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25:18
? 울산국제영화제 개막식.
2021년 12월 17일
제 1회 울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작년에 울산국제영화제 프레페스티벌이 열렸지만 본격적으로 첫 영화제를 시작하게 된만큼 약간의 긴장이 돋보였던 제 1회 울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것이 돋보였다.
다른 도시에 있는 영화제에 비해서 늦게 시작해서 지금은 작을지도 모르지만 1회, 2회, 3회를 거듭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울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이고르 드랴차 감독의 하얀요새라는 작품이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으로, 국내에는 울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작품이고 12월 29일 13시에도 상영이 된다.
우리의 문화와 전혀 다르고 또 정반대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서 더욱 흥미진진했던 하얀요새는 청년의 삶이라는 이름만큼은 비슷해서 더 감명깊게 볼 수 있었다.
그 하얀요새는 정말 단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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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파쿠르는 발버둥치면 칠수록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정반대의 삶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나를 만나면서 희망을 꿈꾸게 되고 그 희망 속에서 하얀 요새를 발견한다.
불안정한 삶과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불안정한 사랑까지 끌어안기에는 무리였을지도 모를 그 외벽은 무의미하게 무너지고 마는 것들을 멍하게 쳐다보게 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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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한 명의 외로운 사람'에게 바치는 따뜻한 편지
돼지의 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본 어느 동네에 살고 있는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미나토(쿠로카와 소야)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대형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모자는 타오르는 불길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근데.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돼지일까, 사람일까?” 아들이 엄마에게 묻는다. 무슨 말이 그래? “누가 그런 말을 해?” 되묻는 사오리. 아들은 학교 담임 선생님인 ‘호리 선생님(나가야마 에이타)’이 그랬다고 답한다. 아들이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의아한 사오리. 이후부터 아들에게 이상한 우연이 겹친다. 아들이 갑자기 머리를 자른다.”왜 머리를 잘라?”라는 질문에 어물쩡 대답하는 미나토. 이뿐만이 아니다. 텀블러에서 흙이 나오거나 귀에 상처가 났던 일도 있다. 불안한 사오리. 미나토가 다니던 학교에 방문한다. 사오리에게 대응하는 학교 교직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영혼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교장과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호리 선생님은 사오리를 화를 돋우기만 했다. “호리 선생님에게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있나요?”라고 묻는 사오리. 분명 아들 미나토의 학교생활에 뭔가 문제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 학교에 있는 그 누구도 사건의 정확한 경과를 알지 못했다.
재미있는 미스터리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미스터리다. 이 영화를 중반부까지 이끄는 힘은 ‘괴물이 누구야?’다. 이 괴물의 근원지를 좇는 각본의 힘이 탁월하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는 여러 사람의 관점을 엇갈리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원래 사람들끼리 갈등이 있었다고 하면(내지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안 좋은 일을 만든 ‘괴물’을 찾는다고 하면) 양 쪽의 입장을 듣는 게 당연지사다. 이 영화는 이 형식의 플롯을 차용한다. ‘괴물 찾기’에 최적화된 이야기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1차원적으로 특정 누군가의 입장에서 원인-결과의 해결방식만 나열한다면 이야기가 지루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인 이상 모든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짓기도 불가능하다. <괴물>은 이를 탈피하는 각본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A의 관점을 쭉 전개하다 새로운 의문점을 만든다. 그걸 B의 관점에서 해결해 준다. 그런데 B의 입장을 보여줄 때 A의 시점에서 보여준 상황을 바탕으로 새로운 궁금증을 만든다. 그걸 C 서사에서 해결한다. 이렇게 물리고 물리는 플롯은 해소되지 않는 물음표를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아, 이렇게 쌓아 올린 미스터리가 엔딩에서 어떻게 치환되는지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엔딩은 여러분이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선생님
영화의 두 번째 장점은 윤리의식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이 수많은 소재들을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이것은 이 영화가 악인을 어떻게 설정했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보통 세상이 만든 괴물을 설명하는데 악인은 필수적이다. '이 인간이 나쁘다'로 영화의 많은 부분을 편의적으로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많은 분들이 ‘이 <괴물>에는 악인이 없다’라고 하실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영화의 핵심 인물들을 영화가 그리는 방식을 보면 양면적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에 악인은 분명히 있다고 보는 쪽이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특별하다. 이 악인들은 인물의 형태(?)로 등장하긴 하지만 특정한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왜 이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는가’를 주인공의 시점에서 설명한다. 이 주인공(들)이 어떤 것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보시길 바란다.
