮의 밝은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 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비비안의 모습이 멋진 대조를 이루는 이유다.
이처럼 <걸스 오브 막시>는 영화 앞 뒤로 예상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에게 쓰인 여성 영화의 부정적인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난다. 여성 영화들의 잘못된 선례를 바로잡고, 자칫 일방적인 프로파간다로 전락할 위험을 영리하게 피해 가며, 이를 원동력 삼아 영화를 접하는 모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여성과 남성, 백인과 유색인종이라는 이분법 대신 여성 문제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각자 처한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 결과 <걸스 오브 막시>는 여성 영화의 몇몇 부정적인 전철과 이미지를 직접 파괴하면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데 성공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모든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법한 반성, 공감, 연대의 여성 영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DAY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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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래도 살아간다
세상에는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는 외침들이 있다. 거대 자본, 거대 권력들이 소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할 때에 외침들은 그저 묵살되어 버린다. 여기, 다리가 없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카자흐스탄의 한 가장이 있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사는데, 아들이 참 효자다. 아들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결혼 상대를 찾아주고 싶어 친구와 함께 '아버지 신붓감 찾기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이 부자는 신붓감을 찾아 온전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지만 길이 참 험난해 보인다.
1. 간단한 플롯 속 노골적인 듯 하면서 함축적인 복선들
이 영화의 플롯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아버지, 멜리스의 짝을 찾아주고 싶은 아들, 갈라스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이고, 그 과정에서 참 눈치없는 갈라스의 친구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갈라스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한다. 그게 이 영화의 개그 포인트이자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인데, 영화가 어수룩한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이 영화 중간에 이런 개그포인트들이 간혹 등장해 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마을은 주민들이 별일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마을일 것 같지만 고르바초프가 통치하던 소련 말기,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을 관성처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아직 레닌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그런 시골 동네로 그려진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 것 같은데, 멜리스는 다리가 없고, 보건소에 가면 두 팔이 없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 정신을 놓은 듯한 사람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악을 써대기도 한다. 이 정상적이지 못한 마을의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 마을에 모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관리했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마을인 걸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함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노골적으로 보이는 복선들이 있다. '반핵 운동'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고, 마을이 핵 실험지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대립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 마을은 핵 실험의 대상이 된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이 미국과 소련이 핵 개발경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왜 영화 속 사람들이 다 장애를 안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핵 실험을 진행하던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핵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생기고 있거나 병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멜리스가 갈라스에게 소련 시기의 주문처럼 외우게 했던 이념적 말들을 통해 반핵 운동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도 국가가 주입시킨 이념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함축적인 표현을 했다고 하시던데, 오히려 나는 그 복선들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함축적으로 보이려는 형식적인 면모가 있긴 했지만 너무 의도가 잘 보여서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2. 자신이 살아온 삶을 넘어 사고하지 못하는 존재, 그 존재는 곧 인간.
멜리스는 짜증나리만큼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불만을 딱히 표현하지도 않고, 자신의 욕망을 대놓고 드러내지도 못한다. 고르바초프 때면 공산주의 이념주의도 많이 시들해 졌을 시기일 텐데도 아직도 레닌을 잊지 못하고 국가가 만들어놓은 벽을 깨트리지 못한다. 레닌이 만들어 놓은 세상 이외에는 다양성 있는 사회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럴 것이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기에 그저 정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보고 있자니, 아직도 이념 논리로 정치 갈등을 유발하시는 어떤 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치 세상에는 진보, 보수 두 가지의 인간만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을 간혹 가다 보게 된다. 인터넷 상에서도 수없이 보게 되지만 1:1로 대화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그런 의견들을 주창하시는 분들을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개인주의에 찌든 비교적 젊은 인간이 보기에는, 왜 세상을 저렇게 거시적인 논리로만 이해하려고 하실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사셨던 시대들을 곱씹어 본다면, 어쩌면 반공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세대이실 수도 있고, 반공을 지나 민주화라는 단어가 익숙하신 분들에게 거시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MZ세대(이 단어 정말 싫어하지만 워낙 매스미디어에 많이 등장하니 그냥 쓴다.)의 말들은 어쩌면 생각없고 가시돋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눈에는 거대 논리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 되어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생겨난다고 말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유약해 보일까. 전쟁이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독재 정권이 당연시 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는 청년들은 이제 개인의 행복을 논해야 할 시기가 왔기에 그들의 논리를 펴는 것 뿐이지만 보고 느낀 것이 다른 세대들에게 이 주장은 너무 유약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도 이 멜리스, 갈라스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사회에서 가장 유행하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래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한치 앞을 벗어나지 못한다.
