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25:18
? 울산국제영화제 개막식.
2021년 12월 17일
제 1회 울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작년에 울산국제영화제 프레페스티벌이 열렸지만 본격적으로 첫 영화제를 시작하게 된만큼 약간의 긴장이 돋보였던 제 1회 울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것이 돋보였다.
다른 도시에 있는 영화제에 비해서 늦게 시작해서 지금은 작을지도 모르지만 1회, 2회, 3회를 거듭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울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이고르 드랴차 감독의 하얀요새라는 작품이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으로, 국내에는 울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작품이고 12월 29일 13시에도 상영이 된다.
우리의 문화와 전혀 다르고 또 정반대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서 더욱 흥미진진했던 하얀요새는 청년의 삶이라는 이름만큼은 비슷해서 더 감명깊게 볼 수 있었다.
그 하얀요새는 정말 단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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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파쿠르는 발버둥치면 칠수록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정반대의 삶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나를 만나면서 희망을 꿈꾸게 되고 그 희망 속에서 하얀 요새를 발견한다.
불안정한 삶과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불안정한 사랑까지 끌어안기에는 무리였을지도 모를 그 외벽은 무의미하게 무너지고 마는 것들을 멍하게 쳐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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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2차 예고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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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2]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매트릭스4 #매트릭스4예고편 #매트릭스_리저렉션《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 예고편 리뷰
+ 매트릭스1,매트릭스2,매트릭스3 결말포함
+ 매트릭스 스토리 해설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2]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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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 주체적 삶을 택한 소녀의 성장 영화 걸후드를 관람하고 왔어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걸후드를 시사회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워터릴리스, 톰보이 이후 세 번째 장편 영화로 2014년에 제작된 영화인데요.
한국에서 이제 개봉을 합니다.
시사회 참석 후 간단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고,
자세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브런치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https://brunch.co.kr/@movi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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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30초 예고편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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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로얄로더> 티저 예고편
“드디어 우리 계획이 시작됐어” 가장 낮은 곳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이재욱+이준영+홍수주 [로얄로더] 2월 28일, 오직 디즈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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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같은 계층인 두 사람
- 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
- 아빠의 바이크, 자켓의 의미. 엔딩 해석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And Their Children After Them, 202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성장, 로맨스
러닝타임 : 145분
감독 : 뤼도릭 부케르마, 조란 부케르마
출연 : 폴 키르셰, 앙젤리나 워레스, 질 를르슈, 사이드 엘 알라미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1992년 여름 동부 프랑스. 기어가는 벌레, 날아가는 파리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한 숲속 호수. 그 근처를 맴돌고 있던 15세 소년 앙토니는 지루함을 느낀다. “심심해 죽겠어.” 앙토니의 말 한마디가 정적을 깬다. 앙토니와 사촌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보트를 훔쳐 강너머 누드비치로 향한다. 앙토니는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 스테파니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그의 세상에 편입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 수상 소식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다양한 계층 갈등과 소년의 사랑, 성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아릿한 이야기다.
한여름에 만난 첫사랑과 설렘, 일탈과 만취의 짜릿함, 무모한 걸 알면서도 내뻗어보는 주먹, 바이크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려보는 숲길, 그 아래 흐르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록 음악. 이 영화엔 청춘의 치기와 여름의 낭만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것을 모두 전복시키는 무거운 현실의 불편함도 함께 담겨있다.
앙토니는 특별할 것 없는, 사실 평범하다기엔 조금 모자란 집안에서 자란 소년이다. 제철 공장에서 일했던 아빠는 술독에 빠져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고 집안 경제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엄마는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힘이 없는 두 부모는 바이크와 여행이라는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한껏 휘둘리고 있다.
아직 어린 앙토니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고향을 떠나 텍사스로 가고 싶고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부촌인 드랭블루아에 사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하지만 앙토니는 몇 번의 여름을 지나며 알게 된다.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계층으로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앙토니와 스테파니의 동네가 의미하는 것스테파니는 앙토니와 사촌을 드랭블루아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한다. 그런데 앙토니의 집에서 드랭블루아까지 가려면 꼭 바이크가 필요하다. 앙토니는 파티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아빠 몰래 바이크를 훔쳐 타고 파티에 가기로 결심한다. 바이크를 끌고 나오는 앙토니를 발견한 엄마는 앙토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기곰, 인생이 언제나 재밌는 건 아냐.”
앙토니는 엄마가 대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엄마를 뒤로하고 사촌과 함께 바이크를 타고 파티로 향한다. 모르는 얼굴들 사이를 헤매던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구들 앞에서 보란 듯 약을 한번 들이켜고는 아주 조금 그들의 세상에 녹아든다.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앙토니는 파티에서 스테파니 무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약을 먹고 스테파니를 따라 수영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스테파니 무리가 무시하는 유색인종 아신에게 발을 걸기까지 하며 그들과 친해지려 한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앙토니가 붙여준 담배를 물고는 금방 파티 주최자 시몽과 함께 사라지고 앙토니가 한 발자국 다가가 키스를 시도하자 그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린다. 앙토니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파티가 끝난 후 남은 건 도난당한 바이크의 빈자리뿐이다.
앙토니는 소외된 집안의 아들, 스테파니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다. 두 사람 사이엔 가난한 집안과 잘 사는 집안이라는 계층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어린 앙토니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매번 다른 이유로 실패한다.
앙토니와 스테파니가 들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사람은 앙토니가 살고 있는 가난한 동네와 스테파니가 살고 있는 부유한 동네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앙토니는 가난한 동네엔 나체족 집시들이 캠핑카에 모여 살고 있다고 운을 뗀다. 이때 스테파니는 자신도 어릴 때 할머니와 잠시 그 동네에 살았는데, 그때 스테파니의 아빠가 담장을 쳐서 들판에 있는 나체족을 안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스테파니와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음을, 그 동네에 사는 앙토니와 스테파니 또한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앙토니와 아신은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앙토니는 부잣집 백인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아신에게 발을 걸며 자신은 그와 다른 계층의 사람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앙토니에겐 슬픈 일이지만 사실 앙토니와 아신은 ‘소외된 사람’이라는 같은 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계층은 두 사람의 아빠 세대부터 이어진다. 앙토니와 아신의 아빠는 제철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였고 노동자와 이민자로 상위층보단 하위층에 속한 삶을 살아왔다. 아빠들과 다른 시대를 살아온 앙토니와 아신은 이런 접점이 없어 일찍 친구가 되지 못하고 서로를 오해했을 뿐이지, 결국 두 사람의 삶은 비슷한 길로 흘러간다.
바이크 사건 이후 앙토니와 아신은 오해를 쌓아간다. 앙토니에게 앙심을 품은 아신은 바이크를 불태워 돌려주고 화난 아빠에게서 도망친 앙토니는 다른 바이크를 타고 그를 찾아가 총을 겨눈다. 겁먹은 아신은 오줌을 지리고 앙토니를 반드시 죽일 거라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있는 바닥을 보면 중앙에 그어진 선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두 사람을 충돌시키거나 그들의 다름을 표현하는 경우엔 선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팽팽한 대립이 일어나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앙토니와 아신을 같은 선 위에 나란히 세워놓는다. 앙토니와 아신이 같은 선 위에서, 같은 계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연출은 이후 96년에 앙토니의 아빠 파트리크가 호수로 들어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한 파트리크는 삶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호수로 걸어들어간다. 이때 위에 있는 달빛이 물에 반사되어 마치 파트리크가 그 달빛 위를 걸어가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아신은 그걸 지켜보다가 파트리크가 사라지자 그가 걸었던 달빛 방향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그를 구하려 한다. 물이 깊어지자 뒤돌아 빠져나오긴 했지만 아신 또한 파트리크와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앙토니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앙토니는 짝눈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92년, 사촌은 “네 짝눈 때문에 여자들이 도망친다”라고 앙토니에게 장난 어린 디스를 한다. 앙토니는 그에 딱히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헛소리 말라는 듯 받아칠 뿐이다. 이때 앙토니는 앞머리를 길게 길러 자신의 짝눈을 반쯤 덮어두고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앙토니에겐 외적인 변화가 생긴다. 사춘기를 상징하는 여드름의 흔적이 점점 옅어지고 머리는 점점 짧아진다. 그러면서 앙토니는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다. 그는 마지막 여름이었던 의가사 제대 직후 스테파니에게 차였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짝눈을 제대로 의식하고 만져본다. 정말 짝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앙토니의 짝눈은 그의 외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가난, 그의 계층을 상징하기도 한다. 짝눈을 머리카락으로 덮고 있던 92년의 앙토니는 자신의 가난과 집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테파니에게 끝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도전하고, 아신과 같은 낮은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94년 여름. 16세의 앙토니는 머리를 조금 짧게 자른다. 앙토니는 여전히 스테파니에게 구애를 하긴 하지만 스테파니가 받아주지 않자 이전에 자전거 앞을 막아세웠던 바네사를 찾아가 관계를 가진다. (바네사는 이웃사촌으로 앙토니와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이때의 앙토니는 자신을 쫓아오는 무언가에서 도망치거나 사랑하는 것을 쫓는 모습을 보여준다.