아역 명가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의 연기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을 맡은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는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가진 장점 중 하나를 그대로 승계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전 세계에서 아역의 연기를 가장 잘 이끌어내는 감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톡톡히 수행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나토가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 또 극후반부에 어떤 인물과 독대하는 장면이 있다. 이 두 장면에서 느껴지는 진한 울림은 많은 분들의 관객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글쓴이가 요리의 명장면으로 뽑은 것은 어떤 일을 겪고 씩씩하게 일어서는 장면이다. 이 사소한 장면 하나가 요리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장치인데, 미묘한 표정 차이를 이끌어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였다.
어른 캐릭터 중 미나토의 어머니 사오리 역을 맡은 안도 사쿠라도 아주 뛰어났다. 글쓴이는 그녀가 등장한 모든 장면이 다 기억에 남는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는 미나토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신이다. 여기서 미나토를 격려하는 장면은 아들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한 번에 다 축약한 듯한 애처로움이 있다. 그리고 이 인물은 서슬 퍼런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교장 선생님 역을 맡은 타나카 유코와 대면하는 모든 순간이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영화의 질문을 다채롭게 만드는 좋은 연기였다. 또 호리 선생님을 맡은 나가야마 에이타는 감정적으로 진폭이 가장 큰 인물이다. 왜 감정적으로 진폭이 클까? 역시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다. 어쩔 땐 웃으면서 분노를 삭이고 있고, 다른 때는 굉장히 불쾌해하지만 표정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이 양면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의 역량이 극에 이입하게 만든다.
사카모토 류이치
이 영화의 음악은 아름답다는 점에서 작품과 잘 어울린다. 이 영화가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마냥 스트레스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 와중에도 아름다움과 추함을 오고 가는 교묘한 연출방식을 감독이 구사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영화가 인물들의 밝고 어두운 내면을 모두 상징한다는 점에서 극에 윤활유가 되는 요소다. 특히 예고편에도 삽입된 ‘Monster 2’라는 트랙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엔딩에 삽입되는 음악은 이 영화의 아름다움에 방점을 찍는 곡이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처연한 아름다움을 이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단 한 명의 외로운 사람에게
글쓴이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봤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건 쉬울 수도 있다. 영화가 시점을 확 넘기는 것도, 인물들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도 관객 입장에서 바라보면 판단이 용이하다. 하지만 이 판단이 쉽다는 것에 근거해서 답해보자. 우리 역시 이 영화의 인물들과 별 차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글쓴이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 모두 다 이렇게 모난 부분이 하나쯤은 있고, 그래서 세상이 함부로 들 대한다. 근데 또 우리는 모났기 때문에 세상을 함부로 대한다. <괴물>은 이 아이러니에 다룬 영화다. 왜 내가 세상을 함부로 대하는지. 그 대하는 이유가 내가 괴물이기 때문은 아닌지. 그런 우리가 정말 괴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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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주 최신개봉영화
2022년 3월 1주 개봉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The Batman , 2022
수학에서 발견하는 인생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 입니다.
‘수알못’ 관객들도 영화가 주는 감동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일상 곳곳의 수학을 친숙하게 표현해냈으며,
경제부 기자 출신 각본가부터 물리학 교수까지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250 대 1 경쟁률 뚫고 발탁된 김동휘와 독보적 스크린 장악력 선보인 박병은과
박해준, 빛나는 신예 조윤서까지 환상적인 배우들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도 빠질수 없는 관점포인트 입니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수학의 즐거움을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첫번째 추천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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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The Batman , 2022
새로운 배트맨의 탄생
영화 '더 배트맨'은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이자
고담 최고 부를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알프 DC 확장 유니버스와는 연결되지 않는 독자적인 스토리로 다시 탄생을 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새 배트맨 영화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청춘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맡고,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를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 배우 마이클 키턴, 2000년대 크리스천 베일,
2010년대 벤 애플렉에 이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의 주인공이 된거죠
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배트맨으로 새롭게 돌아온
두번째 추천영화 "더 배트맨"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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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트 Blacklight , 2020
액션장인 리암 니슨의 신작
영화 "블랙 라이트"는 언더커버 요원들을 관리하는 FBI 비공식 스페셜 요원 트래비스가 조직의 추악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는 끝장 액션 영화입니다.