3.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는 비정상이 정상일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다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는 그 남자가 가장 정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냥 내가 미쳐버려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미쳤다고, 이 마을은 위험에 빠져 있다고 악을 쓰기라도 해야 안에 있는 울분이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억압된 사회에 대항하다가 정부에 끌려가 고문당해 정신을 놓은 사람은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누구보다 브레인일 지도 모른다.
카자흐스탄 영화라고 해서 낯설었는데, 메시지도 의미가 있고, 생각보다 흡입력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관람했다.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참 내가 가보지 못한 영역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가치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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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이와 이경의 눈부신 성장 로맨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였다”
태생적인 갈색톤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로 놀림을 당해 온 평범한 고등학생 이경이 우연하게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안경이 부러지며 축구선수 수이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미안한 마음에 수이가 매일 같이 이경을 찾아 딸기우유를 건네며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묘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 나간다. 시간은 흘러 고3의 여름, 둘은 서로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수이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축구 선수의 꿈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이경은 평범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로 상경한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며 사랑을 지속하지만 조금씩 어긋나고 뒤틀리는 관계에 이별을 맞이한다.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수록된 동명 소설을 원작을 옮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은 수이와 이경이라는 두 여고생의 뜨거운 여름날에 시작된 반짝이는 청춘의 순간을 전한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된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과 뒤이어 따르는 성장이라는 주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관객들의 정서적 공감을 이끄는 형식으로 강렬하기보단 천천히 젖어드는 작은 떨림이 존재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정보만을 인식한 채 시사회에 간 거라 예상치 않은 퀴어(LGBT) 장르가 한국, 그것도 애니메이션 극장판으로 나왔다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앞서 언급한 잔잔한 여운이 남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인종, 성별과 관계없이 대중들의 공감을 일으킨다는 건 이미 해외의 여러 수작들로 증명된 바이고 특히 첫사랑은 늘 설렘과 두근거림을 상기시켜주지 않는가? 묘한 눈빛과 감정, 소소한 손길이 닿는 베스트셀러 바탕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러한 강점들을 잘 살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를 만큼 인물, 시골과 서울 등을 묘사한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발전된 그림체는 학창 시절부터 20대 초반을 지나치는 시간을 담은 빛바랜 사진첩처럼 추억을 선사하며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더욱 그럴싸하게 꾸며준다. 여기에 메인 테마곡 정우의 ‘그 여름’,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브론즈 with 미노이의 ‘HARU’ 등의 노래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두 사람의 상황과 이어지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섬세한 작화만큼이나 감성적 터치로 관객에게 여운을 남긴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은 그렇게 성장과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두 소녀의 풋풋한 감정을 시작으로 20대의 이별까지 그린다. 시종일관 담담한 기조는 격렬한 감정의 파고보다 한 방울로 시작된 호숫가의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평범했을지도 모르고, 혹자에게는 특별했을지도 모를 추억을 떠올려보라는 듯 말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연출과 누군가의 마음을 훔쳐본 듯한 스토리는 매력적이지만, 슬픔을 억누르고 상대방의 행복을 빌며 애써 웃음 짓는 이별의 순간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60분가량의 짧은 분량에서 후반부 이별을 맞이하는 두 사람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여 비싸진 티켓값에 관객이 선뜻 선택할지 의문이 남는다. 멋지게 표현된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으테니 말이다.
“열여덟 여름에 처음 만났다”
갈색 눈동자를 가진 평범한 학생 '이경' 여름의 햇살을 닮은 고교 축구선수 '수이' 열여덟 살의 여름,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 '이경'과 '수이'는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며 스무 살을 맞이한다. 대학에 진학한 '이경'과 달리 '수이'는 바로 사회에 뛰어들고, 낯선 행복과 사소한 오해 속에서 둘은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게 된다.