96년 여름. 18세가 된 앙토니는 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는다. 재회한 앙토니와 스테파니는 육체적 관계를 나누지만 구경꾼들에 의해 중단된다. 스테파니는 바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앙토니는 헤드라이트를 따라 멀어지는 스테파니를 지켜보고만 있다.
98년 여름. 앙토니는 오랜만에 사회로 나와 사촌과 그의 아내, 아신, 스테파니를 만난다. 사촌은 부유한 뒤립씨 딸 클레망스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아신도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있었다. 두 친구를 만난 후 앙토니는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드랭블루아에 가던 날처럼 아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스테파니를 찾아간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우리의 사랑은 네 상상일 뿐이라며 단호하게 희망의 불을 꺼버린다. 계층을 넘기 위한 앙토니의 마지막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앙토니는 짝눈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계층, 현실을 확실히 인식한다. 그리고 지금껏 애써 품어온 희망을 포기하겠다는 듯이 훔친 아신의 바이크를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남긴다.
아빠의 바이크, 자켓이 의미하는 것
앙토니는 바이크를 타고 달리며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낀다. 시원한 바람과 그 뒤를 따라오는 새로운 삶을 향한 설렘. 그는 바이크를 타고 스테파니를 향해, 미래를 향해 달린다. 앙토니의 아빠도 언젠간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이크를 타고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끼던 삶.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계층을 바꾸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아들은 아빠의 자켓을 입고 언젠가 아빠가 달렸을 그 숲길을 달린다. 그들(어른들)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세상이 변해 누드 비치는 누드 비치가 아니게 되었고 도시를 이끌었던 제철공장은 문을 닫는 변화가 생겼지만 사람들 간의 계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앙토니가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 파티에 가던 날처럼 계층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살면 좋을 텐데, 엄마의 말처럼 인생이란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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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시하는 카메라를 내려놓기
카메라를 내려놓기 – 영화 <마이제너레이션>(2004)
영화는 병석이 촬영한 영상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담던 병석은 버려진 수첩을 줍는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은 없는 것이다.” 수첩의 주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병석의 목소리로 발화될 때, 그것은 카메라를 든 병석의 욕망이자 선언으로 들린다. 보고자 하는 욕망. 본 것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 그렇게 영화는 시작부터 병석을 ‘보는’ 사람이자 기록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까지, 촬영한 곳까지가 그의 세상이다. 병석에게 카메라는 돈이나 재산 이상인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고, ‘보기’는 세상과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이다. 하지만 자칫 숭고하기까지 한 카메라는 정작 병석의 현실에서 너무도 무기력하다. 병석의 영상은 별다른 맥락 없는 주변 사물의 나열에 그치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화면과 조악하게 사용된 줌에는 아무런 규칙도 없는 듯하다. 그가 카메라를 다루는 방식, 세상을 보는 방식은 다소 투박하고 미숙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병석은 돈이 없다. 통장엔 잔고가 없고 카드엔 빚이 있다. 아버지와는 따로 살고, 어머니는 어떤 정보도 없이 서사에서 완전히 지워져 있다. 친형은 병석의 이름을 훔쳐 빚을 내고 달아났다. 무력한 현실과 무용한 카메라. 회색뿐인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컬러를 담아내는 순간이 병석이 촬영한 화면이라는 이유로 그의 카메라에서 희망을 읽어내는 것은, 어쩌면 오만한 기만일지도 모른다. (흑백영화인 <마이 제너레이션>은 병석이 그의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만을 컬러로 보여준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카메라를 든 병석이 그것을 내려놓기(버리기)까지의 과정이고, 현실에 짙게 깔린 어둠과 무기력함을 들여다 보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진정 흥미로운 건 그 안에, 혹은 그 다음에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온기, 희미한 가능성이다. 카메라를 내려놓은 다음에야 발견되는 또 다른 가능성.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긴 우울을 지나야 한다. 아니다. 긴 터널을 지나서라도 반드시 그 빛을 이야기해야 한다.
한 선배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영상을 찍고 다닌다는 병석을 한가하다고 비웃고 일거리를 제안한다. 차가 쌩쌩 내달리는 도로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일. 병석은 너무 춥다고 선배에게 말하지만, 홀로 운전석에 앉아 딴짓하던 그는 창문을 내리곤 “넌 고생 좀 해봐야” 한다고 욕을 섞어가며 핀잔한다. 병석은 결혼식 비디오 촬영 아르바이트도 하지만, (업체)사장은 뮤직비디오 마냥 “왔다리갔다리 쌩쇼”하는 병석의 카메라를 못마땅해 한다. 그에게 병석의 카메라는 병석이 갚아야 할 ‘카드빚’일 뿐이고, 그는 그 빚을 핑계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을 돕기를 권유한다. 제안과 권유. 혹은 은근한 강요. 선배와 사장은 자신들의 기준에 쓸모없어 보이는 병석의 카메라, 즉 세상-보기 방식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그보다 더 생산적인, 돈으로 환산되는 노동을 요구한다. <마이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이 부르는 ‘세대’에 대한 감각. ‘나의 세대’라는 명명에는 ‘다른 세대’와의 구분이 뒤따른다. 선배와 사장, 친형으로 대표되는 윗세대는 병석(과 그의 방식)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어쩌면 병석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그들은 보다 먼저 자본의 논리에 적응했다는 특권으로 아랫세대에 자신들과 똑같아질 것을 요구한다. 병석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이는 같은 세대라 할 수 있는 그의 애인 재경뿐이다. 하지만… 재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족은 보이지 않고, 힘들게 얻은 직장에서는 하루 만에 해고당한다. 재경은 해고에 불복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대신 자신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냐”고 묻는다. 직장에서 잘리기 전 사장의 “우울해 보인다”는 말이 재경의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재경은 숱하게 당한 해고보다 자신의 얼굴에 그늘진 우울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보기’를 대신하는 재경의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 재경은 배가 먹고 싶다는 병석을 위해 남의 밭에 쪼그려 앉아 배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직접 손을 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기다리면 언젠가 배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믿기 때문에. 남의 배 대신 자신의 배(腹)를 문지르며 빨리 떨어지라 주문을 외워도 보지만 결국 얼마간 기다림 끝에 둘은 발길을 돌린다. 그래, 그게 언제 떨어질지 알고 기다리겠어. 하지만 바보 같던 재경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 뒤로 배가 떨어진다. 배는 떨어지지만 그들은 보지 못한다. 아니다. 그들은 보지 못했지만 배는 떨어졌다. 아무것도 모른 채 걸어가는 재경과 병석의 뒷모습이 마냥 슬퍼 보이지만은 않는다. 먹고 싶던 배는 먹지 못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둘의 단촐한 식사 장면이라는 점은 분명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보기’ 대신 ‘보이진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 직접 눈으로 보진 못해도 믿음과 희망으로 견뎌낼 힘이 여기 있다고, 이 장면은 말하는 것 같다. 또 다시 이어지는 재경의 대사. 재경은 병석에게 착하게 살자고 말한다. 그 뻔하고 단순한, 순진한 구호 또는 다짐이 이 숏들을 통해 우리에게 비(非)응시의 희망을 전언한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반대되는 두 사람의 방식은 단번에 융합되지 않는다. 병석은 재경의 우울한 얼굴을 촬영하고자 한다. 문제는 재경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병석이 말 없는 재경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 때 그 불안하고 미숙한 프레임은 폭력에 가깝게 느껴진다. 재경이 자신의 우울한 얼굴을 마주하는 대신 부정 혹은 유예를 택했다면, 병석은 재경의 우울을 정확히 응시하고 기어코 카메라에 담아내길 욕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재경의 대답. “왜 항상 네 방식으로만 모든걸 봐?” 오프닝 내레이션(“나는 장님이다. 아무것도 없다... 그럼 뭐가 있는 거지?”)이 다시 환기되는 건 이때다. 자신이 본 것까지를 존재함으로 명명하던 병석은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재경 앞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 또 한 번의 기회.