"블랙 라이트"는 ‘타임 투게더’, ‘어니스트 씨프’ 등의 작품을 연출한 마크 윌리엄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액션 히어로로 회춘한 리암 니슨이 ‘어니스트 씨프’에 이어 마크 윌리엄스 감독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게 됐죠.
역시나 액션장인 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맨몸 액션과 쉴 틈 없는 총격전은 물론,
도로 위 거침없는 추격전까지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러닝 타임 내내 펼쳐질 예정입니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의 베테랑 제작진과 힘을 합쳐
카체이싱부터 맨몸 액션까지 다양한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블랙 라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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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Sophie′s world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영화 "소피의 세계"는 일상처럼 여행을 보낸 ‘소피’,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 ‘수영’과 ‘종구’, 2년 전 그들이 함께한 나흘의 기록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여행자 ‘소피’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한 호스트 ‘수영’이 2년 전의 기록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과거를 바라보며 기록과 기억이 뒤엉키고 풀어지는 스토리 입니다.
"소피의 세계"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정서로 주목받은 영화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바라봤을 때 발견되는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소피의 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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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레이더스 Night Raiders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전쟁으로 도시가 모두 폐허가 된 2043년,
국가는 얼마 남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공적인 자산 취급하며 애국을 세뇌시키는 군대식 공공학교 ‘아카데미’로 차출해가고,
인간병기로 만들어 다시는 부모와 만날 수 없게 하죠
숲에 은신하며 딸 ‘와시즈’를 지키던 엄마 ‘니스카’는 덫에 걸려 다리를 크게 다친 딸에게 약 하나 제대로 구해줄 수 없게 되자
온전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이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이별을 택합니다
전쟁 이후, 개인이 낳은 아이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전쟁 이후의 독특한 설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나이트 레이더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과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대기록을 달성 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뜨거운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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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그들이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그루(탕준상)'는 모든 유품에는 생전의 삶이 깃들어 있으며, 따라서 작은 흔적도 세심히 챙겨야 한다는 아버지 '정우(지진희)'의 교훈을 실천에 옮기며 아버지와 함께 유품 정리 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그루 앞에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삼촌 '상구(이제훈)'가 법적 후견인으로 등장한다. 정식 후견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상구는 본래 직업을 숨긴 채 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겠다고 나서고, 이에 그루는 새롭게 만난 삼촌 상구, 평생을 함께한 절친 '나무(홍승희)와 함께 고인의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다.
의학 혹은 법정 드라마의 서사에는 두 개의 축이 존재한다. 주인공의 개인적인 서사와 환자 혹은 의뢰인(혹은 범인)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주인공들은 새로운 환자를 치료하거나 의뢰인 혹은 범인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을 깨닫거나 인생을 관통하는 교훈을 배우면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의 완성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새롭게 등장하고 또 퇴장하는 외부인의 이야기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비록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 두 장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엄연히 같은 본질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그루와 상구가 죽은 이들이 미처 전하지 마지막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만큼, 주인공들의 이야기 못지않게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고인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공장에서 사고사 당한 대학생을 비추며 시작되는 드라마는 뒤이어 노모와 절연한 아들, 스토킹 피해 여성, 퇴직한 노부부, 동성애자 커플, 미국 입양아 등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죽음을 보여준다.
특히 각각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서 공론화가 된 후로도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이슈를 담고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흡입력이 강하고, 가슴 아프다. 당장 비정규직의 산업재해는 본래 의도에서 적잖이 후퇴한 채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안을, 스토킹범에게 살해당한 유치원 교사는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가해자 처벌에 비해 피해자 보호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스토킹 처벌법을 둘러싼 논쟁을 연상시킨다. 이에 더해 십수 년 전에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소재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필요로 하는 국외 입양아 문제, 동성애 커플의 이별에 담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급변하는 가운데 당장 눈 앞에 닥친 노인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이때 작중 단편적이고 분리되어 있는 듯한 일련의 죽음들을 잘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는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한 기준선을 충족시키지 못한 실패자 내지는 사회가 규정한 경계에서 제외된 소외자의 삶을 공유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난 몇십 년간 한국 사회의 거시적 목표이자 과업이었고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두 축인 산업화와 민주화 신화에 속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드라마는 녹여낸다.