예고편│Trailer
원제: The Summer│감독: 한지원│원작: 최은영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
출연진: 윤아영, 송하림 외 多
장르: 애니메이션, 드라마, 멜로/로맨스│상영 시간: 61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2세 관람가
제작: (주)레드독컬처하우스│배급: 판씨네마(주)
평점: 평론가 7.0
개봉일: 2023년 6월 7일
한 줄 평 : 비로소 깨닫는 첫 사랑이 남긴 계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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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 배우 이정재 시상식 불참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2022년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과 영화 개봉작들의 이벤트 소식과 굿즈 일정을 소개드리는 콘텐츠입니다!
2022년을 맞이하는 이번 주 영화계 소식을 다 같이 알아보실까요?
1.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배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불참하기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이정재는 시상식에 불참하는걸로 전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오징어 게임>의 제작 투자사인 넷플릭스가 시상식에 보이콧을 선언한 탓이기 때문인데요.
배우 이정재는 오는 9일에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최종 참석하지 않기로 전해졌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총 3개 부문 (드라마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가 되었는데요.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뿐만 아니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오영수 배우도 시상식에 불참하는걸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는 아마존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와 함께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인종 다양성, 젠더 차별, 비윤리적 관행 등 부패 스캔들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합니다.
2. 1월 5일 <경관의 피> 드디어 개봉!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독주 속에서 한국영화 <경관의 피>가 드디어 1월 5일 개봉했습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30분 기준 실시간 예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같은 날 개봉한 <씽2게더>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경관의 피>는 예매율은 27%로 예매율만 놓고보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9.4%)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않는 광수대 에이스와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경찰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범죄수사극입니다.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배우등이 출연했습니다.
3. 지금은 최우식 배우 전성시대!
최우식 배우는 그야말로 요즘 전성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 연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과 영화 <경관의 피>로 거의 같은 시기 상반된 캐릭터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어느 덧 10년 차 배우로 연기를 해오고 있는 최우식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과정 속에 있는 자신이 요즘 행복과 여유에 대해서도 느끼고 있다고 하네요.
최근 S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디렉터스 어워드를 수상한 최우식 배우.
올해 우리는 <그 해 우리는>과 <경관의 피>를 통해 동시 최우식이라는 배우를 만나볼 수 있고 그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사에 아니 세계 영화사에서 전설로 기억이 될 영화 <기생충>속의 기우는 하나의 발자취로 간직한 채 배우 최우식의 행보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4. 이번 주 (1월 5일~1월 9일) 영화계 이벤트 &굿즈 증정 일정
1월 5일(수)
[CGV] <경관의 피> 필름마크 증정
일시 : 1월 5일(수)~ 소진 시
극장 : CGV
증정 : <경관의 피>필름마크 1종
[CGV] <노웨어 스페셜> 엽서 증정
일시 : 1월 5일(수)~ 11(화)
극장 : CGV 용산아이파크몰
증정 : <노웨어 스페셜>랜티큘러 엽서
[CGV] <램>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5일(수)~ 11(화)
극장 : CGV 일부극장
증정 : <램> 스페셜 포스터
[롯데시네마] <경관의 피> 시그니처아트카드 증정
일시 : 1월 5일 (수) ~ 소진 시
극장 : 롯데시네마
1월 6일(목)
[CGV] <전장의 피아니스트>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11(화)
극장 :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서면, 오리
증정 : <전장의 피아니스트> 메인 포스터[CGV] <드라이브 마이 카>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11(화)
극장 : CGV 일부극장
증정 : <드라이브 마이 카> 오리지널 포스터[롯데시네마] <해탄적일천>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소진 시
극장 : 롯데시네마 일부 극장
증정 : <해탄적일천> 메인 포스터[메가박스] <해탄적일천> 포스터 증정
일시 : 1월 6일 (목) ~ 소진 시
극장 : 메가박스 일부 극장
증정 : <해탄적일천> 메인 포스터[메가박스] <하우스 오브 구찌> 빵원티켓 +
일시 : 1월 6일(목) 14:00
수량 : 0원 관람권 750매 / 2,000원 관람권 1,500매
방법 : 쿠폰 다운로드 및 선착순 할인 적용[메가박스] <특송> 시사회
일시 : 1월 6일(목) 20:00
증정 : <특송> 홀로그램 엽서1월 8일(토)
1월의 첫째 주 영화계 소식과 이벤트(굿즈) 소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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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는 여정, <걸후드>
인생은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우리는 살면서 보고 겪는 모든 존재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장시킨다. <걸후드>는 셀린 시아마 감독이 보여주는 십 대 여성 청소년의 성장기이고, 그 단면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에게 물음을 던진다. 관객은 스스로 돌이키게 된다. 당신은 얼마나 스스로에 대해 알고, 찾았는가?