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 공교롭게도 오늘은 그가 카메라를 들 수 있는 마지막 날. 재경은 쇼핑몰 다단계까지 당하고, 결국 병석은 둘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카메라를 팔기로 했다. (병석의) 화면 속 재경의 얼굴이 더욱 시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금을 마지막으로 병석이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병석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프레임을 꽉 채우는 재경의 얼굴. 병석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두 번이나) 묻고, 기어코 재경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찍는다. 우리가 정말로 견디기 힘든 건 어쩌면 영화 내내 이어지는 두 청춘의 끝없는 실패와 좌절, 무기력함 보다도 재경을 향한 병석의 집요한 응시와 그로 인한 두 사람의 소통 불가능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라운 건 이 마지막 장면이 끝나는 순간, 처절함이 극에 달하는 그 때 “카메라 끄면 말할게”라는 재경의 대사 뒤로 병석의 카메라가 꺼짐과 함께 영화 또한 끝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병석의 카메라와 <마이 제너레이션>의 카메라가 동시에 꺼지며 열리는 다른 차원. 세상-보기 방식으로의 카메라를 버리기를 내내 요구받았던 병석이 끝내 카메라를 내려놓게 되는 건 자본주의의 힘 때문도, 그것을 이용한 윗세대의 강요 때문도 아니라 재경의 요청 때문이다. 병석은 재경의 요청으로 카메라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새로운 방식을 얻는다. 재경의 우울을 응시할 수 없음을, 그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병석의 깨달음인 동시에 <마이 제너레이션>의 감독 노동석이 깨달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병석은 카메라를 버리고 일어서야 한다. 그러니까 <마이 제너레이션>은 그 순간 끝마쳐야 한다. 이제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재경을, 세상을 마주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덧붙여보고 싶은 이야기. 동생(병석)을 이용해 빚을 진 형(병석의 친형)이 퇴장한 뒤에야 등장하는 또 다른 동생(요한). 형은 어느 날 병석의 집을 찾아 오고, “한 대만 때리자”는 병석의 말에 형은 맞을 준비를 갖춘다. 병석은 “이게 형제냐”고 따져 묻고 한 대 때리기 대신 형을 껴안아버리기를 선택한 뒤, 마찬가지로 자신과 제대로 된 형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동생 요한을 찾아간다. 병석은 어린 동생이 자신을 알아보는지 확인하고 싶다. 동생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듯 싶지만 병석이 실제로 묻는 건 아버지가 잘 계신지가 아니라 그가 동생을 잘 놀아주는지, 다시 말해 동생이 (아마 병석은 받지 못했을) 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잘 지내는지의 여부이다. 형제는 물론 부모와의 관계도 온전하지 않은 병석이 교류 없던 어린 동생을 찾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야”로 시작해 “요한아”로 이동한 짧은 대화. 존댓말이 아닌 형제끼리의 반말(“다음부터는 존댓말 하지마. 형제끼리는 반말하는 거야. 알았지?”)을 요청하는 대화. 그것은 요원하고 불완전한 동생과의 관계를 접합하려는 시도이자, ‘다음 세대’로 기약되는 희망을 붙잡으려는 마음이다. 나는 그 마음이 병석과 재경에 각자의 방식대로 옅게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이 우리에게 짙게 남긴 흔적 또한,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무력한 현실과 차가운 자본의 논리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이 미약한 온기에 기인한다고 믿는다. 영화로 확인할 수 없는, 카메라를 내려놓은 병석과 재경의 대화, 그리고 동생 요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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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수없이 추락하는 사람들, 붙잡지 않는 사람들?
숨 막히는 일상,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지지 않는 현재. 그보다 더 막막한 것이 또 있을까. 끝없는 굴레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늪에서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라우라 카헤이라 감독의 데뷔작 <추락에 대하여>는 이민 노동자의 현실과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위태위태하게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되는 작품으로 '독립적이고 도발적인, 새로운 시선을 드러내는 영화'에 걸맞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정보
라우라 카헤이라
Laura CARREIRA
United Kingdom, Portugal
2024
104min
DCP
Color
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Korean Premiere시놉시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물류창고에서 피커로 일하는 포르투갈 이민자 오로라의 이야기. 광대한 유통 센터와 고립된 자신의 침실 사이 굴레에 갇힌 오로라는 소외감과 외로움으로부터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떤 기회든 잡으려 한다.
영화리뷰
오로라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물류창고에서 피커로 일한다. *피커(picker)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창고에서 상품을 찾아내는 작업자를 뜻한다. 우수사원으로 뽑힐 정도로 성실하지만 늘 빠듯한 생활의 연속이다. 집세, 생활비, 유류비를 다 내고 나면 남은 돈이 없어 잼에 빵을 발라 먹거나 그마저도 없어 과자를 '훔쳐' 먹을 때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 되는 건 휴대폰 화면 속의 수많은 동영상이다.
위태위태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애써보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고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물러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이 순간, 오로라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로라는 수많은 노동자 중 한 명이다. 실제로도 많은 청년들이 생활고로 인해 목숨을 끊는 일이 다수 발생했고 며칠 전, 함께 대화를 나누던 사람의 부고 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 후, 오로라는 고객이 주문한 노끈을 발견하여 상품 바코드를 조작해 노끈 대신 베이킹 책을 발송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을'로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추락을 막아보려 하지만 그녀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조차도 지켜낼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고질적인 사회적인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영화 속의 '오로라'는 끝없이 추락하지만 올라갈 길이 없어 막막한 모습이다. 보는 이 마저도 답답할 만큼 희망도, 해결책도 마련되지 않는다.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 노동자의 어려움과 더불어 현대인의 단절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냈지만, 구체화되지 않는 비극에 조금은 지루해졌다. 어떠한 방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또 어떻게 힘을 합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노동자의 하루, 그리고 무기력함과 고립으로 물들어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다루어내고 있어 인상 깊었다. 돈도 없고, 무기력한 현대인. 그 단어는 참으로 익숙하다. 벼랑 끝에 내몰려 '추락'의 선택에 내몰린 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씁쓸해진다. 벌면 벌수록 마이너스가 되어가는 통장,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구조적인 가난은 우리가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정서적 고립. 소통에서 고립되며 스마트폰 속의 쇼츠 그리고 릴스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반복되는 노동과 벗어날 수 없는 가난, 고립과 무기력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벼랑 끝에 서있다. 그래서 더는 누군가가 추락의 선택에 내몰리지 않도록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아야 하며, 근본적인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영스케줄
2025.05.0110:00
CGV 전주고사 2관
2025.05.02
20:0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025.05.03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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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소재주의와 신파를 넘어 ‘서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퀴어 영화
photo by 민드레
3670
박준호/Korea/2025/124min/DCP/Color/Fiction/15세 이상 관람가/Asian Premiere/‘한국경쟁’ 섹션
시놉시스
친형제 같은 탈북자 친구들이 있지만 게이 정체성을 꽁꽁 숨기고 사느라 외로움을 느끼던 탈북청년 철준, 난생 처음으로 용기를 내 남한 게이 커뮤니티에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술번개에서 만난 동네 친구 영준의 도움으로 빠르게 게이 커뮤니티에 적응하게 되는 철준. 하지만 작은 사소한 오해 하나가 관계망에 균열을 일으키며, 철준이 애정을 쏟아온 공동체를 뒤흔든다.