드라마의 시작을 맡은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 늙은 어머니를 외면한 아들의 회한, 청춘을 바친 직장에서 퇴직한 후 아파트 경비원이 되어 갑질의 피해를 온몸으로 떠안은 할아버지의 말년은 산업화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람을 공장 기계와 같은 도구로 여기고, 인륜보다도 눈에 보이는 현금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동등한 사람을 서열과 계급으로 나뉘어 차별하는 잘못된 인식, 가치관, 관행을 꼬집는다. 한편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성취했으나, 생활양식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정립되지 못한 한국 사회의 한계를 비판한다. 동성애부터 입양아, 스토킹 피해에 이르기까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라는 이유로, 또 약하다는 이유로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수없이 차별과 피해를 경험한 가운데 과연 실질적으로 다양한 삶과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생활로서의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의 배경은 두 주인공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상구가 형과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며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다. 그는 이윤만을 바라보는, 사람을 비롯해 책정할 수 없는 가치마저도 돈과 숫자로 치환시켜온 사회와 가정이 낳은 또 한 명의 피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그루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면서도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당당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동시에 입양아이면서도 아버지의 큰 사랑 속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상구와 남부럽지 않은 가족을 이루어 나간다. 이렇게 드라마는 그루의 삶을 통해 목적지향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삶을 요구하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제시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무브 투 헤븐>이 말하는 메시지는 사회적 기준선에 속하지 못해 소외된 주인공 그루와 상구의 직업이 유품 정리사이기에 더욱 풍성해진다. 작중 그루와 상구가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의 작업은 오염된 장소를 청결하게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달리 말해 오염과 청결을 가르는 기준선을 해체하고 다시 긋는 것이 본질이다. 또한 그들은 삶과 죽음의 마지막 기준선을 지키는 이들이자, 고인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내고 전달하면서 삶과 죽음의 기준선을 일시적으로 넘을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특정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오염과 청결의 범주가 단지 위생의 측면이 아니라 도덕과 사회 질서, 체계의 근원을 이루었다는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메리 더글라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특정 영역의 경계나 기준을 상징하는 존재들, 특히 특정 존재의 오염 혹은 청결 여부는 문화적 분류와 사회 질서의 가장 기초가 된다고 파악했다. 경계 밖에 위치한 것으로 상정되는 존재들을 더럽고 오염된 것으로 간주하는 과정을 통해서 기준선 안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사회 질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통합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무언가 더럽고 불결하다고 인식되는 것을 정리 정돈하거나 청소하면서 청결과 더러움의 기준선의 위치를 재조정하는 것이 넓게는 사회 질서의 범주와 영역, 경계까지도 바꾸는 함의를 포함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사망한 이들의 공간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루와 상구의 작업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분위기, 인식, 제도의 변화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들은 혈흔과 체액, 벌레와 쓰레기들로 더럽혀진 장소를 깨끗하게 만듦과 동시에 일원화된 기준선을 맞추지 못해 사회로부터 배척받고 낙오된 개개인들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투영하면서 보듬어 안는다. 그렇게 상구와 그루는 주변 주민들로부터 더럽고 불결한 일을 한다고 손가락질받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의뢰받은 공간을 청결의 영역으로 다시 옮겨 놓는 것에 정성껏 최선을 다한다.
사실 <무브 투 헤븐>의 구성이 의학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와 유사하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아주 새롭고 기발하면서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못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브 투 헤븐>이 넷플릭스에서 공개 직후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은, 지나치기 아까울 만큼 뭉클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유품정리사만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착잡한 사연들을 차분히 제시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진정성을 모자이크를 채워 나가듯이 전달하며 우리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룬 단단한 이야기의 힘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유언을 남긴 이와 유언을 들으려는 이의 진심이 한데 모여 그려낸 희망의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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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원스 - 실현되어야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 존 카니
출연: 글렌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개봉: 2007. 09. 20 / 2017. 11. 01 재개봉
줄거리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인 '그'는 매일 저녁에 자작곡을 거리에서 부른다.