영화는 생계를 이끄는 모친을 대신하여 동생들을 돌보며 사는 여성 십 대 청소년인 `마리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마리엠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의 극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관객은 이를 간과할 수가 없다. 여성의 삶이라는 타이틀로도 고될 수 있는 주제는 십 대 청소년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며 더욱 주인공을 조인다. 평화로워 보이는 많은 청소년의 삶 중 특별히 흑인인 십 대의 여성 청소년을 그린 이유를 분명하게 인식하며 영화를 관람할 수밖에 없다.
<걸후드>는 마리엠이 성장하면서, 스스로가 그린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며 새 발자국을 남기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기 위해 세밀한 장치들을 마련해두었다. 친구, 가족, 주변인으로 뻗어나가며 겪는 감정 변화와 그에 따른 연기는, 우리가 이 영화를 감상하며 그 인물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에서의 성장은 마냥 고되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성장은 삶의 일부 과정이기에 마리엠은 보통의 나날처럼 웃고, 울고, 화내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마리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또 누군가는 그의 삶에 흔적조차 남길 수 없는 미미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에 따라 마리엠은 한 그룹의 주요 인물이었다가 있는 듯 없는 듯 한 존재가 되기도 하며, 자신을 완전히 다잡은 사람이었다가 맥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마냥 초조하지만은 않다. 삶의 일부이며 관객인 우리 자신이 그랬듯 마리엠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거나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마리엠을 어떻게 살아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도 온몸을 내던져 세상을 경험한다. 자신과도 타인과도 수없이 부딪혀가며 빛을 내며 단단해진다. 영화 속 다이아몬드 장면이 떠오른다. 러닝타임 내내 몸과 행동으로 외쳐오던 마리엠은 끝끝내 그런 인생을 싫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며 자신의 새 방향을 찾아낸다. 그 방향이 어디인지 관객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마리엠이 제자리걸음을 멈춰 나아가리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마리엠은 찾아낼 것이다. <걸후드>는 그렇게 믿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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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12? ?영화 PPL?! 영화 성수기, 비성수기?!?
?씨나병의 영화정보 #12? ⠀ ?열두 번째 주제? ⠀ ? 영화 PPL?! 영화 성수기, 비성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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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 영화리뷰? 구타로 숨진 해병대 군인의 억울한 죽음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어퓨굿멘ㅣ방구석1열
? [결말포함/영화리뷰] "어퓨굿맨"(A Few Good Men, 1992)
"살아있을 때 봐야하는 영화들" : 명품영화 고품격 영화리뷰 시리즈각본: 아론 소킨
감독: 롭 라이너
출연: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케빈 베이컨#결말포함 #영화리뷰 #결말포함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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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네 집에 누군가 있다> 공식 예고편
컨저링》 시리즈와 《기묘한 이야기》의 제작진이 전하는 이야기. 고등학교 졸업반 소녀(시드니 박)와 친구들에게 가면을 쓴 살인마가 접근한다. 이들의 가장 어두운 비밀을 알고 있는 살인마. 그 비밀을 하나씩 폭로하며 목숨을 위협해오기 시작한다. 스테퍼니 퍼킨스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원작. 패트릭 브라이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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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잘리카투> 리뷰 예고편
푸줏간(도축장)에서 도망친 물소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마을 남자들은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고 이웃 마을 남자들까지 몰려들자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평화롭던 마을은 물소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리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 잘리카투(또는 살리카투) JALLIKATTU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전통있는 집단 경기다. 황소를 남자들 무리 속에 풀어놓으면 참가자들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데, 이 과정에서 살벌한 장관이 펼쳐진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의 <잘리카투>는 잘리카투 경기를 묘사하는 영화는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