탈북민 게이 철준은 양쪽 모두에서 외롭다.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지 못하고,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탈북민 정체성이 자극적으로만 소비되기 일쑤다. 탈북민, 게이 커뮤니티 모두 규범적 사회 바깥에서 소수자들끼리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곳이지만, 정작 두 정체성 모두를 가진 철준은 그 어디에서도 오롯이 편안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3670〉은 두 커뮤니티의 거리감 혹은 중첩을 다루는 영화인 동시에, 소수자의 자기 서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두 커뮤니티 사이를 오가는 철준의 발걸음을 통속적 드라마의 문법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 대신 소수자와 서사의 문제를 파고들어 소수자가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한다.
탈북민 철준이 말하길 장려받는 서사가 있다.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는 그는 자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자유’를 갈망해왔는지, 그 자유를 위해 어떤 고비를 넘겼는지, 마침내 남한테 도달했을 때 얼마나 큰 환희를 느꼈는지,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하나님께 얼마나 크게 감사하는지를 말한다. 이 서사를 말하면 철준은 박수를 받고, 돈을 받는다. 철준이 북한에서 다른 남자와 섹스한 이야기, 남한에서 성소수자로서 누리는 ‘자유’에 관해 말했더라도 박수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남한 사회는 특정한 종류의 탈북민 서사만 허용하고 그것만을 온정주의의 대상으로 삼는다. 남한을 불편하게 하는 탈북민의 서사는 이야기될 수 없다.
그러나 자기 서사를 박탈당한 철준은 게이 서사를 통해 빼앗긴 서사의 주권을 되찾는다. 철준은 대학 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것도 써내지 못한다. 철준은 자신이 만들어온 고유한 삶의 서사를 갖고 있지만, 남한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을 벗어나는 자기 이야기를 할 줄은 모른다. 철준의 게이 친구 영준은 ‘비어 있는’ 철준의 서사를 채워주는 존재다.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두 사람 사이의 높은 감정 밀도, 그리고 영준의 직접적인 도움을 통해 철준은 빈칸이던 자기소개서를 채우고 대학에 합격한다. 영화가 탈북민과 게이라는 소재주의적 혐의, 신파 드라마의 혐의를 벗고 관계성에 토대를 둔 소수자의 자기/집단 서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퀴어 영화로 거듭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건, 철준에게 ‘자기 서사’의 가능성을 일깨워준 영준이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영준은 매번 서류 단계에서 탈락한다. 어느 날 철준이 도움을 주겠다며 들여다본 그의 노트북 자기소개서 파일은 텅 비어 있다. 영준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자신이 못생기고 매력이 없다는 깊은 자기혐오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철준이 남한 사회, 게이 커뮤니티에 안착하도록 도움을 준 영준이었으나 그 자신 역시 남한 사회(취업), 게이 커뮤니티(인기 없음)에 제대로 발 디디고 서 있지 못하는 것이다. 이젠 철준이 영준의 서사를 채워 개인의 서사를 두 사람의 서사로, 나아가 집단의 서사로 만들어줄 차례다.
영화는 철준과 영준의 이야기를 완결하여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일단은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지만,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서로의 서사에 관여하며 자기/집단 서사를 써나갈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3670〉은 ‘행복’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서사 만들기의 정치적 가능성과 그곳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감정의 잔상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다.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7’시에 만난/만날 친구들의 얼굴이 가만히 생각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상영 스케줄
2025.05.01.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153)
2025.05.04.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0:00(상영코드: 413)
2025.05.06.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649)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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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전주국제영화제
여러분, 오늘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일입니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 Beyond the Frame'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요.
이번 슬로건을 통해 전통적인 영화 형식과 상영 방식에서 탈피하여 프로그램, 공간, 이벤트를 통해 영화를 중심을 장르 간 통섭을 이뤄온 전주국제영화제의 도전적 정신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전주국제영화제를 개막작부터, 폐막작까지! 샅샅히 톺아볼 예정입니다.
# 개막작 : 토리와 로키타 Tori and Lokita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시놉시스 : 저마다 홀로 아프리카를 떠나 벨기에로 온 어린 소년과 사춘기 소녀는 어려운 이민 생활에 맞닥뜨리지만 아무도 꺾을 수 없는 우정으로 맞선다.
CINEPICK : 올해 개막작은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뤽 다르덴(Luc DARDENNE) 감독의 <토키와 로키타>가 선정되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다르덴 감독이 공식적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년 전에도 다르덴 감독을 초청하려고 했으나 팬데믹으로 결국 성사되지 않았는데, 올해 개막작으로 모시게 되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상영 시간표
2023.04.27 19:3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2023.04.28 19:30 CGV전주고사 4관
2023.04.29 10:00 CGV전주고사 6관
# 폐막작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Where Would You Like to Go?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시놉시스 : 중학교 교사인 도경은 자신의 반 학생인 지용이 물에 빠지자 그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 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게 된다. 세상에 외로이 남겨진 도경의 아내 명지와 지용의 누나 지은은 그들에게 닥친 비극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명지는 슬픈 현실을 피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나고, 옛친구를 만나지만 선뜻 친구에게 남편의 소식을 전하지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도 못한다.
CINEPICK : 영화는 김희정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이자, 김애란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 했습니다. 영화는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 사고 앞에 망자를 잘 애도하는 동시에 산 자를 구하는 길은 무엇일지를 보여주며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그 죽음을 함께 기억해줄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상영 시간표
2023.05.05 19:0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 심사위원
1)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 5인
: 마리아노 지나스 감독, 아시아 수석평로낙 매기 리, 부지영 감독, 에리카 발솜 평론가, 배우 옥자연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2)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3인
: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마이알렌 벨로키 베라사테귀, 평론가 손희정, 도쿄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이치야마 쇼조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3) 한국단편경쟁 부문 심사위원 3인
: 이혁상-제시카 사라 린랜드 감독, 조은지 감독 겸 배우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4) 넷팩(NETPAC)상 심사위원 3인
: 아이균 아슬란리 영화편론가,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바른손랩스 콘텐츠 총괄 이사 최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 ISSUE
1) 국제경쟁 공모 83개국 604편 출품. 역대 최고 기록!
: 전주국제영화제가 국제경쟁 공모에 83개국 604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춤품작 중 극영화가 357편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다큐멘터리 188편, 애니메이션 6편, 실험영화 30편, 기타 23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이중 다큐멘터리는 전년 대비 20편 증가한 점이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팬데믹과 전쟁 등 역사적인 큰 사건이 연이었던 것이 영화인들의 창작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2)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 신설
: 전주국제영화제는 멕시코국립시네테카와의 협약을 체결하고,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을 신설키로 했습니다.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는 매년 한국 장편영화 1편을 선정하여 개봉지원상을 시상하고, 멕시코국립시네테카에서의 상영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3) 한.중.일 3개국의 새로운 영화들을 소개하는 '동아시아 특별전'
: '동아시아 영화특별전'은 매년 각 나라의 문화적 전통을 대표하는 도시를 선정하여 연중 문화예술 협력 및 교류사업을 추진하는 국제행사인 '2023 동아시아문화도시 전주'사업과 연계하여 진행됩니다. '동아시아 특별전'을 통해 독창적이고 기획력 있는 한.중.일 신진 감독 혹은 거장들의 신작을 선보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의 특징적 영상 미학의 최신 경향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4) 종합예술가 백현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올해의 프로그래머
: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며 류현경 배우가, 두 번째는 연상호 감독이 맡아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섹션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하였는데요. 올해 세 번째를 맞는 'J 스페셜 :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을 맡을 영화인은 배우, 연출가, 음악가, 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백현진 배우가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네, 지금까지 전주국제영화제를 샅샅히 톺아보았는데요. 더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https://www.jeonjufest.kr)를 방문해보세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7일(목) 부터 5월 6일(토)까지 진행되며,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씨네랩 뉴스 카테고리 (https://cinelab.co.kr)에서는 데일리 기획기사가 업로드 될 예정이니 놓치지 말고 영화제의 열기를 함께 느껴요!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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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명작] 손석구 입덕자여, 최고난도 공식 데뷔작을 부수어보자
배우 손석구는 최근 JTBC 드라마 <해방일지>와 영화 <범죄도시2>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소위 입덕(덕후에 입문하다)한 팬들도 많아지면서 그의 지난 출연작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2019>, <60일, 지정생존자, 2019>, <슈츠, 2018>, <마더, 2018>, <센스8 시즌2, 2017>을 넘어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2021>, <뺑반, 2019>까지 진도를 얼추 나가면 제아무리 날고 기는 손석구 입덕자라고 하더라도 피해 가고 싶은 그의 공식 데뷔작 <블랙스톤, 2015>을 맞닥뜨리게 된다. 도대체 이 영화가 뭐 어떻길래 손석구 입덕자들에게 최고난도를 자랑하는 것일까.