낮에 사람들은 아는 노래만 들을려고 하기 때문에, 밤에만 나와 부르는 ‘그'
어느 날,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의 음악성을 본 그녀.
그녀 역시, 음악을 좋아하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피아노 가게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그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음악성을 확인한다.
그런 그들은 서로 작업을 도와주며, 가까워진다.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그와 그녀.
서로 풍족하지 못하고, 늘 서툴던 서로.
닮은 부분이라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뿐인 그들.
그 둘의 부족함은 음악이 채워주고 둘의 이야기가 적힌 영화 속 스크린이 채워져간다.
Miluju tebe
감독&배우
이름 : 존 카니
필모그래피 :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등
특징 :
매번 음악 영화를 만들며, 원스에선 투박함과 어색함, 거친 영상을 다루어 만들었지만, 그런 어색함이 주는 감성을 잘 살리고,
비긴 어게인에선 몰락한 프로듀서, 바람난 톱 가수, 버림받은 연인의 이야기를 잘 다루었지만 원스의 색채는 잃어버린 듯 했으며,
싱 스트리트 에선, 청춘들의 음악이야기를 잘 다루었다.
매번 음악의 사운드트랙은 CD로 구매하여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을 정도이다.
이름 : 글랜 핸사드
역할 : 그
필모그래피 : 원스, 원스 어게인,커미트먼트 등
특징 :
긴박한 느낌을 잘 주는 노래 'falling slowly'를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여유로운 감성을 주며 적당히 긴박한 느낌도 잘 주면서 불렀습니다.
실제 아일랜드의 인디밴드 'The Frames'의 보컬로 활동합니다.
노래에서는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며, 여유로운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름 : 마르게타 이글로바
역할 : 그녀
필모그래피 : 원스, 원스 어게인
총 평
★★★★☆ 9.5/10.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으며, &표시가 있는 부분은 스포일러 주의 표시입니다.)
-짧은 평가-
'비긴 어게인'이 프로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안에 생기는 갈등과 음악을 담았다면,
'원스'는 음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존 카니' 감독의 초창기 작품으로 구조만 보면 정말 단순하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갈등요소도 없으며, 사족이 하나도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아무 소스도 없는 샐러드 같다는 느낌이 처음에는 강합니다.
하지만, 음악이 등장하면, 위에 발사믹 소스가 뿌려진 듯 합니다.
역경, 갈등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강가에서 멀어저 가는 나뭇잎과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우리(관람객들)들이 그 나뭇잎처럼
잔잔히 흘러가며, 영화 원스라는 강의 한 가운대로 천천히 나도 모른체 가는 듯 합니다.
-더 현실적이라 여운이 남는 결말-
영화의 마지막을 달리다 보면, '그'와 '그녀'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그는 헤어진 전 애인을 잊지 못하였고, 그녀는 사실 이혼하여 아이가 딸린 엄마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자신을 사랑하냐 묻고,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체코말로 대답합니다. '너를 사랑해'라고 하지만,
그는 무슨 뜻인지 모른체..
그는 아침식사를 제안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가까워지는 것은 둘 다에게 미련만 남고 돌아오지 못할 관계임을 직감하고,
그에게 내일 남편이 온다며 떠나고, 그는 그런 그녀에게 런던으로 작업을 하러 떠나기 전 피아노를 선물로 남겨주고 떠나며,
둘 다 자신의 바램과 서로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하였지만, 어느 한 편으론 둘다 실패했습니다.
분명 해피엔딩이지만,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과
항상 승승장구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으면 잃는다는 일득일실의 느낌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다른 음악영화와의 차이점입니다.
그저 행복한 결말이 아닌 행복하지만, 현실적이며, 어딘가 쑤씨게 만드는 듯한 이 연출은 정말 일품이였습니다.
-10년 가까이 들어도 편안한 사운드트랙-
아마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게,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에 가족끼리 유럽 일주를 하며 유로스타 기차안에서 보았는데,
그 때는 다른 거는 잘 몰라도 음악은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부터 계속 이 음악은 제 DAP와 아이폰,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의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빠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글랜 핸사드의 부드러우면서 귀에 딱딱 박히는 듯한 보이스와
영화 특유의 감성과 여유로우면서 긴박한 느낌을 정말 잘 주는 듯한 노래입니다.