영화 <블랙스톤, 2015> 포스터
<오염된 인간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영화 <블랙스톤>은 노경태 감독의 오염 3부작 중 세 번째 영화로 이전 작품으로는 <허수아비들의 땅, 2009>과 <마지막 밥상, 2006>이 있는데, <허수아비들의 땅>과 <블랙스톤>은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 형태로 제작되어 개봉까지 이루어졌다.
오염은 보통 불쾌감을 주고, 건강을 해치며, 다른 생명들의 생활을 방해한다. <블랙스톤>에서 오염은 손선의 캐릭터를 통해 시각화된다. 순수한 피가 아니라 무언가가 혼입 되어 오염된 것 같은 혼혈아 손선은 일찍부터 버림받았다. 양부모를 만나 입양되었지만, 아버지는 필리핀 출신이고 어머니는 중국 출신이라서 또 오염되었다. 군대에 가서도 손선은 종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난 새끼를 의미하는 튀기로 지칭되며 오염된 존재로 소외당한다.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같은 상급 관리자는 성폭행으로 한 번, 에이즈 병원균으로 또 한 번 손선을 오염시킨다.
상급 관리자를 살해하고 탈영한 손선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버린 그는 과연 정화될 수 있을까. 닭공장에서 사망한 그의 어머니도 오염되었지만, 사장은 부정과 은폐의 기술로 덮기에 급급하다. 유골함을 찾은 손선은 아버지의 고향인 필리핀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그동안의 지겹고 끔찍한 오염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필리핀의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존재들의 힘으로 손선은 살아난다. 이곳의 가족들은 시커먼 기름때들로 뒤범벅된 돌을 함께 닦는다. 불편한 사운드와 괴상한 돌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화면은 덤으로 제공된다.
오염된 손선이 정화되는 곳
<손선과 닮은 분미>
노경태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을 언급한 적이 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영화 <엉클 분미, 2010>로 태국 최초 제63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여기에서 분미는 극심한 신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고향으로 돌아와 남은 날을 보내고자 한다. 이 세상을 떠난 가족들은 유령의 모습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분미 앞에 나타나고, 시간의 층위는 뒤죽박죽 얽혀버린다. 분미는 자신이 병든 이유가 농장에서 해충을, 전쟁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많이 죽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미도 손선과 같이 어쩌면 오염된 존재이다. 분미는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 <엉클 분미, 2010> 포스터
<손선과 닮은 당나귀>
노경태 감독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보다 먼저 자신의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로베르 브레송 감독을 꼽았다. 봉준호 감독과 돈독한 우정으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배우 틸다 스윈튼은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 1966>에 출연한 당나귀가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말한 적 있다. 발타자르는 처음 태어났을 때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폭력과 유희 또는 착취의 도구로 점차 오염된다. 발타자르를 사랑했던 마리도 여러 가지 인생의 곡절을 겪으며 오염되어간다. 마리가 떠나고 그를 오염시켰던 사람 중 하나인 제라르는 발타자르를 때리며 그에게 짐을 지워 국경으로 향하다 총소리에 놀라 발타자르를 버리고 도망간다. 발타자르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는다. 이 때, 오염된 발타자르를 정화하려는 듯이 양 떼들이 모인다.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 1966> 포스터
오염과 정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이끄려다 보니 문장의 다소 과격한 위치에 몇몇 단어가 놓였음을 양해 바란다. 영화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은 영화들이 탄생한다. 코로나19 이후 첫 천만 영화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되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영화 <범죄도시2>를 부수었다면, <블랙스톤>으로 균형을 맞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 쓴맛의 술이 있어야 단맛 짠맛 매운맛의 안주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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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 2차 예고편 속 '이중 매트릭스' 의 증거?! | 매트릭스 리저렉션 예고편 리뷰 | 매트릭스 결말포함 영화리뷰 | 매트릭스 리뷰 | 매트릭스 요약 | 매트릭스 스토리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2차 예고편 리뷰
+ 매트릭스1,매트릭스2,매트릭스3 결말포함
+ 매트릭스 스토리 해설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2]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매트릭스4 #매트릭스4예고편 #매트릭스_리저렉션《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 예고편 리뷰
+ 매트릭스1,매트릭스2,매트릭스3 결말포함
+ 매트릭스 스토리 해설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2]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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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 주체적 삶을 택한 소녀의 성장 영화 걸후드를 관람하고 왔어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걸후드를 시사회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워터릴리스, 톰보이 이후 세 번째 장편 영화로 2014년에 제작된 영화인데요.
한국에서 이제 개봉을 합니다.
시사회 참석 후 간단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고,
자세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브런치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https://brunch.co.kr/@movi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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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30초 예고편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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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로얄로더> 티저 예고편
“드디어 우리 계획이 시작됐어” 가장 낮은 곳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이재욱+이준영+홍수주 [로얄로더] 2월 28일, 오직 디즈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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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같은 계층인 두 사람
- 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
- 아빠의 바이크, 자켓의 의미. 엔딩 해석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And Their Children After Them, 202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성장, 로맨스
러닝타임 : 145분
감독 : 뤼도릭 부케르마, 조란 부케르마
출연 : 폴 키르셰, 앙젤리나 워레스, 질 를르슈, 사이드 엘 알라미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1992년 여름 동부 프랑스. 기어가는 벌레, 날아가는 파리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한 숲속 호수. 그 근처를 맴돌고 있던 15세 소년 앙토니는 지루함을 느낀다. “심심해 죽겠어.” 앙토니의 말 한마디가 정적을 깬다. 앙토니와 사촌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보트를 훔쳐 강너머 누드비치로 향한다. 앙토니는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 스테파니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그의 세상에 편입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 수상 소식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다양한 계층 갈등과 소년의 사랑, 성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아릿한 이야기다.
한여름에 만난 첫사랑과 설렘, 일탈과 만취의 짜릿함, 무모한 걸 알면서도 내뻗어보는 주먹, 바이크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려보는 숲길, 그 아래 흐르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록 음악. 이 영화엔 청춘의 치기와 여름의 낭만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것을 모두 전복시키는 무거운 현실의 불편함도 함께 담겨있다.
앙토니는 특별할 것 없는, 사실 평범하다기엔 조금 모자란 집안에서 자란 소년이다. 제철 공장에서 일했던 아빠는 술독에 빠져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고 집안 경제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엄마는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힘이 없는 두 부모는 바이크와 여행이라는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한껏 휘둘리고 있다.
아직 어린 앙토니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고향을 떠나 텍사스로 가고 싶고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부촌인 드랭블루아에 사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하지만 앙토니는 몇 번의 여름을 지나며 알게 된다.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계층으로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앙토니와 스테파니의 동네가 의미하는 것스테파니는 앙토니와 사촌을 드랭블루아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한다. 그런데 앙토니의 집에서 드랭블루아까지 가려면 꼭 바이크가 필요하다. 앙토니는 파티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아빠 몰래 바이크를 훔쳐 타고 파티에 가기로 결심한다. 바이크를 끌고 나오는 앙토니를 발견한 엄마는 앙토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기곰, 인생이 언제나 재밌는 건 아냐.”
앙토니는 엄마가 대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엄마를 뒤로하고 사촌과 함께 바이크를 타고 파티로 향한다. 모르는 얼굴들 사이를 헤매던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구들 앞에서 보란 듯 약을 한번 들이켜고는 아주 조금 그들의 세상에 녹아든다.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앙토니는 파티에서 스테파니 무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약을 먹고 스테파니를 따라 수영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스테파니 무리가 무시하는 유색인종 아신에게 발을 걸기까지 하며 그들과 친해지려 한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앙토니가 붙여준 담배를 물고는 금방 파티 주최자 시몽과 함께 사라지고 앙토니가 한 발자국 다가가 키스를 시도하자 그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린다. 앙토니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파티가 끝난 후 남은 건 도난당한 바이크의 빈자리뿐이다.
앙토니는 소외된 집안의 아들, 스테파니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다. 두 사람 사이엔 가난한 집안과 잘 사는 집안이라는 계층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어린 앙토니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매번 다른 이유로 실패한다.
앙토니와 스테파니가 들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사람은 앙토니가 살고 있는 가난한 동네와 스테파니가 살고 있는 부유한 동네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앙토니는 가난한 동네엔 나체족 집시들이 캠핑카에 모여 살고 있다고 운을 뗀다. 이때 스테파니는 자신도 어릴 때 할머니와 잠시 그 동네에 살았는데, 그때 스테파니의 아빠가 담장을 쳐서 들판에 있는 나체족을 안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스테파니와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음을, 그 동네에 사는 앙토니와 스테파니 또한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앙토니와 아신은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앙토니는 부잣집 백인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아신에게 발을 걸며 자신은 그와 다른 계층의 사람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앙토니에겐 슬픈 일이지만 사실 앙토니와 아신은 ‘소외된 사람’이라는 같은 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계층은 두 사람의 아빠 세대부터 이어진다. 앙토니와 아신의 아빠는 제철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였고 노동자와 이민자로 상위층보단 하위층에 속한 삶을 살아왔다. 아빠들과 다른 시대를 살아온 앙토니와 아신은 이런 접점이 없어 일찍 친구가 되지 못하고 서로를 오해했을 뿐이지, 결국 두 사람의 삶은 비슷한 길로 흘러간다.
바이크 사건 이후 앙토니와 아신은 오해를 쌓아간다. 앙토니에게 앙심을 품은 아신은 바이크를 불태워 돌려주고 화난 아빠에게서 도망친 앙토니는 다른 바이크를 타고 그를 찾아가 총을 겨눈다. 겁먹은 아신은 오줌을 지리고 앙토니를 반드시 죽일 거라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있는 바닥을 보면 중앙에 그어진 선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두 사람을 충돌시키거나 그들의 다름을 표현하는 경우엔 선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팽팽한 대립이 일어나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앙토니와 아신을 같은 선 위에 나란히 세워놓는다. 앙토니와 아신이 같은 선 위에서, 같은 계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연출은 이후 96년에 앙토니의 아빠 파트리크가 호수로 들어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한 파트리크는 삶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호수로 걸어들어간다. 이때 위에 있는 달빛이 물에 반사되어 마치 파트리크가 그 달빛 위를 걸어가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아신은 그걸 지켜보다가 파트리크가 사라지자 그가 걸었던 달빛 방향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그를 구하려 한다. 물이 깊어지자 뒤돌아 빠져나오긴 했지만 아신 또한 파트리크와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앙토니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앙토니는 짝눈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92년, 사촌은 “네 짝눈 때문에 여자들이 도망친다”라고 앙토니에게 장난 어린 디스를 한다. 앙토니는 그에 딱히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헛소리 말라는 듯 받아칠 뿐이다. 이때 앙토니는 앞머리를 길게 길러 자신의 짝눈을 반쯤 덮어두고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앙토니에겐 외적인 변화가 생긴다. 사춘기를 상징하는 여드름의 흔적이 점점 옅어지고 머리는 점점 짧아진다. 그러면서 앙토니는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다. 그는 마지막 여름이었던 의가사 제대 직후 스테파니에게 차였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짝눈을 제대로 의식하고 만져본다. 정말 짝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앙토니의 짝눈은 그의 외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가난, 그의 계층을 상징하기도 한다. 짝눈을 머리카락으로 덮고 있던 92년의 앙토니는 자신의 가난과 집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테파니에게 끝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도전하고, 아신과 같은 낮은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94년 여름. 16세의 앙토니는 머리를 조금 짧게 자른다. 앙토니는 여전히 스테파니에게 구애를 하긴 하지만 스테파니가 받아주지 않자 이전에 자전거 앞을 막아세웠던 바네사를 찾아가 관계를 가진다. (바네사는 이웃사촌으로 앙토니와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이때의 앙토니는 자신을 쫓아오는 무언가에서 도망치거나 사랑하는 것을 쫓는 모습을 보여준다.
96년 여름. 18세가 된 앙토니는 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는다. 재회한 앙토니와 스테파니는 육체적 관계를 나누지만 구경꾼들에 의해 중단된다. 스테파니는 바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앙토니는 헤드라이트를 따라 멀어지는 스테파니를 지켜보고만 있다.
98년 여름. 앙토니는 오랜만에 사회로 나와 사촌과 그의 아내, 아신, 스테파니를 만난다. 사촌은 부유한 뒤립씨 딸 클레망스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아신도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있었다. 두 친구를 만난 후 앙토니는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드랭블루아에 가던 날처럼 아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스테파니를 찾아간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우리의 사랑은 네 상상일 뿐이라며 단호하게 희망의 불을 꺼버린다. 계층을 넘기 위한 앙토니의 마지막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앙토니는 짝눈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계층, 현실을 확실히 인식한다. 그리고 지금껏 애써 품어온 희망을 포기하겠다는 듯이 훔친 아신의 바이크를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남긴다.
아빠의 바이크, 자켓이 의미하는 것
앙토니는 바이크를 타고 달리며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낀다. 시원한 바람과 그 뒤를 따라오는 새로운 삶을 향한 설렘. 그는 바이크를 타고 스테파니를 향해, 미래를 향해 달린다. 앙토니의 아빠도 언젠간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이크를 타고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끼던 삶.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계층을 바꾸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아들은 아빠의 자켓을 입고 언젠가 아빠가 달렸을 그 숲길을 달린다. 그들(어른들)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세상이 변해 누드 비치는 누드 비치가 아니게 되었고 도시를 이끌었던 제철공장은 문을 닫는 변화가 생겼지만 사람들 간의 계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앙토니가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 파티에 가던 날처럼 계층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살면 좋을 텐데, 엄마의 말처럼 인생이란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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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시하는 카메라를 내려놓기
카메라를 내려놓기 – 영화 <마이제너레이션>(2004)
영화는 병석이 촬영한 영상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담던 병석은 버려진 수첩을 줍는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은 없는 것이다.” 수첩의 주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병석의 목소리로 발화될 때, 그것은 카메라를 든 병석의 욕망이자 선언으로 들린다. 보고자 하는 욕망. 본 것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 그렇게 영화는 시작부터 병석을 ‘보는’ 사람이자 기록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까지, 촬영한 곳까지가 그의 세상이다. 병석에게 카메라는 돈이나 재산 이상인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고, ‘보기’는 세상과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이다. 하지만 자칫 숭고하기까지 한 카메라는 정작 병석의 현실에서 너무도 무기력하다. 병석의 영상은 별다른 맥락 없는 주변 사물의 나열에 그치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화면과 조악하게 사용된 줌에는 아무런 규칙도 없는 듯하다. 그가 카메라를 다루는 방식, 세상을 보는 방식은 다소 투박하고 미숙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병석은 돈이 없다. 통장엔 잔고가 없고 카드엔 빚이 있다. 아버지와는 따로 살고, 어머니는 어떤 정보도 없이 서사에서 완전히 지워져 있다. 친형은 병석의 이름을 훔쳐 빚을 내고 달아났다. 무력한 현실과 무용한 카메라. 회색뿐인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컬러를 담아내는 순간이 병석이 촬영한 화면이라는 이유로 그의 카메라에서 희망을 읽어내는 것은, 어쩌면 오만한 기만일지도 모른다. (흑백영화인 <마이 제너레이션>은 병석이 그의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만을 컬러로 보여준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카메라를 든 병석이 그것을 내려놓기(버리기)까지의 과정이고, 현실에 짙게 깔린 어둠과 무기력함을 들여다 보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진정 흥미로운 건 그 안에, 혹은 그 다음에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온기, 희미한 가능성이다. 카메라를 내려놓은 다음에야 발견되는 또 다른 가능성.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긴 우울을 지나야 한다. 아니다. 긴 터널을 지나서라도 반드시 그 빛을 이야기해야 한다.