그 외로도 전체적으로 사운드트랙이 준수합니다.
-다소 특이한 연출-
이 영화는 꽤나 특이합니다.
주연인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캐릭터의 이름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영화들을 돌려보며, 이름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이름은 누군가, 나 혹은 다른 이들의 정체성과 존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 유바바가 치히로의 이름을 빼았습니다.
하쿠는 이름을 잊으면 되돌아올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음악에 포커스를 더 두며, 둘의 애정은 음악을 더 돋보이게 만듭니다.
이름은 정체성과 존재라고 했는데, 둘이 서로 이름을 말하며 애정을 나누고 한다면,
이 영화에서 둘의 관계는 밋밋하다 느껴졌지만, 그 느낌이 없어지고 연인같다는 느낌을 줄거 같습니다.
저는 '연인같다는 느낌 = 존재감'을 없애기 위해 이름을 안 주었을 수도 있겠다. 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은유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많습니다.
남녀간의 사랑과 음악을 표현한 영화인데, 둘은 실질적으로 애정을 나누거나 한 과정이 없습니다.
그저 말 몇마디와 음악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둘의 관계를 대충 유추하는 듯한 느낌의 연출도 정말 일품이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뭔가 그냥 영상이 특이합니다
마치, 대학 동아리나 독립 영화나 다큐팀에서 찍은 듯 해서 현장감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소니의 6mm 캠코더로 촬영하여, 길거리 공연을 하며 사람들이 이에 호응하는 것이
작위적인 것이 아닌 진짜 호응하는 것이 담겨 더 좋았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방식-
우연히 그녀가 저녁에 지나가다 그가 자작곡을 부르는 걸 들었고,
우연히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그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그렇게 둘은 서로 상부상조 하며 음악을 하며 사이가 가까워집니다.
그 후, 그녀와 작업을 하며 돈 문제와 프로듀싱 관련에서 서로 갈등이 없이 그냥 빠르게 해결됩니다.
다른 음악영화를 보면,
'비긴 어게인'에선 데이브가 그레타와 연인 관계지만, 음반회사의 직원과 바람을 피고, 둘은 헤어지게 되며, 그레타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댄은 원래는 그래미 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고 유능한 프로듀서이지만, 영화에선 퇴물로 묘사되며 회사지분도 넘기고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되게 되며, 그러다 그레타의 음악성을 보고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영화에선 갈등요소가 있는데, 이 영화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유심있게 볼 부분은, 두 남녀는 음악을 제외하곤 서로 접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국적도 아일랜드와 체코로 서로 다르며,
직업과 둘의 사회적 위치도 굳이 트러블이 생길 위치가 아닙니다.
그의 직업은 청소기 수리공이며, 그녀는 그저 직업이 묘사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는 아일랜드 토박이이며, 그녀는 체코 이민자입니다.
서로는 접점이 없으며, 접점이 없다 = 닿는 부분이 없다 = 마찰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도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닮은 부분도 비슷한 요소도 없는 둘이 친해지며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
음악 하나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그게 더 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다시 볼 때마다 느끼는 매번 다른 감정-
이상하게 이 영화를 매년 다시보면,
다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 이 영화를 보면, 그저 심심하기 짝이 없었고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봤을 땐, 음악이 좋았다고 생각했고
중학생 시절엔 그저 사랑의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1~2학년 시절엔 보다 더 현실연인이 헤어지는 듯 했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뚜렷한 목표에 다다를수록 무언가 잃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와 그녀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는 뮤지션이 되러 런던에 가듯,
그녀는 가족이 다시 재결합 되듯,
여운이 계속 남게 되는 몇 안되는 음악영화 였습니다.
난 당신을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당신을 원해요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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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이 배경이라고 하기엔 휴머니즘인
가끔 90년대 영화를 돌려볼 때가 있다. 특히 헐리웃 영화들.
그 중 하나의 영화를 짧게 리뷰해보고자 한다. '쇼생크 탈출'이다.