한 선배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영상을 찍고 다닌다는 병석을 한가하다고 비웃고 일거리를 제안한다. 차가 쌩쌩 내달리는 도로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일. 병석은 너무 춥다고 선배에게 말하지만, 홀로 운전석에 앉아 딴짓하던 그는 창문을 내리곤 “넌 고생 좀 해봐야” 한다고 욕을 섞어가며 핀잔한다. 병석은 결혼식 비디오 촬영 아르바이트도 하지만, (업체)사장은 뮤직비디오 마냥 “왔다리갔다리 쌩쇼”하는 병석의 카메라를 못마땅해 한다. 그에게 병석의 카메라는 병석이 갚아야 할 ‘카드빚’일 뿐이고, 그는 그 빚을 핑계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을 돕기를 권유한다. 제안과 권유. 혹은 은근한 강요. 선배와 사장은 자신들의 기준에 쓸모없어 보이는 병석의 카메라, 즉 세상-보기 방식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그보다 더 생산적인, 돈으로 환산되는 노동을 요구한다. <마이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이 부르는 ‘세대’에 대한 감각. ‘나의 세대’라는 명명에는 ‘다른 세대’와의 구분이 뒤따른다. 선배와 사장, 친형으로 대표되는 윗세대는 병석(과 그의 방식)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어쩌면 병석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그들은 보다 먼저 자본의 논리에 적응했다는 특권으로 아랫세대에 자신들과 똑같아질 것을 요구한다. 병석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이는 같은 세대라 할 수 있는 그의 애인 재경뿐이다. 하지만… 재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족은 보이지 않고, 힘들게 얻은 직장에서는 하루 만에 해고당한다. 재경은 해고에 불복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대신 자신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냐”고 묻는다. 직장에서 잘리기 전 사장의 “우울해 보인다”는 말이 재경의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재경은 숱하게 당한 해고보다 자신의 얼굴에 그늘진 우울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보기’를 대신하는 재경의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 재경은 배가 먹고 싶다는 병석을 위해 남의 밭에 쪼그려 앉아 배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직접 손을 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기다리면 언젠가 배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믿기 때문에. 남의 배 대신 자신의 배(腹)를 문지르며 빨리 떨어지라 주문을 외워도 보지만 결국 얼마간 기다림 끝에 둘은 발길을 돌린다. 그래, 그게 언제 떨어질지 알고 기다리겠어. 하지만 바보 같던 재경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 뒤로 배가 떨어진다. 배는 떨어지지만 그들은 보지 못한다. 아니다. 그들은 보지 못했지만 배는 떨어졌다. 아무것도 모른 채 걸어가는 재경과 병석의 뒷모습이 마냥 슬퍼 보이지만은 않는다. 먹고 싶던 배는 먹지 못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둘의 단촐한 식사 장면이라는 점은 분명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보기’ 대신 ‘보이진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 직접 눈으로 보진 못해도 믿음과 희망으로 견뎌낼 힘이 여기 있다고, 이 장면은 말하는 것 같다. 또 다시 이어지는 재경의 대사. 재경은 병석에게 착하게 살자고 말한다. 그 뻔하고 단순한, 순진한 구호 또는 다짐이 이 숏들을 통해 우리에게 비(非)응시의 희망을 전언한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반대되는 두 사람의 방식은 단번에 융합되지 않는다. 병석은 재경의 우울한 얼굴을 촬영하고자 한다. 문제는 재경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병석이 말 없는 재경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 때 그 불안하고 미숙한 프레임은 폭력에 가깝게 느껴진다. 재경이 자신의 우울한 얼굴을 마주하는 대신 부정 혹은 유예를 택했다면, 병석은 재경의 우울을 정확히 응시하고 기어코 카메라에 담아내길 욕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재경의 대답. “왜 항상 네 방식으로만 모든걸 봐?” 오프닝 내레이션(“나는 장님이다. 아무것도 없다... 그럼 뭐가 있는 거지?”)이 다시 환기되는 건 이때다. 자신이 본 것까지를 존재함으로 명명하던 병석은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재경 앞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 또 한 번의 기회.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 공교롭게도 오늘은 그가 카메라를 들 수 있는 마지막 날. 재경은 쇼핑몰 다단계까지 당하고, 결국 병석은 둘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카메라를 팔기로 했다. (병석의) 화면 속 재경의 얼굴이 더욱 시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금을 마지막으로 병석이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병석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프레임을 꽉 채우는 재경의 얼굴. 병석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두 번이나) 묻고, 기어코 재경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찍는다. 우리가 정말로 견디기 힘든 건 어쩌면 영화 내내 이어지는 두 청춘의 끝없는 실패와 좌절, 무기력함 보다도 재경을 향한 병석의 집요한 응시와 그로 인한 두 사람의 소통 불가능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라운 건 이 마지막 장면이 끝나는 순간, 처절함이 극에 달하는 그 때 “카메라 끄면 말할게”라는 재경의 대사 뒤로 병석의 카메라가 꺼짐과 함께 영화 또한 끝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병석의 카메라와 <마이 제너레이션>의 카메라가 동시에 꺼지며 열리는 다른 차원. 세상-보기 방식으로의 카메라를 버리기를 내내 요구받았던 병석이 끝내 카메라를 내려놓게 되는 건 자본주의의 힘 때문도, 그것을 이용한 윗세대의 강요 때문도 아니라 재경의 요청 때문이다. 병석은 재경의 요청으로 카메라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새로운 방식을 얻는다. 재경의 우울을 응시할 수 없음을, 그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병석의 깨달음인 동시에 <마이 제너레이션>의 감독 노동석이 깨달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병석은 카메라를 버리고 일어서야 한다. 그러니까 <마이 제너레이션>은 그 순간 끝마쳐야 한다. 이제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재경을, 세상을 마주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덧붙여보고 싶은 이야기. 동생(병석)을 이용해 빚을 진 형(병석의 친형)이 퇴장한 뒤에야 등장하는 또 다른 동생(요한). 형은 어느 날 병석의 집을 찾아 오고, “한 대만 때리자”는 병석의 말에 형은 맞을 준비를 갖춘다. 병석은 “이게 형제냐”고 따져 묻고 한 대 때리기 대신 형을 껴안아버리기를 선택한 뒤, 마찬가지로 자신과 제대로 된 형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동생 요한을 찾아간다. 병석은 어린 동생이 자신을 알아보는지 확인하고 싶다. 동생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듯 싶지만 병석이 실제로 묻는 건 아버지가 잘 계신지가 아니라 그가 동생을 잘 놀아주는지, 다시 말해 동생이 (아마 병석은 받지 못했을) 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잘 지내는지의 여부이다. 형제는 물론 부모와의 관계도 온전하지 않은 병석이 교류 없던 어린 동생을 찾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야”로 시작해 “요한아”로 이동한 짧은 대화. 존댓말이 아닌 형제끼리의 반말(“다음부터는 존댓말 하지마. 형제끼리는 반말하는 거야. 알았지?”)을 요청하는 대화. 그것은 요원하고 불완전한 동생과의 관계를 접합하려는 시도이자, ‘다음 세대’로 기약되는 희망을 붙잡으려는 마음이다. 나는 그 마음이 병석과 재경에 각자의 방식대로 옅게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이 우리에게 짙게 남긴 흔적 또한,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무력한 현실과 차가운 자본의 논리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이 미약한 온기에 기인한다고 믿는다. 영화로 확인할 수 없는, 카메라를 내려놓은 병석과 재경의 대화, 그리고 동생 요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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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수없이 추락하는 사람들, 붙잡지 않는 사람들?
숨 막히는 일상,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지지 않는 현재. 그보다 더 막막한 것이 또 있을까. 끝없는 굴레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늪에서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라우라 카헤이라 감독의 데뷔작 <추락에 대하여>는 이민 노동자의 현실과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위태위태하게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되는 작품으로 '독립적이고 도발적인, 새로운 시선을 드러내는 영화'에 걸맞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정보
라우라 카헤이라
Laura CARREIRA
United Kingdom, Portugal
2024
104min
DCP
Color
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Korean Premiere시놉시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물류창고에서 피커로 일하는 포르투갈 이민자 오로라의 이야기. 광대한 유통 센터와 고립된 자신의 침실 사이 굴레에 갇힌 오로라는 소외감과 외로움으로부터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떤 기회든 잡으려 한다.
영화리뷰
오로라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물류창고에서 피커로 일한다. *피커(picker)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창고에서 상품을 찾아내는 작업자를 뜻한다. 우수사원으로 뽑힐 정도로 성실하지만 늘 빠듯한 생활의 연속이다. 집세, 생활비, 유류비를 다 내고 나면 남은 돈이 없어 잼에 빵을 발라 먹거나 그마저도 없어 과자를 '훔쳐' 먹을 때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 되는 건 휴대폰 화면 속의 수많은 동영상이다.
위태위태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애써보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고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물러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이 순간, 오로라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로라는 수많은 노동자 중 한 명이다. 실제로도 많은 청년들이 생활고로 인해 목숨을 끊는 일이 다수 발생했고 며칠 전, 함께 대화를 나누던 사람의 부고 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 후, 오로라는 고객이 주문한 노끈을 발견하여 상품 바코드를 조작해 노끈 대신 베이킹 책을 발송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을'로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추락을 막아보려 하지만 그녀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조차도 지켜낼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고질적인 사회적인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영화 속의 '오로라'는 끝없이 추락하지만 올라갈 길이 없어 막막한 모습이다. 보는 이 마저도 답답할 만큼 희망도, 해결책도 마련되지 않는다.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 노동자의 어려움과 더불어 현대인의 단절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냈지만, 구체화되지 않는 비극에 조금은 지루해졌다. 어떠한 방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또 어떻게 힘을 합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노동자의 하루, 그리고 무기력함과 고립으로 물들어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다루어내고 있어 인상 깊었다. 돈도 없고, 무기력한 현대인. 그 단어는 참으로 익숙하다. 벼랑 끝에 내몰려 '추락'의 선택에 내몰린 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씁쓸해진다. 벌면 벌수록 마이너스가 되어가는 통장,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구조적인 가난은 우리가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정서적 고립. 소통에서 고립되며 스마트폰 속의 쇼츠 그리고 릴스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반복되는 노동과 벗어날 수 없는 가난, 고립과 무기력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벼랑 끝에 서있다. 그래서 더는 누군가가 추락의 선택에 내몰리지 않도록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아야 하며, 근본적인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영스케줄
2025.05.0110:00
CGV 전주고사 2관
2025.05.02
20:0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025.05.03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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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소재주의와 신파를 넘어 ‘서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퀴어 영화
photo by 민드레
3670
박준호/Korea/2025/124min/DCP/Color/Fiction/15세 이상 관람가/Asian Premiere/‘한국경쟁’ 섹션
시놉시스
친형제 같은 탈북자 친구들이 있지만 게이 정체성을 꽁꽁 숨기고 사느라 외로움을 느끼던 탈북청년 철준, 난생 처음으로 용기를 내 남한 게이 커뮤니티에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술번개에서 만난 동네 친구 영준의 도움으로 빠르게 게이 커뮤니티에 적응하게 되는 철준. 하지만 작은 사소한 오해 하나가 관계망에 균열을 일으키며, 철준이 애정을 쏟아온 공동체를 뒤흔든다.
탈북민 게이 철준은 양쪽 모두에서 외롭다.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지 못하고,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탈북민 정체성이 자극적으로만 소비되기 일쑤다. 탈북민, 게이 커뮤니티 모두 규범적 사회 바깥에서 소수자들끼리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곳이지만, 정작 두 정체성 모두를 가진 철준은 그 어디에서도 오롯이 편안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3670〉은 두 커뮤니티의 거리감 혹은 중첩을 다루는 영화인 동시에, 소수자의 자기 서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두 커뮤니티 사이를 오가는 철준의 발걸음을 통속적 드라마의 문법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 대신 소수자와 서사의 문제를 파고들어 소수자가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한다.
탈북민 철준이 말하길 장려받는 서사가 있다.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는 그는 자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자유’를 갈망해왔는지, 그 자유를 위해 어떤 고비를 넘겼는지, 마침내 남한테 도달했을 때 얼마나 큰 환희를 느꼈는지,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하나님께 얼마나 크게 감사하는지를 말한다. 이 서사를 말하면 철준은 박수를 받고, 돈을 받는다. 철준이 북한에서 다른 남자와 섹스한 이야기, 남한에서 성소수자로서 누리는 ‘자유’에 관해 말했더라도 박수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남한 사회는 특정한 종류의 탈북민 서사만 허용하고 그것만을 온정주의의 대상으로 삼는다. 남한을 불편하게 하는 탈북민의 서사는 이야기될 수 없다.
그러나 자기 서사를 박탈당한 철준은 게이 서사를 통해 빼앗긴 서사의 주권을 되찾는다. 철준은 대학 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것도 써내지 못한다. 철준은 자신이 만들어온 고유한 삶의 서사를 갖고 있지만, 남한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을 벗어나는 자기 이야기를 할 줄은 모른다. 철준의 게이 친구 영준은 ‘비어 있는’ 철준의 서사를 채워주는 존재다.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두 사람 사이의 높은 감정 밀도, 그리고 영준의 직접적인 도움을 통해 철준은 빈칸이던 자기소개서를 채우고 대학에 합격한다. 영화가 탈북민과 게이라는 소재주의적 혐의, 신파 드라마의 혐의를 벗고 관계성에 토대를 둔 소수자의 자기/집단 서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퀴어 영화로 거듭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건, 철준에게 ‘자기 서사’의 가능성을 일깨워준 영준이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영준은 매번 서류 단계에서 탈락한다. 어느 날 철준이 도움을 주겠다며 들여다본 그의 노트북 자기소개서 파일은 텅 비어 있다. 영준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자신이 못생기고 매력이 없다는 깊은 자기혐오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철준이 남한 사회, 게이 커뮤니티에 안착하도록 도움을 준 영준이었으나 그 자신 역시 남한 사회(취업), 게이 커뮤니티(인기 없음)에 제대로 발 디디고 서 있지 못하는 것이다. 이젠 철준이 영준의 서사를 채워 개인의 서사를 두 사람의 서사로, 나아가 집단의 서사로 만들어줄 차례다.
영화는 철준과 영준의 이야기를 완결하여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일단은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지만,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서로의 서사에 관여하며 자기/집단 서사를 써나갈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3670〉은 ‘행복’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서사 만들기의 정치적 가능성과 그곳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감정의 잔상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다.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7’시에 만난/만날 친구들의 얼굴이 가만히 생각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상영 스케줄
2025.05.01.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153)
2025.05.04.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0:00(상영코드: 413)
2025.05.06.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649)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