이 영화는 못 해도 열 번은 봤을 거다. 직접 찾아서 보기도 하고, 텔레비전 영화 채널에서 찾아서 보기도 하고, 하다보니 열 번을 채운 것 같다. 이 영화는 탈옥이 주제이지만 사실 그렇게 탈출이라는 흥미진진함을 강조하진 않는다. 사실 휴머니즘을 더 강조한 영화라고나 할까. 범죄자 미화라고 비판할만한 지점도 분명히 있긴 하다. 그런데 주인공이 애초에 누명을 썼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고, 범죄자도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인생에 대한 회한과 후회를 할 수 있는, 교화가능한 인간이라는 지점에 입각해보면 비단 이해가 안갈 내용도 아니라서 그렇게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려한다.
물론, 앤디가 탈옥을 성공해 자유를 만끽하는 신도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신은 레드가 처음에는 가석방을 받기 위해 심사관들에게 자신은 교화되었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하다가 막판에 심사관들을 아예 까면서 가석방 같은거 안줘도 되니까 나 좀 괴롭히지 말라고 비웃는 신이다. 그렇게 해달라고 할 땐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다가 레드가 자신을 자책하는 듯, 심사관들을 비웃는 듯한 말투로 냉철하게 말하자 오히려 그에게 자유가 주어진다. 심사관들은 강력한 어필일수록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을 자책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해버리는 수순에 들어가야 진정으로 교화가 되었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한 사람이 교화되기란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하다.
레드가 교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주인공 앤디의 역할이 컸던 듯하다. 그와 교류하며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었지만 다른 이를 위해 돕는 그를 보며 레드는 선함을 직접 마주한 것이 앤디가 생애 처음이었을까 싶었다.
레드의 인생은 가난했기 떄문에 그는 물건을 훔쳤고 그로 인해 감옥을 갔지만 그는 나이가 육십을 넘도록 자신이 불쌍하고 억울했던 것 같다. '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변명이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죄를 짓지 않고도 잘 버티며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는 앤디가 신기하면서도 존경스러웠던 것 같다. 사회가 규정한 규율을 어겼지만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율 안에서만 살아와 그 이상을 꿈꿀 수 없던 레드에게 그 누구보다 사회에 협조적인 것 같지만 차분히 기회를 보며 자신이 처한 부당함을 타파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앤디의 모습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같기도 하다. 범죄를 저지른 자와 저지르지 않아 당당함의 차이가 다르다고 하기엔 둘은 정말 정반대의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교화라는 명목 아래 자기를 부려먹었던 교도관들보다 앤디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에게 귀감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왠지 레드에게 앤디는 살아있는 예수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죄많은 자신을 옳은 길로 안내하는 희생자 같은 포지션 말이다.
평생을 감옥에서만 살아온 수감자들에게 자유란 혼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감옥만 벗어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감옥 밖의 세상은 규율이 없는 혼돈임을 브룩스의 죽음으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사회는 범죄자들을 교화하겠답시고 모아놓고 규율로 그들을 통제해왔지만 미국처럼 수감 생활이 긴 나라에서의 범죄자가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그들은 자율성이 상실되어 버린다. 그래서 사회로 나오면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외로이 살아가며 차라리 감옥이 나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범죄자에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한 때 범죄자였지만 이젠 그냥 한 명의 노인이 되어버릴 정도로 감옥에서 오래 있었던 그냥 한 사람의 인간으로만 바라본다면 그냥 측은하지 않나. 그 정도의 자비는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나홀로 집에' 같은 영화다. 그 만큼 많이 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봐도봐도 내용을 아는데도 질리지가 않는다. 좋은 영화는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잊고 있다가 다시 봐도 재밌는 그런 영화. 그런 의미에서 헐리웃의 영화는 80~90년대가 정말 황금기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그 영화들이 개봉했던 것을 기억할 만한 세대가 아니지만 뒤늦게 보게 된 내가 봐도 요즘 시대에 클리셰라고 하는 서사들은 모두 이때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이 '쇼생크탈출'은 수많은 감옥 탈출 서사가 많이 나왔지만 이런 서사는 아직도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영화이니 한 번쯤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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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정에게 뺏겨버린 암살의 무게
이 글은 영화 [하얼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어려웠을 것이다.
항일투사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제일 잘 알려져 있다고 해도 무방할 안중근이라 해도. 그에 대해 말하기 위해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을 할애한다는 것은.
액션이나 긴박감을 보여주기엔 그의 행위는 짧고 간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미 [봉오동 전투]와 [암살]에서 더 많은 장면들을 보았다. 시대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려니 그는 애초부터 심성이 곧은 전형적 인물이었기에 [밀정]에서의 송강호 같은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나 고통을 보여주기엔 그가 선사한 역사 속의 클라이맥스는 너무도 강렬했고, [동주]나 [항거]를 통해 무채색으로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러니 남은 것은 항일 투사로서 반드시 느꼈을 인간적인 고뇌와 거사를 앞둔 사람이 맞이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동지들을 실시간으로 잃는 와중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안함. 그런 일에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 놓아야 하는 비장함까지.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는 시종일관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장대한 스케일의 자연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위약한 존재로 보여준다. 그는 불안하게 얼어있는 강 위를 지나고 메마른 사막을 말 한 마리에 의존해 건너며 그 안에서 겨우 숨이 붙은 채 목표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목숨을 태워나간다.
문제는 이런 초반부가 마치 영화 [이터널스]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에서 통했던 방식이자 자기가 잘하는 것인 풍경 속에 위치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히어로 영화인 이터널스에서도 같은 테크닉을 썼다는 것에 있다. 말 그대로 필요하지도. 그렇다고 어울리지도 않았던 쓸데없이 아름다운 장면들만 늘어놓아 특정 장르가 가져야 하는 미덕은 줄어든 셈이다.
[서울의 봄] 제작진과 [남산의 부장들]의 감독이라는 이름값에서 기대하는 것들 중 하나가 웅장함, 혹은 비장함이었을 테지만. 초반부가 보여주는 영상은 그저 때깔 좋은 여행기 정도로만 보일 뿐. 안중근 개인으로서의 고뇌를 드러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그가 한 인간으로서 느꼈을 유약함이나 외로움은 압도적인 광경에 짓눌려 희미해져 버린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게다가 후반부의 포커스마저도 밀정인 상현(조우진)과, 덕순(박정민)에게 양보한다. 반전이라 생각하고 심어놓았을 트릭은 너무도 뻔해, 플래시백으로 표현한 장면들에서 그 어떤 타격감도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영화 초반 묘사에서 안중근에 비해 조금은 비중이 떨어져 있는 두 인물들이 영화의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힘겹게 존재감을 차지한 안중근의 엉덩이를 슬금슬금 자리에서 밀어낸다.
나 역시도 영화를 통틀어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말하라 한다면, 안타깝게도 안중근이 꼬레아 우라를 외치는 장면이 아닌, 상현과 다쓰오(박훈)의 식사(?) 장면을 꼽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쓰오는 상현을 밀정으로 삼기 위해 처음에는 그에게 스테이크의 한 조각을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준다. 아직까지는 사람으로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현이 체면(포크와 나이프)을 버리고 손으로 고깃 조각을 먹은 뒤에, 다쓰오는 손을 이용해 상현에게 나머지 고깃덩어리를 던져준다. 사람의 위치에서 자신의 심복(개)으로 신분(?)이 격하되었음을 단 몇 초 사이에 보여주기에 충분했으며, 동시에 상현을 효과적으로 무너뜨리는 동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울부짖으며 고깃 조각을 씹어 삼키는 상현의 모습은 그저 사람을 끝까지 믿어보자는 안중근의 설득 보다도 훨씬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물렸음을 확신하는 표정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다쓰오의 모습도. 분명 사막 탐험대(?)에서 맨 마지막에 말을 몰았던 상현이 다쓰오의 암살 뒤에 가장 먼저 앞장서 말을 모는 모습에서도.
안타깝지만 영화는 밀정에게 암살의 무게감조차 뺏긴 채 쓸쓸히 뒷모습을 보이며 막을 내린다.
[이 글의 TMI]
1. 두 번 다시 크리스마스에 영화관에 가지 않겠다. 사람에 깔려 시골쥐 죽을 뻔.
2. 내 사과 빨리 배송 와라.ㅠㅠ집에 사과 없다ㅠㅠ
3. 업무폰 배터리 충전 안 해놔서 졸지에 전화 안 받는 싸갈스 바갈스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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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인간탐구
11:17 별점 및 한 줄 평
11:3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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